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뒤통수
    2025-12-23
    검색기록 지우기
  • 현대자동차
    2025-12-23
    검색기록 지우기
  • 짠페스티벌
    2025-12-23
    검색기록 지우기
  • 한부모
    2025-12-23
    검색기록 지우기
  • 고래
    2025-12-2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649
  • 野의원, 대통령 사퇴요구 파문

    대정부질문 첫날인 10일 국회는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의원의 ‘대통령 사퇴촉구’ 발언으로 오후 본회의 일정이취소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이날 여섯번째 질문자로 나선 한나라당 안 의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고 말한 것은 반국가적 망언”이라며 대통령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날 예정된 9명의 대정부질문을 모두 마친뒤 오후 본회의 예정시간 직전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안 의원의 공개 사과와 속기록 삭제 등을요구하고 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정부질문 일정을 거부키로 결의했다. 파문이 일자 민주당 이상수(李相洙)·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총무는 본회의장에서 비공식 접촉을 갖는 등 해결방안을 모색했다.한나라당도 원내대책회의를 소집,대책을 숙의했다.이날 대정부질문이 파행되면서 이한동(李漢東)총리 등관련 국무위원들의 답변은 이뤄지지 못했다. 민주당 송영길(宋永吉)의원 등은 의원총회에서 “이 총재가 어제 영수회담에서 동반자 운운하다가 부하를 시켜 뒤통수를 치는 발언을 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항의했다. 한나라당 이 총무는 “발언을 할 때는 가만 있다가 뒤늦게 이를 문제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김옥두(金玉斗) 의원은‘이용호(李容湖)게이트’와 관련,“이용호 G&G그룹 회장이전직의원 3명, 현직의원 1명 등 구여권 인사 4명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김 의원은 “이런 사실은 이회장이 운영하던 반도종합건설과 세종투자개발의 임원을 지낸 측근 강모씨와 G&G그룹의 간부였던 김모씨가 상세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민주당 대변인실은 ‘전직의원 3명과 현직의원1명’에 대해서 ‘K·Y·L전 의원과 K의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95년 당시 여당 광주시지부장이 지난해1월8일 여운환씨가 회장으로 있던 서울 중계동 소재 ‘삼육오마트’ 개업식에 직접 참석했다”며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95년 당시 광주시지부장인 이환의(李桓儀)부총재가 지난해 1월 여권인사로부터 공식 초청장을 받고 ‘삼육오마트’ 개업식에 참석했을 뿐”이라고 연루설을 일축했다. 박찬구기자 ckpark@
  • [대한포럼] 꽁치 분노의 허실

    우리 어선이 러시아 남쿠릴해에서 꽁치를 잡지 못하도록러시아와 일본 두나라가 ‘잠정합의’했다는 일본 신문들의 보도가 국내에서 분노를 촉발했다.이 지경이 되도록 우리 정부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외교적으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질타가 뒤따랐다.‘꽁치 원양어업의 파산’이라거나 ‘외교기능 실종’이란 자탄과 비판도 나왔다.야당은“일본이 또 한번 어업침략을 감행했다”며 흥분했다.심지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일본으로부터 대체 어장을 얻어내야 한다”는 강경론도 제기됐다. 꽁치문제는 오는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거론될 예정이어서 바야흐로 본격 양국 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먼저 ‘꽁치분노’의 문제점은 분노의 이유가 사실에 바탕을둔 것인지 석연치 않다는 데 있다. 당장 해양수산부는 러·일의 동향을 주시해 왔다며 ‘뒤통수론’을 반박했다.주한 일본대사는 8일 외교통상부 당국자와의 면담에서 “러·일간 기본합의가 이루어졌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으며 주한 러시아 대사도 “한국 어민의 이익이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입장”이라는 원칙론을 밝혔다. 러·일 양국이 9일 차관급 회담 등에서 어떤 결론을 낼지모르지만 두나라 대사의 말을 들어보면 국내 분노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것이 된다.한 마디로 일본언론 보도에 놀아난 상업주의 언론 주도의 ‘냄비식’반응이란 이야기다. ‘꽁치 분노’의 또다른 문제점은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한국여론이 너무 흥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다.물론 한국인에게 ‘꽁치 정서’란 게 있긴 하다.과거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밥반찬으로서의 꽁치와 경상도 지역특산인 ‘과메기’(차게 말린 꽁치)의 입맛 기억이 그것이다. 꽁치향수도 옛말이고 꽁치는 이제 한국인이 먹는 물고기중소비량으로 따져 17위로 밥상에서 멀찍이 밀려났다. 연간4만∼5만t의 국내 꽁치 어획량 가운데 남쿠릴 조업량은 30%선인 1만5,000t에 불과하다.꽁치가 모자라고 비싸다면 쉽게 고등어를 찾으며 고등어(소비량 6위)는 꽁치의 7배를먹는다. 물론 러시아에 정상적인 입어료를 내고 남쿠릴해에서 조업했는데 일본이 나서 훼방을 놓으니 화가 날 일이긴 하다.그러나 남쿠릴해 꽁치 조업 금지가 ‘원양어업 파산’이나 ‘어업침략’으로 간주하는 것은 분노의 불필요한 증폭일 것이다.‘모든 외교적 수단’운운하며 강력한 꽁치 대책을 강조하다가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까 걱정이다. 꽁치분노를 보면 언뜻 작년 중국산 마늘 분쟁을 둘러싼국내 분위기를 연상시킨다.국내 마늘농사를 망친다며 저가의 중국산 마늘 1,500여만달러(120억원)의 국내 수입을 사실상 금지시켰다.그 결과 중국은 마늘의 34배에 해당하는한국산 폴리에틸렌과 휴대전화(5억1천만달러)의 수입을 중단하는 조치로 보복했다.남쿠릴해에서 잡는 꽁치는 300억여원 정도로 국내 총어획량의 1%선에 불과하다. 꽁치 조업이 남쿠릴이나 일본 산리쿠해역에서 금지됐다고 우리가 일본에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우리가 일본수역에서 잡는 어획량이 일본이 우리수역에서 잡는 것보다 10배나 많다.서로 보복조치로 치달으면 우리 어민만 큰 손해를 입는다. 국내 한 정치인은 “분노를 다스리기 어려운 사람은 조화롭게 문제를 해결할 인내심을 일시에 잃어버리고 제동기를밟아야 할 때 가속기를 밟아버린다.”고 지적했다.꽁치 분노를 과장해 가속기를 밟아봤자 우리가 얻을 이익은 별로없다. 교과서 왜곡이나 정신대 문제와 달리 꽁치는 일본의도덕성이나 한국인의 자존심과 크게 관련이 없다. 또 꽁치는 이제 마늘처럼 한국인 밥상에서 그렇게 주요한 위치를차지하고 있지도 않다. ‘꽁치가 부족하면 다른 것을 더 먹겠다’는 여유있는 자세가 협상에서 종종 유리할 수 있다.과장된 꽁치 분노에휘둘리지 말고 우리가 얻을 실리를 따져 외교협상을 벌여야 한다.꽁치 문제는 정상회담에 갈 것도 없이 실무회담으로 족하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갈수록 꼬이는 영수회담

    대화정국 복원을 위한 여야 영수회담이 택일은 커녕 의제조율도 못한 채 기약없이 표류중이다.민주당 안동선(安東善) 최고위원이 20일 사퇴 의사를 표명,물꼬가 트이는 듯 했으나 한나라당이 ‘위장 사퇴’라고 비난하고,민주당도 당무회의에서 “최고 위원직을 사퇴할 사안이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개진,정국이 더욱 꼬이고 있다. ■민주당=안동선 최고위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표명했으나 당론으로 사퇴 번복을 종용했다.특히 일부 인사들은 안 최고위원이 주장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부친의친일 논란 등에 대해 “이 총재의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역공을 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이 영수회담에 응할 것을 거듭 촉구하다”면서도 “안 위원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야당이 이를 ‘정략적 사퇴’등으로 비난하며 수용하지 않는 것은 회담에 응할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전 대변인은 안 위원의 사퇴와 그에 대한 야당의 추가요구등을 가리켜 “영수회담은 필요하지만 이런 식의 굴욕적회담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당무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안 최고위원의 사퇴를 ‘위장 사퇴’‘정략적 사퇴’로 규정하고,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안 최고위원이사퇴의 변에서 이 총재 부친의 ‘친일 전력’혐의를 재론하고,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사형재판 참여를 언급한 것은 순수한 의미의 사퇴라기보다는 ‘이 총재 공격용 사퇴’라는입장이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성명에서 “안 최고위원의 사퇴는 교묘하게 짜여진 ‘위장 사퇴’로 이 총재 흠집내기를 더욱 강화한 뒤통수 치기의 새로운 유형”이라고 비난하는 한편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을거듭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측의 ‘친일’공세에 맞서 김 대통령이목포상고 재학 당시 학예회를 마치고 찍은 ‘일본 군복’ 차림의 기념사진을 추가 공개하는 등 정면 공세를 폈다. 당 대변인실은 ‘칠회칠배(七會七背) 영수회담’ 일지를 내고 “여권이 7차례 여야 영수회담에서 모두 ‘뒤통수 때리기’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망=여야의 첨예한공방으로 ‘영수회담이 완전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싸움’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민주당 총재인 김 대통령이 안 위원의 사퇴서를 수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국회의 정상화 조짐도 영수회담 성사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강동형 이종락기자 yunbin@
  • 中, 파월 인터뷰 ‘편집’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베이징 방문 이후 중미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자평하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대화 파트너인 중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30일 중국의 국영 CCTV가 방영한 파월 장관과의 인터뷰 내용 중 인권 및 타이완 문제가 쏙 빠졌기 때문이다.인권문제는 파월 장관이 중국 지도자들에게 직접 거론할 만큼 미국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미국 언론들은 국영방송의 삭제 방영이 중국 당국의 입장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파월 장관 앞에서는 직접 말할 수 없었지만 국영방송을 통해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는 중국의 기존방침을 재확인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이같은 질의가 쏟아지자 찰스 헌터 국무부 대변인은 “CCTV가 인터뷰 내용을 검열하지 않기로 합의해 놓고 이를 어긴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라며 “국영방송이 중국 정부의 신념을 말하는 것으로 믿는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 野 “우리 달라졌어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정쟁 회피’발언 이후당의 공식 성명과 논평 내용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정치 공세’가 사라지고 ‘정책 비판’이 빈 자리를 메우고있다.30일 한나라당은 당 또는 개인명의로 4건의 정책관련성명과 논평을 발표했다. 모두가 정부 정책을 비판한 긍정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정책위는 정책성명을 통해 지난달 26일 정부가 내놓은 ‘전월세 안정대책’을 사후약방문식 정책이라고 비판하고,전월세 안정을 위해 국민 임대주택 확충을 제안했다.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이어 결식 아동 관련 논평에서 “수도권 결식 아동이 10만3,000명에 이른다”면서 “교육인적자원부 보건복지부 행자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담당 부서를 일원화하고 전국의 결식아동 실태를 파악하라”고 건의했다.이밖에 수해 지원 및 구호와 관련,“각종 재해에 대한 구호 활동이 늦어져 원성을 사고 있으며,지난 수해에대한 지원과 복구작업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늑장 행정을 질타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국가채무 규모논쟁’을 유발했던이한구(李漢久)의원은이번에는 ‘보증 채무’를 들고 나왔다.이 의원은 보도 자료에서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손실을 보전할 의무가 있는 한국은행 등 14개 기관에 21조4,000억원을 지원, 정책실패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의원은 대안으로 손실이 날 경우 정부가 보전 또는 보전할수 있도록 한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이총재의 부친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민주당 당보가 배포되자 “앞에서 정쟁 중지를 말하면서 뒤통수를 때리고 있다”고 비난,‘정책 비판’기조가언제든지 허물어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강동형기자 yunbin@
  • 이모저모/ 국민銀 “대주주에 당했다” 허탈

