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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6) 기술과 기능의 양면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6) 기술과 기능의 양면성

    인류의 문명은 기술과 기능의 토대 위에 서 있다. 칸트가 그의 논문 ‘추측해 본 인류사의 기원’에서 금단의 열매를 먹은 구약 창세기의 사건이 인류에게 기술과 기능적 사고를 잉태한 출발점과 같다고 찬양했다. 즉 기술과 기능은 원죄의 토대 위에서 탄생됐다는 역설이 담겨 있다. 불교적 입장에서 봐도 무시 이래로 홀연히 인간에게 분별심이 생김으로써 인간에게 취사선택의 마음이 생겼다는 것을 마명(馬鳴)스님이 ‘대승기신론’에서 암시하고 있다. 이 분별심은 인간 무의식의 가장 깊은 아뢰야식에 자리잡고 있는 근본불각(根本不覺)으로서 부처가 되기 전에는 소멸되지 않는 근본무명과 같다. 기술과 기능적 사고를 잉태한 인간지성이 원죄나 근본불각의 소치라는 종교의 가르침은 기술과 기능을 사유하는 철학에 하나의 큰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단적으로 기술과 기능은 소유적 무의식의 소산과 같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인간 무의식의 욕망에는 본능적 욕망과 본성적 욕망이 함께 이웃하고 있다고 이미 ‘철학산책’의 시작(1·2·3회 글)에서 언급되었다. 전자는 소유론적 욕망이고, 후자는 존재론적 욕망에 해당한다. 전자는 자아중심으로 모든 것을 취득하려는 욕망이고, 후자는 자아중심이 없이 일체가 일체에 대하여 존재하도록 도와주려는 자비의 원력과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본능에 의한 생물학적 소유욕이 지능에 의한 사회학적 소유욕으로 환유법적인 자리이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지적되었다.(11·12·18·31회 글) 기술과 기능은 지능에 의한 인간의 사회학적 무의식의 소유욕과 직결된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의 관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첫째로 인간의 무의식에서 소유적인 본능과 존재론적 본성의 차이가 너무 가까이 근접되어 있어서 인류는 그 차이를 뚜렷이 구분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본능과 본성은 다 마음의 자발적 기호(嗜好)와 같아서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려는 욕망을 공통적으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20세기 프랑스의 언어학자 뱅베니스트가 그의 저서 ‘일반언어학의 제문제(I)’에서 기술했듯이, 인류는 동서를 막론하고 소유와 존재를 거의 혼동해서 사용해 왔다는 점이다. 한국어에 ‘가지고 있다’로 소유와 존재가 통용되어 쓰이듯이, 이런 현상은 범 지구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인간은 자신의 존재가치가 거의 없는 것처럼 여긴다. 이것이 프롤레타리아 의식이다.‘가지다’라는 소유동사가 타동사임에도 불구하고 존재동사처럼 수동형으로 쓰이지 않는 범 지구적 현상은 소유동사를 존재동사처럼 상태동사로 봤던 인류의 무의식이라고 뱅베니스트가 통찰했다. 둘째로 인간이 자연생활을 떠나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지능(지성=이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 지능은 본능의 소유욕을 환유법적으로 장소 이동한 것이다. 지능이 사회적인 지도원리가 됨으로써 두 가지의 경향이 일어났다. 그 하나는 지능의 꾀로써 사회생활에서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물질적 경제적 이익을 낳으려는 경제기술주의의 욕망과, 또 다른 하나는 이기적 생존추구를 불의로 미워하면서 공동체의 정의를 추구하려는 사회도덕주의적 욕망이 생겼다. 동양의 순자철학은 전자의 성향을 대변하고, 맹자철학은 후자의 것을 상징한다. 서양에서 기술적 이성이라 불리는 형이하학과 도덕적 이성이라는 형이상학이 구분된 것도 같은 지능(지성=이성)의 두 가지 철학적 표현이라 하겠다. 상기의 두 가지 관점을 우리가 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본디 무의식적으로 소유와 존재가 아주 이웃해 있는데, 지성(지능=이성)의 철학이 경제기술적이든 사회도덕적이든 사회생활의 지도원리가 됨으로써 존재를 존재로 사유하지 못하고, 존재를 다만 소유의 정신화(은유화)로써 여기게 하는 장본인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성이 이끄는 사회도덕의 형이상학도 기실 경제기술과 같은 소유의 영역임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철학자가 하이데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이데거는 기술론이든 정신론(도덕론)이든 다 존재자(존재를 실체화한 것)의 철학이고, 그 존재자의 철학은 지성이 파악한 개념적 소유철학에 다름 아니라고 통찰했다. 명사적 개념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류의 철학사가 존재를 소유의 정신화(은유화)인 양 착각하게 했다. 좌우간 재래의 자본주의적 기술론은 성공했으나, 사회주의적 정신론은 실패했다. 이제 21세기 철학적 사유의 과제는 자본주의적 기술론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에 관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적 기술론의 본질은 인간생활을 편리하고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만드는 데 있다.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하게 하는 것을 우리는 기능이라 부른다. 기술론은 기능적 사고로 이어진다. 기능적 사고는 효능과 생산고로 집약된다. 효능과 생산고는 계산 가능한 이익의 목록을 만들게 하는 기준이고, 그 목록에 빠져 있는 것은 가치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르셀이 잘 지적했듯이, 기술적 가치만을 숭상하는 기능주의는 늙음과 병약함을 비기능적 몰가치로써 푸대접한다. 말하자면 비기능적 몰가치는 기능적 효율과 생산고의 증진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과 같다. 늙음과 병약함은 노후 기계처럼 폐품처리 대상 리스트에 올라간다. 기능사회에 접어들면, 이미 노인과 병약한 환자들은 남들의 평가이전에 스스로 자신들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절망의 쓸쓸한 나락으로 떨어진다. 노인들은 스스로 안 늙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다 치지만, 그런 행태는 노인들의 절망을 재촉할 뿐이다. 그 경우에 죽음은 낡은 기계의 멈춤과 같다. 죽음은 소유활동의 끝일 뿐이다. 죽음은 모든 소유의 무상함을 넘어서 존재의 의미를 다시 찾게 해주는 신비로 이해되지 않는다. 죽음은 기계의 생명처럼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다른 차원의 존재방식의 시작임을 기능주의와 기술론은 전혀 이해 못한다. 죽음을 기다리는 어떤 사형수들의 얼굴이 왜 성자처럼 해맑아지는지 기능주의와 기술론은 이해 못한다. 편리함과 풍요함을 주는 기술과 기능은 다른 한편으로 인생에서 존재론을 폐지시키는 절망을 부채질한다. 하이데거의 철학이 이 기술론의 의미를 잘 분석해 놓았다. 그의 ‘강연과 논문집’에서 하이데거는 근대기술의 본질을 ‘도발로서의 탈은폐’(disconcealment as provocation)라고 정의하였다. 기술이란 낱말인 ‘테크닉’(technique)은 고대 그리스어의 ‘테크네’(techne)에서 파생되어 나왔는데, 테크네는 ‘현성으로서의 탈은적’(disconcealment as bearing-fruit)의 의미를 뜻한다. 같은 단어인 ‘disconcealment(Entbergen)’가 근대기술에서는 도발적인 ‘탈은폐’로, 고대 테크네에서는 현성(現成=저절로 피어남)으로서의 ‘탈은적’으로 하이데거가 사용하고 있는 것을 예사롭게 봐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이 ‘disconcealment’를 그냥 다 ‘탈은폐’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그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은폐와 은적의 한국어 뉘앙스가 다르다. 전자는 범인이 비밀스러운 것을 감추는 행위를 말하고, 후자는 스스로 사라지는 은자의 행위를 말한다. 이 구별은 하이데거의 기술론을 이해하는 핵심이 되기에, 재래의 번역처럼 일률적으로 옮기면 그를 오독하는 결과를 낳는다. 고대 그리스의 테크네는 자연이 스스로 현시하는 탈은적의 행위(꽃피기/열매맺기)를 인간이 도와주는 정도의 잔기술을 말하고, 근대의 테크닉은 자연이 스스로 자신을 현시하기 전에 인간이 강제로 자연의 속살을 드러내고 토해내도록 강요하는 거대기술을 말한다. 탈은폐는 자연이 인간의 소유와 이익에 필요한 것을 빨리 대량적으로 토해낼 것을 심문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근대기술은 자연이 은폐시켜 놓은 것을 인간이 강제적으로 탈은폐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런 근대기술의 탈은폐화 방식을 하이데거는 독특한 독일어로 ‘게슈텔(Ge-stell)’이라 불렀다. 본디 독일어로 ‘게슈텔’(Gestell)은 ‘발판 사각대’나 ‘받침대’처럼 테크네 정도에 맞는 잔일하는 소도구를 뜻하였으나, 이것이 근대 테크닉으로 이전하면서 하이데거가 그것을 ‘Ge-stell’이라고 띄어 썼다. 이 말은 피의자를 심문하고 때로는 주리를 틀면서 고문까지도 하는 심문대의 의미로 변한다. 더구나 ‘Ge-’는 ‘집단적’이란 의미의 뉘앙스를 풍기는 전철이므로 Ge-stell은 단독으로 하는 심문대가 아니라,‘집단 신문대’의 의미를 띤다. 인간이 자본의 축적과 집단적 이익과 편리를 추구하고자 자연에 대하여 주문사항들을 재빨리 토해내라고 집단 도발하는 그런 의미가 하이데거가 본 근대기술의 본질이다. 하이데거가 같은 단어를 고대 그리스적인 의미와 근대 기술론적 의미로 이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깊은 의미를 함의하는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그는 여러 단어들을 그렇게 사용했다. 그가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같은 단어들을 이중적 의미로 썼다는 것은 내가 이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능의 소유와 본성의 존재가 인간의 무의식에서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이웃하고 있다는 인류사의 무의식과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는 것 같다. 근대기술의 ‘집단심문대’(Ge-stell)의 방식은 단지 자연에 관한 인간의 도발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런 도발적 심문의 사고방식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다 잉태시켰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는 집단심문적 탈은폐의 기술방식이 바로 인간 자유의 도발적 힘을 상징하는 의미로 해석했고, 사회주의는 집단심문적 탈은폐의 기술방식으로 인간사회의 평등을 이룩한다는 명분아래 인위적으로 사회성원들을 심문하고 주리를 틀었다. 하이데거는 기술자체가 위험하기보다 오히려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이 더 위험하다고 언급했다. 인간 마음의 위험성은 인간자아의 무한 의지와 그 소유욕의 위험성을 말한다. 마음의 무한 소유욕으로 인간이 존재를 완전히 망각하고, 죽음의 신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인간 두뇌의 사이버네틱스가 철학적 사유와 시를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을 그는 우려했다. 지구의 사막화 이전에 인간마음이 온전히 황폐화될 것임을 그는 예견했다. 그는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하기 전에,‘무엇을 사유해야 하는가.’하고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대사상은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는 사유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이란판 문화대혁명 서곡인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학생들에게 대학의 ‘사상 청소’를 독려하고 나섰다. 정교 분리와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며 젊은이들의 사상을 오염시키는, 세속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강단의 독버섯들을 학생들이 나서 제거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AP통신은 연말 지방선거를 앞둔 아마디네자드 정부가 지식인들의 비판을 잠재우고 젊은층에 대한 사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대학 정화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에서 가진 대학생 간담회에서 “자유주의자들이 왜 아직까지 강단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지를 총장에게 물어야 한다.”면서 “정부를 향해서도 이들에 대한 퇴출정책을 지속하도록 학생들이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과 언론에 대한 사상통제는 ‘신정 이슬람 공화국’을 표방한 이란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1979년 혁명을 통해 들어선 호메이니 정부는 집권초 수백명의 자유주의·좌파 교수들을 강단에서 쫓아냈다. 아마디네자드 정부도 올해초 테헤란 대학에 유례가 없는 성직자 총장을 임명한 뒤 수십명의 자유주의 성향 교수들을 강제해직했다.하지만 아마디네자드의 이날 발언은 사상통제를 위해 정부기관이 아닌 ‘혈기왕성한’ 학생들을 동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같은 ‘아래로부터의 사회개조’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문화대혁명 당시 학생들이 주축을 이룬 홍위병들은 낡은 전통과 부르주아 잔재를 일소한다는 명분으로 관료와 지식인 숙청에 앞장섬으로써 결과적으로 집권층의 통치 기반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헤란 대학의 사에드 알 아가 교수는 “아마디네자드와 측근들은 대학에서 반대파를 쓸어내고 젊은이들의 두뇌를 지배하고 싶어 한다.”면서 “문화혁명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9·11 음모론’ 은 양치기 소년 효과?

