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두려움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청년 주거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최정훈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5선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7월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009
  • [열린세상] 불멸에 대한 욕망/김민숙 작가

    요즘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황우석 교수의 얼굴을 자주 본다. 심지어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그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예상투표까지 하고 있다. 물론 그의 빛나는 업적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지금 난치병과 싸우는 사람들은, 그 연구결과가 가져올 기적을 얼마나 가슴 졸이며 기다릴 것인가. 거기다 그 연구가 우리 경제에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니 별 뾰족한 자원이 없는 이 나라 전체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버릇처럼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나는 가끔 오싹한 공포를 느낀다. 과학에는 무지하지만 인간의 저 야만스럽고 자제할 줄 모르는 욕망에 대해서는 웬만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체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그 줄기세포를 손상된 장기에 투입해 거부반응 없이 원래 상태로 복구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이 이번 황 교수의 업적이다. 인간복제에는 생식용 개체복제와 치료용 배아복제가 있는데 황교수는 치료용 배아복제의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줄기세포는 뼈나 뇌·근육·피부로 자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줄기세포가 치료용으로 이어지려면 멀고먼 길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복제된 개체의 배아가 생명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로 그 업적의 중요성을 훼손할 생각은 없다. 1970년대 초반 무렵 텔레비전의 인기 외화시리즈로 ‘육백만불의 사나이’라는 게 있었다. 미국의 우주비행사 스티브 오스틴 대령은 사고로 빈사 상태에 빠졌지만 600만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최첨단 생체공학으로 양쪽 다리와 한쪽 팔, 한쪽 눈은 초능력을 보유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는 그 능력을 이용하여 OSI 비밀요원으로 활약하는데, 그 꿈같은 초능력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 복제니 줄기세포니 하는 말을 들으면 이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현실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난다. 신문에서는 날마다 저출산 현상을 걱정하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심지어는 독신에게 독신세를 부과하자는 기특한 안을 낸 경제연구소도 있었다고 들었다. 하도 이상한 세상이니 세금내기 싫어서 아기를 낳거나 미혼모가 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여자의 평균수명이 80.4세이고 남성의 평균수명은 73.4세라고 한다. 사실상 비교적 건강한 체질을 가졌고, 운이 좋아 암같은 병에 걸리지 않고, 의료 혜택을 잘 받고, 거기다 가족의 보살핌까지 충분히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균수명보다 훨씬 오래 산다. 고령화사회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그 이유가 있다고 보아진다. 태어나 죽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어서 그 불가능해 보이는 불멸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원초적 욕망이다. 진시황의 불로초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종교 또한 불멸에 대한 꿈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몸은 죽더라고 영혼만이라도 영생을 누리고 싶은. 무병장수는 소박한 인간의 소망이다. 장수에 대한 욕망은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노년에 더욱 절박해진다. 유전자의 기본목적이 바로 생존이라니, 유전자 덩어리인 인간의 좀더 오래 생존하고자하는 욕구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100세가 되고 120세가 될 거라는 미래 예측 기사를 읽을 때면 소름이 끼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말 무병장수가 좋기만 한 것일까? 병없이 건강한 사람에게 이제 90세이니 죽음을 준비하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늙고 몸이 아플 때 죽음도 그저 순순히 수용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병들고 늙는 것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은 본래 겸손한 존재가 아니다. 힘이 있고 능력이 있으면 못하는 것이 없다. 좀더, 좀더…라고 외치는 인간의 욕망을 견제할 어떤 도구가 있을 것인가. 차라리 가능한 한 자연스레 살다 더이상 품위를 지킬 수 없을 때 좀더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법과 의술의 발전을 기다린다면 너무 소극적이고 겁많은 인간인가. 황 교수는 이번 연구가 치료에 한한다고, 인간을 위한 일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핵폭탄과 노벨상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불멸에 대한 인간의 야욕이 얼마나 집요하고 끔찍한지 짐작하는 사람이라면 내 앞서는 두려움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김민숙 작가
  • SEOUL iN 창간 1주년 뒷얘기

    SEOUL iN 창간 1주년 뒷얘기

    6월1일이면 서울신문의 수도권 섹션인 ‘서울인(Seoul in)’이 태어난 지 꼭 1년 된다. 종합 일간지가 지역을 특화한 섹션을 만든 것은 처음이었다. 서울인은 매주 화·금요일 수도권·쇼핑·교육·부동산 부문으로 나눠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법한 이야기들을 실었다. ■게재 기사로 본 ‘서울 인’ 1년 서울인은 3대째 서울에 살고 있는 ‘5%의 자부심 서울 토박이’,100년의 역사를 지닌 ‘광진구 능동의 청·장년회’ 등을 통해 서울 시민의 정체성을 짚어봤다. 또 ‘서울에도 집성촌이?’(중랑구 신내동·망우동 등),‘서울에도 농부가?’(강서구 가양동 등) 등 서울이라는 도심 이미지와 걸맞지 않은 이색적인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종합일간지서 소외된 ‘장외 뉴스’ 상세히 그런가 하면 도봉구 지하차도 건설, 마포구 지역 방송국 개설, 지하철역에 생긴 사찰, 구로구·금천구의 영토분쟁, 안양의 농촌 동편마을 등 동네에서 흔히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도 담았다. 이 덕분에 지역 밀착적인 기사들로 기존의 종합일간지에서 다루기에는 뉴스 가치가 적었던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었다. ‘지금 그곳은’이라는 코너는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의 범죄 장소였던 신촌의 원룸, 동인천의 호프집 화재참사 현장, 박정희 시해장소였던 궁정동 안가 등을 찾아다니면서 독자들의 뇌리에서 벗어난 장소가 어떻게 변했는지 점검, 서울인의 간판코너로 자리매김했다. ●서울 즐기기·소자본 창업 큰 도움 서울인은 ‘가족과 함께하는 성곽여행’,‘도심서 즐기는 숲속 봄나들이’,‘지하철 따라 외국문화 즐겨요’,‘노란버스 타고 남산을 즐겨요’ 등을 통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서울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안내했다. 지난해 9월 3일자부터 지난 4월까지 연재됐던 소설가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은 종로 피맛골, 성남 모란시장, 인천 차이나타운 등을 순례하며 지역의 저렴하고 이름난 맛집뿐만 아니라 지역에 얽힌 사연·소설 구절 등을 맛깔스럽게 소개했다. 또 소자본 창업희망자를 위해 만들어진 ‘성공시대’ 코너는 ‘우리 동네에서 손님이 들끓는 가게·노점에는 어떤 영업 노하우가 있을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천원의 행복’(온리원) 등은 방송을 타면서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또 ‘마니아’ 코너에 소개된 ‘삼겹살에 미친 그들’,‘청국장 냄새가 싫다고요?’,‘소주파·맥주파 술 마니아’ 등 이색 동호회가 인기를 끌었다. ●“의회·마니아면 독보적” 평가 일간지로서는 유일하게 서울인에서만 다루는 기사들도 있다. 시의회·구의회 활동을 정기적으로 소개하는 의회면과 각 구청 3만여명의 생활체육(마니아)면에 실리는 기사들이다. 이들은 각각 종합 일간지의 정치면과 스포츠면에 해당되는 셈이다. 의회면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그대로 보여줄 뿐 아니라 서울시 택시요금·상수도 요금 인상 등을 다른 신문보다 앞서 내보내기도 했다. 또 구청의 꽃 4000여포기를 훔친 노원구의회 꽃도둑 의원은 화제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생활체육은 철저한 아마추어 스포츠를 다루면서 프로 스포츠의 기반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누드 브리핑’이라는 코너는 서울시청, 인천시청, 경기도 등 관가의 뒷얘기들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지방자치뉴스부 ■막내기자의 ‘서울 인’ 1년 꼭 백번째 만남입니다. 지난해 6월1일 첫선을 보인 서울인이 만 1년간 꼭 백번 독자 여러분을 만났습니다. 마치 여자친구와의 백일째 만남을 준비하는 느낌입니다. 첫번째 서울인을 내기 위해 준비를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누구에게도 생소했던 길이었습니다. 무엇을 취재해야 할지, 어떻게 지면을 꾸며나갈지 모두들 혼란스러웠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막내기자로 서울인을 맡게 된 저로서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취재가 꼼꼼하지 못하고 표나 지도를 빨리 구하지 못해 선배기자로부터 눈물 찔끔 흘리도록 혼났던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활 주변에는 생각보다 취재거리가 많았습니다. 지난해 여름 밤늦게 집 근처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며 가로등 관리실태에 대한 기사를 생각했습니다. 버스 타고 다니며 무심히 지나쳤던 옛 나산백화점 건물에는 숨겨진 뒷이야기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독자를 대신해 직접 체험해봐야 한다는 일념에 제 몸을 혹사시키기도 했습니다. 지압보도는 직접 걸어보니 정말 발바닥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T_T. 하지만 온몸에 퍼지는 마사지 효과만은 최고더군요 . 지난달 청계천 공사현장을 살펴본 뒤 황사와 공사장 먼지 때문에 며칠간 마른 기침을 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아직 서울인은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생활밀착형 기사를 지향하면서도 취재 여건상 회사와 출입처 부근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고민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모든 언론사가 정치·사회 등 거대담론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언론현실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서울인이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벌써 일년. 아직 갈 길이 먼 서울인입니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 열리는 조기축구대회라도, 시골 5일장 누추한 반찬가게 이야기라도 소중하게 담는 서울인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서울 인’에 바란다 쇠도 칠수록 단단해 지는 법. 다양한 계층의 독자들은 ‘한살배기’ 서울인이 꿋꿋이 자라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시 출입 기자, 장학사 등 전문가 집단은 서울인이 좀 더 세련된 ‘차림세’를 갖출 것을 당부했다. 전 서울시 출입 기자로 1년 동안 서울인을 지켜봤던 연합뉴스 이율 기자는 “한국에서 타블로이드판에 대한 신뢰도는 대판에 비해 여전히 떨어진다.”면서 “이 때문에 풍성한 서울인의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다가가는 게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또 “‘택시 T-머니 인식기 설치’,‘한강 주변 개발’ 등 단독 기사들이 잡지의 성격인 서울인에 실리면서 속보성이 떨어지곤 했다.”면서 “늦게 싣더라도 좀 더 풍성하게 쓰거나 본지에 실렸으면 더욱 빛을 발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울시 교육청 심영면 장학사는 “서울인을 좀 더 화려하게 만든다면 일선의 목소리를 담는다는 장점이 더욱 살아날 것”이라면서 “또 일선 학교에서도 쉽게 서울인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내용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지역지’답게 생활밀착형 기사를 더 비중있게 실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시 한문철 언론담당관은 “주5일제가 시행됐지만 주머니가 얄팍한 서민들이나 공무원들은 딱히 갈 곳이 없다.”면서 “인터넷에 중구난방식으로 있는 지역 정보를 문화, 체육, 복지 등 주제별로 정리해서 소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J홈쇼핑 홍보담당 전성곤 주임은 “젊은 계층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유통을 더욱 선호한다.”면서 “백화점, 할인점, 재래시장 등 오프라인 시장 위주로 나가고 있는 유통면에서도 온라인 부문에 관심을 기울이면 가독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시민들도 더 재미있으면서도 서민들의 모습을 담은 서울인을 주문했다. 주부 권오열(57·오금동)씨는 “만화나 소설 등을 싣는다면 전체적으로 더 흥미로운 지면이 될 것”이라면서 “딱딱하고 어려운 행정이나 의회 기사를 쉬우면서도 심층적으로 보도해달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미리(23·여·고려대 컴퓨터학과 4년)씨도 “주말매거진 ‘We’에 비해 기사가 많고 지면이 빡빡하다는 느낌”이라면서 “시원한 편집으로 내용을 다루면 독자의 눈에 더욱 잘 띌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대학 명물거리’ 등 대학가를 다룬 기사나 각종 아르바이트, 취업 정보 등도 소개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시민기자로 활동해보니… 서울신문과 시민기자로 연을 맺은 지 1년. 전업주부로만 지내온 내겐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나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첫 기사로 ‘우리동네 이야기’에 상계1동을 소개했다. 집값은 싼 편이지만 수락산을 정원처럼 끼고 있어 마음이 넉넉하고 정감 넘치는 동네라는 취지였다. 주민들이 좋아할 거라 기대했는데 집값 싸다는 말은 뭐하러 했느냐는 빈축을 샀었다. ‘수락 파크빌’ 아파트가 원래 이름을 바꿔 집값이 급등했다는 기사를 쓴 뒤였다. 한 텔레비전 아침 프로그램에서 내가 쓴 기사 내용과 똑같은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내가 쓴 기사가 ‘특종’을 한 것 같은 기꺼움에 젖었던 기억이 새롭다. 도봉구 창4동과 창5동을 잇는 지하차도 공사설명회를 취재했을 때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주민들의 반발로 설명회장이 성토장으로 변하고 중재에 나선 구의원도 쫓겨나는 마당에 취재하는 게 발각되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를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민기자만이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내 사진도 찍고 메모도 한 뒤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보낸 글이 실리지 않거나 많이 수정돼 실렸을 때는 허탈하기도 했다. 다시는 쓰지 않겠노라 다짐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새 습관이 됐는지 조금만 색다른 일만 보아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북한산 아이파크 아파트만의 작은 행사인 ‘마을사랑’이 기사로 나간 뒤의 반향도 잊을 수 없다. 마을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 온 것이다. 정중히 사양했지만 그 흐뭇함만은 오래도록 고마웠다. 수필을 써오던 터라 글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사회생활이 적어서인지 처음 보는 사람과의 인터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명함도 없이 말로만 서울신문 시민기자라고 소개하자니 언론을 빙자해 허세부리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은 느낌이 든 적도 있었다. 원고료도 넉넉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만의 탄탄한 ‘언로’를 가지고 있다는 자긍심에 다시 힘을 내곤 했다. 세상에는 크고 굵은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낙숫물에 바위 뚫린다는 말처럼 큰 사건 뒤 가려진 생활속 작은 희로애락이 서민의 삶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서울신문사가 ‘서울인’을 통해 그런 작은 삶에 눈과 귀를 열어준 것에 고맙고 나도 한몫 거들었다는 자부심으로 지난 1년을 되돌아본다. 이병숙 시민기자 주부·수필가 ■지역신문 전문가가 본 ‘서울 인’ 우리나라를 ‘서울공화국’이라고도 한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이기 때문이다. 신문도 그렇다. 서울에서 10개가 넘는 종합일간지가 발행된다. 다른 지역에서는 그 때문에 지역 언론이 고사했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면 서울 시민들은 행복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서울 시민들도 자기가 사는 지역 소식을 얻기 힘들다. 지난 선거에서 뽑았던 국회의원, 구청장, 구의회 의원들이 무슨 활동을 하고 있나. 동네 앞에 파헤쳐진 공사판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언제까지 진행될 예정인가. 집에서 멀지 않는 곳에 내가 주말을 이용해 사회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이 발달돼 정보가 넘쳐난다고 한다. 정보는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중요한 것을 골라 주어야 한다. 구청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민원 안내나 홍보성 정보를 빼면, 실생활과 관련된 지역 소식은 찾아보기 힘들다.‘전국’이 강조되면서 ‘지역’이 소외되고 있다. 그것은 서울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서울신문의 수도권 섹션 ‘서울 인’은 아주 좋은 시도였다. 단순한 섹션이 아니라 타블로이드 판의 독립된 신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서울 인’이 제공하는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쇼핑, 문화행사, 나들이 등에 관한 정보로 서울 시민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더 풍부해진 것은 사실이다. 서울을 더 잘 알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서울과 수도권의 시정(市政)에 대한 뉴스와 논평도 유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서울 인’은 한 단계 도약을 시도할 때가 되었다. 나는 ‘서울 인’이 서울신문의 한 섹션이 아니라, 서울 시민을 위한 독립적인 주간지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립적인 제작진이 바람직하다. 현재 ‘서울 인’의 내용은 일반 신문의 문화, 부동산 섹션 등이 다루는 내용 중에서 서울과 수도권과 관련되는 것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고 있어, 서울 시민의 서울 지역에 대한 정보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나는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신문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역성에 있다고 본다. 지역 정보와 지역에 기반한 광고가 아니고는 다른 미디어와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신문이 이러한 전환을 시도해나가는 데 있어 ‘서울 인’이 좋은 모델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 암 지키면 이긴다

