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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산자교 주변에 버스주차장

    서울 성동구는 19일 “청계천 하류 고산자교∼제2마장교 주변에 대형버스 주차장을 만들기로 하고 시에 사업비 13억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구는 내년 3∼6월 이 구간의 제2 마장교→적십자사 방향 도로 2개 차로 가운데 1개와 청계천 둑 비탈길, 기존 인도 등을 활용, 대형버스 25대가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들 계획이다.구는 또 이 구간 안에 위치한 성동구 제설 발진기지와 마장동 437,438번지 일대 무허가 음식점이 늘어서 있는 2500여㎡에 2007년 상반기까지 식당가, 화장실, 쉼터 등의 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 강진 만덕간척지 둑에 대규모 인공숲길 조성

    전남 강진군 만덕간척지 둑에 국내 처음으로 인공조림 해안숲이 조성된다. 3일 강진군에 따르면 도암면 만덕리 해창리에서 만덕호까지 이어지는 3㎞ 구간 방조제에 사업비 6억원을 투입, 다양한 수종의 해안숲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둑을 따라 20여m 폭으로 조림될 숲은 해풍에 강하고 단풍나무 등 기존 가로수와 어울릴 수 있는 수종으로 조림된다. 숲길을 따라 다도해 해안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정자와 벤치, 파고라 등도 설치된다. 일반적으로 간척지 방조제를 따라 가로수를 심는 경우는 있지만 대규모 인공 해안숲을 조성하는 것은 처음이다. 군은 이 해안 숲 조성을 위해 국내 임업전문가에게 용역을 의뢰했으며 내년 3월 조림에 들어가 2008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만덕 간척지를 끼고 있는 강진만에는 매년 수만명이 개펄체험과 철새 구경을 위해 찾는 곳”이라며 “웰빙시대에 부응한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덕간척지는 지난 2000년 6월에 준공됐으며 100여만평의 농경지와 담수호가 조성돼 있으며 인근에는 다산초당과 백련사, 주작산 휴양림 등 관광지가 산재해 있다.광주 최지봉기자 cbchoi@seoul.co.kr
  • [문화마당] 말로 밥을 하면…/김용택 시인·교사

    아마 요즘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환경친화적’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글자를 모르는 우리 어머니께서도 이따금 “야야, 그렇게 하면 환경 파괴라고 허드라.”라는 말을 “오늘 마늘 뽑자.”라는 말을 하듯 하시게 되었다. 우리 어머니뿐 아니다. 우리 반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도 무심코 종이를 버리는 아이에게 ‘환경오염’이라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어찌 우리 반 아이들이나 우리 어머니뿐이겠는가. 우리들의 일상과 우리들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관리들은 더하다. 장관님도, 도지사님도, 국회의원도, 군수님도, 면장님도, 군의원님도, 심지어는 산과 들을 허물어 길을 내고 강을 허물어 둑을 쌓는 회사들도, 모든 물건들을 만드는 회사들도, 커다란 간판을 내걸고 ‘자연친화적 개발’ ‘푸른 국토 건설’을 외친다. 우리들이 먹고 마시고 입고 잠을 자는 모든 것들이 다 하나같이 환경친화적으로 이루어지고 만들어져서 그 선전 문구만 보면 이제 우리들은 마음 놓고 무엇이든 먹어도 되고, 마음 놓고 무슨 옷이든 입어도 되고, 마음 놓고 아무 강물에 들어가 놀아도 아무 문제도 없을 것 같다. 참으로 대단한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환경을 이렇게 광적으로 보호하고 환경과의 친화를 외치며 사는 나라도 이 지구상에 아마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산자락 하나, 하천 하나를 파괴하는 사람이 있으면 금방이라도 우리 국민 모두가 달려들어 이 나라에서 살지 못하도록 무서운 형벌을 내릴 것처럼 무섭기까지 한 말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문필가들이나 수많은 생태학자들이나 환경론자들이 쓴 글들을 보라. 글들이 하나같이 아름답다 못해 눈물이 날 정도로 우리나라 국토와 환경을 걱정한다. 이렇게나 국토를 잘 이해하고 우리나라의 나무와 풀과 꽃과 강과 산과 벌레와 물고기와, 심지어 풀벌레 울음소리까지 걱정하는 책들이 서가를 지배하는 나라가 또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대단하다. 또 그런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이 팔리고 있다. 어떤 저자들은 책을 내면 책이 종이로 만들어지는데, 자기 책이 나무 몇 그루를 또 쓰러뜨렸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런 진정성이야말로 무모하게 자연을 파괴하며 사는 우리들의 겁없는 ‘자연친화적’(?)인 생활태도를 각성시키는 채찍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전국가적이고, 전국민적인 관심과 염려와 걱정과 근심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우리 땅을 그득 메우고 있는데, 왜 지금 저렇게 무지막지하게 물이, 땅이, 공기가 죽어가는지 정말 모르겠다. 참으로 모를 일이다. 때로 나는 나만 모르는 것 같아 겁이 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전국민이 입을 모은 ‘환경친화’ ‘환경보호’라는 이 말이 다 거짓말이라는 것인데, 이 또한 대단한 일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입을 모아 외치는 환경친화라는 말을 그 누구도 안 듣거나, 심지어는 자기가 한 말도 자기가 믿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그러지 않고서야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이 훤한 대낮에 이 나라 곳곳에 강둑을 쌓으며 수천년을 강 스스로 조성해온 강바닥을 어찌 박박 긁어버린단 말인가. 환경을 입에다 달고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눈앞에서 환경을 파괴하는데 그 누구 한 사람 나서서 막지 않고 있으니,5000만이 입을 모아 자연을 보호하자고 외친들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말이다. 책상에 앉아 백 번 천 번 그런 글을 쓰느니, 열 권 스무 권 그런 책을 내며 천 번 만 번 환경행사를 하느니, 돈이 되는 곳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환경친화적 개발’이란 말을 앞세워 국토를 망가뜨리는 무모한 개발 현장에 가서 포클레인 삽날을 거두게 하자. 환경을 지키자고 하는 게 아니라, 환경은 지켜져야 한다. 우리 어머니는 늘 이런 말씀을 하셨다.“말로 밥을 하면 조선 사람이 다 먹고도 남는다.” 김용택 시인·교사
  • 서울 하천변 푸르게 푸르게

    서울시는 오는 11월까지 시내 주요 하천 4곳의 둑 위나 둑 바깥쪽(도로나 주택가쪽) 비탈길 등 11만㎡(약 3만 3000평)에 나무와 꽃을 심어 시민들의 휴식처로 삼는 ‘하천변 녹화사업’을 벌인다고 28일 밝혔다. 사업 대상은 중랑구 중랑천, 영등포구 도림천, 영등포·양천구 안양천, 마포구 홍제천 등 4곳이다. 시는 이들 하천의 둑 위나 둑 바깥쪽 비탈길에 조팝나무와 갯버들 등 나무 17만그루를 심고 5000여평의 갈대밭과 꽃길 등 산책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중랑천의 경우 둑 윗부분에 덩굴 및 총생장미(한 가지에서 꽃이 여러 송이 피는 장미) 2000그루를 심고 장미터널을 만들어 시민들이 산책을 하면서 꽃을 감상할 수 있게 꾸밀 예정이다. 시는 2002∼2004년 9개 하천 28개 구역 51.7㎞ 하천변에 수목 23만그루, 담쟁이 등 덩굴성 식물 4만그루, 갈대와 꽃창포 등 우리꽃 40만송이를 심는 한편 정자 등 편익시설과 운동시설 139개를 설치해 하천변을 푸르게 가꿔왔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2번국도-맛·멋·역사의 향기