    ‘9·11 음모론’ 은 양치기 소년 효과?

    정보가 독점된 폐쇄사회도 아닌 자유롭고 투명한 미국 사회, 그것도 디지털이 지배하는 21세기의 첨단 정보환경에서 음모론은 왜 창궐하는가. 시사 주간지 타임 최신호가 9·11 5주기 특집을 통해 음모론 확산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짚고 나섰다.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9·11 음모론의 핵심은 9·11이 알카에다의 소행이 아니라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고 중동 침공의 구실을 찾기 위한 조지 부시 행정부의 기획이라는 것. 이같은 음모론은 주류 언론의 외면과 부시 정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을 매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차 원인은 부시 정부 ‘신뢰위기’ 음모론 확산의 1차적 원인 제공자는 부시 정부라는 게 일치된 견해다. 음모론은 5년전부터 제기됐지만 신봉자가 늘어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달 미 여론조사기관 스크립스 하워드가 101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36%가 음모론에 대해 ‘개연성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부시 정부가 겪고 있는 ‘신뢰의 위기’와 연결짓는다. 이라크 침공의 구실이 된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WMD) 정보가 조작으로 판명난 상황에서 9·11 발표 역시 허구가 아니라고 누가 장담하겠느냐는 것이다. ●반권위적이고 상식에 호소 음모론이 갖는 고유의 매력도 있다.9·11 음모론에 기름을 부은 동영상 ‘루스 체인지’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문에서 출발한다.19명이나 되는 납치범들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공항의 보안검색을 통과한 뒤 여객기에 탑승, 세계에서 방공망이 가장 잘 갖춰졌다는 미국 대도시 상공에서 어떤 군사적 방해도 없이 2시간 안에 4대의 비행기를 계획대로 추락시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냐는 것이다. 타임은 음모론이 ‘정부의 공식 해명과 전문가 진술은 잊고 오직 당신의 두 눈과 두뇌를 믿으라.’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반권위적인 호소에 기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앞뒤가 완벽한 사건은 없다 너무나 명백해서 어떤 모호함도 찾을 수 없는 사건이란 세상에 없으며, 거대한 사건의 배후에는 그에 걸맞은 규모의 원인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인간 본성이라는 것이다. 실제 9·11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당혹스러울 만큼 극적 세련됨을 결여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작은 원인들이 거대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사회는 삶에 대한 예측불가능성을 증폭시킴으로써 사람들을 불안에 빠뜨린다. 결국 9·11처럼 거대한 재난에 대한 해석은 배후의 거대한 음모를 필연적으로 요청한다는 얘기다. ●음모론은 미국적 애도방식? 음모론이 9·11처럼 거대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남긴 사건에 대한 미국적 애도방식이란 견해도 있다. 거대한 상실의 고통과 함께 과거가 이해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아 있는 한 미국인들은 슬픔과 공포를 덜기 위해 존 F 케네디의 죽음에서처럼 음모론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타임은 심지어 “루스 체인지를 시청하는 동안 사람들은 독립적이고 관행을 거부하며, 반권위주의적인 미국식 전통에 참여하는 듯한 느낌마저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Metro] 부산복지개발원 내일 개원

    부산지역 사회복지 분야의 두뇌 역할을 할 부산복지개발원이 5일 문을 열고 운영에 들어간다. 부산시는 시가 전액 출자한 재단법인 부산복지개발원 개원식을 이날 연제구 연산 2동 국민연금 부산회관 컨벤션홀에서 연다. 부산복지개발원은 앞으로 부산의 사회복지 발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주요 복지 현안에 대한 정책연구, 사회복지시설 보조금 교부기준 마련, 각종 복지사업의 타당성 평가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개원식에는 장혁표 부산복지개발원 이사장과 조경현 원장을 비롯해 허남식 부산시장 등 관계자 150명이 참석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SQ 뛰어난 사람이 대우 받는다

