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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박사가 뭐길래/이건영 중부대 총장

    한편의 코미디였다고 해야 할까? 얼마 전, 단명으로 끝난 교육부총리의 청문회는 교육기관 종사자들에게 참담한 기분을 안겨 주었다. 스승과 제자간의 서로 베끼기, 용역 주어 논문 초벌 만들기, 끼리끼리 심사하기 등 박사학위를 둘러싼 대학사회의 어두운 치부가 여과 없이 들추어진 것이다. 박사가 도대체 뭐기에 이 모양인가? 영국사람한테서 명함을 받아보면 이름 앞뒤에 수식어가 많이 붙어 있다. 이름 뒤에 붙어 있는 것은 대개 학사, 석사, 박사 등의 학위나 기술사 등의 면허 또는 가입한 학회 회원약칭 따위이고, 앞에 붙어 있는 것은 작위 같은 것이다. 편지를 쓸 경우 이름 앞에 붙이는 경칭은 경우에 따라 다르므로 아주 조심해야 한다. 요즘도 영국은 매년 심사를 하여 나라에 공이 많은 사람들을 귀족으로 서품하고 이에 합당한 작위를 준다. 대처여사도 남작 칭호를 받았고, 골프황제 이안 우스남도 작위를 받았다. 이름 앞에 이 같은 경칭을 붙이는 것은 대단한 영예에 속한다. 오늘날에는 이 같은 봉건사회의 골동품보다 대신 전문직을 나타내는 칭호나 학위 칭호가 걸맞는다. 그중 박사는 명예로운 칭호로 되어 있다. 그래서 명함에도 버젓이 무슨 박사라고 박아서 드러내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원래 선비를 숭상하던 유교적 관습 때문에 박사에 대한 사회적 예우는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 높은 편이다. 직업사회도 다양해지고 전문화되었다. 전문인들은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므로 국가에서 그들의 자격을 검증하고 인정해 주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소위 면허제도이다. 주로 ‘사’(士)자가 붙은 직업인들이다. 변호사가 있고, 건축사가 있고, 기술사가 있고, 의사가 있다. 국가기관에서 그 자격을 인정해 주기 때문에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제도이다. 박사도 이와 비슷하게 공부하는 학자에게 주는 면허 같은 것 아닌가? 학자도 직업인이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거나 또는 연구소에서 학문을 하려면 남보다 더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시대에 앞서서 전문 분야별로 미지의 학문을 개척하고 기술개발을 선도한다. 그리고 사회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책무도 지니고 있다. 실용주의적인 미국은 전문가로서의 자격증을 더 높이 평가한다. 가령 건축가이면 족하지 건축박사는 뭐에 쓰나? 의사나 변호사면 그만이지, 의학박사, 법학박사는 학자들의 칭호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의사들이 의학박사 학위를 가져야 의사 노릇을 할 수 있는 실정이다. 박사를 알아주는 사회가 되니 너도나도 나서고, 또 대학이 학위를 남발하면서 학문과는 무관한 사람들까지 박사학위 받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대학마다 박사가 쏟아지고 있다. 박사가 많이 배출되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질인 것이다. 외국에서는 수년 동안의 엄격한 과정을 거치고 절차를 밟아 학문의 길이 가시밭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야 학위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부대학은 학위장사를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학생들이 제대로 학교에 다니고, 논문다운 논문을 쓰고 있는가? 대학 주변에는 석사 학위 얼마, 박사 학위 얼마라는 식으로 논문을 대신 써 주는 곳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자격 미달자가 금전거래나 용역거래를 한다면 대학이 병들고 있다는 증거다. 외국의 유령대학을 나왔다는 가짜 박사 소동도 민망하다. 그뿐인가. 명예박사는 더욱 명예스러워야 할 터인데 힘있는 정치인들이 나누어 가지는 경향마저 있고, 심지어는 명예박사 학위를 세일하는 대학마저 있는 형편이다. 지난 청문회에 표본으로 드러난 서울의 유명대학 뒷모습이 물론 우리 대학사회를 전부 대표할 수는 없다. 작은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또한 분명한 것은 사회 전체가 흔들려도 대학만은 허물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이건영 중부대 총장
  • [길섶에서] 가장 비싼 차/이목희 논설위원

    전철에서 낯익은 인사와 마주쳤다.5공화국에서 청와대 수석과 장관을 지낸 이였다. 성성한 백발에 노인의 기색이 완연했다. 인사할 정도의 면식은 없었기에 그냥 쳐다만 보았다. 한때는 대통령의 측근 실세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세를 휘둘렀는데…. 좌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양새가 처량했다. 그가 먼저 내렸다. 뒷모습 역시 풀이 죽은 게 처연했다.“저렇게 될 걸 당시엔 무슨 호기를 그리 부렸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곰곰이 따지니 좋게 봐줄 구석도 있었다. 함께 세도를 누렸던 실세들 대부분은 감옥을 다녀왔다. 그는 부정비리 파문에 별로 오르내리지 않았다. 늘그막에 전철을 이용하는 것을 보면 개인적인 축재를 덜한 듯싶었다. 며칠 후 여러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를 역시 전철 안에서 만났다. 이번에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이렇게 가장 비싼 차를 타고 다닙니다.” 전혀 거리낌이 없는 그의 태도에 덩달아 즐거워졌다. 그는 잘나갈 때도 항상 겸손했다. 전철이 최고급 교통수단이라는 얘기가 조금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았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쿠바는 지금] (하) 돈벌이에 뛰어든 혁명이후 세대들

