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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계리 출신 탈북자 염색체 이상…핵실험 탓?

    풍계리 출신 탈북자 염색체 이상…핵실험 탓?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살던 탈북자 2명에게 피폭자에서 보이는 염색체 이상이 발견됐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8일 보도했다.신문은 한국 연구자가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일본 히로시마의 전문가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탈북자의 피폭량이 최대 누적 394밀리Sv(시벨트) 이하로 핵실험에서 나오는 방사선 영향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정도 수치는 지난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폭심지(폭탄이 떨어진 곳)에서 약 1.6㎞에 떨어진 곳의 초기 방사선량에 해당한다. 데이터를 분석한 호시 마사하루(星正治) 히로시마대 명예교수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가스나 분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세슘 수치 등 체내 오염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풍계리 주변에서는 최근 몇 년 새 핵실험의 영향으로 의심되는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주민이 늘고 있어 피해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지적했다. 앞서 탈북자 관련 단체인 한국 샌드연구소(대표 최경희)는 2016년 7, 8월, 지난해 9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길주군 출신 탈북자 21명에 대해 건강 상태를 문답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두통이나 구토 등 공통증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소가 2016년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2011년에 탈북한 40대 여성에게서 혈액 림프구 내의 염색체에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생기는 염색체 이상이 확인됐다. 추정 피폭량은 누계 320밀리Sv였다. 우리 통일부도 지난해 길주군 출신 탈북자 30명에 대한 피폭검사를 한 결과 4명에게서 피폭이 의심되지만, 핵실험의 영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메니에르병’ 배우 한지민도 앓았던 질환...연예계 활동 하차했던 이유

    ‘메니에르병’ 배우 한지민도 앓았던 질환...연예계 활동 하차했던 이유

    배우 박원숙이 앓고 있다는 ‘메니에르 병’이 화제인 가운데, 같은 질환을 겪었던 배우 한지민이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6일 방송된 KBS1 ‘박원숙의 같이삽시다’에서 배우 박원숙은 메니에르 병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메니에르 병은 10만 명 중 4명이 앓는 희귀성 질환으로, 난청, 현기증, 귀울림 등 증상이 있다. 이외에도 구토나, 어지럼증을 동반한다. 이 가운데, 과거 배우 한지민 역시 이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민은 지난 2008년 7월 메니에르 병으로 연예계 활동에서 하차했다. 당시 한지민은 극심한 두통과 기침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11년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로 복귀, 완치를 알리기도 했다. 사진=한지민 인스타그램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트럼프 대통령의 연말 휴가는 백악관의 두통거리

    트럼프 대통령의 연말 휴가는 백악관의 두통거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2018년에도 세상을 변화시키자”고 강조한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화자찬에 골몰했다. 하와이로 연말 휴가를 떠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노숙자를 위해 ‘축복 배낭’을 만든 10살 난 소년 등 올 한해 미국에서 일어난 미담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새해에도 세계를 바꾸자고 당부했다. 그는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은 참여하고 일어나 맞서는 것을 선택했다. 우리는 모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업무와 휴식을 겸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취업률 상승, 세금 감면 등 지난 12개월의 성과를 과시했다. 또 “억압적인 정권은 영원하지 못하다”며 대규모 국민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는 이란 정부를 비난했다. 비판적인 주류 언론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매도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뉴욕타임스 기자와 단독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뉴욕타임스와의 돌발 인터뷰는 백악관 참모들을 당황시켰는데 “마라라고 연휴가 대통령에게는 재충전이 되는 자유의 시간이지만 참모들에게는 두통거리”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새해 인사를 주고받으며 밀월관계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3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발송한 신년 인사를 통해 “2018년과 2019년은 ‘중·러 지방 협력 교류의 해’로, 관련 활동을 통해 양국 지방교류가 전면적으로 심화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축전에서 “전 중국인의 행복과 건강을 바란다. 양국의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고 우호적인 양국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조조 뇌수술 제의했다가 처형당한 화타… 억울한 죽음일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조조 뇌수술 제의했다가 처형당한 화타… 억울한 죽음일까

