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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원주 “김인문의 투병 중 열연에 감동”

    전원주 “김인문의 투병 중 열연에 감동”

    배우 전원주가 뇌경색으로 투병 중인 배우 김인문과 스크린 호흡을 맞추게 된 소감을 밝혔다. 전원주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열린 ‘독짓는 늙은이’ 제작보고회에 김인문 등 배우들과 함께 참석했다. 그는 “김인문과 나는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오랫동안 부부 연기를 했다.”고 입을 열었다. 오랜 부부 호흡으로 김인문이 진짜 남편 같기도 했다는 전원주는 “김인문은 드라마 촬영하는 동안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혼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건강한 모습으로 만났으면 더 좋았겠지만, 김인문의 열정을 조금도 식지 않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재 김인문은 뇌경색으로 인해 오른쪽 다리와 팔이 마비된 상태지만 여전히 연기 혼을 불태우고 있다. 전원주는 “이토록 불편한 몸으로 열연 의지를 불태우는 김인문의 모습에 감동했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김인문과 전작에서 맺은 인연을 다시 언급한 전원주는 “우리 부부는 이 작품에 목숨을 걸 예정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순원의 소설 ‘독짓는 늙은이’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독 짓는 늙은이의 신념과 집념, 그리고 사라져 가는 것을 일으켜 세우려는 한 노인의 의지를 담는다. 독 짓기를 평생의 업으로 살아온 송영감 역에는 김인문, 앵두나무집 할머니 역에는 전원주가 열연을 펼친다. 또 ‘독짓는 늙은이’는 한국 최초로 선·후천적 장애 배우들을 주연급 조연으로 기용했다. 다운증후군 배우 강민휘, 뇌성마비 배우 길별은, 김윤형 등이 극중 비중 있는 역할을 맡는다. 1940~1970년대 한국의 시대적 환경을 배경으로 한 ‘독짓는 늙은이’는 장인의 삶을 통해 동양의 신비스런 모습을 스크린에 담아낼 예정이다. 3월 10일부터 겨울 장면을 촬영한 ‘독짓는 늙은이’는 원작자인 황순원의 테마파크 소나기마을과 양평이 주 촬영 장소로 이용 중이다.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사진=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4년만에 정통클래식 앨범으로 돌아온 조수미

    4년만에 정통클래식 앨범으로 돌아온 조수미

    흔히 조수미를 ‘벨칸토 소프라노’라 부른다.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의 벨칸토는 18세기 이탈리아에서 정착, 아름다운 소리와 부드러운 가락을 중시하는 기교 중심의 창법이다. 조수미는 이 분야를 대표하는 성악가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엔 방향을 약간 수정했다. 기교보다는 내면의 깊이를 강조하는 독일 가곡으로 돌아왔다.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발매한 새 음반 ‘이히 리베 디히’에서다. 2008년 세계 각국의 사랑 노래를 모은 크로스오버 앨범 ‘미싱 유(Missing You)’를 내놨던 그가 정통 클래식 음반을 내놓은 것은 2006년 ‘바로크로의 여행’ 이후 4년여 만이다. 새 음반에는 베토벤의 ‘이히 리베 디히’를 비롯해 슈베르트의 ‘마왕’, ‘송어’, ‘들장미’, 슈만의 ‘호두나무’ 등 널리 알려진 독일 가곡 20곡을 담았다. 얼마전 서울 무교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열정이 넘쳤던 20대 초반 이탈리아로 유학가면서 독일 가곡보다는 소리를 뿜어내는 맛이 있는 벨칸토 오페라가 성향에 더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당시에는 독일 가곡에 내재된 절제와 깊이를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앨범에서는 특히 슈만을 좋아해서 슈만 곡에 정성을 들였다.”며 “평소 즐겨 부르던 이탈리아 오페라 발성법에서 큰 차이를 두려 했다. 다만 절제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피아노 반주로만 녹음되는 일반 가곡음반과 달리, 현악 앙상블이 반주를 맡은 점도 이채롭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강주미,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피아니스트 크리스토퍼 박, 기타리스트 이정민 등 최근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계 연주자들이 반주자로 참여했다. 조수미는 “실력 있는 현악 앙상블이 반주를 맡아 음악적 색깔이 더 풍성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새 음반 발표를 기념해 새달 3일 마산, 7일 대전, 9일 경기 고양, 11일 인천에서 공연을 갖는다. 음반에 수록된 독일 가곡과 함께 오페라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가운데 고난도 아리아 ‘여기 계신 숙녀 여러분’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8만~17만원. 02-398-8761∼5.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사설] 오산시장 구속, 지방자치 본령 되새겨야

    이기하 경기도 오산시장이 뇌물혐의로 그제 구속됐다. 검찰은 이 시장이 아파트 건설업자로부터 사업지구 지정과 분양승인을 도와주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으며 그 중 10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영장 실질심사에서 뇌물수수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관련자 다수의 진술과 통화내용 등에 비춰 혐의사실이 소명된다.”면서 영장을 발부했다. 또 “직위와 관련된 권한을 이용했으며 취임 후 오랜 기간 같은 수법으로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이권에 개입해 뇌물을 수수했다가 사법처리된 단체장이 한두 명이 아니지만, 이 시장의 혐의내용을 들여다보면 구속을 면하기가 어려운 상황임을 알 수 있다.이 시장뿐 아니라 경기도 내 다른 기초단체장들도 줄줄이 비리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거나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노재영 군포시장이 전·현직 비서를 통해 2억 9000만원을 모금해 재판비용을 마련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동희 안성시장은 기업체에 대북사업 지원기금을 내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이다. 이 밖에 검찰의 토착비리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단체장이 여럿이라고 한다.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해당 지역의 행정 공백과 공직사회의 동요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 단체장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대다수 단체장들은 투명하고 깨끗한 자치행정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검찰 수사를 받는 단체장들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이 우려된다. 공천과정에서 당선 가능성에 너무 급급했던 것이 아닌지 돌이켜 봐야 한다. 자두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모쪼록 단체장들은 풀뿌리 민주주의 본령을 다시 한번 되새겨 주길 바란다.
  • ‘짧은 한가위’ 전통음악이 위로해 드릴게요

    ‘짧은 한가위’ 전통음악이 위로해 드릴게요

    짧은 한가위 명절을 위로(?)하는 국악 공연이 줄줄이 펼쳐진다. 바쁜 현대인에게 ‘쉼’의 여유를 줄 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을 이루며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자국의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삼기에도 충분하다. ●오늘의 우리를 생각하는 국악 공연 세종문화회관은 25~26일 서울 남산 팔각정 야외광장에서 마당놀이 ‘생각을 바꿔보는 신(新) 흥보 놀부’를 올린다. 서울시극단이 마련한 이 공연을 무료로 보고 남산의 야경도 즐길 수 있다. ‘신 흥보 놀부’는 익히 알고 있는 착한 흥보와 나쁜 놀부의 설정을 바꿔 게으름뱅이 동생 흥보와 사려 깊은 형 놀부의 모습을 그린다. 형 놀부와 동생 흥보는 유산을 나눠 물려받았지만, 흥보가 재산을 흥청망청 쓰자 놀부가 동생의 버릇을 제대로 고쳐놓는다는 내용이다. 작·연출을 맡고 흥보 역할로 출연도 하는 서울시극단의 주성환은 “새롭게 바라본 흥보 놀부 이야기로, 저출산과 사교육 등 세태를 풍자하고 우리가 잊었던 이해와 배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유의 익살과 해학을 담은 마당놀이 속에서 쳇바퀴나 대접 등을 앵두나무 막대기로 돌리는 버나놀이, 상모 끝에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는 긴 오리를 단 열 두발 상모 돌리기 등 민속놀이도 보여준다. (02)399-1125. 숨가쁘게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전달하는 창작노래 공연 ‘슬로우 시티’가 새달 1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열린다.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와 학예연구관을 지내고 정악단에서 가객으로 활동하는 문현의 세 번째 독창회다. 공연의 테마는 ‘달’이다. ‘달시조’를 시작으로 여류 가객이 자주 부르는 우조시조 ‘월정명’, 영어로 부르는 평시조 ‘형산에’, 사설엮음지름시조 ‘푸른 산중 하에’, 황진이의 시를 토대로 한 ‘사랑이로’, 시인 도종환의 시에 음을 붙인 ‘흔들리며 피는 꽃’ 등을 노래하는 가운데 무대 저편에 다양한 모양의 달이 떠오른다. 가객 문현이 느짓하게 선사하는 선비의 노래와 연극 연출가 손상희, 무대미술가 도나 정의 감각이 접목된 색다른 창작시조 공연으로 꾸민다. (02)786-1442. 국립국악원이 27일 오후 7시 서울 국립국악원 별맞이터에서 여는 ‘아시아 음악 축제의 장’에서는 한국 전통예술과 함께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몽골, 티베트 등의 아시아 전통문화도 맛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 명절에 고국에 가지 못하는 외국인들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전통 예술을 한자리에 공연은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부채춤’과 창작악단의 ‘아름다운 나라’, ‘축제’ 연주로 시작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몽골, 말레이시아, 베트남, 티베트가 만드는 ‘AMA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시아예술인재양성 장학생 10여명이 참여해 몽골의 민요, 말레이시아 전통춤 ‘조겟’과 ‘자플나이’, 몽골의 오이라트 춤, 베트남 음악인 ‘토보’와 ‘모국의 선율’, 티베트의 전통소리 ‘나의 땅 티베트’와 ‘카라그 리’ 등을 선보인다. 태국 예술가들은 실로폰처럼 생긴 전통악기 ‘퐁 랑’으로 ‘라이 카 텐 컨’과 ‘라이 람 플론’도 연주한다. 베트남의 보물 ‘단버우’와 ‘단트란’ 등 아시아 전통 악기도 만날 수 있다. 이어 다문화가족 여성으로 구성된 ‘다문화가족 어울림여성합창단’이 출연해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비둘기집’, ‘강원도 아리랑’ 등을 노래한다. 공연 당일 1시간 전부터 선착순으로 입장하면 관람할 수 있다. (02)580-330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도시와 산] (11) 천안 광덕산

