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뒤틀린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송아지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중재자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소유자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세계화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12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주명덕 회고전 10월31일까지 경북 경주시 아트선재미술관.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르포르타주 개척자로 불리는 주명덕의 40년 작품생활을 정리하는 회고전.‘홀트씨 고아원’ 등 습작시기 및 다큐멘터리 초기, 한국미의 탐구시기, 자연 및 도시풍경 순으로 작품세계를 나누어 전시를 구성했다.(054)745-7075. ■ 현대미술 40인전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 한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소개하기 위한 전시로, 이두식 지석철 정현숙 이열 류하완 박영근 등 중견 및 젊은 화가 40인의 작품 80여점을 선보인다. 작품 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후원금으로 기부될 예정이다.(02)736-1020. ■ 제1회 신세계아트페어 ‘퍼플케이크’ 23∼29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10층 문화홀. 요즘 주목받는 젊은 화가들의 작품경향을 살펴보고 구입도 할 수 있다. 강영민 김명숙 김성호 김지혜 낸시랭 노준 박상희 박선기 방희영 정보영 최석운 하태임 황승호 등 30∼40대 작가 60명의 작품 700여점을 선보인다.(02)727-1540. ●뮤지컬 ■ 지킬 앤 하이드 24일∼8월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일본 공연에서 전원 기립박수의 호응을 이끌어낸 ‘지킬 앤 하이드’가 올해 마지막 무대를 선사한다. 조승우, 류정한의 투톱 체제에 신인 김우형이 가세해 열띤 경합을 벌인다. 이혜경 소냐 정선아 등 출연. 화·목·금 7시30분, 수·토 3시30분·7시30분, 일 2시·6시 4만∼12만원.1588-5212. ■ 브루클린 27일∼8월13일 화∼금 8시, 토 3시·7시, 일 2시·6시 충무아트홀 대극장. 브루클린 뒷골목의 거리 연주자가 들려주는 따뜻한 사랑이야기. 이나라 연출, 김소현 문혜영 등 출연.3만 5000∼5만 5000원.1544-1555. ■ 밴디트 7월17일까지 화∼금 8시, 토·일 4시·7시30분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여성 탈옥수 4명으로 구성된 록밴드 밴디트의 무법질주. 동명의 독일 영화가 원작인 창작뮤지컬. 김은미 작·성천모 연출, 강효성 이영미 등 출연.3만 3000∼5만 5000원.(02)545-7302. ●어린이 ■ 러시아 인형극, 채마단의 듀엣 7월9일까지 화∼금 2시·4시30분, 토·일 1시·3시30분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냄비, 국자 등 일상의 소재로 절묘하게 만든 인형과 익살스러운 마임극의 조화.2만원.(02)382-5477. ■ 목각인형 콘서트 7월15일까지 월∼목 11시, 금 11시·4시, 토 11시·2시·4시 북촌 창우극장. 정통 유럽 마리오네트 인형극.1만 5000원.(02)926-2050. ●클래식 ■ 정순임 판소리 ‘수궁가’ 완창 24일 오후 3시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고종의 어전 명창인 학순 장판개 바디 ‘수궁가’ 공연. ■ 제24회 화음체임버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2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차르트 ‘음악의 유희 K.522’등 연주. ●연극 ■ 두 문 사이 7월2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일제시대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수레바퀴에 희생된 망자들의 한을 움직임과 소리, 영상과 빛으로 표현한 이미지극.‘보이첵’‘휴먼 코미디’를 연출한 임도완의 신작으로, 올해 프랑스 미모스마임페스티벌에 공식초청됐다. 김미령 정은영 등 출연. 월∼금 8시, 토 3시·7시, 일 3시 1만∼2만원.(02)744-0300. ■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7월2일까지 화∼금 7시30분, 토 3시·7시, 일 3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뒤틀린 성적 욕망의 상처를 안고 사는 남녀의 파격적인 일탈을 통해 인간 내면에 깃든 욕망의 실체를 파헤친다. 손기호 작·연출, 한경미 홍성춘 등 출연.1만 5000∼2만원.(02)762-9190. ■ 나생문 7월2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4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진실은 과연 존재하는 걸까. 영화 ‘라쇼몽’으로 널리 알려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 대나무숲 배경과 타악 연주가 긴장감을 더한다. 구태환 연출, 최광일 장영남 등 출연.2만∼3만원.(02)741-3934.
  • 어이없는 ‘하늘이시여’

    어이없는 ‘하늘이시여’

    TV드라마의 ‘춘추전국시대’인 요즘 시청률 30%를 넘는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SBS 주말드라마 ‘하늘이시여’(연출 이영희, 극본 임성한)는 지난해 9월 첫 전파를 탄 뒤 지난 2월 말부터 시청률 30%를 웃돌며 인기를 누려 예외다. 방송 전부터 ‘버린 딸을 찾아 며느리로 삼는다.’는 파격적인 소재로 논란을 빚은 만큼, 이에 대한 관심이 시청률에 반영된 것 같다. 그러나 제작진이 시청률을 너무 의식해서일까.SBS의 효자 드라마로 떠오른 이 드라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오히려 회를 거듭할수록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반에는 주인공인 분장사 ‘자경’이 계모의 동생인 삼촌 ‘청하’와 사랑하다가 주위의 반대로 헤어진 뒤 방송국 앵커인 ‘왕모’와 새롭게 커플이 됐다. 자경이 어울리지 않는 왕모와 어렵게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은 왕모의 계모인 ‘영선’의 힘이었다. 자경은 바로 영선이 예전에 사랑했으나 억지로 헤어진 애인 ‘홍파’와의 사이에서 낳아 버린 딸이었던 것. 자경을 찾은 영선은 참을 수 없는 모성애를 발휘,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자경을 며느리로 맞이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파격인데 최근에는 영선이 홍파와 뒤늦게 결혼해 가정을 꾸린다. 자경의 친부모인 그들이 다시 얽히고 설키면서 결국 자경의 시부모가 된 것이다. 이어 영선과 홍파, 자경의 비밀을 왕모가 알게 되면서 극의 긴장감은 더해졌지만 이 과정에서 영선과 자경의 관계를 알고 있는 자경 계모의 친구 ‘소피아’가 갑작스럽게 죽는다. 그동안 극중 양념 역할을 했던 소피아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일까. 앞서 홍파를 싱글로 만들기 위해 그의 부인 ‘은지’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것과 맥을 같이해 씁쓸하다. 드라마를 너무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을 만들어낸 것. 자경의 출생에 얽힌 비밀은 11일 방송에서 왕모의 동생 ‘슬아’가 “친언니와 오빠가 결혼한 거야? 그럼 오빠라고 해야 해, 형부라고 해야 해?”라며 울먹이는 상상신으로 이어진 데 이어 17일 방송분에서는 자경이 계모 ‘배득’ 때문에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면서 더욱 뒤틀린 앞날을 예고한다. 드라마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극중 기자인 왕모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브리핑 장면 등이 방송돼 국정홍보를 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무리한 설정들은 드라마가 당초 50부로 기획됐다가 시청률을 의식해 4차례에 걸쳐 85회로 늘어나면서 횟수를 채우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들을 억지로 만들어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영까지 6회 남은 ‘하늘이시여’가 일그러진 가정의 화합을 그린 드라마로 평가될지, 시청률에 좌지우지돼 씁쓸한 논란만 남기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정철훈 첫 장편소설 ‘인간의 악보’

    시집 ‘살고 싶은 아침’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 등을 발표한 정철훈(47)이 첫 장편소설 ‘인간의 악보’(민음사)를 펴냈다. 소설은 분단과 이산이라는, 근래 보기 드물게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6.25전쟁 당시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난 한 남자와 남북 양쪽에 남겨진 가족의 삶을 통해 이념과 체제의 갈등 아래 신음하는 개인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되돌아본다. 소설은 카자흐스탄에서 온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된다.‘나’의 큰아버지 한추민이다. 한국전쟁 전 두 명의 동생과 북으로 갔던 한추민은 전쟁이 터지면서 동생들과 헤어지고, 남쪽의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재외동포 고향방문단으로 50년 만에 고향땅을 밟은 한추민. 소설은 이제 시간을 거꾸로 돌려 그의 한많은 삶의 궤적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국비장학생으로 소련 유학길에 오른 추민은 스탈린식 권력체제를 답습한 북조선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정치망명을 신청한다. 그리고 소련 국적 대신 무국적 공민증을 받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평생을 무국적자로 지낸다. 작가는 “뒤틀린 역사의 무게에 짓눌려 꿈과 이상을 압착당한 채 망명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인물의 노마드적 궤적을 통해 국가와 개인, 역사와 개인간의 존재론적 모순을 형상화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방민호는 “우리 소설이 지금껏 전혀 보여주지 못한 소재 및 주제를 다룬 야심작이자 문제작”이라고 평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오감을 즐겁게 서울성곽

