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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배턴루지 피격 경찰, ‘흑인’ 경찰관으로서 비애 토로

    美 배턴루지 피격 경찰, ‘흑인’ 경찰관으로서 비애 토로

    17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서 발생한 경찰 총격 사건으로 숨진 3명의 경찰관 중 한 명이었던 몬트렐 잭슨(32)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생후 4개월 된 아이의 아빠였던 몬트렐 잭슨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배턴루지를 사랑하지만 이 도시도 나를 사랑하는지 의심스럽다”라는 글을 게재해 심경을 전했다. 그는 “경찰복을 입고 있으면 흑인 시민들로부터 혐오의 눈길을 받아야 하고 경찰복을 벗고 있을 때는 동료 경찰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다”면서 “육체적·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며 시험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흑인으로서 받았던 차별에 괴로운 심정을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 그는 “지난 3일은 내 삶에서 가장 큰 시련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잭슨은 이 사건들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잇따른 총격으로 2명의 흑인과 5명의 경찰관이 숨진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에는 배턴루지에서 백인 경관 두 명의 총격으로 앨턴 스털링이, 6일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는 백인 경관의 총격으로 필란도 카스틸레가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해 7일 미국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열린 가운데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5명의 백인 경관이 아프가니스탄 참전 군인 출신 흑인 마이카 존스의 저격으로 숨졌다. 페이스북에는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페이지가 만들어져 누리꾼들의 추모 댓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편 미국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에서 발생한 ‘경찰관 피격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번 사건을 흑인 용의자 개빈 유진 롱(29)의 사전 치밀한 계획에 따른 매복공격으로 규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 ●한애규 개인전 일상에서 느끼는 여성, 모성의 삶을 긍정적으로 포착해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가 지난 10년간 작업했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여행이라는 이름의 사색의 시간’이란 제목으로 ‘침묵’, ‘반가사유상을 생각하다’(작품), ‘폐허에서’ 등 2005년 이후의 부조 및 입체 작품들이 전시된다. 9월 25일까지, 강원 춘천시 사북면 이상원미술관. (033)255-9001. ●최석호와 오사카 친구들 재일 설치미술가 최석호가 작품활동 중 만나 예술적 우정을 쌓은 일본 작가들과 함께 조각,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최 작가가 청주비엔날레에서 발표했던 높이 3m의 ‘장작’, 니타 요시오의 설치 작품 ‘달에서 가져온 생각’, 츠보타 마사유키의 미니멀한 나무 조각 ‘바람’ 등이 전시된다. 8월 27일까지, 경기 양평군 강상면 류미재 갤러리. (031)774-8868. 대중음악 ●백아연 콘서트 소곤소곤 두 번째 이야기 지난해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에 이어 최근 신곡 ‘쏘쏘’로 음악 팬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오디션 스타에서 가수로 거듭나고 있는 JYP 소속 보컬리스트 백아연이 준비한 두 번째 단독 콘서트. 22일 오후 8시, 23일 오후 6시, 24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 7만 7000원. (02)330-6212. ●최민수 36.5℃ 록 밴드 콘서트 2013년부터 뮤지션으로도 본격 활동하고 있는 관록의 배우 최민수가 자신이 보컬을 맡고 있는 샤먼 록 블루스 밴드 36.5℃와 함께 꾸미는 열정의 무대. 그는 36.5℃와 함께 정규 앨범 1장, 싱글 앨범 2장을 발표한 바 있다. 2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 6만원. (02)558-4588. 연극·뮤지컬 ●가족 뮤지컬 ‘아빠! 사랑해요’ 아빠 토끼와 아기 토끼가 숲속에서 사계절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가고 표현하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전 세계 37개 언어로 출간된 샘 맥브레트니의 베스트셀러 동화 ‘게스 하우 머치 아이러브 유’가 원작. 8월 28일까지, 서울 마포구 롯데카드 아트센터 아트스페이스, 2만 5000~3만 5000원. (02)2261-1393. ●연극 ‘둥지’ 70대 조부모와 30대 초반 손자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애지중지하던 손자가 갑자기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소식을 들은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자를 해외로 보내지 않기 위해 펼치는 장가보내기 작전이 코믹하고 감동스럽게 전개된다.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윤당아트홀 1관, 전석 4만원. (02)929-7452. 클래식·국악 ●김정희 비올라 독주회 지난해 7월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귀국 독주회에서 큰 감동을 선사했던 비올리스트 김정희가 또 한 번 비올라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고 관객들을 찾아온다. 막스 브루흐와 미하일 글린카,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명곡들로 비올라 연주의 진면목을 보여줄 예정. 20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 전석 2만원. (02)515-5123. ●2016 K-Music, 국악심포니를 꿈꾸다 국악기와 양악기로 편성된 세종국악심포니오케스트라가 창작 국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고려가요 ‘청산별곡’과 합창이 만나는 현대적 스타일의 ‘청산별곡’, 국악심포니와 합창을 위한 굿거리장단의 교성곡 등으로 구성된다. 24일 오후 4시, 북서울 꿈의숲 아트센터 콘서트홀. 5000~1만원. (02)595-8784.
  • ‘언니들의 슬램덩크’, 민효린 꿈의 결실 ‘언니쓰’ 6주연속 시청률 1위

    ‘언니들의 슬램덩크’, 민효린 꿈의 결실 ‘언니쓰’ 6주연속 시청률 1위

    걸그룹 데뷔라는 다소 무모해 보였던 꿈을 향해 달려온 ‘언니들의 슬램덩크’ 출범 걸그룹 ‘언니쓰’가 최종 목적지인 ‘뮤직뱅크’ 방송을 앞두고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어떻게 우리가 해?’ ‘이게 될까?’ 의심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서로를 응원하며 기적 같은 순간을 만들어 냈다. 이 같은 감동의 순간은 동시간 시청률 1위라는 놀라운 결과로 연결됐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수도권 7.4%, 전국 6.6%를 기록, 무려 6주 연속 동시간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6멤버들의 땀과 눈물에 시청자들이 응답하며, 막강 금요 예능의 탄생을 견고히 했다. 꿈을 향한 진정성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는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연출 박인석) 15회에서는 ‘뮤직뱅크’ 방송을 앞두고 마지막 안간힘을 내며 노력하는 언니쓰의 모습이 공개됐다. 노력과 열정으로 꿈에 다다른 ‘언니쓰’는 감동, 재미, 웃음 등 모든 것을 ‘올 킬’했다. 가사를 잊고, 안무 외우는 것도 힘들어 하던 ‘언니쓰’의 실력은 어느새 일취월장 했다. 당장 데뷔해도 될 정도로 완벽한 춤과 노래 실력으로 박진영을 웃게 했다. ‘언니쓰’는 방송 이틀 전날 연습실에 모여 마지막 점검을 했다.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박진영은 첫 연습에서 홍진경의 동작 두 가지를 지적했지만, 두 번째 연습에서는 물개 박수를 치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진짜 야물딱지게 잘한다”며 극찬을 퍼부었다. 지금껏 볼 수 없던 가장 환한 미소에 멤버들은 모두 감격해 했다. 음원도 대박이 났다. ‘뮤직뱅크’ 방송 전날 밤 12시에 공개된 음원도 1위를 하며, ‘언니쓰’에 용기를 심어줬다. 음원은 공개되자마자 2위에 오르더니, 1시간 뒤 1위로 올라선 뒤 다음날 ‘뮤직뱅크’ 방송날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 김숙과 민효린 등 멤버들은 모두 잠도 못 자고 음원이 뜨는 순간을 기다리는 등 모두 소풍가기 전날 밤의 아이들처럼 설렜다. 방송을 앞두고 멤버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홍진경은 새벽 4시에 컴퓨터로 음원을 확인한 뒤, 놀라운 순위에 오열하고 말았다. 함께 걸그룹 꿈을 꾸면서 멤버들은 더 돈독해졌다. ‘뮤직뱅크’ 무대에 서면, 그간 힘차게 달려온 민효린의 꿈도 끝이 난다. 종착역을 앞두고, 멤버들은 서로를 칭찬하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복잡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힐링 여행을 떠났다. 힘든 연습을 함께 이겨내 준 멤버들한테 고마웠던 일, 서운했던 일 등 그간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하며 친자매 이상의 케미를 선보였다. 그 과정에서 꿈에 한번 도전해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활용하는 진정성도 보여줬다. 직접 운전하며 친한 사람들을 태우고 여행하는 게 꿈이었던 첫 번째 꿈계주였던 김숙은 소형버스를 몰고 언니쓰를 태우고 힐링 여행을 떠났다. 김숙과 언니쓰의 콜라보가 펼쳐졌다. 좋은 기운을 받아서 생방송 당일 ‘뮤직뱅크’가 열리는 KBS 공개홀에 모인 멤버들은 힘차게 운명의 디데이를 시작했다. 긴장된다면서도, 출근길 팬들한테 일일이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런 에너지가 무대에서도 이어질까. 그간 흘린 눈물과 땀만큼 걸그룹 데뷔는 성공이었을까. 다음주 대망의 ‘언니쓰 데뷔’ 방송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방송, 문화계 6인의 멤버들이 꿈에 투자하는 계모임 ‘꿈계’에 가입하면서 펼치는 꿈 도전기. 매주 금요일 밤 11시 KBS 2TV를 통해 방송된다. 사진=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D-6…프로그래머 추천 화제작 9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D-6…프로그래머 추천 화제작 9편