    [도시와 산] (11) 천안 광덕산

    충남 천안 광덕산(廣德山)은 연꽃처럼 생겼다. 산 줄기들이 꽃잎처럼 포개져 있다. 산세의 곡선이 부드럽다. 거칠지 않고 여성적이다. 운무가 끼면 더 부드럽게 보인다. 광덕산은 천안시 광덕면과 아산시 송악면에 펼쳐져 있다. 700m에서 단 1m가 모자란다. 높지 않지만 연꽃 모양이라 속은 꽤 깊어 보인다. 광덕산은 ‘태화산’이라고 불리다 조선 초에 바뀌었다고 한다. 광덕산이란 이름은 세조실록에 처음 등장한다. 자비를 널리 중생들에게 베푼다는 ‘광덕보시(廣德布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 어귀의 광덕사가 불교 포교 활동이 활발했던 곳이기 때문이란다. 지금도 광덕산 주변에는 태화산이라고 쓰인 푯말과 비석 등이 적잖게 남아 있다. 천안 쪽 산행은 광덕사에서 시작한다. 광덕사는 그다지 크지 않은 절이다. 역사는 천 년이 넘는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수행하고 돌아오면서(643년) 가져온 진신사리를 승려 진산에게 건네 창건됐다고 한다. 문화유산해설사 황서규(74)씨는 “조선시대에는 세조가 ‘광덕사 사람은 부역을 면제한다.’는 교지를 내릴 정도로 대찰이었다.”면서 “죽은 사람을 천도하는 큰 지장 도량이었다.”고 설명한다. 대웅전 앞에는 천안이 호두과자로 유명하게 됐는지를 알 수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 400년이 넘는 천연기념물 398호다. 안내판에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에 유청신 선생이 원나라를 다녀오면서 묘목과 열매를 가져와 묘목은 광덕사에, 열매는 광덕면 매당리 자신의 집 앞에 심었다.’고 쓰여 있다. 이 호두나무가 그 묘목은 아니지만 시배지임을 강조한다. 광덕면 일대엔 25만여 그루의 호두나무가 있다고 한다. 기록이 확실하게 남아 있지 않다 보니 다른 해석도 있다. 천안 직산위례문화연구소 백승명 소장은 이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백 소장은 “유청신은 귀국하지 않았다. 천안 호두과자를 알리려고 만든 허구다.”라면서 “광덕사도 진산의 생존연대와 광덕사 사적기로 미뤄 832년 신라 흥덕왕 때 창건됐다. 선덕이니 진덕여왕이니 하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에서 나온 역사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역사는 산속에 고요하고, 사람은 논쟁한다 역사와 유래에 이견은 있어도 광덕사의 고졸한 분위기는 그만이다. 대웅전 계단 밑 양쪽에 석사자가 있다. 세월에 얼굴이 닳아 부드럽다. 천진난만하게 하늘을 쳐다보며 웃는다. 그 모습이 친근하다. 100m쯤 가면 천불전이 있다. 10m가량 되는 다리로 건너야 한다. 홀로 떨어져 호젓하다. 주변 산길과 어우러진 풍경이 정겹다. 1998년 소실됐다 중건돼 예스러움은 떨어진다. 조선조 3000불 탱화도 지난해에 복원됐다. 과거, 현재, 미래를 나타내는 탱화 3점이다. 각각 불상이 1000개씩 그려져 있다. ‘모든 중생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란다. 황씨는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이 광덕사 개보수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귀띔했다. 광덕사 위쪽에 기생 시인 운초 김부용의 묘가 있다. 잡초가 무성하다. 풀이 바람을 못 이겨 쓰러진다. 부용은 애초 유학자의 딸이었으나 집안이 기울면서 기생이 됐다. 그 과정에서 함경관찰사 등을 지낸 김이양을 만나 소실이 됐다. 그녀는 시재가 출중했다. 황진이, 이매창과 함께 조선의 3대 명기로 꼽힌다. 김이양이 죽자 ‘임이 묻힌 광덕산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60년 가까운 나이 차를 뛰어넘는 사랑이 처연하다. 황씨는 “이 묘는 소설가 정비석(1911~1991년)이 ‘명기열전’을 쓸 때 찾아내 봉분을 만들고 비석도 세웠다.”면서 “매년 4월 마지막 일요일 묘지 앞에서 다례식이 열린다.”고 말한다. ●산행하기 딱 좋은 산 광덕산은 정상까지 갔다가 오는 데 3시간쯤 걸린다. 광덕사 앞 좁은 돌담길을 지나자 단풍나무 길이 펼쳐진다. 그 너머 숲 속에 호두나무가 더러 보인다. 연두색 둥근 잎이 싱그럽다. 얼마를 지나가자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사람을 맞는다. 산은 가팔랐다. 돌산은 아니다. 나무턱 계단이 이어진다. 계단이 길다. 금방 숨이 찬다. 팔각정과 헬기장을 지나 정상까지 오르막이다. 정상의 북쪽 앞에 설화산이 펼쳐진다. 낙타 등처럼 생겼다. 서쪽에 봉화산이 있다. 정상에서 막걸리를 팔던 김춘경(61)씨는 “날씨가 좋으면 서해대교도 보이고, 남쪽으로 계룡산도 보인다.”면서 “설화산부터 망경산을 거쳐 이곳까지 오는 등산객도 있다. 4시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름에는 아산 쪽이 낫다. 등산로가 모두 그늘이고, 계곡에 물이 많다.”고 덧붙였다. 아산 쪽은 강당골과 외암민속마을이 있다. 장군바위가 있는 길로 돌아 내려온다. 허약한 청년이 이 물을 먹고 장군처럼 몸이 커졌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 올라갈 때보다 경사가 덜하다. 중턱에 민가 2곳이 보인다. ‘안산’이란 곳이다. 주막처럼 국수 등을 판다고 쓰여 있다. 집 앞에 샘물이 있다. 잠시 쉰다. 물을 마시던 천안 쌍룡동에 사는 박현석(32·회사원)씨는 “광덕산은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고 산타기에 딱 좋아 자주 온다.”면서 “가을에는 호두도 줍는다.”고 웃는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천안 시민만 즐긴다구요? 수도권 어디서나 지하철로 OK! 수도권 전철이 충남 아산 온양온천만 변화시킨 것은 아니다. 광덕산이 대표적이다. 이제 광덕산은 천안시민의 산이 아니다.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의 산이 됐다. 천안역 역무원 이용훈(33)씨는 “2005년 1월 수도권 전철이 천안까지 연장된 뒤 승객이 30~40% 늘었다.”고 말했다. 천안 전철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 2만 4000명에 이른다. 기차 승객 2만여명보다 많다. 이씨는 “출퇴근자가 많은 평일과 주말 이용객수가 비슷하다. 주말 승객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오는 관광객이다.”라면서 “등산복 차림의 사람도 많이 눈에 띄는데 거의 광덕산 가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광덕산은 천안역이나 천안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간다. 600번과 601번이 있다. 둘 모두 역과 터미널을 거친다. 600번은 30분마다 있고, 601번은 하루 4번 오간다. 천안시내에서 광덕산까지 50분쯤 걸린다. 남부오거리, 풍세면, 보산원 등 남부지역을 거쳐 광덕사로 빠진다. 삼안여객 운전사 유효창(40)씨는 “주말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 평일 오전에도 크게 붐빈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천안시민만 탔는데, 요즘에는 수도권 사람이 많다고 했다. 수도권 전철 개통 덕이다. 버스에서 내리던 30대 여성은 “경기 평택에 살고 있는데 가끔 전철을 타고 광덕산을 찾는다.”면서 “평택 근방에는 큰 산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광덕산 입구에 늘어선 식당들도 손님이 늘었다. 산채비빔밥과 동동주 등을 파는 음식점 주인 이정희(60)씨는 “등산객, 손님 모두 적잖게 늘었다.”면서 “나이 든 사람과 여자도 많다.”고 귀띔했다. 등산객이 늘었지만 광덕산으로 가는 교통편은 변하지 않았다. 천안시 담당직원 이명창씨는 “천안이 워낙 급팽창하다 보니 버스가 부족하다.”면서 “광덕산 교통은 여력이 생기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노원구 천상병 공원 24일 개방

    노원구 천상병 공원 24일 개방

    한국인의 애송시 ‘귀천(歸天)’의 작가 천상병(1930~1993년) 시인을 기리는 공원이 탄생한다. 노원구는 상계동 996의27에 ‘시인 천상병 공원’(480㎡)을 완공해 24일부터 주민에게 개방한다. 공원에는 아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시인의 모습을 표현한 높이 1.4m의 청동 등신상과 정자 귀천정(歸天亭), 시인의 시를 조각한 석재 시비와 버튼을 누르면 음성으로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시비 등을 마련했다. 공원 주변에는 시인의 시에 자주 나오는 진달래, 앵두나무, 홍도화, 매화, 장미 등을 심어 놓았다. 구가 천상병 시인을 주제로 한 공원을 조성하게 된 것은 시인이 1982년부터 1990년까지 7년간 상계동에 살았던 인연 때문이다. 당시 시인은 이곳에서 산문집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를 비롯, 여러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였다. 구는 그가 살았던 상계동 1117의12(현재 연립주택)에 시인을 기리는 표지석을 세웠다. 구는 24일 안경, 찻잔, 집필 원고 등 시인의 유품 203점을 모아 타임캡슐을 묻는 행사를 갖는다. 이 캡슐은 시인 탄생 200주년이 되는 2130년 1월29일에 공개된다. 이노근 구청장은 “앞으로 이곳에서 천상병 시 낭송회, 시화전, 백일장,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이벤트를 수시로 열어 고인의 시 세계를 기리고 지역 문인들의 창작 활동을 북돋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서울광장] 법불아귀를 보고 싶다/황진선 논설위원

