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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영화]

    ●연애의 목적(KBS2 밤 12시35분) 사랑에 목적이 있다면 그것이 사랑일까. 어쩐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연애에 목적이 있다면 그건 연애일까. 일면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2년전 등장해 많은 화제를 뿌렸던 영화 ‘연애의 목적’이 토요일 밤에 찾아온다. 간단치 않은 연애를 놓고 풀어놓는 흥미로운 설(說)로 머리를 식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벤치에 앉아 있는 두 남녀를 카메라가 비추는 것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주위의 풍광과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가 곧 뒤통수를 때린다.‘작업’을 하는 고등학교 영어교사 유림(박해일)과 미술대학 졸업반으로 교생인 홍(강혜정)의 대화는 너무 적나라하고도 능청스러워서 당황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영화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유림과 홍의 밀고 당기는 연애담을 날것 그대로 담아냈다. 기존의 멜로영화처럼 적당히 포장하거나 양념을 뿌리지도 않았지만, 때로는 실소를 터뜨리고 때로는 탄식하면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연애의 목적’이라는 ‘학구적인’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영화는 정말 연애의 목적뿐만 아니라 과정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대뜸 “자고 싶다.”,“결혼은 말고 연애만 하자.”며 수작을 거는 유림과 겉으로는 튕기지만 속으로는 왠지 끌리는 홍의 심리전도 그렇거니와 처음 성관계를 맺는 장면이 과연 ‘강간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 등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거리를 제공한다. ‘살인의 추억’ 등에서 연기력을 검증받은 박해일과 ‘올드보이’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강혜정은 이 영화에서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 ‘역시’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유림과 홍의 당돌하고 뻔뻔한 캐릭터가 두 사람의 눈빛과 말투에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감칠맛 나는 대사와 줄거리로 제26회 청룡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121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1면 이야기/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1면은 신문의 얼굴이다. 독자들은 1면, 또는 1면 머리기사를 보고 가판대에서 신문을 고른다. 당연히 사안의 중요성이 1면 기사 선택의 기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기사의 중요성을 판단하는 주체는 신문이다. 1면은 그 신문의 뉴스 판단력을 보여 준다.1면은 신문사의 정체성과 관련있다고 하겠다.1면 결정의 또 다른 요소는 1면 기사의 개발능력이다.1면 기사는 그 신문의 수준인 것이다. 따라서 1면은 고민해야 한다. 지난주 서울신문의 1면은 고민결과가 신통치 못했다고 판단된다. 6월1일자 1면 머리기사는 ‘이)박 18.8% 박)이 12.3%’ 제목으로 한나라당 TV정책토론 후의 지지후보를 바꿀 의향을 불어본 전화여론조사 내용을 다룬 기사다.TV를 통해 중계된 정당의 정책토론이 유권자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나름대로 의미있는 기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비슷한 내용의 관련기사가 2면과 3면에 걸쳐 무려 4건에 이른다. 편집의도가 눈에 보인다. 돈 들인 여론조사결과를 크게 쓰자는 것일 게다. 중요도 때문이라고 한들 받아들이기 어렵다. 중요도를 보자면 6면의 ‘또…예산 방만 운용’이 앞선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한번의 정책토론에 의한 지지도의 변화보다 철밥통 공무원들이 ‘자기 집을 두고 가족 전체가 국가예산으로 제공하는 독신자 아파트에 들어가 관사처럼 사용’하는 철면피 같은 세금낭비 행태가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신문이 직접 개발한 기사의 가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공개된 정보보다 이처럼 차별화된 정보가 신문 입장에서는 가치가 더 크다. 그러나 차별화된 내용이라도 중요도를 따져야 한다. 분명히 중요성이 더 큰 ‘예산 방만 운용’기사를 달랑 감사원 발표자료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고 추가 취재를 하면서 심각성이나 국민의 분노를 담아냈다면 충분히 1면에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날 1면 하단에 아직 결론도 나지 않은 ‘통합신당 민주 합당 초읽기’ 기사를 집어 넣지 않았는가. 미리 준비한 기사니 쓰겠다는 식의 접근은 무리수라고 생각한다. 5월30일자 10면의 ‘종묘공원 황혼의 성을 보호하라’ 기사도 비슷한 예다. 한국사회가 앞으로 골치아플 수밖에 없는 노인문제와 사회병리 현상인 성매매라는 두 가지의 중요한 이슈가 한꺼번에 녹아 있는 사안을 다룬 기사다. 역시 문제는 종로구청 자료만 가지고 썼다는 점이다. 사안이 중요하다면 추가 취재하는 것은 상식인데 그 준비가 안된 것이다. 반대 경우도 있다.5월31일자 1면의 ‘20%가 영유아 1인 예산 1000원 미만’과 10면의 ‘보육예산 공무원자료 독식’ 제하의 기사다. 서울신문이 230개 자치단체 보육예산을 분석한, 말 그대로 발품을 제대로 팔아 만든 기사다. 품을 판 보람도 있어 ‘보육관련 예산을 공무원 자녀를 위한 시설에 지원’하는 식의 납세자의 뒤통수 때리는 분통 터지는 일을 찾아냈다. 이 기사를 이미 발생한 지 며칠 지난 기자실 통폐합보다 가치가 낮다고 보아 1면 밑에 깔아 놓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이 경우는 뉴스판단력이 의심스러운 케이스다. 뉴스판단의 문제는 5월28일자 8면 하단의 ‘삼성그룹 공모여부 촉각’의 기사다. 삼성그룹 지배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의 법원판결 하루 전에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미리 제공해 줄 수 있는 기사라는 점에서 적어도 1면의 ‘동사무소 통폐합 전국 확산’기사보다는 더 중요하다고 본다. 1면은 뉴스생산능력과 뉴스판단력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뉴스조직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안되어 뒤로 밀쳐 두고 중요도가 떨어져도 준비했으니까 1면에 밀어 넣는 식은 안된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현정은 현대회장의 ‘백기사’ ?

    1일 일반인 대상 내금강 관광이 시작되는 가운데, 현대그룹이 앞서 실시한 시범관광 행사에 낯선 인물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포니 정’의 막내사위인 김종엽(38)씨다. 31일 현대그룹과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7일 출발한 150여명의 시범관광단에 끼었다. 금강산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이어 온정각 동관 옆에 마련된 고(故) 정몽헌 회장의 추모비에 헌화했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그를 알아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는 ‘포니 정’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고(故) 정세영(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동생)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막내사위다.고 정 회장의 둘째딸 유경씨가 부인이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매제다. 김씨는 금강산 옥류관에서 열린 축하연에서도 격의 없이 참석자들과 술잔을 주고받았다. 그가 범 현대가(家)의 한 축인 정세영 집안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행보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현 회장은 시댁인 현대가의 지지를 아직 완벽히 끌어내지는 못한 상태다.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경영권 분쟁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김씨의 내금강 동행은 현 회장과 정세영가의 우호적 분위기를 감지케 한다. 확실한 백기사로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온다. 현대그룹은 주주총회 등 주요 행사의 기념품 납품권을 현대백화점그룹(명예회장 정몽근, 현 회장의 시아주버니)에 주는 등 범 현대가 공략에 공을 들였으나 현대상선 주주총회때 ‘뒤통수’를 맞은 뼈아픈 기억이 있다. 현대백화점은 당시 현대상선의 정관 변경에 반대표를 행사, 결과적으로 현대중공업 편에 섰다. 현대그룹측은 “김씨가 고 정세영 회장 사위이기에 앞서 현 회장의 친척이기도 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씨는 김석성 전 전방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김 전 회장의 사촌이 현 회장의 어머니인 김문희씨다. 한편 현대산업개발은 현대상선 지분 1.61%를 갖고 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민망해 지역구 못가고 ‘무적자’ 구박까지…”

