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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말라야 미답봉 가르침 기대돼요”이달말 카조리봉 도전 여성산악인 김주미씨

    “아무도 밟지 못한 처녀봉에 도전하게 돼 가슴이 설렙니다.” 여성 산악인이 히말라야 산맥의 미답봉인 카조리(Kyajori·6151m)봉 암벽등반에 도전한다. 김주미(27·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졸업)씨가 주인공. 김씨는 이달 말부터 30일간 일정으로 모교 산악부와 함께 카조리봉에 오른다. 5000m까지는 걸어서 등반한 뒤 나머지 1000여m 구간은 암벽을 오르게 된다.카조리봉은 지난해 네팔에서 개방한 103개 미답봉 가운데 하나.아직 아무도 정상을 밟지 못했다. 이번 등반팀은 산악부 재학생 4명과 졸업생 7명으로 이뤄졌다. 29일 네팔로 떠나는 등반팀은 지난해 여름부터 북한산 인수봉과 도봉산 선인봉의 암벽을 오르내리며 이번 산행을 준비해왔다.김씨는 “대학 때부터 산에 다녔기 때문에 큰 두려움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1997년 대학에 입학한 직후 산악부에 몸담은 김씨는 2년 뒤 해발 2997m인 일본의 설산 쓰루기다케(劍岳)를 등정했고,2001년에는 등반대장을 맡아 백두산 천지까지 동계 설산 훈련을 이끌었다. 그는 “한걸음씩 정상을 향해올라가다 보면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고,차츰 마음이 넓어진다.”면서 “히말라야의 미답봉이 어떤 가르침을 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합
  • “未堂의 詩 - 행적 따로 평가 받아야죠”/36년만에 교정 떠나는 서울대교수·시인 황동규 씨

    이사를 앞둔 탓이었을까.이번 여름을 끝으로 36년 만에 교정을 떠나는 서울대 황동규(黃東奎·65) 영문과 교수의 연구실은 좀 어수선하게 느껴졌다.하지만 베토벤 현악 4중주의 바이올린 선율과 오래된 책 냄새가 떠도는 방에서 따뜻하면서도 형형한 눈빛을 한 황 교수는 ‘시인마을 촌장’의 품위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만해(萬海)와 소월(素月),그리고 미당(未堂)의 궤적을 잇는 한국 서정시가의 ‘적자(嫡子)’ 황 교수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서정시의 기본이 바로 ‘사랑 노래’죠” 황 교수 작품의 스펙트럼은 40여년 시작(詩作)의 세월 만큼 다양하다.‘즐거운 편지’,‘조그만 사랑노래’ 등의 사랑시부터 시작,‘계엄령 속의 눈’,‘삼남에 내리는 눈’ 등 암울한 독재 시절을 배경으로 한 참여시의 경지까지 나아갔다.80년대 이후로는 ‘풍장’ 연작시와 시집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등을 통해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몇년 전 영화 ‘편지’로 널리 알려진 황 교수의 ‘즐거운 편지’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대중적이면서도 평론계에서도 높게 평가받는 그의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즐거운 편지’는 고려가요 ‘가시리’로부터 내려오는 ‘기다림’이라는 한국 사랑노래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면서도 “6·25 전쟁 직후 풍미하던 실존주의의 영향으로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는 사랑에 대한 새로운 자세가 나타났다.”고 자평했다.사랑 역시 시간의 흐름에 소멸한다는,자연 법칙 앞에서는 무기력하다는 말이었다. 왜 결국 사라지고 마는 사랑과 죽음에 줄곧 매달렸을까.황 교수는 “‘사랑과 죽음’은 삶의 앞뒷면을 보여준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그는 “끝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랑이 의미가 있는 것처럼,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의미 있는 법”이라면서 “고통을 받아들여야 결핍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 시의 핵심 개념은 ‘홀로움’.황 교수는 “외로움은 수동적으로 혼자 남겨진 상태지만 홀로움은 선택에 의해 혼자 있는 것”이라면서 “홀로움은 결국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사회망의 기초가 된다.”고 말했다.홀로움이 개인성의 극대화로 해석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미당에게 무언의 시위를 했다” “고은 선생의 미당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미묘한 질문을 던졌다.황 교수가 미당의 추천으로 5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을 뿐 아니라 평소 가장 존경하는 시인으로 미당을 손꼽아 왔기 때문이다.지난해에는 모 신문사에서 제정한 미당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친일 행각은 접어두더라도 80년대 초 군사독재 정권에 아부하던 미당의 행적은 용납하기 어려웠다.”면서 “당시 평론가 고(故) 김현 선생과 매년 다니던 세배를 2,3년동안 다니지 않는 등 미당에게 무언의 시위를 했다.”고 회상했다.황 교수는 그러나 “시인의 삶에 문제가 있다고 시가 엉터리라고 하는 것이나,시가 좋으니까 과거의 것을 일절 묻지 말자고 하는 것은 둘 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친은 제 문학의 표본입니다” 황 교수의 아버지는 ‘소나기’와 ‘목넘이 마을의 개’를 지은 소설가이자 오랫동안 경희대에서 교편을 잡았던 고(故) 황순원 선생이다.보기 드문 ‘부자 문학가’인 셈이다. 인터뷰 내내 황 교수는 선친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렸다.선친의 그늘에서부터 헤어나오기 위해 나름대로 싸워왔기 때문이다.“선친은 소설 외에는 다른 글을 쓰지 않은 깨끗한 선비 같은 분”이었다고 황 교수는 떠올렸다.수필 등 체취가 묻어 나오는 ‘잡문’을 써 온 것도 문학적 스타일을 세우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그러나 선친에 대한 존경심 만큼은 지울 수 없었다.황 교수는 “대학 시절 회현동 2층 집에서 새벽녘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1층에 내려갔을 때 서재에서 불을 밝힌 채 창작에 매달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면서 “선친은 예술인의 엄격함을 보여준,내 문학적 인생의 무시할 수 없는 표본”이라고 떠올렸다. ●“젊어지려고 노력합니다” 사람은 쉽게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법.슬쩍 ‘즐거운 편지’의 대상이 됐던 분의 근황에 대해 물었다.황 교수는 “선친이 서울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 동료 선생님의 딸”이었다고 들려줬다.“결혼한뒤로 미국에 이민 간 그분을 한국에서 몇 번 만나 술도 마셨지만 예전의 감정이 안 오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황 교수는 올해는 아무것도 안 할 계획이다.“잠시라도 쉬고 싶다.”는 게 이유다.문단에서 꼽히는 ‘여행광’이지만 무작정 떠나는 일도 자제할 생각이다.시도 억지로는 안 쓸 참이다. 황 교수는 정년을 앞둔 ‘할아버지 교수님’이지만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편이다.점잖으면서도 멋있다는 게 그 이유다.종종 이메일로 ‘팬레터’까지 받을 정도다.황 교수는 “언제나 젊어지려고 노력한다.”면서 “학생들에게 너무 논리에만 얽매이지 않고 감수성도 중요하다는 점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후세인 두아들 사망 이후 / 이라크 지하항전 큰 타격

    리카르도 산체스(사진)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은 22일(현지시간) 후세인의 두 아들이 미군의 급습을 받고 6시간 동안 격전을 벌인 끝에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산체스 중장은 23일 우다이와 쿠사이 등 후세인의 두 아들의 치아 기록,X레이 사진,전직 고위 관리 4명의 확인 등을 통해 사살된 증거를 이라크인들에게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6시간 격전 끝에 사살 미군측의 설명에 따르면,미 육군 제101 공중강습사단은 21밤 이라크인으로부터 우다이와 쿠사이가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380㎞ 떨어진 모술의 한 저택에 은신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다음날인 22일 오전 9시 소규모의 미군 병력이 해당 저택을 방문,수색 허가를 요청했으나 거주민들이 이를 거절하자 미군은 거대 병력을 출동시켰다. 격전은 100여명의 제101 공중강습사단 소속 군인들이 도착한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저택을 둘러싼 미군이 공격을 시작하자 안에서도 소총으로 반격을 시도했다. 미군은 헬기를 동원해 로켓을 발사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모술은 수니파 거점도시 이들이 은신해 있던 모술은 시리아와 이란에서 176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후세인 추종 세력들의 거점도시다.때문에 후세인 정권이 축출된 후,사담 후세인 등 이라크 지도자들이 이 지역에 머물면서 주변 아랍국의 도움을 받으며 시리아 국경을 넘나든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머물던 저택 역시 후세인의 사촌 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으나 정확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연합군의 지명수배자명단 2,3순위에 해당하는 차남 쿠사이와 장남 우다이에게는 현상금이 각각 1500만달러가 걸려 있어 이들의 행방도 누군가에 의해 신고된 것으로 보인다. ●저항세력 약화 불가피 미 정가는 이번 작전이 이라크전 개전 이후 최고의 전과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또 이라크 철권통치의 상징이었던 우다이와 쿠사이가 사망함에 따라 이라크 내 저항세력이 위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후세인 정권 하에서 중추기구를 장악하며 후세인 체제를 견인해 온 양대 축으로 이라크 국민들은 전후에도 이들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다.따라서 우다이와 쿠사이의 사망은 후세인 체제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공포를 떨치지 못했던 이라크 국민들의 민심을 수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사망으로 후세인 추적이 어렵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후세인 잔당세력의 기습공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연합군의 사기가 회복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인들에게 낭보”라며 “후세인 정권이 끝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신시켜 주는 일”이라고 환영했다. 또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세계경제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수평사회를 만들자]제3부 경찰과 시민 (2)서민엔 ‘당당’ 권력엔 ‘굽실’