    장르영화의 최대 축제로 자리매김해 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 개막(21일)이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BIFAN은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중무장, 그 여느 때보다 화려할 전망이다. 지난 14일 오후 2시 BIFAN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개·폐막작을 비롯한 공식 상영작 예매가 진행됐다. 오픈 직후 폐막작 ‘서울역’이 전석 매진되고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는 등 BIFAN을 향한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다. BIFAN은 장르영화제 특성답게 마니아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영화제의 특성은 일반인 관객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진입 장벽이기도 했다. 특히 관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대체 무엇을 봐야 할 것인가이다. 참가작은 무려 302편으로, 장르도 나라도 다양하다. 이 같은 고민에 빠진 관객들을 위해 BIFAN 프로그래머들은 올해 영화제 상영 작품 가운데 꼭 봐야 할 작품 9편을 선정했다. 미주·유럽, 중남미, 아시아 등 대륙권역별로 3편씩 추천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 시작은 익숙한 ‘아시아 영화’부터 현재 BIFAN 아시아 담당 프로그래머로서 새로운 아시아 장르영화 발견에 힘쓰고 있는 유지선 프로그래머. 그녀가 첫 번째로 추천하는 작품은 양 차오 감독의 중국영화 <장강도>(2015)다. 제작기간만 무려 10년으로 201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예술공헌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장강도>는 삼협댐 건설로 야기된 수장마을과 과거에도 현재에도 장강을 터전으로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부르는 98일간의 진혼곡이다. 화물선 선장 까오 춘은 양쯔강 상류 부근에서 만났던 여인들이 한 명처럼 보이는 걸 알게 된 후 여인을 찾아 나선다. 영화는 홀연히 종적을 감춰버린 여인을 찾기 위해 그녀와 강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작품은 공포영화의 대가 구로사와 기요시의 신작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2016)이다. 전직 형사이자 범죄심리학자인 타카쿠라는 6년 전 일어난 일가족 실종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 사건의 용의자가 묘하게도 옆집 니시노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던 어느날 니시노의 딸 미오가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그 남자 우리 아빠 아니에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영화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은 일본 추리문학대상 신인상을 받은 마에카와 유타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여기에 호러 거장의 연출까지 더해져 관객들로 하여금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마지막 작품은 삶과 죽음에 대한 경쾌한 성찰이 돋보이는 나가이 아키라 감독의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2016)이다. 죽음을 예고 받은 불치병의 우편배달부에게, 악마는 생명을 하루씩 연장하는 대신 세상에서 없앨 한 가지를 정해달라고 한다. 기묘한 제안으로 전화, 비디오 등이 하나씩 소멸되어가면서 그는 잊고 있었던 연인, 친구 그리고 가족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날, 악마는 세상에서 고양이를 없애겠다고 말한다. 유명 프로듀서이자 소설가인 가와무라 겐키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반짝이는 아이디어, 감동적인 스토리, 감각적인 비주얼과 톱스타들의 연기 앙상블이 성공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중남미 매력에 빠져볼래? ‘드라마·코미디·호러’ 3색 무비 BIFAN 중남미권 담당 김세윤 프로그래머. 올해에는 ‘드라마’ ‘코미디’ ‘호러’ 등 어느 하나 겹치지 않는 장르영화 3편을 추천했다. 첫 번째 작품은 페파 산 마르틴 감독의 칠레 성장영화 <라라>(2016)다. 올해 BIFAN에서 온 가족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로 추천됐다. 부모님의 이혼 뒤 갑자기 ‘두 명의 엄마’와 살게 된 열두 살 소녀 사라. 그들의 일상은 여느 가족과 다르지 않지만 그들을 보는 세상의 시선 때문에 사라는 혼란스럽다. 그렇게 맞이한 사라의 열세 번째 생일, 그녀는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한 소녀의 성장통을 그려낸 이 영화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받아 제작됐으며, 201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초청작이기도 하다. 두 번째 작품은 세르히오 산체스 감독의 신나는 멕시코산 코믹 납치극 <사랑의 불시착>(2016)이다.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1968년 멕시코, 6개월 전 실종된 운동권 여자친구 베아트리스의 행방을 알아내려 동분서주하던 주인공 미츠는 친구들과 함께 유력 대통령 후보가 탄 비행기를 납치한다. 사랑하는 여자를 되찾기 위해 얼떨결에 반군이 되어버린 청춘들의 신나는 코믹 납치극은 사태를 진압하기 위한 군의 강경 대응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결말에 다다를수록 60-70년대 멕시코 정부의 무참한 탄압에 대한 가슴 뜨거운 풍자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작품으로는 이작 에즈반의 멕시코 호러 영화 <얼굴 없는 밤>(2015)이 추천됐다. 기발한 발상으로 오싹한 공포를 선사하는 라틴 호러의 새로운 성취라는 평이다. 어느 비오는 밤 외딴 버스터미널에 모인 8명의 사람들. 그러나 모두가 기다리는 멕시코시티행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고, 이들에게 자신의 얼굴이 다른 사람의 얼굴로 변하는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미 4편의 단편 소설을 발표한 탁월한 이야기꾼 이작 에즈반 감독은 인간의 개성과 자유가 짓밟힌 멕시코의 어두운 현대사를 ‘얼굴 강탈’이라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미주유럽 최고의 화제작 3편 ‘코미디냐 웨스턴 무비냐’ BIFAN 미주·유럽 담당 김영덕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첫 번째 작품은 스페인 최고의 컬트 감독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의 대작 블랙코미디 <마이 빅 나이트>(2015)이다. 샴페인이 놓인 테이블, 파티 의상을 갖춰 입은 손님들, 톱스타들이 총 출동한 화려한 버라이어티 쇼. 며칠 동안 쉴 새 없이 진행되는 연말 TV쇼의 녹화 현장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점점 미쳐가는 스타와 엑스트라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려냈다. 두 번째 작품은 JT 몰너 감독의 영화 <무법자와 천사들>(2016)이다. 악명 높은 현상금 사냥꾼을 피해 한 가족의 집으로 피신한 냉혈한 무법자 무리들. 아무 죄 없는 가족의 집을 피신처로 삼으며 예기치 않은 피의 복수가 벌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70년대 웨스턴의 부조리한 세상이 남성들의 무대였다면, JT 몰너 감독의 <무법자와 천사들>의 주인공은 여성들이다. 특히 거장 클린트 이스트 우드의 딸 프란체스카 이스트우드가 주연을 맡았다. 고양이와 쥐처럼 쫓고 쫓기는 폭력의 뒤엉킴 속에서 여성들은 무법 세상의 천사가 되어 화끈하고도 아찔하게 피에 젖은 모습으로 총구를 겨눈다. 마지막 작품은 감독 플로리안 다비드 피츠의 코미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날>(2016)이다. 태평한 암환자 베노와 변덕스런 폐섬유증 환자 안디는 요양원에서 처음 만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을 찾아 아프리카로 자살여행을 떠난다. 정반대 성격으로 여행 내내 옥신각신하며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빠르고 경쾌한 호흡으로 그려지며 아기자기한 웃음을 자아낸다. 서로를 깊숙이 이해하고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가슴 따뜻한 대중적인 코미디. 베노 역의 독일 배우 플로리안 다비드 핏츠는 시나리오와 연기, 연출까지 1인 3역을 맡았다. 큐레이션팀 sns@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지금, 이 영화]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우선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Infinitely polar bear)라는 제목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얼핏 보면 ‘한없이 북극곰’이라는 뜻으로 이상하게 해석된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는 폴라 베어를 따로 떼어 풀이하면 어떨까 싶었다. 아쉬운 대로 한국어로 옮겨보면 이렇다. ‘한없이 양극단을 오가는 곰’. 양극단을 오간다는 것은 주인공 카메론(마크 러팔로)이 조울증을 앓고 있음을 가리킨다. 심리 상태―기분이 들떴느냐 가라앉았느냐에 따라 그는 아주 상반된 말과 행동을 보인다. 또한 그가 극 중 가장 덩치가 큰 캐릭터라는 점에서, 곰은 두말할 것도 없이 카메론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미국 보스턴. 아내 매기(조 샐다나)를 비롯한 어린 두 딸은 감정 조절을 잘못하는 카메론을 불안하게 여긴다. 증세가 심해진 그는 요양원에 입소하여 치료를 받는다. 그곳에서 나온 카메론은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고, 조울증을 완화시키는 약을 복용하며 조금씩 생활의 안정을 찾아간다. 그러던 와중에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던 매기는 경영학 석사학위를 따기 위해 홀로 뉴욕으로 가게 된다. 그녀는 주말마다 집으로 오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어쨌든 이제 카메론이 초등학생인 두 딸 양육을 도맡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그마치 1년 6개월 동안이다. 백인 아버지의 유전자를 더 많이 물려받은 큰딸과 흑인 어머니의 유전자를 더 많이 물려받은 작은딸을 보살피며, 그는 자기감정을 제어하는 것만큼이나 난감한 사건들과 마주한다. 카메론은 모든 사회적 역할을 거부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명문가에서 태어나 명문대학에 입학했지만, 그는 안정된 코스를 밟아 부와 명성을 얻는 삶 따위에 관심이 없다. 카메론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만 산다. 결혼해 자식을 낳았어도, 남편과 아버지의 책임을 다하며 산 적이 없다. 그런 카메론이기에 최우선 순위를 두 딸에 놓고, 각종 뒤치다꺼리를 하는 일은 힘겹기만 하다. 몸집만 커다란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보살피느라 쩔쩔매는 모양새다. 그 상황을 마야 포브스 감독은 희극적으로 그려낸다. 겉으로는 아버지가 딸들을 돌보는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가만 보면 딸들이 아버지를 돌보는 것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어린애보다 더 어린애 같던 카메론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그는 서툴게나마 자기 충동을 통제하는 데 성공한다. 예컨대 이런 장면이 있다. 원래 성질대로라면, 카메론은 양육 스트레스를 풀러 술집에 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밤늦게 나가지 말라고 바짓단을 붙잡는 큰딸의 손을 끝내 뿌리치지 못한다. 카메론은 현관을 나섰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이 홧김에 집어던진 음식물을 치운다. 카메론은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 자기 멋대로 세상을 살던 한 남자가 어떻게 이해심 많은 남편이자 자상한 아버지로서 거듭나는가.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는 야생곰이 아빠 곰으로 순화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길들여진다는 사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댁의 가족은 안녕하세요?

    댁의 가족은 안녕하세요?

    가족은 잘 지내나요?/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이계순 옮김/이매진/336쪽/1만 8000원 #1. 무척 이성적으로 보이는 엄마와 아빠가 식탁보를 잡아당겨 접시와 컵을 마구 깨뜨리는 아들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그 밑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유모가 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2.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아버지가 생일 선물을 받은 아들을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선물, 정말 마음에 든다고 비서에게 전해주세요.” 미국 뉴요커지에 실린 요즘 가정 세태의 풍자 만화들이다. 얼핏 봐도 가족보다는 제3의 도우미들에게 가정의 무게 추가 쏠렸다. 먹고살기 위해 가족 아닌 도우미들에게 내 가족의 일을 대신 하게 하는 ‘가족 아웃소싱’이 넘쳐나는 세태. 가족붕괴의 징후로 여겨지는 그 아웃소싱은 왜 그렇게 범람하는 것일까. ‘감정사회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가족 아웃소싱의 원인을 자유시장 체제에서 찾아낸다. 그가 명명하는 세태의 이름은 바로 ‘패멕시트’(Familexit)이다. 가정이라는 울타리와 사랑이라는 감정을 벗어난 가족의 오늘을 압축해 담은 조어. 그 키워드에 실어 풀어내는 지론이 흥미롭다. ‘자유시장의 확산이야말로 시장과 가정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고 그 폐해는 바로 가정붕괴의 주원인이다.” 자유시장 옹호론자들은 ‘자유시장에 좋은 일은 가족에도 좋다’고 주장한다. 기업 지원정책을 강하게 펼수록 시장은 더 자유로워지고 가족도 더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시장이 확산될수록 가정의 행복도 덩달아 높아져야 하지만 각종 통계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자유시장 정책을 받아들인 나라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 자란 아이들을 비교 분석한 2007년 유니세프 평가서를 보자. 아동 행복순위가 낮은 나라에는 자유시장 정책들을 강력히 밀어붙이는 미국, 영국 같은 나라들이 포진해 있다. 두 나라는 아동행복 수준을 나타내는 6개 핵심 분야 중 5개가 하위 3위 안에 들었다. 아이들이 아침을 거르고 비만하거나 대마초를 피우고 임신할 확률은 미국, 영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크게 높았다. 2010년 이 평가서를 추적 조사한 결과에서도 미국은 빈곤아동 비율에서 꼴찌 슬로바키아를 겨우 제치고 24개국 중 23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과 미국의 가족 행복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바로 ‘시장 압박’ 때문이라고 저자는 확신한다. 권력을 갖게 된 기업의 문화적 영향력이 개인 삶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에 필요한 감정마저도 시장의 규칙을 따르라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세태는 ‘가정은 비정한 시장에서 벗어난 안식처’라고 주장했던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래시의 지론과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 감정노동자로 분류되는 도우미들은 전방위로 뻗쳐 있다. 가사 도우미, 유모, 아이 돌보미, 노인 돌보미, 러브 코치, 친구찾기 서비스, 웨딩 플래너, 가족 앨범 정리가, 정리 컨설턴트, 아동 배변훈련가, 육아 설계사, 유아 작명가, 캠프 상담사…. 저자는 이 대목에서 단호하게 말한다. “그야말로 가족, 나와 우리의 삶은 시장이 됐다.” 책은 가족 속으로 파고드는 시장의 폐해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척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도장공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의료비 청구서에 나온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집에 있던 아내가 저임금 일자리를 찾아 감정 노동에 나선다. 문제는 이런 패맥시트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이다. 미국 같은 나라에선 감정노동이 필요한 직업 중 몇몇에만 미국인이 일하고 나머지는 이주노동자의 몫이다. 늘어나는 돌봄 노동자들은 부유한 북반구 선진국에 사는 어린아이와 노인들을 잘 돌보는 일을 하려고 나이 든 부모와 어린아이를 가난한 남반구 고향에 두고 떠난다. 심지어 인도의 상업 대리모는 북반구 선진국에 사는 불임 부부에게 자궁을 빌려준다. 저자는 “모든 ‘나’들은 ‘우리’ 안에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브로디의 보고서’에서 말한 대목을 인용하기도 한다. “모든 이야기에는 눈에 띄는 사람과 잘 안 띄는 사람, 그리고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등 수천명의 주인공이 있다.” 결국 결론은 공감의 형성과 확산으로 귀결된다. “대안은 보육시설, 요양원, 병원 등 가정 유지에 필요한 감정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 개발이 덜 된 ‘공감 지도’를 다시 기록한다면 이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고고학 신동?’ 4살 아이가 50만년 전 화석 발견

    ‘고고학 신동?’ 4살 아이가 50만년 전 화석 발견

    이제 겨우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몇십 만 년 비밀을 간직한 화석을 발견해 화제다.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관광도시 마르델플라타 인근 해변에서 4살 어린이 마르틴 란디니가 화석을 발견했다고 현지 언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견된 화석은 최소한 5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는 이날 아침 아빠와 함께 "화석을 찾으러 간다"면서 집을 나섰다. 마르델플라타 인근 해변은 화석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아빠와 함께 해변을 따라 걷던 아이는 희끗희끗한 것들이 모여 있는 걸 발견했다. 화석이었다. 아이는 손가락으로 발견한 화석을 가르키며 아빠에게 "화석이 분명해요. 박물관에 연락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아빠는 먼저 인증샷을 찍은 뒤 마르델플라타 로렌소 스카글리아 자연과학박물관에 발견 사실을 알렸다. 단숨에 현장에 달려간 박물관 조사팀은 "화석이 맞다"고 확인했다. 로렌소 스카글리아 자연과학박물관은 성명을 내고 "아이가 발견한 화석은 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50만 년 전의 기후환경, 생태환경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이의 가족은 화석 찾기를 취미로 삼고 있는 '고생물학 가족'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4살 아이는 8살 형과 함께 화석을 찾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형제가 화석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형과 함께 박물관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실시한 고생물학 특강에 참석한 뒤로부터다. 화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형제는 틈만 나면 화석을 찾으러 나섰다. 4살 동생이 화석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형은 이미 여러 번 화석을 발견했다. 화석을 발견하면 먼저 인증샷부터 찍고 박물관에 알린다는 가족 나름의 매뉴얼(?)을 정해놓은 것도 형이다. 아이의 아버지는 "계속 형만 화석을 발견하다가 자신이 직접 화석을 찾아내자 동생이 매우 즐거워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두 아들의 취미생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사진=로렌소 스카글리아 박물관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아이의 손 잡고 걸어보세요…인생의 축복도 따라 오네요