    “민망해 지역구 못가고 ‘무적자’ 구박까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A의원은 요즘 이래저래 서럽다. 아내로부터 “언제까지 무적자로 지낼 거냐. 그럴 거면 다음 총선에는 출마하지 말고 그냥 예전에 하던 일(변호사)이나 해라.”는 ‘구박’을 받기 때문이다.A의원은 “대통합 신당이 잘 안돼 가뜩이나 뒤통수가 따가운데, 집에서도 핀잔을 받으니 가슴이 허하다.”고 털어 놨다. B의원은 탈당 이후 점심을 두번, 세번 먹는 일이 흔해졌다. 그는 “대통합에만 목을 매고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겠다.”면서 “차라리 지역구라도 관리해 두는 게 남는 장사인 듯싶다.”고 했다. 반대 경우도 있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의 염동연 의원은 지역구(광주 서갑)에 거의 가지 않는다. 대통합과 관련,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지역에 얼굴을 내밀기가 민망하다는 것이다. 염 의원의 측근은 “지역에 가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했다. 노웅래 의원은 요즘 손에 붕대를 감고 다닌다.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을 앞둔 회의 석상에서 “대통합도 안했는데 창당부터 덜컥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탁자를 내리쳤다가 손을 삐었다. 결국 그는 중도개혁통합신당에 합류하지 않았다. “대통합의 밑거름이 되겠다.”며 탈당했지만 명분에 대한 확신이 없는 속내도 감지된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의 C의원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던 날 TV를 보면서 “나보다 더 명분 없는 탈당이네.”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탈당의 그늘’은 보좌진에도 드리운다. 해외연수 대기 1번이었던 유필우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당으로부터 곧 연수갈 기회가 생긴다는 연락을 받고 기뻐했지만, 며칠 뒤 유 의원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 연수가 물건너간 케이스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은 기존 무소속 의원 보좌진에도 달갑지 않다. 권선택 의원실의 한 보좌관도 무소속 의원실에 배당되는 연수 프로그램을 오래 전부터 노렸지만 갑자기 무소속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높아져 기회를 놓쳤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대통령이 키워주는 친노후보 없다”

    “대통령이 키워주는 친노후보 없다”

    열린우리당의 제3지대 통합론과 민주당의 특정인사 배제론 등 정당간 헤게모니전이 격화되면서 범여권이 ‘통합’으로 가는 길에 좀처럼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과 두 전직 의장과의 갈등으로 촉발된 열린우리당의 대치정국은 친노-반노 구도로 확전돼 지지부진한 통합논의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민병두 의원은 16일 “우리당은 빨리 ‘노무현’프레임을 벗어나 ‘무노(無盧)’를 지향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친노진영의 각성을 촉구했다. 당내 이런저런 주장에 대해 노 대통령의 전 보좌관이자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역임했던 서갑원 의원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서 의원은 유시민 장관을 필두로 한 ‘노심(盧心)’ 논란에 대해 “정말 노 대통령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노심 주장은) 오로지 유·불리만 따지는 3김 정치의 구습”이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노 대통령이 후보시절, 주변의 반대에도 유종필 현 민주당 대변인이 보궐선거에 나서겠다고 하자 “그 사람도 정치인인데 내가 아무리 대선후보지만 나가라 말라 소리를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전사(前史)를 들려줬다. 노 대통령이 정치인에 대해 갖고 있는 룰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유 장관 ‘낙점설’에 대해 “본인이 나서겠다면 말릴 수 있겠냐. 그러나 대통령이 키워주는 ‘친노후보’는 없다.”고 거듭 밝혔다. 서 의원은 친노-비노 구도와 관련,“노 대통령은 상황이 불리하다고 뒤통수를 치거나 음모를 꾸미지 않는다.”면서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미 무장해제 당한 현 대통령을 놓고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야말로 부당한 정치행태 아니냐.”며 전직 두 의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공격해 득본 사람은 없다.”면서 “노 대통령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서 ‘자산·부채승계론’을 모두 언급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국정포럼의 정치세력화 논쟁에 대해서도 “대선 이후에 만들면 총선을 고려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지 않겠나.”고 반문라면서 “포럼이 노사모나 국참, 참정연 등 노 대통령 주위의 마니아층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들은 조직으로 엮인다 해도 정치세력화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민주당 박상천 대표의 특정인사 배제론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정치권에서 이런 오만한 생각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범여권의 대선승리보다 이후를 고려해, 개인 정치세력을 확장하는 데만 급급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깔깔깔]

    ●포상휴가 철수가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석달 만에 간첩을 생포해 헬기를 타고 포상휴가를 나왔다. “너 대단하다. 입대 전에는 생쥐도 무서워서 못잡던 네가 어떻게 간첩을 생포했니?” “밤에 보초를 서는데 저 멀리서 뭐가 움직이더라고. 암호를 대라고 해도 못대지 뭐야. 그래서 소총을 쐈지. 총알이 다 떨어져서 기관총까지 갈겼어. 나중엔 수류탄까지 던졌지. 그런데 그 간첩은 다친 곳이 한군데도 없더라구. 총알은 죄다 빗나갔고 수류탄은 안전핀도 안뽑고 던졌던 거야.” “그런데 어떻게 잡았다구?” “글쎄, 수류탄이 뒤통수를 정통으로 맞췄더라고.”●길 알려주기 끝없는 사하라에서 한 남자가 길을 잃었다. 극한의 고통을 견뎌내며 그는 겨우 지나가는 한 유목민을 만났다. “정말 반갑습니다. 여기서 오아시스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그러자 유목민이 대답했다. “곧장 가슈. 그러다가 다음주 금요일쯤에 오른쪽으로 꺾어지구려.”
  • 30년‘맞수’ 끝없는 1위 경쟁

    30년‘맞수’ 끝없는 1위 경쟁

    한진해운이 16일로 창립 30주년을 맞는다.‘맞수’ 현대상선은 지난해 서른살 잔칫상을 받았다. 연배가 비슷한 데다 엎치락뒤치락 순위 싸움까지, 해운업계 두 강자(强者)의 라이벌 열전이 흥미롭다. ●1년 터울…서른 잔칫상 1977년 ‘정석호’가 컨테이너를 가득 싣고 뱃길을 떠났다. 한진해운의 시작이다. 그로부터 10년 뒤. 한진은 경영난에 빠진 ‘대한선주’를 삼켰다. 한진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된 전환점이다. 출범 당시, 단 1척에 불과했던 배는 이제 200여척으로 불어났다. 매출은 600배(100억원→6조원), 자산은 150배(390억원→6조원) 불었다. 세계 서열도 8위(컨테이너 선복량 기준)로 껑충 뛰었다. 이를 바라보는 현대상선은 축하하는 마음과 착잡함이 교차한다. 그룹이 자금난에 몰리면서 현대상선은 2003년 자동차운반선 사업을 팔았다.1조원짜리 알짜 사업이었지만 살기 위해 선택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었다. 90년대 이후 줄곧 지켜왔던 업계 1위 자리를 한진에 내주는 순간이었다. 한진으로서는 15년 가까이 현대의 뒤통수만 봐야 했던 한(恨)을 푼 순간이기도 했다. 이때의 역전이 지금껏 지켜져 1위 한진,2위 현대다. 두 회사의 매출액 차이는 1조여원이다. ●한진, 광고전 vs 현대, 해외조직 강화 기싸움도 은근히 팽팽하다. 한진은 얼마 전 창립 30주년 기념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현대는 해외 영업조직을 강화한다. 유럽이나 동남아쪽 지사 한 곳을 법인으로 승격시킬 계획이다. 최근 몇년간 해운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허리띠를 졸라맸던 두 회사다. 해운경기의 조기 회복세 앞에서는 나란히 희색이다. 현대상선측은 15일 “당초 올 연말에나 (해운경기가)바닥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난 연말에 이미 바닥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감이 늘면서 주가도 두 회사 모두 3만원대로 급등했다. 지난 연말과 비교하면 모두 50% 가까이 뛰었다. 주가 차이는 8000원 안팎이다. ●두 여성 총수의 ‘아름다운 경쟁’ 과거 뱃사람들은 여자를 터부시했다. 공교롭게도 그런 해운 회사가 실질 총수를 여자로 둔 점마저 똑같다. 한진은 조수호 회장이 지난해 세상을 떠나면서 부인인 최은영(44) 부회장이, 현대는 고(故)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52) 회장이 최대 개인주주로 올라섰다. 조용히 회사를 장악해 가는 과정도 닮았다. 최 부회장은 지난 3월 등기이사 직함을 달았다. 서울 여의도 사옥 11층에 개인 사무실이 있다. 한달에 한번 정도 들른다. 전문경영인(한진 박정원·현대 노정익 사장)을 신뢰하는 스타일은 현 회장과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신문기사에 어느 회사 이름이 먼저 나오느냐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만큼 두 회사의 경쟁의식이 강했다.”면서 “그런 선의의 경쟁심이 국내 해운업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강남·송파·서초 등 아파트값 심리적 지지선 붕괴

