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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 휩싸인 외교부/“문책 칼날 어디까지” 술렁

    윤영관 장관이 경질된 15일 외교부 직원들의 분위기는 ‘충격과 공포’로 요약됐다.간간이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이는 없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조현동 북미 3과장의 문책으로 파동이 마무리되길 바랐지만,장관까지 바뀐 마당에 문책 범위는 보다 폭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특히 청와대측이 ‘외교부의 언론플레이’를 크게 문제삼고 나선 이상 인사범위는 북미국뿐 아니라 부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려 일부 체제 개편까지 있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부 창설 이래 최대 위기라는 자조섞인 진단도 나왔다. 오전 11시30분으로 갑자기 잡힌 윤 장관 이임식은 예정보다 5분여 늦어졌지만 300여 직원들은 아무도 입을 떼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등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한 외무관은 “윤 전 장관 주도로 부처 조직개편을 진행하기 위해 컨설팅업체까지 선정했는데 갑자기 일이 이렇게 돼서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용산 미군기지 협상,6자회담 등 산적한 현안은 어떻게 전개될지 두려움까지 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희망의 단초를 얘기하는 흐름들도 있었다.한 외교부 직원은 “윤 전 장관은 이번 일을 교훈삼아 다음 장관이 오더라도 내부에서 해야 할 많은 일들을 분명하게 지적해주고 갔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탈북 청소년들의 남한 정착기/KBS 일요스페셜 ‘북한에서‘

    지난 4년간 국내에 들어온 탈북 청소년은 400여명.대부분 북한에서 부모를 잃은 청소년이다.같은 땅 덩어리에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이들이 겪는 문화적 충격,정체성 혼란을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KBS 1TV 일요스페셜은 18일 탈북 청소년 10명의 고단한 남한 정착기를 다룬 ‘북한에서 온 아이들-한국 생활 1년간의 기록’을 방영한다.지난해 1월부터 ‘다리 공동체’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의 갈등과 번민,그리고 행복을 담았다. 우여곡절 끝에 홀로 찾아온 남한 땅.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영어는 물론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와 숫자는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고,노래방에 가면 아는 노래가 없어 또래들과 노는 것도 힘들다.북한에서 왔다는 게 잘못도 아닌데 “북한이 거지같다.”는 한마디에 “너 간첩이지.”하는 친구들의 놀림에 마음은 상처투성이로 변했다.풍요로운 남한에서 굶주린 배는 채웠지만 정신적 궁핍은 깊어만 간다. 낯섦은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남한에 대한 반항적 정서와 북한에 대한 막연한 향수로 이어졌다.하지만 아이들은포기하지 않는다.아직도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는 어머니를 그리며 쓴 편지로 상을 받고 중국어 자원 봉사도 하는 혜란이.나이 제한 때문에 안된다는 말에도 기죽지 않고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워가는 성일이. 통일은 체제의 통일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론 사람의 통일이다.분단 반세기 동안 우리는 언제나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불러왔다.그러나 북한을 탈출한 이들을 외면하거나 부담스럽게 여긴다는 것은,실제로는 통일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자기 모순이 아닐까.제작진은 탈북 청소년 문제를 통해 남한 사회가 진정으로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
  • [열린세상] 유권자가 지켜보고 있다

    새해를 맞는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지난 한 해 동안 마무리짓지 못하고 새해로 넘기게 된 사회적,경제적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지만,그보다는 새해가 다시 한번 정치에 사활을 걸고 이전투구하는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탓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정치권은 국민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도,지난 대선을 통해 표출된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도,국가의 위신도 모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당리당략만을 위해 정쟁을 벌여왔다.재신임 정국과 단식 정국으로 이어지는 정치권의 끝없는 기싸움은 이태백,사오정,오륙도로 대변되는 경제적 어려움보다도 더 국민들을 맥빠지게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의 결의를 다져야 하는 이 시점에서도 정치권은 여전히 자기 밥그릇 챙기기와 상대방 죽이기에 골몰하고 있다.선거구의 인구편차가 3대1을 넘지 않도록 늦어도 2003년 말까지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라고 헌법재판소가 판정한 지 2년이 지났지만,정치권은 법을 개정하지 못하고 현 선거구와 선거법을 위헌으로 만들었다.그러고는 모두 상대방의 탓이라고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차떼기로 음성자금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정치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유용했음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진정한 양심고백을 하지도,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다.범국민개혁협의회가 만든 정치자금관련 안이라도 입법화시키라는 최소한의 국민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귀 막고 상대의 잘못이 더 크다고 강변하고 있을 뿐이다. 사사건건 정쟁으로 일삼던 정치권이 비리의원을 보호하는 데에서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듯 뜻을 같이했다.이심전심으로 비리의원 7명 전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후에는 비리의원들을 향해 축하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던지는 몰염치함을 보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제17대 국회의원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는데 각 정당은 총선승리만을 외칠 뿐,정치관계법의 정비일정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거구획정이 되지 않은 것은 물론,돈 선거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인 정비가 전혀 되지 않은 채 그 어느 때보다많은 정치지망생들이 당내 경선이다 뭐다 해서 선거바람에 휩싸일 경우 선거를 치르다가 나라가 망한다는 탄식이 나오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뻔한데도 정치권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치관계법을 처리할 심산인 듯하다.국가의 미래와 유권자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은 안중에도 없이 입법권을 최대한 전횡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지켜보고 있다.그리고 4월15일 한 표의 행사를 통해 정치권을 응징할 것이다.말로는 정치개혁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정치개악을 주도하고 있는 정당이 어느 당인지,그리고 당론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정치권의 기득권 지키기에 동조하고 있는 의원들이 누구인지 가려보고 있다. 유권자들의 말 없는 그러나 무서운 응징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으면,아니 총선에서 진정으로 승리하기를 원한다면 각 당은 조속히 정치개혁입법에 나서야 한다.그리고 그 출발점은 정치권 스스로가 민간전문가들로 구성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제시한 안을 수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치권이 2년 동안 주물럭거려도 못 해온개혁입법을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시한을 2월까지로 연장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정치권은 일부 조항중 절대 받아들이기 힘든 조항이 있다면,각 조항별 수정안을 발의하고 기록표결을 거쳐서 수정하면 될 것이다.의원들은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입장 때문에 자신도 개혁입법에 반대하는 의원으로 총선에서 심판받는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기록표결을 통한 정치개혁입법을 당 지도부에 촉구하여야 할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교수·정치학
  • 새해 벽두 관가 ‘몬스터 열풍’

    새해 벽두부터 관가(官街)에 ‘독서열기’가 뜨겁다.노무현 대통령이 일독을 권한 ‘체인지 몬스터’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기술’ ‘변화 관리’ 등 3권의 외국 서적이 공무원들의 필독서로 갑자기 떠올랐다. 노 대통령은 지난 3일 장·차관들이 참석한 제3차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 앞서 지난 연말 ‘변화’를 새해 화두로 제시하고 장·차관들에게 이 책들을 읽어볼 것을 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들어 각 부처 국장 인사교류,개방직 확대 등 공무원 사회에 대대적인 변화조짐이 나타나자 공무원들은 노 대통령의 ‘변화 코드’에 맞추기 위해 앞다퉈 이 책들을 찾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기획예산담당관실에서 이 책들의 발췌본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e메일로 돌리며 일독을 권하고 있을 정도다.9,10일 이틀간은 400여명의 전 직원이 참가한 가운데 1박2일 일정으로 충남 도고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워크숍을 갖고 이 세 권의 책에 대해 과장 3명이 각각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을 하는 시간까지 따로 마련했다. 환경부와 기획예산처 등 다른 부처도 이미 일부 국·과장들이 책 요약본을 돌려보거나,책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올해 공직사회의 키 워드는 ‘SFC’라는 얘기마저 돌고 있다.‘잘 살펴보고(See),그걸 감성으로 느끼고(Feel),이를 바탕으로 변화하라(Change)’는 게 이 책들의 주 내용이기 때문이다. 경제 부처의 한 국장은 “올해 공무원들의 화두는 SFC”라면서 “벌써부터 공무원 사이에 이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호 김성수기자 unopark@ 체인지 몬스터는 어떤 책 체인지 몬스터(Change Monster),즉 괴물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하나의 은유다.중요한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나타나는 복잡한 인간 감정과 조직에서의 역학관계를 표현한 상징개념이다.한마디로 무엇을 바꿔나가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지니 대니얼 덕(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 수석 부사장)이 쓴 ‘체인지 몬스터’(보스턴컨설팅그룹 옮김,더난출판 펴냄)는 변화 혹은 개혁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실패하게 되는 이유를 인간관계와 감정적인 역학관계라는 틀 속에서 추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든 변화는 합리적인 예측과 관리가 가능한 5단계의 변화곡선에 따라 진행된다.경영자들은 침체기·준비기·실행기·결정기·결실기로 이어지는 각 단계마다 서로 다른 모습의 ‘괴물’과 마주치게 된다.저자는 조직원들이 겪게 되는 변화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 같은 인간 감정을 관리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이 ‘변화의 괴물’을 다스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지극히 평범한 말이지만 실천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는 책이다.1만 5000원.
  • 삼성 신치용감독 현대 김호철감독/ 친구는 없다

