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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미술·전시

    ●이창기 개인전 10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척 보면 동양화적 소재와 분위기가 넘쳐나는데 서양화적 기법으로 소화해냈다. 동양철학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02)720-4353. ●안혜빈 ‘생명의 기 현존과 울림’전 20일까지 서울 청담동 줄리아니갤러리. 기운생동하는 분위기를 추상화로 표현했다. 수입은 살레시오수도회 성모상 제작비용으로 쓰인다. (02)514-4267. ●‘아티스트 위드 아라리오’전 12일부터 2월 26일까지 서울 청담동 아라리오갤러리. 중국, 인도, 필리핀, 한국 등 11명 작가들이 조각, 설치, 페인팅, 드로잉 등 30여점을 내놨다. 아시아 젊은 작가들의 현대를 훓어볼 수 있다. (02)541-5701.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델리스파이스 - 슬픔이여 안녕 2011 17일 오후 7시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 2006년 6집 앨범 이후 5년 7개월 만에 새 앨범 ‘슬픔이여 안녕’으로 가요계에 복귀한 록밴드 델리스파이스가 5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한다. 7만 7000원. (02)3445-9650. ●옐로우 몬스터즈 ‘라이엇! 2011 파이널’ 17일 오후 7시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 라이브홀. 2집 ‘라이엇’(RIOT) 발매 이후 국내 5개 도시 공연 등을 펼친 3인조 록밴드 옐로우 몬스터즈의 서울 앙코르 공연. 4만 4000원. 1544-1555. 클래식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 크리스마스 특별초청공연 105년 전통의 프랑스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이 로시니의 ‘고양이 이중창’ 등 클래식 명곡,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등 팝 명곡을 들려준다. 9일부터 23일까지 전국을 돈다. 2만 5000~10만원. (02)523-5391. ●나윤선 프렌치 크리스마스 콘서트 15~16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이 울프 바케니우스(기타), 시몽 타이유(콘트라베이스), 뱅상 파라니(아코디언)와 함께 무대에 선다. 6만 6000~8만 8000원. (02)548-4480. 전시 ●조은필 ‘블루토피아’전 13일까지 서울 관훈동 미술공간현. 제목 그대로 파란색의 향연이다.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작업방식임에도 파란색이 갖고 있는 본질에 집중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02)732-5556. ●김병일&이채일 2인전 17일까지 서울 청담동 표갤러리. 회화적인 조각을 추구하는 김병일과 자동차 프라모델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이채일 작가의 작품으로 전시장을 채웠다. (02)511-5295. 연극 ●‘겨울’ 9~11일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벤치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여자의 삶이 자신들도 모르게 다른 곳으로 향한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무대 다른 쪽에서 마임 공연과 드로잉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2만원. (02)6711-1400. ●‘타이투스 앤드로니커스’ 25일까지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 로마시대 작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셰익스피어의 초기작. 극장 안에는 1m 30㎝ 높이의 작은 무대 2개뿐이다. 관객들은 배우를 올려다봐야 하고, 때로는 관객과 배우가 섞이기도 한다. 2만~2만 5000원. (02)6406-8324.
  • ‘S펜’으로 술술… 5.1 입체음향 환상적

    ‘S펜’으로 술술… 5.1 입체음향 환상적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중간 단계인 신개념 스마트 기기 ‘갤럭시 노트’가 출시됐다. 새로운 범주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전략 스마트 기기인 ‘갤럭시 노트’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갤럭시 노트는 스마트폰보다는 크고 태블릿PC보다는 작은 크기로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국제가전전시회(IFA) 2011’에서 공개돼 화제가 됐다. 갤럭시 노트는 지난달 말 영국 런던에 처음으로 출시됐고, 이후 동남아시아와 중국 상하이 등에서도 잇따라 시장에 나왔다. 갤럭시 노트는 5.3인치의 큰 화면과 1280×800 해상도를 갖춘 ‘고해상도(HD)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고화질의 동영상 녹화와 재생을 할 수 있으며, 5.1채널의 입체 음향을 지원한다. 특히 ‘S펜’이라는 이름의 전용 필기구를 장착해 마치 노트에 글씨를 쓰듯 쉽고 편리하게 메모나 스케치 작업을 할 수 있다. 일본 와콤사의 기술을 도입해 개발한 S펜은 화면을 누르는 압력을 128단계로 감지해 아날로그 펜과 다름없는 필기와 드로잉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갤럭시 노트는 또 1.5기가헤르츠(㎓)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 운영체제(OS)를 적용했다. 출고 가격은 99만 9000원이며, SK텔레콤의 월 6만 2000원 요금제를 약정할 경우 45만 6000원이다. 국내에 출시하는 갤럭시 노트는 지금까지 공개된 해외 제품과 달리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만을 지원한다. 그동안 일부 소비자들은 갤럭시 노트를 사용하고 싶지만 비싼 LTE 요금이 부담스럽다는 점 때문에, 해외에 출시된 3G 모델 갤럭시 노트를 구해 와 개인 전파인증을 거쳐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홍선 삼성전자 애니콜영업팀 상무는 “LTE가 진보된 기술이므로 스마트 기기 제조사는 기술 발전에 맞춰 고객들에게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3G 모델의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누적 판매량 200만대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OS의 새 버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적용한 구글의 레퍼런스(기준)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와 국내 최초의 LTE 태블릿 ‘갤럭시탭 8.9 LTE’도 이날 국내에 공개했다. 지난달 중순 홍콩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갤럭시 넥서스는 속도와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크게 개선했으며, 멀티태스킹 능력도 업그레이드했다. 또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얼굴 인식 잠금 해제’ 기능과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해 웹페이지와 동영상, 연락처를 공유하는 ‘안드로이드 빔’ 등 신기능을 추가했다. 갤럭시탭 8.9 LTE는 기존 3세대(3G) 이동통신보다 최대 5배 빠른 LTE를 쓸 수 있는 국내 최초의 LTE 태블릿이다. 빠른 속도를 이용해 동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해상도와 음향 효과 등도 극대화했다. 두께 8.6㎜, 무게 465g으로 휴대하기도 간편하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2011 이승기 희망 콘서트 12월 10일 오후 7시, 11일 오후 5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배우나 MC가 아닌 노래하는 가수로서의 이승기를 만날 수 있는 콘서트. 최근 발매한 5집 앨범을 비롯해 발라드, 댄스, 록, 트로트까지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5만 5000~13만 2000원. 1544-1555. ●이승철 크리스마스 콘서트 ‘리퀘스트 쇼’ 12월 22~25일 오후 8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홀 D. 팬들의 신청곡으로 꾸며진다. 뒤쪽 관객의 시야를 위해 계단식 좌석이 설치된다. 유아놀이방도 준비돼 있다. 7만 7000~13만 2000원. 1544-4997. 클래식·국악 ●플루티스트 박지은&마타도르 기타 콰르텟 27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홀. 서울시향 플루트 수석 박지은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고의석, 김진택, 김현규, 박종호)로 이뤄진 4중주 실내악단 마타도르 기타 콰르텟의 협연. 4만 4000~5만 5000원. (02)6255-3270. ●안수련 해금 독주회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여의도 우리예술문화원 여의도소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해금을 맡고 있는 안수련이 지영희류 해금산조는 물론 팝송과 창작곡까지 들려준다. 5만원. (070)8827-2771. 미술·전시 ●박경선&정성원 개인전 12월 11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컨템포러리. 젊은 신진 작가들을 집중 발굴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두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02)720-1020. ●정헌조 개인전 12월 3일까지 서울 청담동 유아트스페이스. 극히 단순한 도형을 연필 드로잉으로 그려냄으로써 흑과 백, 물과 불, 채움과 비움이라는 동양적 맛을 풍겨 낸다. (02)544-8585. ●김광문 개인전 12월 22일까지 서울 신사동 갤러리에스피. 다양한 화분과 식물을 정물처럼 배치해 옛 동양화에서 드러난 기명절지(器皿折枝) 느낌이 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02)546-3560. 연극 ●‘자웅이체의 시대’ 11월 30일~12월 4일 서울 혜화동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플라톤의 ‘향연’에는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인 이야기가 나온다. 신의 분노를 사서 둘로 나뉜 뒤 늘 자신의 반쪽을 갈망한다. ‘둘’이 함께 해야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말하는 작품. 2만원. 1544-1555. ●‘대학살의 신’ 12월 17일~2012년 2월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놀이터에서 벌어진 두 소년의 싸움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코미디. 3만 5000원~5만원. 1544-1555.
  • 광주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어디까지