    최근 무기거래상 김영완씨 집 강도 사건을 지켜본 국민들은 추문의 실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청와대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화에 경찰의 수사라인은 엉망진창이 됐고,수사팀은 사설탐정처럼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움직였다.청와대와 연관된 사건이라는 이유로 상부보고 절차마저 생략됐다. 결국 이 사건으로 한 지방경찰청장이 직위 해제됐고 퇴직한 고위간부의 명예가 깎이는 등 경찰의 위신이 큰 손상을 입었다.하지만 더 큰 상처는 힘없는 서민들의 가슴에 새겨진 불신과 박탈감이었다. ●강자에 약한 경찰 김영완씨 집 강도 사건은 정치권력의 입김에 취약한 경찰조직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청와대에 파견된 경위의 한마디에 경찰 수뇌부는 사건수사를 비밀리에 진행토록 수사팀에 지시하는 등 사건은폐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이 권력의 ‘사병집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들끓었다.4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관집 절도사건’도 경찰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보다 권력자의 비리를 덮는 데만 급급한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권력층에 약한 경찰이지만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성균관대 행정대학원 문광식씨의 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거주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2%가 경찰이 고압적이거나 부정부패와 관련된 기관이라고 응답했다.또 서민들 상당수는 범죄 피해를 입더라도 경찰서 찾기를 꺼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1년 범죄 피해를 입은 가구 가운데 경찰에 신고한 가구는 31.5%에 머물렀다. ●중립 보장할 제도적 장치 취약 전문가들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경찰의 모습이 110년 역사를 통해 구조화된 태생적·제도적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백형조 전 경찰대학장은 “여러차례 개혁시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취약하다.”면서 “인사에 민감한 고위간부들은 집권자나 정치적 실세를 의식하고 간섭에 순응하는 직무자세가 체질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난 91년 치안본부가 내무부의 외청인 경찰청으로 전환되고,주요정책을 심의 의결하는 경찰위원회가 설치됐다.하지만 위원회의 지위와 권한 미비,위원들의 신분적 한계 등으로 유명무실한 처방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과장급 간부는 “초급간부가 청와대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청장과 독대할 수 있는 곳이 경찰조직”이라면서 “진급 심사에서 ‘물’을 먹지 않기 위해서는 ‘실세’나 상급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규제·단속 중심의 ‘관권경찰’ 국민을 봉사와 서비스의 대상이 아니라 통제와 단속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는 서민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이다. 지난달 사기피해를 입고 서울 K경찰서를 찾아갔던 김모(34)씨는 수사관의 무성의하고 불친절한 태도에 불쾌감만 느끼고 돌아와야 했다. 한 외국계 어린이 영어교재회사와 지역 총판 계약을 맺었던 김씨는 회사측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바람에 10억원의 피해를 입고 회사 대표를 사기혐의로 고발했다. 김씨는 이 회사가 처음부터 고의적으로 속였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사건을 접수한 수사관은 자세한 설명없이 “형사처벌이 안된다.”며 당사자간 합의를 종용할 뿐이었다.김씨는 “경찰이 아니라 가해자의 변호인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친척 중에 국회의원 보좌관 한 명만 있었어도 그런 대접을 받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식민지시대 경찰에서 유래된 권위주의적 치안행태가 군사정부 시기를 거치며 한국경찰을 서비스 중심의 민권경찰이 아닌 규제와 단속 중심의 관권경찰로 고착시켰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치안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이 2001년 실시한 ‘사회안전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서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이 56.6%로 ‘느끼지 않는다.’의 17.3%보다 3배 정도 높았다.또 ‘치안상태가 안전하다.’는 응답은 10.5%에 그친 반면 ‘보통이다.’‘불안하다.’는 응답은 44.1%,45.4%에달했다.백형조 전 학장은 “한국보다 강력범죄 검거율이 훨씬 떨어지는 미국이나 영국·일본 등 치안 선진국에서는 ‘치안상태가 불안하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10∼30%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임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은 외국에 비해 시국치안과 행정지원 부서의 인력이 과도하게 많다는 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 경찰에서 정보·보안 등 이른바 ‘시국치안부서’의 인력배치 비율은 전체의 18% 수준으로 미국의 4%,캐나다의 6%에 비해 현저히 높다. ●“경찰·권력 연결고리 끊어야”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은 경찰조직의 ‘실질적’ 중립화다.그 첫 단계로 거론되는 것이 청와대,국회,국정원 등에 인원을 비공식적으로 파견 또는 담당토록 하는 관행을 없애는 것이다. 오 사무국장은 “비공식 경로로 권력기관에 파견된 경찰들이 권력층과 인적 유대를 맺고 사건 청탁과 인사에 개입해 왔다.”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의 뿌리가 정치권과의 부당한 유착에 있는 만큼 그 고리가돼온 비공식적 파견을 제도적으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리실 산하 경찰위원회에 정책심의기능과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인사와 정책결정에 대한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막기 위해 유명무실화된 경찰위원회에 방송위원회 수준의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비·정보·보안 등 시국치안 기능을 축소하고 민생치안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치안정책 자문기구인 경찰혁신위원회 관계자는 “식민지와 권위주의 정권 시기를 거치며 경비·정보·보안 등 시국치안 기능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면서 “방범·수사 등 민생범죄 예방과 검거활동으로 중심역량을 이전하고,수요자 중심의 치안서비스 개념을 정립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이세영 박지연 이효연 기자 sylee@
  • ‘누군가 날 지켜본다’ 감시공포증 확산/치료엔 약물보다 명상이 효과적

    최근 남녀 목욕탕 장면이 인터넷에 오르는가 하면 대중교통에서 여성의 치마 속이 찍히는 사례도 빈번하다.일선 중·고교에도 이른바 ‘폰카메라’로 불리는 휴대전화 카메라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여기에다 은행,주차장 등 곳곳에 설치된 CCTV도 심약한 사람에게는 불쾌한 공포감을 준다.이 때문에 적잖은 사람들이 불안장애의 일종인 감시공포증을 호소하고 있다.정보화 사회에서 사생활 노출에 따른 스트레스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진 탓이다. 감시공포증은 스트레스가 많거나 완벽한 성격,간섭을 싫어하는 사람,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나타나기 쉽다.‘누군가 자신을 감시한다.’거나 ‘나를 해칠 것 같다.’라고 느끼면 정신병적 불안,주변 환경은 위험하지 않은데 과도하게 불안감을 느끼면 이보다 가벼운 질병인 신경증적 불안(노이로제)으로 분류한다.이런 불안장애는 흔한 정신질환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만성화돼 고통을 준다. 불안·공포감은 심한 경우 정신질환의 일종인 망상장애로 발전한다.망상장애 환자들은 감시나 도청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그래서 전화가 오면 일일이 발신자를 확인하는가 하면 통화가 끊기거나 혼선만 생겨도 불안감이 증폭된다.감시당한다는 생각에 매 순간이 무척 괴롭다.환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게 치료의 난점이다.망상장애는 의심이 많고 집요한 편집증적 성향의 사람이나 중년을 넘긴 우울증 환자에게 잘 나타난다.좌절이나 배신 등 정신적 스트레스도 망상장애 유발 요인이다. 감시공포증은 증상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노이로제의 경우 약물치료보다는 정신 이완이 더 효과적이다.평소 생활에 긴장도가 높다면 명상이나 단전호흡,취미활동 등으로 정신을 이완시킨다.방치하면 ‘아프다’는 생각이 불안을 더욱 확대시켜 증상을 악화시킨다.소화불량,두통 등은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킨다.망상장애는 약물치료가 우선이다.도파민이나 세로토닌 등 뇌신경 전달물질을 조절,증상을 개선한다.몸이 뻣뻣해지는 등의 약물 부작용도 많이 개선됐다. 전문의들은 “감시공포증은 생체의 기본적인 반응으로 정상인에게도 얼마든지 있다.”며 “문제는 그같은 증세가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인데 이 때는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상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 도움말 김영돈 대전선병원 정신과 과장 심재억기자
  • 외딴집 5인의 ‘살인파티’/25일 개봉 ‘마이 리틀 아이’

    관객들이 특별하다고 느낄 공포영화를 만드는 일은 더이상 쉽지 않은 작업같다.이렇다할 이유없이 잔인하게 사람을 난도질하는 슬래셔 무비는 한물간 지 오래.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극도의 공포감을 자아내는 고난도의 심령물이 새 유행을 타고는 있지만,그 역시 녹록찮다.‘식스 센스’‘디 아더스’처럼 기막힌 반전을 펼칠 영화를 내놓기가 어디 쉬운가. ‘마이 리틀 아이’(My little eye·25일 개봉)는 그런 고민을 꽤 많이 한 듯한 할리우드산 공포물이다.고민없는 칼부림으로 말초적 공포감을 자극하는 접근법은 일단 피했다.폐쇄공간에 인물들을 고정시킨 설정은 ‘헌티드 힐’ 아류의 하우스호러물 같기도 하다.그러나 속도감 있는 화면과 소재로 인터넷 세대를 정조준했다는 데에 색다른 감상점이 찍힌다. 백만달러의 상금을 노리고 낯모르는 2명의 여자와 3명의 남자가 외딴집에 모인다.6개월동안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되며,한사람도 집을 떠나서는 안된다는 게 상금의 조건.모두 20대인 이들의 동거에는 그러나 곧 균열이 생긴다.언제나 공포의 진원지는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소포물.할아버지가 사망했다는 편지에 대니(스티븐 오 라일리)는 집을 떠나고 싶어하지만,상금을 노린 친구들은 그의 이탈을 반대한다. 누군가 노려보는 듯 음산한 느낌은 스크린 밖으로 전염된다.집안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의 존재는 주인공 못지않다.수시로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는 카메라가 각도를 바꿀 때마다 내는 기계음,인물들의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투사되는 카메라 렌즈의 거친 화면들이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화면의 기교를 아무리 색다르게 부린다한들 지능게임을 걸지 않는 공포영화는 끝까지 탄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원인을 모른 채 한사람씩 죽어가는 가운데 남은 이들이 극도의 개인주의로 두려움에 치를 떨 뿐,영화는 관객에게 그 어떤 죽음의 단서도 귀띔해주지 않는다.갑부들의 단순한 호기심에 무참한 피의 잔치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막판의 대사 한줄로 확인하는 순간,그럴싸한 반전을 기대하던 관객은 그만 맥이 빠져버릴 것같다.다큐멘터리를 주로 찍어온 미국의 마크 에반스 감독.황수정기자
  • 신세대 ‘남남북녀’ 사랑이야기/MBC 특집극 ‘新견우직녀’

