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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밤 새우면 시험 역효과… 11시에는 ‘칼잠’

    지금 밤 새우면 시험 역효과… 11시에는 ‘칼잠’

    대학수학능력시험(17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 시기 수험생은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 탓에 없던 병이 생기기도 하고 잠을 설치기도 한다. 평소 체력을 잘 관리했더라도 갑자기 질병이 생겨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최상의 컨디션을 다시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평소 먹지 않던 약물을 섭취하는 등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등 익숙한 생활방식을 유지해야 수능 당일 평정심을 유지하며 시험을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3일 “긴장이 지나치면 평소 실력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며 “시험을 망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없애고 대범한 마음으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에게 어려운 문제는 남도 어렵고, 내가 시간이 부족하면 남도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복식호흡을 해본다.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숨을 고르면 불안감과 긴장을 덜 수 있다. 불안하고 우울한 기분, 과도한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기억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에 영향을 미쳐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는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져 두통, 불면증, 만성통증 등의 증상이 새로 생기거나 기존의 신체 질환이 악화할 수 있고 면역 기능이 저하돼 질병에 쉽게 걸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1~2015년 전 국민의 과민성 장 증후군 진료정보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8월부터 10월까지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수험생(만 18세) 환자가 증가했다가 이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복통, 복부 불쾌감이 나타나고 변비나 설사를 하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이 요인이다. 수능을 앞두고 잠을 줄이거나 밤을 새워도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수면 연구자인 로버트 스틱골드 교수가 2000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과 꿈은 뇌가 학습한 단기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잠은 최소 6~7시간 자는 게 좋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잠들고서 9시간 후에 뇌파가 깨어나기 때문에 밤 11시 정도에 잠을 자야 오전 8시에 뇌파가 깨어 맑은 정신으로 1교시 시험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까지 바짝 공부하겠다는 생각에 에너지 음료나 커피를 많이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짜증이 생겨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담배, 커피, 각성제 등은 일시적인 각성 효과는 있으나 건강에 해롭고 뇌를 비롯한 신체의 순환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수험생 가족도 대범해질 필요가 있다. 김지욱 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부모와 자녀 간에는 불안도 전염되는 특성이 있어, 속으로는 불안하더라도 자녀에게는 ‘너는 잘할 수 있어’, ‘시험을 치르고 나면 많이 좋아질 거야’라고 말하는 등 자신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는 아주 솔직하게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이니 이왕이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라고 말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수능 시험 당일에는 되도록 먹어 보지 않은 새로운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압박과 긴장에서 벗어나려고 수능 당일 청심환을 복용하는 수험생도 있는데, 자칫 시험을 볼 때 졸릴 수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오히려 특별한 긴장이나 항진이 없는 상태에서 복용하면 졸음이나 집중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험을 볼 때마다 유독 긴장하는 학생이라면 청심환을 복용하더라도 반드시 수능 날 전에 미리 복용해 자신의 체질이나 증상에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능 당일 아침은 꼭 챙겨 먹어야 한다. 아침을 거르면 밤새 굶고 탈진한 뇌가 기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다. 밥, 고구마, 채소, 멸치에 많이 든 비타민 B는 사고력과 기억력을 높여주고, 토마토, 당근, 귤에 있는 비타민 C는 긴장을 완화해준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클린턴 “FBI 탓에 패배”… 지지자들 뒤집기 운동

    클린턴 “FBI 탓에 패배”… 지지자들 뒤집기 운동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시위대 중 총상을 입은 사람이 발생한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꼽았다. 클린턴 지지자들은 12월 19일 치러지는 선거인단 선거에서 뒤집기를 위한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클린턴은 12일(현지시간) 후원자들과 가진 30분간의 전화회의에서 “패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 분석가들은 제임스 코미(오른쪽) FBI 국장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결정이 지지율 동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참석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클린턴은 “코미 국장이 의회에 보낸 편지 때문에 3차례의 TV토론 승리와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 파문 이후 구축한 동력이 중단됐다”면서 “재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됐다는 내용의 2번째 편지는 나에게 기울었던 부동층 유권자를 안심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FBI는 대선을 11일 앞둔 지난달 28일 갑자기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방침을 밝혔다. FBI의 재수사 방침으로 논란이 계속되다 대선 이틀을 앞두고 FBI는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처리했다. 대선 후보가 선거 패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경우는 이번만이 아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존 케리 국무장관은 2004년 대선을 불과 3일 앞두고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조지 W 부시에게 패배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는 미국 전역에 걸쳐 계속됐다. 포틀랜드에서 25명, 로스앤젤레스에서 185명 등 미국 전역에서 225명이 이날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진 포틀랜드에서는 지난 11일 저녁 4000명이 넘는 인원이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대는 유리병, 쓰레기통, 인화 물질을 경찰에게 던졌다. 경찰도 섬광탄과 최루액, 고무탄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12일 새벽 다리를 건너던 시위대 중 1명이 차에서 나와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사해 남성 1명이 다리에 총을 맞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뉴욕과 시카고에서도 수천명의 시위대가 거리에 나와 “증오도 두려움도 없다. 모든 이민자는 이곳에서 환영받는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의 반이민성향을 비난했다. 마이애미에서는 “당신은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구호와 함께 트럼프의 유행어인 “당신은 해고야”도 등장했다. 클린턴 지지자를 중심으로 다음달 12월 19일 치러지는 선거인단 선거에서 대선 투표 결과를 뒤집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폭스뉴스가 전했다. 이들은 체인지(Change.org) 등의 웹사이트에서 선거인단에게 당선 시 약속한 후보 대신 클린턴을 찍어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가능한 것은 선거인단이 대선 투표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게 관례지만 애리조나와 아칸소 등 15개 주의 경우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웹사이트에 “선거인단 투표를 의무로 하는 주도 투표를 바꿀 경우 약간의 벌금만 내면 된다”며 “벌금은 기꺼이 내주겠다”며 선거인단을 설득하겠다고 주장했다.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선거인단 1명 이상이 약속한 후보를 찍지 않은 경우는 과거에도 10여 차례 있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85만명 운집한 촛불집회…10대부터 60대까지 ‘난 이런 이유로 이곳에 서있다’

    85만명 운집한 촛불집회…10대부터 60대까지 ‘난 이런 이유로 이곳에 서있다’