    한 언론사에서 진행한 걷기대회에 참가하려고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급한 일정이 있는 아내를 남겨 두고 장모님과 두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습니다. 밤늦게까지 자지 못하고 뒤척거렸던 터라 아침 운전이 너무 피곤했습니다. 장장 3시간 30분이나 차를 몰아 강원도에 도착했습니다. 걷기대회는 강원도의 한 스키장에서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걷기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일반코스’가 있고, 아이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족코스’가 있습니다. 제가 지난달 참여했던 가족코스는 산 정상까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고 나서 산길을 2㎞쯤 내려가 점심을 먹고서 가파르지 않은 산 옆길을 따라 5㎞를 걸어 돌아오는 식으로 구성됐습니다. 2㎞ 구간은 내리막길이어서 걸을 만했습니다. 산속 오솔길이어서 바람도 선선했습니다. 문제는 5㎞ 구간이었습니다. 일곱 살 큰애는 워낙 활동적이어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큰애는 점심을 먹더니 어른보다 더 빨리 뛰어갑니다. 반면 다섯 살짜리 둘째가 이 구간을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즐겁게 걷던 둘째는 곧 힘들어했습니다. 같이 참가했던 처남네 일행과 첫째가 앞서 가고, 저와 둘째는 뒤처졌습니다. 둘째는 힘든지 자꾸 쉬려 했고, 저는 그런 둘째를 달래며 데려갔습니다. 중간중간 쉴 때 얼음이 든 물병을 건네고 옆에서 부채질도 해줬습니다 그래도 둘째는 잠시 쉬던 자리에서 일어나길 주저합니다. 그렇다고 계속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에 손을 잡고 걸어갔습니다. 2㎞쯤 남겨 두었을 무렵, 둘째는 “다리가 너무 아프다”며 결국 울음을 터뜨립니다. 저는 가방을 앞에다 메고 둘째를 등에 업은 채 걸어갑니다. 피곤했던 둘째는 결국 제 등에서 잠들어버렸습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아침 운전으로 피곤했던 저는 투덜거리면서 산길을 내려갑니다. ‘그래도 아빠니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나마 조금 홀가분해집니다. 1㎞쯤 남았을 무렵, 그래도 마지막 구간은 걷도록 해야겠다 싶어 잠든 둘째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피곤이 조금 풀렸는지 둘째는 제 손을 힘차게 잡고 결국 목적지에 이르렀습니다. 나무로 만든 목걸이 형태의 완주 메달을 받아든 아이가 저를 보며 말합니다. “힘들어도 아빠 손잡고 가니까 기분 좋았어”. 그동안의 피곤함이 이 말 한마디에 싹 가셨습니다. 새벽부터 3시간이 넘도록 차를 달려 강원도에 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어느 동네가 좋을까?’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아무런 주저 없이 “산책하기 좋은 동네”라고 했습니다. 저희 집 인근 지하철역 근처에는 큰 공원이 있는데, 두 아이와 함께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이곳을 찾습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이가 나를 믿고 있다는 생각이 손을 타고 전해옵니다. 꼭 잡은 이 손 놓지 않고 지켜주겠다고 다짐합니다. 아빠로서, 애들의 행복을 위해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도 생각합니다. 미국의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른 아침의 산책은 그날 하루를 위한 축복”이라고 했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산책은 우리 인생의 축복일 겁니다. 힘든 걷기대회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아이와 함께 공원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gjkim@seoul.co.kr
  • 트럼프 딸 이반카 “우리 아빠는 페미니스트”

    트럼프 딸 이반카 “우리 아빠는 페미니스트”

    미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의 딸 이반카(35)가 곤경에 처한 '아빠 구하기'에 나섰다. 최근 이반카는 영국 선데이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아빠는 페미니스트"(My father is a feminist)라는 다소 파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3일 게재된 이 인터뷰에서 이반카는 "아버지는 수십 년 간 조직 고위층에 많은 여성들을 고용해왔다"면서 "이를 통해 아버지가 평생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접해왔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릴 때 부터 나는 강한 여성 롤 모델들에 둘러싸여 있었다"면서 "아버지는 여성들의 챔피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캠프의 '최종병기'로 평가받는 이반카는 트럼프와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다. 그녀의 발언과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역시 모델로도 활동한 바 있는 그녀의 빼어난 미모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을 졸업한 지성 덕이다. 이반카가 '아빠는 페미니스트'라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적 막말이 한계치를 넘어 이제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이반카를 내세워 트럼프의 이미지를 희석화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셈. 잘 알려진대로 트럼프의 여성 혐오 발언은 뿌리가 깊다. 특히 지난해 8월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 후 나온 그의 발언은 정점을 찍었다. 트럼프는 토론회를 진행한 여성앵커 메긴 켈리를 향해 "그녀의 눈에 피가 흘러 내렸으며 그의 다른 어딘가에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지난 3월 MSNBC 방송이 주최한 타운홀 미팅 토론회에서도 그는 "낙태는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에 같은 공화당의 밋 롬니 전 미국 대통령후보가 지난달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인종주의와 여성혐오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맹공격할 정도. 한편 트럼프는 3번의 결혼을 해 가족 구성이 복잡하다. 먼저 트럼프는 1977년 체코 출신 모델 이바나와 결혼한 후 1992년 이혼했으며 이듬해 미인대회 출신인 메이플스와 결혼했다. 그러나 6년 후인 1999년 메이플스와 이혼한 트럼프는 현재까지 슬로베이니아 출신의 모델 멜라니아(45)와 살고있다. 이처럼 3번의 결혼을 통해 트럼프는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해 총 다섯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김명민 변요한, 영화 ‘하루’서 두 번째 호흡..조은형+신혜선까지 “기대”

    김명민 변요한, 영화 ‘하루’서 두 번째 호흡..조은형+신혜선까지 “기대”

    배우 김명민 변요한이 영화 ‘하루’(조선호 감독, 라인필름 제작)에서 호흡을 맞춘다. ‘하루’는 사고로 딸을 잃은 한 남자의 하루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딸을 되살리기 위해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이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된 김명민 변요한의 두 번째 만남은 영화계 안팎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루’는 김명민 변요한 등 캐스팅을 마무리 짓고 지난 6월 29일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크랭크인, 3개월의 촬영 여정에 돌입했다. 김명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흉부외과 전문의 준영 역을 맡았다. 단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지만 빵점 짜리 아빠인 준영은 눈 앞에서 딸이 사고로 죽는 모습을 목격한 후, 이를 되돌리기 위해 반복되는 하루를 필사적으로 살아내는 인물이다. 김명민은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부성애보다 한층 더 농도 짙어진 감정 연기로 관객들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길 예정이다. 변요한은 구급차 기사 민철 역을 맡았다. 되풀이 되는 하루 속에서 준영을 도와 사고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인물이다. 매 작품마다 캐릭터를 탁월하게 소화해내며 폭발적인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변요한이 만들어낼 민철 캐릭터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명민과 변요한의 만남에 이어 조은형과 신혜선이 가세해 더욱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화 ‘아가씨’에서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의 아역으로 대중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아역 조은형이 준영의 딸 은정을, 드라마 ‘아이가 다섯’에서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는 신혜선은 민철의 아내 미경 역으로 출연한다. 촬영을 시작한 ‘하루’는 내년 개봉 예정이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서울광장] 가습기 참극, 차라리 정쟁이라도 하라/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겸 사회부장

    [서울광장] 가습기 참극, 차라리 정쟁이라도 하라/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겸 사회부장

    가습기 살균제 참극이 세월호 참사와 많이 닮았다고 한다. 참상의 크기를 넘어 그 안의 군상들, 내 사전에 안전은 없다고 외치는 기업과 허점투성이 제도, 굼뜨기 짝이 없는 정부가 빼닮았다고 한다. 비극을 비극에 견줘야 하는 현실이 비극일 뿐 딱히 토를 달 게 없다. 그러나 단언컨대 둘은 절대 같지 않다. 적어도 두 사건을 대하는 우리 태도만큼은 아주 판이하다. 물에 잠긴 세월호를 보며 우린 들끓었다. 울지 않은 국민이 없다. 그러나 가습기 참극 앞에선 달랐다. 36.5도 사람의 온기 정도만 간신히 느껴진다. 피해자가 2010년 한 해에만 227만명에 이르고, 드러난 사망자만 4차 신고까지 464명이나 되는 재앙이건만 세월호 때의 강렬한 떨림과 울림은 보이질 않는다. 광화문 광장엔 세월호 천막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가습기 참극은 어쩌다 보이는 샌드위치맨의 1인 시위가 전부다. 사회부 기자들이 보고해 온 가습기 참극 피해자의 반응은 한결같다. “기자들 필요 없어요. 말하면 뭐합니까. 기사도 제대로 안 나오고 듣는 사람도 없는데.”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의 눈앞에서 벌어져 리얼리티가 높았고, 가습기 참극은 모두가 잠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서일까. 언론부터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 보도엔 ‘프라이밍’(priming)이라고 하는 기제가 있다. 어떤 현안에서 독자들의 이목을 어느 한쪽으로 몰아가는 것을 말한다. 가습기 참극을 예로 들면 독성시험을 무시한 업체들의 탐욕을 부각시키거나,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 그 어느 하나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집중하는 식이다. 2년 전 세월호 참사 때 이 프라이밍이 불을 뿜었다. 이념과 정파에 따라 보도 방향과 초점이 극명하게 갈렸다. 친야(親野) 성향의 진보 매체들은 참사 이튿날부터 정부의 잘못을 집중 부각시켰다. 반대로 친여(親與) 보수 매체들은 해당 업체의 부도덕과 과거의 적폐를 앞세웠다. 여야 정치권과 보수·진보 세력들은 그 장단에 춤을 춰 댔다.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도 있었던 세월호는 그렇게 산산조각이 났다. 단언컨대 가습기 참극이 세월호 참사만큼 주목을 받지 못한 건 세월호에 얹힌 ‘정치성’, 정치적 이해를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처음 나온 1994년 이후 여야가 한 차례씩 정권을 주고받았던 지난 22년에 걸쳐 사건이 진행됐고, 이로 인해 지금의 여야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배경이 가습기 참극에 대한 상대적 침묵을 만들어 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가습기 참극 앞에서 짐짓 정부 여당의 소극적 행태를 비판하지만 분명 겉치레에 가깝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가습기 살균제가 변변한 독성시험조차 없이 쏟아져 나왔고, 2006년엔 서울에서 갓난아기들이 호흡곤란으로 죽어 가는 일까지 벌어졌으나 노무현 정부는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도,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막지도 못했다. 그런 ‘전과’가 있기에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뭘 했느냐고 물고 늘어지는 친노 진영조차 지금 조용하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그래서 비겁하다. 여야의 국정조사 합의로 지난 5년 거리를 헤맨 가습기 참극이 비로소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경복궁이 무너졌다고 대원군에게 따질 거냐”고 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후안무치 발언에 답한다. 대원군이 아니라 대원군의 할아버지라도 깨워 따져야 한다. 가습기 참극의 정쟁화라도 좋다. 아니 정쟁을 목표로 싸워라. 여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무지와 안일을 파헤치고, 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과오를 추궁하라. 그래서 왜 초등생 어린아이가 제 키만 한 산소통을 끌고 기자회견장을 돌아다녀야 하는지, 두 살배기 아들을 잃고 5년째 거리를 헤매는 젊은 아빠의 피켓 시위는 대체 언제 멈추게 될지 속시원히 답하라. 가습기 참극을 막겠다며 만든 화학물질평가관리법에 구멍을 숭숭 뚫어 놓은 국회의원들은 누구누구였고, 그 구멍으로 기업과 주고받은 건 없는지 파헤쳐라. 무엇보다 그 구멍을 메우는 데 10조원 이상이 들지도 모를 상황에서 국민 안전과 영세 화학물질 제조 업체의 생존을 조화시킬 고차방정식의 해법도 반드시 내놓기 바란다. 숱하게 봐 왔던,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국정조사로 끝난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여야는 여전히 가습기 살균제의 공범이다. jade@seoul.co.kr
  • [新전원일기] 충남 홍성 ‘자연재배 농가’ 귀농 8년차 이연진씨