    ■김정태,겹경사=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다음달에 임기가 끝난다.스톡옵션(40만주)으로 약 88억원을 챙기게 된다.새 일자리(합병은행장)까지 확보했으니 경사가 겹친 셈이다.김행장은 이날 오전 집으로 전화를 걸어 부인에게 “여보,나 됐어”라고 알려주는 자상함을 보였다.전날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보스톤팝스오케스트라 공연장에 부부동반으로 나타나 “좋은 소식을 감지한 데 따른 여유 아니겠느냐”는관측을 일찌감치 낳기도 했다. ■국민은행,골드만삭스에 배신감= 골드만삭스가 김상훈행장에 대해 시종일관 확고한 지지의사를 표명해왔기 때문에 국민은행 전 임직원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한 관계자는 “투자펀드의 속성을 다시한번 확인했다”며 “막판에 이렇게뒤통수 칠 줄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옹색한 행선위= 김병주(金秉柱)행장선임위원장은 오후 1시10분경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그간의 어려움에 관해 장광설을 펼쳤으나 정작 합병은행장 선정배경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기자들의 질문이 집요하게 이어지자 6인의 행선위원들은 도망치듯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고 이때문에 기자회견장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상훈행장,기자회견장에 안나타나= 합병은행의 후유증을최소화하기 위해 김상훈 국민은행장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김정태 합병은행장 후보를 축하해줄 것이라는 관측도 돌았으나 김상훈행장은 끝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국민은행 노조는 즉각 “반노동자적 CEO인 김정태행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뉴욕증시 상장및 주총 저지를 위해 총력투쟁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흐름을 바꾸기는 역부족이라는게 내부의 전반적인 기류이다. 안미현 주현진기자
  • 남북관계 오늘과 내일/ “햇볕 쬔 北 다시 외투 안입을 것”

    남북관계가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대화가 중단된 지 넉달이 넘어섰고,금강산 관광사업과 황장엽(黃長燁)씨 방미를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남남(南南)갈등마저 낳고 있다.50년 분단사에 새 장을 연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1년이 넘어선 지금 남북관계의 현주소는 어디인지,향후 대북정책은 어떠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다. ◆강성학(姜聲鶴) 고려대 교수(정외과)=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과거 대북정책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로,대단히 의미가 깊다.그러나 개인간의 관계가 그렇듯 대북정책에서도 과거의 행적을 유념해야 한다.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우상화하는 전체주의 체제라는 점을 전제로대북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한차례 만나 희망 찬미래를 얘기하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 받았다고 해서‘얘기가 통할 사람’이라는 식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것은 상당한 모험과 위험성을 안고 있다. 남한의 경우 대북정책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북한체제와 김 위원장은 한순간에도 대남정책을바꿀 수 있다.가변성이 높은 지도자를 믿고 모든 정책을 추진하다가는 자칫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도 북한의 군사력을 강화시킬 가능성을 늘 경계하면서 이뤄져야 한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북한학과)=지금의 남북관계를 경색국면으로 되돌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최근의 소강국면은 부시 미 행정부 출범과 지난 3월 한미 정상회담을통한 한미공조 강화,원활치 못한 대북지원,이에 따른 북한의 불만,남남 갈등 등이 요인이다.북한은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에야 남북간 대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런 때일수록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기존의 합의사항 이행,즉 남북관계의 제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 우리 정부가 대단히 초조해 하는 듯한데 오히려 여유가 없는 쪽은 북한이다.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식량난도 가중될 전망이어서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높다.시간은 우리에게 있다.국내 정치일정을 의식하는 듯한데 이는 야당의 공세와 남남갈등의 빌미가 될 뿐이다.대북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급한 쪽은 북한이라는 점을 인식해 정부는 느긋하게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려야 한다.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와 금강산 관광료 미지급 등의 지체 요인들이 해소된 만큼 이제 남북관계는 대화재개의 국면을 맞았다.북한은 황장엽(黃長燁)씨 방미 문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화시점을저울질하겠지만 이달중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본다. 남북관계에 후퇴란 있을 수 없다.지금의 소강상태도 결코6·15남북공동선언 이전으로 남북관계를 되돌리는 것은 아니다. 최근 대북문제가 지나치게 국내정치에 이용되고 있어 안타깝다.과거엔 집권세력이 대북정책을 국내정치에 활용했는데 지금은 야당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대북정책을 활용하는 양상이다. 이는 결국 대북정책의 추진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정부는 여론을 존중하되 정치적으로 윤색된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의연한 자세로 일관되게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서주석(徐柱錫) 국방연구원북한군사연구실장=7월 중에남북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으나 연락관 접촉 수준이면 몰라도 당장 장관급 회담 등 본격적인 남북대화로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금강산 육로관광만 해도 북한과유엔군사령부간 DMZ(비무장지대) 통과문제 협의와 남북 군사당국간 실무회담 등을 거쳐야 한다.또 북한의 주요 일정만 봐도 9∼10월 중에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정상외교가 예정돼 있다.오는 23일 열릴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의 북·미간,남북간 외무장관 회담이 점쳐지고 있지만 상견례나탐색전 정도로 봐야 한다.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등 본격적인 의제가 논의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남북대화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대화를 서두르기보다 이를 위한 정지작업을 차분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최근 금강산 관광사업의 관광공사 참여문제나 황장엽씨 방미문제 등이 정부에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조급하게 서두르는 측면도 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에 모든 의미를 부여해 김 위원장이 오면 모든 문제가 풀리고,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인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물론 2차 남북정상회담이열리면 평화선언을 채택할 수도 있고 김정일 신드롬이 다시 일면서 남북간 분위기가 크게 고조될 수도 있다.그러나 이것 역시 시간이 흐르면 또다시 파행적 변화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는 절대 이벤트성행사로 진전될 수 없다. ◆김연철(金鍊鐵)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남북대화 재개에는 남한의 대북투자 여력도 주요 변수의 하나다.우리가충분한 투자여력을 확보하느냐가 향후 남북간 경제협력뿐아니라 남북대화,나아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북 전력지원이나 개성공단 조성 등을 볼 때 남북경협은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하며 단기적인 경제성을 기대해선 안된다.이를 위해서는 공적 투자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그리고 이는 국민적인 합의와 특히 여야간 협력이 중요하다. 때문에 정부는 북한에 대한 공적 지원 및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급선무다.여야 모두대북정책을 국내정치와 분리시켜 초당적으로 협력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경호기자 jade@. ■대북포용정책의 앞날. 국민의 정부가 추진중인 대북 포용정책은 한반도 및 주변정세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금강산 관광사업,이산가족 상봉 등을 통해 남북 화해와상생의 기류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로 자리잡은 것은 대북 포용정책의 주요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포용정책과 주변 4강=미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포용정책은 국제 역학관계의 미묘한 변화에 따라 다소 주춤하는 형국을 보여왔다.그러나 조만간 경색국면에 빠진 북·미는 물론 남북한 등 당사국간 공식·비공식 차원의 협의가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현재 대북 포용정책을 바탕으로 한 남북관계의 진전은 북한 핵과 미사일,재래식 군비 감축 등을 둘러싼 북·미대화의 진행 상황과 직접적인 함수관계를 맺고 있다.여기에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정책이 부시 행정부의 동북아정책과맞물려 어떻게 전개될지,그리고 미국의 강력한 지지와 후원을 등에 업고있는 일본의 보수우익 성향이 한반도 정책에어떻게 반영될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물론 겉으로는 미·일·중·러 등 주변 4강들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표명하고있지만,각국이 계산하는 ‘손익분기점’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이들 4강의 미묘한 역학관계를 탄력적으로 활용하면서 포용정책의 명분과 실리를살려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게 실린 하노이 회동=한반도 주변 역학관계의 추이는남북과 미·중·러 등 관련 당사국 외무장관의 양자회담이연쇄적으로 열리는 오는 23∼26일 하노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를 통해 단초를 드러낼 전망이다. 한승수(韓昇洙) 외교장관과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간 제2차 남북외무장관 회담,백 외무상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간 북·미 외무회담 등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및 북·미관계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대화재개 제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이번 회의에서 어떻게 드러날지가 향후 한반도의 기류와 대북 포용정책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주요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구기자 ckpark@. ■12년째 대북사업 김영일 효원물산 대표. “지금 북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습니다.전국에 상설시장이 들어서 있고 각 기업소들은 외화획득에 앞을 다투는 상황입니다” 90년부터 12년째 대북교역 사업을 벌여온 효원물산 대표김영일(金英一·59)씨가 전하는 북한경제의 변화상이다.김씨는 “잇따른 식량난으로 북한의 배급체계가 흐트러지면서 북한 당국도 상설시장을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신사고’를 바탕으로 부분적인 시장경제체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시장경제화와 이에따른 남북간 교역의 확대가 더욱 가속화되리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89년 연간 교역액 1,872만달러로 시작된 남북간 교역은 91년부터 본궤도에 오른 뒤 지난해 2억4,424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신장세를 이어왔다.교역업체도 임가공 무역업체를 포함,500여개에 이른다. 김씨는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이뤄져 온 남북간 교역이이제는 규모에 걸맞게 체계화되고 법과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정부는 지난해 북한과 체결한 4대경협 관련 합의서가 조속히 발효되도록 노력해야 하고,각교역업체들은 관행화된 과당 경쟁이나 음해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특히 새로 대북교역에 나서는 업체들은 중국이나홍콩의 중개상들을 통하지 말고 직접 대북접촉에 나설 것을 충고했다.“금강산의 구(舊)세관 자리에 마련된 남북교역상담소를 통해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교역협상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중개상의 농간에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해 색다른 고언(苦言)을 내놓았다.정부가 정경분리 원칙을 내세워 일정한 거리를 두고있지만 금강산사업이 사실상 국가사업인 만큼 정부가 보다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가 경영하는 효원물산은 남북교역이 막 시작되던 90년 대북사업을 시작,농수산물과 시설재 등을 직교역해 지난해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김씨는 남북교역업자 모임인 한민족물자교류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진경호기자.
  • ‘존재 그 허상의 옷자락’ 벗긴다

