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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영관 17개 동양최대 복합영상관 13일 오픈

    미국 올랜도의 ‘월트 디즈니월드’에 못지 않은 명물이 서울에도 등장한다. 국내 최초의 오감(五感) 영화관인 ‘메가박스 씨네플렉스’(www.megabox.co.kr)가 오는 13일 문을 연다. 메가박스 씨네플렉스는 동양제과와 세계적인 스크린 체인업체인 미국 로스시네플렉스 인터내셔널(LCI)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복합영상관.서울 삼성동코엑스몰 지하에 들어서며,규모나 시설면에서 국내는 물론 동양 최대를 자랑한다.상영관만도 대형관(500석 규모) 3개,중형관(300석) 8개,소형관(200석)5개,특수관(24석) 1개 등 총 17개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다이내믹 씨어터’라고 이름붙은 특수관.3차원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속에서 바람이 불면 관객의 머리카락도 바람에 날린다. 또 영화속 주인공이 커피를 끓이면 객석에도 커피향이 진동한다.보고 듣는영화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오감 영화’를 국내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올랜도의 ‘월트 디즈니월드’처럼 영화관 좌석도 움직인다.스크린에 맞춰움직이도록 특수설계돼 있어 화면이 뒤틀리면좌석도 따라 뒤틀린다.입장료는 15분 상영에 4,500원. 일반상영관의 좌석은 움직이지 않는 대신 간격을 크게 늘려 다리를 쭉 뻗고관람할 수 있다. 또 모든 좌석에 컵홀더와 머리를 편안히 기댈 수 있는 헤드레스트가 설치돼 있다.팔걸이 조절이 되는 연인석도 있다.관람료는 기존 영화관과 똑같은 6,000원. 동양그룹 담철곤(譚哲坤) 부회장은 9일 LCI와 가진 투자조인식에서 2001년말까지 전국에 100개 이상의 메가박스 씨네플렉스 체인망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안미현기자 hyun@
  • 4·13 이후/ 특별좌담

    대한매일은 14일 오석홍(吳錫泓)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손봉숙(孫鳳淑)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황태연(黃台淵) 동국대 정외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16대 총선후 정국 및 정치개혁 방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참석자들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이번 총선에 미친 영향과 총선 후 정치개혁,남북관계 등 정국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손봉숙이사장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낮은 게 특징입니다.역대 국회의원 선거를 보면 할 때마다 5%씩 낮아져 15대때는 63%대로 낮아졌고 이번에는 57%대까지 떨어졌습니다.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무관심이 작용한 결과입니다.더구나 결과를 보면 지역주의가 뿌리깊게 박혀있습니다.지역주의 심화는 한국정치가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반면 후보들에 대한 신상검증은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고 봅니다.병역·납세·전과 공개로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됨됨이를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반면정책대결은 거의 없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혼탁·금권선거가 여전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오석홍교수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생각해 봤습니다.후보검증 과정과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은 유권자에게후보들을 다시 한번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합니다. 386세대를 비롯한 참신한 정치신인들을 많이 발굴한 것도 큰 수확입니다.몇몇 여성후보들이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등 여성의 진출이 과거에 비해 두드러진 것도 긍정적인 변화입니다.수도권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 인물중심의 후보 선택도 특정 당이나 지연·학연 위주의 선거풍토를 벗어나는 발전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선거 전과정을 통해 드러난 지역갈등과 같은 정치적 앙금은 결과적으로 더 심화된 상태인데 이것이 정치적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황태연교수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역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선거였습니다. 처음이라 그런지 명단을 너무 남발해서 걱정들이 많았습니다.그러나 나중에20여명으로 압축해 집중낙선운동을 벌였는데상당히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대상 지역 중 7∼8곳은 실패하고 수도권 등 거의 전 지역에서는 성공을 거뒀습니다.다만 시민단체가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니까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의도치 않은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정치인은 ‘다 몹쓸 사람’이라는 인식을심어줘 유권자들이 선거로부터 이탈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이대로라면 다음번 선거의 투표율은 50% 이하로 갈 수도 있습니다.투표불참자에게 벌금형을내리는 선거법 개정이라도 필요하지 않나 봅니다.기권의 자유를 보장한다는얘기도 있지만 기권자도 투표소까지 나와 무효표를 만드는 노력이라도 해야합니다. 정책선거가 잘 안됐다는 비판에는 동감입니다.언론이 특히 대오각성해야 합니다.여야의 비방은 마구 실으면서 정책은 각 당이 계속 내놓아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손이사장 시민단체가 열심히 활동했지만 젊은 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못한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민주노동당,청년진보당 등 진보세력이 원내 진출에 실패해 우리 사회의 보수의 벽이 여전히 두텁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특히 시민운동이 낙선운동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 환경운동,여성운동,소비자운동 등 부문별 정책 부각에는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통일된 낙선운동에는 성공했지만 다양성을 살리는 데는 실패했다는 아쉬움이남습니다. ●오교수 이번 총선을 평가하면 저는 여야 모두 승리했다고 생각합니다.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을 유지했고 민주당도 수도권의 약진을 바탕으로 의석수를 늘리는 한편 영남권을 제외하고 고른 득표를 해 지역적 한계도 다소 벗어났습니다.다만 이번 선거를 통해 더욱 뚜렷이 드러난 영호남의 지역색은 여야모두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지역감정이 드러난 것을 비관적으로 보고 무조건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여야 모두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여유있는 마음을 갖고 극단적인 대립구도를 탈피해야 합니다. ●손이사장 한나라당은 제1당이 됐고 민주당도 수도권에서 선전했습니다.하지만 영남과 호남을 보며 많은 사람이 답답한 심정을 느꼈을 것입니다.호남은 늘 몰표를 줘서 익숙하겠지만 영남이 이 정도로 몰표를 준 것은 두 가지측면에서 생각해야 합니다.우선 김대중(金大中)정부에 대한 영남인의 정서를 읽어야 합니다.‘친(親)이회창(李會昌)’이 아니라 ‘반(反)DJ’ 정서가 표출된 것으로 봅니다.민국당이 부진한 것도 영남지역 사람들이 민국당을 찍으면 민주당을 도와준다는 생각에 똘똘 뭉쳤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제1당이 된 데 만족하지 말고,정책적으로 밀어야 할 것은 여당과 공조하는 등 수권정당으로서의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황교수 한나라당도 결과적으로 잘 싸웠고 민주당도 의석수가 상당히 늘었습니다.의석이 273석으로 준 것을 감안할 때 현재 98석인데 20석 가까이 많은 115석을 얻었으니 남는 장사를 했습니다.민주당은 특히 영남지역의 기대했던 두 곳은 실패했지만 나머지 지역에서 의석을 얻어 지역정당을 탈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반면 한나라당은 지역적인 측면으로 치우쳐 영남정당으로편향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민심을 따라간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민심이 지역주의적이면 따라가지 말고 고쳐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포퓰리즘에 빠져 나라가 결딴납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따른 표심 움직임도 주목할 만합니다.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여당을 밀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영남권의 견제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이같은 민심의 흐름을 볼 때 향후 여야관계는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예측됩니다.전통적인 해법으로는 풀어나가기 힘들 것으로 봅니다.오는 6월 남북정상회담은 여야가 어우러진 의견을 갖고 임해야 하는데 뭔가 이성적인 차원에서 애국심을 진작시키는 정치혁신 내지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손이사장 한나라당도 이기고 민주당도 이겼다는 평가는 숫자로만 보면 그렇습니다.그러나 지역주의 면에서 보면 두 당 모두 실패했고 부끄럽게 생각해야 합니다.한나라당은 영남을 싹쓸이했고 민주당도 사실상 호남에서 마찬가지입니다.지역주의가 정상회담 개최라는 국가적 호재를 집어삼킬 만큼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여야 정치인,국민 모두 반성해야합니다. ●황교수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서는 선거법 개혁이 필요합니다.1인2표제,정당명부제가 좌초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가 아쉬워했는데,너무 선거일에 임박해 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랬습니다.이번 16대 첫 임시국회에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그래야 호남에서 한나라당이,영남에서 민주당도 입지가생깁니다.또 정치신인의 정치진입도 가능해집니다. 선거연령을 19세로 낮춰 젊은 사람들을 당당한 유권자로 선거에 끌어들이는 개혁도 필요합니다.시민단체들의 선거관련 활동 범위도 제한돼있는데 넓히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입니다.국가보안법을 손질해야 하고 인권법 등시급한 과제도 16대 국회에서 다뤄야 합니다. ●손이사장 사실상 현행대로라면 전국구 리스트를 체크할 방법이 없어 ‘전국구(錢國區)’라는 말까지 나옵니다.1인2표제에 비례대표의 직능성을 살려야 유능한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습니다. 지난 번 선거법도 코앞에 두고 개정돼 관리하는 데 어려움 있었습니다.적어도 선거 1년전에는 통과돼야 합니다.이밖에 정당법,정치자금법등 관련 정치개혁입법도 손질이 필요합니다.경제안정,빈부격차 해소 등도 16대 국회가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일입니다. ●오교수 선거운동기간 동안 낙천·낙선운동에 주력했던 시민운동이 이제부터는 국회활동에 대한 감시로 전환돼야 합니다. ●손이사장 21세기에 시민단체의 확장은 불가피합니다.이번 총선에서도 시민연대가 보여준 선거운동은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형성해 나가고 올바른 정치인 양성과 신뢰구축이라는 사회자본 형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습니다.그러나 정부가 시민단체의 지원을 정권연장이나 그런 의도 없이 해야 합니다. 시민연대도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평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시민연대는 총선기간 동안 한개의 정당같은 역할을 한 게 사실입니다.일부 도에 넘는 일을 했지만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많아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것입니다. 시민단체도 이제는 본연의 자리에서 충실해야 합니다.2000년 첫 4개월을 선거에 밀려 보냈으니 지금부터는 새롭게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황교수 21세기는 고령화 사회라고 하고 비경제활동인구도 늘어납니다.경제활동인구가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국가 위기의 커다란 징후입니다.행정부가 하던 일 중에 비효율적인 것을 시민들이 책임지고 할 수 있도록 활성화해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일하지 않고 노는 인구가 많아집니다.비경제활동인구를 ‘소시얼 캐피털(social capital·사회자본)’로 활용하기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오교수 정치와 행정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입니다.그동안 정책적으로 어긋나면서도 정략적으로 개입돼 행정 전반에 혼란이 일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현재도 부처 통폐합 문제 등 뒤틀린 행정개혁을 바로잡는 것이 시급한 상태입니다.장기적으로는 행정체제를 유연화·연성화해 국민과 행정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자 검증 등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국민적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이런 시대적 추세에 발맞춰 각종 행정정책도 말로만 끝나지 않고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당을 초월해서 정치권이 합심해야합니다. ●황교수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디플로매틱 테크닉(diplomatic technique·외교협상술)’이 필요합니다.우선 당장 어려운 대목은 정상회담이 합의되었다해도 북한 김일성 주석의 조문문제가 불거지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측이 조문을 안하면 회담분위기가 굳어질 수밖에 없습니다.반면 조문을하면 남쪽에서 엄청나게 시끄럽고 골치아픈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오교수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공식발표했지만 6·25를 체험한 세대들이 아직 생존해있는 상태에서 대북문제는 어려운 문제입니다.전체주의 국가가 아닌 만큼 수많은 의견들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권의 능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손이사장 남북문제를 더 이상 보수·진보 이분법으로 봐서는 안됩니다.대통령도 야당총재를 국정파트너로 보고 남북문제를 잘 설명해주고 설득할 건설득해야 합니다.깜짝쇼만 할 일이 아닙니다.야당도 협조할 것은 최대한 하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리 김성수 이상록기자 sskim@
  • [연극 리뷰] “사랑을 주세요.”

