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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아 모두 잃은 30대 네 아이 엄마, 틀니로 미모 회복

    치아 모두 잃은 30대 네 아이 엄마, 틀니로 미모 회복

    네 명의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동안 치아를 모두 잃어버린 여성이 틀니로 미모를 회복했다. 알리시아(36)란 이름의 여성은 틱톡을 통해 충치와 임신으로 치아를 모두 잃었다가 틀니로 얼굴이 변화하는 과정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알리시아는 치아 문제가 있는 젊은이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의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치아가 완전히 없는 할머니같은 모습에서 진주처럼 하얀 색깔의 의치를 끼우고 화장을 한 뒤 공주같이 변하는 모습은 치아 문제로 위축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그는 네 번의 임신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치아 문제를 겪었고 치료도 받았다. 알리시아는 “일단 치아 문제에 있어 어느 수준에 이르면 나아질 것이란 생각을 하지못하고 그저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운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형편없는 치아를 가졌을 뿐이고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알리시아는 자랄 때는 앞니 하나가 조금 작은 것을 빼면 아무런 치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21살 때 첫 아이를 임신하자 치통이 찾아왔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녀는 임신이 몸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첫 아이의 임신과 출산으로 두 개의 앞니가 부러졌고, 알리시아는 부분적으로 의치를 끼웠다. 당시에 감정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 알리시아는 특히 남편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남편은 완벽한 이를 가진 여성과 결혼했는데 바로 다음해 앞니가 없는 아내와 살아야 했으니 말이다. 31살까지 네 명의 아이를 낳은 알리시아는 이제 30대 중반이 되었고, 치아 문제는 더 악화되어 다양한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돈 문제로 모든 치아 치료를 다 받을 수도 없었다. 둘째 아이를 낳고 치과에 갔을 때는 인생이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알리시아는 클립으로 끼우는 의치를 개발한 치과의사를 만나 약 5년에 걸쳐 1만 6900달러(1920만원)을 내고 완벽한 치아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치과 전문가들은 임신한 여성들이 칫솔질을 하면 입덧으로 인한 메스꺼움이 더 심해지는 경향 때문에 치아 관리가 부실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알리시아는 유전적으로 부실한 데다 치과를 가기 싫어한 탓에 충치가 심해졌다며 임신 중에는 칼슘 보조제를 먹으라고 권유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두딸과 살고 있는데”… 경매집행관이 숨진 60대 부부 발견

    “두딸과 살고 있는데”… 경매집행관이 숨진 60대 부부 발견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집을 방문한 경매집행관이 숨진 60대 A씨 부부를 발견하고 신고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A씨 부부는 슬하에 3명의 딸이 있는데 큰 딸은 다른 곳에 거주하고 둘째·셋째 딸과 함께 살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시흥시 정왕동의 한 아파트에서 60대인 A씨 부부가 숨진 채 발견돼 수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부부는 지난 22일 오전 10시 50분쯤 A씨 부부 집을 찾은 경매 집행관에 의해 발견됐다. 경매 집행관이 초인종을 누르자 딸이 문을 열어줬고, 각각 거실과 안방에서 누운 채로 숨져 있는 A씨와 그의 아내를 보고 집행관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A씨 부부 시신을 수습하고 부부와 함께 살던 30대와 20대 두 딸을 조사하고 있다. 막내딸은 경찰이 대화를 시도했으나 정상적인 대화가 안되는 상황이어서 관련 기관에 정상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둘째 딸은 경찰에서 “부모님이 평소에 지병을 앓고 있었다”며 “갑자기 돌아가신 게 믿기지 않아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부부의 집이 얼마 전 경매에 넘어가 경매 집행관이 집을 방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시신 상태가 외력에 의한 타살흔적이 없어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부검을 통해 자세한 사망 시점과 경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광주시, 출생축하금 확대 등 보육 지원 강화

    광주시가 출생 축하금을 확대하고 여성 가족 복합센터도 건립하는 등 여성·보육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23일 시에 따르면 여성·가족·아동을 위한 5대 분야,23개 누리 정책을 발표했다. 시는 1012개 어린이집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CCTV가 적절하게 설치돼 작동하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정상적으로 관리 중인 어린이집에는 반별로 5만원씩 ‘안심 보육비’를 지원한다. 1인당 하루 2415원인 어린이집 급식비도 점진적으로 유치원(2700원)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다. 올해부터 100만원씩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출생 축하금을 시의회와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는 둘째 150만원,셋째 이상 200만원 등으로 차등 지급할 방침이다. 혼인 신고일 기준 7년 이내 무주택 신혼부부에게는 주택 도시기금 전세자금 대출이자를 최대 1%까지 2년간 지원한다. 여성계 숙원인 가칭 여성 가족 복합센터,인공지능(AI) 기반 어린이 상상 놀이터 등 건립도 추진한다. 결식 우려 아동 급식비를 1식 5000원에서 6000원으로,시설에서 독립하는 보호 종료 아동 자립 정착금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상한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여성이 존중받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열린세상] ‘그린 인프라’의 슬기로운 활용법/안소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그린 인프라’의 슬기로운 활용법/안소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용어보다 ‘기후위기’라는 말에 더 익숙한 세상에 살고 있다. 어느 날은 습하고 온도가 높아 잠을 설치다가도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늘한 바람이 분다. 봄은 언제 왔다 가는지, 가을이 있기는 한 건지 잘 모르겠다. 어느 해는 폭염, 어느 해는 한파, 또 어느 해는 홍수로 매해 유형을 달리하는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은 대응할 능력이 없다. 그렇다. 이 정도면 ‘기후위기’라 할 만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20년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은 다음과 같은 5대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첫째 깨끗하게 생산된 전기·수소의 활용 확대, 둘째 에너지 효율의 혁신적인 향상, 셋째 탄소 제거 등 미래 기술의 상용화, 넷째 순환경제 확대로 산업의 지속가능성 제고, 다섯째 탄소흡수 수단 강화. 열거한 5대 기본 방향 중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마지막의 탄소흡수 수단 강화였는데, 내용인즉 우리나라 면적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을 탄소흡수원의 기반으로 삼고 조림활동(신규조림, 재조림)과 산림경영 활동을 통해 탄소흡수 능력을 최대화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도시숲과 같은 생활권 녹지 조성, 주요 생태축 복원, 한계 농지와 같은 유휴 토지에 조림 등이 포함돼 있다. 나는 곧 ‘그린 인프라’라는 용어를 떠올렸다. 그린 인프라는 ‘그레이 인프라’와 대척점에 있는 개념으로 비교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그레이 인프라는 경제활동의 기반을 제공하는 콘크리트 구조물 위주의 기초시설을 의미하는데, 도로ㆍ철도ㆍ항만과 같은 교통기반시설과 함께 상업지구, 공업지구 등이 포함된다. 콘크리트의 회색 이미지를 입힌 용어라 하겠다. 반면 그린 인프라는 산림, 습지, 하천, 해양과 같은 자연생태계는 물론이고 도시숲, 옥상정원, 가로수 등과 같이 도시계획과 연동된 우리 주변의 녹지 공간을 포함하는 녹색 기반시설로 정의된다. 그린 인프라는 기존 경제성장 위주의 시스템에 대한 대안, 특히 기후위기 및 인구의 도시 집중으로 인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자연생태계에서 찾고자 하는 노력이다. 또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을 중심으로 확장돼 온 자연기반해법(NbSㆍNature based Solution)의 중심에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레이 인프라가 경제성장이라는 단일 목적을 지향하며 단일 기능을 중요시 했다면, 그린 인프라는 생태계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에 근거한 다목적 다기능을 추구한다. 일종의 패키지 딜인 셈이다. 기후위기 해법으로 그린 인프라를 생각한다면 슬기로운 활용법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탄소흡수 수단 확대 정책을 지지하지만, 그린 인프라, 즉 산림을, 습지를, 도시숲을 탄소흡수원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의 문제의식은 탄소중립이라는 단일 목적으로 그린 인프라를 활용하고자 하는 건 경제성장을 단일 목적으로 하여 그레이 인프라에 의존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대표적인 그린 인프라에 해당하는 도시숲은 기후 조절을 통해 더워진 도시의 열을 식혀 주고,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해 맑은 공기를 제공해 주고, 도시 소음을 막아 주고, 지친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탄소도 흡수한다. 탄소흡수 기능은 도시숲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의 하나일 뿐이다. 도시 내에서는 공원, 가로수, 옥상공원과 같은 소규모 녹지를 공간구조와 연계함으로써 탄소흡수를 포함한 복합적인 다기능을 추구할 수 있다. 그린 인프라를 탄소흡수원 확대 방안으로서만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린 인프라를 정책 도구로 활용하려면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인류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이는 통합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의 정책 설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생태학자는 아니지만 자연을 관찰하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다양성’의 아름다움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의 풍요로움이라 생각한다. 이제 정부의 정책도 생태계의 다양성을, 다기능을 품을 수 있으면 하고 바라 본다.
  • 반철환 하사, 전원식 일병, 손중철 일병, 편히 잠드소서