    암 지키면 이긴다

    ‘누구든 암이라는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그의 삶이 과거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부터 환자와 그 가족이 경험하는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지루하고 긴 시간이 될 것입니다. 불만과 분노로 허둥대지 마십시오. 냉정하고 합리적이며,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나나 혹은 가족 누군가가 암 진단을 받았다면, 다음의 14가지 수칙을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이 수칙이 나와 가족에게 희망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대한암협회(회장 안윤옥)는 ‘2005 암(癌)중모색’ 대국민 캠페인의 하나로 암 환자와 가족이 반드시 알아야 할 수칙을 확정, 발표했다. ‘암을 진단받았을 때’와 ‘치료를 시작하면서’를 주제로 해 각 7항목으로 이뤄진 수칙은 그동안 환자들로부터 많이 받았던 질문과, 혼란 좌절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의료진의 충고, 암을 이겨낸 환자와 가족들의 체험을 망라해 마련됐다고 협회측은 밝혔다. 협회 이정신(서울아산병원 내과) 교수는 “실제로 암 진단을 받은 후 환자와 가족들이 혼란과 충격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며, 이 과정에서 효용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현혹되거나 아예 치료를 포기해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수칙이 암 투병의 긴 여정에 들어가는 환자와 가족들이 암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이정표가 되고, 좋은 치료 효과를 거두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암환자 14가지 생활수칙 ●암을 진단받았을 때 되새겨야 할 7가지 수칙 1. 암 진단이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암을 이겨내고 있으며, 새로운 약과 치료법이 계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암은 난치병이지, 불치병은 아닙니다. 먼저 최선을 다해 치료받겠다는 각오를 다지십시오. 2. 암은 전염되지 않습니다.=이걸 아는 사람도 가족이 암에 걸리면 ‘나도 혹시….’하고 걱정을 하지만 암은 어떤 경우에도 전염되지 않습니다. 3. 환자의 심리를 이해하십시오.=암 진단 후 대부분의 환자는 ‘진단 결과 부정-분노감-타협 욕구-우울감-현실 수용’의 단계적 심리상태를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황을 수용한 후라야 진정한 치료가 시작되므로 이 과정이 짧을수록 좋습니다. 4. 자신의 행동이 가족을 암에 걸리게 한 것은 아닙니다.=누구도 가족이 암에 걸리게 하거나 걸리는 걸 막을 수도 없습니다. 죄책감 대신 환자의 후원자가 되십시오. 5. 중요한 질문은 담당 의료진에게 하십시오.=암의 상태, 치료방침 및 전망 등에 대한 답변은 담당 의료진만이 할 수 있습니다. 의료진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십시오. 6. 올바른 암 지식을 가지십시오.=암의 정체와 치료법에 대해 정확히 알면 환자와 가족이 느끼는 두려움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수술이든 다른 치료든 치료법을 결정할 때는 의료진에게 미리 치료효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요청하십시오. 7. 가족 중 리더를 정하십시오.=암 투병은 크고 작은 결정의 연속이며, 항상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므로 가족 중에 리더를 정해 냉정하고 일사불란하게 판단하고 행동하십시오. ●암 치료를 시작할 때 알아야 할 7가지 수칙 1. 나을 수 있다고 믿으면 정말로 낫습니다.=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나을 수 있다는 신념과 치료효과의 놀라운 상관성은 의료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치료방법을 택했다면, 그 치료로 나을 수 있다고 굳게 믿으십시오. 2. 부작용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항암제는 암 세포 외에 머리카락세포와 구강, 식도, 장 점막세포, 조혈모세포 등을 공격해 탈모, 점막염, 설사, 골수기능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이는 몸이 암과 잘 싸우고 있다는 증거이며, 시간이 지나면 모두 회복됩니다. 3. 잘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암세포는 많은 영양분을 빼앗으며, 항암치료는 체력을 소진시킵니다. 그런 만큼 ▲정상 체중 유지▲고칼로리 및 양질의 단백질 섭취▲충분한 비타민과 무기질 섭취가 중요합니다. 4. 새로운 삶의 방식을 디자인하십시오.=건강을 되찾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치료와 회복에 집중해야 합니다. 나쁜 습관을 버리고,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 등 좋은 습관을 가지십시오. 5. 의료진을 만날 때는 항상 질문 목록을 준비하십시오.=병이나 치료 정보를 의료진이 알려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환자의 증상과 변화, 필요한 정보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궁금한 것은 일목요연하게 묻도록 하십시오. 6. 경험자의 체험담을 귀담아 듣고,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십시오.=다른 사람의 성공 체험담이 큰 도움이 되며, 실패담도 중요합니다. 7.‘지금 이 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막연한 후회나 불안감으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비록 나는 암 환자지만,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투병 의지를 북돋우십시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동북아 패권국 위상 확립 노림수”