    2번국도-맛·멋·역사의 향기

    전남 목포에서 경남 부산을 잇는 2번 국도(총연장 481㎞)에는 맛과 멋, 역사의 향기가 살아 숨쉬고 있다. 남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와 해수욕장은 물론 가야 문화권에 속하는 역사적인 유적들이 풍부하다. 특히 곳곳에서 맛깔스러운 남도의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넉넉한 인심에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푸짐한 음식, 맛집을 찾아 다리품을 팔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휴가.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수욕장과 역사적 유물은 물론 갖가지 을먹거리를 덤으로 맛볼 수 있는 2번 국도에서 여름의 더위를 날려보자. ●목포 무안반도 남단에 자리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 목포는 흑산도와 홍도 등 840개의 섬을 아우르는 항구 도시다. 넓은 바다와 섬을 끼고 있어 그만큼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대표적인 곳은 유달산. 영혼이 거쳐가는 산이라하여 ‘영달산’이라고도 불리는 유달산에 오르면 목포시내와 다도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산주변에 개통된 2.7㎞의 유달산 일주도로를 타고 산정상에 오르면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섬 사이를 오가는 크고 작은 선박의 모습이 아름답다. 유달산에는 대학루와 달성각, 유선각 등의 정자가 있으며 100여점의 조각작품이 전시된 조각공원과 난공원이 볼거리다. 유달산 관리사무소 061-242-2344. 입장료 성인 700원, 청소년 500원. 무엇보다 목포를 여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홍어. 남도의 잔칫집 음식상에는 반드시 홍어가 올라가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을 만큼 유명한 생선이다. 이 가운데 흑산도 홍어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 정도의 희귀한 생선으로 담백하면서도 코끝을 톡쏘는 맛이 특징이다.20년째 흑산 홍어만을 고집하고 있는 금메달 식당(272-2697)이 유명하다. 또 삶은 돼지고기,2년 이상 묵힌 배추김치를 곁들인 홍탁삼합(1접시 13만원)과 홍어찜, 홍어회, 홍어탕 등 홍어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목포시 관광과 061-270-8430. ●독천 2번 국도를 따라 목포에서 20㎞쯤 달리면 만나는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는 세발낙지의 원조. 이곳에는 최고 보양식인 낙지집이 즐비하다. 서남해안 갯벌에서 잡히는 세발낙지를 나무젓가락에 감아 초장에 찍은 뒤 한입에 먹는 것은 별미 중의 별미.‘소가 쟁이질하다 넘어지면 낙지를 솔잎에 싸서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는 말처럼 쇠한 원기를 회복시키는 데 최고의 보양식이다. 제일식당(472-3729)은 기름을 제거한 갈비와 낙지를 함께 넣은 갈낙탕(1인분 1만 2000원)과 낙지구이(10마리에 4만원)의 원조. 인근의 독천식당(472-4222)도 30여년의 전통을 지닌 낙지집으로 낙지연포탕과 갈낙탕이 주메뉴다. 영암군 문화관광과(061-470-2224) ●강진 강진군에서는 마량포구에 가면 고향의 정취와 맛을 느낄 수 있다. 마량포구로 이어지는 77번 국도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푸른 바다를 끼고 이정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확 트인 바닷가와 맞닥뜨린다. 바다를 끼고 내려가는 길은 ‘경치가 좋은 도로’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을 정도로 승용차로 드라이브를 하기에 좋다. 마량포구의 새벽 항구와 함께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위판장에서 펼쳐지는 경매 현장은 아이들에게는 산 교육이 된다. 마량항에 있는 강진군 수협어판장에서는 아침 8시30분부터 수산물 경매가 이뤄진다. 중매인이라고 새겨진 빨간 모자를 쓴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와 빠른 속도로 경매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민물장어 등 자연의 재료를 가지고 고유의 맛을 살려낸 한정식집 해태식당(434-2486)이 유명하다.1인 2만원. 가볼 만한 곳은 다산초당. 조선시대 실학을 집대성한 정약용 선생이 천주교 탄압사건에 연루돼 10여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곳으로, 도암면 만덕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다산초당으로 오르는 길은 대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한낮에도 짙은 숲그늘이 드리운다. 다산 선생은 이곳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또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다산초당의 동암 위쪽으로는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산길이 있다.1㎞ 남짓한 거리로, 호젓한 산길이 아름다우며 강진만을 내려다보는 경치도 좋다. 다산초당 아래에는 다산유물전시관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 백련사와 다산유물전시관까지 산길을 따라 함께 둘러볼 수도 있다. 다산초당(430-3345), 강진군 문화공보과(061-430-3224). ●장흥 장흥은 무공해 고장이다. 천혜의 청정해역과 천관산도립공원을 비롯한 크고 작은 명산, 은어가 뛰노는 1급수 탐진강, 천연계곡과 자연휴양림 등 미래를 위해 아껴놓은 무공해가 자랑거리다. 문인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등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걸출한 문인들의 고향이 바로 장흥이다. 득량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키조개.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량 일본으로 수출돼 내국인들이 맛볼 수 없는 고급 음식이었다. 취락식당(863-2584)에서는 키조개와 한우등심을 곁들인 키조개로스(1인 1만 5000원)를 맛볼 수 있다. 장흥의 명물은 귀족호두. 장흥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되던 명품이며 지압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두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상품은 한 벌(두알)에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비싼 이유는 장흥에서 자생하는 토종나무가 11그루에 불과한데다 그루당 호두가 몇십개밖에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귀족호두 박물관(863-2736)의 전시실에는 각종 호두가 전시돼 있고 20여종의 나무들로 만들어진 고가구 등이 함께 전시돼 있다. 장흥군 문화관광과(061-860-0224). ●보성 보성은 차의 고향이다. 녹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광대한 녹차밭은 보는 것만으로도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보성다원 등 산비탈을 개간해 조성한 차밭이 대부분이어서 맛과 향이 야생차에 비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고급차가 생산된다. 무엇보다 보성의 매력은 어디보다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점. 득량만 방향으로 15㎞쯤 내려가다보면 율포해수욕장과 수문리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율포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해수녹차탕(853-4566)은 지하 120m에서 끌어올린 해수에 녹차잎을 넣고 만든 건강탕. 탕에 앉아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온천장 앞으로 펼쳐지는 득량만 바다 풍광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다. 검붉은 색을 띠는 녹차해수탕은 피부를 통해 녹차성분이 흡수돼 피부탄력을 유지하고 관절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기가 높다. 티베트박물관(852-3038)은 티베트의 정신문화와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티베트 양식으로 건축된 박물관 내부에서는 대원사 주지 현장스님이 1987년부터 모은 탕카, 만다라, 밀교법구 등 티베트 관련 많은 자료가 전시돼 있다. 성인 2000원, 학생 1000원.www.tibetan-museum.org. 보성군 문화관광과061-850-5224. ●벌교 벌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이 곳에 들러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소설에서 마을 지주인 현준배의 집이자 소화와 정하섭이 사랑을 나누었던 ‘현부잣집’은 최근 새로 단장해 답사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빨치산 대장인 염상진의 동생 염상구가 벌교 제일의 주먹이던 땅벌을 제압하고자 스스로의 담력을 보여주기 위해 기차가 올 때까지 오래 버티는 담력 결투를 벌였던 철교도 건재하다. 소설에 등장했던 홍교(보물 제304호)는 세칸짜리 무지개 다리로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홍교중에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벌교천 하류를 따라 내려가면 소화다리에 이르는데 원래는 부용교였으며, 소설 속에서 좌·우익 서로간에 사형을 집행했던 장소로 밀물때면 여기까지 올라온 바닷물이 온통 피바다였다는 아픈 사연을 안고 있다. 먹을거리로는 벌교 꼬막. 예로부터 수라상에 오르는 8진미 가운데 으뜸으로 꼽혔으며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을 만큼 풍미가 일품이다. 꼬막은 고단백 저지방 알카리 식품으로 소화 흡수가 잘된다. 벌교읍(061-857-6410) ●순천 순천은 지루한 삶으로부터 잠시 탈출할 수 있는 곳. 광활하게 펼쳐진 순천만 갯벌을 비롯해 우리의 옛삶을 만날 수 있는 낙안읍성, 조계산 자락의 선암사와 송광사 등은 낭만과 포근함을 준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로 둘러싸여 드넓은 갯벌을 만들어낸 순천만은 가슴을 확트이게 만든다. 물이 빠지고 S자 모양을 그리며 길게 뻗어나간 물길과 아낙네들이 펄배를 타고 꼬막을 캐는 모습이 장관이다. 조계산 기슭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선암사(754-5247)는 사찰 주위에 수백년 된 수목이 울창하다. 주차장에서 선암사로 가는 1㎞에 이르는 길은 계곡과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선암사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를 지나게 된다. 낙안읍성은 민속촌과 달리 사람들이 읍성안에서 조선시대 삶을 재현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읍성에서는 객사(사신이 머무는 곳)와 동헌(지방행정관서) 등 공공시설이 중앙부에 자리하고 있으며,142가구의 일반 주택들은 모두 초가집이다. 읍성은 상도, 허준, 용의눈물 등 사극의 촬영지로 활용됐다. 예로부터 인심이 후하고 미인이 많기로 소문난 순천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화려한 음식문화. 고단백 영양식이라 여름철 스태미나식으로 인기가 높은 짱뚱어는 갯벌에서만 서식한다. 인공양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철에만 먹을 수 있다. 텁텁하면서도 비리지 않은 맛을 내기 때문에 여느 음식에서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순천시 문화관광과(061-749-3328). ●하동 섬진강의 시원한 물빛은 여름철 무더위를 날려주기에 충분하다. 섬진강변을 따라 가는 길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시원한 강바람과 주변에 펼쳐지는 경관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섬진강변을 끼고 구례에서 하동·광양으로 내려오는 길이 특히 아름답다.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운 모래톱에서 물놀이와 낚시를 즐긴다. 화개장터와 쌍계사, 하동송림, 하동포구공원, 쌍계사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최근 문을 연 하동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섬진강 물줄기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대표 먹을거리는 섬진강 물빛을 닮은 재첩국. 많이 자라야 어른의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재첩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경계에서 자라는 것이 상품.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해독 효과는 물론 허한 기운을 보해주는 강장식품으로도 이름이 높다. 동흥식당(884-2257)과 하동재첩사랑(883-7758) 등 주변에 재첩국을 파는 식당이 많다. 재첩국 5000원. 하동군청 문화관광과(055-880-2375) ●진주 진주는 19세의 나이로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뛰어든 논개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작은 도시에 ‘진주 8경’이 숨어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논개의 영혼이 녹아 있는 남강과 진양호의 석양은 일상의 답답함을 시원스레 날려준다. 진주(眞珠)처럼 작지만 아름답고 커다란 빛을 뿜어낸다. 진양댐 어귀에는 전망대와 동물원, 놀이시설 등이 마련돼 있으며, 진주성 촉석루, 국립진주박물관은 시내에서 멀지 않아 반나절이면 돌아볼 수 있다. 진주는 진주 비빔밥과 진주장어구이가 유명하다. 진주성 전투때 처음으로 선보였다는 진주비빔밥은 진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이다. 동황색의 둥근 놋그릇과 쌀밥, 그리고 다섯가지의 나물이 어우러져 칠보화반으로도 불린다. 천황식당(741-2646)과 설야(762-0585)가 유명하다. 진주 장어는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며 깻잎에 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유정장어본점(746-9235)와 남강장어(747-0888)이 맛있다. 진주시 문화관광과(055-749-2055) ●마산 마산에서는 매콤 담백하면서 무더위를 날려주는 시원한 맛을 지닌 원조 아구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아귀찜은 전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지만 이곳 원조 아귀찜은 다른 지역의 아귀찜과는 사뭇 다르다. 마산에서는 한겨울 찬바람 속에서 20∼30일 말린 아구를 냉동창고에 보관해 놓고 쓴다. 마산 아귀찜은 토장맛이 특히 좋다. 말린 아구에 콩나물을 넣고 매운 고춧가루를 푼뒤, 마산의 명물 미더덕을 넣어 범벅해서 찐 것으로 개운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또 비린내가 안 나고 신선하며 담백한 맛의 삶은 아구를 초장에 찍어먹는 수육도 별미. 아구탕은 맛이 시원해 해장국으로 먹어도 좋다. 오동동 뒷골목이 아귀찜의 고향. 오동동 사거리에서 해안도로쪽으로 200m쯤 골목길에 접어들면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오동도 진짜초가집, 원미아귀찜, 구강할매집, 오동도아구 할매집, 본점옛날아귀찜 등이 있다. 진전면 고사리 거락마을에 있는 자연 숲. 자생하는 표고나무와 수양버들이 400m의 진전천 둑에 걸쳐 숲을 이루고 있고 하천에는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른다. 인근 양촌 온천단지에서는 여름철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고현리 공룡발자국화석 지역과 단비도예마을, 봉암갯벌생태학습장 등을 둘러보면 좋다. 마산시 문화공보과 관광진흥담당(055-240-2044). ●부산 2번 국도의 끝지점에서 만나는 송도 해수욕장은 부산 시민의 낭만과 추억이 깃든 명소다. 사계절 싱싱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도심형 어촌이기도 하다. 송도 해수욕장에서는 매년 8월 비치머드페스티벌과 가요제, 해변 미니영화제, 인공암벽대회 등 피서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인근의 암남공원은 1억년전 형성된 퇴적암과 원시림,100여종의 야생화와 400여종의 식물군 등 도심에서 보기 드문 자연군락을 이루고 있다. 먹을거리로는 싱싱한 회와 곰장어구이, 부산 아귀찜 등이 있다. 부산 서구청 문화관광과(051-240-4061).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한강 하구둑 생태탐방로 변신

