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두뇌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차량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밀항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소동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포도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258
  • [설선물 가이드] 일동후디스-아기부터 부모님 건강선물 다양

    [설선물 가이드] 일동후디스-아기부터 부모님 건강선물 다양

    친환경식품 전문기업 일동후디스가 실속 있는 ‘설선물세트 34종’을 출시했다. 부모님께 선물하기 좋은 건강기능·영양식품과 실속만점 유기농·웰빙세트, 건강차 등 1만~10만원대로 폭넓게 선택할 수 있다. 1만~2만원대 건강차로는 ‘후디스 건양밀과 호두·잣·율무차 세트 4종’이 있다. 곡류의 식물성 영양성분 및 각종 비타민과 레시틴까지 보강해 아침식사 대용이나 영양 간식으로도 좋다. ‘웰빙두유 2종 세트’는 두뇌 영양성분 ‘오메가3 두유’와 항산화 성분 안토시아닌이 들어간 ‘후디스 검은콩·검은깨·흑미·고칼슘 두유’로 구성됐다. 2만~3만원대는 철분영양제 및 유기농·웰빙 건강세트가 있다. 6개월 이상 아기를 위한 ‘헤모틴틴 베이비’와 어린이용 ‘헤모틴틴키드’ 등 철분을 제품화시킨 ‘헤모’시리즈를 연령대별로 구성했다. 5만~10만원대 뉴질랜드와 호주의 고품질 청정 초유를 사용한 성인용 초유제품 ‘초유의 힘’과 어린이용 ‘초유밀플러스 키드’는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뼈가 약해 고생하는 부모님에게는 ‘글루코사민’, 갱년기에 좋은 ‘감마리놀렌산’과 중·장년층 여성의 젊음 충전에 도움을 주는 ‘일동 코큐텐100㎎’ 등도 추천한다. 매장과 인터넷(www.mibaby.com)에서 판다.
  • “예산 절반 무상급식에 쓰라고?”

    김신호 대전시교육감이 무상급식에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교육감은 20일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무상급식의 근본 취지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영양결핍으로 두뇌·신체 발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잘사는 학생은 원칙적으로 무상급식 대상이 아니며,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핀란드와 스웨덴 두 나라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의 이날 입장 표명은 염홍철 시장이 앞서 시교육청에 무상급식 비용 부담비율을 ‘시 50%, 구청 20%, 교육청 30%’로 수정제안한 것에 따른 것이다. 김 교육감은 “급식 혜택을 받는 것이 창피함이나 상처를 줄 수 있다고 하는데 가난이 죄이고 창피한 일이냐.”면서 “어려운 학생들에게 당당하게 도움받고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돼 남을 도와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며, 학생들의 상처가 우려된다면 정부에서 학생 이름으로 급식비를 납부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교육청의 가용예산 2080억원 중 초·중·고 무상급식비로 1081억원을 쓰면 나머지 1000억원으로 어떻게 교육을 하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시의회와 논의를 거쳐 다음달 말까지 대안을 다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상급식에 대한 시내 5개 구청장의 입장도 제각각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스마트폰 진화… 태블릿폰 시대로

    스마트폰 진화… 태블릿폰 시대로

    ‘먹성 좋은 스마트폰, 태블릿·노트북PC 시장까지 다 삼켜버릴까.’ 3.5인치에서 4인치, 이제 5인치 대화면까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다. 올해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의 대화면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태블릿·노트북PC와도 경쟁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폰’이 등장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올해 델의 5인치 스마트폰 ‘스트릭’(Streak) 등 대화면 스마트폰 3종을 주력 라인업에 포진시켰다. 주목을 받는 제품은 스트릭. 현재 국내외에 출시된 스마트폰 중 최대 크기의 화면 때문에 ‘태블릿 폰’으로 불린다. 시원한 화면의 태블릿PC의 장점을 흡수해 스마트폰에서 PC 화면을 구현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세계 첫 듀얼코어 CPU(중앙처리장치)를 탑재한 LG전자의 옵티머스2X 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두뇌에 해당하는 ‘CPU’ 코어가 2개인데다 고해상도 영상·음력 출력(HDMI) 단자를 제공, 대형 스크린에서도 프레젠테이션이 가능하다. SKT가 1분기에 출시하는 갤럭시S2, 모토롤라 아트릭스도 듀얼코어로 무장하고 있어 스마트폰이 노트북PC 시장도 일부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사 등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각각 특화해 팔 수 있는 ‘1+알파’의 시장 구도를 원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진화 속도로 볼 때 기존 태블릿 시장도 잠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4인치 크기의 베가엑스를 선보인 팬택은 올 상반기 중 4.3인치 이상의 대화면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결합한 ‘태블릿폰’을 개발 중이다. 임성재 팬택 마케팅본부장은 “스마트폰이 PC의 보완재에서 앞으로 대체재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이 치열하게 경쟁해 태블릿PC를 개발하고 있지만 차세대 디바이스는 태블릿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PC 시장도 성장폭이 줄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인 IDC·가트너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935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늘었다. 당초 증가 전망치 4.8%를 크게 밑돌았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태블릿 PC를 대거 출시하면서 태블릿으로 재편되고 있다. SKT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대화면에다 듀얼코어, DDR2 메모리 등 고성능 하드웨어를 탑재해 PC를 추격하고 있고, 태블릿PC는 스마트폰의 음성·영상 통화 등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지향하고 있다.”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간의 경계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블루칩’ 박희순 “‘가비’서 새로운 고종 표현할 것”

    ‘블루칩’ 박희순 “‘가비’서 새로운 고종 표현할 것”