    3월5일까지 대학로극장에서 공연되는 닐 사이먼 원작의 ‘사랑을 주세요’(김순영 연출)는 너무 가까이 있어 잊기 쉬운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가족드라마다.지난 9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풀리처상과토니상을 거머쥔 경력이 말해주듯 원작은 평범하지 않은 가족구성원 들간의갈등과 숨겨진 진실,그리고 마침내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때론 웃음으로,때론 코끝이 찡한 감동으로 짜임새 있게 엮어낸다. 극은 병으로 아내를 잃은 에디가 그동안 멀리해온 어머니에게 두아들 제이와 아리를 맡기면서 시작돼 다시 찾아가기까지 1년간의 이야기를 담는다.고집불통의 무서운 할머니,정신장애자인 벨라 고모, 젊을 때 집을 나가 갱단의일원이 된 루이 삼촌, 이상한 발성을 내는 거트 고모 등 제이와 아리의 눈에비친 가족은 하나같이 비정상적이다. 어느날 벨라 고모가 결혼발표를 하느라 가족을 집에 오게 하면서 이 뒤틀린가족관계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드러난다.미국에서 유태인으로 온갖 차별을받으며 홀로 6남매를 키워야 한 할머니는 두 자녀를잃은 뒤 더이상 아이들에게 정을 주지 않기로 했고,사랑이 없는 가정에서 자라난 네 자녀는 각자방식으로 할머니를 떠났다. 일일연속극처럼 에피소드 위주로 진행되던 극은 벨라 고모가 할머니에게 지금까지의 외로움을 털어놓으며 “누가,누가 나를 안아줘”라고 울부짖는 장면에서 클락이맥스를 이룬다.고난과 역경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강철처럼 단련된 지난날을 떠올리며 회한의 눈물을 보이는 할머니의 독백은 객석을 숙연하게 만든다.소극장 연극으로는 상당히 긴 2시간30분의 공연이 그다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섬세한 심리묘사와 극적인 반전때문이다. 원작을 충실하게 무대화한 연출 솜씨와 배우들의 개성있는 연기는 칭찬할만하다. 특히 벨라 역의 박현미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의 중심 노릇을 훌륭히 해냈다.그러나 할머니의 몫이 100% 살지 않은 점과 전반부에 다소늘어지는 듯한 느낌은 아쉬움을 준다.(02)764-6052. 이순녀기자 coral@
  • 언더·오버무대 통하는 실험정신 ‘델리 스파이스’

    언더와 오버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델리 스파이스’가 평단의 주목을 받는 3집을 이번 주 내놓는다. 이들에게 1990년대를 대표하는 그룹이란 상찬이 늘 따라붙는 것은,언뜻 들으면 헐렁하기 그지없는 사운드에 깃들인 정성스러움과 실험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 기타와 보컬을 맡으며 안정적인 멜로디와 사운드 창출에 주력하는 김민규가음악적 리더로서,베이스와 보컬을 담당하며 실험적인 사운드에 집착을 보이는 윤준호와 이루는 앙상블이 그룹의 주동력이다.여기에 ‘퓨어 디지털 사일런스’와 ‘코스모스’를 거친 키보드주자 양용준과 드러머 최재혁이 가세해 ‘평범에 숨긴 비범함’을 무기로 평단에 칼을 들이댔다. 이번 앨범은 라이브무대에서도 똑같이 연주할 수 있게끔 효과음을 삼갔으며복잡한 사운드를 피해 악기와 곡 구성에 신경을 썼다.자아에 치중하던 데서탈피해 사회에 대한 염세적인 가사가 돋보인다. 타이틀곡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에서 “뒤틀린 발목 너덜너덜 헤진 날개”라고 세상을 비하하는 이들의 시선은 ‘1231’에서 “그래날 증오해 날 죽이고 싶어”라고 절규하기에 이른다.그러나 이러한 가사는 아름답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선율,단순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낚아채는 리듬과 보컬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누가 울새를 죽였나’에서 들리는 재치있고 호기심을 자아내는 멜로디와 가사,마지막의 정체모를 웃음은 압권이다.성악가 신시아가 참여했다. 기존 음반들이 강조해온,기타음을 지연시키는 연주방식에서 탈피해 단조로운 톤과 리듬에 기대는 연주로 돌아왔다.줄곧 지적받은 여성적인 연주 스타일에도 변화를 주었다.다소 거친 느낌의 연주는,‘달려라 자전거’‘종이 비행기’등에서 세련된 포크음악과의 결합을 꾀한 2집 ‘웰컴 투 더 델리 하우스’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재미교포 출신이 주축인 인디밴드 ‘심(Seam)’의 존 리를 비롯한 세션맨들의 포진에서 엿볼 수 있다.이한철,사이드 비,DJ Wredkx 등이 참여한 ‘이어폰 세상’에서 들려주는 민속적인 리듬은 이 그룹의 무게를 실감케 해주었다. ‘나랑 산책할래요’에서 돌연 보사노바 리듬이 터져나오고,이를 지난 98년일본 공연때 구입했다는 아프리카 민속악기 카림바와 입으로 부는 하프로 토해낼 때 듣는 이는 혀를 차게 될 것이다. 이처럼 ‘맛있는 양념’을 두루 갖춘 맛깔스런 밴드는 오는 3월 4·5일 서울 종로5가 연강홀에서 3집 출반 기념공연을 갖는다. 사실 ‘델리’의 음악은 어렵지 않게 들린다.힘들이지 않고,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결코. 임병선기자 bsnim@
  • 어머니보다 강한 것은 없다