    철새도래지인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한강 하구 남쪽 둑이 생태탐방로로 정비된다. 김포시는 30일 하성면 전류리∼석탄리 한강 하구 길이 4㎞의 남쪽 제방 5∼6m의 폭을 12m로 넓히고,5m 가량 높여 생태탐방로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사업타당성 조사와 실시설계 등을 거쳐 2007년 초 착공,2008년 중반 완공할 예정이다. 생태탐방로에는 자전거도로와 쉼터, 탐조대 등의 시설을 갖추게 되며, 차량을 통행시킬 경우 시속 20㎞ 이하로 제한할 방침이다. 시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추가로 석탄리∼마근리포 구간 8.7㎞에 대해서도 생태탐방로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김포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대대로 이어온 바다삶터 국책사업에 쫓겨 나다니

    대대로 이어온 바다삶터 국책사업에 쫓겨 나다니

    “대대로 내려온 생계터전 다 잃게 됐지만 보상조차 못 받는다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 내년 1월 부산·진해 신항 북컨테이너부두 개장에 맞춰 진해만 입구에 항로를 지정키로 했다는 소식에 이 해역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어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어민들과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항로를 지정, 생업을 뺏으려 한다.”며 핏대를 세워 보지만 당국은 꿈쩍도 않는다. 어민들은 생계터전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정작 경남도는 ‘강건너 불구경’이다. ●국내 최초의 국제 지정항로 부산해양청은 건설 중인 부산·진해 신항 북컨테이너부두 10개 선석 중 3개가 내년 1월 우선 개장됨에 따라 항로 지정안을 마련, 관련기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항로는 길이 11㎞, 너비 2㎞로 가덕도 동두말 입구에서 거제 저도 앞 해상까지 연결된다. 이 해역은 낙동강 하류로 안개가 많이 끼어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육상의 도로와 같이 중앙선을 설정, 우측방향으로만 진행할 수 있도록 선박의 통항을 분리할 예정이다. 특히 항로입구인 가덕도 끝부분과 거제도 사이 해역에는 국내 최초로 ‘선회항로’를 설치키로 했다. 선회항로는 직경 11㎞의 부채꼴로 육상 도로의 로터리와 같은 기능을 한다. 태평양 방면에서 신항으로 직항하는 선박과 국내연안을 항해하는 선박이 충돌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겠다는 것. 해양청은 여론수렴을 거쳐 신항 개장에 맞춰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항로를 나타내는 교통신호 표지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 최초로 국제해사기구(IMO)에 국제 지정항로 지정을 신청할 방침이다. ●국책사업에 줄어드는 황금어장 문제는 선회항로에 있다. 선회항로로 지정되는 해역은 낙동강의 영양염류가 유입되고,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고 있어 최고급 어종인 대구 산란장인데다 멸치 등 각종 어류가 풍부해 기선권현망어선을 비롯한 연안 어선의 주 조업구역이다. 낙동강 하구둑이 건설된 이후 1980년대 초부터 이 해역에 대구가 회귀하지 않자 경남도와 거제시는 매년 수정란과 인공종묘 방류사업을 벌였으며, 최근 어획량이 늘고 있다. 지난 93년 녹산국가산업단지가 주변에 조성됐으며, 현재 신항만 건설공사가 한창이고, 거가대교 건설도 추진 중이다. 어민들은 “잇단 국책사업으로 조업구역이 크게 줄어 타격이 심한데 이번에는 1억평에 달하는 황금어장을 잃게 됐다.”며 울상이다. 항로로 지정되면 개항질서법과 특정해역의 설정 및 관리규정에 따라 이 해역에서는 어로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수중음파가 고기를 쫓는다 더구나 이 해역은 회유성 어류가 진해만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대형 선박이 하루 수백척씩 통행하고, 인근에 설치되는 ‘묘박지(錨泊地·배가 머무는 곳)’에 수십척이 대기할 경우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으로 길목이 차단된다는 것이다. 선박이 운항할 때는 주엔진과 스크루에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고, 닻을 내리고 있어도 보조엔진을 가동하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발생한다. 수중에서는 음파의 전달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해 어류를 멀리 쫓아버린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진해만으로 어류가 회유하지 못하면 먹이사슬이 차단되는 등 생태계 파괴로 자원이 감소되고, 장기적으로 진해만 전체가 황폐화된다는 지적이다. 진해만에 인접한 창원·마산·진해·통영·거제시와 고성군 등 6개 시·군에 등록된 어선은 모두 8987척. 이들 어선은 멸치와 대구 등 회유성 어종과 돔·도다리 등을 잡아 생계를 꾸리고 있다. 연간 생산액은 3000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진해만 일대 14개 수협과 수산단체 등은 최근 ‘신항로 지정 대책위원회’를 구성, 공동대응에 나섰다. ●뒤늦은 경남지역 의견수렴 어민들은 또 “선회항로 지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하면서 지역 어민단체를 배제한 것은 보상을 피하기 위한 술수”라고 지적했다. 부산해양청은 지난 3월 해경 등에 의견조회 공문을 발송하면서 경남도를 비롯, 도내 수협 등 수산업계는 배제했다. 이 사실이 알려져 어민단체 등이 반발하자 부산해양청은 지난 4월14일 뒤늦게 거제수협과 창원·마산선주협회 등에 공문을 보냈다. 부산해양청은 지금까지 7차례 공청회를 열었으며, 지난 2003년 10월 중간보고 때 기선권현망수협과 진해 의창수협 등에만 통보,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에 대해 부산해양청 김인철 사무관은 “신항로는 종전 ‘가덕수로’의 선형을 일부 변경한 것으로 부산지역 해역이어서 권현망수협 등에만 통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사무관은 “지난 82년 항로로 지정돼 피해보상 대상이 아니고, 신항만 공사에 따른 어업피해는 지난 97년 이미 보상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김 사무관은 “어민들의 주장대로 어업피해가 크다면 오는 2011년 신항이 전면 개장될 때까지 선회항로 지정을 유보할 수 있다.”면서 “어업피해에 대한 용역을 실시하고, 보상에 따른 법리적인 검토를 한다는 것이 부산해양청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청계천엔 물길 트고

    ‘6월1일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른다.’ 서울시는 오는 10월1일 준공식을 앞둔 청계천에 다음달 1일 오전 11시 실제 물을 흘려 보내는 통수(通水)시험을 한다고 25일 밝혔다. 청계천에는 한강 자양취수장에서 취수한 물을 뚝도 침전지에서 침전시킨 뒤 펌프로 청계천 시점부까지 관을 통해 공급한다. 또 청계천 주변 지하철 역에서도 물을 끌어온다. 김병일 대변인은 “야간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오후 9시까지 물을 흘려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번 시험을 통해 복원공사 마무리 뒤 하루 12만t씩 흘려보낼 유지용수가 계획대로 잘 공급되는지 등을 살피게 된다. 또 다음달 중 시점부 청계광장과 수경시설 및 조명설비 시공을 마치고 7월 초에는 유지용수·분수·벽천(壁川)·수경시설 등에 대한 종합 통수시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7∼8월 중 광통교를 끝으로 교량 공사를 마무리한다. 특히 각종 하천 시설물에 대해 다음달부터 장마와 홍수 때 문제점을 점검하고 시민 편의시설 보완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시는 2003월 7월1일 청계고가도로 철거공사 시작과 함께 청계천복원공사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양안(兩岸)도로 개통, 복개 구조물 철거, 하천 시설물 공사 등을 마쳤다. 현재 공정률은 96%로 유지용수 시설물 설치, 가로수 산책로 조성, 청계천 둑을 보호하는 조경 식재 등을 마쳤고 전체 22개 다리 중 20곳이 완공됐다. 이명박 시장은 “10월1일까지 여론을 경청해 편의시설을 보완하고,2000년 강우 빈도에 맞춰 설계된 하천시설물의 완벽한 마무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굴포천 방수로 19일 착공

    인천시 계양·부평구, 경기도 부천·김포시, 서울 강서구에 걸쳐 있는 굴포천 유역의 만성적인 수해 방지를 위한 굴포천 방수로 건설공사가 오는 19일 착공된다. 17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5539억원을 들여 인천시 계양구 귤현동에서 서구 경서동까지(14.2㎞) 인공수로를 폭 80m로 굴착, 굴포천 지역의 홍수량을 서해로 방류하는 치수사업을 추진한다. 방수로는 인공습지 등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돼 수로 양측에 폭 5m의 산책로와 공원 6곳이 들어서며, 수로 남측에 길이 13.4㎞의 왕복 4차선 둑 도로와 방수로를 횡단하는 교량 5개가 건설된다. 평상시에는 5㎞ 떨어진 한강에서 초당 2t의 물을 방수로 안으로 공급해 50㎝의 수심을 유지해 방수로 수질을 관리하고, 굴착 토석은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 등 공공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굴포천 방수로 사업은 1992년 사업계획이 확정됐으나 논란을 빚고 있는 경인운하 사업과 맞물려 환경단체 등과 마찰을 빚다 지난달 주민, 환경단체, 건교부, 환경부 등이 폭 80m의 사업계획을 인정하되 경인운하 재검토 논의기간(1년)에는 폭 40m로 건설키로 합의한 바 있다. 건교부는 2003년 폭 20m의 임시 방수로 사업은 마친 상태다. 그동안 굴포천 유역은 대부분이 해발 10m 이하의 저지대로 홍수시 하천수위가 한강보다 낮아 자연배수가 안되는 지형 특성으로 상습적으로 침수피해를 입었으나 이번 사업 추진으로 만성적인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게 됐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儒林(308)-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儒林(308)-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명종 4년(1548년) 10월. 48세의 이퇴계는 단양을 떠났다. 퇴계가 단양군수를 사직하고 이웃한 풍기의 군수로 전근한다는 소문을 듣고 수많은 백성들이 나와서 퇴계가 탄 가마를 막으며 울부짖으며 말하였다. “나으리, 가시면 아니 되옵니다.” “나으리, 오신 것이 어제와 같은데 벌써 가시다니요.” 단양군민에게 남긴 퇴계의 인상은 놀라운 것이었다. 불과 9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단양군민을 위해 이퇴계는 경이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퇴계가 군수로 부임할 무렵 단양은 오랜 가뭄으로 곳곳에 헐벗은 기민(飢民)들로 피폐해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3년 동안 계속해서 한발이 들어 백성들은 초근목피로 간신히 연명해 가고 있었다고 한다. 퇴계로서는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단양은 예부터 남한강과 단양천을 비롯하여 곳곳에 물이 풍부한데 어째서 해마다 가뭄으로 재앙을 입는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퇴계는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단양에 강이 많기는 하지만 날이 가물면 흐르는 물도 곧 말라붙어 물을 농사에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풍부한 양의 물을 농사에 이용하려면 보(洑)를 쌓아 흐르는 물을 가둬서 저수지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던 것이다. 퇴계는 실제로 단양의 곳곳을 답사하여 마침내 탁오대 바위 옆 여울목이 가장 좁아 둑을 만들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마을 사람들을 총동원하여 ‘복도소(復道沼)’란 저수지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아마도 퇴계가 만든 ‘복도소’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인공저수지인데, 그로부터 500여년이 지난 최근에 이르러 남한강에 충주댐을 쌓고 거대한 인공호수가 생긴 것은 퇴계가 위대한 사상가였을 뿐 아니라 실학정신까지 갖춘 선각자였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해 여름 퇴계는 ‘복도소’의 수중보(水中洑) 준공을 기념하여 큰 바위에 ‘복도별업(復道別業)’이란 친필의 휘호를 새긴다.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도를 회복한다.’는 이 문장의 뜻을 통해 퇴계는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은 자연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로 얼마든 개선될 수 있음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퇴계가 건설하였던 수중보의 유구(遺構)는 1986년 6월 충주인공댐의 조성으로 수몰되어버리고 퇴계의 친필휘호만 따로 보존되고 있을 뿐. 따라서 퇴계가 건설한 저수지로 고질적인 한발을 막고 홍수 때 내리는 물을 저장하여 범람까지 막을 수 있는 다목적용 댐을 갖게 된 단양군민들은 퇴계와의 이별을 못내 아쉬워하며 떼 지어 나와서 가마를 향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퇴계 자신도 단양의 빼어난 절경에 심취되어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짧은 재임기간이었지만 ‘단양산수기’란 책을 남길 만큼 이곳의 산수를 사랑하였고, 또한 오늘날까지 인구에 회자되는 ‘단양팔경’을 일일이 지정하여 스스로 이름까지 명명하지 않았던가.
  • [문학이 머문 풍경]조정래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