    작품마다 변신을 거듭하는 연기파 배우 박희순이 3년이 넘는 사전작업과 환상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가비’(감독 장윤현, 제작 오션필름)에서 고종황제로 분한다. 영화 ‘세븐데이즈’, ‘작전’, ‘맨발의 꿈’ 등 매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박희순은 김탁환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원작으로 한 기대작 ‘가비’에 캐스팅돼 충무로의 ‘휴식없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가비’는 구한말을 배경으로 고종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대피했던 아관파천 시기, 스파이들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려는 고종을 암살하기 위한 비밀작전을 그린 첩보 멜로물이다. 박희순과 주진모, 이다해, 유선 등 쟁쟁한 배우들이 모여 아우라를 발산할 화제작 ‘가비’에서 박희순이 맡은 역은 조선의 마지막 임금이자 암살의 위기에 처한 고종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틀어 처음으로 왕을 연기하게 된 박희순은 “‘가비’의 원작인 ‘노서아 가비’를 읽었을 때부터 이 작품에 무척 끌렸다.” 며 “고종의 내면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심 중이다. 어렵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도전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비’는 ‘접속’으로 유명한 장윤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3년이 넘는 사전 기획단계를 거친 충무로 최고의 기대작이다. 한편 현재 박희순은 ‘가비’에 앞서 법정 스릴러 ‘의뢰인’(감독 손영성, 제작 청년필름) 촬영에 한창이다. 박희순, 하정우, 장혁 연기파 배우 세 명의 만남으로 캐스팅 초반부터 화제를 모은 ‘의뢰인’은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를 두고 변호사와 검사 간에 펼쳐지는 치밀한 두뇌싸움을 다룬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박사과정 300명에 학비 지원

    올해부터 국내 대학원에 재학 중인 박사과정생 300명을 선발해 매년 3000만원씩 2년간 6000만원을 지원한다. 박사급 고급 두뇌들이 학비와 생활비 걱정 없이 학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노벨상 후보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신청서 접수는 18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이고, 신청서는 한국연구재단 홈페이지(www.nrf.re.kr)에서 내려받으면 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10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KBS1 오후 11시 40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일생 동안 뇌발달이 가장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가 바로 유아기. 인간의 두뇌는 유아기 때 이미 80퍼센트가 완성된다. 두뇌 발달에 중요한 뇌세포 연결망인 ‘시냅스’가 왕성하게 형성되는 시기가 바로 3세부터 6세까지다. 이 결정적인 시기에 어떻게 아이들의 두뇌개발을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위기탈출 넘버원(KBS2 오후 8시 50분) 우리 아이의 유치가 지금까지 몇 개나 빠졌는지 세어 보았는가. 지금 우리 아이의 잇몸에 유치가 남아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유치는 당연히 빠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많은 부모들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 유치를 제때 뽑지 않았을 때의 위험성과 유치가 빠지는 시기, 예방법 등을 알아본다. ●장애인 희망프로젝트 함께 사는 세상(MBC 낮 12시 25분) 열여섯살 수진이는 무대를 누비며 자신의 연기를 펼치는 배우가 꿈이다. 태어나자마자 염색체 이상으로 다운증후군 1급 판정을 받은 수진이. 엄마 전정옥씨는 딸의 가슴 속에 강한 희망을 품게 도와주었다. 지금은 예쁜 소녀로 자라 매일 꿈을 위해 두 시간씩 연기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수진이를 만나 본다. ●감성여행 내 안의 쉼표(SBS 오후 6시 30분) 발표와 동시에 문학계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1990년대 문학을 대표했던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의 하일지 작가가 등단 21주년을 맞아 작품 탄생 비화를 공개한다. 하일지 작가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자 ‘경마장 가는 길’과 관계 있는 단양 여행에 하일지 작가와 중앙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함께 동행한다. ●하버드 특강 정의(EBS 오후 11시 10분) 네 번째 시간에는 자유지상주의와 미국 독립선언에 큰 영향을 준 철학자이며, 많은 사상가에게 큰 영향을 끼친 존 로크에 대해 강의한다. 그가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을 옹호한 건 어쩌면 북아메리카 식민지 중 하나의 행정관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유지상주의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로크의 사상을 함께 공부해 본다. ●경찰25시(OBS 오후 11시 5분) 얼마 전 전자 발찌를 끊고 초등학교 3학년 남자 아이를 성폭행하고 도주했지만, 다시 붙잡힌 ‘여만철 사건’이 이슈가 된 바 있다. 조사 과정 중 그는 “남자 아이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경찰들은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피해 아동의 진술 내용에 담긴 남자의 행각은 가히 엽기적이기까지 한데….
  • 80년전에 바라본 2011년… 얼마나 맞혔을까