    관우가 죽고 평온한 시간을 보낸 것도 잠시. 조조는 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어의(御醫)가 지은 탕약을 먹어 보지만 아무런 차도가 없다. 견디다 못한 조조는 천하의 명의 화타를 수소문한다. 화타는 뇌에 종양이 생겼으니 뇌를 갈라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조조는 뇌를 가른다는 말에 크게 화를 낸다. 뇌를 가르다니! 듣도 보도 못한 말이기 때문이다. 조조는 화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관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수술을 핑계 삼아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고. 의심이 극에 달한 조조는 결국 화타를 처형하고 마는데.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 화타의 말을 믿지 않은 조조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조조가 화타의 말을 들었더라면 병이 완치되었을 수도 있다. 평생의 꿈인 중국 대륙 통일의 대업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화타 역시 목숨을 보존해 의술을 후세에 널리 전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화타의 말을 믿지 않아 조조도 화타도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자. 화타의 말을 믿지 않은 것이 꼭 조조만의 잘못일까. 조조는 세상에 둘도 없는 명의 화타의 말을 무조건 믿어야 했을까. ●‘잘 치료한다는 것 ’ 완치의 뜻은 아니다 화타와 조조 사이에 진료계약이 체결되면 화타는 조조를 치료할 채무가 생긴다. 반대로 조조는 화타에게 치료비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의사인 화타의 채무와 환자인 조조의 채무는 성격이 다르다. 조조는 화타에게 약속한 치료비를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반대로 화타의 치료 의무는 치료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잘’해야 한다. 치료를 ‘잘’해야 한다는 것은 반드시 병을 완치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재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로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진료했다면 질병이 치료되지 않더라도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화타의 치료행위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진다. 하나는 말 그대로 조조의 건강을 회복시키려는 치료행위의 성격이다. 다른 하나는 조조의 신체에 상처를 만드는 신체 침해 행위의 성격이다. 메스를 대야 하는 대부분의 외과적 수술은 신체에 상처를 만든다. 만일 그 목적이 치료가 아니라면 당연히 상해죄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처벌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의술의 법칙에 맞추어 행해져 결국은 질병을 낫게 하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신체를 침해하는 행위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질병을 낫게 해 신체를 더욱 완전하게 만드는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치료의 목적으로 의술의 법칙에 맞게 하는 모든 행위가 합법일까. 그렇지는 않다. 아무리 치료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합법화되기 위해서는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가 더해져야 한다. ●질병ㆍ치료 설명 불충분하면 불법일 수도 조조가 머리를 가른다는 화타의 말에 화들짝 놀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당시로서는 의술의 법칙에 전혀 맞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화타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개발한 마폐탕(麻肺湯)이라는 마취제를 사용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수술이다. 전에 이미 외과적 수술 방법으로 독화살에 맞은 관우를 완치시킨 적도 있다. 하지만 화타가 아무리 뛰어난 명의이고, 아무리 자신감이 넘친다고 하더라도 조조의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맞는 치료법인지, 혹시 잘못 수술해서 악화되진 않을지 등등 여러 가지 걱정이 많다. 불안을 느낀 조조처럼 수술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해 수술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타 같은 명의라고 하더라도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자인 조조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조조는 전투에는 전문가지만 의료에는 문외한이다. 조조처럼 의학지식이 없는 일반적인 환자를 위해 화타와 같은 의사에게 특별히 부과되는 의무가 있다. 바로 설명의무다. 의료법은 ‘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제24조의2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화타가 조조로부터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수술에 대해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의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조조의 병이 무엇인지, 치료 방법과 필요성은 어떻게 되는지, 예상되는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수술 후에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만약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화타의 설명의무는 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이 적다고 해도 면제되지 않는다.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따르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반드시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수술 잘못될 경우 화타 설명 충분했어야 당시 두개골 절개 수술이 개발되지 않은 시기였다. 뇌를 가른다는 화타의 말에 조조가 놀라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수술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타의 설명은 일반적인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당시로서는 임상시험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매우 실험적인 수술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화타의 설명도 더욱 쉽고 자세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새로운 수술 방법의 장단점, 후유증이나 수술이 잘못되었을 경우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빠짐없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수술 방법이 새로운 것이므로 그에 따른 위험도 아직 모두 밝혀지진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화타는 자신의 치료행위에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확고하다 못해 넘쳐 흐른다. 조조의 불안감 따위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뇌수술은 절대로 쉬운 수술이 아니다. 화타와 조조의 오해는 이 지점에서 생겨난 것 아닐까. 화타가 성형외과를 개업했다. 마침 얼굴에 흉터가 있는 장비가 흉터를 제거해 달라고 찾아왔다. 생명과는 전혀 관계없는 미용 관련 시술이다. 이런 경우에는 장비에게 수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될까. 그렇지 않다. 미용 목적의 시술은 치료 목적이 아니므로 시간적으로 급박하지 않다. 따라서 일반적인 치료보다 시술방법, 예상 효과, 부작용, 사후 관리 방법 등에 대해 훨씬 더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병에 걸려 고통받는 환자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 조조도 그렇다. 화타는 조조를 치료할 수 있다고 지나치게 자신만만해했다. 환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화타가 좀더 환자의 입장에서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조조는 통일의 꿈을, 화타는 의술 전파의 꿈을 이루지 않았을까.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가수 헤이즈, ‘가요대전’ 이후 건강 악화로 입원...비인두염 수술 예정

    가수 헤이즈, ‘가요대전’ 이후 건강 악화로 입원...비인두염 수술 예정

    가수 헤이즈가 건강 악화로 입원한 사실이 전해졌다.26일 가수 헤이즈(27·장다혜)가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했다. 한 매체는 이날 헤이즈가 전날 열린 ‘2017 SBS 가요대전’을 마친 뒤 고열과 두통을 호소해 이날 새벽 정밀 검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헤이즈는 비인두염 증세가 나빠졌다는 진단을 받고, 현재 입원 치료 중이다. 헤이즈 측은 병원 진단 결과에 따라 수술을 하기로 결정, 이에 당장 예정된 스케줄은 취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2017 엠넷 아시안 뮤직어워드(MAMA)’, ‘2017 멜론 뮤직 어워드’ 등에 참석, 바쁜 연말 일정을 소화해왔다. 오는 31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리는 ‘2018 카운트 다운 서울’ 행사를 앞두고 있다. 한편 헤이즈가 진단 받은 비인두염은 급성 바이러스형 비인두염 또는 급성비염으로, 코, 목구멍 등 상부 호흡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병하는 전염성 높은 병을 말한다. 기침과 고열과 구토, 식욕감퇴, 전신쇠약 등이 동반되기도 하며, 합병증으로 부비동염과 중이염, 폐렴과 경부림프절염, 기관지염이나 천식 등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헤이즈 인스타그램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엄마가 여드름 잘못 짜서 뇌수술 받은 딸

    엄마가 여드름 잘못 짜서 뇌수술 받은 딸

    중국의 한 여자아이가 코에 있는 여드름을 짰다가 뇌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아이의 여드름을 엄마가 청결하지 않은 손으로 짰기 때문이었다. 13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광저우 데일리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샤오메이(小美)가 지난 11일 5시간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샤오메이는 약 2주 전부터 졸림, 어지럼증과 고열에 시달렸다. 가족들은 단순히 감기에 걸린 것으로 생각했고, 초기 의료 상담에서도 독감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의 상태는 지난주 더 심해졌다. 두통과 구토를 반복했으며 3일 동안 식욕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가족들은 더 큰 대학병원으로 샤오메이를 데려갔다. 신경외과 전문의 시앙융성은 “아이는 아침에 병원으로 실려 올 때부터 거의 의식이 없었다. MRI 검사를 해보니 상태가 심각해서 오후에 응급 수술을 진행했다. 두개골 안쪽의 압력이 매우 높아 뇌탈출증(brain herniation) 초기 단계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마의 더러운 손이 아이의 몸에 심각한 항생제 내성균(MRSA) 감염을 유발했다”며 “두개골 속 고압은 뇌에 박테리아 또는 진균 감염으로부터 고름과 다른 물질이 모여 발생할 수 있다. 감염이 혈액 순환으로 아이의 뇌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아이의 뇌 오른쪽 측두엽 아래에 있던 고름과 종기를 제거했다. 한편 측두엽은 대뇌엽 중 하나로 전두엽과 두정엽의 아래에 있으며 시각과 청각 그리고 후각의 기능에 관여한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지역경기 다시 활기… 568명 이재민 “한 달째 텐트 생활 우울증”