    MBC가 정전 50주년 특집극으로 18일 오후 9시55분 방송하는 ‘2003 신(新)견우직녀’(극본 홍진아 홍자람,연출 최이섭)는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원과 이를 취재하는 남한 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신세대 ‘남남북녀’의 사랑이야기이다. 이연정(최강희)은 좋은 출신 성분으로 평양음악무용대학에 다니는 엘리트.겉으론 수줍음 많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응원단 선발 면접에서 고위 당간부의 부패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만큼 당찬 면모를 지닌 외유내강형이다. 프리랜서 기자 신태영(류수영)은 특종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린다.일이든 사랑이든 거침이 없는,자유로운 사고방식의 소유자이다.그에게 분단현실이나 이산가족,통일은 관심 밖이다. 남북한의 젊은 세대를 유형화한 듯한 두 주인공은 첫 만남부터 사사건건 부딪친다.하지만 연정의 펜던트와 일기장을 태영이 우연히 보는 것을 계기로 서로 마음을 열게 된다. “70년대 동경에 유학한 남한 남자를 찾아주실 수 있습네까?” 연정은 마침내 남한에 온 진짜 이유를 털어놓는다.어머니는동경유학 시절 만났던 남한 남자가 연정의 친아버지임을 숨을 거두기 직전 마지막으로 털어놓았다. 연정의 부모는 그들 앞에 놓인 운명에 저항 한번 못하고 서로를 포기해야 했다.우여곡절 끝에 만난 아버지는 딸에게 그때 북한 여자를 만난다는 두려움 때문에 약속을 못 지켰다고 참회한다.하지만 부모와 똑같은 상황에 놓인 연정과 태영은 그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최이섭 프로듀서는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남북의 청춘남녀가 겪는 힘겨운 사랑을 통하여 분단 문제를 짚어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조화유의 소설 ‘다대포에서 생긴 일’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다대포항에 정박한 만경봉호와 미국 유명스포츠업체의 로고가 찍힌 흰색 모자 차림의 응원단 모습 등 당시 전국민의 시선을 사로잡은 낯익은 장면을 충실하게 재현해냈다.남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을 묻는 태영의 질문에 ‘손전화’라고 말했던 연정이 휴대전화를 몰래 건네받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이순녀기자 coral@
  • 책꽂이

    ●지중해 문화기행(이희수 지음,일빛 펴냄) 인종과 문명의 전시장인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역사와 문화를 살폈다.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남부 유럽의 지중해 뿐만 아니라 북부 아프리카 지중해문화권에 대해서도 다뤘다.저자는 북아프리카 지중해야말로 고대 이집트 문명의 줄기가 퍼져나갔고,페니키아의 카르타고 식민지를 통해 우수한 오리엔트 문명이 유럽으로 스며드는 통로였다고 말한다.1만 5000원. ●한국회화사용어집(이성미·김정희 지음,다할미디어 펴냄) 한국회화와 관계있는 용어들을 망라.회화기법,장황(裝潢,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로 서책이나 서화첩을 꾸며 만드는 것),평론의 기준이 되는 추상적 개념,전통적 화제,불화의 일반 도상,변상도,도석인물화 등을 다뤘다.1만 8000원. ●대통령 리더십(최진 지음,나남출판 펴냄) 지도자의 리더십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개인의 성격이라는 전제 아래 ‘플러스·마이너스 리더십 이론’을 전개.플러스 리더십은 활력이 넘치지만 불안한 반면,마이너스 리더십은 안전하지만 답답하다.저자(21세기전문가포럼 대표)는, 이 두 리더십은 파도처럼 굴곡을 그리며 반복해 나타난다는 점에서 ‘파도이론’이라는 색다른 이론을 제시한다.1만 7000원. ●한국사회주의의 기원(임경석 지음,역사비평사 펴냄) 사회주의는 한때 젊은이들에게 꿈이요 이상이었다.‘젊어서 사회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우리 역사에서 사회주의는 그만큼 영향력이 컸던 이념이요 사상이었다.사회주의는 3·1운동을 계기로 ‘조국해방’을 위한 운동이자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이 책은 당시 사회주의 중앙기관의 역할을 자임한 두 개의 구심체였던 상해파 공산당과 이르쿠츠크파 공산당의 활동을 살핀다.3만 3000원. ●식물성의 사유(박영택 지음,마음산책 펴냄) 식물성을 화두로 삼아 한국 현대미술 읽기를 시도한 에세이.풀,꽃,나무,숲 등 14개 항목을 통해 우리 미술의 진경을 펼쳐 보인다.대중추수적인 작품보다는 독자적인 시선이 담긴 작품들을 대상으로 했다.저자는 인간과 자연을 치유하는 식물성의 긍정적인 힘을 역설한다.2만원. ●파라파라산의 괴물(라이마 글·그림,심봉희 옮김,어린이디자인하우스 펴냄) 잠들기 직전의 유아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그림자를 글감으로,사물에 대한 관찰력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타이완산 그림책.파라파라산에서 굴러떨어진 겁쟁이 돼지 루루는 산에서 시커먼 괴물을 봤다고 우기고,그 소문에 온동네 아이들이 겁에 질리는데….재치있으면서도 밀도있는 그림들이 매우 이채롭다.3∼6세용.7500원. ●신화 속 상상동물을 찾아서(이인식 글,이우일 그림,문학동네어린이 펴냄) 반인반수의 엔키두,미궁을 지키는 미노타우로스,외눈박이 거인족 키클롭스,우주의 뱀 아난타….세계의 신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존재들을 근간으로 동서양의 대표신화들을 소개하는 신화해설서.‘도날드 닭’ 이우일의 익살스럽고도 친근한 그림이 팬터지의 결을 생생히 살려낸다.전설의 동물들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춘 ‘전설 속 상상동물을 찾아서’도 함께 나왔다.초등학생용.각권 7800원.
  • 사회 플러스 / “긴장·박봉 두렵다” 검찰공무원 유서

    현직 검찰 수사계장이 격무와 박봉에 따른 생활고로 자신의 신혼 여행지에서 자살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서울지검 수사부서 검사실에서 근무해온 7급계장 A(40)씨는 지난 4일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A씨는 “오랜 업무에 대한 긴장과 박봉에 대한 두려움이 한 인생을 이렇게 무너뜨리는구나.이제는 편히 쉬고 싶다.”는 유서를 남겼다.검찰은 이달 초 무단결근한 A씨의 부인이 ‘남편이 외국에 가서 죽겠다.’고 했다며 발을 동동 구르자 곧바로 출국자 조회를 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A씨의 죽음을 끝내 막지 못했다.
  • [길섶에서] 변화의 두려움

    먼 옛날 두마리의 생쥐와 두명의 꼬마 인간이 살았다.그들은 미로 속에서 맛있는 치즈를 찾기 위해 뛰어다녔다.마침내 치즈 창고를 찾았다.매일 치즈를 먹으며 편안한 행복을 즐겼다.그러던 어느날 창고에 치즈가 모두 없어졌다.생쥐들은 놀라지 않았다.치즈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은 변화를 수용하고 즉각 새로운 치즈 창고를 찾아나섰다.그러나 변화를 관찰하지 않은 꼬마 인간들은 당황했다.상황분석만 하며 갈팡질팡했다.그 사이 생쥐들은 새로운 치즈 창고를 찾았다. 꼬마 인간 중의 한명도 새 치즈를 찾아나서기로 했다.변화를 두려워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했다.그는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새로운 치즈를 마음 속으로 그리며 미로를 돌아다녔다.마침내 생쥐와 같은 치즈 창고를 찾았다.이 우화는 한동안 베스트셀러였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줄거리다.사람들은 흔히 변화가 낯설다는 이유로 그 자체를 두려워한다.그러나 그 두려움을 극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변화를 즐겨야 한다. 이창순 논설위원
  • 페스트·사스…/ 인간을 어리석게 만든 역병의 공포

    흑사병이라 불린 역병 페스트는 1900년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다.쥐를 통해 감염되는 이 병이 증기선인 ‘오스트레일리아’호에 실려 수만명의 중국인들이 몰려 사는 샌프란시스코로 침투한 것이다.페스트균이 상륙한 이 해는 묘하게도 쥐의 해.차이나타운 주위로 방역선이 쳐졌고 대대적인 페스트 소탕작전이 벌어졌다.하지만 더욱 큰 전투가 기다리고 있었다.인종적 편견과 격리 조치에 따른 심리적 공황,경제적 손실을 두려워한 샌프란시스코 행정당국이 사실을 은폐하고 축소하려 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의학전문기자인 마릴린 체이스가 쓴 ‘격리’(어윤금 옮김,북키앙 펴냄)는 1900년 이후 1910년까지 샌프란시스코를 공포로 몰아넣은 전염병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다.‘태평양 연안의 파리’를 꿈꾼 샌프란시스코 당국자들은 페스트 발병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실상을 왜곡하려 했다.페스트를 ‘중국병’으로 몰아갔다.초기 방역라인이 차이나타운 경계를 따라 설치됐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그들은 페스트를 차이나타운으로몰아넣고 중국인들과 함께 박멸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페스트와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20세기 초 샌프란시스코의 상황은 1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낯선 질병에 대응하는 오늘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발생한 사스(SARS)의 경우 중국 당국은 처음 병의 출현을 인식하고서도 침묵을 지켰다.이 질병의 전염성에 대해 전혀 경고하지 않았으며,심지어 언론에 대해서도 보도관제를 취했다.결국 남부중국에서 시작된 사스는 20여개국에 전파되며 8400명 이상이 전염됐고 최소한 800명이 죽는 결과를 낳았다.두려움은 인간을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로 만드는가.저자는 우리는 과연 불확실함에 대한 공포를 냉철한 과학과 이성의 힘으로 이겨낼 용기를 갖고 있는가 반문한다. 아테네의 황금시대를 끝장내고 신대륙의 원주민까지 몰살시킨 홍역과 두창,로마와 몽골제국을 강타한 흑사병, 러시아 정벌에 나선 나폴레옹의 50만 대군을 전멸시킨 발진티푸스 등 수많은 전염병들은 인간의 허약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하지만 저자는 두려움에대항하는 인간의 의지는 또 얼마나 위대한 것이냐고 말한다.이 책은 1세기 전 페스트가 만연한 샌프란시스코를 구한 방역 책임자 루퍼트 블루의 헌신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간 의지의 숭고함을 일깨워준다.98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책 / 알리, 아메리카를 쏘다