    반철환 하사, 전원식 일병, 손중철 일병, 편히 잠드소서

    육군은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반철환 하사 등 6·25전쟁 전사자 유해 3위의 합동안장식을 거행했다. 2016년 강원 인제군 무명고지에서 발굴된 반 하사와 2015년 경기 가평군에서 발굴된 전원식 일병, 2009년 경북 포항시 수석봉에서 발굴된 손중철 일병이 안장됐다. 전사자 신원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진행한 유전자(DNA) 시료 채취에 참여한 유족들의 DNA 정보로 확인됐다. 반 하사는 1951년 3월 27세의 나이로 둘째를 임신한 아내를 뒤로한 채 참전했다. 같은 해 8월 막내딸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인제군 일대에서 벌어진 노전평 전투에서 전사했다. 전 일병은 1951년 2월, 26세의 나이로 아내와 두 살배기 딸을 두고 참전했으며 경기 가평지구 전투에서 숨졌다. 손 일병은 1950년 11월 20세의 나이로 결혼한 뒤 1년여 만에 아내와 어린 아들을 두고 입대해 포항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반 하사의 막내딸 반경아(71)씨는 “어려서부터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이제) 아버지가 있다고, 나라를 위해 돌아가셨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8’…도쿄올림픽 우승의 꿈! 김학범 감독의 ‘너무나 아픈 뺄셈’

    ‘-8’…도쿄올림픽 우승의 꿈! 김학범 감독의 ‘너무나 아픈 뺄셈’

    23명 가운데 8명은 짐을 싼다. 2020 도쿄올림픽을 꿈꾸는 태극전사들 얘기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23명이 22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돼 마지막 옥석가리기에 돌입했다. 이들은 와일드카드 3장을 제외한 15장 뿐인 도쿄행 티켓을 따내기 위해 ‘생존율 65%’의 최후 경쟁에 나선다. 김 감독은 지난 5월 말부터 이달 16일까지 제주에서 진행된 1차 소집 훈련에 합류한 30명 증 21명에게 2차 소집 참가 자격을 줬다. 여기에 김대원(강원FC)과 송민규(포항 스틸러스)를 합쳐 23명으로 2차 소집 명단을 꾸렸다. 그는 제주 1차 훈련과 두 차례의 가나 평가전을 거친 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에 힘을 보탠 이승우(신트트라위던)를 비롯해 백승호(전북 현대)와 조규성, 오세훈(이상 김천 상무)까지 2차 소집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날 훈련을 앞두고 김 감독은 “힘들었다. 다 자식 같은 선수들이다. 낙오시켜 마음이 아팠다”면서 “그러나 올림픽은 적은 인원으로 치러내야 한다. 불가피했다. 그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2차 훈련은 지옥의 레이스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김 감독은 “실력으로 (당락을) 판가름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검증받았기 때문에 실력보다는 첫째로 체력, 둘째는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정신 자세를 눈여겨 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감독 말대로 23명은 자신의 포지션을 잘 소화하는 건 물론, 풀타임을 뛸 체력과 멀티플레이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최종 18명 인원으로는 전 포지션을 주전과 백업 자원으로 중복 배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발로 나서면 전술이나 부상 등의 이유로 교체되지 않는 이상 풀타임 체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다른 포지션까지 소화하는 멀티플레이 능력도 돌발 변수를 감안한 필수 요소다. 체력 단련으로 시작한 이날 첫 훈련은 가벼운 공 뺏기에 이어 페널티킥 연습으로 마무리됐다. 김 감독은 와일드카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스트라이커, 미드필더, 수비수 각 1명씩 뽑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트라이커는 사실상 황의조(보르도)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와일드카드 선별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라 누구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지옥 훈련을 감내할 선수들의 각오도 단단하다. 가나 평가전에서 골맛을 본 이동준(울산 현대)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올림픽을 가기 위한 과정이다. 끝까지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차 소집 땐 부상으로 빠졌던 김대원도 “부상은 더는 없다. 감독님의 마지막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18명의 도쿄올림픽 최종 명단은 오는 30일 발표된다. 대회 기간 부상에 대비한 예비 명단 4명도 뽑는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시론] 반복되는 최저임금 갈등의 해법/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시론] 반복되는 최저임금 갈등의 해법/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수요가 오르면 가격은 내린다. 이 정도 경제 원리는 누구나 안다. 그런데 이것을 노동시장에서 다루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노동 가격의 인상이 가져올 효과가 늘 쟁점이 된다. 공급자와 수요자, 시장과 제도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수요자가 노동을 구매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인력이 남아돌아도 임금을 줄 능력이 없으면 고용도 없다는 얘기다. 강제로 가격을 올리면 고용주는 어떻게 할까. 반응은 간단하다. 사업을 계속하려면 법을 지켜서 종업원을 만족시켜야 한다. 오른 임금대로 지급할 능력이 없으면 종업원을 줄여 보고, 그마저도 어려우면 사업을 접는다. 여기에 분명한 게 또 있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시장은 늘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노동이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잡코리아, 알바천국, 알바몬, 일당백 포털에는 연봉과 시급이 제시되고 인력의 수급이 실시간으로 결정된다. 값을 적게 부르는 사업주는 일감이 밀려도 일할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 시장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거래 조건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장에는 늘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대부분 불평등한 계약과 불이행 때문이다. 최저임금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도가 더 필요한 곳은 권익을 보호할 노조가 없거나 대등한 임금 교섭이 어려운 사업장이다. 불리한 공급자 측에 노동의 최소가격은 보장해야 한다. 임금의 최저한도를 국가가 법으로 정하는 이유다. 근로자의 권익이 지켜지는 대기업과 공기업, 연봉을 많이 받는 업종, 잘나가는 사업장의 얘기가 아니다.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보장받지 못하는 근로자,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업주에게 필요한 법이다. 본래의 취지와 핵심을 벗어난 논란으로 노사 간의 갈등이 반복되는 게 문제다. 논란의 핵심인 쟁점들을 분명히 하면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 갈등은 풀릴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적정한 수준일까. 외국의 수준과 비교해 판단하면 된다. 한국은 중위임금 대비 6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개국 가운데 6위다. 현 정부 들어 주요 7개국(G7) 평균의 3.2배만큼 가파르게 올랐다. 최근 4년간의 누적 인상률은 34.8%,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8720원이다. 여기에다 다른 나라엔 없는 주휴수당을 더하면 최저시급은 1만 464원이 된다. 일본이나 미국보다 높다. 대부분 OECD 국가에서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상여금과 숙박비를 제대로 반영하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받는 실질 최저임금은 더 올라간다. 지금 근로자 7명 가운데 1명이나 최저임금을 못 받는 이유다. 2020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이 2.87%로 예년보다 낮았는데도 최저임금 미만율이 15.6%로 여전히 높은 것은 우리 노동시장의 수용성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라는 경총의 설명에 그래서 수긍이 간다. 인상이 계속된다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고용주가 더 늘어날 게 뻔하다. 둘째,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날까. 2019년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는 전년보다 11만 4000명이 줄어 최근 5년 내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자 종업원을 내보냈거나 사업을 포기하고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저임금 일자리부터 사라진 것이다. 상위소득자와 하위소득자의 격차도 더 커진 이유다. 단순·반복 업무가 기계로 대체되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서 노동의 가격 상승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한 것이다. 잘해 보자고 했던 일이 거꾸로 된 결과다. 셋째, 노동계는 최저임금 근로자들의 권익에 충실한 대리인인가. 코로나19로 밀렸던 최저임금 인상까지 주장하기보단 사업장이 처한 엄중한 현실부터 생각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지금 일자리가 불안한 영세사업장의 근로자, 사업장의 존폐를 고민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겐 미래의 불확실성만 보태는 일이다. 노조 가입률이 0.1%에 불과한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노조 가입률 10%에 불과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대신하는 일이라면 이들의 일자리부터 지켜 줘야 한다. 최저임금의 갈등은 지금처럼 대립하는 방식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지킬 수 있는 수준이라야 최저임금도 일자리도 모두 지킬 수 있다. 산업별, 지역별로 최저임금의 수준을 정해 갈등을 없앤 외국의 사례를 그래서 주목해야 한다.
  • [기고] 신개념 하천기본계획이 필요하다/오윤근 유신 부사장

