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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아이 아빠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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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희원 인터뷰 / ‘골프아빠 비난’ 한국선수 질투한 탓

    연장 세번째 홀의 긴 퍼트를 성공시켰다.브레이크가 있었나. -브레이크가 거의 없는 직선 퍼트였다.꼭 넣어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우승 소감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쁘다.우승할 수 있도록 성원해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우승의 원동력은. -사흘동안 장기인 아이언샷과 퍼트가 잘됐다.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3라운드 17번홀 3퍼트 보기로 공동선두를 허용했다.당시 느낌은. -앞서 경기한 웬디 워드가 마지막 18번홀 버디를 잡은 줄 알고 버디를 낚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그러나 워드가 파에 그친 것을 확인한 뒤 경기에 몰두했다. 한국선수중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박세리 김미현의 최고 성적만큼 낼 수 있나. -생각해 보지 않았다.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한국선수와 아버지들의 행동이 문제가 됐는데.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좋은 성적을 내는 한국선수들에 대한 질투와 시기에서 비롯된 것 같다.어쨌든 상관하지 않는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이혼할땐 자녀에게 먼저 알려라”이혼가정의 50가지 자녀양육법

    “서로 미워하면서 함께 사는 것보다는 헤어지는 게 아이들에게도 낫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래서일까,2002년 한해동안 하루 400쌍이 이혼해 무려 14만 5300쌍이 이혼했다.그리고 10만명이 넘는 아이들이 이혼 가정의 자녀가 됐다. 부모의 이혼으로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이 많은 우리 현실에서 ‘이혼한 부모를 위한 50가지 자녀양육법’은 좀 낯설다.아직도 이혼가정을 ‘결손 가정’으로 분류하고 싶어하는 우리 사회에선 흡사 이혼을 장려하는 ‘불온 서적’ 쯤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혼이 ‘최후 선택’이라면 ‘제대로 이혼하는 법’정도는 알아야 할 시대인지도 모른다.더욱이 ‘이혼만 하면 끝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혼 전·후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이혼한 부모는 물론 아이들의 인생도 달라진다는 ‘이혼 선진국’의 충고는 귀담아야 할 소중한 것임이 분명하다.공동저자인 니콜러스 롱은 미국 아칸소 아동병원 교수이고 렉스 포어핸드는 미국 조지아 주립대 교수로 아동심리학의 대가이다.두사람은 이혼한 가정에 대한프로그램을 50년간 만들어온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강조하는 50개의 메시지 가운데 중요한 것들을 뽑았다. ●부모가 함께 이혼결정을 설명하라 저자는 부모들에게 “이혼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일임을 인정하라.”고 충고한다.괴롭다는 이유로 부모들의 감정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아이들은 부모가 더이상 함께 살지 않는 이혼 그 자체보다는 어떤 식으로 이혼하고,부모가 이혼 후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충격정도가 달라진다.”고 말한다.아이들에게 충격이 적도록 이혼하려면 먼저 아이에게 이혼결정을 알리라는 것이다.두 사람의 감정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함께’ 아이에게 이혼결정을 밝히고 부부사이의 관계는 변해도 부모로서의 관계는 유지될 것임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물론 아이에게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다른 뜻이 표출될 수 있기 때문에 자녀에게 어떻게 이야기할 지 미리 의논해두라고 한다.이와 관련,저자는 “게임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한다.이혼을 게임이라고가볍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혼 후 과정은 게임을 풀어가듯 지혜롭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스파이로 이용하지 말라 부모의 이혼에 맞닥뜨린 아이는 궁금한 게 많다.누구와 어디서 살게되는가,나는 혼자 버려지는 것은 아닌가.더욱이 아이는 ‘이혼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한쪽 부모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잘못해서 엄마·아빠가 헤어진다.’거나 혹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지금은 헤어지지만 언젠가는 다시 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 것이다.’라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갖고 있다.그러나 이런 잘못된 생각은 아이에게 상처만 키운다. 혼자만의 상상으로 괴롭워하지 않도록 이 책은 아이가 이혼에 대해,혹은 함께 살지않는 부모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게 할 것을 권한다.또 아이 앞에서 더이상 싸우지 말고 전 배우자를 비난하지도 말 것이며,아이를 두 사람간의 ‘스파이’로 이용하지 말도록 경고하고 있다.실제로 이혼가정의 아이들 중 70%는 ‘볼모’로 잡혀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이는 아들보다 딸이 더 심하게느낀다. ●이혼 후 부부는 비즈니스 관계여야 아이들이 이혼이란 스트레스를 이겨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부모가 아이의 생일에 함께 모여서 행사를 갖거나 학교생활과 생활습관까지 함께 관심을 갖는 등 아이에게 배려할 것을 권하고 있다.이렇게 ‘멋지게’‘세련되게’헤어지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그러나 이혼이 더이상 특별한,이상한 일이 아니라면 이에 대한 준비는 필요할 것같다.“이혼 후에는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라”는 이 책은 이혼은 하지 않았으나 늘 부부싸움을 하는 부모들에게도 결혼생활과 자녀양육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한나, 1만원. 허남주기자 hhj@
  • 저출산시대 /키우기 힘들고 능력도 달리고… “아이 안낳을래요”

    아이 키우는 어머니들 가운데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속담을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아이를 제대로 키우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이 시대 젊은 부부들이 이 말에 동의한 것일까,최근 국내 출산율이 세계 최하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여성 1인이 평생 낳은 자녀의 숫자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이 1.17로 현재의 인구수준을 유지하는 대치출산율 2.1을 훨씬 밑돌고 있다. 이는 인구문제로 고민해온 유럽의 평균 1.45보다 낮다.더욱이 저출산국가의 인구전환은 약 100∼150년간에 걸쳐 완만하게 이뤄졌으나 우리는 30년만의 급격한 변화이기 때문에 앞으로 가속이 더 붙을 것임을 경고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아이 키우기가 날로 더 힘들어지는 현실이 우리 사회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인구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20∼30대는 왜 아기 낳는 일을 주저하는가.저출산의 원인을 알아봤다. ●아이는 귀여워,하지만… “아빠 사랑해?” 사무실에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전화로 3살 난 아들에게 사랑을 확인하는 한영규(36)씨는 요즘 아이가 주는 행복에 푹 빠졌다.그래서 둘째 계획을 물어봤더니 깜짝 놀라듯 말했다.“하나로 충분합니다.너무 예쁘지만 아이 키우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에요.아파트에서 자라는 탓인지 감기가 잦고,또 열은 얼마나 자주 오르는지….우리 부부에게는 아비와 어미의 역할만 있을 뿐 사랑으로 맺어진 두 남녀의 관계는 이제 완전히 없어진 것 같아요.” 퇴근 후 지친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다는 자상한 남편 한씨의 이야기는 핵가족시대 보편적인 육아의 어려움을 담고있다.그러나 어쩌면 이는 약과일지 모른다.주부가 직장을 갖는 경우,그 어려움은 몇 배가 되기 때문이다. 5살과 4살 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는 염혜숙(32)씨는 서슴지 않고 자신을 만성우울증환자라고 했다.“아무 의욕이 없어요.예상치 않은 야근이라도 걸리면 아이 맡아주시는 아주머니댁에 들러 곤히 자고있는 아이들을 깨워서 데려와야 합니다.겨울에도 땀이 흐를 정도로 힘들어서 그런 밤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요.왜 하필 남편은 꼭 그런 날에는 더 늦는지.몸이 힘들어서 짜증이 나고 부부싸움이 벌어지지요.왜 사는가 싶을 때가 많아요.결혼을 좀 늦게 할 걸 그랬다고 후회할 때도 있어요.친구들은 아직 미혼도 많은데….” ‘아이는 예쁘지만 너무 힘겹다.’는 젊은 부모들의 말은 지난 세대에게는 ‘엄살’로 비난받기 딱 좋다.“겨우 한둘 키우면서….”그러나 대가족에서 아이 키우던 때와 지금을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대책없이 낳을 순 없잖아요 젊은 부부들은 단지 ‘육아노동’을 피하기 위해 아이 낳기를 꺼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돌 전부터 시작되는 ‘교육’이라 불리는 ‘경쟁’은 부모들에게 보통 월수입의 30∼40%를 쏟아붓게 한다.또 큰 돈이 들어가는 해외연수와 조기유학 등 돈을 필요로 하는 교육환경으로 인해 부모들은 ‘능력이 돼야 아이를 낳겠다.’는 인식을 자연스레 갖게 됐다. 결혼 4년째 김석호(32)씨는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쳤다.“정말 결혼하면 당연히,아무 생각없이 아이를 낳아야 하나요? 집장만도 해야 하고,아내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친가나 처가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결국 남의 손에 맡겨서 목돈들여 키워야 하는데 대책없이 아이만 낳을 수 없지요.조금 더 있다 안정되면 낳을 겁니다.” 산부인과 전문의 김창규박사는 “결혼 후 출산계획을 미루는 사례가 날로 늘고 있다.3∼5년이 지나서 아이를 갖는 부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예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다.‘Double Income,No Kids’의 약어로 딩크(DINK)족이라 불리는 젊은 부부들은 아이없이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과 아내 단 둘이 생활하는 가족형태를 유지하고 있다.이는 통계로도 잡혀,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부부만으로 이뤄진 가족이 85년 7.8%에서 점차 증가해 2000년에는 14.8%나 되고 있다. ‘딩크카페’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억(33)씨는 결혼 5년째.물론 아이가 없고 앞으로도 출산계획은 잡혀있지 않다.“한창 자신의 인생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에 아이를 낳아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현재의 생활에 만족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도 “아기를 싫어하거나 이기적으로 즐기기위해 그런 것은 아니다.”며 “선진 외국처럼 육아를 개인적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힘을 덜어준다면 나도 아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아이를 낳지 않기로 약속한 뒤 결혼해 4년째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고연희(32)씨는 “주위 사람들이 아기 키우는 행복감을 이야기할 때면 ‘더 늦기 전에 낳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교육비 부담 등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사건,사고가 너무 많아 아이키우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엄두를 못 내겠다.”고 말했다. 전업주부 김경숙(38·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아이를 하나만 낳은 것을 정말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초등학교 4학년 딸애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100만원에 육박한다.우리는 그리 많이 하는 편도 아니고,해외연수나 조기유학 등 남들처럼 뒷받침도 제대로 못하면서 둘째까지 있었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교육비 시장규모가 무려 7조원을 넘어섰다.대부분의 부모들은 소득의 30∼40%를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현실을 거스를 자신은 없다.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사회에서 뒤처지는 아이로 키우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말도 나온다. ●결혼,꼭 해야 할까? 미혼여성들은 “언제 결혼하냐?”는 주위의 성화가 괴롭다고들 한다.그러나 실제로 그 성화가 괴로워서 결혼을 서두른다는 미혼여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적령기’란 개념은 이미 미혼여성들 사이에선 없어졌고 결혼연령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초혼연령이 1990년 남자 27.9세,여자 24.9세였던데 비해 2000년에는 29.3세, 26.5세로 남녀 모두 높아졌다. 결혼이란 사회제도에 대해 ‘필수’아닌 ‘선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64세 이하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태도연구’에 따르면 ‘결혼,안해도 된다.’는 부정적인 응답이 43.8%나 됐으며,특히 30,40대 중반여성이 가장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또한 한국여성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여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취업을 희망하고 있으며 대부분(83.0%)이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평생 일하겠다.”고 답했다. 29세의 직장인 최선정씨는 “3∼4년 후 결혼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또 아이문제는 “요즘엔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아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내 주변의 친구들도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이다.”고 말했다. 출산율 저하의 직접적 요인은 결혼연령 상승과 미혼율 증대,기혼여성의 소자녀관 정착뿐 아니라 산업화와 도시화,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자녀양육부담의 증대 등이라는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됐다.그러나 정작 우리 사회는 아직도 출산정책에 명백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허남주기자 hhj@
  • 편집자에게/ 끝내 연락않는 아이 부모 이해할 수 없어

    -‘철도원 살신성인’기사(대한매일 7월26일자 1면)를 읽고 무엇보다 철도공무원 김행균씨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김씨의 용기있는 행동이 한 아이의 생명을 살렸다는 기사를 읽고 솔직히 만감이 교차했다.두 아이의 부모이자 같은 가장의 입장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고,“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경외감도 들었다. 한편으론 끝내 연락을 하지 않고 사라져 버린 아이나 부모의 행동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더욱이 열차안에서 여러차례 목격자를 찾는 안내방송이 흘렀고 언론에서 기사를 비중있게 다룬 점을 고려한다면 아이의 부모는 ‘은인’의 소식을 모를 리 없다.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우리 아이가 다음날 아침 “아빠 그런데 왜 아이 부모님은 고맙다고도 안 해요.”라고 물었을 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어떤 사정으로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는 알고 싶지 않다.다만 ‘이 세상이 아직은 살 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또 다름 아닌 자식을 위해서라도 부모의 연락을 바란다.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동화는 좋은 일을 한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겐 ‘좋은 행동을 해봐야 자기 손해’라는 일부 어른의 비뚤어진 생각을 심어주지 않았으면 한다. 유중희 미술학원 원장·경기 광명시 철산3동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 혼전동거는 파리지앵 ‘삶의 코드’

    |파리 함혜리특파원|세실(23·여)과 질(25)은 프랑스 파리의 11구에 있는 서민 아파트에 3개월 전 보금자리를 마련했다.100년이 넘은 오래 된 아파트여서 엘리베이터도 없이 삐걱거리는 계단을 걸어서 4층까지 올라가야 하고,집이라야 고작 부엌과 침실밖에 없는 작은 공간이지만 이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이들은 물론 결혼을 하지 않았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고,각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던 차에 아예 함께 살기로 했지요.” 프랑스의 자동차 회사인 푸조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하는 질은 “사랑하는 사람을 언제나 볼 수 있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라며 “지난 2년간 사귀던 것보다 지난 3개월간 함께 살면서 서로를 훨씬 더 많이 이해하고,정신적으로 친밀해졌다.”고 말했다. 세실은 파리 1대학에서 예술사 석사를 마친 뒤 공연기획사에서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다.프랑스 중부의 르망이 고향인 세실은 파리에서 대학을 다니는 동안 조부모와 함께 지냈다. “우리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지만 개방적인 편인 데다 주변에 남자친구와 함께 사는 사촌들이 많아서인지 동거를 시작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오히려 좋은 남자 친구를 만나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된 것을 부모님들이 기특하게 생각하신다.”고 말했다. 2세를 갖는 것에 대해 질은 “세실만 동의한다면 아기를 갖고 싶다.”고 했다.반면 세실은 “넓고 깨끗한 아파트도 마련하고,안정된 직업을 갖게 되면 그때 갖겠다.”고 한다. 이들은 결혼과 동거의 차이를 묻자 “결혼은 당사자뿐 아니라 두 집안의 결합이고 훨씬 신중해야 한다.하지만 리스크가 많다.동거는 단지 두 사람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관계일 뿐이다.동거를 통해 성격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가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일종의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만쌍이 비 결혼 동거커플 프랑스에서 결혼 전 동거(concubinage)는 보편화된 사회 현상이다.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약 200만쌍 정도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이성 커플이다.개인의 신상을 적는 모든 서류에도 결혼,독신,이혼,사별과 함께 동거 항목이 있을 정도다. 1999년 11월15일자 법규(시민연대법·Pacte Civil de Solidarite)는 동거를 법적으로 인정해 각종 세제상의 혜택을 동거 커플들에게 주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1960년대까지는 동거가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를 지녔었다.미혼의 두 남녀가 단순하게 동거하는 것보다는 내연 관계에 의한 동거로 인식됐기 때문이다.하지만 전통적인 부르주아 가치관에 정면으로 도전한 1968년 사회문화혁명을 계기로 법적으로 미혼인 남녀의 동거는 보편화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68혁명 세대들은 결혼은 가부장제를 유지하고 사회로부터 여성의 소외를 야기하는 제도라며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68년의 사회문화혁명은 동거가 지닌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하는 대신 하나의 가치 선택의 문제로 이해하도록 했다. 동거 커플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1954∼1968년 3%에 그치던 동거 커플 비율은 1990년에는 12.4%에 달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20∼49세 남성의 19.7%,여성의 18%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생활을 하고 있다.물론 이 통계는 동거생활을 계속하는 사람들을 얘기하는 것이다.함께 살다가 결혼하는 커플은 이보다 훨씬 많다.1960년대에는 혼전 동거 비율이 10%에 불과했으나 30년이 지난 1990년대에는 90%로 높아졌다.대부분 커플들이 결혼에 앞서 동거의 기간을 거친다고 보면 된다.함께 살아보지도 않고 결혼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결혼 전에도 아이는 갖겠다” 동거가 일반화되면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갖는 커플들도 많다. 국립통계연구소(INSEE)의 집계에 따르면 2001년 기준으로 36만명의 아기가 결혼하지 않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다.이는 전체 출생 아기의 45%에 해당하는 수치다. 갓 태어난 10명의 아기 가운데 5명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부모로부터 태어난 셈이다.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사회보장 혜택을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엄밀히 따지면 사생아에 해당되지만 일반 부모들이 갖는 친권을 행사할 수 있다.가족 수당도 사실혼이든,결혼이든 법적으로 결혼한 관계이든 상관없이 소득과 자녀 수에 따라지급된다. 동거 커플의 아이 출산이 많아지면서 자기 부모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아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10살이 돼서야 정식으로 법적으로 부부가 된 부모의 호적에 편입된 아이는 1980년 6.9%에서 1993년 20.7%로 높아졌다. ●사랑으로 뭉친 자유로운 결속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살고,아이도 낳고 하는 동거 커플을 점잖은 프랑스어로 유니옹 리브르(union libre),즉 ‘자유로운 결속’이라고 한다.남자나,여자나 법적으로 모두 미혼이다.아이는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고,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만 부모인 남녀는 서로 부부지간이 아니다.상대를 소개할 때도 남편이나 아내라고 하지 않고 남자친구,혹은 여자친구라고 한다. 법적인 효력을 지닌 부부관계가 아니므로 돌아서면 남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한눈을 파는 것은 서로간에 용납되지 않는다.어느 쪽이든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중요한 결별의 사유가 될 수 있다. 4살난 아들을 둔 소피는 “결혼은 강력한 구속력을 지니는 한편 부담감을 준다.”며 “오히려 긴장감을 늦추기 않고 살기 때문에 결혼한 사이보다사랑이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동거는 전반적으로 성에 개방적인 프랑스 사람들이 경험으로 터득한 현명한 삶의 방식인 셈이다. lotus@ ■이성·동성간 동거 인정 시민연대법 99년 제정 |파리 함혜리특파원|1999년 10월 의회를 통과한 시민연대법(Pacs)은 이성이나 동성간 사실혼 관계가 보편화된 프랑스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법안이다. 이 법은 당초 에이즈로 죽어가는 동거인을 끝까지 곁에서 지켰지만 동거인의 사망 후 함께 살던 집에서 쫓겨나 거리로 나앉게 된 동성연애자의 사건을 계기로 ‘커플을 이루고 사는 호모 커플들에게도 최소한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회당의 일부 진보적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됐다.호모 커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긴 했지만 지속적이고 안정된 성격의 사실적 결합을 이루고 있는 모든 동거 커플에 적용되고 있다. ●동거증명서 있으면 세제 혜택 Pacs는 자유로운 형태의 동거와 구속력이 강한 결혼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일종의 계약관계를 사회가 인정해주는 것으로 각종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기때문에 동거 커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안전 장치다. 1999년 이 법이 제정된 이래 6만 5000쌍이 Pacs를 통해 동거관계를 신고했다.100쌍이 결혼하는 동안 8쌍이 연대계약을 맺은 셈이다.2002년 1∼9월 집계에 따르면 2001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늘어난 1만 7000건이 접수됐다. 동거 증명서는 거주지 관할 시청에서 2명의 증인 참석 하에 간단하게 취득할 수 있다.두 개인이 공동생활을 하는 것을 입증하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동거 증명서는 사회보장기관이나 철도청,우체국과 같은 행정기관 이용시 필요하며 임대차 계약시에도 이용될 수 있다. 신고된 Pacs 동반자는 은행에 통합계좌를 열 수 있으며 재산세의 경우 계약에 서명한 날로부터 공동 과세대상이 된다.또 계약 후 만 3년이 되면 소득세에 대해서도 공동 과세대상이 된다.증여세나 상속세율도 낮게 적용 받는다.주택 계약의 명의 이전도 가능하고 육아휴직 등 사회보장제도의 혜택도 결혼한 부부와 마찬가지로 누릴 수 있다. Pacs로 맺어진 동반자는 경제적 도움을 비롯해 상부상조해야 하지만당사자들은 자신의 지출에 대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결혼한 부부와 달리 모든 급여를 가정 생활비에 우선적으로 충당할 의무는 없지만 가족 부양 및 자녀 교육비용 지출에 있어서는 이같은 자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또 임대료,관리비,공과금 및 전기,전화 등의 사용료는 당사자 쌍방에게 연대 책임이 있다. ●동거인은 관계 소멸후 위자료 없어 동반자 관계의 소멸도 이혼보다 훨씬 간단하다.합의에 의한 종결의 경우 거주지 관할 법원에 문서로 된 신고서만 제출하면 되고 일방적인 종결은 법원 집달리에 의해 발부된 고지를 통해 상대에게 알리면 3개월 뒤 관계는 소멸된다.그러나 이혼과 달리 동거인은 관계 소멸 후 부양비 혹은 위자료를 받을 수 없다.
  • 호텔은 턱없이 비싸고 민박선 바가지 쓸것같고 / 펜션으로 바캉스 떠날까