    “삶의 어둠 속에서 희망과 관용,헌신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는 용기를지닌 인간은 어머니뿐이거나 천재일 것이다” 스페인 출신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자신의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29일 개봉)을 통해 그 명제가 진실로 참된 것임을 보여준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은 주인공 마뉴엘라(세실리아 로스)의 굴곡진 인생이야기다.감독은가족해체의 고통 속에서 한 여성이 삶의 비극을 어떻게 극복하고 희망의 싹을 틔워나가는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그는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장면을 차용,자신의 영화와 대비시킨다.테네시 윌리엄스가 뒤틀린 욕망과 그로 인한 비극을 말하고 있다면,알모도바르는 항거할 수 없는 비극적 현실에서희망으로 탈출하는 여주인공의 정신적 부활에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알모도바르만이 할 수 있는 ‘알모 드라마’라 부른다.또 한편에선 ‘스크루볼 드라마’라 부르기도 한다.스크루볼은 야구 용어로, 공의 방향이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 없는 투구법을 일컫는 말.영화가어느 방향으로 전개될 지 관객들이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드는 알모도바르 특유의 연출법을 두고 평론가들이 지어낸 말이다.예측불허의 스크루볼이 종종 스트라이크가 되는 것처럼 이 영화는 주인공도 관객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주인공 마뉴엘라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고 이어 장기를 기증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 것,마뉴엘라의 마약중독 남편 아이를 임신한 수녀….그러나 영화는 여성의 생명력과 주체성이라는 주제 만큼은 일관되게 밀고 나간다.‘이브의 모든 것’에서 영화제목을 따온 감독은 ‘욕망의이브’가 아닌 ‘관용과 헌신의 이브’에서 구원의 여성상을 발견하고 있는듯하다. 김종면기자
  • 계간 ‘인물과 사상’ 13호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김대중 정권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과 고언을 아끼지 않았던 전북대 강준만 교수(신방과)가 현정권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최근 출간된 계간 ‘인물과 사상’ 13권에서 강 교수는 “김대중 정권은 DJ의 독선과 구태의연한 측근들로 인해 몰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미뒤틀릴 대로 뒤틀린 현정국은 모든게 김 대통령의 손을 떠났으며,설령 김 대통령이 마음을 고쳐먹어도 그의 뜻대로 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이러렀다”고 현 정세를 진단했다.지난 87년 대선 당시 ‘비판적’지지를 주장했던 시사평론가 유시민씨는 ‘2000년 총선,나의 세가지 투표원칙’이란 기고문에서 “능력과 인물이 담보되지 않는한 신당이라고 해서 무작정 찍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이는 유씨가 ‘비판적 지지’에서 ‘선택적 지지’로의 노선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강 교수는 “리영희 교수가 조선일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진보’를 박제화시키는 것”이라며 리 교수가 ‘조선일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을 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며,한국의 강단 좌파들이 “연고주의와 소아병적 패거리주의에 매몰돼 있다”며 서울대 김세균 교수와 ‘진보평론’에 대해서도 비판을 비켜가지 않았다. 이밖에도 강 교수는 ‘조갑제 옹호’에 이어 ‘박정희 옹호론’을 펴고 있는 문학평론가 이동하씨,‘섬진강시인’김용택씨,야당원로 이철승씨의 ‘조선일보와의 밀월’ 등에 대해서도비판과 고언을 곁들이고 있다.도서출판 개마고원,9,800원정운현기자 jwh59@
  • 제56회 베니스영화제 현장 리포트/베니스는 지금 세기말 性의

    [베니스 김종면특파원] 지중해의 물결이 넘실대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리도섬.제56회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이곳에 성(性)의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카사노바가 활개를 친 도시,마스크축제 때면 남녀가 하나로 뒤엉키곤 하는 세계 최고의 ‘불륜 도시’.올 베니스영화제에는 이 도시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려는 듯 온통 색깔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개막작인 미국 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한국 감독 장선우의 ‘거짓말’,벨기에 감독 프레더릭 폰테인의 ‘포르노그래픽 정사’가 바로 베니스영화제를 성 담론의 장으로 만든 화제작들이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알베르토 바르베라(48)또한 이 세 편의 영화를 ‘동시대의 성’을 주제로 한 주요 작품으로 간주,이번 영화제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영화들은 하나같이 성적 상상력의 극단까지 나아간다.그 뒤틀린 성적 욕망의 출구를 ‘아이즈 와이드 셧’은 밀교풍의 그룹섹스에서,‘거짓말’은새도­매저키즘의 성적 허무주의에서,그리고 ‘포르노그래픽 정사’는 눈먼섹스지상주의에서 찾는다. 등급보류 판정으로 국내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킨 ‘거짓말’은 4일 밤10시(현지시각)리도섬의 살라 페르라극장에서 처음 선보였다.일부 현지 언론은 “베니스영화제에는 우디 앨런의 최신작에서 장선우의 ‘거짓말’까지 나와 있다”는 말로 ‘거짓말’을 간접홍보하기도 했다.일종의 ‘전략상품’으로 내세우는 듯한 느낌이다. 성에 관한 온갖 표현을 실험하고 있는 유럽영화계가 왜 ‘거짓말’에 기대이상의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베니스에 온 장선우감독은 “마음의 병을 치유해주는 포르노”라는 관점에서 ‘거짓말’신드롬에 접근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채워질 수 없는 성적 갈증에 대한 한바탕의 ‘씻김굿’이란 점에서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고 풀이하는 것이 옳다.어쨌든 ‘거짓말’은베니스영화제에 출품된 성영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거짓말’에 신인배우상 정도는 돌아갈 것이라는 게 이곳 영화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편 올해 베니스영화제는 지난해 이탈리아 감독 잔니 아멜리오의 ‘그들은이렇게 웃었다’가 황금사자상을 받은데 대한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심사의공정성에 유달리 신경을 쓰고 있다.이탈리아 영화로 올해 경쟁부문에 오른것은 토니노 데 베르나르디 감독의 ‘열정적인’과 잔니 자나시 감독의 ‘내일까지’등 두 편.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이탈리아 영화가 이처럼 적게 짜여진 라인업은 역사상 처음”이라며 이번 영화제의 투명성을 강조했다.올해 베니스영화제의심사위원장은 ‘발칸의 펠리니’로 불리는 유고 감독 에밀 쿠스투리차가 맡았다. 베니스영화제는 지난해부터 영화를 사고 파는 필름마켓을 둬 상업적인 측면에도 무게를 두었다.그러나 아직은 상징적인 의미만 있을뿐 별다른 성과를거두지 못하고 있다.오히려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를 오락가락한다는 역풍을맞고 있다. 베니스영화제는 그동안 예술영화 축제임을 강조하는가 하면 할리우드 화제작에 집착하는 등 ‘이중성’을 보이기도 했다.세계의 경쟁영화제로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베니스영화제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화제의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jmkim@
  • [화제의 책]

