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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업 장기화 한진重 르포/ 노조 113일째 ‘천막농성’ 선박 생산라인엔 먼지만…

    11일 오전 부산시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 공장 정문에는 작업복에다 얼굴에는 흰 마스크를 쓴 노조원들이 오가는 방문객들을 체크하며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평소 같으면 직원들의 출근으로 활기가 넘쳐야 할 시간이지만 긴장감이 넘친다.지난 7월22일 발생한 한진중공업 사태가 이날로 113일째를 맞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공장 안팎에는 ‘김주익을 살려내라’,‘조남호(한진중공업회장)를 구속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십여개의 현수막과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선박의 조립용인 대형 블록을 도크에 옮기느라 분주히 오가야 할 크레인은 작동을 멈춘 지 오래다.작업 현장에는 선박 관련 각종 부품만 덩그러니 나뒹굴고 있어 썰렁한 분위기다. 선박의장 공장건물을 지나 한참을 걸어가자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이자 민주노총 금속산업노조 부산·양산지부장인 김 위원장이 고공농성을 벌이다 자살한 35m 높이의 ‘CT85크레인’이 눈에 들어왔다. 크레인 중간에는 환한 미소로 웃고 있는김 위원장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농성을 벌였던 크레인에는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돼 있으며 조합원들이 24시간 지키고 있다.크레인 주변 야드장에는 대형 천막 50여동이 들어서 있고 상복과 두건 차림의 현장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이 눈에 띄었다. 20년째 이 회사에 다닌다는 50대의 한 노조원은 “회사측이 임단협에서 한 번도 수월하게 협상에 임한 적이 없다.”며 “회사의 무책임한 행동이 김주익 위원장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이로 인해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측은 김 위원장의 자살이후 사측의 공개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파업손실에 따른 손배소와 가압류 철회,파업참가자에 대한 임금보전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다.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철회 등은 단위기업이 아니라 정부 또는 재계차원에서 입장이 정리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사측과 노조측은 11일 6차 본교섭을 가졌지만 여전히 현안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다국적군 동참 외국군에 테러경고/이라크 ‘지하드 여단’ 성명

    |바그다드 연합|이라크 주둔 미군과 이슬람 시아파와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아파로 보이는 한 이라크 저항단체가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동참하는 외국 군대와 이들 국가에 대한 테러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맘 알리 빈 아비 탈레브의 지하드 여단’이라는 이라크 저항단체라고 밝힌 5명의 남성은 기관총과 휴대용로켓발사기(RPG),대전차 로켓으로 보이는 무기 등으로 무장하고 동영상 콤팩트 디스크(CD)에 등장했다. 이들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성명을 낭독하는 한 명을 제외하고 꽃으로 장식된 커튼을 배경으로 모두 바닥에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미국이 선정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위원 전원과 미군 주도의 점령 당국에 협조하는 이라크인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고 정치인들과 부족 지도자들을 공격 목표로 거명했다. 이들은 “아랍권 여부에 상관없이 이라크에 파병되는 모든 외국군을 점령군으로 인식,이들과 단호히 싸울 것”이라고 다짐하고 “조만간 이들 국가에 대한 작전을 개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7세기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의 사촌이자 가장 추앙받는 이슬람 시아파 성인중 한 명인 알리 빈 아비 탈레브의 이름을 본뜬 이 단체는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와 카르발라를 미국에 대한 전장으로 거론했다. 이에 따라 AP 통신이 바그다드 서부 팔루자에서 입수,공개한 CD 속의 이들은 이슬람 시아파 단체로 추정되고 있다.
  • 美軍 ‘후세인 세력’ 소규모 급습작전/바그다드 또 폭탄테러 20여명 사상

    이라크에 주둔중인 미군이 사담 후세인 추종자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 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급습하는 대규모 작전에서 특정지역의 특정가옥 등 정확한 지점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의 작전으로 바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미군 사령관들은 후세인 정부 지지자들과 범죄혐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새로운 급습은 전방위적인 소탕작전 대신 좀더 정밀한 작전을 수행하도록 하는 미군의 신(新)개념 전략을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탱크와 헬리콥터의 지원을 받은 미군 제4 보병사단 소속 군인 수백명은 바그다드 북쪽의 한 게릴라 은신처를 급습했다. 미군 관리들은 이 급습으로 미군을 기습한 7명의 이라크인들을 체포했다. 한편 이라크 바그다드 서부 라사파의 한 경찰서에서 2일 두건의 차량 폭탄이 터져 이라크 경찰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했다고 미군측이 밝혔다. 그러나 연합군측 사상자는 없다고 미군은 덧붙였다. 연합
  • 책꽂이

    ●거미 여인의 집(유가미 지음,이룸 펴냄)실험적 글쓰기로 주목받는 작가의 두번째 장편.특유의 문체를 바탕으로 남녀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물고 물리는 구성에 신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환상적 분위기가 돋보인다.8500원 ●불타는 빙벽(고원정 지음,해냄 펴냄)93년 발표한 ‘빙벽’의 완결편.군에서 발생한 의문사 두건을 소재로 군대 문화의 실상을 파헤침.그를 통해 탐욕과 위선 등 인간의 문제와 진보와 갈등 등 역사의 문제를 다룬다.모두 3권,각권 8000원 ●뽀뽀 상자(파울로 코엘료 외 지음,임미경 옮김,문학동네 펴냄)대표 저자외 르 클레지오 등 현대의 내로라 하는 작가 17명이 들려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 모음집.프랑스 어린이 에이즈 보호연대에서 기획했다.9800원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알랭 레몽 지음,김화영 옮김,현대문학 펴냄)프랑스 유명 주간지 ‘텔레라마’ 편집국장인 저자의 ‘추억 3부작’중 2부.68혁명 등을 지나쳐온 지은이의 젊은 날의 열정과 고뇌가 담겼다.8500원 ●러셔(백민석 지음,문학동네 펴냄)작가의 인도여행 경험을 SF로형상화해 2000년 전자책으로 발표된 소설을 재출간.환경 재앙이 발생한 미래를 배경으로 실체가 모호한 권력과 그에 편입하려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그렸다.8000원 ●사랑은 야채 같은 것(성미정 지음,민음사 펴냄)94년 등단한 작가가 6년 만에 내는 두번째 시집.자신의 일상 소재를 동화적 분위기로 잘 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6000원 ●반삼국지(反三國志)(주대황 지음,김석희 옮김,작가정신 펴냄)유비의 촉나라가 삼국을 통일했다는 가정 아래 쓴 대체역사 소설.옮긴이는 “원전 인물 성격을 살리면서도 인과응보 정신으로 전체를 바꾼 작품”이라고 설명.모두 3권,각권 8900원 ●자장가(척 팔라닉 지음,최필원 옮김,책세상 펴냄)영화 ‘파이트 클럽’의 원작자인 작가의 또 다른 현대문명 비판 소설.유아 돌연사 증후군을 소재로 매스 미디어에 중독성을 고발하고 있다.8500원.
  • 소품으로 더 멋지게

