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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냄새나는 선의/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냄새나는 선의/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기업인들이 선의로 내주셨다”고 대통령이 정리한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태를 예의 주시하던 재계도 앞을 가늠키 어려운 만큼 검찰의 ‘선의 수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선의(善意), 말 그대로 ‘좋은 뜻’에서 그 돈을 줬다면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무슨 뒷말이 나오고 의혹이 일겠는가. 그러나 순수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최순실과 그 하수인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까지 출연금 모금에 개입한 흔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면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해졌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선의 여부를 밝히는 수사다. 박 대통령은 선의라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도 피해자”라는 기업들의 반응에 ‘당신들은 수혜자’라는 게 국민의 눈높이다. 검찰의 선의 수사는 간명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업들이 나눠 낸 774억원이란 거금이 단순히 문화·체육 융성 차원의 쾌척이라면 별 문제가 아니지만 그 돈에 대가성이 숨어 있어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한다면 돈을 낸 기업인들은 줄줄이 사법 처리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도 더욱 궁색한 처지에 몰릴 것이다. 삼성전자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본격 수사에 나선 검찰이 명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물론 돈을 안 내면 안 되는 분위기였다는 것은 정설일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권력이 요구하면 거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미운털이 박혀 한 방에 훅 가는 것을 그동안 많이 봐 왔다. 기업 입장에선 달라는 대로 주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할지 모른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낸 롯데가 나중에 돌려받기는 했지만 추가 70억원 요구에 3개월을 끌다가 송금한 것도 뒤탈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초일류 글로벌 기업이라는 삼성도 그렇고 현대차, SK, LG, 포스코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선의가 됐든, 뭐가 됐든 돈을 주는 데서 끝나고, 뒷거래나 보상은 없었느냐 하는 점이다. 처음엔 대통령 말마따나 선의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캐면 캘수록 냄새가 난다. 일부 대기업들이 일정한 대가를 기대하고 돈을 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정경유착인 동시에 반시장적 범죄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80억원 출연금을 낼 테니 국세청 세무조사를 도와달라고 최순실 일파에게 요청했다는 이중근 부영 회장의 뒷거래 의혹은 이번 수사에서 밝혀져야 한다. 기업 하는 사람이 돈을 거져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기정사실화시킨 케이스다. 부영그룹 건은 단초에 불과하다. 올해 광복절 특사에서 재벌 총수로는 유일하게 특별사면된 이재현 CJ 회장, 검찰 수사 중에 박 대통령을 독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어떤가. 최순실이 만든 재단에 협조한 데에 따른 ‘보너스’는 아닌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이번 수사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 대통령 지시로 모금을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이미 보도가 됐고,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안 전 수석은 물론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7월 청와대에 초청된 기업인 중 주요 그룹 총수 7명을 박 대통령이 따로 만나 재단 기금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기업 총수를 독대해 돈을 요구하는 것은 군사정부 때나 가능한 일 아니었던가. 검찰은 배수진을 쳐야 한다. 박 대통령을 정경유착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야당의 목소리가 나올 만큼 엄중한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어디 야당뿐이겠는가. 유불리가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 법대로 하면 된다. 권력과 돈이 세트로 돌아가는 것은 전형적인 후진적 시스템이다. 쌍팔년도에나 있을 법한, 투명하지 못한 시스템이 운영되니까 뒷거래가 생기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에 반강제적으로 기부를 강요하는 비정상적 시스템이 깨끗하게 청소돼야 한다. 검찰의 수사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누가 됐든 단죄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것은 검찰에 달려 있다. ykchoi@seoul.co.kr
  •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각 사업 진행 → 중간에 차은택 총괄로 → 차씨 실소유 업체들이 수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각 사업 진행 → 중간에 차은택 총괄로 → 차씨 실소유 업체들이 수주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 위촉된 2014년 8월부터 올해 4월에 집중 “김종덕 前 장관이 국고 지원 결정 김종 前 차관이 사업 챙겨 준 정황” 공무원들 “시키는 대로 하고 보니 결국엔 차씨 사업을 대신해 준 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 최측근인 차은택씨가 수주한 사업들에는 공통적인 패턴이 보인다. 차씨가 등장할 때마다 이미 진행돼 오던 사업들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급박하게 바뀌고, 차씨를 전면에 세운 후 관련 사업권은 그가 실소유주인 계열사들에 수의계약으로 안겨 주는 방식이다. 차씨가 수주한 정부 사업들은 그가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된 2014년 8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창조융합본부장과 민·관 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 임기(2015년 4월~올해 4월) 종료 시점에 집중돼 있다. 문화계에서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2014년 8월~2016년 8월)과 김종 전 2차관(2013년 10월~2016년 10월)이 차씨에게 상당한 힘을 실어 주고, 관련 사업을 챙겼다는 진술도 나온다. 차씨가 정부 사업에 처음 등장한 건 2012년 상반기다. 문체부 산하 국립국악원이 제작하고 싸이가 불러 유명해진 런던올림픽 응원가 ‘코리아’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차씨가 맡았다. 당시만 해도 차씨는 이권보다는 재능기부에 목적을 뒀다는 게 공통적인 평가다. 차씨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였던 문화창조융합사업을 등에 업기 시작한 건 2014년 8월 서울 상명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융복합 뮤지컬 ‘원데이’ 총연출을 맡으면서다. 당시 박 대통령이 직접 관람하고 무대에 올라 차씨에 대해 극찬을 쏟아 냈고, 차씨의 영향력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다. 차씨가 처음으로 연출한 이 뮤지컬 공연은 단 하루만 열리고 폐막됐지만 개막 6일 전 돌연 국고보조금 1억 7890만원이 투입되면서 뒷말이 적지 않았다. 2015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전시기획 총괄감독직도 개막 6개월을 앞둔 2014년 10월 이미 계약까지 한 M교수를 해지하고, 차씨가 그 자리에 앉게 된다. 당시 한국관 영상제작은 머큐리포스트가 5억원에 수주한다. 이 회사는 차씨의 20년 지기이자 2014년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오른 송성각씨가 대표로 있었다. 차씨가 헬스 트레이너 정아름씨에게 먼저 제안한 것으로 드러난 늘품체조 기획은 2014년 10월 김 전 2차관 앞에서 시연한 지 한 달 만인 같은 해 11월 26일 박 대통령이 직접 시연하고 문체부가 적극 국민체조로 밀어붙인다. 늘품체조 동영상은 차씨 회사인 엔박스에디트가 제작한다. 10분짜리 동영상에 정부 예산 9760만원이 투입돼 분당 1000만원짜리라는 얘기를 들었다. 2015년 3월 발주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홈페이지 구축사업도 그해 2월에 설립된 차씨의 유라이크커뮤니케이션즈가 3억 4000만원에 따낸다. 문체부 김 전 2차관 산하인 해외문화홍보원은 올 들어서도 박 대통령의 이란·멕시코·아프리카 순방 관련 문화행사사업들을 차씨 회사인 더플레이그라운드(인터PG)에 몰아주면서 독식 논란을 부른다. 문체부 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차씨 사업에 대한 국고 지원을 결정하고 김 전 차관이 2차관실 산하인 해외문화홍보원 관련 사업을 차씨에게 챙겨 준 정황이 적지 않다”며 “문체부 직원들 사이에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보니 결국 차씨 사업을 대신해 준 꼴이 됐다는 말이 터져 나온다”고 전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최순실 조카 장시호 수사 본격 착수…검찰, 최씨 일가로 수사 확대(종합)