    80년전에 바라본 2011년… 얼마나 맞혔을까

    과거와 미래에 대한 관심은 인간의 원초적인 호기심과 맞닿아있다. 과학적으로 불가능이 입증된 ‘타임머신’이 ‘인류가 생각한 가장 매력적인 기계’로 꼽히는 이유다. 특히 미래에 대한 상상은 인류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돼 왔다. 앨빈 토플러는 1980년 ‘제3의 물결’을 통해 정보화 사회의 도래를 예견했고, 롤프 옌센은 20년전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오늘날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20세기 초반 전 세계에서 가장 명석한 두뇌를 가졌던 석학들은 오늘날 인류의 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미국 abc방송은 1931년 당대의 석학들이 뉴욕타임스에 80년 뒤인 2011년, 올해의 사회상을 예측한 내용을 4일(현지시간) 공개하고, 그 정확도를 평가했다. abc방송과 함께 분석을 진행한 티모시 맥 세계미래사회 회장은 이들에게 ‘C’학점을 줬다. 자신의 분야에서는 독특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다른 분야에서는 문외한의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당시 GE연구소 창립자인 윌리스 휘트니는 “현재 35%의 미국인이 나무로 난방을 하고 있지만, 80년 뒤에는 모두 전기히터와 에어컨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정확히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하고, 이 차들이 주차할 수 있도록 공중에 차를 거는 장치도 개발될 것”이라며 기술 발전 속도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했다. 여전히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평가받는 메이요 클리닉 설립자 윌리엄 메이요는 “2011년에는 콜레라, 페스트 등 거의 모든 전염병이 정복될 것”이라며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문명국 남성의 평균수명은 58세에서 70세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페스트균은 그의 말대로 사라졌다. 그러나 현재 미국 남성의 평균기대수명은 78세다. 그나마 오늘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한 사람은 사회변동론과 문화지체를 주창해 명성을 떨친 사회학자 윌리엄 오그번이다. 오그번은 “정부의 역할이 더욱 늘어나고, 직장내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거의 비슷해질 것”이라며 “빈곤층이 60%에 이르는 현 상황도 해결된다.”고 장담했다. 오그번은 이와 함께 “직접 버튼을 누르지 않고 모든 것을 작동할 수 있는 마법의 리모컨이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그러나 인구예측에 있어서만은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당시 1억 2400만명이던 미국 인구가 2011년에는 1억 4000만명이 될 것으로 봤다. 지금 인구보다 1억 6000만명 적게 본 셈이다. 반면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미래는 칙칙하고 재미없겠지만, 어쨌든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았고, 다른 석학 대부분도 예측에 대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는 등 엉뚱한 내용으로 일관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Weekly Health Issue] (45)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Weekly Health Issue] (45)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전문의들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인성을 무너뜨리는 병’이라고 말한다. 적응이 전제조건인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충동성이 강한 탓에 타인에게 크고 작은 위해를 가할 잠재적 위험성을 키우는 병이기 때문이다. 집중을 못해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각종 사고나 중독 위험도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어려서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애들이 다 그렇지.”라면서 문제시하지 않는다. 이런 ADHD에 대해 을지대 강남을지병원 성장학습발달센터 황준원 교수로부터 듣는다. ●먼저, ADHD란 무엇인가 ADHD는 뇌의 발달과 연관된 신경 발달장애로, 주의력결핍(부주의)·과잉행동·충동성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질환이다. 또 유병률이 5∼8%에 이를 만큼 심각하기도 하다. ●ADHD가 왜 문제가 되는가 치료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다음에 제시한 문제의 위험성이 최소 5배에서 많게는 수십배까지 증가한다. 우선, 학업이나 직업상의 문제가 초래돼 단순노무직 종사 비율이 높아지게 되고, 반항적 도전장애·품행장애·우울증·불안장애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갖게 된다. 또 교통사고나 범죄 연루 비율 및 각종 사건·사고를 경험할 위험도가 높고, 술·담배·마약·인터넷 등 중독성 사안에 쉽게 노출되게 된다. ●왜 이런 질환이 생기는가 원인은 소아청소년기 두뇌 발달, 특히 주의력을 담당하는 뇌부위의 가벼운 발달부진으로 설명한다. 이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관련 유전자의 기능 부진 ▲대뇌의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결핍 ▲이들의 주작용 부위인 전두엽·기저핵·소뇌 등의 기능 부진이 문제라고 본다. ●증상을 병기별로 설명해 달라 환아들의 과거력을 조사해보면 태아 때부터 유난히 발길질 등 몸놀림이 많았고, 영·유아기에는 까다로운 기질, 즉 먹고 자고 행동하는데 있어 뭔가 키우기 어렵고 쉽게 달래지지 않는 기질을 보였다는 보고가 많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만7세 이전에는 정상 아동과의 구분이 어려운 반면 취학 직전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특징적인 주의력결핍이나 과잉행동·충동성의 진단기준에 부합하는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후 사춘기를 지나면서 증상의 양상이 바뀌는데, 과잉행동의 경우 외견상 부산스럽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안절부절못하고 자주 답답함을 느끼는 식으로 변형되며, 충동성의 경우 단순히 자신의 차례나 순서를 못 기다리는 것을 넘어 또래들이 일반적으로 주저하는 위험한 행동을 겁 없이 저지르곤 한다. 또 부주의 증상은 계획성 부족, 대책없이 미루기, 마무리를 못 지음, 몽상 또는 백일몽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다 청소년기와 성인기를 지나면서 유형을 특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제들을 드러내게 된다. ●임상적 관점에서 정상인과 질환자를 구분하는 증상 기준은 무엇인가 아동기에는 설문지(K-ARS·표 참조)에 나타난 진단기준을 사용한다. 부주의 9문항, 과잉행동·충동성 9문항 중 어느 한 쪽이라도 6개 이상 해당되면 ADHD로 진단하게 된다. ●어떻게 검사·진단하는가. 자가진단법도 소개해 달라 진단은 주요 병력·발달력을 검토하여 ADHD의 특징적인 경과를 따르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다양한 주의력검사를 통해 현재의 주의력결핍·충동성 수준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가진단을 위해서는 ‘단축형 코너스’라는 척도표를 주로 이용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우선 적용한다. 약물치료는 대뇌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 계통을 조절함으로써 증상을 전반적으로 호전시키는 방법이다. 인지행동치료를 위해서는 부모와 아동이 질환으로 인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또 소집단 훈련을 통해 아동이 취약한 인지적 결함과 행동 특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전략을 다양한 기법을 통해 습득하게 하기도 한다. 이 밖에 정서불안·우울증이 있거나 반항행동이 심한 경우에는 놀이 심리치료를 병행하며, 집중력 강화를 위해서는 뉴로피드백을 보완적으로 적용해 자신의 뇌파 정보를 직접 보면서 집중이 잘 되는 상태로 뇌파를 스스로 조절하도록 훈련하기도 한다. ●각 치료법의 유효성과 부작용, 합병증 등을 짚어달라 현재까지 조사가 가장 잘 이뤄진 것으로 평가되는 ‘MTA연구’에서는 약물치료 단독요법으로는 약 1년 후 56%가 증상을 거의 나타내지 않으나 집중적인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면 68%까지 효과가 좋아진다고 보고돼 있다. 약물의 특기할 부작용으로는 식욕억제·불면증·소화불량·단기적 성장 억제·예민성 증가 등이 있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약제를 잘 선택할 경우 부작용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거나 아동의 발달을 저해할 정도의 후유증 또는 합병증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뉴로피드백 치료의 경우 주의력결핍과 충동성은 약물치료에 근접한 효과가 나타나지만 기타 치료법들에 대한 과학적 평가 자료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주말 영화