    감각적인 패션은 소품 하나로도 표현이 가능하다.잘 선택한 소품 하나로 멋진 리조트룩을 완성해보자. ●선글라스 도심에서나 피서지에서나 선글라스는 필수 품목이다.올해 렌즈 색상은 더욱 밝아졌고,안경테는 없거나 가벼운 티타늄 소재가 인기다.산,바다 등 강한 빛에 노출되는 피서지에서는 녹색이나 회색 렌즈가 좋다.얼굴이 각진 사람은 둥근 렌즈,둥근 얼굴은 렌즈의 양끝이 살짝 올라간 스타일이 어울린다. ●선캡 아줌마들의 전용물로 여겨진 선캡은 햇빛을 막을 뿐 아니라 발랄함을 연출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부상했다.데님,니트 등의 소재에 브랜드 로고나 줄무늬 등으로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 ●두건 지난해 월드컵 기간 동안 유행했던 두건의 인기가 올해도 이어졌다.삼각형의 두건 외에 긴 스카프형을 머리에 묶어 늘어뜨리기도 한다. ●조리 또는 스니커즈 리조트룩에 조리,스니커즈 등을 신으면 자유로움이 더욱 강조된다.스니커즈를 신을 때는 덧버선처럼 발등만 감싸는 양말을 안에 신어 줘야 땀 냄새가 덜 나고 단정해 보인다.끈 묶는샌들이나 조리 스타일의 슬리퍼는 시원하면서도 섹시한 분위기가 난다. ●기타 귀고리는 큼직한 링 스타일이 유행이다.금속 장식의 목걸이나 팔찌,발찌 등으로 시원한 느낌을 살려보자. 최여경기자
  • ‘여중생 사망’추모집회 전국에서“너희 죽음은 외롭지 않았다”

    분노의 촛불은 월드컵 때 붉은악마의 물결처럼 서울 도심을 뒤덮었다.세대와 지역·이념의 장벽도 꺼지지 않는 촛불 앞에 녹아내렸다.시청앞 광장에서 태평로를 지나 광화문 사거리에 이르렀을 때 6만여개의 촛불은 커다란 ‘희망의 은하수’를 이루었다. 신효순·심미선양을 추모하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을 촉구하는범국민 평화 촛불대행진이 지난 14일 열렸다.주말 대규모 집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는 제야행사가 예정된 오는 31일 서울 광화문 등 전국 100여곳에서 또다시 촛불집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임오년은 촛불과 함께 저물게 된다. 14일 촛불집회에는 서울 시청앞과 부산 태화백화점앞,광주 도청앞 광장 등전국 60여곳에서 10만여명의 시민·학생이 참여했다.뉴욕과 베를린,파리,모스크바 등 12개국 16개 도시에서도 현지 유학생과 교포의 촛불집회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시청앞 광장에 모인 각계각층의 시민 6만여명은 태평로를 거쳐 광화문 교보빌딩 앞까지 행진,“SOFA 개정”,“평화시위 보장” 등의 구호를 외치다 밤 10시쯤 자진해산했다.밤 9시쯤 세종문화회관쪽 경찰저지선이 뚫리면서 500여명이 미 대사관 앞길까지 나갔으나 심한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이날 버스 100여대를 동원,이순신 동상 앞과 세종로 양편 1차선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미 대사관 방향으로 진출하려는 시민을 막았다.곳곳에서 작은 몸싸움이 벌어져 일부 학생·시민에 의해 경찰이 대열에서 끌려나왔지만 대다수 시민은 “비폭력”을 외쳤고,“수고한다.”며 생수를 건넸다. 이날 참가자는 머리에 태극 두건을 두른 청소년,촛불을 마주 든 20대 연인,자녀와 함께 나온 30대 부부,등산복 차림의 60대 노인 등 세대를 초월해 지난 여름 월드컵 거리응원 때를 연상케 했다.아시아평화연대(APA) 회원 자격으로 집회장을 찾은 월든 벨로 필리핀대 교수는 “민족 자존의 뜨거운 염원을 확인했다.”면서 “지금의 열기를 전쟁과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전 세계적 평화운동으로 승화시키자.”고 호소했다. 한편 집회를 주최한 여중생 범대위측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전화사과와관련,“근본 원인을 언급하지 않고 ‘유감표명’ 수준에 그친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식 사과와 SOFA 개정을 거듭 촉구했다. 유영규 이세영 황장석기자 sylee@
  • 아미쉬 공동체/자연에 묻혀 사는 사람들...현대사회 미국 한복판서 16세기 농촌의 삶 그대로