    10년전 감성 지능지수(EQ)에 관한 책으로 세계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이 최근 인간의 두뇌능력에 사회적 지능지수(SQ)라는 새로운 지표를 추가했다. 골먼은 2일 워싱턴포스트 주말판인 ‘퍼레이드’ 기고문을 통해 인간에게는 지능지수(IQ)와 EQ, 역경을 이겨내는 지수(AQ) 외에도 사회적 교류를 관장하는 사회적 지능지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골먼에 따르면 SQ는 두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거나 첫 키스를 하는 연인이 비슷한 속도로 입술을 갖다대는 현상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타인과의 교감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제하는 두뇌의 조절능력이다. 그는 “SQ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감지하는 능력에서 더 나아가, 자기 두뇌의 신경회로를 상대방 두뇌의 신경회로와 눈에 보이지 않게 연결하는 능력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경과학계의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메일 등을 통한 원거리 협업이 늘고 인적인 네트워크가 다양화되는 현대사회일수록 SQ가 뛰어난 사람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게 골먼의 설명이다. 그럼 SQ는 어떻게 측정할까. 골먼이 든 테스트의 예는 이렇다. “남녀 여럿이 5분씩 돌아가며 시험 데이트를 한 뒤 정식 데이트 상대를 정하기로 했다. 당신이라면 좋은 첫 인상을 남기기 위해 어떻게 하겠는가.(a)나의 가장 인상적인 것 서너가지를 미리 생각해 두었다가 5분 안에 모두 말한다.(b)파트너에 관해 묻기만 하고 나 자신에 대해선 질문이 있기 전까진 말하지 않는다.” SQ가 높은 사람이라면 b를 선택한다는 게 골먼의 말이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아베관방, 日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떠오르는 아베시대] (중) 정치적 인맥

    |도쿄 이춘규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의 인맥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상과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등 집안의 ‘인맥 유산(遺産)’이 한 갈래이고, 본인 스스로 구축한 인맥이 다른 한 줄기이다. 보통 아베 인맥에는 보수강경파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베는 실용주의와 현실주의 노선에 따라 정치계는 물론 재계, 관계, 학계, 문화계와도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1일 “아베 인맥에는 진보적 인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베의 사고가 실용적이고 유연하기 때문에 강경파 일색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폭넓은 전문가 두뇌집단이 치밀하게 아베를 보좌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인맥의 핵심은 집안의 유산이다.7월 북한 미사일 발사 뒤 아베에게 대응 방안을 조언한 외무성 핵심간부는 부친 신타로가 외상(1982∼86)일 때 비서관을 역임한 아베 외교인맥의 중추 인물이다. 아베도 부친이 외상일 때 비서관을 하며 외교·안보 인맥을 구축했다. 최측근 외교 관료인 야치 쇼타로 외무성 사무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 주미공사는 대북 문제로 호흡을 맞췄다. 가사이 요시유키 JR도카이 회장은 철저한 개헌론자로 아베의 재계 지원인맥의 핵심인 ‘4계절 모임’을 이끌고 있다. 아베의 숙부 고 니시무라 마사오 전 일본흥업은행장이 “내 조카는 경제를 잘 모르니 잘 부탁한다.”고 해 교류를 시작, 재계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차기 아베 정권의 핵심정책으로 추진 중인 실업자, 사업실패자 등의 ‘재도전 정책’의 시책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도이 기업활력연구소 이사장 등은 부친 신타로가 옛 통산상 시절(1981년 11월∼82년 11월) 비서관을 했던 인사들이다. 현재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아소 다로 외상도 아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선대에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아소 외상의 외할아버지)와 혼맥이 닿는다. 아소 외상은 총재선거에서 패배해도 아베를 도울 당내의 중심 인물로 꼽힌다. 아베는 독자적으로 인맥을 개척하는 데도 남다는 재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가능성이 보이며 사람이 모여들기 훨씬 이전부터 아베는 탁월한 친화력으로 다양한 계층을 만나 두꺼운 두뇌집단을 구축했다. 문화계는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부인 아키에가 아우르고 있다. 아키에는 아베와 노나카 도모요 산요전기 회장, 대중예술인 등이 속한 ‘말띠(54년생)모임’에 아베의 대리인으로 출석하기도 한다. 라디오 DJ 경력도 있어 방송계와 연결역도 한다. 아베는 귀공자 출신이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바닥부터 시작해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을 중용한다. 이노우에 요시유키(43) 관방장관 정무비서관이 대표적이다. 이노우에는 18세 때 국철 기관사로 입사, 대학의 통신과정을 졸업했으며 국철민영화로 인해 1988년 총리부로 옮긴 뒤 2000년 7월 관방부장관이 된 아베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담당하면서 신임을 얻었고 귀국한 납치피해자를 위한 지원법 초안을 만들었다. 이후 관방장관 산하 납치문제·연락조정실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0월 아베가 관방장관으로 취임하자 정무비서관으로 들어왔다. 아베가 총리에 취임하면 파격적으로 젊은 나이에 총리 정무비서관이 될 전망이다. 스가 요시히데(57) 부총무상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동북지방 아키타현 농가 출신인 스가는 66년 취직열차를 타고 상경, 공장에서 일했다. 이후 회사 직원과 통산상 비서를 거쳐 96년 중의원에 당선됐다. 자민당 대북제재시뮬레이션팀장을 맡아 독자제재안을 만들어 아베의 신임을 얻었다. 아베는 흔들림없는 소신파도 신뢰한다. 지난해 우정민영화에 반대, 자민당을 떠났던 가메이 시즈카 국민신당 대표대행, 히라누마 다케오 전 경산상, 후루야 게이지 중의원 의원 등이다. 이들은 내년 참의원선거 때 아베가 고전하면 구원군이 될 공산이 크다. 집권 이데올로기를 제공할 학계 ‘5인 그룹’도 주목받는다. 이토 데쓰오 일본정책연구센터 소장, 시마다 요이치 후쿠이현립대 교수, 나카니시 데루마사 교토대 교수, 야기 히데쓰구 다카사키경제대학 교수, 니시오카 쓰토무 도쿄기독교대 교수 등이다. 야기 교수는 역사왜곡을 주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회장이며, 이토 소장이 이끄는 일본정책연구센터는 ‘새역모’ 후원기관이다. 니시오카와 시마다 교수는 ‘일본인 납북자 구출 모임’의 간부를 맡고 있는 극우논객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네모토 다쿠미 전 후생성정무차관,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국토교통장관, 시오자키 야스히사 외무부대신 등 50세 안팎의 전후세대들이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아베 장관의 초등학교 시절 2년 동안 가정교사를 했던 히라사와 가쓰에이 의원도 주목받는다. 나카가와 쇼이치(53) 농림수산상도 아베와 코드가 맞는 든든한 후원자다. 경제신문기자 출신인 나카가와 히데나오(62) 자민당 정조회장도 핵심권 인사로 꼽힌다. taein@seoul.co.kr
  •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살람바 사르반가아사나

    [현천 스님의 아헹가 정통요가] 살람바 사르반가아사나

    살람바(Salamba)는 지탱받는, 받치다의 뜻이며, 사르바(Sarva)는 모든, 전체의, 완벽한, 안가(Anga)는 사지나 몸을 뜻한다. 이 자세에서, 몸 전체가 이롭게 되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1. 무릎에 힘을 줘 다리를 쭉 뻗고, 등을 마루 위에 대고 눕는다.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다리 옆에 손을 놓는다. 깊은 숨을 몇 번 쉰다(사진1). 2. 숨을 내쉬며, 무릎을 구부려 넓적다리가 배를 누를 때까지 배 쪽으로 다리를 당긴다. 숨을 두 번 쉰다. 3. 숨을 내쉬며 엉덩이를 마루에서 들어올리고, 팔꿈치를 구부려 손을 엉덩이 뒤에 놓는다. 숨을 두 번 쉰다(사진2). 4. 숨을 내쉬며, 가슴이 턱에 닿을 때까지 몸통을 손으로 받쳐 마루와 수직이 되게 올린다. 이때, 머리와 목의 뒷부분, 어깨와 팔꿈치까지의 위 팔뚝의 뒷부분만이 마루에 닿아야 한다. 손을 척추의 중앙부에 두고 숨을 두 번 쉰다. 숨을 내쉬며, 발가락은 위로 향한 채 다리를 똑바로 뻗는다. 고르게 호흡하면서, 이 자세로 5분간 있는다(사진3). *고급단계로 나아가기:시선은 가슴에 두고, 팔꿈치는 마루 위에 나란히 놓는다. 두 손바닥을 양 견갑골에 가까이 놓고, 골반부위를 쭉 끌어 올릴 수 있도록 한다. 다리를 수직으로 유지시키며 뒤쪽 넓적 다리 근육에 힘을 주고 쭉 뻗는다. 5. 초보자일 경우:2∼4겹 정도 접은 담요를 마루 위에 깔고 목, 어깨, 등 부위가 담요 위에 놓이도록 눕는다. 머리는 마루 위에 둔 채 위의 1~4번을 수행한다(사진4). 의자를 이용한 더 편한 방법이 있으나 지면상 다음에 아헹가 요가의 장점 중 하나인 기구를 이용한 아사나 시리즈를 묶어서 낼 예정이다. 효과:사르반가아사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은 우리 고대의 현인들이 인류에게 남겨 준 가장 위대한 은혜 중의 하나다. 이 아사나는 인체 조직의 조화와 행복을 위해서 애쓴다. 인체 조직내의 혈행을 잘 도와주고 균형 잡힌 호르몬 분비로 몸과 두뇌의 기능을 원활히 해 준다. 요가교실:요가의 8단계 중 전 인류에 공통되는 보편적 도덕률 야마Yama 가운데 마지막 5번째 아파리그라하Aparigraha는 불탐을 뜻한다. 사람이 정말로 필요치 않은 것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장 필요치 않은 것을 사 모으고 저장해서는 안 된다. 또 자신은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무언가를 얻어서는 안 되는데, 이것은 영혼의 빈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를 따르다 보면 요기Yogi는 그의 삶을 가능한 한 검소하게 꾸리게 되고, 심적으로 어떤 것에 대한 부족감이나 손실을 느끼지 않게 된다. *요가 보조 기구는 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자료제공:대구 아헹가 요가 선원 053)753-1737 www.iyengar.co.kr 아사나:김교영
  • “재산 3분의1 자선단체에 기부”