    마이크 마커시 지음 / 차익종 옮김 당대 펴냄 미국에서 가장 인종차별이 심했던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태어난 흑인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열세 살 되던 해,동네 깡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일랜드계 경찰에게 권투를 배운 그는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18세의 나이로 라이트헤비급 금메달을 땄다.그러나 금의환향해 들른 고향의 백인전용 식당에서 흑인이란 이유로 출입을 거절당하자 그는 분노와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딴 금메달을 오하이오 강물에 던져버렸다.이후 프로로 전향해 22세에 소니 리스턴을 누르고 세계헤비급 챔피언이 된 뒤 1980년 38세로 은퇴하기까지,헤비급 사상 최초로 세 차례나 챔피언 벨트를 거머쥔 이 ‘가장 위대한 헤비급 챔피언’은 미국 역사에 누구보다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알리,아메리카를 쏘다’(원제 Redemption Song,마이크 마커시 지음,차익종 옮김,당대 펴냄)는 알리를 단순한 프로 권투 영웅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무하마드 알리와 1960년대 정신’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책은 ‘저항의 시대’로기록되는 60년대 미국의 정세 속에서 알리가 갖는 상징성과 의미를 살핀다.역사의 물줄기를 좇다보면,역사가 한 개인과 만나 폭포처럼 분출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사람들은 그런 역사적 개인들을 천재 혹은 시대의 창조자라고 부른다.그런 점에서 볼 때 알리는 당당한 시대의 창조자다.경기장 안팎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본명은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 이 책은 현란한 말솜씨의 떠버리 챔피언으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그의 신념이 무엇인지,왜 할 말이 많았는지,무슨 말을 했는지,그리고 왜 무하마드 알리로 이름을 바꿨는지 그 의구심을 풀어준다. 알리를 제대로 알려면 1960년대 미국 사회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봐야 한다.1960년대는 무엇보다 흑인 시민권운동이 급격하게 분출한 시대였다.이전까지 윌리엄 두보이스 등 소수의 진보적인 흑인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이어져오던 흑인운동은 마틴 루터 킹의 등장과 함께 대중적인 시민권운동으로 발전했다.경찰과 군대,KKK 등은 투옥·살인·린치 등 온갖 물리력을 동원했지만 투쟁의 불길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점차 여론의 호응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흑인 시민권운동이 대중화되면서 노선 갈등이 일어났다.마틴 루터 킹의 대척점에는 이슬람 흑인운동가 말콤 엑스가 있었다.흑인 무슬림 단체인 ‘이슬람네이션(Nation of Islam)’의 대변인 격이었던 말콤 엑스는 기존의 흑백차별 철폐운동은 백인의 동정을 구걸하는 중산층운동이라고 공격,마틴 루터 킹이 주도하는 비폭력 무저항 방식의 투쟁을 비판했다. ●자신의 의사와 달리 흑인 대표자의 길로 알리에게 저항의 아우라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그가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부터다.그의 개종은 흑인됨을 자부하는 몸짓이었다.저자는 알리의 공개적인 개종은 “시대를 비웃는 예상 밖의 충격이었으며,두려움과 희망 양편에서 사람들의 시야를 열어준 사건”이라고 평한다.알리와 ‘이슬람네이션’의 관계가 공식화되면서 미국은 알리에게서 링이라는 무대를 앗아갔고,알리는 점점 정치적인 발언을 하게 됐다.베트남전 반대,인종차별 철폐,범아프리카주의 등 목소리를 높였다.그러나 알리는 자신이 정치적인 인물이 되는 것을 꺼렸다.알리는 일찍이 “구호를 들지 않겠다.”고 공언했고,말콤 엑스의 입장이 점차 공격적이고 정치적이 되자 그와의 관계를 끊었다.이 책은 알리를 정치지도자나 운동가 혹은 이데올로기로 묘사하지 않는다.실제로 알리는 지도자 노릇이나 행동주의,이데올로기 따위를 혐오했다.정치참여에 반대했고 자신에게 ‘인종의 대표’라는 굴레를 씌우려는 흑백평론가들의 시각도 거부했다.그러나 그는 시대상황과 인물이 연금술처럼 뒤섞이듯,정치의 세계에 깊숙이 끌려들어갔고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흑인의 대표자가 돼 갔다.그러나 오늘날 알리의 정치적 색채는 사뭇 퇴색됐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는 미국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흑인 스포츠 스타의 상품화 문제에 대해서도 일갈한다.무하마드 알리와 마이클 조던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미디어를 스스로 ‘이용’한 알리는 자신만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길을 헤쳐나갔지만,조던는 처음부터 스포츠자본과 손을 잡은 ‘걸어다니는 상표’요 ‘아메리카의 세일즈맨’이었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알리 역시 미국의 기업 엘리트나 미디어 상업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1977년 알리는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판화 모델로 나섰다.이로써 그는 마릴린 몬로,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앤디 워홀이 그린 아메리카 ‘초상’의 반열에 들었다.워홀의 초상화작업은 알리를 상업적 기호로 이용하고,갈등의 상징에서 화합의 존재로 변화시킨 시발점이었다.아무런 가치상의 차별성도 없이 교환가능한 존재가 된 것이다.저자는 미디어산업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송하고 기업과 상품을 팔아먹기 위해 알리를 이용했다고 지적한다.알리의 신화는 해체되고 ‘상품’으로 통용되고 있다.알리는 또 하나의 ‘아메리칸 아담’,곧 ‘순결과 비극의 인물상’을 창조한 셈이다.저자가 이 대목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미국의 패권주의,특히 문화자본의 탐욕성이다. ●“당신들이 원하는 챔피언은 되지 않겠다” 마이클 오리아드 같은 스포츠 저술가는 알리를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스펙터클의 시대에서는 더이상 나올 수 없는 영웅”이라고 말한다.그러나 개인적인 도덕성과 지구적 연대의식의 모범을 보인 알리의 삶은 단순히 60년대의 향수에 머물지 않는다.미국의 전방위 아메리카니즘에 대한 저항의 당위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챔피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알리의 외침은 지금도 사람들의 가슴에 울림을 남긴다.1만 5000원. 글 김종면기자 jmkim@ 그래픽 유재일기자 jae0903@
  • [나의 건강보감] ‘배드민턴맨’ 이만기

    “더러는 그런 말들을 합니다.배드민턴이 운동이 되느냐고요.더구나 체중 100㎏이 훨씬 넘는 제가 잠자리채같은 라켓을 들고 설치니 우습기도 하겠지요.그러나 배드민턴의 매력을 알면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매력적인 중독이라고나 할까요.” 불세출의 장사로 씨름판을 호령하던 인제대 사회체육학과 이만기(41) 교수.안경에 몸피가 더 불어난 것 말고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웃음 많은 호남형 얼굴에 투박한 사투리로 무쳐내는 특유의 건강론과 밝은 유머는 그를 ‘씨름꾼’이 아닌 ‘교수’로 각인시키는 소프트웨어였다.체격 때문에 더 좁아 보이는 대학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교수님에게서 풍기는 씨름 냄새 교수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그에게서는 아직도 땀에 전 씨름 냄새가 물씬하다.그는 ‘하릴없이 힘만 쓴다.’는 우리 고유의 격투기 씨름을 기예의 경지로 올려 놨다.현란한 기술에 덩치 큰 씨름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순발력,거기에다 산더미 같은 거한들을 단박에 뽑아들어 거꾸러뜨리는 힘은 가히 압권이었다.경기에서 이긴 뒤 모래를 흩뿌리며토해내는 포효는 백수의 제왕 호랑이를 연상케 했다. 지난 83년 민속씨름이라는 명칭으로 시작된 프로씨름은 그의 판이었다.원년을 비롯,천하장사 10회와 백두장사 18회 등 은퇴할 때까지 7년간 군웅할거의 모래판을 장악했다. 당시 민속씨름협회는 ‘만기 독판’을 저지하기 위해 이전까지 다리 먼저 잡도록 한 샅바 규정을 허리 먼저 잡도록 바꾸기도 했으나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로 치닫는 그의 ‘힘과 기예’를 막아내지 못했다.그는 무적이었다. 체중 106㎏의 그가 지금은 불과 5g짜리 셔틀콕을 쫓으며 즐거워한다.그냥 즐거워만 하는 게 아니다.전국 배드민턴연합회 이사까지 맡은 ‘배드민턴맨’이다.알고 보면 이런 배드민턴 편력은 그의 ‘씨름 성공기’와 이력을 함께한다.그가 씨름을 처음 시작한 것은 마산 무학초등학교 4학년때.특활시간에 씨름반을 지망한 애들이 거의 없었다.하는 수 없어 ‘샘’들이 그를 씨름부에 밀어넣은 게 지금의 그를 낳은 계기였다.“씨름부 인기가 엄써노이 의령써 막 전학온 ‘쪼깬한 촌놈’을 거 밀어넣은 거 아입니꺼?” ●열한살 때 처음 쥔 라켓 이렇게 씨름을 시작한 그는 중학교 때 처음 배드민턴 라켓을 쥐었다.몸이 빨라진다는 주변의 권유로 배드민턴의 ‘명문’인 마산 성지여고에서 머리를 올리고 배웠다.그러나 한창 씨름으로 주가를 올릴 무렵에는 배드민턴을 거의 치지 않았다.체력소모가 많고,체중이 줄어서다.그가 처음 천하장사가 됐던 83년 몸무게가 92㎏이었는데,아무래도 체중이 프리미엄인 씨름에서 가뜩이나 ‘덩치빨’없는 그가 자꾸 체중 줄이는 운동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드민턴의 중독성’이 약발을 끼친 것일까.일선에서 은퇴,91년 이곳 교수로 부임한 이후 줄곧 배드민턴과 함께 지내오고 있다.이런 사연이 있어 그의 배드민턴 구력이 ‘단기 13년,장기 25년’이 된 것이다.구력의 결실일까.그의 배드민턴 예찬은 정연해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한때 ‘공황장애’ 시달린 적도 몸의 어디,단단하지 않은 곳이 없어 보이는 그도 건강 때문에 크게 상심한 적이 있었다.까닭없이 불안하고,곧 죽음이라도 닥칠 것처럼 정신이 패닉상태에빠지는 ‘공황장애’가 발생해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삼풍백화점 붕괴 등 엄청난 참사사고가 원인이었다.두려움 때문에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한번은 유럽 여행중 공황장애가 엄습했다.그렇다고 여럿이 움직이는 일정을 바꾸지 못해 “에라이,죽기밖에 더하겠나.”라고 마음을 다져먹고 비행길 탔지만 그 고통은 적지 않았다.그는 이를 “내 인생에 대한 강고한 애착에서 비롯된 질환”이라고 진단했다.천신만고 끝에 스스로의 마인드 컨트롤로 이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상의 샅바를 틀어쥐고 안다리,밭다리,들배지기 등 ‘씨름 백팔기(108기)’의 현란한 힘과 기를 선보이며 자신의 삶을 엮어온 장사지만 식성은 의외다.뜻밖에도 그는 요즘 여자들도 즐긴다는 보신탕은 물론 염소고기도 먹지 못한다고 했다.뱀탕 등 혐오식품도 손사래를 친다.식사량도 생각보다는 많지 않다.하루 5∼6회씩 씨름경기를 치러야 했던 선수 시절에는 경기 중간중간에 간식도 먹어댔지만,보통 때는 고기집에 가도 우선 야채로 배를 채운 뒤 고기를 먹을 정도로 몸 관리에 철저했다.남들은 ‘장사 주량’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선수시절보다 주량이 엄청 늘어난 지금도 소주 2병이면 인사불성이 된다.가끔 담배를 빼물지만 하루 반갑 정도에 그친다. 그가 강조하는 건강론은 정신이 우선이다.몸의 건강만으로는 정신건강을 이끌 수 없지만,몸을 지배하는 정신이 건강하면 육체적 건강은 당연히 담보된다는 논리다.이런 논리는 ‘생각의 건강론’으로 구체화된다.생각이 바르고 건강하면 덩달아 몸의 각 기관들이 순조롭게 작동하지만,그렇지 않으면 기관의 화음이 깨어져 건강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신이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과욕과 증오,분노 대신 이해와 사랑,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권한다.“겉으로 풍요해 보이는 사람도 속을 들여다 보면 곪거나 빈곤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많다.만가지를 가지면 만가지가 걱정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하늘 높은 줄만 알았지 땅 넓은 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분수껏 살면 그것이 잘 사는 것이다.” ●“분수껏 살면 그게 잘 사는 것” 초록이 바다를 이룬 김해벌을 끼고 서울길에 오르면서 한동안 그의 말이 뇌리에서 맴돌았다.“‘고만고만’이라는 경상도 말이 있습니다.넘치지도 말고 덜하지도 말라는 뜻입니다.사는 일도,건강도 다 ‘고만고만’ 아니겠습니까?” 김해 글 심재억 기자 jeshim@ 사진 왕상관 기자 skw@ ■배드민턴에 담긴 건강 배드민턴은 실내운동이라 날씨나 계절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또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게 하는 흥미성도 아주 높다.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상대적으로 부상 부담이 적은 것도 좋고,남녀가 같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기도 하다.물론 운동량도 상상 이상이다.이만기 교수가 설명하는 배드민턴의 장점이다. 그는 이런 배드민턴을 두고 ‘중독성이 강한 마약같은 운동’이라고 했다.한번 묘미를 느끼면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최근 10년새 동호회원이 200만∼300만명이나 늘어 생활체육의 선두로 올라섰습니다.이런 사실이 배드민턴이 얼마나 매력적인 운동인가를 말해 주는 것이지요.” 이렇게 닦은 이 교수의 배드민턴 실력은 아마추어 정상권인 A급 수준.일주일에적어도 3∼4회는 체육관을 찾아 배드민턴을 한다.보통 2시간30분 정도를 할애하는데,이 시간이면 스트레칭과 정리운동을 포함해 두 게임 정도를 뛸 수 있다.“그 정도면 약 2㎏ 정도 땀을 쏟는데,그거 장난 아닙니다.무리긴 하지만 어떤 이는 두어달 동안 체중을 10㎏이나 줄이는 것도 봤습니다.” 실제로 배드민턴은 열량 소비량이 탁구나 배구보다 많다.체중 75㎏을 기준으로 할 때 시간당 열량 소비량이 429㎉로 탁구(313㎉),걷기(360㎉),배구(363㎉),골프(380㎉),속보 걷기(396㎉)보다 많다. 이 교수처럼 체중 100㎏이 넘는 사람은 2시간 운동으로 1200㎉의 열량을 태울 수 있다.보통 사람이 하루 섭취하는 열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운동량이 많아 비만 예방에 좋은 것은 물론 심장기능과 지구력 강화,관절 유연화에도 적합한 운동이다.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와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데 제격이다.거주지 인근의 동호회에 가입해 6개월이면 스트로크와 풋워크 등 기본을 마스터할 수 있으며,1년 정도면 제법 게임능력을 갖춰 신나게 시합도 즐길 수 있다.■ 도움말 김묘정(전 주니어 국가대표) 서울대 배드민턴 강사 심재억기자
  • 美 대학前 인생공부 “세상을 먼저 배우자”