    최순실 조카 장시호 수사 본격 착수…검찰, 최씨 일가로 수사 확대(종합)

    검찰이 박근헤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 씨의 조카 장시호(37·개명 전 장유진) 씨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 씨를 출국금지했다. 장씨는 승마선수 출신으로 최씨를 등이 업고 동계스포츠 분야에서 각종 이권을 챙겨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최씨 일가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법무부의 협조를 받아 장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자료 수집에 나선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장씨가 운영하는 업체에 거액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법인 등록지인 강원도로 부터 예산 집행 내역과 사업계약서 등을 받아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2년새 장씨가 사업 형식을 빌어 스포츠 분야의 각종 이권에 개입한 흔적은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6월 설립된 비영리 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대표적이다. 장씨는 센터 설립에 막후 역할을 했고 문체부의 지원 아래 사무총장직을 맡아 인사·자금관리 등을 총괄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우수한 체육 영재를 조기선발·관리해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로 성장시키는 것을 사업 목적으로 내세웠는데 신생법인으로는 이례적으로 문체부로부터 6억 7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센터가 주관하는 빙상캠프 후원 등의 명목으로 5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인 ‘더스포츠엠’이라는 회사도 의혹 선상에 올라 있다. 올 3월 설립된 이 업체는 불과 3개월 뒤 K스포츠재단이 주최하고 문체부가 후원한 국제행사 진행을맡았다. 자본금 1000만원에 이렇다 할 실적도 없는 신생업체가 이러한 계약을 따낸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했다. K스포츠재단을 배후에서 움직이는 최순실씨와 모의해 국가사업에 관여하며 사익을 취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내후년 치러질 평창 동계올림픽의 기념품 제작·판매, 시설관리, 스포츠용품 납품 등 각종 이권을 노리고 기획 설립한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장씨가 김 종 전 문체부 2차관과 수시로 통화하며 사업상 도움을 받았다는 증언도 있다. 김 전 차관은 최씨에게 국정 현안을 보고하고 인사청탁까지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장씨는 재단 자금 유출 창구로 의심받는 최씨 개인회사 ‘비덱스포츠’ 설립에 관여하는 등 최씨의 뒤에 숨어 사실상 ‘비선실세의 실세’로 군림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뒤따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뉴스 분석] ‘물갈이 카드’ 꺼낸 김병원, 금융계열사도 손댈까

    [뉴스 분석] ‘물갈이 카드’ 꺼낸 김병원, 금융계열사도 손댈까

    前회장 ‘최원병 색깔 빼기’ 오늘 임추위… 후임 인선 착수 농협생보·손보 사장 교체 가능성 이경섭·김원규 향후 거취 관심 농협중앙회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물갈이하면서 그 배경과 후임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갈이가 금융 계열사로도 이어질지 관심사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8년 절치부심하던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칼을 빼들었다는 게 농협 안팎의 시선이다. 김 회장은 지난 8년간 세 번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해 ‘삼수’ 끝에 올해 2월 당선됐다. 농협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김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던 터라 취임 이후 반년 넘게 인사가 미뤄졌다”며 “당초 (검찰의 불구속 기소가 확정된) 7월 초에 진행하려던 인사 카드를 이제야 꺼내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전날 사표를 수리한 김정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전무), 이상욱 농업경제 대표, 허식 상호금융 대표 외에도 농협중앙회 상무급 이상 임원들에게서 사퇴서를 받아 놓은 상태다. 농협은행부행장 10명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과 이 대표 등은 모두 최원병 전임 회장이 선임한 인물이다. ‘최원병 색깔 빼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임원추천위원회는 26일 구성된다. 후임 인선이 본격적으로 다뤄지게 된다. 농협 2인자인 부회장에는 이번에 퇴임한 허 대표 등 전현직 임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올해 2월 김 회장이 결선투표(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당선되는 데 표를 보탰던 경남 지역 ‘보은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 회장이 금융 계열사 CEO는 사실상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대주주는 농협중앙회이지만 형식상으로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김 회장과의 ‘조율’을 거쳐 몇몇 CEO는 교체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용복 농협생명보험 사장과 이윤배 농협손해보험 사장의 교체설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이경섭 농협은행장에 대해서는 관측이 팽팽히 엇갈린다. 이 행장은 지난 24일 일부 직원들에게 “내 사임과 관련해서 전혀 얘기 들은 바 없다”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물갈이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황제 대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인적 쇄신 성격도 있다고 보는 측은 이 행장 책임론을 거론한다. 이 행장과 김 장관은 경북대 경제학과 1년 선후배 사이다. 대출이 이뤄진 시점에 이 행장은 농협금융지주 소속이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사적 인연을 들어 뒷말이 무성하다. 이 행장 측은 “대출 라인이 아니었다”며 펄쩍 뛴다. 이 행장과 함께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경북대 경영학과)은 농협 내 대표적인 ‘경북대 라인’이다. 김 사장은 이번 일괄 사퇴서 제출 대상에서 유일하게 제외됐다. 농협중앙회 측은 “조직 안정 차원의 인사”라며 이런저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김영란법 시행 2주… 달라진 풍속도] 이태원서 맥주 한잔… 판검사 ‘脫서초’

    [김영란법 시행 2주… 달라진 풍속도] 이태원서 맥주 한잔… 판검사 ‘脫서초’

    재경지검의 A부장검사는 얼마 전 가까운 지인들과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단골’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 대신 방배동을 찾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주변 ‘눈’들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A부장검사는 10일 “식사비 등은 서로 정확하게 나눠 냈지만 ‘란파라치’ 등이 주로 활개치는 서초동 대신 다른 곳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게 여러모로 마음이 놓인다”면서 “한동안 서초동에서의 저녁 자리는 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란법 시행 2주째를 맞아 서초동 법조타운의 ‘술 문화’가 바뀌고 있다. 법 집행의 주체로서 판사와 검사 모두 ‘나부터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에 검찰과 법원의 문화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근무하는 판검사들은 그동안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교대역 사이에 몰려 있는 고급 음식점과 바 등에서 약속을 많이 잡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방배동이나 신사동 등 인근 지역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아예 한강 건너 이태원이나 한남동 등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재경지법의 B부장판사는 “요즘은 교대 바로 앞 유흥가를 자주 찾는 편”이라면서 “일반 시민도 많이 찾아 주변의 시선을 덜 의식할 수 있는 데다 서초역 부근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3만원 한도를 맞추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판검사들은 외부인과의 접촉을 가급적 피하는 분위기다. 연수원 동기나 선후배 변호사와의 만남이 특히 눈에 띄게 줄었다. ‘직무 관련성’을 의식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검의 C부장검사는 “막역한 변호사 후배로부터 밥을 먹자고 연락이 와도 요즘은 거절한다”며 “꼭 봐야 할 때는 간단한 식사에 맥주 한두 병 정도만 하고, 흔적을 남기기 위해 현금보단 카드를 쓴다”고 말했다. D검사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 피해자든 고소인이든 외부에서 걸려 오는 전화는 받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됐다”며 “예전 같으면 실체 규명을 위해 의욕적으로 구속영장 청구 등을 했던 사건도 뒷말이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구속 수사가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서초동에서 보편화돼 있던 고급 한정식집 식사나 바에서의 ‘양폭’(양주 폭탄주)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E부장검사는 “얼마 전 한 친구가 고가 양주 한 병을 모임에 들고 왔는데 평소 같으면 ‘사람도 많은데 한 병이 뭐냐’고 했겠지만 김영란법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 ‘집에 가져가라’고 권했다”면서 “요즘엔 집에 가서 맥주 한잔하거나 2차를 해도 ‘소맥’(소주와 맥주 폭탄주)을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F부장판사도 “연말까지 모임 자체를 아예 안 나가려 한다”면서 “과태료보다는 괜한 구설에 올라 망신만 당하고 징계 대상이 될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혹’을 뿌리치기엔 훨씬 수월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G부장검사는 “검사와 기업인들이 같은 대학원이나 동호회 등에서 친분을 맺는 경우도 있는데 이젠 ‘검사라고 잰다’는 오해를 받지 않고 사적인 만남을 거절하기가 쉬워졌다”며 “권한이 있으면 유혹을 받기도 쉬운데 김영란법이 이를 차단하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서울고검으로 전보된 ‘스폰서 의혹’ 부장검사, 알고보니 박희태 사위