    아시아 최대 부호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이 개인 재산의 3분의1을 자선단체에 희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콩 언론들은 25일 리 회장이 “자선재단에 들어가는 돈은 내 재산의 3분의1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리 회장이 소유하는 청쿵실업은 자산가치로 257억달러 정도여서 기부 재산은 62억∼86억달러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 회장은 24일 자신이 이끄는 허치슨 왐포아와 청쿵실업의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의 자선행렬을 뒤따를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리카싱 자선재단’은 나의 세번째 아들이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어느날 내 두뇌가 노쇠해 경영 일선에서 은퇴하게 되면 반드시 자선재단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회장은 지난 3월 포브스지의 집계 결과 180억 8000만달러의 자산으로 세계 10대 부호이자 아시아 최대 부호로 선정된 바 있다. 리 회장이 지난 80년 설립한 리카싱 재단은 지속적인 리 회장의 출연으로 현재 운용자산 규모가 80억 홍콩달러(약 1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리 회장은 지난해 10억 홍콩달러(1억 3000만달러)를 홍콩대 의대에 기부하면서 홍콩 재계에 기부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책꽂이]

    ●누가 사악한 늑대를 두려워하는가(카린 포숨 지음, 김승욱 옮김, 들녘 펴냄) ‘범죄소설의 여왕’으로 통하는 노르웨이 출신 저자의 작품. 노르웨이 숲 속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해 가는 이야기다. 살인 용의자인 주인공은 내면의 목소리하고만 대화를 나누는 정신병자. 저자의 소설은 범죄소설의 공식을 뛰어넘는다. 잔혹한 살해장면이나 스릴 넘치는 추격장면, 치열한 두뇌싸움이 없는데도 숨막힐 듯한 긴박감에 빠져들게 한다. 저자의 또 다른 대표작 ‘돌아보지 마’는 북유럽 최고의 탐정소설에 수여하는 ‘유리열쇠 상(The Glass Key, 진짜 유리열쇠를 수상자에게 준다)을 받았다.1만원. ●매혹(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지음, 김상훈 옮김, 열린책들 펴냄) 이언 뱅크스, 그레이엄 스위프트 등과 함께 영국 문단의 신경향을 대표하는 저자의 대표작. 장르소설과 순문학의 경계점에 위치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열린책들의 ‘경계소설’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영국 데번 주의 한 요양원을 배경으로 단조로운 나날을 보내는 주인공의 기이한 심리적 여정을 그렸다.“에세르의 판화처럼 현실을 초월한 현실성을 획득한 작품”이란 평. 저자는 시간여행소설 ‘세뇌자(Indoctrinaire)’,‘어두워지는 섬을 위한 푸가’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독일 쿠르트 라스비츠상 수상작.9800원. ●기황후(제성욱 지음, 일송북 펴냄) 기황후는 ‘고려양’이라는 한류의 씨앗을 최초로 중국 대륙에 퍼뜨리고 꽃을 피웠던 인물. 그녀는 세계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복왕조였지만 100여년 만에 수명이 끝난 원나라의 짧은 역사에서 30여년 동안 제국을 실제로 통치했던 ‘군주’였다. 공녀의 불운을 극복하고 무력한 황제를 대신해 원제국을 경영한 기황후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소설. 전4권. 각권 9500원. ●한국 소설의 분단 이야기(유임하 지음, 책세상 펴냄) 반공 이데올로기는 분단과 전쟁, 제주 4·3사태와 여순사건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를 ‘장악’했다. 모든 사상을 반공주의와 반(反)반공주의의 틀 안에 가두며 이분법적 선악의 논리로 재단한다. 그 결과 해방 직후부터 1980년대 초반에 이르는 냉전시대의 작품은 분단의 원인이나 본질은 은폐한 채, 동족학살의 참상에 초점을 맞추거나 좌익세력을 부정적으로 형상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 소설의 흐름 속에서 분단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가를 고찰.4900원. ●나나 누나나(김비 지음, 해울 펴냄) 저자는 1998년 국내 최초의 동성애 월간지 ‘버디’에 단편소설 ‘그의 나이 예순넷’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커밍 아웃 트랜스젠더 작가. 전작인 장편소설 ‘개년이’가 거칠게 살아가는 한 소녀의 일반적으로 레즈비언 성정체성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을 정면으로 다룬다. 보통 트랜스젠더는 ‘여자보다 더 여자다운’ 존재로 알려져 있다. 남자이면서 여자이고 여자이면서 남자인 주인공들은 때론 남성으로, 때론 여성으로 삶의 위기에 대처한다.9500원.
  • [21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35분) 예술의 전당에서 18세기 자동인형부터 현재의 로봇에 이르기까지 살아 있는 기계 창조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이 전시회는 크게 4개의 주제로 구성돼 18세기 자동인형부터 로봇이라는 개념의 등장, 휴머노이드, 사이보그 및 현재 최첨단 로봇에 이르기까지 로봇의 역사를 소개한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빵, 과자 굽기를 즐기던 평범한 전업주부 이종열씨는 ‘슈거크래프트’라는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여 국제대회의 상을 휩쓸었다.‘슈거크래프트’란 설탕에 여러 식재료를 첨가해 반죽을 빚고, 색을 넣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순수공예이다. 그녀의 손끝에서 빚어진 제 2의 인생을 만나본다.   ●맨발의 사랑(SBS 오전 8시30분) 다연은 문 지점장으로부터 지난번 소개시켜준 여사장이 이곳에 살지 않는다는 것과 그녀가 하던 뷰티숍도 망한지 한 달이나 되었다고 말하면서, 아무래도 사기꾼에게 당한 것 같다는 말에 절망한다. 옆에 있던 주완은 속상한 마음에 다짜고짜 왜 사기꾼인지 아닌지 알아보지도 않고 물건을 넘겼냐며 따진다.   ●얼마나 좋길래(MBC 오후 8시20분) 동수와 함께 저녁을 먹으려던 선주는 우연히 같은 메뉴를 고르자 텔레파시가 통한다며 좋아한다. 이미 형철에게 동수를 사랑한다고 고백했다는 선주의 말에 동수는 충동적으로 행동했다며 나무란다. 동수는 앞으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선주의 각오를 듣는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프로야구 출범 25년만에 처음으로 해설자 출신으로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이 된 하일성.27년 동안 걸어온 해설자 시절의 애환, 프로야구선수들의 숨겨진 일화가 공개된다. 한국프로야구의 최대 현안은 무엇일까? 행정가로서 한국야구 발전에 열정을 쏟는 하일성을 만나본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호박은 두뇌발달 및 혈압강하, 항암작용, 부종치료, 냉증 등 폭넓은 효능을 가져 여성들에게 좋은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늙은 호박의 경우 셀라늄이 풍부해 전립선염 발병을 예방, 남성들에게도 좋다. 호박이 가진 다양한 효능에 대해 알아보고, 호박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도 만들어 본다.
  • 아베 ‘본색’ 어디까지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네오콘(신보수)의 선두주자인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벌써부터 전면 개헌 추진 방침을 밝히는 등 보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보수 아베’의 질주가 주목된다. 우선 아베의 보수 행진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보다 세련되면서도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혼자 판단했던 고이즈미 총리와 달리 아베 장관은 우파 두뇌집단의 지원을 받아 치밀한 정치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의 가계에 흐르는 DNA도 보수 중의 보수라 불리고 있다. 그는 A급 전범 용의자였다가 풀려나 그 후 총리가 됐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의 DNA를 물려받았음을 자랑스러워한다. 대표적인 일본 우파집안의 분위기가 그의 핏속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가 철저한 정치행위인데 비해 아베 장관은 지금까지 야스쿠니신사를 신념에 기초, 참배해 온 것도 대비된다. 그는 지난 4월15일 몰래 참배하고 나서 “참배했다. 안했다. 할 것이다.” 등의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 등 벌써부터 야스쿠니를 ‘외교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역사인식에서는 철저하게 우파적 인식을 보이고 있다. 아베는 태평양전쟁이 침략전쟁이란 점을 확실히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A급 전범에 대해서도 “국내법상 그들(A급 전범)은 범죄자가 아니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아베는 종군위안부의 존재도 부인한다. 그는 위안부는 언론이 만들어낸 용어라고 강변한다. 일본의 침략전쟁을 반성하는 것을 ‘자학사관’이라면서, 이의 타파를 외치며 후소샤판 역사교과서 발행을 지지한 ‘교과서의원연맹’을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아베는 섬뜩한 민족주의 인식도 숨기지 않는다. 그는 현행 헌법 전문의 ‘우리들(일본)은 평화를 유지하고 전제와 예속, 압박과 편협을 지상에서 영원히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명예로운 지위를 차지하고자 한다.’는 문구에 대해 “패전국이 연합국에 하는 사죄문과 같은 선언”이라고 비판하며 전문 개정을 다짐한다. 전쟁에 대한 부채의식이 미약한 전후세대인 그는 일왕제에 대한 인식도 극히 보수적이다.“일왕의 기본적인 성격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교육기본법도 개정,‘애국심’ 교육도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해 ‘왕국신민사상’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아베 장관 스스로는 최근 출판한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에서 자신을 ‘열린 보수주의’라고 평했다. 하지만 아베는 민족주의를 기조로 국민의 일체성을 강조하면서 일본의 과거 전쟁을 자위를 위한 전쟁으로 정당화·합리화하는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우파’ 중의 우파로 분류된다. 아베는 “나는 일본을 위해, 일본 국민을 위해 ‘싸우는 정치가’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보수 본류 아베가 일본을 위해 싸우는 정치를 할 경우 한국의 향후 대일외교는 고이즈미 시대보다 더 버거워질 것임을 예고해 준다.taein@seoul.co.kr
  • [월드이슈] 차별받는 이민 2·3세 ‘자생적 테러범’으로