    [新전원일기] 충남 홍성 ‘자연재배 농가’ 귀농 8년차 이연진씨

    거름은 녹조현상 일으키고 질소는 인체 유해… 압축한 볏짚 단열효과 좋아 난방비 안 들어 우리나라에 유전자조작식품(GMO)이 들어온 지 20년이 지났다. 아이와 여성에게 특히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GMO는 각종 질병과 기형아 출산 등 부작용이 심각함에도 정부는 ‘GMO 완전 표시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결국 최고의 해답은 ‘자연재배’(농약도 비료도 없이 흙의 힘으로만 작물을 키우는 것)가 아닐까.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에는 완전히 자연재배 농법을 쓰는 젊은 귀농인이 있다. 이연진(44)씨는 귀농 8년차로, 세 아이의 아빠다. 명문대 국문학과를 나왔지만 ‘전공’보다는 ‘재능’과 ‘꿈’을 살린 케이스. 밭 1500평, 논 1000평으로 생활을 꾸려간다.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가족들이 먹고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의 밭에는 온갖 것들이 있다. 셰프들은 자연재배로 키운 그의 농산물을 좋아한다. 그는 귀농 이후 높아진 삶의 질과 마음의 평화야말로 어떤 경제적 이득보다 커다란 가치임을 증언한다. 그는 홍동마을 최초의 협동조합인 ‘얼렁뚝딱 집짓기 협동조합’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천연재료 ‘스트로베일’(압축볏짚)로 집을 지어 난방비가 0원에 가깝다는 그의 집 짓기 비결도 궁금했다. →국문학을 전공하셨는데, 취직을 하셨다가 귀농을 하게 된 계기는. -결혼 후 경기 고양시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던 중 중국 베이징 주재원으로 가게 되었다. 대기 오염이 워낙 심각해서 베이징 주재원으로 가면 멀쩡한 사람도 천식 환자가 된다는 말을 듣던 터였다. 그래도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덜컥 아이가 생겨버렸다(웃음). 어디서 첫 아이를 키워야 할까를 아내와 고민했다. 베이징이 아니라면 서울도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도시로 가서 조용히 살고 싶었다. 충남 공주로 이사했지만, 쳇바퀴 같은 회사 생활에 회의가 들었고 ‘이제 정말 시골로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홍성에 오고 싶었지만, 워낙 귀농인들이 많아 집을 구할 수가 없었다. 전북 남원으로 급선회했다. ‘실상사’(實相寺)가 있는 동네에서 살았지만, 상상과는 너무 달랐다. 농부보다는 예술가가 더 많았다. 홍동에 집을 알아보다가 벼룩시장에서 전셋집을 찾았고 바로 계약했다. 2009년 홍동마을로 드디어 입성했다. 드디어 귀농인들의 꿈, 홍동에 정착했다는 뿌듯함도 크고, 농사일이 정말 재미있었다. →문학에 대한 꿈은 완전히 접은 건가. -시를 쓰고 싶었지만, 20대 후반쯤에 포기했다(웃음). 국문학 전공을 살리면 평론가, 기자, 교수 등 이런 쪽으로 가지만, 나와는 맞지 않았다. 뭔가 구체적인 산물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분석이 아닌 생산, 그것에 가장 가까운 것이 결국 농사였다. 영업일도 해봤지만 삶의 근원적인 갈증을 해결 못 했고, 결국 모든 위계질서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길이 귀농이었다. 부모님이 농사 지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아이들은 꼭 시골에서 키우고 싶었다. 양복도, 출퇴근길도, 위계질서도 불편했고 그런 갈증을 녹색연합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풀었는데, 그곳에서 아내도 만났다. 아내는 “은퇴하면 귀농을 하자”고 했는데, 아이가 생기자 생각이 바뀌었다. 귀농학교 수업도 듣고 귀농운동본부에도 가보면서 완전히 마음을 굳혔다. →비료는 물론 거름까지 안 쓰시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 -귀농을 한다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고, 석유를 쓰지 않는 농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일주일간 내 손으로 밭을 갈았다. 다른 도구 없이 삽만 썼다. 트랙터로 30분이면 끝날 일을, 일주일 내내 내 손으로 해냈다. 그렇게 몇 년 고생하다가 자연재배를 알게 되었다. ‘짚 한 오라기의 혁명’, ‘신비한 밭에 서서’라는 책을 보며 뭔가 머릿속에서 커다란 그림이 그려졌다. 그동안 농작물을 위해서 모든 풀들을 ‘잡초’로 분류하고 제거하는 농법에 익숙했지만, 그 모든 풀들과 공생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기계로 밭을 억지로 뒤집어 놓으면 벌레들, 미생물들이 꾸리던 생태계가 다 무너진다. 작물만 생각하는 농사는, 밭을 갈아버리고 파종하고 거름 넣고 비닐 씌우면 끝이다. 하지만 자연농법은 풀과 흙과 미생물까지 모두 공생하면서 천천히, 길게 나아가는 것이다. →유기농법과 자연농법은 서로 다른 것인가. -자연농법은 본래 흙이 지닌 힘만으로 작물을 키우는 것이고, 유기농법은 밭을 갈고 거름을 넣는다. 30㎝ 정도 땅을 갈고, 흙이 밀가루처럼 부드러워지게 만든다. 해를 거듭할수록 땅이 딱딱해지게 되어 있다. 그 30㎝ 안쪽에 이미 소똥거름과 ‘유박’(기름을 짜고 난 유채 찌꺼기)이 가득하니까 뿌리가 그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뿌리가 땅속 깊이 내려갈 필요가 없으니까, 작물에서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미네랄이 지닌 오묘한 맛이 안 난다. 유기농법은 토마토를 키우든 참외를 키우든 소똥이나 유박의 ‘거름맛’으로 수렴된다. 자연농법은 처음에는 고생스럽다. 땅이 워낙 딱딱한데, 농작물은 뚫고 들어갈 힘이 없으니까. 그런데 해를 거듭하면서, 김도 매지 않고 풀을 내버려두면, 작물보다 훨씬 강한 풀이 먼저 땅을 뚫고 들어간다. 강인한 풀들이 작물보다 먼저 딱딱한 곳을 뚫고 들어가 준다. 그럼 작물도 풀을 따라서 깊은 땅속으로 뿌리를 뻗어나간다. 자연재배 농작물에서는 ‘원래 수박이 이런 맛이었나, 참외가 이런 맛이었나’ 싶을 정도로 선명하고 강렬한 맛이 난다. 유기농 작물에 들어가는 거름에는 질소 성분이 가장 많다. 질소 성분은 인체에 매우 위험하다. →농작물에 섞인 질소 성분은 어느 정도 위험한 것인가. -농작물 부패 실험을 해보면 답이 나온다. 화학비료 작물, 유기농 작물, 자연재배 작물을 밀폐된 공간에 두고 부패하는 데 드는 시간을 비교해 보면, 유기농 작물이 가장 먼저 썩는다. 그 다음이 화학비료 작물이다. 그런데 자연재배 작물은 ‘부패’하지 않고 ‘발효’가 된다. 질소 성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질소비료가 많이 들어간 작물을 먹으면 호흡곤란이 올 수 있다. 신생아는 마트에서 산 채소를 먹고 청색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우리 식생활 자체가 ‘과잉 질소’로 오염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질소 거름이 들어가면 몸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비자가 20만명이 넘는다. 그래서 자연재배 채소만 찾아서 먹는 사람들이 많다. 소똥을 과다하게 쓰는 문화도 문제다. 악취가 엄청날 뿐 아니라, 소나 돼지 축사에서 나오는 똥을 그냥 밭에다 쏟아부어 처리해 버리니까 하천에 녹조현상이 심해지고 지하수 오염도 심해진다. 거름이나 비료를 많이 주면 과영양 상태로 인해 병충해도 극심해지고, 농약을 더 많이 뿌리게 되니까, 악순환이 되어버린다. →‘농부가 돼서 참 다행이다’ 싶은 순간은. -예전에는 풀이 농사의 방해물로 보였지만, 이제 농사의 친구로 보인다. 풀이 없이 작물만 있는 밭은 흡사 사막과 같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나서 땅을 덮어줘야 그 땅이 부드러워지고 다음해 굳이 밭을 갈지 않아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동안 사람들은 풀을 없애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체력을 허비했다. 이제는 풀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것이 농부와 땅의 체력에도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시장터인 ‘마르쉐 장터’에 가면 우리집 농산물이 인기다. 특히 셰프들이 내가 키운 자연재배 채소의 진가를 많이 알아주어서 뿌듯했다. 산약초, 수세미, 당근잎으로 만든 효소, 울금으로 만든 비누, 돼지감자차, 직접 갈아 만든 미숫가루 모두가 반응이 좋다. 울금비누로 머리를 감았더니 몇 년 동안 고질병이던 비듬이 한 번에 싹 없어졌다. 자연재배 농산물을 드시고 ‘이런 맛은 처음이다, 정말 맛있다’고 해주시면 그게 가장 큰 보람이다. →자연에 최대한 가깝게 살아가는 삶의 방편으로 천연재료로 집짓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인가. -귀농 2년차에 많이 흔들렸다. 둘째가 태어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체력 고갈이 극심했고 은행 잔고도 바닥났다. 그러던 중 같이 집을 지어보자는 동네 형님들의 제안이 들어왔다. 그렇게 귀농 3년차에 집을 짓게 되었다. 지역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재료로 집을 짓고 싶었다. 벼농사를 많이 하니까 볏짚이 많았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볏짚을 벽돌처럼 압축해서 만든 재료로 집을 지으니까 단열 효과가 대단하다. 남자 네 명이서 집을 짓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농사엔 석유를 쓰지 말고, 집에는 시멘트를 쓰지 말자고 결심했다. 양파망에 흙을 채워 흙부대를 만들어 기초를 탄탄히 한 후 결국 해냈다. 처음엔 네 명이 시작했지만, 동네 사람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내 집을 내 손으로 짓고 싶다’는 원초적인 관심이 사람들을 모이게 한 것 같다. 2013년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고, ‘얼렁뚝딱 집짓기 협동조합’이 홍성 최초의 협동조합이 되었다. 이제는 목수 없이도 우리끼리 집을 지을 수 있고, 태양열 발전기만 따로 주문하시는 분도 많다. 한 번만 설치하면 고장도 거의 없고 평생 난방비가 들지 않는다. “우리 집도 천연재료로 지어보고 싶다”는 분들의 문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내 손으로 집짓기’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농사일과 집짓기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좀더 적극적으로 ‘집짓기라는 종합예술’을 여러 사람들과 창조적으로 즐길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나도 어쩌면 농사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늘 모범생으로 자라왔던 문학청년이 귀농해 저토록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뭔가 뿌듯한 연대감이 느껴졌다. “후회될 때는 없었느냐”는 내 소심한 질문에, 단호하게 “지금 귀농을 포기해도 후회는 없다”고 말하는 그의 결기가 좋았다. 앞으로 더 무언가를 채워야 좋은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미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단다. 그는 귀농 강의를 할 때 이렇게 말한다. “시골에는 돈 빼고 다 있다. 돈만 포기하면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고, 결국 돈도 생긴다.” 그는 ‘귀농’이라고 하는 것보다 ‘시골에 산다’는 표현을 좋아하는 듯했다. 귀농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지만, 시골에 산다는 것은 훨씬 친근하고 소박하게 다가온다. 시골에 살면, 정말 놓치기 아까운 눈부신 찰나들이 많다. 정신없이 밭일을 하다 잠깐 고개를 들면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데, 그 순간이 눈부시게 아름답단다. 한때 시인을 꿈꾸었던 젊은 농부에겐 바로 그런 순간이야말로 ‘일상이 시(詩)가 되는 순간’이 아닐까. 글쓴이 정여울 2013년 제3회 전숙희 문학상 수상작가. 주요 작품으로 ‘공부할 권리’,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이 있다.
  • [Surprising China] 신장웨이우얼 자치구-광활함 속에 숨어 있는 보물창고