    강남·송파·서초 등 아파트값 심리적 지지선 붕괴

    이모(38·회사원)씨는 요즘 떨어지는 집값 때문에 편두통까지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신당동의 아파트를 팔고 은행 대출을 더해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34평형을 13억원에 장만했다. 주변 환경이 좋아 앞으로 강남의 중심 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다소 무리를 하고 이사를 했다. 중심축으로 거듭날 가능성은 높을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현재로서는 ‘상투’를 잡은 셈이다. 재건축 추진 전망은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8일 현재 집값은 10억 2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잠실주공5단지 34평형 13억서 10억2000만원으로 올들어 서울 강남·서초·송파·양천·강동 등 종전의 인기 지역에서는 싼 값에 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6월1일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 전에 처분을 바라는 매물들이 속출하지만 사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지난해 빚을 내 ‘상투’를 잡고 집을 샀거나 집 늘리기를 감행한 사람들은 특히 좌불안석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아파트 값은 최근 10억 8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1억원대가 무너졌다. 이번주 들어서는 10억 2000만원짜리 매물이 나왔다. 지난해 추석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해 말 거래된 최고가는 13억 5300만원이었다. 인근 주변 단지들은 재건축을 끝내고 입주하고 있지만 이 단지는 지난해 3월 안전진단에서 ‘유지 보수’ 판정을 받은 뒤 사실상 재건축을 포기한 상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부동산 시장까지 위축되면서 아파트 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16억원을 호가하던 36평형도 지난주 13억 7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은 8일 현재 급매물은 8억 5000만원에 나와 있다. 지난해 10월 말 ‘인천 검단 신도시’ 발표와 함께 집값이 10억원대로 올랐지만 그 전 수준으로 안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만 해도 12억원을 넘었던 34평형의 경우 현재 10억 5000만원부터 매물을 고를 수 있다. ●세금 중과·금리인상 이중고 목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양모(41)씨는 지난해 12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27평형을 내놓고 광화문 K아파트 50평형을 은행 대출 등을 받아 12억원에 장만했다. 그러나 로열층인 양씨의 목동 아파트는 아직도 팔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8억 2000만원이던 이 아파트의 호가를 6억 7000만원으로 낮췄지만 찾는 이가 없다. 그는 조금 더 깎아주더라도 반드시 팔아야 한다. 올해 연말까지 팔지 못하면 ‘1가구 2주택 세금 중과(重課)’를 적용받는데다 내년부터 돌아오는 원금 상환에 대한 압박까지 받기 때문이다. 맞벌이인 양씨 부부가 매달 갚는 대출 이자는 소득의 50% 수준인 월 300여만원.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모(39·회사원)씨는 6년간 보유했던 일산 아파트(20평형)를 최근 1억 6000만원에 겨우 팔았다. 지난해 11월 말 집을 늘려가기 위해 2억 1000만원을 대출받아 4억 5000만원에 산 일산 K아파트(31평형)에 대한 이자 부담(월 120만원)도 문제였지만 연초부터 내놓은 집이 4개월이 넘도록 팔리지 않아 여간 마음 고생을 한 게 아니다. 최근 간신히 매수자를 만나 한시름 놓았지만 지난해 말 구입한 K아파트는 그때보다 1000만원가량 빠진데다 앞으로 집값이 더 빠진다는 전망이 우세해 여전히 뒤통수가 얼얼한 기분이라고 김씨는 말한다. ●강북으로 집값 하락세 확산 최근 서울 집값 하락폭이 커지는 가운데 기존에 하향세이던 강남 등 인기지역뿐 아니라 강북과 경기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최근 한 주(4월28일∼5월4일)간 양천(-0.46%), 송파(-0.42%), 강동(-0.30%), 강남(-0.23%), 서초(-0.11%) 등 기존에 빠지던 강남과 인기권역은 물론 광진(-0.11%), 중구(-0.08%), 강서(-0.04%) 등 비(非) 강남권도 떨어지는 곳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올들어 집값이 빠지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부실을 우려할 정도는 아직 아니라고 말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양천 등 버블 4구의 지난 한 해 집값은 35.53% 오른 반면 올들어 지난 4개월간 집값은 0.95% 내렸다. 양천구(-2.22%)가 가장 많이 빠졌고, 이어 송파구(-1.51%), 강남구(-0.74) 등 순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집값은 당분간 전반적인 하향세를 면하기 어렵겠지만 현재의 집값은 모든 정책이 동원됐을 때의 결과여서 최저점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투자상품인 재건축은 호가 위주여서 낙폭이 크지만 일반 중소형 아파트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이대근, 이댁은’ 가족愛 느껴보실래요?

    ‘이대근, 이댁은’ 가족愛 느껴보실래요?

    가족 해체시대에 충무로가 또 한편의 가족 영화를 내놓았다. ‘이대근, 이댁은’은 얼핏보면 오해의 소지가 많은 영화다. 변강쇠 이미지가 여전히 강한 배우 이대근의 등장부터가 그렇다. 물론 그는 여기서 푸근한 할아버지로 변신했다. 두번째는 그가 스크린 속에서 같은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벼운 말장난 같은 제목은 호기심을 유발하고 시선을 끌기는 하나 한편으론 그렇고 그런 영화려니 치부하게 만든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 되새겨 코믹한 표정의 이대근과 주위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밝고 유쾌한 모습이 담겨 있는 포스터도 영화를 가벼이 여기게 만든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영화는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꽤 무거운 주제의식을 내포하고 있었다. 솔직히 뒤통수를 맞은 심정이었다. 도장을 파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노인 이대근(이대근). 한때 악극단을 쫓아다니느라 가족들을 돌보지 않아 원망을 샀던 그는 아내와 사별한 뒤 자식들과 돈·종교 문제로 불화를 겪다 결국 홀로 남았다. 애지중지하던 막내 아들도 사업실패로 집안까지 말아먹고 종적을 감춘지 오래다. 외로이 살던 그의 소원은 집 나간 막내 아들까지 찾아 아내의 제삿날 온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흥신소 실장(박원상)을 고용한다. 단역배우를 하며 영업까지 뛰는 큰아들 내외(이두일·정경순)와 택시기사이자 목사인 사위와 딸(박철민·안선영)은 드디어 3년만에 아버지와 만나게 된다. 막내 아들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지만 전화를 걸어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한다. 여기까지 보면 ‘이건, 뭐 TV에서 철마다 하는 명절 특집극 정도네.’하게 된다. ●연극 ‘행복한 가족´ 영화화 하지만 돈으로 엮인 이 가족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를 보면 뜨끔해진다. 박원상이 직접 연출과 출연까지 했던 연극 ‘행복한 가족’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이 영화의 메시지는 단단하다. 한부모 가정, 독거노인, 공동체 가족, 동성애 가정 등등 새로운 가족 형태가 출현하고 가족 내 불화가 빚은 참담한 사건들이 심심찮게 뉴스거리가 되는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이 담겨 있다. 가족과 화해할 시간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점과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진짜 가족보다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노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면서, 또 등장인물이 던지는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받고 나면 새삼 우리네 가정사를 한번 둘러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런 미덕을 갖췄기에 영화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최대 단점은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좋은 구슬을 가지고도 제대로 된 목걸이를 만들지 못했다. 앞에서 왜 그렇게 질질 끌었을까? 그러다 보니 뒤에 나올 진짜 재미에 대한 기대마저 무너뜨리고, 반전을 위해 깔아놓은 장치들도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반쯤 포기한 상태일 때 뒤통수를 쳐야 제맛이라고 생각했을까? 5월1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길섶에서] 100원의 힘/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출퇴근 길에 집에서 전철역까지 가끔 택시를 탄다. 요금은 대개 기본인 1900원에 그친다. 거스름돈 100원을 받기가 야박한 듯해 2000원을 내고 그냥 내리면 기사들은 대부분 밝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라고 뒤통수에다 인사를 한다. 그런가 하면 일부 기사들은 요금에 100∼200원 꼬리가 붙었을 때 거슬러 주는 대신 1000원 짜리를 되돌려준다. 한번은 택시를 타고 가다 기사와 거스름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사는 “100∼200원 더 받고 덜 받아 봐야 수입에 무슨 큰 영향이 있겠느냐.”라면서, 다만 손님이 잔돈을 받지 않고 내리면 기분이 썩 좋다고 했다. 손님을 제대로 모셔 팁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우리사회에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100원으로 남을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은 더욱 찾기 어려울 터이다. 내 100원이 남을 즐겁게 해준다면 그 정도쯤은 손해 봐도 좋은 게 아닌가.100원이란,‘배려의 비용’치고는 아주 싼 값이니 말이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프로농구] 영원한 오빠 ‘펄펄’