    지역경기 다시 활기… 568명 이재민 “한 달째 텐트 생활 우울증”

    흥해체육관 등 대피소 4곳 이재민 언제 집으로 돌아갈지 기약없어“대피소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기분이 우울해지고 성격이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겨울 칼바람이 살을 에는 듯 차가웠던 12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50대 초반의 주부 조모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선뜻 말을 붙이는 게 미안할 만큼 피곤과 스트레스에 절어 있는 얼굴이었다. 지난달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지축을 뒤흔든 이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찾은 포항은 추위 때문에 더 쓸쓸해 보였다. 이재민 396명이 생활하고 있는 흥해체육관은 한산했다. 가장과 젊은이, 학생, 아이들은 일터나 학교, 유치원 등으로 가고 없었고 노인과 주부 여남은 명만 눈에 띄었다. 침실 역할을 하는 각자의 좁은 텐트에 누워 있거나 체육관 관중석에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포항시, 내주부터 지원금 지급 이재민 남모(71·흥해읍)씨는 “추위로 밖에 나가기가 힘들어 감옥 같은 대피소에서 지내자니 답답하고 미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50대 여성 이재민은 “여기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화병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피소에는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 놀이방(오전 8시~오후 9시 운영)은 있지만 어른을 위한 편의시설은 없다. 이 체육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황모씨는 “이재민들이 서로 신경이 예민해지다 보니 사소한 일로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시에서 이재민들이 궁금해하는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아 많이 답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추위는 피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 체육관엔 대형 온풍기 4대가 설치돼 돌아가고 있었고 텐트 바닥에는 온열 매트가 깔렸다. 체육관 내 화장실(남녀 각 6칸)과 세면장(남녀 각 1칸)은 이재민 전용 공간으로 바뀌었지만, 아침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체육관 한구석에서는 의료지원반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 이재민은 지진으로 집이 부분 파손돼 복구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정부가 피해 가구별로 지원하는 재난지원금은 전파 900만원, 반파 450만원, 소파 100만원인데, 이 돈으로는 피해를 복구하기는 부족하다는 게 이재민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금액마저도 아직 정부 예산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은 정부가 이번 주말쯤 예산을 내려보낼 계획이어서 다음주면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와 별개로 현재까지 340억원을 넘은 국민 성금으로 전파 및 반파 피해 가구별로 500만원(세입자 250만원)과 250만원(125만원)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흥해체육관을 포함해 현재 포항시엔 4곳의 대피소에서 모두 568명이 피난살이를 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피해가 너무 커 아예 철거를 해야 하는 주택의 이재민 524명(218가구)은 정부가 제공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민임대주택, 다가구주택, 전세임대 등에 임시로 이미 입주했다. 그중 128가구는 흥해읍 대성아파트 주민들이다. 시는 이날까지 이재민들을 위한 이동형 조립식 주택 12채를 추가 설치하고 빠르면 13일부터 입주시킬 계획이다. ●“또 지진 날라” 경로당에 사는 노인들 지진으로 철거 결정이 내려졌을 만큼 피해가 컸던 대성아파트를 가봤더니 흉물스러웠던 한 달 전 모습 그대로였다. 건물이 기울어진 E동의 중간 벽에는 금세라도 아파트가 두 쪽이 날 것처럼 큰 균열이 위아래로 나 있었다. 철제 베란다 난간이 구부러지고, 아파트 현관문은 아예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아파트 출입은 붕괴 위험으로 여전히 통제되고 있었다. 이 아파트의 철거 시기는 불투명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사유시설인 건물 철거를 위해서는 근저당권을 설정한 은행, 해당 주민과의 협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면서 “모두 쉽지 않은 문제여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앙지였던 흥해읍 망천리 181가구, 300여명의 주민도 심각한 지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조준길(70) 이장은 “주민 대부분이 노인이라 지진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면서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두통과 어지럼증, 이명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다”고 했다. 이런 불안감 탓에 혼자 사는 70~80대 여성 노인 8명은 경로당에서 숙식을 함께하고 있다. 경로당에서 만난 노인들은 “집에서 혼자 산다는 게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지진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지역 경기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한 달 전 손님이 뚝 끊겨 을씨년스러웠던 죽도시장에 가보니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허창호(47) 죽도시장연합회장은 “손님이 지진 전의 80%까지 회복된 것 같다”고 했고,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지진으로 한 달 가까이 장사를 못 해 손해가 컸지만, 다행히 지난 주말부터 손님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 직후 무더기 예약 취소 사태를 겪은 포항크루즈는 지난 9일과 10일 각각 310명, 390명이 찾아 지진 직후에 비해 3배 정도 관광객이 늘었다. 물론 지진 전 휴일 평균 1300명에는 아직 못 미친다. 지진으로 파손됐던 도로, 다리 등 공공시설물은 전부 복구가 완료됐다. 포항시는 이번 지진 피해액을 546억원으로 최종 집계했고 복구비는 총 1440억원으로 잡았다. 글 사진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알콜중독 치료제로 암을 치료한다고?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알콜중독 치료제로 암을 치료한다고?