    오감을 즐겁게 서울성곽

    가슴이 탁 트인다. 서울이 오색찬란한 빛을 한껏 뽐낸다. 상큼한 봄바람이 소곤거린다. 소나무 향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 자리에 나그네의 발소리가 밤의 정적을 가른다. 서울성곽 야경은 오감을 즐겁게 한다. 덕분에 직장과 일상사에서 쌓인 피로가 녹아내린다.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고단한 삶의 지게를 잠시 내려놓고 밤나들이를 떠나보자.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지친 오늘을 위로받고, 내일을 설계하다 보면 어느새 성곽 끝자락에 닿는다. 이끼와 넝쿨에 뒤덮여도 어느 한 곳의 기초가 내려앉지 않았다. 질곡의 역사를 묵묵히 걸어온 옛 조상의 발자취와 닮았다. 조선 600년 세월을 지켜온 성곽이 일제침략기와 한국전쟁, 산업화를 거치며 무너지고, 찢겨진 것이 아쉬울 뿐이다.2008년까지 성곽을 복원한다는 소식이 반갑다. 역사의 숨결을 다시 느낄 날을 기대해본다. 최근 성북구가 밝힌 성곽의 야간 조명은 또 다른 볼거리다. 길이 1㎞짜리 금빛 용이 서울에 나타난 듯싶다. 굽이굽이 휘어진 성곽이 용의 뒤틀린 모습을 연상시킨다. 해가 기울어 어둑어둑해지자 서울성곽 아래 놓인 조명이 기지개를 켠다. 성곽과 그 사이로 뻗은 나무줄기가 황금 빛으로 태어난다. 나무는 눈꽃처럼 반짝인다. 밤나들이를 떠날 시간이다. 성북구(구청장 서찬교)가 서울성곽 9개 지구 가운데 처음으로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 빛을 밝혔다. 성북초교에서 삼청터널까지 1095m. 서울시는 총 연장 1만 8127m 중 복원된 1만 566m에 2008년까지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할 예정이다. 점등한 서울성곽 성북지구를 토박이 하두호(78) 할아버지와 함께 둘러봤다. 할아버지는 1952년부터 54년 동안 성북 2동에서 살고 있다.6남매를 키워 출가시키고, 아들과 며느리와 지금도 살고 있다. 건축 일을 해온 터라 주변 환경과 건물에 조예가 깊다. ●오후 4시 한성대 입구역 4호선 한성대 입구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빠져 나온다. 길을 건너 마을버스 3을 타고 서울성곽 입구까지 올라간다. 마을버스는 낡은 집들 사이로 꼬불꼬불 이어진 산길을 힘겹게 달린다. 성곽이 마주보이는 공터에 버스가 멈춘다. 종점이다. 중앙에 자리한 공중화장실 뒤로 북정노인정이 보인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하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는다. ●오후 4시20분 출발 할아버지는 두 사람이 간신히 지나다닐 만한 골목길을 걸으며 성북동을 ‘양과 음이 만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높은 담을 쌓아놓고 문을 걸어 잠그고 호화 주택에 살고있는 부유한 사람과, 항상 대문을 열어놓고 숟가락 수까지 공유하는 가난한 사람이 공존하는 동네란다. 성곽과 맞닿은 가난한 동네는 일제시대부터 초가집이 하나둘씩 들어선 곳이다. 사적지여서 개발이 제한된 탓에 집이 많이 낡았다. 반면 한국전쟁이 끝나고 개발된 성북초교 뒤편에는 호화주택이 들어섰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수없이 잘려나간 뒤였다. ●오후 4시30분 성곽 도착 성곽이다. 돌로 만든 성곽은 단단해 보인다. 일제침략기와 전쟁을 거치면서 많이 훼손됐다가 1970년대 복원됐다. 성곽 바닥에는 1m 간격으로 조명이 설치돼 있다. 해가 지면 켜졌다가 밤 12시쯤 꺼진다. “은은한 불빛이라 잠잘 때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성곽 옆으로 난 흙길을 따라 내려간다. 눈·비가 많이 오면 질퍽해져 산책이 힘들단다. 3분쯤 걸어가자 성곽을 뚫은 문이 보인다. 성곽을 사이에 두고 종로구와 성북구로 나뉘는데 이 문이 통로 역할을 한다. ●오후 4시35분 와룡공원 종로구로 들어서자 와룡공원이 펼쳐진다. 돌과 시멘트로 닦은 길이 탄탄하다. 종로구 쪽으론 서울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성북구 쪽엔 북한산이 뻗어 있다. 봄이 오면 벚꽃과 진달래가 만발해 절경을 이룬다. 성곽을 오른쪽에 두고 돌계단을 올라가자 산책 나온 동네 어르신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공원 정자에는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정겹다.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찾았다지. 저 정자에 앉아서 찍은 사진도 있더구만.” ●오후 4시50분 전망대 2년여 공사끝에 만들어진 계동산길. 이 곳은 전망대와 같다. 좌우로 서울이 한 눈에 보이고, 성곽이 낮아 아기자기하다. 종로구쪽을 바라보면 성균관대와 창경궁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그 길로 내려가면 감사원과 만난다. 중간에 종묘의 녹지를 감상할 수 있다. 성북구로 향하면 출발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위쪽으로는 더 올라갈 수 없다. 군부대가 주둔한 탓이다. 부대 뒤로는 청와대가 있고, 그 청와대를 인왕상과 북한산이 감싸고 있다. ●오후 5시20분 명륜지구로 내려가기 서울을 내려다 보며 올라오던 길을 내려간다. 한결 여유롭다. 사진을 찍는 연인이 눈에 띈다. 꽃밭에선 푸른 새싹이 고개를 빼들었다. 곳곳에 긴 의자가 있어 한숨 돌리기 좋다. 노부부가 다정히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운다. 아쉬운 점은 성곽에 적혀 있는 낙서들이다. 누군가의 이름도, 욕설도 있다. ●오후 5시30분 선잠담지 과학 고등학교 뒤에서 성곽은 끊어진다. 성북지구가 끝나는 곳이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어둑해져 성곽 조명이 켜질 때까지 이웃한 문화재를 구경하면 된다. 성북초교 앞 교차로를 건너면 큰 길가에 선잠단지가 나온다. 누에치기를 처음 했다는 중국 상고 황제(皇帝)의 황후 서릉씨(西陵氏)를 누에신(蠶神)으로 모시는 곳이다. 뽕나무가 한가득 심어져 있다. 지금도 동네 어른들이 매년 4월에 제사를 지낸다. ●오후 5시50분 성락원 성북초교와 선잠단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성락원이 보인다. 조선말 순조 때 황지사의 별장으로 만들어진 별서(別墅)정원이다. 자연적인 지형을 그대로 살려 도심속의 청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아쉽게도 구청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6000평이 넘는 저택에는 소나무·참나무·다래나무·등나무 등 우리 고유의 조경수가 연못가와 산비탈에 우거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낮은 담장 너머로 훔쳐볼 수 있다. ●오후 6시 ‘성북동 비둘기’를 찾아 오르다 보면 호화로운 주택단지가 나온다. 대사관 관저가 모여있는 ‘꿩의 바다마을’이다. 이 일대는 북한산 줄기로 수목이 울창하고 바위가 늘어서 있어 산새, 까치, 비둘기, 꿩들이 많이 살았단다. 시인 김광섭이 이곳 풍경을 주제로 ‘성북동 비둘기’를 지었다. 대사관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호주·스웨덴·칠레·슬로바키아 대사관이 곳곳에 숨어있다. 상당히 넓은 곳이라 적당히 올라갔다 내려와야 힘들지 않다. ●오후 6시30분 간송미술관 성북초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간송미술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박물관이다. 고 전형필 선생이 1938년,33세 때 세웠다. 대지가 4000평이라 도시 속에 있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한적하고 조용하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평생 모은 수장품을 정리·연구하기 위해 1966년 한국민족미술연구소 부속기관으로 발족했다. 미술사를 연구하는 곳이라 일년에 두 차례,5월과 10월에만 박물관을 개방한다. 국보급 문화재도 10여 점 소장하고 있다. 허 할아버지는 “경기 광주 부자였던 간송 선생이 한국전쟁 때 가난한 주민들에게 많이 베풀었다.”고 말했다. ●오후 6시50분 이태준가 성북동길로 내려오면 ‘쌍문다리’를 만난다. 이 길은 예전에 다리 두 개가 나란히 놓인 냇가였다. 냇가는 차도로 바뀌었지만 쌍문다리라는 명칭은 그대로 남아 있다. 성북2동 동사무소에 도착하면 바로 붙은 찻집이 보인다. 바로 이태준가다. 이 집은 1900년대 지어진 건평 23.2평의 건물로 개량 한옥의 요소를 잘 지니고 있다. 조선시대 한옥은 사랑채와 안채로 구분되는데 이 집은 규모는 작지만 사랑채와 안채를 집약시킨 형태다. 감나무, 사철나무로 꾸민 정원은 아담하다. 찻값은 7000원 안팎. ●오후 7시5분 이재준가 성북동 길을 횡단하면 덕수교회가 보인다. 교회 뒤편으로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이재준가를 만난다. 이 곳도 1990년대 지어진 건평 29.8평의 아담한 집이다. 사랑채 비슷한 별채의 안채와 이에 부속된 행랑채로 이뤄져 있다. 바깥마당의 우물가 등 집터 주위에 수목은 마당 소나무와 어울려 예스러운 멋을 풍긴다. 교회가 관리하는 터라 주로 문이 닫혀 있어 아쉽다. ●오후 7시30분 야간 성곽나들이 어둑해지자 조명이 성곽을 은은하게 비춘다. 성곽에서 1m 떨어진 지점 바닥에서 성곽 위쪽으로 빛을 투사하는 방식이다.3억원을 들였다. 출발점에 다시 오르니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세상의 모든 빛이 성곽을 향해 달려오는 듯하다. 가로등 역할도 해 산책하기 좋다. 성곽을 가로질러 종로구로 넘어가자 서울 야경이 펼쳐진다. 멀리 서울타워가 보이고, 승용차들이 꼬리를 물고 집으로 향한다. 종로구쪽 성곽은 조명이 없지만, 가로등이 많다. 허 할아버지가 꿩의 바다마을에서 성곽을 내려다 보라고 추천했다. 승용차를 타고 주택단지 위쪽으로 단숨에 올랐다. 길이 1㎞짜리 금 빛 용이 서울에 나타난 듯싶다. 굽이굽이 휘어진 성곽이 용의 뒤틀린 마디와 닮았다. 금빛 성곽이 성북동의 음과 양을 조용히 비춘다. ●서울성곽 서울 주위를 둘러싼 조선시대 석축 건축물. 흥인지문(동대문), 돈의문(서대문), 숭례문(남대문), 숙정문(북대문) 등 4대문과 홍화문(동소문·혜화문), 소덕문(서소문), 광희문(수구문·), 창의문(자하문) 등 4소문으로 이어져 있는 서울의 울타리다. 높이 40척(12m)의 돌로 쌓았고 둘레가 5만 9500척으로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을 잇고 있다. 형태는 타원형. 조선 60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느 한 곳의 기초 부문도 내려앉지 않아 우리 조상의 건축 기술을 증명하는 문화재라 할 수 있다. 이끼와 넝쿨이 뒤덮인 성곽은 역사의 질곡을 묵묵히 견뎌온 옛 조상의 삶을 느끼게 해준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문화마당] 한류와 아류/이왕주 부산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지난 1,2일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가졌던 ‘비’의 공연을 두고 내외 언론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국내 언론들은 대체로 ‘한류가 드디어 아메라카에 상륙했다.’며 흥분했으나 미국 현지 언론들은 ‘아직 멀었다.’고 깔아뭉개는 분위기였다. 그쪽 분위기를 정리하자면 모방하는 재주는 있었으나 독창성이 없었고, 가능성은 있었으나 카리스마는 없었다는 것이다.2월4일자 뉴욕 타임스 음악 담당 존 파를리스의 칼럼은 첫문장부터 도발적이고 선정적인 어휘들로 채워져 있다.‘23살의 아시아 슈퍼스타, 한국인 팝 가수 ‘비’가 미국을 정복하러 왔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쉽지 않은 이유가 어떤 새로운 것, 차별화된 것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흉내내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마이클잭슨의 패션, 베이비페이스의 발라드, 팀버레이크의 가벼운 펑크 팝, 조지 마이클의 중얼거리는 창법 등을 모방하고 적당히 얼버무려서 장난치는 식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를 분노하게 했던 것은 ‘장난친다’는 영어 표현 ‘dabble’이었는데, 이 단어가 행간에서 풍겨주는 뉘앙스는 못 먹는 감 찔러보는 식의 경박한 취미로 이것저것 장난삼아 해본다는 것이다. 나는 이 단어 하나에 저 유서 깊은 저널,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가 ‘비’에 대해 품은 모든 정서가 집약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파를리스의 이 균형 잃은 비평은 한편으로는 아시아에 대한 그들의 우월감, 자부심 등 이른바 오리엔탈리즘의 역겨운 냄새를 풍겨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대중문화의 심장부, 뉴욕 맨해튼이 이 키 작은 아시아 가수에 의해 당장 접수될 위기 상황에라도 내몰려있는 것 같은 그들의 히스테리컬한 불안감도 환기시켜준다. 그러나 그 뒤틀린 의도와 상관없이 거기에는 또한 우리가 피할 수 없이 마주해야 할 난제도 정확히 표현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세계 문화 시장에서 한류가 당당히 독립된 하나의 장르로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과 연결된다. 그것은 결국 ‘닮으면서 다르게 하기’,‘특수성 안의 보편성, 보편성 안의 특수성을 어떻게 하나의 문화 상품 안에 담아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색다른 것이면서 감동을 주는 것을 보여달라. 미국 현지 언론이 ‘비’에게 요구했던 것이 정확히 이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에 시비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도 또한 이땅을 기웃거리는 외국의 문화 상품에 대해 같은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우리 시대의 문화, 예술의 화두는 차이이다. 독창성이란 이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이고, 다양성이란 이 차이가 서로를 인정하여 나란히 서는 것이다. 왜 우리가 차이에 집착하고 조금이라도 튀려고 안달하는가. 이제 늙어버린 후기 자본주의의 권태 때문일 것 같기도 하고, 독재 권력의 획일주의에 대한 저항 같기도 하고, 독창성이 고갈되어버린 시대에 대한 짜증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것이 문화제국주의의 권력을 등에 업고 제3세계의 대중 문화를 억압하거나 배척하는 이데올로기, 즉 너희는 그래봤자 원조인 우리의 서투르고 엉성한 아류 아니냐는 식의 비판 논리로 둔갑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류가 할리우드의 파고를 넘으려 한다면, 어쨌든 우리는 그런 요구 앞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아가는 것만이 아니다. 지켜내는 데에도 뭔가 새로운 것, 다른 것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마침내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이준익의 ‘왕의 남자’와 500만 관객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곽경택의 ‘태풍’이 다른 점은 무엇이었던가. 결국 차이에서의 차이가 아니었나. 할리우드와 닮게 하기에서는 ‘태풍’이 앞섰고, 기존 역사물 코드와 다르게 하기에서는 ‘왕의 남자’가 앞섰던 것 같다. 색다른 이야기, 차이나는 얼굴, 별난 관계, 곧 차이에 대한 끌림이 ‘태풍’에서 ‘왕의 남자’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려놓았던 게 아닐까. 오만과 편견으로 얼룩진 저 칼럼니스트의 글을 ‘한류는 아류가 아님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는 충고로 받아들이면 이 상처 받은 자존심이 다른 방식으로 보상 받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이왕주 부산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 [7일 TV 하이라이트]