    “친구야,한 번 붙어보자.” 배구 슈퍼리그 7연패를 달성한 데다 V-투어 1차대회까지 우승한 삼성화재의 ‘제갈공명’ 신치용 감독.17년 동안 선수와 감독으로 배구 최강국 이탈리아를 평정하고 돌아온 ‘컴퓨터 세터’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 49세 동갑내기인 둘은 37년 동안 우정을 쌓아온 죽마고우이자 배구에 관한 한 1등만을 추구해온 완벽주의자들이다. 5일 이들이 드디어 감독으로서는 처음으로 맞붙는다.1차 서울대회에서는 조가 달랐고,현대가 예선탈락하는 바람에 맞대결이 무산됐지만 4일부터 시작된 2차 목표대회에서는 같은 A조에 속해 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둘 다 선수시절 세터로 활약했기 때문에 지략 싸움에서는 ‘와룡’과 ‘봉추’의 대결만큼이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신 감독은 부산 아미초등학교,김 감독은 밀양 밀주초등학교에서 각각 세터로 출발했다.합숙훈련을 함께 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됐고,대학 때부터 성균관대(신치용)와 한양대(김호철)로 갈려 라이벌이 됐다. 배구에서는 감독의 빛나는 용병술과 작전 지시로 2∼3점을 보탤 수 있지만 승부는 결국 선수들이 가른다.이런 면에서 보면 최고의 선수들을 거느린 신 감독이 유리하다.1차대회 때 빠진 ‘월드스타’ 김세진과 ‘갈색폭격기’ 신진식까지 가세한다. 그러나 신 감독은 승리를 자신하지 않는다.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돌다리도 몇번씩 두드리는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현대가 버겁기 때문이기도 하다.신 감독은 1차대회 내내 “현대가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대한항공과 접전 끝에 우승한 뒤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면서도 “그나마 대한항공이었기에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이 현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높이’ 때문이다.방신봉(2m)과 윤봉우(203㎝) 이선규(202㎝)로 이어지는 센터 블로커는 주전 가운데 2m가 넘는 선수가 하나도 없는 삼성으로서는 두려움의 대상이다.게다가 현대의 국가대표 세터 권영민이 최근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팀에 합류,출격 태세를 갖췄다. 김 감독 역시 “아직 우리 팀도 제대로 모르는데 어떻게 삼성을 이길 수 있다고 말하겠느냐.”며 고개를 흔든다.다만 예전처럼 쉽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자존심 강한 두 승부사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로 ‘남녘 코트’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사랑으로 일어섭니다/복직준비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씨

    등줄기에서 느껴지는 저릿한 통증에 환자복이 식은 땀으로 젖는다.시계는 새벽 두시를 가리키고 있다.열흘전 허벅지 피부를 이식받은 오른발 쪽이 몹시 아프다.머리맡을 더듬어 약병을 집어든다.힘겹게 꺼내든 수면제 2알.아내는 습관이 된다며 만류하지만 다섯시간이라도 잠다운 잠을 자려면 어쩔 수 없다.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온몸이 축 늘어진다.두아들 준성,효성의 얼굴이 스치듯 사라진다. ●7차례 대수술… 멀고 험난한 재활의 길 지난해 7월 서울 영등포역 승강장에서 전동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구하려다 양쪽 발을 잃은 철도 공무원 김행균(金幸均·43)씨.‘아름다운 철도원’이란 부담스러운 별명까지 얻었지만 재활의 길은 고독하고 험난하다. 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순천향병원 6층 병실에서 만난 김씨는 수술 후유증으로 생각보다 더 고통스러워 보였다.수술은 7차례나 받았다.지난해 11월 왼쪽 발목 절단수술을 받았고 지난달 19일에는 양쪽 허벅지 피부를 떼어내 발가락이 잘린 오른발에 이식했다.13시간이나 걸린 대수술이었다.매일 밤 11시 잠자리에들지만 대여섯 시간 이상 자지 못한다.격심한 새벽 통증 때문이다. ▶관련기사 2면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김씨는 “고통이 올 때마다 가족의 얼굴과 격려 글을 보내온 이름 모를 이웃들을 떠올린다.”면서 “두 다리는 잃었지만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사랑을 몇곱절이나 더 얻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선물상자’에는 전남 보성의 이발사 손정수씨의 격려편지 5통과 전남 나주 금천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카드와 함께 보내온 돼지저금통이 들어있었다. 요즘은 재활운동을 하느라 하루가 짧다.재활에 열심인 것은 복직한 뒤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매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치료받는 시간 말고는 모두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틈틈이 뉴스도 보고 책읽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사고 어린이 부모의 전화 받았었다” 김씨는 이날 자신의 희생으로 목숨을 구한 아이의 부모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냈다.“사고 며칠 뒤 ‘수술 결과는 어떻습니까.죄송합니다.시간을 내서 반드시 찾아뵙겠습니다.’고 말하고 끊은 전화 한통이 있었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 부모의 전화였던 것 같습니다.” 김씨는 “내가 그 부모였더라도 처음에 찾아올 기회를 놓쳤다면 나중엔 더욱 힘들어졌을 것”이라며 그들을 감쌌다.‘아낌 없이 주는 나무’.김씨는 병원에서 이렇게 불린다.지난 9월 입원해 어느덧 ‘고참환자’가 된 김씨는 새 환자가 들어오면 병원생활과 재활 치료의 노하우를 자상하게 알려주고 있다.자신에게만 쏠리는 관심과 격려를 환자들과 나누려고 애쓴다. 담당의사 이영호(36)씨는 “지난달 수술결과가 좋다.”면서 “1주일 뒤 이식한 피부에 감각이 돌아온다면 늦어도 6개월 뒤부터는 혼자 걷고 계단을 오르내릴 만큼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글 이영표 이세영기자 sylee@ ■수발 5개월… 아내 배해순씨 1면서 계속 “위만 바라보고 아등바등하던 예전과 달리 주위와 아래 쪽에 눈을 맞추니 새로운 세상이 보이더라구요.” ‘아름다운 철도원’의 아내 배해순(40)씨도 역시 ‘아름다운 아내’였다.그는 남편을 5개월 남짓 병수발 하면서 하루도 좌절하거나 절망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배씨는 “사고 직후 남편이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행복했다.”면서 “남편의 몸이 몸통만 남아있어도 평생 내가 팔과 다리가 되어 줄 것이라고 다짐했기 때문에 큰 두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평생을 병상에 누워 지내야 하는 중환자들,몸은 멀쩡 하지만 정신이 병 든 사람들….우리보다 더 절망스러운 환경에서 그들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더라구요.” 남편의 사고소식에 한때 눈앞이 캄캄했으나 병원에서 훨씬 사정이 나쁜 사람들을 보고는 오히려 힘을 얻게 됐다고 했다. 배씨는 “남편이 비록 두 발목은 잃었지만,재활할 수 있다는 희망 하나가 얼마나 큰 삶의 활력소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한가지 배씨가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해오던 자원봉사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점이다.그는 집 근처 부천 중동사회복지관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했었다.배씨는 “남편이 사고를 당한 이후 시간이 나지 않아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배씨는 요즘 큰 아들 준성(14·중학교1년)군이 훌쩍 컸다고 대견해했다.배씨는 “준성이가 막내 효성(9·초등학교2년)이와 함께 남편의 빈자리를 대신해 집안의 모든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볼 때 ‘남편의 사고후 더 많은 것을 얻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준성군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아빠 얘기를 할 때마다 부끄러우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뿌듯하다.”면서 “아빠가 퇴원하면 지난 봄 온 가족이 함께 갔던 영종도 갯벌을 다시 찾고 싶다.”고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 ■복귀 기다리는 영등포역 동료들 “김행균씨가 돌아와 예전처럼 함께 일할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김씨가 근무하던 서울 영등포역 열차운용팀장실.김씨의 직장 동료들은 ‘그의 빈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열차운용팀은 영등포역의 열차운행을 통제하는 ‘사령실’이다.업무가 중요하기 때문에 팀장급만 10명이 근무한다.승강장에서 승객의 안전을 보살피는 일도 맡고 있다.김씨는 사고 전까지 이곳에서 4개월동안 일했다. 열차운용팀장 이동환(48)씨는 “지난해 7월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요즘도 가끔씩 김씨의 안부를 묻는 승객들이 있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잊혀지겠지만 김씨의 따뜻한 선행이 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조에서 일했던 기근(41)씨는 “김씨는 책임감이 강하며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모범적인 동료”라면서 “짧았지만 현장에서 어려움을 함께 나누던 때가 그립다.”고 밝혔다. 김씨가 사고를 당한지 반년이나 지났지만 동료들은 여전히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장영재(39)씨는 “1년전쯤 안양역에서 승객들을 살피다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해 숨진 철도원이 있었다.”면서 “열차가 들어오는데도 취객이나 어린아이가 선로에서 나오지 않을 때는 김씨의 일이 떠올라 아찔하다.”고 털어놨다. 이유종기자 bell@ ■쾌유 기원하는 네티즌들 “철도원 아찌 힘내세요!” 네티즌들은 김씨가 보여준 ‘살신성인’의 희생정신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사고 당일인 지난해 7월 25일 만들어진 ‘아름다운 철도원’ 커뮤니티(cafe.daum.net//beautifulrailman)에는 지금까지 2500여명이 가입,김씨의 빠른 쾌유를 빌고 있다. 구랍 28일 김씨에게 병문안을 다녀왔다는 네티즌 ‘연은정’은 “오른쪽 다리가 말썽인데 이것만 잘 아물면 의족도 맞추고 회복도 빨라질 것”이라면서 “다행히 김씨의 얼굴이 밝았다.”고 전했다.ID ‘두레박615’는 “빨리 회복해 이웃에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격려했다.네티즌 ‘그사람’도 “마음만이라도 한없는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면서 “‘받은 만큼 베풀고 살겠다.’는 김씨의 말씀이 새해를 맞는 우리를 더 부끄럽게 만든다.”고 밝혔다.영등포역에서 공익요원을 지냈다는 한 네티즌은 예전처럼 열차운용팀장으로 일하기 어렵다면 영업과 또는 관리과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씨가 구한 어린이와 그 부모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글도 많았다.네티즌 ‘daeun0217’은“죽음의 문턱에 뛰어들어 아이를 구한 사람을 어떻게 모른척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유종기자
  • “진솔한 자기반성 통해 혼란·분열 극복을”종교계 원로·지도자 신년 메시지