    이제하의 신작 소설집 ‘독충’(세계사)이 나왔다. 소설창작 연조가 40년이 넘고 다수의 시집 출간 뿐아니라여러 차례 회화전을 가진 작가는 자신의 소설작법을 ‘환상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른 바 있다.작가들은 세계와 삶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남다른’ 경험,관찰,상상,통찰 등을 총동원한다.이때 남다르다는 특이성이 작품을 독자들의일상이나 주변과는 따로노는 ‘소설같은’ 이야기로 흐르게 할수 있다. 그러나 대개는 독자들이 조금만 눈과 마음을 열면 걸릴것이 없어진다.이야기와 작품의 대부분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외부적 현실을 작품의 우주로 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하는 현실과 상식의 기둥이 무너지더라도 환상의 강풍을 소설 속으로 불러들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비일상적이고 비현실적이기 쉬운 환상을 동원할 때 숨어있는 삶과 현실의 뼈대가 오히려 더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제하 소설의 ‘환상’은 주로 꿈,무의식,자유연상,몽상그리고 광기 등의 모습을 띠어 왔다.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현실의 자력에붙잡혀 있는,외딴 격리지구 같은 현실태들이다. 15년 만에나온 이번 소설집에서는 다르다. 꿈이나 광기라는, 공인된이상상태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굴러가던 현실이 순간적으로 괴상한 진실의 모습으로 돌변하는 이야기들인 것이다. 이번 소설집 작품들은 “우리가 상식의 이름으로 공유하고 있는 합리적 감각의 허를 찌르면서 마치 암호와도 같은느닷없는 결말로 독자들을 당황하게 한다”고 평론가 박혜경은 말미해설에서 말한다.뒤통수에 찬물을 끼얹듯이 결말나곤 하는 소설 속의 기이한 사건들은 ‘존재의 불합리한이면을 통제하는 안전고리’를 순간적으로 풀어버리면서,‘존재가 두르고 있는 허상의 옷자락’을 여지없이 드러내보인다는 것이다. 이제하는 환상과 현실을 혼효시키지만 이런 방식을 채택한 여러 작가들과는 달리 환상을 합리적으로 계량해,점진적·누적적으로 섞지 않는다. 예컨대 10이라는 일상에다 1정도로 환상의 기미만 내내 비쳐오다가 맨끝에 10으로 급상승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같은 확연한 불균등,의도적인 격차,난폭한 변질은 이제하 환상미학의 자신감으로 다가온다.독자는 충격 속에 긴가민가하며 처음으로 되돌아가곤 한다. ‘담배의 해독’이란 짧은 작품이 이를 잘 드러낸다. 한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경비원의 죽음이 아파트에 사는여자로 위장한 저승사자의 소행이라는 추정이 맨앞에 제시된다. 몇년간 영안실 풍경만을 사진 속에 담아온 주인공과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들의 영안실을 찾아다니며 문상을 하는 이상한 여자와의 만남, 사귐이 서술된다. 그러다이혼한 아내가 광태에 빠지고 딸이 약을 먹는 사태로 기운을 잃고 누워있는 주인공을 여자가 찾아온다. 그때 화자는느닷없이 “흡혈귀!”라면서 “썩 꺼지지 못하겠니! 내 피가 그렇게도 달콤해 보여?”라고 소리친다.그리곤 끝이다. 주인공이 그 여자를 저승사자로 보고 있다는 말인데,그만의 착각일 수 있고 사실일 수도 있다.두 가지가 다 가능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같이 수록된 ‘견인’‘독충’‘뻐꾹아씨,뻐꾹귀신’’금자의 산’‘어느 낯선 별에서’등에서도 상식의 현실을 우주 전체로 고집하다간 벽에 머리를 찧고 나둥그러지기 십상이다.잡힐듯 말듯하는 초현실주의 시에서처럼 독자는 문을 열고 우주의 바깥을 내다보게 된다. 김재영기자 kjykjy@
  • 코레트·한부신 처리 이번주가 고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양대 부동산신탁의 처리가 이번주를 고비로 가닥잡힐 전망이다. ◆코레트 채권단,신규지원 불가 강경 코레트신탁(옛 대한부동산신탁) 채권단은 19일 오후 3시 한미은행에서 채권단회의를 연다.64개 사업장중 수익성이 좋은 16개 사업장을 분사시키는데는 이견이 없다.다만,신설법인에 대한 1,10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대신 1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기존여신 3,547억원중 1,847억원을 신설법인에 넘기는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주채권은행인 한미은행의 박석원(朴錫遠) 부행장은 “이 정도면 채권단의 손실분담비율이 적정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만큼 표결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레트의 모기업인 자산관리공사는 채권단의 신규지원이 없으면 신설법인의 경영정상화가 담보되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코레트,21일 180억 어음도래 19일 채권단 결의와 상관없이코레트는 21일 중대 위기를 맞는다. 180억원의 어음이 만기도래하기 때문이다.23일에도 16억원이돌아온다.코레트 관계자는 “일부 채권금융기관이 워크아웃 약정서상에 지원약속한 111억원을 이행하지 않는 바람에 자금난에 몰렸다”고 원망했다.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이 부도나자 하나은행(30억),동양종금(25억),LG투자신탁증권(20억),신한은행(15억),주택·조흥은행(각 4억) 등은 재빨리 자금집행을 중단했다.약속대로 자금지원을 이미 이행한 다른 은행들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한미은행은 “현재로서는 코레트의 자체 결제능력이 부족해 부도사태가 우려된다”면서 자금지원 미집행 금융기관에 지난 15일 독촉 공문을 보냈다. ◆한부신 설득시한 이번주말 한부신에 대한 채권단의 6개월법적조치 유예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이번주말까지 동양종금과 주택은행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간사은행인 외환은행의주원태(朱元泰) 상무는 “파산절차를 밟게 되면 부채가 급증해 더 손해라는 것을 동양종금 등도 알고 있다”면서 “두기관이 이미 상계처리한 200억원을 믿고 있는 모양인데 어차피 파산하게 되면 채권단 공동자산이 돼 토해내야 한다”고꼬집었다.동양종금측은 “지난 98년 향후 13개 사업장 매각대금에 대한 최우선권을 제2금융권에 준다는 내용의 ‘비용상환청구권’을 한부신과 체결했다”면서 이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법적조치 유예방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안미현 주현진 기자 hyun@
  • 송석찬의원 발언 파문