    ●대발견 아이Q(EBS 오후 8시5분) ‘알쏭달쏭 육아극장’에서는 아이들이 꼭 먹어야 할 토마토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효과를 두 배로 높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또 ‘행복육아프로젝트’에서는 산만한 아이 유빈이를 변화시킨 주위환경을 들여다보고 산만함을 극복한 뒤 변화된 모습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짚어본다. ●진실게임(SBS 오후 8시55분) 개성만점의 가짜들이 등장한다. 화려한 동작을 선보이는 ‘어린이 응원단’, 귀가 얇아서 피곤한 ‘귀 얇은 사람 모임’, 똑같은 외모와 놀라운 실력을 지닌 가수 비의 쌍둥이들이 모인 ‘비 닮은 사람 모임’,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 ‘여장남자 모임’, 귀여운 어린이 댄스 그룹 ‘불자동차’ 중에서 한 팀의 가짜를 찾는다. ●세계 세계인〈캄보디아의 추방당한 사람들〉(YTN 오후 9시35분) 미국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캄보디아계 젊은이들이 캄보디아로 추방되고 있다. 추방된 이들은 미국의 갱단문화를 옮겨올까봐 환영받지 못하고 찬밥신세다. 하지만 범죄자들에겐 캄보디아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부패한 경찰들이 공공연히 마약거래를 묵인하기 때문이다. ●레인보우 로망스(MBC 오후 6시50분) 여자의 변신은 무죄? 보라가 변신을 했다. 청순한 머리에 얌전한 말투. 그것이 다 종혁 앞에서 잘 보이고 싶기 때문이라는데, 그런 보라의 모습을 보는 민기는 질투심에 타오른다. 보라와 종혁이 만나는 곳이라면 끼어드는 민기는 종혁에게 원래의 보라 모습을 보이게 해서 환상을 깨게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별난여자 별난남자(KBS1 오후 8시25분) 석현은 종남이 있는 곳마다 틀림없이 나타나는 인범이 신경 쓰이고, 인범은 석현과 종남이 사촌지간이라고 믿는다. 나라는 유정에게 석현을 폭행한 사람이 병두라며 경찰에 신고했으니까 기다리라며 겁을 준다. 한편, 기웅은 곰국을 끓이는 민숙의 마음을 읽고 석현을 집으로 부르는데…. ●걱정하지마(KBS2 오전 9시) 집으로 찾아온 지영 때문에 당황한 은새는 시어머니에게 기쁜 소식을 알리지도 못한다. 둘만 따로 만난 카페에서 지영은 은새를 깔보며 물벼락을 씌운다. 세찬은 최선을 다한 수술의 결과가 좋지 않아서 크게 실망한다. 한편, 경준과 연화가 달콤한 로맨스를 시작하자 유정은 마음이 뒤틀린다.
  • 조선시대 ‘CSI’가 돌아왔다