    새해 화두는 ‘나로부터의 개혁’. 종교계 원로·수장들이 일제히 자기반성을 통한 화합과 상생을 촉구하고 나섰다.불교계 원로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법어를 통해 남을 향한 비판보다는 나 자신의 성찰을 강조했고 기독교 수장들은 일제히 ‘내 탓이오.’ 정신을 새롭게 촉구했다.민족종교 대표들도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원시반본(原始返本)’의 도리를 내세웠다. 연초부터 시작돼 한해 내내 계속된 정치권 다툼과 비리,잇따른 자살과 가정파괴 등 파행은 모두 나 자신을 지키지 못해 빚어진 결과이며 이같은 혼란을 무엇보다 자기반성으로 극복해 나가자는 다짐이다. ●참나(眞我)의 발견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신년법어에서 줄탁동시( 啄同時)의 미덕을 강조했다.“ 啄(줄탁)의 솜씨를 지닌 사람은/不諍(부쟁)의 덕을 얻어 원융을 이룰 것이요/말에 얽매인 사람은/재주를 팔아 어리석음을 얻을 것입니다.” 닭이 알을 깔 때에 알속의 병아리가 껍질 안에서 쪼고( ) 동시에 어미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려야(啄)한다는 것으로 화합에는 나 자신의 근신이 필요함을 역설한 말이다.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도 “우리 사회가 대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새해가 되기 위해선 자기만이 살겠다는 집착과 욕망을 버리고 무아(無我)의 가르침을 되새겨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일신(一身)이 청정하면 법계(法界)가 청정하고 일신이 혼탁하면 법계가 혼탁하니,밝고 아름다운 한 해를 창조하기 위해선 과도한 집착과 욕망을 덜어내고 다른 사람과 함께 갈 수 있도록 옆자리를 비워놓아야 한다.”(이운산 태고종 총무원장)/“새로운 마음의 눈을 열어 집착과 대립,독선의 어둠을 버리고,나의 네가 아닌,너의 나를 보아야 한다.”(김도용 천태종 종정)는 법어도 같은 맥락의 일갈이다. ●내 탓이오 기독교계 또한 자기반성과 평화의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나자렛 성가정처럼 사랑 안에서 산다면 참다운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며,나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말고 공동선의 증진을 위해 우리 자신이 평화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신년사를 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길자연 대표회장은 “금년에도 어렵고 암울한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교회는 이런 세상적 가치에 젖어있는 열방과 민족들을 향해 희망과 변화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세상의 소란과 분열은 인간의 욕심에 그 기초를 두고 있으므로 각자의 처소에서뿐만 아니라 함께 모여 상처받은 이웃을 위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간구하자.”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김순권 목사도 “우리는 엄격한 자기반성,성실한 자기개혁,원칙에 충실함 등 새로워지기 위한 방법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키자.”고 당부했다. ●근본 바로세우기 대순진리회 증산도 등 민족종교는 근본 바로세우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대순진리회 이유종 종무원장은 “지난해의 모든 문제들은 각자가 지켜야 할 근본을 망각한 채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한 탓”이라며 “새해에는 근본으로 돌아가 상생의 마음으로 노력하자.”고 말했다. 증산도 안운산 종도사는 “상생의 새 문화는 바로 참 마음과 정의를 바탕으로 해서 열리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본질적인 대혁신을 통해 참마음으로 자기를 바로잡자.”고 당부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젊은이 광장] 인턴 유감