    [쿠바는 지금] (하) 돈벌이에 뛰어든 혁명이후 세대들

    |아바나(쿠바) 최병규특파원|관광가이드 야세르 포르투온도(50)는 쿠바혁명 직전 태어난 세대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사회주의 혁명으로 바티스타체제가 붕괴되기 3년 전인 지난 1956년 쿠바섬의 남동쪽 ‘올긴’에서 1녀1남의 둘째로 태어났다. 카스트로의 고향 ‘비란’과 멀지 않은 곳이다. 아버지가 소작농이었던 까닭에 집안은 몹시 궁핍했다. 혁명 직후 농지개혁법이 발표된 뒤 대지주의 토지와 미국계 기업의 대농원 등이 몰수됐다고는 하지만 ‘혁명의 혜택’은 수백㎞ 떨어진 시골구석에까지 미치지 못했다. 혁명과 거의 동갑내기에 가까운 그의 이후 삶은 혁명 47년에 걸친 굴곡의 역사와 궤를 같이 했다. 수도 아바나로의 ‘상경 러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0년대 초반에 그는 홀로 유학길에 올랐다. 아바나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그는 1986년 졸업 뒤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과의 미사일 분쟁에 이어진 경제봉쇄조치로 경제가 곤두박질쳤지만 옛 소련과의 ‘경제적인 연대’는 남아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가정을 꾸렸다. 살림은 비록 ‘배급 티켓’에 의존했지만 그들에겐 무상으로 제공받는 의료와 교육 혜택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 소련 연방의 해체는 쿠바 경제는 물론, 그의 가정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질 좋은 설탕과 맞바꾸던 옛 소련의 석유 공급은 연방 해체와 동시에 끊겼다.“1993년은 쿠바 최악의 해였다.”고 그는 기억을 더듬는다. 소련이 사라지면서 휘발유도 사라졌다. 앞마당에 세워둔 54년식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녹은 더 두꺼워졌고, 국가 전력이 바닥나 하루에 16시간씩이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13년 뒤, 그는 현재 관광가이드로 일하면서 그런 대로 ‘사람다운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아내 역시 이제는 사탕수수를 대신해 국가 제1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두 자녀도 대학을 졸업한 뒤 돈벌이에 나섰다. 지난해 신층 주택가인 ‘베다도’ 지역으로 집을 옮기는 등 살림이 핀 건 외국관광객이 바꿔다 준 CUC(Cuban Conertible Peso·쿠바 태환화폐) 덕분이다. ●CUC, 쿠바경제의 인공심장 쿠바는 이중화폐 제도를 갖고 있다.CUC와 내국인용 페소(Peso)다. 그러나 현재 쿠바의 경제를 지탱하며 큰 틀을 잡고 있는 것은 CUC다. 지난 90년대 초반 미국의 기나긴 경제봉쇄조치에 대항해 탄생한 CUC는 당초 외국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전용 화폐’였다.“미국 달러화의 덕은 보지만 언젠간 그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이른바 ‘갱생과 저항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포스트 카스트로’의 윤곽을 점치게 할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CUC는 이후 약 10년간 미국 달러와 함께 쓰여졌지만 쿠바정부는 지난 2004년 아예 공식적으로 사용을 금지시켰다. 공항이나 시내의 ‘카데카(환전소)’에서 미국 달러는 CUC보다 10%가량 가치가 떨어진다. 여기에 약 8%의 환전수수료까지 뗄 경우 미국 달러의 화폐가치는 더 떨어진다. 비록 쿠바 밖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 화폐로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하지만 CUC는 분명 지구에서 5개밖에 남지 않은 사회주의국가 가운데 하나인 쿠바의 허약한 경제의 피를 돌게 하는 ‘인공심장’이다. 외국관광객을 상대로 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내국인용 화폐인 쿠바 페소보다 25배 가까이 가치가 높은 CUC를 벌어들이는 포르투온도는 “쿠바는 CUC 덕분에 지금의 나 만큼이나 나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한다.“그러나 CUC가 없다면 쿠바경제는 상당히 숨쉬기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사실 CUC의 사용은 그와 같은 ‘특수 계층’뿐만 아니라 적어도 아바나시 절반 이상의 일반인들에까지 확산돼 가는 추세다. 생수나 신문, 하잘 것 없는 기념품 따위를 살 때에도 ‘페소’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올드아바나의 명동격인 ‘오비스포’거리는 물론,‘베다도’ 구역 슈퍼마켓 물건의 가격표에도 모조리 CUC가 박혀 있다. 미국의 ‘자본무기’에 대항해 탄생한 CUC가 도리어 퇴색한 사회주의의 옷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은 과장일까. ●더욱 벌어지는 계층간 격차 CUC 사용의 확산과 함께 변화하는 쿠바의 모습은 옛 시가지의 재건축 바람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의 아바나시는 20년전 일본 관광객이 처음 발을 들인 그 때의 모습이 아니다. 방파제를 차고 넘는 파도 아래로 달려가는 클래식 카의 뒷모습과 줄지어 선 낡은 식민지풍 건물들의 흑백사진 풍경은 앞으로는 흔하지 않을 듯싶다. 말레콘을 따라 줄지어 있는 센트로지역의 건물들은 요즘 새 단장이 한창이다. 물론 뼈대는 그대로 유지한 채 흉물스럽던 겉모습을 새 옷으로 갈아 입히는 일이다. 포르투온도는 “지난해부터 쿠바정부는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15만가구의 집을 더 짓도록 했고, 이와 함께 기존의 옛 건물들에 대한 리노베이션도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바나의 진정한 변화는 더욱 벌어지는 계층간의 격차다. 생활 수준에 따라 4개 권역으로 뚜렷하게 나눠지는 아바나시는 자본없이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사회주의의 무력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표본이다. 빨랫물이 줄줄 떨어지는 올드아바나의 골목길에는 아직도 구걸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반면 베다도 구역의 나이트클럽에서는 젊은 ‘아바노’들이 쿵쿵거리는 80년대 팝송을 즐기고 일반 노동자 임금의 몇 배에 이르는 고급 럼주를 마시며 그들만의 삶을 즐긴다. 말끔한 ‘윤다이(현대)’차를 모는 귀족들이 있는가 하면, 시 외곽 정류장에선 2시간 만에 도착한 버스를 타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풍경이 다반사다. 공장에서 빼돌린 고급 시가를 권하는 남자 ‘삐끼´들과 유럽의 신랑감을 구하기 위해 끈적한 눈짓을 던지는 ‘히네테라(창녀)’들을 아바나 거리에서 만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모습은 가난에 묶인 쿠바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상징돼 왔다. 사회주의 혁명 47년째를 보내고 있는 쿠바. 그리고 또 다시 침묵에 들어간 피델 카스트로의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 지금 아바나는 언제나처럼 같은 모습이지만 관광가이드 포르투온도의 요동친 삶처럼 치열한 ‘삶의 투쟁’이, 그리고 변화에 대한 욕구가 속에서 꿈틀대는 것처럼 보인다. 말레콘 방파제 밖 카리브해는 지금은 잠잠하지만 언젠가 ‘변화의 태풍’이 휘몰아칠 것이 확실하다. 남은 질문은 과연 그때가 언제일까하는 것뿐이다. cbk91065@seoul.co.kr ■ 시장경제 활성화 가능성 한국제품 인기도 치솟아 라울 카스트로(75) 국방장관이 이끄는 쿠바 체제에서 한국과 쿠바간의 교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형 피델에 비해 실용주의 성향이 강한 그가 경제정책을 지휘할 경우 한국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지 우리 기업인들의 표정도 긍정적이다. 라울 체제가 확립되면 정치적으로는 큰 변동이 없겠지만 민간 부문에선 시장경제가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도 한국 제품은 빠르게 쿠바 사회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삼성·LG 가전을 중심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쿠바인의 평가는 후하다. 현지 신차의 20%가량이 한국산이며, 에어컨과 냉장고도 지난해 1억 5000만달러(약 1500억원)의 수출 및 수주액을 기록했다. 쿠바는 이웃 미국의 오랜 경제봉쇄 속에서도 꾸준히 ‘개혁 정책’을 펴왔다. 게다가 피델 카스트로가 한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피력한 점도 쿠바 진출에는 보약이다. 그는 지난달 권력이양 직전 아바나의 현대중공업 공사장을 찾아 한국인의 부지런함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현대중공업이 7억 5000만달러(약 7500억원) 규모의 디젤발전기 544대를 수주할 당시 일본을 제친 데는 오직 피델의 한마디,“한국인의 추진력을 믿는다.”였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북한보다 낫다는 지론이다. 코트라(KOTRA)가 지난해 9월 아바나에 무역관을 설치한 이후 쿠바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난 5월 쿠바 국영기업 20여곳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교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의 쿠바 수출은 4387만달러, 쿠바로부터의 수입은 100만달러였다. 제3국 생산 제품과 3국 경유 간접수출까지 합치면 쿠바 수출은 연간 1억달러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발전기의 쿠바 수출이 본격화하면 연간 4억달러는 훌쩍 넘어선다. 지금까지 수출된 품목은 자동차, 자동차부품, 타이어, 에어컨, 건설용 중장비, 의료용 살균기 등이다. 쿠바의 에너지혁명 정책에 따라 앞으로 각종 전력생산 설비와 절전용 기자재, 의료기기 수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쿠바의 한국 수출은 백신 및 생명공학 기술협력을 비롯해 럼주, 과일주스, 수산물 등이 가능성 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Who are you? 18일부터 9월1일까지 서울 팔판동 갤러리 인. 사진작가 박상훈의 여섯번째 개인전으로, 주목받는 스타들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송강호 전도연 등 인기 스타들의 일상적 뒷 모습을 통해 상품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바라보고자 한다.(02)732-4677. ■ Photograph & Life Art-생활속 문화제안 21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쌈지. 대중들에게 작품성이 있으면서 보다 다양한 사진을 제공하기 위한 ‘사진장터’ 개념으로 마련된 전시. 권순평 엄효용 임안나 노정하 양현모 이주용 정명오 정소영 황선구 등 40인의 사진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인다.(02)736-0088. ■ 도큐먼트 창동 18일부터 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 창동스튜디오의 국내외 입주작가 25명이 입주기간중 창작성과를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 강서경 이상원 김영훈 권기범 이문주 등 장·단기 국내 입주작가 및 앙키 푸르반도노(인도네시아), 등 이푸(중국), 스티븐 빈크눅(네덜란드) 등 국제 초청 및 교환작가 등이 참여한다.(02)2188-6038. [뮤지컬] ■ 한여름밤의 악몽 9월10일까지 아룽구지소극장.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사정없이 비튼 한국판 ‘한여름밤의 꿈’. 숲속 흉가를 배경으로 도깨비와 인간들의 옥신각신 사랑이야기가 마당극의 형식을 빌려 유쾌하게 펼쳐진다. 박재민 번안·연출, 고인배 한성식 등 출연. 화∼목 8시, 금·토 4시30분·8시, 일 4시30분.2만 5000원.(02)762-0010. ■ 한네의 승천 17∼20일 목·금 7시, 토 3시·7시, 일 5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 이승의 삶에 좌절을 느낀 젊은 여인 한네가 두번이나 선녀담에 몸을 던져 저승에서 낙원을 찾는다는 설화를 소재로 한 국악뮤지컬. 김영동 작곡, 박성찬 연출, 서범석 김유진 등 출연.7000∼2만원.(031)289-6421. [연극] ■ 흡혈귀 9월24일까지 인아소극장. 흡혈귀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흡혈귀라고 믿는 아내의 이야기로 김영하의 동명 소설이 원작. 오브제와 영상을 활용한 시각적 무대에 신경을 썼다. 김종연 연출, 박정환 김석주 등 출연. 화∼금 8시, 토 4시30분·7시, 일 4시30분.5000∼1만원.(02)3142-0538. ■ 하이라이프 9월17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4시 한양레퍼토리씨어터. 은행강도, 절도범, 살인범, 사기꾼 등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네 남자의 꿈과 좌절을 그린 블랙코미디. 리 맥두걸 원작, 박광정 민복기 연출. 이남희 유연수 등 출연.2만∼2만 5000원.(02)762-0810. ■ 줄넘기 27일까지 화∼금 8시, 토·일 3시·6시 사다리아트센터 세모극장. 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여자늑대와 남자여우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남녀관계를 분석한 유쾌한 사랑 이야기. 강석호 작·권호성 연출, 김정은 오민석 등 출연.1만 5000∼2만원.(02)744-0300. [클래식] ■ 청소년음악회 18일 오후7시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원자력문화재단이 무료로 제공하는 음악회. 오페라 돈조바니 서곡, 바이올린 협주곡 제4번 D장조 K.218, 교향곡 41번 ‘주피터’가 연주된다. 수원시립교향악단 연주에 바이올리니스트 우정은이 협연한다.(02)-2191-1455. ■ 서울시향 앙상블 18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브람스의 현악4중주 1번C단조 등 연주.2만∼4만원.(02)-399-1114. [어린이] ■ 꼬방꼬방 20일까지 화∼일 2시·4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소재로 한 놀이음악극.1만 8000∼2만 2000원.(02)580-1300. ■ 모자와 신발 20일까지 화∼일 2시·4시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신발을 찾아 떠나는 모자의 여행담을 통해 세상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운다.2만원.(02)382-5477.
  • [커리어 우먼] 송인희 이마트 부평점장