    광주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어디까지

    ●가림막 이용 드로잉페스타 진행 21일 광주 동구 광산동 13번지 옛 전남도청 자리. 공중에선 대형 크레인이 철골 구조물을 옮겨 나르고 땅에서는 인부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2014년 완공을 앞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골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문화전당터를 둘러싼 길이 1.3㎞, 높이 6m의 양철 보호막에는 시민들이 참여한 공공예술 프로젝트 ‘13번지 드로잉페스타’가 진행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하 추진단)은 21일 “현재 공정률 30%로 내년이면 문화전당의 겉 골격이 완성될 것”이라며 “주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당이 개관할 때까지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200억 투입…2014년 완공 이 사업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공약으로 추진됐다.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 허브’(축)로 육성하고, 전남도청 이전에 따른 옛 도심의 공동화를 막자는 지역민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2010년까지 모두 7040억원을 들여 전당을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랜드마크’ 논란과 ‘옛 도청 별관 보존’ 문제로 4년가량 지연됐다. 올해부터 사업이 속도를 냈다. 내년도 사업비는 당초 정부안보다 624억원이 늘어난 1200억원으로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전당에 들어설 시설은 5개로 나뉜다. 아시아예술극장(대극장·소극장)과 문화창조원, 아시아문화정보원, 민주평화교류원, 어린이지식문화원 등이다. 올 연말까지 문화정보원과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민주평화교류원, 북측 주차장 등 5개 건물의 골조 공사가 끝난다. 내년엔 어린이문화원을 포함한 이들 5개 건물에 대한 외부 마감 공사가 진행된다. 문화전당의 규모는 부지 12만 8600여㎡에 전체 면적 17만 8100여㎡다. 건물 공사가 진행될수록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7대 문화 사업권과 연계 추진단은 문화전당을 콘텐츠 개발과 제작은 물론 문화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문화의 보급과 유통을 담당하는 ‘문화발전소’로 육성시킨다는 복안이다. 이곳은 아시아 46개국 36억 8000만명의 역사 전통과 문화를 담는다. 추진단 관계자는 “문화전당에는 어린이만을 위한 특별한 시설이 배치되는 등 프랑스의 퐁피두센터 같은 기존 구미 지역 문화복합시설과의 차별화도 꾀하고 있다.”며 “가장 동양적인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조만간 문화전당과 연계한 7대 문화권 사업 용역에 대한 최종 보고회를 갖는 등 후속 조치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시는 ‘아시아를 통해 세계를 비추는 빛’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집중, 연계, 벨트’ 3가지 유형의 개발 방안을 마련 중이다. 문화전당 주변과 시내 일원을 아시아 인권 문화권, 아시아 문화 교류권, 아시아 신과학권, 아시아 전승 문화권, 생태 환경 보존권 등으로 세분화해 문화 중심 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상업성엔 초연… 그들만의 의미 담긴 설치 작품전 잇따라