    ‘돈 안 줘도 좋아요.일만 시켜주세요.’ 가까운 친구가 한 광고회사에 인턴사원으로 들어갔다.졸업을 앞두고 백수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요즘 인턴직도 감지덕지라고 했다.그러나 한달 남짓 회사를 다니던 그 친구는 조금씩 고충을 털어놓았다.처음에는 엄살로 들렸지만 친구의 목소리는 꽤 지쳐 있었다.출근시간은 아침 9시로 일정하지만 퇴근 시간은 밤 10시,11시를 넘기기 일쑤다.아르바이트와 별 차이 없는 낮은 보수에 단순보조 업무.일한 시간만큼 돈 받고 퇴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보다 못하다고 친구는 하소연했다. 결정적으로 의욕을 잃게 하는 것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정규직으로 채용될 확률이 높다는 막연한 희망만 가지고 과다한 업무를 버텨내는 일은 고단하다.취업의 높은 문턱을 다시 한번 실감할 뿐이다. 기업은 좋은 인재를 뽑고,구직자는 사회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인턴 사원제는 양자 모두에게 매력적이다.그러나 취업대란의 전선에 선 구직자에게 인턴직은 살아남기 위한 절실함이다.웬만한 회사의 인턴십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높은 자격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거나 몇백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무급을 감수하더라도 인턴으로 일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취업전문사이트 잡코리아가 대졸 취업준비생 725명을 조사한 결과 인턴직을 원하는 79% 가운데 37.3%는 ‘무급이라도 하고 싶다.’고 답했다.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구직자의 절박한 심정을 쉽게 읽을 수 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구직자는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눈을 질끈 감는다.최근 유명 이동통신회사들은 인턴사원을 뽑으면서 ‘200명 신규 고객 확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우수한 영업인재를 뽑기 위한 선발방식이라고 설명하지만 구직자의 절박함을 이용한 얄팍한 상술로 보인다. 취업사이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인턴사원 모집공고 가운데 이런 방식으로 영업사원을 모집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물건을 팔아오거나,고객을 모아오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 인턴 제도는 말만 ‘인턴’이지 피라미드 회사와 무엇이 다른가. 무엇보다 인턴사원의 큰 상처는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을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면서 비롯된다.이 같은 희망은 불리한 처우와 고단한 업무를 참아내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다.하지만 정규직 전환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취업전문사이트 인크루트가 1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턴 채용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30∼50%’인 기업이 56%,‘30% 미만’인 기업이 33%를 차지했다.반면 정규직 전환 비율이 ‘50∼70%’인 기업은 11%에 불과했으며 70%이상은 한 곳도 없었다.정규직 채용을 기대하는 인턴사원과 검증된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기업.동상이몽으로 상처받는 것은 결국 약자인 인턴사원이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한다.원하는 분야 또는 회사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인생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그러나 ‘이십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요즘.그들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기업의 이기주의가 얄밉다.정부가 인턴채용을 적극 장려하고 지원금까지 지급하는 등 인턴채용이 더 늘어난다고 한다. 젊은이에게 의욕을 불러일으켜 줄 수 있는 인간적이고 건설적인 인턴채용이 늘어나길 바란다.물론 이 모든 것은 취업대란이라는 큰 굴레에서 벗어나야 해결될 일이겠지만 말이다. 홍 지 윤 이대 웹진 DEW 편집위원
  • 카다피 “다른나라도 WMD포기를”/CNN회견… 북한·이란 지칭한듯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22일 미 뉴스전문채널 CNN과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들도 리비아처럼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핵무기 개발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과 이란 등을 거명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이들 국가에 WMD 포기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이날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또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데 이라크 전쟁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스 블릭스 전 유엔무기사찰단장은 이에 대해 “카다피 국가원수가 이라크에서 발생한 상황 때문에 두려움을 느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그러나 ‘현실’에 초점을 맞추기를 원한다며 세계는 변화했고 리비아는 그 공간에서 WMD없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다피 원수는 이어 리비아가 분명히 WMD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관련 기계장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생화학무기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제를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완전히 제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찰관들이 “우리가 아무것도 숨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한 관리는 리비아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발달돼 있다며 리비아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요소들인 원심분리기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
  • 책/마법사의 책

    나폴레옹은 1807년 조세핀의 요구에 못이겨 ‘카드점의 대가’ 노르망에게 자신의 손금을 보여줬다.노르망은 나폴레옹의 면전에서 그의 취향과 성향,가장 은밀한 성격상의 특징까지 낱낱이 밝혀냈다.나폴레옹과 조세핀의 유명한 이혼도 예언했다.나폴레옹은 조세핀에게 노르망의 예언을 모두 문서로 기록하도록 했고,그 문서는 경시청에 보관돼 있다.나폴레옹은 점쟁이의 말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그러나 나폴레옹은 이 예리한 통찰력의 여성이 마음대로 떠들고 다닐 경우 겪게 될 곤란을 우려해 그녀를 잡아 가뒀다.노르망은 나폴레옹 부부가 이혼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나폴레옹은 카드점과 점성학에 심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컬티즘' 서구 문명의 원류중 하나 이러한 비학(秘學)의 유행은 오늘의 미국과 같은 첨단국가에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미국인의 95%가 ‘과학문맹’이라고 주장한다.여전히 심령술과 강신술을 믿으며,점성술로 하루 운을 따지는 미국 사회의 비과학적인 삶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그렇다면비학은 오늘날 전혀 소용이 닿지 않는 사악한 학문인가.서구 문명의 사상적 원류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에 있지만,그 이면에는 마법ㆍ마술ㆍ연금술 등으로 대표되는 오컬티즘(occultism),즉 비학의 세계관이 면면히 흐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370여점 이미지 이용, 신비학 쉽게 풀어내 ‘마법사의 책’(그리오 드 지브리 지음,임산·김희정 옮김,루비박스 펴냄)은 그러한 비학의 유혹과 숭고한 두려움을 다룬 책이다.유럽 오컬티즘 운동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저자는 서구 신비학의 전통을 370여점의 이미지 자료들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유대교의 신화적 기원과 중세 유대학자들이 제창한 신비설인 ‘카발라’,비학과 현대과학과의 연관성을 살핀다. 비학은 19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이단시됐다.기독교는 신비스럽고 초자연적인 마술의 세계를 지칭하는 오컬트의 교의와 비법을 ‘저주의 주술’로 여겼다.하지만 많은 지식인들은 필수 교양으로 점성학을 공부했고 연금술을 논했다.템플기사단·장미십자회·프리메이슨 등의 비밀결사가그러한 비학을 전승했다.그 영향은 성 아우구스티누스·단테·레오나르도 다 빈치·괴테·윌리엄 블레이크·조지 워싱턴·칸딘스키·토스토예프스키·T.S 엘리엇 등 수많은 사람들에게 미쳤다.이쯤되면 비학은 우리의 무속신앙이나 도가사상처럼 서구인들의 무의식과 생활 속에 깊숙이 배어 있는 유구한 문화라 아니할 수 없다. ●오늘날에도 마법사 이미지 즐겨 사용 비학에서 악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중세 문학에 종종 등장하는 악마는 인간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악마는 인간의 간절한 소망을 이뤄주는 대신 반드시 파멸적인 대가를 요구한다.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비롯해 서구 팬터지 소설의 주요한 모티프가 됐다.오늘날에도 마법사들이 즐겨 사용한 이미지를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예컨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로고의 주인공은,머리는 여자이고 몸통은 새인 여신 ‘사이렌’을 나타낸 것이다.‘오디세이아’ 속의 사이렌처럼 사람들을 홀려 커피를 많이 사먹도록 하겠다는 뜻이 담긴 게 아닐까.반지의 제왕,해리포터,드라큘라같은 소설과 영화에서 보듯 마법의 세계는 현대 서구인들의 무의식과 생활 깊숙이 배어 있다.저자는 강신술,관상학,수상학,연금술,인체의 비례를 통해 본 점성학 등 마법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풀어놓는다.이 책은 기독교와 오컬티즘,고대와 중세,그리고 종교와 역사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오컬트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2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민간기구로 우뚝 세울 것”적십자 총재 선출된 이윤구씨

    대한적십자사는 19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이윤구(사진) 인제대 총장을 23대 총재로 선출했다.이 총장은 적십자사 명예총재인 노무현 대통령의 인준을 거쳐 내년 1월 초 서영훈 현 총재의 후임으로 취임한다. 이 총장은 중앙신학교와 영국 맨체스터대를 졸업하고 유엔아동기금(UNICEF) 이집트 대표,한국청소년연구원장,한국선명회(월드비전) 회장 등을 지냈다.현재 한적 사회봉사사업 자문위원,한국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흥사단 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청소년보호위원회 특임고문,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후원회고문 등도 함께 맡고 있다. 총재로 선출된 소감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적십자의 활동은 지도력이 아주 중요한데 이 어려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선다.내게 온 십자가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산 가족상봉에 대한 입장은.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에서만 하지 말고 제주도와 평양 등에서도 해야 한다.또 한번 만난 뒤 영영 헤어지면 안되고 다시 만나야 한다.그러한 방향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한 차원 발전시키고싶다. 향후 한적 활동 방향은. -흔히 적십자를 민간과 정부 중간기구로 생각한다.그러나 이제는 완전한 민간기구로 우뚝 서게 하겠다.한적이 세계적십자운동에 앞장설 수 있도록,한적이 없으면 국제적십자활동이 안되게끔 만들고 싶다. 한편 서영훈 총재는 19일 서울 충무로 세종호텔 세종홀에서 ‘한국청소년적십자 50년사’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도운기자 dawn@
  • 부모 ‘과욕’ 아이들에겐 ‘과식’/우르줄라 노이만의 ‘…아이들 속마음 21가지’