    12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85만명(주최측 오후 6시 30분 추산·경찰 추산 25만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기자들에게 남긴 이야기를 연령별로 정리했다. 10대 문병우(19)군은 “제가 살아갈 세상이니까, 그간 헬조선이라 부르고 사회에 대한 불만도 많았는데 욕만 할게 아니라 뭐라도 해야 후회 없을 거 같았다”며 “이렇게 다같이 모여 직접 목소리내는 게 중요하구나 싶다”고 말했다. 한 고3 학생은 ‘저희는 수능을 5일 앞둔 고3 학생들입니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가는 것보다 좋은 나라에 사는 게 우선이라 나오게 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다. 20대 박현선(24·여)씨는 “박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왔다. 정치에 관심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모(25·여)씨는 “세종대로 서울신문 앞부터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데 집회가 끝나고 쓰레기가 바닥에 하나도 없으면 좋겠다”며 “정권이 국민들의 위대함을 좀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인 김강수(29)씨는 “대한민국 국민 한사람으로 내 의지를 표현하고 위해 왔다”며 “경상도, 전라도 등 지역이나 이념을 떠나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과 꼬마들까지 이렇게 나온 것을 보면 정치권이나 청와대가 빠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을까하는 작은 기대를 해본다”고 전했다. 30대 김민준(34)씨는 “막상 나와보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처절하게 목소리 내고 있어서 착잡하다”며 “위에서도 이 목소리를 듣고 결단을 내려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주미(37·여)씨는 “14개월 아들 데리고 남편이랑 온가족이 나왔다”며 “나온 이유는 여기 계신 분들 똑같을 것, 대통령 내려오라는 국민 목소리 들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온 30·40대도 많았다. 이려화(40·여)씨는 8살, 6살, 2살된 아이 셋과 함께 참여했다. 그는 “오늘이 공식적으로 마지막 집회라고 해서 오늘 안나오면 후회할 거 같았다”며 “주위에서 애 셋 데리고 나간다고 하니까 걱정하고 말렸지만 난 두려움 없었다. 무엇이 더 내 아이들 위한 길일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온가족과 함께 왔다는 정태성(41)씨도 11살 아들, 9살 딸의 손을 잡고 행진을 했다. 그는 “아이들까지 힘 보태 정권에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가족이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황모(43·여)씨도 12살 딸과 함께 쓰레기를 주우며 길을 걸었다. 그는 “처음 나온 집회인데 도착해서 사람들을 보니 마음 뭉클하다”고 말했다. 딸 서모양은 “무서울 줄 알았는데 신난다. 역사교과서에 나오는 한 페이지에 나도 동참하는 거라고 엄마가 말해줬다”며 흥미로워했다. 최모(43)씨는 “세월호 집회부터 가족끼리 같이 나오고 있는데 당시에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봤는데, 이번에는 다들 참여하고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니까 우리가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영식(47)씨는 울산에서 KTX 입석을 타고 올라왔다고 전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상식 이하의 행동들에 너무 실망했고, 집회가 늦게 끝날 경우 1박 2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50대 윤모(50·여)씨는 매직펜으로 ‘박근혜 퇴진’이라고 직접 쓴 종이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그는 “오늘은 정말 뭔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할것 같아 나왔다”고 했다. 장덕자(67·여)씨는 40대 딸과 사위, 다섯살과 일곱살인 두 손주를 데리고 집회에 왔다. 3대가 총출동한 것이다. 서대문역 근처에 차를 세우고 서울광장까지 걸어가면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집회에 참석하는 것이 몇 십년 만”이라는 장씨는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잘못하면 이처럼 국민의 저항을 받아 사퇴 위기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함께 나왔다”고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이어 “시청 인근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 발걸음을 떼기도 어려웠지만, 모인 이들에게서 진정성 있고 건강한 에너지를 느꼈다”면서 “박 대통령이 이번 집회를 보고 국민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60대 황규천(68)씨는 “우리 손주들은 공정하게 경쟁해서 노력한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아주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피라미 같은 놈들 때문에 나라가 이랬다 저랬다, 이건 우리가 보기에도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이민영 기자 min@seoul.co.kr강신 기자 xin@seoul.co.kr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스톱’ 김기덕 감독, 원전 정책에 물음표를 던진다

    ‘스톱’ 김기덕 감독, 원전 정책에 물음표를 던진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소재로 한 김기덕 감독의 연출작 ‘스톱’이 오는 12월 개봉한다. 영화 ‘스톱’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 살던 부부가 도쿄로 이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내는 임신 후, 방사능에 오염되었을지 모르는 뱃속의 아기를 낳을지를 고민한다. 이 작품은 2015년 일본에서 촬영을 진행, 10회 차로 종료했으며, 앞서 개봉한 ‘그물’보다 먼저 제작이 마무리됐다. 때문에 제작 시점으로는 21번째, 개봉 시점으로는 22번째 김기덕 감독의 연출작이다. 김기덕 감독은 ‘스톱’의 출발점에 대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 사고를 뉴스로 접한 뒤, 원전 폭발에 따른 피해에 두려움을 느꼈을 때”라고 전했다. 특히,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 사고로 인해 현재 피해 지역의 갑상선 어린이 환자가 급증했다는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스톱’의 의미는 남다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 복구를 위해서는 수십 년이 걸리고, 수십 조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 지구상에는 약 450기의 원전이 존재한다. 그리고 10년 후, 약 1000기가 추가로 건설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제작사 측은 “‘스톱’은 결코 값싼 전기가 아닌, 원전 정책에 물음표를 던진다. 원전 사고로 발생할지 모르는 오염에 대해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기덕 감독은 최근 배우 류승범과 함께 작업한 영화 ‘그물’(10월 6일 개봉)을 선보인 바 있다. 사진 영상=김기덕 필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나는 ‘은교’가 아니다… 여성이고 사람이다

    나는 ‘은교’가 아니다… 여성이고 사람이다

    용기냈지만 ‘최순실’에 묻히고 예술가란 이유로 면죄부 받아 업계 ‘갑’ 작가에게 지적 못해 여성 위 군림하지 않길 바랄 뿐 피해 알리는 시스템 마련 시급 “법적인 처벌이나 사과를 원해 트위터에 그 글(성추행 폭로)을 쓴 게 아닙니다. 자기가 가진 권력으로 여성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기를, 적어도 다른 여성들을 그렇게 대하지 않기를 원했을 뿐입니다.” 지난달 21일 프리랜서 편집자 A(29·여)씨가 소설 ‘은교’의 저자 박범신 작가의 성추문을 고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글은 트위터에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태그로 확산됐고 일련의 문단 내 성추문 고백을 끌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거론된 문인만 9명으로 이 가운데 6명이 관련 사실을 시인했다. 지금도 트위터상에 수많은 시인과 소설가의 성추문이 언급되고 있다. 유명 작가를 두 번, 세 번 고개 숙이게 한 A씨의 지금 심정은 어떨까. 1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A씨의 표정은 무거웠다. 그는 “정작 폭로자들은 낙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힘껏 쥐어짠 용기가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성추문이 터졌고 당사자들은 사과와 절필 선언을 했지만 결국엔 이들 대다수가 ‘예술가’라는 미명 아래 면죄부를 받고 다시 고개를 곧추세웠던 지난 시절의 불편한 사실 때문이다. “2014년 4월 5일 방송작가와 편집자, 그리고 박 작가의 팬이 동석한 술자리였어요. 박 작가가 ‘함께 작업한 역대 여자 편집자 중 나와 섬싱이 없었던 여자는 없었다’고 했어요. 여성들을 가리키며 ‘너는 영계, 너는 노계, 쟤는 약병아리라 줘도 못 먹는다’고 하더니 ‘결혼한 여자는 상대 안 한다. 술도 따르지 말아라’ 같은 얘기를 하더군요.” 출판사에 속했던 A씨는 프리랜서 신분이 되고서야 이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끄집어낼 수 있었다. 당시 차기작 계약을 앞두고 있던 박 작가는 출판사에 절대 ‘갑’이었기 때문이다. “박 작가는 돈 있고 힘있는 분이에요. 당시 전 그 행동이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위치였죠. 아직도 사람들에게 이 사건이 잊힐 때쯤 (박 작가가)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까 봐 무서워요.” A씨는 자신이 올린 트위터의 글이 논란이 되자 박 작가가 전 직장 상사를 통해 글을 내리라고 종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끝까지 글을 내리지 않았고, 결국 박 작가는 트위터에 두 차례 ‘해명문’을 올린 뒤 당분간 책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잠적했다. 박 작가는 잠적 직전 A씨에게 전화해 ‘그날 일은 기억나지 않지만 원한다면 사과하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했다. A씨는 “강간도 아니고 성추행인데 왜 그러냐는 말을 들을 땐 절망스럽다”며 “성희롱도 가벼운 사안으로 치부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상의 문단 내 성폭력 사건들은 정말 어렵게 나온 이야기인데 ‘최순실 게이트’로 주목받지 못하고 사그라들어 안타깝다”며 “그게 바로 가해자들이 원하는 것이다. 최순실이 얼마나 고맙겠느냐”고 전했다. “연대할 수 없어 그간 숨어 있던 소수자들이 뭉치고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사실관계를 증명하는 불리한 구조를 겪어 보니 피해를 알리는 시스템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단 어른인데, 예술가인데, 그저 농담인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냐고요? 마녀사냥을 하는 건 아니냐고요? 전 당신의 젊은 은교도, 늙은 은교도 아닙니다. 여성이고 사람입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朴대통령 ‘세월호 7시간’ 프로포폴은 낭설…부모님 때문에 마취 안하는 분”