    ‘꼴찌’ KCC가 KTF전 8연패에서 탈출했다. KCC는 8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06∼07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90-8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CC는 시즌 2연패에서 탈출한 건 물론, 지난해 1월30일부터 시작된 KTF전 패배의 사슬을 ‘8’에서 끊었다. 원정경기 최다 연패 기록인 7연패에서도 벗어났다. 반면 LG와의 2위 싸움에 여념이 없는 KTF는 최하위팀인 KCC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LG에 공동 2위를 허용했다. 작심하고 나온 듯 KCC는 초반부터 빠른 공격과 적극 수비로 나섰다. 특히 이상민(17점·6어시스트·3가로채기)의 몸놀림이 좋았다. 이상민은 마르코 킬링스워스(33점·10리바운드)와 호흡을 맞춰 KTF의 골밑을 공략, 전반에만 3개의 가로채기를 성공시키면서 KTF 공격의 맥을 끊었다. 이에 견줘 KTF는 전반에만 8개의 실책을 남발하면서 허둥댔다. 전반을 45-37로 앞선 KCC는 3쿼터에서는 외곽포까지 가동했다.KTF가 송영진(15점)과 애런 맥기(29점)의 연속 득점으로 따라붙자 이상민과 손준영이 3점슛을 거푸 터뜨렸다. KCC는 KTF 필립 리치(18점·10리바운드)와 송영진의 잇단 득점으로 경기 종료 6분30여초를 남긴 한때 리드를 빼앗기기도 했지만 경기 종료 1분 전 연속 골밑슛과 종료 21초 전 3점포, 그리고 마무리 덩크슛까지 터뜨린 킬링스워스의 활약으로 대어를 낚았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어려워진 PSAT… 수험생 ‘혼란’

    지난 10일 행정·외무고시 및 6급 견습직원 선발을 위한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치른 수험생들의 불만이 높다.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문제, 빽빽한 지문 등으로 난이도가 급상승했기 때문. 헌법 등 일반 과목이 사라지고 PSAT로만 1차시험을 대체하는 완전한 PSAT체제 첫 해여서 잔뜩 긴장했던 터라 몹시 당황했다고 한다.●“예상은 했지만 너무 어려웠다.” 학생들은 한마디로 “예상은 했지만 너무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시험이 끝난 직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10문제 이상 찍고 나왔다.’‘한 영역씩 마칠 때마다 더 어려워졌다.’‘지난해보다 10점 이상 떨어졌다.’는 식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시험 한 달 전 중앙인사위원회가 내놓은 예제집이나 지난해 7월 시행한 모의고사의 문제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는 것. 한 학원 관계자는 “인사위가 처음으로 ‘수험에 참고하라.’고 내놓은 예제집이 쉬운 편이어서 안심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면서 “예제집을 공개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시험장에서는 도중에 시험을 포기하고 시험장을 나가는 학생들도 속출했다. 대전의 한 수험생은 “2교시 자료해석 문제를 풀다가 구토를 하면서 뛰쳐나거나 아예 포기하고 엎드려 자는 학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행시 수험생 신모(29)씨는 “너무 어렵게 내는 바람에 열심히 공부한 주변 친구들도 모두 점수가 안좋게 나왔다.”면서 “공부한 만큼 점수가 나와야 변별력 있는 시험 아니냐.”고 따졌다.●인사위 홈피 이의제기 48건 올라와 이에 대해 PSAT 출제위원을 지낸 최모 교수는 “난이도만 높아지고 변별력이 없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험제도가 정착하면서 과도기에 당연히 겪게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출제위원을 지낸 이모 교수도 “지문이 너무 길면 난이도가 높아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PSAT를 ‘공부 안하고 봐도 되는 시험’이라고 안이하게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자세도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PSAT문제 개발에 관여했던 한 교수는 “최근 PSAT는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면서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문제는 점점 고도화되는데 학생들은 성실히 준비하지 않고 소홀히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학 학원 관계자도 “어렵기는 했지만꾸준히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가며 공부한 학생들은 좋은 점수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4일 현재 중앙인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사흘 만에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가 48건이 올라왔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女談餘談] 이혼과 집값/주현진 산업부 기자

    지인인 그녀가 이혼을 했다. 고부(姑婦) 갈등으로 촉발된 부부 싸움이 주먹질로 이어지자 친정에서 이혼을 권했다고 전했다. 다른 그녀도 이혼을 했다. 남편이 상의없이 3개월이 멀다 하고 차를 수차례 바꾸고 나중엔 아예 집을 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그녀도 이혼했다. 남편이 사업한다고 빚만 지고 다니면서 임신한 아이까지 지우라고 했기 때문이란다. 이들이 이혼하러 법원에 갔을 때의 이야기가 더 기막힌다. 판사가 “왜 이혼을 하느냐.”고 물어오자 이들의 상대 배우자들은 하나 같이 “성격 차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이혼 통계를 봐도 성격 차이에 따른 이혼이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지난 2005년 기준 하루 평균 352쌍이 이혼하는데, 이혼 사유 중 성격 차이(49.2%)가 경제 문제(14.9%), 가족 불화(9.5%), 배우자 부정(7.6%), 정신적·육체적 학대(4.4%) 등 다른 사유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웬만하면 참고 살자.”는 우리나라 정서상 성격 차이로 이혼까지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성격 차이 만한 명답도 없다. 억울한 사연을 세세히 늘어놓기도 구차하고, 세상에 성격 차이가 나지 않는 부부가 없는 만큼 성격 차이란 답이 거짓말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인 제공자가 성격 차이라고 말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판사에게 이혼 사유를 성격 차이 라고 답변하는 귀책 배우자를 보면서 당사자들은 한 번 더 뒤통수가 얼얼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을 두고 정부가 하는 말을 보면 그 귀책(歸責) 배우자의 변명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연초 대통령의 신년 특별회견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을 언론에 돌렸고, 최근에는 이 정권이 발탁했던 몇몇 정책 입안자에게 떠넘기는 듯한 인상의 글도 내놓았기 때문이다. 남의 부부가 이혼한 사유에 대해 성격 차이 라는 대답을 들어도 제3자가 뭐라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집값 정책은 실패한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면 해결할 수 없다. 성격 차이 식의 책임전가형 답변이 폭등한 집값으로 고통받는 서민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주현진 산업부 기자 jhj@seoul.co.kr
  • ‘김관장 대 김관장… ’ 주연 털털男 권오중