    [기고] 신개념 하천기본계획이 필요하다/오윤근 유신 부사장

    2022년은 우리나라 물관리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는 원년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하천관리 일원화로 27년간 논의돼 온 숙원 사업인 통합 물관리의 완성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하천 관리의 일원화는 오랜 기간 단절된 댐과 하천을 연결해 유역 내 물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인자의 통합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유역 차원의 물 문제가 국가 정책으로 연계된다면 진정한 통합 물관리의 실현을 앞당길 것이다. 이에 필자는 물관리의 기본 단위인 유역의 통합 물관리 성공을 위한 몇 가지 하천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관련 법령의 정비와 연계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특히 수자원법(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등)과 하천법(하천기본계획) 간 연계가 필수적이다. 또 통합 물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수자원 이외의 환경 법령과 계획 등의 연계도 필요하다. 둘째, ‘댐 유역 관리’와 댐 상·하류 유역에 대한 ‘하천기본계획’을 접목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천 본래의 기능과 특성을 고려한 하천 정비는 기본으로 하되 치수 안전성 확보와 생태·문화·하천환경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수계별·지역별 특성과 지역 발전 전략을 종합한 유역 맞춤형 하천 정비를 필히 추진해야 한다. 셋째, 치수(治水) 경제성 평가의 개선이다. 치수란 하천, 호수를 잘 다스려 범람을 막고 관개용 물의 편리를 꾀하는 것을 뜻한다. 사업 시행의 효과는 여러 영역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기존 치수 중심의 평가는 한계가 있다. 유역 통합에 따른 다양한 효과를 분석하려면 새로운 변화에 걸맞은 정성적·정량적 분석 기법을 제시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넷째, 시설물 유지 관리 강화를 위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댐과 하천을 연계한 스마트한 유역 통합 물관리 시스템을 준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다섯째, 다양한 수행 주체들의 상호 이해와 협조를 통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특히 민관 협력이 무엇보다 핵심이다. 정부는 통합 물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민간은 물관리 조사·정보체계 점검, 전문인력 육성 등에 앞장서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와 가뭄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진일보한 하천기본계획으로 댐과 하천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효과적인 재난대응 체계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 정치권 거센 변화 바람… 새 정치는 세대교체 넘어선 미래비전

    정치권 거센 변화 바람… 새 정치는 세대교체 넘어선 미래비전

    ‘이준석 돌풍’ 정권교체 위한 특별한 현상민주, 변수 극복해야 ‘개혁시대’ 연장 가능미래로 나아갈 철학·비전 제시가 새 정치 李 ‘박근혜 탄핵 수용’ 변화를 위한 첫걸음거친 공정 담론은 능력만능주의 비판도육아·일자리 등 힘겨운 일상 해결해 줘야 한반도 평화·통일이 우리의 시대정신공정과 정의는 핵심 가치이자 원동력이제 새 정치 구상 요구 ‘민주당의 시간’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지금은 강풍이지만 태풍이 될 수도 있다. 지난 4~5년간의 변화를 돌아보면 그 폭을 실감할 수 있다.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 사이에 촛불혁명이 있었다. 그 바탕 위에서 대통령선거로 정권이 교체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석권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3명이 미투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건이 있었고 2021년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참패했다. 선거 아닌 변화도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를 계기로 조국 사태가 시작됐고 검찰개혁이 엄청난 화두로 부각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윤석열은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대선후보 반열에 올랐다. 대선 국면의 초입에서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무난하게 치렀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돌풍이 엄청난 세대교체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혁신으로 확산돼야 한국정치 발전 촛불도 정치다. 용법이 불편하지 않다면 ‘거리의 정치’라는 지위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촛불정치가 최소 10년으로 예약된 새누리당의 권력을 9년으로 단축해 민주당에 넘겨주었다. 민주당은 이 권력을 이용해서 김대중과 노무현의 시대를 문재인의 시대로 연장해 개혁의 시대를 열었다. 이 개혁의 시대가 다시 연장될 수 있을까? 무수히 많은 변수가 개입될 것이다. 그중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민주당이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유리한 정치지형이 만들어졌다.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에서 정권 말기의 레임덕 사태를 완화시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4·27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참패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배경이다. 부동산 폭등과 담당자들의 부동산 투기 개입이 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 불신이 재보선을 강타했고 대선에까지 연장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상황이 대선 균형추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둘째, 민주당은 안정감 있는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이 앞장서고 그 뒤를 박용진, 이광재, 양승조, 최문순이 뒤따르고 추미애도 출마를 선언했다. 김두관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는 유승민, 원희룡 정도에 하태경의 출마가 예고됐다. 문제는 주목받는 윤석열, 최재형, 안철수가 당 바깥에 있다는 점이다. 복당신청서를 낸 홍준표도 아직은 무소속이다. 조만간 양당의 후보군이 정돈되겠지만, 민주당은 안정적 정체 상태이고 국민의힘은 가변적인 불안정 상태에 있다. 셋째, 국회 의석수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도하지만 정당 지지율에서는 두 당이 우열 없는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대표의 세대교체로 국민의힘에 유리한 정치 환경이 만들어졌다. 국민의힘은 재보선 승리와 전당대회의 세대교체 돌풍의 여세를 몰아 장외 대선 후보들을 당내로 영입해 경선을 진행한다는 구상을 추진할 것이다. 민주당의 의석수에 국민의힘의 바람이 도전장을 내민 상황에서 민주당의 대응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당 대표 한 명 교체로 혁신의 힘 발휘될까 대선 국면 초입을 장식한 이준석 돌풍이란 무엇일까? 이준석의 당대표 선출은 특별한 현상이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서른여섯 살 당대표도 이례적이지만 보수정당의 파격적인 세대교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준석 아닌 다른 사람으로는 대선 전망이 없다는 판단 때문에 정권교체를 위한 당의 전략적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준석의 당대표 선출을 세대교체라는 용어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세대교 체가 낡은 구세대에서 젊고 새로운 신세대로의 교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젊은 당대표 선출은 세대교체의 증거가 된다. 그러나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당원의 변화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당대표 한 명의 교체를 정당의 세대교체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할까? 대표의 교체가 다른 어떤 교체보다도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당의 본류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세대교체의 명분을 무엇으로 삼아 어떻게 혁신의 힘을 발휘할지 궁금하다. 우리 정치에서 세대교체를 강조하는 이유는 낡은 정치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고픈 열망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대교체는 필연적으로 새 정치를 내포한다. 새 정치라는 개념은 새정치국민회의, 새정치민주연합 등 오랫동안 야당의 것이었고 지난 10년간은 안철수의 것이었다. 그러나 안철수는 새 정치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고 새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 주지도 못했다. 이제 새 정치는 이준석의 것이 됐고 이준석이 보여 주어야 할 때가 됐다. 과연 새 정치란 무엇일까? 모든 현상이 형식과 내용으로 정의되듯 새 정치 담론 역시 형식에 해당하는 정치제도와 정치 방식, 내용에 해당하는 정치적 비전과 목표에 의해 정의될 수 있다. 전자는 권위주의적이고 과두제적이며 지역주의적이고 금권적인 낡은 정치 방식을 벗어나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참여적인 새로운 정치를 말하는 것이고, 후자는 이 시대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로 나아갈 철학과 비전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1987년 6월항쟁 이후 우리는 정치 방식을 많이 바꾸었다. 특히 2000년을 전후한 시점에서 낙선운동과 반부패운동을 계기로 정치의 틀이 크게 바뀌었다. 익숙했던 ‘배바지 정치’도 이제는 추억이 됐다. 반복된 세대교체와 온라인 정치의 효과도 크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새 정치는 정치제도나 정치 방식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여야 할 것이며 세대교체를 표상하는 이준석의 새 정치도 이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박근혜 탄핵을 수용하는 파격적 변화를 이끌었고 취임 후에는 당 차원에서 광주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탄핵 문제를 거론하는 것으로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은 사실이다. 분단에 근거한 반공보수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사실이다. 반대로 미국식 경험에 편중된 이준석의 거친 공정 담론이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과 배치되는 능력만능주의라는 비판은 앞으로 새로운 논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세대교체가 담아야 할 새 정치의 미래비전은 무엇이어야 할까? 나는 다른 글에서 “불공정을 바로잡는 공정성, 비정상을 혁파하는 정상화, 막힌 곳을 뚫어 주는 소통, 새로운 시각으로 미래를 지향하는 진보성, 사회적 만족을 추구하는 국민 행복의 다섯 가지”를 강조한 바 있다. 경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출산과 육아, 교육, 일자리, 주거, 결혼 등 일상적인 삶의 문제들이 여전히 힘겨운 이 상황을 해결해 주는 정치가 바로 새 정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與野 혁신경쟁 과정에서 ‘미래’ 만들어져 새 정치의 미래비전은 시대정신으로 표상된다. 과거 민족의 독립, 해방과 통일정부 수립, 경제성장, 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를 가슴 뛰게 하고 우리를 단결시킬 시대정신은 무엇이어야 할까? 당연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우리의 시대정신이 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민주주의와 경제성장과 복지를 더 높은 단계로 완성하고, 이것을 발판으로 세계와 협력하는 정상국가로 거듭나는 비전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정과 정의는 시대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가치이자 원동력이 된다. 이제 이준석 세대교체의 대응으로 ‘민주당의 시간’이 왔다. 민주당에도 새 정치의 구상이 요구된다. 국민의힘에서 나타난 세대교체의 돌풍이 민주당 안에서 더 큰 혁신으로 나타나야 새 정치의 태풍이 만들어지고 시대정신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비전이 창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야당과 여당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혁신 경쟁을 하는 과정이 새 정치의 모습이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만들어질 것이다. 상지대 총장
  • [In&Out] 도쿄올림픽을 넘어 우리의 올림픽으로/김도균 한국체육학회 회장