    대학입학을 앞둔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 휴학붐이 일고 있다.대학입학허가를 받아놓고도 입학을 연기하거나 졸업을 뒤로 미루고 6개월 혹은 1년간의 휴지기를 갖는 학생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외신이 전한 미 고교생들의 새로운 ‘자아찾기’현상을 소개한다. ●자기계발과 재충전의 시간 이들이 잠시 학업을 중단하는 이유는 학습부담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만끽하는 동시에 자아재발견의 기회를 갖기 위해서다.취업난 때문에 휴학을 선택하는 한국 대학생과 달리 이들은 철저히 자기계발을 위해 휴학을 선택한다. 보스턴에서 사립고등학교를 다니는 케이티 미가트(18)는 “의사가 되기를 바라지만 너무나 벅찬 공부량에 지친 상태”라면서 휴학을 선택했다.그녀는 몇달간 버몬트주의 동물농장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미가트와 같은 졸업반 친구들 80명 중 8명이 현재 휴학 중이며 다른 20명의 친구들도 휴학을 고려하고 있는 상태다. 학교측에서도 이같은 휴학을 권장하는 분위기다.콩코드 아카데미의 진학상담 담당자인 피터 제닝스는 “휴학을 통한 다양한 경험들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매사추세츠주의 고등학교에서 대학진학을 상담하는 앨리스 퓨린턴 역시 “빡빡한 학사일정으로 아이들이 너무 지쳐 있다.”며 휴학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학들도 휴학 권장 신입생들에게 입학 전 휴지기를 권하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입학 사이에 충분한 자기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다. 뉴저지주의 프린스턴대학은 이 대학 지망생들에게 입학 전 자기계발의 시간을 가질 것을 권장하는 공고를 냈고 하버드대학도 지적, 정서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입학 전 1년간의 휴학을 권장하고 있다. ‘공백의 해(gap year)’로 불리는 이 기간을 미국 학생들은 다양하게 활용한다.로드아일랜드주 브라운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은 라우라는 내년 1월까지 ‘공백기간’을 갖기로 결정했다.직물디자인과 요가 수행법 등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인도에 머물면서 인도 전통의상을 입고 인도의 문화를 직접 체험할 계획이다.라우라는 “낯선문화에서 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자지망생인 샘도 대학 입학을 1년 미뤘다.그는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해 앞으로 4개월간 영국에 머물면서 스포츠 웹진을 발행하는 한 회사에서 일을 배울 예정이다.요리 전공생인 신시내티의 존 블로크는 1학년 생활을 잠시 연기하고 10개월 동안 자원봉사자로 해비탯(사랑의 집짓기 운동) 운동에 직접 참여할 생각이다.그는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와 국가를 돕고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기 위한 선택”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휴학생 위한 프로그램 다양 학생들 사이에서 휴학이 하나의 코스로 자리잡자 이 기간을 충실히 보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제공하는 상담기관들도 늘고 있다. 보스턴 지역의 사설 상담소인 ‘테이킹 오프(Taking Off·일상에서 떠나기)’는 16∼25세 사이의 청소년들을 위한 세계 각국에서의 장·단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아마존 환경조사,아프리카 오지탐험,NGO(비정부기구) 인턴십 등이 그 예다.‘캠프 인터내셔널’이라는 웹사이트에서도 탐험심과 도전심 향상을 목표로 케냐와 탄자니아에서의 캠프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테이킹 오프’의 소장 게일 리어든은 “휴학기간은 학생들이 학교와 가정의 통제로부터 처음으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이라면서 “자기성찰을 통해 독립심을 키워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의 한 리크루트 웹사이트에서는 ‘공백의 해’를 잘 보낼 수 있는 5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경험을 위한 세계여행,단체탐험,봉사활동,현장학습 등 뿐만 아니라 충분한 휴식도 공백기간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이같은 공백기간은 경제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사전에 계획을 세워야 시간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충고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코리아군단 VS 골프女帝 / 세리·지은 US오픈서 소렌스탐과 ‘지존’ 격돌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총상금 310만달러)이 3일 밤(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프킨리지GC(파71·6509야드)에서 개막,4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지난 1998년 루키시절 박세리(CJ)가 연장 18홀을 포함,92홀의 사투 끝에 우승컵을 차지해 ‘IMF체제’의 절망 속에서 신음하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던져준 대회이자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은 권위와 전통뿐 아니라 상금 규모에서도 다른 대회를 압도한다. 지난 46년 창설돼 LPGA 투어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메이저대회로서도 최장 역사다.무엇보다 LPGA 투어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총상금이 300만달러를 넘고 우승 상금만도 56만달러에 달해 웬만한 투어 대회 우승상금의 5배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의 면면도 다른 대회와는 격이 다르며 각오와 투지도 대단하다. ●누가 출전하나 예선 면제 선수 58명과 예선 통과자 100명 등 모두 158명이 출전 자격을 얻었다. 한국선수들은 두 번째 타이틀에 도전하는 박세리를 비롯해 김미현(KTF) 박지은(나이키골프) 박희정 한희원(휠라코리아) 장정 등이 역대 챔피언 및 상금 상위 자격으로 자동 출전하고 강수연(아스트라) 이정연(한국타이어) 강지민 문수영 양영아 김초롱 등 일부 프로와 미셸 위 송아리·나리 등 아마추어들이 예선을 거쳐 출전권을 따내 역대 가장 많은 10여명이 대거 나선다.거대한 ‘코리아군단’과 함께 대회 2연패와 통산 3승을 노리는 줄리 잉스터,‘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시즌 첫 메이저인 나비스코 챔피언 파트리샤 므니에 르부,메이저대회 우승 단골 캐리 웹(호주)을 비롯해 로지 존스,로라 디아스,로라 데이비스(영국),로리 케인(캐나다),카린 코크,마리아 요르트(이상 스웨덴) 등 내로라하는 강호들은 모두 출전한다. ●우승 후보는 누구 우승 확률이 높게 점쳐지는 선수는 시즌 다승 1위(3승)를 달리는 소렌스탐.다승은 물론 상금 등에서 2위 박지은과 3위 박세리를 멀찌감치 밀어내고 독주하는 소렌스탐은 95·96년 2연패에 이어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물론 소렌스탐의 우승을저지할 유력한 후보는 박세리와 박지은.박세리는 다른 선수에 견줘 소렌스탐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데다 어려운 코스에서 치러지는 대회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여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아마추어 최강을 거쳐 프로에 올라왔지만 아직 메이저 왕관이 없는 상금 랭킹 2위 박지은도 이번만큼은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가 강하다. 지난해 예상치 못하게 정상에 오른 잉스터도 물론 다크호스로 꼽힌다. ●난코스가 최대 변수 올해 대회가 치러지는 펌프킨리지GC는 대회 사상 가장 어려운 코스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모든 게 조정됐다.우선 4번홀을 비롯해 9·10·17·18번 홀의 길이가 늘었다.전체 코스 길이는 6509야드로 세팅돼 있지만 일부 홀의 티잉 라인을 조절하면 실제로는 6550야드까지 늘어난다.이 같은 길이는 파71로 세팅된 역대 대회 코스 가운데 가장 길다. 코스 세팅을 주도한 켄드라 그레엄은 “페어웨이 주변의 러프 또한 역대 가장 질기고 길어 선수들은 단 한 번의 실수로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곽영완기자 kwyoung@ ■US오픈 진기록들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US여자오픈은 역사만큼이나 많은 진기록을 갖고 있다. US오픈을 주관하는 미골프협회(USGA)가 인정하는 역대 최고의 진기록은 박세리가 세운 것.지난 1998년 루키시절 제니 추와시리폰(미국)과 치른 연장전으로,18홀 연장도 모자라 서든데스로 2홀을 더 치르고 정상에 올랐다.홀 수로 치면 92홀을 돈 것.US오픈의 대회 규정상 18홀 연장을 돌고 서든데스까지 치른 건 전무하다. 당시 연장전 도중 박세리가 해저드에 빠진 공을 치기 위해 하얀 맨발을 드러내며 물 속으로 들어가 위기를 탈출하는 장면은 아직도 국민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져 있지만 USGA 또한 우리 못지 않은 감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이 대회는 그 해 미프로골프(PGA)와 LPGA를 통틀어 가장 많은 미국 시청자들이 TV를 통해 지켜본 것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다음은 줄리 잉스터가 지난 99년 처음 이 대회 정상에 오르면서 세운 최저타 우승.당시 잉스터는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쳐 이전까지 최저타인 앨리슨 니컬러스(영국)의 97년 기록(합계 10언더파)을 6타나 줄였다. 컷 통과 타수로 볼때 역대 가장 어려웠던 대회는 테네시주 리치랜드CC(파71)에서 열린 80년 대회.당시 컷을 통과한 공동 60위의 기록은 합계 11오버파였다. 통산 상금 1위는 두 차례나 정상에 오른 캐리 웹(115만 8532달러)이며,2위는 역시 두 차례 우승한 잉스터(106만 9780달러).베시 라울(51·53·57·60년)과 키미 라이트(58·59·61·64년)는 통산 최다인 네 차례나 정상을 밟았다. 곽영완기자
  • [마이너스금리 시대](3)정책 과제와 해법