    피서철이 다가왔지만 위축된 경기 탓에 바캉스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요리조리 맞춰보아도 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기만 할 뿐.그러나 여행 출발 일자나 요일 조정,할인티켓,숙소 종류 등을 꼼꼼히 따져보면 생각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도 있다.4인가족 기준으로 제주,동해안,서해안으로 떠나는 알뜰 바캉스 계획을 세워본다. ●제주:특급호텔 안부러운 수려한 전망 ‘항공료만 60만원,콘도나 호텔비가 30만원,카 렌트비 30만원,식사비 20만원…’ “올 바캉스는 제주로 간다.”며 아이들에게 호기를 부렸건만 준영이 아빠는 한숨만 푹푹 나온다.대충 계산해보아도 2박3일 동안 먹고 자고 이동하는 데만 140만원이 넘어간다.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우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료를 줄이려면,미리 할인 티켓을 확보한 여행사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16일 이전에만 출발하면 20∼30%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제주 전문의 대장정여행사(02-3481-4242)의 경우 7월16일 기준으로 정상가 16만 800원인 김포∼제주 왕복항공권을 12만 2600원(소인 10만 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항공권 예약자(4인 기준)는 렌터카를 6만원에 2박3일간 이용할 수 있다. 숙소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펜션을 이용하자.비용을 줄이면서도 가족이 묵기엔 제격.24시간 차량 렌트까지 묶어 1박 10만 4000원(보물섬)부터 25만원(올리브하우스)까지 다양하다.이중 올리브하우스는 특급호텔 못지 않은 깔끔함과 남제주의 시원스러운 바다 전망을 자랑한다. 좀 더 비용을 아끼고 싶다면 킴스관광(02-772-2062)의 ‘텐트투어’에 도전해보자.가족당 4만∼5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공항과 야영지간 셔틀버스 이용,야영지 숙박,여행자 보험료,텐트 임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야영지는 섭지코지 입구의 신양해수욕장,비양도 앞의 협재 해수욕장,함덕해수욕장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서해안 안면도:간판만 ‘펜션'인 집 주의 안면도는 울창한 송림과 청정 해변이 어우러진 피서지.서해안 고속도로 완전 개통 후 접근하기도 한결 쉬워졌다. 열차나 버스편보다는 승용차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하고 비용도 저렴하다.문제는 숙박.좀더일찍 계획을 세웠다면 산림청이 운영하는 휴양림 내 통나무집을 이용하는 게 가장 싸고 쾌적하지만 이미 7,8월은 예약이 끝난 상태.따라서 민박이나 펜션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펜션의 숙박료는 7월 중순 이전까지는 주중 6만∼8만원,주말 8만∼10만원.성수기(7월 중순 이후 8월10일)까지는 3만∼4만원 추가된다.성수기는 이미 80% 정도 예약이 차 있어 서둘러야 한다. 시설면에서 예전의 일반 민박이나 별 차이 없이 간판만 ‘펜션’으로 바꿔 단 곳도 있으므로 예약 전 인터넷에서 외관과 내부시설,평수 등을 꼼꼼히 체크해 보아야 한다.안면도 휴양림에 접해 있는 ‘안면도 휴양림 펜션빌리지’(041-673-3273),꽃지해수욕장 앞의 ‘안면도펜션’(www.anmyon.net) 등이 깔끔하면서 주변 풍광도 좋은 편이다. ●동해안:7월 10~25일, 8월 11~20일 틈새를 노려라 동해안은 최성수기(7월 26일∼8월10일)는 피하는 게 좋다.여행기간 중 이틀은 도로에서 보내기 십상이고,허름한 민박에서 하룻밤 자는 데 1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등 바가지를 쓰기 일쑤다.그나마콘도나 호텔은 이미 예약이 거의 끝났다. 오히려 7월 10∼25일,8월 11∼20일은 최성수기를 피하면서도 해수욕이나 계곡 물놀이를 즐기기에 전혀 불편이 없는 ‘틈새’ 시기.지금 예약해도 늦지 않고,이용료도 훨씬 싸다. 이번 동해안 피서는 계곡욕·산림욕과 동해안 해수욕을 동시에 즐기기에 적당한 인제와 평창쯤에 숙소를 정해보자.인제엔 내린천 계곡이 지척에 있고 1시간 이내에 미시령을 넘어 속초 일대 해안에 닿는다.평창은 청정 하천인 오대천과 금당 계곡을 품고 있고,대관령이나 진고개를 넘으면 강릉,주문진 해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최근 두 곳 모두 펜션이 많이 들어서고 있어 잘만 고르면 편안한 휴가를 보낼 수 있다.금당계곡 인근의 금당밸리(031-242-0820),내린천 인근의 미·산자락펜션(033-463-7661) 등이 추천할 만하다. 임창용기자 sdargon@
  • [나의 건강보감]영원한 ‘아침이슬’ 가수 양희은

    ‘짧고 고단하게 살다 갔지만 따뜻한 가슴을 간직했던 한 여자의 흔적을 꼭 남기고 싶었다.’ 양희은(52).문득 그가 그리웠다.적당히 지치고 또 낡아 너덜거리는 영혼의 귓전에서 그의 맑은 목소리가 잉잉거렸다.만나야 겠다고 맘먹고 연 그의 홈페이지(www.yangheeun.co.kr)에는 옛 친구의 은밀한 정담같은 이런 글귀가 돋을새김으로 꼭꼭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정말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그만큼 애잔하고 슬프게 침잠시키고 또 어기찬 함성으로 격발시킨 이가 또 있을까.우리들 가슴에 남은 그의 흔적이 이토록 간절한 것은 비록 더러는 잊고 살지라도 그의 낭랑한 노래가 한 시대 혹은 세대의 찬란하도록 슬픈 추억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그의 소리는 ‘앓는 영혼의 양지(陽地)’였다.‘병 깊은 사람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그의 품을 비집고 들었고,그때마다 그는 따뜻하게 그들을 껴안았다. ●단식과 산행 경기도 일산의 ‘하얀 저택’에서 그를 만났다.일주일간의 단식을 막 끝내고 보식(補食)중이었으나 ‘우람’은 여전했다.큰 맘 먹고 포항에서 전문가를 모셔다 치른 의식(儀式)같은 단식이었다.그냥 먹는 일만 멈추는 단식이 아니라 매일 된장을 이용한 복부찜질 4시간,관장과 1시간 15분의 정발산 타기,1시간 30분의 냉·온욕 등 단식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했다.“생전 처음이다.살 빼려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모든 찌꺼기를 말끔히 청소하고 싶었다.”는 단식이다.“하고 싶었던 일이어선지 심신이 날듯 가볍다.”며 웃었다. 단식중에도 매일 오전 6시30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MBC에서 2시간짜리 아침 생방송 ‘여성시대’를 끄떡없이 진행했다.이런 ‘고시생 일과’가 몸에 익어 이젠 쉬는 날에도 자리에서 비비적거리지 못한다.이내 머리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금세 털고 일어나 집 근처 정발산을 오른다.해발 87m의 동산이라 산책로가 짧아 일부러 지네처럼 여러번 길을 접어서 1시간이 넘게 걷는다.어두운 밤길이 싫어 해거름을 택한다. 지금이야 바빠 집 근처를 뱅뱅 돌지만 그는 타고난 산(山)체질이다.“바다에는 별 감흥이 없지만 산에만 가면 우꾼 힘이 난다.”는 그다.어릴 적 서울의 삼청공원 가까이있는 가회동에 살았던 덕분에 유달리 친근한 북한산을 자주 오른다.문득 생각나면 창경궁을 찾아 흙길을 밟기도 한다. ●그 모습 그대로 방송뿐 아니다.7년여의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뒤 94년부터 10년째 대학로에서 개인콘서트를 계속해 왔다.요새야 잦은 콘서트지만 그게 만만치 않다.공연 날 잠 못드는 건 기본이고,두어시간을 장승처럼 서서 노래하다 보면 발가락부터 전신이 뻣뻣하게 굳기도 한다.그렇게 2∼3주쯤 공연을 하고 나면 아예 두어달 맥을 놓고 지내야 한다.어찌 스트레스가 없을까.89년,서른 여덟에 결혼해 두번의 암수술과 오랜 외국생활을 거치면서 ‘뼈대’ 굵은 그도 지친 것일까.쉬고 싶어했다.마흔 아홉을 넘기면서부터 좀 허우적거린단다.안되겠다 싶어 지난 봄부터 자선공연말고는 모든 콘서트를 건너뛰고 있다.6개월째다.“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야,남들은 2시간짜리 생방송만 갖고도 넘어가더라.’고.” 올해로 노래무대에 선지 서른 세해.그는 지금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그 모습으로 서있다.그는 “변하지 않은 건 아닐텐데 더러는 실체보다 이미지를 보고 그렇게 여기기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분명한 것은 노래에서 배어나는 ‘양희은 향기’,‘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아침이슬’,‘늙은 군인의 노래’와 ‘내 나이 마흔살에는’ 등 그의 노래를 일관되게 관류하는 향기는 예전 그대로다.사람들은 이를 감성과 저항 혹은 서정과 서사 양대 축으로 읽는다.이를테면 이기일원론같은 것이다. ●힘겨워 더 소중했던 시절 돌이켜 보면 그의 성장기는 참 신간스러운 것이었다.부모의 이혼과 이어진 가난의 고통이 오죽했으면 “다시는 그 시절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할까.그러나 “힘든 가운데서도 우리 세 자매는 밝게 살았다.”고 돌이킨다.힘겨운 삶은 자매의 우애를 키웠으며,환난은 더 나은 삶에의 의지를 싹틔웠다.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8년 만에야 졸업한 대학시절 그의 별명은 ‘회수권’.누구든 만나면 회수권을 먼저 챙겨 얻은 별명이다.“그때 동생 희경이가 ‘언니,돈갖고 걷는 건 안그런데 차비없어 걷는 건 너무 슬프다.’고 하더라.”는 귀엣말을 전하며 허허롭게 웃는 그의 눈가에 언뜻 눈물이 어렸다. 그런 삶이었지만 그는 밝았다.가난이 곧 굴욕이기도 한 세상인데 어찌 가슴에 앙심과 슬픔이 자라지 않았을까.‘한계령’을 취입할 때다.음반회사에서 “허,돈될 노랠 좀 부르지.”라고 했을때는 정말 두렵더라고 했다.힘겹게 헤쳐온 가난의 진창 속으로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였다.동생들 시집보내고 손에 쥔게 없었던 그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새엄마랑 사는데 왜 힘겹지 않았겠나.저녁이면 자매들이 넌 새엄마,난 아빠 하는 식으로 배역을 정해 뭐랄까,코믹극이나 사이코 뮤지컬쯤 될까.그걸로 깔깔거리며 묵은 앙금을 풀곤 했다.그렇게 웃음을 지켰고,그때 나를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이 바로 노래였다.”고 추억했다.그런 자신을 “섬약한 바이올린 현보다는 차라리 고래심줄에 가깝다.”고 했다.그런 면모 때문이리라.어려워도 가슴에는 되레 평안이 깃들어 그는 한 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고 살지는 않았다.지금도 밝고 맑다. ●40대 중추론 그가 말하는 음악론의 기저는 ‘건강’이다.노래하는 이의 몸과 마음이 제대로 뼈대를 세우지 못하면 제대로 된 노래가 불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런 그의 담론은 그들이 가진 감수성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신세대 음악인들의 ‘견딜 수 없는 가벼움’으로 넘어간다.“음반이든 시집이든 고작 기천장을 두고 일희일비해야 하는 풍토가 못내 아쉽다.”는 그는 “아무리 당대의 문화가 20대에 의해 형성되고 견인된다지만 온돌처럼 은근하고 생명력있는 음악을 도외시하고 말초적 재미와 과대포장,변칙에만 급급한 신세대 스타들이 이 시대 음악문화의 중추는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그가 말하는 음악론은 중견중추론.이를테면 40대 정도의 완숙하고 열정있는 세대가 중심으로 곧게 서 곧잘 우우 떼지어 몰려다니는 신세대의 음악적 편향성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는 뜻이다.“음악도 식단이 비슷하다.먹을거리가 다양할 뿐 아니라 제철 음식을 제때 챙겨먹어야 건강한건데,요즘 음악이란 게 뒤죽박죽 기형이다.”‘봄이 지나도 다시 봄,여름 지나도 또 여름 빨리 어른이 됐으면…’하고 시작하는 그의 노래 ‘내 나이 마흔살에는’은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밥심' 이 노래의 힘 그는 본태적으로 소박하고 꾸밈이 없다.무대에서 보는 모습이 바로 그의 생활이다.노래에,방송에 바쁜 나날이지만 지금껏 부엌일 만큼은 남에게 맡기지 않았다.온 식구의 에너지가 주부의 손끝에서 나오는데 내가 품을 안팔 수 있느냐는 것이다.밥을 사먹는 일,특히나 저녁 외식은 끔찍이 싫어한다.알고보면 그의 노래도 ‘밥심’이다.나이가 들수록 뒷심이 딸려 밀가루 음식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단다.전통차를 즐기는 기호도 담박하다.커피는 집에서 챙겨 아침방송 전에 한잔 하는 게 전부. 수지침과 부항뜨기도 그의 숨겨진 건강법.십수년 전부터 익힌 수지침은 교본이 너덜거릴 정도로 열성을 쏟아 미국에서도 제법 솜씨자랑을 했다.지금도 침실에는 수지침과 부항기가 준비돼 있어 어머니든 남편이든 필요하면 그의 손을 거친다. 요즘들어 그는 가끔 무대에서 눈시울을 적신다.예전엔 없었던 일이다.보기와 달리 심성이 여린 탓이기도 하지만 나이들수록 그와 함께 한 세대의 아픔과 추억에 쉽사리 연민의 가슴을 열기 때문이다. 오후의 햇살을 모로 받으며 문을 나서 흰 고무신을 신은 그와 작별했다.숨가쁘게 한 시대를 이끌어 어느덧 쉰 고개를 넘긴 그의 어깨 위로 고운 노래 하나 햇살처럼 내려앉고 있었다.‘열 아홉살 어린 아이 노래가 좋아 노래했네/슬프나 괴로우나 노래는 나의 친구였네/느티나무 그늘 아래 부르던 나의 노래///세상을 알고부터 노래는 나를 떠나갔네/가슴을 잃어버린 허무한 나의 노래였네/그리운 느티나무 그리운 나의 노래…’(나 떠난 후에라도). 글 심재억 기자 jeshim@ 사진 한준규기자 hihi@
  • “지리산 품 속 27년 183명 구했습니다”/ ‘지리산 욕쟁이’ 김종복 산악구조대장

    큰 산,지리산에는 큰 사람이 있었다. 산 사람의 자긍심을 지키며 온몸으로 산을 사랑하고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조난자를 구해 내려오는 ‘지리산 지킴이’ 김종복(46)씨.산림훼손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해 ‘지리산 욕쟁이’로도 불린다.3개 도,5개 시·군에 걸쳐 있는 지리산 품(구례읍)에서 태어났다.1976년 19살에 제발로 지리산에 들어간 이래 27년 동안 산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산이 좋고 편하다.”는 그는 89년,처음으로 ‘지리산 산악구조대’(대원 28명)를 만들었다.이후 그들이 구한 조난자는 183명에 이른다. 2001년 10월,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형제봉 아래 폐교인 문수분교를 빌려 지리산 산간학교도 열었다.이곳은 노고단 산장이 맺어준 부인(43)과 예쁘고 건강하고 예의바른 초등학생 두 딸이 ‘지리산 아빠’를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는 보금자리다. ●왜 산에 사느냐고요 학교 주변은 조선조 화가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능가하는 무릉도원.노고단이 먼발치에서 병풍처럼 다가서고 눈앞엔 형제봉과 왕시루봉이 빚어놓은 수백길 낭떠러지,옹기종기 박혀 있는 다랑이(논),얼마 전 지리산 반달곰이 내려와 꿀통을 훔쳐 먹었던 문수골,면사포를 쓴 듯 수줍음을 터트린 밤나무꽃 군락이 어우러져 있다. “어릴 때는 산이 좋아 산에 갔고 철이 들면서 산이 나에게 찾아 들었지요.내가 좋아하는 산이기에 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찾아서 합니다.” 고교 2학년이던 76년,가방을 내던지고 지리산에 들어왔다.그리고 지리산에 인생을 걸었다.88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출범해 산장을 관리하면서 지리산에서 쫓겨났다.하지만 이듬해 호주머니를 털어 산악구조대를 창설,지리산에 기어코 다시 돌아왔다.1년이면 지리산 종주(2박3일)만도 평균 32번을 한다. 지리산 생활 27년이니 단순하게 계산해도 864번.그런 그도 얼마 전부터는 산이 두렵다고 했다. “그동안 정말로 지리산을 (손바닥처럼)잘 알고,자신 있다고 말했습니다.그런데 자연의 피조물인 인간이 감히 자연을 안다고 건방을 떤 거지요.”라고 털어놨다.산에서 해가 지는 걸 보면 괜히 눈물이 난다고 했다. “산은 자꾸 겸손하게 살라 말하는데 명예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며 “내 만족감에 취해 산다.”고 웃었다. 86년 교통사고 때 친구 둘이 죽고 자신도 의사들이 포기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기억했다.“살려 주십시오.남을 위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남을 위해 살겠습니다.” 이 일이 있고 3년 뒤 그는 산악구조대를 만든다. ●산에는 사랑이 있다 “산은 언제나 사람을 반깁니다.배신을 모릅니다.산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주변을 배신하지요.” 노고단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거다.정상에 오르려면 힘들고,오르면 허무하고 또 내려가야 하는 게 인생과 같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어느 날인가,그는 딸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아빠가 죽으면 화장해서 지리산에 뿌려라.너희들이 지리산에 아무데나 와서 산을 보고 절하면 된다.지리산만큼 좋은 명당이 어디 있느냐.제사지낼 음식 싸들고 와서 산새들에게 먹이로 줘라.” 3년 전 겨울,자연의 품으로 당당히 돌아간 수녀 2명을 그는 잊지 못한다.시신은 못 찾았지만 눈 속에서 찾아낸 일기장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기쁜 맘으로 구조대를 기다린다.자연이 주는 죽음을 받아들이겠다.” 노고단에 오르는 수학여행단 인솔교사에게도 한마디씩 늘 잊지 않는다.“지리산은 생태학습장입니다.사진찍거나 몇 시에 성삼재 주차장에 모이라고 큰 소리치지 말고 지리산 야생화 종류,한 때 삶과 죽음만이 존재했던 지리산의 역사 등 의미를 부여하는 자연학습을 해보세요.”라고. ●큰아이 아플 때 딱 한 번 후회 ‘왜 산에 가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던 김씨는 “산은 내가 사는 이유요,나의 생명”이라고 대답했다.산의 입장에서 산에 오르라고 한다.산악구조대 초창기에 먹을 쌀조차 없어 갈등도 많았다. “이 길이 걸어가야 할 길이 맞는가.내가 조금만 바깥 사람들을 편들면 쉽게 살 수 있을 텐데….”라고.하지만 “산의 자존심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는 없다.누가 알아주든 말든 봉사하며 사는 그 자체로 만족하자.”는 쪽으로 이내 맘을 고쳐 먹는다고 한다. 지리산 산간학교(1일 80명 숙박 가능)를 기업이나 단체,개인에게 연수장소 등으로 빌려주고 자연보존 교육하고 받는 게 수입의전부다.그는 가난하지만 부자다.마음의 농장이 지리산이다.반달곰도 있고 산삼도 있다.맘에 들면 토끼봉도 주고 반야봉도 떼어준다. 하지만 지난해 큰 딸이 초를 다투는 큰 수술을 받을 때 병원비가 없어 애태우기도 했다.다행히 수술이 잘 됐다.처음으로 산에 들어온 걸 후회할 뻔 했다고 고백했다. “무능력한 아빠 탓에 혹시라도 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나면….”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이 때 김씨를 다잡아 준 게 가족이었다.“우리는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요즘 지리산을 글로 정리하고 있다.깊은 골짜기의 산 사람 이야기,산간마을 할아버지들의 언어,빨치산 이야기,뒷등골 큰 바위 이야기 등등. 글·사진 지리산 남기창기자 kcnam@
  • [마당] 두 남자 이야기