    [In&Out] 도쿄올림픽을 넘어 우리의 올림픽으로/김도균 한국체육학회 회장

    도쿄 올림픽 개막 시계는 째깍째깍 움직이고 있는데 코로나19와 정치·경제·사회 문제로 일본은 참 불행하기만 하다. 1896년 첫 올림픽 이후 1914, 1940, 1944년 대회가 전쟁으로 취소됐고 1년 미뤄져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취소와 연기의 흑역사에 일본이 모두 포함돼 있다. 도쿄올림픽은 전 세계인들이 기다려 온 최고 스포츠 무대인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단절된 지구를 단번에 연결시킬 수 있는 최고의 시험장으로 평가받는 자리가 됐다. 성공하면 코로나19 종식 모델이, 실패하면 감염의 본산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도쿄올림픽에 대해 국민들이 염려하는 여러 악재들이 있지만 최근 독도 문제로 보이콧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한 것에 항의한 한국 정부와 대한체육회에 보여 준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행동은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 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일본의 행동과 이를 제재하지 않는 IOC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우리가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는 것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첫째, 올림픽 평화 정신을 우리 스스로 위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화합과 전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하나 된 열정, 평화와 번영으로’라는 기치를 내거는 등 한반도에서 열린 두 대회 모두 평화를 실천했다. 잘 지켜 온 올림픽 정신을 스스로 파괴해서는 안 된다. 둘째, 독도와 욱일기, 후쿠시마 원전 등은 갑자기 터진 문제가 아니다. 독도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보이콧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림픽 역사에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셋째, 우리가 보이콧한다고 도쿄올림픽이 취소되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정치 문제로 인한 보이콧으로 1976년 몬트리올, 1980년 모스크바, 1984년 LA올림픽이 반쪽짜리로 열렸다. 이런 역사에 비춰 보면 우리만의 보이콧으로는 세계 여론을 이끌어 내기에 역부족이다. 넷째, 올림픽만 보고 5년 이상 피·땀·눈물을 흘려 준비한 선수들도 배려해야 한다. 다섯째, 올림픽에서 정정당당한 스포츠 경쟁으로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올림픽 현장은 전쟁을 평화로, 평화를 공존으로, 공존을 행복으로 만드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역대 올림픽은 늘 국민에게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 줬다. 선수들의 선전과 분투, 감동적인 이야기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새로운 힘과 희망, 기쁨의 마중물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도쿄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독도 문제는 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 홍보와 정부의 노력, 그리고 민간 외교 등을 통해 압박해 일본이 수정하고 반성할 수 있도록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올림픽 현장은 평화, 공존, 희망으로 가득한 숭고한 곳이어야 한다. 정치적 이슈를 넘어 스포츠 경쟁으로 극복해야 한다.
  • [임효진의 이슈En] “죄가 아니잖아요” 난임 고백하는 스타들

    [임효진의 이슈En] “죄가 아니잖아요” 난임 고백하는 스타들

    2013년 첫 방송된 MBC ‘아빠! 어디가?’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육아 및 양육에 참여하는 연예인 아빠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관심도를 높였다. 이후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진 끝에, 최근에는 육아 및 양육의 전 단계인 출산과 임신에 대해 언급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그 중 최근 눈에 띄는 예능 키워드는 바로 ‘난임’이다. ● 방송에서 난임 고백하는 연예인들 ‘난임’이란, 1년간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임신이 성공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일부 예능 속 연예인들은 자신의 난임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난임을 극복하는 방법을 낱낱이 공개한다. 심진화, 김원효는 난임을 고백한 대표적인 연예계 부부다. 올해로 결혼 10년 차인 두 사람은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을 받은 사실을 고백하며 간절히 아이를 바라는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김원효는 심진화를 위해 시험관 시술에 필요한 과배란 유도 주사를 놓는 방법을 배우는 등 애정 어린 노력을 기울였다.최근 둘째를 임신한 이지혜는 이에 앞서 유산 소식과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는 과정 등을 모두 공개했다. 유산 경험이 있는 만큼 둘째 임신에 대한 걱정이 앞섰던 이지혜는 임신 테스트기를 확인하고 펑펑 우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 외에도 자산관리사 유수진은 네 번의 유산을 겪었다고 고백하며 “몸과 마음이 다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배우 윤주만 또한 아내 김예린과 함께 KBS2 ‘살림하는 남자들’에 출연해 난임 판정을 받고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이를 어렵게 갖는 모습을 공개했다. ● 현실 속 난임 부부의 증가 최근 난임을 주제로 한 방송은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KBS2 ‘살림하는 남자들2’(이하 ‘살림남2’), JTBC ‘1호가 될 수 없어’ 등과 같이 부부가 출연하는 예능에서는 물론 SBS플러스 ‘언니한텐 말해도 돼’, E채널 ‘맘 편한 카페2’, tvN ‘프리한 닥터’ 등 다양한 장르의 예능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같은 방송 흐름은 그만큼 난임을 겪는 부부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난임 환자수는 지난 2019년 기준 23만 명을 넘어섰다. 2017년 20만 8704명에서 2018년 22만 9460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9년에는 23만 802명으로 늘어난 것이다.난임에 대한 높은 관심도는 해당 방송 이후 훌쩍 뛴 시청률을 통해 드러났다. 윤주만, 김예린 부부의 난임 검사 에피소드를 다룬 KBS2 ‘살림남2’는 전국 기준 11.4%(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예능 가운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지혜의 둘째 임신 과정이 방송된 SBS ‘동상이몽2’도 수도권 기준 8.1%(2부 기준, 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예능을 통해 보여지는 난임 주제에 대해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회 회장은 “난임 고백이 어려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연예인들을 통해 난임 부부가 겪는 과정과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이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고 평가했다. 다만 “자연임신을 할 수 있는 부부가 노력도 해보지 않고 난임 시술이나 난자 냉동 등을 부추기는 현상으로 이어지면 곤란하다”며 “건강한 상태에서 임신해 안전하게 출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 ‘난임’을 마주한 부부들의 태도에 공감 난임을 겪는 부부들뿐만 아니라 그 외 시청자까지 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난임’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부부의 돈독한 모습 때문이다. 김원효는 시험관 시술을 힘들어 하는 아내 심진화를 향해 “절대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그냥 우리 둘이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 늘 감사하고 사랑한다”며 방송을 통해 영상편지를 남겨 감동을 안겼다. 심진화 또한 난임을 겪는 부부들을 향해 “죄 짓는게 아니지 않냐. 노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멋진 일이니 부끄러워하거나 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난임 진단을 받은 날 윤주만은 자신의 잘못 같다며 미안함의 눈물을 보이는 아내에게 “아이보다 아내가 먼저”라고 말하며 위로를 건넸다. 화면을 통해 이들의 모습을 보던 하희라도 유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박 회장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간의 지지와 배려, 응원과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로를 배려하는 환경 속에서 난임 극복을 위한 노력을 했을 때 성공률이 높았다”며 “여기에 더해 부모님, 지인 등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응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난임이란 ‘불임’이 아니라, (임신이) 어렵지만 충분히 가능한 상태”라며 “많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 온 힘을 다하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고 덧붙였다. ◆ 임효진 기자의 이슈En : 방송 및 연예계 최신 이슈에 대해 다룹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데어데블 모터사이클 라이더 알렉스 하빌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데어데블 모터사이클 라이더 알렉스 하빌

    미국의 데어데블 모터사이클 라이더인 알렉스 하빌이 17일(이하 현지시간) 기네스 세계기록 점프를 연습하다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스물여덟 젊은 나이였다. 둘째 아들은 생후 한달 밖에 안됐는데 비운에 스러졌다. 하빌은 이날 아침 워싱턴주 모제스 레이크에 있는 그랜트 카운티 국제공항에서 연습 점프에 나섰다. 모제스 레이크 에어쇼의 첫날 일정으로 지난 2008년 3월 로비 매디슨이 세운 최장 거리 더트 투 더트 모터사이클 점프 기네스 세계기록 106m를 넘겠다는 일념으로 연습 점프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날아간 거리가 짧아 착지해야 할 슬로프의 앞쪽에 바이크가 처박혔고 그는 핸들을 잡은 상태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퉁겨나가 8m 떨어진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소생하지 못했다. 카운티 보안관실은 다음날 부검한다면서 유족과 친구, 사랑하는 이들에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전했다고 abc 뉴스 등이 전했다. 하빌은 2013년에도 90m를 날았는데 이번에도 그 이상 날아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자신의 도전 계획을 밝은 표정으로 소개하며 많이 와서 봐달라고 얘기하는 동영상이 올라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매디슨은 이날 저녁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고 인스타그램에 털어놓았다. “그는 오늘 새 세계기록을 수립할 예정이었는데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말았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부인 제시카, 두 아들 윌리와 왓슨에게 사랑을 전한다”고 위로했다. 고인은 지난달 현지 일간 컬럼비아 베이신 헤럴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네 살 때부터 라이딩을 했다. 하지만 그 전에도 난 늘 아빠의 바이크 앞에 앉아 있곤 했다. 온 생애에 걸쳐 난 더트 바이크를 몰아왔다. 그리고 이것으로 경주하는 모든 사람들을 우러러 봤고 이런 사람들을 영웅으로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터크로스와 슈퍼크로스 경주와 영화 스턴트로도 많이 출연해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2000자 인터뷰 51] 이석우 “강제동원 각하 판결, 地動說로 바라봐야”