    서울고검으로 전보된 ‘스폰서 의혹’ 부장검사, 알고보니 박희태 사위

    중·고교 동창 출신의 사업가가 연루된 사건을 무마시키려 한 의혹으로 대검찰청 감찰을 받고 있는 김모(46·사법연수원 25기)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는 검찰 조직 안에서 소위 잘 나가는 ‘금융통’으로 분류된다. 6일 뉴시스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06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와 2007년 삼성특별수사감찰본부 등 경제 사건 전담 부서에서 주로 일했다. 2009년엔 외교부 유엔대표부 법무협력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맡다보니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던 사건 수사에도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최근 파장을 일으킨 진경준 전 검사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도 관계가 얽혀있다. 2012년 인천지검 외사부장 재직 땐 진경준 당시 2차장 검사 지휘를 받아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을 처리했다. 김 부장검사가 적발한 부정입학 사례 중엔 우 수석의 처제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탤런트 박상아씨도 포함됐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시절엔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장을 맡아 큰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을 맡아 주가조작 사범 수사를 전담하는 등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다. 이런 이유로 김 부장검사는 동기 중에서도 잘 나가는 인사로 손꼽혔다. 하지만 김 부장검사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건 ‘든든한 장인’을 둔 덕분이라는 뒷말도 적지 않았다. 김 부장검사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딸과 결혼했다. 한 검찰 간부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부장검사가 UN법무협력관으로 일할 때는 연수원 25기들이 파견 근무를 할 차례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 박 전 의장이 사위인 김 부장검사를 밀어줬기 때문에 파견 근무를 할 수 있었다는 소문이 당시에 떠돌았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이날 김 부장검사를 서울고검으로 전보발령했다. 김 부장검사는 수십억원대 횡령·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모씨로부터 1500만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현재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의 눈] 대우건설 사장, 낙하산 줄을 끊어라/김동현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대우건설 사장, 낙하산 줄을 끊어라/김동현 산업부 기자

    춘추시대 제나라를 패권국으로 만든 재상 관중은 일종의 ‘낙하산’이다. ‘절친’ 포숙아가 제환공을 보필해 권력을 잡으면서 친구 관중을 재상에 앉혔으니 말이다. 심지어 관중은 제환공이 왕이 되는 것을 방해한 인물이다. 재상이 된 관중은 제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관중은 낙하산 인사의 성공 사례 정도다. 하지만 뒷이야기를 살펴보면 그가 왜 성공한 낙하산이 됐는지 알 수 있다. 관중이 세상을 뜰 때 제환공이 다음 재상을 누구를 시킬지 묻자 사람들 대부분은 관중이 포숙아를 추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중은 포숙아를 배신(?)한다. 포숙아의 성격이 유약하다며 다른 이를 추천한다. 포숙아는 그 이야기를 듣고 “역시 내 친구”라며 웃었다고 한다. 관중이 성공한 낙하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낙하산 줄’을 끊었기 때문이다. 23일 대우건설 임시주주총회에서 박창민 신임 사장의 선임 안건이 가결됐다. 낙하산 논란과 여권 배후설 등 뒷말이 많았지만 산업은행의 지지를 받으며, 공식적으로 대우건설 사장 자리에 앉았다. 취임 첫날 박 사장은 이사회 참석과 임원들과의 상견례, 노동조합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첫 행보를 시작했지만 박 사장에 대한 우려는 지워지지 않고 있다. 우려의 이유를 살펴보면 일단 ‘능력’은 아닌 것 같다. 일각에서 해외 건설 경험이 없다고 지적하지만, 현대산업개발과 한국주택협회장까지 지낸 그가 경력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이야기를 들어 보면 결국 우려의 이유는 그가 ‘낙하산’이라는 의심을 받는 데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낙하산 사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 회사가 아닌 ‘윗선’에 더 신경을 쓴다는 점”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도 결국 회사의 이익보다 밖에 보여 줄 성적표를 만들고, 자신을 밀어준 윗선을 챙기느라 지금의 상황이 발생할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수많은 낙하산이 떨어지는 사이 대우조선해양이 무너지는 데는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낙하산의 결말은 비극이다. 대우조선해양에 관여했던 민유성, 홍기택, 강만수 등 전 산업은행장은 물론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과 그의 연임 로비를 도왔던 홍보대행사 대표도 검찰에 불려 가고 있다. 더 큰 비극은 대우조선해양이 망가지면서 지난해에만 1000여명의 직원이 직장을 잃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직원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박 사장 입장에선 ‘낙하산’이라는 오명이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있다. 관중처럼 낙하산 줄을 끊어야 한다.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아름다운 고사가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두 친구가 공익을 사익보다 앞세워서다. 낙하산 논란은 박 사장 혼자 끊는 것이 아니다. 그를 밀어준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그도 보상을 바라선 안 된다. 박 사장이 물러날 때 “첫 외부 출신 사장이었지만, 참 잘했다”는 말을, 아니 그보다 “덕분에 애들 공부 다 시키고 정년을 마치고 나간다”는 말을 듣기 바란다. moses@seoul.co.kr
  • EU ´올림픽 종합우승´ 트윗에 “왜 합산·英은 왜 포함…” 조롱