    [서울광장] 법불아귀를 보고 싶다/황진선 논설위원

    요즘 검찰이 되새겨야 할 법언(法諺)은 한비자의 법불아귀(法不阿貴)가 아닌가 한다. 법이 귀하고 높은 사람에게 아첨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상이다. 현재 국민정서법으로 보면 노 전 대통령은 구속감이다. 그는 5년 내내 깨끗함과 도덕성을 자랑했다. 그의 어록을 살펴보자. “이권이나 청탁에 개입하면 패가망신시키겠다.”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성공한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부동산 문제 말고는 꿀릴 게 없다.” 한데 지금 노 전 대통령 자신이 반칙과 특권의 중심에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봉하대군’ 건평씨의 비리는 차치하자. 현재 노 전 대통령 가족이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돈은 148억원+α이다. 검찰은 그중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권양숙 여사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100만달러+3억원과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준 5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너간 뇌물로 보고 막바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부끄럽고 구차하지만 아내가 한 일이고 나는 몰랐다. 몰랐던 것은 몰랐던 것이고 중요한 것은 증거”라고 항변하며 법정투쟁을 벌일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몰랐다는 것은 믿기 어렵고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게 일반인의 시선이다. 분명한 것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을 보고 그런 거액을 건넸을 것이라는 점이다. 시중에선 법률가 노무현씨가 싫다는 말까지 나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85억원은 떳떳한 돈일까. 70억원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하는 농촌환경 개선사업을 돕기 위해 만든 (주)봉화에 투자한 것이고, 15억원은 봉하마을 사저 공사를 위해 박 회장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빌린 돈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강 회장이 아무런 사심없이 70억원을 투자했을까. 박회장은 15억원을 돌려받을 생각이 있었을까.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처신을 가장 조심해야 하는 사람은 대통령이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돈을 받은 것은 자두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서는 안 된다는 경구를 무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측은 현 정권의 보이지 않는 손이 검찰권의 배후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 정서는 그보다는 노 전 대통령 가족의 검은 돈의 거래가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에 더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봐야 한다. 흔히 정치권의 거물인사를 사법처리하는 것은 정권이 바뀌는 등 기반이 취약해졌을 때만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검찰의 제1의 덕목은 공정성이다. 지난 시절 국민이 검찰을 불신했던 이유는 검찰권을 공정하게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다고 의심한 것이다. 현재 야당에서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는 약하고 죽은 권력에만 칼을 휘두른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연차 회장의 로비 대상에는 현 정권의 실세들과 검찰의 고위인사들도 포함돼 있지만 수사 의지가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란을 부를 수 있다. 법불아귀는 노 전 대통령만이 대상은 아니다. 검찰은 죽은 권력이든 살아있는 권력이든 거악(巨惡)이 편안하게 발을 뻗고 잠을 자지 못하게 해야 한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불량식품은 맛있어! -이환제-

    [엄마와 읽는 동화]불량식품은 맛있어! -이환제-

    숙제를 하면서도 지금 내 마음은 문구점에 가 있어요. 학교 앞 문구점에서 연필이나 공책, 색종이 같은 문구만 파는 게 아니잖아요. 쫀쪼니, 쫀듸기, 달고나, 짱셔요…. 그리고 여러 가지 색색깔의 새콤달콤 맛있는 사탕들…. 우리 엄마는 용돈을 절대로 안 주거든요. 나하고 같은 2학년 아이 중에 날마다 천 원씩 용돈을 받는 친구들도 있는데 말이에요. ‘나도 용돈을 받았으면….’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날마다 불량식품을 실컷 사 먹을 수 있잖아요. 이상하게 엄마가 사 주는 간식거리는 맛이 없어요. 어른들이 먹지 말라는 불량식품은 어떤 줄 알아요? 그야 뭐 무지무지 먹고 싶고, 엄청나게 달콤하고, 아주아주 맛나지요. 친구들이 불량식품을 사 먹을 때 조금씩 떼어 주어서 잘 알거든요. 숙제는 하기 싫고, 불량식품은 먹고 싶고…. 나는 숙제를 하다 말고 발딱 일어섰어요. 엄마는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에 가고 아빠는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어요. 거짓말을 하기로 마음먹고 나니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말 대신 엉뚱한 말이 툭 튀어 나왔어요. “아빠, 티브이 보세요?” “응?” “헤헤, 티브이 보시냐고요?” “이 녀석아, 알면서 왜 물어?” “그냥.” 나는 상냥하게 말하며 아빠 어깨를 주물러 드렸어요. “진희, 너 아빠한테 할 말 있지?” “어떻게 알았어요?” “갑자기 아빠한테 존댓말 하며 예쁜 척하는 거 보면 다 알아.” 나는 속으로 흠칫 놀랐어요. 아빠한테 거짓말 하려는 내 마음을 들켜 버린 것 같았어요. 나는 아빠 몰래 숨을 크게 들이 쉬었어요. “아빠, 공책 사게 천 원만 주세요.” 공책 산다는 건 거짓말이고 그 돈으로 불량식품을 사 먹을 생각이에요. 한번 말문이 트이자 거짓말이 술술 나왔어요. “국어 공책도 사야 하고, 알림장도 사야 돼. 공책 때문에 어제는 선생님한테 혼났어. 다 쓴 공책을 모르고 그냥 가지고 갔거든.” “공책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아빠는 뭔가 생각에 잠겼어요. 무슨 말을 할 듯하다 말고 지갑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주었어요. “공책 사가지고 민지네 가서 숙제 하고 올게.” 나는 학교 갈 때처럼 가방을 챙겨 나왔어요. 나는 곧장 민지네 집으로 갔어요. “민지야, 우리 문방구에 가서 맛있는 거 사 먹고 숙제 하자.” 내가 돈을 보여 주며 말하자 민지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어요. “와, 신난다! 얼른 가자.” “쉿! 조용히 해. 너네 엄마 다 듣겠다.” “히히, 알았어.” 우리는 문방구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몽땅 샀어요. 모두 다 100원짜리로만요.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학교 운동장 제일 구석진 곳으로 가서 맛있게 먹고 돌아와 얼른 숙제를 했어요. 집에 오자 아빠가 소리 없이 웃더니 말했어요. “진희야, 아까 너 공책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거짓말한 것 때문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어요. 갑자기 배가 아픈 것 같았어요. 불량식품이 잔뜩 들어가 있는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요. 갑자기 아빠가 말했어요. “진희야,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무슨 이야기?” “들어 보면 알아.” 너처럼 꼭 3학년 때 일이야. 어느 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다 말고 집으로 재빨리 뛰어갔어. 공책을 사야 하는데 깜빡하고 돈을 안 타 갔거든. 삽짝 문을 들어서며 소리 쳤지. “공책 사게 돈 좀 주세요.” 설거지를 하던 엄마가 부엌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어. “공책 한 권이 얼마냐?” “20원요.” 엄마는 젖은 손으로 방에 들어가더니 이내 도로 나왔어. 지금 집에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거야. 내가 울상을 지으며 서 있자 엄마는 얼른 부엌에서 달걀 두 개를 가져왔어. “달걀 하나에 10원이다. 이거 두 개 가지고 가서 공책하고 바꾸어 써라.” 아휴, 달걀하고 공책하고 바꾸어 쓰라니, 난 무척 창피했어. 달걀하고 공책을 바꾸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해봐. 얼마나 창피하겠어. 뭐? 달걀을 공책하고 바꾸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그거야 지금 네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지. 네가 그때 나였다면 넌 아마 더 창피했을지도 몰라. 전에 우리 반 누가 달걀을 연필하고 바꾸어 쓰는 걸 보고 아이들이 막 놀려 먹었거든. 연필 살 돈도 없는 가난뱅이라고. 학교 정문 앞에 있는 문구점은 언제나 아이들로 붐볐어. 그러니까 아무도 몰래 공책하고 달걀하고 바꿀 수도 없잖아. 누구든 보기만 하면 금방 소문을 내고 말테니까. 달걀을 주머니에 하나씩 나누어 넣고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거웠어. 느릿느릿 학교로 가던 나는 길에서 벗어나 개울가로 갔단다. 나뭇가지로 개울가 둑을 판 다음 달걀 두 개를 흙속에 묻어 두었어. 그리고 얼른 학교로 갔지. 선생님한테는 공책도 없이 공부하러 덜렁덜렁 왔다고 혼이 났단다. 대나무뿌리 회초리로 손바닥을 다섯 대나 맞았어. 무척 아팠지만 참았어. 친구들한테 놀림 당하는 것보다 선생님한테 회초리 맞는 것이 차라리 나았으니까. 그 달걀은 어떻게 한 줄 아니? 공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하고 구워 먹었어. 어떻게 구워 먹었냐 하면, 먼저 진흙으로 달걀을 두툼하게 싸는 거야. 그래서 그걸 땅속에 묻고, 달걀 묻은 자리에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피우는 거지. 모닥불 열기 때문에 땅 속에 묻은 달걀이 맛있게 잘 익거든. 집에 돌아와서는 거짓말을 했어. 학교 가다가 넘어져서 달걀 두 개를 다 깨버렸다고. 다음날 나는 또 공책 사게 돈을 달라고 했지. “돈 없다. 달걀하고 바꾸어 써라.” 그러면서 엄마는 또 달걀 두 개를 손에 쥐여 주시는 거야. 당연히 오늘은 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어쩔 수 없이 또 달걀 두 개를 가지고 가는 수밖에. 마당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닭들이 미워 보였어. 우리 집에 닭이 없으면 달걀도 없었을 테고, 그러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하고. 어른들 몰래 나는 닭들한테 괜히 심술궂은 발길질을 했어. 지금 생각하면 그 닭들이 너무나 고마운데 말이야. 힘없이 터덜터덜 걷다가 나는 또 달걀을 땅속에 묻어 두고 학교로 갔어. 친구들한테 놀림 받는 것은 정말 싫었거든. 나는 선생님한테 또 매를 맞았지. 이번에는 열대나 맞았어. 얼마나 아프던지, 매를 맞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뚝 떨어지더라. “와, 많이 아팠겠다. 그런데 땅에 묻은 두 번째 계란은 어떻게 했어?” “어떻게 했을 것 같니?” “또 구워 먹었을 것 같은데.” “아니야. 이번에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가게에 가서 군것질을 했단다. 계란하고 먹고 싶은 것하고 다 바꾸어 먹었지. 한 개에 5원씩 하는 풀빵하고도 바꾸어 먹고, 쫄쫄이하고 달고나 하고도 바꾸어 먹고….” “어, 쫄쫄이하고 달고나는 지금도 있는데!” “정말이야? 그런 불량식품이 지금도 있다니 놀랍구나.” “달걀로 군것질하고, 집에 가서 안 혼났어?” “네 할머니는 내가 당연히 공책하고 바꾼 줄 알았겠지.” 나는 사지 못한 공책은 어떻게 했냐고 물었어요. “또 공책 없이 학교에 갈 수는 없잖아. 그래서 생각 끝에 달걀을 훔치기로 했어. 날마다 닭장에서 알을 꺼내오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거든. 그날 저물녘에 달걀을 꺼내면서 그 중 두 개를 아무도 몰래 숨겼지. 삽짝 밖 호두나무 아래 풀숲에.” “정말?” “다음날 아침, 숨겨 놓은 달걀을 가지고 아주 일찍 집을 나섰어. 아이들이 없을 때 문방구에 가서 공책하고 바꾸려고. 다행히 아이들 눈을 피해 무사히 공책하고 바꾸었단다.” 아빠가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바라보았어요. 처음엔 배가 많이 아픈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아빠 말을 듣다 보니 배 아픈 것이 가라앉았어요. 그래도 아빠를 속이고 거짓말을 해서 돈을 타 내어 거짓말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아빠는 나보다도 더 했는데 뭘.’ 우리 아빠는 거짓말을 하고 달걀까지 훔쳐 냈잖아요. 나는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 아빠한테 거짓말한 것도 들키지 않았고, 불량식품을 먹었는데도 배가 안 아팠기 때문이죠. ‘불량식품 먹으면 배탈 난다고? 흥, 엄마는 거짓말쟁이. 히히, 난 이렇게 괜찮잖아.’ 그래도 혹시 배 아프면 어떡하나 생각하며 배를 문질러 보았어요.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져도 나한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날 저녁, 민지네 집으로 전화를 했다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어요. 민지 좀 바꾸어 달라니까, 민지 엄마가 숨넘어가는 소리로 이러는 거예요. “진희야, 우리 민지 지금 막 토하고 난리 났다! 뭘 잘 못 먹어서 그런지, 배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르고 토한다니까! 얘, 얼른 전화 끊자. 민지 데리고 응급실에라도 가 봐야겠다.” ●작가의 말 몇 년 전 북한강변으로 이사하고 봄부터 아이들하고 닭을 길러 보았습니다. 암탉이 알을 낳고, 그 알을 품어 병아리가 깨어나자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듬해가 되자 닭은 이십여 마리로 불어났답니다. 달걀을 많이 낳아 이웃집하고 나누어 먹었지요. 달걀을 보니, 어릴 적 문방구에 가서 달걀을 공책이나 연필하고 바꾸고, 불량식품하고도 바꾸어 먹던 기억이 났습니다. ●작가약력 ▲1963년 충남 청양 출생. ▲199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동화집으로 ‘여우는 어디로 갔을까?’, ‘잘가라, 산도깨비야’ 등이 있음. ▲지금은 경기도 양평 북한강변에서 가족과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음.
  • [박연차 로비리스트 수사]박연차,그림로비 했나