    [2000자 인터뷰 51] 이석우 “강제동원 각하 판결, 地動說로 바라봐야”

    6·7 판결, 소수의견 법리에도 충실하지 않아 동의 어려워 헌법은 법원이 한미동맹 걱정할 어떤 여지도 주지 않아 하지만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 소멸됐다고 보는 게 타당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한국을 보는 지동설(地動說) 관점에 서야 사법부 최근 혼선은 2, 3심 거치면서 정리될 것 정부는 청구권협정 피해자 입장 반영 불충분함 사과하고 지속적 대일 협상 전제로 특별법 제정 통해 선 배상으로 구제해야   “정부는 한일 국교정상화 및 청구권협정 체결과정에서 일제강점기 피해자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과오를 사과하고 일본과의 지속적인 협상을 전제로, 특별법 제정이란 입법행위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선(先)배상하는 조치를 시행해야 합니다.” 6월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가 강제동원 피해자 80여명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각하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2018년 10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뒤집으면서 한편에선 ‘하급심의 반란’, ‘매국 판사’라 비난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국제법을 중시한 제대로 된 판결’이란 평가까지 다양한 의견이 분출했다. 이석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각하 판결은 일제 피해자를 구제하는 문제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이 교수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국제법 박사학위를 땄다. 대한국제법학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사단법인 아시아국제법발전연구회(DILA-KOREA) 대표로 영토분쟁, 해양법, 아시아지역 국제법 국가관행 분야의 국제공동연구 및 해외출판 사업도 하고 있다. Q. 6월 7일 판결의 요지는 2018년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 의견을 따른 듯 보인다. 어떻게 봤는가. A. 법을 해석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고 판결문에는 법에 대한 해석, 법리가 분명하게 담겨야 한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은 국제법적 관점에서 볼 때 비판의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고 소수의견 중 경청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번 각하 판결은 소수의견의 법리에 충실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판결 내용 중에는 불필요한 분도 있어서 전체적인 해석 및 법리에 동의하기 어렵다. Q.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유사한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확정한 판례를 하급심에서 따르지 않은 것에 원고가 분노하고 국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과거 양심적병역거부 소송에서도 대법원이 유죄라 했던 것을 하급심이 무죄로 판결한 사례가 있긴 하다. 하급심의 ‘반란’은 종종 있는 일인가. 학교에서는 이런 하급심의 반란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A. 법을 해석하는 과정은 탄력적이다. 대법원의 법리가 사법부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자 선례가 되지만 사회변화에 따라 그 선례는 계속 도전받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이번 판결을 ‘반란’으로까지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지 않는 하급심 판결의 독자적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견해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사정변경이 있어야 하며, 그에 따른 충실한 법적 논증과 인권 및 공익적 가치를 반영한 새로운 법리가 있어야 한다. 양심적병역거부 문제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결론에 있어서는 기존 대법원 판결의 다수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소수의견의 편에 서 있지만, 그 독자적 의미를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위 요건들을 모두 충실하게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양심적병역거부 소송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Q. 각하 판결의 쟁점 중 하나가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으나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국제법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는가. A. 국가 간 복잡한 청구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일괄보상협정에 의하여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키는 방식은 국제법상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다. 청구권협정 체결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사실들을 감안하면 1965년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보는 것이 국제법적 실정성에 비추어 타당하다. Q. 이번 판결이 원고의 분노를 산 결정적인 이유가 일제강점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3년 전 대법원 판결에 대해 “국내법적 해석”이라고 일축한 데 있다. 청구권협정이 식민지배의 합법·불법을 다투다가 결국은 합의하지 못한(disagree)것에 합의(agree)한 것이었다. 판결은 1910년의 한일병합조약을 합법이라고 본 것인가. A. 이번 판결은 그 법리적인 접근에 있어 국제법적 인식을 강조하고 있으며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 강조된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체결된 청구권협정에는 일제의 불법적인 한반도 강점으로부터 비롯된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판결 자체가 1910년 한일병합조약의 합법성을 직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Q. 또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본으로부터 받은 경제협력자금이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거나 서방 자유민주주의 대표 국가인 일본과 사이가 안 좋아지면 한미동맹까지 나빠질 수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 어떻게 보는가. A. 매우 불필요하고 전체적으로 판결문의 완성도를 해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핵심 근거는 오직 헌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 헌법에서는 법원에 한미동맹을 걱정할 그 어떤 여지도 주고 있지 않다. 헌법에 따라 청구권협정을 해석할 때 원고의 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헌법에서 법원에 허용하지 않는 내용을 판결의 근거로 제시하면서 헌법에 따라 원고들의 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Q. 이번 판결은 한일청구권협정의 해석을 놓고 국제법적 관점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조약이라도 국내법으로 간주해 판단해야 한다는 해묵은 논쟁을 다시 살린 느낌이다. 천동설, 지동설을 예로 들었는데. A. 한국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판결도 국제법적으로 보면 규범이 아닌 사실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국제법적 사안에 대한 국내 법원의 법해석과 적용은 한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천동설’의 시각을 탈피하고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한국을 보는 ‘지동설’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Q. 한일 역사문제의 다른 한 축인 위안부 문제에서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동일한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의 민사합의34부는 지난 1월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아 원고 승소 판결을 낸 반면 4월 민사합의15부는 국가면제를 인정해 각하한 바 있다. 이런 엇갈린 판결은 어떻게 보는가. A.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다수·소수의견이 제시되어 다수의견의 입장으로 정리되었지만, 법원 내에서조차 충분한 설득에 이르지 못한 부족함이 있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판결은 없지만 최소한 설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된 논거가 제시되어야 하는데 2018년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은 오랜 심리 기간에 비추어 보더라도 국제법적 비판을 충분하게 극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단과정은 존중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 최소한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을 사법적 판단의 결론으로 삼기 위해서는 소수의견을 그대로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다 신중한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 법적 안정성 역시 사법기관이 가지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하급심에서 엇갈리는 판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하급심 판결에 결론적으로 타당한 부분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 대법원 다수의견을 제대로 비판하고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Q. 6월 7일 판결에 대해 “국제법 관점에서 일탈했던 기존 판례를 제자리로 되돌리려는 시도”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어 행정부의 직무유기와 사법부의 국제법 무지라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각하에 이른 결론이 기존 국제법 법리의 다수의견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조약의 해석에 따른 국제법의 법리 또한 변화하고 발전해 간다. 결국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분명한 사실은 구체적인 피해자가 존재하고 있고 그 피해자가 오랫동안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가 간 체결된 조약에 따라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였다는 법리적 논쟁 이전에,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체결된 수많은 국가 간 조약에서 개인들이 자신들의 청구권을 개별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던 보다 정확하게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은 국가가 그러한 개인들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보상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존재했던 반인권적 범죄행위에 대한 치열한 고민없이 국가 차원에서 조급하고 미숙하게 진행된 청구권협정의 체결, 그리고 그 이후 피해자를 충분하게 예우하고 그들의 피해를 국가공동체적 관점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하지 않았던 직무유기가 지금의 상황에 이른 가장 근본적인 원인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그런 점에서 결론에 대한 찬반을 떠나 해당 사안에 대한 사려가 깊지 못한 가벼움이 있으며,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Q. 마지막으로 이런 사법부의 혼선은 2심, 3심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아니면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할 문제인가. A. 사법부의 가장 큰 의무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당사자는 불복하여 항소할 수 있고, 헌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상급심 법원은 하급심 법원 판단의 당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는 법적 의무다. 사법부의 법률 해석의 혼선은 이 과정을 거쳐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에 따라 이번 각하 판결이 잘못된 해석으로 수정될 수도 있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다시금 대법원이 새로운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법리적 해석을 떠나, 국가와 당사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형태, 내용이든 ‘합의’에 이를 수 있는지 여부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 문제이고 피해자들이 살아계실 때 당사자들의 의사에 따른 합의에 이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법정 밖에 있는 정부와 사람들의 역할이다. Q. 이번 각하 판결이 국가가 나서는 강제동원 피해자 구제의 계기가 될 수 있겠는가. A. 하나의 대안으로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및 청구권협정 체결과정에서 일제강점기에 기반한 반인권적 범죄행위의 피해자들에 대한 문제를 충분한 반영하지 못한 과오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둘째, 일제강점기에 기반한 반인권적 범죄행위에서 파생되는 법적 문제에 대한 일본과의 지속적인 협상을 전제로 한국 정부는 특별법 제정의 입법행위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선(先)배상하는 조치를 시행한다. 셋째, 일제 피해자들을 충분하게 예우하고 그들의 피해 사례가 주는 역사적 교훈을 국가와 국제 공동체가 탈식민지적 관점에서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국내외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 [베스트셀러]정유정 ‘완전한 행복‘ 출간 즉시 2위