    [문학이 머문 풍경]조정래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

    “언제 떠올랐는지 모를 그믐달이 동녘 하늘에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작가 조정래가 발표한 소설 ‘태백산맥’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림자들은 무덤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막한 어둠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현실 투쟁에 패배한 하대치 일행이 ‘야산대장’ 염상진의 묘에 성묘한 뒷 상황을 이같이 설명하며 소설은 끝난다. 토벌대에 쫓긴 이들 패잔병은 끝없이 펼쳐진 적막과 어둠속으로 빨려든다. 그 어둠 건너편엔 초롱초롱한 별들이 가을밤 산골짜기를 비추고 있다. 별들은 야산투쟁에서 숨진 대원들의 넋이다. 이 별들은 희망이고 언젠가 완수해야 할 ‘혁명’의 불길이다. “마지막 남은 이들 대원이 사라져가는 곳은 어딘가.”라는 물음을 남긴 채 전체 1만 7000장 분량의 원고지가 대단원을 장식하는 대목이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당시만 해도 금기시됐던 ‘빨치산’과 ‘남로당’의 실체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일대 ‘사건’이었다. 좌우 대립과 전쟁과정에서 탄생한 ‘야산 대원들’을 역사의 한 축으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일제 말기∼해방∼여순사건∼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격랑을 대서사시처럼 엮어낸다. 역사의 베틀은 남해안의 한 포구인 벌교에서부터 조계산, 지리산, 태백산, 거제포로수용소 등으로 무대를 옮겨가며 한올 한올 짜여진다. 그 중심인 지리산의 골짜기와 능선들은 단순히 지형지물만이 아니다. 그 자체가 역사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이 이데올로기란 ‘괴물’과 버무려져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그들에게 염상진·김범우·염상구·하대치·최익승·심재모·소화·외서댁·들몰댁… 등의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이들은 한많은 시대를 살아간 우리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죽임과 죽음, 보복의 악순환으로 내몬 원인이 정치적 이데올로기보다는 ‘땅’에서 비롯된 점을 부각시켰다. 종문서는 불살라졌으나 당장 부쳐먹을 자갈논 한뙈기 없는 민초들은 일제와 손잡은 지주의 소작농으로 전락한다. 이들에겐 ‘내땅’을 가져 보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지주들의 땅을 빼앗아 나눠 준다는데 누가 싫어할 사람 있겠느냐.”는 한 소작인의 말처럼 ‘땅=생명’이었다. 소설 태백산맥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지명 이름이 현실과 똑같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 소설에 묘사된 지명은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작가는 “역사의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현장답사를 되풀이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 증언을 들었다.”고 밝힌다. 소설 현장인 벌교읍은 실제로 여순반란사건때 좌우익 대립이 심각했고 억울한 죽임과 보복성 살해가 난무했었다. 주민 나모(72)씨는 “어렸을 때 읍내 북국교 등지에서 빨치산과 토벌대가 번갈아 인민재판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시체가 중도방죽 제방에 널려 있었다.”고 말했다. 지리적으로도 제석산과 진광산 등이 포구를 감싸안으며 북쪽으론 조계산과 맞닿아 있다. 섬진강을 사이로 조계산과 지리산이 태백산맥을 따라 금강산까지 이어진다. 광주에서 주암호를 따라 낙안읍성 쪽으로 가다 보면 순천시 외서면과 벌교읍을 가르는 석거리재가 나타난다. 이 고개에서 우측으론 염상진 부대가 한때 해방구로 삼았던 보성군 율어면이다. 선수머리∼벌교읍 사이엔 제법 넓은 농토(중도방죽)가 펼쳐진다. 중도방죽은 실제로 일본인 중도(中島·나카시마)가 땅에 주린 소작농을 꼬드겨 둑을 쌓아 만든 간척지이다. 중도 들판은 소설 속에서 그릇된 토지 소유관계의 역사를 집약한 중심 소재이다. 중도방죽 이외에도 읍내 곳곳에는 소설의 무대들이 작품속에서 묘사된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봉화가 타오른 제석산, 순천 쪽으로 이어진 관문인 진트재(국도 2호선), 하대치 일행이 군용열차를 털었던 경전선 터널, 새끼 무당 소화와 정하섭의 사랑이 깃든 무당집, 현부잣집 재각, 양철지붕의 청년단 건물, 염상진의 목이 내걸렸던 벌교역 광장, 보복으로 점철된 죽임의 현장인 홍교, 양심적 지주 김사용의 퇴락한 기와집, 땅벌과 염상구가 주도권을 다퉜던 철교, 토벌대 사령부로 사용됐던 남도여관, 금융조합 건물 등등…. 요즘 이곳엔 일주일이면 200∼300명의 답사객이 몰린다. 그러나 작품에서 묘사된 지명을 알리는 간판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아직도 ‘빨갱이’와 ‘토벌대 후손’ 주민들 사이에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나 보다. 일부 원로 주민들은 소설속의 장소들을 ‘기념화’하는 사업에 떨떠름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태백산맥 문학관을 짓는데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전한다. 보성군은 그러나 내년쯤 제석산 자락인 현부자집 아래에 문학관을 착공키로 했다. 지난해부터는 문화해설사를 배치해 답사객들을 돕고 있다. 또 내년 봄 중도방죽 2.4㎞구간에서 가족 걷기대회를 열고 이때 작가 조정래씨를 초청해 ‘문학강좌’도 마련한다. 선수머리 입구엔 갯벌 체험장을 조성, 녹차밭 등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에 나선다.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좌익도 우익도, 지주도 소작농도 없다. 소설속의 전투와 살벌함을 느낄 만한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농어가가 산재한 조용한 포구마을을 둘러싼 산자락에 어둠이 내린다. 들물때가 됐는지 홍교 밑 갈대 숲에 바닷물이 흘러든다. 보성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채만식 ‘탁류’ 무대 군산

    [문학이 머문 풍경]채만식 ‘탁류’ 무대 군산

    “금강(錦江)……. 이 강은 지도를 펴놓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면, 물줄기가 중동께서 남북으로 납작하니 째져 가지고는 그것이 아주 재미있게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중략……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려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남쪽 언덕으로 대처(大處=市街地)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탁류의 고향’ 군산에는 아직도 소설속의 흔적 많아 채만식(蔡萬植·1902∼1950)의 대표적인 장편소설 ‘탁류’는 이렇게 시작된다.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됐다가 1939년 단행본으로 출판된 ‘탁류’는 금강하구의 항구도시 전북 군산에 살고 있는 ‘초봉’이라는 여인의 비극적 삶을 통해 일제 식민시대의 어둡고 혼탁한 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풍자한다.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무질서의 격류속에 휩쓸린 인간의 탐욕과 죄악, 파멸을 통해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생생히 그리고 있다. 재물의 노예가 돼 도덕, 윤리, 양심을 내팽개쳐버린 내일이 없는 탁류속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가난, 싸움, 투기, 간통, 흉계, 횡령, 탐욕, 추행, 살인 등으로 짓밟힌 여인 초봉. 죽자고 해도 죽을 수 없고 살자고 해도 살 수 없는 파란만장한 우리 민족의 사회적 현실을 ‘탁류’는 다각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탁류’의 고향 전북 군산시에는 지금도 소설속의 흔적들이 두루 남아있다. 일제가 호남미를 반출하면서 경제적 침탈의 전진기지로 선택한 군산이 번창일로를 걸으며 화려한 영화를 구가했던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망동 월명공원에 오르면 군산시가지와 도도히 흐르는 ‘탁류’ 금강을 굽어볼 수 있다. 온갖 사연들을 쓸어담은 흐린 물줄기가 서해로 들어가는 하구에 크고 작은 선박들이 그림처럼 오가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강건너 멀리 소설의 주인공 ‘정주사’의 고향 충남 서천이 보인다. 1984년 8월 공원 중앙에 ‘채만식 문학비’가 세워졌다. 아직도 일제시대 목조주택과 건물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군산시 금암동, 장미동, 선양동 일대에서는 작품속의 ‘째보선창’,‘콩나물고개’,‘조선은행’ 자리를 찾아볼 수 있다. 주 무대인 째보선창은 선창 앞에 째보처럼 골이 갈라진 물길이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현재는 복개돼 째보의 물길은 볼 수 없다. 90년대 들어 서부어판장에 현대식 건물과 횟집이 줄줄이 들어서 옛 명성만 남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군산시민들은 아직도 이곳을 째보선창이라고 부른다. 콩나물고개는 소설속의 정주사가 출퇴근길에 넘던 고개다. 판잣집이 콩나물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어 지어진 이름이다. 선양동 동사무소 뒤 산자락을 따라 빽빽히 들어선 달동네 주택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어둡고 혼탁한 사회상 신랄하게 풍자, 고발 고태수가 다녔던 은행으로 추정되는 조선은행은 장미동에서 해안쪽으로 가다 보면 눈에 띈다. 우뚝 솟은 2층 석조건물이다. 고태수는 이 은행에 다니며 은행돈을 유용해 주색잡기에 빠지고 미두에 손을 대다 손해를 본다. 조선은행 건물은 해방후 한때 나이트클럽이 들어서기도 했으나 현재는 폐가로 변했다. 건물 바로 옆에는 군산항 개항 100주년 기념광장이 조성됐지만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하다. 2001년에는 내흥동 금강하구둑 옆에 ‘채만식문학관’이 건립됐다. 깔끔한 2층 건물에는 탁류 초판본,43년에 쓴 배비장전 육필원고 등 각종 유품이 전시돼 있다. 채만식의 일대기에 대한 정보를 영상물로 볼 수 있다. ●가난했지만 품위 잃지 않은 ‘불란서 백작’ 백릉(白菱) 채만식은 1902년 6월17일 군산시 임피면 읍내리에서 출생했다. 서울 중앙고보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 영문과를 다니다 가세가 기울어 1년 반만에 중퇴했다. 귀국후 동아일보·조선일보와 개벽사 기자를 전전했고,1925년 단편 ‘새길로’로 조선문단에 추천되며 등단했다. 초반에는 희곡 ‘사라지는 그림자’ 등 동반작가적 작품을 발표했으나 1930년대 들어서 ‘레디메이드 인생’ 등 풍자성 짙은 작품을 발표했다.‘탁류’는 풍자적 기법이 가장 훌륭하게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1945년 고향 임피로 낙향했다가 다음해 익산으로 거처를 옮긴 후 1950년 6월11일 지병인 폐결핵으로 이승에서의 생을 마감했다. 향년 49세. 묘지는 군산시 임피면 취산리 선산에 마련됐다. 가난했지만 항상 감색 상의에 회색 바지를 단정히 입고 모자까지 쓰고 다녀 ‘불란서 백작’으로 불렸다. 장편, 단편소설과 희곡, 평론, 수필 등 29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 채만식에 대한 친일논란이 일고 있지만 군산시는 2002년 ‘채만식 10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의 문학적 가치를 높이 사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2003년부터 ‘채만식 문학상’을 제정해 우수한 소설작품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조선은행 자리는 박물관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군산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비취빛 비경-中 주자이거우·황룽