    상업성엔 초연… 그들만의 의미 담긴 설치 작품전 잇따라

    미술계에서 중견 여성 작가, 하면 예쁘게 다듬은 작품들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예쁘고 상업적인 작품보다 개념과 설치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들도 있다. 노란 낙엽이 쌓인 갤러리에서 이런 작업을 선보여 온 중견 여성 작가들의 전시가 잇따라 열린다. 중견 여성 작가들의 자의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우순옥 ‘잠시 동안의 드로잉’ 우순옥(53)의 ‘잠시 동안의 드로잉’전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작품보다 텅 빈 공간이다. 작품 수가 적기라도 한 듯 띄엄띄엄 작품이 배치돼 있다. 당연히 작품이 없어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어슬렁대며 여유롭게 느껴보라는 의미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1층에 위치한 ‘12편의 신기루’.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베르너 헤어초크, 루치아노 비스콘티 등 작가주의 영화계의 거장들이 남긴 영화의 특정 장면을 반복해서 틀어 놓은 모니터 12대가 놓여 있다. 영화에서 발췌한 장면은 사랑, 환희, 고독처럼 살아가면서 한번은 만나게 되는 순간에 대한 것들이다. 가령 비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구스타프 말러를 모델로 삼은 토마스 만의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예술 하는 사람의 뜨거운 열망 같은 것이 담겨 있다. “독일 유학 시절 뒤셀도르프에 있었는데 그곳에 영상실이 있었어요. 하루에 3편씩 상영했는데, 하루에 1편 정도는 꼭 챙겨 봤죠. 그 영화 가운데 인상적인 장면을 따와서 만든 거예요. 마음 같아서는 한 100편 정도 하고 싶었는데 12라는 숫자가 주는 윤회의 느낌 같은 걸 살리고 싶어서 12편만 고르느라 고생했답니다.” 모니터 앞에 선 관객들도 영화의 한 장면을 통해 자기 인생의 어느 한 순간, 어느 한 감정을 떠올려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팬이라면 어쩌면 ‘시네마천국’의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눈물을 흘릴는지도 모르겠다. 키스신은 아니지만. 모니터 옆에는 화분들이 놓여 있다. 화려한 꽃이나 멋진 잎사귀가 아니라 그냥 잡풀 같은 느낌이 나는 걸로만 골랐다. 인생에 대한 잔잔한 회고와 성찰에 걸맞은 선택이다. 12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 (02)735-8449. ●닿아버려 환희에 넘치는 - 김주현 ‘회로에서’ ‘회로에서’ 전시를 통해 김주현(46)이 말하고 싶은 바는 ‘소통’이다. 바닥에 알루미늄판을 대고 그 위에 전선 가닥을 한데 모아 풍성한 꽃다발 모양으로 만든 발광다이오드(LED) 다발을 드리운 뒤 약한 전류를 흘렸다. 알루미늄판에 닿으면 LED 다발이 빛을 내기 시작한다. “조금 유치할지 몰라도 만남이란 게, 소통이란 게 저런 게 아닐까, 전기의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만났을 때 빛을 내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해서 제목도 ‘회로에서-접속’이다. “원래 의도했던 건 야외에 설치해 두면 바람도 불고 해서 반짝반짝하는 거였는데, 전시장 안이라 그렇게까지는 안 되네요. 불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 같은 걸 드러내보고 싶었거든요.” 내놓은 건 미술인데 정작 쓰는 용어는 카오스, 프랙털, 확장형, 복잡계 같은 물리학·생물학 용어들이다. 쓰는 도구는 LED와 전깃줄. 전깃줄을 찢어 연결하는 방식을 통해 물리학적 느낌의 드로잉과 설치작품들을 계속 만들어 내놨다. 그 엄밀하다는 과학의 세계에서도 만남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보고 싶었다. “한번은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자리가 마련됐는데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님들이 제 작품을 보고 이것은 프랙털 몇 차원 공간인가를 두고 열띤 논의를 하시더군요. 전 누군가 제 작업을 알아봐주고 얘기를 나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그 대화에서 제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도 없었지만요.” 다른 작품 ‘토러스’에 대해 물었다. 어디서 한줄 주워 읽었던 지식으로는 토러스가 도넛 모양의 원통형인데 왜 저렇게 일그러뜨렸냐고. “위상수학에서 나오는 얘기인데요.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저게 몇 개의 차원으로 분리가 되거든요.” 설명은 조금 더 이어졌지만 괜히 물었다 싶었다.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는 겸손한 말에 속은 게 죄다. 상업화랑에서의 본격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12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시몬. (02)549-3031.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인물묘사 부드러운 ‘평면 PD’의 멋

    인물묘사 부드러운 ‘평면 PD’의 멋

    모험적일 수 있다. 작가 나이 겨우 스물다섯. 전시라곤 중국에서 한번 연 게 전부다. 그런데 믿는다고 했다. 장샤오강 등 중국 현대 화가들을 2000년 초부터 다뤄와 중국 현대미술에 대해 선구안이 있다고 평가받는 이동재 아트사이드 사장의 판단이다. “인물 묘사가 탁월하면서 또 부드러워요. 작품은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준비작업이 너무도 치밀했고요. 거기다 작업실에 한번 가봤더니 앞으로 작업할 드로잉을 보여주는데, 그걸 보니 아, 이 정도면 믿을 만하구나 싶더군요. 저도 이 작가가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쏟아내게 될지 기대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장이 말하는 이는 12월 4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스트로베리 이슈’ 개인전을 여는 중국 작가 션팡정이다. 이 사장의 말대로 그의 작업 방식은 철저하다. 어떤 장면을 상상한 뒤 그걸 실제 세트장에서 철저하게 연출하고 각 단계별로 사진을 찍는다. 그림은 이를 보고 모사하는 방식이다. 스스로를 “평면 PD”라 부르는 이유다. 영상을 만들어 내는 PD가 아니라 평면작업을 하는 PD라는 얘기다. 그림은 보드랍고 유려하다. 세밀한 작업을 우선시하는 중국의 전통 채색인물화인 공필화적 기법이다. “4살 때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동화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베껴서 그릴 줄 알았는 데다, 제가 좀 까불었거든요. 문학교사를 하셨던 할머니가 남자가 그러면 안 된다며 차분하게 앉아서 할 수 있는 그림 공부를 시켰지요.” 자신도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반항해본 적은 없단다. 그는 한국에선 자유로운 분위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기법적인 면을 가르친다면, 한국에서는 표현하고 싶은 생각에 대한 논의가 많았어요. 덕분에 제 생각이 차분하게 정리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02)725-102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단숨에 휙 그었을 뿐인데 그것이 한국이더라 …