    “朴대통령 ‘세월호 7시간’ 프로포폴은 낭설…부모님 때문에 마취 안하는 분”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특혜 의혹’이 나오고 있는 차움 의원의 최순실(60·구속) 담당의사였던 김모 의사의 관련 증언이 나왔다. 그는 “‘세월호 7시간’ 프로포폴은 낭설”이라며 “제가 알고 있는 한 그분은 마취를 안 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10일 한겨레에 따르면 차움의원에서 최순실씨를 담당했다가 박근혜 대통령 자문의가 된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모씨는 “박 대통령이 약보다 주사를 선호했다”면서도 “각종 주사제를 청와대를 통해 구입해 놔줬다. 대리처방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마취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세월호 사고 당일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일각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 대선 전 경선 때 차움에서 ‘만성피로가 있는 환자가 있다’고 해서 가봤더니 박근혜 후보였다. 그 인연으로 당선 뒤 청와대 자문의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씨의 ‘주사제 대리 처방’ 의혹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말이 안 된다. 대통령이 밖으로 못 나오니까 내가 필요할 때마다 청와대 의무실에 주문을 넣어두면 의무실에서 다 구비해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제가 알고 있는 한 그분은 마취를 안 하는 분”이라며 “부모님 때문에, 의식을 잃고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본인의 행적에 대해선 “청와대 들어갈 일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피부과 시술을 자주 받는 것 같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오른쪽 입 옆에) 분명 멍자국이 있는 것 같았다. 제가 실수로 ‘여기 멍이 드신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셨는데 주치의가 저를 발로 툭툭 차더라”고 말했다. 그는 “보톡스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이라고 말했다. 최순실씨와의 인연에 대해선 “최씨는 2012년 대통령 선거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과 똑같은 주사를 놔달라며 찾아왔다. 내가 차움에서 나와 여기로 옮긴 뒤에도 최순득씨가 와서 한번 진료를 받고 갔다. 그런데 차움과 달리 일반인들 진료받는 걸 기다려야 하니까 한번 오고 안 오더라. 오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종달새에게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종달새에게

    종달새에게(To a Skylark) -퍼시 비시 셸리 …(초략)… 우리는 앞을 보고 또 뒤를 보며, 우리에게 없는 것을 갈망한다: 우리의 가장 진지한 웃음에는 약간의 고통이 배어있고 우리의 가장 달콤한 노래는 가장 슬픈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비록 우리가 증오와 오만과 두려움을 비웃을 수 있을지라도; 우리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물건으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그대의 즐거움에 어찌 근접할지 나는 알지 못하네. 기쁜 소리를 내는 어떤 악기보다도 뛰어나고, 책에서 얻는 어떤 보배보다도 좋네, …(중략)… 그대의 머리가 아는 기쁨의 절반이라도 내게 가르쳐다오; 그러면 내 입에서 흘러나올 조화로운 신기(神氣)에 세계가 귀를 기울이리, 지금 내가 그대에게 귀 기울이듯이. We look before and after, And pine for what is not: Our sincerest laughter With some pain is fraught; Our sweetest songs are those that tell of saddest thought. Yet if we could scorn Hate and pride and fear, If we were things born Not to shed a tear, I know not how thy joy we ever should come near. Better than all measures Of delightful sound, Better than all treasures That in books are found, Thy skill to poet were, thou scorner of the ground! Teach me half the gladness That thy brain must know; Such harmonious madness From my lips would flow, The world should listen then, as I am listening now. * 우리는 앞을 보고 뒤를 보고 또 옆을 보지만, 우리가 찾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도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노력을 그만두면 안 되리. ‘종달새에게’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1792~1822)가 이탈리아에 머물던 1820년에 완성한 105행의 서정시다. 그의 두 번째 부인 메리와 시골길을 산책하다 영감을 얻어 쓴 시라는데, 그 특별했던 날을 메리는 이렇게 기술했다. “아름다운 여름 저녁이었다. 오솔길을 거닐다 즐겁게 지저귀는 종달새의 합창을 들었다.” 종달새의 노래와 시인의 시를 대비시키며, 인간이 만든 예술작품보다 뛰어난 새의 즉흥적인 음악을 찬양하는 것, 자연 예찬은 낭만주의의 한 특징이다. 낭만주의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시대의 양식으로서 낭만주의는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이 유럽을 휩쓸었던 1800년에서 1850년 사이에 유행한, 이성보다 감성에 의존하던 예술을 일컫는다. 강렬한 정서와 체험에의 욕구,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개성과 창의력 예찬, 자연숭배가 로맨티스트의 삶의 철학이었다. 셸리는 자신보다 네 살 위인 바이런처럼 당대의 관습을 거스르는 충동적이며 비타협적인 삶을 살았다. 셸리는 1792년 영국의 서섹스에서 2남 4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상당한 영지를 소유한 귀족이며 하원의원이었다. 이튼칼리지를 거쳐 셸리는 1810년 옥스퍼드대에 등록했다. 옥스퍼드에서 급진사상에 경도된 그는 1811년에 ‘무신론의 필요성’이란 팸플릿을 익명으로 인쇄해 옥스퍼드대의 교수와 성직자들에게 돌렸다. 유럽문명의 오랜 뿌리인 기독교를 공개적으로 공격한 열아홉살의 청년은 며칠 뒤에 학교에서 쫓겨나고, 아버지와의 관계도 틀어졌다. 옥스퍼드에서 쫓겨난 셸리는 16살의 소녀 해리엇과 눈이 맞아 스코틀랜드에서 살림을 차렸다. 해리엇과 결혼한 그는 저명한 사회주의 철학자 윌리엄 골드윈과 친교를 맺은 뒤 사회개혁의 의지를 담은 시를 쓴다. 골드윈의 딸 메리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셸리는 1814년 몰래 메리를 데리고 유럽으로 달아난다. 대륙을 여행하다 돈이 떨어진 이들은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해 11월에 해리엇은 아들을 낳았고, 이듬해 메리 골드윈이 출산한 미숙아는 2주일 지나 사망했다. 1815년 다시 영국을 떠난 셸리와 메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인 바이런을 만나 가까이 지낸다. 호수에 배를 띄워 놓고 시를 논하다 바이런이 각자 귀신 이야기를 해 보자고 제안했다. 훗날 메리가 발표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이날의 유령담이 모체가 됐다. 해리엇이 자살을 시도해 그녀의 시체가 런던의 호수에서 발견되고 3주일 뒤에 셸리는 메리와 결혼해 1818년 이탈리아로 이주했다. 1822년 7월 삼십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셸리는 폭풍 속에 배를 띄우고 항해하다 익사체로 발견됐다. 배의 이름은 바이런의 작품에서 따온 ‘돈 주앙’이었다.
  • 북극곰 만큼 큰…역대 가장 큰 세이버투스 화석 발견