    비취빛 비경-中 주자이거우·황룽

    남태평양의 에메랄드빛 바다에 한국의 10월 비취빛 하늘이 내려앉았다면? 더구나 이같은 환상적 풍광이 해발 3000m가 넘는 첩첩산중에 펼쳐져 있다면 과연 믿는 이들이 있을까.중국 쓰촨(四川)성 북단 아바 창(藏)족·창(羌)족 자치주에 자리잡은 주자이거우(九寨溝)와 황룽(黃龍).두 곳을 둘러보고나서 기자는 신비스러우면서도 약간은 황당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한국인들에겐 낯설지만 두 풍경구는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 및 ‘세계생물보호구’,‘21세기 녹색환경구’ 등 굵직한 타이틀을 3개나 보유한,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비경지역이다.중국인들에게 흔히 ‘신비의 동화세계’로 불리는 주자이거우와 황룽으로 안내한다. 쓰촨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국제공항을 출발한지 30분 남짓 흘렀을까.도착지인 주자이황룽 공항에 곧 도착한다는 기내방송이 나오고,승객들이 앞다퉈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바다를 이룬 구름을 비집고 우뚝 솟은 설산(雪山)이 마치 남극바다에 떠 있는 빙산 같다.해발 2000∼5000m의 험산과 고원지대로 이루어진 주자이거우는 미처 발을 딛기도 전 이렇게 방문객을 사로잡고 있었다. 주자이황룽 공항.비행기를 빠져나와 바쁘게 100여m쯤 걸었을까.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면서 숨이 차다.“천천이 걸으세요.공항의 해발고도가 3500m예요.” 일행중 고도계와 기압계를 겸한 시계를 차고 있는 이가 뒤에서 소매를 잡으며 말한다.평지에서 1을 가리키던 기압이 0.63을 가리키고 있다.어쩐지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하더라니. 공항에서 주자이거우까지는 버스로 1시간30분 거리.최근 포장된 듯한 아스팔트길이 꼬불꼬불 끝없이 이어진다.고산 반응으로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마치 꽈배기를 꼬아놓은 듯한 도로를 가다보니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버스 창 밖으로 막 가을색이 들기 시작한 고원의 풍광이 펼쳐진다.노랑과 연주홍,연초록이 띠를 두른 듯한 고원지대.사람들은 어지러운 가운데서도 연신 ‘곱다.’를 연발하며 눈을 떼지 못한다. 주자이거우(九寨溝)를 한자로 풀어보면 아홉개의 성채가 있는 해자다.과거 이 협곡을 중심으로 9개의 티베트족(창족)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지금도 창족들이 주류를 이루어 산다. 주자이거우는 해발 4528m의 최고봉을 중심으로 Y자형의 협곡을 이루고 있다.신생대 4기 빙하기가 지나면서 엄청난 규모의 물줄기가 쏟아져 내려오면서 협곡을 만들었고,그 과정에서 수많은 폭포와 호수를 형성했다고 한다.계곡 주변의 원시림은 중국이 자랑하는 판다의 고향이다. 관람은 3개 코스로 나누어 할 수 있다.첫번째 코스는 계곡 입구부터 Y자형 계곡의 삼거리격인 낙일랑폭포까지,두번째는 폭포부터 왼쪽 계곡 끝의 장해(長海)까지,세번째는 폭포부터 오른쪽계곡 끝의 원시림 입구까지다. 코스를 따라 100여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폭포들이 펼쳐지며 탄성을 자아낸다.하나하나에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이름을 지어놓았다.워낙 과장이 심한 게 중국 풍경과 요리 이름이라고 하지만,주자이거우에선 이같은 과장이 결코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특히 5㎞에 걸쳐 갖가지 모양의 호와 소가 이어지는 수정군해(樹正群海),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양이 작은 불꽃이 꽃을 이루고 있는 듯한 화화해(火花海),한 마리의 용이 물속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와룡해(臥龍海),해발 3100m에 마치 남태평양의 바다를 옮겨놓은 듯한 장해(長海)는 주자이거우 관람의 핵심 포인트다. 폭이 325m,높이 35m에 달하는 낙일랑폭포와,벼랑에 오색 비단을 걸어놓은 듯한 진주탄(珍珠灘)폭포에 이르면 거대한 물줄기가 토해내는 굉음과 아름다움에 취해 모두들 할말을 잃는다. 주자이거우의 비경은 국내에 개봉됐던 중국영화 ‘영웅’에서 일부 소개됐다.비록 잠깐 스치듯 지나갔지만 주인공 이연걸이 수면을 차고 솟구치며 기상천외한 무공을 펼치던 오묘한 빛깔의 호수가 바로 주자이거우의 전죽해(箭竹海)다. 주자이거우 풍광의 핵심은 물색이다.온세상의 옥을 모두 거두어다가 이곳에 녹여놓았는지,호수들은 한결같이 투명한 연둣빛을 띠고 있다.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신비스러운 물빛을 설명해주는 키워드는 탄산칼슘이다.석회암 지역에서 빠져나온 탄산칼슘 성분이 물에 녹아 이같은 빛깔을 낸다고 했다. 주자이거우 투어는 계곡내에서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타야만 한다.오염을 막기 위해 다른 차는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다만 시간이 넉넉할 경우 버스를 타지 말고,나무를 깔아 만든 등산로를 이용해 트레킹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총 80㎞가 넘는 3개의 코스를 트레킹으로 둘러보려면 사흘은 잡아야 한다.입장료는 3∼10월 145위안,11∼2월 100위안. ■오색호수 영롱 天土 정원 황룽 주자이거우 숙박촌에서 동쪽을 향해 버스로 2시간쯤 가면 황룽(黃龍)이 나온다.황룽은 창족어로 ‘써얼취’라고 불리는데,‘오색영롱한 호수’란 뜻이다. 마치 한국의 산간 오지의 다랑논에 비취빛 물을 담아놓은 듯하다.크고작은 수백개의 연못이 계단을 이루듯 계곡을 메우고 있고,그안엔 한결같이 연녹색 또는 황금색 물이 가득 들어있다.이곳은 주자이거우와 달리 걸어서만 계곡을 오를 수 있다.해발 3000m부터 시작되는 계곡을 따라 3600m 높이까지 왕복 8.2㎞의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길 바닥은 약간의 쿠션감이 느껴지는 황토를 깔았다. 길 양편으로 계속 이어지는 연못들은 대부분 군락을 이루고 있다.각 군락마다 분경지(盆景池),영월채지(映月彩池) 등 저마다 그럴듯한 이름으로 불린다.황룽의 수십개 연못군락중 백미는 가장 꼭대기(해발 3600m)에 자리잡은 오채지(五彩池)다. 고색창연한 사찰 황룽사 위쪽에 연못이 타원형 군락을 이루고 있는 오채지.‘천상(天上)의 정원’이 있다면 아마 이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연못에 담긴 물들은 바닥의 티끌까지 보일 정도로 맑다.10월 중순에 이르면 연못 주위의 숲이 빨갛게 물들면서 아름다움이 절정이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이름다운 연못이 어떻게 다랑논처럼 계단을 이루고 있을까.비밀의 열쇠는 놀랍게도 나뭇잎과 석회가루다.나뭇잎이 물에 떠밀려 내려오다가 얕은 곳에서 정지하면 물에 용해된 석회성분이 달라붙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둑이 형성된다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오채지를 한바퀴 돌아 하산길로 접어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황룽사에 들르게 된다.고대부터 신성한 터로 여겨진 곳으로 현재 사찰의 면모는 명대에 완성됐다고 안내판에 씌어 있다.규모는 작지만 불교신자들에겐 상당히 유명한 절이라고 한다. 내려갈 때는 속도를 빨리해 주차장에 닿았다.인근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데,일행들의 얼굴이 백지장 같다.고산반응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듯했다.일부는 올라갈 때 휴대용 산소까지 사서 마셨는데도 마찬가지다. ●주자이거우의 사람들,창(藏)족 주자이황룽 공항에 도착하면 이색적인 풍광 하나가 궁금증을 자아낸다.마치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때 운동장을 가득 덮은 만국기처럼 오색띠가 여객청사를 장식하고 있다.빨강,황금,청,초록,하양.이 다섯가지 색깔은 바로 주자이거우의 자연,그리고 이곳 주인공인 창족의 생활을 내포하고 있다. 빨강은 권위,황금은 수확,청은 하늘과 바다,초록은 초원,흰색은 청결함과 순수함을 뜻한다.주자이거우에선 가정집,호텔,시장 등 어디를 가든 이 오색깃발이 펄럭인다. 예로부터 유목과 농경에 종사해온 창족은 독특한 관습을 가진 독실한 불교도들이다.그래서 둘째아들은 무조건 승려로 출가시킨다.창족은 놀랍게도 일처다부제 전통을 갖고 있다.남자는 유일하게 장남만 정식 결혼을 할 수 있다.두 사람은 나머지 남동생들을 데리고 살아야하며,형수는 시동생과도 잠자리를 같이한다.결혼하지 못한 여자와 남자가 많다 보니 강간이 많이 일어나는데,관습상 죄를 묻지 않는다고 한다.지금은 중국의 법률에 따라 불법에 해당되지만 아직도 상당수는 이같은 관습을 따른다고 한다. 매장 방식도 독특하다.매가 시체를 먹게 하는 조장(鳥葬·천장으로도 불림),물에 띄워보내는 수장,높은 탑에 놓아두는 탑장,불태우는 화장,땅속에 묻는 토장 등 다섯가지.죽은 자의 지위에 따라 방식을 달리하는데,가장 지체가 높은 사람은 조장,가장 낮은 이들은 토장으로 묻힌다. 창족의 집은 화려하다.그들의 상징인 오색을 적절히 섞어서 장식하기 때문이다.집은 지금도 현대적 측량기구 없이 짓는다.고산에서 흘러내린 타원형 돌(‘어란석’이라고 불림)로 집의 기초를 세우고,2층은 목재를 이용해 짓는다.보통 1층은 창고와 동물 우리로 쓰고,사람은 2층에 거주한다. 주자이거우 숙박촌에 가면 창족의 전통공연을 볼 수 있다.19곳에서 매일 열릴 정도로 성황을 이루는데,상당히 박진감 있으면서 재미 있다.공연장에 입장할 때 얇은 흰색 머플러를 하나씩 준다.관객들은 공연중 마음에 드는 창족 가수나 무용수의 목에 이 머플러를 걸어준다.공연 관람료는 20달러 정도. ●청두도 둘러 보세요 주자이거우에 가려면 청두(成都)에 하루쯤 묵게 마련이다.청두는 2∼3세기 삼국시대 촉한의 수도였던 쓰촨성의 성도(省都).쓰촨성은 기름진 분지지형에 자리잡고 있으며,사시사철 온화한 기후로 혹한과 혹서가 없는 중국 최대의 곡창지대다.사방이 험준한 산악으로 둘러싸여 있는데,주자이거우도 여기에 해당한다.그중에서도 험하기로 유명했던 고촉도(古蜀道·촉한의 청두와 위나라 시안을 잇던 산악길)가 바로 여기다. 청두 시내엔 제갈량의 위패와 유비의 묘가 있는 무후사(武侯祠)가 있다.또 당나라 때 시성으로 불리는 두보가 안사의난을 피해 피란을 와서 기거하던 두보초당이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몰린다.청두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두시간쯤 가면 러산(樂山)시다. 작은 산이 하나의 불상을 이룬 러산타포(낙산대불)가 있다.벼랑을 깎아 만든 이 불상은 높이가 71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석각불상.당나라 시기(712년) 만들기 시작해 90년이 지나 완성됐다고 한다. ■ 꼭 챙기세요 ●항공편 및 환전,기후,시차 주자이거우로 들어가는 중국 국내선 항공편중 90% 이상이 청두에서 출발한다.청두까지는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1588-8000)이 주 3편(화·목·일 오전 9시45분) 비행기를 띄운다.3시간30분 소요.청두에서 주자이거우까지는 하루 수차례 국내선이 뜬다.50분 소요.주자이거우와 황룽은 위도상 아열대지역임에도 해발 2000∼4000m의 고지대라 기온이 10∼15도 정도로 낮다.긴팔 옷과 두꺼운 자켓이 꼭 필요하다.한국 원화는 쓰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 위안화로 바꿔가야 한다.1위안은 150원.시간은 한국보다 1시간 늦다. ●여행상품 모두투어(www.modetour.co.kr)에서 주자이거우와 황룽,러산을 묶은 4박5일 상품은 109만 9000원,주자이거우와 황룽,두보초당을 묶은 3박4일 상품은 89만 9000원에 각각 판매중.(02)7288-376. ■ 양고기바비큐도 맛보세요 유명한 쓰촨요리는 청두에서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마파두부 등 다채로운 쓰촨요리를 내는데,값도 저렴한 편이다.주자이거우에는 각국 관광객들의 입맛을 고려해 덜 매운 퓨전형 쓰촨요리가 많다.주자이거우 숙박촌엔 양고기집이 많다.특히 양을 통째로 굽는 양고기바비큐가 먹을 만하다.미리 주문하면 숯불에 5∼10시간 서서히 구워 부위별로 잘라서 내준다. 고산지역에서 자라 양 특유의 냄새를 거의 느낄 수 없다.특히 갈비 구이가 맛있다.1마리 요리해주는데 1000위안(15만원) 정도.20여명이 실컷 먹을 수 있다. 주자이거우(중국 쓰촨성) 글 · 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열린세상] 겨울철 대설·한파 대비