    ●파워 오브 원(EBS 토요일 오후 11시) 남아프리카로 이주한 영국인 2세 피케이(스티븐 도프·오른쪽)는 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홀로 남은 어머니마저 쓰러지자 기숙학교에 들어간다. 학교에서 영국인이란 이유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피케이는 줄루족 주술사의 도움으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피케이는 그의 진정한 첫 스승인 독일인 박사를 만나 자연의 위대함을 배운다. 전쟁 동안 독일인을 수감하라는 정부의 명령으로 박사가 감옥에 갇히자 피케이는 스승을 만나러 감옥에 다니며 흑인 히엘 피트(모건 프리먼)를 만나 권투를 배우고 그와 친구가 된다. 감옥에서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히엘 피트와 다른 죄수들에게 여러 가지 일을 도와주던 피케이는 ‘레인메이커’라고 불리며 그들의 희망이 된다. 한편, 호피 관장 밑에서 흑인들과 함께 훈련하던 피케이는 ‘진정한 평등이란 배움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흑인 권투 선수인 듀마의 말에 이들을 위해 야학을 시작하지만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하고 만다. ●트와일라잇(MBC 일요일 오후 11시) 얼음보다 차갑고 빛보다 빠른 그들이 온다. 햇빛을 사랑하는 17세 소녀 벨라(이사벨라 스완)는 황량하고 비가 많이 오는 워싱턴주 포크스에 있는 아빠의 집으로 이사를 온다. 전학 온 첫날, 벨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적의로 가득한 에드워드 컬렌이라는 남학생과 마주친다. 냉담하고 스타일리시하며, 마음을 무방비하게 만들 정도로 잘생긴 에드워드와 우연히 연결되며 벨라의 인생은 전율과 두려움이 넘치는 전환을 맞는다. 지금까지 에드워드와 그의 일족은 작은 소도시에서 뱀파이어라는 자신들의 정체를 비밀로 지켜 왔다. 그러나 연인이 되고만 이 참신한 커플은 라이벌 뱀파이어 일족에게 추격당하게 되고, 벨라는 어느새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사(不死)의 존재가 되고픈 바람을 지닌 채 예기치 못한 운명에 빠져든다. ●천국의 속삭임(KBS1 토요일 밤 1시 25분) 1970년대 이탈리아의 한 시골마을. 자상한 부모, 뛰어난 외모와 총명한 두뇌.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미르코는 영화와 기계 만지기,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는 10살 소년이다. 그런데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고 당시 법에 따라 멀리 장애인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과 부모로부터 떨어져 지내야 하는 외로움 때문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 하던 미르코는 우연히 학교녹음기로 주변의 소리를 녹음하면서 흥미를 느끼고 사계절을 소리녹음만으로 멋지게 표현해 숙제로 제출한다. 그러나, 기존의 장애인 교육법을 고집하는 교장은 이런 미르코를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줄리오 신부만은 미르코를 감싸는데….
  • [영화리뷰] ‘메가마인드’

    [영화리뷰] ‘메가마인드’

    슈퍼맨의 적수로는 렉스 루터, 배트맨의 적수로는 조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주인공의 그늘에 가린 조연이다. 슈퍼맨이나 배트맨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게 임무다. 그런데,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면? 이들이 뼛속부터 악당이 아니었다면? 애니메이션의 명가 드림웍스가 새로 선보이는 3차원(3D)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는 이러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백마를 탄 왕자가 등장해야 마땅한 동화에 못생긴 초록색 괴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이소룡 같은 날렵한 무술인이 나와야 하는 쿵후 이야기에 뚱뚱한 판다를 앞세우는 등 비틀기를 즐기는 드림웍스가 이번에는 전형적인 슈퍼 히어로 공식을 깨버렸다. 고향별의 멸망에 앞서 지구로 탈출한 메가마인드. 영화 ‘화성 침공’에 나오는 화성인과 같은 괴상한 모습이다. 슈퍼 파워 따위는 없다. 천재적인 두뇌가 있지만 소동을 일으키기 일쑤다. 운명의 장난으로 감옥에서 자란다. 주변의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하지만, 이는 잘생긴 외모에 초능력도 있고, 행운까지 따르는 메트로맨의 차지다. ‘왕따’가 된 메가마인드가 메트로시티를 들쑤시는 슈퍼 악당으로 성장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메가마인드는 슈퍼 영웅이 된 메트로맨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지만, 외려 일상은 무료해진다. 메가마인드는 메트로맨의 유전자(DNA)를 이용해 새로운 호적수를 만드는데, 일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 ‘슈퍼맨’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듯. 슈퍼맨의 많은 부분을 패러디하기 때문이다. 메가마인드가 지구로 오는 과정은 슈퍼맨이 크립톤 행성을 떠나오는 과정과 판박이다. 슈퍼맨의 친아버지 조엘도 그대로 패러디된다. 메트로맨의 여자친구이자 유능한 기자인 록산은 슈퍼맨의 여자친구 로이스 레인과 닮은 꼴이다. 메트로맨의 DNA로 탄생한 타잇탄에게서도 ‘슈퍼맨4’의 원자인간이 겹쳐진다. 여기에 영화 ‘킹콩’, ‘스파이더맨’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까지 패러디되며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30~40대 남성들에게도 인기가 좋을 듯 싶다. AC/DC의 ‘하이웨이 투 헬’, 조지 써로굿의 ‘배드 투 더 본’, 오지 오스본의 ‘크레이지 트레인’, 건스 앤 로지스의 ‘웰컴 투 더 정글’ 등 신나는 록 음악이 영화 내내 울려퍼지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의 ‘배드’가 대미를 장식하며 흥을 돋운다. 지난 11월 초 북미 시장에서 개봉했을 때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메가마인드 목소리 연기는 코믹 연기의 달인 윌 페럴이 맡았다. 한국에선 김수로가 더빙했다. 메트로맨 목소리는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다. 96분. 전체관람가. 1월 13일 개봉.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열린세상] 지식생태계 허브로서 지역대학의 과제/임상규 순천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