    성기능 치료제인 비아그라는 사실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으로 개발됐습니다. 그렇지만 그 효과가 미미해 폐기하려다가 이 약을 먹은 사람들의 성기능이 개선되는 것이 확인돼 다른 방향의 치료제로 쓰이게 됐습니다.의약학 역사를 보면 이렇게 본래 목적 이외의 방향으로 쓰이는 약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알콜중독 치료제가 암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6일자에 체코 팔라키대, 덴마크 국립암연구센터,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스위스 성갈렌병원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입니다. 연구팀은 알콜중독을 앓고 있으면서 유방암에 걸린 38세 여성환자의 사례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여성이 알콜중독이 심했기 때문에 암 치료보다 알콜중독이 우선이었다고 합니다. 이 여성은 알콜 중독이 완치되지 않아 술 취한 상태에서 창문에서 추락사했는데 부검 결과 뼈로 전이됐던 암세포가 거의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복용했던 알콜중독 치료제는 ‘디설피람’이라는 약물로 술을 조금만 마셔도 두통과 호흡곤란, 구토 같은 부작용을 일으켜 알콜을 끊게 만드는 약물이라고 합니다. 그런 디설피람이 암세포를 없앤 것입니다. 덴마크-체코-미국-스위스-스웨덴 공동연구진은 디설피람이 암세포를 죽이는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입니다. 사실 1970년대부터 디설피람이 외과 수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는 사례들이 간혹 보고되기는 했지만 작용 메커니즘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과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에 암치료제로서 주목받지 못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제공동연구팀은 2000~2013년 사이에 암으로 진단받은 덴마크 국민 24만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디설피람의 항암효과를 최초로 확인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24만명의 암 환자 중 3000여명이 디설피람을 복용했는데 디설피람을 꾸준히 복용한 환자 1177명의 생존율이 디설피람을 중간에 끊은 환자들에 비해 34%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니 디설피람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유방암 뿐만 아니라 전립선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에서 효과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방암을 일으킨 생쥐를 대상으로 디설피람을 투여해서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특히 디설피람의 효과를 향상시키는 구리 보충제를 함께 투여했을 경우 효과는 극대화됐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디설피람이 암세포가 새로운 혈관을 만들고 자신의 세포를 주변으로 확장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암세포를 굶겨죽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디설피람의 항암효과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연구된 많은 항암치료법이나 치료물질들이 실제로 상용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상용화를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디설피람의 항암효과도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항암제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걸림돌은 디설피람의 특허권이 만료됐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항암제로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에 참여한 지리 바르텍 덴마크 국립암연구소 박사는 “이미 안전성이 승인된 약물에서 다른 효과를 찾아내는 것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하기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라며 “거대 제약사들이 구식 약물에 대해서는 특허권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edmondy@seoul.co.kr
  • 진통제 장기 복용하면 비만 위험 95% 높아진다 (연구)

    진통제 장기 복용하면 비만 위험 95% 높아진다 (연구)

    진통제가 신진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비만이나 고혈압 등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뉴캐슬대학 연구진은 당뇨와 뇌졸중, 심장질환 등을 이유로 약을 복용하는 환자 13만 3401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중 7423명이 편두통이나 허리 통증 등의 만성 통증으로 진통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연구 대상자들의 체중 및 건강상태를 분석한 결과, 장기간 진통제를 처방받아 복용한 사람은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비만 위험이 95%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당뇨나 심장질환, 뇌졸중 등으로 약을 복용하면서 만성 통증으로 인해 장기간 진통제를 복용할 경우 비만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 이밖에도 고혈압이 생길 위험도 63%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진통제가 진정제의 효능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운동하고자 하는 욕구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비만을 유발할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진통제는 불면증이나 수면 중 호흡방해 등의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하며, 이것이 비만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진통제가 다른 약물과 마찬가지로 약물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비만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면서 “특히 비만은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서 더욱 많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최신호에 게재됐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엄마 목소리에 혼수상태서 깨어난 딸

    엄마 목소리에 혼수상태서 깨어난 딸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 아이가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깨어나는 순간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칼라 레센디즈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8살 된 딸 홀리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앞서 홀리는 뇌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로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실려왔다. 의료진은 뇌 기능을 보호하고 고통을 덜어주고자 홀리에게 약물을 사용해 인위적 혼수상태를 유도했다. 얼마 뒤 칼라는 수술 후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하는 딸이 깨어나길 간절히 바라며 “아침으로 초콜릿 푸딩 먹을까? 점심으로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어때?”라고 말을 걸었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홀리가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브로콜리도 먹자”는 말에는 고개를 내젓기도 했다. 칼라는 딸 홀리의 손을 꼭 잡으며 감격했다. 영상이 공개되면서 지금도 병과 사투를 벌이는 홀리를 돕기 위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8일 현재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는 홀리를 돕기 위한 성금 1800여만원이 모금됐다. 사진·영상=Carla Resendiz/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알쏭달쏭+] 맛좋고 모양도 예쁜 ‘구미 비타민’ 몸에도 좋을까?

    [알쏭달쏭+] 맛좋고 모양도 예쁜 ‘구미 비타민’ 몸에도 좋을까?

    어린 아이부터 성인까지 간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젤리 형태의 구미 비타민이 실제로 우리 몸에 적절한 영양소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유명한 건강보조식품 정보사이트인 컨슈머랩(consumerlab)이 구미 비타민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시중에 판매되는 각기 다른 50가지 구미 멀티비타민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이중 80%가 기준에 비타민 보충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비타민 보충제 알약 대신 쫀득쫀득한 젤리 형태의 구미 비타민을 선호하는 경향이 큰데, 오히려 구미 비타민 겉면을 감싸고 있는 설탕 코팅제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비타민이 총 13종이며, 평소 식사와 비타민 보충제 등을 통해 필수 비타민을 섭취해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컨슈머랩 측은 사람들이 필수 비타민을 구미 비타민 보충제로 대체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미 비타민은 단 맛을 내기 위해 함유한 좋지 않은 성분이 포함돼 있어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이번 조사 대상에 오른 50가지 구미 비타민 중 12개 제품에서는 라벨에 명시돼 있는 비타민보다 평균 24% 적은 양의 비타민이 함유돼 있었으며, 대부분의 구미 비타민에 함유된 성분은 FDA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멀티 비타민은 다양한 비타민 영양소를 하나의 알약 또는 젤리에 응축해 놓은 것인데, 한 일부 구미 멀티비타민의 경우 비타민 B-1, 비타민 B-2, 비타민 K 등을 함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미국의 영양학자인 니키 오스트로워 박사는 현지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나는 내 환자들에게 구미 비타민을 추천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구미 비타민은 색소와 단 맛을 내는 시럽 등 인공 감미료가 다량 함유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구미 비타민에는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A가 과다 함유돼 있는데, 지용성 비타민의 과다 섭취는 현기증과 메스꺼움, 두통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특히 어린 아이들을 위한 구미 비타민의 경우, 구미 비타민 겉면의 설탕 코팅 때문에 아이들이 비타민을 과다 섭취할 위험이 높다”면서 “고농도의 당분이나 다른 인공 성분 등은 충치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비타민을 고를 때 젤리 형태의 구미나 인공 감미료, 색소가 포함돼 있지 않은 알약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태의 뇌과학] 우울증의 뇌과학