    북극곰 만큼 큰…역대 가장 큰 세이버투스 화석 발견

    지금으로부터 약 4200만년 전 지상에 나타나 약 1만 1000년 전 멸종한 전설의 동물이 있다. 바로 호랑이와 비슷하게 생긴 고양잇과 맹수인 ‘세이버투스’(Saber-toothed cat·검치호)다. 최근 중국과학원 측은 역대 발견된 것 중 가장 큰 크기의 세이버투스 화석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0년 전 간쑤 지방에서 처음 발굴된 이 화석은 대략 830만 년 전 것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살았던 세이버투스와는 또 다른 사촌뻘이다. 주로 영화나 만화 등에 등장해 두려움의 대상으로 묘사되는 세이버투스는 무려 17cm에 달하는 칼처럼 뻗은 송곳니를 가져 자신보다 덩치가 큰 매머드도 사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세이버투스는 입이 벌어지는 각도가 작아 고양이보다 큰 먹잇감을 사냥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덩치는 남다르다. 두개골은 대략 40cm, 길이 3.1m(꼬리 포함), 몸무게는 400kg이 조금 넘을 것으로 추정돼 지금의 수컷 북극곰 만하다. 연구를 이끈 타오 뎅 박사는 "이 세이버투스 역시 긴 송곳니를 가졌으나 턱이 벌어지는 각도가 70도 수준"이라면서 "아메리카에 살았던 세이버투스인 스밀로돈(Smilodon)이 120도 벌어진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더 작은 먹잇감을 사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세이버투스 가문의 진화와 다양성을 분석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이버투스는 강한 턱과 이빨로 당시 먹이사슬의 최종 소비자로 군림하며 무리를 지어 생활했으며 멸종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AI 시제품 견적, 서울선 두 달 2억원… 선전은 2주 2000만원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AI 시제품 견적, 서울선 두 달 2억원… 선전은 2주 2000만원

    “두렵습니다.” 네이버의 한 엔지니어는 “중국의 창업 열기는 이제 경제 영역을 뛰어넘어 생활과 문화의 영역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애완견용 스마트 밴드를 전시하러 온 한국 창업자는 “선전이 이미 실리콘밸리를 넘어선 것 같다”면서 “두려움만 가득 안고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월 23~24일 중국 선전(深?)의 바닷가 ‘해상세계’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창업자 대회인 ‘선전 메이커 페어’가 열렸다. 초특급 태풍이 선전을 관통하는 바람에 행사장을 철거했다가 하루 늦게 개막했는데도 20여만명이 구름처럼 몰렸다. 행사장 밖에도 창업에 관심이 있는 중국 청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무원과 대기업 입사 시험에만 매달리는 한국의 모습과는 달라보였다. 전 세계 창업자들은 물론 스타트업(창업기업)에 투자하려는 에인절투자자와 벤처캐피탈,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려는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기업), 부품 제조기업, 유통 업체 등이 어우러져 거대한 창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도 참가해 자신들이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제품을 적극 선전하는가 하면 새로운 창업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부지런히 행사장을 누볐다. 5회째인 올해의 ‘대세’는 사물인터넷(IoT)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혈압기, 침 없이 혈당을 체크하는 웨어러블 의료용 시계, 수면 상태를 자동으로 진단하고 개선하는 스마트 침구 등 혁신 아이템들이 즐비했다. 로봇과 무인기(드론), 가상현실(VR)도 메이커 페어의 주요 무대를 차지했다. 권투처럼 한쪽 로봇이 10을 셀 때까지 일어나지 못하면 패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겨루는 로봇 배틀은 어린이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드론끼리 공중에서 충돌해 승부를 가리는 드론 배틀은 ‘투계장’을 방불케 했다. 좁고 거친 장애물을 피해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드론 비행 대회도 열렸다. 가사도우미에서 강아지로 변신이 자유로운 ‘셀로봇’을 선보인 창업자 지순은 “선전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 로봇과 동거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로봇 스타트업인 ‘키로봇’ 관계자는 “올해 출품된 로봇의 대부분은 인터넷과 연결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행동한다”고 소개했다. 창업자와 액셀러레이터들이 어우러진 토론회도 열렸다. 세계 창업가의 대부로 불리는 미국의 미츠 앨트먼(노이즈브리지 대표)은 “선전은 이제 창업 조기교육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실제로 토론회에는 창업자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많이 참여했다. 인구 1100만명의 선전은 평균 연령이 33세에 불과하고 크고 작은 기업이 무려 100만개에 이른다. 코트라 선전무역관 박은균 관장은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풍부한 금융, 고도화된 제조업, 액셀러레이터라는 ‘4박자’가 어우러져 선전이 ‘창업 천국’이 됐다”고 분석했다. 국민 생활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감시하는 중국 정부지만, 창업과 관련된 규제는 거의 없고 창업에 나서면 최대 50만 위안(약 8400만원)을 바로 대출해 준다. 선전의 눈부신 경제 성장은 고액 자산가 집단을 형성했고 이들이 대거 벤처캐피탈로 변신해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박 관장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공장형 액셀러레이터가 많은 게 선전의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액셀러레이터가 발달하게 된 원동력은 역설적으로 둥관으로 대표되는 선전의 옛 제조업 공단지역에서 나왔다. 한국에서 온 한 개발자는 “서울에서 인공지능(AI) 시제품을 생산하는데 두 달 동안 2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견적서가 나왔는데, 선전에 와서 문의하니 2주간 2000만원이면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선전의 옛 공장들이 창업시대의 도래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의 30배 규모인 세계 최대 ‘짝퉁 전자상가’인 화창베이도 선전 창업의 원동력이다. 창업기업에 싼 가격으로 빠르게 부품을 공급하는 거대한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창베이에서 삼성과 애플 제품을 베끼던 인력들이 지금은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선전의 대표 기업들인 화웨이, 톈센트, 비야디, 오포, 비보의 주역으로 거듭난 셈이다. 글 사진 선전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오늘의 눈] 검찰 운명 걸린 수사 국민의 ‘칼’이 되어라/김양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검찰 운명 걸린 수사 국민의 ‘칼’이 되어라/김양진 사회부 기자