    단숨에 휙 그었을 뿐인데 그것이 한국이더라 …

    #1. ‘We’라 쓰여있다. W자의 한쪽 끝이 끝 모르게 치솟더니 그 위에 사람이 한 명 얹혀 있고, 그 옆에 ‘she’라고 적혀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 고공크레인 시위,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이란 키워드를 가진 희망버스 사건을 접하고 그렸다. #2. 미술계에 대한 풍자도 있다. 미술관, 갤러리, 미술경매장을 한 언덕 위에 나란히 그려놨는데 뒤로 갈수록 건물이 더 커진다. 공적인 미술관보다 상업화랑이, 상업화랑보다도 경매로 가격을 뻥튀기하는 데 더 관심 있느냐는 질문이다. #3. 한국인의 일상도 있다. 손에 든 휴대전화에는 주소, 생일, 연락처, 뉴스, 음악, 영화가 다 들어 있는데 정작 사람의 머릿속에는 거의 아무것(almost nothing)도 들어 있지 않다. 쉽고 재미있는 그림체 때문에 비주얼아트나 일러스트레이션 계통에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단 페르조브스키(50). 그의 한국 첫 개인전 ‘뉴스 이후의 뉴스’(The News after the News)가 12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는 북한의 김일성을 모델로 삼았다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나라, 루마니아 출신이다. 그렇다고 ‘자유 루마니아 만세’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작품을 보면 옛 공산독재를 상징하는 인물이 다른 사람에게 ‘오 자유의 동지여’(OH MY LIBERTY BROTHER)라고 악수를 건네자 반대편 사람은 ‘악! 이 공산주의 악마야’(WOW! COMMUNIST DEVIL!)라고 경악하는 것도 있다.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바뀐 게 아니라,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작가의 말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반공주의가 민주주의의 전부라 우기는 한국의 뜬금없는 ‘자유’ 민주주의 바람이 떠올라 설핏 웃음이 나온다. 작가는 10살 때부터 국가의 집중적 교육을 받을 정도로 그림에 천부적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별 재미는 없었단다.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토대로 공부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고전주의에서 후기인상파에 이르기까지 모든 화풍을 다 소화해낼 수 있는 재주”를 갖췄지만 흥미를 느낄 요소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 게 드로잉이다. 어릴 적 펜 하나 쥐면 아무렇게나 그리던 아이들이 10살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그리기를 망설인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인데 제도권 교육이 되레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천재적인 손재주를 지녔음에도 단순명료한, 만화 같은 드로잉을 그리는 이유다. 1999년 베네치아비엔날레를 통해 세계적 작가로 떠올랐다. 바닥에다 드로잉을 그려뒀는데 포인트는 관람객들이 지나다니다 자연스럽게 지워진다는 것. 작가는 “주어진 공간에서 즉흥적으로 구현되는, 일종의 재즈연주와 같은 것이기에 (내 그림이) 영원히 남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후 2006년 영국의 테이트모던갤러리, 2007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열면서 이름을 떨쳤다. 이번 전시에서도 미술관 측이 준비한 것은 깨끗한 빈 벽이다. 전시 두달 전부터 한국에 대한 뉴스를 제공받아 아이디어를 가다듬은 뒤 이를 드로잉북에 미리 그려왔다. 그리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빈 벽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 작품들도 전시가 마무리되면 깨끗하게 지워진다. 한국에 도착한 뒤 드로잉한 작품도 있다. 직접 관찰한 현대 한국인의 일상들이다. 재치 넘쳐서 깔깔깔 웃게 된다. 전시 중임에도 여전히 돌아다니다 그릴 만한 것을 찾으면 슬쩍 들어와 빈 곳에다 드로잉 작업을 한다. 운 좋으면 작가의 작업광경을 볼 수도 있다. 관객들이 직접 그릴 공간도 마련해놨다. “나도 내 마음에 따라 그리는데, 관람객들에게도 그런 행운을 누리게 해줘야 한다.”는 작가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02)379-399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미술·전시

    ●소마미술관 ‘조각가의 드로잉’전 11월 20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마미술관. 조각을 주제로 한 드로잉 작품을 한데 모았다. 모티프가 올림픽조각공원 내 조각품들이기에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02)425-1077. ●윈저 조 이니스 ‘젊은 롯데의 비밀’전 10월 19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12층 롯데갤러리. 롯데란 이름은 괴테의 소설 속 인물 샤를로테에서 따왔다. 제주에 자리 잡고 활동 중인 미국인 화가가 그린 샤를로테 그림이 전시된다. (02)726-4428~9. ●조명동 ‘서울, 시간의 군무’전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서울에서 태어나 사진기자로 살아온 작가가 서울을 둘러싼 모든 순간의 기억들을 다 담아냈다. (02)736-1020.
  • 色스럽게 불쾌하게 그럼에도 아름답게

    色스럽게 불쾌하게 그럼에도 아름답게

    부끄럽다. 깊은 죄의식도 배어 있다. 그럼에도 인정투쟁 한자락도 깔아 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이 말한 보르메오의 고리를 형상화한 작품 ‘라캉의 매듭’과 마주친다. 완전한 원형이 아니라 일그러진 모습은 스스로의 자화상이자 그럼에도 끊기지 않겠다는 결기다. 이들 작품들은 모두 번쩍이는 유리구슬들을 한데 꿰어 놓은 것들. 영롱하게 빛나지만 한편으론 반투명 상태인 구슬, 이것 자체가 나를 드러내면서도 감추고, 동시에 타인에게는 아름답게 비쳐지길 원하는 매체다. 뒤쪽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유황이나 밀랍 같은 재료를 쓴 작품들이 늘어서 있다. 매캐하거나 질척대는 재료이지만, 독특한 색깔과 질감도 함께 준다. 독을 품은 식물이 화려하듯, 고통과 쾌락이 한데 모여 불쾌하지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역설이다. 발걸음을 옮겨도 그렇다. 유두를 캔버스 위에다 형상화한 작품, 척 보면 예쁜 유리공예품 같은데 남녀 성기, 여자의 자궁 같은 이미지들이 넘쳐난다. 전시장 맨 안쪽 구석에 자리잡은 ‘나의 침대’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침대 장식과 침대를 수호하는 세 개의 지팡이보다, 전시장 한쪽 벽면이 환하게 개방되어 있다는 게 더 눈길을 끈다. 앞서 봤던 작품 ‘글로리 홀’(Glory Hole·관음증을 만족시키기 위한 쾌락의 구멍)이 그 개방된 벽면을 가리고 있다. 나의 아름다운 세상을 느껴보라는 자신감이다.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마이 웨이’(My Way)전을 여는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47)의 작품들이다. 지극히 내밀한 개인적 얘기를 스스럼없이 꺼내 놓았다. 여기다 작품 모티프나 유리구슬 같은 재료들은 하나같이 매혹적이다. 직설적으로 말해 색스럽다. 이를 눌러 주는 것은 전시장 한쪽에서 강하게 풍겨져 나오는 가톨릭 냄새다. 전시장 초입에 걸린 하얀 사제복. 22살 때 린넨으로 작가가 직접 디자인하고 누나가 재봉질했다. 어린 시절 사제를 꿈꾸던 남자와 사랑에 빠졌는데, 사랑과 성직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가 자살해 버렸다. 작가는 그 충격을 승화하는 과정이 자신의 작업이었다고 술회한다. 몰래 간직한 이 작품을 공개한 것은 그 술회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작품 전체에 육체적 모티프가 넘치되 육체에 대한 깊은 죄의식과 이 죄의식을 아름다움으로 치유해 내려는 노력이 공존하는 이유다. 작가가 플라토 전시장에 로댕의 ‘지옥의 문’이 있다는 점을 들어 “남성적이고 힘찬 조각과 여성적인 나의 작품들이 묘하게 어울린다.”거나 “‘지옥의 문’은 내 전시로 들어가기 위한 진짜 입구”라고 말하는 뜻이 짐작된다. 이는 육체적 모티프가 전혀 없는, 그래서 이질적인 ‘소원을 비는 벽’에서 더 확연히 드러난다. 유황과 인 성분을 발라 둔 거대한 벽인데 성냥을 그으면 진짜 불이 붙는다. 성냥개비 5000개도 준비되어 있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실제 불을 붙임으로써 작품에 남는 상처가 또 하나의 드로잉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의 침대’가 바깥에 지르는 함성이라면, ‘소원을 비는 벽’은 안으로 속삭이는 고백 같다. 작가는 28살 때인 1992년 독일 카셀도큐멘타에 초대받았다. 카셀 역사상 최연소 초대작가다. 올 3월엔 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 회고전을 열었다. 센터가 회고전을 연 작가 가운데 역시 최연소다. 루브르박물관 지하철역 입구에 설치한 ‘여행자들의 키오스크’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플라토 전시 뒤 일본 도쿄 하라현대미술관을 거쳐 미국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에서 순회전시를 연다. 11월 27일까지. 5000원. (02)2014-655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반 고흐 ‘전신 초상화’가 단돈 260만원?