    ◆공자의 이름으로… 중국의 명·청대에 한창 나이의 여성이 많이 숨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예문서원이 펴낸 ‘공자의 이름으로 죽은 여인들’(전여강 지음,이재정 옮김)은그 이유로 정절을 강조하는 당시 사회·경제적 분위기를 꼽았다. 명·청대에는 죽음으로 정절을 지킨 여성의 가문에 대해서는 다양한 형태로 국가가 보상을 하고 각 지방 관아에서는 ‘열녀’를 추앙해,결과적으로 수절과 자살을 장려했었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또 당시 과거시험의 경쟁 심화로 남성들이 깊은 좌절을 겪게 되고,이것이여성 자살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자살 여성이 많은 곳은 과거시험에 실패한 학자의 수도 많았다는 것.귀신이되면 원수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민간신앙도 여성을 죽음으로 몰게 한 주요원인이라고 책은 말한다.저자는 그러나 당시 여성들이 ‘공자(유교)의 이름으로’ 죽었으며,‘공자가 죽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값 7,500원. ◆증언 반민특위… 해방직후 구성된 ‘반민족행위 처벌법기초특별위원회’(반민특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주요 인사 7명의 최초 증언록이다.제목은 ‘증언 반민특위,잃어버린 기억의 보고서’(정운현 지음,삼인 펴냄). 저자는 이 책의 가치를 사장될 뻔했던 역사의 편린을 담은 ‘행운의 책’이라고 평가했다.그래서 증언자들의 말투까지 실어 진실을 그대로 전달하려는노력을 보였다. 80년대초 귀순한 신경완씨의 북한의 친일파 청산실태에 대한 증언은 사료적인 가치를 더한다.뛰어난 기억으로 북한의 친일파 청산실태를 소상하게 밝힌신씨는 증언 3개월만에 작고했다. 증언자들은 반민특위의 구성경위와 체포 당시의 반민족주의자들의 태도 및수감 때의 정신상태,반민특위 해체를 부른 이른바 지난 49년의 ‘6.6사건’전말,반민특위 활동자의 역사의식과 개인적인 성향,특위관계자에 대한 이승만과 친일파의 협박 및 회유책도 소상히 전하고 있다.값 9,000원. ◆정치야 맛좀 볼텨 시사 만평의 묘미는 짓눌리고 응어리진 가슴을 시원스레 뚫어주는 데 있다. 시사 만화가 박재동씨의 ‘정치야 맛좀 볼텨’는 작가가 지난해 TV 시사만평에서 세태를 풍자한 시사 애니메이션 작품을 그림과 함께 CD로 구성한 것이다. 왜곡되고 뒤틀린 우리 사회의 환부를 촌철살인의 시각으로 날카롭게 꼬집어독자의 마음을 통쾌하게 만든다. 책에는 39개의 얘기가 실려 있다.고급옷 로비사건을 비롯해 세풍사건,한일어업협정,대기업 빅딜 등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굵직한 사건을 다룬다.정치적으로 민감해 TV에 방영되지 못했던 작품들도 모두 담았다.한 시대의 정치 사회적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작품마다 기획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자세하게 실어,시사 애니메이션 작가 지망생의 교재로 활용될 수 있다(박재동 지음, 산성미디어 펴냄). 값 1만2,000원. 정기홍기자 hong@
  • 케네디2세 화장돼 어제 바다에 뿌려져

    [워싱턴 아키나(미 매사추세츠주) 외신종합] 경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존F 케네디 2세 및 아내인 캐롤린 베셋,처형 로렌 베셋 등 시신 세구가 21일(현지시간) 모두 인양된 가운데 케네디 2세의 시신은 케네디가의 희망에 따라22일 오전 화장돼 사고해역에 뿌려졌다. ■화장을 한 케네디 2세 부부의 시신은 한줌의 재가 돼 이날 조포 3발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미구축함 브리스코호 뱃전에서 바다로 뿌려졌다.수장식은가족들의 희망에 따라 외부인사는 초대되지 않았다. 수장은 군 지도신부 2명,민간인 신부 1명외에 가족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가량 진행됐다.케네디 일가는 고인의 희망을 존중하고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알링톤 국립묘지 대신 수장을 결정.이날 카리브해에 정박중인 미 해군케네디 호에서도 묵념과 약식 장례행사가 동시에 진행. ■케네디 2세는 군복무를 하지 않았으나 자선봉사 경력과 케네디 전 대통령아들이라는 점이 고려돼 수장이 허용된 듯 하다고 외신들이 보도. 미국 해군은 현역 및 퇴역 군인과 그 가족,군무원외에 미국에 현저히 기여한 자,두드러진 자선봉사 경력자 등에 한해 수장을 허용하고 있다. ■케네디가는 수장식 하루 뒤인 23일 오전11시 존 F.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여사가 생전에 다녔던 맨해튼의 세인트 토머스 모어 성당에서 케네디 2세 부부를 위한 비공개 추도미사를 진행할 계획.이 자리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 부부가 참석할 예정이다.케네디 2세의 처형인 로렌 비셰트의 가족들은 24일 로렌의 촛불 영결식을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의 크라이스트 처치교회에서 별도로 조촐하게 치를 계획.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21일 오전2시30분 백악관에 전화를 걸어 케네디 2세로 추정되는 시신 발견사실을 보고.이후 해군 및 해안경비대 선박 및잠수요원들이 밤샘작업끝에 마서드 비녀드 섬에서 12㎞ 떨어진 수심 35m 지점에서 사고 경비행기 동체,잔해와 함께 시신을 발견.구조를 지휘한 랠러비해군 소장 및 잠수요원들은 수중충돌의 충격을 그대로 반영하듯,현장이 찌그러진 선체,뒤틀린 좌석과 전선줄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 [사설] 국정홍보 시작이 중요하다

    국내 언론이 그동안 끈질기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왔던 국정홍보처가 출범하게 됐다.277명이나 되는 적지않은 인력에 새 조직을 이끌어나갈 초대 처장도 24일 임명됐다.국정홍보처에 대한 언론계의 사(斜視)는 그나름의 충분한 이유가 있다.지금 언론계에서 종사하는 상당수가 과거 정권에서 공보처가 해왔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우리는 국정홍보 순기능의중요성 또한 잘알고 있다. 따라서 새 출발하는 국정홍보처의‘시작’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무엇보다 국정홍보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와 같이 눈에 거슬리는 기사 빼기나 제목 바꾸기 같은 지엽적인 일에매달려서는 안될 것이다.항용해온 관행이 있고 윗사람 눈치 보기에 익숙해져 있는 관료조직의 특성상 그러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다.정부도 새로운 눈으로 보고 새롭게 사고할 때가 됐다 정보통신기기의 혁명적 발달에 따라 언론매체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국민의식 또한 엄청난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시대의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수 있어야 하고 시야 또한 넓어져야 한다.창조적 홍보가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의 기본 방향과 큰 틀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홍보의 밑그림이 그려져야 할 것이다.그게 없이 하루하루의 뉴스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다 보면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최근 들어 홍보의 서비스기능이란 말이 자주 운위(云謂)되고 있다.정부정책의 마디마디를 친절하고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 국정홍보의 핵심이다.국정홍보는정부와 국민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정부가 자주 언론보도 내용에 불만을 표하고 있으나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정부에도 있다.정부가 기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때,충분히 제공하지못하는 데서 오보(誤報)가 나오고 뒤틀린 기사가 나오는 것이다.해외홍보의중요성 또한 크다.세계가 한 울타리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우리와 가장가깝다는 미국에서조차 성인인구의 2%만이 북한문제를 미국의 주요 외교현안의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 94년 이후 미국의 상·하 양원 의원 50% 이상이 새 인물로 교체됐다. 홍보는 국민과 정부 사이 합의(合意)를 도출해내는 필수적인 과정이다.홍보처는 국민을 설득해서 따라오게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국민이 스스로호응해오도록 투명하고 건전한 홍보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 [李世基 칼럼] 비틀거리는 대학문화