    ‘조선시대 과학수사대, 돌아오다.’ 지난해 12월 아쉬움 속에 조기종영됐던 MBC 추리다큐드라마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이 오는 28∼29일 설특집 2부작 ‘별순검-시린 꽃’(연출 김흥동)으로 부활한다. 지난해 9월 파일럿(비정규 임시편성) 프로그램으로 반영된 뒤 참신한 소재로 시청자의 호평에 힘입어 10월 정규편성됐으나 시청률이 6% 수준에 머무르자 한달여 만에 막을 내렸었다. 당시 마니아들의 반발을 사기도 해 이번 설 특집 프로그램은 별순검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시대 법의학 지침서인 ‘증수무원록’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법의학과 과학수사 방식을 고정한 별순검들의 활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특히 이번 특집은 기존의 구성방식과 등장인물을 그대로 이어간다. 또 주인공인 사율(정유석)과 서은(조안)의 어린 시절의 비밀도 공개된다. 28일 저녁 12시20분 방송될 1부에서는 뒤틀린 가족주의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전라도 무풍현 감실골 효마을 저수지에서 떠오른 익사체와, 같은 집안에서 죽어나간 시체들을 통해 별순검이 파헤칠 진실은 무엇일까? 29일 저녁 11시45분 방송될 2부에서는 생명에 관한 범죄는 꼼꼼하고 치밀한 조사, 검증이 필요하다는 ‘증수무원록’의 취지에 따라 미해결 사건을 해결하는 별순검들의 활약상이 그려진다. 웅비(이재포)와 법률(이기영)은 18년전 기찰포교 당시 기결 사건으로 끝났지만 미심쩍었던 사건을 재조사한다. 하지만 재조사 과정에서 검은 자객들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점차 목을 조여오는 검은 자객들, 혼자 사건을 조사하러 간 웅비는 미궁으로 빠져들면서 검은 자객들의 표적이 되는데….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눈에 띄네 이 얼굴] ‘태풍’의 이정재

    [눈에 띄네 이 얼굴] ‘태풍’의 이정재

    축구 경기로 치면, 간판 스트라이커를 뛰어 넘는 기량으로 기대밖 역전골을 작렬시켰다고나 할까. 영화 ‘태풍´(감독 곽경택, 제작 진인사 필름)의 이정재 얘기다. 여타 영화라면 ‘원톱´ 주연으로 전혀 손색 없는 그이지만, 영화 개봉전까지는 장동건이라는 초특급스타의 한발짝 뒤에 서야 했다. 그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는 걸까. 영화속 이정재의 카리스마는 단연 돋보인다. 그가 맡은 역할은 탈북자 출신의 현대판 해적 ‘씬´(장동건)에 맞서는, 철저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엘리트 해군 장교 강세종역.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해 온 그답게 이번 작품에서는 ‘분출´이 아닌 ‘억제´하는 감정 연기를 훌륭히 해냈다. 장동건의 ‘뒤틀린´ 카리스마 연기보다 더 잔상에 남는다는 것이 시사회 반응. 노력도 많이 했다. 촬영 중 웬만하면 대역을 쓰지 않고 위험한 액션 연기를 해냈고, 단 몇 초로 지나가는 바닷가 ‘전투 럭비´ 장면을 찍기 위해 1년 넘게 술, 담배를 끊고 근육을 만들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파산자-복권되지 않은 인생들] 월평균수입 파산전 201만원 파산후 128만원

    서울신문이 면책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파산자의 30.8%는 갚아야 할 빚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답했다. 이중 80.3%는 파산을 전후로 자신을 도와준 친지와 지인들에게 빌린 돈은 반드시 갚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법원에서 완전면책 판결을 받으면 법원에 신고한 채무는 갚지 않아도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러나 파산자의 상당수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빌린 빚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남아 있으며 이는 도의적으로 ‘떼어먹을 수 없는 돈’으로 생각하고 있다.‘인간관계’ 때문이다. ●31% “친지등에 갚을 빚 남아” 전체의 65.4%가 인간관계에 심각한 변화를 겪었으며 이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부분의 파산자가 자의든 타의든 돈 때문에 뒤틀린 인간관계를 바로잡고 싶은 이유이다. 사업 실패로 지난 1월 파산한 뒤 고향 김천을 떠난 김모(47)씨는 중소기업의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며 매월 10만∼20만원씩을 친구들에게 보내고 있다. 김씨는 “고향 친구들은 빌려준 돈을 안 갚아도 된다고 하지만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아 적은 액수지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9월 파산한 권모(39)씨도 지인들에게 빌린 빚 2억원의 이자 200만원을 매월 갚고 있다. ●61% 비정규·일용직 신분 면책 이후 생활비를 쪼개 친지 및 지인의 빚을 갚는 파산자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전체의 61.7%는 비정규직·계약직·일용직 종사자로 고용상태가 불안하다. 파산 이후 수입도 크게 떨어졌다. 설문에 답한 파산자 200명의 한달 평균수입은 파산 전 201만원에서 128만원으로 줄었다.10명 가운데 7명은 “현재 수입으로 생활이 힘들며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지난해 4월 파산한 현모(37·여)씨는 “무일푼으로 파산한 후 다시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또 빚을 져야 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파산 상황에 대한 인식은 남성과 여성이 다소 차이를 보였다. 남성은 파산이 경제 활동을 재개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반면 여성은 파산 사실이 남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남성의 78.3%, 여성의 56.5%가 파산 이후 사회 활동을 하는 데 냉대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파산 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느냐.’는 질문에는 여성 55.0%, 남성 36.1%가 ‘그렇다.’고 말해 타인의 시선에 여성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병신춤’ 5년만에 무대 다시선다

    ‘병신춤’‘욕쟁이 할머니’ 등으로 잘 알려진 공옥진(74)여사가 병마의 고통을 딛고 무대에 다시 선다. 그는 전통적인 소리에 춤·재담·몸짓을 더한 창무극의 창시자이다. 무대에 오르면 보는 이를 웃게도, 울게도 만드는 타고난 광대이다. 뒤틀린 몸짓과 춤사위로 서민의 한을 달래왔던 그는 지난 199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1년여 만에 해외 및 금강산 선상공연에 나서는 등 재기한 듯했다. 그러나 그 후부터 기력이 쇠약해진 탓에 고향에서 장기간 칩거하다가 최근 활동 재개에 나섰다. 광주 북구문화의집(상임위원 전고필)은 5일 오후 7시 북구 문흥동 근린공원에서 1인 창무극의 명인 공옥진 여사 초청 무대를 마련한다. 전고필(39) 상임위원은 “공선생이 몸이 불편한데도 초청에 쾌히 응했다.”며 “그의 춤을 주민들에게 선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공 여사는 이 날 1시간30분 동안 심청가·병신춤·동물춤 등을 종합한 ‘1인 창극’을 펼칠 예정이다. 그의 창무극은 미국·영국·일본 등지의 세계적 무대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아직 문화재 기능 보유자로 지정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수 조교’를 둘 수 없게 돼 그의 예술혼의 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전남도는 2003년 공 여사의 ‘1인 창무극’에 대한 지방무형문화재 지정을 추진했으나 논란 끝에 부결됐다.“공 여사가 당대에 춤을 즉흥적으로 창조했고, 마땅한 장르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반대 논리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춤의)가치는 인정하지만 지정 근거가 미약하다.”며 “국가지정 무형문화재가 되려면 최소 3∼4대에 이르는 계보가 필요한데 1960년대 만들어진 창무극(신무용)은 최우선 조건인 시기성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다만, 공씨의 춤이 동편제에 속하고 우수한 기량을 들어 전남도 지정 문화재로 추천하는 한편 기록을 남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광주 최치봉 박승기기자 cbchoi@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89) 說客(세객)