    네덜란드 후기 인상주의 작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년)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수식어가 되는 역사적인 화가다. 그런 반 고흐의 생전 모습이 그려진 역사상 유일한 전신 초상화가 ‘단돈’ 1500파운드(약 260만원)에 거래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최근 반 고흐가 생전 직접 모델이 돼 그려진 전신초상화가 세상에 공개됐다. 영국의 예술품 감정 전문가들과 반 고흐 작품 연구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진위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히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초상화의 주인은 영국 링컨셔에 사는 40대 부부. 마이클(47)과 맨디 크룩쉥크(41)는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들은 수년 전 한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통해서 반 고흐의 전신이 담긴 최초의 초상화를 ‘헐값’에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반 고흐로 추정하는 파스텔 드로잉 속 남성은 모자를 쓰고 허름한 검은 재킷을 입은 채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있다. 붉은 기가 도는 곱슬머리에 덥수룩한 수염, 야윈 얼굴이지만 크룩쉥크 부부는 이 남성이 반 고흐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들은 영국 던디 대학의 전문가들에 의뢰, 기존에 발표된 반 고흐의 초상화와 2장 정도의 사진을 비교해 드로잉 속 남자가 반 고흐의 인상착의와 ‘거의 일치한다.’는 자문을 들었다. 또 그림을 그린 이가, 반 고흐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테오 아파트에 머물 당시 단 4집 건너 살았던 여성화가 잔느 도나주(Jeanne Donnadieu)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이 작품이 반 고흐를 주제로 한 진품으로 밝혀질 경우 가격은 수백만 파운드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는 반 고흐의 전신을 담은 유일한 초상화란 희소성 때문에 예술사적 가치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부부는 프랑스 파리의 ‘반 고흐 뮤지엄’에 이 작품에 대한 진품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이 작품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이 날지 미술작품 마니아 부부의 뜻밖의 횡재로 이어질지에 대한 미술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도발’…30代 작가 24명 의기투합 ‘백년몽원’전

    ‘도발’…30代 작가 24명 의기투합 ‘백년몽원’전

    전시장 입구 바깥에 덩그러니 놓인 탁구대. 처음엔 작가들의 심심풀이용인 줄 알았다. 게임 한 판 벌일라치면 특이한 풍경에 맞닥뜨린다. 흰 선, 그러니까 아웃을 판정해줄 흰 선을 한데 모아 탁구대 한가운데 네모를 만들어뒀다. 탁구대 위 흰 선이 그려진 부분을 일일이 오려내 가운데 네모 부분에 채워 넣고, 원래 녹색으로 칠해진 네모 부분을 파내 원래 흰 선이 있던 곳에 배치했다. 그러니까 지금 그곳에서 시합을 하는 이들은 모두 흰 선 바깥으로 공을 주고받는 셈이니 전부 아웃이다. 흰 선이 뭉쳐진 네모 안에서만 공을 주고받는다면? 흰 선에 공이 걸치는 플레이, 그러니까 에지 플레이는 성공했을 때만 약간의 짜릿함을 줄 뿐, 늘 조마조마하다. 정체성이라는 이름의 강력한 원심력에 매인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아웃될까 봐 늘 스스로 경계하며 노심초사하는 삶. 경계 재배치의 이런 효과, 그러니까 강남좌파니 미래 보수의 아이콘이니 하는 용어들을 비틀어대는 것이다. 이런 재배치의 배후세력은 뭘까. 정치권력? 재벌? 언론? 이원호(39) 작가는 이게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건 사전 정지 작업이에요.” 그렇다면 본격적인 작업은? “테니스장에서도 선을 긋는 하얀 가루를 긁어모아서 이런 작업을 했고요, 궁극적 목표는 축구장입니다.” 독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작가라 작품 구상도 독일에서 시작했다. 독일이야 축구장이 널렸으니 가능할 법도 하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젊은 작가의 실험에 축구장을 선뜻 내 줄 곳이 있을까. “그래서 프레젠테이션 정말 열심히 했어요. 뗏장을 떠내도 잔디는 자꾸 자라 원상태로 돌아갈 테니 걱정 마시라고도 하고. 하하하. 한 건설사의 청주 구장을 쓰기로 했습니다. 회장님 최종 결재만 남았어요.” 8~9월 중으로 작업해서 10월쯤엔 축구장 작업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겨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9월 4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리는 ‘백년몽원’(百年夢源)전엔 이런 재치가 엿보이는 작품들이 여럿 있다. 이원호 등 30대 젊은 국내 작가 17명과 외국 작가 7명이 함께하는 기획전이다. 미술 100년 역사에서의 ‘백년’과,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착안한 한국적 이상향에서 ‘몽원’을 따왔다. 추상이나 순수예술을 강조해온 미국 중심의 미술 풍토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새로운 이상향을 찾아 떠나보자는 취지다. 그래서 ‘저항적 비평주의’를 지향하는 작가들을 엄선했다는 것이 공동기획자 김기라 작가의 설명이다. 네덜란드 작가 윱 오베르톰은 에이즈와 동성애 문제를 다룬 법정 영화 ‘필라델피아’를 패러디했다. 화면의 한 쪽에선 영화 속 장면이 진행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작가 자신이 흑인으로 분장해 영화 속 대사들에 대꾸한다. 또 한쪽 벽면에는 5명의 어른 남자 얼굴을 배치해뒀다. 캐나다 작가 롭 재미슨의 작품이다. 그냥 종이를 뭉쳐 만든 평범한 얼굴인 것 같은데 관건은 그 아래 드리워진 그림자다. 콘돔을 덧씌운 남자의 성기다. 그림자 모양을 생각해 만들었다. 목소리 쫙 깔고 이리저리 어슬렁대면서 잘난 척 참견해대는 기성세대에 대해 ‘고추나 덜렁거리고 다니는 마초 꼰대’라 비웃는 듯 보인다. 독일 작가 요그 오버그펠은 허름한 그림을 선보인다. 초상화라는 것은 대개 권력자나 위인들을 위해 바쳐지는 작품이다. 그래서 훤칠하고 뛰어나게 보이게 하려고 안달이다.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수록 그렇다. 정치 지도자 동상이란 게 남북 가릴 것 없이 촌스러운 금박에 한손 드는 포즈를 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버그펠은 그래서 스탈린을 연상케 하는 인물 초상화를, 물감을 대충 바르고 테이프를 찍찍 찢어붙이는 형식으로 최대한 허름하게 그렸다. 슬쩍 비웃어주는 거다. 자디잔 영어 알파벳으로 동양의 산수화를 그려낸 유승호의 문자산수, 스카치테이프를 덧바르면서 스케치를 반복해 독특한 질감을 선보이는 이상용의 테이프드로잉, 인간사를 원숭이에 비유해 20세기 역사를 비판하는 발두어 부르비츠의 사진콜라주 작품 등도 만날 수 있다. (02)308-1071.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창조의 드로잉…故박이소 작가 ‘개념의 여정’