    ‘독심술이라도 배워야 하나?’ 예상 밖의 행동들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아이를 보며 부모는 고민한다.특히 유아기 아이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그래서 그저 부모로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을 해주며 기다린다.‘언젠간 돌출 행동을 멈추겠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진정 아이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보다 적극적으로 자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독일의 교육 상담 전문가 우르줄라 노이만이 쓴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아이들 속마음 21가지’는 노력하는 부모들이 아이의 풍부한 감성 세계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책은 주로 취학 전 아이의 심리를 중심으로 조언하고 있다.저자가 수년간 상담소를 운영하며 겪은 생생한 사례가 함께 소개돼 이해하기 쉽다. ●아이 욕구 기준에 맞춰라 어떤 아이는 일정한 시간마다 젖을 물리면 기쁜 표정을 짓는다.먹는 양도 대체로 비슷하다.반면 다른 아이는 같은 시간에 같은 양을 줘도 만족하지 않는다.후자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저자는 모든 아이가 부모가 정해 놓은 수유 시간,수유량에 만족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아이마다 배고픔,포만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배가 고픈 때는 한밤중인데 그보다 일찍 젖을 물린다면 싫어하는 건 지극히 본능적이다.아이 욕구의 기준을 부모에 두어선 안된다. 흔히 아이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이곳저곳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여러 경험을 시도한다.심지어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업고 등산을 하는 부모도 있다.아이는 산을 오르는 내내 잠들어 있었지만 부모는 뿌듯해한다.자는 동안에라도 뭔가 인상을 받았을 거라고 믿는다.하지만 아이가 환경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어른과 다르다.때문에 한꺼번에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되면 아이는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아이는 거부반응을 보이고 부모는 자신의 정성을 몰라주는 아이가 야속하다.그러는 동안 아이는 속으로 외친다.‘무작정 끌고 다니지 마세요.’ 책은 배변 훈련의 경우 세 살 무렵에 시키는 것이 적당하다고 설명한다.이른 시기에배변 훈련을 시작하면 아이는 혼란을 겪는다.아이는 왜 ‘응가’를 누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게다가 만약 아이가 배변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 ‘실패’를 극복할 능력이 없어 좌절하고 만다. ●이성을 강요하지 말라 아이들은 종종 허무맹랑한 얘기를 한다.가령 어떤 아이는 천둥이 치면 ‘자신 때문에 화난 하느님이 욕하는 소리’라고 말한다.이럴 경우 어떤 부모는 천둥이라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든다.또 아이에게 어떤 위험을 알릴 때에도 논리적으로 설명해 설득하려는 부모가 있다.콘센트를 만지지 말라면서 ‘전류가 심장에 전달되면 심장 박동이 멈출 수 있다.’고 설명하는 식이다.하지만 아이는 이런 얘기를 이해하지 못한다.정신적인 ‘과식’을 경험하는 셈이다. 아이는 주관적인 해석 능력을 가지고 자신만의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만약 어른들이 너무 일찍 이성적 사고방식을 강요한다면 아이의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사고방식을 차단할 수 있다.아이는 다섯 살이 되면 자연스럽게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독서는 중요하다.아이가 책을 싫어하면 부모는 걱정을 한다.하지만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강요해서는 안된다.조기 독서 교육은 그저 기호를 보고 해당 의미를 연상하게 만들 뿐이다.진짜 교육은 아이에게 ‘새’라는 글자를 읽게 하는 게 아니다.‘새’를 직접 관찰하고 만져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유없는 반항은 없다 아이는 때론 ‘못된 짓’을 한다.손톱 물어뜯기부터 도벽까지.단순히 타일러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는 버릇이 없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두려움을 느끼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다.아이가 남의 물건에 손을 댄다면 애정 결핍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사춘기 아이의 반항에도 원인이 있다.이 시기는 호르몬에 변화가 일어나는 때라 이성 친구로부터 주목받길 원하다.그래서 선생님에게 반항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사춘기는 무엇이든 결정하는 능력을 키우는 때다.자녀가 부모 원하는 대로 행동하길 원하고 이에 어긋났을 때 야단 치기에 급급해선 안된다.부모가 아이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조정하면 아이는 자신감을 잃게 된다.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녀는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게 될 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한 반항심만 키우게 된다.부모는 자녀의 결정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책은 예비 부모들이 가질 수 있는 육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삼진기획.8000원. 나길회기자 kkirina@
  • 작가 정동주씨가 들려주는 작품방향/“응달에 가려진 역사의 진실 찾아낼 것”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은 그의 작품에 슬라브인의 고통만을 주로 담아냈습니다.소수민족의 아픔은 감춰져 있지요.러시아의 한인들,즉 ‘고려사람’들은 극도의 고통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러시아 사대주의’ 노선으로 함몰해 들어갔습니다.마치 일제시대 친일로 목숨을 이어간 사람들처럼…” 작가 정동주씨는 95년 러시아 한인들의 신산한 삶을 다룬 책 ‘카레이스키,또 하나의 민족사’를 펴내며 이렇게 쓸쓸한 심경을 토로한 적이 있다.1930년대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한인들의 운명이란 그야말로 시베리아 곳곳에 나뒹구는 자작나무 잎새 같은 것이었다. 작가는 서울신문에 연재할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을 이야기하면서 10여년전 러시아 한인 취재 때의 심정을 들려줬다.글쓰기라면 두려움이 없을 법한 그이지만 이번 연재에 임하는 각오는 그만큼 비장하고 가슴이 설렌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대중적 독서풍토에서 두드러진 현상을 꼽는다면 아마 신화와 팬터지의 유행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특히 그리스 로마신화가 널리 읽히면서 어린 학생들도 창과 방패를 든 아테나 여신이나 강력무쌍한 영웅 헤라클레스 같은 신화 속 주인공들의 구체적인 형상을 그릴 수 있을 정도이지요.하지만 그 태곳적 서양의 신화가 ‘지금,여기’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달빛에 물들어가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눈을 떠야 합니다.” 예컨대 운주사 천불천탑의 의미를 새겨보기보다는 그리스 파르테논의 폐허에서 낭만을 찾으려는 태도가 앞선다면 그것이 문화사대주의요 정신적 식민주의가 아니고 무엇이냐는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그가 앞 뒤 꽉 막힌 문화적 국수주의자의 기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우리 것,옛 것에 대한 맹목적인 향수야말로 곧 잊혀질 추억에 불과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는 따뜻한 체온과 숨결이 남아 있는 숨겨진 역사의 현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정사(正史)에서 부정하는 혹은 아예 치지도외하는 것이지만 시공간을 뛰어넘어 한국인들에게 영향을 끼쳐온 유산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역사적 진실’이 아닐까요.진실은 발굴돼야 합니다.” 그는 때로는 야사(野史)가정사보다 진솔함을 믿는 편이다.우리는 흔히 야사를 풍속이나 전설,유언비어 쯤으로 여기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 않다.정사의 결함을 보완하고 오류를 시정해주며 경우에 따라서는 정사보다 당대의 시대상을 더 잘 반영하기도 한다.정사의 눈가림 탓에 흔적도 없이 사장돼 버린 역사의 순간들을 작가는 진실에 육박하는 힘찬 글로 퍼올린다.그러면 고증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나는 학문적 엄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학자가 아닙니다.하지만 혹시라도 고증 노력을 소홀히 해 실감의 부피를 줄이는 그런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입니다.낭만적 거짓이 역사의 진실을 가릴 수는 없으니까요.나름의 ‘비장의 자료’들이 축적돼 있습니다.‘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을 통해 보다 많은 독자들이 역사적 상상력의 지평을 넓히고 사유의 깊이를 더했으면 합니다.” ●‘인간해방'에 관심… 백정들 민권운동 조명 작가의 관심사라면 무엇보다 대하소설 ‘백정’‘민적’ 등의 작품을 통해 보여줬듯이 뿌리깊은 신분차별의 극복 문제다.역사의 바깥으로 쫓겨나 서성이거나 웅크리고 있다가 이내 잊혀져버리는 이름 없는 존재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사뭇 눈물겹다.댓가지로 만든 패랭이를 쓰고 짚신을 신은 채 초가에서 살며 짐승을 잡거나 버들고리를 만들어 팔던 사람들,비단옷을 입어서도 말을 타서도 디새집에 살아서도 안됐던 사람들,호적도 없고 아예 인구에서조차 제외됐던 사람들.이들이 다름아닌 백정이다.“백정은 우리 봉건역사의 최대 희생자입니다.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은 곧 민권운동이었고 근대적 사회변혁운동의 원천이었습니다.백정으로 상징되는 신분차별을 극복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가치입니다.여성에 대한 성차별,지역차별,학력차별 등 인간에 의한 인간의 온갖 차별은 모두 선민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작가는 이번 연재를 통해 1923년 일제하에서 일어난 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인 진주 형평사운동을 다시 한번 조명할 작정이다.“형평사 창립을 주도한 진보적 백정 출신 장지필과 양반출신 강상호라는 두 인물이 벌인 진보와 보수의 이념대립은 한국 사회사상사의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한국 사회운동의 원류가 된 셈이지요.” 작가는 ‘백정문학’ 연구에 몰두하면서 역사의 응달에 가린 인물들의 공적을 찾아내는 가외의 소득도 올렸다.초기 기독교 선교사에서 거의 잊혀진 미국인 선교사 새뮤얼 무어 목사에 관한 자료를 접하게 된 것이 그 한 예다.“무어 목사에 의해 기독교에 입문한 백정 박성춘은 1898년 조선의 백정을 대표해 종로 만민공동회에 참석,감동적인 연설을 합니다.지금의 인사동인 개장수골의 한 교회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인권해방운동을 주도한 것도 백정계급이지요. 순수한 기독교 정신이 이러한 운동의 씨앗이 됐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에서 새롭게 다뤄진다.물론 한국인권해방운동사라는 관점에서다.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의 알맹이를 빚어내는 또 하나의 질료는 불교다.작가의 불교적 사유의 도저함은 최근 출간한 ‘부처,통곡하다’라는 책을 통해서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새벽 세시 반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산과 들판,바닷가에서 기도를 올리며 청정수행에 드는그는 불교신자라기보다는 차라리 불교생활실천자라고 하는 표현이 옳다.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는 훼손된 불상을 볼 때마다 내 가슴에서는 의혹의 불길이 솟습니다.조선왕조 오백년이 배불(排佛)의 시대요 억불(抑佛)의 시대였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쉽게 생각한다면 역사에 정말 무책임한 일이지요.나는 작가적 상상력으로 글을 쓰는 소설가이지만 모든 현상을 실증적인 눈으로 읽으려고 노력하는 쪽입니다.”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에는 과연 어떤 불교 이야기가 담길까.“운주사 천불천탑의 비밀은 오묘한 문양에 있습니다.더이상 탑에 새겨진 문양의 의미를 풀지 못한 채 신비의 영역에 가둬둘 수는 없어요.” 작가는 지금 그 무늬의 숨겨진 뜻을 풀어내기 위해 천불천탑과 절절한 밀어를 나누고 있다.“천불천탑의 비밀이 드러날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의 첫 편은 거대한 논쟁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 생활문화 뿌리 찾는데도 애정 듬뿍 작가는 자신의 주된 관심사인 ‘인간의 해방’ 문제 못지않게 우리 생활문화의 뿌리를찾는 일에도 애정의 눈길을 보낸다.대표적인 것이 한국의 ‘차살림',찻그릇의 미학 같은 주제다.“한국 차살림에는 정체성이 결여돼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일본에서 역수입돼 형식에만 신경을 쓰거나,중화주의에 짓눌려 스스로 중국 차에 종속돼 온 우리의 차문화를 무척이나 안타까워한다.“우리 차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야 합니다.일본의 다도와 그 원류인 한국의 차살림을 비교해보는 것은 그런 점에서도 매우 긴요한 일이지요.” 그는 “차예절은 기교나 기술이 아닌 정신의 깊이에서 비롯된다.”는 견해도 덧붙였다.‘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은 한국 차살림의 중흥조인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의 ‘동다송’,조선 전기 문신인 점필재 김종직이 함양 군수로 일할 때 차밭을 만들어 농민의 다세(茶稅) 부담을 덜어준 이야기 등을 다룬다. 국인의 혼과 한,그리고 정체성에 관한 작가의 관심은 넓고 깊다.그는 마당극 운동을 하다가 82년 ‘농투산이의 노래’라는 시집을 내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해 전국 순회공연까지 펼친 민족극 ‘진양살풀이’는 80년대 마당극운동의 이정표가 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그런가 하면 미술평론가로도 이름을 날렸다.특히 우리 민족색채인 오방색에 관한 연구는 유명하다.그래서인지 그가 좋아하는 화가는 강렬한 색채의 내고(乃古) 박생광이다. “박생광의 ‘동학 전봉준’이나 ‘무당’ 같은 작품에서는 왠지 민족의 자신감과 희망을 느끼게 됩니다.”“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으며,전통을 떠난 민족예술은 없다.”는 내고의 예술관과 그의 문학관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 ●우리 조상의 얼굴은 곧 인디언의 얼굴 작가는 요즘 새 연재물 집필을 앞두고 “한국의 ‘원주민’,즉 원래의 우리 얼굴을 되찾아야 한다.”는 말을 유난히 자주 한다.“고대 한국인들의 삶과 사고방식,습속은 인디언의 그것과 너무도 닮았다.”며 “인디언의 얼굴은 곧 우리 조상의 얼굴”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자신의 장시 ‘순례자’에 문명비판시라는 평을 달아준 영문학자 김우창 교수를 인생의 멘토로 삼고 있다는 그는 일찍이 김 교수가 자신에게 ‘인디언학’을 공부해보도록권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작가가 쓰고자하는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은 인디언에 관한 기록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주류에서 비껴난 ‘달빛의 역사’를 통해서만 우리는 작가가 강조하듯 ‘인간해방’이라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달빛의 역사,문화의 새벽’은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있는 에세이로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현역이라도 특전사는 겁나요”/홍경민 군드라마 ‘아르곤’ 주연 이유리·려원과 삼각관계 연기