    [커리어 우먼] 송인희 이마트 부평점장

    ‘주부사원에서 점장까지’ ‘여직원들의 대모’‘살아있는 전설’…. 송인희(54) 이마트 부평점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두 아이를 둔 결혼 10년차 주부가 22년만에 국내 최대 대형할인매장인 이마트의 점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송 점장을 만나러가면서 줄곧 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맏언니 같은 푸근함과 몸에 밴 친절함은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준다.‘이것이구나.’싶었다. ●“첫 매장에서 정년 맞는 나는 행복한 사람” 송 점장은 지난해 6월 이마트 부평점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마트의 여성 점장 1호였다. 협력업체와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포함해 700여명을 거느리는 작지 않은 매장이다. 어깨가 무거웠다. 부임 넉달만에 개점 1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매출과 이익이 전체 80개 매장 중 중간 정도는 된다고 했다. 지난 6월 목표 달성률은 전체에서 3위, 신장률은 12.1%로 7위였다. 지난 7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성공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부평점은 송 점장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마트가 생기면서 신세계 백화점에서 옮겨올 때 처음으로 발령받아 근무한 매장이기 때문이다.10년만에 점장으로 금의환향한 것이다. 이마트 부평점은 ‘전쟁중’이다. 주변 반경 5㎞ 이내에 대형할인점과 백화점이 무려 13곳이나 된다. 이들간에 양보없는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부평점은 원래 백화점이었던 것을 이마트가 인수했다. 그러다 보니 1층 매장 한가운데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정문은 닫혀 활용할 수 없다. 에스컬레이터 옆에 무빙워크를 설치해 고객들의 불편을 덜었지만 여전히 불편한 건물구조라는 약점을 갖고 있다. 송 점장은 이런 약점을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로 보완했다. 친절 교육은 송 점장의 주특기이다.5년반 동안 54개 신규 점포의 개점작업을 지원하면서 캐셔 등 직원 친절교육과 직무교육을 맡아온 베테랑이다. 고객들이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캐셔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했다. 매장내 문화센터에 지역주민들을 초청, 품평회를 열면서 벽을 허물었다. ‘정이 넘치는 신애인화(信愛忍和) 부평점 만들기’를 목표로 일했다.‘고객제일주의’가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판단, 최근에는 매장의 모토를 ‘매사진선(每事盡善)’으로 바꾸고 ‘유통대전’에 대비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할인점이라고 물건만 파나요? 1983년,9살과 5살난 두 아이를 둔 전업주부였던 그녀는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고,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다. 그러던 중 신세계 주부사원 공채 광고가 송 점장의 눈에 띄었다. 당시 90여명의 주부사원이 들어왔지만 남아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 송 점장이 백화점에서 처음 한 일은 지하 식품부 과자 코너에서 판매하는 것이었다.12년 동안 과자와 해산물, 주류 코너를 맡아 일했다. 신세계가 이마트를 시작하면서 이마트로 자리를 옮겼다. 부평점 식품코너장으로 있으면서 상품관리는 물론 10여명의 직원들을 관리했다. 이어 F팀 파트장을 맡았다.F는 ‘Front End’의 약자로 주로 고객들과 직접 부딪치는 캐셔와 매장 직원들을 관리하는 부서다.60∼70명의 캐셔들을 관리했다. 친절교육을 겸하면서 고객서비스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송 점장의 이같은 생각은 할인점식 서비스인 ‘고객만족센터’를 탄생시켰다. “유통업은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친절도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업이다. 대형할인점은 가격 요소가 가장 중요하지만, 고객서비스를 간과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초창기에는 사내 서비스교재도 없어 교육부서와 함께 매뉴얼을 만들고 직원 친절교육을 실시했다. ●퇴장하는 뒷모습 아름답게 기억되고파 송 점장은 지난 3월 부장으로 승진했다. 내년이면 정년이다.“정년이 따로 있나요. 남자들도 50세 넘어까지 일하기 어려운데….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해했다. 정년까지 열심히 일하고 24년간 쌓아온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다. 송 점장은 퇴장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는 작은 욕심을 가져본다. 군 복무를 마친 둘째가 2년전 이마트에 입사해 가양점에서 근무하는 2대째 이마트 가족이다. 글 김균미 사진 이언탁기자 kmkim@seoul.co.kr ■ 송인희 점장은 ▲1952년생 ▲대전여고 졸업 ▲1983년 신세계 주부사원 1기 입사 ▲1984년 신세계 백화점 본점 식품부 ▲1995년 이마트 부평점 F팀 파트장 ▲1998년 분당점 F팀장 ▲1999년 본점 판매담당 MSV팀 ▲2005년∼부평점 점장
  • [길섶에서] 뒷모습/우득정 논설위원

    “혹시 여기에서 머리 깎았습니까?”점심시간에 들른 목욕탕의 이발사가 묻는다. 얼굴을 보니 족히 예순은 넘은 것 같다. 아니라고 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머리를 주억거리며 머리는 이렇게 깎는 게 아니라며 시범을 보이겠단다. 가위에 기름칠을 하더니 깎고 또 깎는다. 옆자리에 손님 두명이 바뀔 동안 가위질이 멈추질 않는다. “아저씨처럼 머리가 희끗희끗해가는 사람은 앞모습 못지 않게 뒷모습도 중요합니다. 지난 번에는 누가 깎았는지 모르지만 기계로 듬성듬성 밀어놓은 게 보기에도 아주 흉해요.”그러면서 거울을 머리 뒤에 갖다대며 자신이 만든 작품을 내비친다.‘이발한 뒤 누가 뒷모습까지 보나요.’라고 말하려다 “아주 마음에 드는데요.”라고 맞장구쳤다. 그러자 이발사는 흡족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깔며 “길거리를 가다가도 사람들의 앞모습보다는 뒷모습을 훨씬 더 많이 보게 되잖아요.”라며 나의 무신경을 질타한다. 목욕탕을 나서면서 괜히 시선이 남의 뒤통수를 향한다. 이젠 앞모습으로는 부족해 뒷모습까지 들이밀며 존재의 가치를 알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치솟았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정부탓만 하는 급식개선 기사들/진정회 성균관대 경제학과 4학년