    창조의 드로잉…故박이소 작가 ‘개념의 여정’

    “2014년 10주기 때 집중적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획된 전시입니다. 미술작가 육성방안을 1990년대부터 고민한 분을 젊은 세대들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김선정 큐레이터) “젊은 기획자나 작가에게 그 분은 작가보다는 선생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시를 통해 그 분이 직접 해왔던, 혹은 하려 했던 작업이 어떤 것이었는지 보셨으면 합니다.”(김장언 큐레이터) 박이소의 드로잉 작품 230여점을 선보이는 ‘개념의 여정’(Lines of flight)전이 10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박이소는 한국에 포스트모더니즘을, 미국에는 제3세계 미술을 소개한 주인공이다. 2003년 이탈리아 베네치아비엔날레 때 한국관 작가로도 참여했다. 2004년 4월 47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개념미술을 강조했기 때문에 박이소의 드로잉은 단순히 기초적 훈련이라기보다 창조를 위한 연구과정이다. 가령, ‘오늘(요코하마)을 위한 설치 연구’는 2000년 일본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에 출품한 설치작업 ‘오늘’을 제작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우리는 행복해요를 위한 설치 연구’는 2004년 부산비엔날레 출품작 ‘우리는 행복해요’를 연필로 그린 것이다. 1994년작 ‘스리 스타 쇼’도 눈길을 끈다. 검은색 물이라는 공통점은 있으나 원산지는 다른 커피, 콜라, 간장 세 종류의 액체로 각기 다른 별을 그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미술·전시

    ●연위봉 ‘웨이브 프롬 하트’전 24일까지 경기 안양시 안양1동 롯데갤러리 안양점. 사진 콜라주와 드로잉 냄새가 짙은 회화를 결합한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031)463-2715~6. ●박주용 ‘목연 - 나무이야기’전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복합예술공간 에무. 천연나무종이를 이용해 따스한 느낌의 목지공예작품들을 내걸었다. (02)730-5604. ●정희석 ‘소망의 싹’전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잠원동 갤러리우덕. 한지느낌이 나는 성경 본문을 새싹으로 형상화해 깊은 믿음을 드러냈다. (02)3449-6071~2.
  • [책꽂이]

    ●존 러스킨의 드로잉(전용희 옮김, 오브제 펴냄) 자본의 논리에 의해 예술의 순수성이 설 자리를 잃어가던 19세기 영국에서 문예비평가 존 러스킨은 도덕성을 강조하며 동시대 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드로잉의 기초부터 자신의 그림 철학까지 다루고 있으며, 보기 좋은 그림을 그리는 법이 아니라 화가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1만 5000원. ●북아메리카 인디언(이주영 옮김, 눈빛 펴냄) 미국의 사진작가 에드워드 커티스(1869~1952)의 사진을 모은 것으로, 미국에서 기념비적인 사진집으로 불렸던 ‘북아메리카 인디언’ 시리즈 20권을 한 권으로 묶었다. 커티스가 30여년간 미국의 인디언들을 찾아다니면서 완성했다. 인디언의 풍속, 삶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2만 9000원. ●나는 최고의 일본 무역상이다(황동명 지음, 행간 펴냄)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사정으로 대학을 중퇴한 저자(29)가 일본 여행에서 보따리상의 세계를 경험하고, 젊음을 밑천으로 창업한다. 운동화, 속옷 수입 등의 생생한 무역경험을 통해 창업 초보자들에게 무역 비법을 알려준다. 1만 3500원.
  • 덩어리와 내면, 그리고 그림자

    덩어리와 내면, 그리고 그림자

    한창 작업에 물오를 40대 중반 나이에 요절한 조각가 전국광(1945~1990)의 20주기를 기념하는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다음 달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 2관에서 열리는 ‘매스(mass)의 내면 - 전국광을 아십니까’다. 고 이병철 회장이 아끼는 작가였던 전국광은 조각가로서 가장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인 덩어리, 그러니까 ‘매스’의 문제에 천착했다. 그래서 미술관 1~3전시실 가운데 2층에 마련된 2전시실부터 보는 게 좋다.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면서 남긴 각종 드로잉이나 간단한 메모 같은 것들을 모아뒀다. 매스를 밑바닥에서부터 재구성하기 위해 점으로 선을 구성하고, 이 선을 반복적으로 겹치고 쌓아 나가면서 2차원적인 ‘면’을 만들고, 이를 다시 3차원적인 ‘공간’으로 일으켜 세워 나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때문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작품 그 자체 못지않게 그 작품에 드리우는 짙은 그림자다. 그림자는 ‘덩어리’스러운 질감을 더 풍성하게 드러냄으로써 매스의 내면을 다룬 설치작품들을 돋보이게 한다. 1전시실과 전시장 외부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 풍경을 적절히 드러낸다. 동시에 그 매스의 내면에 작가가 부여한 자연스러운 리듬감도 함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오는 30일 오후 2시에는 전국광의 작품 세계를 두고 세미나도 열린다. 입장료 3000원. (02)737-8643.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지자체 ‘작가 미술관’ 건립 붐