    “형제가 그림을 많이 샀다.” 박연차(64) 태광실업 회장이 미술품 구입에도 ‘큰 손’이었음이 검찰조사에서 밝혀졌다.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31일 “박 회장과 그의 형(박연구 삼호산업 대표)이 그림을 많이 샀고, 이를 확인했다.”고 밝혀 박 회장의 그림 로비 가능성을 내비쳤다. ●라응찬 회장 등 50억 일부 사용 박 회장은 지난 2007년 4월 라응찬(71) 신한금융지주 회장한테서 50억원을 받은 뒤 이 중 10억원으로 고(故) 김환기 화백의 그림 2점을 사들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 화백은 이중섭, 박수근 화백과 동시대를 살며 근대 3대 서양화가로 이름을 떨쳤다. 그의 작품인 무제·백자·자두나무 등은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2만 5000달러에 팔려 세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는 역대 한국 미술품 가운데 최고가다. 검찰은 김 화백의 작품들이 정산CC 클럽하우스에 걸려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산CC 관계자는 이날 “클럽하우스에 전시된 작품 가운데 김 화백의 작품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박 회장이 고가의 그림을 로비 수단으로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는 대목이다. ●형 명의로 ‘빨래터’ 구입 의혹 지난해에도 박연구 대표가 고(故) 박수근 화백의 대표작인 ‘빨래터’를 구입한 것을 두고 박 회장이 형의 이름을 빌려 비자금으로 구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박 대표는 이를 부인했었다. 여하튼 박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달러 로비’에 이어 ‘그림 로비’로까지 번지게 됐다. 박 회장 형제의 단순한 재산증식 차원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놀이동산보다 책놀이터 가요”

    “놀이동산보다 책놀이터 가요”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은 참으로 중요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은 “오늘날 나를 만든 것은 하버드대학이 아니라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이었다.”며 동네 도서관의 중요성을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서울시내 대형서점말고는 어린이들이 책을 마음껏 접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이런 가운데 강서구가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과 다양한 독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26일 강서구에 따르면 구는 우장산 주민센터 4층 다목적실( 284㎡)을 새롭게 ‘작은 도서관’으로 꾸몄다. 이곳에는 어린이실, 청소년 자료실, 공부방 등과 도서 1만여권을 갖췄다. 이로써 강서구는 어린이도서관이 4곳으로 늘어나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어린이도서관을 보유하게 됐다. ●어린이 도서관수 자치구 중 최다 어린이도서관은 아이들이 단순히 책을 보는 공간 이상이다. 뒹굴거나 누워서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책 놀이터다. 김재현 구청장은 “TV, 컴퓨터, 게임 등에 빠진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책”이라면서 “구는 앞으로 유아 때부터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선진국형 어린이도서관 확충과 초등학생을 위한 다양한 독서프로그램 개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책은 부모가 강요한다고 해서 친해지지 않는다.”며 “선진국처럼 어린이들이 뛰놀면서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인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모의 마음으로 시작한 어린이도서관 사업이 결실을 보고 있다. 방화동 길꽃 어린이도서관, 염창동 꿈꾸는 어린이도서관, 화곡3동 푸른들 청소년 도서관에 이어 지난 17일 우장산 작은 도서관이 개관했다. 강서구 곳곳에 거점 어린이도서관이 들어서게 됐다. 7살 아들을 데리고 자주 어린이도서관을 찾는다는 김수진(34·화곡2동)씨는 “저희 아이는 어린이도서관을 책 보는 곳이 아니라 놀이터라고 생각한다.”면서 “뛰고 놀다가 책도 읽을 뿐 아니라 동화여행,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으로 집에서도 책을 읽는 습관을 붙이게 됐다.”고 말한다.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 인근의 우장산 작은 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한 ‘앵두나무실’, 청소년과 일반인을 위한 자료실인 ‘소나무실’, 청소년 공부방인 ‘느티나무실’과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은행나무실’ 등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학습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또 어린이 독서교실, 몸으로 책 느끼기, 책은 장난감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모내기 체험 등도 인기 2007년에 개관한 길꽃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 독서지도 프로그램인 ‘콩나물 시루’, 가족 단위로 전통 모내기 체험, 어린이 동화축제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꿈꾸는 어린이도서관은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자료열람실 및 교양강좌실, 고학년 어린이를 위한 자료공간 및 문화강좌실로 나눴다. 푸른들 청소년 도서관은 청소년과 어린이 자료실을 분리해 아이들만의 ‘책놀이터’를 만들었다. 또 멀티미디어실, 독서 토론실, 휴게실 등을 갖춰 주민들에게 인기다. 최규철 교육담당관은 “미래를 이끌어 갈 어린이와 청소년이 꿈을 그리고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 확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Seoul In] 주민센터 옥상에 ‘하늘공원’ 조성