    [베스트셀러]정유정 ‘완전한 행복‘ 출간 즉시 2위

    정유정 작가의 장편 소설 ‘완전한 행복’(사진)이 출간하자마자 2위에 올랐다. 교보문고가 18일 발표한 6월 둘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에 따르면, 정 작가 소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여성(74.7%)이 남성(25.3%)보다 구매 비중이 높았다. 주 구매층은 40대 여성(26.5%)과 30대 여성(26.3%)이었다. 정 작가가 과거에 낸 소설도 함께 상위권에 올랐다. ‘종의 기원’은 지난주보다 3계단 하락했지만 10위를 차지했다. ‘7년의 밤’은 8계단 하락했지만 21위를 각각 기록했다. 정 작가가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목을 받으면서로 보인다. 김진명 작가 ‘고구려 7’은 출간과 함께 17위를 기록했다. 가수 양희은 에세이 ‘그러라 그래’는 지난주보다 13계단 오른 14위를 기록했다. 소설가 정세랑 첫 수필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가 출간과 동시에 29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에 오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8위로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다음은 교보문고 6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조국의 시간(한길사) 2.완전한 행복(은행나무) 3.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인플루엔셜) 4.부의 시나리오(페이지2북스) 5.매매의 기술(포레스트북스) 6.부동산 상승 신호 하락 신호(잇콘) 7.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어크로스) 8.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 9.올바름이라는 착각(데이포미) 10.종의 기원(은행나무)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2030 세대] 아주 작은 성취감/한승혜 주부

    [2030 세대] 아주 작은 성취감/한승혜 주부

    폴댄스를 배운 지 3개월이 됐다. 체력도 떨어지고 기분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운동이라도 해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집 근처 폴댄스 학원을 알게 됐다. 체험 수업은 무료라길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용 ‘인증샷’이라도 건져 보려는 충동적인 마음이었는데, 이리 빠지게 될 줄 미처 몰랐다. 첫 주에는 팔과 어깨가 아파서 수저도 잘 들지 못했다. 둘째 주에는 허벅지 안쪽이 온통 새카맣게 피멍이 들었다. 셋째 주에는 손바닥 껍질이 벗겨졌다. 넷째 주에는 근육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밤새 끙끙 앓으며 대체 몸이 왜 이렇게 아픈 것일까 고민하는데, 생각해 보니 안 아프면 더 이상한 것이었다. 쇠몽둥이로 두들겨 맞다시피(?) 했으므로. 여전히 전신을 바짝 긴장시킨 채로 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때마다 생각하곤 한다.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나는 왜 고통을 자처하고 있는가. 이처럼 폴댄스에 빠져 지낸 이후로는 만나는 지인들마다 물어본다. “그게 그렇게 재밌어요?” “엄청 힘들 것 같은데 왜 재밌지?” “아플 것 같은데 어떻게 참고 해요?”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네! 재밌어요!” 하고 확신에 차서 대답하곤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 스스로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이유는 잘 몰랐던 것 같다. 힘들고 아픈데.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재미의 정체는 어쩌면 성취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폴댄스 수업에서의 나는 여전히 초보이며 수업시간에 열등생에 가까운 존재이지만, 이제는 3개월쯤 지났다고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더 아름답게, 보다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팔꿈치 안쪽이나 무릎 안쪽을 폴에 걸고 버틸 때 느껴지던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아픔 또한 한결 참을 만해졌다. 폴에 매달릴 수 있는 시간 역시 1분가량으로 훌쩍 늘어났다. 5초나 버틸까 말까 하던 첫날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과다. 성취감. 오랫동안 나는 이 성취감이라는 것이 바깥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인정을 받는 것, 남보다 뛰어난 것이 더 중요하다고도 생각했다. 남들과 비교해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질시하고,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있으면 우월감을 느꼈다. 그러나 질시는 곧 열등감으로 이어졌고, 우월감 역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감각이었다. 그 끝은 늘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돌아왔다. 이제 나는 성취감이 아주 작은 변화에서 올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비교의 대상은 오로지 나 자신뿐이라는 것 또한 안다. 과거의 나보다, 어제의 나보다 아주 약간 더 좋아진 오늘의 나. 어제보다 조금 더 오래 매달리고, 어제는 안 되던 동작을 성공시키고, 같은 동작이라도 보다 정교하게 구현해 낼 수 있게 된 나. 비록 어제는 실패했지만 그것을 오늘 다시 시도해 보는 나.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것을 과거보다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된 나. 그러면서 나는 스스로를 조금 더 좋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 [문화마당] 충분하지 않은 시간의 힘/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문화마당] 충분하지 않은 시간의 힘/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미국의 명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남긴 말이 있다. “위대한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한데 첫째는 ‘계획’, 둘째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다.” 참 맞는 말이다. 우리가 성취다운 성취를 맛본 순간들을 돌이켜 보면 언제나 시간의 압박이 존재했다. 어렸을 때는 학예회, 고등학생 시절엔 대학 입시 준비, 사회에 나와서는 입사 면접 준비, 입사 후에 프레젠테이션. 이런 일들을 앞두고 만족할 만큼 완벽하고 여유 있게 준비를 해서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는 상황이 과연 우리에게 있긴 했을까? 그러면서도 꾸준히 실력을 천천히 쌓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들인 완벽히 준비된 상태를 허황되게 꿈꾼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걸 해내는 이에게서 나오는 여유를 동경한다. 현대인들 대부분은 시간결핍증후군에 시달린다. 저마다 각자 다른 이유로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착각일 수도, 핑계일 수도 있다. 시간이 모자라고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는 건 그래도 지금 하는 일과 삶에 집중하고 이를 즐기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냥 정신없이 바쁜 것과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시간이 충분한 가운데 마음만 바쁘게 살 수 있는가 하면, 시간이 모자라지만 계획을 가지고 주어진 일을 얼마든지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힘과 더불어 에너지의 중요한 함수다. 분명 많이 먹으면 힘이 나고 적게 먹으면 힘이 달릴 텐데, 오히려 배부른 상태에서는 능률이 오르지 않고 약간 허기진 상태에서 최고의 능률을 발휘하게 된다. 시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배부를 정도로 많이 남아 있다면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어느 정도의 시간적 압박이 있을 때 오히려 보란 듯이 해내는 인간은 영험하면서도 게으른 동물이다. 신께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씩의 시간을 주셨는데, 시간을 인위적으로 쪼개서 ‘투 두 리스트’(to do list)에 빼곡히 할 일들을 적어 스스로를 압박하면 능률과 성취가 더해진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24시간을 부여받았다는 그 전제가 사실은 우리를 나태하게 하고 쳇바퀴 돌아가는 삶으로 이끌고 있다. 분명한 건 신은 우리에게 24시간을 분배한 적이 없다. 해와 달을 만들어 주고 식물과 동물을 사냥하고 수렵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사냥하는 장면을 생각해 보라. 언제 사냥감이 눈앞을 스쳐 지나갈지 모른다. 아니면 인간 스스로가 맹수의 사냥감이 된다고 생각해 보라. 언제가 될지 모르니 미리 계획을 세워 놓기는 하지만 일이 닥치면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간이 아니라 긴장과 몰입, 그로부터 나오는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일 테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사계절이 지나며 언제나 다르니, 해가 지기 전에 밭을 갈고, 겨울이 오기 전에 추수를 해야 하는 유동적인 압박감은 농경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냉장고에 저장할 수 있고, 비닐하우스로 겨울재배도 가능해지니 언제나 경작을 할 수 있고 섭취할 수 있다는 여유가 생기는지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시간은 냉장고에 저장할 수 없다. 화살처럼 해와 달도 그들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진리를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구나 거사를 앞두고 “내게 하루만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언제나 가지게 된다. 하루만 더 있었으면 대가가 돼있을 것이라 믿고 싶지만, 공연이 내일이고 마감이 내일이어도 상황은 매한가지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모호하고 착한 학습보다는, 기회를 포착하고 위기를 의식해 한계에 부딪혀서 일을 달성시키고야 마는 인간이 지닌 잠재력에 한 표를 던진다.
  • “신도시 늘린다고 ‘통근 지옥’ 풀리겠나 국가적 어젠다로 ‘통근 복지’ 접근해야”