    검찰이 달라졌다. 최순실(60)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해 지난달 29일 ‘성역’인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특별검사가 아니라 기성 검찰 조직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청와대가 “못 들어온다”고 막자 “수긍할 수 없다”고 치받기까지 했다. 지난 3일엔 “(현직 대통령 수사도) 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당일엔 보란 듯이 수사팀 검사를 22명에서 32명으로 늘리며 현직 대통령 수사를 공식화했다. 이렇게 빠르고 강한 수사는 본 적이 없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직에서 내려왔다곤 하지만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이 현 정권 최고 실세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그런 두 사람을 압박해 체포하고 쇠고랑을 채웠다. 올 9월 29일 고발장 접수 한 달 가까이 본격 수사 착수에 뜸을 들였던 검찰이다. 예우 운운하며 청와대 관계자들을 불구속으로 수사할 수도 있었다. 2014년 정윤회 국정농단 사건 등 각종 권력형 비리에 대해 “수사에는 절차가 있다”, “범죄 단서가 없다”, “검찰은 의혹을 규명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는 변명 가까운 논리로 핵심은 제쳐둔 채 변죽만 울렸던 검찰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청와대가 검사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는 한 권력에 기생하는 검찰 속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칠쳐 5%까지 떨어졌다. 박 대통령은 최씨의 국정 개입 사실을 일부 시인했고 검찰 수사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최씨 관련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 나와도 제대로 해명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르·K스포츠재단을 해산하는 등 미봉책에 집착하다 성난 민심에 뒤늦게 거듭된 사과로 굴복했다. 9월쯤부터였다. 일찌감치 각종 모임, 온라인 등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이슈는 모든 대화주제를 집어삼켰다. 과묵했던 일선 검사들도 “심각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청와대가 법무부를 통해 검사 인사권을 가지는 건 민주주의를 위한 검찰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장치다. 극단적으로 검찰 지휘부 몇 명이 어떤 정권이 마음에 안 든다고 강제수사권을 남발해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검찰공화국’이 되는 것이다. 검찰이 국민 투표로 창출된 정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권력이 썩어빠져 군내를 풍기는 지경에서도 검찰이 임명권자에게 충성해야 할까. 검찰이 성난 국민 손에 쥐어진 ‘칼’이 되는 건 불경스럽기만 한 생각일까. 음수사원, 물을 마시며 근원을 생각한다면 답은 나와 있다. 검찰의 수사권은 국민의 것이다. 이미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이다. 조금만 삐끗하거나 멈칫해도 한번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검찰은 지금 박근혜 정부의 운명 너머 자신들의 운명을 건 승부를 시작했다. 역사의 거울 앞에 설 때다. ky0295@seoul.co.kr
  • “사과 말고 퇴진” 밤샘토론·인증샷·… 분노의 촛불은 성숙했다

    “사과 말고 퇴진” 밤샘토론·인증샷·… 분노의 촛불은 성숙했다

    대규모 인원 경찰과 충돌 없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의견 표출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은 ‘퇴진’과 ‘하야’를 외치는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로 가득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 개입 파문, 충분치 못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불통 개각 등에 대한 실망이 분노로 표출됐다. ‘사과말고 퇴진하라’, ‘박근혜가 몸통이다’ 등의 구호는 집회와 행진이 진행된 6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울려퍼졌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는 단 1시간 만에 10만명이 모였다. ‘청계광장→종로→을지로→명동→남대문→시청→광화문’으로 이어진 촛불행진을 마친 오후 8시에는 20만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4만 5000명)으로 늘었다. 주최 측이 예측했던 10만명의 2배였고 지난달 29일 1차 촛불문화제의 2만명보다 10배나 많았다. 대학생 김성주(21)씨는 “지난 4일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보느라 허비한 9분이 살면서 가장 아까운 시간이었다”며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에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 어떤 사실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섯 살 딸의 손을 잡고 행진하던 정모(39·여)씨는 “결국 대통령은 자신이 가진 권력 중 어느 하나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원희(59)씨는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고, 대국민담화도 국민을 우롱하는 내용이었다”며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생애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중·고등학생 참가자도 많았다. 박지수(17)양은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을 보고 이 나라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며 “누구나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분노가 광장을 가득 메웠고 경찰은 220개 중대 약 2만명의 경력을 배치했지만 충돌은 없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인증샷을 남기고 포스트잇에 메모를 남기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행진으로 도심 도로가 통제됐지만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행진을 응원했다.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고 이튿날 새벽까지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황모(35)씨는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해서 두려움이 앞섰는데 막상 와 보니 아이들과 손을 잡고 행진하는 등 평화로운 분위기라 놀랐다”며 “청와대도 이 집회를 봤다면 느끼는 것이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육지담, “이상한 사람으로 편집됐더라” 인성논란 해명

    육지담, “이상한 사람으로 편집됐더라” 인성논란 해명

    육지담이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이미지에 대해 해명했다. 육지담은 최근 bnt와의 화보 촬영과 함께 진행된 인터뷰에서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 전과 후의 달라진 점에 대해 “나를 더 믿게 된 것 같다. 전에는 두려움과 의심도 들었지만 지금은 없다”며 말했고 재출연에 대해 “출연 후 너무 바쁘게 생활하고 있고 나를 불러주는 곳도 많고 연습도 전보다 많이 하게 되어 좋다”며 말했다. 기억에 남는 디스전에 대해 “디스전이 싫다. 그게 힙합이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에 반응한다. 서로 상처 주는 것은 멋있는 래퍼들의 모습이 아닌 것 같다”며 “비와이와 씨잼이 했던 디스전은 진정한 디스라 생각한다. 서로 기분 나쁘지 않는 선에서 친구 같이 장난을 치며 재밌게 하는 것”이라며 답했다. 이어 “자극적인 말과 소문들을 주제로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내가 탈락하겠다는 생각을 해 많이 흔들렸다. 내 자부심과 프라이드를 지켜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승패를 떠나 무대에 대한 그리움과 열심히 하고자 하는 노력과 나에 대한 믿음 때문에 재출연 한 것”이라며 말했다. 에피소드에 대해 “내가 정말 나쁘게 나오더라. 나는 출연자와 다 친하다. 인성논란이 많았다. 방송과 모두를 위해 내가 나서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서 나섰다. 방송을 보니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나와 속상했다”며 전했다. 가장 힘들었을 때를 묻자 “솔직한 모습들이 이상하게 나오는 것. 앞 뒤 상황 다 자르고 자극적인 면만 편집을 하니 내가 봐도 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악마의 편집이라 욕하면서도 사람들은 다 믿었다. 심지어 방송을 보고 나보고 변했다고 주변사람이 말 하더라”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전사 소크라테스의 교훈/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전사 소크라테스의 교훈/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전쟁에서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이다. 상황이 급변하는 전쟁터에서 승리든 패배든 수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승기를 잡은 병사들은 사기충천하여 승리의 여세를 몰아가기 쉽지만, 패하여 후퇴하는 병사들은 두려움에 휩싸여 한순간에 오합지졸이 되고 무참히 살상당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승리의 전과를 극대화시키고 패배의 피해는 최소화하도록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훌륭한 병사요 명장일 것이다. 패주하는 군대의 피해를 최소화한 모범적인 병사의 사례가 하나 있다. 고대 아테네의 현인 소크라테스(BC 470~399)가 그 주인공이다. 아니 병사 이야기에 왜 생뚱맞게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느냐구요? 아테네의 자유시민은 누구나 18세부터 60세까지 병역의 의무를 졌다. 의무복무기간이 무려 42년이나 된다. 당연히 소크라테스도 전쟁이 나면 징집되어 중무장보병으로 나섰다. 그가 40대 후반까지 출전한 기록이 세 번이나 남아 있을 정도다. 소크라테스는 용맹한 전사였다. 여러 번 출전하여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기원전 424년 아테네 군은 북서쪽 델리온에서 벌어진 보이오티아인들과의 전투에서 참패를 당했다. 플라톤(BC 427~347)이 지은 대화편 ‘향연’에서 알키비아데스(BC 450~404)는 그 당시 참전했던 소크라테스의 행적을 증언하고 있다. 델리온 전투에서 아테네 군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후퇴했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병사들이 보이오티아 군에게 살상되었다. 그 상황에서도 소크라테스는 당당하게 후퇴했다. “아군과 적군을 똑같이 침착하게 응시하며 그리고 누가 자기를 공격하기라도 하면 만만찮은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멀리 떨어져 있는 자에게도 분명히 하며.” 그는 함께 후퇴하던 장군 라케스보다 훨씬 침착했다고 한다. 패배의 아수라장에서 소크라테스는 침착하고 당당하게 후퇴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여러 병사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싸움터에서 적군은 대개 그렇게 처신하는 사람들은 공격하지 않고 허둥지둥 달아나는 자들을 뒤쫓는 법이니까”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공황 상태에 빠진 병사들 사이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침착함과 완강한 대결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추격하는 적의 공격을 미연에 막아 낼 수 있었다. 알키비아데스는 “옛날 사람이든 지금 사람이든 이분과 비슷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칭송했다. 어디 공포에 사로잡힌 패전의 현장뿐이겠는가.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 예기치 않은 엄청난 과오나 실패를 저질러 공황에 빠졌을 때, 누군가 냉철한 판단과 신속한 수습을 주도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신과 조직을 구할 방도를 마련할 수 있을 듯싶다. 전사 소크라테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 “통일은 설렘·미래다”… 한목소리 외친 시민들