    ‘김관장 대 김관장… ’ 주연 털털男 권오중

    지난 주 영화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의 기자시사회 현장. 감독과 출연배우들의 인사가 끝나고 영화가 막 시작할 때쯤 다른 배우들과 달리 권오중(36)이 서둘러 극장을 빠져 나갔다. 그의 뒤통수를 보며 ‘스케줄이 많은가? 그래도 자기 영화인데’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후 그가 사라진 이유가 밝혀졌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는 보지 못하는 특이한 습성 때문이었다. 왜 그럴까. “쑥스러워요. 원래 자기가 한 것은 잘못한 것만 눈에 들어오잖아요. 끝난 다음에 모니터한다고 해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 어색했겠다 싶은 것은 이미 알고 있거든요.” 그럼 도대체 그 시간을 뭘로 때웠을까.“옆에서 ‘데자뷰’ 보다가 중간에 불려 나왔습니다. 아∼ 마지막을 못봐서 아까워요.”(웃음) 오는 8일 관객과 만나는 휴먼 액션코미디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에서 쿵후도장 김관장 역을 맡은 권오중은 스크린 안팎에서의 모습이 일치하는 몇 안되는 배우이다. 영화는 손바닥만한 동네에 태껸, 검도, 쿵후도장이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 수련생 모집과 이쁜이 연실씨(오승현)를 놓고 혈투(?)를 벌이던 이들은 마을을 접수하려던 조폭들에 맞서 함께 힘을 합친다. 신현준이 태껸 김관장으로, 최성국이 검도 김관장으로 또 한번 망가진다.TV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이래 코미디로 잔뼈가 굵어온 권오중은 다른 두명의 김관장에 비해 너무 ‘멀쩡하게’ 나온다.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어요. 코미디 영화인데 너무 평범하게 나오니까 더 불안하더라고요.” 그는 무술이면 무술, 춤이면 춤에다 피아노 연주까지 직접 해내며 다재다능함을 뽐낸다. 원래 쿵후 3단이지만 실감나는 액션을 위해 영화시작 3개월 전부터 하루 8시간씩 무술을 연마했다.“쿵후 3단은 23년 전에 따놓은 건데요. 이번 영화에서 한 건 우슈거든요. 동작이나 테크닉이 조금씩 달라 다시 배웠습니다.” “원래 젊고 꽃미남 배우가 캐스팅됐었는데 오로지 무술 좀 할 줄 안다는 것 때문에 내가 맡게 됐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는 모든 액션신을 대역 없이 소화해냈다. 덕분에 하루 일당 50만원을 받는 대역은 그냥 놀다 갔다며 웃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아들의 일을 계기로 현재 ‘희귀난치병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기를 통해 받은 사랑을 봉사로 갚겠다는 확고한 목표도 가지고 있다. 데뷔 12년 만에 최근 그가 ‘훈남’으로 떠오른 게 괜히 그런 게 아니었다. 차기 작품은 신현준·허준호와 함께 나오는 진지한 영화 ‘귀휴’. 형사 역으로 나오는데 우정 출연이다. “무거운 영화에 분위기를 전환시켜 주는 역이죠.” 그는 코미디 배우 이미지로 굳어지는 걸 겁내지 않았다.“의사든 깡패든 같은 역할이라도 항상 그 안에서 새로운 걸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권오중이 하면 ‘뭔가 다르다.’이런 말을 들으면 된 거죠.”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길섶에서] 비정상의 경계/이목희 논설위원

    뒷모습이 깔끔한 여인이 동네 상가 앞에서 뚝배기에 담긴 음식찌꺼기를 손으로 훑어 먹고 있었다. 상인들이 배달시켜 먹고 내놓은 그릇인 듯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장면, 여인이 돌아봤다.30대 중반쯤 되었을까. 눈동자가 풀려 있었다. 섬뜩한 느낌…. 며칠 후 멍하니 서있는 그녀를 봤다. 차림새는 여전히 단정했으나 머리가 아주 짧아졌다. 소식이 끊긴 지 25년쯤 된 대학선배가 떠올랐다. 점잖고 후덕했던 이였다. 그런 이가 갑자기 “후배 ○○가 나를 죽이려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다른 면은 멀쩡한데, 후배 관련 피해망상은 설득이 불가능했다. 어느 날 칼을 들고 후배의 하숙집 담을 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방의 선배 부모님이 오고, 선배는 결국 정신병원으로 들어갔다. 후배가 자기를 해코지하려는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던 선배 모습이 선하다. 그게 꾸민 것이란 사실을 아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남을 속이거나 뒤통수를 치는 사람을 보면 선배를 생각한다. 정신이 올바른데도 저럴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OUR STORY] 얼음·눈꽃 축제로의 초대