    자민련 송석찬(宋錫贊)의원의 국회 본회의 ‘이회창(李會昌)총재 정계 은퇴’ 발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자민련이 16일 총무의 유감 표명으로 한나라당을 달랬지만,한나라당은 분이 삭지 않은 듯 송 의원의 이적(移籍) 직전소속 정당인 민주당으로 화살을 돌렸다. 자민련 이양희(李良熙)총무는 이날 3당 총무회담에서 “본회의 발언은 보호받아야 하지만,여야 간 협상 당사자인 자민련 수석부총무로서 송 의원의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며 총무 차원의 사과 의사를 피력했다.이총무는 그러나 “고의적발언은 아니었으며,야당의 수석부총무 교체 요구는 지나치다”고 선을 그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송 의원의 발언을 ‘개인 의견이 아니라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반의회적 폭거’로규정하고 송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송 의원 발언의속기록 삭제도 요구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국회 무파행 선언 하루만에 또 뒤통수를 쳤다”며 “속으론 여우의간계를 숨기고,사자의 발톱을 갖고 있으면서,겉만 양의 모습을 지닌 마키아벨리스트 같은 사람들”이라고 민주당과 자민련을 싸잡아 비난했다. 불똥은 일부 ‘묵은’ 사안으로까지 튀었다.당 지도부는 이총재의 지하철 민심탐방 연출설을 제기했던 민주당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을 이날 보름 만에 고발했다.또 열흘 전 이총재의 지시로 논평을 유보했던 민주당 K의원의 사생활 문제도 공식 논평을 통해 뒤늦게 도마에 올렸다.송 의원의 돌출발언을 못마땅하게 여긴 당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그러자 장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보도자료에서 ‘치졸하고 졸렬한 인간’,‘망동’ 등 저질스런 단어로 본인을 비난했다”며 이총재와 권 대변인을 명예훼손과 모욕죄로맞고발했다. 박찬구기자 ckpark@
  • 꿈 이루겠다는데 웬 성차별?

    열한살 소년 빌리의 꿈이 뭔지는 누구도 관심이 없다.어머니없이 가난한 살림살이에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아버지와 형은 탄광촌 파업시위에 매달려 있다.거칠고 궁핍한 삶에 대한방어본능에서일까.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어떻게든 권투를배우게 하지만, 빌리의 마음은 콩밭에 가있다.링위에서 재미없이 잽을 날리다가 피아노 소리만 들려오면 저도 모르게 발레스텝을 밟게 되니.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는 영국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데뷔작이다.왕립극장의 감독을 지낸 그의 이력은 영화곳곳에서 반짝거린다.특별한 기교나 장식없이도 부담없이 감동과 웃음을 교직하는 드라마의 재주는 곧 연출의 힘이다. 1984년 광산파업이 한창인 영국 북부의 작은 탄광촌.기회란어느날 갑자기 툭 뒤통수를 치며 오는 법이다.아버지의 우격다짐에 못이겨 권투를 배우던 빌리에게 ‘생의 반전’을 꾀할 순간이 찾아온다.윌킨슨 부인이 운영하는 발레강습반이뜻하잖게 권투도장으로 교실을 옮겨온 거다.그날 이후 빌리는 발레리노의 꿈밖엔 꾸지 않는다.가족 몰래 발레슈즈를 침대 밑에 숨겨둔 채,또래 여자애들한테서 “계집애같다”거나“게이”라는 놀림을 받아도 까딱없다. 소년이 국립발레학교를 거쳐 어엿한 발레리노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드라마다.감동을 섞어 이야기를 풀어가는문법은 기존의 성장영화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특별한 게있다면,주인공은 ‘나의 왼발’류의 성장영화들에서처럼 신체적 장애를 앓고 있진 않다는 점이다.감동이 한층 편안하게다가오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인 것도 영화의 미덕이다.권투와 발레의 대결은 곧보수와 진보,빈부 갈등의 또다른 상징이다. 과장없이 겸손하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영국산(産)드라마의 강점이라면,달드리 감독의 첫 작품은 합격선을 껑충 뛰어넘는다.주인공 소년을 맡은 제이미 벨에게 이 영화는 데뷔작이다.윌킨슨 부인 역의 줄리 월터스는 영국이 아끼는 연기파배우.17일 개봉. 황수정기자 sjh@
  • [네티즌 이슈] 정치인 꿔주기

    *정치개혁 원년으로 삼자. 2001년 벽두부터 우리 정치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쓰라리고 답답한심정 가눌 길 없다.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이전투구가 계속되고 있기때문이다.이렇게 된 데에는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을 지키기 위한 방탄국회,툭하면 지역감정 선동에 나서는 장외집회 등 구태의 정치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의 상당수 의원이 과거 안기부 자금으로 선거를치렀다는 검찰 발표가 잇따라 전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특히 불리한 사실이 드러나면 모든 것을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젠 수용하기 힘들다. 물론 최근 민주당 의원 3명이 탈당,자민련으로 입당해 자민련의 원내교섭 단체 구성을 시도한 이른바 ‘당적 이동’ 파문이 정국 급랭의 계기가 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선 사사건건 개혁의 발목을 잡는 거대야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불가피한 카드를 꺼냈다고 할 수 있다.자민련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으로 원내에서 힘을 얻고 DJP공조 회복을 통해보다생산적인 정치활동에 나서고자 했을 수도 있다.그러나 지금의상황은 여권은 여권대로,야당은 야당대로 자기 논리만 너무 내세우는모습이다. 어쨌든 새해 정국은 내년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정치일정을 의식한여·야의 불꽃튀는 정쟁으로 가파른 벼랑으로 내몰릴 것 같다.더욱심각한 문제는 정치권의 정쟁이 정치권에서 그치지 않고 경제,사회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주고 급기야 서민들에게 한층 심한 희생을 강요하는 정치 망국의 행태가 심해지는 점이다. 집권당은 모든 사안에 당당하고 투명하게 대처해야 한다.야당이 반발한다고 해서 진상파악과 사법처리를 또 흐지부지하면 검찰도,국회도 욕만 더 얻어먹을 뿐이다.이번 기회에 확실히 구태 정치의 청산을목표로 한다면 집권층의 흠집이나 손해도 각오해야 한다.국민은 소모적인 정쟁은 싫어하지만 정치개혁은 환영한다.안기부 자금까지 썼으면서도 반성 없는 정치지도자들은 퇴출 1호라고 하겠다. 불발로 끝난 영수회담을 다시 시도하는 등 여·야간 상생정치도 모색해야겠지만 국민에게 참된 정치개혁이 무엇인지 확고하게 보여주는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명기·더럽지 편집장 poli@therob.co.kr. *교섭단체 요건 완화하라. 정초부터 우리 국민은 유례없는 코미디 정치를 보고 있다.민주당이자민련에 3명의 의원을 꿔준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자민련 한 의원이이를 거부하여 교섭단체 등록이 어렵게 되자 해당 의원을 제명한 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다.코미디의 주역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막무가내식 반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을 하지만 이는 말이 안된다. 먼저 이번 ‘의원 꿔주기’는 교섭단체를 미끼로 특정당을 자기편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무릇 정당이란 자신의 정책과 이념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자민련이 교섭단체가 되면 1년에 30여억원을 나라에서 더 지원받고,연구인력도 더 배정받으며,국회에서 협상의 입지가 훨씬 커지게 된다.이렇게 좋은 일을 해주는데 과연 자민련이 어떻게 민주당의 뜻을 거역할 수 있을 것인가. 또 한나라당 핑계를 대는 것은 ‘상대방이 잘못을 저지르니 나도 잘못을 저지르겠다’는 태도이다.국민은안중에도 없는 것이다.총선 민의가 어느 당에도 과반수를 주지 않고 자민련에 캐스팅보트의 임무를준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의원을 꿔주면서까지 자민련을 민주당에 복속시키려는 것인가.그냥 자민련을 그대로 두는 게 그 말에부합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번 사태는 기성 정치권 모두가 비판받아야 한다.정당이 어떤 정치행위를 할 때는 과연 이것이 정치개혁의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그러나 과연 세 당이 교섭단체 문제에 관해그렇게 접근했는가.민주당과 자민련은 국민 설득 과정은 배제한 채일방적인 처리를 하려고 했다.한나라당은 교섭단체 문제에 관해 무조건적 반대로 일관하다 결국 뒤통수를 맞았다. 자기가 검찰총장 탄핵하자고 할 때는 법대로 하자더니 유독 교섭단체만은 논의조차 안 된다니 어불성설이다.자민련은 1년 내내 교섭단체 문제에만 목을 매다가 지금은 국민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정치개혁에 나설 생각은 하지 않고 당 명예총재가 골프장으로 출근한다고 비판받는 마당에 과연 국민이 자민련 교섭단체등록을 지지해주었겠는가. 교섭단체에 지나치게 많은 특권이 주어진다는 점,그리고 신생소수이념정책정당들이 성장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옳다.선진외국도 대부분 교섭단체 요건이 아예 없거나,15석 미만이다.이런 정치개혁 내용을 국민에게 설득할 생각은하지 않고,당리당략으로만 일관하는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와 이와 관련한 한나라당 자민련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김종철·민주노동당 부대변인jcpreety@nownuri.net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가작/ 복숭아꽃 살구꽃(I)