    |파리 함혜리특파원|지난 10일 적발된 항공기 연쇄 테러 음모는 겉으로는 유럽 사회에 동화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민 2세들이 ‘자생적 테러리스트’로의 변신을 꿈꾸며 끔찍한 계획을 모의했다는 점에서 지구촌의 공포를 더욱 키웠다. 영국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축구 문화를 즐기는 것처럼 비치지만, 실제로 이들은 유럽 문화에 결코 동화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공격 같은 ‘순교의 길’을 걷고자 했다는 것이 영국 경찰이나 미국 국토안보부 등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음모 용의자들이 실제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어떤 관계를 갖고 있었는지, 이들과 알카에다를 섣불리 연결지으려는 데 정치적 저의가 깔린 것은 아닌지, 이들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실제로 테러를 저지르기 직전 단계에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물론 이들이 출현할 수밖에 없는 유럽과 미주 대륙의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바꿔야만 이들을 근절할 수 있다는 반성과 교훈은 논란과는 별도의 몫으로 남는다. ●테러리스트는 이웃에 있다 런던 동부 외곽에 있는 퀸즈로드 104번지. 이슬람 모스크 맞은편의 허름한 벽돌집 앞을 경찰관 2명이 지키고 서 있다. 파키스탄인들이 드나드는 미장원 바로 옆의 이 집에서 런던발 항공기 폭파 음모의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인 의과대학생 와히드 자만(22) 가족이 살고 있다. 와히드의 친구인 아민은 “어릴 때부터 줄곧 알고 지냈지만 그는 성실하고 조용하며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이라며 “뭔가 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네 식품점 주인도 그에 대해 “정치에 별로 관심 없으며 다른 젊은이들을 잘 도와주던 착한 무슬림 청년’이라고 말했다. 와히드처럼 평범한 겉모습의 이들 자생적 테러리스트와 알카에다를 연결짓는 고리는 이들이 대부분 파키스탄계 이민 2세들이며 파키스탄으로부터 테러 실행 자금을 전달받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용의자 일부는 지난해 7·7 런던테러 실행범인 시디크 칸, 세자드 탄위르와 비슷한 시기에 파키스탄 종교학교 ‘마드라스’에 다닌 것으로 영국 경찰은 보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이번 음모를 사전 분쇄하는 데 공이 큰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당국은 자신들이 직접 검거한 7명 중 이번 음모의 주동자격인 라시드 라우프(27)와 마티우 라만(29)이 알카에다 고위직과 연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라우프는 2004년 4월 영국 버밍엄에서 숙부가 피살된 사건 직후 출국했으며, 파키스탄에서 인터넷을 통해 영국의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영국 경찰은 테러범들을 급습한 현장에서 자살 공격을 다짐하는 ‘순교 테이프’를 발견했으며, 이같은 방식은 9·11과 비슷한 알카에다 특유의 방식이라고 밝혔다. 미국 CNN은 16일 이번 테러 음모의 실행 자금으로 지난해 파키스탄 지진 구호자금이 지원된 흔적이 발견됐다는 수사당국의 전언을 전하고 있다. ●종교적 극단과 정부에 대한 증오의 결합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라임 알라프 연구원은 “영국의 다문화 모델이 이제 이민 가정의 자녀에게도 정착됐음을 보여준다.”며 “모두 영국식 교육을 제대로 받았고, 사회 적응도 훌륭하게 하고 있던 젊은이들이 영국을 왜 공격하는지가 큰 의문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자생적 테러가 고착화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이민 2,3세들이 느끼는 차별과 사회에서의 소외감을 들 수 있다. 런던 동부의 무슬림 거주지역인 월섬스토에 사는 이브라임은 “영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이곳에서 학교에 다녔고 영어도 완벽하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완전히 영국 사회에 동화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내 무슬림 청년의 실업률은 25%에 달한다. 같은 또래의 영국 젊은이 실업률이 2.8%인데 비하면 매우 높다. 파키스탄 이민자들의 극단에 가까운 종교적 보수성과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좇는 영국 정부에 대한 증오심도 자생적 테러를 부추기고 있다. 파키스탄이나 카슈미르 출신 무슬림들의 경우, 여자들이 집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사원에도 출입할 수 없을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 젊은이들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부시 행정부와 공동전선을 구축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혹은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점에 적개심을 품고 있다. 지난해 런던 7·7 테러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160만명의 영국내 무슬림 가운데 20%는 자폭 공격을 가하는 범인들의 심경에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선 70%가 테러에 관한 정보를 경찰에 제공할 용의가 있지만,18%는 영국이란 나라에 대해 어떤 충성심도 갖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슬람 학교의 한 교사는 “부모 세대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영국에 이민와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른 것을 추구한다.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통해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접하면서 그들처럼 적(미국과 영국)을 상대하면 안된다고 결심한다.”고 말했다. ●알카에다와 성급한 연결은 잘못 그러나 알카에다와 이들을 연결짓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알카에다를 아프가니스탄에서 분쇄하기 전의 조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나아가 알카에다가 이미 국제적인 규모의 테러를 조직할 수 있는 힘을 잃고 사회운동의 ‘두뇌´로 전환했다는 분석으로 나아간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테러조직을 이해하며’라는 저서를 낸 마크 세이지먼은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이슬람식 사회운동에 뛰어들고 있으며 알카에다는 다만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역시 CIA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한 적이 있는 마이클 슈어는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훈련이나 자금 모집을 통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관계가 지휘나 통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이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과소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끌어지는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우리는 알카에다가 지휘계통을 갖춘 조직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그러나 지휘도 없고 통제도 없는 맹목적인 모방자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논리다. lotus@seoul.co.kr ■ 인터넷서 모의·폭탄제조법까지 익혀 ▶자생(homegrown) 테러란. -2001년 미국의 쌍둥이 빌딩 등을 폭파한 9·11 테러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의해 일어났다면 자생 테러는 본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사람이 국제조직과 연계하거나 영향을 받아 자국민을 상대로 공격을 자행하는 경우다.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테러와 지난해 런던 7·7 테러 등이 대표적이다. ▶활동 특징은. -인터넷 등으로 원활하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인터넷은 국제 정세를 배우고 폭탄 제조법까지 습득하는 총체적 학습장이다. 이들의 방에선 자살폭탄 ‘순교자’의 비디오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지난 6월 사전에 적발된 캐나다 테러처럼 토론토 교외에 군사훈련 캠프를 차리기도 하지만 외국에서 훈련을 받고 오는 경우도 많다. 파키스탄 이슬람 학교 ‘마드라스’가 원리주의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누가 테러리스트가 되나. -어려서 이민을 왔거나 태어난 이민 2세들이 정체성 위기를 겪다가 국내·외의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접촉,‘지하드(성전) 세대’가 된다. 일부는 유복한 가정의 자녀들로, 캐나다 테러의 경우 중산층 10대가 5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이웃들은 이들이 원래 평범했다고 증언한다. 마드리드 테러의 한 가담자는 프로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었고 거사일 직전에도 데이비드 베컴으로부터 사인을 받아낼 정도로 이슬람 원리주의와는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슬람 원리주의는 축구와 음주, 돈벌이를 싫어한다. ▶이들은 왜 테러에 가담하나. -전문가들은 무슬림 이민사회의 높은 실업률 등 ‘통합 실패’를 꼽는다. 무슬림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앵그리 영 무슬림’을 낳고 있다. 영국에선 ‘파키, 파키’라며 연거푸 말하는 것은 파키스탄 등 아시아계 이민자를 경멸하는 뜻이다. 여기에 미국과 영국 등의 편향된 중동 정책이 기름을 붓는다. 이라크 전쟁은 테러 분쇄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바로 그 전쟁 때문에 분노한 젊은이들이 다시 과격 조직에 가담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국제조직과의 연계는. -알카에다는 더이상 단순한 테러조직이 아니다.1979년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시 오사마 빈 라덴이 만든 알카에다는 이제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신 반미·반이스라엘·반서구·반세계화 등을 의미하는 넓은 의미의 사회운동 ‘카에디즘’이 더 무섭게 번지고 있다. 알카에다의 직접 지휘를 받지 않고도 카에디즘을 신봉하며 그들의 수법을 따라한다. ▶자생 테러의 심각성은 어디에. -미국과 그 우방국은 9·11 이후 테러와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자생 테러는 도처에서 터지고 있다. 나라 안에서 싹트는 ‘적’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기는 더 어렵다. 시민들의 공포감은 그만큼 더 커지고 이질적 사회집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따돌림도 자라난다. 서구의 무슬림 사회는 또다른 테러의 피해 집단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상대적으로 감시 소홀한 여성 가담늘어 ‘테러리스트들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10일 영국에서 적발된 항공기 연쇄 테러 용의자 24명 가운데 3명의 여성과 어엿한 직업을 가진 중년 남성, 대학 교육까지 마친 청년이 포함돼 있어 이들이 어느 순간 테러리스트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6일 지적했다. 이들은 극단주의자로 분류되기 어렵다는 사실 때문에 테러리스트로 쓰임새가 넓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여성이 테러에 관련된 것은 “우리들이 테러리스트에 대해 가졌던 기존 관념을 모두 내던지는 것”이라고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싱크탱크 란드 법인의 정책 분석가 파르하나 알리는 말했다. 런던 동부 월섬스토에서 체포된 코사르 알리(23)는 생후 8개월된 사내 아기를 둔 어머니였다. 영국은행은 지난주 그녀의 은행 계좌를 동결했다. 그녀는 남편 아메드 압둘라 알리와 함께 구금됐다. 이들 부부는 액체 폭탄을 젖병에 넣어 기내에 들어가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란드 법인의 알리는 “최소한 3명의 여성 자살폭탄 테러범이 이라크에 있다.”면서 “지난해 11월 미군 호송대에 자폭공격을 가했던 벨기에 여성은 최초의 서양인 여성으로 성전이란 이름 아래 테러를 감행했다.”고 말했다. 알리는 “여성도 남성처럼 분노하고 환멸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은 권력 기관의 감시를 덜 받기 때문에 테러리스트 집단에게 “훌륭한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슬림 극단주의 집단에서 여성들은 보조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지도자로 활동하기보다는 자금을 운반하거나 급사로 일하며 무기를 나르는 일 등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정보기관 요원들은 이번에 검거된 여성들이 항공기 테러 음모를 꾸민 조직의 일원일 것이라고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 기술(IT)과 같은 보조 업무에 얼마든지 여성들이 일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아기가 자폭 공격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과거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공항 보안요원들은 승객들이 갖고 오는 젖병에 폭발성 물질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맛보아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삼성 성공비결은 인재중시 경영”