    나는 두 남자와 함께 살고 있다.남편과 그의 아들.그 둘과 거의 비슷한 기간-25년을 살면서 너무도 똑같아 진저리쳐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그들의 관계는 젊은 아빠와 아기로 시작하여 이제는 젊은 아들과 젊지 않은 아버지가 되어있다.젊은 아빠는 내 기억으로 아기인 아들에게 별 관심이 없었고 아기는 아빠에게 매달리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묘하게도 상황은 역전되어 젊은 아들은 세상도 넓고 할 일이 많아 아버지에게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다.반대로 아버지는 심심해서인지 아들이 자기를 잊어버릴까봐 불안해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아들을 챙기기 시작했다.조금 더 세월이 흐르면 아들에게 매달리는 아버지와 어떻게든 도망가려는 아들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 웃음이 다 난다. 어쩌면 인생이 이런 웃지 못할 인간관계의 반복일지도 모르겠다.필요할 때는 못본 척하다가 정작 다 채워졌는데 가져라 가져라 하고,다 지나간 후에야 아쉽고 허망하고….아무튼 두 남자의 필요충분조건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데다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어자연히 둘 사이의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된다.그들의 대화 장면을 보면 권투 경기가 벌어지는 정사각형의 링을 연상하게 된다. 그만큼 긴장감이 팽팽하다.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관계없이 그보다 더 본능적인 수컷으로서의 승부욕이 깔려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게다가 아버지는 아들 속에 있는 자기와 똑같은 성향을 알고 있고 아들 또한 마찬가지이니 서로의 약점이 다 노출된 채 벌이는 기 싸움인 셈이다. 문제는 대화의 내용이다.밤늦게 또는 출근 준비로 바쁜 상황에서 이야기를 하게 되므로 상쾌한 말이 나오기 어렵다.이러저러한 과정을 지나 아들이 내 놓은 방안은 일주일에 한번 아버지와 점심을 먹는다는 것이다.이 것은 상징성이 크다.아버지와 아들이 사람 대 사람으로 비로소 정기적으로 만나 교류를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둘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아들과 무슨 말들을 하고 사는지 궁금해서 일삼아 여러 아버지들에게 물었는데 아직 모델로 삼을 만한 케이스를 만나지 못했다.대부분 참다 참다 못해서 야단치고 훈계하고짜증내는 일방적인 경우이고 남자끼리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대화의 필요조차 부인하는 사람도 많았다.가장 가까운 관계인데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준비도 하고 계획도 세워 서로간의 이해를 쌓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언에는 즉각 한마디로 답변이 왔다.집에서까지,가족에게까지 어떻게 그런 신경을 쓰며 살겠느냐는 것이다.물론 사회생활,특히 경제활동으로 매사에 신경 써야 하니 피곤하겠지만 인생에서 무엇이 더 소중한가 생각해볼 문제이다.밖에서 사람 좋다,자상하다 아무리 칭찬 들어봐야 다 스쳐지나가는 대상일 뿐인데 밖에서 하는 노력의 10%만 집에 기울이면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지고 따라서 본인의 미래가 달라질 것을. 아들에게는 아버지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만난 사람-남자이며 가장 오랜 기간동안 보고 지내야 하는 존재이다.그래서 내 계산으로는 하루라도 빨리 관계를 돈독히 하고 대화의 채널을 지속하는 것이 쌍방 간에 남는 장사이다.더욱이 가깝고도 껄끄러운 부자간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면 세상의 어떤 인간관계도 어려울 게없다.아들을 따로 불러 귀띔을 하곤 한다.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라.논쟁이 예상되면 아예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해 연습을 해라….아들은 아버지와 점심 약속이 있는 날,머릿속이 복잡할 것이다.둘의 공통 관심사인 자동차 이야기로 시작해서 요즘 시작한 일본어 공부 이야기도 해야 하고…. 김 혜 경 도서출판 푸른숲 대표
  • 상암경기장 공연을 보고/‘투란도트’ 명성 가린 조명탑

    지난 8∼11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를 본 사람은 11만명이 넘는다. 티켓 한장에 50만원을 치른 사람들은 ‘스탠딩 뷔페’를 즐기는 등 특별대접을 받았다.그러나 공연을 손꼽으며 기다렸던 돈없는 음악애호가들에게 투란도트로 가는 길은 멀기만 했다. 지난 8일 기자는 10일 밤 공연의 티켓 한장을 인터넷 판매대행 사이트에서 예약했다.가장 싼 3만원 짜리 일반석이었다.수수료 400원을 더하여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공연 날,중학교 1학년 짜리 딸 아이가 따라나섰다.딸 아이를 위해 한장을 더 구입하기 위해 매표소에 도착해보니 일반석은 모두 팔리고 없었다.판매대행사 직원에게 “일반석을 한 자리 예매했는데,5만원 짜리 C석 두 장으로 바꾸어달라.”고 했다.그는 “환불은 안된다.”고 했다.“더 비싼 좌석으로 교환하는 것이지,환불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지만,소용없었다. ●스탠드 측면서 대형화면 안 보여 다른 공연도 이런 식으로 운영되느냐고 물었더니,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이번 공연을 기획한 회사의 ‘방침’이라는 대답이었다.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획사를 찾아가라.”며 현장 사무실 위치를 대충 가르쳐 주었다. 기자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딸 아이의 손을 잡고,운동장을 반바퀴나 돌았지만,사무실은 찾을 수 없었다.그러다가 주최측 관계자로 보이는 여성이 눈에 띄어 위치를 물어보았다. 그녀는 기자와 딸 아이를 번갈아 훑어보더니,안쪽을 가리키며 “저기에 사무실이 있지만,비표가 없으면 못 들어간다.”며 목에 건 ID카드를 흔들었다.우리 부녀를 공짜표 수소문하러 다니는 불쌍한 ‘중생’으로 여기는 듯했다. 어쩔 수 없이 그동안 ‘투란도트’ 보도 자료를 들고 신문사에 몇차례 찾아왔었고,전화로는 수없이 통화해서 친분이 있는 이 기획사의 홍보담당자가 있는 곳을 물어보았다.그러나 다음 순간 만나기를 포기했다.아차,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 아니라,공짜표 청탁으로 받아들이겠지…. 다시 10여분을 걸어 매표 창구로 갔다.이산가족이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C석 두 장을 샀다.3만400원 짜리 표는 쓰레기통에 넣었다.매표 관계자는 안돼 보였는지 “나중에 기획사에 이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얘기해 보겠다.”며 ‘위로’했다. 좌석을 찾았다.그러나 3층 맨 앞자리에서는 3단 쇠파이프 난간 사이로 무대를 보아야 했다.우리보다 늦게 표를 산 사람들이 시야가 훤한 우리 뒤로 속속 들어와 앉았다.먼저 표를 산 사람에게 좋은 좌석을 배정하는 것은 상식이자,기본이다.주최측은 3만∼5만원 짜리 ‘싸구려’ 자리는 현장 확인조차 하지 않고 표를 판 것이 분명했다. 스탠드의 사이드에서는 조명탑에 가려 무대 양쪽에 설치한 대형화면을 볼 수 없었고,화면에 띄운 자막도 보이지 않았다.이번 공연에서 특히 화려한 조명이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매회 족히 1만여명은 바로 그 조명탑을 미워했다는 것을 주최측은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먼저 산 관람석의 시야가 더 나빠 공연이 끝난 시각은 10시50분.마을버스를 탔지만 움직일 줄 몰랐다.11시30분 출발하는 막차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한차례 더 일반 버스를 갈아타고 집에 닿으니 1시가 넘었다. 딸 아이는“오페라가 재미 없는 줄 알았는데,볼만했어.”라고 했다.진짜 그랬는지,아빠를 달래려 한 말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서동철기자 dcsuh@
  • “평범하게 키워야 특별한 아이되죠”/ 육아책 4권 펴낸 김순영·서진석 부부

    각기 육아에 관련된 책을 출간하고,주위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않고 나름의 특별한 육아법을 실천하고 있는 ‘별종 부부’가 있다.김순영(39·환경정의시민연대 조직위원장) 서진석(39·SK텔레콤 CR전략실 과장) 커플이 그 들이다. 김 씨는 유해식품에 관한 책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아토피를 잡아라’의 공동저자로 최근 자신의 아이들 먹거리 이야기를 공개한 ‘아이 밥상 지키기’란 또 한권의 책을 펴냈다.남편 서 씨는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논 경험을 담은 ‘얘들아∼ 아빠랑 놀자’라는 책을 펴내 “애들과 어떻게 놀아야 할 지 모르겠다.”는 부모들에게 그 비법을 제시했다.그러나 이들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우리는 특별하게 아이들을 키우지 않아요.오히려 보통아이로 키우는 것이 진정 특별한 아이로 키우는 지름길이라 생각하니까요.”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통식단으로 아이를 키우고 제철 음식이 아니면 되도록 먹이지 않으면서 한사코 “사교육은 싫다.”며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게 한다.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시대부모라면 알 수 있다.이들 부부의 숨겨둔 육아법을 알기 위해 휴일의 느긋함을 즐기는 가족을 방문했다. 경기 과천의 18평 아파트.여느 집과 다른 점 두 가지.거실 한 가운데 놓여 있게 마련인 텔레비전이 안 보였다.갓 돌지난 아이만 있어도 냉장고나 책상 등에 붙어 있는 그 흔한 ‘낱말카드’도 없었다.텔레비전 대신 가족이 함께 하고,공부보다는 놀이가 중요하다는 신념이 읽혀졌다. 가족들에게 ‘채식을 해서 날씬한 모양’이라고 말했더니 남편 서 씨는 “우리도 고기 먹습니다.생활협동조합에서 삼겹살 600g,한 근 사면 세 번으로 나눠먹을 정도로 먹어요.”라고 얼른 받아 답했다.고기로 배를 채우지 않을 뿐,특별히 채식주의나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란다. 김 씨가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애 윤호(8·과문초 1)의 아토피 증세때문이었다 한다.피부가 발개지고 가려워지는 아토피에 나쁜 음식을 가려내기 시작하면서 유해식품연구가 시작됐고,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먹고 자란 동물성단백질 대신 유기농산물 위주의 식단으로 바꿨다.사탕이나 빵 등 군것질 거리도 감자와 고구마 등으로 대체했고 이것마저 식사시간 1시간 전에는 철저히 금지시켰다. 더욱이 윤호는 황달로 모유를 먹지 못한게 아토피 증세를 심하게 한 것 같아 둘째 윤하(5)는 18개월까지 모유를 먹였다.이유식은 된장국을 중심으로 전통식단을 따랐는데 그 결과 아이들은 김치를 좋아하고 마늘장아찌를 잘 먹고 돌나물을 초고추장에 푹푹 찍어 먹게 됐다.“가끔 아이들이 피자와 햄버거의 유혹에 빠졌지만 ‘건강한 맛’을 가르치려면 엄마가 아이에게 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원칙을 지켰어요.” 남편 서 씨도 아내와 같은 생각을 갖게 되는 계기가 왔다.지난해 둘째가 어린이 집에 다닌 지 불과 1주일만에 아토피 증세가 나타난 것이었다.평소 채식위주의 식생활을 해오다가 갑자기 동물성 단백질을 과다섭취해 그전에 없던 발진과 가려움 증세가 드러난 것이었다.“그때 확인했어요.다른 아이들이 먹는 맛있는 음식을 우리 아이들이 못 먹는 것이 안쓰런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빠인 제가 ‘독’을 먹여왔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이 교육에 관해 물었다.“책을 많이 읽게 하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면서 올곧고,겸손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습니다.”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키우겠다는 평범한 대답이었다. 허남주기자 hhj@
  • ‘좋은 아빠 신드롬’ 확산 / 자녀교육 현장 ‘바짓바람’

    “자녀교육에 성공해야 진짜 성공한 아버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자녀교육을 위해 아버지가 할 일은 학원 등 사교육에 아이를 떠맡기는 대신 직접 가르치거나 학습 습관을 가르쳐주는 것뿐 아니라 아내에게만 미뤄뒀던 아이의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꼽힌다.흔히 부모가 되기는 쉽지만 좋은 부모가 되기란 어려운 일이라 한다.그러나 ‘좋은 아버지’가 되기위해 노력하는 아버지들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입모아 말한다.작은 일에도 관심갖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평범한 ‘비법’을 실천하는 아버지들을 만났다. ●공부도 아빠와 함께 조정성(44·아성기술 부장)씨는 근무 중에도 작은 아들 성호(중계중 1)가 30분이나 컴퓨터 게임에 흠뻑 빠져있는 것을 윈도우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체크한다.“게임은 그만하지.”아빠의 메시지에 뜨끔해진 성호는 “막 끝내려던 참이예요.”라고 답하고 순간 컴퓨터는 꺼진다.“아이에게 알아서 하라면 아마 하루종일도 컴퓨터할 겁니다.그러나 이렇게 한 마디만 하면아이들의생활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습니다.” 조 씨가 아이교육에 신경쓰기 시작한 것은 부인 임수경(43·서울 노원구 중계동)씨의 요청에 의해서였다.“아빠가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을수록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해요.또 아빠가 관심을 가진 아이들이 더 예의가 바르다는 사실을 알렸지요.” 건성으로 학원을 다니던 아이에게 학원 대신 아버지와 함께 수학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성적은 물론 생활태도도 달라졌다. 김영호(38·대학강사)씨는 1년째 초등학교 3학년 딸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사교육을 금기시했던 그는 선생님 노릇을 자청했다.“아이를 가르치기위해 눈높이를 맞추자 많은 이야기도 하게됐고,아이를 많이 알게됐다.이제야 아버지가 됐다는 기분이 든다.앞으로도 아이와 영어와 수학공부도 하면서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할 것이다.”고 말했다. 유난한 몇몇 아버지의 ‘바짓바람’이 아니다. 단국대 이해명 교수는 ‘이제는 아버지가 나서야 한다’는 책을 통해 아예 공부는 ‘아이 자신이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지도하는 것’이라고 까지 말했다.“정부나 교육부를 탓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부모가 함께 나서야 한다.특히 자녀가 사회에서 리더가 되기를 원한다면 아버지가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생활에 참여하는 아빠들 서울 송파구 거여초등학교 점심시간,식당에서 배식을 담당하고 있는 남자들이 있었다.에이프런을 두르고 밥과 점심을 나눠주는 솜씨가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많이 먹어라.”음식을 덜어주며 다정스레 건네는 아빠들에게 “나는 시금치는 안 먹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없다.함께 배식하던 어머니들이 “아빠가 나눠주면 아이들이 더 잘 먹는다.”고 샘을 내듯 말해 웃음이 터졌다. 식당이 좁아 시차를 두고 몰려오는 아이들로 인해 꼬박 1시까지 배식은 계속됐다.식당의 열기 때문인지 일이 힘든 탓인지 아빠들의 얼굴에 굵은 땀이 맺혔다.이날 참여한 아빠들은 아버지회 회장 김대훈(37·하나스텍 대표)씨와 서성열(40·학원강사),정병섭(39·삼덕 아스콘 대리),김중식(42·자영업)씨 등 네 명.지난해 아버지회를 발족했는데단번에 무려 240명(총 학생수 2100명)이나 모여 교육에 대한 아버지들의 높은 열기를 보여줬다.아버지회가 가장 관심을 쏟은 것은 등교길의 교통봉사. 대부분 ‘녹색어머니회’가 하는 일이지만 공사장이 많은 주변의 여건을 생각해 아버지회가 적극 주도하고 있다. 점심배식에 참여한 것은 아이들의 급식에 대해 아버지들이 관심을 갖고자 하는 마음에서 였다.정병섭씨는 “편식을 하는 아이가 아빠에게 칭찬받으려고 ‘더 많이 달라.’고 했다.”고 말하며 “음식도 깨끗하고 맛있다고 했다.”고 만족을 표시했다.같은 마을의 주민으로 아버지회에서 만나 친구가 됐다는 이들은 5월말 1박2일의 ‘한마음가족캠프’을 열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밝혔다.회장 김대훈 씨는 “아버지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물론 아버지들도 반듯하게 모범시민이 될 것같습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의 원명초등학교는 매년 ‘부자녀(父子女)캠프’를 열어 학교 운동장에서 토요일 밤을 아버지와 아이들이 함께 지내게 한다.캠프의 핵심 프로그램은 ‘내가 바라는 아들·딸,내가 바라는 아빠’라는 제목으로 아버지와 자녀가 나누는 대화. 이 학교 ‘아버지회’ 대표 김중한(45·치과의사)씨는 “교육의 기본은 가정이다.가정교육을 어머니에게만 맡기지 말고 아버지가 참여해 평등교육을 하자.”며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을 아버지들에게 촉구하고 있다.또 월요일 아침마다 훈화를 교장선생님 대신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하고있다. 자신을 ‘프로 주부’라 소개하는 배춘복(47·경기 고양시 화정동)씨는 “아이는 아버지가 키워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 더욱이 “학교를,공교육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의 아버지들이 나서서 학교 현장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큰 아들 영빈(18·화정고 3)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운영하던 총포사를 잠깐 친척에게 맡기고,일하는 아내 대신 주부(主夫)로 전업하자마자 그는 타성적으로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밀려다니던 ‘로보트같은 아이를 구해냈고’,평일에도 아이를 데리고 산으로 들로 놀러다녔다.“초등학교 5학년이면 당연히 중학교 수학을 공부해야하는 이 상황을 벗어나야 했어요.‘마마보이’같은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수영과 스키,보트를 타러다녔고 저의 취미 모임인 모형항공기·아마추어 무선·사진동호회의 어른들과도 어울리게 했지요.”그후 아이는 적극적이고 자립적으로 변했단다. 특히 아이의 중·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장을 맡았던 배씨는 본래의 의도와달리 운영회비와 보조금 등이 회식비 등으로 지출되는 관행을 바꿔 학교시설을 바꾸고,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교내 음악실에는 좋은 오디오시설과 대형 스크린도 새로 들여놨다. ●아버지는 살아있는 교과서 정송(아버지의 전화 대표)씨는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가정을 ‘구조적 결손 가정’이라고까지 말했다.“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면 아버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자제력을 기르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아버지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정씨는 최근 출간한 ‘아버지는 희망입니다’라는 책을 통해 ‘나의 출세는 곧 자식의 미래를 위한 것’‘내가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것은 모두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생각을 하는 아버지를 향해 ‘보이지 않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너무나 소중한 오늘과 자신의 가족을 죽이고 있다.’고 경고한다.“자녀교육은 자신이 성공한 이후에 시작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꾸준히 해 나가지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거여초 성기옥 교장은 “아버지의 교육참여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그러나 부모가 각기 다른 태도로 자녀를 교육하는 것은 아이에게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자녀들에게 자칫 부모에 대한 신뢰까지 잃게 한다.”고 말하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며 자녀교육에 임할 것을 권했다. 허남주 기자 hhj@
  • [여성으로 살기 엄마로 살아가기]3부 이중적인 가정교육