    [등장인물]달자(19세) 어머니(50대 후반) 아버지(60대 후반) 달분(21세) 달석(10세) 이우(19세) 아낙1(50대 후반) 아낙2(60대 초반) 최영감(60대 후반) 상빈(23세)[무대]1950년 초에서 중 사이 전쟁 끝인지라.여러모로 무질서하고 매우 어수선함,기울대로 기울어진 원두막 같은 초가.뒤꼍으로는 형성이 또렷치 않은 복숭아나무들과 살구,대추,밤나무들이 드문드문 이 빠진 듯이 서 있다. 늦은 점심 시간.효과음과 함께 막이 오르면,달자 어머니,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약단지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어머니: 후후훗….(연신 입김을 불며 부채질을 하다가는 멍하니 허공을 향하고.어느 한 곳에 초점을 못 둔다.)달자: (등장.) 엄니! 잠깐 쉬세유.지가 하겠내유.부채 이리 주세유. 어머니: 이짓두 인제는 지쳤데이.언적 거정 해야 하는 것인지…? 달자: 짜증두 나게 생겼내유.하지만두 누워서 지내시는 아부지 보다야 낫지유.아부지는 5년 동안 한 번두 땅을 밟지 못 하신게.울마나답답하시겠슈…. 어머니: 와? 그 맴 모르간디.점점 빚만 불어 난게 안 글여.보리 쌀구경한 지두 언젠지 몰루는디…. 달자: 그래두,엄니,물 한 대접으루두 배부를 수 있잔아유. 어머니: 우리야 아무러면 이럭저럭 해두 괜잔은디.달석이,그 녀석이야,어디,우리 맴 같드랴?달자: 지가 영옥이네 갔다 올게유. 어머니: 차라리 안 가는 편이 더 배 부르데이,더 죽는 소릴 한게.뒤통수 따가워서 그냥 못 온단게. 달자: 우리 집 사정을 강 건너 불 보듯이 빤히 아는디 쉽게 나오겠어유. (달석이 보퉁이 들고 등장.)달석: 아이-씨,나,낼부텀 핵교 안 가구 말겨. 어머니: 또,그 놈에 납부금 땜이 안 좋은 소리 들은 겨? 누가 싸 놓구 안 주는 것 아니잔여. 달석: 그 누가 머래두.낼,부텀 증말 안 갈틴게. 달자: 니는 사내 아니냐? 사내답게 버튀어 바. 달석: 누이는 남자면 머든지 다 맘대루 되는지 아는 가배.핵교를 그만 두면 되잖아. 달자: 니,참말루 그랬다가는 혼날 줄 알아. 달석: 누이가 먼디 날 때린댜? 누이면 다 간디이. 달자: 조 녀석이,그래두,덤벼든 데이. (달석 도망가며 달자 쫓아가면서 퇴장.아낙 1 등장.)아낙 1: 그래두 재주는 있단게.약은 꾸준히다리니? 끼니는 거르면서두 말여. 어머니: 이 시간에 왼 일 인겨.(약탕기를 기울였다 도로 놓으며.) 으째,어려운 걸음을 다 한겨. 아낙 1: 우리 집 양반이 오늘은 장사가 통 안돼서 그냥 해가 지기 전에 들어 왔잔여. 어머니: 그래서,피난 나 온겨?아낙 1: 아니구먼,우리 집 양반이 술만 먹었다문 허구한 날 마누라나 다듬질하는 양반은 아니구먼. 어머니: 누가 뭐라구 핸남.와,독이 울루구 그란대.무섭데이. 아낙 1: 독이 오르긴 누가 독이 올랐다구 물어진 데이. 어머니: 아니면 말구.참말루 먼 일로 바뿐 걸음 한겨…?아낙 1: 이 집 큰 딸 시집가서 잘 사는 가벼. 어머니: 와! 뜬구름 없이 달분이 야기여.잘 살구 있구먼. 아낙 1: (방백.) 그람,우리 집 양반이 잘 못 들었는 가배…. 어머니: 이 여편네가,근디.머라구 혼자 씨부렁 거리는겨. 아낙 1: (더듬으며.) 아무것두 안여. 어머니: 점점,인젠 말 까정 더듬으며 날린 겨.,먼 큰 죄진 겨?아낙 1: 죄는 먼 놈에 죄여. 어머니: 그람,자꾸먼 와 글여…?아낙 1: 더 있다가는 무슨 벼락 맞겠데이.증말루,절벽인 겨.절벽인척 하는 겨. 어머니: 증말루,아까 부텀 먼 소리를 하는 겨.속 시끌어서 죽겠데이. 아낙 1: 오늘 우리 집 양반이 달분이가 사는 동리에 들렀다가 들었는디.달분이가 소식이 묘연 하데이,시집에서 나간 지 벌써 달포가 덤는 데이. 어머니: 시방 먼 끔찍한 소릴 함부루 지껄이구 있는 겨…. 아낙 1: 이 사람아! 자네 친정 에미 맞는 겨. 어머니: 네,이 놈에 김 서방은 멋 하구?아낙 1: 어디 그게 사위만 탓 하겠남.다 달분이 팔자가 희박 여서지. 시집 간지가 벌써 울 마나 됐어? 아마 모르긴 해두.5년이 넘어 갈겨. 아,그 집이 한약방을 해서 부족한 것은 없지만 서두 손이 워낙에 귀한 집이 아니남.그란디,여태거정 아이 소식이 읍스니…. 어머니: 어-이구! 불쌍한 것.그래,어디 간겨…? 말루는 도무지 믿을수가 업데이.낼 내가 당장 가바야 스겠데이. 아낙 1: 가바야,멀 하겠남.속만 더 디집어질 것 인디. 어머니: 그래두,가 바야.믿을 수 있겠는….(털썩.) 아낙 1: 지발! 내 말 들어.벌써 딴 여자가 주인 행새 하구 있다는디. 어머니: 우리 달분이….그람,너무 불쌍해서 어떡한 데이.(울고불고)이 년이 지나치게두 못 나서 딸년 까정 그 모양인 겨? (달자,약초 꾸러미 들고 서서히 등장.)아낙 1: 지발! 그만 줌 여….(혀를 찬다.) 약 다 탄 데이! 아까와서이 일을 어찐데이.어찐데….(아낙1,약탕기 들고 퇴장.) 달자: 이,모두가 구린내 펄펄 나는 가난 때문여.이 몹쓸 놈의 가난….왼순 겨.(어머니 부축해서 방으로 가며 울먹.) 언니! 시집살이가 대채 울 마나 매운 겨.부모 복이 읍슬라면 남자 복 이라두 있어야 잔여. (이때,마당으로 허겁지겁 들어오는 이우.)이우: 달자야! 니,와 그랴 ?달자: ……. 이우: 무슨 일 있었냐? 나 한티거정 말 못 할 일인감. 달자: 이우야! 울 언니 어쩌냐…. 이우: 달분 언니가 와? 시집 간 언니는 와 갑자기 찾구 글여.또,아자씨가. 달자: 그런 게 아니구.울 언니가 시집에서 쫓겨 났데이. 이우: 니,나 놀라게 할라구 시방 그짓말 하는 거지.안 속는데이. 달자: 나두,증말 그짓말 이었으면 좋겠데이. 이우: 이유가 먼 데이.착하구 얌전 하기루 소문 난 달분 언니가 와…?달자: 자슥이,먼지 그 놈에 자슥 땜이 그란데이. 이우: 증말루 어찌냐? (눈물을 훔친다.)달자: 오늘은,니,혼자 야학 가레이. 이우: 니,안 가는디.나 혼자는 싫데이. 달자: 니,그람.맴 매키는 대루 하레이. 이우: 이따가 놀러 올게…. 달자: 오지 말라구 하문은,니,집에 가다가 엉엉 울겠데이. 이우: 그라구 본게.니,내가 안 왔으면 하구 고대 나바.그치.(퇴장.)(거지꼴을 하고,달분,등장.). 달자: 잘 못 찾어 오셨구먼 유.우리 집은 아무것두 드릴 것이 읍내유.밥숟가락을 들어 본 일이 언제인지.모르건 내유. 달분: (나직이) 달자야,언니데이!달자: 머,참말,언니여! (동정을 살피며.) 대채,이 꼴이 머 데이. 달분: 누가 있는가? 바바…. 달자: (한 바퀴 돌고 와서) 아무두 없는디?달분: 그람,방으루 들어가자. 달자: 엄니,아부지! 언니가 왔슈. 어머니: 어디 보자.그 간에 울 마나 고생을 한 겨.(껴안는다.)달분: (큰절을 한다.) 시간이 없어유.일행이 기다리구 있구만유.시방북쪽으루 가는 길에,잠깐,식구들 얼굴이나 보구 갈라구 들린 거내유. 달자: 언니! 어딜 갈라고 그랴.가지 말구 우리예전 마냥 같이 살어. 야밤 여,그런 무모한 짓 하지 말어…. 달분: 걱정 말어,가는대루 소식 띠울 틴게.엄니,아부지,달석이를 니가 잘 보살펴야 한데이.너만 믿을 꺼여. 어머니: 달자,야,말대루 가지 말어.그 낯선 곳에 가서 무슨 봉변 이라두 당하면 어찌 냐? 울 마나 무서운 세상인디.(매 달린다.) 가면안 되어…. 달분: 너무,지,걱정 말 어유.(뿌리치며 뛰쳐나간다.) 지 잘 살아유…. 달자: 언니! 언니……!(암 전 )닷새 뒤,아침.달자,산에 갈 채비를 한다.낫,호미,망태든 지게를 지는중이다. 이우: 니,산에 갈라구 하남. 달자: 잠이나 더 잘 일이지 와 왔냐. 이우: 지지 베야,잠이 와야지.엊저녁 일 땜이…. 달자: 니,입방아 찌기만 여? 야학에서 신문 본 일 아무 한 태나 누설였다 가는 그 날루 제삿 날 되는 겨. 이우: 니는 나 못 믿냐? 달분 언니가 너무 불쌍 데이….그릇케 죽다니…. 달자: 쉬-이,울 엄니 알문 어뜩여.나는 속이 평화라 참는 줄 알어?가슴이 아려두 내가 더 아리구,분통이 터저두 내가 더 터진께.날,그냥 두구,가서 엄니 일이나 거들어….지발,밥값이나 줌 해바. 이우: 그라구 본게,니그,얼굴이 밤새 상였구나….산에 가서 속에 담긴 것 다 풀어 버리구,해 떨어 지기 전에 내려 오레이…!달자: 알았단게.(모두 퇴장.)(어머니,키질을 하고 있다.아낙 2 등장.)아낙 2: 왼,키질 이레이. 어머니: 어서 오세유.우리 아들 녀석이 워낙에 허기가 진 모양 여유. 논바닥에서 나락을 가져 왔는디,티가 더 많내유….틴지,쭉쟁인지.영분간이 안 가유. 아낙 2: 와! 이렇게 사람 자꾸 걸음 하게 한데? 우리 집 닷새 후,큰일 치루는 것 알구 있남. 어머니: 야,알 아유. 아낙 2: 그 때 까정 꼬옥 되아지 새끼를 가져오던가 돈을 해 오던가,잘,알아서 햐. 어머니: 미안한디,장담 못 하겠내유. 아낙 2: 이번에는 먼 수를 써서 라두 해 내야 햐….(퇴장)(달자,망태 들고 지게 지고 온다.)어머니: 산에 갔다 오는 겨? 다 큰 처녀가 산에 오르락 하면 흉햐.다음부턴 나가 갈겨…. 달자: 별 소릴 다 해유.엄니가 산에 가시면 증말 안되유.지난번처럼발을 헛딛어서 낭떠러지에서 구르면 어쩌 실라구유. 어머니: 조심 하문돼.아까 순림이 엄니가 다녀 갔는디. 달자: 와유? 우리 집엘 다유. 어머니: 널 중매 서겠다는 디? 아랫마을 김 부자 댁 머슴이 마님 친정 조카 라는디.너랑 맺어 주었으면 한데나바. 달자: (펄쩍 뛴다.) 지는 유.시집 안 갈거 내유.아니 못 가내유. 어머니: 와? 집 걱정 땜이… 글여. 달자: 아니라구는 않겠내유.(가리키며) 저 과수원을 지,힘으루 제 모습을 찾아 줄거내유.비록 시방은 전쟁 휘오리에 시달려서 엉망이지만,정성을 기울이면 곧 지 모습을 회복 할 수 있을 거내유. 어머니: 힘드는 일을 니 혼자 어떡여.설사 그릇케 한다구 하더라두,어느 세월에….아마두 빚쟁이들이 더 설칠 틴디…. 달자: 차근차근 일어서야 지유.몇 년이 걸린대두 해야 지유.산더미같은 빚두 갚아 나가구.아부지두 시설 좋은 서울 병원에 모시구 가서 병을 고쳐 드려야 하구 유…. 어머니: 그라지 말구,시집이나 가서 집안 일 일랑 잊어 버리구 편하게 살어. 달자: 지는 유.언니가 안 여유.언니야,약값 땜이 한 몸을 던졌지만두….지는 유,땀 흘려 일을 해서 태산 보다두 높구 하늘 아래인 빚을지 힘으루 반드시 청산 할 거내유…! 어머니: 언니,야기는 와 꺼내는 겨.나두 니 덕에 입하나 줄이구 싶어서 글여…!큰딸 년을 약값으루 팔어 먹구두,너무두,모잘 라서 인제는 너 거정 팔어 먹을라고 글여.(신세 타령을 한 바탕 한다.) 이 년에기막힌 인생.시상을 너무두 잘 만나서,….얼씨구∼ 절씨구∼ 지하자∼ 지화자∼ (춤까지 춘다.)달자: 엄니! 지가,입 밖으루 나 왔내유.고정 하세유. 어머니: 니그 언니는 와! 소식이 없는 겨.살았는지 죽었는지….굶지는 안는 겨?달자: 곧 먼 소식이 오겠지유.걱정 마세유. 어머니: 요새 꿈자리가 어찌나 사나운지,불길 하구먼. 달자: 언니는 잘 있으닌께.바쁘다…본께,틈이 없나바유. 어머니: 아무리 바빠두 그렇지. 달자: 가서 편지를 썼어두 북에서 여기거정은 시일이 걸리잔아유. 어머니: 참! 증말 그러겠는디. 달자: 그란게,언니 걱정은 푹 놓으세유. 어머니: 안만해두 예감이…. 달자: 엄니! 와,자꾸만 글여유. 어머니: 안만.먼일이 있것남. 달자: (호돌갑을 떨며) 그란게,걱정 마세유. 어머니: 그나저나 니는 참말루봄에 과수원에 손 댈겨? 근 십 년이나,사람 손이 가지 안아서 엄청 손이 많이 갈겨.그라구 남자 손이 더많이 필요할 겨….그 집에선 너랑 혼인만 하면 논 서마직이 선작두준다는 것 같은디.고집 피우지 말구…. 달자: 그 야기는 생각 하기두 싫어유. 어머니: 너를 위해서 그라는 건게.나중에 지발 딴 소릴 하지말어. 달자: (시원스럽게) 야.지만 믿으세유.우린 아직두 숨쉬고 있내유.어서 빨랑 봄이….아마두 시방이야,힘이 들 어두 언젠가는 잘 사는 시상이 올거내유.그란께,그 야기는 안 들은걸루 하겠어유. 어머니: 글여 맘대루 혀….나이 먹어 늙던지 말던지.(성을 내는 것처럼 망태 들고 퇴장.)달자: 야아. 이우: (등장.) 약초랑 땔감이랑 구한 겨.생각 보담 일찍 왔네. 달자: 와 ! 호랑이가 안 깨물어 가서 실망인감. 이우: 글여,늑대가 그냥 나 준 것이 천하에 악녀는 알아보던 가 보내. 달자: 그람,이 달자를 몰라보면 큰일이지. 이우: 참! 오다가 들었는디.나,몰래 시집 간다구…. 달자: 어디서 쓸대읍는 소리는 잘두 주서 들어 갔구 댕긴단게. 이우 지지베두,좋으문서….좋다구 하문 어디 빼서 간다구 하데이. 달자: 자꾸만 헛소리 할거문은 얼른 가 버려…!이우: 골난 겨.골난 척 하는 겨.니그,엄니가 벌써 반승낙을 했다구하더라.그 집 보리쌀 한 말은 더 갔다 줬다는디…? 니,참말루 모르구 있었냐. 달자: 누가 글여.니,머 잘 못 먹은 겨. 이우: 능청 그만 떨어.지지 베야,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을 너만 모른다구 시치밀 떼문 그게 감춰 지냐구. 달자: (주저앉는다.) 울 엄니가 증말 여?이우: 한 번 엄니 한티 확인 혀바.증말루 몰랐던 겨? 난 니가 아는줄 알구. 달자: 꺼져 버려! 아무 말두 듣기 싫어 (분노에 찬다.) 이우: (쩔쩔 맨다.) 달자야! 맘 가러 안으레이. 달자: 니가,시방,내 우수운 꼴이 재밌어서,더 보구 싶은 모양이지…. 이우 와! 글여.증말루…. 달자: 난,무슨 일이 있어두.시집이구 나발이구 안가….(방안으로 퇴장.)이우: (방백) 화가 단단히 났으니? 큰 일 이내.며칠 갈 터인디….어쩌면 좋아…! (퇴장.)(달자,다음 날부터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어머니: (방 쪽에 대고.) 글여! 굶어 죽든지,어디 맘대루 혀바.망할년,썩을 년….저 놈에 승질 머리는 대체 누굴 닮은 겨?달석: 물 이라두,지가 떠다 줄게유. 어머니: 벌써,이레째여.물 한 모금두 넘기지 안는데이.내비 나둬,그까짓 것 죽으면 뒤겉에 묻으면 된게…. 달석: 엄니,누이 죽으면 안 되어. 이우: 아직두,아무것두 안 먹어유?달석: 우리 누이 줌 어티기 해바.누이가…. 어머니: (방문 고리를 잡고) 헛간에 가서 연장 그룻 가져와.달석아!죽었으면… 송장이 썩으면 냄새나 육 먹은게…! 이우: 엄니! 지발 진정 하셔유. 달석: 끙끙….(안간힘을 다 해.방문이 열린다.)(이우,어머니,달석 모두 방으로 간다.축 늘어진 달자 아무것도 모른다.)이우: 달자야…!어머니: 야앗-야…!달석: 누이야…! 누야…. (암 전)이틀 후,저녁.달석이가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뒷짐을 지고 들어온다. 어머니,달자,마당에서 다 다린 약을 짜고 있다. 어머니: 멋 하다가 인제 들어 오는 겨.도대채 학교는 댕겨 온겨,안댕겨온겨. 달석: ……. 달자: 놀다 본께.늦었겠지유.너무 나무라지 마세유. 어머니: 요새 줌 수상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디?달석: 엄니두,지가 머 나쁜 일이라두 하구 다니남유…. 어머니: 저 것 바라.(손으로 가리킨다.) 뒤에다가 황금 덩어리를 숨겼는지,구십살 먹은 할아버지 아니남. 달자: 니,아까 부텀 뒤에 멀 숨긴 겨.내 나 바바…. 달석: (더듬으며) 아무것두 아니구먼. 달자: 먼디 글여! (가까이 다가간다.) 달석: (한발 물러선다,) 아무것두 아니란게.글여…. 어머니: 머길래 글여! (나꿔챈다.)달석: (엿 가락들과 누룽지 뭉치가 떨어지자 황급히 줍는다.)달자: 이게 다 머여.( 빼앗는다.) 어디서 난겨. 달석: (방백) 말하면 안되는디. 어머니: 말 안 할겨…?달석: ……. 달자: 엄니! 안 되겠슈.부엌에 가서 부지깽이를 가져 와야 하는 가배유. 어머니: 글여. 달석: (울음보를 터뜨린다.) 으앙,으응…. 어머니: 그란다구,그냥 넘어 갈 줄 알어.(엉덩이를 때린다.)달석: 실은 아랫마을 김 부자집 머슴 성이 준겨. 어머니: 멋 여…? 달자: (머리를 쥐어박으며) 언제부터 그 사람이랑 가깝게 지낸 겨. 달석: 그 성! 나쁜 사람 안여.내 납부금두 내 주구.나랑두 잘 놀아준 다구…. 달자: 이제 부터는 그림자라두 쫓아다니지마. 달석: 싫어.그람,나 집에 안 들어 올겨. 어머니: 그래 나가라….(고함을 친다.)달석: (뛰어 나간다.)달자: 달석아! 달석아…! ( 달석이 쫓으며 퇴장.)어머니: 다들 지 멋대루여.어디들 멋대루 해바.아이구,내 팔자여.서방 복 읍는 년이 어디 자슥 복인들 있것남…. 박광순
  • [오늘의 눈] 軍은 NLL 수호의지 있는가