    정부는 매년 방재기간을 정해놓고 재해예방을 위하여 각자 맡은 분야의 업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호우·태풍·대설·폭풍 등으로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약 1조 9800억원의 자연재해 손실이 발생했다.특히 지난해 피해액은 약 6조 1153억원이며,복구비는 무려 9조 486억원이나 되었다. 최근 지구촌에서는 산업활동 및 인구증가 등으로 인하여 지구온난화에 따른 고온현상과 태풍·홍수·대설 등으로 기상재해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기상재해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주원인은 우리 주변의 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앞으로도 강수량,바람,대설,기온 등 기상요소의 극값이 계속 경신될 가능성이 있으니 도로·하천 둑·교량 등 시설물의 설계기준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또한 국민들이 언제,어디서나 기상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위성 또는 케이블 등의 전문 기상방송채널이 설립되어야 하며 기상정보,홍수정보,재난대피정보 등을 주야 상시로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기상변화와 복잡한 지형효과로 언제,어디서든 돌발적인 악기상이 발생할 조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 항상 긴장된 상황에 처해 있다.우리 환경이 변하듯이 지금도 기상은 변하고 있으며,앞으로도 기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상청은 올 겨울철 날씨가 눈이 많이 내리고,한난(寒暖)의 차가 클 것으로 전망하였다.올 겨울철에도 대설·폭풍·한파 등으로 인한 기상재해가 예상된다.재해관련기관에서는 늘 준비된 자세로 방재업무를 수행한다면 기상재해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눈 현상은 주로 12월에서 3월 사이에 발생한다.연평균 눈 현상 일수는 10∼30일 정도로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며,대관령은 눈 일수가 60일로 가장 많고 서울은 28일이다.하루에 눈이 가장 많이 내린 지역은 울릉도로 150.9㎝이며,대관령은 92.0㎝,서울은 25.6㎝를 기록했다. 대설로 인한 재해형태는 눈 자체가 많이 내려 쌓여서 일어나는 적설 피해,쌓인 눈의 압력에 의해 일어나는 설압 피해,쌓인눈이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리는 눈사태 피해,내린 눈이 송전선이나 기타 가설물에 부착해서 생기는 착설 피해,장기간의 적설에 의해 생기는 경우 설부병,눈 녹은 물로 인한 지하부의 부패,생육지연,농작물의 줄기손상 등이 있다. 한편,겨울철에는 한파와 폭풍에도 대비해야 한다.겨울철에는 최저기온이 영하 15℃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많으니 수도관 동파 방지 등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1997년 1월1일에 울진에서는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51.9m를 기록한 바가 있어 바람피해에 대비한 시설물관리도 철저히 해야한다. 최근 10년 간인 1993년부터 2002년까지의 대설과 폭풍설로 인한 피해는 사망·실종이 24명,재산피해는 9800여억원이다.특히 최근에는 승용차 등 자동차 이용의 증가,비닐하우스 등 근교농업의 발달,각종 간이시설물 증가 등으로 눈에 의한 피해가 증가하고 그 피해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같이 대설로 인한 피해로는 눈사태로 인한 건물이나 축대붕괴,축사나 비닐하우스 파괴,교통체증과 사고,수산시설물과 양식장 피해,산악등반사고,선박조난사고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눈은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겨울철 스키장에 내리는 눈은 경제가치를 높여주며,보리밭에 내리는 눈은 동해를 방지하고,지면에 내리는 눈은 수도관 등의 동파를 막을 수가 있으며 식수난 등을 해소시켜준다. 국민은 기상정보를 신뢰하고 가치를 중요시하는 풍토가 조성되고,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방재관련기관에서는 재해복구 차원보다도 사전에 재해예방을 위한 시설과 방재시스템 등을 보강하는 정책과 투자를 높여나간다면 자연재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피해를 줄일 수가 있다. 안 명 환 기상청장
  • 메트로 플러스 / ‘걷고싶은 산책로’ 7.2㎞ 조성

    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는 배봉산 근린공원∼답십리 근린공원∼중랑천 둑으로 이어지는 총 길이 7.2㎞의 녹지순환길인 ‘걷고싶은 산책로’를 조성,다음달 초 개통한다.이 산책로는 지난 98년 10월부터 조성공사가 시작돼 최근 완공됐다.총 공사비 31억 9000만원이 투입됐다.
  • 北 전차 서울 입성 ‘5분 저지선’/ 도봉시민아파트 사라진다

    “1968년 ‘1·21사태’ 때 아파트는 없고 벙커만 있었는데 밤새도록 조명탄이 터지고 난리였지요.없어진다니 시원섭섭하네요.” 69년,수도 서울을 방어하는 ‘5분 저지선’의 일환으로 세워졌던 도봉구 도봉동 ‘도봉시민아파트’ 5개 동이 철거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10일 도봉시민아파트에 살던 180가구중 179가구가 이주를 마침에 따라 철거에 들어가 내년 2월 중순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아파트인 2∼4층은 당장 철거하지만 ‘대전차 방어용 벙커’인 1층은 군의 협조를 얻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와 도봉구에 따르면 시민아파트는 김신조 일당의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이 터진 직후 서울 경계 강화차원에서 벙커 위에 지어졌다. 유사시에는 벙커와 아파트를 폭파시켜 적의 전차 남하를 최대한 저지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셈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벙커 북쪽면에 흙을 덮고 잔디를 심어 북쪽에서 보면 그냥 둑처럼 보였다고 한다.아파트는 처음부터 일반 주민들이 사는 곳은 아니었다.인근 수락산에 위치한 군부대 장교·하사관들의 관사로 사용되다 70년대 후반 군부대가 이전하면서 일반에 분양됐다. 시민아파트는 의정부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전략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다.왼쪽으로는 도봉산을 사이에 두고 도봉로와 경원선 철로가 지나간다. 오른쪽으로는 중랑천과 수락산이 버티고 있다.대규모 부대가 남하하려면 시민아파트를 지나갈 수밖에 없는 지형이다. 이 일대에서 50년 넘게 살아 온 주민 장상익(52)씨는 “예전에는 도봉로가 2차로에 불과하고 다른 길은 없었기 때문에 시민아파트 자리만 막으면 서울로 밀고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워낙 요충지라 벙커를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의 우려대로 아예 벙커까지 옮겨 주변 논밭과 함께 이 일대를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하려는 도봉구의 바람과 달리 군부대측은 벙커를 옮기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아파트 철거도 “공사도중 벙커가 훼손되면 원형 복원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허락했을 정도로 ‘애착’을 보이고 있다는후문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
  • 우포늪 / 가을 문턱서 만나는 초록 숨결