    전통적인 검은 옷을 입고 땅을 갈아 농사 지으며 마차를 타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아미쉬(Amish) 사람들.이들은 16,17세기 유럽의 종교개혁 당시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신교도 중에서도 근본주의 경향이 가장 강한 사람들이다.현대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자연과 동화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사회에서는 개인주의보다 공동체 정신이,경쟁보다 협동이,물질적 소유보다 영성(靈性)이,능률적 노동보다 건강한 일이 더 높이 평가된다.그들은 300년 넘게 미국에 살면서도 자신들을 제외한 미국인들을 ‘영국인(English)’이라부르고,자신들의 고향이었던 남부 독일과 스위스의 독일어 사투리를 쓰면서일반 미국인들과 철저하게 다른 삶을 추구한다.그들에게 미국인은 미국이라는 땅에 사는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현대 문명인을 상징하는 뜻이 한층 강하다.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로 간주되는 아미쉬가 왜 지금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나아가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적 삶의 형식으로까지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최근 출간된 ‘아미쉬 공동체’(브래드 이고 엮음,생태마을연구회 옮김,들녘 펴냄)는 아무런 종교적 편견없이 아미쉬의 본모습을 들여다보게 하는 인생지침서다. 아미쉬가 미국에 건너온 초기,그들의 정착지 가운데 가장 큰 것은 펜실베니아였다.역사가 쌓이고 사람도 늘어나면서 정착지는 여러 곳으로 퍼져나갔다.아미쉬 사람들은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오하이오,인디애나 등지에 많이 살고 있다.그밖에 미국 여러 주와 캐나다,그리고 최근엔 남미로 이주해 사는사람들도 꽤 있다.이 책은 이러한 아미쉬 사람들이 직접 쓴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그들만의 희망과 좌절,극복의 드라마가 담겨 있다. 아미쉬에는 여느 종교집단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점들이 있다.그들은 굳이선교활동을 하지 않는다.자기 스스로 신념에 찬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의미있는 선교활동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자신의 육체와 삶이 바로 교회이고 신의 말씀이라고 믿기에 몸과 가정을 올바르게 꾸리는 데 힘을 쏟는다.그래서 그들에게는 교회이기주의가 없다.예배당도 없다.집이 교회이고 일하는밭이 교회이며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 또한 교회다. 아미쉬의 삶은 한마디로 반(反)문명적이다.그들은 자동차 대신 마차를 끌고 다니며,남자는 구레나룻과 수염을 기르고 여자는 미사포 같은 두건을 두르고 다닌다.전기,전화,텔레비전,라디오,신문 등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그들은 왜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거부할까.자동차를 예로 들면,그들은 이것을 결코 편리한 도구로 여기지 않는다.자동차가 있으면 먼 데까지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것 때문에 오히려 가지 않아도 될 곳까지 다니느라 연료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고 본다.그들은 세상에서 진정으로 참된 노동은 농사라고 말한다.농사야말로 가장 생산적이고 주체적이며 신에게 근접할 수 있는 가치있는 노동이라는 것이다.그들이 어떤종류의 정부농업보조금도 거부,자신들의 대표를 의회에 보내 사회보장제도의 대상에서 빼달라고 청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미쉬는 이제 세상에 많이 알려져 그들이 사는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영화 ‘위트니스’의 무대도 바로 아미쉬 공동체다.무례한 구경꾼들에 의해 아미쉬는 종종 ‘이상한 동물’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실제로 아미쉬는 비폭력평화주의자다.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을 내놓으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른다.자기들이살기 위해 남을 해치는 법이 절대로 없다.심지어 정당방위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책은 아미쉬 사람들이 직접 쓴 만큼 무엇보다 그들의 진솔한 목소리를들을 수 있다는데 미덕이 있다.책을 읽다보면 그토록 폐쇄적인 신념을 가진이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처럼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을까 의아스러울 정도다.그럼 점에서 이 책은 도덕적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준다.지난 99년 미국의 국제매체페스티벌 책부문에서도 그런 면이 고려돼 권위있는 ‘에인절상’을 받았다. 이 책은 또한 아미쉬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털어버리게 만든다.아미쉬 사람들이 냉혹하고 과거지향적인 형식주의와 고루함에 스스로 빠져 있다는 말은어디까지나 편견에 속함을 알 수 있다.물질문명이 고도화할수록 인간은 영적인 삶을 갈망한다.현대인의 정신적 귀의처,생태적인 삶의 본향이 바로 아미쉬 마을이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軍의문사 부실수사/ “친구편지를 유서로…” 자살 결론

    지난 83년 군 복무중 숨진 김두황(당시 23세·고려대 재학중 강제징집)씨 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22사단 헌병대는 김씨의 주머니에서 김지하 시인의 ‘끝’이라는 시가 적힌 쪽지를 발견하고,이를 유서로 단정했다.하지만 이 쪽지는 친구가 보낸 편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사건처럼 군 수사기관의 부실한 초동수사로 타살이 자살로 둔갑하거나 사건이 미제에 빠진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의문사진상규명위의 조사결과 밝혀졌다.게다가 군 의문사는 최근에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규명위가 밝힌 80년대 군 의문사 수사의 문제점은 비과학적 수사와 불합리한 수사체계로 요약된다. ◆비과학적 수사관행 규명위는 당시 군 수사기관이 짜맞추기 수사와 강압수사에 의존했으며,자살 정황을 뒷받침하는 사례만 증거물로 채택했을 뿐 타살 가능성은 초동수사때부터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84년과 87년 숨진 임용준·이이동씨는 사망 직전 선임병들에게 집중적으로 구타당했음에도 헌병대는 신병비관 자살로 결론지었다. 현장보존에 실패하거나 증거를 훼손한 사례도 확인됐다.87년 숨진 최우혁씨 사건의 경우 헌병대는 사건발생 5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현장보존에 실패했다.사건해결의 단서가 되는 일기장과 수첩은 내무반에 장기간 방치돼 유실됐다. ◆은폐·조작 방치하는 수사체계 부대지휘관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현장 조작과 경위 은폐를 기도,헌병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현장이 훼손된 사례도 있었다.심지어 헌병대가 조작과 은폐를 묵인하기도 했다. 87년 숨진 노철승씨는 초소경계근무 도중 태권도 교육을 받기 위해 혼자 소대 막사로 복귀하다 사망했으나 중대장은 근무수칙 위반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소대장과 소대원들에게 동료와 함께 복귀하다 숨진 것으로 진술할 것을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83년 숨진 한영현씨는 다른 사병의 총에서 발사된 총탄에 의해 숨졌으나 대대장은 문책을 우려해 현장을 조작했으며,헌병대가 이를 묵인했다. ◆군 의문사는 현재진행형 ‘군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가족협의회(군가협)’ 회원들은 9일 아침 강원도 삼척으로 달려갔다.지난 8월 23사단에서 발생한 박성식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한 현장조사를 참관하기 위해서였다.군가협은 “규명위에 진정된 의문사는 기본적으로 민주화 운동과 연관된 사건들”이라면서 “민주화 운동과 관련되지 않았거나 최근 발생한 의문사도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00여건에 이르는 군 의문사를 자체 조사하고 있다.최근 허원근 일병 사건이 발표된 이후로는 무려 40여건이 추가 접수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들어 90건의 군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이 가운데 44건이 자살로 결론났으며,사유로는 ‘복무 부적응’이나 ‘가정문제’가 대부분이었다.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일방적인 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면서 “수사 구조와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민·관 합동조사를 통해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창구 이세영기자 window2@ ■의문사 최우혁씨 부친 최봉규씨/“형식적 군수사 아들 두번 죽여 의문사법 개정 유족恨 달래야” “형식적인 군수사가 내 아들을 두번 죽이고 아내마저 뺏어갔어.” 지난 87년 육군 제20사단 소속 모부대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된 최우혁(당시 21세)씨의 아버지 최봉규(崔奉圭·사진·72·서울 신림동)씨는 “아들의 죽음이 형식적인 군수사로 인해 은폐·조작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최씨는 9일 오후 국회 앞에서 벌이던 의문사법 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미룬 채 ‘의문사 과정에서 군수사의 문제점’에 관한 기자회견이 벌어지고 있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찾았다. 아들의 사망원인에 대한 군수사가 문제점투성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사고가 나자마자 군수사기관이 아들의 사망원인을 여자문제 등 개인적인 문제로 몰고 갔다.”면서 “사고 경위와 원인을 은폐·조작하기 위해 사고 현장도 훼손하고 공개도 꺼렸다.”고 지적했다. 재수사 자체도 “기존 수사결과를 합리화하는 데 그치는 조잡하고 형식적인 것이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군 헌병대는 우혁씨가 개인적 성격과 복무 부적응을 비관해 휘발유를 몸에 붓고 분신 자살한 것으로 서둘러 수사를종결했다. 최씨는 “군 수사는 ‘군대’라는 폐쇄성 때문에 강압적이고 원시적인 수사를 면치 못한다.”면서 “수사의 비과학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1년 최씨의 부인은 아들의 죽음을 비관해 한강에 투신,목숨을 끊었다. 아들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전에는 절대 눈을 감을 수 없다는 최씨는 “아들과 부인의 한을 풀 수 있도록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법이 빨리 개정됐으면 한다.”면서 “의문사로 자식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군 수사의 문제점을 바로잡아 줄 것”을 촉구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군 관계자 반발/ “살인은폐집단 악의적 매도” 9일 의문사규명위 발표에 대해 국방부는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군 고위관계자는 “한 두건이라면 몰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5건이나 사건이 일부라도 조작됐다는 의문사위 발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관계자는 이어 “사건이 자유자재로 조작되고 은폐될 만큼 군 수사기관이 호락호락한 조직은 아니다.”면서 “의문사위의 발표는 군에 대해 너무나도 악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군이 의문사규명위 때문에 마치 ‘살인은폐 집단’처럼 매도되고 있다.”면서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에 이어 또 이같은 발표가 나와 참담하다.”고 털어놨다. 군은 앞으로 의문사규명위가 지적한 사항에 대해 모두 재조사를 벌여야할지를 놓고 고심하는 눈치다. 국방부 관계자는 “허일병 사건처럼 상세한 정황이 나온 것이 없기 때문에 일일이 재조사에 착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오석영기자 palbati@
  • 유럽주재 美대사관 비행기테러 당할뻔