    EU ´올림픽 종합우승´ 트윗에 “왜 합산·英은 왜 포함…” 조롱

     유럽연합(EU·로고) 통합에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회가 회원국들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성적을 합산해 ‘EU가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고 선언하는 듯한 트위터 글을 올렸다 망신을 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22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에 EU 회원국들이 딴 메달(325개)를 미국(121개), 중국(70개)의 메달 수와 비교하며 “유럽의 모든 승자들과 참가자들에게 축하를 보냅니다”라고 썼다.  이에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뒷말이 터져 나왔다. 한 사용자는 “‘유럽연합’은 리우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았으니 일원인 척하지 마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브렉시트(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의 메달 수 67개를 EU 메달 수로 합산한 데 대해 브렉시트파 사이에서는 “편승하기의 완벽한 예”라는 조롱이 나왔다.  영국독립당 유럽의회 의원 마이크 후켐은 “애처롭다”며 “영국 대표팀의 성공은 EU와 조금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 선수들을 도운 것은 영국인들에게서 나온 국가 복권 자금이다. 우리는 브렉시트에 투표했고 우리의 메달 수는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나라인지를 보여줄 뿐”이라며 브렉시트와 영국 스포츠를 동시에 옹호했다.  리우에서 종합 2위를 기록한 영국은 엘리트 선수 육성에 복권 수익을 투입하는 ‘스포츠 복권 프로젝트’를 가동했으며 이는 올림픽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하는 발판이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이정현 독단적 인사, 당내서도 시끌

    이정현 독단적 인사, 당내서도 시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독주’(獨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권에 자욱이 번지고 있다. 지난 9일 대표 당선 이후 10일이 지나면서 ‘허니문’ 기간도 끝나가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최근 첫 당직 인선 과정에서 주변의 권유를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들과는 이렇다 할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국민공감전략위원장과 디지털정당위원장에 임명된 김성태 의원과 주대준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이 모두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초 약속했던 ‘탕평 인사’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이 대표가 인사를 다소 독단적으로 강행하는 것에 명분은 있다. 8·9 전당대회 과정에서 집단 지도체제가 단일 지도체제로 바뀌면서 대표의 인사 권한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전 대표는 주요 당직에 대한 추천권만 가졌고 임명은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 대표가 최고위원과의 ‘협의’만 거치면 임명할 수 있다. 한 당직자는 “협의는 사실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대표가 임명하면 그만이다”면서 “당헌이 개정되면서 당 대표의 인사권에 대해 최고위원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수도권의 한 비박계 3선 의원은 19일 “대표가 된 지 얼마 안 됐으니 일단 지켜보겠다”면서도 “이렇게 나가다간 큰코 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박계 진영에서도 “소통의 아이콘을 자임하던 이 대표가 불통의 아이콘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의 인사가 ‘전횡’으로 흐를지 아니면 ‘소통·탕평 인사’가 될지는 조만간 있을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 홍보본부장, 당무감사위원장, 여의도연구원장 등 인선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소통 행보에 주력했다. 당 원로인 상임고문단과 취임 후 첫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원로들은 이 대표에게 당 운영 방향과 관련해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사면은 사랑의 정신이다

    [김일수 樂山樂水] 사면은 사랑의 정신이다

    올해도 광복절 특별사면이 단행됐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4876명이 특사의 은전을 받고 해방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일부 거론되던 대기업 총수들과 정치인, 고위 공직자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의 말을 빌리자면 ‘절제된 사면’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밖에도 무면허·음주 운전자를 제외한 14만명에 달하는 행정 제재의 굴레 아래 있는 자들도 해방, 감면 등의 조치를 받았다.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특별사면, 이번에도 무리수를 두지 않으려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사면은 국가원수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권한일 뿐만 아니라 법사적으로도 아주 유서 깊은 제도다. 한데 매번 사면 이후엔 뒷말이 무성하다 보니 어느새 대통령이 슬슬 여론의 눈치를 살피면서 시행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통치행위 중 하나가 됐다. 아닌 게 아니라 사면권이 종종 비리를 저지른 측근들의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또는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 남용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사면권이 너무 자주 과잉행사되다 보니 국민적 감흥도 떨어진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면권 행사에 대해 왕왕 사용되는 정의감이라는 비판의 잣대는 사면의 정신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 같다. 정의 내지 정의감은 법의 실현에서 본래 사법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정의의 분명한 힘은 추상같은 소추권 행사나 형의 선고에서 나타난다. 이 효력은 지속성과 안정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값싼 정치적 계산이나 연민 탓에 국가원수가 사면제도를 함부로 쓰면 보통 사람들의 소박한 법감정은 손상을 입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의나 정의감이 일관되고 완전무결한 것이라는 착상은 오늘날 일반인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일사불란하고 가차 없는 형벌 집행은 오히려 구체적·현실적인 삶의 세계에서 정의 자체를 괴물로 변질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므로 소추 단계나 판결 확정 시 추상같던 정의의 요구가 예외 없는 엄벌을 요구했을지라도 형 집행 단계에 이르면 새로운 인간화와 사회화의 관점에서 그것을 완화하거나 해방, 감경해 줄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 혹여 사회적·정치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미 구체화된 형벌권을 신축성 있게 변용하는 것이 법이념이나 법가치의 실현에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법질서에서 정의는 비교적 지속적인 질서 안정과 변화된 삶의 세계의 현실적 요구 사이에 놓인 어떤 긴장을 내포한다. 그 내부의 긴장 상태를 조정하고 완화시켜 주는 또 다른 권력 작용이 필요하다. 여기에 바로 사면제도의 존재 이유가 있다. 어느 의미에서 사면은 과도한 정의 요구와 과민한 정의감을 진정시키는 법적 완충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면권이 정의의 시녀 노릇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기대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최근 들어 여론의 뭇매를 못 이겨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제한하기 위한 사면법 개정이 있었고, 사면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절차적 제동 장치들을 도입했다. 하지만 눈가림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국가원수의 고도의 정치 행위를 몇 개 안 되는 절차 규정 가지고 통제하려 드는 것은 마치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 돈키호테식의, 다시 말해 정치의 세계에서 동키호테 같은 기이한 발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일찍이 독일의 형법학자요 법철학자인 라트브루흐가 말했던 것처럼 사면제도는 법 밖의 세계에서 비춰 들어와 법 세계의 추운 암흑을 비추는 밝은 광선이며, 기적이 자연계의 법칙을 깨뜨리듯 법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법칙 없는 기적인 셈이다. 이 기적이 바로 사랑의 힘이다. 사면은 냉엄한 형법 현실을 녹이는 사랑의 법이며, 절망 속을 방황하는 수형자들, 낙인찍힌 전과자들의 앞길을 새롭게 열어 주는 희망의 법이기도 한 것이다. 마침 해방의 의미를 되새기는 광복절이다. 여러 가지 법적 이유로 갇혀 있는 이들에게 해방의 기쁨을 주는 것이 사면이라면 사면에서 ‘절제’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다.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자가 아니라면 사면의 세계에서 배제해야 할 극악한 부류의 범죄자는 없다고 봐야 한다. 정의의 힘에 눌려 사랑의 힘이 위축되게 하는 것은 선한 게 아니다.
  • 우여곡절 日샤프, 대만자본으로 새출발…폭스콘체제서 재건 주목