    “선생님,개구리는 개구리밥만 먹구 살아요? 벌레도 잡아먹는다고 텔레비전에서 보았는데….반딧불이는 어떻게 빛을 내나요?” 우포늪을 찾은 아이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다.도시의 아이들에게 늪의 풀과 꽃,벌레 등은 온통 신기함의 대상.예전부터 ‘늪’하면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위험한 곳’으로 알고 있던 어른들에게 이같은 모습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쓸모 없는 땅’‘위험한 곳’ 등 부정적 인식의 대상이었던 늪은 산업화에 따른 개발의 여파로 생태계가 위협받으면서 수많은 동·식물의 보고(寶庫)로 주목받고 있다.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이 느껴지는 초가을의 문턱에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리는 경남 창녕의 우포늪을 찾았다.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습지.창녕군 열왕산에서 발원한 토평천이 낙동강으로 흘러들기전 거치는 중간 기착지로 보면 된다.70만여평에 달하는 이곳은 약 1억만년 전엔 거대한 호수였으나 이후 화산 활동과 육지의 침식 등을 거치면서 퇴적물이 쌓이고 호수 주변부에 수초가 무성하게 나면서 점차 늪으로 변모하였을 것으로 지질학자들은 추정한다.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10분의 1 서식 여름 끝에 찾은 우포늪은 음습하지만 깨끗했다.광활한 수면 위로 물풀이 깔린 모양이 마치 초록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개구리밥,마름,생이가래,자라풀,네가래,노랑어리연이 물 위를 빈틈없이 덮고 있다.이들 물풀은 곤충과 물고기에게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물을 정화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맘때면 희귀식물인 가시연이 꽃을 피워 볼 만한데 올핸 없어요.비가 많이 와 수위가 너무 높아진 탓인 것 같아요.” 사단법인 푸른우포사람들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선자(44)씨의 설명이다.그러나 가시연은 우포늪에 사는 수백종의 식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우포늪에선 지금까지 430여종의 식물이 발견되었는 데,이는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고 김씨가 덧붙인다. 우포늪엔 다양한 식물이 군락을 이루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펼친다.장재마을 앞과 토평 쪽의 자운영 군락,대대둑과 목포제방의 억새·갈대 군락,사지포의 내버들 및 물옥잠 군락,장재마을 앞의 왕버들 군락 등이 유명한데,지금은 왕버들 및 내버들 군락,물옥잠 군락이 볼 만하다. 수초와 개구리밥을 헤치고 물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이름도 모르는 곤충들이 쉴새없이 헤엄쳐 달아난다.장구애비,애소금쟁이,물무당,송장헤엄치개,물자라,물방개,물땡땡이….김씨가 일일이 이름을 가르쳐준다.어렸을적 냇가에서 물방개를 잡아서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곤충과 물풀은 물고기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다.그러니 물고기가 많을 수밖에.우포늪에선 42종의 물고기가 발견됐다고 한다.그중 쉽게 볼 수 있는 게 참붕어와 붕어,각시붕어,송사리 등이다.늪 보존을 위해 일반인은 낚시를 할 수 없다.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이들은 늪 주변에서 살아온 몇몇 주민들 뿐이다.이들은 늪 주변 개발 억제에 따른 피해보상 차원에서 정부로부터 어로 작업권을 얻었다.기다란 장대로 나뭇배를 저어가면서 미리 쳐놓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거두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사람도 자연의 일부’란 생각이 절로 든다. 물 위는 잠자리와나비,새들의 세상이다.이맘때면 늪 주변 어디에나 물풀 주위를 덮고 있는 잠자리떼를 볼 수 있다.사지포둑에 서면 내버들 군락지에서 백로와 왜가리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여름철새로 유명한 왜가리는 아예 이곳에 눌러앉아 겨울철에도 심심찮게 발견된다고 한다.이들 말고도 우포늪에선 지금까지 고니와 해오라기,도요새,쇠물닭,노랑때까치,덤불해오라기,쇠백로,원앙,수리부엉이 등 텃새와 여름철새,겨울철새 등 145종의 조류가 발견됐다. 늪 주변의 숲에선 너구리와 다람쥐,뱀,개구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예전엔 수달도 많이 있었다고 하는데,90년대 이후 밀렵이 극성을 부리면서 점차 줄어들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고 한다. ●생태프로그램 신청하면 상세한 가이드도 우포늪은 우포와 사지포,목포,쪽지벌 등 4개의 늪으로 이루어져 있다.따라서 접근로도 여러 군데 있다.유어면 세진리 또는 이방면 소목마을,닭개마을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체계적인 생태학습을 원하면 우포늪 보존활동을 벌이고 있는 지역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는게 좋다.이방면 안리의 ‘푸른우포사람들’(055-532-8989,www.woopoman.co.kr),유어면 회룡마을 창녕환경연합(055-532-7856,www.woopoi.com) 등이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다.두 곳을 방문하면 생태탐방을 위한 상세한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두 단체 모두 사무실 앞에 우포늪을 축소한 인공 습지를 조성해 자연학습장을 운영하고 있으므로,미리 인터넷사이트로 신청하면 생태학습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참가비는 푸른우포사람들 2000원,창녕환경연합 1000원. 우포늪(창녕)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 나들목에서 빠진 후 크게 세 갈래로 우포늪에 접근할 수 있다.먼저 나들목에서 빠져 24번도로를 타고 창녕읍쪽으로 가다가 첫번째 신호등에서 죄회전하면 우포늪 이정표가 보인다.여기서 1080번 도로를 타고 15분쯤 달리다가 소목마을 버스정류소 앞에서 좌회전해 좁은 길로 5분쯤 들어가면 이방면 안리 우포 북쪽 물가에 닿는다.사지포로 접근하려면 소목정류장에 이르기 전에 나오는 ‘우포늪쉼터’ 앞에서 좌회전해야 한다.농로를 타고 마을을 지나 사지포 둑에 오르면 왕버들과 물풀이 깔려있는 사지포가 한 눈에 들어온다.우포 남쪽의 세진리로 접근하려면 창녕나들목에서 빠져 창녕읍 반대 편으로 우회전하면 된다.24번 도로를 타고 유어면 쪽으로 5㎞쯤 가면 회룡마을에 이르러 옛 회룡초등학교 자리에 창녕환경연합이 있다.여기서 우회전해 1㎞쯤 가면 우포늪 입구에 널찍한 세진리주차장이 있다. ●우포8경 푸른우포사람들이 선정한 ‘우포8경’을 참조하면 생태 나들이에 더해 우포늪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요즘 볼 수 있는 왕버들 수림과 물풀의 융단,반딧불이,장대나뭇배,가시연꽃과 함께 가을·겨울에 볼 수 있는 기러기떼와 백조,사계절 관찰이 가능한 별자리 등이 우포8경으로 꼽힌다.우포8경 이외에도 광활한 늪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10월 이후 밤과 낮의 기온 차가 클 때 나타나는 물안개는 우포늪 나들이를 풍요롭게 해주는 덤이다. ●숙박 우포늪 인근에 숙박할 곳이 마땅치 않아 창녕읍내 여관이나 부곡온천 인근 호텔을 이용하는 게 좋다.온천 주변에 부곡하와이 관광호텔(055-536-6331),레이크힐스호텔 부곡(055-536-5181),부곡파크호텔(055-536-6511) 등 10여개 호텔이 있다.창녕읍엔 세림장(055-533-8176),창동여관(055-532-7017) 등 여관이 많다.문의 창녕군 문화공보과(055-530-2236∼9). [식후경] 무공해 붕어찜에 반딧불이 쇼는 덤 이방면 안리 푸른우포사람들 사무소 옆엔 식당을 겸한 민박집 ‘우포민박’이 있다.우포늪 바로 앞에서 숙박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식당 주인 노기열씨가 우포늪에서 그물로 잡은 물고기로 음식을 만든다.직접 물고기를 잡기 때문에 음식 값이 싸다.가물치회는 1㎏에 1만 5000원,붕어찜 1인분 1만원,가물치·붕어곰탕 5000원,,빠가사리 매운탕 1만원이다. 늪에서 나는 무공해 재료로 만든 음식을 우포늪을 지척에 둔 곳에서 먹는 것 만으로도 입맛이 절로 나지만,꼭 그것 때문이 아니라도 음식 맛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특히 가물치와 붕어를 푹 고아 만든 가물치·붕어곰탕은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든 메뉴.진하게 우러난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낸다.숙박료는 3만원.이맘때 늪 곳곳에서 불꽃놀이를 펼치는 반딧불이를 보려면 이곳에서 하룻밤 묵는 게 좋을 듯 싶다.(055) 532-6202.
  • 해시계… 황학… 나비… 山모양…/ 청계천교량 21곳 기본설계도 발표