    “미국이 한국을 믿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 얻은 북핵 정보를 한국과 공유하기가 상당히 어렵다.”(11일 야치 쇼타로 외무성 사무차관 발언) “6월10일 한·미 정상회담 열릴 것”(24일 요미우리신문 보도)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작전계획 5029에 대해 미국이 문제를 제기할 것”(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 한국·미국과 공히 연관된 사안과 관련, 최근 잇따라 터져나온 일본발(發) 뉴스들이다. 적어도 겉으로만 보면 일본이 미국의 대변인을 자임한 인상이다. 한·미 정상회담 일정의 경우 정확한 보도로 확인됐기 때문에 정황상 나머지도 무작정 거짓으로만 치부하기가 힘든 지경이다. 일본은 지금 무엇에 의해, 또 무엇을 위해 이런 식의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장성민(세계와 동북아포럼 대표) 전 의원은 27일 “미국이 북한을 조여드는 구도에서 일본이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당사자도 아닌 일본 언론이 잇따라 보도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면서 “미국 정부가 한국 내 반미감정을 우려, 미국 언론 대신 일본 정부와 언론을 통해 한국 정부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야치 차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장 전 의원은 “미 국무부 관리가 시계라면 일본 외교관은 시침이나 분침으로 보면 된다.”며 “부시 행정부의 메시지가 담긴 다분히 의도된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본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장 전 의원은 “일본은 미국과 ‘찰떡 동맹’임을 과시함으로써 동북아 제일의 패권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소련이 미국과의 군비경쟁으로 국력을 탕진해 무너졌듯이 중국도 만일 경제력이 10배나 큰 일본과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려 든다면 13개성으로 구성된 나라가 도산하면서 분열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미국이 바라는 시나리오”라며 “미국은 일본을 키워줌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과 가까운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의도설’을 부인한 채 한국 정부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이 소식통은 “과거 핵폭탄을 경험했던 일본은 북핵의 제1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 “일본으로서는 기존의 한·미·일 3각동맹 구도를 토대로 북한을 압박해 나갔으면 하는데, 한국 정부가 이 틀을 벗어나 북한·중국쪽으로 접근하는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내한한 오에 겐자부로(70)는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해결될 줄 알았는데 막상 일흔살이 되니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모순이 보다 극명하게 드러나더라.”면서 “주변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일이 내 마지막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이 진정한 과거 반성아래 양국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연설문과 4월 대국민 담화문에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일본 지성인의 한 사람으로 이에 부응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포럼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말하는가. -가장 두려운 건 헌법개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정부와 여당, 재계 실력자들이 전쟁포기를 선언한 헌법9조를 개정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일본은 지금도 자위대, 군비예산, 이라크 파병 등을 통해 사실상 헌법 9조를 지키지 않고 있다. 하지만 헌법이 개정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된다. 전쟁을 할 수도, 무기비축을 할 수도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어떻게든 이 헌법을 지켜야 한다.50년전 평화로운 세계, 전후 새로운 국가를 꿈꾸며 만든 헌법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다. 그건 지난 50년간의 내 삶,40년의 내 문학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지난해 중반 시작한 헌법 9조 모임은 헌법의 가치를 인정하고, 일본이 아시아에서 신뢰받는 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의 모임이다. 평론가, 극작가, 철학자 등이 중심이 된 지식인 운동인데 그중 내가 젊은 편에 속한다.(웃음)일본 각지역을 돌면서 강연을 주로 한다. 지금까지 2만 5000여명이 참여했고, 지역별로 1500개의 소모임이 조직됐는데 이는 적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점이 있다. 고이즈미 총리를 비판하는 이들이 많지만 막상 선거 결과에서는 여당이 이긴다는 사실이다. 희망을 얘기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헌법이 지켜지리라는 희망은 30%에 불과하다. 그래도 우린 희망을 버릴 수 없다.7월에 1만여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준비중이다. 한국 언론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문학적 전기(轉機)에 접어들었다고 했는데. -스물두살때부터 글을 썼으니 올해로 48년째다. 현재 집필중인 장편소설 3부작을 마지막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다.2년 전 사망한 동갑내기 친구이자 존경하는 학자 에드워드 W 사이드가 죽기 일주일전 내게 논문 하나를 보내왔다. 베토벤이 마지막 생애에 자신의 음악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남긴 것을 인용하며 내게도 그런 ‘후기작품(Late works)’를 제안했다.‘안녕, 나의 책들이여’는 2년전 그렇게해서 시작됐다. 돌아가서 바로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호텔에서도 틈틈이 메모를 하고 있다. 정치나 개인이나 많은 모순들이 존재한다. 내게는 네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마흔한살 아들이 있다. 내가 죽은 뒤 그 아이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가 내겐 국가나 사회문제보다 더 큰 모순이다.30%의 희망밖에 없는 비관적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이 내 소설작업과 일맥상통한다. 에세이집 ‘나의 나무아래서’에 등장하는 ‘자신의 나무’를 만난다면 지나온 삶에 대해 어떤 얘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흥미로운 질문이다.‘안녕, 나의 책들이여’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숲에는 저마다 자신의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앞에 서면 일흔살이 된 미래의 나와 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어릴 적 살던 마을의 전설이다.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된 거다. 과거의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소설가로 살아서 참 좋았다고. 그리고 젊은 독자들이 줄어서 슬프다고. 이 두가지를 들려주며 ‘이게 내 인생이야.’라고 말할 것이다. 아시아와 세계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들이 민주주의적인 사람들로 자라나길 바란다는 얘기도 함께. 현재 일본을 우경화로 이끄는 정부 여당, 재계 인사들에게 천황은 어떤 존재인가. -천황 문제는 나도 분명하게 답변할 수 없다. 앞으로 일본인들이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갈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건 과거 절대군주적인 천황제로 돌아가서는 절대 안된다는 점이다. 도쿄대 불문과를 나온 오에 겐자부로는 1957년 ‘기묘한 일’을 발표하며 학생 작가로 등단했고, 이듬해 ‘사육’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1994년 소설 ‘만연원년의 풋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당시 일본 천황이 수여한 상을 거부해 화제가 됐다. 한국의 독재정권시절 시인 김지하의 탄압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에 참여하고, 베트남전 반대운동에 뛰어드는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진보 지식인으로 명망이 높다. 그는 24일 ‘인간가치와 정치변화’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기조발제를 한 뒤 포럼 기간 중 각종 강연회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제4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사랑과 꿈을 향해 달리는 ‘우리는 하나’

    [제4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사랑과 꿈을 향해 달리는 ‘우리는 하나’

    “같은 길 위를 달리는 사람들, 우리는 한마음입니다.” 22일 열린 제4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에서 1만여명의 참가자들은 짙어 가는 5월의 녹음을 만끽하며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주변 숲길을 힘차게 달렸다. 가볍게 떨어지는 빗방울은 참가자들의 어깨를 한결 가볍고 상쾌하게 해주었다. ●유모차 앞세우고 뛰기도 마라톤에 참가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함께 그리고 끝까지’라는 마음은 모두 하나였다.‘독도는 우리땅’ 노랫말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가족과 함께 참가한 노병철(46)씨는 “휴일에 온 가족이 달릴 수 있어 어느 때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면서 딸 은지(6)양의 손을 꼬옥 잡아 보였다. 지난 3년간 마라톤 대회에 30번 이상 참가했다는 구윤자(34)씨는 유모차를 앞세우고 출발선에 섰다. 하지만 아들 홍성효(2)군이 유모차를 거부하고 직접 뛰겠다고 나서는 통에 주변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장애·국경 잊은 ‘우리는 한 가족’ 인천의 정신지체 장애인시설인 예림원 식구 8명은 단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완주했다.5㎞ 코스를 뛴 변일매(36)씨는 숨이 턱에 차오르면서도 얼굴에는 완주의 행복감이 가득했다.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은 김황태(30)씨는 이날 페이스 메이커로 함께 호흡했다. 한 달에 250㎞를 달린다는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돼 기쁘다.”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가족, 동료와 함께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도 여럿 눈에 띄었다.10㎞ 코스에서 49분50초를 기록해 외국인 1위를 차지한 케일 하딩(31)은 “동료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응원해 줘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라며 기뻐했다. ●아름답고 편안한 코스 “내년에 또 출전” 올해로 4회째인 서울신문 마라톤은 아름다운 코스로 참가자들을 매료시켰다. 두 돌 된 딸과 참가한 단상우(33)·이정희(33)씨 부부는 “영원한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라면서 달리는 내내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했다. 앤비 버킹험(35)은 “한국에 온 지 1년6개월 만에 아름다운 월드컵 공원을 둘러봐 즐겁다.”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하루에 13시간씩 식당 주방일을 하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마라톤 연습을 한 끝에 5㎞ 코스 여자 2위를 차지한 윤명숙(52)씨는 “공기도 좋고 코스도 괜찮아 달리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면서 “내년에 또 참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세상, 키즈 마라톤 마라톤은 더 이상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올해 신설된 키즈 러닝에 참가한 280여명 모두 어른 못지않게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엄마, 아빠 없이 혼자서 달려야 한다는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이 앞서 보였다. 태어나서 처음 마라톤에 참가했다는 함성준(6)군은 ‘물 만난 고기’처럼 2.5㎞ 코스를 가볍게 끝냈다. 경기 내내 ‘성준아 천천히 가.’를 외치던 어머니 조희영(32)씨는 “선두에서 아이를 지켜보려고 했던 내 자신이 무색해졌다.”라면서 “아이들끼리 달리게 하니 안전해서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원영(41)씨는 아들 우진(13)·성진(10)군의 첫 완주를 위해 자신의 10㎞ 경기 출발을 늦췄다. 장씨는 “아이들끼리 뛸 기회가 있어서 서울신문 대회를 선택했다.”면서 “어른뿐 아니라 마라톤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의미있는 경기였다.”라고 말했다. ●“레이스 조건 최적” 하프코스 남자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김광연(38·인천시 계양구)씨는 “코스에 언덕이 없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레이스를 할 수 있었고, 날씨도 선선한 가운데 가랑비가 내려 좋은 기록이 나온 것 같다.”라고 이날 레이스 조건에 대해 만족해했다. 나길회 이효연 김준석기자 kkirina@seoul.co.kr ■ ‘마라톤 패밀리’ 임성빈씨 가족 “마라톤으로 건강 되찾고 가족사랑도 덤으로 얻었죠.” 7년간 마라톤으로 체중을 14㎏ 뺀 임성빈(41·LG전자 근무)씨는 22일 서울신문 하프마라톤에 두 아들 준혁(11·인천 신대초)·찬혁(8·신대초)군과 나란히 참가해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아내 김성희(35)씨도 든든한 후원자로 대회에 동행해 가족 사랑을 과시했다. 임씨는 1994년 결혼 이후 몸무게가 꾸준히 늘었다고 한다.176㎝ 키에 몸무게가 89㎏까지 불자 예전부터 앓고 있던 비염이 악화됐다. 의사는 수술로는 완치하기 어려우니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지긋지긋한 비염이 차츰 호전돼 갔다. 자신이 붙은 임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신문 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17㎞ 지점부터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달릴 수가 없었다. 완주에는 성공했지만 기록은 2시간41분. 완주자 가운데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연습해 올해에는 1시간56분에 완주, 종전기록을 45분이나 앞당겼다. 준혁·찬혁군은 올해 새로 생긴 2.5㎞ ‘키즈(어린이)코스’에 참가했다. 준혁군은 그동안 교내 달리기 대회에서 꾸준히 입상해온 실력파.“매일 밤 달리기하는 아빠를 보고 나도 달리기를 좋아하게 됐다.”면서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아빠가 용기를 주셔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준혁군은 이날 4위로 골인, 성적으로만 놓고 보면 아빠보다 한 수 위였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최고령·최연소 참가자 5㎞를 완주한 대회 최고령 참가자 이규훈(79·경기도 안양)옹은 결승점을 넘자마자 아내 윤을호(72)씨에게 달려갔다. 기록은 30분대로 한참 늦었지만 표정만큼은 1등 못지않게 밝았다. 1995년 건강관리를 위해 시작한 마라톤이 팔순을 앞둔 지금은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안양천변 시민운동 코스를 돈다. “지금까지는 주로 10㎞를 뛰었는데 요즘엔 애들이 나이 많다고 5㎞만 뛰래.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10㎞에 도전하고 싶어.” 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유희훈(5)군도 많은 참가자들의 박수와 격려를 받았다. 유군은 5㎞ 코스를 아버지 유수동(38)씨와 완주했다. 어린 나이 때문에 다른 참가자들보다 기록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성인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힘차게 달렸다는 데 큰 보람을 느끼는 듯했다. 유군은 전국의 지역축제 마라톤대회에 자주 참가하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세살 때 마라톤에 입문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각종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게 10여 차례. 유군은 “마라톤을 마치고 들어올 때 많은 아저씨들이 환영을 해주면 기분이 좋아져요.”라면서 다음에는 혼자서 5㎞를 완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 유씨는 “언제부턴가 마라톤 대회가 있으면 아들이 먼저 알고 같이 나가자고 졸라댄다.”라고 말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늠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버지 품으로 파고들며 부끄러워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사진 특별취재반 이언탁 도준석 정연호기자
  • “디스크 수술할 필요 없어요”

    “디스크 수술할 필요 없어요”