    우리경제가 1997년 말의 외환위기에서 신속하게 벗어날 수 있었던 이면에 저금리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환란 당시 연 30%대까지 치솟았던 고금리가 98년 중반 이후 하향 안정세를 타면서 비로소 가계와 기업이 숨을 돌렸고,경제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저금리에 고마워해야 할 상황이 결코 아니다.저금리 기조 위에 쌓아올린 경제의 성장동력이 자칫 저금리 때문에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정부와 한국은행 등 정책당국의 대응에 가계와 기업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독자적 판단 중요 미국·일본·유럽(EU) 등 전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에서 우리나라만 비켜나 있기는 어렵다.일러도 4·4분기나 돼야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당분간 금리 하향압력은 클 수밖에 없다.그러나 우리나라의 특수성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금융연구원 정한영 연구위원은 “금리가 더 내려가도 소비나 투자,실물경기가 급격히 살아날 가능성이 없고 오히려부동산 가격 인상을 부추기거나 자금의 단기 부동화(浮動化)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 “무턱대고 금리인하로 경기 활성화를 꾀하기보다는 현 단계에서는 재정지출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자산 보유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해야 금리가 낮아지면 자금이 돈 되는 곳을 찾아 이리저리 떠다니는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해지게 마련이다.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도 낮은 은행이자율에서 비롯되고 있다.자금이 단기화되면 금융기관들이 기업이나 개인에게 장기로 자금을 빌려줄 수가 없다.고객이 언제 돈을 찾아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장기로 대출해주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현재 운전자금을 중심으로 단기대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단기차익을 좇는 경제주체의 속성을 현실로 인정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은행이자 등 금융소득과 부동산 양도차익 등 실물소득을 비교해 보면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부담이 상대적으로 훨씬 무겁다.”면서 “이자소득에 대한 세제감면 등을 통해 돈 가진 사람들을 안정적인 금융자산으로 끌어들여야만 자금이 선순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특히 “부동산 실거래가 과세 등을 통해 세원(稅源)이 확대되면 금융자산 소득세를 과감하게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득자들도 패러다임 바꿔야 은행에 원금을 묻어놓고 이자로 살아가는 퇴직자 등 이자생활자들도 생각을 바꿔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한은 관계자는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권에서 특히 원금을 까먹는 데 대한 두려움이 많다.”면서 “그러나 저금리가 추세로 굳어져가고 있는데다 윤택한 노후생활에 대한 욕구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원금과 이자를 적절히 섞어서 생활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에따라 주택을 담보로 잡히고 매월 일정액의 생활비(주택원금+이자)를 지급받는 장기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의 개발과 보급이 시급하다.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해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장기 비전에 따라 저축을 하지 않고 MMDA(수시입출금식예금) 등 쉽게 돈을 빼내갈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점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한은 관계자도 “금융 구조조정을 서둘러 마무리해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것이 고객의 돈을 금융기관으로 불러모을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균 김미경 기자 windsea@
  • 세계인 우리는 이렇게 산다 / 두달만에 벗어던진 ‘괴질 마스크’ ‘사스 해방구’ 北京