    ‘젊음은 인생에 단 한번’ 두번 다시 오지 않는 강인한 아름다움이다.그러나 정열과 오만,끊임없는 취기(醉氣)에 사로잡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함정에 빠져 추락할 수도 있다.어느 시대에나 젊음의 광기는 있어왔다.현실에 대한 불합리한 인식을 꼬집는 라스콜리니코프가 있었고 인생의 무의미와 그 무의미를 직시하라고 외치는 부조리의 주인공도 있었다.기성세대의모순과 부당성을 성난 얼굴로 쏘아보는 앵그리 영맨은 지금도 도처에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그러나 ‘젊음은 시한부’라고 했듯이 누구나 영영 젊지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텅빈 가슴과 텅빈 머리로 평생을 자탄하는 세월을보낼 수도 있다. 대학가의 봄축제가 한창이다.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취미를 살리고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동아리는 대학시절의 소중한 추억이다.그러나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동아리 멤버들이 숨진 사건은 잘못된 대학문화가 빚어낸 또 하나의 불행이다.이들의 전통이란 새로 당선된 동아리 회장을 다리 위에서 연못에다 던지는 난센스 의식에 불과하다.팔과다리를 흔들어 연못에 빠뜨렸으나 수영을 하지 못해 허우적거리자 친구를 구하러 들어갔던 다른 학생도 숨진것이다.피워보지 못한 새파란 젊음도 아깝지만 남들이 가지 못하는 서울대에 보내 놓고 보람과 기대에 부풀었던 부모의 망연자실을 헤아리기 힘들다. 언제부턴가 대학사회는 신입생 환영회 때마다 냉면사발에다 소주를 따라 마시는 벌주식을 치르고 있다.최근에도 여학생이 신입생 환영회에서 사발주를마시다가 심장마비로 숨지는가 하면 한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다 맨밑에 깔린 학생들이 실핏줄이 터져 병원에 실려간 예도 있다는것이다.객기나 만용이라기엔 너무나 무모하고 몰지각하다.어떻게 이런 일이대학사회에서 자행되며 전통으로까지 이어지는지 분노마저 느껴진다.패기에찬 젊음이 아니라 축처진 젊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동아리를 이루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끼리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분위기는 대학문화의 정석이다.대학축제는 술마시고 폭죽 터뜨리는 축제가 아니라 동아리들이 1년 동안 구상하고 준비한 여러 행사를 나열해 서로 보여주고 비판받자는 축전(祝典)이다.그곳은 어떤 잡음이나 불순이 끼어들수 없이 신록의 젊은이들이 이상과 꿈과 포부를 펼치는 장이다.불우이웃을돕는 자원봉사나 학술세미나만이 건전하다는 것은 아니다.만사에 조심하면서 상자에서 찍어낸 듯이 살자는 것은 아니다.도서관에 앉아 전공서적만 파고드는 것이 대학생답다는 것도 아니다.젊음을 마음껏 누리고 견주는 모든 동아리 활동이나 축제는 좋다. 다만 술에 취해 비틀거리기 전에 대학인다운 열정과 목소리를 들려달라는 것이다.우리의 교육풍토가 대학으로 향하는 획일적인 입시지옥에서 대학입학과 함께 통쾌한 해방감을 느낀 나머지 자유가 뭔지도 모르고 실수연발이나 하지 않는지 돌아보자는 것이다.아무리 선배들이 물려준 전통이라도 뒤틀린 전통을 바로잡아 시대에 맞는 참신성으로 기성인들과는 다른 ‘신선한 충격’을 보여줘야 한다.대학은 지식만 수립하거나 살포(撒布)하기 위한 기계적 기관이 아니다.빛과 자유와 학문만을 하는 곳이라고 강조할 생각도 없다. 브람스의‘대학축전 서곡’은 활기찬 대학 캠퍼스의 유머와 진실,분방과우수를 조화시키면서 결국은 ‘모두가 함께 즐기자’고 노래부른다.대학은그 나라의 활력소다.오늘의 시대상황을 돌아보고 고뇌하면서 부당한 것을 비판하고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대학사회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 사회전체가 흔들리게 된다.이제는 끝없는 취기에서 벗어나 인생에한번뿐인 계절을 정의감과 값진 의미로 꾸며 나가야 한다.기성세대의 모순성과 타성,사회의 올바르지 못한 어두운 구석구석을 매서운 눈초리로 돌아보라는 것이다.
  • [외언내언] 5·18 유감

    5·18광주민주항쟁을 다룬 소설 ‘봄날’을 쓴 작가 임철우씨는 당시의 광주를 묻는 질문을 아주 괴로워했다.광주가 ‘소문의 벽’에 갇혀 있을 때 그는 진실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 가운데 하나였기에 서울 문인들은 그를 통해 궁금증을 풀고자 했다.그러나 광주에서 일어난 사실을 그대로 밝힌 그에게 돌아오는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광주민주항쟁이 일어난 다음해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온 그가 기자에게 그때의 심정을 털어놓았을 때 가슴이 메었다.가족과 이웃들이 군화발에 짓밟히고 총칼에 맞아 피흘리고 죽어가고 있는데 언론은 침묵하고 있고 텔레비전에서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 화려한 화면의 쇼오락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아야 했던 당시 광주 시민들의 고립감과 무력감이 그대로와 닿는 듯했기 때문이다. 80년 그해 전남대 학생이었던 임철우씨는 “그때 나는 그 도시에 있었음에도 아무일도 못했다”면서 “그날 이후 나는 나 자신을 끝끝내 용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부끄럽게 살아 남은 자로서의 죄의식”이 그를 작가로만들었고 5·18을 증언하는 장편소설을 쓰게 한 것이다.그러나 그 비극의 봄날이 일어나기 훨씬 전 금남로를 등하교길로 삼았던 기자는 당시 신문사 편집국에 있었음에도 끝내 아무일도 못했다. 5·18 제19주년 기념식이 어느해보다 성대하게 치러졌다.모든 신문·방송은 상당한 지면과 시간을 할애해 이 행사를 보도했다.5·18 묘역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당시 광주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던 군(軍) 총수인 국방장관과 유혈진압에 앞장섰던 11공수부대 여단장도 참석했다니 세월의 변화가 실감난다.그러나 피해자와 가해자 또는 일반 국민들 사이의 간극이 과연 얼마나 좁혀졌을까.광주민주항쟁을 폭동으로 규정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폭동 진압의 정당성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강변하는 마당이니 피해자가 내민 용서와 화해의 손짓이 무참해 보인다.5·18의 진상을 잘 모르던 사람들이 그 역사성을 이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작가 임철우씨에게 광주에 대해 물었던 사람들이 진상을듣고도 사태파악을 못했듯이. 80년대 문단 일각의 5·18에 대한 문학적 형상화 작업이라도 지면에 반영시키고 싶어하던 기자에게 한 선배는 “아직 1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성급하다”고 충고했다.그 현명한 선배의 말처럼 20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 ‘광주’를 말하기는 쉬워졌다.그러나 아직도 진정한 이해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성급하게 역사 속으로 묻히는 듯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부끄럽게 살아 남은 자의 뒤틀린 시각일까.
  • [朴康文코너]그럴 수는 없다