    여성우위 시대 왔다지만 출생성비는 여전히 왜곡 “남자가 울면 안돼” “사내자식이…” 소극·위축적 아들로 만들수도 “내 딸은 나처럼 대접받지 않게 하겠다.”던 지난 시대의 딸들이 엄마가 되면서 딸들에 대한 대접을 달리하고 있다.사회적인 남녀평등의 순풍도 불어 초등학교부터 반회장과 전교회장을 차지하는 딸들이 많아졌고,각종 시험에서 여성들이 더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또 전통적인 ‘금녀구역’도 차례로 여성에게 점령당하고 있다.엄마들의 결심은 딸들의,여성의 가치를 달라지게 했다. 그러나 딸 교육에는 그토록 확고한 엄마들이 아들교육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아들 역시 최고의 대접으로 ‘기죽이지 않고’ 키워내야 한다는 생각인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딸에 비해 상대적 ‘푸대접’을 주기도 한다.자녀교육의 이중성,이는 혼란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민이자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민주네-어려서 대접받은 딸이 복 많다? 민주엄마는 중학교 2학년인 오빠보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 민주의 밥을 먼저 푼다.쌀을 적게 놓고 시커먼 보리밥 먹던 시절도 아니고,압력전기밥솥에서 밥푸는 순서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만 엄마는 “남자야 언제든 대접받는다.그렇지만 딸은 집에서부터 이렇게 특별대접을 받지 않으면 어디서도 대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엄마는 어린 시절,오빠는 청소와 설거지는 물론 심부름도 안 했고 어려운 살림에서도 늘 새옷을 입었던 특별대접에 분개했고 “나는 절대로 딸을 차별하지않겠다.”던 결심을 현재 실천중이다. ●현석이네-왜 아들만 부엌일 시키나 현석엄마는 초등학교 5학년 현석에게 가끔 부엌일을 도움받는다.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로서는 현석이의 부엌일이 꽤 도움이 된다.최근에는 ‘홈 알바(가정 아르바이트의 준말)’로 설거지 한번에 300원씩 용돈을 주고 있다.아이가 부엌 일을 좋아하고,야무질 뿐 아니라 집안 일을 여자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교육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그러나 현석아빠는 “왜 누나(초 6)는 일 안시키면서 아들만 일 시키느냐?”고 현석의 ‘알바’에 반대 입장이라 현석엄마는 고민중이다. ●진수네-능력있는 아이에게 투자하라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 진수는 4개의 학습지외에 원어민 강사에게 배우는 영어와 피아노,미술,글짓기,컴퓨터 등 최고급의 사교육을 받고 있다.그리고 몸매관리를 위한 발레와 수영,스케이트도 함께 배운다.반면 두 살 아래 남동생은 누나에 비해 ‘초라한’ 몇가지 사교육을 받고 있다.“딸이 똘똘해서 이것저것 시켜도 모두 잘했다.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동생에게는 상대적으로 혜택이 줄었다.딸·아들 구별한 것이 아니라 능력있는 아이에게 더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진수엄마는 말했다. 오빠나 남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누이가 희생하던 시대가 있었다.아무리 누이가 뛰어나도 딸은 시집갈 ‘남의 식구’이기 때문에 그리 많이 투자할 필요가 없었고,아들은 집안의 대표 주자로 교육의 기회를 얻는 것은 당연했던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엄마들은 지난 시대의 사고를 거의 ‘혁명적으로’ 뒤집었다.자신의 결혼 생활이나 직장 생활에서 기대나 이론만큼 남녀가 평등하지 않다는것을 느낄수록 딸 교육에서는 더욱 이를 강조했다.그래서 초등학교에서는 거칠어진 여자애들이 집단적으로 남자애들을 괴롭히는 예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 초등학교 교사들의 지적이다. 아들을 키우면서 ‘극성 여자애’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는 김남진(35·고양시 일산구 마두동)씨는 아들교육에 더 자신이 없어져 간단다.“평소 아들에게 여자애를 때려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는데 여자애가 오히려 남자애들을 때리고 있다.지금와서 이를 바꿀 수도 없고 요즘에는 아들의 기를 살리는 교육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딸은 귀엽고 아들은 귀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양성 평등을 넘어서 여성 우위의 시대가 왔는가.‘그렇다.’고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는 남성들이 있다하더라도 여성 우위 시대를 단언한다면 성급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딸 하나,둘을 낳고 ‘아들에의 미련’을 드러내지 않는 ‘딸딸이’가족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물학적 균형을 이루는 출생성비는 여전히왜곡돼 있다.즉 여아 100명당 태어나는 남아의 비율을 나타내는 출생성비는 93년 115.2에서 조금씩 내려가서 2002년 평균 110명이다.즉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10% 더 태어나고 있는 것으로 이는 생물학적 자연성비 106보다 여전히 높다. 인위적인 조작이 개입됐다는 의심은 우리나라 출산통계에서 첫째 아이의 성비는 세계적인 평균인 106선인데 반해 셋째와 넷째의 경우는 141.7과 166.9라는 점이다.셋째와 넷째아이가 여아이면 출생의 기회를 봉쇄해 남아가 훨씬 더 많이 태어난다는 것이다.이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남아선호의 단면임에 분명하다. 이렇게 선택받은 아들에게 과연 엄마는 남녀평등을 가르칠 수 있을까.남자의 선민의식은 태중에서 이미 익힌 것은 아닐까. 의식이 깨었다는 젊은 엄마들도 “딸은 귀엽고,아들은 의지가 된다.”고 말한다.조금 목소리를 낮추기는 하지만. 그래서 딸에게 특별 대접을 하면서 아들에게도 ‘전통적인’ 대접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면 큰일난다.”는 식의 낡은 전통은 없어졌다지만 여전히가치중심적이고 성취지향적으로 아들을 양육하는 것은 딸 대접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장난감 선택은 물론 미래의 직업 선택까지 엄마들은 딸은 ‘좋아하는 일’을 권하지만 아들에게는 보다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길을 권한다.때로 ‘아들에게는 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들의 뜻도 이와 다르지않다.“남자는 울면 안돼.”“사내자식이…”라고 많은 부모들이 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있고 아들을 ‘기 죽이지 않고’ 키워내야 한다는 것을 믿고 있다. 연세대 의대 신의진(소아정신과) 교수는 “이런 혼란스러운 가정교육은 최근 남자아이들에게서 소극적이고 위축적인 성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왕자+공주=불화?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결국 이런 혼란스러운 이중적 가정교육은 요즘 아이들을 ‘버르장머리 없게 키운다.’는 비난으로 연결된다.집안의 공주와 왕자로 자라난 탓에 이기적이고,자기주장이 강할 수 밖에 없다.더욱이 남녀평등을 기조로 하지만 가부장적 분위기도 혼재한 가정에서 자란 탓에 더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최근 늘고 있는 결혼 3년미만의 20대 신혼 이혼의 경우 이런 측면이 두드러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기적인 ‘왕자’와 ‘공주’가 만나서 가정을 꾸미지만 여기에는 양가의 신·구 가족윤리의 공존으로 인한 가정질서의 혼란 및 윤리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아내를 가정에서 속박하지 않고 사회 생활·직장 생활을 허용한다는 남편이 정작 아내가 벌어오는 돈이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가사를 분담하지 않는 젊은 남편이 된다.한편 부인의 경우 가사 분담을 하지 않는 남편을 ‘비인간적인 인간’으로 몰아붙여 가정을 파탄으로 이끌기도 한다. 이를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양정자 원장은 ‘남자가 변해야 남자가 산다’는 책에서 “이런 혼란은 자기 유리한 대로 신·구 질서를 적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하며 “행복한 가정이란 누구도 지배당하지 않으면서 지배하지도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칠 것을 권했다. ●아들을 남자다움에서 해방시켜라 ‘내 딸은 귀하지만,내 아들은 더 귀하다.’거나 ‘딸에게 더 애틋한 정이 간다.’‘나중에 아들은 독립시키고 딸과 살겠다.’는 조금씩 다른 생각들이지만 결국 한두명의 아이는 부모의 상전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런 이중성은 이기심을 바탕에 깔고 있어 ‘남의 아이’,즉 아들과 딸의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는 여전히 전통적인 잣대를 들이댄다.사위나 며느리는 고생하더라도 괜찮지만 내 딸,내 아들은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아들 기 죽이면 안된다.’식의 부모들 태도는 큰 문제다.그래서 아들에게 시대에 맞는 남성 교육·남편 교육·아버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세계적인 생태학자 러프가든 박사의 예를 통해 ‘남자답게’‘기를 살려서’키우는 아들교육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공격적이고 경쟁심이 강했던 러프가든 박사는 52세에 여자로 성전환,믿기지 않을 만큼 상냥한 여자가 됐다.“남성일 때 왜 그렇게 공격적이었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박사는 “공격적인 남자를 흉내내면서 사는 것이 제일 쉬운 삶의 방법이었다.”고 말했다.그는 “본래의 인간에 ‘남자다움’이란 덧칠이 씌워지는 순간 시작되는 ‘맨 콤플렉스’는 바로 당신의 아들 발밑에 덫을 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흔히 여성성을 말하면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을 인용한다.그러나 이는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남성 역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짐을 인정한다면,그리고 ‘맨 콤플렉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으로 키우려면 ‘이중적인 가정교육으로는 안된다.’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허남주기자 hhj@
  • 날자 눈 딱감고...국내최고 62m 번지점프 체험기

    “ 레저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계절을 맞아 본사 임창용 기자가 국내 최고 62m 높이의 번지점프대를 찾아 새처럼 뛰어내리는 체험을 했다.다음은 임 기자가 충주호반의 청풍랜드 번지점프장을 향해 출발해서부터 점핑을 하고 난 뒤까지의 긴장된 순간을 쓴 것이다. 지난 토요일 가족과 함께 충주호를 향해 집을 나섰다. “아빠가 번지점프에 도전한단다.멋진 새처럼 날 테니 잘 보아야 한다.”차 안에서 큰 소리 치는 아빠에게 아내와 아이들은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거냐?”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감추지 않는다. 드디어 번지점프대가 있는 ‘청풍랜드’에 도착했다. 점프대에 올라가기 전 번지마스터(번지점프를 진행하는 요원)가 묻는다.“발목에 벨트를 채울까요,아니면 상체에 맬까요?”불안한 마음에 상체에 채워 달라고 하자,“기왕이면 발목에 매시지요.”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겁을 준다.공수부대나 해병대 출신이라며 큰 소리 치고 올라갔던 이들도 포기하고 내려온다고.체험해 보고 기사를 쓰고 싶다는 기자를 놀리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상한다.“걱정하지 말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말이 엘리베이터지 육중한 철판으로 만든 건축공사장 승강기와 똑같다. ‘우르릉’ 소리와 함께 올라가는 순간 기분이 묘하다.꼭대기까지 30초 정도 올라가는데 10분은 걸리는 듯하다. 다 올라간 뒤 철커덩 하고 문이 열리고 얼기설기 밑이 내려다보이는 철제 빔 위를 걸어 점프대까지 갔다.사실 이때부터 겁도 나고 망설여졌다. 점프대에선 두 명의 번지마스터가 천연 생고무 재질의 탄력성 있는 줄인 번지코드(bungy cord)를 끌어올려 발목과 하체의 벨트에 연결한다.드디어 점프대 옆에 설치된 쇠파이프로 된 손잡이를 잡고 점프대에 섰다.발을 삼분의 일쯤 허공 쪽으로 내민다.밑을 내려다본 순간 공포심이 온몸을 휘감는다.털석 바닥에 주저앉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밑에서 두 아이가 뚫어지게 아빠를 쳐다보고 있기에.“아빠”하고 외치는 소리가 가물가물 들린다.얼마나 오금이 저렸던지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밑으로 눈을 돌려 멀리 충주호를 바라본다.시원하게 펼쳐진 충주호에선 분수가시원스럽게 물을 뿜어댄다.이렇게 높은 데서 충주호를 바라보는 것도 처음이다. 다소 마음이 안정되는 순간,번지마스터가 손잡이를 놓으라고 한다.양팔을 옆으로 벌리고 주먹을 꼭 쥐라고 한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순간 두려움을 잊기 위해 스스로 최면을 건다.‘나는 새다.멋있게 창공을 날아 내리는 독수리다.” “파이브, 포, 스리, 투, 원, 점프.” 무릎을 구부렸다가 힘차게 다이빙하듯이 뛰어내렸다.바람이 휙휙 몸을 때린다.떨어지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새파란 빛깔의 풀이 몸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풀과 충돌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몸은 다시 위로 솟구친다.그렇게 서너번 오르내리다가 얌전하게 거꾸로 매달린다.격정의 시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번지마스터들이 보트를 타고와 발목 연결고리를 떼어준다. 사무실에서 ‘인증서’란 걸 받고 보니 마치 큰 통과의례라도 거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번지점프는 남태평양 판타코스트섬 원주민들의 성인식 통과의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국내에서도 기업체들이 신입사원의 극기훈련에 간혹이용하고 있다. 번지점프를 타고 내려온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평생 한번은 늙기 전에 꼭 해볼 만하다.하지만 두번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충주호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가는 길 서울 방면에선 중부(경부)∼영동∼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597번 도로(금성면 방면)∼청풍랜드.부산 방면에선 경부고속도로 금호IC∼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597번 도로∼청풍랜드 코스를 택하면 된다. ●묵을 곳 충주호 주변의 청풍면 교리 국민연금 청풍리조트(043-640-7000),수산면 능강리 ES리조트(648-0480) 등 콘도미니엄과 박달재 자연휴양림(652-0910),학현민박촌(640-6753),수산민박촌(640-6754) 등에서 묵을 수 있다. ●볼 거리·즐길 거리 청풍랜드에선 번지점프 말고도 줄에 묶인 의자에 앉아 50m 높이까지 솟구치는 ‘이젝션 시트’,줄에 매달려 수십미터를 시계추처럼 왕복하는 ‘빅스윙’도 즐길 수 있다.요금은 각각 2만원. 청풍랜드 주변에는 호수변을 따라 청풍문화재단지,청풍나루,KBS 및 SBS 촬영지 등 볼거리가 풍부하고,월악산·금수산 등에서 산행을 즐기기에도 좋다.문의 제천시청 문화관광과(640-5681). ◆식후경 제천에 왔다면 금성면 구룡리 손두부촌에 들러보자. 남제천IC에서 빠져 597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5분 정도 달리면 금성면 구룡리다.두부 전문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손두부촌’으로 불린다. 그중 김금숙(35)씨가 운영하는 ‘양화식당’(043-652-0177)의 맛이 돋보인다. 김씨는 인근에서 35년간 음식점을 해온 시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았다.이곳이 내세우는 음식은 손두부 전골과 청국장 백반.인근 농가에서 구입한 콩으로 직접 만든 두부에 미나리,냉이,버섯 등 야채와 몇가지 해물을 넣어 끓여낸다.부드러운 두부와 시원한 국물 맛이 어우러져 밥숫가락을 바쁘게 한다.1인분 5000원. 제천시 의림동에 있는 ‘너와집’(043-642-4302)의 ‘곤드레밥’은 별미로 먹어볼 만하다. 곤드레는 깊은 산속에 자생하는 부드럽고 향이 좋은 산나물.봄에 채취한 곤드레를 마른 나물로 만들어 놓았다가 불려 들기름에 볶아 쌀과 같은 부피로 섞어 밥을 짓는다. 된장찌개,봄나물 무침 등 반찬 7가지를 곁들여 7000원을 받는다. 임창용기자 ◆번지점프는··· 번지점프(bungy jump)는 80년대 후반 뉴질랜드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돼 90년대 이후 전세계로 퍼졌다.우리나라에선 95년 대전 엑스포장에 처음 선보였고,현재 전국적으로 15개가 운영되고 있다.높이는 최저 25m부터 최고 62m까지. 범지점프대 종류도 다양하다.철제 타워나 다리형 인공구조물식,절벽이나 교량을 이용한 지형식이 대부분인데,우리나라에선 주로 인공구조물식이다.이벤트용으로 이동식 크레인을 이용하기도 한다. ‘위험하지 않을까.’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결론적으로 무섭기는 하지만 사고의 위험성은 거의 없다.3중,4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발목에 벨트를 채울 경우 하체의 벨트와 연결,만의 하나 발목에서 벨트가 빠져도 떨어지지 않는다. 또 혹시 번지코드가 끊어지는 경우를 대비해 코드 속엔 백업 라인을 넣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한다.최악의 경우 떨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점프대 밑에는 적정 깊이의 풀을 설치해 놓았다. 고경일(33) 청풍랜드 팀장은 “나이가 어릴수록,남성보다는 여성들의 포기율이 낮다.”고 말한다.특히 초등학생들은 거침없이 뛰어내린다고. 또 남성들은 포기 유무 결정이 빠른 반면,여성들은 쉽게 뛰지는 못하지만 점프대 주변에서 계속 버티다가 결국은 뛰어내린다고 한다. 임창용기자
  • 대구지하철 대참사/희생자 7명 첫 장례식 “뱃속 아이는 우짜라고…”

    “뱃속의 아이 놔두고 우째 혼자갈 수 있능교.”,“여보야,난 당신을 절대로 못 보낸데이.” 지하철 방화 참사 희생자들의 첫 장례식이 치러진 20일 가족을 떠나 보내는 통곡과 탄식으로 대구 시내는 또다시 ‘눈물바다’를 이뤘다. 참사 현장에서 승객들을 구조하고 ‘의로운 죽음’을 택한 중앙로역 검표원 장대성(34)씨의 아내 정현조(35)씨는 파티마병원 영안실에서 참담하고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끝내 실신했다.세 살배기 딸 은지도 아빠의 죽음을 아는지 울며 쓰러진 어머니의 품을 파고 들었다. 정씨는 남편의 동료들이 운구를 들고 장의차로 옮기려 하자 앞을 가로막고 “은지하고 뱃속의 아이를 두고 이대로 보낼 수 없데이.”라며 남편의 관 위로 쓰러져 오열했다. 통신이상 소식을 듣고 중앙로역에 달려가 승객들을 대피시키다 순직한 대구 지하철공사 통신역무사무소 직원 정연준(38)씨도 이날 소중한 사람들과 영영 이별했다.정씨의 영결식이 열린 가톨릭병원 영안실에서는 아내 황선미(34)씨가 둘째 아들 승헌(3)군을 업은 채 ‘터벅터벅’ 운구를 따라나오며 “어데 가노,어데 가.”라며 오열했다. 큰 아들 정씨를 가슴에 묻은 정해석(71)씨는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을 허공에 맡긴 채 “내 아들 이대로는 못간다.내가 대신 갈끼다.”라며 정씨의 관을 붙잡고 늘어졌다. 승객의 안전을 지키다 산화한 장씨와 정씨의 넋은 생전 근무하던 지하철공사 안심차량기지에 도착,동료 100여명의 흐느낌 속에 노제를 치른 뒤 선산이 있는 김천과 경산으로 떠났다. 곽병원 영안실에서 열린 원경미(30·여)씨의 장례식에서는 불과 1년반 동안 신혼의 단꿈을 나눈 남편 이재동(30)씨가 주저앉아 “아이고,아이고”라며 땅을 쳤다. 이날 모두 7명의 희생자들이 사고 없는 평온한 땅에 묻혔다. 특별취재반
  • [이혼 그후...] 2. 결혼, 한번으로 족하다