    지난 14일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단 침범한 사실을 군 당국이 은폐했었다는 뉴스(28일자 대한매일 2면 보도)를 접한국민들은 뒤통수를 맞는 충격을 느꼈을 것이다. 자발적으로 털어놓거나 내부조사에 의해 드러난 것이 아니라 군 내부로부터 제보를 받은 한 야당 국회의원의 폭로에 의한 은폐 인정이란 점에서 더욱 경악스럽다. 조성태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수뇌부는 그동안 NLL을 ‘절대고수’하겠으며 북의 어떤 형태의 월경(越境)에도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며호언장담해왔다. 실제 지난해 6월 연평해전을 통해 북한함정을 무력응징하기도 했다. 그동안 남북 양측은 NLL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여왔다. NLL은 지난 57년 정전협정에서 유엔사가 대한민국의 영해로 확정한사실상의 해상 군사분계선.그러나 북은 NLL을 부정했고 이후 백령도등 서해5개섬에 대한 통항질서를 발표하는 등 새로운 해상경계선을주장해왔다.해상 군사분계선에 대한 남북의 입장차가 숱한 월경시비를 낳으면서 급기야는 전쟁 일보 직전의 연평해전으로까지 이어졌던것이다. 이번 사건의 전개과정을 지켜보면 최근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국방장관회담 등 해빙무드를 타고 우리 군의 NLL수호 의지가 해이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방부와 합참관계자들은 “여러 척도 아닌 경비정 1척이라서”“해상에서 1.5마일 넘은 것은 월경인지 아닌지 애매해서”“현장 지휘관에 의해 이미 종결처리된 사안이기 때문에”“우발적이고 경미한 월선행위는 간헐적으로 발생해왔기 때문에…”라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무엇보다 군의 보고라인을 역추적,은폐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난 한햇동안 크고 작은 북측의 월선행위가 120여회에 달했고 올들어서도 15회나 발생했다는 설명에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국경이란 한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영토,영해,영공의 경계선이다.군의 주임무는 이를 지키는 것이다.북한 경비정의 월경사실을 은폐한군의 허위발표는 혹시 우리 군의 ‘월경 불감증’을 반증하는 것이아닌지 묻고싶다. 노주석 통일팀 차장 joo@
  • 다시 불거진 ‘상무 해체’…체육계 반발