    시장천막 모양으로 덮인 새벽다리,나비의 날갯짓을 형상화한 나래1교…. 다음 달 1일 착공하는 청계천복원사업과 관련,건립 예정인 교량들의 구체적인 형태가 결정됐다.서울시가 24일 발표한 ‘청계천복원 건설공사 기본설계’에 따르면 복원사업이 진행되는 동아일보앞∼신답철교 5.8㎞ 구간에는 다양한 형태의 교량 21개가 들어선다. 3개로 나뉜 공사구간 가운데 1공구인 동아일보앞∼광장시장 2㎞ 구간 첫머리에는 폭 30m 길이 21.1m의 모전교가 건립된다. 모전교는 공사의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에서 해시계 ‘앙부일귀’ 모양의 조형물로 꾸며진다.폭 45.6m 길이 22.7m인 삼일교는 인근 남산의 배경과 어울리도록 횡단면에 한자 ‘山’(산) 모양이 세워진다. 2공구인 광장시장∼난계로 2.1㎞ 구간에는 방산종합시장과 광장시장의 횡단지점에 ‘새벽다리’(사진)가 들어선다.새벽무렵 시장에서 활기가 넘친다는 의미다.교량 상부에는 천막 모양의 지붕도 세워진다.3공구인 난계로∼신답철교 1.7㎞ 구간에는 날아오르는 황학(黃鶴)을 형상화한 황학교가 건립된다. 다양한 형태의 문화공간도 곳곳에 마련된다.1공구에는 수표석 조형물과 징검여울 등 ‘청계천 10경(景)’이,2공구에는 패션광장을 비롯,징검다리와 벽천(壁泉),빨래터 등으로 구성된 ‘천변 8경’이 조성될 계획이다. 3공구에는 습지와 생물서식지 등이 조성된다. 한편 시는 중랑하수처리장에서 고도처리한 물과 자양취수장에서 끌어온 한강물,지하철역사의 지하수 등을 이용,복원된 청계천으로 흘려보낸다.20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하천 양쪽에 둑을 쌓고 하부 양쪽에는 차수벽을 설치해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한다. 황장석기자 surono@
  • 작년 최악수해 김해 한림면 르포 / 수해는 계속된다?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물난리를 겪은 경남 김해시 한림면은 아직도 수해가 끝나지 않았다. 화창한 날씨에 드넓게 펼쳐진 한림면의 들판에는 4일 모내기가 한창이었다.벼포기를 심는 이앙기가 ‘탁탁’소리를 내고 있었을 뿐 조용하고 한가로웠다.겉으로 보기에는 수마에 할퀸 자국이 말끔히 치유된 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50여가구는 임시로 마련된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10개월째 고통을 겪고 있었다.장마철이 코앞에 닥쳤지만 지지부진한 수해복구공사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림면 시산리 마을도로변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모(48)씨는 “생활의 불편함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면서 “여름이 다가오면서 낮시간에는 뜨거워 컨테이너 안에 머물 수도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이날 오후 2시쯤 컨테이너 안은 한증막과 다름없었다.선풍기가 돌고 있지만 달궈진 철판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주민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컨테이너 지붕에 햇볕가리개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설명했다.박씨처럼주택을 잃고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주민은 50여가구.당초 130여가구였으나 불편을 이기지 못한 80여가구는 전에 살던 집을 수리해 들어갔거나 다른 거처로 옮겼다. 김해시는 장방지구 3만 9000여평과 시산지구 2300여평에 이주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지만 차질을 빚고 있다.장방지구는 32필지 7800여평의 토지소유주와 보상협의가 안돼 부분공사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산지구에는 일부 주택이 건립되고 있으나 아직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장방지구에는 139가구,시산지구에는 11가구가 이주할 예정이다. 지난해 물난리를 가져왔던 한림배수장 증설공사와 화포천 개량사업도 지지부진해 주민들을 더 불안케하고 있다. 시와 농업기반공사는 현재 초당 31.6t인 한림배수장의 배수용량을 초당 120t으로 늘리기로 하고 지난 2월 증설공사에 착수했다.완공은 내년 상반기.이처럼 시급한 공사임에도 아직 지반보강을 위한 파일박기 작업에 머무르고 있다.특히 공사를 본격화하려면 인근 낙동강 둑을 8m정도 파내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3개월 이상 걸려 공사중에지난해와 같은 물난리가 또 닥칠 것으로 우려된다. 배수장 신축예정지인 신촌마을 21가구 주민들이 이주를 거부하기 때문이다.토지와 건물에 대한 보상을 마쳤으나 이주택지 분양가를 놓고 시와 주민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수몰민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겠다.”면서 “이주택지 분양가는 평당 10만원 이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시는 “조성원가를 밑도는 가격으로 분양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어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농업기반공사 양산지사 주영일 공사과장은 “지난해 침수됐던 기존 배수장을 보수·보강했기 때문에 웬만한 폭우에도 배수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 출신 유진환 시의원은 “현재 배수장 시설로는 하루 300㎜ 이상 비가 오면 문제”라고 걱정했다. 유 의원은 “공무원들이 일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행정절차를 밟느라 많은 시일을 허비했다.”고 지적했다. 김해 이정규 기자 jeong@
  • 장마 앞둔 수해복구현장

    지난해 9월 태풍 ‘루사’가 할퀴고 지나간 피해현장은 아직도 상흔이 생생하다.장마철이 코앞에 닥쳤지만 수해복구 작업은 철근 등 자재와 일손,장비부족 등이 겹쳐 늦어지면서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어 또한번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철근 등 원자재는 화물연대 파업의 여파로 극심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고,무리하게 공기를 맞추기 위해 시공중에 설계를 변경하는 편법도 난무하고 있다.수해가 심했던 강원도 동해안지역과 전북 무주지역의 복구현장을 취재하고 수해복구의 문제점을 긴급점검한다. ■강릉 주문진 장덕마을 “코앞에 닥친 장마철을 어떻게 넘길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강릉 함(咸)씨 집성촌으로 지난해 태풍 ‘루사’때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되다시피한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마을 주민들은 올 여름 장마 걱정에 벌써부터 가슴을 죄고 있다. 최근 100㎜ 안팎의 봄비로 임시교량이 사라지고 마을앞 제방과 도로가 패여나가는 등 또다시 아수라장이 됐기 때문이다. 논이 있던 곳에 새로운 집들이 들어서고,11채의 집들이 사라진 곳에마을앞 임시 도로가 생겨난 것 외에 마을은 지난 여름 수해 이후 별반 달라진 것없이 여전히 어수선하다. ●최근 100㎜ 봄비에 임시교량 유실 마을앞을 휘돌아 흐르는 신리천은 중장비를 투입해 물길만 잡아 놓았을 뿐 장마철을 앞두고 제대로 된 제방조차 아직 설치되지 않아 아슬아슬하다. 마을 주민들은 “복구공사를 제대로 하려면 제방을 만든 다음 도로 선형을 잡고 농경지 복구를 해야 하지만 일을 거꾸로 하는 바람에 올 장마철이 무엇보다 걱정스럽다.”고 울상이다. 하천 제방공사는 모래를 모아 둑을 만들고 있어 또다시 큰 비가 내리면 언제 쓸려나갈지 모를 일이다.공사 업자들은 “호안블록을 쌓고 물길 주변에는 돌망태를 놓으면 안전하다.”고 장담하지만 최근 내린 봄비로 벌써부터 제방 곳곳이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고 있어 주민들을 불안케 한다. 마을이장 최선덕(49)씨는 “어차피 늦어지는 공사인 만큼 모래를 쌓아 임시방편으로 제방을 쌓느니 친환경적으로 튼튼하게 쌓아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모든 복구공사가 어설프게만 보이는주민들은 “제방이 무너져 내리고 지난해처럼 물난리를 겪으면 농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제방이라도 제대로 놓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마을 곳곳 작년 수마 상처 그대로 주민 함제천(72)씨는 “5000평의 논농사를 위해 못자리는 마련했지만 품삯과 비료값만 또 날리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워 아직 모내기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이웃한 함흥호(67)씨도 “빗물에 쓸려보낸 과수원을 밭으로 이용하려 해도 아직 밭은 복구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농사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장마철을 앞두고 불안하기는 강원도내 수해지역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다.끊어진 도로는 하천변을 따라 임시로 닦아놓은 모랫길이 그대로이고 무너져 내린 교각 잔해는 여전히 방치돼 있어 물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글·사진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 ■전북 무주군 11일 오후 전북 무주군 무주읍 남대천.지난해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가면서 엄청난 수해를 입었던 이곳에서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분주히 움직이고있었다. 집채만한 바윗돌을 쌓고 무너진 교량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남대천은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어느 정도 복구되고 있는 모습이다. 1800억원을 들여 756건의 수해복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무주군은 전북도내에서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었던 지역.김세웅 군수를 비롯한 무주군 관계자들은 수해복구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일일이 방문해 장마철 이전 복구완료를 독려하느라 눈코 뜰새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복구율 71%… 타지역보다 높아 특히 긴급공사로 추진되고 있는 수해복구사업이 부실공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군청 관계자들은 물론 감리단,시공회사가 빠듯한 공사기간 속에 견실시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군 전역에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 거의 없어 크고 작은 하천마다 부서진 수리시설과 도로를 복구하고 제방을 보수하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하지만 워낙 피해규모가 크다 보니 복구사업이 뜻대로 진척되지 않는다.전국적으로 사상 최대의 수해가 발생한 만큼 장비·인력·자재 등이 모두 부족해 원활한 복구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무주군의 수해복구사업 추진율은 756건 가운데 459건이 완료되는 등 71%에 머물고 있다.수해규모에 비교할 때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나 장마철 이전에 완공이 어려운 현장이 적지 않다.무풍면 철목교,안성면 장기교,무주읍 상곡교 등 교량 5곳은 공정률이 35%선이어서 장마철 이전 완공은 불가능한 상태다. ●철목교등 교량5곳 장마전 완공 힘들듯 시공회사들도 “철근,돌망태 등 관급자재 공급이 늦어져 공기를 채우기가 무척 어려운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세웅 군수는 “지난해 홍수가 나면서 하천부지를 개간한 농경지를 휩쓸고 가 ‘옛 하천 되찾기사업’과 ‘친환경적 자연하천조성’ 개념을 도입해 수해 상처 치유와 함께 지역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구축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내 수해복구사업은 2019건 가운데 1418건이 준공되는 등 평균 75%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601건은 공사중이고 이 가운데 9건은 6월말 이후 완공될 예정이다. 글·사진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복구사업 문제점 장마철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전국의 수해 현장 복구에 비상이 걸렸다.지난해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강원도와 호남,영남,충청권 등 현장 곳곳에서 장비·자재·인력 등이 모두 모자라 아우성이다. 특히 화물연대와 운송업체간의 협상이 타결되기는 했지만 파업기간중 생산차질로 품귀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이에 따라 지난해 연말부터 무더기로 발주된 수해복구공사 현장은 철근 부족에 따른 공기 지연으로 우기 전에 완공이 어렵게 됐다. ●석공 일당 12만~20만원으로 뛰어 국내 철근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철강의 경우 11일 현재까지 정문이 봉쇄돼 관급물량 3만여t이 대기하고 있다.현재 주문량이 8만여t에 달해 정상적인 생산이 이뤄져도 시중의 품귀사태는 당장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도 하루 4400여t씩 출하됐으나 지난 6일부터 중단돼 2만여t이 밀려 있다.한보철강의 철근시장 점유율은 12%. 철근 품귀현상은 강원도 지역도 마찬가지다.강원지방조달청 강릉출장소와 수해복구공사 시공사들은 이달 들어 2만 8000여t의 철근 배정을 요청했으나 납품이 안돼 발만 구르고 있다. 이처럼 철근 공급이 차질을 빚자 시공업체들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관급가격(t당 36만 8000원)보다 5만∼10만원씩 웃돈을 주고 민수용 철근을 구입하고 있으며,일부 현장에서는 수리시설 복구공사를 하면서 교량용 고강도 철근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장비와 인건비도 2배 이상 뛰었고 자재는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포클레인의 경우 하루 24만원이던 사용료가 30만원으로 올랐다.돌을 쌓는 석공의 일당은 8만∼10만원이었으나 12만∼20만원을 줘도 구하기 힘들다. ●가설계후 발주해 부실공사 우려 또한 올 들어 유난히 자주 내린 봄비로 물이 불어 수해복구 현장마다 새로운 물길을 터야 하는가 하면 공사도 지연돼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또한 수해복구사업이 긴급공사로 추진되다 보니 가설계만 한 뒤 발주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추진하는 바람에 부실공사가 우려된다.이 때문에 시공업체들은 설계가 달라질 때마다 시공한 현장을 다시 뜯어고치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수해복구공사 시공업체 관계자들은 “철근 공급이 늦어지고 장비·인력 부족으로 6월 말 완공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발주처는 공기내 완공을 독촉하기 보다 원활한 자재수급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창원·당진 이정규 이천열기자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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