    학생들에게 급식은 무엇일까. 지난 4월 모교에서 교생실습을 할 때, 종이 울리자마자 앞 다투어 급식실로 뛰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찍 일어나서 학교 가기 바쁜 아침시간에 제대로 밥을 챙겨 먹기란 쉽지 않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지금은 더더욱 집에서 자녀에게 영양이 균형 잡힌 식사를 챙겨주기 어렵다.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점심, 저녁 두 끼의 급식에서 하루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지금의 급식은 단순히 ‘학생들이 학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주된 영양공급원’인 것이다. 급식은 실로 중요한 문제였다. 지난 21∼22일 위탁급식업체 CJ푸드시스템이 급식하는 수도권 중·고교 26곳의 학생 1200명에게서 대규모 식중독 증세가 나타났다.23,24일자 각 신문은 이 대형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책임소재를 가리는 보도를 내놓았다. 언론의 비판은 주로 관리를 허술하게 한 정부당국과 질 낮은 식자재를 공급한 부실 하청업체를 향했다. “(일제 단속을 벌이고도 CJ푸드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한)보건당국의 허술한 식품관리”,“음식재료를 공급한 납품업체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CJ푸드시스템에서 불량재료를 걸러내지 못해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24일 3면),“당국의 관리소홀과 늑장대응, 위탁업체의 허술한 위생 및 유통관리 등이 어우러진 총체적 인재”(24일 사설) 등 서울신문 보도도 결국은 정부 책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윤 추구를 지상 과제로 하는 대기업이 굳이 학교 급식사업에까지 뛰어든 자체를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한 보도는 없었다. 이 사건이 건강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먹을거리의 생산·유통에 대해 ‘대기업 집중화’가 이루어질 때 나타나는 폐해의 일부일 뿐이라는 성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직영급식은 일일이 점검하고 관리하기 귀찮은 반면, 대기업 위탁을 하면 만일 사고가 나도 대기업 이름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학생들의 건강을 도외시한 학교측의 안일한 태도도 충분히 지적되지 못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이 없이 ‘당국의 감독 소홀’만 탓하고, 근본적인 대안 대신 정부의 관리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하는 언론 보도는 학교 급식을 ‘식중독 사고만 안 나도록 조심하면 되는 것’으로 보는 인식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언론도 이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2004년 학교급식조례 논란부터 최근 지방선거까지 급식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있었지만, 언론은 이를 제대로 공론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조례는 지자체로 하여금 학교 급식에 국산 유기농산물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2004년 이 조례가(우리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권장하여)WTO 협정을 위반했다며 대법원에 제소되어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학교급식법 12조에도 “미국 농무부장관은 학교급식 담당자로 하여금 실제 가능한 최대한도로 미국산 농산물이나 식재료를 구매하도록 요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보도는 많지 않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언론은 광역단체장들의 굵직한 개발공약이나 정치공방에 치중했다. 일부 단체장·의원 후보들의 ‘학교 급식에 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쓰도록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이 있었지만, 이런 ‘자잘한’ 정책은 언론에서 중요하게 취급받지 못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될수록 아동·청소년의 영양과 관련된 학교급식의 중요성은 커진다. 학교 급식에 대한 인식을 ‘식중독만 막으면 된다.’에서 ‘초·중·고 12년간 아이들의 주된 영양공급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언론은 “정부 관리·감독 강화”처럼 하나마나한 주문 말고, 안전하고 맛있는 학교 급식을 위해서는 어떤 체제가 적당한지, 그를 보완하기 위해선 어떤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지 짚어보는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 진정회 성균관대 경제학과 4학년
  • 실버부부를 위한 테마여행 제주도

    실버부부를 위한 테마여행 제주도

    “어머니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정한모의 시 중에서. 젊은 시절 사는 데 급급해서 제대로 여행 한번 못했고, 굽은 허리로 손주들 돌보느라고 서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부모님. 지금 낭만의 섬 제주도에는 ‘아버지, 어머니’가 아닌 ‘남편과 아내’로 다시 태어나는 노년 부부의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아래….” 이렇듯 제주도는 누구에게나 낭만과 추억의 섬이다. 이런 제주에서 황혼의 부부들이 신혼기분, 새로운 인생을 찾아 나섰다. 백발이 허연 아버지가 등이 굽은 어머니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너무나도 멋진 황혼을 보내는 그들이 아름답고 부럽다. 환갑이 지난 노부부 둘이서 스파도 즐기고, 케이크도 만들고, 웨딩촬영 등을 하며 새로운 인생의 즐거움을 찾고 남은 인생을 설계하는 여행, 멋지지 않은가. 매일같이 동네 경로당이나 가서 시간을 보내는 부모님을 위해 특별한 날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자. 제주도의 푸른 밤은 젊은 연인들보다 주름진 얼굴의 우리 부모님에게 더욱 잘 어울린다. 글 사진 제주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에이 이 사람아, 우리도 가슴에는 아직 뜨거운 열정이 남아 있어.”라며 이찬용(69·수원 영통)씨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공항으로 들어서며 하는 말이다. 그렇다. 누구나 여행은 가슴이 설레고 들뜨게 하는 모양이다. 멀미약을귀 밑에 붙인 어르신부터 멋진 모자를 눌러쓴 할머니까지 비행기에 오르는 표정은 그야말로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 같다. # 혼저옵서예, 제주 제주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기타와 조그만 북을 든 청년들이 “혼저옵서예, 제주. 아름답고 멋진 추억을 제주에서, 러브포에버….”라며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어르신들을 맞는다. 바로 노래를 부르며 노부부를 맞는 이들이 여행을 함께 할 PO(Play Operater·놀이도우미)들이다. 부모님들은 살갑게 웃으며 인사하는 그들이 귀여운가보다.“허허 우리 손주 녀석 같네. 반가워”라며 웃음짓는다. # 여보, 우리도 한번 땡겨 봅시다 첫날 저녁에 이어지는 흥겨운 ‘파티’. 손자 같은 PO들의 전통 춤, 마술쇼, 흘러간 추억의 노래, 스포츠 댄스 공연에 어깨춤이 들썩인다. 이번에는 부부댄스. 어른신들이 엉덩이를 의자에 붙은 양 좀처럼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자 PO들이 ‘어머니, 어버님’하며 손을 잡아끌자 마지 못해 일어서는 부모님들. 막상 리듬, 박자도 무시하고 아내의 발을 밟으며 춤에 열중하는 그들.“어렵다. 우린 우리 식이 좋아.”라며 흥겨운 몸짓을 보니 아직 가슴속에 남아 있는 부모님들의 열정이 느껴진다.“여보, 그냥 신나게 흔들어봐. 나 몰래 카바레에서 키운 실력 어디 갔어.”라는 짓궂은 농담에 얼굴을 붉히는 어머니도 흥겨움에, 젊었을 때 기분에 젖어든다. “젊은이들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니 10년은 젊어진 것 같아, 재미도 있고.” 그래 머리가 허옇게 변했다고 가슴의 열정까지 모두 없어져 버린 것은 아니었다.‘우리 부모님 세대는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얼마나 가져보았을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짠’해온다. # 사랑해, 여보 제주도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섭지코지에 갔다. 젊은이나 어르신들이나 여행지에 소중한 기억을 사진에 옮기느라고 정신 없는 것은 똑같다. 사진을 찍어 주던 PO가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어버님 어머님 얼굴을 바라보시고, 아니 좀더 가까이”라며 포즈를 주문하자 “아이 그냥 찍어라, 빨리”라는 이문재(61·인천 연수)씨. 그러자 옆에 있던 아내 주의자(50)씨가 “사진인데 뭐가 쑥스럽다고, 저기 애들 좀 봐요.”라며 허리를 꽉 안는다.“자 이번에는 아버님 ‘사랑해’라고 해보세요.”라는 주문에 “내가 살면서 한번도 듣지 못한 말인데, 이이가 여기서 하겠나. 관둬라.”라는 아내. 그러자 모기만 한 목소리로 “사랑해, 그리고 미안하고 너무 고마워”라는 이씨의 목소리. 환해지는 아내, 빨개진 남편의 얼굴이 묘한 대비를 이루지만 둘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여행이 좋기는 좋은가 보다. 평생을 듣지 못했던 ‘사랑해’란 말을 백주대낮에 들으니 말이다. 푸른 초원을, 파란 바다를 바라보는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와 행복감이 맑은 수채화처럼 번진다. # 우리 아내가 이리 곱나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웨딩촬영. 머리와 화장을 곱게 한 이필수(68·경기 안산)Tl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었다.“이게 얼마만인가. 한 40년이 넘은 것 같네. 근데 주름도 많고 보기 싫지”라고 하자 “아니에요. 어머니 너무 곱고 예쁘세요.”라는 부추김이 싫지 않으신가 보다. 여자는 어쩔 수 없다니까. “아니 우리 마누라가 어디 있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만 있네”라는 정한두(70·경기 안산)씨.“정말 우리 할멈이 이렇게 입으니 너무 고와”하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하얀 웨딩드레스와 말끔한 턱시도를 입은 한 쌍의 연인이 아름다운 제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비록 얼굴에는 주름이 있고 머리는 하얗지만 그들의 마음은 지금 결혼식을 앞둔 신랑신부와 같은가보다. 얼굴에 땀은 흐르고, 몇 십년 만에 입어보는 옷에 불편하지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렇게 보낸 재미나고 아름다운 시간은 비록 3일이지만 추억은 어머니, 아버지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 여행정보 부모님들을 위한 제주 효도관광 상품은 다양하다. 가격뿐 아니라 프로그램, 내용, 부대비용 등을 꼼꼼히 비교하여 정하는 것이 좋다. 한화리조트에서 만든 ‘러브포에버’는 노부부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여행으로 다시 한번 신혼의 기쁨을 돌려주는 것은 기본이고 어르신들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여행상품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부모님과 여행을 동반하지 못할 때나 환갑이나 칠순 때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박3일의 일정으로 제주 관광지 여행은 물론이고 최고급 식사, 파티, 테라피체험, 케이크만들기, 파크골프, 요가, 웨딩촬영 등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알차게 채워졌다. 오는 19일부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출발한다. 선착순 20쌍 한정이며 요금은 1인당 40만원이다.(02)729-3915, www.hanwharesort.co.kr 이밖에도 대한항공 리멤버허니문(www.koreanair.com), 제주다나와(www.jejudanawa.com), 두두투어(www.dudutour.com) 등도 참고할 만하다.
  • [가슴 속 그림 한폭] 막스 에른스트 ‘신부의 옷차림’