    [열린세상] 지식생태계 허브로서 지역대학의 과제/임상규 순천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

    21세기는 지식 혁명의 시대다. 부의 새로운 원천으로서 지식은 국가, 산업 그리고 기업 경쟁력 강화의 기초가 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고용 없는 경제성장과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면서 이에 대한 처방책으로 핵심 두뇌 양성과 지식기반 구축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무한 지식 경쟁은 개별적인 차원을 넘어 산·학·연·관 상호연계에 의한 지식생태계를 중심으로 대규모화·복잡화되고 있다. 지식생태계는 지식의 생산에 참여하는 수많은 사람과 기관, 그리고 이러한 사람과 기관들이 지식과 맺는 총체적 관계를 의미한다. 지식생태계의 중심에는 두뇌집단인 대학이 있다. 세계화의 확산, 기술의 진전, 학문의 융·복합화가 가속화될수록 지식생태계의 허브로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생태계는 환경과 개체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지식생태계도 지식의 생산에 참여하는 개인이나 기관 간에 맺어지는 상호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지역경제 발전은 지역 대학이 지역사회와 경쟁 혹은 협력기반의 상호작용을 모색하고 주도함으로써 촉진될 수 있다. 지역의 기술적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과대학으로 출발한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전형적 사례다. 이 대학은 한정된 자원을 전자공학·물리학과 같은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정책(첨탑건설)을 통해 다른 분야도 함께 끌어올렸다. 대학이 지역경제와 지속적·안정적 협력을 추구함으로써 대학·기업, 그리고 정부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시킨 대표적 사례다. 대학이 실리콘밸리를 통해 지역경제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모색하고 주도한 것이다. 세계화와 함께 지방화가 진전되면서 광역 경제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지역 선진화 체제 구축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역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은 특정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정책을 통해 특성화 기반을 갖춘 지역이 다양하고 고루 형성될 때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은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인적 자원 양성과 더불어 지역산업에 필요한 핵심기술의 연구·개발·공급 등 지역선진화 체제 구축의 중심에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우리나라 지역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역 대학은 수도권 중심 발전 전략에 따른 지역 인재 유출, 입학 자원의 감소 등으로 지식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지역의 열악한 산업기반 여건과 맞물려 우수 인재의 유치나 정부의 재정투자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다. 대학 스스로 위상을 제고하거나 지역 발전과 연계하려는 노력도 미흡하다. 획일적 서열구조가 견고화돼 있는 국내 대학 체제하에서 지역 대학이 지역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위상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정부는 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지식생태계 구축을 주도할 수 있는 지역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사회적·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제도적 방안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지역 대학은 장기적인 발전 비전을 토대로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특성화 정책을 통해 지역 특성과 연계한 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구성원의 인식전환을 통해 경쟁체제를 수용하고 경쟁력 있는 지식을 생산하고 확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더 나아가 국가 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과 협력 기반의 지식생태계 구축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 자치단체 그리고 산업체는 지역 대학이 지역발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식해 지역 대학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상호 작용을 통해 발전해 나가야 한다. 창조적 지식의 생산과 유통이 지역 발전을 이끄는 시대다. 지역을 바꾸는 건 지역 대학이고 지역 대학을 바꾸는 건 지역과 정부, 그리고 기업체 등을 포함한 기관들과 협력적 상호작용을 모색하고 구축하는 것이다. 지역 대학들이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을 통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지식기반을 구축해 지역 발전, 더 나아가 국가 발전을 주도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 “보병이 깃발 꽂는 시대 아니다”