    최근들어 비수술적 디스크 치료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무중력 원리를 이용한 디스크 감압치료가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급증하는 척추질환으로 수술치료가 급증, 적지않은 환자들이 근육 및 신경손상과 통증 등의 부작용을 겪는 가운데 수술 없이 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수술치료보다 재발률 훨씬 낮아 척추질환 전문병원인 조은병원 도은식 박사팀이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남자 58명 등 총 96명의 디스크 환자를 대상으로 ‘부분무중력 디스크 감압치료기(DRX 3000)’를 이용해 4∼6주간 치료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9%의 환자들이 ‘매우 만족한다.’거나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치료 효과가 ‘보통’이라거나 ‘효과가 없다.’는 응답자는 각각 8.6%,2.4%였다. 의료팀은 이같은 조사치와 임상 결과를 올 가을 대한신경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의료팀이 이들 환자에게 적용한 치료법인 부분무중력 감압치료는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는 우주인들의 추간판 높이가 증가하면서 요통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착안한 치료법으로, 미국 FDA는 2년여 전에 이같은 치료를 가능하게 한 부분무중력 디스크 감압치료기 DRX 3000의 시판을 허가했었다. 이 치료법은 최고 -200㎜Hg까지 추간판 병변 부위에 감압 환경을 조성해 밀려난 디스크가 제 자리로 되돌아 오게 하는 원리로, 이 경우 일반적인 수술치료보다 훨씬 낮은 4% 정도만이 재발했다고 의료팀은 덧붙였다. 또 이 치료법은 정상인 다른 디스크의 상태를 악화시키거나 근육 및 신경손상 등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뿐 아니라 통증도 거의 없어 환자들이 겪는 불편이나 부담이 이전에 비해 크게 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통증 거의 없고 근육·신경 안 다치게 실제로 미국 정형외과 분야 권위지인 OTR(2003년 12월호)에 게재된 토마스 지오니스 박사의 임상 연구에 따르면 219명의 디스크 환자들에게 이 치료법을 적용한 결과 치료율이 수술치료보다 높은 86%에 달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도 원장은 “미국에서는 이 치료법의 성과가 좋아 병원들이 치료 성과가 없을 경우 치료비의 일정액을 반환하는 환불보증제(money-back guaranty)까지 도입하고 있다.”며 “디스크 환자들이 갖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나 후유증, 통증은 줄이는 대신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한 언론사 ‘유전’기사 여러번 살기 느꼈다”

    유전의혹과 단지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홈페이지를 통해 특정 언론보도에 불만을 피력했다. 이 의원은 19일 오후 홈페이지(www.yeskj.or.kr)에 올린 ‘왕도의 길이 생각나는 하루’에서 “지난 수십 일간 철도청 유전사업 의혹과 관련된 기사를 보며 특정 한 언론사의 기사를 접하면서 살기를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앙드레 말로가 쓴 ‘왕도의 길’에 나오는 페르캉이라는 인물이 생각난다. 페르캉이라는 사람은 매우 용감무쌍하고 잔인한 모험가”라면서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오느냐고 묻자 그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크면 클수록 그렇다.’고 대답하는 구절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무엇 때문에 이토록 진실규명과는 거리가 먼 살기 가득한 기사들이 이어지는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원망하면서 “나는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한번 더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출판가 서울국제문학포럼 특수

    세계 문학거장 20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24∼26일, 세종문화회관)의 개막에 맞춰 외국 초청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 서점가에 속속 선보이고 있다.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 미국 생태시인 개리 스나이더, 칠레 저항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신작이 약속이나 한듯 이번주 나란히 출간된 데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인생의 친척’도 내주초 개정판이 나올 예정이다. 출판사마다 오래전부터 기획한 책들이기는 하나 작년 연말 초청 작가들의 명단이 확정된 이후 포럼 일정에 맞추기 위해 손길을 바삐 움직였다는 후문. 작가들이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신작이 홍보되는 ‘포럼 특수’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내 이름은 빨강’으로 국내에도 상당한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오르한 파묵의 신작 ‘눈’(이난아 옮김, 민음사 펴냄)은 전세계 21개국 19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베스트셀러.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에 뽑히기도 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독일로 망명했던 시인 카가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12년만에 찾은 고향 터키의 작은 마을 카르스에서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는 격랑에 휩쓸리는 이야기다. ‘내 이름은 빨강’을 비롯한 그의 모든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지는 주제인 동서양의 갈등은 여기에서도 중요한 모티프가 된다. 이슬람문명과 기독교문명의 충돌속에서 현대화를 지향하는 케말주의자와 이슬람 근본주의자, 쿠데타 세력과 민중, 사랑에 빠진 남녀가 빚어내는 갈등과 반목이 폭설로 외부와 차단된 마을을 배경으로 속도감있게 펼쳐진다. 프랑스 문학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르 클레지오의 ‘아프리카인’(최애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된 최신작으로, 작가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소설이다. 평생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의 삶을 기억속에서 복원시키는 내밀한 자기고백인 동시에 작가의 정신적 모태이기도 한 아프리카 대륙에게 바치는 찬미가다. 나이지리아에서 의사로 근무하던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1920∼40년대 아버지가 손수 찍은 사진 15장을 책에 함께 실었다. ‘지구, 우주의 한마을’(이상화 옮김, 창비 펴냄)은 생태시인 개리 스나이더가 지난 40년간 자연과 생명의 회복을 주제로 펼친 각종 강연문과 기고문을 모은 산문집이다. 시인이자 자연속에서 평생을 보낸 구도자, 희귀생물종 보호와 소수민족문화보존운동에 헌신해온 활동가로서의 그가 품고 있는 인간, 자연, 우주에 대한 깊은 통찰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문장에 담겨 있다. 칠레 출신의 저항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 ‘소외’와 ‘핫라인’(권미선 옮김, 열린책들)도 동시에 출간됐다.‘소외’는 소시민의 일상, 유대인 수용소, 아마존의 환경파괴 등 사회불의에 맞선 인간의 삶과 존재의 존엄성을 다룬 35편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핫라인’은 현대인의 비뚤어진 성문화를 통해 칠레의 사회문제를 파헤친 추리소설 형식의 작품이다. 포럼 참가자중 유일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는 신작 대신 절판됐던 책을 다시 선보인다.1993년 ‘20세기 일문학의 발견’시리즈의 하나로 ‘인생의 친척’(박유하 옮김)을 출판했던 웅진지식하우스가 12년만에 개정판을 낸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2002년부터 한 권씩 개정판을 내고 있는데 올해가 오에 겐자부로의 차례”라면서 “원래 6월쯤 예정했다가 포럼 기간에 맞춰 출판 일정을 앞당겼다.”고 말했다.1989년작인 ‘인생의 친척’은 슬픔의 질곡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하고자 애쓰는 한 여인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다루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출산준비? 구청으로 오세요

    서울 자치구의 출산장려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출산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에 맞춰 출산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과 두려움을 덜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구청장 조남호)는 17일 ‘아내와 함께하는 행복한 출산 준비교실’을 보건소에서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는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모성과 태아의 건강을 부부가 함께 준비토록 지도·관리하는 과정으로 자치단체 보건소에 첫선을 보이는 프로그램이다. 18일과 오는 25일 처음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태교에서부터 순산체조, 감통분만 등 다양한 정보를 부부가 함께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배은경 서초구보건소장은 “당초 50쌍을 대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지원자가 몰려 예비후보 10쌍을 추가키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연중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악구(구청장 김희철)는 임신과정의 불편을 덜어주고 두려움을 없애주는 ‘출산준비교실’ 프로그램을 운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4주과정으로 연 7회 운영되는데 회당 평균 25명의 예비 엄마들이 다양한 출산정보를 얻고 있다. 이밖에도 강남·광진·성동 등 대부분의 자치구들도 예비 부부를 위한 임신과정, 예비 엄마를 위한 분만과정, 모유수유법, 산후관리 및 신생아 관리법, 임신중 체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출산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과 두려움을 덜어주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슈렉

    [영화속 수능잡기] 슈렉

    아저씨에게 엄마 없다고 말하렴. 아이는 당장 손님에게 가서 말한다.“우리 엄마가요 아저씨에게 엄마 없다고 말하래요.”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사심없이 웃는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 이야기가 웃음의 이론인 ‘우월이론’을 잘 말해준다.‘우월이론’은 상대방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인식하는 부류들이 자신에게 고통이나 피해를 입히지 않는 과오나 추악상을 보여주는 인물을 향해 심리적인 우월적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웃게 된다는 것이다. 덩치 큰 남자에게서 우람한 목소리를 예상했는데, 예상외로 여자처럼 가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사람들은 웃는다. 비장한 표정의 무사가 멋진 칼을 뽑으면 우리는 멋진 액션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 무사의 칼이 정작 사과를 깎게 되면 우리는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이런 유의 웃음을 고찰한데서 나온 웃음의 이론이 이른바 ‘대조이론’이다. 예상과 결과의 불합리한 대조에 의해 웃음이 촉발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아름다운 공주는 반드시 멋진 왕자와 맺어져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의 예상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치를 영화 ‘슈렉’은 여지없이 깨버린다. 오 마이 갓, 피오나 공주의 짝은 엄청 못생긴 초록괴물 ‘슈렉’이다. 공주와 짝이 되는 배우자라면 준마를 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예상인데, 영화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다. 겁 많은 수다쟁이 덩키가 준마를 대신한다. 공주도 보통 공주는 아니다.‘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도 되는 양 얌전떨고 누워있더니 갑자기 키스를 해야 한다고 조르질 않나, 산적들이 나타나면 공중 제비를 돌며 ‘매트릭스’ 발차기를 하지 않나. 우리가 예상했던 공주와는 딴판이다. 한마디로 기존상식을 뒤엎는다. 영화의 압권은 마지막 장면, 마법에서 풀린 공주가 늘씬한 미녀가 아니라 작달만한 키에 살이 피둥피둥 찐, 일반적인 미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공주다. 영화는 계속해서 기존의 상식과 동화가 가지는 전통적 이야기 방식을 뒤집으면서 관객을 즐겁게 한다. 세상은 복잡하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을 단순화시켜서 이해한다. 아이들은 아이답고, 어른은 어른답고, 노인은 노인답다고 우리는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단지 우리의 바람일 뿐이다. 세상을 보라. 당장 오늘 저녁의 뉴스를 보라. 우리의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일들, 예상 외의 일들이 벌어진다. 자식이 부모를 해치고, 반대로 부모가 자식을 해쳤다는 뉴스까지 접하고 보면 오히려 몰상식한 행위들이 일상화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세상은 우리의 기대와 예상과는 달리 돌아가는 데도 우리는 여전히 세상을 단순하게 이해한다. 바로 웃음은 우리의 이런 단순한 생각을 깬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은 단순하지가 않다. 아이들은 조폭보다 무섭고,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유치하다. 바로 이것이 세상의 실상이다. 그런데도 당신은 순진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 순진한 의식을 깨고 세계의 실상과 용기있게 대면하라. 진정한 코미디는 두려움 없이 세상의 실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웃음의 인식적 기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비키 잰슨·앤드루 애덤슨 감독,2001년작.
  • [공연리뷰] 뮤지컬 ‘틱틱 붐’

    [공연리뷰] 뮤지컬 ‘틱틱 붐’