    우리 사회는 이상하게도 관대한 일면이 있다.술 취한 사람에게 너그럽다.취중의 흐트러진 행실에는 취해서 그랬노라고 변명하기 일쑤고 또 실제로 웬만한 것은 받아들여지는 수가 많다.남성의 여성 희롱이나 학대를 보는 눈도 꽤 너그럽다.남자가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한다.여성이 좀 거센 거부반응을 보이면 그까짓 일에 뭐 그러느냐고 도리어 나무라기도 한다. ‘웬만한’이나 ‘그럴 수도’나 ‘그까짓’의 한계는,눈금처럼 확연하지않을 뿐 아니라 무한한 확장성까지 있다.규범과 질서의 영역을 심하게 망가뜨리기 예사다.어정쩡한 관용이 통하는 분위기를 틈타 때로 야수적 망동까지 어물쩍 감행하는 인간도 있다.이제 우리 사회가 성숙한 꼴을 갖추자면,적어도 위의 두 가지 비뚤어진 관용은 없애야 한다. 마땅하지 않은 술자리 벌이기와 취중 망동을 용납하면,공과 사의 경계가 무너진다.불성실과 무책임의 난장판을 막기 어렵다.깡패를 잡아야 할 사람과깡패가 술판을 벌이면 어떻게 되겠는가.인권을 지켜야 할 사람이 술에 취해인권을 유린하면 어찌되겠는가.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근무가 끝난 뒤가 아닌 점심시간에 폭탄주를 돌리고 고주망태가 되도록 취한다는 것은,공직자건 공직자가 아니건 있어서는 안될 일인데,이것을 마치호연지기의 발산이나 되는 것처럼 여긴다면 유치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기강이 바로선 세상에서는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술에 취해 성폭력을 저질러 놓고 나서,피해자에게 “술 먹어 그러니까 이해하라”고 요구한다면,비열하기 짝이 없다.술이 무슨 면죄부라도 된단 말인가.속으로는 술김에 장난으로 한 것이라고 대단치 않게 생각할는지는 모르지만,여성에게 참을 수 없는 수치감을 주는 일이 술 취한 남성의 심심풀이가 될수 없다. 이럴 때 흔히 남성들 사이에서는,피해자도 원인의 일부를 제공하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이것이야말로 피해 여성에게 가장 고약한 모함이다.쌍방과실로 덮어 씌워 가해자의 과실을 경감하려는 남성들의 이런 음험한 동료애는 여성을 또 한번 짓밟는 것이다. 젊은 여성이 귀여우니까 친애의 표시로 그럴 수도 있는 일 아니냐고 주장할지도 모른다.그러면,제 딸,제 누이의 가슴과 허벅지를 무뢰한이 마구 주물러대도 귀여워서 그러는 것이라고 허허 웃겠는가. 겁탈당한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떠드느냐고 할 것인가.성희롱 또는 성폭력에 대한 관용은 여성을 인격체로 대하기를 부정하는 것이다.이러고서는 인권법이 스무 권이라도 인권 존중은 공염불이다. 해괴한 일이 있다.여자 기자가 기자실에서 사회지도적 인사에게 성추행당하는 것을 동료 남자 기자 여럿이 보았는데도 피해자 소속사를 빼고는 보도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남이 고발한 성 관련 사건 보도에는 도에 넘치게 열을올리던 신문들이 이번에는 어찌 그리 신중해졌는지 참말로 모를 일이다.20세기 한국 언론 역사의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이랬을 때 예상되는 일은 뻔하다.기성 언론 매체들이 침묵하면,각종 대안(代案)매체들이 그 구실을 떠맡는다.그 틈새에 유언비어가 풍선처럼 부풀려져 떠돈다.시민단체가 들고 나온다.쌓이는 것은 국민의 불신감이다. 뒤틀린 너그러움은 사라져야 할 때가 왔다.‘웬만한’이나 ‘그럴 수도’나 ‘그까짓’이란 말 뒤에 숨긴 음침한 공범의식을 깨어 없애야 할 때다.곧그리 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그래야만 사회가,국가가,바로 서고 남성과여성이 다같이 인간으로서 바로 대접받을 수 있다. 박강문[편집국 부국장]
  • 특별기고-민주·통일·인권에 대하여

    요즈음 정가가 지역감정 문제로 다툼을 하여 IMF 극복을 위해 애쓰는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주고 있다. 8·15 이후 지금까지 이승만 정권을 제외하고는 이 나라 역대 정권이 지역감정과 남침위협 주장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연장해왔다는 것은 국민 거의가아는 사실이다.그런데도 우리 국민들은 동서 지역감정의 볼모가 되어 정권이 바뀌고 연장될 때마다,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상모리배와 군정 패거리들에이용당해 왔다. 누구도 이 땅의 사람들은 지역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지역감정이라는 귀신에 들씌워 있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이다.그 풍토가 새 정권이 들어선 후 사라졌는가 싶었는데 누가 선창만 하면 또 드라큘라처럼 살아나곤 한다.요즈음 또다시 이 나라 일부 국민이 이 유행병에 걸린 것 같다.그것으로살고 나라를 망친 지금 야당의 선창으로 전국을 시끄럽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망국병은 남침위협설(대북정책)이다.이 점은 이승만 정권 때부터 심화되었다.그것으로 민족을 분열시키고 권력을 누리는 이데올로기로 사용해 왔다.말하자면지역감정과 대북정책은 역대 정권을 유지시켜온 두 수레바퀴였다.걸핏하면 북한이 어쩌고 저쩌고 하여 민중들의 주의 주장을 묵살하고 탄압하는 도구가 되었다.민주화 요구가 있을 때마다,지배자들이 궁지에 몰릴때마다,백성들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어김없이 그들은 이 전가의 보도를 사용해 왔다. 이와같이 이 땅 정상배들의 두 가지 이데올로기가 살아있는 한 완전 민주화도,조국통일도,전 국민의 안정과 번영과 행복도 힘들기만 한 일이다.왜냐하면 민주화와 인권·통일은 하나이기 때문이다.완전 민주화가 됐다는 말은 통일이 되었다는 얘기고 통일이 되었다는 얘기는 완전 민주화가 되었다는 말이 된다. ‘선 민주 후 통일,선 통일 후 민주’의 논리는 그래서 힘을 잃은 지 오래다.분단상황에서 민주화나 통일은 하나다.하나가 되지 못할 때 이익을 보는나라와 사람들은 누구이겠는가.그런데도 강대국들의 본질처럼 이 두 가지 지배철학 ‘분열하라 지배할 것이다.상하 동서 좌우로…’를 정치인들이 계속사용한다면 우리 사회 전반적인 발전의 장애가 될 것이다.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청년학생 정치수배자들을 만났다.그들을 보면서 이 나라는 지금도 예나 다름없이 본질적 개혁은 한 치도 나가지 못하고 왜곡되고뒤틀린 현상적인 개혁,그것도 말로만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정부에서는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을 펼치고 있다.그와같은 대북정책은 매우 잘한 일이고 참고 기다리며 계속되어 갈 때 성과가 있을 것이다.이 정책이 남한 내부에도 적용되어 우리사회 곳곳에 펼쳐졌으면 한다. 새로 들어선 정권마다 대물림하는 민주·통일·민생·인권 때문에 생긴 그늘진 곳,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햇볕이 좀 들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한번 약속했으면 또다시 잘못을 범할 때 잡아갈지언정 한번쯤 확풀어주고 확실히 규명(의문사)했으면 한다.다행히도 3·1절 대특사가 있다고 해서 기대해 보지만 또 기대로 끝나선 안될 것이다.김대중 정부도 역대 정권처럼 또 거짓말을 하고 양심수를 계속 양산해낼 것인가.얘기가 진행중인보안법 개정,양심수 석방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저와같은청년 학생들 때문에 이 땅의 민주화가 진전되고 민간 민선정권이들어서는 데 큰 역할을 했는데 왜 수배해제에 인색하단 말인가.아직 준비가안됐다는 말인가.그래서 3·1절을 기다려 볼 것이다.한 순간이라도 양심수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 MBC 드라마 무더기 제재