    “정식으로 드라마 연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무명일 때 단막극에 한번,지난해 영화 ‘긴급조치19호’에 출연하긴 했지만 둘 다 가수 역할이라 연기를 했다고 보긴 어렵지요.” 군복무 중인 가수 홍경민(26)이 연기자로 안방을 찾는다.특전사를 배경으로 한 MBC 2부작 드라마 ‘아르곤’(극본 양승완 여은희,연출 박홍균)에서 주인공인, 좌충우돌하는 신세대 초급장교 한준영 역을 맡았다.‘아르곤(Argon)’은 형광등이나 전광판의 빛을 내는 데 쓰이는 기체.드라마에선 특전사 내 가상의 특수임무부대 명칭으로 사용된다. ‘아르곤’은 한준영이 부대원과 갈등 속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과, 베일에 가려진 특전사의 혹독한 훈련모습을 함께 보여준다.국방부 홍보지원단에서 그와함께 ‘연예 사병’으로 복무 중인 탤런트 이재황이 한준영에게 가장 반발하는 부대원으로 출연하고,당찬 여중사 강강희 역에는 탤런트 이유리가 열연한다.그룹 ‘샤크라’의 멤버 려원은 한준영을 사이에 두고 강희와 삼각관계에 빠지는 사령관의 딸로 나온다.특전사는 훈련에서도 공포탄 대신 실탄을 사용할 정도로 훈련강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연기자들에게도 그만큼 힘든 촬영일 수밖에 없다.홍경민은 “아무리 현역이지만 특전사란 곳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고는 “몸은 고생했지만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입대해 현재 상병인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군생활을 묻자 지난해 크리스마스때 강원도 인제에서 눈을 치우던 얘기를 꺼냈다.지난 4월부터 국방홍보원에서 복무하고 있고,라디오 프로그램 ‘위문열차’ 등 국군을 홍보하는 여러 매체에서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연예 사병’이 상대적으로 편한 보직 아니냐는 질문에는 “복무지가 서울이고,대중에게 노출되는 기회가 많아서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서운하다.”고 말했다. MBC와 국방홍보원이 공동제작한 ‘아르곤’은 24·25일 오후 9시55분 방송된다.세살 터울인 친형 성훈씨가 극중 테러범으로 등장해 형제간에 총을겨누는 장면이 연출되는 점도 흥미롭다.홍경민은 내년 11월 전역할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
  • 강천윤씨가 전한 52시간 사투기/2시간30분동안 성난파도속 표류 “3일만 버티자”… 배고픔도 몰라