    |도쿄 이춘규특파원|세계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삼성의 역동적이고 치밀한 인재 경영술을 배워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에서 화제다. 식지않는 삼성 탐구 열기를 보여주는 한 예다.7일 발행된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 최신호는 삼성 특집을 통해 ‘인재제일(人材第一)’이라는 창업자 고 이병철 전 회장의 인재중시 경영이 오늘의 삼성을 일군 기본적인 정신적 토대가 됐다며 이를 분석했다. 이같은 인재중시는 현 이건희 회장에게도 계승돼 이 회장이 “21세기는 비범한 천재 한 명이 수만명을 먹여살린다.”라거나 “인재가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두뇌천국을 만든다.”고 강조한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닛케이 비즈니스는 “삼성전자의 경우 매출의 약 85%, 이익의 90% 가까이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삼성으로서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개척할 ‘터프한(거친)’ 인재육성은 문자 그대로 생명선”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삼성으로서는 해외시장개척을 위해 중국·인도·러시아 등 ‘지역전문가’를 집중적으로 육성,‘신흥시장을 개척하는 첨병’으로 양성하고 있고 이 첨병들이 삼성으로 하여금 일본 기업들을 뛰어넘게 했다고 지적했다.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와의 장문의 인터뷰기사를 통해 인재 육성과 끊임없는 변화의 시도, 신흥시장 돌파라는 삼성의 ‘공격 경영’을 조명했다. 윤 부회장은 “오늘의 삼성과 내일의 삼성은 같지 않다.”면서 “연속해서 존재하지만 확실히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의 큰 변신의 계기는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제창한 ‘신경영’이라는 이념이라고 말했다.“시대와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우리 자신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는 강력한 메시지”였다는 것이다.“처자식을 빼고 모두를 변화시켜라.”는 이 회장의 발언이 핵심이다. 삼성이 정말 변하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 놓였을 때라고 윤 회장은 강조했다. 당시의 위기감은 엄청났기 때문에 본질적인 변화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윤 부회장은 아울러 나라도, 기업도 폐쇄적이면 발전할 수 없다면서 한국도, 일본도 폐쇄성이 강한 편이라고 우려하며 개방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핵심단어는 기술적으로도, 법·제도적으로도 ‘융합’”이라고 지적하면서 “컴퓨터,TV, 무선, 휴대전화, 방송, 통신이라는 것들이 브로드밴드(고속대용량)에 완전히 하나가 돼 구별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적 부품과 마케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taein@seoul.co.kr
  • [강석진 칼럼] 판사와 브로커