    지자체 ‘작가 미술관’ 건립 붐

    전국 자치단체에서 ‘작가 미술관’ 조성 붐이 일고 있다. 작고한 유명 화가나 원로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은 단순한 관광 효과 외에도 지자체의 문화적인 위상을 높일 수 있고, 이를 추진하는 단체장의 품격 있는 업적으로도 알맞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우리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인 이우환(74) 화백의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시는 부지 3만 3000㎡에 건물 면적 8250㎡로 건립할 계획이다. 비용은 국·시비 250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문화체육관광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해 놓았다. 이 화백은 지난 6일 설계를 담당할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 등과 함께 두류정수장 등 건립 후보지 2곳을 둘러보았다. 대구시는 2014년까지 이우환을 비롯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작가들을 위한 미술관으로 건립, 특별한 관광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전문 큐레이터도 이미 채용했다. 대구시 김대권 문화예술과장은 “미술관 건립 장소가 결정되면 바로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 공사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양주시는 장흥면 석현리 장흥문화예술체험특구 일대에 ‘양주 시립 장욱진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올 9월 설계가 마무리되면 공사에 들어가 내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미술관은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다 1990년 타계한 서양화가 장백진 화백의 부인 이경순씨와 유족이 기증한 유화 19점을 비롯해 벽화·드로잉 등 232점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양주시는 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양주시는 또 조각가 문신(1922~1995)의 ‘문신 아뜰리에미술관’을 장흥문화예술체험특구에 건립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모텔 한 동을 사들여 개조한 시립 아틀리에를 조성, 유명 작가의 미술관으로 개관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양주시 관계자는 “미술관들이 완공되면 장흥면사무소와 송암천문대 사이 4㎞ 구간에는 미술관 3개를 비롯해 장흥아트파크와 조각아카데미, 가족 조각공원, 100여개 아틀리에가 밀집한 미술관 단지가 조성된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산정 서세옥 화가 기념 미술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와 ‘서세옥 미술관’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 예산군 수덕사 인근에는 고암 이응노의 작품을 전시하는 ‘수덕사 선 미술관’이 2010년 3월 문을 열었다. 이 화백이 생전 작품 활동을 했던 예산군 덕산면 사천리 수덕여관 옆 부지에 지어진 미술관에는 이 화백의 호를 딴 고암 전시실이 마련돼 이 화백의 후손과 제자, 지인들이 기증한 작품과 수덕여관을 개축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습작 등이 전시돼 있다. 이 밖에도 지자체들이 개관해 직접 운영하는 미술관도 10여개에 이른다. 한국 작가 중 가장 비싼 작품가를 자랑하는 박수근의 고향 강원 양구에는 ‘박수근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연면적 1400여㎡에 77점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용인에는 ‘백남준 미술관’이 2008년에, 대전 서구에는 ‘이응노 미술관’이 2007년 각각 개관됐고 제주 서귀포에는 ‘이중섭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전국종합 cghan@seoul.co.kr
  • 在美 미디어 작가 김신일 ‘제3의 아름다움’展

    在美 미디어 작가 김신일 ‘제3의 아름다움’展

    ‘간취’(看取). 떠올랐던 단어다. 작가가 그렇게 던져 놓았고, 관람객이 그렇데 집어들 것만 같다. 눈을 손 삼아 움켜쥐고(看) 귀를 돋우어 들은 것(取)을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어 보인다. 24일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개막한 재미 미디어 작가 김신일(40)의 ‘제3의 아름다움’전 얘기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들을 맞이하는 것은 김 작가만의 기법인 압인(押印) ‘초상화’. 압인 드로잉이란 종이 등을 도구로 눌러 튀어나오거나 들어간 부분을 문자나 형상으로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종이 등 눌러 형태 만들고 조명… ‘압인 드로잉’ 기법 활용 김 작가는 물감을 다 써버린 볼펜 같은 것을 도구 삼아 일일이 드로잉하듯 눌러 만들어 뒀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빛. 빛이 드로잉을 통과하면서 묘한 형상을 만들어 낸다. 언뜻 보면 이게 뭔가 싶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머리 꽤나 복잡하게 굴리는 사람의 축 처진 어깨선이 고스란히 눈으로 빨려 들어온다. “흔히 망점이라고 하죠. 돋보기에 빛을 투과시키면 초점이 모이는 부분. 그림자란 게 원래는 까만데 망점만은 하얗습니다. 그 햐안 부분을 모아둔 게 저 머릿속이지요.” 전시장 안쪽에 자리 잡은 ‘책상 위의 정물’ 1·2·3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러저리 위치를 바꾸어 봤지만 별 차이는 없다. 조명을 그렇게 배치했기 때문이다. 일정한 방향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로 조명이 들이쳐야 음영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빛 자체에도 획과 농담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동양화적인 느낌까지 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개념은 전시장 중간 듬성듬성 놓여진 문자조각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낱개의 알파벳을 만들어다 붙인 것인데 어떤 글자로 무슨 문장을 만들었는지 맞춰보면 된다. ●“그림자 가운데 망점은 하얘… 작품 ‘초상’에 하얀 그림자 활용” 그 뒤편엔 다른 알파벳 덩어리도 있다. 아예 ‘눈높이, 분할된 시야, 개체’(Eye Level, Divided Sight, Individuality)라는 말의 알파벳을 뒤섞어 놨다. 분할된(divided) 시야이지만 분할되지 않는(in-divided) 개체의 아이러니를 조형적으로 제시한 셈. 살짝 기분 나빠진다. 뜻은 다 좋다 쳐도 왜 하필 영어만 잔뜩 늘어 놨을까. “지금 미국에서 활동해서이기도 하지만, 한글보다 더 낯선 알파벳으로 이런 조형을 만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줄까 궁금해졌어요. 미국 사람에게는 되레 한글로 이런 걸 만들어 보여주고 싶어요.” 김 작가는 1999년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2001년 미국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압인드로잉과 문자조각을 한데 합쳐 놓은 듯한 벽면의 문구. “When....are seen in the light of emptiness”라고 전시장 한쪽 구석에 새겨져 있다. ‘뭔가가 텅빔의 빛 속에서 보여질 때’ 정도로 읽힌다. 그런데 이게 거꾸로 찍혀 있는 바람에 전시장 바깥의 어떤 존재가 이 문구를 들여다보는 관람객을 관람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주어 자리는 무수하게 많은 존재가 들어찼다가 지워져 버린 듯 글자의 흔적이 어지러이 남겨져 있다. 그 숱한 주어들은 텅빈 공간의 빛 속에서 사라져 버린 듯 하다. 초월해 버렸을까, 견딜 수 없었을까. 훅 풍겨오는 것은 불교적 냄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교회 오빠’였는데 자꾸 작업을 하다보니 불교 쪽으로 넘어가더군요.” 왜 그럴까. “어떤 범주화를 하고, 그래서 구분 짓고 분별하는 것을 한번 흔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럼 범주화하고 분별 짓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언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언어 자체를 비틀어보고 싶었어요.” ‘정오의 시간’ 운운한 니체가 언뜻 떠오르기도 한다. 어떻게 해석하든 “개인의 너무 사사로운 경험을 다루는 최근의 개념미술 경향과는 궤도를 달리 한다(최열 학예실장).”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을 듯.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면 상설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도 좋다. 김종영 선생의 채색목조 작품들을 ‘여름에서 가을 사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해 뒀는데 전시장 배경 색깔을 연두색으로 해 뒀다. 보통 하얀색인 전시장에 비해 훨씬 시원한 감이 든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나왔던 독고진의 집이 바로 김종영미술관이다. 건물만 봐도 눈이 시원해진다. 김신일전은 다음 달 28일까지다. (02)3217-648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그림 통해 꿈과 희망 주며 살고 싶은데…”