    儒林 (421)에는 ‘說客’(달랠 세/손님 객)이 나오는데, 이 말은 ‘능란한 말솜씨로 각지를 遊說(유세)하고 다니는 사람’을 일컫는다. 說자의 본래 音(음)은 ‘설’이다.‘달래다’의 뜻으로 쓰일 때는 ‘세’로,‘기쁘다’의 뜻으로는 ‘열’로 읽는데, 이 경우 ‘悅’자와 통용된다.用例(용례)로 ‘說得(설득:상대편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함),遊說(유세:자기 의견 또는 자기 소속 정당의 주장을 선전하며 돌아다님),說樂(열락:기뻐하고 즐거워함)’이 있다. 客자는 집( ·면)에 온 ‘손님’을 가리킨다.音符에 해당하는 ‘各’(각각 각)은 ‘出’(나갈 출)과 반대로 ‘집에 들어오다’라는 뜻이다.‘客氣(객기:객쩍게 부리는 혈기나 용기),客反爲主(객반위주:주객이 뒤바뀜)에 쓰인다. 不世出(불세출)의 說客(세객) 가운데 전국시대 魏(위)나라의 張儀(장의)라는 사람이 있다. 한 번은 楚(초)나라 宰相(재상)과 술을 마셨는데 바로 그날 宰相의 璧玉(벽옥)이 없어졌다. 주변 사람들이 犯人(범인)으로 지목한 인물은 가난뱅이 장의였다. 죽도록 매를 맞고 정신을 차린 그는 자신의 세 치 혀가 온전한지부터 확인하였다. 그 길로 秦(진)나라로 간 장의는 惠王(혜왕)을 만나 현란한 말솜씨로 宰相(재상)반열에 올랐다. 전국시대,魏(위)나라의 범저(范雎) 또한 일세를 풍미한 說客이다. 출세의 기회를 엿보던 범저는 須賈(수가)라는 대신을 隨行(수행), 제나라로 가는 기회를 맞는다. 사신 일행이 제나라에 도착했을 때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口辯(구변)이 좋은 범저였다. 이에 심사가 뒤틀린 수가는 귀국해 범저를 齊(제)나라와 내통하는 자라고 모함하였다. 범저는 혹독한 수모를 겪은 뒤 후원자 鄭安平(정안평)의 도움으로 秦(진)나로 탈출하였다.王稽(왕계)는 그를 國泰民安(국태민안)을 이룩할 인재라고 추켜세웠다.昭襄王(소양왕)은 범저가 달갑지 않았으나 인재가 아쉬운 시대이므로, 일단 그를 末席(말석)에 앉혔다. 그후 범저는 遠交近攻策(원교근공책: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하는 계책)으로 진가를 인정받아 재상 지위까지 올랐다. 蜀(촉)나라의 등지(鄧芝)는 吳(오)나라의 손권(孫權)을 說得(설득)하여 촉을 구한 외교 수완가였다. 위나라가 다섯 방면에 걸쳐 촉을 攻擊(공격)하고자 하는 狀況(상황)에서, 오와 촉이 다시 손을 잡게 하는 큰공을 세운 것이다. 등지를 맞은 손권은 가마솥에 기름을 끓이고 무사 천 명을 세워놓아 등지의 기를 꺾으려 했다. 그러나 등지는 堂堂(당당)한 態度(태도)로 協商(협상)에 임하였다. 손권은 등지의 조리있는 말솜씨와 당당한 태도에 탄복하여 ‘촉에는 등지 같은 인물이 있어 그 주인을 욕되게 하지 않는다.’고 稱讚(칭찬)했다. 이처럼 걸출한 口辯(구변)능력으로 榮達(영달)을 누린 이가 있었는가 하면 舌禍(설화)로 변을 당한 예도 許多(허다)하다.殷(은)의 충신 比干(비간)은 폭군 紂王(주왕)에게 直諫(직간)하다 심장에 구멍이 7개나 뚫렸다.史記(사기)의 저자 司馬遷(사마천)은 친구 李陵(이릉)을 변호하다 漢武帝(한무제)에 의해 宮刑(궁형)의 참변을 당했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사설] 판결로 확인된 의사의 파업 책임

    5년전 우리 사회는 ‘의료대란’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의·약업 업무 분할 내용에 불만을 품은 의사들이 걸핏하면 단체행동에 나서는 바람에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이 방치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2000년 그해 의사 총파업은 5차례 있었고, 전공의들은 이와 별도로 4개월동안 그들만의 ‘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의사들은 원하는 것을 대부분 얻었지만 환자와 그 가족의 피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의사 파업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한 어린이에게 병원이 거액을 배상토록 한 법원의 최근 판결은 주목받아 마땅하다. 대구지법 민사합의 11부는 2000년 10월 제4차 의사 총파업 때 처음 들른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한 박모군과 그 부모에게 해당 병원이 5억 5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엊그제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군의 상태가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에는 위중한 데도 치료를 거부, 결국 수술 시기를 놓쳐 박군이 정신지체를 겪게 된 책임이 해당 병원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5억원이 넘는 배상액을 판결해 의사 파업에 따른 책임을 엄중하게 물었다. 뒤늦게나마 배상 판결을 받아 다행이긴 하지만 정작 안타까운 것은 박군의 삶이다. 당시 세살배기인 박군은 두번째 찾은 병원에서 장이 꼬이고 혈액순환이 안 되는 증세 때문에 수술받았으나 치료가 늦어져 정신지체를 갖게 됐다. 한 어린이의 인생이 뒤틀린 것이다. 의사들은 최근 약대의 6년제 전환과 관련해 집단 휴진을 다시금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5년전 ‘의료대란’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인지 의사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 [독자의 소리] 반감보단 격려와 박수를/유용환 (서울 서초구 양재1동 17)

    “키 큰 양귀비 증후군(Tall Poppy Syndrome)” 호주에서 공부하던 시절 들었던 이 말은 꼬마들이 나뭇가지를 휘둘러서 키가 큰 양귀비를 잘라버리 듯, 걸출한 인물이나 잘 되어가는 형상을 보면 우선 반감이 먼저 생기는 뒤틀린 행동양식을 나타내는 말이다. 반대로 미국에는 ‘영웅주의(Heroism)’가 있다. 잘 하는 사람을 더욱 독려하고 칭찬하여 영웅적인 행동에 공감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생각의 차이로 인해 미국이 어떻게 다른 나라보다 국가경쟁력 부문에서 먼저 발전할 수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주, 울진, 영덕, 포항 등에서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를 희망하고 있으며 방폐장 유치와 관련하여 찬반의견 및 유치신청에 대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렇듯 국가의 숙원사업인 방폐장의 건립이 착착 진행되어가는 듯 보이지만 일부 환경단체나 사조직에 의한 책임 없는 반대와 비난이 여전히 드세다. 방폐장 유치와 함께 지역발전을 위한 각종 혜택이 제공됨으로 인해 유치 희망지역에서는 방폐장에 대해 환영적인 입장으로 조금씩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잘되어가는 형상에 대한 이유 없는 반감이 방폐장의 조기 건립을 저해하고 있다.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치면 격려와 박수를 보내도록 하자. 유용환 (서울 서초구 양재1동 17)
  • [윤영의 라인-UP] 골반돌리기