    광진구(구청장 정송학)구의2동 주민센터 옥상(186㎡)에 꽃과 나무,잔디,보리수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구둘하늘공원’이 들어섰다.정원 한쪽에는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과 지게,복조리,맷돌 등 옛 정취를 풍기는 소품이 비치됐다.봄에는 옥상 벽면을 따라 보리수와 철쭉,앵두나무 등이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구의2동 주민센터 450-1223.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40) 두만강 상류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40) 두만강 상류

    백두산 천지에서 두만강이 시작된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하지만 천지에서 두만강이 발원하지는 않는다.천지에서 장백폭포를 거쳐 흘러내리는 물은 쑹화강의 원류가 될 뿐이다.두만강 발원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듯하다.북한 지역인 삼지연 부근의 무두봉 북동쪽에서 발원한다는 주장과 백두산 동쪽 해발 1321m의 적봉 부근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적봉 부근 발원지는 천지에서 직선거리로 30㎞쯤 떨어져 있다.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이루는 곳으로,여느 강의 발원지와 다름없이 작은 물웅덩이와 개울에 불과하다.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두만강은 주변의 크고 작은 물줄기들을 합치며 600㎞를 흘러 한반도에서 두 번째 긴 강이 된다.양강도와 함경북도의 국경마을들을 돌아 동해로 유입될 때까지 북한과 중국 양국의 강변 마을과 농경지의 젖줄이 된다. 두만강이 식물학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우선 한반도 가장 위쪽을 흐르는 고위도 지역으로,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북방계식물이 많기 때문이다.또 독특한 식물 생육지인 습지와 하안지(河岸地)를 이루며 특별한 식물들을 길러낸다.한마디로,식물도감에는 한반도에 사는 식물로 수록되어 있지만 남한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그런 식물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두만강 지역인 것이다. 두만강 꽃산행의 백미는 아무래도 상류지역이다.중류와 하류 쪽으로는 오래된 마을들이 자리잡고 있고,인간에 의한 간섭이 심해 자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상류지역은 백두산 자락에 해당하는 곳.백두고원이라 불릴 만한 고원지대를 이루고 있어 귀한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 두만강 상류지역은 화룡시 숭선진(崇善鎭)까지로 볼 수 있다.발원지에서 74㎞ 떨어진 숭선진에는 고성리(古城里)라는 강변마을이 있는데 조선족이 많이 산다.강 건너는 북한의 양강도 대홍단군 삼장리다.두 마을을 잇는 다리는 1929년 세워졌다.두만강 최상류에 놓여진 이 다리를 통해 양국간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다.백두산 북파(北坡) 산문(山門)에서 이곳까지는 100㎞쯤 떨어져 있다. 숭선 일대의 초지에는 금혼초,솔나리,좁은잎사위질빵,큰메꽃,하늘나리 등을 흔하게 볼 수 있다.하늘나리가 피는 계절에는 상제나비가 지천이다.남한에서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귀한 나비지만,이곳에는 날아다니는 나비가 대부분 상제나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다. 숭선에서 상류로 더 올라가면 백두산 하늘아래 첫 동네라 할 수 있는 광평(廣坪)이 나온다.이곳부터 두만강 발원지까지는 그야말로 백두고원을 이룬다.해발 800~1100m의 산지 곳곳에 습지 꽃밭이 펼쳐진다.7월 초순부터 수십만㎡에 이르는 지역이 꽃밭으로 변한다.곰취,꿩의다리,꽃창포,날개하늘나리,백선,자주꽃방망이,털동자꽃,큰금매화,큰원추리 등이 파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다. 길가에도 나비나물,달구지풀,분홍바늘꽃,승마,원지,자주황기,황기 등이 흔하게 보인다.물이 고인 습지도 가끔 있는데 이곳에 큰송이풀이 자라고 있다.러시아의 연해주 같은 고위도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북방계 희귀식물이다.습지 주변에는 가는골무꽃,닻꽃,대송이풀,왕별꽃,이삭송이풀,좀개미취,큰잎부들,흰제비난 등이 자라고 있다. 개울 주변의 모래땅에서는 너도개미자리도 발견된다.이곳에서 자라는 큰송이풀,대송이풀,이삭송이풀,큰솔나리 등은 백두산에서도 볼 수 있는 희귀식물이다.날개하늘나리,솔나리,승마,작약,좀개미취,황기 등은 남한에는 아예 없거나 아주 귀하다. 광평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강변에 소위 김일성낚시터가 있다.조어대(釣魚臺)라고도 하며 북한에서는 무포숙영지라 한다.불과 5m 남짓한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중국 경비병들이 마주하고 있어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여기서 상류로 12㎞쯤 올라가면 국경의 두만강 발원지가 나오고,그곳에서 백두산으로 15㎞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원지라는 산중 연못이 나온다.백두산 북파 산문에서 지척이다.조선족은 옥녀늪이라 부른다.해발 1270m의 원형 늪으로 깊이 1m,둘레 1㎞,걸어서 도는 데 1시간쯤 걸린다. 원지 일대에도 귀한 꽃이 많다.백두산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물지채,북통발,함경딸기 등의 희귀식물이 습지에 자라고 있다.또 담자리참꽃과 비슷하지만 키가 큰 황산차를 비롯해 가는오이풀,가는잎백산차,들쭉나무,물싸리,물앵두나무,부채붓꽃,분홍노루발,비로용담,손바닥난초,애기황새풀,월귤,홍월귤 등이 습지와 습지 바로 옆에서 계절을 달리하며 꽃을 피운다.이들 또한 남한에서는 볼 수 없거나 매우 귀한 식물들이다. 두만강은 숭선에서 40㎞쯤 떨어진 북한의 두만강변 도시 무산을 지나면서 오염이 심각해진다.함경북도 무산철광에서 40년 동안 폐수를 강으로 내보내고,무산 맞은편의 중국 남평(南坪) 에서는 두만강에서 철광석을 채취하며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이후 혜산,도문으로 흘러가면서 두만강 중류와 하류 지역은 자연성 그대로의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직까지 두만강 상류지역은 중국에서 이름 높은 관광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중국인 관광객을 위해 김일성낚시터,원지,숭선세관 등 일대 경승지와 북한의 백두산 삼지연을 잇는 관광 코스도 개발됐다.숭선에서 광평을 거쳐 백두산 북파 산문에 이르는 산중도로는 곧 포장이 될 듯하다.두만강 상류와 백두산을 잇는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36)전라남도 진도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36)전라남도 진도