    “보병이 깃발 꽂는 시대 아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에서 여성들은 치마에 돌을 실어 날랐다. 칼과 창은 남성들 몫이었다. 그리고 400여년이 흐른 오늘 이 땅에 여성 장군이 탄생했다. 16일 여군 전투병과로는 처음으로 장군(준장) 진급이 예정된 송명순(52·여군 29기) 대령의 약진은 반만년 무(武)의 역사를 새로 쓰는 출발점이다. 송 대령의 장군 진급은 단순한 남녀평등의 의미를 넘어 전쟁과 군대의 개념에 대한 인식에 대전환을 요구하는 기념비적 사건이다. 단단한 완력으로 대변되는 육체적 무의 역사에 종언을 고하고 두뇌에 기반한 소프트웨어적 무의 역사로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첨단무기가 승패를 좌우하는 현대전에서 남녀 간 신체적 우열은 무의미해졌다. 버튼 하나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폭탄이 날아가기 때문에 거대한 창검을 휘두르는 남성의 근육질은 화석 속의 추억이 되고 있다. 이미 우리 군엔 여성 전투기 조종사와 여성 공격형 헬기 조종사가 활약하고 있다. 송 대령도 이날 “지금은 보병이 깃발을 꽂는 시대가 아니다.”고 했다. 사실 여성 장군 탄생은 시간 문제였다. 몇년 전부터 각군 사관학교에서는 여성 생도가 남성들에 비해 성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사회 전반적인 여성 맹위 추세가 마지막 금녀(禁女)의 영역인 군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송 대령도 “내가 발탁된 이유는 개인적인 역량을 떠나 조직의 잠재적인 역량이 평가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군은 2001년 간호병과에서 처음 장군을 배출했으나 전투병과 출신은 송 대령이 최초다. 현재 대한민국 여군은 6347명이다. 1981년 임관해 29년차인 송 대령은 “오늘이 터닝 포인트(전환점)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군이 여성 인력을 최적의 장소에 활용하면 많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 위주의 직장 문화에서 여성이 성공하기는 갑절로 어렵다. 하물며 남성 조직 중에서도 남성 조직인 군대에서 여성들이 별을 달기 위해 쏟아야 하는 노력은 상상하기 힘들다. 과거 많은 여군 장교들이 암과 같은 중병에 걸린 것은 여성이 군대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여군들은 집안일까지 야무지게 맡아야 하는 이중삼중의 노고를 견뎌내야 한다. 송 대령 역시 군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임무와 가사의 병행을 꼽았다. 그는 “군 조직의 특성상 많은 지역을 돌아다녀야 했고, 아이를 키우기에 안정된 환경이 아니고 비상대기일 때는 막막했지만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아픈 나날을 달게 회고했다. 송 대령의 남편은 육군 항공병과 한서문 중령으로 내년 12월 전역한다. 송 대령은 “내가 먼저 대시해 남편을 잡았다.”면서 “남편은 하늘보다 높은 것이 지아비라고 늘 주장하기 때문에 군복을 같이 입고는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육군본부 무관연락장교인 중위 때 남편을 만나 1985년 결혼했으며 대학교 3학년 딸과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아들이 크면 해병대에 보내기로 하고 이름을 마린(영어로 해병의 뜻)으로 지었을 정도다. 국방부는 영어에 능통한 송 대령이 내년 초 정식 진급하게 되면 합참 해외정보차장 직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상연·오이석기자 carlos@seoul.co.kr
  • 어산지 ‘철창 밖으로’ 英법원 보석 최종허가

    어산지 ‘철창 밖으로’ 英법원 보석 최종허가

    일주일 넘게 교도소에 갇혀 지냈던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39)가 풀려나게 됐다. 어산지는 향후 자신을 압송해 가려는 스웨덴 검찰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런던 지방법원은 16일(현지시간) 어산지에 대한 보석 허가 심리를 열고 스웨덴 검찰이 제기한 보석 결정 항소를 기각했다. 이로써 어산지는 보석금 24만 파운드(약 4억 3000만원) 가운데 현금 20만 파운드를 내면 석방된다. 보석금은 이날 오후 납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어산지는 스웨덴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7일 런던 경찰에 자진 출석, 보석을 신청했으나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돼 수감됐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은 지난 14일 보석금 24만 파운드, 거주지 제한, 전자태그 부착, 통금 준수, 여권 압류 등의 까다로운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으나 스웨덴 검찰의 항소로 어산지의 석방이 늦춰졌다. 보석금은 런던에 있는 언론인 모임 ‘프런트라인 클럽’의 설립자 보언 스미스와 유명 레스토랑 디자이너이자 어산지의 친구인 사라 손더스,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 영국 작가 하니프 쿠레이시, 호주 언론인 존 필저 등이 내놓았다. 어산지는 향후 스미스의 집에 머물면서 스웨덴 송환에 맞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 여성 1명은 지난 8월 어산지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채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고 다른 스웨덴 여성 1명은 잠자는 동안 어산지가 성폭행했다면서 고소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한반도 자위대 파견’ 파문… 日 관방장관 “검토 없었다”

    한반도 유사시 남북한에 있는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발언에 대한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파장을 의식해 정부 대변인 격인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이 적극 부인하고 나선 반면 민주당과 연립을 재구축한 사민당은 간 총리를 비난했다. 센고쿠 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면서 “한국과의 관계에서 자위대가 뭔가를 할 수 있는지 검토조차 한 적이 없고, 당연한 일이지만 협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자위대 파견은) 상대가 있는 일이고, (한·일 양국 간의) 역사적 경위도 있다.”면서 “그렇게 간단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 총리의 발언 의도에 대해서는 “이렇게 한반도에 불안 요소가 생기면 민간이나 자위대를 포함해서 (일본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두뇌 체조(브레인스토밍)를 해 둬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겠느냐.”고 의미를 축소했다. 한반도 자위대 파견과 관련해 한·일 양국에서 논란이 일자 센고쿠 장관이 파장 축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당수는 전날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서 열린 강연에서 간 총리의 자위대 파견 검토 발언과 관련, “이건 지나치다.”면서 “자위대를 파견하면 전쟁에 돌입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 내 일부 인사가 자민당이 하지 못한 일을 자신들이 한다고 의기양양해하고 있다.”면서 “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주말 영화