    ‘재깍, 재깍, 재깍‘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기계음, 그리고 이어지는 한 남자의 독백.“한 인간의 불안과 초조가 쌓여가는 소리입니다. 그 인간이 바로 접니다.”. 사는 동안 누구나 인생의 초침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때가 있다. 불안과 초조가 폭풍처럼 밀려드는 시기,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현재를 발목잡혀 허우적거리는 순간. 뮤지컬 ‘틱틱 붐(연출 심재찬)의 주인공 조너선에게는 서른을 코앞에 둔 지금이 바로 그때다.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를 꿈꾸는 뮤지컬 작곡가 지망생 조너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작곡을 해야 하는 힘든 현실에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젊은이다. 하지만 서른살 생일이 다가오자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억눌러왔던 온갖 걱정과 불안이 한꺼번에 고개를 쳐든다. 아무 것도 이뤄놓지 못한 남루한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 사이에서 맞아야 하는 서른살에 대한 두려움은 시한폭탄의 카운트다운처럼 그를 초조하게 압박한다. 워크숍 공연을 앞둔 작품을 완성하는 것만도 벅찬데 사랑하는 여자친구 수전은 뉴욕을 떠나자며 그의 애를 태우고, 일찌감치 예술가의 길을 포기한 친구 마이클은 새로 산 자동차로 속을 긁어놓는다. ‘렌트’의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인 ‘틱틱 붐’은 소극장 뮤지컬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조너선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극은 빈곤한 현실과 예술적 이상 사이에서 좌절하고, 방황하는 젊은 예술가의 고단한 삶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이는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도 전에 서른다섯의 나이에 요절한 조너선 라슨의 실제 삶과 겹쳐지면서 진한 공감대와 생동감을 획득한다. ‘렌트’가 그랬듯 ‘틱틱 붐’ 역시 아무리 각박하고, 힘든 현실을 다루고 있어도 음악만은 즐겁고 강렬하다. 사소한 말실수로 시작된 여자친구 수전과의 전화다툼은 기발하고 유쾌하며, 내심 부러워하던 마이클의 성공 뒤에 숨은 비밀을 알게 되는 대목은 인생의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한시도 무대를 떠나지 않고 극을 이끌어가는 이석준(조너선)의 열연이 빛난다. 수전역의 문혜영, 마이클역의 성기윤도 놀라운 변신술로 다양한 인물들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내며 박수를 이끌어냈다. 배해선, 이상현이 번갈아 출연한다.29일까지. 신시뮤지컬극장.1588-78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애경그룹회장 장영신(한국경영사학회 지음 및 펴냄) 여성으로 드물게 재계 총수로 활동한 장 회장의 생애와 경영이념에 대한 연구서. 남편의 뒤를 이어 갑자기 CEO가 된 장 회장이 어떻게 ‘경영의 천애 고아’에서 ‘경영 어머니’로 거듭 날 수 있었는지를 생생하게 그렸다. 애경유지공업에서 시작,18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화학공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갖는 애경의 역사가 장 회장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1만 8000원 ●워런 버핏의 부(로버트 마일즈 지음, 권루시안 옮김, 황매 펴냄) 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은 어떻게 서른살에 백만장자가 되고, 지속적으로 부를 축적하며, 증대시키는가. 그의 투자철학과 원칙, 실제수익률, 자산배분이 세세하게 묘사됐다.1만 4000원 ●해킹침입의 드라마(케빈 미트닉·윌리엄 사이먼 지음, 이성희·송흥욱 옮김, 사이텍미디어펴냄) 전설적인 해커로 추앙받는 인물, 케빈 미트닉이 해킹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해커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소설의 형식으로 재구성.1만 5000원 ●마케팅은 미친 짓이다(더그 홀·제프리 스템프 지음, 임정재 옮김, 한스미디어펴냄) 판매와 마케팅에 필요한 100가지 진실과 402개 실천 아이디어를 제시한 책. 기존에 알고 있던 마케팅 지식을 버리고 견고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케팅의 허상을 파헤쳤다.1만 6000원 |유아·아동| ●퐁퐁이와 툴툴이(조성자 글, 사석원 그림, 시공주니어 펴냄) 숲속 옹달샘 두 개, 퐁퐁이와 툴툴이. 동물친구들에게 물을 나눠주는 퐁퐁이와는 달리 인색한 툴툴이에게는 가을 낙엽이 쌓여 숨을 쉴 수가 없는데….4세 이상.8000원. ●이야기에 홀딱 반한 괴물(사빈 드 그레프 글·그림, 김화영 옮김) 용감한 기사 로제가 칼과 창이 아니라 지혜로운 이야기 솜씨로 무시무시한 괴물을 물리치는 줄거리.‘이야기’가 칼보다 더 힘이 셀 수 있음을 알아챈 아이들, 독서의 참의미를 깨닫게 되지 않을지? 4세 이상.8500원. |초등·청소년| ●봉숭아꽃 선녀님(이상교 글, 김복태 그림, 으뜸사랑 펴냄) 눈밝은 작가가 요즘 아이들의 속성과 내면을 훤히 꿰뚫어 봤다. 깍쟁이, 새침데기, 많이 가질수록 행복한 것인 줄 아는 아이…. 단편 14편 속의 다양한 주인공들을 만나면서 진지하게 ‘삶의 그늘’까지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초등생.1만원. ●멍멍 나그네(마해송 글, 김세현 그림, 계림 펴냄) 한국 창작동화의 선구자인 마해송(1905∼1966)이 1960년에 쓴 장편동화. 밤에는 도둑을 감시하고 낮에는 사슬에 묶여 꼼짝 못하는 서글픈 신세의 ‘똥개’ 베스가 주인을 따라나섰다가 그만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 하지만 두려움은 잠시. 자유 가득한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될 줄이야! 초등고학년.8500원.
  • 스리랑카에서 佛心을 배우다

    스리랑카에서 佛心을 배우다

    고요함과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 스리랑카를 아십니까. 열대성기후의 홍차가 많이 나는 나라 스리랑카는 찬란한 고대 불교문화와 태곳적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7곳이나 있는 보물 같은 나라가 바로 스리랑카이기도 합니다. 인도양에 외로이 한 점 떠있는 스리랑카, 홍차 향기가 그윽한 고요와 자비의 나라를 소개합니다. 스리랑카는 전국이 문화유적지라고 할만큼 고대 문화가 잘 보존돼 있다. 유적지는 아누라다푸라와 폴로나루와, 그리고 캔디를 잇는 이른바 문화삼각지대와 시기리야에 몰려 있다. 그중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화유산은 모두 7곳.200m 높이의 커다란 바위산 위에 지어진 왕궁인 ‘시기리야락’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곳. 우선 바위산으로 달려갔다. ●비명과 탄성을 지르는 4시간 수도인 콜롬보에서 시기리야까지는 169㎞. 자동차로 4시간이 넘게 걸린다. 콜롬보를 빠져나가자 도로가 장난이 아니다. 편도 1차선 국도는 울퉁불퉁해 자갈밭을 달리는 것 같다. 달려오는 자동차와 부딪칠까봐 아슬아슬하다. 그렇게 좁은 도로를 추월하며 질주하는 버스. 앞에 마주 달려 오는 툭툭(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만든 스리랑카의 근거리 교통수단)은 알아서 피해가라는 듯 마구 추월하며 경적을 울려댄다. 이방인의 눈에 도로는 무법천지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나름의 룰이 있다고 한다. 이 룰을 모르고 운전대를 잡았다가는 5분도 못가서 사고가 난다고 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푸른 야자수와 이름 모를 나무들로 뒤덮여 있는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세계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스리랑카만의 자랑이다. 짐짝처럼 이리저리 휩쓸리며 어렵게 도착한 시기리야는 천둥과 벼락이 한창이었다. 서둘러 호텔로 들어갔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아침에 눈을 떴다. 붉은빛을 잔뜩 머금은 태양이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카메라를 챙겨 스리랑카의 아침을 담으려고 서둘러 7층으로 뛰어올라갔다. 눈을 뗄 수 없는 황홀경에 숨이 막혔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한 칸달라마 호수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지저귀던 새들도 잠깐 숨을 고르는 듯 조용했다. 아니 거대한 대자연 앞에서 서니 하나의 점으로밖에 표현되지 않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보다 크기는 작지만 태곳적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스리랑카, 그 아름다움을 둘러싸고 있는 고요함. 시간이 멈춘 듯한 나라, 스리랑카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세계 제8대 불가사의 누가 높이 200m 바위 위에 궁전을 지었을까. 이야기를 듣고 보니 궁금증에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5세기, 아누라다푸라를 지배하던 다투세나왕의 장남 카샤파는 왕족 출신 어머니를 둔 이복동생 목갈라나와는 달리 평민 출신 어머니를 둔 탓에 동생에게 왕위가 돌아갈 것을 몹시 우려해 아버지를 시해하고 왕위를 찬탈하는 패륜을 저질렀다. 동생 목갈라나의 보복이 두려웠을까, 아버지를 살해한 후회와 고통 때문이었을까 카샤파는 신들린 사람처럼 시기리아의 깎아지른 듯한 바위산 위에 궁전을 세웠다. 그러나 11년 후 인도에서 군대를 이끌고 온 이복동생과 싸움에서 패한 카샤파는 자살하고 말았다. 젊은 왕자의 광기어린 행동이 후대에 세계 문화유산을 남겼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임에 분명하다. 밑에서 올려다보니 거대한 바위산만이 보였다. 올라가기 어려울 것 같았다. 저렇게 큰 바위산 위에 궁전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1500년 만에 깨어난 미녀들 정상까지 계단은 1200개. 무더운 날씨에 20분 오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기리야 벽화가 기다리고 있다. 1875년에 우연히 이 바위산을 망원경으로 바라보고 있던 영국인에 의해 처음 발견된 ‘시기리야 레이디’는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벽화이다.1400년 긴 잠에서 깨어난 미녀들은 사람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처음에는 500명이 넘는 여인들의 그림이 있었지만 지금은 훼손되어 18명밖에 남지 않았다. 2000년이 지났건만 빛나는 색채는 아득한 시간의 흐름조차 잊게 한다. 가슴을 훤히 드러낸 미녀들의 농염한 자태와 신비스러운 표정은 오히려 현대적이라 놀랍기까지 하다. 광기 어린 젊은 왕이 남겨놓은 최고의 걸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니 참 재미있다. 벽화 밑쪽에 있는 ‘미러 월’은 달걀 흰자와 꿀, 석회를 섞어 칠한 다음 표면을 문질러 밝게 빛나는 벽을 만들었다. 신기하게 거울처럼 보이진 않지만 언뜻언뜻 비치는 자신의 형체가 보인다. 조금 더 걷자 드디어 평지가 나온다. ●사자 입속으로 올라가는 궁전 발톱이 날카로운 사자 두 발 사이에 궁전 입구가 있다. 예전에는 다리와 머리가 있어 사자가 크게 입을 벌리고 앉아 있는 형상었다. 바로 여기 때문에 이곳의 이름이 시기리야로 정해졌다. 사자를 의미하는 ‘싱하’와 산을 의미하는 ‘기리얀’이 합쳐진 단어다. 또한 스리랑카의 국기도 칼을 든 사자가 자리잡고 있듯이 스리랑카인의 70%가 넘는 싱할라족은 스스로를 사자의 후예라고 생각한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철계단을 통해 올라간다.10여분만 올라가면 정상이다.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린다. 난간을 잡은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도대체 철계단으로 올라가도 이렇게 힘든데 2000년 전 그들은 어떻게 바위 정상까지 벽돌을 나르고 음식을 나르며 궁전을 만들었을까.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정상에 오르니 4800평 평지에 궁전과 연회장, 수영장 등 나타내는 벽돌들이 가득 박혀 있어 당시의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200m 높이의 바위 꼭대기에 수영장이라니…. 어이가 없다. 물이 지상에서 공급된다고 하는데 그 방법은 현대 과학으로도 풀지 못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천륜을 어기고 얻어 권력의 두려움에 암벽 꼭대기로 도망쳐 온 카샤파. 불안과 고독에 몸부림쳤을 그는 세찬 바람을 맞으며 스스로를 안쓰러워했을까. 카샤파가 앉아 무희들의 공연을 감상했다는 돌 평상이 그대로 남아있다. 권력욕 때문에 허망하게 생을 마친 왕의 평상에 앉아보니 욕심에 차서 살고 있는 세상사가 모두 허무해진다. ●이름처럼 예쁜 도시 캔디 몇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싸우고 배신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이 끊이지 않는 인류를 향해 시기리아락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헛되도다. 헛되고 헛되도다.” 스리랑카가 동방의 아름다운 정원이라면 캔디는 그 중에서 가장 빼어난 멋을 가진 곳이다. 완만하게 경사진 지붕을 얹은 전통 건축물들과 아름다운 호수, 푸른 나무와 풀들 등으로 인해 가장 스리랑카다운 도시로 꼽힌다. 캔디는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북쪽으로 129㎞ 떨어져 있고 해발 465m에 자리잡고 있다. 인도의 잦은 침략에 남쪽으로 도시를 계속 옮기던 싱할라 왕조는 14세기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을 수도로 정했다. 무려 350여년 동안 이곳에서 고대 불교문화를 꽃피웠다. 특히 캔디는 스리랑카 사람들에겐 정신적인 고향이자 안식처다. 바로 부처의 치아 사리를 모셔놓은 불치사가 있기 때문이다.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 볼 만하다. 흰옷을 입고 연꽃과 향을 두 손에 든 순례자들의 행렬이 인상적이다. ●자비가 흐르는 황금사원 담불라는 캔디와 아누라다푸라를 연결하는 간선도로변에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순례자와 관광객들로 붐빈다. 산중턱에 위치한 석굴사원까지 맨발로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담불라의 석굴사원은 커다란 바위를 파내어 만든 5개의 석굴이 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제1석굴 안의 황금빛 와불. 길이 15m의 와불이 열반에 들 자세로 누워 있다. 발바닥에 그려놓은 불꽃 같은 꽃무늬도 강렬하고 현란하다. 나머지 석굴에도 수십개의 불상들과 벽화 등이 있다. 담불라는 180m 높이의 흑갈색 바위산이지만, 석굴안의 불상과 벽화는 온통 황금빛으로 빛난다. 그래서 담불라를 ‘황금빛으로 빛난다.’는 뜻이 담긴 ‘란 기리’라고도 부른다. ■ 미리 알고가세요 스리랑카는 연 평균 30도에 가까운 고온다습한 열대성 기온으로 습도가 매우 높다. 햇빛이 강해 선글라스, 자외선차단제와 모자 등은 필수. 현지 시간은 우리나라보다 3시간 늦다. 화폐는 주로 루피가 쓰이며 미국 1달러가 96루피 정도다. 환전은 공항에서 하는 것이 좋다. 음식은 커리(인도식 카레)와 라이스(안남미)가 주를 이룬다. 밀크라이스라는 전통 음식은 우유와 안남미를 넣고 찐 것으로 우리나라 백설기와 맛이 비슷하다. 석가모니가 열반을 했을 때 제일 먼저 공양을 했던 음식이라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직항은 없고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 혹시 배낭여행이나 개별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콜롬보에 있는 한국인가이드 정은희(001-94-776-322-589,eunicejung@hotmail.com)씨에게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야여행사에서는 스리랑카 문화유적 탐방 5일 상품을 129만원에 판매한다. 모든 일정에 식사를 포함한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일정도 캔디, 시기리아락, 석굴사원과 네곰보 해변 등 스리랑카의 전반을 둘러볼 수 있게 알차게 꾸며졌다.(02)536-4200,www.kayatour.co.kr 글· 사진 스리랑카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色色남녀] 씹히는 걸 누가 바래?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개인이 성적인 건강(sexual health)을 유지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성적인 건강을 개인의 인성, 의사교환능력 및 사랑의 감정을 키워주기 위한 신체적·정신적·정서적 및 사회적 영역 등에서 개인이 성적인 존재(sexual being)로 통합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얼마나 성적으로 건강한 것일까? 성(性)은 마음(心)과 생(生)으로 표현되듯 정신과 육체가 함께 하는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성은 섹스(sex), 젠더(gender), 섹슈얼리티(sexualty)의 3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섹스는 생물학적인 성을, 젠더는 사회적 성을, 섹슈얼리티는 개인의 성적인 존재 및 성별을 나타내주는 의미로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성의 개념을 주로 생물학적인 섹스에 한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성은 곧 섹스를 의미하고 섹스의 화두는 어느새 수컷인 남성의 능력(?)이 키워드가 되었다. 바꿔 말하면 섹스의 주체는 남성이 되고 여성은 수동적인 객체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섹스를 뜻하는 전통적인 속어인 ‘씹’을 사전에서 찾으면 여자의 성기, 혹은 성교를 하다라는 2가지 뜻이 나타나 있다. 속담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다.‘씹에 길 나자 과부된다더니’(되는 일이 없을 때) ‘이 호강 저 호강 해도 씹 호강이 제일이다’ ‘봄 씹 세 번에 초상난다’(봄에는 여자의 정력이 강하다) ‘고기는 씹는 맛, 씹은 박는 맛이다’ ‘토끼 씹하듯 한다’(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는 등등에서 나타나듯 여성이 피동적인 수혜자(受惠者)로 묘사되고 있다. 섹스의 또 다른 표현인 ‘떡 친다’는 말도 방아타령의 방아찧기에서 나왔는데, 절구에 떡을 넣고 메공이로 찧어내는 것이 성교와 형태가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이 표현을 남성들이 주로 쓰는 것도 은연중에 자신들이 섹스에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남성 중심의 성 의식을 고집하는 한 성적인 건강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성기능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의 공통요소에는 성교육이 있는데, 발기장애는 잘못된 성 지식과 성 심리에 대한 중재효과가 중요하다고 할 정도이다. 또한 남성 중심의 성 이데올로기에 억압된 여성은 억압된 오르가슴으로 죄의식을 유발하고, 성적 죄의식과 왜곡된 성 의식을 갖는다고 한다. 한편 성 행동의 초점을 파트너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말하자면 남성은 골동품 같은 ‘박는다’는 의식을 폐기처분하고 ‘잘 박히도록’ 여성의 감성을 깨우는 데 촉각을 세워야 할 것이다. 물론 여성도 더 이상 ‘엑스레이 찍듯’ 하면서 냉동참치처럼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상대와 자신을 동시에 모욕하는 일이 된다. 침실은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공간이지 ‘얼차려’ 훈련받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들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자유롭게 표현하면 상대 남성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이 성적 주체로 존재하고자 한다면 상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건강한 섹스의 출발점은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혁신 공기업탐방] ⑦ 김균섭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인터뷰