    “신도시 늘린다고 ‘통근 지옥’ 풀리겠나 국가적 어젠다로 ‘통근 복지’ 접근해야”

    출근과 퇴근은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통근은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비경제적인 시간으로 여겨진다. 서울신문이 지난 5월 31일부터 연재한 ‘계급이 된 통근-집과 바꾼 삶’에서 수도권 주민들은 과거보다 더 긴 통근 시간을 감내하고 있었다. 저마다 다른 통근 시간 뒤에는 부동산 가격 급등과 소득, 자산, 성별에 따른 격차도 존재했다. 지난 14일 서울신문 대회의실에서 열린 좌담에는 안동환 탐사기획부장 진행으로 김준형 명지대 교수, 우석훈 성결대 교수(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가나다 순)이 참석했다. 이들은 “통근 시간은 개인이 아닌 사회와 정책이 만들어 낸 결과”라면서 “출퇴근 압력을 줄이고 도시와 국토 개발 계획을 바꾸는 국가적 어젠다로 통근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시 도시정책지표 조사에서 추출한 지난 10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가와 전·월세 등 주거형태별 통근 시간 차가 커졌다. 최 소장 “서울신문의 ‘계급이 된 통근’이라는 기획 제목을 풀면 ‘통근으로 본 계급’이 더 적합한 것 같다. 수도권 과밀화와 광역화 지속 과정에서 주거 불안정과 통근 시간 증가가 같이 발생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통근 문제를 다룬 기획이 시의적절하고 좋았다.” 우 교수 “서울신문 기사에서 서울시민 출근시간이 평균 30분 정도인데 실제보다 짧게 나왔다. 편도 50분 정도다. 스웨덴은 18분이다. 신도시가 늘면서 출근 시간도 늘었다. 사회학적으로 통근 시간은 삶의 질에 막강한 변수로 작용한다. 정부 정책에서 통근 문제가 소외돼 있는데 우선순위 정책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김 교수 “장거리 통근은 서울과 경기 등 지역 경계를 넘는 광역 통근인데 이 문제에 대해 정부뿐 아니라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 목표도 없는 게 현실이다. 통근 문제가 정책 사각지대에 있다. 시민 개인들은 자신이 겪는 장거리 통근이 사회가 나에게 야기한 문제인지 스스로 자초한 문제인지 답을 못 낸다. 정부와 지자체가 도시 계획과 주거입지, 광역교통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인데 개인의 문제로 치환해 생각한다. 통근 정책 부재가 장거리 통근을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기획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이번 기획은 통근 시간 차와 단기간 급등한 수도권 집값 문제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통근 등 삶의 질보다는 집 소유가 우선 목표가 된 상황이 크다. 김 교수 “통근 거리보다는 집을 더 중시하는 분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 2030 내지 3040 연령층에 중요한 건 자산 형성이다. 1가구 1주택 위주의 세제혜택만 있다 보니 그 1가구가 어디냐가 자산 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상황이 만들어 낸 애처로운 현실이다. 국내에 자기 소유의 집은 임대를 놓고 다른 데 세 들어 사는 이른바 ‘분리가구’가 전체의 5%다. 그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이 3040 세대다. 주거정책의 문제가 통근의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최 소장 “왜 회사 근처의 집이 아닌 장거리 통근을 감수하고 서울에 집을 살까.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측면이 크다. 지방의 생활 SOC가 충분하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우 교수 “한국전력공사 본사가 이전한 나주혁신도시가 있다. 부동산 부담이 덜한 지방이니 회사 근처에 살 것 같은데 한전 본사 직원 상당수가 차로 1시간 거리인 광주 상무지구에 산다. 왜 그렇게 멀리 사냐고 물으면 ‘서울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한다. 혁신도시를 뜯어보면 결국 ‘서울형 라이프’의 연장선이다. 긴 통근 시간을 감수하면서 의료·문화·교육 시설이 집중된 곳에 사는 서울형 라이프가 전국 표준이 됐다. 서울의 집 한 채가 5시간 출퇴근보다 낫다는 판단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것 같지만 장기간 축적되는 통근 스트레스와 건강 문제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을 채우기 위한 정책 수단이 신도시 개발이다. 우리의 신도시 개발과 광역교통망 정책은 어떤가. 최 소장 “결론부터 말하면 자족이 가능한 여러 지역이 모인 ‘포도송이’ 구조가 아니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박형 구조’의 신도시 개발이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공간구조의 개선 없이 KTX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만으로 해결하려 들면 서울 통근자들이 사는 지역이 점점 멀어진다. 고속철도역이 업무지구가 아니라 외곽에 있는 것도 수박형 구조를 강화한다. 외곽에 기차역과 택지를 개발하고 생기는 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재무 모델로는 우리의 통근 상황도 계속 악화될 것이다.” 김 교수 “국내 신도시 개발은 도시가 아닌 ‘신주거지 개발’이라고 해야 한다. 주거지 중심의 택지개발사업이다 보니 통근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3기 신도시는 1·2기에 비해 서울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주거 중심이다. 일자리 중심이 서울이다 보니 주거지만 계속 외곽에 대체하고 이를 광역교통망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주거 중심이 아닌 고용 중심지를 핵심으로 하는 신도시 개발로 모델이 바뀌어야 한다. 판교 같은 지역이 좋은 사례다. 서울에 집중된 업무공간을 다른 지역으로 어떻게 분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보다는 서울형 라이프가 위력적이라는 관점인가. 우 교수 “지금 수도권 인구가 2000만명에 달한다. 서울 중심업무지구의 두 축인 강남과 광화문을 중심으로 2000만 인구가 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찾기 어려운 기형적 도시가 서울이다. 예전 열린우리당 시절 서울을 남서울, 북서울 등 5개 행정지역으로 분리하는 논의가 있었다. 업무지역과 행정 기능을 합쳐 같이 가자는 거다. 현재의 서울이라면 가난한 사람들은 갈수록 서울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김 교수 “서울의 강남에 고소득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그 데이터를 보면 된다. 판교의 정보통신(IT) 기업들이 다들 테헤란로에 본사를 만들려고 난리다. 강남의 코어 기능을 그대로 둔 채 서울 집중의 틀이 바뀔까. 이런 부분들이 정책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 최 소장 “제가 수립위원으로 참여한 2040 서울플랜은 서울을 5개 생활권으로 나눠 접근한다. 일상통근은 각 생활권 내의 업무지구로 한다면 15분 도시도 가능하다. 포도송이 구조는 각 업무지구 간 쾌속교통인프라로 연결해 혁신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통근 시간을 줄이고 도시를 효율적으로 개발할 대안은. 최 소장 “주 4일 근무제를 하면 전체 교통량의 20%가 단숨에 줄어든다. 탈탄소 측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교통혼잡비용 측면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나 재택 근무 둘 다 소프트웨어적 해법으로 좋은 방안이다.” 우 교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 근무가 확산됐다. 기존 동사무소나 구청 같은 공공시설에 원격 업무가 가능한 모바일 사무공간을 마련하자. 먼 곳에 주거지를 만들고 이를 업무지역과 연결하는 도로 건설비용보다 주거 지역에 업무 공간을 마련하면 저비용으로 출퇴근 압력을 줄일 수 있다. 기업들이 홈오피스 인프라를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주며 장려해야 한다. 신도시 개발 같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적으로 통근 부담을 완화하는 거다.” 김 교수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스마트도시’ 구축에 노력한다. 고용과 환경이 유지되면서 개발이 이어지는 이른바 ‘스마트 그로스’(smart growth·똑똑한 성장) 개념이다. 서울은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주거지 중심의 신도시 개발의 모라토리엄(중단) 선언을 하자. 둘째, 시도 경계를 넘어 광역 차원에서 과소 개발된 기존 시가지 개발을 고민하자. 셋째, 지역 내 저소득층에 일자리뿐 아니라 충분한 주거지도 함께 공급해야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중소득층의 주거지 비율을 미리 정해 공급한다. 서울의 건전한 경제 발전을 위해 중저소득층 주거지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이번 기획에 보도한 소방관 등 지역 필수인력의 탈지역 현상도 비슷한 맥락 아닌가. 최 소장 “국내 저소득층 주거 문제에는 이주민도 포함된다. 영국 런던의 경우 도심의 저소득 일자리 대부분을 이민자가 일한다. 런던 집값이 비싸서 다 외곽에서 통근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선택의 여지 없이 장거리 통근을 하는 이런 모습이 ‘계급이 된 통근’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소방관도 도시 지역에 꼭 필요한 인력인데 서울에 살 수 없는 것 아닌가.” 김 교수 “미국에서는 소방관이나 간호사 등 지역 필수 공공인력을 ‘소셜키워커’라고 한다. 이들에 대한 임대주택은 ‘워크포스 하우징’(workforce housing) 개념으로 장려된다. 최소한 지역의 필수 인력들에게 자신이 일하는 지역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100조원을 넘긴 주택도시기금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우 교수 “일본은 일반 사기업도 종업원들에게 주택자금을 보조해 준다. 임대주택을 조건으로 보조하기 때문에 일부러 집 구매를 늦추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종업원 주거에 대한 부담을 거의 지지 않는다. 직주근접의 책임 일부는 정부와 개인이 아닌 기업도 부담해야 한다.” -통근 정책에 대한 제언이 있다면. 우 교수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서 증가할 것이다. 선진국들은 그 시점에서 노동 시간이 줄기 시작한다. 주 4일 노동과 재택 근무를 확산시키면서 출퇴근 압력을 줄여 나가야 한다. 신도시를 만들고 광역교통망을 넓힌다고 이 문제가 풀리진 않는다. 통근 문제를 국가적 어젠다로 접근하자.” 최 소장 “코로나와 기후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의 ‘수박형’ 수도권은 전염병에도 취약하고 탈탄소에도 역행한다. 수도권의 문제는 수도권 내에서만 풀 수 없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통 과제다. 통근 문제 이면에는 투명인간(이주민) 문제와 주거 불안정 문제가 있다. 통근의 복지화는 사회 정책적인 측면뿐 아니라 각 계층에 대한 포용적인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 김 교수 “통근 시간은 평생에 걸쳐 보면 엄청난 시간이다. 그걸 단축하는 건 사회적 가치가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계획, 도시계획, 교통계획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박재홍·이태권 기자 maeno@seoul.co.kr
  • [글로벌 In&Out] 당규약 개정으로 엿본 북한/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당규약 개정으로 엿본 북한/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북한 정치에서 ‘조선로동당’은 중심 권력이다. 북한에서 국가는 일반적이고 단순한 국가가 아니다. 국가의 내각과 모든 국가기관이 당의 지도를 받는다. 북한 지도자는 여러 자리를 차지하지만, 김정은에게 가장 핵심적인 직위는 국가의 국무위원장이 아니라 바로 ‘조선로동당 총비서’ 직위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에 부설된 주요 부서들은 경제, 군사, 외교 등 국가와 사회 모든 분야의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을 감독한다. 이 때문에 조선로동당 규약의 개정은 정책에 깔린 사상과 실제 정책 수립 등 여러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누가 권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지표이기도 하다. 즉 개인 통치인지, 집단 통치인지, 제도적 통치인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된다. 새 당규약에 나타난 중요 경향 가운데 하나는 개인보다 제도를 다시 강조한 것이다. 여러 부분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언급이 삭제됐고, 당원의 의무와 조선인민군 관련 부분에서 김정은에 대한 언급도 없어졌다. 그 자리는 당중앙과 당의 영도로 대체됐다. 김정은은 여전히 북한 지도자이지만, 이제 당으로부터 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정상 사회주의’ 국가를 지향한다. 게다가 당의 최종 목표가 “인민의 이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고 규정했다. 이것은 특수한 개인에 대한 숭배를 강조하는 대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같은 지상낙원에 대한 보편적 이념 도식이 부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아직까지 김일성ㆍ김정일주의 같은 사상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체계적 이념인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있는 동시에 개인 숭배도 여전하다. 중국 공산당의 시진핑 개인 숭배가 그렇듯이 공산국가에서 개인 숭배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전형적이다. 그런데 당규약이 개정된 올해 1월의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부친에게 부여했던 ‘영원한 총비서’ 자리를, ‘영원한’ 부분을 빼고 다시 차지했다. 동시에 8차 당대회 이후 ‘당중앙위원회 제1비서’ 직위가 신설된 것이 이번 개정 당규약을 통해 확인됐다. 또한 제26조에서 “제1비서는 조선로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제1비서의 위치와 역할을 명확히 했다. 제28조에서는 “로동당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은 정치국회의를 사회할 수 있다”고 하여 총비서의 위임 통치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나는 두 개 정도가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김정은의 통치 방식과 관련 있다. 김정일보다 김정은은 공식적 제도를 강조하며, 실제 부하들에게 많은 권한과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향에서 시작해 대리인에게 일부 권한을 이양하려 하는 것이거나 이미 나눈 권한의 제도화 시도일 수 있다. 제1비서가 권한대행을 할 수 있을뿐더러 집체적 지도체계도 발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큰 논란이 됐던 올해 4월 김정은의 장기 잠행과 공개활동 빈도 축소, NK뉴스에서 보도된 김정은의 가시적인 체중 감소 등을 감안하면 김정은 중태설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북한 지도부가 최소한 건강 문제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신설했다고 할 수도 있다. 첫째 해석이 사실이라면 강한 지도자로서 믿음직한 부하가 많고, 권한을 부여해도 문제가 없거나 또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으며, 대리인까지 규정해도 권력에 위협이 안 되는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다. 둘째 해석은 아직 40살도 되지 않은 지도자가 벌써부터 사후 대책 준비까지 고려한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권력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그 나이에 건강이 그렇게 안 좋다면 김정은 체제의 미래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 첫째 해석이 유력하지만 둘째 해석도 배제하지 않고 준비해야 한다.
  • 제주서 평화·번영 모색… 세계 정상급 인사 모인다