    [가슴 속 그림 한폭] 막스 에른스트 ‘신부의 옷차림’

    한국의 처음이자 마지막 히피? ‘물 좀 주소’ 와 ‘행복의 나라’의 싱어송라이터? 영화배우? 문화비평가? 혹은 사진가? 광풍에 비까지 추적이는데 벤치에 앉아 큰소리로 대답에 열중하는 그는 오히려 기인에 가깝다. 게다가 이건 또 무슨 괴이한 그림인가. “막스 에른스트의 ‘신부의 옷차림´이란 그림이죠. 1966년 봄에 미국의 한 미술관에서 우연히 보았는데 잔인한 표현에 충격을 받았죠. 상상도 못하는 어두운 부분을 순결한 신부로 표현하다니….” 여자란 보통 구원을 주는 존재로 표현되지 않는가. “여자는 구원을 주는 동시에 상처도 줍니다. 이중적이죠. 그림처럼 관능적인 몸매로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만 독수리같이 매서운 존재이기도 하죠. 그 양면성은 남성에게 근원적인 두려움을 품고 살게 합니다. 전 아내와 이혼했을 때 그걸 깨달았죠.” 하지만 양면성은 모든 사람이 가진 특질이 아닐까. “맞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르죠. 모두가 선악을 품고 있는데…. 일단 자신의 양면성을 인정하면 최소한 양호한 삶을 살려고 노력할 수 있어요.” 인터뷰 동안 ‘양호하다’는 단어가 많았다. 내 젊은 나이도, 금연도, 음악이나 그림을 좋아하는 것도, 권력욕을 경계하는 것도 그는 ‘양호한데∼’라고 대답했다. “그림을 보면 뒤에 거울이 있는데 거울이 여인의 뒷모습이 아니라 앞모습을 그대로 비추죠. 저 관능적이지만 무서운 여인은 그 자체로 솔직한 거죠. 뒤에 아무것도 숨긴 것이 없어요. 착한 척하며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지도 않고 앞에선 웃으며 권력욕에 사람을 학살하지도 않죠. 문제는 나쁜 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악의를 뒤에 숨기고 다른 이를 속이는 겁니다.” 비단 사람만 양면성이 있을까. 손톱에 바른 은색 에나멜과 해골 목걸이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 사회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예전엔 기득권이 폭력으로 대중을 억압하더니 지금은 신용카드로 대중을 속이더군요. 앞에선 도와주는 척 돈을 빌려주고, 뒤로는 3%의 부자에게 15%의 이자가 고스란히 가죠. 쉽게 번 돈으로 비싼 바그너 축제를 즐기러 가고.” 아무리 세상이 좋아져도 계층은 존재하고 물건의 희소성 때문에 모두가 즐기지는 못할 텐데. “같이 노력해야죠. 난 우선 누드사진을 하려고. 범람하는 포르노 덕에 대중은 진짜 누드의 아름다움을 접할 기회가 없잖아요. 내 노래가 인정받는데 30년이 걸린 것처럼 세상은 점점 나아질 거요. 우선 사회가 착한 편, 나쁜 편 가르는 데만 열중하지 않고 선악이 공존하는 모습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그 다음은 같이 노력해야죠.”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발명 마인드만 가져도 큰 자산”

    “발명이 제품화까지 이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그걸 떠나서 ‘발명 마인드’만 갖고 있더라도 큰 자산이 됩니다.” 대학생 조현성(23·한국외대)씨는 발명에 죽고, 발명에 사는 발명왕이다. 그가 등록한 특허(실용신안)만 해도 4건.2001년 대한민국 학생발명 전시회에서는 과기부 장관상,2002년 스위스 제네바 신기술전시회에서 은상을 받는 등 그동안 국내외 발명대회, 창업 경진대회 등에서 200회 넘게 입상했다. ‘발명의 날’을 맞아 만난 그는 발명의 매력에 대해 “어렸을 때 발명에 대한 의식을 키워주면 어떤 전공을 선택하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발명은 호기심과 불편함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조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복지회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해 좌변기 측면에 설치된 손잡이는 상체 힘이 없는 경우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손잡이를 만들었다. 그는 “최근 주부들이 발명을 해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면서 “조금만 눈을 뜨고 고민을 한다면 누구나 발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런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초·중·고교에서는 발명반이 인기고 매년 수많은 발명 대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발명 열풍의 이면에 대해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한번은 발명 전시회에 갔더니 제가 만든 제품과 똑같은 게 있더라고요. 모 대학 교수가 어떤 고등학생의 대입에 도움을 주려고 제 제품을 베껴서 대신 출품했던 것이었습니다.” 학생을 생각해 법적 대응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발명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것 같아 기분이 착잡하다. 남들은 4학년이라 취업준비에 정신 없지만 그는 느긋하다. 학군단(ROTC)이라 임관을 앞둬서가 아니다. 제대 후에는 IT 관련 발명과 광고 분야 일을 할 생각이고 이미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오션이라는 게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 그게 바로 발명이고 개척 아닐까요.” 이날도 원주에서 열리는 발명대회 참가를 위해 노트북을 들고 나섰다. 그 뒷모습이 당당해 보인 것은 발명이 주는 자신감 때문이 아니었을까.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새 광고] 車와 신체부위 ‘성능’ 비교

    쌍용차동차의 액티언스포츠 광고는 화려하고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는 기존의 자동차 광고와는 달리 한 가지 색만을 사용해 부드러운 색감과 이미지를 보여주는 모노톤 방식이다. 세련되면서 강한 느낌이 든다. 액티언스포츠는 남성 신체 부위와 비교해 설명된다. 눈은 헤드라이트, 귀는 사이드 미러, 모델과 차의 옆모습과 뒷모습을 한 장면씩 보여준다.
  • [주말화제] 수필문학상 받은 목경희씨