    [Surprising China] 신장웨이우얼 자치구-광활함 속에 숨어 있는 보물창고

    광활함 속에 숨어 있는 보물창고신장웨이우얼 (신강유오이, 新疆維吾爾) 자치구 모래가 물결치는 사막을 지나면 울창한 침엽수가 가득한 숲이 나오고, 양이 풀을 뜯고 있는 광활한 초원이 등장한다. 비단길을 오가는 상인들이 쉬어 가던 도시에는 도파를 쓴 노인들이 한가롭게 두타르를 연주하며 흰 수염을 휘날리고 있다. 하루 종일 걸어도 중국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곳, 바로 신장웨이우얼자치구다. 신장(신장, 新疆)은 광활하다. 신장이라는 이름은 ‘새로 넓혀진 땅’이라는 뜻이다. 중국에서 가장 큰 성급 행정지역으로, 면적이 166만 평방킬로미터다. 중국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보다 16배 이상 크다. 고대 중국인들은 이 땅을 서역이라고 불렀다. 신장이 중국에 편입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청나라 때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장은 베이징에서 3,000km나 떨어져 있다. 끝도 없이 이어진 땅에는 우뚝 솟은 산부터 메마른 사막, 푸른 초원, 고원 지대까지 다양한 자연이 반짝이고 있다. 투루판(토로번, 吐魯番)과 카스(객십, 喀什), 우루무치(오노목제, 烏魯木齊), 쿠처(고차, 庫車 )등 신장의 주요 도시들은 실크로드의 중요한 통로였다. 이곳에는 빛나는 역사와 함께 위구르족의 독특한 문화가 숨 쉬고 있다. 어디에 가든 전통복장을 입고 모스크에서 기도하는 위구르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연과 역사, 문화를 만나는 것과 함께 불에 막 구워 낸 양꼬치를 먹는 것도 신장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불의 선물, 투루판 명품 포도 신장은 달다. 하미(합밀, 哈密)의 하미과를 비롯해 이리(이리, 伊犁)의 사과, 투루판의 포도 등 지역별로 맛 좋은 과일들이 풍성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중국 최고의 생산량과 품질을 자랑하는 투루판의 포도다. 여름이 되면 투루판은 도시 전체가 포도세상으로 변한다. 시장에도 길거리에도 포도가 넘친다. 시내 중심에 있는 약 3km 길이의 청년로에 포도터널이 만들어진다. 포도 덩굴 아래서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가족들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눈다. 낭만적이다. 주렁주렁 열린 포도 아래에서 오가는 대화는 달디 달다. 투루판 어디에서든 포도를 쉽게 볼 수 있지만, 그것으로 만족하기 힘들다면 투루판에서 7km 떨어진 포도 밸리를 찾으면 된다. 8km에 달하는 협곡에 포도송이가 끝도 없이 이어진 장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루판의 포도는 일반 포도와 비교해 당도가 두 배 이상이라고 한다. 포도 몇 알만 먹어 봐도 입 안에 확 퍼지는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종류도 그렇다. 백포도, 홍포도, 장미향 포도 등 500여 종의 포도가 있을 정도다. 투루판 포도는 급이 다르다. 투루판에서 이렇게 맛있는 포도가 생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고온 건조한 날씨 덕분이다. 연평균 강수량이 16.6mm인 데 비해 증발량은 3,000mm다. 서울의 연평균 강수량이 1,350mm 정도니 투루판이 얼마나 건조한 땅인지 상상할 수 있다. 7~8월이 되면 투루판의 온도계는 45~50도를 오르락내리락한다. ‘하늘에 태양이 10개 있다면 그중 9개는 투루판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불의 도시’라는 별명이 딱 맞다. <서유기>를 읽어 본 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화염산이라고. 손오공이 파초선을 빌려 불을 껐다는 화염산이 투루판에 있다. 멀리서 보면, 산 전체가 불이 난 것처럼 보인다. 투루판에서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천년의 지혜라 할 수 있는 카레즈다. 카레즈는 ‘지하 만리장성’이라고 불리는 인공 지하수로로, 천산의 눈 녹은 물을 포도밭까지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지하로 연결된 카레즈 길이가 5,000km에 달한다니, 눈앞에 두고도 믿기지 않는다.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투루판 투루판은 2,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실크로드의 주요 도시다. 그래서 투루판 주변에는 교하고성交河古城과 고창고성高昌古城, 베제클리크 천불동千佛洞, 이스타나 고분군 등 유적지가 즐비하다. 손오공과 삼장법사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화염산을 지나면 베제클리크 천불동이 나타난다. 베제클리크는 ‘아름답게 장식한 집’이라는 뜻으로, 산허리에 조성된 석굴 안에 5세기에서 9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불상과 벽화가 가득 담겨 있다. 둔황의 막고굴과 함께 실크로드에서 불교예술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손꼽히지만, 대부분 파괴되어 안타까움이 남는다. 고창고성은 499년 한족인 국문태가 세운 성으로, 신장에 남아 있는 가장 큰 고성이다. 흙빛의 고성은 뜨거운 태양에 사라지지 않고 긴 시간을 버텨 왔다. 고창고성 안에서 여행자들이 꼭 찾는 곳 중 하나가 현장법사가 설법한 것으로 알려진 공간이다. 인도를 향하던 현장법사가 잠시 고창국에 들렀는데, 고창국 왕이 현장법사의 설법에 감동받아 설법을 청했다. 이를 계기로 현장법사는 한 달간 고창국에서 설법을 펼쳤다고 전해진다. 투루판에서 10km 떨어진 곳에는 중국 고대 차사전국의 수도였던 교하의 고성이 남아 있다. 교하고성에서는 사람들이 살던 동쪽 거주지 지역과 불교 사원이 있던 북쪽 지역 등 수천년 전 도시의 형태를 엿볼 수 있다. 특이하게 자연적으로 생긴 섬 위에 만들어져, 성을 걷다 갑자기 나타나는 가파른 절벽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위구르 사람들의 정신적 고향, 카스 중국 서쪽 끝에 있는 카스는 중국과 인도,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던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다. 카슈가르Kashgar라고도 한다. 전성기는 실크로드가 한창일 때였지만, 오늘날의 카스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파키스탄을 비롯해, 키르키즈스탄, 타지키스탄 등 주변 국가로 연결해 주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스가 국경을 나누고 있는 나라는 6개국. 국제적인 도시인 데다 위구르족의 문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도시다. ‘신장에 와서 카스를 보지 않고서는 신장을 본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위구르 사람들은 카스를 정신적인 고향으로 생각한다. 카스 중심에는 신장 최대의 모스크이자 ‘작은 메카’라고 불리는 이드가 모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남북 140m, 동서 120m로 약 2만명이 동시에 예배를 올릴 수 있다. 평일에도 기도하러 오는 이들로 언제나 북적거린다. 카스 시내에서 4km 떨어진 곳에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품은 향비묘가 있다. 청나라 건륭제는 카스의 여인 향비가 아름답고 총명하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그래서 중국으로 불러들였는데, 첫눈에 반하고 만 것. 건륭제는 향비에게 궁에 머물 것을 요청했지만 향비는 정절을 굽히지 않았다. 괘씸죄를 받은 향비는 타향에서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위구르 사람들은 몸은 중국에 있지만 마음은 위구르족에 남겨 둔 향비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있다. 반면 중국 쪽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향비는 건륭제의 총애를 받아 잘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향비가 죽자 건륭제는 평소에 고향인 카스로 돌아가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던 향비의 소원을 들어 주기 위해 향비를 카스로 보낸 것이라는 이야기. 어떤 이야기가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향비의 위구르족에 대한 사랑만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위구르족의 생활을 볼 수 있는 시장구경 카스에서 빠트리지 말고 가 봐야 할 곳이 시장이다. 카스는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로, 오래 전부터 수많은 나라에서 흘러 들어온 물건들이 차고 넘쳤다. 시내 북동쪽에 있는 일요시장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위구르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옛날에는 일요일마다 열렸지만, 지금은 매일 열린다. 일요일마다 열릴 때는 위구르 사람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교류하는 역할을 담당했지만, 상설시장으로 변한 이후부터는 교류의 역할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오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상점이 있고 구역 또한 잘 나누어져 있다. 들어가자마자 사탕을 파는 가게들이 눈을 달달하게 만들어 준다. 위구르 사람들이 쓰는 털모자와 악기, 카페트가 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위구르 사람들이 치장하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반짝거리는 비즈가 달린 화려한 옷감들도 산처럼 쌓여 있다. 북적거리는 시장을 오가며 케이크를 파는 아이들은 시종일관 밝게 웃고 있다. 그 웃음에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일요일이 되면, 카스 외곽에서 열리는 가축시장에 가야 한다. 신장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양을 키우는 지역이라, 가축시장의 주요 거래 품목은 역시 양이다. 시장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양과 씨름을 벌이는 할아버지, 풀을 먹이며 달래 보는 아저씨, 아빠를 따라 시장구경 온 아이들. 시장 입구부터 각양각색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도파를 쓴 할아버지들이 양을 살펴보고 흥정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양을 다루는 시장이다 보니, 양을 묶을 때 쓰는 줄과 방울, 양을 다룰 칼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용품들도 볼 수 있다. 신장의 중심, 우루무치 투루판과 카스가 신장의 주요 도시지만,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성도는 우루무치다.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뜻을 가진 우루무치는 옛날부터 중앙아시아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우루무치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는 천지天池. 천지라고 하면 백두산을 먼저 떠올리지만, 우루무치에도 천지가 있다. 1,950m 높이에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어 놀라움을 안겨 준다. 높은 곳에 펼쳐진 호수도 멋지지만 천지까지 오르는 길 또한 장관이다. 폭포와 숲으로 가득해 걷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변에는 해발 5,445m인 보고다봉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더 없이 평화로운 풍광을 연출해 낸다. 초록이 주는 편안함에 빠져 볼 수 있는 또 다른 곳이 남산목장이다. 온통 초록 세상이다. 이곳에서는 게르에 머물며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감상할 수도 있고, 낮에는 말을 타고 여유롭게 목장을 둘러볼 수도 있다. 남산목장은 우루무치 시민들의 주말 여행지로도 인기다. 카스의 시장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우루무치의 바자르도 여행자들을 끌어당기는 곳이다.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로 지어진 국제 대바자르에 가면, 위구르 사람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견과류가 가득한 가게부터 흥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악기점까지 신기한 것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또 주변에는 두툼하고 맛있는 양꼬치를 파는 식당도 있다. 감탄사를 멈출 수 없는 쿠처의 신비대협곡 지금은 빛 바랜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실크로드의 핵심도시 중 하나가 쿠처다. <서유기>에서는 ‘여인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고 고구려 고선지 장군의 주요 활동 무대였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도 나오는 동아시아에 불교를 전파했던 핵심 도시가 바로 쿠처다. 쿠처에는 키질 천불동이나 이슬람 사원인 쿠처대사 등 둘러볼 곳이 많지만, 천산신비대협곡이 가장 인기가 있다. 그랜드캐니언을 연상하게 하는 협곡들이 이어져 있다. 여기에 천산신비대협곡은 한술 더 떠 협곡 전체가 붉게 물들어 있다. 철분 성분 때문이란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협곡 속으로 들어간다. 놀라운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사만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투루판과 카스, 우루무치를 거쳐 쿠처를 돌아보니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지역 자체가 쿠처의 신비대협곡 같다는 생각이 든다. 놀라움이 가득한 보물창고 같은 그런 곳 말이다. *본문에 나오는 중국의 지명은 중국어 발음으로 적고 한자 음과 한자를 동시에 표시했다. 관광지, 사람 이름, 산 등 지명 이외의 것은 한자 음을 적고 한문을 병행 표기했다. ▶travel info Airline대한항공과 중국남방항공이 여름과 가을 인천에서 우루무치까지 직항편을 운항한다. 매년 직항편 운항시작 시기는 다르기 때문에 미리 확인해야 한다. 직항편을 이용했을 때 걸리는 시간은 약 4시간 30분. 인천에서 우루무치까지 거리는 3,376km로 한중 항공노선 중 비행거리가 가장 길다. 직항편이 없을 때는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경유해 우루무치로 들어간다. TIP신장타임│꼭 기억해야 할 것이 시간대다. 공식적인 시간은 베이징시에 맞춰져 있지만, 신장은 신장 시간이 따로 있다. 베이징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여름에는 11시가 되도 해가 지지 않을 정도다. 관공서나 버스터미널에서는 베이징시를 사용하지만, 비공식적인 시간은 대부분 2시간 차이가 나는 신장 시간이기 때문에 현지인과 약속을 할 때 신장 시간 기준인지 베이징시 기준인지 확인해야 실수가 없다. 양꼬치의 고장│신장은 양꼬치의 신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곳. 두툼한 살코기를 꼬치에 막 구우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한꺼번에 느껴진다. 길을 가다 냄새를 맡고 나면 발걸음은 절로 양꼬치집으로 향하게 된다. 빤미엔拌面│위구르인은 국수를 주식으로 먹는다. 양고기와 토마토, 고추, 피망을 볶은 소스를 면에 얹어 비벼 먹는데, 중국어로 ‘빤미엔’이라고 부른다. 매콤하면서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난다. 신장에 간다면 꼭 맛볼 것. 글·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참전용사 자서전 만든 고딩들… “내신보다 내실” 수재들의 선택… 2살 한민고, 발랄하게 Go Go!