    [혁신 공기업탐방] ⑦ 김균섭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인터뷰

    “혹시 애프터서비스(AS)를 받다가 불편한 점은 없으셨습니까. 저희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줬습니까.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국내 가전업체 AS담당 직원이 수리를 해주고 가면 어김없이 업체 본사로부터 AS의 만족도를 묻는 내용의 전화를 받게 된다. 이런 풍경은 더 이상 민간기업만의 영역이 아니다. 김균섭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실시간으로 고객만족도를 조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민원의 접수·검토·결재·통보·사후관리 등 전 과정의 고객만족도를 조사해 관리하는 것이다. 그는 또 “올 여름 ‘선풍기로 시원한 여름나기’ 범국민 캠페인을 펼쳐 4500억원의 에너지를 절약하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서울신문 오풍연 공공정책부장이 고위공직자에서 민간기업 CEO로 변신했다가 다시 공기업 사장으로 컴백한 김 이사장을 만나 경영 및 혁신의 방향을 들어봤다.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됐다. 그간 역점을 둔 분야부터 설명해달라.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바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공단의 업무를 잘 알고 있었다. 취임하자마자 유가가 사상 초유로 뛰어 할일이 많았다. 공기업의 특성상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일은 많아져 취임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취임 이후 업무체계부터 바꿨다. 열심히 일하는 체계보다는 효율적으로 일하는 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공단 직원들이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낀 것으로 안다. 그러나 공단에 오기 전 대표이사로 있었던 HSD엔진의 성과가 알려지면서 두려움이 점차 줄어들었다. 이미 검증됐던 길을 걷는 것이기 때문에 저항이 없었다. 고객만족도 향상에 최우선을 두는 느낌이다.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실시간으로 고객만족을 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민원처리, 업무처리, 경영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업무의 품질향상은 물론 고객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구체적으로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을 어떻게 바꿨나. -시스템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업무를 온라인화하고, 불필요한 업무는 없애거나 단축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열사용기자재를 검사받기 위해서는 본사나 지사에 와서 신청서를 접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 접수가 가능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검사시간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검사가 끝나면 그 즉시 해당 업체에 검사를 받을 때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임원진만 볼 수 있도록 했다. 즉 실시간으로 민원처리가 돼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직원들의 근무태도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에너지이용합리화 자금을 융자받을 때도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공단측이 알아서 다 처리해주고 있다. 공단 조직은 어떻게 개편했나. -공단의 체제를 에너지효율 향상, 이산화탄소 저감,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3가지의 핵심역량사업에 맞춰 개편했다. 이에 따라 경영전략본부, 수요관리본부, 기술개발지원본부, 기후변화대책본부, 신·재생에너지개발보급센터 등 4본부 1센터 체제로 바꿨다. 대팀제도 도입했다. 종전의 12처 32팀의 조직을 14실(대팀)만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30개의 간부 보직이 줄게 됐다. 남는 인력은 고유가와 기후변화협약 등으로 늘어난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별도의 인원 충원 없이도 인력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대팀제가 도입되니까 결재 단계도 직원-실장 2단계로 축소됐다. 공단의 혁신방향을 설명해 달라. -기본적으로 능률과 성과를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다. 즉,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일을 잘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업그레이드 KEMCO(에너지관리공단의 영문 이니셜)’라는 슬로건 아래 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조성하고,4대 과제를 전사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정확한 성과평가를 위해 부서별, 사업별로 핵심성과지표(KPI)를 발굴했다. 또 감(感)에 의존해서 일하는 방식에서 통계와 과학적인 근거에 의거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조직문화를 바꿨다. 이른바 6시그마 경영기법이다. 6시그마운동의 진행상황은. -6시그마는 제품 생산업체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경영만족을 위한 품질경영 기법으로 적용될 수 있다. 즉, 이는 효율적으로 일해 남은 시간은 자신의 능력 개발에 투자 할 수 있다. 우선 올해부터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 제도 마련 등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6시그마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34개 프로젝트를 시범실시하고, 하반기부터는 34개의 프로젝트를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매주 수요일을 6시그마의 날로 정해 전사적인 활동도 하고 있다. 경영혁신 차원에서 인사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다면평가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사업이 성과중심으로 진행되고 평가가 실적중심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사는 역량중심으로 단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 5월 학연·지연·혈연·성별·직군에 대해 5대 무차별 인사원칙을 선언했다. 또 능력 있고 참신한 인재를 발탁할 수 있도록 승진 최소연수제도도 없앴다. 다만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사 다면평가제도, 부서장급 4개 직위에 대한 공모제를 실시했다. 아울러 부서와 개인의 실적을 근거로 성과금을 차등 지급토록 해 역량중심의 근무평정시스템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김균섭 이사장은 김균섭 이사장은 다소 별난 사람이다.‘한창 잘 나가는’ 자리에 있을 때 이를 과감히 버리고 변신을 택하곤 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기도 한다. 기술고시 9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공직생활 25년여만인 지난 1999년 6월 산자부 기획관리실장에 전격 발탁됐다. 하지만 6개월만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기획관리실장까지 했으니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됐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김 이사장은 2000년 1월부터 적자기업이었던 HSD엔진(현 두산엔진)의 CEO로 변신했다. 주변에선 공직에만 있던 김 이사장이 곧바로 민간기업 CEO로 성공할까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보란듯이 HSD의 최대 난제였던 조직간 화합을 이끌어냈고, 그 결과 취임 첫해부터 흑자경영을 이뤄냈다. 이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김 이사장은 2002년 1월 다시 3년 임기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2003년 8월 HSD엔진 사장직에서 물러났다.HSD엔진의 경영이 정상화된 만큼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남 진주(55) ▲부산고·서울대 항공공학과 ▲기술고시 9회 ▲상공부 수출진흥과장 ▲산자부 산업기술국장·기획관리실장 ▲HSD엔진 사장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선풍기로 여름나기’ 100만명 서명운동 ‘한여름에는 에어컨을 과하게 틀고 긴 옷을 입는다. 반면 한겨울에는 실내온도를 과하게 높여 속옷만 입고 지낸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지적하는 우리나라 냉난방 문화의 현주소다. 공단은 사상 유례 없는 고유가 시대에 맞는 실질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 에너지 절약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여름철 에너지 절약 캠페인으로 4월24일부터 6월30일까지 ‘선풍기로 시원한 여름나기’ 100만명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가두서명과 공단 인터넷 홈페이지(www.kemco.or.kr)를 통해 에너지 절약 실천 약속을 한 시민이 8일 현재 12만여명에 달한다. 서명자 중 공개추첨을 통해 경차(3대)와 김치냉장고(30대), 스탠드(300대), 선풍기(3000대) 등 경품도 나눠준다. 공단은 또 한여름인 7∼8월 전기사용량을 전년대비 10% 이상 절약한 가구에 대해서는 3만 5000원을 돌려주는 행사도 병행할 계획이다. 공단이 이처럼 선풍기 사용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것은 그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냉방온도를 3도만 올려 한여름철 적정온도인 26∼28도를 유지하면 연간 45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냉방전력 수요 감소에 따른 발전소 건설 비용까지 감안하면 경제적 효과는 3조원 이상이다. 공단이 이번 페스티벌의 성공을 자신하는 것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실시한 ‘따뜻한 가족 페스티벌’을 성공리에 마쳤기 때문이다. 내복을 입어 불필요한 난방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을 전개하자 캠페인 기간동안 전국 지역난방 열 사용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4% 줄어들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81억원의 효과다. 게다가 캠페인 기간동안 내복 제조업체의 판매량이 20% 이상 증가해 경제활성화에도 한몫했다. 공단 관계자는 “앞으로는 구호에만 그치는 캠페인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실제로 동참해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항암식품 알고 먹어야 ‘약’