    [김태의 뇌과학] 우울증의 뇌과학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자살률이 높은 나라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높은 자살률의 이면에는 ‘우울증’이라는 질병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우울증 치료율은 매우 낮다. 2015년 항우울제 사용량을 국가별로 비교한 자료에서 우리나라는 28개 조사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낮았다. ‘정신력으로 버텨야지’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치료를 기피하다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우울증에 이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우울증이 일어나는 뇌과학적 이유와 치료 원리를 이해하면 병원을 찾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먼저 우울증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우울한 기분이 들거나 매사에 재미가 없어지는 것은 우울증에서 가장 흔하지만 과소평가되기 쉬운 증상이다. 소화불량, 두통, 과호흡, 가슴 답답함, 피로 등과 같은 신체 증상이 흔히 발생하는데 이런 증상을 보고 우울증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정신건강의학과 대신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먼저 방문해 먼 길을 돌아오는 우울증 환자들을 종종 본다. 어떻게 하면 우울증을 빨리 알아챌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는 ‘기간’이다. 우울한 감정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두 번째 단서는 증상의 ‘심각도’이다. 우울한 기분을 넘어 먹고 자는 기본적 삶의 기능에 이상이 온다면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우리는 사별, 실직, 힘든 대인관계, 업무 스트레스 등 다양한 심리적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급상승한다. 코르티솔은 뇌활동을 조절함으로써 스트레스 극복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코르티솔이 장기간 높은 농도로 유지되면 ‘세로토닌 뉴런’의 활성이 저하돼 우울증을 유발한다. 우울증에 걸린 뇌는 정상적 뇌와 다른 상태를 보인다. 특히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세로토닌은 수면, 식욕, 기분을 조절하고 통증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하며 농도가 낮아지면 우울증과 자살 위험을 높인다. 불안감을 높이는 ‘노르에피네프린’이나 의욕을 갖는 데 필요한 ‘도파민’도 우울증과 관련돼 있다. 약물치료는 이런 화학적 불균형을 바로잡아 정상적 뇌기능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준다. 우울증과 관련한 주요 뇌 부위를 꼽는다면 편도체, 시상, 해마가 있다. 편도체는 감정과 관계가 많은 부위로 분노, 쾌락, 슬픔, 공포, 성욕 등을 관장한다. 우울증에서는 부정적 자극에 특히 편도체 활성이 크게 증가한다. 시상은 감각정보를 대뇌피질로 전달하는 정거장 역할을 하는데 이는 양극성장애와 관련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해마는 장기기억, 회상에 중요한 뇌 부위인데 우울증 환자의 해마 크기는 10%가량 작다. 스트레스에 의해 새 신경세포 생성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항우울제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고 2~3주가 필요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항우울제를 복용한 뒤 기분이 좋아지려면 새 신경세포가 만들어지고 신경망 연결성이 강화돼야 한다. 항우울제 치료 초기에는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우울증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단계는 우울증을 병으로 인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울증 치료법은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가 치료를 위해 문을 두드릴 수 없다면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조기 진단, 조기 치료로 우울증을 빨리 극복하고 다시 행복한 일상을 찾게 되는 사례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 [서울광장] ‘그런 세상’과 청춘의 값/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런 세상’과 청춘의 값/황수정 논설위원

    ‘근원 수필’을 뒤적이다 명치가 아팠다. 머릿속이 엉킬 때 두통약 대신에 읽고 또 읽는 책이다. 월북 화가 근원(近園) 김용준의 수묵담채 같은 문장은 언제나 위안이다. 그런데 새삼 거슬리더니 명치 끝에 딱 걸려 내려가지 않는 대목은 이렇다. “예나 이제나 공부라고 한다는 사람들은 모조리 그렇게 빈복(貧福)을 타고났는지, X선생도 몇날 며칠이나 군불 맛을 못 봤는지 올올 떨고 앉았으면서도 입만은 살아서 칸트가 어쩌니 헤겔이 어쩌니 하고 떠들고 있었다.”가난이 복이라니. 공부와 가난복이라니. 형용모순에 이율배반. 근원이 알던 X선생은 현실에는 없어진 전설의 인물이다. 보일러 터진 방에 살아서는 칸트를 애초에 만날 수 없다. 밥 먹여 주지 않는 철학 따위에 눈 돌릴 새가 없다. 입만 살아 헤겔을 말할 배짱은 더더구나 없고. 그 좋았던 근원이 명치에 걸린 것은 지난주다. 지난주의 주인공은 단연 수능 수험생들이었다. 야단법석 한쪽에 초라한 조연이 있었다. ‘행인 1’쯤 되는 열아홉살 이민호. 현장실습 중 압착기에 눌려 숨진 특성화고 3학년생이다. 또래들이 수능을 본 날 이군의 빈소는 차려졌다. 생수 공장에서 고장 난 기계 주변을 혼자 서성이는 열아홉살이 자꾸 눈에 밟힌다. 특성화고는 예전의 공업고다. 특목고를 죽이든, 일반고를 살리든, 절대평가를 도입하든,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이 불공정하든 딴 세상 이야기다. 그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사는 꿈을 꿀 뿐이다. 얼마나 순진한 꿈이었는지는 졸업반에 현장실습을 나가서야 안다. 전공과 상관없이 주당 70시간의 노동을 감당하기 일쑤다.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수당을 합쳐 봤자 월급은 100만원 남짓. 말도 안 되는 이 현실마저 목숨을 잃어야 겨우 한마디씩 세상에 고발할 수 있다. 지난해 지하철 구의역의 김군이 그랬고, 올 초 통신사 콜센터에서 ‘콜 수’를 못 채웠던 홍양이 그랬다. 겨우 열아홉살들이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우리들의 위선을 우리는 모두 못 본 척 보고 있다. 학벌사회를 극복하자면서 현실의 손가락은 엉뚱한 곳을 가리킨다. 이군 엄마의 눈물에 엄마들은 냉가슴을 쓸었다. “어떻게든 내 자식은 대학을 보내서 다행”이라고. 청춘의 값이 이렇게 초라할 수가 없다. 정부의 모르쇠 반응은 이상할 정도다. 교육을 빙자한 노동력 착취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진작에 매를 들어야 했다. 표준협약서를 작성하는 현장 실습장의 지침이 휴지 조각이라는 사실은 교육부가 더 잘 안다. 그런 교육부는 이군이 사경을 헤매던 지난주 직업계 고교의 취업률이 또 올랐다고 자랑했다. 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목매도 정책이 콧방귀도 안 뀌는 이유가 있다. 비정규직, 알바, 학종, 로스쿨만 일별해도 가늠된다. 청년 문제들은 기회의 차별이 논쟁의 근간이다. 서민들은 발을 굴러도 정책이 맹탕에 뒷북인 이유는 하나. 정책 제조자들의 발등에 그 불이 떨어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에게 비정규직 아들딸이 있을까. 시급 몇십원을 따지는 알바생 자녀가 있을까. 학종이 금수저들에게 불리한 흙수저 전형이었다면 득달같이 손질됐을 것이다. 서울대 교수가 고등학생 아들의 이름을 자신의 논문 수십 편에 공저자로 올린 끔찍한 자식 사랑은 ‘실화’다. 실력자 아버지가 뒷심을 써줄 수 있는 ‘보험’이 아니라면 로스쿨 제도는 진작에 대수술됐을 것이다. 합리적 의심의 배경은 도처에서 쉬지 않고 불거진다. 천신만고 끝에 마무리된 내각에서도 징후들은 차고 넘쳤다. 인사검증에서 수십억 연봉이 논란이 되자 어느 장관은 “그런 세상이 있다”고 눙쳤다. ‘그런 세상’의 성문 바깥에 사는 열아홉 청춘들이 추운 광화문광장에 나왔다. 현장 실습장에서 기계부품만은 안 되게 해 달라고 매달린다. 몇날 며칠 군불 맛을 못 봐도 입만은 살아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 그래야 청춘인데. 청춘을 이보다 더 헐값에 후려쳐 넘기지는 말자. 교육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이 따뜻한 빵처럼 정책을 반죽하면 된다. 내 아들딸의 목구멍으로 넘어갈. sjh@seoul.co.kr
  • ‘소리 없는 살인자’ 일산화탄소 주의보