    참전용사 자서전 만든 고딩들… “내신보다 내실” 수재들의 선택… 2살 한민고, 발랄하게 Go Go!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지요. 내 평생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네요.”(6·25 참전용사 엄봉용씨) 지난 23일 경기 파주시의 백마부대 2만여평 부지에 자리잡은 군인 자녀들을 위한 기숙형 학교인 한민고등학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6·25전쟁 66주년을 맞아 학교 인근의 참전용사 4명을 모시고 ‘6·25전쟁 참전용사 자서전 발간 기념식’을 개최했다. 조선영(89), 장오봉(86), 엄봉용(82), 김구현(85)씨 등 총 4명의 참전용사가 주인공이었다. 두 달 전 심장수술을 받아 입원한 김씨를 대신해서는 부인이 자리를 함께했다. 참전용사들을 인터뷰해 자서전을 발간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20여명의 학생들은 이날 본 행사에 앞서 참전용사들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해가 갈수록 생존한 6·25 참전용사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한 한민고 학생들이 자서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지난 1년여 동안 진행됐다. 참전용사들은 한 명 한 명 소감을 얘기하며 전쟁 당시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전했다. 조씨는 “전투라는 건 한도 끝도 없지만 일주일 내내 자지 못해도 조금도 졸지 않았다. 그런 쓰라린 고통 속에서 전투를 했다”고 전했다. 김씨 대신 참석한 부인은 “남편이 참전했을 당시 총탄 3발을 맞은 흉터가 지금도 그대로 있다. 당시에 소대를 살리겠다고 양말을 벗어서 상처를 꽉 동여매고 십리 길을 뛰어서 인민군이 있는 장소를 알리자마자 기절했다고 한다. 일주일 만에 깨어났는데 한 달 휴가를 받고 집에 와서 저와 선을 본 뒤 바로 결혼을 했다”고 회고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 한민고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2014년에 개교한 이 학교는 아직 1회 졸업생도 배출하지 않은 신생 고등학교다. 후기 일반고이면서도 자사고 또는 특목고의 성격을 지닌 학교다. 군인 자녀가 70%이고 경기도에 거주하는 일반인 자녀가 30%다. 특히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술·담배와 폭력, 불건전한 이성교제 등을 3금(禁)으로 정해 실천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돼 있지만, 층마다 ‘카카오톡’과 영상 통화가 가능한 다기능 영상 공중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전교생이 오전 6시에 기상을 해 6시 10분까지 운동장에 모여 국가와 부모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 뒤 30분간 체조와 달리기를 한 뒤 하루를 시작한다. 군인 자녀들이라서 군대식 교육이 익숙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민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얘기를 듣고 난 뒤 이런 편견은 한순간에 깨졌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전국 1위라는 게 이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의 자랑이다. 한민고는 중학교 때 전교 1, 2등을 하던 전국 최고 성적의 중학생들이 모인 신생 명문고다. 김형중 교사는 “학생들 성적은 전국 평균 8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 개교 당시 일반 학생들의 입학 성적은 경기도교육청 내신성적 산출 기준으로 평균 197.5점(200점 만점), 군자녀 학생들은 193.7점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학교가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교사와 학생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난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제1순위로 꼽았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를 비롯한 27명의 ‘한민고 서울대 멘토단’이 교육과정에 참여해 창의성을 배가했다. 가장 특별한 수업은 개교 이래 6개월 만에 자체 개발한 ‘융합수업’이다. 이 수업은 여러 선생님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 교과목의 관점에서 설명함으로써 기존 교과목 간의 벽을 허무는 수업이다. 박정민(18)양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과목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들어와 돌아가면서 수업을 하는 방식인데, 다른 학교에서도 참관 올 정도로 히트를 친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1인1기’도 자랑할 만하다. 문화인의 소양을 키우기 위해 학생 1명당 악기를 1가지씩은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한바다(18)양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 1주일에 두 번씩 악기를 배우는데, 각자 악기를 맡아 공연을 하기도 한다”면서 “해외 배낭여행을 간 아이들이 6·25참전용사비 앞에서 직접 작사·작곡한 ‘못다 부른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1학년 학생들은 6박7일간 국내로, 2학년 학생들은 같은 기간 해외로 배낭여행을 가는 것도 이 학교만의 강점이다.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주제를 선택해 경쟁을 통해 최종 주제를 선정, 해외에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 뒤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김 교사는 “학생 전원이 해외로 배낭여행을 가는 학교는 우리 학교가 유일하다”고 자랑했다. 학생들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 밤을 제외하고는 휴일과 공휴일에도 집에 가지 못한다. 학교에서 공휴일과 휴일에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말특강프로그램인 ‘아낌없이 주는 한민’에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가수 인순이 등 유명인사들이 초빙됐다. 한민고 교사들의 교원 선발 경쟁률은 최고 80대1을 기록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최고 수준의 교사들을 갖춘 것도 한민고의 장점이다. 학비는 기숙사와 방과후학교 등 제반 비용을 모두 포함해 연간 1100만원이다. 하지만 신설 학교인 데다 1회 졸업생도 배출하지 못한 학교에 자식을 보내기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듯하다. 전교 1등을 하던 학생들일지라도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기숙형 학교에서는 성적이 떨어질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내신 성적에서 상당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려원(18)양의 어머니 정유경(45)씨는 “군인이었던 아빠 때문에 아이가 중학교까지 무려 11번을 이사했고, 결국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더이상 이사 가기 싫어해 아빠가 전역을 했다”면서 “그런데 아이가 사교육을 할 수 없는 한민고를 가겠다고 해서 갈등도 많았지만 지금 너무 만족해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박기성(18)군의 어머니 강성아(45)씨는 “아이가 졸업을 하고도 3년을 더 다니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학교”라며 흐뭇해했다. 이해선(18)양의 어머니 김은주(52)씨는 “대학 진학 실적만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기에서 아이들은 일반고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과 인성을 배운다”고 했다. 과학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의 교장을 지내고 한민고 초대 교장으로 부임한 전영호 교장은 “나라사랑 정신과 함께 인성과 창의 교육이 학교 교훈”이라면서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세간의 편견과 법적 미비 등으로 인해 한민고의 미래가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다. 2010년도 2월 국방부에서 학교 설립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졌고 군인복지기본법으로 학교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당시 550억원의 국방부 예산이 투입돼 학교를 설립했지만, 이후 학교 운영과 관련해 법제처에서 제동을 걸고 있다. 19대 국회에 제출된 군인복지법에 학교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었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재는 학부모·법인이 75%, 교육청이 25% 비율로 운영비와 교원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에서 법적 미비로 법정부담금(교원 4대 보험 등)을 지원하지 못하면 교육청 산하로 바뀌게 된다. 한민고 설립 과정에 참여한 학교법인 한민학원 이재봉(육군 대령 출신) 사무국장은 “군인들은 명령에 따라 갑자기 이사를 가는 등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는데 자녀들이 무슨 죄가 있나”라면서 “군인 자녀에 대한 기숙형 학교 설립 및 지원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 사진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6개월 딸을 냉장고에 집어넣은 아빠…왜?

    6개월 딸을 냉장고에 집어넣은 아빠…왜?

    무더운 날씨 속에 6개월 된 딸을 냉장고에 집어넣어야만 했던 한 무신경한 아빠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꽉 닫힌 자동차 안에 딸아이를 방치한 뒤 뒤늦게 부랴부랴 냉장고에 집어넣는 소동을 벌였지만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다. 무덥기로 유명한 미국 텍사스 북부에 있는 작은 마을 멜리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마이클 테포드는 6개월 된 딸을 자신의 미니밴에 태운 뒤 안전벨트까지 채웠다. 그리고 잠시 밖에 나갔다온 뒤 보니 아이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고, 황급히 집으로 데려와 냉장고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를 부르고, 구급차를 호출한 뒤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하지만 아이는 결국 깨어나지 못했고, 테포드는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한 이웃 주민은 "아이의 부모들이 울고 불고 혼비백산해있는 모습을 보았다"면서 "요즘처럼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 속에서 차 안에 아이를 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나 자기 아이를 두고 잊어먹었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개탄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굿바이 싱글’ 김혜수, 아찔한 사각관계 ‘이성민vs안재홍vs곽시양’ 선택은?

    ‘굿바이 싱글’ 김혜수, 아찔한 사각관계 ‘이성민vs안재홍vs곽시양’ 선택은?

    올 여름, 역대급 임신 스캔들에 휘말린 김혜수의 코믹 연기변신으로 가장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영화 ‘굿바이 싱글’에 배우 이성민, 안재홍, 곽시양이 김혜수의 ‘It Boy’로 등장해 화제를 모은다. 김혜수의 ‘It Boy’! 이성민, 안재홍, 곽시양! 진정한 내편은 누구?! 톱스타 독거 싱글 ‘주연’이 본격적인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하며 벌어진 레전드급 대국민 임신 스캔들을 그린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는 명품 배우 이성민, 안재홍, 곽시양이 톱스타 김혜수의 남자들로 활약한다. 특히, 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개성을 뽐내며 김혜수와의 묘한 케미스트리를 선보일 것으로 예고되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 반듯한 국민앵커 ‘민호’, 이성민! 영화 속 김혜수의 첫 번째 남자는 다수의 작품을 통해 국민 상사, 국민 변호사, 국민 아빠 등 ‘국민’ 타이틀을 거머쥐며 전국민 모두를 완벽하게 압도한 명품배우 이성민이다. 그는 이번 ‘굿바이 싱글’에서 신뢰의 아이콘이자 전국민의 모범이 되는 국민앵커 ‘민호’역으로 전격 분해 또 한번의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을 증명할 예정이다. 반듯한 엘리트 이미지에 깍듯한 모습으로 여성 시청자들은 물론 톱스타 독거 싱글 ‘주연’(김혜수)까지 단번에 사로잡은 국민 이상형으로 등장해 더욱 시선을 모으는 것. 특히, 진중하면서도 논리 정연한 국민 앵커의 면모에 이어 진심 어린 매력을 자랑하는 그의 모습은 톱스타 ‘주연’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한편, 배우 이성민은 김태곤 감독의 첫 장편 ‘독’을 계기로 첫 번째 인연을 맺었다. 이성민은 당시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감독의 말에 정중히 귀를 기울인 것은 물론, 살수차 철수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고무 호스에 구멍을 뚫으면서까지 촬영에 임하는 등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고. 이후 ‘굿바이 싱글’ 출연도 흔쾌히 결정했다는 후문까지 더해져 예비 관객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2. 산부인과 의사 ‘덕수’, 안재홍! 이어 김혜수의 두 번째 남자는 자타공인 충무로 최고의 대세배우로 떠오른 배우 안재홍. 그는 이번 ‘굿바이 싱글’에서 ‘주연’의 주치의 산부인과 의사 ‘덕수’역을 맡아 최고의 신스틸러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킬 예정이다. 특히, 안재홍은 김태곤 감독과 ‘1999, 면회’, ‘족구왕’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미 그의 연기에 대한 신뢰가 두텁게 쌓인 김태곤 감독은 시나리오 개발 단계 때부터 ‘덕수’의 역할에 안재홍을 염두에 두었다는 후문까지 더해져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3. 세상에서 가장 잘난 연하남 ’지훈’, 곽시양! 한편, 김혜수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마지막 남자는 대한민국 전역을 설레게 하고 있는 대세 훈남 배우 곽시양. 그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대한민국의 대세 배우로 떠오른 연하남 ‘지훈’역을 맡아 매력적인 외모와 빠지지 않는 연기력으로 ‘주연’의 마음을 뒤흔든다. 최근 브라운관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곽시양은 지금까지 선보인 부드러운 매력이 아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해내 관객들까지 설레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처럼 배우 이성민을 비롯해 안재홍, 곽시양까지 김혜수의 ‘잇보이’로 총 집합해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가운데, 영화 ‘굿바이 싱글’은 유머와 감동까지 전하는 올해 최고의 코미디 영화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배우 이성민, 안재홍, 곽시양이 김혜수의 마음을 뒤흔들 ‘잇보이’로 등장해 더욱 화제를 모으는 영화 ‘굿바이 싱글’은 6월 29일 개봉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더민주 김해영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더민주 김해영

    20대 국회 지역구의원 중 최연소인 더불어민주당 김해영(39·부산 연제) 의원은 ‘험지’ 부산에서 새누리당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집안 사정으로 고모집에서 자랐고, 어린 시절 가출도 해봤으며, 성적도 꼴찌를 맴돌다가 고교 시절 직업반에서 미용기술을 배웠다. 뒤늦게 이를 악물고 부산대에 진학한 뒤 사법고시까지 패스한 ‘흙수저’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정치에 뜻을 세운 지 불과 1년여 만에 겸손함을 무기로 여의도에 입성한 김 의원은 “다같이 먹고살 수 있는 ‘경제민주화’, 아이들 줄 세우지 않을 수 있는 ‘교육’, 이 두 가지 뜻을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Q. 왜 정치를 하게 됐나. A. 부익부 빈익빈.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지는 현실을 보면서 사회적 약자와 뒤처진 사람들을 대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산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새누리당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았다. 당을 보지 말고 새 인물에게 기회를 주자는 기류가 있었다. Q. 추진하고 싶은 경제민주화 정책은. A. 상속세법 개정. 예컨대 과세표준 30억원 이상 상속 시 최고 세율을 인상하는 것이다. 상속세법 개정은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추진하기에는 논란이 될 것 같지만 고액 상속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상가 임대차 보호법상 기간 연장도 추진하고 싶다. Q. 교육 부문에서 하고 싶은 일은. A. 대학 서열화 타파. 일곱 살, 다섯 살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다. 사교육비 절감을 계속 이야기하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지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사회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를 깨려면 대학 서열화를 타파해야 한다. 경쟁은 초·중·고교 때가 아니라 대학에 가서 해도 충분하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대를 육성하고 대학별 특성화를 추진해 대학 서열화를 깨야 한다. Q. 상임위는 왜 정무위인가. A. 공정거래 소송 경험이 밑천. 원래 1지망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였다. 꼴찌도 해봤고 대학도 가봤고 여러 경험을 해봤던 것을 살리고 싶었다. 다만 교문위 경쟁이 치열하고(웃음) 부산 지역 다른 4명의 (더민주)의원들과 겹치지 않으려다 보니 정무위로 왔다. 변호사 시절 공정거래 소송도 맡아본 경험이 있어 자신 있다. Q. 8월 전당대회에서 부문별 최고위원에 나갈 생각은. A. 고민 중. 구체적으로 생각이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관심 있게 보고 있다. 당에서 전국청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고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아 이들을 대변하고 싶다. 현행법상 공공부문 청년 의무 고용 3% 할당 부칙이 연말에 끝나는데 효력을 연장시켜야 한다. 민간 부문에도 확대할 수 있도록 논의해 보고자 한다. Q. 대선 후보로 지지하는 인물은. A. 아직은 없다. 나중에 당내 경선으로 후보가 결정되면 전폭적으로 지지할 생각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프로필 ▲1977년 부산 출생 ▲부산대 법학과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부산지방변호사회 이사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당 대변인
  • [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언젠간 ‘부모 둥지’ 떠나는 자녀들 밖으로 놀러 다녀도 격려해 주세요