    대만 홍하이(鴻海)정밀공업(폭스콘)의 일본 샤프 인수에 대해 중국 당국이 독점금지법 심사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홍하이가 샤프에 대한 3천888억엔(약 4조2천억원)의 출자절차를 12일 완료할 것으로 보여, 샤프는 일본의 전기전자 대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외국자본 산하로 들어간다. 앞서 샤프는 전날 “계약에 기초해 신속하게 (출자금이) 지불될 것으로 본다”는 코멘트를 내놓았고, 홍하이도 “신속히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출자 후에는 새로운 경영진이 샤프 재건을 책임진다. 샤프는 수년 전부터 경영위기에 빠져 올해 초 일본 관민펀드산업혁신기구(INCJ)와 홍하이 양측이 인수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를 보이다 지난 4월 홍하이 산하로 들어가는 최종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15년도 결산 결과 채무초과 상태에 빠지고 중국 독점금지 당국의 심사가 애초 예정했던 6월을 넘겨 장기화하는 악재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출자금 납입이 지연되자 인수 무산설 등 억측이 난무하면서 샤프 주가는 50여년 만의 최저수준에서 맴돌았다. 연결채무 초과를 이유로 도쿄증시 1부에서 2부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은 지난 1일에는 한때 87엔까지 떨어지며 홍하이가 제3자 배정 증자를 예정한 88엔을 밑돌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심사 통과로 불확실성이 사라지자 샤프의 주가는 12일 103엔까지 치솟는 급등세로 출발했다. 전 거래일 종가는 89엔이었다. 홍하이는 샤프의 제3자 배정 증자에 참여해 66%의 의결권을 가진 최대 주주가 된다. 출자가 끝나면 다카하시 고조 현 사장은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할 예정이다. 샤프는 경영진 구성에서 완전한 대만회사로 거듭난다. 우선 다카하시 현 사장의 자리를 궈타이밍(郭台銘) 홍하이 회장의 측근 다이정우(戴正吳) 홍하이 부회장이 이어받게 된다. 샤프의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새 경영진은 9명 가운데 차기 사장 다이정우를 포함해 6명을 홍하이 측에서 지명한다. 샤프 출신은 3명밖에 안 되는 소수파가 된다. 샤프 인수 절차 완료와 함께 샤프의 구조 개혁이 본격화되는데, 이를 통한 경영 재건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앞서 궈 회장은 샤프 인수를 확정한 뒤에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했으나, 이후 7천명 단위의 인원 삭감설이나 태양전지 부문 매각설 등이 나돌며 샤프 중견사원들의 자발적 이탈이 잇따랐다. 샤프는 경영재건을 서두르고 있지만 2016년 4~6월(2분기) 연결결산도 274억엔의 대규모 적자(전년 동기에는 339억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하이의 출자는 당초 6월 완료를 목표로 했으나 중국 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며 그간 뒷말이 무성했다. 연합뉴스
  • [서울광장] 너절리즘과 네이버와 ‘김영란법’/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서울광장] 너절리즘과 네이버와 ‘김영란법’/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지금 이 글, 어떻게 읽고 계신지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 실린 글을 읽고 계시지 않나요? 제 짐작이 맞을 확률이 80%는 넘을 겁니다. 통계가 말해줍니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함께 실시한 연구만 봐도 그렇습니다. 세계 26개국 5만 3330명의 뉴스 소비 행태를 조사한 내용입니다. ‘뉴스를 주로 컴퓨터나 모바일로 본다’는 답변이 한국의 경우 86%나 됐습니다. 또 응답자의 60%는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에 들어가 뉴스를 본다고 했습니다. 신문사나 방송사의 온라인 서비스로 뉴스를 보는 경우는 10~30%에 불과합니다. 신문을 본다는 답변은 더더욱 적습니다. 뉴스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들이 쏟아내는 뉴스들이 포털이라는 가두리양식장으로 모이고,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로 퍼져 나갑니다. 사람들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고, 입맛에 맞는 뉴스를 페북으로 흘려보냅니다. 신문과 인터넷 매체들은 물론 방송까지도 하루가 다르게 대형백화점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뉴스 소비자들이야 좋습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포털 한곳에서 수많은 뉴스를 골라 볼 수 있으니 참 편합니다.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요. 이런 미디어 환경에 박수만 보낼 일일까요. 기자를 기레기(기자+쓰레기)로 보고, 저널리즘이 ‘너절리즘’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미디어의 현 위기는 이 왜곡된 뉴스 소비시장에서 비롯됩니다. 우선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구조는 읽어야 할 기사보다 많이 읽힐 기사를 추구하게 만듭니다. 대한민국은 포털이 뉴스 편집권을 행사하는, 다시 말해 자신들의 기준과 판단에 따라 뉴스를 취사선택해 전면에 내세우는 세계 유일무이의 나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영세 매체들일수록 좋은 뉴스를 생산하기보단 선정적이든 폭력적이든 포털 전면에 기사를 내거는 데 매달립니다. 언론매체의 포털 종속화입니다. 연예인의 스캔들 하나가 국정과 관련한 주요 기사들을 다 덮어버리는 뉴스 소비 패턴 속에서 고품격 고비용의 뉴스콘텐츠를 생산해야 할 동기는 설 땅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너절리즘이 돈이 되지도 않습니다. 포털의 배만 불립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질 않습니다. 거대 포털이 뉴스시장을 지배하는 구조에서 열악한 언론매체들은 정파적인 편 가르기 보도로 연명하는 생존전략을 택하게 되고, 이는 결국 언론에 대한 불신, 정부와 정치에 대한 불신, 나아가 국민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인류사 최강의 소통 구조를 갖춘 현실이건만 갈수록 불통의 장벽만 높아가는, 이 역설적 시대상의 연원이 여기에 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을 ‘김영란법’이 깜빡했습니다. 이 ‘언론 위의 언론’을 적용 대상에서 빼놓은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김영란법’이 합헌이라 결정하면서 ‘국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언론의 영향력’을 강조했습니다. 한데 법을 만든 국민권익위원회는 “포털은 뉴스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으로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어떤 매체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공공성을 요구받는 네이버와 다음은 그렇게 ‘김영란법’을 비켜 갔습니다. 포털이 ‘김영란법’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당연한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김영란법’ 논란에서 보듯 언론의 막강한 영향력을 이토록 우려하는 우리 사회이건만 정작 언론시장의 병든 현실과 이런 왜곡이 몰고 올 사회적 재앙에는 놀라우리만큼 무지하고 무심한 현실이 섬뜩할 정도로 두렵고 안타깝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언론세미나에 언론학자 한규섭 서울대 교수가 며칠 전 초대됐습니다. “이 왜곡된 언론시장이 5~10년 가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전 그 뒷말이 더 끔찍했습니다. “이젠 언론학자들도 포털 비판을 주저합니다. 거대공룡이 된 거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합니다. ‘김영란법’ 앞에서 언론의 공공성을 따지는 차원을 넘어 언론 생태계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 방울, 누가 달아야 할까요.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도 먼 산만 쳐다봅니다. 아, 깜빡했네요. 앞머리에 했던 말씀 거두겠습니다. 포털에는 이 글이 실리지 않을 테니까요. jade@seoul.co.kr
  • [사설] 총선 참패 ‘친박’ 책임론 희석시킨 새누리 백서