    2년 전 이혼한 한미정(가명·35)씨는 “이혼 후 새로운 삶이 열렸다.”고 단언했다.보수적인 남편과 성격이 맞지 않아 결혼 1년 만에 이혼을 생각했지만 삶에 흠집을 내기 싫어 3년을 더 버텼다.서로 말조차 건네지 않는 관계에 이르러서야 남편이 먼저 이혼을 제의했고,한씨도 동의했다.아이가 없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됐다. 한씨는 “이혼 첫날은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가만히 누워 있는데 정말 행복하고 자유로웠다.”고 회상했다.그 다음날로 회사도 그만뒀다.외국계 회사라 이혼녀에 대한 편견은 없었지만 그동안 모아둔 돈을 밑천삼아 평소 하고 싶던 영화 마케팅 일을 새롭게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5살 연하의 남자친구를 만났지만 재혼할 생각은 전혀 없다.상대 역시 독신주의자라 서로 부담없이 만나고 있다.한씨는 “이젠 무엇보다 나를 위해 살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나 자신을 위해 산다 이혼 후 당당한 싱글로 살아가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가장 큰 변화는 ‘잊고 지냈던 자신의 소중함을 되찾는다.’는 것이다.가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며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했던 불평등한 관계의 족쇄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음을 최대의 소득으로 꼽는다. 지난해 이혼한 이정민(가명·31)씨는 아직까지 결혼 생활을 떠올릴 때마다 끔찍하다.“남편이나 시집식구들이 뭐라고 하든 무조건 참고 살았다.싫어도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었다.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바보같이 살았을까 한심하다.” 이씨는 이혼 후 사귄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제2의 삶을 일궈가고 있다.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지만 재혼은 관심 밖이다.그는 “결혼은 한번으로 충분하다.부부란 이름이 아닌 삶의 동반자로서 각각 독립된 공간에서 사랑하기로 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결혼 3년 만에 이혼을 선택한 회사원 서규진(가명·33)씨는 6개월간 사귀어온 2살 연상의 이혼녀와 얼마 전 동거에 들어갔다.두 사람 모두 아이를 전 배우자가 키우고 있어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둘의 관계를 아는 주위 사람들은 재혼을 권했지만 결혼이란 사회 제도에 넌더리를 낸 터라 두말 않고 동거에 합의했다. ●다양해진솔로 커뮤니티 2∼3년 전부터 인터넷상에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이혼자 커뮤니티는 이들 ‘돌아온 솔로’들의 공동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가장 친한 사람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속깊은 얘기들을 이곳에선 아무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주고받는다.같은 경험을 나눈 이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정서의 공감대를 통해 상처가 아무는 시간을 줄이고,서로의 자립을 도와 주는 것. 커뮤니티의 소모임에서 보다 긴밀하고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한편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건전한 사교 문화를 습득하는 기회를 갖는다. 이혼 사이트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주말마다 등산을 즐긴다는 김경태(가명·34)씨는 “휴일을 혼자 보내지 않아서 좋고,처지를 뻔히 아는 사이라 이것저것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재혼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일대일 만남보다는 여러 사람끼리 어울리는 자리를 선호하는 솔로들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자녀양육도 함께 자녀가 있는 싱글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홀로서기에 훨씬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직장여성 강지선(가명·36)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씩씩한 솔로’이지만 가족나들이를 할 때마다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가족’이 늘면서 이들이 겪는 정서적·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대안을 모색하고,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들이 활발이 전개되고 있다. 쏠로닷컴의 한부모 회원들은 매달 한차례씩 아이와 함께,이혼으로 버려진 아이들을 보살피는 보육원을 방문한다.아이를 혼자 키우는 힘든 경험을 하면서 남들의 고통에 눈돌리게 되고,한부모 가정끼리 서로 도우며 심리적 일체감을 느낀다고 한다. 한부모가족 운동에 앞장서온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 유경희 소장은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한부모로 구성된 가족의 비율 역시 크게 늘고 있다.”면서 “이들을 더이상 결손가정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새로운 가족의 형태로 포용하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순녀기자 coral@kdaily.com ◆'한부모 가족' 홀로서기 이혼 뒤 혼자서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나 남성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경직된 사고는,이들이 홀로서기를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편모·편부가족’에서 ‘한부모가족’으로 명칭은 순화됐으나 여전히 사회 편견과 현실의 장벽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주 가운데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가족 비율은 2000년 기준으로 11.6%에 달한다.10가구중 1가구는 엄마나 아빠가 없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가부장적 가치와 양부모 중심의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 장혜경 박사는 최근 ‘이혼 여성의 부모 역할 및 자녀양육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여성 한부모가족을 위한 법적·제도적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관심을 쏟아야 할 부분은 경제적 지원.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가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그 이유는 ‘전 남편의 경제적 무능’(43.4%)이 가장 많았으나,양육 책임을 일방적으로 회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장 박사는 “양육비에 관한 사항을 강제조항으로 개선하고,저소득층에 한해 학비면제와 주택장기임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부모가정은 학교에서 가족신문,가족사진,가족소개하기 등 양부모가족을 전제로 한 과제를 내줄 때 곤혹스럽다고 호소한다.이런 사회적 편견들은 이혼 가족이 양부모가족과는 다른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이 된다고 장 박사는 덧붙였다. 정기적으로 한부모교실을 열어 사회 지지망을 형성하고,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여성민우회는 최근 한부모가족에게 유용한 자료들을 모아 작은 책자를 발간했다.배우자 없이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심리적·정신적으로 힘을 얻고,경제적으로도 자립해 힘찬 날갯짓으로 ‘단독비행’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이 실려 있다.
  • 학습지특집

    ◆좋은 학습지 고르는 방법 “어떤 학습지를 골라주면 우리 아이에게 딱 맞을까.” 자녀를 둔 부모라면 으레 한번쯤 하는 고민이다.실제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많은 학습지나 교재 중에서 꼭 필요한 한가지를 고른다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또 가격도 만만찮아 무턱대고 결정할 수도 없다. 실제 학습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나 비교해 볼 만한 기회도 없다.때문에 광고를 많이 하고 학습지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습지 선택의 첫 조건은 자녀의 수준과 취향에 맞는지를 파악해 보라고 조언한다.간단하지는 않지만 최대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라는 얘기다.그렇지 않으면 금방 싫증을 내는 데다 오히려 학습 의욕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지 회사들이 제공하는 견본을 구해 먼저 본 뒤 고르는 편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다. ●자녀의 특성이 먼저 학습지를 선택할 때 자녀의 특기와 적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공부를 시키기 위한 것인지,창의성과 사고력 개발을 위한 것인지 분명히판단해야 한다.최근 학습지 회사들은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창의성이나 상상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쉬운 것부터 한걸음씩 얇고 쉬운 학습지부터 들어가 차츰 실력을 쌓아나가면서 자신감이나 성취감을 쌓도록 해야 한다.대부분 장기간 받아 보게 되는 방문학습지의 경우,너무 쉬우면 금세 지겨워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특히 학습지를 하면서도 어떤 단계에서 흥미와 관심을 더 갖는지도 유심히 봐야 한다.더욱이 수학의 경우,계산이 많으면 금방 싫증을 낼 수도 있다. ●끈기를 길러줘야 학습지는 교사가 주1회 정도 직접 가정을 찾아 가르치는 1대 1 방문지도형과 4∼6명의 어린이를 모아놓고 지도하는 형식이 있다.1대 1은 아이의 능력에 맞게 개인지도를 할 수 있고,집단지도는 비슷한 또래들을 통해 학습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학습지를 선택하면 꾸준히 해야 한다.한두번 미루다보면 포기하게 되고 자칫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습관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사와 자주 상담 많은 부모들은 방문지도 교사가아이에게 모든 것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공연히 간섭한다는 인상을 줄까봐 거리를 두기까지 한다.하지만 방문교사는 짧은 시간이지만 자녀의 교육을 맡고 있는 만큼 교사를 통해 아이가 어떻게 공부하는지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박홍기기자 hkpark@kdaily.com ◆대교 ㈜대교는 온오프라인을 합친 ‘눈높이박사’와 집에서 어학연수체험을 할 수 있는 ‘눈높이화상영어’,영아의 두뇌개발을 위한 ‘소빅스 베베’ 등을 신상품으로 출시했다. ●눈높이박사 온오프라인 통합형 학습법인 아이콘 학습법을 적용한 전과목 학습지이다. 아이콘 학습지는 학습자가 오프라인 학습중 궁금한 문제가 생기면 해당 문제에 있는 아이콘에 PC카메라를 갖다대면 해당 페이지와 관련된 인터넷 화면이나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된다.각 문항에 인터넷 주소가 내장된 육각형 모양의 아이콘을 넣어뒀기 때문이다.따라서 즉석에서 문제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자녀가 혼자서도 반복·심화학습이 가능한 셈이다.아이콘 학습법은 문제 해결을 위해 따로 로그인하거나 웹 주소를 칠 필요도 없다.때문에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도 온라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눈높이박사의 학습은 오는 3월부터 시작된다.예약하면 아이콘을 모아놓은 다이어리와 PC카메라를 미리 제공,학습할 수 있다.1년 구독료는 유아 28만원,초등 29만7000원이다.080-077-0202. ●눈높이화상영어 인터넷 카메라를 통해 온라인에서 미국 현지 원어민 강사와 1대 1 말하기 중심으로 꾸민 영어 회화 학습프로그램이다.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학습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기존의 눈높이 회원은 오프라인에서 영어회화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익히고 화상강의를 통해 말로 표현하는 기술을 강화한다.체계적인 영어학습 커리큘럼을 적용,테마별 자유대화 형식의 생활영어와 발음을 배운 뒤 코스별로 개인의 능력에 따라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주1회 20분,주2회 20분,주3회 20분,주4회 20분,주5회 20분씩 유아에서 어른까지 학습이 가능하다.가입비는 5만원이다.(02)832-0474. ●소빅스 베베 생후 13∼25개월된 유아를 겨냥한 두뇌개발 통합교육 프로그램이다.대교의 본격적인 유아시장 공략 상품이기도 하다.학습은 1주일에 한 차례씩 방문교사가 유아 회원을 찾아가 종이·천·플라스틱·목재 등으로 구성된 교구재료를 갖고 놀아주며 진행한다.영아의 균형적인 두뇌 발달과 기초학습능력을 위해 16개월 학습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학습 과정은 10개월(교구재 48만원),6개월(〃 28만원),16개월(〃 72만 2000원) 등으로 구분된다.080-222-0909. ◆기탄교육 ㈜기탄교육(www.gitan.co.kr)이 내놓고 있는 ‘기탄수학’은 다른 학습지와는 달리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방문 학습지 교재의 장점도 그대로 지녔다.값은 5000원. 기탄수학은 만 3세 유아부터 초등 6학년까지 단계별·수준별로 학습단계가 구분됐다.만 3세 단계는 A·B·C 등 3단계로,초등 1∼6학년까지는 학년별로 D∼J 등 6단계로 나눠 구성됐다. 또 단계에 따라 5단계로 세분화했다.교재는 모두 50권이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학습 난이도에 따라 선택해서 직접 가르칠 수 있도록 꾸며졌다.수준별 교육인 만큼 학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자녀의 실력을 측정해 단계를 고르면된다.특히 지도 교사가 없어도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학습지에 실린 학습지도 안내에 따라 시간과 학습량을 정하면 되기 때문이다.궁금증은 기탄교육쪽에 문의(02-568-1007)하면 전문가들로부터 방문학습지 이상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기탄교육측은 “철저히 학습자 중심으로 만들어져 누구나 쉽게 100점을 맞을 수 있도록 쉬운 단계부터 시작했다.”면서 “어렵다고 인식돼 온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 주는 데 힘쓰고 있다.”고 자랑했다.기초학습이 부족한 어린이들에게는 단계별로 꾸준한 반복학습을 통해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게 하는 학습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기탄교육 관계자는 “서점에서 구입하는 학습지 중 1위인 데다 학습효과도 1위”라고 말했다. 기탄교육은 기탄수학 이외에 사고력 수학·기탄국어·기탄한자·기탄스탠퍼드영단어 등의 교재도 선보이고 있다. ◆교원교육 교원교육의 빨간펜은 학교진도에 맞춰 제공되는 진도식 학습지이다. 예습과 복습을 학생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한 교재구성과 다양한 온오프라인 교육서비스로 제7차 교육과정에 맞추고 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스쿨 꾀돌이’를 비롯,‘초·중 빨간펜’과 대입수능 논술시험대비용 ‘초·중 빨간펜 논술’교재 등을 내놓았다. 특히 2003학년 새학기에 맞춰 더욱 업그레이드된 회원 학습서비스 ‘21세기 입체학습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입체학습 시스템’은 전국 인터넷 모의고사와 빨간펜 선생님 동영상 강의CD를 홈페이지 프리샘(www.freesam.com)을 통해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게 했다.초등학생은 국어·수학을,중학생은 국·영·수를 프리샘에서 온라인으로 학습할 수 있다. 또 수학전문 온라인 프로그램식 학습서비스 ‘매쓰쿨(mathcoo)’을 추가적으로 제공한다.최근 한자교육이 강조되는 교육 흐름에 부응,빨간펜 교재에 한자과목도 넣었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정보지 ‘틴플’도 준다.교과서에는 없는 정보를 신세대의 입맛에 맞도록 학습과 오락을 적절히 조화시켜 학생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빨간펜은 ‘전국 인터넷 모의고사’를 매월 실시,회원들의 모의고사 성적을 바탕으로회원 개인의 성적과 학습 능력을 알려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빨간펜은 한국표준협회에서 주관하는 ‘한국서비스대상’ 최우수상을 2001·2002년에 연이어 수상했다.080-023-9091. ◆한국글렌도만 ㈜한국글렌도만의 동화를 활용한 ‘트라움 영어’ 핵심은 ‘이미지 교육법’이다.트라움 영어는 동화를 보고 듣고 따라 노래하고 율동하면서 영어를 익히는 학습지이다. 만 4세 어린이부터 초등 3학년까지를 주대상으로 한 트라움 영어는 대화·노래·율동 등으로 나뉘어 30권으로 꾸며졌다.인지발달수준에 따라 6단계로 구분했다.가격은 88만원이다. 특히 자녀들의 영어에 대한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인형 ‘토리’를 매개로 활용하고 있다.토리의 왼손을 누르면 동화가 대화체로 나오고 오른손을 누르면 동화가 리듬에 맞춰진다.또 자녀들이 율동까지 할 수 있도록 고안해 놓았다.자녀들이 잠을 자려고 할 때 토리를 이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한국글렌도만 김진락 상무는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동기를 유발시켜 창의성 교육으로 이끌기 위한 학습방식”이라면서 “엄마의 욕구와 자녀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고 자신했다. 김 상무는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라면서 “트라움 영어는 오감(五感)을 자극,교육효과를 극대화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단계별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서적인 교육을 고려한 학습지라고 자랑했다. 학습에 있어 언어가 전달하는 효과는 7%,억양 및 리듬은 30%,행동은 55%라는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트라움 영어에 나오는 동화는 프랑스·스페인·벨기에 등 각국에서 우수상을 받은 동화를 언어학자 제임스 카퍼가 영작했다.(02)766-8201. ◆고차원 수학교실 ‘고차원 수학교실(www.kochawonni.com)’은 25년 간의 강의 경험을 지닌 고차원(高次元·52) 현 학원 이사장이 설립한 수학전문 교육 프랜차이즈이다.고차원 수학교실 학원은 전국적으로 80여곳에 이른다. ‘고차원 수학’은 초등·중등·고등부가 연계된 계단식 이론 체계를 도입,초·중·고 모두 148종이 출판됐다.초등부는 3∼6학년,중·고등부는 1∼3학년용으로 구성됐다.1·2학기 2권씩에다 여름·겨울방학용 교재는 따로 있다.교재는 모두 일반 학생용이 아닌 학원 강사용이다.따라서 교재에는 풀이나 정답이 실려있지 않다. 초등교재는 기본원리 중심 학습법에 바탕을 뒀으며,중등부는 원리의 응용에 역점을 뒀다. 고 이사장은 “교재의 구성은 한 이론을 배우고 문제를 푼 뒤 다른 이론으로 나가는 계단식 체계”라면서 “기초를 제대로 다짐에 따라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꾸몄다.”고 강조했다.또 “25년간의 강의 및 학원 운영을 토대로 수학교재 구성을 학기별로 나눠 강사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고 학생들도 이해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동영상 강의도 운영하고 있다.1년 사용료는 2만원이다.고차원 수학교실 홈페이지에 들어와 희망하는 분야를 클릭하면 원하는 학습을 할 수 있다.강의 파일이 국내 최대 규모로 초등·중등·고등부를 합쳐 1만 2000개나 된다. 고 이사장은 웅진고교 수학·반석수학·고차원 수학의 저자이다.(02)953-8220. ◆재능교육 재능교육은 가르침보다 큰 스스로 교육을 주창한다.때문에 원리를 이해해야 공부도 쉽고 재미있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길러진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수학 수학 공부는 ‘수학을 얼마나 잘 하느냐.'보다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외우는 수학에서 원리를 이해하는 수학으로 학습법을 바꾸지 않고는 고교 수학까지 이어질 수 없다. ‘스스로 수학’은 문제 해결력은 물론 사고력과 창의력까지 한번에 키워주는 원리이해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초등 수학의 수와 연산,도형,측정,문자와 식,규칙성과 함수,확률과 통계 등 6개 영역을 골고루 학습시켜 중·고교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기초를 단단히 잡아주는 것이다.만 2살반부터 고2까지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입회비 5000원,월회비 3만원이다.080-021-1132,1588-1132. ●북키씽키 세계창작그림책 ‘북키씽키(Booky Thinky)’는 새로운 시대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영역별 세계창작동화이다. 아이가 처음 만나는 책인 그림책은 평생 아이가 읽는 책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만큼 중요하다. 북키씽키는 건강·언어·탐구·사회·표현생활 등 5개 교육영역별로 구성됐다.언어능력과 사고력·창의력을 키워주기에 충분하다.총 50권의 책과 캐릭터 인형 2개,사운드 블록,사운드 플레이어 등이 한 세트이다.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인터넷에서 다양한 음성 콘텐츠를 다운로드받아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도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며 교육적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북키씽키 세계창작그림책 활용세트도 나왔다.‘엄마 아빠를 위한 북키씽키 이렇게 활용하세요.’,표현활동위크북인‘ 북키씽키그리기’,북키씽키 표현활동 동요집 등이다. ◆영교 ‘공부하는 힘,생각하는 힘이 두배로’라는 광고 문안처럼 교육포털기업 ‘영교’는 공부하는 힘을 키워주는 학습지다. 방문학습지 사업을 기반으로 공부방 사업과 학원 프랜차이즈,온라인 사업 등 교육사업 분야의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영재파워 두배로 한글·국어 새상품인 ‘영재파워 두배로 한글,국어’는 여느 유아학습교재와 달리 20만∼40만원의 목돈이 아닌 저렴한 월회비만으로도 가능하다.27개월 이상된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글떼기 프로그램은 낱말카드와 스티커 붙이기,줄긋기 등으로 문자의 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또 접기,오리기,말하기,색칠하기 등의 다양한 학습으로 사고력 향상프로그램도 갖고 있다.때문에 회원들은 “어느 값비싼 교재나 교구보다 낫다.”고 평가할 정도다.특히 ‘신문’이란 낱말을 배우면서 신문으로 모자접기를 유도한다.‘거울’ 학습 때에는 숟가락 거울보기 과정을 둬 오목렌즈와 볼록렌즈에 대해 간접적으로 가르친다.유아의 발달단계를 적극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온라인 학습코너(www.doobaero.com)를 무료로 이용하며 복습할 수도 있다. ●영재 두배로 서당·한자 미취학아동이나 초등학생을 목표로 한 ‘영재두배로 서당’은 다양한 한자학습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한자를 익히게 한다.플래시 카드와 스티커를 활용했다.‘영재두배로 한자’는 낱자보다는 어휘로 익히는 교재이다.한자의 형성과정을 그림으로 제시하는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한자 열풍에 발맞춰 한자능력검정대비 책자와 한자가 수록돼 있는 책받침을 제공,한자학습의 효과를 높인다.또 온라인에서도 급수별로 학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다.(02)913-5100∼1. ◆박한철 교원교육 차장 조언 한 달 남짓한 방학의 절반이 훌쩍 지나갔다.설레는 가슴으로 맞이했던 겨울방학이었지만,천성적으로 놀기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은 이제 슬슬 불안해하기 시작한다.밀린 과제와 일기가 걱정되기 때문이다.지금의 부모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아이들도 이 무렵엔 으레 ‘방학 우울증'에 걸리고야 만다. 비교적 많이 조숙해졌다고는 하나 한 달이나 되는 방학을 어찌 할 줄 모르는 것은 요즘 아이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엄한 선생님이 곁에 없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하지만 방학 동안은 부모들이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아이들이 학기를 유익하게 보내도록 하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듯,아이들이 보람차고 유익한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로 부모들의 몫인 것이다.방학의 절반이 지난 이 무렵에 일기가 밀리고 과제를 소홀히 한 자녀를 꾸짖는 부모는 결국 자신의 태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어쨌든 방학의 절반이 지난 지금부터라도 부모들은 아이들이 남은 방학을 유익하고 보람되게 보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그렇다면 남은 기간 겨울 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왕도가 없는 일이겠지만 우선 방학 동안에 아이들은 ‘체험학습'의 기회를 되도록 많이 가져야 한다. 새 교육과정의 취지와 마찬가지로 요즘의 방학은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 가정과 실제 생활에서 학교에서 듣고 배운 것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으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또한 방학에 대한 계획을 짜는 일은 학생들만의 몫이 아니다.학부모가 아이와 함께 고민해서 알찬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그 알찬 방학의 주요 목표가 ‘체험학습'이 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지금이라도 아이들을 식탁에 불러 앉혀 놓고 남은 방학 동안의 ‘체험학습’ 계획을 함께 짜보자. 겨울방학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내기 위해선 아이들로 하여금 효율적이고 규칙적으로 시간관리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은 학기 내내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짜여진 일정에 따라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하지만 아이 스스로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다룰 줄 아는 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교육의 시작인 것이다.아이들이 스스로의 계획을 짜 시간을 효율적이고 자율적으로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관심과 인내를 갖고 지켜봐 줘야 한다. 다음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공부를 시작할 기회를 가지기도 전에,교사와 학부모의 강요에 의해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아이들이 자신의 의지로 공부에 흥미를 가지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길게 볼 줄 아는 교육 방법인 것이다.또한 더위에 시달리고 온갖 유혹의 손길이 뻗치는 여름방학에 비해 겨울은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이럴 때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어떤 것에 흥미를 가지고 어떤 분야에 소질이 있는지를파악해,그와 관련된 책을 권하고 그것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해 줘야 한다. 새 교육과정은 아이들의 재능과 적성을 우선시하는 창의력 교육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학이 되면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교사'의 역할을 부여 받았다는 마음 자세로 아이들의 방학 생활에 지속적인 관심과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
  • 대한매일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경악의 얼굴-기형도론/이성혁