    [윤영의 라인-UP] 골반돌리기

    바른 자세를 갖기 위해 워밍업을 하는 단계. 몸 전체를 가볍게 움직여 본격적인 동작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운동이다. 온몸을 쭉 펴면서 뒤틀린 몸 상태를 간단한 운동으로 바로잡아 주기도 한다. 모든 동작은 좌우로 반복하고 한 동작을 최소 15∼30초 정도 유지하면서 좌우로 4∼8회 반복한다. 동작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숨을 내쉬어 편안하게 몸이 이완되게 한다. 서서 하는 동작은 양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린다.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도움말 중앙대 전선혜 교수 / 장소:호텔신라 / 협찬:Movement ■ 상체운동 1.서서 상체 옆으로 돌리기 -척추를 꼿꼿하게 세우고 몸통을 돌려 뒤를 본다. 2.옆구리 늘리기 -두 다리를 옆으로 구부려 앉은 상태에서 다리를 구부린 쪽으로 상체를 젖혀 옆구리가 늘어나도록 한다. 반대쪽 손으로 바닥을 짚어준다. 3.등 펴서 앞으로 굽히기 -몸을 곧게 세우고 머리 뒤에서 깍지를 낀다. 등을 곧게 펴고 턱을 약간 든 상태로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구부려 등에 힘이 들어가도록 한다. 천천히 다시 일어선다. 등이 활처럼 휘지 않도록 한다. 4.두 팔 들어 움직이기 -두 팔을 위로 쭉 펴고 상체를 오른쪽으로 굽힌다. 허리를 이용해 천천히 앞으로, 왼쪽으로, 뒤로 돌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반대 방향으로도 한다. ■ 하체운동 1.다리 꼬아 골반 돌리기 -무릎을 세우고 한 다리를 다른 쪽 다리 위에 얹어 꼰 자세로 눕는다. 골반을 돌려 무릎이 바닥에 닿도록 한다. 머리는 무릎 반대쪽을 보도록 한다. 2.앞뒤로 골반 밀기 -앞무릎을 직각으로 세우고 뒷무릎은 뒤로 넓게 벌려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골반을 앞뒤로 밀어주면서 스트레칭.
  • 비운의 황세손 日서 화장될 뻔…

    20일 오후 서울 창덕궁 낙선재. 멸망한 황실의 아픔을 온 몸으로 지켜본 한 사내가 주검으로 돌아왔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쓸쓸하게 숨진 고종 황제의 황세손 이구(李玖·1931∼2005)씨. 그는 영친왕(1897∼1970)과 일본 왕족 이방자(1901∼1989) 여사의 아들로 대한제국의 마지막 적통이다. 뒤틀린 대한제국의 역사를 뒤로 한 채 홀로 죽음을 맞은 이씨는 빈청(殯廳·빈소)이 마련된 낙선재에서는 외롭지 않았다.300여명의 전주 이씨 종친들이 그를 맞았다. 이날 낙선재 돌계단에서 그를 대신한 귀국 보고가 낭송되자 “저하, 드디어 오셨구려….”라는 울음섞인 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월세 6개월 못내 호텔 전전…비운의 죽음 그의 일본 생활은 대한제국의 마지막처럼 찌들리고 초라했다. 이씨는 일본에서 거주했던 아파트의 월세를 6개월치나 내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그는 외가의 도움으로 일본 왕궁이 보이는 아카사카 프린스호텔에 투숙해 있었다. 그의 마지막을 목격한 호텔 종업원에 따르면 “유카다(일본 전통 홑옷)를 입은 채 화장실 양변기에 앉아 우측 45도 각도로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숨진 그의 품에서는 미국 여권이 나왔다. 이씨는 미국 MIT 유학 시절 미국 시민권을 딴 이중국적자였다. 이 때문에 이씨의 유해를 국내로 인도하는 과정에서 미국 대사관에 사망 사실을 알리고 주민등록 증명서를 팩스로 받아 다시 주일 한국대사관에 제출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는 생전에 “나 같은 인생이 다시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정부는 4∼5년전부터 생활비와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다달이 100만엔 정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생활 형편이 썩 좋지 않았다.”는 전언이다.●일본 천왕 사절 조문 예정 이씨의 유해를 둘러싼 뒷얘기도 일부 공개됐다. 이환의 대동종약원 이사장은 “외가 친지인 나시모토가 밀장(密葬·비밀장례)을 한 뒤 화장을 하자고 제안해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영친왕을 끌고 간 것도 부족해 황세손마저 화장하고 숨기겠다는 것이냐.’고 항의했다.”면서 “일본측에 황세손으로서 예우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말했다. 종약원은 조문하는 종친들에게 유해를 공개할 뜻을 내비쳤다. 이 이사장은 “일본 천왕 사절이 조문할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왕실에서 누가 올지는 모르지만 조선 황세손의 마지막 가는 길을 국왕의 붕어(사망의 높임말) 수준에 맞게 예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사손(후계자)은 이미 내정, 의친왕 손자 유력 자녀없이 숨진 이씨의 대를 이을 사손(후사를 이을 양자)도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1958년 미국 여성인 줄리아 여사와 결혼했지만 자녀가 없자 1982년 결국 헤어졌다. 이 때문에 종약원은 3∼4년전부터 이씨에게 수차례 사손 책정을 건의했고 이씨는 이에 따라 사손 후보자를 두세차례 만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황세손이 숨지기 1주일 전 문서로 후계자를 내정했고 사인을 했다.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한 만큼 이사회를 통해 검토한 뒤 장례식인 24일 책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황제의 손자로 뉴욕대를 졸업한 뒤 모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친왕의 손자 이원(43)씨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9일장… 종묘서 노제 장례식은 9일장으로 24일 오전 10시 창덕궁 희정당에서 열린다. 이환의 대동종약원 이사장과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는다. 종로4가 종묘 앞에서 노제를 거행하며 운구에는 600여명의 반차행렬이 뒤따를 전망이다.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홍릉(고종황제릉) 뒤편의 영친왕 묘역이다. 김문식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는 “국왕이 사망했을 때 치러지는 국장(國葬) 절차와 비슷하지만 규모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페루서 ‘가재아기’ 태어나

    페루에서 두 다리가 붙은 ‘인어아기’에 이어 팔과 다리가 집게발처럼 구부러진 ‘가재아기’가 태어났다고 의료진이 1일(현지시간) 밝혔다. ‘관절 뒤틀림’ 증세를 타고 태어난 생후 1개월된 모이세스 차베즈는 페루 안데스 산간지대에서 수도인 리마 시립병원으로 옮겨졌다. 관절이 뒤틀린 아기는 미국에서 3000명당 한명꼴로 태어나고 있으나 차베즈처럼 사지가 모두 90도 각도로 구부러진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가재아기’의 치료를 맡게 될 루이스 루비오 박사는 “아기의 어머니가 임신 5개월쯤 됐을 때 양막 밴드가 엉켜 뱃속의 아기를 미라 형태로 감싸면서 팔과 다리의 생장을 막아 기형이 생겨났다.”며 “뇌는 정상처럼 보이며, 생명에도 지장이 없어 손과 팔을 정상으로 돌리고 차베즈가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루비오 박사는 ‘인어아기’로 불린 밀라그로스 세론의 치료도 맡아 지난달초 성공적으로 다리 분리 수술을 끝낸 바 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데스크시각] 부모 자격증/허남주 주말매거진WE팀장

    출근길이 유난히 멀어 아침부터 지쳤던 어느 날, 낯선 이메일이 일상의 틀을 깨고 날아들었다. “전처 자식, 내 자식이 따로 있나요. 다 제 책임이기에 제 아이로 인연이 맺어진 것이겠지요.…언젠가는 정말 더 기쁜 일도 올릴 때가 오겠지요? 제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편지까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일을 보낸 이는 전처 소생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낀 점을 인터넷에 올렸던 한 어머니였다. 그녀는 글을 통해 ‘시댁에서 아이들의 어머니, 전처를 아이들 앞에서 나쁘게 말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밤늦은 시각에 우연히 본 사연이라 그랬을까, 감동에 젖어 짤막한 소감을 그녀에게 보냈었다. 메일을 보낸 사실조차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받은 뒤늦은 답장이 반가웠지만, 한편 걱정이 뒤따랐다. 구태여 ‘백설공주’,‘콩쥐팥쥐’를 떠올리지 않아도 “아무리 잘해도 제 어미같을까….”라는 식의 편견이 나도 모르게 내비쳤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그 사연에 감동을 받았던 이유에는 ‘친어머니보다 더 갸륵한 사랑’이라는 점이 분명 포함돼 있었던 것도 같다. 친 어머니의 사랑이 가장 진한 사랑이란 가정하에 ‘절대적 사랑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대단하다.’는 식의 편견과 폄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두고두고 나를 괴롭혔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흘깃거리면서도 대글조차 남기지 않는 ‘눈팅족’으로서 처음 시도한 소통에 실패한 것 같아서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새삼 그 사건이 떠오른 것은 ‘가정의 달’인 5월에 신문지면을 크게 장식했던 이 시대 가족구성원들 사이의 뒤틀린 인간관계때문이었다. 비단 이 5월에만 많았으랴만 참혹하다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한 가족내 가해와 피해의 사슬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엄마가 도망갔다.’고 울부짖는 아이, 끝내 폭력의 가해자인 아버지를 죽이고만 여학생…. 가족이란 분명 울타리이자 짐이다.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울타리임엔 분명하지만 가족을 안전하고 평화롭게 지켜내기 위해선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가족구성원은 가장 무거운 짐이기도 하다. 더욱이 아이들은 부모에게 분명 사랑의 대상이지만 삶에 지치거나 인격적으로 부족한 부모에게는 엄청난 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짐을 내팽개치는 사건이 날로 늘어간다. 지난해 아동학대 긴급신고전화(1391)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모두 6998건으로 2003년 4983건보다 40.4%나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학대의 75.5%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학대자가 아동의 부모인 경우가 전체 아동학대의 81.4%를 차지했다. 전국 45만명의 아이들이 학대를 받고있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그중 보호받는 아이는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동학대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가부장제 전통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부모는 여전히 아이들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권위와 힘을 행사한다. 더욱이 주변에서 이를 제재할 경우 “내 아이 내가 가르치는데 왜 참견하느냐”는 부모의 말은 당당하다. 가정이란 울타리가 범죄를 타당화한다. 더욱이 부모를 신고한 후 ‘아이의 인생을 책임질 수도 없는’ 타인으로선 이를 선뜻 행동에 옮기기에도 망설여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제 부모만한 사람이 없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고, 사회의 보호는 미약해 보인다. 하지만 이 5월에 가정의 윤리만을 믿고 맡기기에 이 시대 가정의 울타리는 낡고 허물어졌음을 지적하고 싶다. 아동복지법 제26조에 따라 의사, 교사,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등을 ‘신고의무자’로 규정, 아동학대 발견 즉시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나 신고하지 않았을 때의 처벌조항이 없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가정의 윤리에만 맡겨져 있다. 반면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의사, 교사 등이 아동학대 사실을 알고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 처분, 자격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다못해 낚시 자격증도 있는데 왜 부모 자격증은 없느냐?”는 미국영화 속 아이의 항변을 웃고 넘기기엔 껄끄럽다. 비정한 부모의 양식과 가정의 윤리에 아이를 맡겨놓기엔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가정의 벽은 드높고 굳건해 보인다. 허남주 주말매거진WE팀장 hhj@seoul.co.kr
  • [지금 그곳은] 서울여성문화축제