    저녁 식사 때가 되면 큰애를 찾아 나서는 게 요즘 제 일과 중 하나입니다. 큰애를 찾으러 아파트 단지 내 여기저기를 한참 돌아다닙니다. 대부분 놀이터 근처에서 찾지만, 어떤 때에는 아파트 분수대나 공터 등 집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찾습니다. 일곱 살짜리 큰애는 요즘 동네 형,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형들에게서 여러 놀이를 배우며 함께 어울립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거나, 장난감 팽이를 가지고 팽이싸움을 벌입니다. 괴물을 그려 넣은 카드를 갖고 카드놀이도 합니다. 가끔은 형들과 무리를 지어 자전거로 아파트 단지를 폭주족처럼 다니기도 합니다. 보조바퀴를 떼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게 불과 두어 달쯤 전입니다. 큰애는 지금 ‘폭풍성장’하는 중입니다. 아빠보다 형들이나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재밌나 봅니다. 저와 똑같이 일곱 살짜리 애를 키우는 다른 기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어떻게 애를 혼자 내보내느냐?”고 깜짝 놀랍니다. 당당하게 “우리 애는 다 컸다”고 말하면서도 큰애가 혼자 아파트를 나설 때 온갖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차에 부딪히면 어쩌나, 누군가 우리 애를 데려가 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가끔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잔소리를 합니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지 말라고, 낯선 사람이 함께 어딜 가자고 하면 절대 따라가지 말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이런 잔소리쟁이 남편을 보고 아내는 “그냥 내버려두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가끔 슬그머니 뒷짐을 지고 나가 큰애가 잘 놀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수리부엉이 가족의 이야기를 봤습니다.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 15층 옥상에 둥지를 틀었던 수리부엉이 가족이 90일 동안 어떻게 숲으로 돌아가는지를 다뤘습니다. 숲이 아닌 아파트 옥상에 알을 낳게 된 수리부엉이 부부는 하나뿐인 새끼 수리부엉이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쥐를 잡아다 먹이며 정성을 다해 키웠습니다. 새끼 수리부엉이는 두 달 만에 큰 몸집의 수리부엉이로 자랐는데, 어미 수리부엉이는 더는 잡아온 쥐를 주지 않았습니다. 수리부엉이는 1개월 정도 자라면 본능적으로 둥지를 옮기는 이른바 ‘이소’를 합니다. 대개 부모 수리부엉이가 날아가면서 길을 알려주고, 새끼 수리부엉이는 날지 않고 걸어서 둥지를 옮깁니다. 하지만 아파트 옥상에서 태어난 새끼 수리부엉이는 걸어서 이소를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어미 수리부엉이는 새끼에게 주는 먹이를 줄여 몸을 가볍게 만들려 했던 것이지요. 어미 수리부엉이는 새끼 수리부엉이가 혹독한 날기 연습을 하고 난 뒤에야 먹이를 줬습니다. 그렇게 90일 이후, 새끼 수리부엉이는 서툰 날갯짓으로 결국 아파트 옥상에서 무사히 지상으로 내려간 뒤 부모를 따라 아파트를 건너 숲으로 돌아갔습니다. 수리부엉이 가족 이야기를 보면서 ‘부모는 ‘둥지’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언젠가 부모라는 둥지를 박차고 ‘사회’라는 숲으로 가야 합니다. 부모는 숲에 위험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아이를 감싸고 도는 것일지 모릅니다. 어미 수리부엉이처럼 자식이 적당한 시점에 둥지를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일은 부모의 큰 역할입니다. 둥지를 떠나려는 큰애를 위해 잔소리 대신 격려를 해 주자. 초보 아빠는 오늘도 다짐을 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gjkim@seoul.co.kr
  • [전문] “임우재씨, 이혼 안 하고 좋은 아빠 되길 원해”···혜문스님이 만난 임우재

    [전문] “임우재씨, 이혼 안 하고 좋은 아빠 되길 원해”···혜문스님이 만난 임우재

    이부진(46)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임우재(48) 삼성전기 상임고문의 인터뷰 발언이 15일 공개돼 논란이 일자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스님이 진화에 나섰다. 지난 14일 임 고문을 만났다고 밝힌 혜문스님은 “임우재 고문은 언론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다”면서 마치 임 고문을 정식 인터뷰한 것처럼 보도된 기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임 고문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여러 차례 술을 과다하게 마시고 아내를 때렸기 때문에 아내가 이혼을 결심했다는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하거나, “삼성가의 맏사위로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경영대학원으로 유학을 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두 차례 자살을 기도했다”, “(내 아들이지만) 이건희 회장의 손자이기에 아들이 어려웠다”는 등 결혼 생활에서 겪은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혜문스님은 그의 블로그에 올린 ‘내가 만난 임우재씨 그리고 사건의 진실’이라는 글에서 임씨와 기자들이 만난 경위를 소개했다. 혜문스님은 “(지난 14일) 임우재씨, <월간조선> 기자를 비롯한 7명이 함께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면서 “임씨가 돈이나 바라는 몹쓸 남편으로 비춰지는데 대해 기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려고 내가 제안해 만들어진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가벼운 식사 자리였고 기자들과는 절대 기사화하지 않기로 한 만남이었다”고 설명하며 “참석자(기자)들은 다같이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혜문스님은 만남을 가진 당일 저녁 11시쯤 월간조선 기자로부터 “대단히 죄송하지만 오늘 점심 때 나눈 이야기가 내일 아침 조선일보에 나가게 됐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너무 놀라 강력히 항의했고 기사작성을 중단해달라고 했다. 임 고문에게는 기사가 나간다는 사실을 아직 알려주지도 않은 상태였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다음은 혜문 스님이 그의 블로그 ‘혜문닷컴’에 남긴 글의 전문이다. 내가 만난 임우재씨 그리고 사건의 진실 어제(지난 14일) 저는 임우재씨와 함께 점심을 했습니다. 월간 조선 기자를 비롯 7명이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인터뷰 자리는 아니고 가볍게 지인들끼리의 식사자리였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은 절대 기사화 하지 않기로 한 만남이었습니다. 거기서 있던 대화가 어느새 인터뷰로 둔갑되어 기사화된것에 분노합니다. 임우재씨는 월간조선 기자와 인터뷰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냥 우연히 점심식사를 함께 했을 뿐입니다. “제 아내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저는 아들에게 평범한 삶을 가르쳐 주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어린 좋은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작년 하반기, 임우재 고문을 처음 만났을 때, ‘아! 이사람 참 다정한 사람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그 당시 그는 삼성가의 맏사위로 살아오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아내와 이혼 문제로 고심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환한 미소에는 훈련받지 않은 천성에서 오는 소탈함과 천진함, 인간적 매력이 풍겨 나왔다. 한번에 ‘이부진 사장의 남편이 될 만하다 ’는 생각이 밀려 들었다. 그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 같은 것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뭔가 이 사람의 복잡한 심경과 애타는 마음을 위로해주고 격려해 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그와 몇 달에 한번씩 점심식사를 하거나 차를 한잔씩 마시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는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이다. 부부간의 갈등과 깊은 사정은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었고, 그도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보통 이혼소송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해 비방을 하거나 자신의 정당성을 피력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특이하게도 임우재 고문은 자신의 아내를 비난하거나 하지 않았다. 나는 가끔씩 그의 마음속에 아내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남아있다는 걸 느끼고 괜스레 마음이 짠해졌다. 특히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환한 그의 얼굴에 수심이 살짝 드리곤 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고, 그 아이가 자라나는 것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은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몇 달전 나는 그와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이혼 사건 관련, 기자들에게 조언을 좀 구하면 어떻겠냐고 한 적이 있었다. 언론에 비춰지는 임우재는 돈이나 바라고 있는 몹쓸 남편 쯤으로 나오는데서 온 단순한 제안이었다. 그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언론에 이혼 관련 사건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재판과정에서 충실히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나아가 아내와 이혼하지 않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내에게 나쁜 언급 혹은 삼성가(家)를 난처하게 하는 기사가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긍이 가는 말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언론에 의해 지나친 피해를 입는 모습이 안타까웠기에, 기사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몇몇 기자들을 소개할테니 간단히 점심이나 하면서 인사정도 나누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는 여러 번 나의 제안을 거절했다. 기자란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는게 이유였다. 기사 안 내기로 약속하더라도, 나중에 자기 마음대로 써버리면 난처하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썩 내켜하지 않는 그를 아주 어렵게 설득해서 나는 자리를 한번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동석하는 기자들에게는 기사를 내지 않기로 철썩같이 약조를 받고, 그냥 임우재 고문이 이혼소송에서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조언하는 가벼운 오찬이란 점을 분명히 하기로 했다. 2016년 6월 14일의 오찬은 그렇게 이루어 졌다. 참석한 자리에서 임우재 고문은 소탈하고 부담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유머가 섞인 자연스런 대화였고 좋은 지인들과 함께한 평범한 오찬이었다. 점심식사 중에 나뿐만 아니라 그도 편한 자리로 생각해 주시고, 절대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여러차례 부탁했다. 참석자들은 다같이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동의했다. 사실 별다른 이야기가 오간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자신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초점이었다. 거기에 몇가지 이부진 사장을 만나서 결혼하게 된 이야기를 다정하고 온화하게 덧붙였을 뿐이었다. 우리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위로하고 자리를 마쳤다. 오찬이 끝난 바로 그날, 밤 늦게 11시경 월간 조선 기자로부터 전화를 한통 받았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오늘 점심 때 나눈 이야기가 내일 아침 조선일보 기사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너무 놀라 강력히 항의했다. 별다른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식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닌데, 식사 자리에 있던 일로 기사를 쓰는 것은 이해가 안가는 일이었다. 당장 기사작성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선일보 측은 기사가 나간다는 사실을 임우재 고문에게 아직 알려주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 뒤의 일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인간적 배신감, 언론의 횡포, 임우재 고문에 대한 미안함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새벽 4시경 조선일보는 인터넷에 그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고, 6월 15일 사회면 기사로 ‘임우재와 인터뷰’를 실었다. 아침에 나는 임우재 고문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기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그를 설득한 것도 나였고, 월간조선 기자를 소개한 것도 나였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나에게 그는 덤덤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기자들을 믿었던 게 잘못입니다. 나쁜 의도로 기자를 소개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아마 조선일보에 보도된 기사로 그는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마치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처럼 보도된 기사에 그는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로 덜덜 떨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차분함을 유지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어디론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조선일보 기사가 나간이후 다른 언론들도 ‘임우재 폭탄선언’, ‘ 결혼생활 폭로’ 같은 제목을 달고 선정적 기사를 쏟아내었다. 나는 하루종일 그를 위해 뭔가를 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원래부터 그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이혼소송에 악영향을 끼쳤을 지도 모르는, 혹은 그의 의도와는 아무 상관없이 벌어진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과정을 설명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의 환하고 다정한 미소, 선량한 눈빛을 과연 다시 볼 수 있을까? 조선일보의 기사가 나가면서 나는 그를 볼 면목이 없다. 비록 이제 그를 다시 보지 못할지라도, 미안하고 송구한 내 마음을 전하고자 사건의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임우재 고문님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제가 월간조선기자와 가볍게 점심식사라도 한번 하자고 한 것을 후회합니다. 2016.6.15 혜문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네팔 여행기 4·끝] 다시 카트만두와 에필로그-네팔 그 지독한 혼돈