    암에 대한 두려움이 큰 탓일까. 시중에 항암식품이 넘치고 있다. 더러는 치료 효과를, 더러는 예방을 내세우지만 그대로 믿을 수 없어 고민스럽다. 주변에 넘치는 암 관련 식품 중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이 어떻게 좋을까? ●암과 음식 전문가들은 암의 35%가 음식과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예가 바로 대장암과 유방암. 이들 암은 육류와 지방섭취가 많은 북미나 유럽국가에서 현저히 발생률이 높은 반면 곡류와 야채가 주식인 남미와 아시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의 연구에서도 과일 및 채소 섭취량과 특정 암 발병률이 반비례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지난 91년부터 하루에 과일과 야채를 다섯 차례 이상 섭취함으로써 암은 물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자는 캠페인을 벌여 현재 미국인 36%가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2002년부터 보다 다양한 야채와 과일을 더 많이, 더 자주 섭취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Savor the Spectrum’ 운동을 펴고 있기도 하다.NCI는 40여 종 이상의 식물성 식품에서 암예방 효과를 확인했으며, 마늘·콩·생강·양배추·브로콜리·토마토 등이 대표적인 식품이라고 밝혔다. ●항암식품 지금까지 확인된 화학 암 예방제로 식물에서 유래된 화합물은 ▲대두의 제티스틴 ▲양배추의 인돌-3-카비놀 ▲녹차의 EGCG ▲브로콜리의 설포라펜 ▲적포도 껍질의 레스베라트롤 ▲토마토의 붉은 색소 라이코펜 ▲카레의 색소인 커큐민 ▲생강의 진저롤 등이다. 녹차의 EGCG와 토마토의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은 세포에 축적되는 활성산소종을 제거,DNA 손상을 막는다. 흡연 후 녹차를 마신 사람은 흡연 후 커피를 마시는 사람보다 염색체가 훨씬 적게 손상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지난 95년 성인 남성 4만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토마토소스가 들어 있는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그룹은 일주일에 적어도 두번 이상 토마토소스가 함유된 음식을 먹는 사람들보다 최고 34%나 높은 전립선암 발병률을 보였다. 토마토의 라이코펜은 단백질 및 섬유소와 강력히 결합하고 있어 토마토를 날로 먹어서는 충분한 양을 취하기 어려우나 조리를 하면 라이코펜이 분리되어 쉽게 흡수된다. 마늘의 아릴설파이드, 양배추의 인돌카비놀과 브로콜리의 설포라판, 호두의 엘라직산 등도 발암물질의 대사 활성화를 억제하거나 해독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또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캅사이신은 위암 유발물질의 대사활성을 억제하며, 적포도주는 암세포 증식에 필수적인 새로운 혈관 형성을 억제해 암세포를 죽인다. 포도, 콩, 생강, 로즈마리, 당근, 카레 역시 암세포 증식에 필요한 혈관 생성을 억제해 암세포의 증식을 차단한다. ●항암식품의 순기능·역기능 당근, 호박, 감, 피망 등에 들어있는 베타카로틴은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노화방지 및 항암효과가 탁월하다. 딸기나 토마토, 수박 등의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은 베타카로틴보다 10배나 강력하게 암세포를 억제하는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그러나 흡연자가 베타카로틴을 복용하면 오히려 폐암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흡연이 라이코펜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물성 항암물질의 성분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동물성 식품이라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갑오징어 먹물 스파게티는 뮤코 다당류가 풍부해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은 두뇌작용을 활성화시키고 동맥경화와 암을 예방하는 DHA(도코사헥사민산)와 EPA(불포화지방산)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암 예방 식이요법 ▲식도암·위암 ▲브로콜리:당근, 단호박 등과 함께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가 풍부해 점막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환원시킨다. 특히 비타민C는 위암을 일으키는 니트로소아민을 무력화해 암을 예방한다. 올리브유에 살짝 데쳐 먹으면 흡수율이 5배 가량 높아진다.▲양배추:점막 재생을 돕고 출혈을 방지하는 비타민U,K가 풍부해 위궤양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를 낸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가 항산화 효과를 보이며, 인돌, 스테롤 등 항암물질도 갖고 있다.▲레티놀(동물성 비타민A):닭이나 소의 간, 장어, 치즈, 버터 등에 많이 들어있다. ▲대장암 ▲사과:사과 껍질에는 펙틴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예방하고 장 속 유산균 증식을 돕는다.▲식이섬유 식품:고구마, 감자, 버섯, 해조류, 콩도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요구르트:유산균이 변비를 예방, 배변을 도와 장 속의 발암물질을 빨리 배출하게 하고 장에서 발암물질이 생기는 것도 줄여준다.▲등푸른 생선:고등어 등 등푸른 생선에 많은 DHA와 EPA가 암 발생을 억제하며,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억제한다. ▲간암 ▲버섯류:버섯의 다당류가 면역기능을 높이나 물에 잘 녹으므로 음식을 만들 경우 국물까지 모두 먹는 것이 좋다.▲과일:키위나 레몬에는 항산화작용과 콜라겐 합성에 중요한 비타민C가 많아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된장:간의 해독작용을 돕고 간에 축적된 발암물질을 신속하게 배출시킨다. ▲폐암 ▲올리브유:폴리페놀, 올레인산, 비타민E가 풍부해 폐암과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토마토:비타민C, 라이코펜,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항암효과가 좋다. 특히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은 흡연자의 폐암 발생을 억제해 준다. 올리브유에 살짝 데쳐 먹으면 흡수율이 훨씬 좋다.▲순무:유황화합물인 아이소타미노사이안산염이 폐암을 예방한다.▲엽산과 비타민B12:폐암으로의 진행을 막는다. 닭, 소의 간, 돼지고기, 시금치, 감자, 콩,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굴, 꽁치 등에 많다. ▲유방암 ▲콩: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식물성 호르몬인 아이소플라본이 많아 유방암과 골다공증, 남성의 전립선염을 예방한다.▲브로콜리:비타민C와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유방암 등의 예방효과가 있다.▲토마토:폐암, 유방암을 억제하며,100g 열량이 20㎉밖에 되지 않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 도움말 서영준 서울대약대 교수,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7년동안 외박 일삼아 온 남편

    저는 10살난 아들과 8살난 딸을 둔 결혼 10년차의 전업주부입니다. 사업을 하는 제 남편은 딸아이가 태어날 무렵부터 외박을 일삼고 있어 고민이 큽니다. 남편은 처음에는 회삿일로 접대하다 보니 외박을 하는 것이라고 핑계를 대거나, 출장이라면서 일주일씩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특별한 설명도 없이 일주일이면 3∼4일은 밖에서 자고 옵니다. 남편은 집에 잘 들어오지는 않지만 생활비는 매달 부족하지 않게 보내오기 때문에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공부시키기에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저는 남편의 이런 외박행위에 항의하고 싶지만 만약 그랬다가 이혼이라도 하자고 하면 저에게는 경제력이 없어서 이혼 후 아이들을 키울 능력이 없습니다. 더욱이 이혼을 하면 아이들 친권과 양육권은 아버지인 남편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아이들이 없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조정순(가명)- 남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불가피하게 외박을 할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정순씨의 남편은 직장생활 이외에 다른 이유로 외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순씨도 그런 문제 때문에 고민을 하시는 것 같고요. 아내들 중에는 남편의 외박과 잦은 출장에 대해서 의심을 하면서도 정순씨처럼 남편이 이혼을 요구해 올 것이 두려워서 남편에게 그 이유를 캐묻지 못하는 사례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순씨의 남편에 대한 대응방법은 결코 현명해 보이지 않습니다. 정순씨의 딸아이가 태어날 무렵부터라면 거의 7년 이상이라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이라도 남편과의 관계를 새로 만들어보는 시도를 해봐야 할 것입니다. 질문 내용을 보면 정순씨는 남편의 외박행위에 대해서 항의하지 않는 것이 남편의 직장생활을 이해한다거나, 특별히 마음이 넓어서 관용해 주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조력이 끊겼을 때 살아갈 두려움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정순씨의 가슴 속에는 남편에 대한 분노와 보복의 심리가 가득 채워져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워놓고 자립할 기회가 오면 남편을 떨쳐버릴 길을 찾을 수도 있고요. 더욱이 남편이 일주일에 사나흘씩 외박을 한다면 부부간의 성생활도 정상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아빠엄마의 태도는 아이들의 인격형성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순씨가 무엇보다도 우선 먼저해야 할 것은 남편과의 진지한 대화라고 봅니다. 현재 어떠한 상태인지를 알아야 대응방법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외박이 직장 일 때문이라고 변명한다면 남편에게 야식이라도 갖다 준다고 하면서 회사에 한번 쯤 가본다든지, 혹은 아이들이 아빠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것을 핑계삼아서 남편의 회사를 방문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만약 정순씨가 의심하는 것처럼 남편이 외도를 하느라고 외박을 한 것이라면 현재 어느 정도로 진전된 상태인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상대 여성과의 교제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상대여성은 독신녀인지 아니면 남편이 있는 여성인지, 혹시라도 그 상대여성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파악해야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파악이 전제되지 않고 무조건 남편을 몰아붙인다거나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심각한 분쟁만 야기시킵니다. 최악의 경우에 이혼을 하더라도 남편이 어느 정도 체계가 갖추어진 회사를 경영하시는 분이라면 아이들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재산분할로도 재산을 나누어 가질 수 있고, 더욱이 아이들의 양육권에 관한 문제 역시 가정을 돌보는 남편의 태도를 본다면 법원에서는 엄마인 정순씨를 양육권자로 지정할 것으로 보이므로 용기를 내어서 남편과 현재 상황타개에 대한 근본적인 대화를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보다 구체적인 상담은 사단법인 한국행복가족상담소(032-862-7119)에서 하시기 바랍니다.
  • 아기 맡기기 겁나는 무자격 베이비시터