    진도군은 진도를 비롯해서 조도, 관매도, 거차도 등 230여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섬이 곧 산이라 할 만큼 남해안과 서해안의 섬들에는 산이 많은데 진도도 예외가 아니다. 본섬만 보더라도 중앙부의 첨찰산(485m)을 비롯하여 여귀산(457m), 동석산(240m) 등 크고 작은 산들이 산재해 있다. 겨울철 평균기온이 섭씨 2도에 가까우므로 겨울에도 밭농사를 지을 수 있다. 겨울철 배추와 대파 농사가 중요한 산업이 되고 있는데, 우장춘박사가 1954년 전국의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배추와 무를 증식할 때 사용한 씨가 바로 이곳에서 수집되었다. 겨울철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온화한 기후는 선인장 같은 아열대성 식물이 자생할 수 있게 한다. ●겨울철 평균기온 섭씨 2도로 온화 따뜻한 땅 진도에는 상록수림이 곳곳에 발달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천연기념물 107호로 지정되어 있는 의신면의 상록수림이다. 첨찰산 남쪽 자락의 상계사 계곡 일대를 여러 종류의 상록수들이 덮고 있다. 면적 약 19만평의 숲에 감탕나무,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모밀잣밤나무, 붉가시나무, 생달나무, 종가시나무, 참가시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등의 상록 큰키나무와 광나무, 모새나무, 자금우, 차나무 등의 상록 떨기나무가 들어차 있다. 이맘때에는 동백나무가 하나둘씩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첨찰산 자락의 상록수림을 벗어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소사나무, 굴참나무, 개서어나무, 예덕나무 같은 활엽수들이 낙엽수림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는 산닥나무도 살고 있다. 키가 1m쯤 되는 떨기나무로 월출산 등 남부지방의 산과 강화도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재배하던 것이 야생 상태로 퍼진 것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나라 자생식물로 여겨진다. 종이를 만드는 닥나무와는 이름만 비슷할 뿐 친척관계는 아니다. 꽃은 여름에 핀다. 이맘때 첨찰산에서 꽃을 볼 수 있는 자주땅귀개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식물이다.8월부터 연한 자주색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진도처럼 따뜻한 곳에서는 11월까지도 남아 있다. 계곡 주변의 물기가 촉촉한 곳에서 끈끈이주걱과 함께 살고 있다. 꽃이 피기 전에는 땅 위를 기는 줄기에 잎이 몇 장 붙어 있을 뿐이고, 꽃이 피었을 때라 해도 높이가 고작 10cm쯤밖에 되지 않으므로 발견하기가 어렵다. 식충식물로서 벌레잡이활동은 통발이 담당하다. 물기가 있는 땅속의 기는줄기에 작은 통발이 달려 있어 아주 작은 수서곤충들을 잡아먹는다. 자주땅귀개라는 이름은 연한 자주색 꽃을 피우는 땅귀개라는 데서 유래했는데, 귀개는 열매의 모양이 귀이개를 닮아서 붙여졌다. ●가녀린 척 곤충킬러 자주땅귀개 귀한 식물들이 많은 진도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로 지정한 것만 꼽아도 끈끈이귀개, 애기등, 자주땅귀개, 지네발난, 풍란 등 5가지나 자라고 있다. 한 군(郡)에 이처럼 많은 멸종위기종이 자라는 곳은 매우 드물다. 이밖에도 노랑원추리, 닭의난초, 새우난초, 옥녀꽃대, 자란, 팥꽃나무, 한라돌쩌귀 같은 귀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이런 희귀식물들은 진도 본섬만이 아니라 주변의 섬들에도 분포한다. 1983년에 한국특산식물로 기록된 조도만두나무라는 희귀식물은 진도 서남쪽의 상조도에서 처음 채집되었다. 쌍떡잎식물의 신종, 그것도 신종 나무가 발견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키가 커서 눈에 잘 띄는 이 나무가 그동안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 신기할 뿐이다. 최근에는 진도 본섬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되었다. 본섬에서 발견된 개체들은 생육상태가 양호하여 키가 크게 자란 것들도 많다. 처음 발견 당시에 떨기나무로 발표되었지만, 본섬에서는 아교목(亞喬木) 상태로 자라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대극과 식물로서 전국에 흔히 자라는 광대싸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잎이 크고 두꺼울 뿐만 아니라 가지가 굵고, 열매 모양도 다르다. 조도만두나무라는 이름은 조도에서 발견되었으며, 열매 모양이 둥근 만두를 닮아서 붙여졌다. 꽃은 여름에 핀다. ●관매8경도 함께 둘러볼까 이맘때 진도의 산과 들에는 감국, 갯쑥부쟁이, 산국, 털머위, 해국이 피어 있다. 물매화, 산부추, 용담, 자주쓴풀도 산자락 풀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발풀고사리의 윤기 나는 잎이 아직 남아 있고, 끈끈이주걱도 빨간 벌레잡이잎을 생생하게 달고 있다. 남부지방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팔손이는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철없이 핀 갈마가지나무도 가끔 만날 수 있고, 까맣게 익어가는 광나무 열매도 지천이다. 진도는 넉넉한 일정으로 찾아가면 좋겠다. 첨찰산의 상록수림을 걸어보고, 조도만두나무가 사는 조도를 거쳐 그 옆의 관매도까지 둘러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관매도에 가면 관매8경이라 일컬어지는 뛰어난 경관과 함께 환경부와 학자들이 힘을 합쳐 복원한 멸종위기종 풍란도 만날 수 있다. 지치로 붉은빛을 내는 진도홍주를 맛보고, 운림산방과 남도석성도 돌아보아야 진도의 문화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토요일마다 진도향토문화회관에 열리는 ‘진도 토요민속여행’도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사설] 종교편향, 회의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정부가 범 부처적으로 불심달래기에 나선다. 유인촌 문화부장관은 엊그제 종교편향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문화부 1차관 주재로 관계기관 1급 공직자 합동회의를, 종무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국장급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종교편향에 반발, 오는 27일 범불교대회를 여는 조계종, 태고종 등 주최측은 이번 대책이 미흡하다는 입장이어서 불심이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자두나무 밑에선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한다. 공연히 허튼짓으로 오해 살 만한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불교계의 반발을 살 만한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국토지리원의 대중교통 지리정보시스템과 교육과학부의 교육지리 정보서비스는 교회나 성당의 위치는 크게 표기하고 사찰은 빼거나 작게 표시했다. 경찰은 조계종에 들어가는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승용차 뒷문을 열어보는 등 과잉 검문·검색을 했다 서울경찰청장이 사과하기도 했다. 알려진 대로 이명박 대통령은 교회 장로이고, 어청수 경찰청장은 천주교 신자이다. 국정과 치안을 책임진 두 사람은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해도 색안경을 끼고 볼 지경인데 그러지 않았으니 불교계가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종교간 불화와 반목은 국가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합동으로 종교편향 대책을 만든다고 하니 기대를 가져본다. 문제는 실천이다. 대책만 세워놓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불교계의 반발만 사게 된다. 우리나라는 기독계와 불교계가 석탄절과 성탄절을 서로 축하할 만큼 세계에서 보기 드문 종교평화국가이다. 종교차별금지, 정치와 종교 분리가 헌법에 명시된 만큼 공직자들의 신중한 처신이 요구된다. 불교계도 자비의 마음으로 이번 사태가 극한충돌로 치닫지 않게 해야 한다.
  • [기고] 마음으로 쌓은 돌담

    [기고] 마음으로 쌓은 돌담

    한반도 남단 끝자락에 자리잡은 우리 마을은 67가구,107명이 오순도순 사는 곳이다.60세 이하가 채 10명도 되지 않는 전형적인 시골이다.<서울신문 2007년 12월3일자 12면 참조> 쇠락해가는 모습에 안타까워하던 주민들이 마을을 바꿔보자고 뭉쳤다. 회의를 열었다. 어르신 한 분이 술을 한잔 마신 뒤 넋두리를 늘어놓으셨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돌담길을 따라 서있는 앵두나무는 주소득원이었제.3월이면 하얗게 앵두꽃으로 뒤덮였어.5∼6월에는 빨갛게 익은 앵두를 읍내에 내다팔아 생계를 유지했고, 앵두를 보려고 관광버스가 마을로 들어왔제. 그런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자 앵두나무도 베어진 것이여.” 앵두나무, 돌담길, 우물…. 뭔가가 잡히는 느낌이었다. 앵두나무골의 복원. 주민들끼리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세부계획을 세웠고, 행정기관에 협조를 구하고, 이런 사실을 향우회원들에게도 알렸다. 과거의 모습은 잊혀지고 있지만 복원을 통해 후세들에게 고향을 지키는 어르신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향우들에게서도 동참하겠다는 연락이 쏟아졌다.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향우들과 주민 모두가 돌담을 정비하고, 앵두나무도 심고, 잔치를 벌였다. 모처럼 골목골목에 활기가 넘쳤다. 지천으로 깔린 게 돌인지라 어르신들의 돌 다루는 솜씨는 감탄할 만했다. 한번은 돌담을 쌓는데 허리가 구부정한 어르신이 나오셨다. 넘어질까 걱정됐다.“어르신 조심하세요.”했더니,“괜찮네, 고생 많구먼.”하시며 조그마한 돌 하나를 담 위에 올려놓으셨다.“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는가. 내가 죽더라도 이곳에 올려놓은 돌덩이 하나는 돌담이 되어 있을 것 아닌가.”라는 말에 눈시울이 뜨거웠다. 또 골목길 후미진 곳에 돌무더기가 보였다. 화단을 만들면 좋겠다 싶어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돌을 가져다 화단을 만들었다. 하루가 지나 전화가 왔다. 다른 곳에 쓰기 위해 사다 놓은 돌이란다. 큰일났다 싶어 “죄송합니다. 돌을 가져다 드릴게요.”라고 사죄했다. 하지만 “마을을 꾸미려고 하는 것인디, 보기 좋네. 그냥 두소.”라고 하셨다. 노령으로 함께 일을 하지 못하는 많은 어르신들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빨갛게 익은 홍시를 내놓는 분, 음료수와 과자를 가져다주는 분, 닭을 잡아 죽을 끓여주는 분…. 마을일을 같이 하며 정과 사랑이 골목마다 꽃향기처럼 번졌다. 입술에 물집이 생기고 피곤함에 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고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돌담은 힘이 아니라, 지혜와 관심으로 쌓는다는 진리만 깨우쳤다. 김희택 전남 장흥군 안양면 비동마을 주민
  • [데스크시각] 전윤철과 소렌스탐/곽태헌 산업부장

    [데스크시각] 전윤철과 소렌스탐/곽태헌 산업부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40여년의 공직생활 동안 비교적 좋은 이미지를 심어왔다. 원칙을 중시하는 ‘꼬장꼬장한´ 관료라는 인상을 심어왔다.2003년 ‘실업자´ 생활을 하는 동안 사기업이나 로펌에도 가지 않아 후배관료들에게 ‘민원’ 부담도 주지 않았다. 그는 경남 출신인 YS(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1997년 3월)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에 오르기는 했지만 영남 출신인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때에는 그리 잘나가지 못했다. 전남 목포 출신의 전윤철 전 원장에게 기회는 왔다.DJ(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은 전윤철 전 원장의 전성기였다. 전윤철 전 원장은 DJ 집권 5년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정거래위원장,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재정경제부 장관을 차례대로 지냈다.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에는 재벌개혁을,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에는 노조의 반대에도 공공개혁을 밀어붙였다. 비서실장 때에는 공공노조의 불법파업에 원칙대로 대응해 성과를 얻어냈다. 전윤철 전 원장은 옛 경제기획원 출신이어서 금융분야에는 다소 약했지만 재경부 장관 시절의 평가도 괜찮았다. 부하직원들을 믿었던 게 주요인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세세한 지시나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큰 틀을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으면 된다. 외풍을 막고 부하들의 사기를 올려주면 금상첨화다. 전윤철 전 원장은 승진할수록 후한 평가를 받은 편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전윤철 전 원장에는 다른 의미에서 ‘기회’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헌법상 감사원장의 임기는 보장돼 있지만 전윤철 전 원장은 그동안의 이미지로 볼 때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깨끗하게 사퇴하면서 존경받는 원로로 남는 게 좋았을 것 같다. 국가나 경제가 문제가 있을 때, 가끔 조언을 하는 길을 선택했어야 했다. 감사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혁신도시 건설을 독려하는 감사를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마자 혁신도시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혁신도시와 관련한 감사원의 상반된 모습을 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전윤철 전 원장은 ‘코드감사’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윤철 전 원장이 자리를 지키려고 그런 감사를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전윤철 전 원장은 억울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자두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동여매지 않는 법이다. 그는 지난달 1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낸 뒤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장은 헌법정신에 따라 임기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으나 나를 임명했던 대통령이 바뀌었고 나를 신임했던 국회가 5월30일 종료되기 때문에 5월말이 가까워오는 시점을 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압박에 떼밀려 사표를 냈다는 게 정설이다. 전윤철 전 원장이 퇴임식을 하던 지난달 14일 골프의 여제(女帝)로 통하는 안니카 소렌스탐은 전격적으로 은퇴를 발표했다. 소렌스탐은 지난해에는 부진했으나 올해 3승을 거두며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은퇴를 선언했다. 잘나갈 때, 박수를 받을 때, 남들이 아쉬워할 때 물러나는 현명한 길을 선택한 셈이다. 현 정부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공기업의 기관장들한테 사표를 받고 있다. 과거 정부 때 선임됐다는 이유만으로 옥석(玉石)을 가리지 않고 사표를 받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과거 정부의 ‘코드인사’로 자리에 오른 사람들, 과거 정부 때의 실세 덕으로 자리에 오른 사람들, 과거의 여당에 몸담았던 사람들까지 자리에 욕심을 내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노욕(老慾)이나 노추(老醜)로 비쳐져 좋을 건 없다. 아름답고 멋진 퇴장을 많이 보고 싶다. 곽태헌 산업부장 tiger@seoul.co.kr
  •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 (14) 설악산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 (14) 설악산