    9·11테러 1주년을 앞두고 유럽에 비행기 공중납치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지난달 29일과 30일 하루 사이에 스웨덴과 영국에서 두명의 남자가 잇따라 총을 갖고 비행기를 타려다 공중납치 기도 혐의로 체포된 데 따른 것이다. 스웨덴 정보당국 사포는 31일 하루 전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떨어진 베스테라스 공항에서 체포된 케림 채티(29)가 항공기를 공중납치해 9·11테러 때처럼 납치한 항공기로 유럽 주재 미 대사관을 목표로 자살공격을 시도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사포는 채티가 96년9월∼97년4월 미국에서 비행기 조종훈련을 받았으며 채티와 자살공격을 모의한 혐의로 폭약전문가가포함된 4명의 다른 남자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포는 이들이 최소한 1대 이상의 여객기를 공중납치,유럽에 있는 미 대사관을 공격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공격 목표가 어느 나라의 미 대사관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경찰은 30일 버밍엄공항에서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한 남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이 남자는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에서 캐나다의 토론토로 향하던 비행기에 타고 있다 탑승한 비행기가 재급유를 위해 버밍엄공항에 착륙한 사이 통상적인 검사를 받던 도중 체포됐다고 영국 경찰은 말했다.그러나 체포된 남자의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처럼 하루 사이에 두건의 여객기 공중납치 기도 혐의를 받는 사건이 벌어지자 유럽에서는 9·11테러 1주년을 앞두고 공중납치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스웨덴 정보당국은 그러나 채티가 알 카에다 조직원은 아니며 9·11테러를 동경한 나머지 모방범죄를 저지르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유세진기자 yujin@
  • 되살아난 ‘태극기 물결’, 제헌절 맞아 ‘월드컵 감동’ 재현

    월드컵 4강신화와 함께한 태극기 물결이 54돌 제헌절을 맞아 전국에 다시 넘실대고 있다. 국경일에도 드문드문 내걸렸던 태극기지만 이제는 휘날리지 않는 집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다시 태극기 패션 붐이 일었다.월드컵 4강의 벅찬 감동이 진하게 배어 있는 태극기는 국민들의 가장 친한 벗이 되고 있다. 제헌절을 하루 앞둔 16일부터 시민과 네티즌들은 자발적으로 태극기 달기운동에 나섰고,관련 업체 등에는 태극기 구입 문의가 쏟아졌다. 서울 용강·석촌·도곡·우이초등학교 등 일선 학교와 유치원에서는 수업시간에 태극기를 그리고 제헌절 노래를 불렀다. 우이 초등학교 박신정(26) 교사는 “월드컵 이후 권위주의의 상징이었던 태극기가 생활 속의 가깝고 친근한 대상이 됐다.”면서 “제헌절을 앞두고 학생들이 서로 먼저 집에 태극기를 달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 은하수유치원의 원생 150명은 이날 다함께 태극기를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교사 배혜정(28·여)씨는 “아이들이 ‘태극기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기’라면서 무척 즐거워했다.”고 밝혔다. 젊은층 사이에는 이번 제헌절을 포함,국경일마다 태극 망토와 치마,두건 등을 착용하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학생 박은주(24)씨는 “월드컵 열기를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 제헌절 하루 동안 길거리 응원 때 입었던 태극기 망토와 두건을 쓰고 다니기로 친구들끼리 약속했다.”면서 “태극기를 입고 다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활짝 웃었다. 붉은악마 응원단 부회장인 반우용(30·부산아이콘스 축구단 서포터스 전임회장)씨는 “이미 태극기 문양이 두건과 치마 등을 통해 젊은층 생활에까지 파고 들었다.”면서 “오는 9월 아시안게임 때 사용할 대형 태극기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버 공간에도 태극기 달기 열풍이 불고 있다.인터넷에서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송명호씨의 홈페이지에는 ‘태극기’를 내려받으려는 네티즌이 폭주했고,지금까지 30만명이 태극기를 내려받아갔다. 인터넷 다음카페 ‘붉은악마’에 글을 올린 ‘posh girl’이라는 네티즌은 “월드컵은 끝났지만 우리들의 태극기 사랑은 영원했으면 좋겠다.”면서 “제헌절을 맞아 태극기 달기에 동참하자.”고 제안했다. 국기게양 운동본부 손명규(53)씨는 “제헌절을 앞두고 인천과 하남,성남시등 각 관공서에 태극기 1만여장을 납품했다.”면서 “관공서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태극기 구입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석 강혜승기자 hyun68@
  • ‘붉은악마 머플러’ 진품 구입 별따기