    “통일은 설렘·미래다”… 한목소리 외친 시민들

    가수 김태우 “北에서 콘서트 하게 되길” 탈북 청소년 합창·남북 악기 공연도 걸그룹 ‘여자친구’, 가수 김태우, 김경호 밴드 그리고 1000여명의 서울시민이 광화문 한복판에서 통일을 노래했다. 통일부가 주최하고 서울신문사와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관한 ‘통일공감 콘서트’가 28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함께하는 통일준비! 그래서 통일입니다’라는 주제로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여자친구, 김태우, 김경호 밴드 등 대중가요 가수들이 무대를 달궜다. 해가 지면서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시민들은 추위를 잊고 공연을 즐겼다. 여자친구 멤버들은 “통일은 두근거림, 설렘 그리고 미래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태우는 “어린 시절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통일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 머지않은 미래에 통일이 돼 북쪽에서 순회 콘서트를 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느헤미야코리아 다음학교와 다문화 어린이들로 구성된 레인보우 합창단, 전통악기와 북한 개량악기를 연주하는 통일앙상블 등이 다채로운 공연을 펼쳐 행사에 의미를 더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김영만 서울신문 사장,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등 내외빈이 참석했다. 콘서트장 주변에서는 ‘1090 평화와 통일운동’, ‘새누리좋은사람들’ 등 13개 민간단체가 참여한 통일공감 전시회가 열렸다. 이들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어떤 사업들을 진행하는지 소개했는데 ‘북한민주화 네트워크’는 북한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책자를 배포해 관심을 끌었다. ‘세계평화 청년연합’은 통일사진 공모전 수상작을 전시했고, ‘민족통일 불교중앙협의회’는 통일에 대한 염원과 소망을 적은 열매를 나무 기둥에 붙이는 통일공감나무를 기획해 호응을 얻었다. 시민 정충남(74)씨는 “젊은 세대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깨닫게 할 의미 있는 행사”라며 “통일은 우리 민족과 국가, 경제를 한 단계 도약하게 할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찬희(23·여)씨는 “북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미움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오늘처럼 민과 관이 함께하는 행사가 자주 열려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민수(43)씨는 “나라가 어수선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잘 극복해서 통일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29일 오전 9시에는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에서 ‘통일공감 걷기대회’가 열린다. 독립공원에서 출발해 안산 자락길 일원 6㎞를 걷는 이날 행사에는 약 2000명의 시민이 참가할 예정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과 시골학교의 기적/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과 시골학교의 기적/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충청북도 진천군 초평저수지 인근에 있는 초평초등학교. 한 해 졸업생이 10여명 남짓하고 전교생이 80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시골 학교다. 지난 9월 초 우연한 기회에 이 학교의 소프트웨어 공개 수업을 참관했다. 5학년 공개 수업의 주제는 ‘로봇 청소기’였다. 학생들은 로봇 청소기의 원리를 듣고 조를 이뤄 직접 로봇 청소기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실제 프로그램을 작성한 대로 로봇이 움직이자 교실 안에서 탄성과 환호가 교차했다. 일정 구역만 반복해서 왕복하는 프로그램을 짠 조의 학생은 한숨을, 울타리 전체를 빈틈없이 돌아다니는 조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시골 초등학생들이 이렇게 소프트웨어와 친숙해진 것은 지난해 이 학교가 소프트웨어 연구학교로 선정되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철저하게 관련 수업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단계별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가 즐거운 놀이라는 인식을 심어 줬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집에서도 프로그램을 만들 정도라고 한다. 지역사회는 연간 3000만원을 이 학교에 지원한다. 이곳은 2006년 광역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서면서 정부로부터 11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 가운데 75억원을 장학금으로 조성했다. 이 학교 김현숙 교장은 “처음에는 교사들조차 소프트웨어에 대해 문외한이었고 두려움이 있었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해 보자는 열정으로 열심히 준비했다”며 “교사들의 열정, 지역사회의 지원, 학부모의 격려 등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수업을 지켜본 나는 교육 수준에 감명했고 교사들의 열정과 학생들의 열기에 탄복했다. 과거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재직 시절 초·중·고교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도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4차 산업혁명은 자원을 투입해 물건을 생산하는 이전 산업혁명과 달리 상상력을 소프트파워를 통해 거대한 혁신으로 바꾸는 새로운 경제체제다. 소프트파워는 인간의 풍부한 상상력을 거대한 혁신으로 만들어 내는 기술, 사회환경 등을 총칭한다. 상상력은 구현되지 않으면 망상에 불과하다. 창의적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해 내는 기술이 소프트웨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며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언어다. 어린 나이에 우리의 아이들이 컴퓨터와 대화하는 언어를 익히고 이를 구사하는 역량을 갖게 하는 것은 영어를 가르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소프트파워를 갖춘 젊은이들은 신발을 건강 도우미로 바꾸고 옷과 안경에 센서를 부착해 우리 몸을 컴퓨터로 바꿀 수 있다. 모든 제품을 서비스나 솔루션으로 바꿔 버리는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은 스팀 파워(증기의 힘), 2차 산업혁명은 전기 파워, 3차 산업혁명은 시스템 파워로부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 파워에서 출발한다. 에스토니아, 영국, 미국, 이스라엘 등이 소프트웨어 교육 정규화를 앞다퉈 시행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도시도 아닌 한적한 시골 초등학교의 진지하면서도 열정 있는 소프트웨어 수업을 나는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실 초평초등학교는 2000년도 중반만 해도 전교생이 50여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몰렸다. 그런데 지역사회가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의 상당액을 장학금으로 조성하고 지역 학생에게 파격적인 장학금을 지원하면서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로 변모했다. 소프트웨어 연구학교도 그 일환이다. 초평초등학교의 기적은 이곳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 전국으로 파급돼야 한다. 때마침 2018년부터는 초·중·고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이 시행된다. 그러나 의무화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있다. 초평초등학교 사례에서도 봤듯이 교사들의 열정, 지역사회의 지원, 학부모의 격려 등이 조화를 이뤄야만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시라도 빨리 우리 사회가 소프트웨어 가치를 인정하고 소프트웨어 인재를 키우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가장 슬기롭게 대비하는 길이다.
  • ‘따뜻한 로봇’ 박사, 하반신 마비 장애인 걷게 하다