    아기 맡기기 겁나는 무자격 베이비시터

    “말 못하는 젖먹이라고 이렇게 함부로 할 수 있나요. 무서워서 아무한테도 애 못 맡기겠어요.” 생후 10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맞벌이 엄마 김모(34·회사원·서울 잠실동)씨는 지난달 29일 근무 도중 이웃 주민의 전화에 심장이 멎는 듯했다.“그 집 아이 돌보는 여자를 조금 전 백화점에서 만났는데 지금 밖에 나와있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황급히 집으로 뛰어간 김씨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아기가 세탁기 안에 갇혀 꼼짝도 못하고 울고 있었다. 나오지 못하도록 세탁기 뚜껑까지 닫아 놓은 상태였다. 김씨는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아이에게 해코지를 할까 두려워 일을 그만두게 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울먹였다. 역시 맞벌이 주부인 회사원 이모(35·경기도 분당)씨도 베이비시터에게 딸을 맡겼다 큰 일을 당할 뻔했다. 함께 사는 시어머니가 바깥 일을 일찍 마치고 집안에 들어왔더니 세 살배기 손녀 딸이 침대 모서리에 손이 묶인 채 앉아 있었고 40대 중반의 베이비시터는 옆방에서 태연히 얼굴에 오이팩을 하고 있었다.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들의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핵가족화로 베이비시터의 수요가 늘면서 자질이 떨어지는 여성들이 보모로 나서고 있는 탓이다. 고용인인 부모들은 베이비시터가 전에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사람인지 알 길이 없다. 정부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보복 두려워 신고도 못해 지난달 서울의 한 경찰서에 30대 직장 여성이 베이비시터를 고소하러 찾아왔다. 그 여성은 “베이비시터가 상습적으로 딸(5)에게 감기약을 먹여 잠을 재운 뒤 외출을 해 왔고, 심지어는 아이를 미용실에 데리고 가 얌전히 있으라며 약을 먹이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여성은 한참 망설이다 결국 신고를 포기했다. 담당 형사는 “베이비시터가 처벌을 받은 뒤 아이를 유괴하거나 다치게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당하고도 속앓이만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베이비시터를 포함한 이웃 사람의 아동학대는 2002년 34건에서 2004년 77건으로 두배 이상으로 늘었다. 아동학대 의심 사례도 같은 기간 2946건에서 4880건으로 무려 65.6% 증가했다. 센터 관계자는 “의사표현을 거의 할 수 없는 영·유아라는 점에서 부모가 모르는 아동학대는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경험 없는 대학생도 ‘알바’ 법률상 베이비시터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격요건은 없다. 파견업체 역시 인·허가가 필요없다. 육아경험이 없는 대학생이나 자녀를 키운 지 몇십년이 지난 고령자들도 아무런 교육 없이 일한다. 여성부가 최근 전국 1만 2000가구를 대상으로 보육 실태를 조사한 결과, 탁아모나 베이비시터를 이용하는 가구가 22.6%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여성부 관계자는 “영유아보육법에 보육시설에 대한 조항은 있지만 1∼2명의 아동을 가정에서 돌보는 베이비시터들은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베이비시터 파견업 역시 법률상 규제가 불가능하며 숫자가 적어 당국이 나설 필요성도 별로 없다.”고 밝혔다. ●미국선 자격검증 의무화 생활안전연합 윤선화 대표는 “사설기관에서 무자격자들을 베이비시터로 취업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미국에서는 15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받고 아동학대 예방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많은 이들이 베이비시터가 ‘쉬운 일거리’라는 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일이 생각보다 고되면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정부가 시설을 만들고 필요한 인력을 훈련시키는 등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김준석기자 wisepen@seoul.co.kr
  • 말 잘하는 아이, 공부도 잘한다

    말 잘하는 아이, 공부도 잘한다

    말을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한국인들은 표현력이 매우 부족하다. 학교에서 말하기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도 10여년밖에 안 된다. 학교 수업에서 발표와 토론의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도 면접과 구술고사는 중요한 전형방법이다.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말을 잘해야 한다. 거꾸로 말하기 훈련을 제대로 하는 것은 학습 능력을 높이는 비결이기도 하다. 말이란 조각조각 머릿속에 들어있는 정보와 지식을 재구성해 표현하는 고도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말 잘하는 아이가 왜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는지,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수 있는지 알아본다. 대학 입시와 취업에서 면접의 비중이 커지면서 말하기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흔히 ‘말을 잘한다.’는 것을 말을 많이 하거나 재미있게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 ‘말을 잘한다.’는 것은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다른 사람들이 잘 알아듣도록 전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조합 능력과 논리력, 표현력은 필수다. 이 때문에 말을 잘 하면 공부도 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말을 잘하면 왜 공부를 잘하나 기본적으로 공부는 책 등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자기 생각으로 정리해 활용하는 것. 여기에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이해력, 인과 관계와 숨은 뜻까지 파악해 내는 분석력, 내용을 취합하는 종합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표현력 등이 포함된다. 1989년 초등학교 국어 교과를 ‘말하기·듣기’‘읽기’‘쓰기’로 개편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고려대 국어교육과 노명완 교수는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한마디로 ‘정보를 잘 다루는 능력’인데, 이는 곧 말을 잘하기 위한 요인과도 일치한다.”고 말하기와 학습 능력의 상관성을 설명했다. 말의 내용을 잘 만들어 낸다는 것은 지식과 정보를 머릿속에서 찾아 조직해 청자의 수준에 맞춰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 노 교수는 “말하기 훈련은 학업과 관련된 전반적 능력을 향상시켜 곧 공부를 잘하도록 하는 훈련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지식·정보 자기생각으로 정리 활용 아나운서 출신으로 최근 ‘말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나무생각)’는 책을 낸 이정숙씨는 “지식과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자기 생각으로 정리하지 못하면 활용할 수 없어 쓸모없게 된다.”면서 “말은 공부한 것들을 머릿속에 정리해 오래 기억되도록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어지럽게 자료가 널려있는 책상에 서류 정리를 하듯, 말을 함으로써 정리가 된다는 것. 그는 또 “똑같은 정보를 갖고 있어도 말하기 능력이 뛰어나면 그 결과물은 더 돋보인다.”면서 “교사에게 스스럼없이 질문하고, 친구들과 모여 함께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되는 것도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말하기의 기능”이라고 덧붙였다. ●말 잘하려면 체계적 연습 중요 말하기 교육을 할 때는 우선 ‘말은 저절로 배우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야 한다. 노명완 교수는 “말을 ‘할 수 있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달리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연습을 해야 하듯 말하기도 체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어 배우기에는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한국말은 저절로 익히면 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빠른 효과를 노려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거나 암기를 강요하는 것은 금물. 전직 아나운서로 ‘어린이 말하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윤채현 원장은 “남의 글을 외워 말하거나 굳어진 문장으로 책읽듯 하는 딱딱한 말하기는 진정한 말하기기 아니다.”면서 “생활 속 모든 대화에서 긍정적인 표현으로 구체적이고 자연스럽게 생각을 이야기하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말하기에서도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말하기의 기본이 되는 정보·어휘·문장이 모두 책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글을 깨치기 시작하면 간단한 내용의 책을 읽히고 그 내용을 역으로 묻는 방법이 좋다.“주인공 이름이 뭐야?”“그 호랑이는 어떻게 생겼니?” 등의 질문을 하면 아이는 읽은 내용을 되새겨 답하면서 종합적인 언어 능력이 향상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는 책의 내용이 훌륭한 토론 주제와 주장의 근거를 주기도 한다. 노명완 교수는 “온갖 지식을 뭉쳐서 재구성해 내놓는 것이 곧 말하기의 과정”이라면서 “생각을 바른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은 논리력과 사고력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창의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어린이 말하기교육 다섯가지 원칙 (1) 아이의 대변인 노릇을 하지 마라. 대신 대답해줘 버릇 하면 아이는 결국 아무 말도 못하게 된다. (2) 토막토막 하는 말은 못알아 듣는 척하라. 완벽한 문장으로 말할 때까지 유도하라. (3) 국어사전을 항상 옆에 두고 함께 찾는다. 정확한 단어 사용은 언어 능력의 기본. (4) 질문을 많이 하라. 표현력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지름길. (5) 말 자르지 말고 끝까지 들어라. 재촉하면 말하기에 부담만 커져 입을 닫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 집에서 할수있는 말하기 교육 말하기 훈련은 처음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생활 속에서 꾸준히 계속돼야 한다. 때문에 자녀의 말하기 교육에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녀를 키우며 말하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예 ‘말하기 교육 전문가’로 나선 시그니어 미디어그룹 이정숙대표로 부터 가정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말하기 교육법을 들어봤다. 영아기에는 말을 많이 들려주는 것으로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좋은 문장으로 된 책을 틈날 때마다 읽어주는 것. 흔히 아기가 못 알아 들으려니 하지만 어릴 때 듣는 말의 양과 질은 기본적 언어 능력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유대인의 오랜 교육 방법이기도 하다.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면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말하기를 유도하면 된다. 특히 “예.”“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단순한 질문보다는 6하 원칙을 기본으로 아이가 한 가지씩 설명할 수 있도록 묻는 것.“오늘 유미랑 소꿉장난 했니?”라고 묻기보다는 “오늘은 누구랑 무슨 놀이 했니?”라고 묻는 식이다. 이때 가장 주의할 것은 아이의 말을 가로채거나 재촉하지 않는 것이다. 누가 “너 몇 살이니?” 하고 물었을 때 옆에서 “네 살이에요.”하고 답해 주거나 “얼른 대답해야지.”라고 다그치지 말라는 것. 유치원 수준으로 말이 늘면 수수께끼를 내거나 스무고개를 하는 것도 놀이와 교육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하루에 한 가지씩 밖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도록 유도한다. 소재에 제한을 두지 말고 현상을 최대한 자세하고 정확하게 완성된 문장으로 말하는 훈련을 시킨다. 혀 짧은 소리나 토막말은 바른 표현으로 되풀이해 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고쳐준다. 고학년이 되면 찬반이 필요한 토론성 대화를 시작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을 하루에 몇시간 할 것인가를 두고 부모와 생각을 주고받는 식이다. 이때 절대 화를 내거나 윽박질러서는 안되며, 아이도 사실을 증명해 설득을 하도록 하고 화를 내거나 떼를 쓰는 것은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토론의 기본은 잘 듣는 것임을 주지시켜 준다. 중학교에서는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을 연습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숫기가 없는 아이는 친척들이 모인 자리나 교회 모임 등에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일진회 문제나 독도 분쟁 등 흥미를 주면서도 정보와 논리력을 요하는 주제를 두고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도록 도와준다. 이씨는 “말하기는 선천적 능력보다는 후천적인 훈련이 중요하므로 바른 말하기 습관을 들여주는 것이 필수”라면서 “국어사전을 활용해 정확한 어휘 사용을 습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美등 선진국에선 미국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말을 잘할까. 우리가 TV 등을 통해 미국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유심히 들어보면 표현력과 논리력, 비유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미국에 어릴 때 입양된 한국인이라도 마찬가지다. 이는 결국 미국식 교육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전 교육과정에서 발표와 토론이 수업의 기본을 이룬다. 유치원에서는 그날 그날의 일과를 친구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식으로 말하기의 두려움을 없앤다. 초등학교부터는 3∼4명씩 그룹을 짜 주제를 주고 토론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하도록 한다. 그룹 토론 과정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자료를 찾기도 하고 협상력도 길러진다. 발표자는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전달력까지 평가받는다. 발표뿐 아니라 수업 중 질문이나 대답에 적극 참가해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수학이나 과학도 말로 풀어야 한다. 이정숙씨는 “수학은 설명 대신 공식으로 표현하는 ‘압축된 언어’를 바탕으로 한다.”면서 “혼자서는 잘 풀어도 다른 사람에게 그 풀이 방법을 설명할 수 없다면 문제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선진국 교육의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교육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토론 수업도 중요하다. 일상의 주제에서부터 상상력과 철학적·문학적 배경까지 요하는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며 논리적 말하기 습관을 들인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많은 지식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만의 논리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고려대 노명완 교수는 “우리나라도 발표와 토론 수업, 구술고사 등의 비중이 많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선진국 수준의 말하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