    1.기형도 시의 가상성 그의 죽음에서 벗어나 작품속 죽음 의미찾아 이 비평문은, 그러니까 기형도의 텍스트와 텍스트를 이어보고 만져보면서 이 가상적 구성물인 텍스트에 드러나 있는 것을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욕망에 따라 재구성(‘시인'의 세계관이나 무의식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닌-)하여 다시 텍스트를 짜내려는 시도이다. 그래서 우선 기형도 시의 ‘가상성'을 부각시키려 한다. 이는 기형도 자신도 원하는 것일 게다. 그의 친구인 원재길은, 별로 주목된 바 없는 글이라 생각되는 10여 년 전의 글에서, “창작자와 시적 자아를 동일시하는 심리주의 비평의 어떤 그릇된 접근 방식은 시인 자신으로부터 이미 거부당하고 있다.”(대화적 울음과 극적 울음)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위에서 거론한 비평가들이 조야한 심리주의 비평에 빠졌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시와 기형도의 의식의 동형관계에서 벗어나 시를 문학적 텍스트로서 다루어야 한다는 점을 원재길은 이미 지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더 나아가 기형도의 여러 시편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등장 인물과 간단한 사건과 시간에 순연하는 구성이 있는 극적인 구조를 취한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기형도 시가 하나의 독특한 가상적인 구성물임을 말하는 것과 다름 없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깊게 논의를 더 진전시키지 않았고, 그의 지적이 논자들에게도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다. 대개의 평문들에선 기형도 시의 등장 인물들-낯선 ‘그'로 자주 등장하는-은 대상화된 ‘나'로 취급되어 기형도의 자아를 반영하는 인물이 되어 버리곤 한다. 즉 기형도 시가 ‘극적 구조', 하나의 가상적 구성물임을 주목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1)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그 춥고 큰 방에서 書記는 혼자 울고 있었다!/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 부분 2)김은 중얼거린다, 누군가 나를 망가뜨렸으면 좋겠네, 그는 중얼거린다/나는 어디론가 나가게 될 것이다, 이 도시 어디서든/나는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황할 것이다/그가 김을 바라본다. 김이 그를 바라본다/한번 꽂히면 김도, 어떤 생각도, 그도 이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한다/김은, 그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나는 블라인드를 튼튼히 내렸었다/또다시 어리석은 시간이 온다. 김은 갑자기 눈을 뜬다, 갑자기/그가 울음을 터뜨린다, 갑자기 모든 것이 엉망이다, 예정된 모든 무너짐은 얼마나 질서 정연한가/김은 얼굴이 이그러진다 - 부분 1)에 등장하는 서기나 ‘김'을 대상화된 기형도 자신으로 파악하는 것은 한편으론 옳고 한편으론 그르다. 옳다는 점은 플로베르가 “마담 보바리는 나”라고 발언한 것과 같은 의미에서, 모든 허구적 인물들은 작가의 분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시 같은 서정적 장르에서는 그 분신의 농도가 더 짙으리라. 하지만 그 등장 인물이 시인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파악은 그르다. 시에서도 소설과 마찬가지로, 그 등장 인물은 시 텍스트의 공간 내에서 자기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서정시의 ‘나'는 시인의 자아에서 벗어나게 된 텍스트 속의 ‘나'이다.시인의 자아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명을 받은 ‘나'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서정시인일 것이다. 위의 시에서 서기는 시인의 대리일 뿐 아니라 카프카적 의미에서의 서기, 관료 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무의미한 일에 탕진하고 있는 우리네 삶의 형식의 상징으로서의 서기이다. 유리창은 그 서기를 바라보고 있는 ‘나'와 서기를 갈라놓는다. 이 유리창 때문에 ‘나'는 울고 있는 서기에게 가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줄 수 없다. 하지만 유리창 덕분으로 ‘혼자 울고' 있는 서기를 발견할 수 있다. 유리창은 타자와 소통할 수 없게 하는 칸막이면서도 또한 ‘혼자' 각각 서로를 바라보며 소통할 수 있게 한다. ‘나'와 ‘그'를 동일시하여 각자 홀로 있는 ‘나'와 ‘그'의 어긋나 있는 대위 구조를 보지 않는다면 이 시가 뿜어내고 있는 의미를 붙잡기 힘들다. 원재길의 ‘극적 구조'를 넓게 본다면 이 장면 역시 그 구조에 포함시킬 수 있으리라. 침묵의 극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까. 1)의 서기의 울음을 조명하여 해명해주는 텍스트로 볼 수 있는 2) 역시, 독백의 극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그'와 ‘김'은 동일 인물의 분신들이다. 1)에서 시적 화자가 ‘나'라는 인물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이 인물들을 바라보고 있는 시적 화자가 담론 배후에 있고 시 표면에 등장한 ‘나'가 독백하는 형식으로 ‘김'의 중얼거림이 나타나 있다. 홀로 있는 ‘김' 옆에서 ‘김'을 ‘바라보는' ‘그'는 사물화된 김의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김이라 할 수 있는데, 성으로만 표시되어 개성을 잃어버렸음을 표시하는 ‘김'보다 더 몰개성적인 무엇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김'이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그와 김, 그리고 흐물흐물한 대명사가 되어 버린 ‘나', 또 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이 극적으로 어울리게 된다. 그런데 1)에서 서기의 울음을 볼 수 있는 순간은 바로 홀로 있음의 순간, 침묵의 순간이었다. 침묵이 깨지면, 이 순간은 깨지고 말 것이다. 세계를 토막내는 언어의 세계가 침묵할 때 순수한 존재 자체가 떠오르지 않겠는가. ‘두 시', 삶이 무의미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 순간을 깨달을 때의 침묵의 시간, 그 직후터뜨리는 울음의 순간에 배치되는 사물과 인간을 이 시들은 포착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극적 구성은 플롯을 시에 도입하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바로 이 순간에 배치된 장면을 응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그런데, 이 일상을 갑자기 전복시키는 시간이 정지된 순간은 기형도 시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작동된다. 그는 (어느 푸른 저녁)의 시작 메모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끔씩 어떤 ‘순간들'을 만난다. 그 ‘순간들'은 아주 낯선 것들이고 그 ‘낯섬'은 아주 익숙한 것 들이다. 그것들은 대개 어떤 흐름의 불연속선들이 접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어느 방향으로 튕겨나갈지 모르는, 불안과 가능성의 세계가 그때 뛰어들어온다. 그 ‘순간들'은 위험하고 동시 에 위대하다. 위험하기 때문에 감각들의 심판을 받으며 위대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 …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며 이러한 불행한 쾌락 들이 끊임없이 시를 괴롭힌다. 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형식이 기형도의 가상적 구성물-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떤 순간을 포착하여 보여준다. 그 순간은 시간이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어떤 흐름의 불연속선들이 접하는 지점'이다. 그래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말한다는 것은 어떤 연속선상을 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텅 빈 그 순간, 침묵의 순간을 말하기 위해선 우회로를 빙빙 돌아 그 순간을 간접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즉 가상적 공간, 더 나아가 환상적 공간을 구성하여 그 순간을 암시할 수밖에 없다.(어느 푸른 저녁)에서는 그 순간을 “어느새 처음 보는 푸른 저녁”이라고 말한다. 이 저녁엔 ‘검고 마른 나무들' 아래에서 사람들은 “가벼운 구름같이/서로를 통과해”가는 순간이 온다. 이 환상적인 순간은 어떤 예감을 통해 감지하게 된다고 시적 화자는 말한다. 나는 그것을 예감이라고 부른다.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보이지 않는 거대한 숨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가듯/그런 때를 조심해야 한다. 진공 속에서 진자는/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검은 외투를 입은 그 사람들은 다시 저 아래로 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흔들리는/것은 무방하지 않은가/나는 그것을 본다/모랫더미 위에 몇몇 사내가/앉아 있다, 한 사내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쓰다듬어본다/공기는 푸른 유리병, 그러나/어둠이 내리면 곧 투명해질 것이다, 대기는/그 속에 둥글고 빈 통로를 얼마나 무수히 감추고 있는가!/누군가 천천히 속삭인다, 여보게/우리의 생활이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세상은 얼마나 많은 법칙을 숨기고 있는가/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느낌은 구체적으로/언제나 뒤늦게 온다, 아무리 빠른 예감이라도/이미 늦은 것이다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모든 움직임이 홀연히 정지”한 상태, 이 상태는 환상 속에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실제 상황의 묘사로는 이 상태를 그려낼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상태는 볼 수 없는, 예감으로서만 감지할 수 있는 상태이면서, 예감했다고 알아차린 순간 없어지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빠른 예감이라도/이미 늦은 것이다”라고 시는 말하고 있지 아니한가. 이 순간은 그러니까 현실 묘사가 아니라 환상 속에서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 환상은 의미의 블랙 홀과 같은 상태다. “보이지 않은 숨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의미는 사라지고 언어도 사라진다. 시인은 또 “이 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순간은 역시 순간일 뿐이다. ‘검은 외투'-죽음의 외투-를 입은 사람들은 여전히, “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순간을 애써 외면한다. 그리고 그들의 딱딱하고 무미한 삶을 이어간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본다”고 시인은 말한다.(여기서도 시적 화자는 보는 사람이며, 증언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블랙 홀과 같은 어떤 순간을 느낀 순간, 나에게 ‘그'가 다가온다. ‘그'는 ‘나'의 분신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동시에 메피스토펠레스적인 악마라고 볼 수도 있다. 그 악마는 말을 걸어온다. 그럼으로써 지금까지의 인생의 의미를 모두 무화시킨다. “우리의 생활이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세상은 얼마나 많은 법칙들을 숨기고 있는가”라고 그 악마는 속삭인다.다시 말해 모든 것이 무의미의 검은 구멍으로 사라지는 그 순간을 예감할 때 그 악마는 등장한다. 그리고 세상의 법칙, 아마도 죽음으로 가는 삶의 법칙을 가만히 상기시킨다. 기형도 자신이 말한 ‘가능성'과 ‘불안'은 그 ‘순간'이 이 악마적인 것의 출현을 가져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악마적인 것이 죽음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위험'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러나 시를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그리하여 새로운 삶,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주며 ‘위대'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의 지경에 다다른 이때 투명하고 푸른 공기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감추어진 ‘둥글고 빈 통로'가 열린다. 그래서 악마적인 ‘그'가 말한 숨겨져 있는 ‘법칙'은 다만 죽음의 법칙만이 아니라 환상 속의 다른 통로를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형도 시의 환상은 양면적이다. 일상적 삶의 흐름 속에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채택되는 그의 환상은 우리의 삶을 무화시키는 블랙 홀의 역할을 하면서도 동시에 다시 신비롭게감추어진 희망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 시는 시의 탄생과 그 탄생이 가져오는 양면성에 대한 알레고리일지도 모른다. 2.기형도 시의 이중성 파우스트가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라고 외치는 순간, 메피스토펠레스는 그를 지옥으로 데려간다. 이때 아름다움의 순간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 아름다움은 일상의 권태로운 세계를 무화시킨다. 인간은 권태의 세월보다 죽음을 무릅쓴 아름다움의 세계에 닿고자 하지 않겠는가?(그래서 아름다움은 치명적인 유혹이라 할 것이다.) 그러하기에 아름다움은 죽음의 세계에 맞닿아 있으면서도, 일상적 삶이 도리어 죽음과 같은 삶이라는 것을 드러내어 삶을 희망하게 하고 움직이게 한다. 파우스트의 드라마가 시작되는 것도 늙은 파우스트가 아름다움의 순간을 찾아 나서는 데서부터이다. 물론 그는 끊임없는 생성을 젊음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순간이여 ‘멈추어라'라고 만약 자신이 말한다면 자신을 지옥에 데려가도 좋다고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말했다. 그러나 결국 파우스트는 자신이 매립제에건설한 도시(악마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가상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를 바라보며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라는 죽음의 말을 토해내며 쓰러진다. 즉 파우스트가 산 젊음은 이 아름다운 가상에 대한 외침에 도착함으로써 끝난다. 그의 젊음과 행위는 결국 아름다움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었으며,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아름다움의 순간'이란 착지에서 그의 젊음과 힘은 지옥으로 넘겨진다./기형도 시가 포착하려던 그 “위험하고 동시에 위대하다”는 ‘순간'의 이중성도 아름다움에 대한 《파우스트》적 아이러니와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형도의 시가 드러내는 아이러니는 순간이 가져오는 이 이중성에 대해 팽팽한 긴장을 풀지 않음으로써 이끌려 나온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시작 노트와 을 다시 상기해보자. ‘아주 낯선 것들'이면서 ‘아주 익숙한 것들'이라는, 순간들의 이중성에 대한 긴장을 시인은 계속 놓치지 않는다. 아니 순간들의 이중성의 포착은 이 대상에 대한 긴장에 찬 예민성의 끈을 풀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주 낯선 것들로의 ‘둥글고 빈 통로'를 마련하는 어떤 순간은 우리가 언제나 부딪히는 일상에서의 어떤 순간이다. 그래서 ‘아주 익숙'하기도 하다. 그 순간이 벌려내는 환상은 우리 삶의 현장인 일상의 삶을 무화시키면서도 어떤 다른 세계로의 통로, 다른 삶의 세계를 열어 놓는다. 이 이중적인 통로의 발견을 기록하는 데서 기형도의 시는 드러나기 시작한다. 통로의 이중성은 ‘둥글고 빈'이라는 수식어에서 이미지화되어 있다. ‘둥근 것'은 아날로지의 세계를 상기시킨다. 아날로지는 모든 개체가 전체를 비추고 전체가 개체들을 끌어안는 조화의 세계 아닌가./그 세계는 둥글다. 하지만 또한 그것이 비어 있다는 진술에서 ‘둥근 것'의 아날로지 세계는 아이러니의 상태로 변화된다./‘둥글고 빈' 통로는 아름다움에로의 통로이기도 하지만 無에로의 통로이기도 하다. 이 둥글고 텅 빈 통로를 통과하여 다다른 어떤 다른 세계, 아름다움의 세계는 그래서 다음과 같이 공기 방울의 세계이다. 저녁 노을이 지면/神들의商店엔 하나둘 불이 켜지고/농부들은 작은 당나귀들과 함께/城 안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성벽은 울창한 숲으로 된 것이어서/누구나 寺院을 통과하는 구름 혹은 조용한 공기들이 되지 않으면/한걸음도 들어갈 수 없는 아름답고/신비로운 그 城///어느 골동품 商人이 그 숲을 찾아와/몇 개 큰 나무들을 잘라내고 들어갔다/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가 본 것은/쓰러진 나무들뿐, 잠시 후/그는 그 공터를 떠났다/농부들은 아직도 그 평화로운 성에 살고 있다///물론 그 작은 당나귀들 역시 - 성 안은 “아름답고/신비”한 세계이다. ‘시작 메모'에서 말한 ‘위대한 순간'이 형상화된 세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위대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이 세계에도 해당된다. ‘존재'가 차안의 세계에만 해당된다는 개념이라면 말이다. 이 세계는 신들이 사는 세계이지 않은가. 이 세계는 신들과 농부들과 작은 당나귀는 이 성 안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며 어느 하나도 빠지면 성립되지 않는 세계이다. 즉 아날로지의 세계다.시인도 ‘역시' 작은 당나귀들도 평화로운 그 성에 농부들과 살고 있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성은 공기와 같은 세계라서 “구름 혹은/조용한 공기들이 되지 않으면” 다가갈 수 없다. 갑자기 시간이 멈추어지고 세계가 낯설어지며 감각이 착란될 때의 순간이 열어놓는 어떤 ‘푸른 저녁'같을 때, 사람들이 “가벼운 구름같이/서로를 통과해”갈 수 있었다. 이 ‘순간'에만 바로 ‘둥글고 텅 빈' 통로를 따라 이 성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성 안의 세계는 바로 그렇게 공기 방울, 구름이 된 사람들이 어우러져 이룬 세계이다. 그런데 이 공기 방울의 세계는 차안의 공간에 있진 않지만, 차안과 동떨어진 피안의 공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세계는 차안의 공기 안에 있다. 우리가 언제나 대하는 일상의 시간 속에서, 언뜻 벌려진 공기와 공기 사이의 블랙 홀을 공기가 되어 통과하면 만날 수 있는 세계이다.그러니까 이 성 안은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는 저 하늘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뒤-옆-앞에 있다. 그래서 이 세계에 들어가려는 골동품 상인-아마 차안의 세계의 속성인, 살해를 자행하는 폭력성을 보여주는 등장 인물이라 할-이 몇 개 큰 나무들을 잘라내고 들어가 보았자 헛수고가 될 수밖에 없다. 골동품 상인은 차안의 세계 뒤에 있는 세계를 알지 못한다. 그는 숲만 자르면 성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삼차원적 세계 인식에 머물러 있다. 그가 차안에서 아무리 폭력과 파괴를 행한다 해도 이 숲으로 된 성벽 안은 의연히 평화로운 마을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는 그만큼 불안하다. 우리가 이 세계에 도달할 수 있는 방도는 앞에서 보았듯이 기화되는 길밖에 없다. 통로가 ‘빈' 통로여서 들어가려는 이는 빈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이루어진 공기 세계는 어떤 무게 있는 물질성을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가볍게 둥둥 떠다닌다. 공중에 투사된 영상처럼 흩어졌다 모여지는 그런 세계다. 우리가 손으로 만질라치면 그 세계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버릴 것이다. 이 아날로지의 세계는 그래서 희망의 저편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는 희망은 품을 수 있으나 어느전도와 착란의 순간이 아니면 도달할 수 없다. 즉 우리가 사는 이 차안에선 이루어낼 수 없을 세계이다. 기형도가 희망에 대해 ‘어둡고 텅' 비어 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숲으로 된 성벽' 자체가 비어 있고, 그 비어있는 곳에 도달하고자 하는 희망도 빈 희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침묵의 목책 속에 갇힌 먼 땅/다시 돌아갈 수 없으리, 흘러간다/어디로 흘러가느냐, 마음 한 자락 어느 곳 걸어두는 법 없이/희망을 포기하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하리, 흘러간다 어느 곳이든 기척 없이 - (植木祭) 중에서 기형도 시에서의 ‘죽음'은 시인의 우울한 세계관이나 유년의 기억 때문이라기보다는, 시적 화자가 희망의 포기와 선택을 통해 ‘각오'한 것이다./ 이 죽음의 각오는 ‘둥글고 빈 통로'에 들어갈 때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통로에 들어간다는 일은 다른 삶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의미와 죽음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앞에서 본 바 있었다. 통로 저 편에 있을 숲으로 된 성벽에 갈 수있으리란 희망은 절망으로 전화될 소지가 있었던 것이다. 둥글고 빈 통로를 걸어 도달할 수 있는 희망이란 빈 희망이기에 그러하기도 하고, 숲으로 된 성벽이 아름답다고 외친 순간 그 아름다움의 덧없음이 부각되면서 죽음이 드러나기 때문에, 즉 아름다움에 대한 희망은 어두운 희망이라 말할 수 있기에 그러하기도 하다. 