    ‘소리 없는 살인자’ 일산화탄소 주의보

    2016년 3월 9일 오후 4시쯤 강원 평창군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교사 A씨는 연락 없이 무단결석한 학생 집을 방문했으나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사 결과 피해자의 혈액과 실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일산화탄소(CO) 농도가 측정됐다. 가스보일러 배기관을 닫는 마개는 이탈된 상태였다. 집 내부로 통하는 베란다에는 작은 틈새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쪽으로 유해가스가 들어와 일가족을 사망케 한 것으로 추정된다.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2012~2016년 26건의 가스보일러 사고가 발생해 18명이 사망했다. 부상자 61명을 포함하면 사상자는 총 79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있었다. 일산화탄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농도(ppm)별로 다르다. 1600ppm이 넘어가면 노출된 지 20분 만에 두통과 메스꺼움 증상이 나타나며 2시간 이후엔 사망한다. 농도가 짙으면 사망까지 걸리는 시간은 급격히 줄어든다. 2015년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가구에서 사용하는 난방의 84%는 개별난방이었다. 이 중 도시가스 보일러를 쓰는 가구가 7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5년간 발생한 가스보일러 사고(26건) 가운데 배기관 이탈 등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69%(18건)로 가장 많았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보일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수칙을 공개하며 꼼꼼한 점검을 당부했다. 가스보일러실은 유해가스가 실내로 들어오지 않도록 항상 환기하고 배기관이 빠지거나 찌그러지진 않았는지 확인한다. 보일러 가동 시 소음, 진동, 냄새가 평소와 다르진 않은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상이 생기면 전문가에게 점검을 요청한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휴대전화 진동에도 깜짝”… 일반 주민도 심리지원

    전문가 63명 심리지원단 구성 24시간 전화상담… 불안 치료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시민들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재민뿐만 아니라 일반주민에 대한 심리지원 서비스도 하기로 했다. 21일 포항시 재난종합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진 이후 포항 남·북구 보건소 등에는 극도의 불안 증세와 피로감, 우울, 기억력 장애 등을 호소하는 주민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따라 시 재난대책본부는 심리상담 전문가 등 63명으로 심리지원단을 편성해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한 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 19일까지 포항 남·북구 보건소와 항도초등학교, 흥해남산초등학교, 흥해공고 등 8곳에서 258건의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포항 보건소 관계자는 “대부분 밤에 잠을 못 자 두통과 땅이 흔들리는 듯한 어지럼증, 이명을 호소한다. 일부 주민은 상담 중 불안증을 호소하다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대책본부는 21일부터 24시간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19)도 운영한다.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 수가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50여 차례 여진에 이어 지난 19일 밤부터 20일 새벽 사이 규모 3.5 이상의 여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번 강진의 진앙인 흥해읍 망천리 주민들은 “집 바닥이 울렁거리는 것 같아 누워 있지 못하겠다”, “휴대전화 진동 등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신경이 곤두선다”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망천리 조준길(70) 이장은 “지진 당시 크게 놀란 마을 주민 대부분이 70~80대 고령이어서 증상이 더욱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진에 의한 심리적 불안을 덜어주고자 지역주민에 대한 심리적 지원도 한다고 밝혔다. 기존 포항 현장 심리지원단에 5개 국립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등 의료진 19명을 추가 배치해 이재민뿐 아니라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재난 심리지원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현장심리지원단은 불안과 걱정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는 고위험군을 최우선으로 관리하되 재난 심리지원 단계에 따라 일반 주민에게도 ‘찾아가는 심리지원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서울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엄마~ 집에 언제 가?

    엄마~ 집에 언제 가?