    [강석진 칼럼] 판사와 브로커

    브로커로부터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 부장판사의 구속 여부가 남북장관급회담이 결렬된 지난달 13일부터 줄기차게 보도되고 있다. 일반인이라면 벌써 구속되고 끝났을 일이지만 법조 비리가 되면 뉴스 밸류가 치솟는다. 최악의 법조 비리라는 이번 사건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10년동안 발생한 판사 비리 사건들을 나열해 보니 한가지 경향이 눈에 띈다. 갈수록 비리의 내용과 질이 악화되고 있다. 의정부 사건 때는 변호사로부터 떡값을 받은 정도였고,2004년 춘천 법조 비리 때는 변호사로부터 판사가 성접대를 받았다. 윤상림 사건에서는 브로커가 등장하고, 김홍수 사건에 이르면 브로커로부터 청탁과 뇌물을 받기에 이른다. 어울려서는 안 될 판사와 브로커가 한데 어울리게 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변호사도 모자라 브로커까지 청탁이 통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혀내야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수한 두뇌집단인 법조계가 수십년동안 내놓았던 대책들이 무용지물이었는데 뾰족한 대책이 갑자기 나올 리 없다. 얼마전 법복을 벗은 한 변호사는 비리 사건과 관련,“현실적 대책이 별로 없다. 판사 개개인에 달려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역으로 지금까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거슬러 가 보자. 지금까지의 처방으로는 비리를 막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표만 내면 봐 주는 온정주의 관행은 여론의 집중타를 맞고 있다. 당연해 보인다. 판사들의 비리가 일반인보다 너그럽게 다스려져야 할 이유는 없다. 보복률로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 등 메소포타미아법은 귀족이 범죄인일 경우 낮은 신분의 범죄인보다 한층 가혹한 형벌을 가했다. 고대 인도 문명의 법전인 마누 법전에도 “천민인 수드라가 범한 도둑질에 대해서는 훔친 물건의 8배, 평민인 바이샤의 경우에는 16배, 무사계급인 크샤트리아의 경우 32배, 가장 윗 계급인 브라만의 경우 64배,100배, 혹은 64의 2배를 부과하여야 하니, 그는 잘잘못을 아는 자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3000년전에도 높은 신분과 무거운 책임은 동반자였다.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들이 어떻게 집행됐고, 얼마나 효과를 거두었는지, 왜 실효성이 떨어졌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공직자부패수사처나 부패방지책을 수립하고 평가분석하기 위한 외부인 참가 조직이 필요하다. 비리 위험원을 발견하고 예방하는 사전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혐의를 받고 있는 부장 판사의 경우 재임 중 동료 판사에게 자주 청탁했다는 말이 법원 안팎에 나돈다. 한 판사는 “여기저기서 부장판사로부터 청탁받은 경험을 말하더라.”라고 전한다. 수년 수십년 청탁이 오가는 동안 법원은 스스로 위험원을 발견하고 경고하고 자정하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화되고 있지만 격무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판사들은 억울해한다.‘검찰은 더해’라는 말도 속삭여진다. 그러나 수돗물에 하수돗물을 조금이라도 섞으면 마실 수 없는 물이 된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위기다. 브로커와 판사가 “섈 위 댄스(Shall we dance?)”라며 붙어 돌아가는 한 신뢰는 돌아오지 않는다. 잘잘못을 아는 법관들이라면 깨끗하게 사는 법부터 익혀야 할 것이다. sckang@seoul.co.kr
  • [일요영화]

    ●달콤한 인생(XTM 오후9시50분) 이병헌·김영철 주연,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누아르 액션 역작. 누아르의 본질은 니체식으로 말하자면 운명에 대한 사랑,‘아모르-파티(amor-fati)’다. 운명에 대한 사랑이란 단순히 체념을 뜻하는 게 아니라 내 운명이라면 당당히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어떤 고난이 닥쳤을 때 ‘이게 내 운명이야.’라며 체념하는 것과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나라도 사랑하겠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보스 강 사장의 절대 신임을 받고 있는 냉철한 해결사 선우. 확고한 충성심 덕분에 한 가지 내밀한 지시를 받는다. 숨겨둔 젊은 애인이 바람이 난 것 같은데, 사실이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처단하라는 것. 그러나 선우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그녀를 살려주고, 강 사장은 이를 빌미로 외려 선우를 죽이려 든다. 선우는 필사적으로 탈출한 뒤 강 사장은 물론 조직 전체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 과연 선우는 젊은 애인을 살려주는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몰랐을까. 그 젊은 애인을, 강 사장의 의심처럼 사랑해버린 것일까. 아니면 강 사장은 젊은 애인에 비해 늙어버린 자신을 보호할 핑곗거리가 필요했던 것일까. 혹은 조직의 핵심으로 우뚝 서고 있는,2인자치고는 너무도 강인하고 치밀한 선우가 부담스러웠을까. 영화는 도입부에서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은 바람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라는 선문답을 던진다. 강 사장과 선우는 서로에게 배신의 이유를 전가하고 있지만, 사실 그 이유는 두 사람 모두의 가슴 속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순간, 어찌됐건 그 자체를 서로에 대한 운명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감각적인 영상의 바탕 위에, 이병헌의 섬세한 연기와 사극에서 검증받은 김영철의 선굵은 연기는 물론 악역으로 나왔던 황정민의 비열한 연기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최고 화제작으로 꼽혔다.120분. ●와일드 씽(MGM 밤1시10분) 유명 스타가 없는 데다 스토리 전개까지 복잡해 국내에서는 극장에 걸리지도 못하고 바로 비디오가게로 직행한 영화다. 거꾸로 얘기하면 거품이 없는, 진정한 드라마를 선보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는 ‘묻힌 진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거짓 성폭행 사건으로 생긴 거액의 합의금을 두고 벌어지는 두뇌싸움과 반전이 기막힐 정도다. 과연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인가. 낭중지추란 말처럼, 케빈 베이컨의 호연이 빛난다.1998년작,107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공부와 기억의 메커니즘/이상건 서울대 의대교수

    학생들의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되었다. 자주 바뀌는 데다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입시정책 때문에 공부를 잘해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지가 걱정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집에서 기말고사 준비에 애쓰는 아이들을 보면서 기억과 관련하여 ‘공부 잘하는 법’이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학습은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과목이 이해를 우선으로 하고 있으나 이해한 것도 기억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기억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강력한 감정이나 동기가 개입되면 기억이 잘 된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주 어려운 게임 방법을 어린 학생들은 별로 어렵지 않게 습득한다. 그러나 공부를 이렇게 즐겁게 할 수는 없다. 한 번만 보고도 기억하는 기막힌 두뇌도 있으나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의 경우는 꾸준한 반복 학습이 필요하다. 기억은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만일 기억이 없다면 ‘나’도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영화 ‘다크 시티’에서는 외계인들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파악하기 위하여 기억을 조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메멘토’에서는 기억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는 비참한 인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므로 방금 일어난 일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실제로 이럴 수 있는가? 뇌 속에는 해마라고 하는 ‘바다 속의 해마’를 꼭 닮은 구조물이 양쪽 대뇌 반구에 하나씩 있다. 이 구조물은 얼마 동안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므로 양쪽 해마가 모두 손상을 받으면 새로운 기억을 담아두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해마는 정보를 실은 배가 들어오는 부두의 임시 기억저장창고이다. 임시 저장창고의 기억들은 이후에 좀더 장기간 저장 가능한 영역으로 이동한다. 예를 들어 시각과 관련된 기억은 머리 뒤꼭지의 시각 중추 쪽으로 이동하여 보관된다. 이때 이동 경로는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다. 부두의 임시 저장창고에서 장기 저장창고로 이동하는 도로라고 할 수 있다. 정보를 실은 차량들이 이 도로를 이용하여 달린다. 기억을 꺼내는 과정은 반대로 이 저장창고에서 정보를 가져 나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샛길밖에 안 되는 이 길이 쓰면 쓸수록 다져지고 넓어진다. 기억을 하려고 반복해서 노력하면 신경세포 사이에서 새로운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 단백질의 작용으로 세포간의 연결이 강화된다. 새로운 길도 자꾸 생겨서 우회도로 역할을 한다.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이 치매에 저항력이 있는 이유는 이러한 우회도로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 일부분에 손상이 있어도 다른 길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억의 강화효과는 당연히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다음은 반복이다. 한 번에 모두 암기하려고 애를 써도 일부분만이 기억되는 것이 정상이다. 다음날이면 기억이 안 나는 것이 더 많다. 반복 없이는 전체를 기억할 수 없다. 또한 생소한 내용일수록 잘 저장될 확률이 떨어진다. 그러나 반복 학습을 하면 이미 기억하고 있는 부분이 익숙한 기억으로 작용하므로 전체를 기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그러므로 공부는 꾸준히 하면서 항상 지난번 공부한 부분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선생님이 설명해준 내용을 빨리 복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에 기억이 잘 안 된다고 머리를 쥐어뜯지 말고 계속하다 보면 6개월 뒤에는 같은 노력만으로도 성적이 올라가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결국 다 아는 이야기라고?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기억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니까. 다만 자녀들이 처음에 들인 노력에 비하여 결과가 시원치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그 노력을 유지하도록 격려를 해 주시기를 바란다. 기억에는 동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부모의 믿음과 격려만큼 중요한 동기가 있겠는가? 이상건 서울대 의대교수
  • ‘김병준 논문파문’ BK21에 불똥?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논문 파문으로 두뇌한국21(BK21) 사업 전반을 전면 감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감사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감사원은 3일 “언론 등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에 대해 모니터링 차원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 분석한 뒤 감사 실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격 감사에 착수하기에 앞서 관련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 ‘예비 감사’를 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감사원은 이 결과에 따라 논문 중복게재를 비롯한 부실 보고 현황과 예산 집행 내역, 평가의 적절성 등 BK21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면 감사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1단계 BK21 사업의 경우, 관련 서류가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작한 2단계 사업에서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을 많이 개선했다는 점도 감사원을 맥풀리게 하고 있다. 교육부와 BK21 사업을 위탁받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은 이번 사태와는 별개로 지난 1일 ‘BK21·NURI 사업관리위원회’(BNC)를 출범시켰다. 그동안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온 BK21 사업과 지방대 혁신역량강화(NURI) 사업 전반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었다.BNC에서는 관련 자료의 전산에서부터 상설 평가관리 체제 및 체계적인 목표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에 따라 감사원의 감사는 1단계 BK21 사업의 문제점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2단계 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 관계자는 “문제를 개선했다고 과거 잘못이 모두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선안을 만들었다고 해도 문제가 남아 있을 수 있다.”면서 “단순한 잘못뿐 아니라, 제도 자체의 문제점까지 개선하도록 하는 ‘시스템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개선과는 별도로 이번 사태로 불거진 허위·중복 보고 등 윤리적인 문제를 비롯해 평가의 적절성과 평가관리 등의 개선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논문 중복보고 등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행·재정적 제재를 얼마나 강화했는지, 보고 논문을 정확히 평가하는 방안이 갖춰졌는지 등의 여부가 이번 감사의 집중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김재천 장세훈기자 patrick@seoul.co.kr
  • 도덕성 흠집 ‘王의 남자’ 13일만에 “집으로”