    [OUR STORY] 얼음·눈꽃 축제로의 초대

    1월의 강원도는 겨울축제 공화국. 화천 산천어축제와 인제 빙어축제, 태백산 눈꽃축제와 대관령 눈꽃축제 등 1월 한 달 동안 눈과 얼음 관련 축제가 줄지어 열린다. 문화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 선정에서 유망축제로 뽑힌 화천 산천어축제와 인제 빙어축제는 작년에 각각 120여만명,75만여명이 다녀갈 만큼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 두 행사 모두 얼음구멍을 통해 강물 속을 돌아다니는 산천어와 빙어를 낚는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각종 부대행사도 풍성하게 마련돼 있어, 겨울방학을 맞은 자녀와 함께 찾을 수 있는 인기만점의 가족단위 여행지다. 태백과 평창에서는 이달 하순부터 눈꽃축제가 열린다. 각각 14,15회를 맞는 관록의 눈축제. 예년과 달리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는 축제에서 즐기는 축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층 흥겨운 축제의 장이 될 듯하다. 춥다고 겨우내 구들장만 끼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천하장사인들 밖으로 나가자는 꼬마들의 성화를 고스란히 받아낼 수 있을까. 독특한 겨울문화가 살아 숨쉬는 강원도로 미끄러지듯 달려가자. 글 사진 화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 “사위가 장모보다 고기를 못잡아?”장모 오덕순(65·경기 이천)씨의 힐난에 뒤통수만 매만지던 사위 김낙선(43)씨는 “녀석들이 어찌나 미끌거리며 잘 빠져 나가는지, 통 손에 잡히질 않네요.”라며 머쓱한 표정이다.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고 있는 제5회 산천어 축제(www.ice.narafestival.com·1월6일~28일) 중 산천어 맨손잡기 행사 현장.“아빠, 파이팅!”,“우리 아들 힘내∼”여기저기서 격려와 환호성이 교차하며 따뜻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을 슬로건으로 내건 산천어 축제. 정해년 돼지해를 맞아 ‘화천 산천어는 복(福)돼지’란 주제로 ‘체험돼지’,‘추억돼지’,‘재미돼지’ 등 30여가지의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화천천 2㎞구간에 펼쳐진 행사장은 그야말로 ‘겨울 해방구’. 다양한 놀이시설과 체험 프로그램들로 가득 차 있다. 축제의 대표선수인 산천어 얼음낚시,‘겨울의 고전’ 썰매타기와 눈썰매 봅슬레이 등 얼음위에서 하는 모든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산천어 낚시와 눈썰매 등 놀이시설 이용료 대부분을 ‘화천사랑 상품권’으로 되돌려 줘, 사실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이 축제의 자랑이다. 이 상품권은 행사장 내에서는 물론, 화천시내 어디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 신나는 산천어 잡기 40㎝가 넘는 두꺼운 얼음 속에서 어린아이 팔뚝만한 산천어가 낚싯줄에 끌려 나온다. 짜르르한 손맛에 과년한 처녀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도 체면 따윈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환호성을 터뜨린다. 간혹 산천어보다 몸집이 두배 가까운 송어라도 끌어올렸을 때는 건장한 떠꺼머리 총각도 어찌할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계곡의 여왕’산천어는 1급수 맑은 물에만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산천어를 신선들이 먹는 음식이라 했고, 일본에서는 왕실 진상품 등으로 쓰였다. 북한에서는 국방위원장의 보양식이자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타이완에서는 보물 물고기란 뜻의 국보어(國寶魚)로 불리기도 한다. 행사장에서 산천어를 잡는 방법은 얼음낚시와 루어낚시, 그리고 맨손잡기 등 모두 세가지. 이 가운데 1만개의 얼음구멍이 뚫려 있는 넓은 낚시터에서 펼쳐지는 얼음낚시는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온 김태형(12)군은 “갑자기 낚싯대가 후두둑 하며 몸이 흔들릴 정도로 떨리더군요. 깜짝 놀랐어요.2시간만에 두마리를 잡았는데,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예요.”라며 입술이 귓불에 닿을 만큼 환하게 웃었다. 인조미끼인 루어를 얼음구멍 아래 바닥까지 가라앉힌 다음, 위아래로 들었다놨다 하면서 산천어를 유혹하는 것이 얼음낚시 요령. 산천어의 유영층인 바닥위 10∼50㎝사이를 집중공략해야 한다. 행사장에서 화천낚시를 운영하고 있는 오충교(45)씨는 “루어를 바닥까지 가라앉힌 다음, 견짓대를 한바퀴 돌리면 손뼘 하나 정도 뜨죠. 그 상태에서 위아래로 고패질을 해주는 겁니다. 루어가 낙하할 때 공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손목에 스냅을 줘서 끌어올린 다음, 슬며시 내리면 마치 작은 물고기처럼 살랑거리며 내려가죠.” 시간상으로는 아침 9∼11시와, 오후 3∼5시 사이를 놓쳐서는 안된다. 주최측에서 산천어를 방류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류쪽이나 낚시터 펜스주변을 공략하면 많이 낚을 수 있다. # 루어낚시로 잡을까, 맨손으로 잡을까 유연한 자세로 플라이 낚싯대를 휘두르는 최철우(32·강원 철원)씨. 낚싯대 가이드 톱마다 살얼음이 맺혀 있다. 꿰미를 보니 단 한마리의 산천어도 못 잡은 모양. 그래도 표정만은 여유롭다.“제가 어복이 없나 봐요. 깨끗한 자연속에서 맑은 공기 쐬고 가면 그게 좋은 것 아닌가요.” 루어낚시는 앉아서 구멍만 바라보는 얼음낚시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 루어를 멀리 캐스팅한 다음, 끌어올리기 때문에 산천어가 끌려 나오지 않으려고 앙탈이라도 부리면 ‘찐한’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조과도 나은 편. 하지만 낚싯대와 릴 등 다소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맨손잡기는 10m짜리 원형 수조속에 풀어 놓은 산천어를 제한시간 5분동안 맨손으로 잡는 행사.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는 주최측에서 제공한다.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탈의실과 탈수기 등도 준비돼 있다. 세 행사 모두 고등학생 이상 만원, 중학생이하 5000원의 입장료를 받지만,5000원은 농촌사랑나눔권으로 돌려준다. 중학생이하는 사실상 무료인 셈. 이 상품권으로 행사장 주변의 향토웰빙촌에서 농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 다양한 놀이기구 즐기기 얼음낚시를 하다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얼음체험 프로그램을 즐길수 있다. 얼음광장에서 썰매광장에 이르는 거대한 빙판에서 얼음썰매를 지치며 놀 수도 있고, 얼곰이 썰매열차를 타고 얼곰이성과 눈조각품들을 감상할 수도 있다. 눈썰매 봅슬레이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스릴만점인 놀이기구. 어린이 썰매면허시험장에서는 ‘구절양장’꼬불꼬불한 눈길을 통과하는 어린이에게 ‘썰매면허증’을 발급해 준다. 눈썰매는 만원을 받는데, 반납할 때 현금 5000원과 5000원권 화천사랑상품권을 준다. 얼음썰매는 5000원. # 다양한 문화, 전시 프로그램 예년에 비해 자녀의 체험학습에 도움을 주는 알찬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얼음나라관에는 산천어와 수달, 토종물고기 등에 대한 풍성한 정보와 자료가 전시된다. 얼음나라 만화관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과 북한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산천어 소망나무에 새해를 맞는 가족들의 소망을 적은 소망리본을 달아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 이밖에 행사장 제1터널부터 화천읍사무소, 중앙로에 이르는 구간에 조성된 산천어등(燈) 거리, 매주 금, 토요일 유명 연예인들이 벌이는 미니 콘서트 등도 볼 만하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농촌체험 사랑방 마실’도 놓치면 후회할 주요 이벤트. 농촌 가정에서 민박을 하며 장작패기, 가족 윷놀이, 밤하늘 별보기, 얼음낚시, 장작불에 구운 감자와 고구마 야참먹기 등 전통적인 놀거리와 함께 시골마을의 따뜻한 인심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사랑방마실은 ▲동촌리 산속 호수마을 ▲간동면 구만리 어룡동마을 ▲하남면 원천리 하늘빛 호수마을 ▲상서면 신대리 토고미마을 ▲사내면 용담리 곡운구곡마을 등 5개 마을에서 운영중이다. # 가는 길 얼음나라 화천으로 가는 길은 미끄럽기 그지없다. 하루종일 응달진 산자락 아래 도로는 결빙되어 있는 곳이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춘천∼화천간 5번국도는 주말이면 행락객들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다. 가급적 평일, 주말에는 이른 시간대를 이용해야 혼잡을 피할 수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 나들목→퇴계원방향→47번국도→진관나들목→383번 지방도→사능­답내간 신설 46번국도→강촌→5번국도→화천 북부간선도로→구리→남양주→대성리→강촌→화천 북부간선도로→구리→베어스타운→포천 일동/이동→광덕계곡→화천 # 여행정보 화천천의 겨울바람은 동장군도 울고 갈 만큼 매섭다. 모자와 장갑, 두툼한 방한복은 필수. 방한효과가 좋은 스티로폼을 앉기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가져가는 것도 좋다. 견지낚싯대는 행사장 주변 낚시점에서 2000∼4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릴 낚싯대는 1만∼2만원선. 미끼인 루어는 3000∼5000원. 산천어알 등 생미끼를 사서 쓰는 경우도 있지만, 조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제10회 인제 빙어축제(www.injefestival.net) 오는 26일 개막해 다음달 4일까지 소양호 300만평 얼음벌판 위에서 열흘간 펼쳐진다. 축제장은 크게 4개 공간으로 나뉜다. ‘깨끗한 자연(Nature Zone)’을 테마로 한 공간에서는 빙어낚시와 눈썰매 등을 즐길 수 있다. ‘신나는 겨울(Leports Zone)’공간에서는 얼음축구대회와 스노 래프팅 등 다양한 레포츠 행사가 열린다. ‘맛있는 겨울(Wellbeing Zone)’ 마당은 빙어회, 빙어튀김 등 각양각색 빙어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행복한 겨울(Family Zone)’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 쉽고 재밌는 빙어낚시 동지(冬至) 무렵에 나타나 입춘(立春)즈음이면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호수의 요정’빙어. 겨우 손가락만한 크기지만, 맛도 좋으려니와 남녀노소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어 ‘국민적인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빙어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빙어낚시. 간단한 장비로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빙어낚시의 가장 큰 매력이다.2000~3000원 정도의 견지낚싯대와 2000원짜리 구더기미끼 한 통이면 온가족이 먹기에 충분한 양의 빙어를 잡을 수 있다. 어린이들도 요령만 가르쳐주면 곧잘 잡아낸다. 소양호 드넓은 얼음벌판 아무 곳이나 구멍 하나 뚫으면 준비끝. 얼음에 구멍을 뚫기 위해서 끌이 필요하지만, 주변에서 손쉽게 빌릴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뚫어 놓은 구멍을 써도 된다. 축제위원회는 1만원으로 즐기는 ‘빙어낚시 패키지’를 준비했다. 얼음구멍을 만들어 주고 낚시도구, 미끼, 의자 등을 빌려준다. 스노모빌과 얼음썰매까지 즐길 수 있다.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2,460-2170. # 많이 잡으려면 첫째, 빙어를 많이 잡아 놓은 사람 옆자리에 자리 잡을 것. 둘째, 채비를 물밑바닥에서 10㎝ 정도 띄운 다음,3∼5초에 한번씩 살짝 챔질을 해줄 것. 셋째, 빙어의 입질이 집중되는 아침시간대, 특히 동틀 무렵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시간대를 놓치지 말 것. 미끼로 쓰는 구더기는 한 마리 꿰기가 원칙이다. 바늘끝이 꼬리쪽 껍질에 살짝 걸치도록 꿰는 것이 좋다. 구더기가 든 미끼통의 뚜껑을 연 채 얼음판 위에 놓으면 동사의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할 것. 제14회 태백산 눈축제(festival.taebaek.go.kr) 눈과 얼음을 주제로 한 겨울축제로는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축제.‘눈, 사랑, 그리고 환희’란 주제로 오는 26일∼2월4일 10일간 열린다. 정상 부근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군락지 설경과 백두대간의 웅장한 모습은 태백산만의 자랑. 축제장의 다양한 이벤트와 눈덮인 계곡길을 따라 걷는 눈꽃 트레킹, 태백산에서만 탈 수 있는 오궁썰매 타기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행사다. 예전과 다른 점은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늘었다는 것. 단군성전 앞 공터에 웰빙 족욕탕을 마련해 등산객들에게 따뜻한 족욕과 발 마사지를 제공하는 한편,4륜 모터 사이클이 끄는 스노 트레인을 운영하고,3000명이 벌이는 도전 기네스 눈싸움대회도 연다. 금천낚시터에서는 산천어, 송어 낚시체험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주행사장은 태백산 도립공원 일대. 하얼빈 눈축제의 조각가를 초청해 태백팔경 눈조각 부조, 주몽과 소서노 등의 눈조각 작품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당골광장에서는 ‘스노 매직쇼’,‘비보이 페스티벌’ 등이 열리고, 등산로 입구에는 ‘얼음터널’이 전시된다. 마장공터에서는 ‘겨울놀이마당’,‘추억의 먹거리 체험’ 등의 체험행사, 마장아래 공터에는 어린이 미니 얼음미끄럼틀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밖에도 황지연못, 장성, 태백역 등 보조행사장에서도 ‘황금돼지를 잡아라’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2828, 태백산 도립공원 (033)550-2741,2745. 제15회 대관령 눈꽃축제(www.snowfestival.net) 오는 31일∼2월6일 평창군 횡계리 상지 대관령 고등학교 제2운동장 일대에서 펼쳐진다. # 대관령 눈꽃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것 첫째,2014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염원을 담은 20m높이의 초대형 눈조각 상징조형물이 선을 보인다. 이를 위해 제설기 5대와 포클레인 10대, 덤프트럭 20대 등의 중장비와 30여명의 조각가들이 투입될 예정이다. 둘째, 개막식날인 31일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황태해장국 2014 그릇 나눠먹기´ 행사가 진행된다. 눈꽃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대관령 대표 음식인 황태해장국 2014 그릇을 무료로 제공한다. 셋째, 한겨울의 알몸축제, 대관령 알몸마라톤대회가 부활된다. 눈쌓인 산하를 배경으로 웃옷을 벗은 채, 해발 700m의 고원도시 평창을 달리는 색다른 경기.10㎞,5㎞ 구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넷째, 박진감 넘치는 스노 카레이싱대회가 열린다. 눈과 얼음 트랙을 미끄러지며 질주하는 차량들의 경주가 색다른 볼거리가 될 듯.A6(1500㏄ 미만),A7(2000㏄ 이상) 경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하얀 눈속에서 펼쳐지는 레이싱걸들의 응원열기도 볼 만할 듯. 이밖에 대형 얼음무대에서 펼쳐지는 비보이 공연, 전통 눈썰매와 소발구 체험, 그리고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스노래프팅과 스노모빌 체험 등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색다른 행사들이 알차게 준비돼 있다. 평창군 문화관광과 (033)330-2762, 대관령눈꽃축제위원회 (033)336-6112.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노대통령-김근태 의장, 날선 대립…끊긴 소통