그 성벽은 “침묵의 목책 속에 갇힌 먼 땅”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착란과 환상을 통해 대기에 구멍이 나는 순간을 파악하려는 기형도 시는, 아름다움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을 때의 죽음으로 가는 구멍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푸른 유리병' 같은 공기가 점차 탁해지면서 ‘안개'로 오염되기 시작한다. 이 읍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 (안개) 중에서 푸른 대기 속의 둥글고 빈 통로는 ‘안개의 빈 구멍'으로 전화한다. 다른 삶으로 가는 ‘순간의 통로'가 안개에 의해 막혀버리고 순간이 가지는 죽음의 성질만이 드러난다. 이 순간은 안개로 뒤덮인 환상적인 마을을 구성함으로써 나타나고, 그 죽음의 성질은 다시 일상이란 것이 얼마나 죽은 상태와 같은가를 간접적으로 포착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차안의 세계에 대한 네거티브 필름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네거티브 필름 같은 가상적 세계는, 흐리멍덩한 색깔인 안개의 색깔로 대상의 윤곽만 드러내면서, 생명 없고 답답한 무엇으로 현상한다. 이 시를 더 읽어보자. 죽음의 공기인 ‘안개'의 빈 구멍은 사람들을 빨아들여 그 속에 가두어 놓는다. ‘이 읍' 사람들의 삶은 ‘쓸쓸한 가축들'처럼 무리지어 있지만, 안개의 형식으로 존재하는 세계 앞에서 무력하고 서로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들이다. 그 읍은 “몇 가지 사소한 사건”이 일어나는 곳인데, 그것은 “한 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하기도 하고, “방죽 위에 醉客 하나가 얼어 죽”지만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그것이 쓰레기더미인 줄 알았다고”(같은 시에서)하기도 하는 사건이다. 겁탈당한 여직공과 얼어죽은 취객은, 윤곽밖에 보이지 않는 이 읍 안 사람들에겐 파괴당한 삶을 흐릿하게 바라보고는 쓸쓸하게 고개를 숙여보게 하는 사건 정도의 의미만 가질 뿐이다. 그들 눈앞에서 타인들은 안개 속으로 ‘지워지고' 그들은 제각기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게 된다. 안개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 없게 만드는 세계의 이미지라 할 수 있다. 또는 그렇게 변화 없이 사는 사람들의 삶을 이미지화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변화 없는 지속이 기억의 지속을 가져오진 않는다. 그 반대이다. 이 읍에선, “상처 입은 몇몇 사내들”이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나 버린다. 그러므로 이런 지속의 시간성은 텅 빈 시간성이다. 기억이 없이 사는 것은 텅 빈 삶이다. 그것은 현재와 과거와의 상호적인 울림이 없는 시간이고, 그래서 미래조차 가능하지 않은 시간이다. 왜냐하면 현재가 끊임없이 과거로 되어야만 미래가 있을 수 있어서, 과거가 존재하지 않으면 미래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개는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 존재이다. 움직이지 않는 존재는 죽은 존재이다. 죽은 존재인 안개에 의해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죽은 존재이다. 안개는 독과 같다. 그러나 그 읍 사람들은 안개를 마약처럼 마신다. 안개를 편하게 느낀다./ 안개가 끼지 않으면 그들은 자신의 얼굴을 내보여야만 해서 “방죽 위의 얼굴들은 모두 낯설”어지고 “서로를 경계하며/바쁘게 지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 읍은 ‘안개의 聖域'이 된다. 안개 속의 삶이 정상적인 삶이 된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게 되기도 한다. 이 세계 속에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가”게 된다. 이 반어적 표현에는, 안개가 ‘무럭무럭' 키우는 아이들의 삶이란 그들 모두 검은 굴뚝과 폐수와 겁탈의 위험이 있는 공장으로 쓸쓸히 끌려가는 가축과 같은 삶임을 암시한다. 3.작품속 죽음의 포착 (안개)를 읽으면서, 시적 화자가 희망의 포기를 선택했을 때 기형도 시가 발 딛고 있던 ‘순간'은 무서운 죽음의 세계-안개로 뒤덮인 읍과 같은-를 입벌려 드러낸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죽음의 세계-지옥에서의 형벌-는 ‘느릿느릿 새어나'와 계속 ‘미친 듯이 흘러다'((안개)중에서)녀야 한다. 앞에서 본 (식목제)의 “마음 한 자락 어느 곳 걸어두는 법 없이”, “어느 곳이든 기척 없이”라는 구절에서와 같이 이 형벌은 정착이란 있을 수 없게 만든다. 기억도 없이, 미래도, 삶도 없이 흘러다녀야 한다. 오직 흘러다님의 지속만 있을 뿐이다. (안개) 속의 읍내 사람들은 명계(冥界)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돌아다니는 유령과 같은 존재였다. 삶을 잃어버린 이 유령의 떠돌아다니는 모습이 일군의 기형도 시의 한 주제를 이룬다. 내 희망을 감시해 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러 가시라고/모든 길들이 흘러 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 - (정거장에서의 충고) 중에서 기형도는 죽음을 무릅쓰고 희망을 포기했다. 그리하여 현실의 이면에 있는 죽음의 안개를 포착할 수 있었다. 이와 동일하게 안개에 중독된 유령들을 포착하기 위해선 희망을 억눌러야 한다. 시적 화자는 자신의 육체를 ‘희망을 감시해 온 불안'들이 머무는 정거장으로 쓰려고 한다. 불안이 죽음을 예감할 때 느끼는 감정이라면, 불안을 머물게 한다는 말은 죽음들의 예감을 머물게 한다는 말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죽음들이 방문을 할 수 있도록 길이 자신에게 흘러들어 죽음이 그 길을 통해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길이 흘러드는 정거장으로 자신의 육체를 사용하려면 자신의 육체 자체가 걸어다녀야 한다. 길이 걸어올 수는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길이 흘러 온다는 말은 자신이 걸어다니면서 만나는 길을 흡수한다는 말이다. 걸으면서 길을 흡수하고 흡수한 길을 통해 불안-유령을 만나고 그 유령의 세계를 구성하는 환상으로 시가 구성되게 된다. 이 유령과의 대면을 보여주는 대목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白夜)에선 “빛과 어둠을 분간할 수 없는/팡팡 빛나는 이 무서운 白夜” 속에서 “무슨 農具처럼 굽은 손가락들, 어디선가 빠뜨려버린/몇 병의 취기를 기억해내며” “천천히 걷고 있”는 한 사내를 보여준다. “휘적휘적 사내는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사내는 “문닫힌 商會 앞에서 마지막 담배와 헤어”진다. 그의 등에 “軍用 파커 속에서 칭얼거리는 어린 아들을 업은 채” 말이다. 담배 살 돈이 없을 이 사내는 아마 어린 아들과 함께 길에 쓰러져 쓸쓸히 얼어죽을 것이다. (가는 비 온다)에서는, 어느 가는 비 오는 날, “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지 않는다는 시적 화자가 발길이 닿는 대로 걸으면서 전개하는 여러 상념들을 보여준다. 그 상념들은 “이런 날 동네에서는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나 “언젠가 이곳에 인질극이 있었다/범인은 (휴일)이라는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면/자신의 목을 긴 유리조각으로 그었다”와 같은 죽음의 여러 모습이다. 주검을 직접 보여주는 시도 있다. 가령, “구름으로 가득찬 더러운 창문 밑에/한 사내가 쓰러져 있다, 마룻바닥 위에/그의 손은 장난감처럼 뒤집혀져 있다”((죽은 구름))와 같은 구절이 그것이다. 여기서 주검은 감정이 절제된 상태로 서늘하게 즉물화되어 있다. 시적 화자가 우울하게 가고 있는 거리엔 주검들과 죽음에 대한 상념을 유인하는 ‘낡은 간판'들이 널려 있으며 기후마저도 그러한 상념을 피워 올리게 한다. 그의 눈에 포착되는 사람들은 좀 있으면 죽을 운명이거나 죽어버린 이다. 또는 삶의 의미를 상실한 사람들이다. 유령들이다. 이들은 회한과 외로움에 말라죽어 가는, 행복과 거리가 먼 이들이다. 플랫폼에서 본 청년들은 “톱밥같이 쓸쓸해 보이”고((鳥致院)), 어느 카페에서 본 사내는 “그것으로 탁자를 파내”면서 “나는 인생을 증오한다”((장밋빛 인생))라고 새겨 넣는다. 삶을 박탈당한 유령들의 포착은 시적 화자 자신이 유령처럼 ‘흘러다'니는 존재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시적 화자가 포착하는 대상의 대부분인 흘러 다니는 사람들은 시적 화자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촉매로 작용하게 된다. 그 사람들의 삶이 시적 화자의 삶과 다름없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다시 시적 화자의 내면 독백은 떠도는 자의 내면을 드러내게 된다. 내린다, 진눈깨비, 놀랄 것 없다, 변덕이 심한 다리여/이런 귀가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 낸 추억들이 밟히고/어두운 골목길엔 불켜진 빈 트럭이 정거해 있다/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낡고 흰 담벼락 근처에 모여 사람들이 눈을 턴다 - (진눈깨비) 중에서 진눈깨비 뿌리던 날, 시적 화자는 그날도 역시 거리를 걷는다./ 거리에서 그는 ‘취한 사내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정거해 있는 ‘빈 트럭'도 본다. 그리고 ‘구두 밑창'으로 ‘추억들이 밟히'는 소리를 듣는다. ‘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밟히는 소리도 듣는다. 외로운 빈 트럭과 쓸쓸하게 쓰러지는 취한 사내들에 대한 묘사와 시적 화자의 어린 시절들을 불러오는 회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시적 화자가 주체가 되어 추억들을 불러온다기보다는 저 진눈깨비와 거리의 외롭고 쓸쓸한 모습이 기억들을 불러온다. 그 기억은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오”시기에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엄마걱정) 중에서)의 기억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그가 거리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은 엄마가 없어 빈방에 혼자 훌쩍거린 기억을 감추고 있을 사람들이며, 역시 집에 들어가면(집이 있다면) 빈방에 홀로 앉아 있을 사람들일 게다. 죽어가는 이 유령들은 그런 기억을 깊이 품고 살아갈 것이며, 이는 다시 역으로 시적 화자 자신도 그 기억을 품고 쓸쓸히 죽어 가는 유령들 중의 한 사람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그래서 ‘죽음'을 발견하는 ‘흘러 다니기'는 점점 시적 화자 자신 안의 죽음의 흔적을 찾는 여행이 되어버리게 된다. 시적 화자는 “곧 무너질 것만 그리워했”((길 위에서 중얼거리다))다고 말한다. 무너지는 것들이 결국 그의 삶이 되기 때문이다. 죽음을 증언하는 시적 화자 자신이 유령과 같이 떠돈다. 그는 “낡아빠진 구두에 쑤셔박힌, 길쭉하고 가늘은/자신의 다리를 보고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그렇다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여행자) 중에서)라고 울부짖는 여행자와 같은, 떠돎을 그만둘 수 없는 유령이다. 환상적 공간의 열린 순간을 통해드러난 죽음의 세계, 그리고 그 안을 떠돌아다니는 유령적 삶의 포착은, 이렇게 자신도 유령이라고 인식하는, 안개의 구멍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도 안개에 중독되어 버렸다는 점을 인식하는 시적 화자의 등장을 통해 완성된다고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죽음의 공간은 더욱 전일화되고 가공할 것으로 드러낸다. 유령의 세계를 증언하는 자신도 유령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의 그 경악의 순간은, 바로 메두사가 페루세우스의 방패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을 때의 그 놀람과 두려움의 순간과 같을 것이다. 그런데,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기형도의 시는 바로 그 경악의 순간을 포착한 카르파치오의 (메두사)란 ‘그림'과 같은 것일 터, 시 텍스트는 그 경악의 순간 자체, 또는 그 순간의 재현이라기보다는 경악의 순간을 구성하여 현현하게 한다고 할 수 있다./ 시-예술 텍스트가 구성되기 이전엔 그 경악의 순간을 우리는 ‘맞서게 되지' 못한다. 환상을 사용하여 순간을 포착하는 시-예술이 그 경악의 얼굴을 객관화할 때 비로소 경악의 순간은 우리 앞에 나타난다. (입 속의 검은 잎)은 바로 자신의 얼굴을 본 메두사가 경악하는 순간을 객관화하는 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그의 어린 아들은/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그 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택시 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그 일이 터질지 모른다, 어디든지/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입 속의 검은 잎) 중에서 이 시에서 등장하는 진술과 사건들이 현실의 어떤 대응물을 지시한다고 본다면 곧바로 해석의 난점이 생길 것이다. 운전기사, 장례식, 망자의 혀, 없어진 사람들, 죽은 사람, 검은 잎,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나' 등, 이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이었다고 하더라도 이 시 텍스트 안에 배치되었을 땐 이 단어들은 그 대상들을 지시하지 않게 된다. 하나의 극적 공간 속으로 이 존재들은 새로 의미를 얻으며 움직인다. 이 움직임은 공포의 분위기에 맞추어진다. 어떤 가공할 권력에 의해 살육된 자들이라 상상할 수 있는 ‘무더기'의 실종된 자들-망자들-의 말하지 못하는 혀-잘린 혀일까?-는 유령처럼 이 세상을 돌아다닌다. 그 유령들은 벌써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린 사람들 몸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 혀들은 이제 ‘거리에 흘러넘'친다. 장례식은 살육당한 자들 중 한 명의 장례식일까? 그 죽은 이의 잘린 혀 역시 거리에 흘러 다닌다. 물론 그 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잘 들어보면 잘린 혀들이 내는어떤 철버덕거리는 소리, 성대가 잘려나간 채 바람만 빠지는 쇳소리를 내는, 꿈틀대는 소리들을, 원한들을, 슬픔들을, 저주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환청 속에서 시적 화자는 자신의 혀가 ‘천천히 굳어'감을 자각한다. 그것은 시신을 실은 ‘백색의 차량 가득' 나부끼는 검은 잎 때문이다. 살육이 자행되는 세계에서 살해당한 자들의 유령이 검은 잎일까? 그 유령들-검은 잎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릴 때 혀는 굳어져오며, 이윽고 죽은 자의 혀가 된다. 그리하여 시는 죽은 자의 혀로 쓰여지게 된다. 그리하여 시인은 지옥에 가 있는 이들이 지옥에서 겪는 고통을 무당처럼 대신 말해주는 이가 된다. 정리하자면, 시적 화자가 온통 죽은 사람들의 세계에 와 있음을, 그리고 자신이 바로 그 세계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음을, 더 나아가 ‘죽은 사람'인 운전기사가 어딘가로 그를 데려가서 이 유령들이 시적 화자의 혀를 통해 죽음의 이 세계를 증언할 수 있도록 시적 화자에게 내리는 신들림을, 언제 살육될지 몰라 두려워하는(‘그 일이 언제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의 음산한 어조로 이 시는 보여주고 있다. 아득한 공포의 순간/을 객관화시키는 이 장면에서 우리는 어떤 수수께끼를 동반한 순간적 전율을 느끼게 된다. 기형도의 시가 도달한 한 극점은 바로 여기다. 앞에서 보아온, 환상적 공간이 뚫어 놓은 순간의 구멍을 통해 나타나, 죽음을 퍼뜨리는 세계와 그 속에서 떠도는 유령들이, 이 시에선 하나의 전율케 하는 장면으로 종합되어 갑작스레, 충격적으로 우리에게 현현하기 때문이다. 이 경악의 세계는 물론 가상의 세계이고 현실 세계로 치환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형도 시의 세계가 현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향유 대상으로서의 단순한 가상과는 달리, 시어가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뿜어내는(메두사를 본 메두사), 자기 파열이 가져오는 전율을 우리에게 이 가상 세계는 던져주는데, 그 객관화된 전율과 맞서는 독자는 충격 속에서 새로운 현실에 부딪히며 일상적 시간의 지속이 파열되는 ‘순간'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가상적 순간의 충격 속에서 일상적 시간 안에 감추어진 안개와같은 죽음의 습기를 감지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공포의 세계는 기형도 시가 열어 놓은 ‘순간의 통로'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입 속의 검은 잎)의 세계는 그 반대 극점이라 할 수 있는 (숲으로 된 성벽)의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고 희망할 순 없을까. ‘순간의 통로'는 다시 저 유토피아적인 미의 세계로, 숲으로 된 아날로지의 세계, 공기 방울 같은 환상의 세계로 길을 열어 놓기도 하지 않았는가. 물론 아날로지의 세계가 급전하여 유령들의 세계, 경악의 세계가 현현하는 것을 우리는 앞에서 보아 왔다. 그러나 반대로, 경악의 세계가 급전하여 다시 저 아날로지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가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는가. 그리고 이 두 극점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경악의 세계는 다시 희미하게 ‘숲으로 된 성벽'으로 가는 길을 비출 수 있지 않을까. 유토피아적 세계는 부정성을 통해서만 희미하게 빛날 수 있다면 말이다./그렇다면 기형도의 시는 일상적 삶과 사회에 대한 비판과 부정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를 통해세계와의 화해의 열망을 담아 놓을 수 있는 용기도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를 보여주기 위해 두 세계의 연결 지점을 찾아내야 할 것이고, 이 작업은 상당한 분석과 해석을 요하는 일일 것이다. 글을 마치는 이 시점에서도 비평적 재구성은 완성되지 않았다. 아니 결코 완성될 수 없을 것이다. 여전히 기형도 시 텍스트는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며 몸을 벌리고 있다. (끝) ◆당선소감 영광이다.기쁘다.하지만 마음이 무거워진다.과연 좋은 글을 내가 계속 써나갈 수 있을지,두렵기조차 하다. 당선 통보를 받고 비평이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좋은 비평을 하기 위해선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큰일이다. 지금은 문학의 정치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다.문학이 다시 정치에 복무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이 아니라 문학 자체의 정치성에 대해서,그리고 더욱 정치성이 짙은 비평에 대해서. 선거 행위만이 정치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정치는 윤리의 문제로서 생각해야 한다. 또한 윤리가 단순한 도덕의 차원이 아니라면 삶에서의 권력과 활력 문제로서 윤리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문학은 권력 망을 드러내고,비판하며 그것에서 삶이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줄 수 있고,삶의 활력을 북돋을 수 있지 않은가.그렇다면 문학의 윤리-정치성은 더욱 증폭되어야 하지 않을까. 문학 그리고 비평이 정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새로운 인간 관계의 가능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나에게 사랑과 기쁨을 전해 준 사람들에게,그리고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도,빈 말이 아닌 ‘고맙습니다.’란 말을 전하고 싶다. 이성혁 ●약력 67년 서울생, 한국외국어대 일어과 동 대학원(국문학), 외대강사, 99년 ‘문학과 창작' 평론부문 신인상 수상 ◆심사평 김용하의 ‘미적인 것의 정치성과 정치적인 것의 윤리성’,오홍진의 ‘관념으로 빚은 소설의 성채’,이성혁의 ‘경악의 얼굴-기형도론’,이은식의 ‘사물과 하나가 되기까지의 여정’,장사흠의 ‘풍경의 미학과 권력의 탐색’이 주목을 받았다. ‘미적인 것…’은 미학적 범주들과 시적 언어 사이의 조응 양상을꼼꼼히 살핀 글이지만,미적 개념들을 상호 연관시켜 긴밀한 인테리어를 꾸미는 데는 실패하였다.‘관념으로…’는 짐승의 세계와 신성의 세계 사이에서 요동하는 정찬 소설의 권력의 역학을 집요하게 추적하였으나 스스로 논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말았다.‘사물과…’는 다양한 철학적 개념들을 갈아타며 정현종의 시적 여정을 차분히 밟아간 글이었으나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지는 못하였다. ‘풍경의 미학…’과 ‘경악의 얼굴…’이 마지막까지 남았는데,‘풍경의…’는 최인훈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개진된 권력의 내면화와 그에 대한 문학적 응전의 과정을,핵심 의미체들을 길어내며 흥미진진하게 추적한 글이고,‘경악의…’는 시인의 심리학에 치중한 종래의 평문들을 단김에 뛰어넘어 극적 구성의 관점에서 기형도의 시 세계를 새롭게 조명한 글이다. 그러나‘풍경의…’는 기계적인 구성과 엉뚱한 결말이 글쓴이의 설익은 문학관을 엿보게 하였으며,‘경악의…’는 미학에서 사회학으로 넘어가는 대목에서 지리멸렬해지더니 급기야 막다른 길로 뛰어들고 말아,심사자들을 경악케 하였다.하지만 패기만만한 도전과 그 패기가 창안해 낸 새로운 해석 세계는 썩 강렬한 인상을 남겨 마지막 선택의 근거가 되었다.이성혁씨의 당선을 축하하며 끈기 있게 정진하기를 당부한다. 정과리 김인환
  • 대한매일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강으로 간 붕어빵