    월드컵 응원 열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 붉은색 머플러수집 붐이 일고 있다.태극기나 ‘Be the Reds’라고 적힌 빨간 티셔츠,두건 등은손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머플러(사진)는 응원용품 판매점에 가야만 살 수 있고,수량도 많지 않아 소장품으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붉은 악마’ 응원단이 만든 ‘진품’ 머플러는 인터넷에서 정가보다 10배이상 높은 10만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수요가 넘쳐 물품을 구하지 못할 정도다. ‘붉은 악마’ 머플러는 다른 응원용 머플러와는 달리 ‘Korea’가 아닌 ‘Corea’라고 적혀 있다.또 우리 민족의 고대 군신(軍神)인 ‘치우천왕(蚩尤天王)’의 형상이 그려져 있다.머플러 수집광들은 “치우천왕이 없는 머플러는 수건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 이창구 김유영기자 window2@
  • [월드컵 뷰]월드컵 한국, 그 붉은 신화

    오늘의 역사가 내일의 신화가 된다.이런 점에서 한국 축구팀은 모두가 다 신화의주인공이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최고는 히딩크 감독이다. 사실 월드컵이 시작될 때만 해도 우린 은근히 두려웠다.우리 대표팀이 1차전에서탈락하여 월드컵 열기가 너무 일찍 시들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손님들을 초대해 놓고 우리가 ‘모르쇠’한다면 그거야말로 실례 아니던가.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1년6개월 만에 한국팀을 최고로 끌어올렸다.기적은 여기에서 시작됐다.신화는 여기에서 시작됐다. 세상이 바뀌었다.거리마다 붉은 바다가 출렁인다.‘레드 콤플렉스’에 익숙해 있는 우리에게 ‘비 더 레즈(빨갱이가 돼라)’라고 외친다.그 신성한 태극기가 두건이 되고,치마가 된다.어떤 이는 태극기를 슈퍼맨처럼 망토로 걸치고 길거리를 배회한다. 애국가는 또 어떠한가.즐거운 영화 한편을 보러 가서도 부동자세에 경건한 마음으로 애국가를 불러야 했던 우리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덩실거리면서도 부를 수 있는노래,발을 동동 구르고 춤을 추듯 하면서 부를 수도 있는 노래임을 확인시켜준다.더 이상 그들에게 애국가와 아리랑은 엄숙하고 구슬픈 노래가 아니다. ‘히딩크 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계속된다.히딩크같은 정치인을 보고 싶다고 외친다.‘히딩크 경영학’이 생기고 히딩크 식 ‘파워 프로그램’이 일반인의 건강과 체력단련에 응용된다. ‘히딩크 현상’은 이제 가정의 식단까지를 바꾼다.맵고 짠 음식이 아니라 ‘싱거운 가정식’이 그것이다. ‘히딩크 신화’의 밑바탕에는 ‘붉은 악마’라는 너무도 싱싱한,밝고 명랑한 세대가 있다. 그들은 전 세대가 가진 이념이나 종교·정치·지역이라는 굴레의 틀을 훌훌 벗어버리고자 한다.그들은 신화를 기다려왔고,이제 그 신화를 통해 자신들을 설명하고자 한다.‘히딩크 신화’에 당파나 지역갈등이 있었던가.강인한 생존 의지를 통해팀을 결속시키고 통합시켰을 뿐 거기엔 그 어떤 분열도,균열도 없었다. ‘히딩크 신화’의 마무리는 ‘낡고 병든 것’에 종언을 고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종언의 역사가 펼쳐지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어야 한다.우리의 가슴 벅찬 세대는 단합된 힘을 과시하면서도 그 어떤 불상사도 일으키지 않았다.질서정연한그들은 벌써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붉은악마는 우리 4800만을 하나로 묶어냈다.불과 20여일만의 일이다.한국팀은 우승후보들을 차례로 꺾는 진짜 강팀이 되었다.불과 1년6개월만의 일이다. 히딩크와 한국팀 선수들은 영웅이 되었다.영웅이라고 해서 고대나 중세의 영웅이아니다.그들은 현대의 표상에 맞게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하지만 누가 알랴.그들을 향한 아름다운 우리의 기억이 전설을 만들어내고,그로 인해 그들에 대한 기억이 이야기에 실려 먼,먼 훗날까지 하나의 신화로 퍼져갈는지. 오봉욱/시인
  • [오늘의 눈] 태극기 ‘국민 속으로’

    2002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면서 태극기가 응원도구로 사용되는 등 ‘태극기 붐’이 일고 있다.두건은 물론 치마와 바지·망토 등 태극기 패션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7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를 다닌 기자에게 태극기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권위의 상징이었다.학생조회때마다 갖던 국민의례는 그 어떤 의식보다도 숭고하면서도 장엄한 것으로 여겨졌다.국경일이 지난 다음날엔 어김없이 전날 집에 태극기를 게양했는지 실태 파악을 할 정도로 태극기는 ‘강요된 애국심’의 징표이기도 했다. 3학년인가 4학년때 일이다.담임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다가 창 밖에 빗방울이 보이기 시작하자 갑자기 밖으로 뛰쳐 나가셨다.학교 당직을 맡은 선생님은 비가 오는 날이면 태극기가 빗물에 젖지 않게 하는 일도 중요한 임무중 하나였다.태극기를 비에 젖게 내버려 두었다간 ‘국기 모독죄’라는 지탄을 받던 시절이었다. 80년대에 태극기는 분노와 항변의 상징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80년 광주민중항쟁때 어느 시민이 시민군의 바리케이드로 사용된 버스 위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든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연하다.공수부대의 총탄에 쓰러진 주검들 위에도 태극기가 ‘수의(壽衣)’로 덮인 모습을 보며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이후에도 시위현장에서 태극기는 어김없이 투쟁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그러던 태극기가 패션 도구로 변한 것을 보며 맘속에 자리잡고 있던 장벽이 무너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모셔놓고 우러러야 하거나,한 맺힘의 상징이던 태극기를 젊은 세대들이 언제나 가까이 둘 수 있는 ‘내것’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물론 일부 기성세대 중에는 “태극기를 너무 경솔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그러나 태극기를 권위의 상징으로 멀리하기보다는 누구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드는 게 ‘자발적 애국심’을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자도 18일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앞두고 태극기와 태극 모양의 페이스 페인팅,문신 등이 들어 있는 응원용품 세트를 초등학교 1학년인 딸에게 사주려고 한다.다시는 후세들에게 태극기가 권위와 울분의 상징으로 여겨지지 않는 시대를 염원하면서. 이종락/ 월드컵특별취재단jrlee@
  • 월드컵/ 응원품 봇물 관광객 썰물, 16강 특수 엇갈린 희비