    설악산(1708m)은 한반도의 가장 큰 산줄기인 백두대간의 중앙부에 자리잡은 산으로 강원도 속초시, 인제군, 양양군, 고성군 등 4개 시군에 걸쳐 있다. 최고봉인 대청봉을 비롯하여 백두대간을 이루는 북주릉, 귀떼기청봉(1578m)과 안산(1430m)이 솟은 서북릉, 권금성과 화채봉(1320m)을 잇는 화채릉, 가리봉(1519m)을 품은 서릉 등이 뼈대 구실을 하며 그 사이사이에 천불동계곡, 백담계곡, 흑선동계곡, 십이선녀탕계곡 등 깊고 긴 계곡을 빚어내고 있다. 주봉인 대청봉을 중심으로 인제 쪽을 내설악, 동해 쪽을 외설악, 그리고 오색과 양양 쪽을 남설악으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1965년 천연기념물 171호로 지정되었으며,1970년부터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또한 1982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설악산은 명산다운 경관과 규모에 걸맞게 다양하고 귀한 식물들을 키워내고 있다.1000여 종류의 식물이 생육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는데, 이는 남북한을 합쳐 대략 35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것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4분의1쯤에 해당한다. 자생하는 식물의 숫자로만 볼 때는 남한에서 가장 많은 식물이 자라는 제주도가 1800여 종류, 산역이 넓은 지리산이 1500여 종류여서 설악산은 이에 못 미친다. 오히려 오대산이나 치악산과 비슷한 숫자다. 하지만 그 안에 자라고 있는 희귀식물들로 말한다면 한라산에 버금가는 산으로서 설악산을 주저 없이 꼽을 만하다. 설악산에는 그만큼 귀중한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는 셈인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주로 북한에만 있는 식물이 설악산까지 내려와 자라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 식물들은 백두산, 금강산 등 북한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남한에서는 설악산에만 자라는 것들이다. 이런 북방계식물들은 설악산이 분포의 남방한계선이 되고 있는데, 가는다리장구채, 금강봄맞이, 난쟁이붓꽃, 노랑만병초, 눈잣나무, 만주송이풀, 바람꽃, 봉래꼬리풀, 비늘석송, 숲개별꽃, 월귤, 장백제비꽃, 홍월귤 등이 있다. 둘째, 높은 바위봉우리와 능선들은 희귀한 고산식물들이 자라기에 알맞은 자연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발 1708m의 대청봉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펼쳐지는 북주릉, 서북릉, 화채릉, 서릉 등이 고산능선을 이루고 있으며, 이 능선들 곳곳에 솟은 높은 바위봉우리들이 고산식물이 자랄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능선에는 바위가 노출된 곳이 많으며 어떤 곳은 고산초원지대를 형성하기도 하는데 이런 곳에 많은 고산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기생꽃, 눈향나무, 다북떡쑥, 닻꽃, 댕댕이나무, 들쭉나무, 등대시호, 땃두릅나무, 만병초, 산솜다리, 산쥐손이, 솔체꽃, 애기사철난, 이삭단엽란, 자주솜대, 참바위취, 털진달래 등이 설악산을 대표하는 고산식물이다. 설악산 식물의 귀중함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한국특산식물이 많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 400여 종류 중에서 60여 종류가 자란다. 설악산의 한국특산식물 숫자는 한라산의 70여 종류에 다음가는 것으로, 설악산보다 덩치가 큰 지리산의 40여 종류보다도 많다. 고산구슬붕이, 금강초롱꽃, 금마타리, 만리화, 모데미풀, 요강나물, 왜솜다리, 산앵두나무, 솔나리, 연잎꿩의다리, 참배암차즈기, 털댕강나무, 홀아비바람꽃 등이 설악산에 자라는 한국특산식물이다. 이처럼 수많은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설악산은 학자들은 물론이고 식물동호인들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특히 봄과 여름의 중간 시기로서 다른 산에서는 꽃이 핀 식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맘때에도 설악산 능선과 숲 속에서는 고산구슬붕이, 댕댕이나무, 자주솜대 같은 희귀식물들이 꽃을 피운다. 자주솜대는 높은 산의 숲 속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덕유산, 방태산, 소백산, 지리산, 태백산 등지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설악산에 가장 많다. 해발 1200m 이상의 숲 속에서 큰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꽃은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볼 수 있는데, 처음에 필 때는 노란 빛이 도는 녹색이지만 나중에 자주색으로 바뀐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종이며,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설악산의 희귀식물들은 고산능선이라는 악조건에 적응하며 자라온 것들이기 때문에 한 번 훼손되면 인위적인 복원이 결코 불가능하다. 설악산의 희귀식물을 지키는 일, 그것은 설악산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20弗에 산 박수근 ‘귀로’ 65만弗에 팔렸다

    20弗에 산 박수근 ‘귀로’ 65만弗에 팔렸다

    박수근 화백(1914~1965)의 유명한 그림 ‘귀로’가 최근 뉴욕 크리스티에서 열린 한국미술 경매에서 65만7천달러(한화 약 6억 5천만원)에 낙찰됐다. 당초 낙찰 예상가인 40만달러 보다 훨씬 높게 팔렸다. 이 그림은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는 65세의 미국인 여성이 1960년대 한국에서 입양 수속을 밟던 중 우연히 화랑에 들렸다가 단돈 20달러에 구입한 것이다.크리스티의 한국미술 전문가 김혜겸씨는 “ 90만 달러까지 입찰하려는 딜러가 있었는데 그만 크리스티의 신용조사에 걸려 입찰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박수근 화백의 또 다른 작품인 ‘엄마와 아이 그리고 두 여인’(1964)도 60만1000달러(한화 약 6억원)에 경매됐다. 한편 이날 경매에서 김환기 화백(1913-1974)의 유화 ‘무제: 백자와 자두나무’(28x42인치)가 한국 작가로서 최고 경매가 기록을 세웠다. ‘무제’는 당초 예상가 20만 달러의 4배를 넘는 82만5000달러(한화 약 8억 2천만원)에 낙찰됐다.사진=박수근 화백의 ‘귀로’서울신문 나우뉴스 명 리 미주 통신원 starlee07@naver.com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쇼핑플러스]

    ●한강 시민공원 매점이 3월까지 세븐일레븐으로 간판을 바꿔 단다. 광나루진달래점 등 9개점은 지난달 31일 세븐일레븐 간판을 달았다. 나머지 5개 매점도 다음달까지는 세븐일레븐 간판을 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말 서울시로부터 한강 매점 개선사업자로 선정됐다. ●풀무원은 중화풍 만두요리인 새우완탕수프를 출시했다. 넓고 하늘하늘한 만두피가 특징인 완탕을 육수에 끓여 국물과 같이 먹는 만두의 일종.2인분용은 4200원,1인분용인 컵 타입은 2500원이다. ●오뚜기는 뜨거운 물만 넣어 바로 먹는 컵스프 3종을 선보였다. 콘크림, 단호박크림, 브로콜리크림 등 3가지 맛이다.18g 3개가 한 묶음으로 1500원. ●동서식품은 포스트 홀앤올 든든한 단호박 후레이크를 출시했다. 현미, 통밀 등 통곡물(62%)을 위주로 호박씨(10%), 단호박분말(4%) 등이 들어 갔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350g 4550원,500g 5850원. ●허쉬는 허쉬 스페셜 다크를 출시했다. 퓨어 다크, 모카 다크, 오렌지 다크 3가지 맛이다.3종을 한 데 묶어 밸런타인데이 선물용으로 스페셜 다크 스페셜 패키지도 내놓았다. 낱개 가격은 1200원(50g), 스페셜 패키지는 3600원(150g)이다. ●애경의 화장품브랜드 마리끌레르에서 남성용 화장품 마리끌레르 퍼퓸 쁘아 옴므를 출시했다. 향수 개념의 스킨케어로 토너(160㎖)와 에멀젼(140㎖) 2종으로 이뤄졌다. 각각 1만 8000원이다. ●유니레버 도브에서 뷰티 모이스처 크림 라인을 내놓았다. 도브 뷰티 모이스처 핸드크림(75g,4900원), 도브 카밍 나이트 핸드크림(75g,4900원), 도브 실크 글로우 바디크림(300g,1만 3000원) 등이다. ●동화자연마루는 2008년형 신제품 강화마루 플로렌을 출시했다. 마루 폭을 종전 제품(190㎜)보다 얇은 156㎜로 줄였다. 참나무, 호두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등 4가지 수종을 중심으로 총 15개 패턴이 나온다.3.3㎡(1평)당 9만원대다.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 우물가의 사랑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 우물가의 사랑