    제주서 평화·번영 모색… 세계 정상급 인사 모인다

    첫날엔 청년세대 주거·미래 고민 다뤄고르비·올랑드 前대통령 온라인 참여올해 제주포럼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세계 정상급 인사가 온라인 등으로 참여한다. 제주도는 제16회 제주포럼이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제주해비치호텔에서 ‘지속가능한 평화, 포용적 번영’(포스터)을 주제로 국내외 20여개 기관이 참여해 66개 세션으로 열린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올해에는 한국·소련 정상회담 제주 개최 30주년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 개정 등을 기념해 25일 기념 세션과 행사가 진행된다. 포럼 첫째 날은 ‘청년의 날’로 운영되며 섹션은 ‘세기의 대화: 100년의 시간을 넘어서다!’, ‘청년 주거 실태와 미래 방향성’ 등 청년세대의 직접적인 고민과 주제들로 구성됐다.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브지히트 바네르지 교수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청년 대표들과 함께 ‘불평등과 포용적 번영’ 세션에 참여한다. 둘째 날인 25일 개회식이 열린다. 주요 20개국(G20) 출범 주역인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 태국 최연소 총리였던 아피싯 웨차치와, 지그마어 가브리엘 전 독일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직접 참석한다. 개회식에 앞서 파리기후협약의 주역인 올랑드 전 대통령과 원 지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제 및 국가, 지방정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토론한다. 이 밖에도 1991년 제주 한소 정상회담 계기로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물꼬를 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반군과의 평화 협정을 이끌어 201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이 동시 세션에 참여한다. 제주포럼은 유튜브, 네이버·카카오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코로나 가장 큰 피해자, 관계 박탈당한 아이들”

    “코로나 가장 큰 피해자, 관계 박탈당한 아이들”

    함께 놀 친구 한 명도 없어 관계 단절아이 성장과 심리에 크게 영향 미쳐학력 격차에 대한 정부 대응도 늦어“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입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자영업자, 돌봄서비스 중단으로 육아를 오롯이 감당해야 했던 부모들도 힘들었지만 진짜 피해자는 관계를 박탈당한 아이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최근 아동 7만 5096명을 조사해 발표한 ‘코로나19와 아동의 삶 설문조사 보고서’를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7~9세)의 경우 16.55%가 ‘만나서 함께 노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답했다. 등교가 제한되고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면서 관계 단절이 일어난 것이다. 장 활동가는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에 일어난 관계 단절이 두고두고 아이의 발달과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경기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70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74.9%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사용하면서 아동의 언어 발달이 지연됐다’고 답했다. 영국 정부는 어린이 언어 발달 지원을 위해 약 3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장 활동가는 “사람들과의 관계, 소통이 원활해야 지능 발달이 이뤄지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또래 관계가 단절돼 아이가 만나는 사람은 가족으로 제한됐다”며 “우리도 이런 아이들을 위한 발달검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가 셋인 엄마들 얘기를 들어 보면 첫째, 둘째의 온라인 수업을 봐주는 것도 벅차 막내의 수업은 내팽개치다시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며 “학력 격차에 대한 정부 대응도 너무 늦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 활동가도 유치원에 다니는 7살 아이를 둔 엄마다. 그는 “우리는 맞벌이 가정이어서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외벌이 가정은 긴급돌봄마저 이용하기 어려워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며 “최소한 공적 돌봄만큼은 차별 없이 제공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장 활동가는 “사실 학원보다 안전한 곳이 방역이 잘 이뤄지는 학교”라며 “학원이 아니라 공교육 기관의 문을 일찍 열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엄마로서 겪는 사회적 불합리를 개선하려고 모인 이들이 2017년 창립한 시민단체다. 장 활동가가 신문에 기고한 ‘엄마들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칼럼을 보고 모인 이들이 주축이 됐다. 장 활동가는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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