    한국팀의 16강 진출로 월드컵 열기가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곳곳에서 ‘16강 특수’와 ‘불황’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길거리 응원전의 메카로 자리잡은 주요 공원과 축구·응원용품 판매점 및 노점상등은 ‘상한가’를 치고 있는 반면 여름 특수를 노렸던 여행업체와 유통업체,항공사 등은 고객이 줄어 하소연도 못한 채 애를 태우고 있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일대에는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새로운 나들이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휴일인 16일에는 난지천공원,하늘공원,평화의 공원 등에 가족과 연인 등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공원 관계자는 “미국전 직전 휴일인 9일에는 5만여명이 찾았는데 16일에는 두배이상 증가했다.”면서 “16강 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광화문 길거리 응원단 주변에서 응원용 나팔과 태극기,붉은 두건 등을 파는 노점상 조모(35)씨는 “소형 트럭 1대분의 물량이 2시간 만에 동나 30여만원의 수익을 올린다.”면서 “16강전 때는 물량을 많이 준비해 100여만원 어치를 팔 계획”이라고 즐거워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근처 편의점 직원 신모(20)씨는 “한국전이 열리는 날에는 손님이 평소보다 5배 많은 2000여명이나 찾는다.”면서 “18일 경기를 앞두고 음료,캔맥주 등을 대량 주문했다.”고 좋아했다. 동대문운동장 주변 축구용품 대리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이곳 상점에서는 붉은색 유니폼과 수건·머플러 등이 평소보다 4배 이상 팔려 품귀 현상을 빚고 있고 16강 진출 이후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국내 여행사와 영화관,유통업체 등은 울상을 짓고 있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사무소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인천공항 입출국자는 하루 평균 4만여명으로 평소 5만 6000여명에 비해 28.6%나 줄었다.한국전이 열리는 날 국내선 탑승률은 10% 남짓 감소하고 있다.대한항공 관계자는 “한국팀의 선전이 8강까지 이어지면 기분이야 좋지만,응원을 위해 여행을 자제하는 사람이 늘어 수익은 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D여행사 직원 김모(28)씨는 “국내외 여행을 예약하는 사람이 20% 정도 줄었고 일본이16강에 진출하면서 일본 관광객도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는 영업시간과 겹쳤던 한·미전 때 평소보다 매출이 10∼20% 줄었다.이 백화점은 이탈리아전 때도 매출이 크게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종로의 한 영화관은 평소 하루 평균 2만명이 찾았으나,이달 들어 25%나 감소했다.한 관계자는 “16강전이 열리는 이번 주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 같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대형 서점도 사정은 비슷하다.한국전이 열리는 날에는 30∼40%씩 매출이 줄고 있고, 18일 이탈리아전 때는 매출량이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혜영 이영표기자 koohy@
  • 월드컵/ 시청앞 ‘16강 성지’ 새 명소로

    ‘시청 앞으로’ 이번 월드컵 거리 응원을 계기로 서울시청 앞이 시민들 사이에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한국전이 열리는 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손을 잡고 거리 응원에 나서는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도심 주변 주택가에서는 이웃과 함께 시청 앞에 나가 길거리 응원을 벌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폴란드와 미국전에 이어 14일 포르투갈전에서는 가족단위 응원객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붉은 악마’ 티셔츠와 붉은 두건으로 치장하고 태극기와 축구공 등을 얼굴에 그려넣은 가족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87년 6·10 민주화항쟁 당시 ‘넥타이 부대’로 가득 메워졌던 시청 앞이 월드컵‘16강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김해종(34·회사원·마포구 합정동)씨는 이날 아내 이경희(35)씨와 함께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데리고 시청 앞 광장을 찾았다.김씨는 “단체 응원의 감동을 온 가족이 느끼고 싶었다.”면서 “질서있는 단체응원을 통해 아이들이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살난 딸과 함께 나온 주부 김옥희(35·마포구 대흥동)씨는 “18일 경기 때는 이웃들과 함께 나올 예정”이라면서 “경기가 끝난 뒤 응원단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등 아이들이 성숙한 시민의식과 공동체의식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활짝 웃었다. 윤창수기자
  • [사설] 고무탄 사용 안된다

    경찰청이 9일 폭력시위에 고무탄과 최루액 분사기를 제한적으로 사용토록 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1998년부터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는 ‘부드러운’ 진압방식으로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에 이바지해 왔다.그러나 최근 서울 도심에선 일부 과격시위대가 LP가스통에불을 붙이고 칼을 휘둘러 경찰이 진압에 실패하는 ‘공권력 무력화’ 현상이 벌어졌다.시위 진압에 실패한 것은 물론 시위대가 흩어진 다음 시위대를 한 명도 체포하지 못했다.이같은 상황에 직면해 경찰이 고무탄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루액은 몰라도 고무탄만큼은 사용해서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우선 고무탄은 인체를 향해 발사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무탄은 20m 앞에서 발사할 경우 3㎜의 합판을 4조각으로 박살내는 위력을 지녔다.얼굴이나가슴등 주요 부위에 맞을 경우 실명은 물론 목숨을 잃을위험까지 있다.시위 진압에 고무탄을 사용하는 이스라엘아르헨티나 등지에선 고무탄에 맞아 절명하는 경우가 심심찮게발생한다.우리나라에서도 1984년,1991년,1997년 고무충격총과 고무탄을 일선 경찰에 지급했지만 위험성이 너무 커 그때마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사용이 중지되곤 했다.둘째,극렬 과격 시위대에만 사용한다지만 한번 사용이 허용되면 일반 시위나 노동집회 때도 사용이 확대될 우려가있다.셋째,한두건의 과격시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제겨우 평화적 시위 문화가 정착되는 때 경찰 대응이 과격해짐으로써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극렬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과도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고무탄 사용은 철회해야 한다.평화적 시위문화를 정착하려는 지난 4년동안의 노력을 계속 이어 나가길 바란다.
  • 정 前회장 구속 안팎, 1년9개월 ‘지각 사법처리’