    ◎방송위,‘애드버킷’·‘보고 또 보고’ 등 3편 주의·경고 조치/지나친 폭력·뒤틀린 가족관 묘사/장소협찬 음식점·술집 간접광고 뒤틀어진 가족관계,지나친 폭력묘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자랑해온 MBC의 드라마 3편이 방송위원회로부터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방송위원회는 이번주 열린 제94차 방송심의소위에서 MBC 일일연속극 ‘보고 또 보고’,주말연속극 ‘사랑과 성공’,수·목드라마 ‘애드버킷’등 3개 프로그램에 대해 경고 또는 주의조치를 내렸다. ‘애드버킷’의 경우 적나라한 폭력장면이 문제됐다.방송위는 “지난달 23일 방영된 내용중 성폭행 피해자의 남동생이 가해자인 남자대학생들을 호텔 식당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칼로 복부를 연거푸 찌르는 모습과 피가 묻어난 칼을 클로즈업한 것은 폭력행위를 지나치게 묘사해 시청자에게 충격을 주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보고 또 보고’는 노숙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대사로 주의조치를 받았다. 은주 어머니가 동료와 노숙자들 이야기를 하면서 이들을 ‘인생 낙오자’‘사람 몸속에 병든 세포가 있듯이 사회에도 꼭 그런 사람들이 있다’‘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운운하는 내용으로 노숙자들의 명예를 침해했다는 것.어쩔수 없이 거리에 내몰린 실직자들의 심정을 좀더 헤아려야 했다는 지적이다. ‘사랑과 성공’의 경우 간접광고로 경고를 받았다.지난달 28일 방송된 내용중 승용차를 타고 귀가하던 태우아버지가 술을 한잔 하고 싶다며 운전수에게 술집상호를 실명으로 언급해 광고효과를 냈다.또 장수가 고객으로 알고 있는 생모와 만나 음식을 주문하면서 ‘한미리 정식이라고 아주 맛있는데요’운운하며 장소협찬업소인 음식점의 음식이름을 언급하고,간판을 노출한 것도 간접광고로 지적됐다. ‘사랑과 성공’은 지난달에도 동생이 언니의 빰을 때리고,반말로 윽박지르는가 하면 계모가 친딸을 두둔해 큰딸에게 집을 나가라고 소리지르는 내용을 방송해 건전한 가족의 가치를 저해했다는 이유로 주의조치를 받았다. MBC는 이와 함께 지난달 29일 방영된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25일 ‘오늘은 좋은 날’에 대해서도 제재를받았다. ‘오늘은 좋은 날’도 기가 약한 남편에게 장어를 먹이고 멋진 잠자리를 기대하는 두 여자의 해프닝을 가족들이 함께 보는 시간대에 여과없이 방송해다는 이유로 경고조치를 받았다.
  • 루브/연극

    사랑이란 단어는 진실한 의미보다는 불성실과 육체적 욕망,그리고 돈에 관련해 더욱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래서 작품 제목을 ‘LOVE’가 아니라 ‘LUV’라 했다고 작가 머레이 쉬즈갈이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루브’는 작가의 말처럼 왜곡된 사랑을 주제로 한 코미디극이다.지극히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인물 밀트가 새 애인과 결혼하려고 아내 엘렌을 대학 동창 해리에게 단돈 5달러에 팔아넘긴 뒤 우여곡절 끝에 재결합한다는 황당한 내용. 공연내내 폭소를 자아내는 줄거리가 이어지지만 세 주인공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가는 비틀어지고 뒤틀린 사랑찾기가,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한번쯤 되돌아보게 한다. TV에서 낯익은 탤런트 이일화와 영화배우 박준규를 비롯,홍성수 최수이 신정근 오세준 등이 출연한다. 문석봉 연출. 내년 1월3일까지 서울 이화동 인켈아트홀. 평일 오후 7시30분,금 오후 4시·7시30분,토 오후 4시·7시,일,공휴일 오후 3시·6시,월요일은 쉰다. 극단 광장.(02)3672­1392
  • 吳錫泓 서울대 교수 특별인터뷰(장관들을 뛰게 하라:Ⅰ)

    ◎인사·예산은 한세트로 움직여야 한다/대통령 직속기구 개편… 조정·관리력 모아야/예산부처 역할·임무중심 다원조직화 바람직/부총리 두는 것보다 리더십 갖춘 인물 등용을 “현행 정부조직은 대통령중심제 정부형태에 어울리지 않는 조직입니다.공동정부라는 정치적 제약 때문에 IMF를 이기는 경제행정 조직개편의 큰 틀이 뒤틀린 때문입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吳錫泓 교수는 현재의 조직구도로는 金大中정부가 추구하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는 실현이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다.吳교수로 부터 우리나라 경제행정 조직의 문제점과 개혁방향을 들어본다. ­우리 경제행정 조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정부운영의 핵심은 인사와 예산입니다.대통령의 국정 관리수단입니다.그런데 재정예산에 대한 수단은 여기 저기 분할되고 인사기능은 행정자치부에 들어가 있다보니 통합조정이 어려워졌습니다.대통령에게 조정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도입니다. 예산위는 대통령 직속기구이지만 예산청이 딴 살림을 차리고 있어서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대통령 직속으로 예산부 혹은 예산처를 둬야 합니다.부 혹은 처 등 조직의 명칭은 중요치 않아요.조정능력이 생길 뿐더러 장기적인 경제계획기능도 자연스럽게 가미될 것입니다. 인사와 예산은 한세트로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효율적입니다.뗄래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입니다.예산위와 함께 인사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둬야 합니다. ­중앙인사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방안이 다시 추진되고 있는데. ▲당초 두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정치권의 저항이 걸림돌이었습니다.대통령의 권한비대를 경계,조직적으로 반발한 것입니다.대통령중심제 아래서는 대통령의 선의를 믿고 의지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입니다. 수족이 없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대내외적으로 경제팀의 관리·조정력이 미흡해 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고 여러가지 혼란도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중앙인사위원회와 인사처의 장·단점을 비교한다면. ▲위원회 조직은 대개 구색갖추기입니다.대부분의 위원회가 위촉장을 받고 기념사진찍고 나면 끝입니다.밥먹고 브리핑을 받다보면 회의는 끝납니다.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공청회나 전문가회의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인사처와 예산처를 중심으로 이끌어 나가되 단독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 있으면 중립적인 인사들로 별개의 위원회를 구성하면 해결될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격입니다. 각계각층의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의 여론수렴 및 합의과정이 위원회를 선호하게 만드는 유혹요인인 것 같습니다.사실은 이같은 과정은 정당에서 하는 것이 순리입니다.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할 일이지요. ­DJ경제팀에 대한 평가는. ▲각 경제부처의 경쟁력을 점수화하기는 곤란하지만 경직돼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아직도 불필요한 규제를 많이 갖고 있고 업무수행의 생산성도 비교적 낮습니다.기대에 미치지 못함이 사실입니다. ­청와대 경제비서진의 역할과 기구조정의 필요성은. ▲청와대 경제수석,정책기획수석 등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비서조직은 말 그대로 비서의 역할에 머물러야 합니다.경제정책의 조율을 담당하기는 어렵다고봐요.생리적으로 이 자리는 정치에 얽매일 수 밖에 없습니다.대통령이 비선조직이나 개인참모에 의지하지 않고 인사,예산의 공조직을 이용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작고 효율적인’ 경제행정 조직이란 어떤 것입니까. ▲조직을 감축하고 합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장관이나 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 몇명을 줄인다고해서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마구잡이식으로 줄이기보다는 차라리 고급공무원 몇명의 월급을 더 지출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줄이는 효과가 나도록 줄여야 해요.단순히 합치는 조직개편은 하지 않느니만 못합니다.일의 흐름을 잃지 않도록 네트워크화가 이뤄지도록 묶어야 합니다. 특히 경제행정기구는 협동을 우선 생각해 설계돼야 합니다.지금의 조직은 모두들 대통령의 얼굴만 쳐다봅니다.기능적으로 연계된 부분은 강화하고 역할은 명료해야 합니다.역할이 모호하면 협동이 어렵습니다.책임과 권한에 부합하도록 불필요한 갈등소지를 없애야 합니다. ­경제부총리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경제부처는전문성에 의해 조정돼야 합니다.부총리가 없어서 경제부처의 이론이 조율되지 않는다면 어불성설입니다.계급과 직책이 높다고 조정의 힘을 가지던 때는 지났습니다.부총리를 두는 것보다 통합적인 정보관리의 필요성이 더 시급해요. 각 부처들은 청기와장사처럼 정보를 제각기 움켜쥐고 있습니다.정보공유가 안돼 의사전달과 통합,조정이 안되는 것입니다.리더쉽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의 재경부는 금융과 세제를 담당하면서 재정실무를 맡는 재정부의 역할이 바람직합니다.부총리를 두는 것 보다 리더쉽을 갖춘 인물을 등용하면 막힌 곳이 뚫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제행정조직을 어떻게 짜는 것이 효율적라고 보십니까. ▲장관­차관­차관보­1급­9급까지 층층시하로 계열화돼 있는 조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경제부처는 특히 그렇습니다. 계층수를 줄이고 분권화해야 협동이 가능해져요.모든 경제부처가 천편일률 적인 조직체계를 갖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예산부처의 조직을 재경부와 같이할 하등의 이유가 어디 있는지 궁금합니다.달걀형이나 수평형,역피라미드형 등으로 다양한 조직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역할과 임무중심으로 움직여야 조직도 원활하게 돌아갑니다.다원조직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 목표점을 바로 세우자/崔一道 목사·다일공동체 대표(서울광장)