    솔이 아빠가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처음 붕어빵을 구울 때와는 달리 이젠 기술자가 다 되었습니다. 밀가루 반죽을 적당히 하기가 정말 어려웠거든요. 계란을 좀 넉넉히 넣어야 구수한 맛이 더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젠 단팥을 듬뿍 넣기만 하면 구수하고 맛있는 붕어빵이 술술 구워져 나옵니다. 솔이 아빠가 자리잡은 곳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명지라는 곳입니다. 낙동강 물줄기가 마지막으로 모여드는 곳이지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는 마을버스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솔이 아빠네 붕어빵을 찾는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려 마을버스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솔이 아빠, 붕어빵 천 원어치만 주세요.” 하루도 빠짐없이 들르는 장씨 아저씨가 왔습니다. “네,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요? 불 좀 쪼이세요.” 솔이 아빠는 붕어빵을 뒤집으면서 장씨 아저씨를 보고 웃었습니다. 솔이 아빠가 어설프게 구운, 덜 익은 붕어빵을 사간 첫 손님이 바로 장씨 아저씨입니다. “자, 두 개 더 넣었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살 때마다 그렇게 덤을 주면 남는 게 뭐 있수? 허허허…….” 장씨 아저씨가 커다란 몸집을 흔들면서 웃자 솔이 아빠가 말했습니다. “첫날 저한테 해주신 거 생각하면 덤 몇 개 드리는 걸로 모자라지요.” 장사를 맨 처음 시작한 날 솔이 아빠는 정신이 없었습니다. 붕어빵을 굽는 것을 옆에서 보기는 했지만 막상 장사를 시작하자 언제 뒤집어야 할지 단팥을 얼마나 넣어야 터지지 않는지 몰랐습니다. 대충 한판을 구웠을 때 장씨 아저씨가 붕어빵을 사간 것입니다. 솔이 아빠가 미처 먹어 보기도 전이었습니다. “야, 역시 겨울엔 따끈따끈한 붕어빵이 최고야. 아저씨, 자리 잘 잡으셨수.” 첫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 때문에 솔이 아빠는 장사가 처음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장씨 아저씨가 사갔던 붕어빵을 다시 들고 왔습니다. “아저씨, 붕어빵 장사 오늘 처음이유? 속이 하나도 안 익었어요. 내가 먼저 먹어 봤기에 망정이지. 우리 애가 모르고 먹었으면 배탈 날 뻔했잖아요.” 솔이 아빠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장사를 시작한 첫날이라는 솔이 아빠 말을 듣자 장씨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이리 나와 보슈. 내가 한 번 해 볼게요.” 장씨 아저씨는 아주 익숙한 솜씨로 붕어빵을 척척 구워 냈습니다. 알고 봤더니 몇 달 전까지 붕어빵 장사를 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성규 엄마가 붕어빵을 그렇게 좋아했어요. 그 사람 죽고 나서 강물에 뿌리고 나니까 더 이상 붕어빵 굽기가 싫대요. 그래서 지금은 벽지 바르는 일 하러 다녀요.” 그 날 솔이 아빠는 장씨 아저씨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입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고 있었습니다. 황금나무라고 불리는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도 노란 껍질을 외투라도 되는 양 꼭 껴입은 채 굴러 다녔습니다. 날마다 조금씩 짧아지는 해가 사람들 마음을 바쁘게 하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솔이 아빠는 아까부터 어떤 아이가 쳐다보는 눈길을 느꼈습니다. 다섯 살인 솔이 또래의 아이였습니다. 붕어빵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보였습니다.“얘, 이리 온. 붕어빵 먹고 싶니?” 아이는 커다란 눈만 끔벅이며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솔이 아빠가 붕어빵하나를 손에 쥐어 주자 아무 말 없이 왔던 길을 걸어갔습니다. 어딘지 풀이 죽은 아이 모습을 보자 솔이 아빠는 솔이 생각이 났습니다. “공장이 그렇게 불에 타지만 않았어도…….” 솔이 아빠는 장롱이나 식탁에 조각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남 밑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솜씨를 익혔습니다. 그러다가 조그만 공장을 차리게 된 것입니다. 솜씨가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는데……. 솔이 아빠 머릿속으로 공장이 불에 타던 광경이 떠올랐습니다. 주문 받아 두었던 책상과 책장, 장롱이 혓바닥을 내민 불길에 몽땅 타버렸을 때 남은 것은 빚과 새까만 재뿐이었습니다. 큰 회사에서 많은 물건을 주문했기 때문에 재료를 사기 위해서는 돈을 빌려야 했던 것입니다. 빚쟁이들이 사흘이 멀다하고 집으로 찾아오자 솔이 아빠는 할 수 없이 도망을 다녀야 했습니다. 차라리 죽어 버리려고 생각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수화기를 통해서 아빠를 찾는 솔이 목소리를 듣자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뭐라도 해서 빚을 갚고 다시 일어서야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붕어빵 장사였습니다. 솔이 아빠는 솔이를 외갓집에 맡겨 두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돈을 벌러 다니는 아내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 붕어빵 장사라도 열심히 하는 거야. 조금만 돈을 모아서 함께 모여 살 방이라도 얻으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솔이 아빠는 다시 용기를 내었습니다. 아침부터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솔이 아빠는 하루 쉴까 하다가 이런 날 장사가 더 잘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사 준비를 했습니다. 많이 추운지 길가는 사람들의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었습니다. 붕어빵 사는 것도 귀찮은 모양입니다. 팔리지 않고 손님을 기다리는 붕어빵을 나란히 세워 두었습니다. 그 때 솔이 아빠는 며칠 전에 붕어빵을 얻어 간 아이가 우산을 쓰고 서 있는 걸 보았습니다. 솔이 아빠가 손짓을 하자 아이가 주춤주춤 비닐 천막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아이는 많이 추웠던지 입술이 새파랗게 변해 있었습니다. “이런,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추운데 나왔니? 누구 기다리는 거야?” 이번에도 아이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붕어빵을 손에 쥐어 주었지만 먹지는 않았습니다. 참 이상한 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가 천막 안으로 쑥 들어 왔습니다. “어이, 추워. 어! 성규 아니냐? 너 왜 여기 있어? 아빠 마중 나온 거냐?”“아, 장씨 아들이에요? 그러고 보니 닮은 것 같네.”“예. 우리 아들이오. 아니 이런 날 무슨 장사가 된다고 이러고 있어요? 그러지 말고 우리 집에 가서 술이나 한 잔 합시다.” 장씨 아저씨가 이끄는 바람에 솔이 아빠는 장사를 접고 장씨 아저씨를 따라 나섰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아이는 내내 말이 없었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를 보고 장씨 아저씨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지 엄마 죽고 나서 말문을 닫았어요. 그 전엔 참 똘똘하고 건강한 아이였는데……이젠 밥도 잘 안 먹어요. 그래도 붕어빵은 곧잘먹는 것 같아서 매일 사다 주는 거요.”“내가 줄 땐 안 먹던데요?”“아, 그거요? 지 엄마 갖다 준 모양이지요, 뭐.” 솔이 아빠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성규 엄마가 오래 자리에 누워 있었어요. 그래서 죽어서라도 이리저리 가고 싶은 데 실컷 돌아다니라고 내가 화장을 해서 강물에 뿌렸거든요. 얘가 지 엄마 좋아하던 붕어빵을 꼭 하나씩 강물에 띄우고 나서야 저도 먹어요. 어휴, 어린 게 그러는 거 보면 내 속이…….” 장씨 아저씨는 목이 메는지 앞에 있던 술을 입에 털어 넣었습니다. 놀고 있던 성규가 장씨 아저씨 앞에 와서 손짓으로 뭔가를 말했습니다. “그래, 이놈아. 붕어빵이 가라앉지 그럼. 살아 있는 물고기처럼 헤엄을 치냐? 붕어빵이 가라앉아서 지 엄마가 붕어빵을 못 먹었다네요, 허 참.” 솔이 아빠는 성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붕어빵을 좋아하던 엄마를 주려고 강물에 띄우는 아이. 그 붕어빵이 엄마가 갔던 길로 따라 가 주면 좋으련만. 그러면 엄마가 붕어빵을 먹었다고 생각할 텐데. 솔이 아빠는 성규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다음날 솔이 아빠는 나무를 깎는 칼과 끌을 샀습니다. 손바닥만한 나무토막도 몇 개 구했습니다. 장사를 마치고 나서 피곤한 몸이지만 솔이 아빠는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식탁이나 장롱 같은 큰 물건만 만들다가 작은 것을 만들려고 하니 꽤 힘이 들었습니다. 몇 개나 실패를 했지만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성규의 맑은 눈망울과 솔이의 예쁜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솔이 아빠는 나무로 만든 붕어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얼핏 봐서는 진짜 붕어빵처럼 보였습니다.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에는 철사로 연결을 해서 움직일 수 있게 했습니다. 강물에 띄웠을 때 진짜 붕어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솔이 아빠는 나무 붕어빵을 물에 띄워 보았습니다. 지느러미가 몇 번 움직이자 그만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솔이 아빠는 나무 붕어빵의 뱃속을 파내고 속이 텅 비게 만들었습니다. 솔이 아빠는 성규를 데리고 낙동강이 흐르는 곳으로 갔습니다. 성규가 늘 붕어빵을 띄우던 곳입니다. 성규 손에는솔이 아빠가 구워준 붕어빵이 들려 있었습니다. 솔이 아빠는 나무 붕어빵을 주머니 속에 숨겼습니다. “성규야! 엄마한테 붕어빵 드시게 하고 싶니?” 성규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아저씨랑 같이 엄마한테 붕어빵 드리자. 근데 이제 엄마한테 붕어빵 드리는 건 오늘로 그만 하자. 왜냐하면 엄만 이리저리 구경 다닌다고 바쁘시대. 그리고 죽은 사람은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파. 성규가 밥을 잘 안 먹고 말도 안 하는 거 알면 엄마가 좋아하실까? 아저씨에게는 솔이라는 딸이 있는데 말이야. 아저씨가 없는 동안 잘 먹고 잘 놀고 씩씩하게 자라서 이담에 아저씨랑 만났을 때 훌쩍 큰 모습을 보면 참 좋을 거 같거든. 성규도 이담에 엄마 만났을 때 멋지게 자란 모습 보여 주고 싶지?” 성규가 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솔이 아빠는 진짜 붕어빵을 손에 들었습니다. “성규 어머니, 제가 만든 붕어빵이에요. 맛있게 드시고 편안하게 여행 잘 하세요. 어! 성규야, 저기 까치집 봐라.” 솔이 아빠는 성규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진짜 붕어빵과 주머니 속에 있던 나무 붕어빵을 바꿨습니다. “풍덩!” 나무 붕어빵은 가라앉을 것처럼 물 속으로 쑥 빠지더니 얼굴을 빼꼼 내밀었습니다. 바람이 불자 강물이 흔들리면서 잔잔하게 물결이 생겼습니다. 나무 붕어빵은 꼬리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를 까닥까닥 움직이면서 강물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눈이 동그래져서 보고 있던 성규가 손뼉을 친 건 그 때였습니다. “야! 잘 간다. 엄마! 붕어빵 맛있게 드세요.” 나무 붕어빵은 마치 진짜 붕어라도 된 것처럼 꼬리지느러미를 살랑살랑 흔들며 잘도 떠내려갔습니다. ◆당선소감 당선됐다는 전화를 받은 날. 성당에서 청소를 하고 나오는데 하늘에서 여우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환한 햇살 사이로 보이는 빗방울이 마치 축제처럼 느껴진 건 왜일까요? 신춘문예에 여러 번 떨어진 경험이 있는 나는 작품을 보내고 나서 이번만큼 담담했던 적이 없었습니다.그만큼 되는 사람보다 안 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지요. 그런 저의 담담함을 심사위원 선생님들께서 눈치채신 것 같습니다.기대하지 않은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껴서 겸손하라고 말이지요. 동화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는 김재원 선생님을 만난 건 제 인생에 행운이었습니다.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 문우들에게도 고마운 마음 전하며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동화를 쓰리라 다짐해 봅니다. 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눈물나는 행복과 기분좋은 부담이 무언지 느끼게 해 주셨지요? 한 우물을 파는 마음으로 열심히 쓰겠습니다. ●약력 본명 이혜영 58년 부산생 방송통신대 졸업(국문과) ◆심사평 심사에 들어가기 전에 선자들은 조앤 롤링의 동화 해리포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현실세계의 기존 풍경을 철저히 벗어난 이 동화가 전 세계 독자들의 시선을 끈 이유가 화두였는데,선자들은 이 작품이 지닌 세계관의 결핍에도 불구하고,무한한 상상력의 진폭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을 나누었다. 좋은 동화란 꿈과 현실의 조화가 필연적이라는 관점에서 선자들의 주목을 끈 작품은 ‘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정미숙),‘낙타가 된 엄마’(정회옥),‘변신하는 밀가루’(문진주),‘강으로 간 붕어빵’(이혜영) 등 4편이었다. 이중 ‘변신하는 밀가루’는 따뜻한 풍경의 묘사가 돋보였으나 동화 자체가 지닌 상상력이 결여됐다는 점에서,‘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는 분단 현실을 작품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으나 서사적인 작품이 지니기 쉬운 교조적 속성을 극복할 수 있는 장치가 아쉽다는 점에서 먼저 제외됐다. ‘낙타가 된 엄마’와 ‘강으로 간 붕어빵’ 두 작품을 두고 선자들은 꽤 오랜 숙고 끝에 후자를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 어렵게 합의를 보았다.‘낙타가 된 엄마’의 경우 삶의 현실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진솔한 힘이 돋보인 반면 ‘강으로 간 붕어빵’의 경우는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이 잘 살아 있고,특히 마지막 장면의 나무 붕어빵이 강을 헤쳐 나가는 장면이 동화적인 상상력의 결합으로 산뜻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좋은 경쟁자들 속에서 당선의 영광을 얻은 만큼 당선자는 함께 응모한 다른 예비 작가들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는 열정적인 작품활동을 해나가기를 선자들은 바라마지 않는다. 조대현·곽재구
  • 이회창후보 TV토론 중계 - “김위원장에 核포기 권고할것”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26일 ‘청년 100인 이회창 후보를검증한다’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소신을밝혔다.이 후보는 신체적 약점 등 신상문제에도 비교적 솔직하게 답변했다.그러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패널로 참여시킨 가수 김건모,개그맨김대희,탤런트 이창훈씨 등 연예인들이 무의미한 농담과 함께 신변잡기적인질문을 던져,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 정치·남북관계 ◇노무현 단일 후보 선출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응은. 후보 단일화 뒤 노 후보가 막 뜨고 있다.지지율이 20%포인트 이상 차이 날까 걱정했는데,7∼8%포인트라 다행이다.그러나 (노무현 정몽준 후보)두 사람은 국가를 위한 정책대결이 아니라,어떻게 하면 이회창을 이길 것인가를 대결하며 뭉쳤다.국민의 심판,현명한 선택이 있을 것이다. ◇이 후보와 노 후보의 대결을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라고 하는데. 적절치 않다.우리당을 보수라 하지만,16대 총선을 통해 젊은 진보·개혁적인사들이 우리당에 많이 와 있다.반대로 부패정권의 틀 속에 있었고,그 자산과 부채를 모두 안겠다고 하는 사람이 진보라 하는데 말이 안 된다. ◇주한미군 여중생 사망 사건 무죄판결에 대해 대법관 출신으로 어떻게 판단하는지. 우리 국민 감정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본다.공무집행 중 일어난 사건에 대한 재판권은 미군에 속하는데,인명사고의 경우 재판권을 한국측에 줘야 한다.미국측 배심원으로만 구성된 제도도 문제다.정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해야 하고 국익에 맞지 않는 부분은 분명하게 미측에 이야기해야 한다.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우리국민이 입은 고통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미국은 SOFA개정에 협조해야 한다. ◇이 후보가 당선되면,남북관계가 냉각된다는데. 화해와 협력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룬다는 게 대원칙이다.퍼주면 변화할 것이란 게 햇볕정책이지만 5년간 가져온 것은 북한의 핵개발이었다.평화적 해결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병행해야 한다.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정상적 교류와 협력이 힘들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분명히 보낼 것이다.무력으로 하자는 것은아니다.대통령이 되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가까운 시일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다. ◇군복무 단축공약이 표얻기 위한 전략이냐. 아니다.육군복무 26개월이면,복무뒤 복학하기가 학기문제상 힘들다.그러나2개월 줄여 24개월로 하면 부담이 준다.군은 병력유지에 차질을 빚을까 반대하지만,면밀히 검토한 결과 차질없이 할 수 있다고 결론냈다. ◆ 사회·경제·신상 ◇(신체상)콤플렉스가 있나. 키가 작고 머리가 크다.그래서 기성 모자로는 잘 안 맞는다.지난해 말 고아원을 방문했을 때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려고 했는데 맞지 않아서 뒤를 뜯어서 쓴 적도 있다.요즘 소개팅 가면 키 작고 머리 크면 딱지 맞는다는데,장가 일찍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 영어교육 열풍이 불면서 사교육비 부담이 심각하다.공교육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방과 후 학습 시설을 설치하고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겠다.어학연수시킨다고 초등학생을 외국유학시키는 소위 ‘기러기 아빠’들도 생기고 있는데 원어민 교사 초빙해서 외국과똑같은 프로그램으로 교육하고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면 사교육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부부싸움하면서 이혼에 대해 생각한 적 있나. 부부싸움 많이 했다.젊을 때는 무게잡고 했는데 나이들면서 약해졌다.요즘은 일찍 항복한다.이혼까지는 생각한 적 없다. ◇이혼 여성들이 아이를 키울 경우 호주제나 재산분할 청구권 등 여성에게불리한 게 많은데. 이혼이 왜 그렇게 많은지 생각해봐야 한다.또 출산율은 최하위권이다.인구가 적정인구가 되어야 하는데 걱정이다.남자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젊은 사람들은 다르겠지만 (남자의 경우)대체로 양성의 평등이라는 관념이 약하다.예전에는 남편이 밑천을 댄 경우 여자가 그 자금으로 돈을 벌었어도 남편재산으로 봤다.그러나 지금은 공동재산으로 본다.그렇다 해도 여러 가지 점에서 여성에게 불리한 점은 고쳐야 할 것이다. ◇봉급생활자들의 내집 마련 대책은. 5년동안 230만호의 주택을 지을 계획이다.120만호는 공공주택으로 정부가짓겠다.이 가운데 90만호는 공공임대,30만호는 분양으로 할 것이다.또 30만호 가운데 10만호는 결혼해야 할 사람 등에게 할당되도록 하겠다.장기저리주택통장을 만들어 20∼30%만 내면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지방대생 취업대책은. 지방대생 취업문제 너무 심각하다.5년 동안 2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주로 신산업이나 서비스쪽이 될 것이다.공공기관이나 정부 산하단체 공기업의 지방분산정책도 함께 펼 것이다.또 채용목표제 할당제도 도입하겠다. ◇연애시절 양다리 걸친 적은. 그런 재주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없었다. ◇술이 아무리 취해도 필름은 안 끊긴다는데. 그건 사실이다.필름 끊긴 적은 없다. ◇청년시절에 사고친 적은. (학창시절)전학을 많이 하면서 성적이 안 좋은 적 많았다.수학시험에서 거의 낙제점을 받았다.그래서 겨울인데도 가출을 했다.역 대합실에서 잠을 자는데 아버지에게 붙잡혔다. ◇(김건모)가수 중에 누구를 가장 좋아하나. 김건모다(웃음). ◇농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지 않나. 이 땅에서 농업을 지켜야 한다.농민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이 좌절에빠져 있다.그동안 산업정책에서 농업은 뒷전에 밀린 게 사실이다.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생명산업인 농업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농민이미래를 기대하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정책을 펴나가겠다. ◇요즘 대학생들은 매우 자유분방하다.남학생들이 머리염색은 기본이고,귀고리를 하는 것도 많은데,젊은이들의 다양한 외적표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치인이 되어서 보니까 그런지 다 표로 보여서 좋아 보인다. ◇연금재원이 고갈됐다고 해서 특히 젊은 직장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현재 내는 돈은 소득의 9%인데,받는 돈은 소득의 60%로 돼 있어 국민연금은 2034년이면 적자가 나게 돼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처럼 보통내는 돈은 소득의 15%로,받는 돈은 소득의 40%로 가야한다고 본다.정치인들은 (표를 잃을까봐)누구도 이런 말을 하지 않지만,(표보다는 국민연금을 위해)이렇게 하면 연금에 대한 불안은 가실 수 있다. 한편 이회창 후보는 맺는 말을 통해 “우리의 미래는 청년 여러분에 달려있다.”면서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데 여러분의 정열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수정 조승진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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