    아마스포츠의 요람인 국군체육부대(상무)의 해체 문제가 또다시 불거져 체육계의 반발이 거세다. 조성태 국방장관은 27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군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며 ‘상무해체’를 공식 선언하고 나서 그 파장이 만만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무 해체설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그동안 상무 해체설이 나돌때 마다 종목을 조정하는 선에서 일단락을 지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장관이 직접 해체를 거론한데다 발언 장소가 국회라는 점에서 해체의 의지가 강력히 실려 있어 체육계의 반발 또한 그만큼 크다. 특히 조 장관은 현재 25개 종목을 연내에 20개종목으로 줄인 뒤 2002월드컵축구대회 이후 상무를 해체하겠다고 설명하는 등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내놓았다. 상무 해체에 대해 체육계는 한마디로 어이 없다는 반응들이다.엘리트 체육의 한 축을 담당해온 상무의 해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장관의 발언이 나온 배경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토로한다.국방부 국방개혁위원회가 국군간호사관학교 해체를 추진하자국회 국방위 소속 모 여성 의원이 ‘힘없는 여성들만 건드린다’며반발함으로써 애매한 상무가 걸려 들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의식 있는 체육인들 사이에서는 “박지원 장관 시절에는 쑥 들어갔던 이야기가 왜 다시 불거져나왔는지 그 의미를 새겨봐야 한다”며문화관광부를 겨냥한 가시 돋친 불만도 쏟아졌다. 대한체육회는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최근 김운용 회장이조 장관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 뒤여서 마음을 놓고 있던 터에 해체발언이 기습적으로 터져 나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 됐기 때문이다. 김봉섭 체육회 사무총장은 “중대한 문제다.우선 정확한 내용을 파악한 뒤 대응책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남광우 사무국장은 “만일 상무가 해체된다면 육·해·공 3군이 각각 축구팀을 만들도록 추진하겠다”고 흥분했다. 문화부의 관계자도 “상무의 존재 이유를 담은 보고서를 만들 것”이라며 상무 존속을 위해 팔을 걷어 붙일 태세다. 한편 국군체육부대에는 축구 배구농구 야구 수영 탁구 등 25개 종목 300여명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소속돼 있다. 박해옥기자 hop@
  • 달마그림 들고 속세 나온 중광

    ‘세상의 외톨박이’‘광승(狂僧)’으로 통하는 중광(65)이 달마그림을 들고 속세에 다시 나왔다.지난 96년 개인전 이후 홀연히 자취를감췄던 그가 오랜만에 작품전을 열고 있는 것.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 마련된 ‘중광 달마전’(11월 8일까지)에는 그가 그린달마도 45점과 유화 18점,도자기 작품 31점이 전시돼 있다.개인전에달마도를 이처럼 많이 내놓기는 처음이다. 중광 화업의 본령은 달마그림이다.중광이 달마에 ‘귀의’한 것은올해로 10년.근래들어 서울 구룡사와 설악산 백담사에 칩거하면서부터는 온종일 달마와 함께 살았다.심신이 쇠해 과거에 즐겨 그렸던 유화는 제쳐두고 수묵화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에 소개된 달마도에 실린 달마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45점의 달마도에는 45명의 달마가 있다.짚신 한짝 달랑 달린 장죽을 메고 가는 ‘싱거운 달마’,웅크린 자세로 달을 등지고 앉아 있는 ‘옹심달마’,커다란 등에 작은 뒤통수만 보이는 ‘면벽 달마’,장전된 화살처럼 활모양의 머리를 한 ‘활달마’,꾸짖는 듯 동그랗게 치켜 뜬 눈이웃음을 자아내는 ‘돌 달마’ 등 각양각색이다.중광과 함께 ‘유치찬란’이란 제목의 시화집을 냈던 구상 시인의 ‘서시’를 보면 중광의 달마는 더욱 확연하게 다가온다.중광의 달마는 “휘갈겨 놓으니달마의 뒤통수요,느닷없이 만난 은총의 소낙비”인 것이다. 중광은 현재 조울증을 않고 있다.몸이 쇠약해져 그림은 잠시 접어두고 ‘바람’을 화두로 용맹정진중이다.중광은 “내가 ‘바람’이라고떠들긴 하지만 아직 ‘바람’을 구경도 못했다”며 묘한 웃음을 던진다.이번 전시의 부제 ‘괜히 왔다 간다’는 중광의 요즘 심상풍경을 여실히 전해준다.(02)720-1020. 김종면기자
  • 총선사범 수사결과 반응

    선거법 공소시효 하루를 앞둔 11일 검찰의 16대 총선 선거사범 수사결과가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민주당이 법에 따른 검찰의엄정 수사에 무게를 둔 반면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결과에 강력 반발하는 등 영수회담 이후 조성된 여야 화해전선에 먹구름 조짐이 일고있다. ■민주당 한나라당의 반발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은 “야당의 주장은 소속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가로막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특히 당 지도부는 이날 검찰 수사결과를 “검찰이 법에 의해 공정하게 수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그러나 부정선거 정황이 확실하면서도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서 제외된 한나라당 일부 당선 지역에 대해서는 향후 선관위를 통한 재정신청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한나라당 당황하고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무엇보다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처지가 곤란하게 됐다. 지난 9일 영수회담 이후 “이 총재가 선거사범 수사 등 현실적 문제에 대해 확답을 받지 못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표정이다.기소당사자들의 불만도 이 총재에게는 부담이다. 당 안팎에서는 “과거 영수회담에서는 야당 총재의 정치적 야심보다소속 당원의 ‘생존문제’가 우선이었다”면서 이 총재에게 화살을돌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이 총재가 검찰의 편파수사를 둘러싸고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나 중립 선언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정치적인 논리가 깔려 있다. 이날 총재단회의에서 일부 부총재도 “영수회담 이후 검찰 기소부터잘못된다면 여권이 또 뒤통수를 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당 지도부가 검찰의 수사결과에 강력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문제의 초점을 검찰의 ‘편파수사’쪽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자민련 기소 해당자가 적어서 그런지 공식 반응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당 대변인실은 “공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한 처리를 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찬구 오일만기자 ckpark@
  • [네티즌 칼럼] 한국의 회사원들에게 고함