    새누리당이 그제 공개한 4·13 총선의 참패 원인을 정리한 국민백서를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마지못해 내놓은 ‘면피용’ 백서라는 지적이다. 백서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제대로 진단해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교훈을 얻기 위해 만드는 ‘반성문’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백서에는 처절한 반성과 참회가 없다. 외부 전문가와 일반인, 당원, 총선 경선 후보 등의 의견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을 뿐이다. 집권 여당이 2당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고도 겨우 이런 백서를 내려고 지난 석 달여 동안 시간을 허비했는지 한심하기만 하다. 새누리당은 선거 참패의 책임 소재를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주변 인사들의 얘기나 늘어놓을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백서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배신자’를 찍어 내겠다며 공천권을 휘두른 친박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이들은 다 아는데도 백서가 이를 ‘계파 간 공천 갈등’이라고 눈 가리고 아웅을 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대선을 치를 생각이 있는 정당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공당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친박들이 ‘완장’을 차고 공천권을 휘둘렀다.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의 오만하고도 독선적인 공천위 운영에 친박 인사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선거 때 ‘진박’ 사진 마케팅을 벌여 민심을 악화시킨 이도 친박들이었다. 친박 인사들의 경거망동이 선거를 망쳤는데도 이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은 것은 아직도 새누리당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 줄 뿐이다. 오죽하면 이번 백서가 “친박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면죄부를 줬다”는 얘기까지 나오겠는가. 그런데도 백서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자로 실명으로 거론한 이는 이씨와 김무성 전 대표 등 두 명뿐이다. 친박의 막장 공천에 반기를 들고 막판에 ‘옥새 파동’을 벌인 김 전 대표의 책임도 당연히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두 사람에게 당 패배의 책임을 씌우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이씨가 공천 전횡을 하도록 멍석을 깔아 준 것도 친박이고, 뒤에서 손뼉 친 것도 친박인데 뒤늦게 그를 희생양으로 몰아가는 것은 친박 책임론을 희석시키는 꼼수일 뿐이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백서를 내고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하다”고 했다. 과거의 진실을 가리는 선거 참패 ‘흑서’를 내는 새누리당의 미래가 안 보인다.
  • ISA 미스터리 쇼핑 결과도 미스터리

    ISA 미스터리 쇼핑 결과도 미스터리

    금감원, 전체 내용은 비공개 유지 2곳만 보통… 나머지는 낙제 소문 금융권 “결과 좋다면 공개했을 것” 금융감독원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미스터리 쇼핑’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권에선 “100점 만점에 70점(보통)도 못 받은 금융사가 수두룩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스터리 쇼핑은 일반 손님으로 가장한 금감원 관계자가 영업점을 찾아가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암행감찰 제도라고도 불린다. 금감원은 ISA가 출시된 지난 3월부터 5월 말까지 은행과 증권사를 돌며 미스터리 쇼핑에 나섰다. 평가 결과는 이미 각 금융사에 개별통보된 상태다. 그런데 전체 평가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18일 “미스터리 쇼핑은 금융사의 위법이나 불법 사안을 적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가 좋든 나쁘든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몇 개 영업점을 표본 조사하기 때문에 일부 영업점이 불완전 판매를 했다고 해서 해당 은행 전체가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볼 순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사 줄세우기나 ‘채찍’보다는 감독당국이 미스터리 쇼핑에 나서면 금융사들이 불완전판매를 자제하는 심리적 효과를 의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미스터리 쇼핑) 결과가 좋았다면 금융 당국이 진작에 공개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대형은행 1곳과 지방은행 1곳 정도만 ‘보통’(70~80점)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나머지는 모두 ‘미흡’(60~70점) 또는 ‘저조’(60점 미만)의 낙제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A은행 지점장은 “ISA 출시 초기에는 워낙 실적 압박이 심해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상품을 판매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며 “가입하는 고객조차 ISA가 뭔지 모르고 서명한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금감원은 ISA 판매와 관련해 적합성 원칙(투자자 성향분석, 적합한 상품 투자권유)과 상품설명 의무(가입요건 및 세제혜택, 계약해지, 수수료와 환매·중도상환 등)를 각각 50점씩 배점해 총 100점 만점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고객 투자성향을 처음부터 파악하지 않았거나 상품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일단 50점씩 점수를 깎아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낙제점이 수두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이날부터는 기존 ISA 가입사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금융사로 갈아탈 수 있는 ‘ISA 계좌이동제’가 시행됐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비즈 in 비즈] ‘낙하산’이 대우건설에 내려앉으면…

    대우건설 새 사장 선임을 놓고 건설업계가 시끄럽습니다. 후보가 두 명으로 압축됐지만 뒷말이 끊이지 않습니다. “정치권에 줄을 댄 A후보가 내정됐고 B는 그냥 들러리”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산은과 여권 유력 정치인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부인합니다. 하지만 지난 13일 진행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회의를 살펴보면 ‘낙하산’ 논란이 나올 만한 정황이 엿보입니다. 이날 사추위는 1차 심사 통과자 5명을 대상으로 최종 후보 2명 선발을 위한 면접을 했습니다. 분위기는 시베리아 벌판의 칼바람만큼 냉랭했다고 합니다. 연매출 10조원의 대형 건설사 수장을 결정하는 자리이니 의견이 제각각이고 토론이 격하게 흐르는 건 당연합니다. 문제는 또 외부의 입김이 끼어들었다는 겁니다. 토론을 하던 산은측 심사위원이 심사장을 빠져나와 잠시 머물던 방에 수상한 인사가 들어갑니다. 그가 방에 들어가기 전 받은 마지막 통화의 첫마디는 “네 의원님”이었다고 합니다. 얼마 뒤 회의는 재개됐고 과정에 불만을 가진 심사위원 두 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니다. 결국 심사위원 두 명이 빠진 상황에서 사추위는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을 최종 후보로 정했습니다. “산은이 찍는 사장을 앉히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산은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산은은 기업들이 힘들 때 버팀목이 되라고 국민 세금으로 만든 금융기관입니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사장을 낙점하는 건 국민을 배신하는 일입니다. 대우건설의 미래를 고려해 능력을 갖춘 최적임자를 뽑아야 합니다. 역시 산은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의 남상태 전 사장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 비자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잘못된 인사로 1만 3000여명의 직장이 흔들리고 건실한 조선사 하나가 수조원의 부실을 떠안는 것을 우리는 지켜봤습니다.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이곳이 누군가에겐 ‘떡고물’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직장”이라는 대우건설 한 직원의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됩니다. 사추위는 20일 최종 후보를 결정합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사설] AIIB 부총재 날린 홍기택 파문 책임 엄히 물어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한국 몫인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직위가 부총재에서 국장급으로 격하됐다. 홍기택 부총재가 돌연 휴직계를 내고 잠적한 지 14일 만이다. AIIB는 대신 국장급이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부총재급으로 격상시켜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결국 한국이 4조 3000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어렵게 확보한 자리만 허무하게 날린 셈이 됐다. AIIB는 후임자 자격 요건으로 ‘전문성’과 ‘직업윤리’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고 하니 국가적 망신까지 산 꼴이 됐다.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은 홍 부총재의 부적절한 처신에 있다. 그는 지난 2월까지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회장을 맡았다. 대우조선의 부실을 키우는 데 누구보다 책임이 크다. 특히 5조 4000억원에 이르는 대우조선의 회계 부정을 감독하는 역할을 소홀히 했다. 홍씨가 회계 부정을 알면서도 눈감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홍 부총재는 서별관회의를 폭로하는 인터뷰를 통해 모든 책임을 정부와 청와대에 돌려 파문을 불렀다. 또 지난달에는 휴직계를 제출하고 AIIB 연차 총회에 불참했고, 결국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 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검찰이든 감사원이든 그를 불러 철저히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인물에게 중책을 맡긴 청와대와 정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홍 부총재는 금융 실무 경험이 거의 없는 학자 출신이다. 산은 회장 선임 때부터 뒷말이 적지 않았다. 복잡한 산은 회장 업무를 맡기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정부 일각에서까지 불거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그가 소신과 책임의식을 갖고 산업은행을 이끌었다면 대우조선의 부실이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홍씨에 대해 대우조선 부실 문제만으로도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했다. 그런데 외려 지난 2월 그를 AIIB 부총재로 추천해 사실상 영전을 시켜 줬다. 전문성이 부족하고 소신마저 없는 인물에게 무리하게 중책을 맡긴 셈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정부에 만연한 낙하산 인사가 국제적으로까지 확대돼 망신을 산 경우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 가도 샌다고 했다. 무자격자를 아무 데나 내리꽂는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국제 망신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 검사들도 아프다