    [주말화제] 수필문학상 받은 목경희씨

    고향과 나를 갈라놓았던 높은 재보다 더 높은 고개 수십개를 넘고 또 넘었다. 그렇게 나이 80이 됐다. 남들은 몸 건강을 1순위로 여겨야 하는 나이라고 하지만 추억 그리고 역사를 하나하나 정리하고 싶다. 수필가 목경희(80·여)씨의 바람이다. “어떤 느낌이 들 때면 순간 어디든 적어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글쓰기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6·25가 끝난 뒤 편물 장사를 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양장, 한복을 만들어 살림을 꾸렸다. 옷을 만들다가도 재단지 한 귀퉁이에 생각나는 것을 긁적이며 삶의 고단함을 달랬다. 목씨는 “고통을 글로 쓰면 객관화가 돼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그러다 보니 물이 줄줄 새는 집에서도 빗방울 소리를 즐길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비교적 유복한 집에서 자랐지만 어머니는 늘 아버지의 뒷모습만 보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 목씨는 시앗을 보고 남편의 폭력에 한 맺힌 삶을 사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랐다. 공부 욕심이 많았지만 정신대에 끌려갈 위기에 처해 학업을 접고 억지로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힘들었던 그 시절이 오롯이 하나의 추억이다. 최근에 펴낸 ‘그리움의 나라’에는 한이나 슬픔보다는 보드라운 담담함이 묻어난다. 목씨는 이 책으로 13일 한국수필문학가협회와 월간 수필문학이 주관하는 제16회 수필문학상을 받는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엔 삶이 버거웠다. 살림을 하는 것은 물론 병상에 있는 남편과 친정 아버지를 돌봐야 했다. 생계를 꾸리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래도 늘 긍정적으로 살아왔다.“원래 인생은 홑으로 사는 게 아니라 겹으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넘어졌을 때 다음을 구상하면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제대로 펜을 잡은 것은 오십줄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첫 수필집을 1987년 회갑 기념으로 냈다. 본격적으로 ‘수필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모녀산문집 ‘분홍옷 갈아 입고 꽃길을 가네’가 큰 반향을 얻으면서다. 교사였던 맏딸은 사위와 함께 일본 문부성의 지원을 받아 유학길에 올랐다. 힘든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딸에게 남은 것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이 아닌 암이었다. 엄마의 간호를 받다 딸은 86년 세상을 떠났다. 사위로부터 딸의 사진부터 편지까지 모든 유품을 넘겨 받고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순간순간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그래서 무려 5년이 걸려 딸의 간병기를 써냈다. “딸의 생명으로 만들 글이죠.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지금껏 제가 펜을 놓지 않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80세 수필가는 마음이 급하다. 예전에 냈던 책들을 다시 펴내 수익금으로 굶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 오래 살아온 만큼 나보다는 시대를 써서 남기고 싶다. 동시에 마음이 느긋하다. 그는 “이제는 아등바등 살기보다는 죽음을 준비해야할 시기”라면서 “몸의 건강보다는 정신의 건강을 돌보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e-키친 e-셰프] 닭가슴살카레

    [e-키친 e-셰프] 닭가슴살카레

    저는 요리와 봄, 음악과 사진에 열광하는 여자고요.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스물여섯의 소녀(?)랍니다. 앞으로 재기발랄한 음식을 가지고 여러분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아침부터 엄마한테 잔뜩 신경질 부려놓고 집을 나선 날, 하루종일 가슴이 먹먹했던 적이 있나요? 묵묵히 신문을 들여다보시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고 울컥했던 적도 있을 테지요. 가족들에게는 유독 인색한 사랑한다는 말, 말로 하기 어렵다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다면 100마디 말보다 더욱 좋을 것 같아요.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카레 요리. 조금 일찍 집으로 들어가 부모님을 위해 근사하게 만들어보세요. 재료는 일본식 고형카레 3조각(또는 일반카레가루 3∼4큰술), 닭가슴살 2쪽, 물 3컵, 감자 11/2개, 당근 1/4개, 양파 1/2개, 올리브오일. 후추. 파슬리 약간씩. 닭가슴살 밑간은 카레가루 1/2큰술, 맛술 1큰술, 올리브 오일 1작은술, 생강가루 약간. 만드는 법은 1. 감자와 당근은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서 테두리를 둥글게 다듬고, 양파도 썰어 준비하시고. 2. 닭가슴살은 힘줄을 제거하고, 이쑤시개로 콕콕 찍어 밑간을 해서 15분간 둔다. 3. 오목한 팬에 올리브 유를 두르고 감자, 당근, 양파 순으로 넣고 색깔이 선명해질 정도로 볶는다. 4.(3)에 물 3컵을 붓고, 끓이다가 고형카레(또는 일반카레가루)를 넣고 푼다. 5. 밑간을 해둔 닭가슴살은 올리브유를 두른 그릴 팬에 놓고, 센 불에서 표면만 살짝 익힌다. 6. 끓고 있는 카레에 살짝 익힌 닭가슴살을 넣고 끓인다. 가슴살이 다 익으면 후추를 넣어 섞고, 그릇에 담아 파슬리 가루를 뿌려낸다. 팁:카레는 너무 뻑뻑하게 만들지 않고, 스튜 느낌으로 만들어 보세요. 담백한 가슴살과 카레가 너무 잘 어울려요.
  • 2남1녀 박사로 키운 미셸위 조부 위상규 옹