    [지금 그곳은] 서울여성문화축제

    “얼굴을 가리고 마음을 숨기고 어깨를 흔들며 고개를 저어라….” 지난 6일 늦은 오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1970년대 말 인기를 모았던 그룹 ‘활주로’의 ‘탈춤’의 익숙한 선율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순간 객석을 가득 메운 300여명의 가족들 사이에서 탄성과 박수 갈채가 울려퍼졌다. 무대의 주인공은 ‘7080’세대 아버지들의 밴드인 ‘파파밴드’. 외모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였지만 실력만큼은 ‘조용필 밴드’ 수준이었다. 김수철씨의 ‘젊은 그대’에 이어 앙코르 송으로 아이들을 위한 ‘올챙이송’까지 들려줬다. 오는 27일까지 계속되는 서울여성문화축제 ‘유쾌한 치맛바람-가족風’의 서막을 알리는 무대였다. ‘유쾌한 치맛바람’은 재단법인 서울여성(상임이사 변도윤)이 주최하는 서울여성문화축제의 이름이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뜻하는 ‘치맛바람’이 여성을 ‘문화생산자’로 거듭나게 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재해석됐다. 올해의 주제는 ‘가족風’. 호주제 폐지, 저출산 고령화 등 최근 사회적 관심사들을 가족과 여성의 역할 변화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는 바람을 일으키자는 뜻이다. 매주 금요일 밤에 열리고 있는 문화 행사는 이번 축제의 꽃이다.6일 열린 콘서트 ‘아름다운 아버지의 Love is 보살핌’은 가수 김현철씨의 어린이들을 위한 노래와 함께 지난해 10월 출범한 5인조‘파파 밴드’의 열창이 이어졌다. 파파밴드의 강민식씨는 “아내,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다 보니 가족 사랑도 두배가 된다.”면서 “올 여름에는 어려운 이웃을 찾아 자선공연도 준비하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이밖에 13일에는 소외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공연 ‘유쾌한 효도!엄마의 사랑나눔’,20일에는 현대무용이 들려주는 가족이야기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등이 열린다. 이어 27일에는 정신보건 전문인과 배우 등이 ‘부부 쿨하게 살기’라는 제목의 연극도 선보인다. 더 큰 가족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2층에서 열리고 있는 ‘새롭게 쓰는 우리 가족(加族)’ 섹션에서는 박경주, 김희정 등 여성예술가들이 이주노동자 가족, 입양가족 등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유사 가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불러일으킨다. 배성미씨의 ‘숨은가족찾기’는 40명의 배성미씨의 일생을 추적한 작품. 형광톤의 푸른색 조형물에 이혼, 독신, 입양 등을 겪은 배씨들의 가족들을 소개하고 있다. 기존의 ‘갇혀 있는’ 게 아닌 ‘열린’ 가족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밖에 1층 ‘왁자지껄 별별가족’ 섹션에서는 만화가 김수정씨의 ‘아기공룡 둘리’, 최정현씨의 ‘반쪽이의 육아일기’, 홍승우씨의 ‘비빔툰 1ㆍ2’와 ‘십시일반’ 등의 작품을 통해 다양하면서도 사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윤성호씨의 가족드라마 ‘즐거운 우리가족?’에서는 뒤틀린 요즘 가족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정부 잇단 언론공세 의도 있나

    청와대와 정부의 잇따른 언론 공격과 통제 기도가 심상치 않다. 검찰과 경찰은 입이라도 맞춘 듯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언론의 범죄수사과정 취재를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최근의 유전개발 의혹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정략적 외눈뜨기’로 몰아붙였고,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 언론, 법조계가 부패근원지”라며 언론계를 매도했다. 이 모든 일이 동시에 터진 것이 단순한 우연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사태의 진원지가 청와대와 차기 대권주자 등 권력 깊숙한 곳이다. 언론에 대한 또 다른 의도나 기획이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는 출범초부터 언론개혁 기치를 높이 들고 브리핑제 도입 등 제도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 취재시스템의 선진화 등 성과도 있었지만 언론과의 갈등 유발로 국정혼란이 격화되는 등 부작용도 컸다. 우리는 최근 정부가 국정홍보시스템을 개편하고 언론비판 수용체제를 재정비한 것을 이런 평가를 인식한 결과로 봤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과 건강한 긴장관계만이 아니고 건강한 협력관계를 맺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한 단계 성숙된 언론관의 표현이길 바랐다. 그러나 아직도 여권은 언론을 ‘엉뚱한 의혹을 사실인 양 단정짓고 부풀리기’나 하는 뒤틀린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근거 없는 부패혐의로 언론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여기에 검찰은 “수사관련 오보를 하는 언론은 출입을 제한하겠다.”고까지 하고 나섰다.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은 물론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알 권리를 권력이 임의로 제한할 수 있다는 오만한 통제 발상과 다름없다. 더구나 이 발표가 청와대의 지시로 나왔다니 더욱 한심하다. 청와대는 언론에 대한 피해강박에서 벗어나 언론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정책 홍보가 정부 일이듯, 사회적 의제 설정은 언론이 맡아야 할 기본 역할이다. 언론이 제 역할을 방기했다면 청와대도 인정한 비서실내 유전의혹 정보공유 문제점이 드러났겠는가. 언론을 따돌리고 밀실수사를 용인한다면 권력층이나 재벌 비리 수사과정을 누가 감시하겠는가.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중지하고 언론에 대한 이유 없는 음해도 거둬들여야 한다.
  •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③반발하는 어민들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③반발하는 어민들