    [네팔 여행기 4·끝] 다시 카트만두와 에필로그-네팔 그 지독한 혼돈

    5월 27일 다시 카트만두 첫날 간밤에 적어도 세 차례는 깨어났다가 잠들었다가 반복한 듯 몸이 좋지 않음 조깅할까 했다가 타멜 거리의 엄청난 먼지를 생각해 그만 두고 오전 5시 옥상에 올라가 카트만두의 아침 즐김 오전 7시 조금 못돼 밥이나 먹자며 호텔 나서려는데 벨보이가 쿠폰 주며 요앞 카페에서 챙겨 먹으라고 함. 웬걸, 밥도 주네 하며 자리에 앉으니 열대여섯도 안 돼 보이는 녀석이 지분거리며 주문하라고 함 뷔페식이 아니니 제법 성의를 다한 브랙퍼스트였고 특이하게도 생과일 주스를 하나 더 시키란다. 좋은 과일을 쓰고 설탕을 가미하지 않아 제법 맛있었다. 다만 호밀 토스트는 딱딱해 좀 그랬음 밥을 먹고 어딜 가지, 조금 고민했다. 처음 카트만두에 도착했을 때 너무 많은 곳을 숨가쁘게 돌아다녀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느낌 택시를 흥정해 320루피에 가자고 했으나 웬일로 딸이 기사가 불쌍하다며 350루피 계산 파슈파티나트, 입장권 1000루피씩 2000루피. 삶과 죽음이 이처럼 극적으로 교차하는 장소를 관광자원으로 발굴한 것이 놀랍기만 한 곳이다.(사실 에베레스트나 안나푸르나 갈 때 두 번 모두 이곳을 건성으로 보고 갔다) 약간 다리를 저는 듯한(쇼인지 진실인지 알 도리도 없는) 40대 중후반 남자가 다가와 자신을 연구자라고 소개하며 이 유적의 유래나 얽힌 얘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거절할 틈새를 주지 않기 위해 대사를 치고 들이미는데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거의 프로급 설이어서 5분 만에 우리는 그냥 몇푼 쥐어주고 말지, 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그의 설명을 들으며 40~50분 걸었을까, 이윽고 자기도 할일을 다했다며 1000루피를 연구기금으로 쾌척하라고 해 그건 안되겠다며 500루피만 줬다. 그는 너네 입장권 소용없지 않느냐며 달라고 해서 그것도 안되겠다, 우리도 기념으로 간직하겠다고 했더니 홱 돌아섬 그 친구가 가르쳐준대로, 또 주민들에게 두어 차례 물어 보우더나트를 찾았다. 250루피씩 500루피. 지진 참사 때 허물어진 곳들을 지난해 가을에야 복구하기 시작했다며 한창 분주하다. 예전에 찾았을 때는 500~1000루피였던 것 같은데 복구 중이라 조금 인하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이 늘 그렇듯 일을 하는 둥 마는 둥하는 가운데 기계음만 요란했다. 전망 좋아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물 한 벙과 코크 시켰더니 애 표정이 좋지 않다. 마수걸이인데 잡쳤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200루피씩에 수수료까지 440루피. 부처의 뜻을 돌아보는 곳에서 이런 일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택시가 즐비한 곳에 뛰어가 타멜에 간다고 했더니 600루피를 내란다. 말도 안된다며 버텼더니 얼마면 되겠느냐고 해 300루피라고 했더니 세 번째 차를 타라고 한다. 우리로 치면 마티즈 낡은 것에 좁다란 의자를 단, 그야말로 특수 택시다. 세상 참 별걸 다 타본다고 딸은 찬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말을 남긴다. 근데 이런 차가 생각보다 잘 달리고, 우리같으면 싼값에 간다고 아무데서나 내려주고 휑 가버릴 것 같은데 그렇게 차량 많고 복잡해도 군소리 한 마디 없이 타멜 입구까지 데려다 줬다. 또 현금이 바닥 나 1만루피에 수수료 400루피(수수료가 포카라보다 쌌던 게 이례적이었음) 현금서비스 받음 근처이고 하니 한 번 가보자고 해 가든 오브 드림스를 행여나 하는 마음에 들렀는데 입장료는 일인당 200루피씩 400루피. 타멜 한 복판에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늑하고 힐링하는 느낌을 줘서 깜짝 놀랐다.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는 생각, 바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거지들이 구걸을 하고 있고 티베트 아주머니가 매대에 머리를 박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판국에 정말 영국 귀족이나 누릴 만한 호사를 누리고 있네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음 들어오는 길에 매니저 만나 나가르준이나 카카니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를 들었으나 날씨 등 여러 요인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함 어찌됐든 밥이나 먹자 싶어 파이어앤 아이스 두 번째 방문 가게 이름과 똑같은 피자를 들었고 딸은 라자냐를 들었는데 역시 훌륭하다고 했다. 피자는 전날 것보다 그리 맛이 뛰어나지 않았다. 에베레스트 맥주까지 해 2250루피 계산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 짐을 대충 챙기고 잠이 들었다. 배가 불러서인지 몰려오는 잠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날의 지출. 5만 8400원 누적 지출. 284만 320원 5월 28일 다시 카트만두 둘쨋날 지난밤도 전날과 마친가지로 계속 시끄러워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가를 반복했다. 새벽에 술 먹고 들어온 이들이 키득해 화가 솟구친 것도 똑같았다. 전날과 거의 같은 시간에 아침 먹고 커피 한잔 추가했더니 90루피 내라고 해 100루피 내고 킵더체인지스 했음 비도 오고 해서 카카니와 나가르 준 여행 계획 모두 취소하고 호텔 방에서 11시 45분까지 짐 싸며 개기다 체크아웃 이틀 숙박에 6394루피(7만 1200원) 카드로 결제 계속 현금서비스 받기도 뭐해 우리 돈 4만원을 3505루피로 환전(타멜에서도 한국 돈 환전하는 곳은 많지 않은 듯. 대체로 다섯 집 중 한 집인 것 같음), 청년이 우리가 부녀 사이란 것을 알면서도 페이스북 주소를 달라는 등 딸에게 들이댐 정말 할 일이 없어 개기작거려야 할 것 같아 전날 들렀던 가든 오브 드림에 또다시 일인당 200씩 400루피 내고 들어가 바에서 아메리카노 200루피와 라시 250루피에 마시며 여행기 등 정리하고 아내에게 엽서 쓰고 소일 휴일이라 그런지 엄청 많은 네팔리들이 입장했으나 바에 앉아 즐기는 인간은 극소수, 일인당 200루피도 쓰기 힘든 그네들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짠해짐 잘파(jalpa) 커피 100g에 400루피, 50g짜리 205루피씩 20봉지 4100루피, 3개들이 립밤 10루피 등 4510루피 현금 결제, (캐셔가 중국인이란 사실에 적잖이 놀람) 티셔츠 두 벌 600루피씩 1200루피 딸이 여행갈 때마다 사모으는 스노볼을 1200루피 부른 것을 850루피에 구입 물 두 병에 20루피씩 40루피와 초콜릿 150루피 3시쯤 가든 오브 드림스 나와 딸이 헤나 한다고 해서 들렀더니 헤나에 800, 머리 샴푸에 500, 나 스팀 배스에 600 등 도합 1900루피 지출 파이어 앤드 아이스 다시 들르니 오후 5시쯤 돼 피자 두 판에 맥주 한 병, 티라미슈까지 알뜰히 챙겨 먹으니 2673루피(2만 9761원) 카드로 결제 잠시 호텔 주변 어슬렁 거리다 짐 찾고 택시 잡아 타 노련히 흥정해 505루피에 가기로 함(갖고 있는 루피가 모두 이것밖에 안 된다고 했는데 사실은 100루피가 더 있었는데 공항에서 물 사먹어야 한다는 이유로 딸이 거짓말한 것이었음. 나중에 공항 면세 구역 통과한 뒤 보니 딸의 수중에 50루피 정도가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남. 이럴 바에는 호텔 팁을 남기거나 운전기사에게 인심이나 쓸 걸 그랬음) 정말 개구리 왕눈이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캐릭터의 한국 여성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웃음을 참느라 혼나며 발권 마치고 어찌어찌 해 예정시간보다 훨씬 일찍 출발해 남방항공의 장점 실감 늘 여행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서쪽에서 동쪽으로 비행하면 훨씬 피로도 적고 비행시간이 짧아지는 듯 광저우공항 환승 대기하는데 졸리기도 해 108번 게이트 맞은 편 카페에 들어감 호객하는 곳이라 거부감이 들었지만 잠에 취해 얼떨결에 크로와상과 커피가 함께 나누는 메뉴를 신청했더니 이제 안한단다, 그래서 커피를 달라고 하고 카드를 건넸더니 98위안을 찍었단다. 커피를 마시고 나중에 충전해 놓은 휴대폰으로 검색했더니 무려 1만 7800원 나와 경악(여종업원에게 달러로 얼마냐고 물었는데 모른다고 했음. 이건 거의 사기에 가까움. 크로와상과 커피 나오는 메뉴가 98위안이니 그 정도 커피 먹으라고 했는지 모르겠으나 네팔 호텔에서 줬던 공짜 커피만 못했음. 딸은 아빠 혼자 바가지 쓴 것을 그나마 위안거리로 삼으라고 함) 이날의 지출. 21만 2720원 누적 지출. 305만 5040원 (환율 착시에 의한 약간의 계산 착오가 있을 것이다. 딸의 입원이나 자동차 렌트, 패러글라이딩 등은 약간의 사치스러운 비용이었다. 하지만 대략 이 정도면 네팔 3개 관광지를 10박11일 동안 돌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면 한다.) 나가며 네팔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지독한 혼돈, 그 곳에 깃든 묘한 매력이다. 딸은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가 얼마나 편안하고 안전하며 문명스러운지 새삼 느끼게 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나와 달리 딸은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방문이 처음이다. 뭐 이런 곳이 있나 싶었을 것이다. 유럽의 변방도 돌아보긴 했지만 네팔이나 아프리카 나라에 견주기 어려울 것이다. 난 기회 있을 때마다 네팔이 1959년 중국의 티베트 무력 점령으로 인해 남하한 난민들을 모두 받아들인, 20세기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관용의 나라라고 역설했다. 타멜 거리만 해도 그렇다. 그렇게 관광객이 많고 인파가 북적대니 차량이나 오토바이 통제 등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도 다 같이 나눠 먹고 살아야 한다는, 그들 특유의 종교관이나 내세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 개나 소나 길거리에 널부러져 잠을 자도, 길이 막힌다고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운전기사가 잠을 자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차량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타멜에서 이발할 때 정말 평생 씻지도 않은 것 같은 가위를 가지고 날 정성스럽게 빗질하던 그이,소년인지 청년인지 정말 헷갈리게 만드는 그는 값을 묻자 세상에나, 알아서 달라고 했다. 힘도 하나 없이 앙상한 몸매의 그 아이는 제딴에 있는 힘을 다해 바디 마사지를 열심히 했지만 솔직히 성에 차지 않았다. 우리는 머뭇거리다 500루피를 불렀고 그이는 멋쩍게 웃었다. 난 적은가 보다 하고 네가 더 원하면 기탄 없이 얘기하라고 했고 그이는 괜찮다고 했다. 딸이 100루피를 더 넘기자 그는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었는데 그 웃음은 날 며칠이고 계속 괴롭혔다. 떠나는 날 그 가게를 일부러 흘깃거렸으나 마침 휴일(네팔의 휴일은 토요일)이어서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가게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활용한 가게로 비좁기 이를 데 없었고, 많은 그의 친구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난 처음에 손님이 이렇게나 많나? 했지만 그들은 주인네 눈짓 하나에 순식간에 자리를 비웠다. 이건 치트원의 병원에서도, 포카라의 패러글라이딩 클럽에서도, 카트만두의 스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그냥 모여 앉아 하등의 중요할 것 없는 얘기를 놓고 엄청 진지하고도 다툴 듯이 얘기한다. 패러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근무 경험이 있는 네팔리는 별 얘기가 아니니 신경 쓸 게 없다고 했지만 난 그 가게에 있는 동안 그들이 다투는 줄로만 알았다. 자잘하고 소소한, 하등의 중요하지 않은 얘기를 그렇게도 열정적으로 나누고 공유하는 이들, 뭣 찢어지게 가난했던 우리네 시절에 대한 향수나 원형을 불러일으킨다면 그래서 네팔의 매력에 한국인들이 빠져든다는 가설은 여전히 무섭도록 치명적이다. 한발 나아가 이런 전근대적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 도로를 깔고 터널을 뚫고 위생을 강화하고 등등의 그 흔한 캠페인을 펼치거나 아니면 군부와 같은 막강한 리더십의 구축이 미개하고 후진적인 나라들을 위해 약이 된다는 지극히 위험한 결론에 도달할까봐 머리끝이 쭈뼛 서곤 한다. 딸은 한국이 너무 선진국이란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았다고 했지만 난, 네팔이 빨리 우리나라처럼 될까 싶어 걱정됐다. 물론 지금과 같은 열악한 경제 사정은 시급히 극복되어야 하겠지만 사람 사는 정에 관한 한 그들의 빛나는 면모는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방문이지만, 그리고 그 전 두 차례 여행보다 훨씬 더 그네들 삶의 편린을 들여다본 것 같지만 여전히 난 네팔이란 나라에 대해 혼돈 그 자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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