    “극지의 여름 동풍인 블리자드는 3일을 못간다.3일만 버티자.” 세종 2호를 타고 매서운 바람과 높은 파도에 밀려 넬슨섬으로 피신(?)했다가 52시간 만에 구조된 제17차 원정대 강천윤(사진·39) 부대장은 10일 “평소 30분이면 세종기지에 도착할 수 있었으나 큰 파도에 방향을 잃어 2시간30분 동안 성난 파도와 싸워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음은 이날 새벽 세종기지로 귀환한 강 부대장과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칠레기지를 떠나올 때의 상황은. -6일 오후 4시25분쯤 세종 2호기를 타고 1호기보다 먼저 출발했다.당시 풍속은 초속 8∼9m 정도였으며 눈은 내리지 않았다.그러나 맥스웰만 중앙 부근에 파도가 높이 일어 안전을 위해 해안을 따라 보트를 운행했다.그러나 세종기지를 2㎞ 정도 앞두고 갑자기 안개가 끼고 눈보라가 쳐 1m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사투를 벌이던 중 큰 파도를 맞아 방향을 잃었다. 방향을 잃은 상황에서 정남으로 가면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기지가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다.평소 30분이면 세종기지를 갈수 있었으나 2시간30분이 걸려도 기지에 도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기지 복귀가 어렵다고 생각했다.파도가 워낙 높은 데다 보트는 맞바람을 맞아 방향을 바꿨다.당시 동쪽에서 블리자드가 계속 불고 있었다.보트는 맞바람을 맞으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방향을 바꿨다.기지 복귀가 어렵다고 생각했다.우선 파도를 보트 옆으로 맞지 않기 위해 안전하게 운행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조난당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나. -그렇지는 않았다.나는 남극에서 13차례 근무한 경력이 있다.이런 상황을 잘 안다.동료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남극의 여름 동풍인 블리자드는 길어야 3일이다.시정만 좋아지면 기지로 귀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자고 말했다. 상륙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이야기해 달라. -넬슨섬에 상륙할 당시 바람도 세고 눈보라도 매서웠다.보트를 큰 돌에 묶은 뒤 피난처를 찾았다.동풍이 강하게 불었기 때문에 동풍을 막을 수 있는 큰 바위 뒤편에 피신처를 마련했고 보트에서 내린 종이상자와 벌크백,구명복을각각 깔았다.그리고 앉은 자세로 구명복을 여러 겹으로 입고 체온 유지에 신경을 썼다.보트에는 16차 대원들이 사용했던 구명복이 많았다. 2박3일 동안 무엇을 했나. -두려움은 없었다.우선 대원들을 안심시켰다.3일 정도면 기상이 호전돼 귀환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그렇지만 극지방에서 조난시 눈을 많이 먹거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움직임이 많으면 에너지를 빼앗겨 저체온증이 올 수 있으니 최대한 자제하라고 했다.갈증이 날 때는 눈을 녹여 조금씩 먹었다.그러나 잠을 자다 동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밤에 깊은 잠에 빠지지 않도록 서로를 깨워줬다.추위는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보트에 비상식량은 없었나. -비상 식량이 있었다.그러나 첫날 저녁 섬에 도착했을 때 식량을 꺼낼 상황이 아니었다.다음날 큰 파도에 보트가 전복되는 바람에 식량을 꺼낼 수 없었다.이상하게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러시아 수색대를 보지 못했나. -조난 이틀째 우리가 피신하고 있던 곳에서 2㎞ 정도 떨어진 곳에서 운항중이던 러시아 5000t급 보급선을 봤다.무전기로 구조 요청을 했지만 배터리가 방전돼 세 차례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한 차례밖에 신호를 보내지 못했다.당시 파도가 높고 눈보라가 쳐서 구조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셋째날 오전 우리를 구조하려는 수색대들의 배는 봤지만 거리가 멀었다.너무나 아쉬웠다. 칠레 대원들에게 어떻게 구조됐나. -조난 셋째날 정오쯤 칠레 경비행기가 우리 주위를 선회해 손을 흔들어 구조를 요청했다.그러나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경비행기는 2∼3시간 뒤 다시 돌아왔고 우리의 위치를 확인했다.이어 헬기가 구조하러 왔다.이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나를 믿고 침착하게 기다려준 동료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강동형기자 yunbin@
  • [인터넷 스코프] 한류열풍 지속의 과제

    최근 동남아,중국 등지에서 이른바 ‘한류 열풍’이 강세다.이달 초 중국 단동,심양 지역의 대학을 방문했었는데,그곳 대학생들에게서도 한국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특히 중국 대학생들은 한국 대중문화를 두루 섭렵하고 있어,이방인 방문객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단연 인터넷 보급을 일등 공신으로 꼽을 수 있겠다.특히 한국과 무역거래가 활발한 중국 동북 3성(흑룡강성,길림성,요령성) 등은 한국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서 대부분 얻는다고 하니 인터넷은 ‘한국 알리기’의 효자라고 할 만하다.웬만한 한국통이라면 우리나라 포털 서비스의 메일 계정을 사용하는 명함을 건넬 정도였다. 이와 관련,이 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매년 한국어 관심도가 커져서 한국 유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인터넷으로 대학,문화,언어,교통 등 관련 정보를 빠짐없이 수집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계기라고 덧붙였다.대학생들은 인터넷으로 한국인 친구들과 매일 정보 교환이나 안부를 묻는 게 일상이라고 한다. 특히 중국 대학생들은 “안녕하세요?” 정도의 인사말은 먼저 가볍게 꺼냈다.인터넷이나 위성방송으로 접하는 한국 드라마가 한국어에 대한 두려움을 깬 것이다.또 인터넷으로 드라마 보기를 즐기는 학생들에게 한국은 가보고 싶은 나라 1순위였다.인터넷이 한·중간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등 한국 알리기의 주역인 셈이다. 그러나 인터넷 서비스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첫째,이웃 나라의 국민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다국어 서비스가 전무하다.국내 대학의 유학 관련 정보도 영어 서비스 정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또 한국을 알리는 정부나 관광 관련 홈페이지들도 동남아 국가의 언어 서비스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둘째,한국어에 대한 네트워크가 아직 부족하다.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한국어 관련 정보를 얻는 곳이 고작 몇몇의 국가 부설기관과 대학부설 한국어학당 정도라고 한다.한국어를 외국에 알리고 부수적인 산업 효과를 기대하는 관계 부처의 분발이 요청된다고하겠다. 셋째,한류 열풍이 몇몇 대중 스타에 의존한 나머지 인터넷 서비스의 ‘한류’도 일회성,상업성이 짙다는 것이다.한국에 대한 관심을 단순히 유행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재해석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할 때다.무엇보다 영화,가요 등 대중 문화와 관련된 인터넷 서비스를 국내용에서 국제용으로 확대,개편하는 것도 시급하다. 넷째,콘텐츠가 빈약하다.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육성이 전국가적인 과제로 대두되었지만 정작 필요한 지식정보에 대한 투자는 우선 순위에서 밀린 느낌이다.게임,영상 등에 대한 지원은 괄목할 만하지만 상대적으로 뉴스 콘텐츠 등 한류 열풍을 선도하는 미디어 분야에는 인색한 것이다. 신문사나 주요 언론사들의 인터넷 서비스들이 막대한 비용 문제 때문에 다국어 서비스를 대부분 포기한 것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우리 문화와 언어에 대한 국제화가 절실하다. 인터넷을 활용한 체계적인 국가 자산 홍보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그럴 때만이 한류 열풍이 한때의 바람이 아니라 뿌리깊은 나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이 연 희 강릉대 한국어학당 강사
  • 장준하 선생 장남 영구귀국 “아버지 죽음 진실 밝혀져야”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 호권(사진·55)씨가 지난 6일 영구 귀국했다. 호권씨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부인 신정자(54)씨와 함께 입국한 뒤 “김영삼·김대중 정권 때도 영구 귀국을 고민했지만,두 정권 모두 군사정권에 관계했던 사람들과 손을 잡은 것을 알고 마음을 접었다.”면서 “현 정권은 군사정권과 연결고리가 없다고 판단해 아버지의 못다한 뜻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호권씨는 부친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지 4년 뒤인 지난 79년 처음 조국을 떠났다.부친이 숨진 다음해인 76년에는 의문의 테러를 당해 3개월 동안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다.그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따라다녔다.”면서 “한국에 계속 있다가는 사장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비자를 받지 않아도 갈 수 있는 말레이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회고했다. 호권씨는 말레이시아에서 지인들의 도움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박정희 정권이 무너진 뒤인 지난 82년 입국했지만 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면서 “아직 귀국이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호권씨는 부친이 지난 53년 4월 창간했다가 70년 5월 김지하의 시 ‘오적’ 필화사건으로 폐간된 월간지 사상계를 복원하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내년 4월 이전 첫 복간호를 낸다는 생각이다.부친의 의문사 진상규명에도 주력할 계획이다.서울 종로구에 집을 마련한 호권씨는 “아버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 [길섶에서] 빙점