    김홍도의 그림 ‘우물가’다. 길 가던 사내는 더운 날씨에 목이 무척 말랐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양태가 작지 않은 갓을 등 뒤에 매단 것으로 보아, 아주 상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웬일인가.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가슴을 풀어헤치고 물 긷는 젊은 아낙에게 물을 달라니 말이다. 게다가 가슴에는 검은 털이 무성하다. 가슴 털은 성적 기호다. 남성의 떡 벌어진 가슴, 그리고 무성한 털이 성적 기호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성적 분위기 맴도는 우물가 두레박을 건네고 줄을 잡고 있는 젊은 아낙을 보라. 상사람이 분명하다. 하지만 참으로 곱지 않은가. 내 생각에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색시로 보인다. 아낙은 수줍어 얼굴을 돌려 사내의 털북숭이 가슴을 보지 않고 두레박만 건넨다. 젊은 아낙 아래쪽의 머리를 위로 틀어 묶은 중년의 아낙 역시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물 속 두레박만 보고 있을 뿐이다. 단원은 우물가에서 남자와 여자가 은밀하게 성적 기호를 주고받는 장면을 작은 화폭에 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그림은 신윤복의 ‘우물가의 고민’이다. 그림 위쪽에 둥근 달이 떠 있다. 밤이다. 달이 걸린 나무를 보시라. 붉은 꽃이 피어 있다. 식물에 대해 무지한 나는 저 꽃이 앵두꽃인지, 복사꽃인지 모른다. 아시는 분은 가르쳐 주시기 바란다. 그림 아래쪽에는 젊은 여자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여자는 우물가에 앉아 두레박 줄을 잡고 있고, 서 있는 여자는 오른손을 턱에 괴고 고민에 빠진 눈치다. 무언가 심각한 사건이 있다. 고민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림은 모든 것을 말하지 않지만, 찾아볼 수 있는 데까지는 찾아보자. 두 여자는 양반집 여자가 아니다. 옷차림을 보라. 둘 다 행주치마를 두르고 있다. 똬리를 머리에 얹고 있는 여자는 흰 민짜 저고리를 입었다. 왼쪽 여인은 녹색 저고리이기는 하지만, 저고리 고름만 자주색일 뿐 다른 장식이 전혀 없다. 또 신은 모두 신이다. 초라한 복색으로 보아 두 여인이 양반집 여자가 아님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두 상사람 여인네는 왜 고민에 잠겨 있는 것인가. 우물이 있는 장소를 보자. 그림 오른쪽 상단에 기와를 얹은 작은 문이 있다. 집으로 들어가는 대문은 아니다. 큰 양반 가문은 건물이 크고 복잡하며 중간에 무수히 작은 문들이 있다. 이 문 역시 그런 문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담장이다. 담장이 허물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 묵은 양반가로 생각되는데, 그 담장에 사내가 하나 서 있다. 사내가 쓰고 있는 양반만이 쓰는 사방관으로 보아, 이 사내는 이 집의 주인 양반일 것이다. 그런데 이 사내는 훔쳐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얼굴을 가리지도 않고, 꼿꼿이 서서 두 여자를 정시하고 있다. 다만 이 사내의 표정은 음침하다. 주인 양반이 왜 밤중에 집안 여자들이 우물가에 모여 하는 이야기를 엿듣고 있단 말인가. 두 여자는 왜 물을 긷다 말고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가, 또 서 있는 여자는 왜 턱까지 괴고 심각한 표정으로 있는가. 그림은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지만, 이 남자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나는 혜원이 그림 속에 담은 생각이 무엇인가 늘 궁금하였지만,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알 수 없으면 상상이다. 담 넘어 서 있는 양반이 서서 고민에 빠져 있는 젊은 여인을 건드렸고, 첩으로 들이려 하자, 그 사실을 여인은 동무에게 털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임신을 시켰든지. 이 그림은 바로 그 고민상담의 장면이라는 것이다. 양반은 이런 이유로 서 있는 여성에게 무슨 제안을 하였고, 그 여성에게 하회를 기다리는 중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이런 해석이라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꼭 그렇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고민에 빠진 여성과 돌담 밖의 남자 사이에 어떤 성적인 관계가 있었다고 추리하는 것은 그리 근거 없지는 않을 것이다. ●유래 오래된 ‘우물과 성의 결합´ 이제까지 본 단원과 혜원 두 그림 모두 우물이 중요한 제재고, 그 우물가에는 성적인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한데 우물은 원래 성적인 것이다. 물이 솟아오르는, 깊고 어두운 곳, 어딘가 ‘여성’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게다가 우물은 여성들의 공간이다. 우물과 성적인 결합의 연관은 역사적으로 그 유래가 퍽 오래된 것이다. 고려가요 ‘쌍화점’은 우물과 성의 결합을 노래한다. 드레우물에 물을 길러 갔더니 우물의 용이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이 우물 밖에 나며들면 하면 조그마한 두레박아, 네 말이라 하리라.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그 잔 곳같이 울창한 곳이 없다. 드레우물의 ‘드레’가 무슨 말인지 알 길이 없다. 한데 용두레우물이란 말이 있다. 만주의 지명 용정(龍井)을 풀면 곧 용드레우물이 된다고 한다. 용드레는 용두레일 것이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긴 나무 속을 파서 만드는 물 푸는 도구가 용드레다. 아마도 드레는 용두레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드레는 또 ‘두레박’의 ‘두레’와 같을 것이다. 어쨌거나 물을 푸는 도구임은 분명하다. 여자가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리는 우물로 갔더니, 우물에 사는 용이 여자의 손목을 쥔다. 이후의 구체적인 과정은 생략하자. 여자는 용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남에게 알려질까 걱정이다. 본 사람, 아니 본 물건은 두레박 밖에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인즉 밖으로 소문이 나면 너 두레박이 한 것이라 말하겠다. 뭐, 이런 뜻이다. 그 뒤의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그 잔 곳같이 울창한 곳이 없다.’는 무슨 말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우물의 용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모른다. 하지만 우물과 용은 긴밀한 관계가 있음은 사실이다.‘삼국사기’를 보면,‘자비마립간’ 4년(461) 여름 4월에 ‘용이 금성 우물 속에서 나타났다.’ 하였고,‘소지마립간’ 22(500)년 여름 4월에 ‘폭풍이 불어 나무를 뽑았으며 용이 금성의 우물에 나타났고, 서울에 누른 빛깔의 안개가 사방에 꽉 끼었다.’ 하였다. 이것은 어떤 자연현상을 두고 용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자연현상을 추리할 수 없으니, 답답하기는 매일반이다.‘삼국사기’의 기록이야 1000년 하고도 5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옛 것이지만, 지금과 가까운 조선시대에도 이런 황당한 일이 있었다. 태종 18년(1418) 수군 첨절제사 윤하는 경기도 교동현 수영(水營)의 우물에 황룡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수영 앞에 우물이 있는데, 수군이 물을 길러 갔더니, 허리가 기둥만 한 누런 색 용이 우물에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다. 분명 무엇을 보기는 본 모양인데, 그것이 과연 어떤 자연현상인지는 알 길이 없다. ●우물가에서 ‘용´을 만난 신덕왕후 우물 용을 이야기 하다가 말이 옆으로 샜다. 어쨌거나 우물은 용과 관련이 있고,‘쌍화점’의 여인은 우물의 용과 성관계를 맺는다. 한데 우물의 용은 아니지만, 용과 다름없는 인간과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다.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다. 이성계의 젊은 시절, 사냥을 나갔다가 목이 말랐다. 돌아보니 우물이 있다. 해서 물 길러 온 젊은 아가씨에게 물을 청했더니, 달고 시원한 물을 한 바가지 떠 준다. 급한 마음에 입에 쏟아 부으려 하는데, 웬걸 물에 버드나무 잎이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잎사귀를 불면서 마실 수밖에. 목을 축인 다음 물었다. 왜 버드나무 잎을 띄웠느냐고? 답인즉 한창 목이 마를 때 물을 급하게 마시면 체한다고, 그러니 잎사귀를 불면서 천천히 마시라는 뜻이었단다. 얼마나 슬기로운가. 그제사 얼굴을 보니, 인물도 곱다. 당연지사 둘은 짝을 지었다. 이 여인이 바로 신덕왕후 강씨(康氏)다. 이성계는 뒷날 강씨의 소생인 방번과 방석을 사랑하여 왕위에 올리고자 했지만, 태종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다. 하지만 그건 뒷날 이야기고, 이성계는 용상에 올랐으니, 강씨의 입장에서는 우물가에서 용을 만난 셈이다. 지금도 사람들이 입에 가끔 올리는 대중가요에 ‘앵두나무 처녀’란 노래가 있다.“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로 시작되는 노래 말이다. 우물가에서 처녀들은 서울에 관한 말만 듣고 모두 물동이와 호미자루를 던지고 서울로 달아난다.2절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동네의 총각도 역시 신부감이 달아난 서울로 달아나 버린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우물가는 남성과 여성의 성적 신호가 오가는 곳이다. 우물도 사라진 지금 그럴 일은 없어졌지만 말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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