    검찰이 한라그룹 사건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9개월여 만에정몽원 전 회장 등 한라그룹 전직 임원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한라그룹은 재계 순위 13위였으나 IMF 위기를 겪은 뒤 98년 한라시멘트 등 우량계열사 대부분이 해외매각되거나 정리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 종업원의 고용승계 문제에 집중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한라시멘트 지분 30%를 보장받았다는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노조는 물론 노조의 제보를 받은 참여연대 등의 고발이 이어졌다. 2000년 7월 한라시멘트 노조의 고발을 접수한 서울지검은춘천지검 강릉지청 등에 있는 이전까지의 고발 사건을 모두건네받아 의욕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정 전 회장 등 관련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가 이어졌고 같은 해 11월 정 회장의 집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벌였다.통상적인 수사단계로 보자면 다음에는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이지만 수사결과 발표는 자꾸만 미뤄졌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사건 기록이 방대해 기록 검토와기본 사실 확인에도 시간이 걸렸고 다른 사건들 때문에 한라그룹 사건에만 매달려 있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검찰 수뇌부의 결단으로 정 전 회장에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검이 처음에 의욕적인 수사를 펼치자 한라그룹측은‘성공적인 구조조정 작업’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수사진척이 느려지면서 한라중공업 계열 삼호조선소가 전남 영암이라는 특정지역에 있다는 점이 부각됐고,K대 출신인 정 전 회장의 서울지검내 ‘학맥’이 거론되기도 했다.이와 함께 정전 회장 일가 신병처리가 연기되는 데 대한 일선 검사들의불만의 목소리도 간간이 흘러 나왔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정 전 회장의 사법처리를 두고‘이번 정권이 마무리되면서 검찰 수뇌부가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니겠느냐.’라는 해석도 돌고 있다.다만 사전영장을 청구한 것은 논란이 많았던 사건인 데다 도주의 우려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도 정 전 회장 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 총장의 결단’을 언급,사법처리 결정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이었음을 암시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
  • 정부소장 미술품 훼손 심각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작가의 기증 등을 받아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에 대한 관리가 부실,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현황파악이 제대로 안되는 것은 물론 방치되는 사례가 빈번해 심각한 훼손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현황]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미술품은 그동안 물품관리법상에서 제외돼 현황 파악조차 안됐으나 조달청이 지난 97년 정부미술품관리규정을 고시,50만원 이상 작품의 수량과 금액 등을 신고받고 있다. 그러나 고시안은 원론적인 보존 지침만을 명시했을 뿐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 및 관리 원칙이 빠져 있다.이 때문에 상당수 고가의 미술품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고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관리책임 규정이 아예 적용조차 되지 않아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17일 조달청에 따르면 2000년말 현재 교육부 등 국가기관 44개와 지자체 등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화·서양화·서예·조각 등 미술품은 3만 2097점,금액으로는 약 535억 6100여만원에 달한다. 이중 국가기관이 1만 4454점(200억 6900만원)을,자치단체가 1만 7643점(334억 9000여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보급 작품도 다수] 지난 99년 감정 당시 억대가 넘는 작품만 15점에 달했다.외교통상부의 청전 이상범 산수화 2점이 각각 5억원과 2억 5000만원,총리실이 보유한 청전의 ‘설경’이 1억 5000만원,문화체육부가 보유한 내고 박생광 선생의 십장생 2점이 각각 1억원,철도청이 관리하는 청전의 ‘추경’이 5억원으로 평가됐다. 또 국회사무처의 김인승 작 ‘단오절’이 3억원,월전 장우성 선생의 ‘백두산천지’ 1억원,감사원의 장두건 작 ‘한강변풍경’ 1억 2000만원,총무처의 김흥수 작 ‘유관순’ 5억원 등으로 감정됐다. 특히 경북도가 보유한 이황의 ‘역범도’와 교육부의 김구선생 작 ‘겨레의 맥박’(병풍),전북도의 김국환 작 ‘독립선언문’,경찰대학이 보유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백두산천지’(한국화) 등 역사적 의의를 갖는 작품도 200점이나 됐다. [훼손실태] 이 작품들은 대부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각 기관의 벽을 장식하는 용도 정도로 머물고 있다. 실제 지난 98년 6∼7월 건국 이후 처음 열린 정부소장품전시회에 나온 주요 작품 70∼80점 가운데 약 20%가 크게 훼손돼 응급 처치후 전시됐던 것으로 밝혀졌다.그러나 보유기관에서는 훼손된 작품의 복원이나 관리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지난해 조달청이 오염·훼손된 미술품의 복원·수복을 위해 단가계약을 체결,각 기관에 통보했으나 활용기관은 단 4곳에 불과했고 자체적으로 수리를 받은 곳도 문화재청 등 일부에 불과했다. 정부소장품전시회에 직접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당시 나온 작품들은 가치가 매우 높은 미술품이었으나 50∼70년대작품들은 훼손이 매우 심각해 복구 작업 후에도 전시가 어려울 정도였다.”면서 “보존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관리규정까지 제정했지만 그 당시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책] 현재 물품으로 분리돼 조달청에 등록만 하면 되는 미술품에 대한 전면 실태조사를 거쳐 고가품과 역사적 의미가있는 미술품은 국유재산으로 등록시켜 본격적으로 관리·보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일선 기관의 미술품 담당 공무원의경우 숫자에만 관심을 보일 뿐이지 보존개념이 부족해 훼손되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전문가의 조사를 거쳐 목록화한 후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공유하자 (6)제자리 걸음 노사문화