    도덕성 흠집 ‘王의 남자’ 13일만에 “집으로”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7월21일 취임사에서) “가족과 함께 쉬고 싶다.”(2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사의를 표명한 이후) ‘왕의 남자’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그리던 ‘미래 교육 청사진’에 대한 야망은 13일만에 한 가장으로서의 복귀로 소박하게 바뀐다. 그에게는 ‘상처뿐인 영광’을, 교육계에는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적 필요성을 일깨워준 그간의 행적을 짚어본다. ●예정된 파국 속, 불안한 출발 김 부총리가 교육부 수장으로 내정된 것은 지난달 3일.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을 교육부총리로 임명한다는 청와대 발표에 ‘민심을 외면한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교육계에서는 교육 분야에는 문외한이라는 점을 들어 임명을 반대했다. 이런 기류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공세로 가시화됐다. 병적기록부상 학력 기재 오류와 자녀의 외국어고 편입학 등 개인 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는 무뎠다. 결국 그는 지난달 21일 제7대 교육부총리로 취임했다. ●의혹에 묻혀버린 교육개혁의 꿈 그의 교육개혁에 대한 열망은 컸다. 참여정부 개혁정책의 기수답게 취임 일성은 교육개혁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였다. 이를 위해 대학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취임 3일만인 지난달 24일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을 시작으로 국민대 교수 재직 당시 썼던 논문과 관련한 의혹이 잇따라 언론에 보도되면서 교육부 수장으로서 위상은 큰 타격을 입었다. 두뇌한국21(BK21) 사업과 관련, 논문 실적 이중보고와 과거 논문 ‘재탕’ 논란이었다. 지난달 31일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인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하는 대가로 연구용역을 수주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는 이런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제자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한국행정학회에 표절 심의를 요청했다. 논문실적 중복보고에 대한 경위를 자세히 해명하고 실수를 인정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 하지만 여론은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악화만 될 뿐이었다. ●국회에서의 마지막 해명 야 4당 등 정치권은 물론 교원·학부모·시민단체, 학계의 퇴진 촉구 성명이 잇따랐다. 그로서는 부총리라는 직책에 앞서 학자로서의 명예까지 손상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일요일인 지난달 30일 청사에 나와 직접 쓴 ‘사실을 밝힙니다’라는 해명서를 기획홍보관리관을 통해 발표했다. 각종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한 뒤, 국회가 청문회를 통해 진실을 밝혀줄 것을 호소했다. 여권에서도 깜짝 놀란 ‘정공법’이었다. 하지만 그가 기대하던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1일 사실상의 두번째 청문회나 다름없는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의원 질의에 강하게 반박하는 등 자신의 억울함을 해명하는 데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전날 “사퇴는 무슨 사퇴냐.”며 쏟아지는 언론의 추적취재에 불편한 심기를 보였던 그는 2일 아침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물러날 것임을 밝혔다. 부총리로 내정된 지 꼭 한 달 만이었다. 교육개혁을 향한 ‘왕의 남자’의 꿈은 의혹제기와 해명의 줄다리기 끝에 이렇게 물거품이 됐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사설] 상처만 키우는 김병준 파문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어제 국회 교육위에 출석했으나 끝내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와 한명숙 총리도 여론을 더 살핀 뒤 김 부총리의 진퇴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김 부총리가 교육수장으로 정상 직무에 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상처를 키우지 말고 김 부총리의 거취를 빨리 마무리짓는 것이 옳다고 본다. 김 부총리는 교육위에서 논문표절·중복게재, 연구비 이중수령, 연구용역 거래 의혹에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두뇌한국(BK)21사업 결과보고에서 한건의 논문을 두건으로 부풀리기했다는 의혹에는 “실무자 실수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의도성과 관계없이 BK21사업과 관련해 논문 부풀리기를 한 것만으로 김 부총리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었다. 그외에 대부분 의혹 제기를 “남들도 하는 일”이라고 강변하는 게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가. 청와대와 한 총리도 오판하면 안 된다. 김 부총리의 오류를 추궁하기 위한 국회 교육위가 갑자기 열려 의원들의 준비가 부실했다. 김 부총리에게 언론보도 내용을 되묻는 수준이었다. 미흡하기 그지없는 교육위 공방을 보고 “김 부총리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 이제 김 부총리를 유임시키면 대학개혁은 물론 교육정책 전반이 힘을 잃을 게 틀림없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인사검증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부총리의 문제점들을 전혀 거르지 못했다. 지난해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낙마 때 호되게 당하고도 여전히 인사검증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잘못은 빨리 바로잡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정서를 무시한 채 오기로 버텨서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야당은 김 부총리가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여야간 정치 갈등을 증폭시키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 부총리의 상식적인 결단이 있기를 바란다.
  • [김부총리 청문회 이후] 與도 날선 추궁… 김부총리 적극 반박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표절 논란 등을 규명하기 위해 1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여야 교육위 소속 의원들과 김 부총리 간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제자 논문 표절 ▲연구비 이중수령 ▲논문 실적 중복보고 ▲논문 중복게재 ▲‘학위 거래’ 등 5대 의혹을 집요하게 추궁하며 김 부총리의 해명을 요구했다.여당의 정봉주 의원만이 김 부총리측 입장에 섰다. 우선 김 부총리가 2001년 국민대 교수 시절 제자인 진모 당시 성북구청장으로부터 1억원대 연구용역을 수주하고 이듬해 그의 박사학위 논문 통과에 편의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학위 거래’ 의혹에 질의가 집중됐다.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지도교수 입장에서 제자인 구청장으로부터 용역을 받은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같은 당 김영숙 의원은 “용역 받은 대가로 박사학위 논문(통과시키고), 겸임교수(자리 제공하는) 등 여러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논문 실적 중복보고’ 및 ‘연구비 중복 수령’ 의혹에도 질의가 쏟아졌다.열린우리당 최재성 의원은 “김 부총리가 학술진흥재단에 연구과제로 작성된 논문을 ‘BK(두뇌한국)21’ 사업의 실적으로 보고했으며,(BK21 사업 전인)1998년 8월 지방자치학회보에 실린 논문을 BK21(실적)에 포함시켰다.”고 지적했다.같은 당 김교흥 의원도 “1996년 발표한 (연구)부분이 2000년 2월 BK21(실적)에 들어가게 된 배경이 뭐냐.”면서 “실적 부풀리기”라고 했다. 김 부총리의 1988년 6월 한국행정학회 발표 논문이 사망한 제자 신모씨의 1988년 2월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한 게 아니냔 의혹에 대한 해명 요구도 있었다. 김 부총리는 일부 ‘서류상 실수’를 인정한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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