    2남1녀 박사로 키운 미셸위 조부 위상규 옹

    천재 골퍼 미셸위(위성미·17)의 할아버지이자 우리나라 항공공학박사 제1호인 위상규(魏祥奎·80)옹. 27일 전남 장흥군 부산면 기동리 자택에서 위 박사를 처음 대면했다. 순간 텔레비전으로 본 손녀가 연상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갸름한 얼굴, 콧날, 꼭 다문 듯한 입술…. 위 박사는 고령으로 걷는 게 조금 어색할 뿐 정정한 모습이었다. 상대방을 응시하는 눈빛과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젊은 시절을 짐작케 했다. 위 박사는 지난 2003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고향에 잘 왔어. 늙으면 고향으로 와야지.” 13살 때 고향을 떠난 그는 77살에 돌아와 여생을 보내고 있다. 어릴 적 가시에 손을 찔렸던 대문앞 탱자나무가 흰꽃을 터트리며 그를 반겼었다고 낙향 소회를 밝혔다. ●대한민국 항공공학박사 1호 미공군 파견근무 중 한국전쟁을 만난 그는 전투기 조종사로 전장을 누비며 생사고비를 수없이 넘겼다. “97회나 출격했지. 지금도 경기도 장단·고성·온천 일대는 눈 감고도 지도를 그릴 수 있어.”당시 되돌아오는 전투기는 손에 꼽을 정도. 죽었는가 싶으면 나타나기를 수십번, 어느새 그는 ‘불사조’로 불렸다. 가슴에 단 화랑무공훈장, 그래서 그는 남다른 애착을 갖는다. 사진을 찍자고 하자 방안에서 ‘대한민국 공군 전쟁동지회’란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애써 찾아 썼다. 전투기 앞에서 찍은 그때 그 사진을 벽에 걸어 두고 ‘운명론’을 되뇌었다. 위옹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생활신조는 노력과 겸손이다. “나 정말 열심히 살았어. 돈이 있나, 배경이 있나. 노력하지 않고 되는 게 있겠어.” 손녀인 위성미 선수의 골프중계를 보고 전우들이 전화를 걸어왔다.“위 박사. 니 손녀니까 잘 해낼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했다. 위 박사의 제자인 조선대 이상기(49·항공우주공학) 교수는 “스승님은 엄하면서도 재미있게 공부를 가르치셨고 세상을 보는 눈도 정확하고 원칙대로 살려고 노력한 분”이라고 기억했다. ●한국전쟁때 ‘불사조´ 전투기 조종사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 살게 된 것은 모두 조상덕이라고 박사는 강조했다.“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가 피땀 흘리고 자식농사 지은 결과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야.” 박사는 종교가 없다. 믿는다면 조상이다.“종교는 때론 거짓말도 하지만 과학은 절대 거짓말을 안 해. 사실대로 가는 과학이 그래서 좋아.” 요즘 젊은이 얘기가 나오자 발끈했다.“대학생들 공부 좀 했으면 좋겠어. 관련책을 제대로 읽고 알고 비판을 해야지. 꽁무니 따라다니면서 어영부영하지 말고,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위옹은 대안 없는 반대에는 눈길도 안 준다.“시대의 흐름과 이데올로기는 다르다.”며 보수나 진보보다는 잘사는 방법, 즉 실리를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우리 공무원들 충성심이 없어. 또 기록이 없는 나라야. 더욱이 행정경험도 일천하고.” ●“고집센 성미… 탁구치면 나한테 공 주워오래” 위 박사 집안은 수재로 유명하다. 부인(78)과의 슬하에 2남(54·46) 1녀(50)를 두고 있다. 큰아들은 서울대와 미 스탠퍼드대를 나와 현재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이다. 피를 물려받아 세계항공우주공학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정도로 유도항법분야의 권위자다. 큰며느리(52)는 피닉스대(수학과) 교수다. 작은아들이 미셸위 아버지이다. 그는 한양공대와 미 펜실베이니아대를 나와 하와이주립대(도시교통공학) 교수이다. 어머니는 미스코리아 서울진(1985년) 출신. 성미는 운동을 하면서도 학업성적도 거의 A학점을 받았다. 위옹은 “성미와 탁구를 치면 공을 나한테 주워오라고 해. 고집이 보통이 아니야. 하와이에서 홍어를 먹어선지 장흥 집(2003년)에서도 두 접시를 먹어치우더라고.”라며 손녀의 기백을 소개했다. 손자 둘은 미국에서 고교를 수석졸업했다. 자녀 가운데 가장 영리했다는 딸은 서울의대를 나왔고 사위(52)는 연세대의대 교수이다. “아이들이 영리하고 체격이 큰 것은 외가쪽을 닮아서 그래. 할머니 집안이 키도 크고 보통 수재가 아니야.”라며 공을 외가로 돌렸다. “자식들 교육은 엄하게 해야 돼. 잘못하면 꾸짖고 때리고, 나는 그렇게 했어.” “부모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돈만 주면서 공부하라고 하면 어떤 자식이 따르겠어. 부모가 자신을 되돌아 봐야지. 공부할 만한 애인가, 아닌가.”그래서 그는 조기유학을 절대 반대한다. 최소한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아이들 스스로 정체성을 세우고 우리 선조와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게 먼저라는 논리이다. “외국 나가면 자칫 술·담배·여자 등 못된 것만 배운단 말이야. 또 우리나라 교사들 실력이 미국보다 세배는 낫거든.”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조기유학 반대… 아이들 정체성이 우선 “성미가 29일 오후 2시에 자가용비행기로 인천공항에 도착해. 바빠서 장흥에 못오게 했어.” 위옹의 말에 여운이 흘렀다. 손녀가 택배로 텔레비전을 보내준다고 전화했다며 다소 들뜬 표정이었다. 미국에 사는 두 아들은 1년에 한번가량 부모님을 찾는다. 위옹은 노환으로 누워 있는 부인을 보살피며 온종일 곁을 떠나지 않는다.“이렇게 물 좋고 공기 맑고 아늑한 곳이 고향이야. 왜 진작 못 왔는지 안타깝구먼.” “종일 평상 그늘에 앉아서 지난 일을 생각해. 잘못한 일이 너무 많았어. 늘 반성하면서 살지.” “내가 오래 살아야 돼. 병든 할머니를 돌봐야 하거든….” 말끝을 흐린 채 허공을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이 왠지 적적해 보였다. 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서울대 공대 항공공학과 1회 졸업,1958년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항공우주공학 석·박사 학위. ▲1951∼1954년 미 공군 파견근무 중 전투기 조종사. 화랑무공훈장 수상.1955년 소령 예편. ▲1956∼1992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이후 명예교수.1967년 한국항공우주학회 설립 주역.
  • [오늘의 눈] ‘실패 보고서’ 후임자에 선물을/황경근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의 3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다소 여유롭다. 연임 제한으로 나설 수가 없어 6월말이면 지방자치 무대를 떠나게 된다. 이 단체장들은 3번이나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만큼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한 단체장이라 할 수 있다. 선거시 중앙정치 바람을 타기도 했지만 능력이 없는 단체장이 3선에 성공했을 리가 없다. 더구나 뇌물수수 등 비리에 연루돼 중도하차한 단체장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3선을 하기까지 이들의 평소 자기관리도 인정할 만하다. 이들은 일부가 자치무대를 디딤돌로 금배지를 달기 위해 중앙정치권을 기웃거릴 때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으며, 이제 은퇴식을 준비하고 있다. 자치무대를 떠나기에 앞서 3선 단체장들에게 이런 일을 권하고 싶다. 바로 자신들의 시행착오와 더러는 잘못된 판단으로 실패한 정책에 대해 고백을 하는 것이다. ‘이런 고집을 피우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었다.’ ‘잘못된 판단으로 예산만 낭비했다.’ ‘표를 의식해 선심 행정에 빠졌다.’ ‘학연·지연에 따른 따른 인사는 결국 경쟁력과 화합을 저해했다.’와 같은 ‘실패학’ 보고서를 내놓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성공을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실패를 내놓고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 3선 단체장은 이제 그동안 자신들을 옥죄었던 표에서 해방돼 주민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일만 남았다. 이들이 떠나면 지방선거를 거쳐 7월초 초보단체장들이 뒤를 잇게 된다. 아마도 처음 시작하는 단체장들은 3선의 단체장들이 겪어왔듯이 많은 시행착오와 더러는 실패를 겪을 것이다. 떠나는 3선 단체장이 자신의 시행착오나 정책실패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어 뒤를 이을 초보단체장에게 선물하면 어떨까. 아마도 초보단체장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자치무대에서 내려오는 날, 자신의 치적을 줄줄이 외는 것보다 시행착오나 실패를 고백하며 떠나는 3선 단체장의 뒷모습은 더욱 아름다울 것 같다. 황경근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kkhwang@seoul.co.kr
  • 獨·英 언론전쟁 터지나

    독일이 단단히 화가 났다. 영국의 한 대중지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엉덩이 사진을 신문에 게재,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에서 최대 부수를 발행하는 대중지 더 선은 지난 17일자에 수영복을 입은 메르켈 총리와 엉덩이를 드러낸 뒷모습 등 사진 2장을 공개했다.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던 메르켈 총리를 찍은 것이다. 선은 ‘독일 하원(Bumdestag)의 대장’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달았다. 독일어로 하원 철자는 ‘분데스탁(bundestag)’이다. 앞 세 자인 bun에다 엉덩이를 의미하는 속어인 ‘Bum’을 붙여 ‘총리의 엉덩이가 크다.’는 점을 강하게 연상시켰다. 기사에서도 “메르켈 총리가 독일의 경제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칭찬하면서도 “엉덩이 아래로 내려온 자신의 속옷도 올리고 있다.”고 빈정댔다. 또 속옷을 내린 엉덩이 사진 설명으로 “독일 경제가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달았다. 독일 경제를 메르켈 총리와 성적으로 연관시켜 비유한 것이다. 토마스 스테그 독일정부 대변인은 “전통적인 영국의 예의범절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독일 프란츠 요제프 칼럼니스트는 “독일은 영국 여왕을 그처럼 비하한 적이 없다.”면서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당신(영국)을 쓸어버릴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독일 최대 일간지 빌트는 정장 차림의 메르켈 총리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빌트는 ‘영국인이 우리의 총리를 우롱했다.’는 제목으로 거세게 반발했다. 이 신문은 “도대체 이런 증오심이 어디서 나온 것인가.”라고 물었다. 메르켈 총리도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CNN은 19일 “메르켈 총리가 해당 언론사에 대해 고소 등 법적 절차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월드컵 인사이드] (8) 방송사 해설위원 경쟁