    노대통령-김근태 의장, 날선 대립…끊긴 소통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간 정계개편을 둘러싼 날선 대립 속에 최근 당·청간의 소통이 사실상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의 감정대결로까지 비쳐진다. 현재 청와대는 당측과의 만남을 시도하지만 여의치 않다는 후문이다. 당·청간의 핵심 연결고리 즉, 정무 역할을 맡은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 의장과 직접 접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비서실장은 최근 김 의장에게 노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비서실장은 지난 4일 노 대통령의 ‘당원에게 드리는 편지’에 대해 김 의장에게 전화로 설명하려 했으나 통화조차 못했다. 결국 청와대 정무팀장인 정태호 비서관이 ‘편지’를 전달했다. 당시 김 의장 측의 반응은 ‘비서실장도 아닌 비서관이’라는 식의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김 의장 측은 소통 단절의 1차 요인은 노 대통령의 이른바 ‘치고 어르기’로 꼽고 있다. 면담을 요청하면 거부하고, 사전 협의도 없이 불쑥 청와대의 입장을 밝혀 ‘뒤통수’를 친 뒤 ‘천연덕스럽게’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의 당 지도부 만찬을 거절한 데도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는 듯싶다. 김 의장 측의 이 비서실장에 대한 불만도 만만찮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1일 정계개편과 관련, 당을 겨냥해 이 비서실장이 ‘개별적 정치 입지를 위해 대통령과의 구시대적 차별화 전략’이라고 비판한 사실을 들고 있다. 한마디로 “노골적으로 집권 여당 의장을 자기 정치하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당사자와 무슨 대화가 가능하냐.”는 입장이다. 청와대 안에서도 당·청간의 정무기능에 대한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실무적인 소통’만으로는 노 대통령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만남을 통한 대화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계파별 면담은 정치적 억측만 낳을 가능성이 커 자제하고 있다.”면서 “가급적 당 지도부를 만나 대통령의 의중과 당의 입장을 서로 교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사실 당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해 일이 꼬인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만나서 표정과 감정만 읽어도 상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월6일 이후 당 지도부와의 그럴싸한 간담회를 갖지 못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오는 오는 13일 이후 당 지도부를 초청, 현안을 논의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황영기행장 ‘입’보면 은행권 판도 보인다