    “1년 두번씩 줄 세우기식 평가 주임검사제 자율성 약화시켜…부장 다면평가제 재도입해야” 조직문화 개선 목소리 쏟아져 지난 5월 서울남부지검 초임검사(33)의 자살을 계기로 검찰 내에서도 조직문화 개선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비단 소속 수사부 김모(48) 부장검사의 폭언·폭행 등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이번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4월엔 임관 3개월 만에 한 지방검찰청 소속 초임검사가 “검찰이 이렇게 힘든 곳인 줄 몰랐다”며 어렵게 따낸 검사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5월엔 순천지청 6년차 검사(39)가 간경화로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간암 수술을 받았음에도 업무 과중에 제대로 건강관리를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일 것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또 지난달엔 서울중앙지검 7년차 검사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잇단 우환에 최근 대검 기획조정부가 실태 파악을 위해 평검사 업무량 등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4일 서울신문이 전·현직 검사들이 말하는 검찰 조직문화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검찰 조직문화가 지나치게 실적을 강요한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서울지역 A검사는 “해도 해도 자꾸 일이 쌓여가기만 한다. 자살한 검사가 자신을 ‘물건을 팔지 못하는 영업사원’에 비유했다는데, 많은 검사가 공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이 많아서 사람이 죽진 않는다”면서 “업무 과중에, 부장의 실적 압박, 여기에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는 조직 내부 분위기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B검사는 “예전에도 부장이 말석 검사를 거칠게 다루면서 하드트레이닝을 시켰다. 그래도 부부장, 수석이 데리고 나가 풀어주기도 하고, 어떨 땐 사건 기록을 가져오라고 해서 결론을 내주거나, 자기 방 수사관에게 사건을 대신 조사하게 해서 도와주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문화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적 중심의 검사 평가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의 C부장검사는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잔소리를 하는 것을 넘어 비인격적으로 대우한 건 검찰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된 김 부장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래도 ‘통계의 압박’이 상당한 건 사실이다. 구속, 인지 등 숫자로 잡히는 실적은 전국적으로 비교가 되기 때문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해 실적내기용 수사도 생겨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지방의 D검사는 “10여년 전부터 대국민 서비스 향상을 이유로 실적 압박이 강해졌는데 수사기관에 실적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실적 강요는 필연적으로 무리한 사건 처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참에 질적 평가 중심으로 평가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1년에 두 번 검찰청별로 소속 검사를 대상으로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식’의 강도 높은 평가를 실시한다. 이때 3개월 이상 미제 사건 건수나 구속, 인지 등 실적은 평가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 검찰이 시행 중인 부장검사 주임 검사제가 업무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지역 E검사는 “부장 주임검사제로 부장에게 보고가 늘어 업무만 많아졌을 뿐, ‘부장이 책임지겠지’라는 생각에 사건에 대한 책임감이 약해진 것 같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지방의 F부장검사도 “예전에 검사가 하던 일을 요즘엔 부장이 한다는 얘기를 한다”면서 “부장 주임검사제는 사건을 여러 명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부장의 간섭을 강화시키고 검사의 자율성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G검사도 “과거에 검찰청별로 직접 결정할 만한 일들도 요즘은 대검에 다 보고를 한다. 직접 결정을 못 하는 풍조가 생겼다”면서 “부장주임검사제는 검사들의 책임성·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과 상반된다. ‘이러다 모든 일을 총장이 직접 다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인기투표’ 논란으로 폐지된 ‘다면평가제’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H검사는 “평검사는 물론 계장들까지 부장을 평가하는 다면평가제하에서는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아무리 경력관리가 잘된 검사도 한번 부장 눈 밖에 나면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부장의 입김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형사부 지원 강화도 대책으로 지적된다. I검사는 “일을 잘하면 특수부로 가고 못하면 형사부에 남는 인사시스템 때문에 형사부 검사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우리 조직의 해묵은 과제”라면서 “형사부 지원을 늘리는 등 형사부 검사들도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김 부장검사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J부장검사는 “김 부장이 사석에서는 자살한 검사를 ‘어린 친구가 묵묵히 일을 잘한다’고 많이 칭찬했다. 서로 간의 소통이 안 된 것이 문제였지 김 부장이 후배를 키우려 했던 진심까지 호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함부로 애틋하게’ 김우빈 수지, 키친 백허그에 심쿵 눈빛 ‘초밀착 스킨십’

    ‘함부로 애틋하게’ 김우빈 수지, 키친 백허그에 심쿵 눈빛 ‘초밀착 스킨십’