    어민들은 고테구리 어업이 불법이지만 수십년 넘게 생계를 유지해온 생업인데 정부가 전업 등에 필요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단속만 해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어민들은 전업을 하거나 자구책으로 영어조합설립과 수산양식장 조성, 조업구역 확대, 어업허가권 변경 등 정부 지원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지역 어민들은 수자원 보호를 위해 고테구리업을 포기하고 전업을 고려하고 있으나 해안쓰레기 수거와 같은 생계지원 사업이 극히 형식적이고, 전업자금 지원 역시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국어민총연합 전 회장 정남준(69 부산 서구 암남동)씨는 “부산은 주로 통발업 허가를 갖고 있는데 이 방법으로는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며 “부산앞바다 실정에 맞는 연승업으로 허가를 바꿔줄 것”을 주문했다. 경남 통영지역 어민들은 영어조합 법인을 구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사천지역 어민들은 수산양식장 및 어장 피해의 주범으로 떠오른 불가사리 퇴치를 위한 퇴비공장과 대형양식장 면허를 각각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비의 일부를 자신들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남 지역 어민들은 어선과 어구에 대해서만 보상키로 한 정부방안에 강력하게 반발해오다 최근에는 감척 배에 대해 시가수준으로의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또 ▲새우조망허가 및 조업구역 확대▲인공어초 사후관리사업 용역을 영어조합법인에 발주▲현재 10t 미만인 낚시어선을 20t 미만으로 상향 조정해줄 것과 실뱀장어 안강망어업을 끌망어업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어민 총연합회 여수지구회 이영춘(51·여수시 돌산읍 우두리)회장은 “소형기선저인망 어선을 갖고 있는 어민들은 위판실적이 없어 일반감척 보상기준처럼 3년치 어업손실을 받을 수 없다.”며 “감척 대상 어선에 대해 시가대로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800여척의 소형기선저인망이 있는 전남 여수지역은 관광낚시어선, 체험관광단지 개발, 수산물 가공공장 유치, 관광숙박시설 확대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정부의 차별화 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 다대어민회 박상규(55)회장은 “고테구리가 불법어업이지만 어민들은 정부의 묵인아래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배를 뺏는 것처럼 정리해서는 안 된다.”며 “어민들이 전업을 준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뒤틀린 ‘활어회 문화’ 불법어로 부채질 전남 여수시내 어느 횟집과 식당에서도 세코시(뼈코시)가 나온다. 세코시는 아직 덜 자란 어른 손바닥만한 도다리·노래미·광어·돔·농어·숭어 등을 뼈째로 썬 것. 된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진하게 배어나와 술 안주로 그만이다. 활어회보다 값이 싸고 “믿고 자연산을 먹는다.”며 애주가들이 즐겨 찾는다. 일부 양식장에서 빠져 나온 돌돔이나 도다리 새끼도 있지만 세코시 재료는 자연산으로 보면 맞다. 여수시청 앞 횟집의 남자 주인은 “요즘 고테구리 단속으로 수족관에 고기가 없을 정도여서 값이 큰폭으로 올랐다.”며 “하지만 우리 집은 자연산 아니면 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집에서는 도다리 세코시를 1인분에 3만원 받다가 물량이 달리는 바람에 얼마 전부터 4만원으로 33%나 올렸다. 자연산 치어를 선호하는 뒤틀린 활어회 문화가 귀중한 어족자원의 남획을 부추기고 있다. 수요만 있다면 공급은 물불을 안 가리기 마련. 산란기인 금어기에 연안으로 모여드는 어린 고기는 표적 대상이다. 소형기선저인망뿐 아니라 연안에서 조업이 금지된 대형기선저인망과 트롤어선 등도 가세해 1㎝ 이하 치어까지 모조리 쓸어담고 있다. 이들과 연계해 ‘자연산’ 치어만을 전문으로 식당이나 횟집, 회센터에 공급하는 중간상들은 점조직으로 활동한다. 고테구리로 모아 온 치어 운반선을 인적이 뜸한 곳에 대고 활어차로 옮긴다. 좀 크다 싶으면 횟집으로 넘기고 더 작은 것은 양식장으로 넘기기 때문에 이문이 쏠쏠한 편이다. 이런 까닭에 살벌한 단속에도 “돈이 된다.”며 불법조업이 기승을 부린다. 적발된 어선의 절반 가까이가 소형기선저인망이다. 목포해경 직원은 “지난해 뜰망으로 치어만을 잡은 어부를 잡아 여죄를 추궁했더니 100번 이상 조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고테구리 조업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다. 무전기 이용은 기본이고 바람 부는 밤에 어로작업을 하는 것이 철칙이다. 특히 도피로 확보와 판매망 점조직은 안전판 역할을 한다. 잡혀서 벌금을 무느니 그물을 끊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고 새 그물을 사는 게 오히려 더 싸다는 얘기다. 전남도청 단속직원은 “지난해 말 여수와 고흥반도 사이에서 고테구리 배를 적발했다.”며 “그러나 바람이 세고 날이 어두워 단속선에서 보트를 내려 쫓아가니 양식장 사이로 달아나 버렸다.”고 털어놨다. 수백만원 벌금을 물게 된 김모(56)씨는 “고테구리로 잡은 고기를 트럭으로 옮겨 싣다가 대기중이던 해경에 적발됐다.”며 자신의 재수없음을 탓했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육지에서 적발하는 경우는 십중팔구 어민들이 신고한 덕분”이라고 어민들의 신고를 당부한다. 안강망 선장 김모(50대 초반)씨는 “조업을 마치고 들어오는데 완도 청산도 근방에서 고테구리 배들이 단속망을 피하면서 조업하는 무전 내용을 여러번 엿들었다.”고 귀띔했다. 여수시내 몇몇 횟집 주인들은 “병어나 삼치·농어·돔 등은 냉동했다가 회로 치거나 이를 냉장고에서 숙성하면 육질이 쫄깃쫄깃해진다.”며 “선어회가 활어회보다는 깊은 맛이 더 난다.”고 강조했다. 생선회의 원조격인 일본에서도 활어보다는 선어회를 즐긴다고 하는데 우리들만 유달리 활어회를 고집하고 있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정영훈 해양부 어업지도과장 해양수산부 정영훈 어업지도과장은 소형기선저인망어선(일명 고테구리) 정리특별법 시행과 관련,“어장을 보호하고 영세어민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지원금 수준 등은 전문가·어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특별법이 제정된 배경은. -고테구리 어업은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배를 사들여 정리하려는 것이다. 고테구리 어업을 금지한 수산업법에 따라 단속하다 보니 영세어민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반발도 컸다. 이에 따라 특별법을 통해 정부 예산으로 어민들의 배를 사들이고 이들의 어업활동을 지원하게 된 것이다. 어민들은 보상가가 낮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데, 보완할 점은 없는가. -처음에는 배만 감정가만큼 보상하려고 했지만 입법과정에서 어민들의 의견을 반영, 어업허가 폐지에 따른 지원금을 최고 2000만원까지 더 주게 된 것이다.5t짜리 배의 경우 배 감정가 2000만원에 지원금 2000만원까지 최고 4000만원을 받는다. 배를 정부에 팔지 않고 보유하면서 합법어업으로 전업할 경우 5000만원까지 융자해준다. 또 고테구리 어업을 못하게 된 어민들이 해안 쓰레기수거사업에 참여하면 1인당 하루 3만원씩 준다. 특별법에 따른 보상금은 전문가와 어민 대다수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일부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예산이 없어 5년간 연차 정리할 경우 완전 근절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나. -5년 한시법이지만 올 4월부터 1년간 신청을 받기 때문에 1년내 대부분 정리가 될 것이다. 폐기처리 등 사후관리를 위해 5년이란 시한을 둔 것이다. 올해는 기존 예산 전용을 통해 집행하고 내년에는 국회에서 새 예산안에 반영할 것이기 때문에 예산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지자체와의 예산 분담비율 문제는 현재 협의 중으로, 사업 수행을 위해 원만히 해결될 것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고테구리어업 소굴’ 오명 듣던 부산 다대포 얼마전까지만 해도 불법어로인 고테구리어업의 소굴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부산 사하구 다대동 다대포 연안. 지난해 8월 정부의 소형기선저인망(고테구리)에 대한 단속이 실시된 이후 된서리를 맞았다. 전성기(?)였던 지난 1995,96년도에는 고테구리 어업에 종사하던 배만 무려 400여척에 달했을 정도로 다대포는 불법어업의 전진기지로 이름을 떨쳤다. 당시 부산 미식가들에게는 ‘자연산 활어를 맛보려면 다대포로 가라.’ 는 말이 돌 정도로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귀한 자연산 고기가 넘쳐나는 등 불법어획물이 판을 쳤다. 횟집들도 ‘자연산 전문 취급’이라는 글귀를 내걸고 손님을 끌어왔다. 특히 겨울철이면 불법으로 잡은 ‘돌가자미회’맛을 보기 위해 먼 외지에서도 손님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97년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경기가 나빠지고 단속이 강화되자 고테구리업도 서서히 사양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성기때의 4분의 1수준인 99척이 남아 있으나 이중 일부만 허가를 받은 자망업을 할 뿐 거의 다 배를 매달아 놓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어민 오학갑(47·부산 사하구 다대동)씨는 “바다에 고기가 나지 않아 정상적인 조업으로는 고기가 안 잡힌다.”며 “기름값과 인건비 빼고 나면 적자.”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어민들 대부분은 이곳보다 다소 사정이 나은 포항, 울산 등 외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주인 잃은 텅빈 배들만이 정리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횟집들도 덩달아 타격을 입고 있다.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업소가 여러곳 생겨나는 등 지역 경제도 꽁꽁 얼어붙었다. 양식활어는 집 가까운 횟집에서도 손쉽게 먹을 수 있어 구태여 멀리 다대포까지 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 S횟집 주인 김모(48)씨는 “경기불황 등 여파도 크지만 자연산 횟감의 공급 감소로 인해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