    ●명화극장 엽문2 (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제자를 두지 않으며 무예는 수양이라 생각하여 도전자들의 도전만을 소극적으로 받아들이던 영춘권의 최고수 엽문 (견자단). 그러나 무자비한 일본의 폭력을 피해 불산에서 홍콩으로 넘어 온 엽문은 새로운 결심을 한다. 제자를 받아들이며 더 많은 이들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홍콩과 중국 최고의 무예인이 되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전설이 된 이름 ‘엽문’, 그는 누구인가. 7세의 어린 나이에 무술을 시작해 영춘권의 대가 양벽 밑에서 실력을 키웠고, 중국 전역에 명성을 떨쳤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자국인들에게 영춘권을 가르치며 일본에 맞서 중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해방 후엔 홍콩으로 건너가 영춘권의 유행을 주도하며 전통무술의 대중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당시 13세였던 이소룡을 제자로 받아들여 훗날 이소룡이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기도 했으며, 절권도의 기본 원칙과 사상의 중심 인물로도 유명한 영춘권의 최고 고수 엽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엽문’의 속편. ●유감스러운 도시(SBS 토요일 밤 1시 30분) 강력계 근성이 숨쉬고 있는 교통경찰 장충동. 외부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수수사팀에 합류해 기업형 거대 조직의 새내기 조직원으로 잠입한다. 대가리라 불리는 문동식의 수하가 돼 갖은 구박을 받던 충동은 특수수사팀의 도움을 받아 조직의 보스 양광섭의 목숨을 구하고 조직의 수뇌부에 오른다. 한편 조직에서도 특수수사팀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위장 잠입시킬 인재를 찾고, 이중대가 그 임무를 맡게 된다. 경험을 십분 발휘해 강력계 사건들을 해결하며 특수수사팀에 합류하게 되지만 내사과 차세린 경위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를 눈치 챈 조직의 2인자 쌍칼의 감시를 받게 된다. 장충동과 이중대는 조직의 러시아 밀거래를 앞두고 속고 속이는 본격적인 임무수행을 시작한다. ●테러리스트(EBS 일요일 오후 11시) 서울에 상경한 사현, 수현 형제. 고아였던 이들은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성장한다. 명석한 두뇌에 완벽한 실행력으로 서울경찰청에서 출세가도를 달리는 형과 이제 경찰대학을 수석 졸업한 동생. 그러나 이들 형제의 앞길은 동생 수현이 초임지에서 과잉방어란 명목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3년형을 마치고 나온 수현에게 친구 상철이 범죄조직의 하수인에게 끌려가 죽음을 당하는 일이 닥치고, 새 생활을 시작하려던 그의 결심은 여지없이 짓밟히고 만다. 평생의 꿈과 친구마저 잃은 수현은 직접적 원인 제공자인 암흑가의 보스 임태호를 제거하기 위해, 그리고 한 젊은이의 이상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몬 뒤틀린 세상을 부수기 위해 무법의 테러리스트로 변신한다.
  • 스웨덴 핵벙커에 새 저장소… ‘위키리크스 요새’

    스웨덴 핵벙커에 새 저장소… ‘위키리크스 요새’

    폭로전을 벌이려는 자(위키리크스)와 막으려는 자(미국 등 각국 정부) 간의 불꽃 튀는 두뇌싸움이 첩보영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미국 아마존닷컴이 서버 제공을 전격 중단하자 만년설이 쌓인 북유럽 산악지대에 새로운 서버 저장소를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디도스 공격 홈페이지 서비스 한때 중단 그러나 위키리크스는 3일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으로 인터넷 홈페이지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CNN 방송은 3일 노르웨이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위키리크스의 비밀문건 파일이 냉전시대 핵 벙커로 이용됐던 스웨덴 지하 창고로 옮겨져 보관 중이라고 전했다. 스웨덴 반호프사가 ‘파이오넨 화이트마운틴 데이터 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이 저장소는 두꺼운 기반암으로 덮여 군사 요새를 방불케 한다. 하나뿐인 출입문은 50㎝ 두께의 금속으로 돼 있고 비상 상황에 대비, 자료복구에 필요한 예비 발전시설도 갖추고 있다. 스스로 반호프사의 최고 경영자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유튜브 등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공상과학소설과 영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등에서 영감을 얻어 저장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위키리크스가 ‘자기분열’로 폭로 창구를 늘려나가는 행태를 보이는 것도 추가 폭로를 우려하는 세력에는 골칫거리다. 위키리크스의 전 대변인인 다니엘 돔 샤이트 베르크(32)는 지난 1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중 새로운 폭로 웹사이트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베르크는 지난 9월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샌지와의 ‘노선 차이’를 이유로 조직을 떠났다. 특히 그는 “(어샌지처럼) 미국만 폭로대상으로 삼지 않고 접수된 모든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국제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 홈페이지(http://wikileaks.org)가 디도스 공격를 받아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밝히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위키리크스측은 새 홈페이지(http://wikileaks.ch)를 열어 접속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아프간 加대사 폭로파문 책임 사퇴의사 한편 미 외교전문 폭로 닷새째인 3일에도 후폭풍이 이어졌다. 윌리엄 크로스비 아프가니스탄 주재 캐나다 대사는 외교전문 공개 파문을 진화하기 위해 자신이 책임을 지고 대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공개될 미국의 아프간 관련 외교전문에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측근에 대한 크로스비 대사의 신랄한 비판내용이 들어 있다고 캐나다 일간 ‘더 글로브 앤드 메일’이 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자산11억 ‘9세 사업천재’ 기막힌 돈굴리기