    “그림 통해 꿈과 희망 주며 살고 싶은데…”

    경남 창원의 명곡교회에서는 지난 11일부터 ‘못다한 이야기’라는 소박한 그림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의 주인공은 지적장애 3급인 노태준(29)씨. 2009년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부터 ‘지적장애인 청년화가’로 알려진 주인공이다. 그의 이번 전시회가 특별한 것은, 어쩌면 생애 마지막 전시회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폐암 4기 판정… 병세 급격히 악화 ‘노씨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가족들은 애써 그에게 이번 전시회를 마련해 주었다. 노씨가 지난해 6월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던 것.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화가가 되겠다던 노씨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상심 속에 하루하루를 지내던 가족들은 급기야 지난 4월 주치의로부터 ‘길어야 2개월’이라는 선고를 전해 들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들어 노씨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자 가족들은 그가 그려 놓은 작품 30여점을 모아 부랴부랴 전시회를 열었다. 급하게 전시회를 준비했으나 장소가 마땅찮아 노씨가 다니던 교회를 전시장으로 삼았다. 작품 팸플릿도 그림과 안내문을 실은 간단한 엽서로 대체했다. 노씨가 처음 붓을 잡은 것은 고등학교 때. 미술을 전공한 교회 지인의 딸로부터 처음 그림을 배웠다. 주변에서는 “지적장애인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세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를 격려했다. 그 후 2006년부터 노충현 화백으로부터 그림을 배우며 유화와 드로잉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지적장애인 청년화가’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2009년 첫 개인전 ‘하느님이 채우신 그림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회는 기독교와 풍경을 주제로 한 유화와 드로잉으로 구성됐다. 들판에서 기도하고 있는 예수를 그린 ‘광야의 기도’와 베네치아의 풍경을 담은 ‘물의 도시’가 가족들이 꼽는 대표작. 노씨는 힘든 암투병 기간 동안 그림을 5점밖에 그리지 못했다. 노씨의 어머니 최영혜(56)씨는 “암투병하느라 더 많은 그림을 그리지 못해 아들이 무척 아쉬워한다.”고 전했다. ●‘광야의 기도’ 등 30여점 선보여 안타깝게도 생애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자신의 전시회에 그는 한 번밖에 가 보지 못했다. 암세포가 온몸으로 전이돼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고열에 시달리는가 하면 호흡도 점차 가빠지고 있다. 가족들이 부를 때야 겨우 의식을 차리고 간단한 대화를 나눈다. 병상의 노씨는 가족들에게 “하느님이 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재능을 주셨기 때문에 전시회도 열 수 있는 것”이라면서 “찾아 주는 분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어머니 최씨는 “아들이 투병 중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말은 사족(蛇足), 몸짓이면 족하다

    말은 사족(蛇足), 몸짓이면 족하다

    요즘 공연계에선 대사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몸으로만 소통하는 ‘무언극’ (혹은 비언어극·넌버벌 퍼포먼스)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배우들은 오로지 표정과 몸짓으로만 연기한다. # 비보잉 댄스 원한다면 →‘마리오네트’ 비보잉 뮤지컬 ‘마리오네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비보이팀 ‘익스프레션 크루’의 다이내믹한 안무와 절도 있는 움직임이 압권이다. 춤과 비보잉만으로 마법사와 인형의 사랑을 표현한다. ‘익스프레션 크루’는 2002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 비보이월드컵(Battle of the year)에서 아시아팀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들의 신들린 듯한 비보이 댄스는 스토리와 어우러져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전체 3막으로 이뤄진 ‘마리오네트’는 기승전결의 탄탄한 구성을 갖췄다. 서울 여의도동 대한생명 63아트홀에서 오픈런(마지막 공연 날짜를 정해 놓지 않은 형태)으로 공연된다. 3만원. (02)789-5663~4. # 난타·점프 리듬감 기억한다면→‘비밥’ 비빔밥을 주제로 한 ‘비밥’은 한국의 대표 음식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을 다양한 소리와 역동적인 춤으로 표현한 비언어극이다. 불고기와 더불어 외국인에게 ‘한국의 맛’으로 통하는 비빔밥이 음식을 넘어 극의 모티프가 되었다. 비(非)언어극 ‘난타’와 ‘점프’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최철기가 연출을 맡았다. 비트박스, 아카펠라, 비보잉, 애크러배틱, 마셜 아츠 등의 다양한 퍼포먼스가 하나로 융합되는 ‘비밥’은 공연 자체가 비빔밥과 흡사하다. 공연 막바지에 관객에게 비빔밥도 나눠 준다. 시청각 자극을 받은 관객들이 함께 나눠 먹는 비빔밥은 눈으로 보는 공연 이상의 만족을 선사한다. 한마디로 ‘맛있는 공연’이다. 서울 정동 한화손보 세실극장 오픈런. 2만~5만원. (02)501-7888. # 5분만에 명작 탄생… 눈요기 찾는다면 →‘드로잉쇼 - 히어로’ 배우 4명이 즉석에서 5분 만에 멋진 그림을 그리며 관객에게 눈요기를 제공하는 ‘드로잉쇼-히어로’도 무언극이다. 이들은 80분 동안 찰리 채플린, 슈퍼맨 등 영웅들을 그림을 통해 불러낸다. 무대 전체가 캔버스다. 물에 유성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천에 찍어내는데 프랑스 화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나 마이클 잭슨, 이소룡 등의 모습을 뚝딱 그려낸다. 드로잉의 마술적인 신비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서울 초동 명보아트홀 다온홀 오픈런. 4만~5만원. (02)2274-2121. 한 가족의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그림처럼 보여주는 연극도 있다. 오는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공간 아울 무대에 오르는 ‘성(聖) 가족’이다. 마당, 밥상, 화장실, 빨래터 등 배경을 달리하며 객석을 사로잡는다. 3만원. (070)7556-4628. 비언어극을 대중적으로 히트시킨 원조 격의 ‘난타’도 서울 홍대 난타전용극장과 명동 난타극장 등에서 공연 중이다. 홍대 공연은 이달 30일까지, 명동 공연은 오픈런이다. (02)739-8288.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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