    노동조합에 대한 ‘알레르기성 반응’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일부 기업주들은 노동조합의 출범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노조 역시 회사의 경영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강경 일변도로 나가 소중한 삶의 터전을 날려 버린 사례가 적지 않다. 회사는 “노조가 알면 되는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노조는 “당하는 근로자들만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노사는 일부 우수업체를 제외한 다수의 기업들에서 건전한 ‘상생’(相生)의 문화를 만들지 못하고 끝없는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두건의 노사협상 실패사례를 통해 교훈을 알아본다. ◆ 사례1:D정보통신 (충남 천안시). ■감정적 대응은 금물이다. 휴대폰 충전기 제조업체로 연평균 매출액 360억원,순이익 20억원에 부채는 거의 없으며,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해 상장을 앞둔 우량 중소기업이었다. 88세의 창업주는 “나의 피땀으로 이룩한 만큼 회사는 내 것”이라고 여겼다. 회사가 어려울 때 개인소유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충당할 만큼 회사에 애정이 깊었지만 종업원들에게는 생계를책임지는 대가로 무조건적인 충성을 요구했다. 노사관계를 근로자의 합법적인 권리에 근거한 ‘계약관계’라기보다는 봉건적인 ‘주종의 관계’로 인식했다. 경영에 관한 한 모범적인 기업인이었지만 노사관계에서는 시대흐름에 매우 뒤처진 것이 문제였다. D통신에 노조가 창립된 것은 2000년 11월경. 당시 정부의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지원 금지 정책으로 우량기업으로 소문난 이 업체도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떠돌았고 마침 회사는 서울사무소와 천안공장을 통합해 직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회사사정을 잘 알던 차장,팀장 등이 주축이 돼 노조가 설립됐고 이때 회장의 ‘오른팔’로 불린 기획실장이 노조창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회장 아들의 후배로 친자식처럼 대해왔던 기획실장의 노조 가담은 노(老)회장에게는 인간적인 ‘배신’으로 느껴졌다. 회장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곧바로 기획실장을 해고하는 악수를 뒀다. ■강경대응은 강경투쟁을 부른다. 회사의 해고에 노조는 조퇴와 잔업거부로 맞섰다. 노조는 “부당해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기획실장만큼은 인간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거래선인 S전자는 2001년 2월 납품 주문을 중단하고 거래선을 바꿔 버렸다. 회사는 곧바로 ‘전면휴업’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고, 노조는 정문 옆에 텐트를 치고 출근 투쟁을 강행했다.두달여의 대치 끝에 회사는 폐업 신고를 했다. 초보 노사간의 ‘자존심 싸움’은 자산가치 250억원짜리 알짜 회사를 공중분해시켜 버렸다.회사는 없어졌지만 노사간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노조측은 “1억여원의 해고예고수당(위로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고,회사측은 “휴업기간에 수당이 지불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위로금은 없다.”고 버텨 현재 법정 소송이 진행중이다. 당시 이 회사를 담당한 천안지방노동사무소 김병기 근로감독관(현 천안고용안정센터장)은 “노조도 출범한 지 얼마 안돼 상급단체의 ‘지시’에만 의존하는 바람에 유연성이 떨어졌고,연로한 회장은 2세에 대한 경영권 이양이 여의치 않은상태에서 노조가 출범하는 바람에 ‘경영의지’를 상실했다.”고 폐업 이유를 분석했다. ◆ 사례2:D병원 (광주직할시). ■상급단체 과도한 개입 말아야. 95년 3월 건립됐으며 4개병동,25개과에 250병상을 갖춘 준종합병원.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9명의 간호사가 주축이 돼 2000년 5월 노조를 출범시켰다.병원측이 조합원 2명을 인사 조치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노조측은 “노조 결성 이후 8차례의 인사에서 15명이 자리를 옮겼는데 전부 조합원이었다.”면서 병원측의 조합원 차별대우를 비난했다. 이후 임금체불,대자보 부착과 철거,마스크 시위 등을 거치면서 노사는 충돌했다. 병원 입장에서는 상급단체인 보건의료노조가 일일이 교섭에 참견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병원측은 임단협 교섭에서 “산별노조의 ‘지도’를 받고나면 노조의 요구가 보다 강성화되고 있다.”면서 “불순한 외부세력이 순진한 직원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잠정합의를 파기하면 파국 온다. 광주지방노동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노사는한때 잠정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에 불만을 품은 일부 강성 노조원들이 개입해 교섭을 중단시키자 병원측의 감정은 폭발했다. 병원측은 파업전야제 장소인 현관 로비에 에어컨 공사를 한다며 철봉을 설치하고 전기를 끊었다. 파업이 시작되자 곧바로 직장 폐쇄를 신고하고 조합원의 병원 출입을 막았다. 심지어 물청소를 한다며 농성장에 가루비누를 탄 물을 뿌리기도 했다. ■민형사상 책임은 수습에 걸림돌이다. 노동청의 중재로 노사협상이 재개됐다.노조는 병원측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지으려 했지만 병원측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꼭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D병원사태는 지역문제로 확산됐다.민주노총,시민단체협의회 등이 중재에 나서고, 노조원들의 민주당 광주시지부 사무실 점거농성을 계기로 정치권도 관심을 기울였다. 문제가 확산되자 노동청이 다시 적극 중재에 나섰지만 민형사상 면책 문제를 둘러싼 노사의 의견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 출범 7개월만에 병원측은 폐업을 선택했다. 노조는 “무조건 병원에 들어가 노력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불신의 골을 메울 수는 없었다. 병원측은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은 정부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해 2월 병원은 5년 임대 형식으로 다른 병원으로 넘어갔고 D병원 출신 직원 91명은 재입사 형식으로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노조원들은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폐업해도 갈등은 남는다. 노사는 지금도 150여건의 고소·고발·진정과 조합원·보증인들의 부동산·통장·임금에 대한 가압류 등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노사는 모든 것을 잃었고 얻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D병원을 담당한 광주 노동청 김재성 근로감독관의 얘기는 되새겨볼 만하다.“병원측은 애초 노조의 출범 자체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상급단체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인신공격을 받으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자 폐업을 선택했습니다. 노조에 몇차례 타결 기회가 있었지만 타협보다는 강경 대응을 고수해 노조원 14명이 1∼3년의징역을 구형받는 비극을 초래했습니다.”특별취재반 yeomjs@ ▲노사협상의 7가지 격언. 1. 노사의 관계는 인간관계와 감정의 문제이다. 피하고 싶다고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피해가려 애쓸수록 더 깊은 곤경에 빠지게 된다. 2. 분규는 쌍방이 원인을 주고받으면서 확대된다. 상대를 탓하기 시작하면 싸움이 되고, 싸움이 길어지면 미움이 된다. 3. 노사관계는 기업의 제일 큰 자산이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위기에서 드러난다. 튼튼하면 서로 먼저 양보하고 협력하지만, 허약하면 나만 살기 위해 투쟁한다. 4. 작은 구멍 하나가 큰 제방을 무너뜨린다. 비극의 최초 원인은 대개 어이없게 작다. 지난친 편견이나 고집이 회사를 죽일 수 있다. 5. 온실에서 화초처럼 가꿔지는 기업은 없다. 기업은 본래 위기를 딛고 자라는 생명체다. 위기 앞에서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노사간의 믿음이다. 6.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인색하다. 세상의 모든 불화는 이래서 만들어진다. 조금만 더 나를 반성하고, 조금만더 상대를 포용하면 불화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꼭 그 반대로 해서 싸움을 일으킨다. 7. 원칙은 옳다. 그래서 모두가 동경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유연성마저 편법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삼보 페리 ‘별중의 별’

    삼보의 용병 안드레 페리가 01∼02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페리는 27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중부의 추천선수로 출전,화려한 쇼맨십에 과감한 돌파력과 확실한 골밑 슛으로 팀 승리를 이끌고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 62표 가운데 가장 많은 42표를 얻어 별중의 별로 뽑혔다.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나온 페리는 중부와 남부 두팀 선수들중 가장 많은 33점을 올리고 16리바운드를 잡아내 MVP의영광과 함께 2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페리는 또 덩크슛 콘테스트에서도 자유투 라인과 골대 사이에서 구부리고 있던 조니 맥도웰(SK 빅스)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멋진 덩크슛을 성공시켜 챔피언의 영예와 함께 상금100만원을 차지했다. 2001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됐던 페리는 “팀 성적은 좋지 않지만 팀과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보여줘 기쁘다”고 MVP와 덩크슛 챔피언 동시수상의 소감을 밝혔다. 3점슛 콘테스트 결승에서는 중부의 문경은(빅스)이 1분 동안 17개를 성공시켜 14개에 그친 남부의 에릭 이버츠(코리아텐더)를 제치고 우승,1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한편 삼성 삼보 SBS 나이츠 빅스로 구성된 중부팀은 올스타전 사상 두번째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35-132로 승리,통산전적에서 남부팀(KCC 모비스 LG 코리아텐더 동양)에4승 2패로 앞섰다. 곽영완기자 kw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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