    자산11억 ‘9세 사업천재’ 기막힌 돈굴리기

    명석한 두뇌를 가진 수학 영재와 피카소를 연상케 하는 감각의 미술신동에 이어 남다른 사업 수완으로 벌써 10억원 이상 자산가가 된 9세 사업 천재소년이 캐나다에 등장했다. 안정된 투자와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작은 사업가’(Tiny Trump)란 별명을 얻은 주인공은 캐나다 온타리오에 사는 라이언 로스. 또래 초등학생처럼 앳된 외모를 가졌지만 로스는 올해로 사업 6년째를 맞는 어엿한 사업가다. 로스는 3세 때 집에 있는 닭들을 돌보며 얻은 달걀을 교회와 지역장터에 팔면서 처음 돈을 만졌다. 당시 닭들은 하루 48개씩 알을 낳았는데, 이를 모두 팔면 한달에 330 캐나다 달러(37만원)이 남았다. 이 돈을 차곡차곡 모은 로스는 아예 다른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이웃집 마당의 눈을 치우거나 잔디를 깎아주는 대가로 시간당 20달러(2만 2000원)씩을 받은 것.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덩치 큰 형들을 고용해 이윤을 남겼다. 2년 간 여러 사업으로 돈을 번 로스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캐나다 지역 부동산에 투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5세. 로스는 온타리오와 브리티시컬럼비아에 있는 아파트 6채를 사들여 현재 자산은 100만 달러(11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스는 “사업 아이디어는 내가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부모님과 상의한다.”면서 “사람들이 나에게 작은 사업가라고 말하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밝은 성격으로 하키를 즐겨 하는 로스는 학교를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어머니와 교사인 아버지는 로스의 교육과 사업 등을 전반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경제 관련 강연회에 종종 연사로 초청되는 로스는 “왜 도전을 두려워하는가. 우리가 돈을 버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자신의 경영 마인드를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라이언 로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CIA 뒷마당의 수수께끼 풀어라

    CIA 뒷마당의 수수께끼 풀어라

    “미국 중앙정보국(CIA) 뒷마당에 숨겨진 크립토스(Kryptos)의 수수께끼를 풀어라.” 버지니아 소재 CIA 본부에 있는 대형 암호 조형물 ‘크립토스’(그리스어로 ‘숨겨진’이라는 뜻)의 해석을 놓고 전 세계 해독가들의 두뇌 싸움이 치열하다. 이 조형물에 새겨진 암호 해독을 위해 수많은 전문가가 나섰으나 20년째 완독(完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조형물 제작자가 건넨 해독의 실마리를 보도해 전문가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크립토스가 CIA 본부에 설치된 것은 1990년이다. 정원 조형물 제작자로 뽑힌 조각가 짐 샌본(65)은 CIA 암호해독가의 도움을 받아 구리 조형물 안에 암호화한 알파벳 869자를 새겨넣었다. 크립토스는 이후 CIA 안팎 전문가들에게 ‘집착의 대상’이 됐다. 소설 ‘다빈치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도 자신의 소설에서 이 암호문에 대해 언급해 대중의 흥미를 돋우었다. 전 세계의 다양한 해독가들이 나선 덕분에 1999년 암호판 4개 중 3개의 뜻을 알아냈으나 마지막 4번째 판의 비밀은 20년째 풀리지 않고 있다. 샌본은 22일 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작 당시) 암호가 금방 풀릴 줄 알았다.”면서 답답한 듯 약간의 ‘힌트’를 건넸다. ‘NYPVTT’라고 쓰인 64~69번째 글자가 ‘BERLIN’을 의미한다는 것. 샌본은 그동안 암호문의 비밀을 밝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악마’라고 비판받으면서도 “미스터리적 성격을 상실하면 작품의 가치까지 잃는다.”며 입을 닫아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진보·보수 대표논객 미래 한국 해법찾기

    진보와 보수는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프레임으로 정치사회적 현실은 물론 우리의 삶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계, 교육계, 시민단체, 노동계, 학계, 예술계까지 진영을 형성하며 대립과 때론 물리적 충돌을 불러오기도 한다. ‘진보와 보수 미래를 논하다’(이창곤 지음, 밈 펴냄)는 진보와 보수의 미래에 대한 논쟁과 논리를 지상 중계한 책이다. 이를 위해 양 진영을 대표하는 최고 논객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 비전과 성장 및 분배 전략, 사회 민주화와 정치개혁 등 총 7가지 핵심 의제에 대해 해법을 내놓는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두뇌인 이정우 경북대 교수와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이 각각 선진화와 복지국가 사이의 국가 비전을 놓고 격론을 벌인다.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이 교수는 시장 만능주의와 성장 지상주의의 폐단을 없애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빅스웨덴 모델’을 제시하고, 박 장관은 산업화의 업그레이드, 민주화의 성숙 등을 통해 선진 일류 국가가 되기 위한 ‘리틀 아메리카’ 모델을 제시한다. 두 진영의 대표적인 이론가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진보와 보수가 보는 한국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 교수는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서민이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점을 꼽은 반면, 박 이사장은 국가발전 능력과 사회통합 능력의 하락이라고 맞섰다. 상대 진영에 바라는 점을 솔직하게 언급한 것도 눈에 띈다. 최 교수는 보수 진영에 도덕적 지도력을 갖추고 행사할 것을 주문했고, 박 이사장은 정체성과 정통성, 국가 경영과 정책,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진보가 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백낙청 창비 편집인은 제대로 된 진보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너무 적은 게 문제라고 꼬집었고,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은 보수든 진보든 우리 사회의 특징을 이해하고 몰입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책은 이처럼 진보와 보수의 진면목과 현주소는 물론 한계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현직 언론인인 저자는 “진보와 보수의 논쟁, 나아가 그 대립과 충돌은 미래를 향해 이뤄져야 하며, 양 진영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관계 정립 출발은 응시와 경청”이라고 역설한다. 1만 5000원.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