    |베이징 오일만특파원|“베이징 전뉴(北京眞牛·베이징 대단하다)”,“베이징 성리(北京勝利·베이징 이겼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4일 오후 3시 베이징에 내려진 사스 감염지역과 여행 제한 조치를 해제한 뒤 베이징의 거리거리에 내걸린 현수막들이다.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 거리에서는 시민들이 오성홍기(五星紅旗)를 꺼내들고 폭죽을 터뜨리며 ‘전승사스(戰勝非典)’를 경축했다. 하오유(好友) 백화점 앞에서는 붉은 깃발이 나부끼는 가운데 경축일에 사용되는 왕푸타이핑구(王府太平鼓)를 두드리며 흥분된 감정을 전달했다. 지난 4월20일 사스 전모가 공개되면서 거의 두 달간 공포에 시달렸던 베이징 시민들은 이날 각 지역마다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와 태극권이나 부채춤 등을 선보이며 사스로부터 해방된 기쁨을 나눴다. ●번화가 다시 인파로 북적 베이징의 활기는 거리 곳곳에서 확인된다.신제커우(新街口)나 산위안차오(三元橋) 등 주요 길목들은 러시아워에는 ‘공동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교통량이 많아졌다. 택시기사주둥창(朱東强)은 “사스기간 중에는 하루에 손님 2∼3명이 고작이라 생활이 극도로 어려웠다.”며 “지금은 사납금 등을 빼고 하루 50위안(7500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어 그럭저럭 생활은 된다.”고 말했다. 사스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난 26일 오후 6시.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은 사스 이전의 ‘전성기’를 완전히 회복한 느낌이다.그동안 외출을 자제했던 쇼핑객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고 신둥안(新東安) 등 유명 백화점마다 인파들로 북적거렸다. 자동차 통행이 금지된 200m가 넘는 왕푸징 대로 양편에는 간이 휴게소들과 각종 여름용품들을 파는 길거리 좌판들이 어우러져 혼란스러울 지경이다.불과 한달 전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텅비었던 거리가 이제 최대 번화가의 명성을 되찾은 것이다. 27일 저녁에는 ‘사스 해방 경축기념식’이 베이징 시내 곳곳에서 열렸다.먹자거리로 유명한 구이제(鬼街),룽푸쓰(隆福寺) 등에서는 전통 사자춤(武獅) 놀이와 일종의 여성 집단무용인 양거(秧歌)를 선보여 모처럼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IT메카 중관춘 경기 살아나 시단(西單),옌사(燕莎),란다오(藍島) 등 다른 유명백화점들도 25일 전후로 ‘사스 해방 경축행사’라는 명목으로 대대적인 세일에 돌입했다. 왕푸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단(西單) 상업거리에서는 자동차 회사들이 화려한 모델들을 동원,승용차 전시회를 열어 ‘사스 특수’를 이어가려고 애를 쓰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창립 5주년 기념 세일을 했던 자금성 서남쪽의 좡성충광(庄勝崇光·SOGO) 백화점은 3일 동안 무려 21만여명이 몰려와 6000만위안(9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관리소측은 “4월 이후 고객이 지금처럼 많기는 처음”이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베이징 서북부 하이뎬취(海淀區)에 있는 IT메카 중관춘(中關村)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중관춘다제(中關村大街)변에 위치한 최대 가전상가 하이룽다사(海龍大廈)의 경우 80%까지 떨어졌던 매출이 최근 ‘졸업수요’까지 겹쳐 신기록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관리소측은 “이달 초부터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섰다가 신규 환자가 사라진 중순부터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라섰다.”고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카페촌도 불야성 사스 감염지역 해제가 발표된 25일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도 카페촌 산리툰(三里屯)은 불야성을 이뤘다.26일 저녁에 시작된 사스 해방을 기념하는 맥주파티는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아름드리 포플러 나무가 빼곡하게 늘어선 이 거리는 각종 희한한 조명장치들이 빛을 발하는 가운데 사스 해방을 기념하는 “쥐베이(擧杯·잔을 들자)”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외국인회사에 다닌다는 류샤오량(劉小良·29)은 “사스 해방 뉴스를 듣고 친구들과 조촐한 축하모임을 만들었다.”며 “감옥 같은 생활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잔을 권했다. 베이징의 대학교들은 대부분 지난주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돼 내주부터 사실상 방학에 들어간다.초·중·고등학생들도 일정을 앞당겨 오는 30일부터 정상수업을 시작한다. ●매일 10만명씩 베이징 유입 6월 초부터 베이징의 명소 톈안먼(天安門) 광장에는 형형색색의 깃발을 든 국내 단체관광객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사스의 최대 피해자인 여행업체들은 WHO의 여행자제 권고 조치를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워했다. 소규모 여행사들은 사스 기간에 대부분 문을 닫았거나 파산 직전까지 몰렸지만 이제는 기대감에 부풀어 관광객 맞이에 부산한 모습들이다. 중국 국제여행사측은 “그동안 여행 자제지역으로 묶여 외국 관광객들이 전혀 없었지만 24일 이후 문의,예약전화들이 늘고 있다.”며 “7월 중 10여팀이 예약됐고 8월 중에는 20여팀 안팎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5월 중순까지 탈출 러시의 주요 출구였던 베이징역이나 베이징서역 등은 사스가 사라지면서 귀경(歸京) 인구들로 북적대고 있다. 지난 중순 이후 베이징 유입 인구는 매일 10만명에 달하고 있고 사스 감염지역에서 해제된 24일부터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사스 이전 300여만명에 달했던 임시거주 인구들이 다시 직업을 찾아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먹자거리에 사람들 발길 베이징 둥청취(東城區)의 유명한 먹자거리 구이제(鬼街)는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중국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사천요리,샤부샤부(火鍋·훠궈)와 마라샤오룽샤(麻辣小龍蝦·가재요리) 등 유명 요리들이 집결된 이곳은 사스 한파로 파리를 날리던 한달 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다. 이곳에 들어서면 30명 정도가 들어가는 소규모 음식점 100여개가 모여 있다.26일 모처럼 내리는 빗속에서도 점심 손님들이 식당마다 가득했다.사천요리 전문점(同利園家常菜)의 한 종업원은 “요즘은 마라샤오룽샤를 먹는 철이라 새벽 2시까지 고객들이 찾아온다.”며 “점심 저녁 때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라고 자랑한다. 단골손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중년남자는 “쏸차이위(酸菜魚·생선요리) 맛이 기가 막히게 맛있어 자주 찾는다.”며 “사스에 더이상 신경을 안쓰게 돼 무엇보다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는다. oilman@ ■사스가 몰고온 사회변화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사회적인 면에서 중국 대륙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사스 진원지로서 국제적 망신을 당했고 사스 은폐 의혹을 사면서 도덕성까지 의심을 받았지만 선진사회로 가는 데 획을 긋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많다. 우선 청결에무관심했던 중국인들의 위생 관념을 철저하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중국인들도 수긍하는 대목이다.“중국 정부가 10년 동안 해도 안 되는 일을 사스가 두 달만에 해냈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외국인들이 가장 혐오스러워하는 ‘침뱉기’도 사스기간 중에 상당히 줄어들었다.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50(7500)∼100위안(1만 5000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고,부녀회 등에서는 ‘침뱉는 봉투’를 거리에서 나눠주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도 동원하고 있다. 인터넷 사회로의 일보 전진도 사스가 가져온 순기능이다.외출을 삼가는 대신 인터넷 쇼핑몰이나 인터넷 게임 업체들이 호황을 이룰 정도였다.현재 6000만명 정도의 인터넷 인구는 연말까지 1억명 정도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 인구가 급증하고 자동차 판매가 급증한 것도 사스 여파로 생긴 재미있는 현상이다.사스 이전에는 골프장이나 연습장에 중국인들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평균적으로 30% 이상이 늘었다는 것이 관련업체들의 설명이다. 개혁·개방으로 양산된 중산·부유층들이 사스를계기로 눈치를 보지 않고 골프를 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모이는 대중교통을 피해 과감하게 ‘마이카’를 선택했다. 한국의 대표적 식품인 김치(파오차이·泡菜)가 사스의 ‘특효약’이란 소문이 중국인들 사이에 입으로 전달되면서 김치 인기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도 뜻하지 않은 결과였다. 중국 베이징의 대형 매장인 까르푸점에서 김치 판매량이 10배 이상 늘어나는 등 김치 열풍은 아직도 ‘진행형’이다.‘하선정’ 등 한국 김치업체들이 앞다퉈 중국 시장을 노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중국 정부도 사스 퇴치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총서기 중심의 제4세대 지도부가 ‘민심’을 얻게 됐다.사스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애국심과 단결력을 이끌어낸 것도 커다란 수확일 것이다.그러나 투명 행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중국 정부에 새로운 숙제로 작용할 것이다. ■인민대회당 파격 이벤트 중국 인민대회당이 사스로 발길이 끊긴 관광객들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만찬을 대접하기로 했다.구샤오위안(顧曉園) 베이징시 관광국 부국장은 26일 다음달 4일부터 베이징을 방문하는 외국인 단체관광객 1500명에게 금요일마다 인민대회당에서 식사를 대접한다고 밝혔다. 구 부국장은 “이번 행사는 사스로 타격을 입은 관광업을 되살리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관광산업을 키우고 사스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모든 대책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인민대회당 만찬 초청 대상은 선착순이며 타이완과 홍콩,마카오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에서 입국하는 관광객 500명,일본 300명,미국과 유럽 700명 등 지역별 할당제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음달 4일 베이징 공항에 도착하는 첫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에 대해서는 베이징시 정부 지도부가 직접 공항으로 영접을 나가 환영행사와 함께 감사의 선물을 준다.”고 말했다.구 부국장은 “베이징시 관광국은 중국 여행을 촉진하기 위해 관광 판촉 행사에 돌입한다.”면서 “특히 해외에 베이징 여행광고를 낼 경우 시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 풍선아트 동호회 엿보기 / 예쁜꽃 강아지 3분이면 뚝딱 요리조리 풍선마술

    “자,오늘은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제가 만드는 것을 보고 천천히 따라해 보세요.만드는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처음 참석한 회원들도 3분 정도면 너끈히 만들 수 있습니다.” ●전국 10만명이 즐겨… 회원 5000명 동호회도 지난 21일 오후 3시쯤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벌룬 파티스쿨 강의실.15평 남짓한 강의실은 풍선 아트 아마추어 동호인 30여명이 이영혁 강사의 지도로 만들기에 몰입하고 있었다.이들의 얼굴은 강아지 작품을 직접 만든다는 즐거움에 모든 시름을 잊은 듯한 환한 표정이었다. “풍선을 꺼내 부는 순간 풍선은 이벤트화됩니다.풍선 아트는 값싼 풍선으로 만들지만 어린이들에게 창의력을 심어주는 데다,훌륭한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지요.” ‘풍선 아트의 전도사’인 송동명(33·벌룬 파티스쿨 대표)씨는 “풍선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 좋아하고,풍선 아트는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자식들에게 풍선을 만들어 주고 싶어 배우고 있다는 이숙희(38·가정주부)씨는“친정 어머니가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문병하러 온 어린이들에게 심심풀이로 풍선으로 토끼 등을 만들어 줬더니 너무너무 즐거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지금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풍선 아트 배우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거든다. 풍선 아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10여만명.주로 동호인 모임 등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송동명과 함께 하는 풍선 아트’는 대표적인 모임 가운데 하나로,회원이 5000명을 넘어섰다.연령은 10대부터 50대까지,학생이나 가정주부가 많고 회사원·자영업자 등도 제법 있다.풍선 아트를 즐기는 이유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는 성취감 때문. ●‘정이 듬뿍' 받는 사람들 누구나 좋아해 “풍선 아트를 하다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재미가 쏠쏠합니다.풍선으로 못 만드는 것이 없어요.표현의 한계가 없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풍선 아트를 시작한 임지현(22·여·아세아연합신학대 4년)씨는 “풍선으로 작품을 만들다보면 만드는 속도가빨라지고 노하우가 생기는 등 아트의 리듬감도 느낄 수 있다.”며 “하지만 학생인 만큼 예술 작품 하나를 만들려면 3만∼1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풍선 아트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자,매력이다.오는 8월 태어날 아기에게 풍선 아트를 선물하기 위해 배우는 권영학(30·성원설비 기술사사무소)씨는 “풍선을 만들어 선물하니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했다.”며 “직접 만들어 선물하는 만큼 정이 듬뿍 담겨 있는 데다,조형물이나 애완동물 등 ‘작품’의 소재 대상이 무한하다는 것이 매력으로 꼽힌다.”고 강조한다. ●“스트레스 쌓이면 일부러 터뜨려요” 풍선 아트를 시작한 지 2개월밖에 안된 새내기 이중권(25)씨는 “조금만 노력하면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풍선으로 무엇을 만드는 작업이어서 창작의 기쁨도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4월 풍선 아트에 입문한 김지만(29)씨는 “풍선을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들은 풍선이 터지는 것을 두려워하지만,그 두려움은 풍선 아트를 배운 지 10분 정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며 “풍선 터지는 소리는 마치 불꽃놀이 때의 폭죽 터지는 소리와 같아,스트레스가 쌓이면 일부러 실습 작품들을 터뜨리곤 한다.”고 털어놓는다. 글 김규환기자 khkim@ 사진 한준규기자 hihi@ 나도한번 배워봅시다 풍선 아트는 풍선을 이용해 여러가지 조형물이나 인형 등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손쉽게 배울 수 있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자 매력. 다음 카페(cafe.daum.net)의 경우 풍선 아트 아카데미 등 30여개의 동호인 모임이 활동하고 있다. 풍선 아트를 배우려면 한국풍선아트협회·벌룬 파티스쿨 등 풍선 아트 교육센터를 찾으면 된다.한국풍선아트협회는 매주 화·토요일 재료비(8000원 정도)만을 부담하는 무료 강좌반을 개설하고 있다.벌룬 파티스쿨 등도 매주 화·목·토요일 재료비만 부담하는 무료 및 유료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표참조). 풍선 아트 교육센터에서 기초 이론과 실기 등을 20시간 정도 배우면 3급 자격증을 받는다.3급 자격증은 취미생활로 풍선 아트를 즐기는 초급과정을 이수했다는 수준이다.30시간 이상 교육을 받으면 취미생활반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2급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2급 과정은 전문가과정으로,유료 강좌로만 운영된다.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풍선 아트를 계속 배우면서 1년 이상 관련 세미나·전시회 등에 참여하면 1급 자격시험 대상자가 된다.1급 자격증을 획득하면 2급 전문가 과정을 가르치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윤현 한국풍선아트협회장은 “1990년대초 도입된 풍선 아트는 현재 이벤트 현장과 유아교육 관련 업종,초·중·고 특별활동,호텔·웨딩숍·뷔페장소 등 서비스 부문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규환기자
  • 이런 책 어때요 / UFO신드롬