    ‘함부로 애틋하게’ 김우빈과 수지가 애잔함과 달달함이 교차하는 ‘키친 백허그’를 선보인다. 오는 6일 첫 방송될 KBS 새 특별기획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는 어린 시절 가슴 아픈 악연으로 헤어졌던 두 남녀가 안하무인 ‘슈퍼갑 톱스타’와 비굴하고 속물적인 ‘슈퍼을 다큐 PD’로 다시 만나 그려가는 까칠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 김우빈과 배수지는 각각 배우와 가수를 넘나드는 이 시대 최고의 도도하고 까칠한 한류 대 스타 ‘초절정 시크남’ 신준영 역과 돈 앞에 무너지는, 강자 앞에 한없이 허약한 ‘비굴녀’ 노을 역을 맡아, 대한민국 최강 ‘커플 케미’를 증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우빈과 배수지가 안은 듯 기대는 듯, 애잔한 ‘백허그 포즈’를 담아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우빈이 앞치마를 두르고 얼굴에 밀가루를 잔뜩 묻힌 배수지의 뒤에서 어깨를 슬며시 안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무엇보다 김우빈과 배수지는 미묘하게 마주치지 않는 눈빛으로 인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릿하게 만들고 있다. 김우빈은 시선을 아래쪽으로 내리깐 채 한쪽 손으로 배수지를 살포시 안고 있는 반면 배수지는 김우빈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상황. 서로의 숨소리조차 맞닿는, 초밀착 스킨십을 선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설렘을 유발시키고 있다. 김우빈과 배수지의 ‘키친 백허그’ 장면은 지난 2월 4일 경기도 가평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두 사람은 감정 몰입이 중요한 촬영을 앞두고 리허설 내내 감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말없이 동선을 계속 맞춰보며 장면을 준비해나갔다. 감독이 큐사인을 외치자 김우빈은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지 않게 노력하는 신준영의 모습을, 배수지는 두 눈빛에 신준영에 대한 복잡다단한 마음을 오롯이 그려내는 등 미묘한 감정선을 완전히 표현했다. 특히 김우빈은 복잡한 감정 연기를 앞두고 다소 긴장감을 보이는 배수지를 위해 특유의 넉살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도 했다. 배수지가 잘라놓은 야채들을 가리키며 “을이가 요리를 해놓은 모습인데...”라며 뒷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으로 ‘깨알 장난’을 건네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제작사 삼화네트웍스 측은 “김우빈과 배수지는 감정의 몰입이 어려운 장면임에도 환상적인 호흡으로 장면을 완성해냈다”며 “카메라 불이 켜지면 신준영과 노을로 200% 빙의하고 있는 두 사람으로 인해 현장은 늘 감탄 연속이다. 두 사람의 완벽한 케미를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김우빈 수지의 호흡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함부로 애틋하게’는 오는 6일 수요일 밤 10시 첫 전파를 탄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사설] 망신 자초한 홍기택 휴직, 후속대처 잘하길

    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지난 27일부터 돌연 6개월 휴직에 들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홍 부총재는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AIIB 이사회에 구두로 휴직을 알린 데다 지난 25일 AIIB 첫 총회에도 불참했다. 개인 사정으로 휴직할 수는 있지만 홍 부총재의 경우에는 맞지 않는다. 홍 부총재를 둘러싼 현 상황에 비춰 볼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총회에 참석했다가 진리췬 AIIB 총재에게서 들었다니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AIIB는 올 1월 중국 주도 아래 아시아 국가들의 인프라 건설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국제금융기구다.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큰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에 대응할 목적으로 설립된 탓에 우리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살피며 어렵사리 참여했다. 우리나라의 분담금은 37억 달러로 57개 회원국 중 중국·인도·러시아·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그런데 홍 부총재는 AIIB의 최고위험관리자(CRO)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고도 정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휴직해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홍 부총재는 박근혜 정권 인수위원 출신으로 정부 출범과 함께 산은 회장에 오른 ‘낙하산’ 인사다. 회장을 맡는 동안 조선·해운업 등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미루다 결국 위기를 맞았다는 책임론의 휩싸여 있다. 대우조선의 1조 5000억원 분식회계를 묵인해 주고 4조 2000억원을 신규 지원했다. 대우조선 임직원에게 877억원의 부당 격려금 지급을 허락하는 등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홍 부총재는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들러리 신세”라며 대우조선 지원의 결정을 청와대와 금융위원회에 떠넘겼다. 무책임의 전형이다. 홍 부총재의 부적절한 처신은 인사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는 산은 회장 임기 만료를 두 달 앞둔 지난 2월 AIIB 부총재로 영전했다. 당시 감사원의 봐주기 감사에다 정권 실세들의 밀어주기가 크게 작용했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적임자가 아니었던 만큼 추천한 사람들의 책임도 만만찮다. 정부는 후임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막대한 부담금을 내면서 다른 나라에 부총재 자리를 뺏긴다면 국가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AIIB 부총재에 정치적 고려가 아닌 전문성 있는 인사를 엄선해 더이상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단독] 호텔 회장님 ‘행운의 재판’… 그 뒤엔 전관 그림자

    [단독] 호텔 회장님 ‘행운의 재판’… 그 뒤엔 전관 그림자

    검찰총장·법원장 출신 변호인 수사·재판 ‘전관 입김’ 가능성 2013년 성매매 알선 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문병욱(64) 라미드그룹 회장(전 썬앤문 회장)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검찰 기소 당시 문 회장은 과거 유죄판결의 집행유예 기간이었지만 구속도 되지 않고, 재판이 지연되면서 가중처벌도 면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검찰총장과 법원장 출신의 화려한 전관(前官) 변호인단을 꾸린 문 회장이 최근 ‘정운호 게이트’에서 드러난 것처럼 전관의 힘을 빌린 결과가 아니냐는 뒷말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3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문 회장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자신이 운영하는 호텔 객실을 유흥업소에 성매매 용도로 빌려주고 70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성매매알선처리법 위반)로 2013년 12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문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됐다. ●잇단 횡령으로 집유·구속 경력 앞서 문 회장은 2010년 9월 회삿돈 11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어 2011년 2월에는 128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별도 재판을 통해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았다. 113억원 횡령 건으로 형을 살던 문 회장은 2011년 3월 병보석을 허가받아 풀려났고, 이후 2012년 3월에 가석방 형태로 형을 마쳤다. 현행 형법상 집행유예 기간에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거나 교도소 출소 후 3년 이내에 죄를 지으면 가중처벌된다. 문 회장은 이 두 가지에 모두 해당됐지만 구속을 면했다. ●기소 후 2년 6개월 넘게 1심 진행 중 문 회장의 ‘행운’은 재판 과정에서도 계속됐다. 기소 이후 2년 6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불구속 사건의 단독 재판부 처리 평균인 116.1일(2014년 기준)에 비하면 7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있는 셈이다. 문 회장 측과 성매매 알선의 대가를 동등하게 나눠 가진 업소 사장 P씨는 형이 확정돼 올해 초 이미 출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P씨는 도주와 방화 예비 혐의가 더해져 구속돼 형 확정이 빨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문 회장은 기소 후 1년 2개월 만인 2015년 2월 전에 형이 확정됐더라면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형에 가산되지만 재판이 지연돼 이를 피할 수 있었다. ●공판 불출석에도 강제 구인도 안 해 한 지방검찰청 검사는 “집유 기간 기소된 피고인들의 경우 재판을 늦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대부분 뜻을 이루지 못하는데, 문 회장의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는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을 저지른 데다 공판에 불출석한 피고인이 강제 구인되지 않은 건 의아한 결과”라면서 “증인신문을 서두르지 않은 것 역시 집유 기간이 다가오는 피고인에게는 큰 혜택”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불구속 기소를 한 데다 증인 수도 많고 피고인들이나 증인들이 출석을 미룬 탓”이라고 설명했다. 문 회장에 대한 법조계의 ‘혜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회장은 2008년 3월 횡령 혐의로 기소됐을 때도 집유 기간이었지만 형 확정이 늦어지면서 가중처벌을 면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문 회장 측 전관 변호사들의 ‘영향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검찰 수뇌부나 재판부 등과 인연이 있는 전직 검찰총장, 법원장 출신 변호사들이 문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또 다른 변호사는 “문 회장 측의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가 수사팀을 상대로 전화 변론을 시도해 성공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성매매 알선 혐의 수사 땐 동종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해 불구속 처리했다”고 말했다. 문 회장 측 관계자도 “전관 변호사가 (재판 지연 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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