    ‘마이크 전쟁, 그들만의 월드컵이 시작된다.’ 독일월드컵 개막을 50일 남짓 남겨놓고 축구해설가들의 치열한 ‘마이크 전쟁’도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세계인의 축구축제가 열리는 독일의 각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땀과 눈물, 희비와 명암은 물론 숨결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증폭시켜 대한민국을 응원의 열기로 뒤덮게 할 ‘전령사들의 전쟁’이다. 4년 전 이들은 부산과 인천, 대전, 그리고 광주에서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감격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며 거짓말같던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행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5개월 뒤 독일에서 펼쳐질 또 하나의 환희와 감격을 준비하고 있다. ●‘일류요리사’가 되라 캐스터와 함께 축구장의 열기를 전하는 해설가들의 뒷모습은 화면에서처럼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다. 단 90분 동안의 경기를 치러내기 위해 그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로, 라커룸으로 뛰어다닌다. 선수들과 감독의 표정을 읽어야만 그날의 경기를 예측하고 일관된 방향으로 각 선수의 플레이를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선(48) SBS 해설위원은 경기 전 선수와 감독을 괴롭히기로 유명하다. 공식 사전 인터뷰는 물론 라커룸까지 불쑥 찾아가 말 한마디는 물론, 표정까지 읽어낸다. 물론 전 경기의 기록만으로 각 선수의 최근 컨디션을 파악할 수도 있지만 “그래가지고는 내 방송에 철학이 담길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 지난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다섯번째 월드컵을 치르게 될 신 위원은 또 축구해설은 ‘멋진 요리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축구장이라는 냄비에 선수라는 재료까지 갖춰졌으니 경기 해설에 얼마 만큼의 양념을 넣고 간을 치느냐가 중계의 성패를 결정하는 잣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독일월드컵을 위해 그는 최근 4년간의 선수 자료를 이미 차곡차곡 쌓아놨다. 기록은 물론, 선수들의 잡다한 일까지 포함돼 있다. 그의 방 한쪽에 축구 관련 서적은 물론, 신문 잡지에 기고한 칼럼 내용까지 일일이 정리해 놓았다. ●히딩크는 폴란드전 때 떨고 있었다? KBS의 해설을 맡고 있는 이용수(47) 위원 역시 경기 전 ‘마당발’로 통한다. 지난 2002년 6월4일 대한민국의 첫 한·일월드컵 첫 경기인 폴란드전이 벌어지기 직전 그는 부산월드컵경기장의 라커룸을 찾았다. 선수들이 코치들과 함께 몸을 추스리고 있는 동안 거스 히딩크 감독은 방 한구석에서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굳어있었다. 벤치에선 번뜩이는 카리스마와 호쾌한 세리머니로 정평이 나 있는 그였지만 그는 분명 떨고 있었다.“전반 15분만 넘기면 기회는 온다고 말하면서도 명장답지 않은 고독과 외로움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고 그는 4년 전 월드컵 첫 경기 때의 히딩크를 기억하고 있다. 독일행을 준비하고 있는 이 위원은 요즘 ‘산오르기’에 한창이다.90분 내내 수만 관중의 함성을 뚫고 목청을 돋우기 위해선 체력이 관건.“조별리그 3경기는 물론, 어쩌면 그 이상의 경기까지 소화해 내기 위해선 선수 못지 않은 체력이 필수”라는 게 그의 말이다.“단련된 신체에서 건강한 방송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마이크도 신선해야 산다 축구해설의 간판격인 이들 둘 외에도 목을 가다듬는 ‘새내기’들이 있다.‘황새’ 황선홍(38)과 ‘유비’ 유상철(35)이 그들. 대한민국의 월드컵 첫 골을 작성했던 황선홍은 SBS와 계약을 마쳤고, 유상철도 조만간 KBS의 해설위원으로 변신할 예정.“입담은 다소 달릴지 모르겠지만 신선함으로 승부하겠다.”는 게 이들의 각오다. 여기에 차범근(53·수원) 감독까지 MBC에서 영입을 추진하고 있어 중계 마이크는 그야말로 왕년의 ‘스타들의 경연장’으로 변할 전망. 특히 유상철은 황선홍과 건국대 동문이고, 차 감독과는 경신고 선-후배 사이. 각 방송사가 시청률을 놓고 사활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독일월드컵의 중계석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 co.kr
  • [연극]

    봄날은 간다-7일∼5월28일 축제소극장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모여 피붙이보다 더 진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가족의 이야기.2002년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최창근 작·연출, 장영남, 이용이, 박상종 출연.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1만 5000∼2만 5000원.(02)741-3934. ■ 매직타임 16일까지 화∼금 7시30분, 토 4시30분·7시30분, 일 3시·6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햄릿’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뒷모습. 박광정 연출, 이대영 김중기 등 출연.1만∼2만원.(02)743-7710. ■ 일주일 6월4일까지 화∼일 7시30분 배우세상소극장. 살인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4명의 젊은이들이 겪는 일주일간의 상황. 고연옥 작·박근형 연출, 홍성인 김진용 등 출연.8000∼1만 2000원.(02)743-2274.
  • [아침을 먹자] 사랑과 감동으로 버무린 따뜻한 밥상

    지난해 10월 첫 발을 내디뎠던 서울신문과 CJ의 건강 캠페인 ‘아침을 먹자’가 막을 내립니다. 5개월동안 300명이 넘는 독자분들께서 사연을 신청해 주셨습니다. 매주 3∼5개의 사연을 뽑아 30인분의 아침 도시락을 배달해 드렸습니다. 부모님, 친구, 선생님, 이웃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글들이 늘 ‘아침을 먹자’ 게시판을 훈훈하게 달궜습니다. 지난해 말,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배달한 아침 도시락은 인상적인 감동을 줬습니다. 대학수학능력을 앞두고 구리 인창고 3학년 13반 한세영 선생님은 “올해 처음으로 고3 담임을 맡은 서툰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한 선생님은 “먼 길 떠나는 자식에게 어미가 따뜻한 밥 한끼를 먹여 보내듯 (수능을 앞둔 학생들에게) 아침식사를 차려주고 싶다.”며 학생 32명의 특징과 이름을 나지막이 되뇌었답니다. 깜짝 선물을 받은 학생들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기뻐했던 모습이 선합니다. 이어 12월에는 경기도 안산 성포중학교 3학년 10반 담임 윤종일(33) 선생님이 “아침을 거르고 오는 아이들이 태반인 교실에 들렀다가도 뭐가 그리 바쁜지 허겁지겁 종례를 마칩니다. 아이들의 뒷모습을 볼라치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며 도시락을 신청하셨습니다. 신청자가 많아 도시락을 15개 밖에 보내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햇반을 준비해와 나눠먹었답니다. 특히 어머니에게 도시락을 선물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지난 설 무렵에는 직업군인 조윤기(30)씨의 사모곡이 눈시울을 붉히게 했습니다. 아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는 어머니는 ‘선우회’라는 봉사 단체를 조직해 무려 21년째 이웃을 돕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주인공 서정희(63)씨는 “봉사 활동을 곧잘 따라다니던 아들이 날 위해 도시락을 두 번이나 신청했다니 뿌듯하다.”면서 “배달된 아침 도시락도 이웃과 함께 나눠먹어야 겠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좋은 사연 올려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 좋은 캠페인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정은주 서재희기자 ejung@seoul.co.kr
  • [여의도 in] “李전총리는 친구 따뜻하게 맞아달라”

    16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정책의원총회는 이해찬 총리 사퇴 직후란 점에서 ‘3·1절 골프파문’에 대한 대처 방식을 두고 계파간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싱겁게 끝났다. 정동영 의장의 모두 발언을 제외하곤 ‘실업계 고교 지원대책’이란 공식 안건만이 논의됐다. 정동영 의장은 이 전 총리를 ‘친구’라고 부르며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당을 먼저 생각하라는 ‘선당후사’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며칠 사이 김민기씨의 ‘친구’란 노래 가사가 귓전을 맴돌았다.70년대 유신 학번으로 같이 대학에 들어와 친구로 지냈던 이 총리가 수도 없이 (당국에) 끌려갔을 때 뒷모습이 생각났다.”고 했다. 또 “(당으로 복귀하는) 이 전 총리를 따뜻한 마음으로 동지로서 맞아달라.”고도 했다. 당초 재야파 의원들 몇몇은 의총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이번 파문 처리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었지만 뜻을 접었다. 상황이 정리된 마당에 공개적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재야파의 한 초선의원은 “사태가 터졌을 때 당이나 청와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데 둔감했다는 점을 비판하려 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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