    물이 어는 온도를 빙점(點)이라고 한다.이것을 사람의 마음에 대입시키면 심오한 의미를 띤다.사람은 저마다 건드리면 아픔으로 다가오는 약점 비슷한,그러면서도 지키고 싶은 자존심 같은 것,즉 마음의 빙점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소설이나 영화 제목으로,또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수양이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간에 차이가 나겠지만,빙점이 있기에 항상 말에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나에겐 아무렇지 않은,살갑게 느껴져 무심코 던진 농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다면 안타까운 일이다.유난히 섭섭함을 느끼게 만들고,정겹던 이가 갑자기 낯설어지고,버럭 화나게 하는 것도 마음의 빙점을 자극한 탓이리라. 역지사지(易地思之).조금만 배려하면 그냥 넘어갈 일을 크게 상심하게 만드는 어리석음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오는 착각이다.저녁때 상가집에 들른 탓에 약간 취기가 오른 목소리로 아내에게 수능시험을 치른 아이 문제로 농을 던졌는데,금방 뾰로통해진다.내일 당장 친정집 나들이라도 나설 태세다.지천명(知天命)의나이인데,나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에 술이 확 깼다. 양승현 논설위원
  • 기숙사 없어 출퇴근… 불법체류 노동자 단속 될라/ 가슴 졸이는 영세업체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D사는 컴퓨터 모니터의 본체를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다.생산직 50명 가운데 62%인 36명이 외국인이고 이중 29명은 합법적 자격을 갖고 있다.나머지 7명이 불법체류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 17일 단속이 시작되기 직전 불법체류자를 모두 내보냈으나 제조업에 한해 단속이 유예되자 다시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다.그러나 법무부가 ‘작업장 밖에서는 단속한다.’는 방침에 따라 출퇴근길에 단속을 집중해 가슴을 졸이고 있다.직원용 숙소가 공장 안에 없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출퇴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단속에 걸리면 고용주도 처벌된다. ●‘제조업 단속유예’에 오히려 불안 D사는 출퇴근 때마다 크게 불안하다.45인승 출퇴근 버스가 있지만 불법체류자들은 따로 봉고차에 태워 출퇴근을 시킨다.퇴근 때에는 “절대 외출하지 마라.”고 날마다 당부한다.이들이 단속에 걸리면 사업주도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이 회사 김모(37) 본부장은 “정부가 제조업에 한해 단속 유예를 밝히고도길거리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기숙사를 갖춘 큰 회사는 문제가 없지만 우리와 같은 영세업체는 출퇴근 때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궁여지책으로 회사에서 재직증명서를 만들어 불법체류자들이 외출할 때 갖고 다니도록 했지만 이 역시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회사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이웃 시화공단의 장난감 제조업체 K사의 유모(45) 사장은 불법체류자 2명을 고용하고 있다.그는 “불법체류자들은 몸이 아파도 병원은 커녕 약국도 제대로 갈 수 없다.”면서 “구내식당조차 없어서 인근 식당까지 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항상 불안하다.”고 밝혔다.유 사장은 이들 2명을 승용차로 매일 출퇴근시켜 준다. 그는 “제조업의 인력난을 우려해 단속을 유예키로 했으면 전면적으로 유예해야지 출퇴근 때 단속을 실시하는 것은 원칙이 없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꼬집었다. ●“단속방침은 전형적 탁상행정” 그러나 기숙사를 갖춘 인천 남동공단 K가구공장은 아무런 걱정이 없다.이 회사는 불법체류자를 10명 고용하고 있다.그러나 불법체류자들이 기숙사 내에서만 생활하므로 단속의 두려움이 없다.불법체류 근로자들의 구직이 넘친다.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의 집 박천음 목사는 “기숙사가 없는 회사는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정부가 중소기업의 심각한 인력난에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이라면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 “스피드 즐기려면 레이싱 면허부터 따세요”/창원F3 참가 카레이서 이승진

    “월드컵의 붉은악마들이 자동차 경주도 응원하면 좋겠습니다.” 23일 개막된 경남 창원 F3에 참가한 현대 레이싱팀의 이승진(사진·29) 선수는 태어나고 자란 캐나다에서 98년 한국으로 와 자동차 경주를 시작했다.영어를 가르쳐 돈을 벌고,그 돈을 죄다 차를 빌리는 데 쏟아부어 대회에 참가했다.모터 스포츠가 발달한 캐나다를 뒤로 하고 한국에 온 것은 오직 자동차 경주를 위해서다. 창원 F3는 국내 유일의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다.올해는 18개국 31명의 선수들이 참여했다.한국 선수는 그를 포함해 두 명이다.그는 처녀 출전했다.지난해 국내 대회인 GT시리즈에서 1위를 기록했고,올해는 2위에 올랐다. 그는 “자동차 경주는 실력뿐 아니라 돈도 많이 필요하다.제일 빠른 선수가 제일 잘 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캐나다에서는 경기에 참여하려면 3000만원 넘게 들지만 한국에서는 500만원 정도면 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자동차 대회에서는 어떤 후원자를 만나는지도 중요할 뿐 아니라 경기 당일의 날씨,선수의 기분,차의 조건등이 승패를 좌우한다.물론 어떤 조건에서든 우승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선수는 레이싱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현대 레이싱팀에 입단했다.최영규(41) 팀장을 줄곧 쫓아다녔지만 “필요없으니 집에 가라.”는 말만 들어야 했다.3년 동안 실력이 느는 것을 지켜본 최 팀장은 2001년에야 비로소 그를 스카우트했다.현대팀의 4명을 포함,국내의 프로 레이싱 선수는 1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전주에서 벌어진 드래그 경기에서 관중 3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 “모터 스포츠는 선수나 관중 모두 위험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드래그 경기란 짧은 직선거리를 빨리 주파하는 것으로 최근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 등에서도 불법적으로 자주 열린다. “캐나다,영국 등 전세계 어디를 가든 그런 사람들이 있긴 하다.불법 경기는 위험하므로 용인 스피드웨이 등에서 정식 면허증을 발급받은 뒤 속도를 즐기라.”는 것이 그의 충고다. 부상 두려움은 없느냐고 묻자 “그런 생각하면 차를 못 탄다.”고 잘라 말했다.부상 경험이 없다는그가 경험한 최고 속도는 250㎞.캐나다에서 오토바이로 낸 기록이다.자동차 대회에서는 210∼220㎞까지 달린다. 외국선수들과의 연봉 차이가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대회 수준을 그대로 읽게 해준다.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 선수인 페라리팀의 슈마허는 연봉이 500억원에 이른다.4살 때부터 자동차를 몰았다고 한다.이 선수의 연봉은 대기업 과장 정도라고 밝혔다. 자동차대회는 강한 체력이 필수다.30분 정도 걸리는 경기에서 50∼70㎞ 거리를 운전하면 얼굴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진다고 그는 귀띔했다. 윤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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