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野, 새 특검안 대치 / 거부권 시사로 정국 급랭
대북(對北)송금 새 특검법을 놓고,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예상대로 정면 충돌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당분간은 한치의 양보가 없는 강(强) 대 강(强)의 대결구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한나라당의 새 대표에 보수강경파로 분류되는 최병렬 후보가 당선된 것도 새 특검법을 놓고,앞으로의 정국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거부권 예고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150억원 수수의혹으로 수사범위를 한정하면 새 특검을 수용하겠지만,그렇지 않으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노 대통령은 지난 23일 대북송금 송두환 특검팀의 수사연장 요청을 공식 거부하면서,같은 취지의 말을 했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새 특검을 150억원 수수의혹으로 한정한 것은 송두환 특검팀이 대북송금과 관련한 각종 의혹은 거의 대부분 밝혀냈다는 판단에서다.물론 지지층의 이탈을 염려한 게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날 브리핑을 통해 “(송두환)특검이 대북송금 의혹 부분에 대해수사기간이 부족해서 해야 될 수사를 못했다거나,수사가 미진했다거나,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거나 하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수사대상을 150억원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것이다.
문 수석은 “1억달러의 대가성 부분과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법적 심사대상인지 고도의 외교적 행위이므로 면책돼야 하는지는 법원에서 가릴 것”이라며 “비단 이 문제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뚜렷한 범죄혐의 없이 가볍고 쉽게 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한나라당,새 특검법 강력추진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은 뒷돈거래에 의한 대(對)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났다.”면서 “왜 임동원씨가 2억달러 송금을 지시했는지,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할과 150억원의 성격은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게 많다.”고 압박했다.150억원 부분으로 수사를 한정하는 것에는 분명히 반대하면서,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이어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상배 정책위의장도 “새 특검은 공사가 중단된 건물을 계속 짓자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특검연장 거부로 진상규명을 방해한 만큼 새 특검법이 지체 없이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이규택 총무는 “재특검만이 진상을 밝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대립과 갈등에 따라 새 특검법을 놓고 합의점을 찾는 것은 힘든 일이다.양측의 지루한 힘겨루기 이후 결국 150억원 부분은 검찰로 넘어가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럴 경우 한나라당은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고 계속 공세를 펴면서,내년 총선까지 호재로 활용하려고 할 가능성도 높다.
곽태헌 박정경기자 ti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