    과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반공(反共)’이었다.그러나 ‘반공’은 차츰 중심부에서 밀려나 ‘경제회생’에 자리를 물려주었다.반공 이데올로기가 가장 큰 힘을 떨치던 시절,이와 대립되는 가치는 우리 사회에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반면 반공의 깃발 아래서는 모든 불의가 용납됐다.정의가 불의로 왜곡되어 전달되었고 비겁함이 현명함으로 포장되었다. 우리는 한 공동체의 최우선적 가치가 비뚤어졌을 때 얼마나 많은 고통이 뒤따르는지를 경험했다.지금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호령을 하며 우뚝 서있는 ‘경제회생’이라는 가치는 과연 올곧은 것일까? 과연 우리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는가? 요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는 사람들이 많다.예전에는 다일공동체 무료식당으로 공짜밥을 먹으러 오는 젊은이들에게 “열심히 일해 제 돈으로 사 먹어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말을 할 수 없게 됐다.정말이지 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모두들 생존을 건 고민을 하고 있다.‘어떻게 내 밥그릇을 지켜낼 수 있을까? 먹거리를 어떻게 해결할까?’ ○나눔과 섬김의 자세 상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암울한 터널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희망으로 터널 끝을 향해 달음질치고 있다.사회의 여론을 이끌어 가는 이들은 백성들을 독려한다.‘더 열심히 일하고 더 아끼고 더 모아들이자’고….경제회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더…’해법은 우리를 이 어둠으로부터 구원해 줄 것 같지 않다.우리가 당하고 있는 고통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근본 원인은 ‘나눔과 섬김’의 정신을 상실한 데 있다.지금이라도 가진 자가 나누기만 한다면,가난한 사람끼리라도 자기 것을 이웃을 위해 내놓을 수 있다면,위정자들이 자신을 조금만 더 낮출 수 있다면 우리 앞에 놓여진 문제는 문젯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가 앉은뱅이를 고친 사건이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사실 앉은뱅이는 일어나 걷는 것보다 동전 한닢을 더 구걸할 따름이다.왜냐하면 그의 불구는 그에게 생계수단이기 때문이다.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동체는 주저앉아 있다.이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전 몇푼이 아니다.두발로 일어서서 걷고 뛰는 것이다. ‘경제회생’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올바로 세워가는 일’은 어려운 지금도 선택사항이 아니고 필수사항이다.이웃과 더불어 살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가치가 굳게 서 있는 사회는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최선의 선택보다는 차선을 택해왔다.그리고 차선의 선택은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공동체적 가치 회복을 어려운 때일수록 가장 올바른 것들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남북의 하나됨을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통일이 되면 이 나라가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는 한 형제자매이기 때문이다.노숙자들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그들이 사회불안을 조장해서가 아니라 그들도 이 땅의 백성이고 또 가장 약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홀히 여겼던 복지,교육,환경 등의 가치들을 다시 올바로 세워야 한다.뒤틀린 푯대를 가리키며 고통분담을 요구할 때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할 수 없다.올곧은 목표점을 향한 행진에는 그 어떤 고통도 감수할 수 있는 백성들이 우리 백성들이다.
  • 아우 신창원에게/서해성 소설가(굄돌)

    풋고추에 찬 보리밥 한술 같이 나눈 적도 없지만,이미 자네는 만인에게 익숙한 사람일세.그렇다고 우쭐해 할 것은 없으이.아우,어째 그리 사나운 세월을 살아왔는가.거리에서 신문에서 자네와 맞닥뜨릴 때마다 묻곤 했던 말일세.공식적으로 우리 사회가 21세기를 향해 내닫고 있는 동안에도 아우만은 50년대 저 비 내리는 부둣가를 배회하는 주린 삶의 눈빛으로 세상을 쏘아보고 있었네.옥담을 넘어온 선불 맞은 수인이라고는 하지만 어찌 가슴 아픔이 없었을 손가.알다시피, 자네에게는 지금 사살명령이 내려져 있네.위대한 21세기는 저 음습한 1950년대를 사살하고 싶어하는 거지. 어떤 사람들은 법망을 유린하면서 요리저리 몸을 빼쳐다니다 칼날 위의 잠을 청하는 아우의 행동거지에 빈 박수를 보내기도 하네.여기서 자네는 물론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게 있네.반칙경기에 묘한 흥미를 느끼는 사회는 그 자체가 중증의 환자라는 걸 말해주는 걸세.아울러 지금 이 사회는 자네의 청춘과 목숨을 담보로 살인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걸 말일세.영화보다 ‘재미있게’판을 부추기고,거기 기대 한몫 쥐어보려는 장사치들까지 있다는 걸 아우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인즉.이미 신창원은 하나의 현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거지. 어디 만만한 만화뿐이겠는가.들까부는 언론,경찰에다 어려운 시대에 지친 세상(관객)의 허무한 분노와 뒤틀린 심사까지 합세한 거대한 악다구니 일세.사람의 목숨을 내걸고 이 사회 전체가 거대한 도박장이 되어 6연발 피스톨을 관자놀이에 대고 당기는 러시안 룰렛을 즐기는 듯한 광란이 당장 중지되어야만 한다는 건 자네도 동의할 걸세.먼저 아우가 이 난장에서 손을 빼는 건 어떻겠는가.잽싸고 맵차기 이를 데 없는 자네가 이 말뜻을 모를 리 없으이.정작 신창원보다 더 무서운 건 비정한 광증에 사로잡힌 사회 분위기라는 거지.그리고 기억해두게나.아우는 우리의 자랑도,희망 또한 될 수 없으이.이만 총총.
  • 박정요 첫 장편소설 ‘어른도 길을 잃는다’

    ◎한 소녀가 본 어른들의 뒤틀린 삶/병마와 싸우며 2년간 집필 90년대 여성작가들의 문학적 지형도는 내면으로의 침잠과 서사의 해체로 요약된다.이야기가 증발된 채 ‘새로운 감수성’만을 내세운 내향성(內向性)의 소설들이 양산된 것이다.하지만 박정요씨(42)의 새소설 ‘어른도 길을 잃는다’(창작과비평사)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잃어버린 서사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관심을 끈다. 지난 89년 중편 ‘무적(霧笛)’으로 등단한 박씨가 긴 호흡의 장편소설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 작품은 소설외적으로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작가는 2년동안 신장투석을 받으며 이 소설을 썼다.코와 팔에는 산소 줄과 투석 줄,그리고 무릎에는 컴퓨터 줄을 매달아놓고 이야기를 엮었다. 딸부잣집의 한 소녀가 가부장적인 가족질서와 좌우대립의 사회구조 속에서 길을 잃은 어른들의 삶을 관찰하며 사회와 역사에 눈떠가는 과정이 소설의 큰 줄기를 이룬다.무대는 작가의 고향이기도 남도 해남의 땅끝마을.작가 자신으로 보이는 주인공은 지칠줄 모르고 일했던주변사람들이 왜 배고프게 살았고,진실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꺾여야했는가를 면밀히 살핀다. 이야기는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동학혁명에 실패한 사람들이 땅끝으로 밀려와 자리잡던 구한말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한국전쟁의 참화와 산업화 과정도 밀도 있게 다루며 우리 삶의 어제와 오늘을 세련된 작법으로 엮어냈다.남도 특유의 걸쭉한 삶과 정서가 해학적인 이야기 속에 무르녹아 있어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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