    ‘따뜻한 로봇’ 박사, 하반신 마비 장애인 걷게 하다

    하반신 완전마비 환자가 착용 계단 오르고 앉았다 일어서 “계단을 오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동작이 하반신 마비 장애인에겐 평생의 꿈이라는 것, 그리고 이 꿈이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해 인간의 모든 과학지식을 총동원한다는 것, 이 두 가지를 떠올리면 늘 겸허해집니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바꾸는 로봇이 목표입니다.” 지난 20일 만난 공경철(35)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마음이 따뜻한 연구를 하고 싶어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구팀을 이끌며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Walk-On)을 개발한 공 교수와의 인터뷰는 그의 대학 연구실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워크온은 지난 8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1회 ‘사이배슬론’ 대회의 ‘엑소레이스’(외골격 착용 로봇) 종목에서 독일과 미국팀에 이어 동메달을 받았다. 올해 처음 열린 대회지만 인터넷 생방송의 순간 시청자가 1억뷰를 돌파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워크온은 전체 6개 동작 중 10분 안에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일어나기, 4개의 폴 사이를 지그재그로 왔다 갔다 하기, 20도의 경사를 올라 문을 열고 닫은 후 다시 내려가기, 징검다리 건너기, 6개의 계단을 오른 다음 내려가기 등 5개 동작을 소화했죠.” 워크온의 작동 방식은 ‘자동차’와 비슷하다. 로봇을 착용한 장애인이 지팡이 역할을 하는 클러치를 잡은 후 손잡이에 달린 스위치를 누르면 원하는 움직임이 진행된다. 등에 장착된 회로부에는 행동을 제어하는 컴퓨터가 내장돼 있고, 가슴에 달린 모니터로 운행 상태를 확인한다. “사실 인간은 근육뿐 아니라 반동 같은 외부 힘을 이용해 몸을 움직입니다. 즉, 마비된 신체를 움직이는 큰 힘을 만들어 내는 게 웨어러블 로봇의 핵심이죠. 워크온은 모터만으로 150뉴트미터까지 출력을 냅니다. 로봇과 사람의 무게를 합해 100㎏을 움직여 계단을 오르내리고 걷고 뛰는 운동을 무리 없이 해내는 힘이죠. 착용부는 세브란스병원팀에서 디자인해 최대한 사용자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했습니다.” 공 교수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위해서는 감정에 따른 행동 패턴과 의지까지 예측해 로봇에 프로그래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팀의 워크온을 입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김병욱(42·척수장애 1급)씨는 “훈련을 거듭할수록 로봇을 입고 움직이는 게 내몸처럼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뒤 18년간 휠체어를 탔다. 그래서 일어서는 데 두려움이 컸다고 했다. “휠체어 럭비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평소 운동을 많이 했지만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은 뼈가 약하기 때문에 넘어지면 쉽게 뼈가 골절됩니다. 완치까지 6개월에서 1년은 족히 걸리죠.” 하지만 그는 “올해 3월 처음 로봇을 입고 뚜벅뚜벅 걸을 때 짜릿한 전율과 감동이 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본업까지 뒷전으로 하고 일주일에 사흘씩 연습에 몰두했다”며 “늘 누워서 생활해 퇴행성 관절염이나 소화 기능 장애가 있었는데 서 있는 것만으로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장애인용 로봇에도 그대로 전이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왜 로봇으로 굳이 장애인을 돕는 ‘비대중적인’ 일을 하려고 하느냐는 시선 때문에 훈련 장소를 섭외하기도, 후원을 받기도 쉽지 않았어요.” 결국 그의 연구팀은 서강대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연구진이 사비를 들여 개발을 진행했다. 아직 세계적으로 웨어러블 로봇 기술은 걸음마 단계로 워크온과 같이 상용화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거의 없다. 공 교수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야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른 나라는 로봇을 멋지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우리는 최대한 눈에 잘 안 띄는 디자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로봇을 입고 거리에 나서면 남들의 시선을 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거죠. 기술은 연구하면 개발할 수 있지만 편견은 과학으로 풀 수 없습니다. 하루빨리 이런 편견의 벽을 넘어 장애인을 행복하게 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연예인병 아닌데… 공황장애, 편견이 더 아프다

    연예인병 아닌데… 공황장애, 편견이 더 아프다

    4050이 절반… 스트레스가 원인 공포·두려움에 신체 통증 동반 “정신과에 다녀온 기록이 드러나면 회사에서 소위 ‘미친놈’ 취급을 하죠. 직장을 8번이나 옮겨야 했습니다. 상담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고요. 공황장애는 돈 없으면 치료도 못 합니다.” 사회복지사 정민제(46)씨는 28년째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극심한 불안, 죽을 것 같은 공포, 미칠 것 같은 두려움 등에 빠지는 정신 질환이 공황장애다. 주로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는데 때론 이유를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심장박동 수가 급격히 증가하거나 식은땀이나 떨림 등의 신체 증상도 동반한다. 지난 19일 정씨를 그가 일하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만났다. 그는 공황장애에 대해 공포 및 두려움 등 증상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 막대한 치료비와도 싸워야 하는 질환이라고 했다. 정씨에게 공황장애가 닥친 건 고교 2학년이던 1988년이었다. “슈퍼마켓에 가다가 갑자기 길바닥에 쓰러졌어요. 벼락을 맞은 줄 알았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웠습니다. 땀이 줄줄 나고 온몸이 떨려서 일어나지도 못했어요. 결국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의사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군요.” 어렵게 대학까지 마치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공황장애는 그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공황으로 출근을 하지 못할 때마다 ‘정신의학과’ 진단서를 회사에 내야 했고,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 동료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정신병으로 치료를 받으면 사회생활은 끝나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동료 복지사로부터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듣기도 했죠. 그때마다 직장을 옮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배우 이병헌, 코미디언 정형돈, 방송인 김구라씨 등이 투병을 고백해 소위 ‘연예인병’으로 불리던 공황장애가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황장애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수는 11만 1109명에 이른다. 4년 전인 2011년 6만 4685명보다 무려 71.8%가 늘었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서 그만큼 사회적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파악된 공황장애 환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3만 194명(27.2%)으로 가장 많았고 50대(2만 5861명·23.3%)와 30대(2만 1162명·19.0%)가 뒤를 이었다. 40~50대가 전체의 절반(50.5%)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년의 마음병’으로 일컬을 만도 하다. 전문가들은 일, 승진, 결혼, 자식 문제 등으로 생기는 스트레스가 공황장애의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극심한 공포로 나타나는 증상과 사회적 편견뿐 아니라 높은 진료비에도 고통을 받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기준 없는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적정 수가를 정하는 한편 관련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황장애는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킨 뒤 인지행동치료로 치료한다. 인지행동치료란 인지치료와 행동치료를 뜻한다. 우선 인지치료로 공황장애가 죽는 병이 아니라는 점을 환자가 깨닫게 돕는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어도 실제 심장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알려 주는 식이다. 행동치료는 환자가 두려워하는 특정한 행동을 반복해 두려움을 완화하는 것이다. 약물치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급여 항목에 포함되지만 인지행동치료는 진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공황장애 환자 김모(40)씨는 “200만원을 내고 일주일에 두 번씩, 총 12번의 인지행동치료를 받았는데 분명 효과가 있었다”며 “하지만 워낙 치료비가 비싸니 원하는 만큼 치료를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양종철 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가 공황장애의 주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앞으로 환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는 적정 수가를 정하고 인지행동치료가 급여 항목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수가가 너무 낮으면 의사들이 인지행동치료를 하지 않으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희 메타연구소 원장은 “잠재적인 공황장애 환자가 적어도 200만명은 될 것으로 추산되지만 환자 수에 비해 전문 치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인지행동치료가 의대 커리큘럼에 포함돼 있지 않은 점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남원 내기마을, ‘암 집단발병’ 미스터리