    황영기행장 ‘입’보면 은행권 판도 보인다

    지난해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현장. 한 국회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에게 “다른 시중은행장은 안 그런데 황 행장은 시중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많이 나돕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황 행장은 “월례조회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응수했다. 국민, 신한, 우리, 기업은행은 매월 행장 월례조회를 공개적으로 실시한다. 그런데 황 행장 스스로가 인정했듯이 우리은행의 월례조회는 좀 특별하다. 다른 은행장들은 대부분 자기 은행의 현안에 대해서만 얘기할 뿐, 경쟁 은행에 대한 언급은 삼간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황 행장은 수치를 들이대며 다른 은행과 곧잘 비교한다. 영업 방향도 목표치를 제시하며 확실하게 주지시킨다. 지난 1월 월례조회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경쟁 은행들을 겨냥해 제기한 ‘토종은행론’은 은행간 갑론을박이 치열해져 금융감독원이 자제시키기까지 했다. 특정 은행이 행명을 문제삼자 월례조회를 통해 “우리 등에 칼을 대면 우리도 뒤통수를 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은행권 판도가 한눈에 8일 열린 11월 월례조회에서도 황 행장은 다소 민감한 사안까지 경쟁 은행과 비교했다. 황 행장은 우리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설명하면서 “8월말 기준으로 광고비를 가장 많이 쓴 은행이 156억원이고, 그다음이 151억원,65억원이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22억원밖에 쓰지 않았지만 올해 두각을 나타낸 브랜드로 뽑혔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은행간 자산 규모도 확실하게 비교했다. 황 행장은 “신탁계정까지 포함하면 우리은행이 1등”이라면서 “우리금융 221조원, 국민은행 217조원, 신한금융 200조원, 하나금융 125조원”이라고 밝혔다. 영업 방향 제시도 구체적이다. 황 행장은 이날 “상반기 대대적인 영업 공세로 자산, 점포, 고객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이제 성장보다는 수익성을 업계 최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 황 행장은 비이자수익 증가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황 행장은 또 “정부의 부동산가격 억제, 북핵 위기,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됐다.“면서 “이런 상황을 감안해 내년도 영업전략을 짜겠다.”고 밝혔다. 황 행장의 말대로라면 내년에는 은행들이 성장보다는 수익성에 경영의 초첨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황 행장이 지난 2월 제시한 ‘자산 30조원 증가 및 점포 100개 신설’은 은행간 대출 및 점포 설립 경쟁을 심화시키는 기폭제였다. 지난여름 황 행장의 신용카드 확대 전략이 나온 뒤부터는 상상을 초월하는 카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3·4분기 실적발표 결과 전통적인 수익기반인 이자수익이 점차 줄어들자 황 행장은 ‘비이자수익 증대’를 들고 나왔다. 조만간 방카슈랑스 등을 둘러싼 치열한 수수료 수입 경쟁이 예고된 셈이다. ●평가는 엇갈려 ‘검투사’로 불리는 황 행장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에 대해 우리은행 직원들은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한다. 한 임원은 “행장이 구체적인 수치를 들이대며 경쟁은행과 맞설 것을 독려하는데 직원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지점의 영업직원은 “행장의 월례조회를 보면 은행권 판도와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인다.”면서 “신생은행들에 비해 점잖게 영업했던 직원들의 마인드가 몰라보게 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쟁 은행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자기 은행을 부각시키기 위해 공개적으로 다른 은행을 깎아 내리는 듯한 비교는 은행 최고경영자(CEO)로서 그리 훌륭한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황 행장의 말을 들으면 우리은행만 일하고, 다른 은행은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다른 은행들도 우리은행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자료를 들이대며 비교할 수 있지만 상도의상 참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젊은 작가 박형서 두번째 소설집 ‘자정의 픽션’

    ‘소설은 허구다.’ 너무나 당연해 깜박 잊고 있었던 이 정의가 박형서(34)의 두번째 소설집 ‘자정의 픽션’(문학과지성사)을 읽고 나면 불현듯 뒤통수를 후려친다. 하긴 실화소설이 아닌 한 모든 소설은 픽션인데 굳이 책 제목에까지 끌어다 쓴 걸 보면 조짐이 예사롭진 않다. 책에 실린 8편의 단편은 말 그대로 작가가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다. 그런데 보통의 소설이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일어날 법한 일을 서술하는 데 비해 박형서의 소설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아니 가능성 따윈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200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첫 소설집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2003)에서 기괴하고, 극단적인 상상력으로 주목받았던 이 젊은 작가는 한층 과격한 상상력에다 걷잡을 수 없는 유머까지 보탰다.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의뭉스러운 패러디이고, 다른 하나는 편집증적인 서사다. 전자에 해당하는 작품이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음란성 연구’와 ‘논쟁의 기술’이다.‘「사랑손님과 어머니」’는 주요섭의 소설이 사실은 음란물이라는 주장을 밝히는 연구 논문 형태의 패러디 소설이다.‘달걀’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사랑손님이 사랑한 대상이 옥희어머니가 아니라 실은 옥희였음을 주장하는 소설 속 가설은 황당하지만 세세하고 면밀한 논증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고개가 끄덕여진다.‘논쟁의 기술’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논쟁을 말싸움의 차원으로 끌어내려 그 말싸움에서 승리하는 법을 알려준다.‘은근히 겁주기’‘무시하기’‘얄밉게 웃기’‘딴청 부리기’등 단계별로 제시된 유쾌한 대응법에 폭소가 터진다. 반면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자해를 일삼는 아이의 이야기인 ‘물속의 아이’, 무료함에 지쳐 스스로 성기를 잘라내는 엽기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존재, 혹은 고통따위의 시시하기 짝이 없는 것들’은 편집증적인 서사의 예를 보여준다. 이쯤되면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평론가 김형중에 따르면 박형서의 소설은 “소설의 ‘진정한 가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개연성’이란 손톱만큼도 없으며 오로지 유쾌할 뿐”이다. 현실을 환기하거나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허구의 이야기를 제시해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 이를 통해 작가는 소설의 존재 형식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소설의 영역을 제멋대로 허무는 그의 소설이 누군가에겐 재밌고, 유쾌하지만 누군가에겐 낯설고,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잣대로든 섣불리 그의 소설을 규정하는 일만큼은 피해야 할 듯싶다.‘(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첫 구절에서 작가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말이다.“멋진 문학 작품의 의미가 왜곡되거나 편협한 해석만이 유령처럼 배회할 때 작가가 느끼는 고통은 가늠하기 어렵다. 정확한 의도를 짚어내는 것이 힘들다면 가능한 한 다양한 담론을 생산해야 할 필요성이 그래서 존재한다.(135쪽)” 1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北 6자회담 복귀] 맥빠진 일본 힘받은 중국

    [北 6자회담 복귀] 맥빠진 일본 힘받은 중국

    |베이징 이지운특파원|‘6자 테이블’이 1년여 만에 다시 차려졌으나 그간 손님들의 처지와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우선 호스트 격인 중국은 자신감이 넘쳐보인다.2차 핵실험을 막아내는 성과를 보여줬다. 한때 중국 내부에서조차 ‘사망 진단’이 거론된 6자회담 테이블을 다시 차려낸 공로가 크다. 이 때문에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입김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늘 의심의 눈초리만 보내던 미국으로부터 인정도 받고 사이도 한층 좋아졌다.“이번 합의가 중국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한 AP통신 등 외신들의 반응도 반갑다. 물론 상처도 있다. 미사일 발사에 이어진 핵실험으로 북한에 연달아 뒤통수를 맞으며 자존심에 큰 상흔을 남겼다. 미국은 일단 상황 관리에 실패했다는 점이 손실이다. 북핵 실험을 막지 못했다. 핵 비확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정치적 부담이 뼈아프다. 대신 대북 유엔 제재결의안이 손에 남았다. 언제든 ‘조커’로 만지작거릴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어쨌거나 ‘핵 실험’을 챙겼다. 경색 국면을 흔들며 세계에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핵실험이라는 ‘최종 카드’까지 소진했다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목에 둘린 사슬이 더 옥죄오는 상황을 자초했다.‘큰형’ 중국을 궁지에 몰면서 나빠진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그럼에도 6자회담 복귀와 함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계좌를 풀 단초도 마련, 실리와 명분 모두를 챙길 여지가 넓어졌다. 북핵 실험 국면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냈던 일본은 갑작스러운 국면 전환으로 맥이 빠지게 됐다. 북핵 실험의 최대 피해국의 하나이면서 자신들의 의사를 제대로 관철하지 못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에는 유엔 안보리에 재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려다 중국의 외교전에 막혀 ‘결의 1695호’로 주저앉는 수모를 겪었다.“핵 개발 완전 포기 때까지 계속 제재는 유효하다.”는 말로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종 팔짱만 낀 ‘관찰자’의 위치 언저리에서 손익을 셈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다만 북한이 일을 내기 전에 중국보다 러시아에 먼저 통보했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은 제재와 대화 사이를 오가다 ‘주체적’ 위치를 찾지 못한 측면이 크다. 역할이 제한적임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교체라는 결과를 낳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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