    집은 없다.한국 사회에‘가정’이 존재할 자리가 아직도 있는가?이미 가정의 울타리는 우리 곁에서 조용히 물러가고 말았다.그 대신 서울의 수많은 회사들이 가정을 물리치고 젊은 사람들에게 각종 당근과 채찍을 쥔 채 갑옷을입히려 들고 있다.하지만 미국에서 출간된‘경영자들의 위대한 거짓말’에따르면 경영자들이 회사원들에게 요구하는‘회사원상’은 가정과 단절된 채오직 회사를 위해 충성하도록 짜여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2000년’도 예외는 아니다.회사인간은 이미 우리 시대의 키워드이다.한국의 봉급생활자 수는 전 인구의 4분의 1 가량인 1,000만명을 훌쩍 넘는다.한국 사회는 한 마디로 회사사회가 된 것이다. 개인의 삶이 회사 이전·회사·회사 이후로 3분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같은 3분법적 삶은 벌써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다.제도교육의 궁극적 목표도 조화로운 인격이 아니다.학교가 취직학원이 된 지는 이미 오래이다.통과제의는 이제 신입사원 환영회로 바뀌어 있다.개인의 삶은 이제 개인이나 국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회사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주체는 대부분회사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는 제2의 가정이고 사원은 그 회사의 가족이었다. 한번 직장은 평생직장이었다.회사인간은 월급으로 결혼하고,내집을 마련하고자녀들을 키우고,치료를 받았고,경조사를 치러냈다. 가장인 회사인간은 오로지 일에만 열중하면 되었다.일하는 가장은 사회는 물론 가정에서도 존경받았다.직업이,회사가 곧 그 사람의 인격과 신분을 대신했다.일이 곧 삶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회사인간들은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제3의 물결,국제화·지방화,정보화 사회,세계화·현지화….‘마누라만 빼놓고 다 바꿔’가 풍미하고 다운사이징·리엔지니어링·리스트럭처링·초일류 기업·세계 경영·국가 경쟁력… 지난 몇년간 회사인간들은 발칸포처럼 발사되는 자본이 떠드는 언어의 포탄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수많은 회사로 이뤄진 회사사회는 원형 감옥과도 같다.변화무쌍한 신기계에 무릎 꿇고,회사가 요구하는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시계추가 됐다.시공간을뛰어넘는 정보통신 기수로 일하는장소와 쉬는 장소,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의 분류가 무의미하게 됐다.회사에서 못한 일은 집에서도 해와야 한다.이렇게 일에 치이다 보니 회사인간들이 앞으로 불과 3∼5년 뒤의 자기 미래조차 그려내지 못하는 암울한 존재가 됐다.경영 혁신은 회사인간에게 더 많은요구를 하고 있다.기껏 회사에서 살아남자말자 슈퍼맨을 요구하는 회사 앞에뒤통수를 맞는다. 이러다가도 정든 회사를 떠나게 되면 회사인간은 사형 선고를 받게 된다.딴 능력을 갖추거나 할 틈이 없어 다른 것에 적응할 여력이없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많은 20·30대는 회사생활을‘독립을 위한 수련기간’으로받아들이고 있다.한 통계에 따르면 24시간 편의점 주인의 80%가 그 세대이다.평생고용제의 회사인간이 종말을 맞으면서 이런한 직업군이 형성되는 것이일반적이다.외국에는 이른바 이중경력제도 정착되면서 사회 첫 진출시기에는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다가 그 뒤에는 프리랜서로, 또 그 이후는 연금으로 삶을 즐기는 형태가 정착되고 있다.한국 사회와는 아직 거리가 있는 이야기지만 현재 회사인간들에겐 앞으로 불과 30년 내의 미래에 해당하는 일들이다. 이와 관련,탈 회사 인간이 주목받고 있다.미국의 미래학자 윌리엄 브리지스는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 것(욕구),가장 잘하는 것(기질),인생 경력(자산)을 곰곰이 되짚어보면서 뭔가 결정을 내릴 때라고 지적한다.회사인간들은 언제고 다가올‘회사로부터의 격리’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그것도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모르게 해야 한다고 말이다. 온라인 커뷰니케이션 웹PD 민명기 minpd@onnaracom.com
  • [네티즌 칼럼] 우리 가능성은 ‘겨우’가 아니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가슴이 벅차고 알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이 솟구쳐 결국 벌떡 일어나 평소 같았으면 그냥 꾹 참고 있었을,극장 앞좌석에 앉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장난쳐 화면을 가리던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던 덩치의 머리통을 지그시 눌러 버리는 엽기적 호연지기를 내게 선사했던 ‘태권V’ 주제가. 명곡이었다.주제가뿐 아니라 태권V가 움직이는 동작의 자연스러움 역시 당시 일본에서 수입돼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마징가Z’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캐릭터도 그랬고 줄거리도 그랬다.비록 태권V가 마징가Z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긴 하지만,당시만 해도 태권V의 완성도는 마징가Z에 비해그리 크게 뒤질 게 없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렀다.이제 일본은 세계를 제패하는 만화왕국이 돼 있고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만화 하청국이 돼 있다.북한은 구미와 미주쪽에서 만화 하청을 제법 받는데 우리보다 나은 점도 많다고 한다.알고 봤더니우린 만화에 재능이 많은 ‘민족’이었던 것이다.그런데 왜 우린 하청국인가.일본은 왜 세계를 제패하는가. 우리에게 만화는 아주 오랫동안 ‘겨우…’였다.사실 일본과 우리의 가장큰 차이점은 겨우 ‘겨우’에 불과하다.‘겨우’ 만화냐,그냥 만화냐….일본이라고 만화를 정부가 나서 육성하고 특별기금을 마련하고 했던가.그냥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로 내버려뒀을 뿐이다.반면 우린 만화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않았다.시나 소설 같은 문학도 아니고,이건 뭐 폼도 안 나고…. “에이 겨우 만화인데 뭐….애들이나 보는 거지. 만화 보며 시간 낭비하지말고 공부해.불량만화,그거 위험해.” 그러나 ‘겨우’ 만화가 아니라 ‘돈이 되는 산업’임을 깨닫는 데 20년이걸렸다.그동안 태권V는 질식사했고.정부에서 애니메이션을 육성하네 어쩌네하지만 로마가 하룻밤에 이뤄졌던가.게다가 ‘만화’를 질식케 했던 그 ‘겨우’는 여전히 짱짱하다. 최근에는 인터넷 게임방에 대한 각종 부정적인 보도와 규제 움직임을 접한다.청소년 탈선?정말 그것이 이유인가?그럼 독서실부터 규제하시라.맘만 먹는다면 독서실이 인터넷 게임방보다 백 배는 손쉽게,의심받지 않으며 놀 수있는 곳이다.청소년 탈선?그게 아니지.‘겨우’ 게임인데 뭐…. 50원짜리 하나 넣고 벽돌깨기 오락을 하던 기억이 나시는가?그로부터 10년조금 넘게 지났다.단순한 벽돌깨기를 하며 어느 누가 인터넷을 타고 전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스타크래프트를 상상했는가.다시 10년이 흐른 후에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상상할 수 없는 복합산업이 돼 있을 것이다. 만화에서 축적된 캐릭터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오락산업에서도 너무 앞서달려 희미하게 잘 보이지도 않는 일본의 뒤통수에서,사람들이 좋아한다면 좋아 할 이유가 분명히 있고 그것이 범죄가 아닌 한 그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권위와 제도로 함부로 막거나 규제하려 들어서는 안된다는 걸 깨닫는다. ‘겨우’ 만화가 이럴진대 우리 사회에서 ‘겨우’였기에 질식사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가능성들은 얼마나 될까.그래서 뒤처져버린 우리네 발걸음은 얼마나 되고….딴지일보를 발행하며 그 어떤 것도 ‘겨우’라고 함부로말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김어준 딴지일보 대표 chongsu@ddanzi.com
  • 한나라 비례대표 파동 수습 가닥

    한나라당은 28일에도 전날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당지도부는 반발하는 관련 당사자들을 위로하며 진화에 나섰다. 정진섭(鄭鎭燮)부대변인은 부대변인직을 사임하는 것으로 ‘항변’했다.정부대변인은 “이번 공천은 아첨과 돈의 서열일 뿐”이라며 “나에게는 16번을 제시하고 또다시 뒤통수를 쳤다”고 당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당사무처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당료출신들이 당선권과는 무관한 뒤쪽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송병대(宋丙大)기조국장이 총대를 멨다.송국장은 이총재를 만나 “뒤에서일하는 사무처 직원들을 이렇게 배려하지 않아서야 제대로 총선과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며 분위기를 전달했다.이에 이총재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고 한다.일부 당직자들은 전국구 후보등록 거부 의사까지 밝혔다. 이처럼 당안팎의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하자 이총재가 직접 나섰다.이총재는 28일 이환의(李桓儀)광주시지부장과 총재실에서 독대했다.광주지역 출마후보자 6명 전원이 전날 공천 반납 의사를 밝혔기때문이다.이총재는 “호남경시차원에서 이번 공천이 이뤄진 것이 아니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는 전문이다.결국 광주 지역 출마자들도 공천 반납의사를 거둬들였다. 전날 출근거부 투쟁을 벌였던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도 이날 당사에 나와 공식선거운동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하고 장광근(張光根)선대위 대변인 등불만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다독거렸다. 장대변인은 결국 짐을 꾸린지 하루만에 정상 출근하겠다고 밝혔다. 당지도부는 전국구 후보에 밀린 주요 인사들을 총선 뒤 당무위원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비례대표 파문과 관련,이총재는 4월말이나 5월초전당대회를 앞당겨 실시해 당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최광숙 박준석기자 bori@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