    맹성렬 지음 넥서스 펴냄 영국의 젊은이들은 신의 존재보다 외계인과 유령의 존재를 더 믿는다고 한다.일본엔 아예 외계인을 기다리는 그들만의 정착촌이 있다고 한다.핵전쟁이나 전지구적 환경파괴와 같은 대재앙에 대한 두려움,과학의 진보로 점차 낡은 패러다임으로 치부되고 있는 기존 종교에 대한 무력감 등은 초과학적인 ‘그 무엇’에 대한 희망을 걸게 한다.아직은 미미하지만 극단적인 UFO(미확인비행물체) 광신의 조짐마저 있다.이 책은 무수한 논란의 대상이 돼왔지만 합리적인 해석이 뒤따르지 못했던 UFO현상의 물리적·심리적·종교적인 요소들을 분석한다.2만 5000원.
  • [나의 건강보감]하일성씨의 ‘완보 예찬론’

    “지금 건강하시다고요? 그거 자신하지 마세요.세상에 하일성이가 쓰러지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야구해설가 겸 방송인 하일성(55)씨.그는 야구장에서 후배 선수들이 어이없는 실책이나 태만한 모습을 보여도 쉽게 꾸짖고 비난하지 않는다.“운동에만 열중하다 보면 저럴 때가 있어요.본인이 그걸 알고 자신을 얼마나 잘 추스르느냐가 중요하죠.”하고 먼저 껴안는다.이런 ‘포지티브 해설’로 우리에게 기분좋은 여가문화의 새 장을 열어줬는가 하면 방송에서는 구수한 입담으로 그늘없는 웃음을 주는 건강한 생활인.그를 만나 심근경색이라는 ‘운명의 도발’ 이후 ‘달라진 삶’을 들었다.그는 여전히 밝고 솔직했다. 지난 2002년 1월.신문 사회면에 실린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야구인 하일성씨 심근경색 졸도’란 제목의 기사는 본문에서 ‘3개의 심장혈관중 2개가 막혀 20∼30분만 늦었어도…’라며 그에게 닥친 ‘도발’의 실체를 전했다.뜻밖이었다.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그만큼 건강했고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일하던 중이었다.본인도 “내게 어떻게 그런 일이…”라며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그러나 모든 것이 사실이었다.다행인 것은 본인이 그 ‘운명의 도발’을 새 삶의 계기로 삼아 더 밝고 충실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밥보다 야구가 좋다 그는 야구를 무척 좋아한다.“밥보다 야구가 좋다.”는 그의 말이 빈말이 아니다.야구는 그의 막막한 인생에 오아시스였다.부모의 이혼과 사연많은 성장기,혼미한 청춘의 방황은 결국 전쟁이 한창이던 월남으로 그의 발길을 돌려놨다.그 살벌한 전장에서 그는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닫는 망외의 전과를 얻어서 귀국한다.‘인생을 다시 살자.”는 통렬한 깨달음이 그것이었다. 세상을 다시 살자는 그에게 야구는 삶이자 사랑이었다.초등학교때 처음 시작해 경희대를 끝으로 크게 빛을 보지 못한 ‘야구선수 생활’이라는 1막을 접은 그의 야구인생은 이렇게 2막의 서장을 열었고,무대는 프로야구였다. 1979년.TBC 야구 해설가로 방송가에 첫 발을 디딘 그는 당시 김성근 감독이 맡고 있던 KBS라디오 중계까지 거머쥐며 ‘하일성 시대’를 열었다.이런 그에게 프로야구는 ‘단비’였고 그는 ‘물만난 고기’였다.그 시절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고교야구도 프로야구의 위세에는 이내 주눅이 들었다.프로야구와 함께 그는 펄펄 날았다.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해설만큼은 독보적이었고,그래서 야구중계는 그의 독무대였다.사람들은 쉽게 ‘하일성의 입심’을 말했지만 피나는 노력없이는 넘볼 수 없는 성취였고,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정말 바쁘게 살았다.하루 다섯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는 그의 고백은 차라리 눈물겹다. “운동요? 따로 못했어요.그럴 시간 있으면 잠자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따로 운동 한번 하지 않고도 그나마 버틴 건 젊은 시절 운동으로 다져놓은 체력 때문이었죠.” 그는 과로를 끼니삼았다.야구 중계가 많은 날은 오히려 신바람이 났고 즐거웠다.일과를 마친 뒤 지친 몸으로 들르는 곳은 술자리.앉은 자리에서 소주 서너병은 뚝딱 해치웠다.그래도 술은 몸이 축난다는 표나 났지만 담배는 아니었다. ●설마 하다 청천벽력그는 지난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하루 2∼3갑씩 담배를 피워댄 골초였다.경기가 있는 날은 중계방송때만 1갑,그리고 나머지 남은 시간에 2갑을 피웠다.그런 담배가 그를 소리없이 무너뜨렸다.인터뷰 자리에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안색이 좋다.”고 인사하자 “뭐 따로 좋아질 게 있겠어요?”라면서도 “아마 담배를 안피워 그런 것 같다.”며 건강 얘기를 풀어놨다. “주변을 보면 사람들,참 문제 많아요.왜 그렇게 병원을 싫어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몸이 상해도 자빠지기 전에는 병원 안가겠다고 버티잖아요? 잘못 생각하는 거예요.내가 바로 그렇게 살다 혼쭐났잖아요.” 그의 건강론은 책에 나온 허튼 주의보가 아니라 간절한 체험의 산물이어서 흘려 들을 수가 없다. “사람들 대부분이 그래요.병원에 가보라고 하면 ‘인생 김빠진다.’며 말도 못꺼내게 하거든요.얼마나 미련하고 어리석은 생각입니까?” 그러면서 자신이 겪은 그 ‘운명의 도발’ 배후로 주저없이 담배를 지목했다.지금은 주치의의 의견을 들어 술은 한두잔씩 하지만 담배는딱 었다. 그는 지금도 자고 나면 손끝이 저릿한 증상을 느낀다.심근경색의 여진과 같은 것이다.지금 그의 생활은 많이 바뀌었다.“어떻게 나에게…”하는 생각에 우울증까지 겪었는가 하면 수술후 두달동안 밥을 먹지 못해 넘어져 뇌진탕을 일으키기도 했다.병상에서는 새삼 태산같은 아내의 존재를 확인했고 두 딸에게 쏟는 사랑도 더 각별해졌다.“야구도 그래요.너무 이기기만 하면 어딘가가 곪아 한 순간에 팀이 주저앉곤 하거든요.그런 점에서 나는 늦었지만 건강에서 패배를 맛봤으니 더는 삶이 곪는 일은 없을 거예요.” ●담배 끊고 식습관도 바꾸다 그 뿐이 아니다.운동도 시작했다.운동이라야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조용한 때,조용한 곳을 걷는 게 전부지만 걸음을 디딜 때마다 새로 태어나는 기분을 느낀다.맵고 짜게 먹는 식성도 개량중이다.곰탕에 넣는 소금의 양도 반으로 줄였다.하루라도 고기를 먹지 않으면 힘을 쓰지 못하겠다고 여겼으나 이제는 고기 대신 야채를 많이 먹는다.“잘못하면 나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삶을 겸허하게되돌아보게 했다.물론 수술후 스스로 위축돼 예전과 달리 자신감을 잃거나 적극성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할아버지가 됐다.호주에 사는 큰딸이 첫 애를 낳은 것.만나자마자 이런 사실을 스스럼없이 자랑하는 그의 얼굴에 ‘심근경색’ 이후 더욱 애착이 가고,그래서 한시도 속절없이 흘려보낼 수 없어 아무도 몰래 꼬옥 보듬어 안는 그의 인생이 말갛게 비쳐 보였다. 글 심재억 기자 jeshim@ 사진 안주영기자 jya@ 심근경색엔 적절한 운동 필수 심장수술을 두번이나 받은 하일성씨가 건강하게 재기하는 모습을 본 주치의가 이런 농담을 건넸다.“하 선생님,100살은 거뜬히 채우시겠는데요.” 환자에게 건네는 의사의 격려이겠지만,이 말에는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건강한 삶’의 전제가 담겨 있다.바로 운동이다. 그의 경우 수술후 운동이 일과가 됐다.건강을 과신해 평생 운동을 외면하고 살았던 그로서는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그가 하는 운동은 강남의 양재천변을 따라 걷는 것.심장의 부담을 고려해 속보나 달리기보다는 중간 속도의 완보(緩步)로 하루 1시간 정도 걷는다. 지금도 자고 나면 손끝에 저릿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맨손체조와 함께 완보를 하고 나면 한결 몸이 나아진다.수술 전에야 시답잖아서 운동이라고 여기지도 않았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이만한 운동이 없다.막상 해보니 운동이 된다는 걸 몸이 먼저 느낀다.덕분에 예전과 다름없이 야구경기를 중계하는가 하면 방송일도 다시 하고 있다. 그렇다고 어찌 일말의 자괴감이 없으랴.건강할 때는 이런 운동을 하더라도 주변 풍경을 즐기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나 이제는 건강 때문에 안할 수 없는 운동이라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갖기가 쉽지 않다.“때로는 비참한 생각이 들기도 해요.지금은 훨씬 낫지만 처음엔 ‘내가 어쩌다…’하는 생각에 정말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하더라고요.” 평생 스스로의 건강만 믿고 정신없이 뛰어온 그에게 ‘심장의 도발’은 건강에 대해 과신 대신 겸허함을 갖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문제가 된 부위가 심장이어서 처음엔 집보다 병원에 누워 있는게오히려 마음이 편할 정도로 두렵기도 했지만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입지전적 삶을 열어왔듯 남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노력으로 그런 불안감을 떨치고 있다. 심근경색은 심장세포의 일부를 파괴해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게 하기 때문에 남아 있는 부분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운동은 부하검사를 통해 맥박수를 조정하되 보통 달리기보다 걷기,속도는 속보와 완보의 중간 정도가 적당하며,시간은 개인차가 있으나 20∼40분 정도면 된다.수술 환자는 정기적으로 고지혈과 혈관 및 심장 상태를 체크하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다. ■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소장 심재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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