    붕괴위험 큰 건물 16곳 출입 통제 여파1000여명 북적… 두통·어지럼증 호소 세면장 단 1곳·화장실도 부족 ‘곤욕’“수능 치를 고3 아들 친척집 보내” “어디서 ‘쿵’ 하는 소리만 나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두통과 어지럼증이 심합니다.” “며칠째 씻지도 못한 채 쪽잠으로 버티고 있는데,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 더 막막합니다.”17일 정오쯤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앞 주차장.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집이 파손돼 피신해 온 이재민들이 찬 짜장면 점심을 배식받으러 찬 바람을 맞으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마치 전쟁터 난민촌처럼 보였다. 흥해읍 한동맨션 등 피해가 심한 북구 빌라, 건물 등 16곳에는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졸지에 보금자리를 잃은 1000여명이 이 체육관에서 사흘째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바깥이 워낙 쌀쌀해서 그런지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니 온기가 느껴져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배식받은 짜장면을 쭈그려 앉아 먹는 이재민들 사이에 모포를 덮어쓴 채 잠을 자는 주민들도 보였다. 체육관 한쪽에서는 봉사 나온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고 약을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김지영(42)씨는 “고등학생 딸이 지진을 겪고 얼굴이 백지장처럼 변했다”며 “계속 어지럽고 속이 좋지 않다고 한다”고 걱정했다. 앞서 16일 0시 22분쯤 ‘쿠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여진이 발생하자 체육관 이곳저곳에서 “어머” 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김보경 포항의료원 간호사는 “어제 하루만 이재민 100여명이 두통과 어지럼증, 화상 등으로 약을 받았다”며 “추운 체육관 바닥에 핫팩을 깔고 자다가 화상을 입은 환자도 있다”고 전했다. 제대로 씻지 못하고 옷을 못 갈아입는 것도 큰 고충이다. 이 체육관에는 세면장이 한 곳밖에 없어 바로 옆 흥행읍사무소 세면장을 겸용하고 있지만 1000여명이 이용하기엔 역부족이다. 아침이나 저녁이면 세수와 양치를 하려는 이재민들로 북새통이다. 일부는 좀더 멀리 떨어진 요양병원까지 가서 씻는다. 화장실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아침마다 곤욕을 치른다. 낮시간에는 노인과 주부, 어린아이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직장인들은 출근했다가 밤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일부 젊은이들은 아예 직장 근처 찜질방, 모텔이나 혼자 사는 동료 집에서 숙박을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권용남(68·여)씨는 “아파트 아래위층에 함께 살던 아들, 딸까지 가족 13명이 모두 대피했다”며 “대피소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권씨는 “집에 두고 온 혈압약을 가지러 어제 잠시 집에 갔는데 아수라장이었다”며 “혹시 집이 무너질까 겁나 안방에서 약만 가지고 급히 나왔다”고 했다. 김명호(67·여)씨는 “속옷을 챙기러 집에 잠시 갔다가 벽에 금이 가고, 거울과 병이 깨져 있는 것을 보고 발을 들여놓을 수 없어 그냥 돌아왔다”며 “다시 집을 짓지 않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실제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에 직접 가 보니 포탄을 맞은 듯 파손이 심했다. 건물 외벽이 무너지고 철근이 휘어져 튀어나와 있었다. 아파트 계단과 벽 곳곳은 손가락 몇 개가 들어갈 정도로 쩍 벌어져 있었다. 실내는 천장이 뜯기고 벽이 비틀려 갈라지고 바닥이 패여 아수라장이나 다름없었다. 가만히 서 있으면 흔들거리는 느낌이 날 정도였다. 이경자(50·여)씨는 “고3 수험생 아들은 이곳에서 공부할 상황이 안 돼 포항 시내 친척 집에 보냈다”며 “아들이 전화를 해 오면 ‘컨디션 조절 잘하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기쁨교회 임시대피소에도 72명의 대학생이 피신해 있다.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나가는 등 큰 피해를 본 한동대와 선린대 학생들이다. 신다인(21·여)씨는 “혼자 사는 원룸에 있기 무서워 여기로 왔다”며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마음이 좀 놓인다”고 했다. 김혜민(22·여)씨는 “다른 지역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오늘 고향으로 갔다”고 전했다. 포항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정부, 포항에 특별교부세 40억 긴급 지원

    이낙연 총리 “현장 중시 방향 대처” 포항 지진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16일 포항 지역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재난안전특별교부세 40억원을 집행하는 한편 피해가 우려되는 원전과 철도, 도로, 통신 등 국가기반시설을 일제 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원전 인근 주민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원전의 안전성을 점검해 그 결과를 주민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포항 지진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지진 피해와 대처 상황을 점검하고 이 같은 대책을 논의, 확정했다. 이와 관련,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의 건의를 받은 국무총리 지시에 따라 포항시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40억원을 긴급 지원하게 됐다”며 “특별재난지역 선포 관련 사항도 조속히 검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포항시의 경우 피해액이 90억원이 넘으면 선포할 수 있다. 초기 조사 과정에서 선포 기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확정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던 경주와는 달리 포항은 도심지여서, 교량 등 공공시설물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피해액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이날 오후 포항시청 재난상황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시장께서 명백하게 요청을 하셨으니까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되도록, 일정한 절차는 필요하지만 그런 방향으로 중앙에서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도 “현재는 이재민의 심리적 안정에 더 신경을 쓰고 있지만, 특별재난안전지역 선포 과정에 대한 절차도 밟아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15일 지진 발생 직후 재난응급의료상황실(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을, 이날부터 현장 심리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국립부곡병원과 경북·포항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포항 현장심리지원단’이 피해지역에 급파됐다. 지진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불안과 걱정 등 정신적 증상에 대해 상담해 주고 불면증과 두통 등 신체적 증상을 치료하고 있다. 국립부곡병원으로 연락을 취하면 유선으로도 간단한 상담과 심리지원단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 총리는 관계장관회의에서 “관련 부처가 지시를 남발하지 말고 매뉴얼대로 하되 현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는 또 “원전과 그 관계 기관들은 상황이 완전 종료될 때까지 비상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대입 수험생들의 상처나 동요가 없도록 하고, 많은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염려하는 수능 시험지 보관 문제는 100% 완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서울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캄보디아서 설사약 먹고 사망한 두 여성 관광객