    15년 간 주민 5분의 1이 암에 걸린 전북 남원시 내기마을에 대해 역학조사 결과에서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기마을에선 1999년부터 암 환자가 발생했다. 처음엔 우연이라 믿었다. 그러나 2002년 2명, 2009년~2013년 4명 등 폐암 환자가 발생했고 7명 모두 사망했다. 이 기간 갑상선암과 위암에 걸린 주민도 10명이나 된다. 1999년 70여 명이었던 마을 인구 수도 50여 명으로 줄었다. 두려움에 마을을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30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아스콘 공장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을 폐암 등 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와 전북도, 남원시는 2014년 서울대 백도명 교수 연구팀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2년 간 6억 5000만원을 들여 진행했지만 연구팀은 결국 “아스콘 공장이 가동될 때 발암물질이 증가하지만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공장이 가동됐을 때 대기 중 미세 분진의 일부인 다핵 방향족 화합물(PAHs·1급 발암물질 벤조피렌 포함)이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폐암 환자가 살았던 집 실내에서 폐암 유발 물질인 라돈의 수치가 다른 가정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폐암 환자 6명 가운데 5명이 장기 흡연한 사실도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 마을 지하수는 라돈 오염이 심각해 방사성 물질 노출에 의한 집단발병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같은 위험 요인들과 직접적인 암 발생과의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고 밝혀 주민들의 불안감만 더 커질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금요 포커스] 사라진 국산 명태… 국민 밥상에 올리겠다/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

    [금요 포커스] 사라진 국산 명태… 국민 밥상에 올리겠다/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 장군의 명언이 우리나라 수산에서 현실로 증명됐다. 최근 수산 분야의 최대 관심사는 ‘완전양식’이었다. 완전양식은 수산물의 평생 삶을 인위적으로 관리해 필요할 때마다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모두가 어렵다고 했던 명태와 뱀장어, 참다랑어를 완전양식하는 데 성공했다. 명태는 이미 우리 식문화뿐 아니라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은 생선이다. 우리 국민은 노가리(명태의 새끼)를 뜯으며 한잔 술을 마셨고, 북어(말린 명태)로 다음날 해장을 했다. 밥맛이 없을 때는 코다리찜(반건조 명태)으로 밥 한 그릇을 비웠다. 보관 상태와 가공 정도에 따라 동태, 황태 등 30여개로 불리는 명태는 우리의 식생활을 풍족하게 만든 향수 짙은 생선이다. 이런 명태가 우리 바다에서 급격히 사라졌다. 명태는 1930년대 동해안에서 최고 24만t, 1970~80년대에는 7만t가량이 잡혔지만 2000년 이후에는 1t 미만으로 어획량이 극감했다. 우리나라의 명태 소비량은 연간 25만t이지만 대부분 러시아와 미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명태를 다시 국내에서 생산할 수는 없을까.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민생선 명태 회복에 대해 대통령과 10여분간 집중 대화를 나눴다.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참석자들에게 우리나라 동해에서 다시 명태를 살려 국민 밥상에 꼭 올려 보겠다고 약속했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나 스스로도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있었고 주변에서도 실현 가능성을 의심했다. 지난해 5월 우리나라 최고의 수산 기술을 가진 국립수산과학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다년간 수산정책 담당자로서 명태 어획 할당량과 수입량 확보를 위해 러시아 측과 협상을 하면서 상했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국산 명태를 국민 밥상에 꼭 올려 보겠다고 각오했다. 하지만 신념만으로 쉽게 넘을 수 있는 산이 아니었다. 당장 어미 명태를 찾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건강한 어미 명태를 구하기 위해 현상금까지 걸어 가면서 정말 어렵게 구했다. 새벽에 잡아 올린 명태를 살려서 데려오기 위한 연구팀의 고생이 많았다. 마침내 건강한 어미 명태로부터 알을 받았고 부화까지 성공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찬물에서 사는 명태의 생태적 특성 때문에 알에서 갓 부화한 어린 고기에게 먹일 만한 생물이 없어 굶겨 죽이기를 반복했다. 이 때문에 저수온에서도 살아 있는 먹이생물 배양기술을 개발해 어린 명태까지 성장시켰다. 그런데 본격적인 성어로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배합 사료를 구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성장 단계별로 고효율 배합 사료를 개발하고 영양성분을 함유한 먹이를 공급하면서 질병에 강하고 생존율도 높였다. 2년간의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지난 추석쯤 드디어 인공부화해 성장한 명태가 알을 낳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앞서 세계 두 번째로 뱀장어와 참다랑어의 완전양식에 성공한 저력을 보여 줬다. 전 세계를 누비는 회유성 어류인 참다랑어는 현재 일본만 인공종자 생산에 성공했다. 일본과 호주 등에서도 자연산 어린 고기를 채포해 양식할 정도로 완전양식이 매우 어려운 어류다. 뱀장어는 산란 시기가 되면 먼 바다로 가서 수심 200∼300m의 깊은 바다에서 알을 낳고 부화해 다시 강으로 이동한다. 뱀장어 형태의 실뱀장어가 되기까지 6개월이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정확한 생태 환경이 밝혀지지 않아 사육 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종이었다. 이제 우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양식기술을 갖췄다. 앞으로는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조속히 관련 기술을 민간에 이전할 방침이다. 동해안 어업인에게는 명태조업 재개의 희망을, 국민에게는 국산 명태의 맛을 맘껏 즐길 수 있는 ‘행복한 밥상’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환상의 해저세계로 오세요

    환상의 해저세계로 오세요

    해양생물들과 찍은 사진들을 공유하며 인스타그램 스타로 떠오른 한 여성이 화제다. 14일 영국 데일리스타에 따르면 남태평양 작은 섬 무레아 출신 라바 레이(27)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가오리와 상어, 거북이, 돌고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그 결과 누리꾼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고, 6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인스타그램 스타로 거듭났다. 어릴 때부터 바다에서 수영했다는 라베 레이는 자신 역시 해양생물들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그들과 교감을 나누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ravaray 인스타그램, 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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