    캄보디아서 설사약 먹고 사망한 두 여성 관광객

    두 여성 배낭 여행객이 캄보디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일간 크메르타임스는 15일(이하 현지시간) 캄폿에 있는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영국인 관광객 나탈리 시모어(22)와 캐나다인 아비게일 아미술라(27)가 시체로 발견됐으며 현재 사인은 설사약 과다복용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시모어는 14일 “몸이 좋지 않아 약을 사러 나가야겠다”며 자신의 어머니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친구 아미술라와 함께 먹은 음식 중 상한 게 있었는지 두통과 설사가 반복되자 근처 약국에서 약을 사 먹었다. 두 여성은 한숨 자고 나면 가뿐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관계 당국은 두 관광객이 약을 과다복용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지 경찰서장은 “현장에서 두통과 어지럼증이 있을 때 먹는 약을 발견했다. 친구들의 증언을 토대로 증상을 한 번에 잠재우기 위해 너무 많은 약을 먹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추측일뿐 아직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타살과 자살 가능성은 제외했다. 몸에서 멍이나 어떠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고, 오후 3시쯤 게스트하우스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시모어의 어머니는 “딸이 여행을 굉장히 좋아했고, 지난해 발리에서 알게 된 아미술라와 함께 캄보디아행 편도 티켓을 구매해서 떠났다. 세계를 누비던 딸은 항상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하러 가는지 말해줬다”며 “그런 딸이 영영 살아 돌아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며 비통해했다. 사진=인스타그램(나탈리시모어)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포항 지진 ‘공포’…시민들 여진 걱정에 체육관 등에서 뜬눈으로 밤새

    포항 지진 ‘공포’…시민들 여진 걱정에 체육관 등에서 뜬눈으로 밤새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고 여진이 계속되면서 포항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시민들은 이번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흔들리는 공포를 겪어, 지진이 또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진앙인 북구 흥해읍에서는 주민 800여명이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해 밤을 맞았다. 강진으로 흥해읍 대성아파트 5층짜리 1개 동 건물은 뒤로 약간 기울어졌다. 인근 원룸 주차장 기둥도 금이 가고 뒤틀렸다. 진앙인 망천리에서는 높이가 일반 성인 어깨에 이르는 담이 수m씩 무너져 내린 집이 곳곳에 보였다. 일부 집은 벽면 타일이 떨어져 나갔다. 담이 무너져 차도 부서졌다. 마을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샘물은 지진으로 흙탕물로 변했다고 한다. 남편, 아들과 함께 체육관으로 온 주민 손경숙(55·여)씨는 “사는 3층 건물 외벽과 계단에 금이 많이 갔다”며 “지진이 나고 밖으로 대피했다가 다시 들어가기 무서워 이곳으로 왔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동생 등과 대피한 김윤정(22·여)씨는 “지진으로 집안 유리창이 깨지는 등 완전히 엉망이 됐다”며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안전하다는 생각에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주민 수 십명은 두통,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체육관 안 사무실을 찾아 약을 받아갔다. 한 남성은 아픈 딸(17)을 데려오며 “지진이 나고 아이 얼굴이 백지장으로 변했다”며 “계속 어지럽고 속이 좋지 않다고 한다”고 걱정했다. 16일 0시 22분쯤 ‘쿠쿵’하는 소리와 함께 여진이 발생하자 체육관 이곳저곳에서 “어머”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곳에서 약을 나눠주고 있는 포항시약사회 이문형 회장은 “지진을 경험한 주민 불안 증상이 오래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나가는 등 큰 피해를 본 한동대와 선린대 학생들은 인근 기쁨의 교회에 마련한 임시대피소로 피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좀처럼 잠을 청하지 못했다. 대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놀란 가슴을 가라앉혔다. 한동대 재학생 신다인(21·여)씨는 “혼자 사는 원룸에 있기 무서워 교회로 나왔다”며 “잠을 잘 수는 없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A(23·여)씨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여기저기서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다른 지역에 사는 학생은 불안한 마음에 대부분 오늘 고향으로 간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2층 상가 건물과 아파트 내부 곳곳에 금이 간 피해를 본 창포동 한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중학교에 간이 천막을 치고 늦은 밤까지 머물렀다. 이곳에 머물던 한 주민은 “여진이 계속 발생해 불안하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집에 들어가는 것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불안으로 집 대신 커피숍, 편의점 등에서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는 시민 등이 포항 곳곳에서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따로 노는 눈” 사시 환자 절반은 9세 이하 아동

    “따로 노는 눈” 사시 환자 절반은 9세 이하 아동

    지난해 진료인원 13만명…5년간 연평균 2.0% 증가“머리를 돌리고 사물 보거나 밝은 빛에 눈 찡그리면 검사해봐야” 두 눈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시’(斜視) 환자의 절반이 9세 이하 아동인 것으로 나타났다.사시는 소아에게 흔히 나타나지만 방치하면 시력 발달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국내 소아의 2%에서 사시 증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빅데이터에 따르면 사시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1년 11만 9000명에서 2016년 13만 2000명으로 5년간 연평균 2.0% 증가했다. 어린 아이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사시는 좌우의 시선이 일치하지 못해 양쪽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연령대별 진료현황을 살펴보면, 9세 이하가 6만 7000명(50.9%)으로 가장 많았다. 10대(3만 6000명, 27.3%), 20대(7000명, 5.4%), 30대(4000명, 3.0%) 등 순이었다. 10세 이하 환자를 세분해서 보면 9세 아동이 7885명으로 가장 많았고, 6세 7328명, 5세 7273명 순이었다. 사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영아사시는 생후 6개월 이전에, 조절내사시(안구가 원시를 극복하려고 조절을 하면서 발생하는 질환)는 18개월 전후에 나타나며, 간헐외사시(한눈 또는 양눈이 교대로 가끔 바깥으로 돌아가는 질환)는 3∼4세 전후에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시 증상은 한 눈이 코나 귀 쪽으로 향해 있고 눈의 초점이 풀려 보이거나 햇빛이나 밝은 빛을 볼 때 한눈을 찡그리는 것이다. 또 눈의 피로나 두통을 호소하고 사물을 볼 때 머리를 한쪽으로 돌리고 보거나 머리를 한쪽으로 갸우뚱하게 기울이는 버릇이 있으면 사시를 의심해봐야 한다. 김혜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안과) 교수는 “출생 직후 나타나는 영아사시는 생후 4∼5개월경부터 수술이 가능하고, 늦어도 2세 이전에는 수술하는 것이 좋다”면서 “조절내사시는 안경 착용이 원칙이고,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사시는 증상의 빈도와 사시 각을 고려해 치료 시기를 결정하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 초등학교 입학 전에 교정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성인에게는 뇌 신경 마비에 의해 사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갑상선 질환, 안와질환으로 안구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근육에 이상이 생겼을 때, 신경전달 근육 이상인 근무력증 같은 전신질환이 발생할 때 사시 발생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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