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돼지
    2026-02-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850
  • 농림부 “선제적 백신 정책 썼어야…” 시인

    농림부 “선제적 백신 정책 썼어야…” 시인

    농림수산식품부가 결과적으로 날아가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따라가는 ‘사후약방문’식 방역을 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방역당국의 초기대응 미흡으로 구제역이 확인되기 전에 이미 타지역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그간의 지적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추후에는 대규모 재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매몰 위주 정책에서 선제적 백신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현재 농식품부는 살처분 위주 정책을 유지하면서 백신 투입 상황을 좀더 적극적으로 판단한다는 정책 기조를 가지고 있다. ●확진 판정 나온 후에야 방역 시작 농식품부 산하 수의과학검역원은 25일 구제역 확산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경북 안동시에서 지난해 11월 23일 구제역 의심신고가 처음 접수됐을 때 방역당국은 간이검사키트의 ‘음성’ 결과에만 의존해 차단방역을 실시하지 않았다. 28일 확정판정이 나온 뒤에야 뒤늦게 방역에 나섰다. 검역원 관계자는 “이미 11월 14~17일에 안동시에 구제역이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17일 경기도 북부지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 파주지역에서 구제역이 처음으로 신고된 시점은 11월 17일부터 4주가 지난 12월 14일이었다. 강원도나 충청도 지역으로 확산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는 하루 약 10억개의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안동시의 해당 양돈단지의 사육 마릿수는 1만 7000마리로 이 가운데 5%가 구제역에 감염됐다고 가정해도 8500억개의 바이러스가 배출된 것으로 검역원은 추산했다. 소의 경우 구제역 바이러스 4~10개, 돼지는 300~800개의 바이러스로 감염이 이뤄진다. 검역원 관계자는 “안동시에서 당시 방역관계자들이 상부에 구제역 의심신고를 했다면 초동대응을 일주일 정도 빨리 시작했을 수 있다.”면서 초동대응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철벽방어 횡성연구소도 뚫려…” 하지만 방역이 제대로 이루어져도 인력으로 구제역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축산 농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철벽방역을 자신하던 횡성축산기술연구센터가 구제역에 뚫리면서 이런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검역원 관계자도 “내부 백신 주사를 이용하고 직원들의 출입을 완전 통제한 데다가 사료조차 1개월전에 내부에 비축해 놓은 것을 썼기 때문에 아직 구제역 발생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해 1월 구제역 발병 시 한파로 인해 방역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예년과 달리 처음으로 한겨울에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소독약이 얼어붙는 등 방역이 어려워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한 점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작년 혹한기 대책 수립 기회 놓쳐 실제 이번 구제역 사태와 마찬가지로 지난해도 혹한 속에서 분무식 소독약을 뿌리면 공기중에서 얼어 차량을 적실 수 없어 방역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역시 바닥에 생석회를 깔아놓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효력이 소독약에 훨씬 못미쳤다. 결국 같은 달 18일에서야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고 분무식 소독약을 뿌리면서 방역에 나서 구제역을 잡을 수 있었다. 이후 농식품부 산하 수의과학검역원은 자체적으로 얼지 않는 소독약 개발에 착수했지만 성과 없이 접었다고 한다. 혹한기 구제역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실제 한파가 지속되면 구제역 바이러스의 생존 주기도 길어진다. 부동액의 일종인 프로필렌글리콜을 첨가해 영하 15도까지 얼지 않도록 하는 방식과 연막제 방식 등 얼지 않는 소독약을 만들기 위한 민간의 시도도 있지만 아직 검역원의 허가를 받은 사례는 없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돈육 6월까지 무관세… 물가잡기 ‘올인’

    돈육 6월까지 무관세… 물가잡기 ‘올인’

    정부의 전방위 물가 압박에 생활필수품인 공산품값이 일부 내리고 있다. 그러나 혹한 등 이상기온으로 인한 물량 부족에 구제역 발병에 따른 유통상의 어려움까지 겹쳐 농수산품값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다. 정부는 구제역 사태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오는 6월 말까지 수입 돼지고기를 무관세로 들여오기로 했다. 25일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T-gate(가격정보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4일에 수집된 생필품 79개 품목의 평균 가격은 일주일 전에 비해 51개(64.6%)가 내렸고 27개(35.4%)만 인상됐다. 일주일 전에는 내린 품목이 36.7%였다. 내린 품목은 두루마리 화장지(-11.4%), 혼합조미료(-7.1%), 케첩(-5.8%) 등 대량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공산품은 더 내릴 가능성도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가공식품 가운데 상당수 품목이 (가격결정 과정에서) 담합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돼지고기가 일주일 사이에 5.3%나 올랐고 과일주스가 3.8%, 두부가 3.5% 올랐다. 돼지고기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냉동 돼지고기 6만t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삼겹살 1만t과 햄·소시지 등의 원료로 쓰이는 안심과 등심 등 5만t이 대상이다. 현재 25%인 관세율 대신 제로 관세율이 이달부터 6월까지 적용된다. 이와 함께 각각 관세율이 10%인 냉동 고등어와 냉동 명태피레트(명태포)도 관세율 0%가 적용된다. 육류와 수산품은 냉동된 상태로 유통시킬 수 있고 정부 비축물량이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농수산식품부는 지난 2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갈치, 동태를 하나로마트와 수협 바다마트 등을 통해 풀고 있다. 하나로클럽 목동점 관계자는 “1마리당 2500원을 1400원에, 고객 1인당 2마리 한정으로 팔고 있다.”며 “하루 판매량인 300마리가 하루에 거의 소진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혹한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농산물이다. 수협 바다마트 노량진점 관계자는 “한파에 기름값까지 올라 하우스 기름 보일러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상품도 크지 않다.”며 “보온 배송에도 한계가 있어 유통 과정에서 호박이나 상추가 얼어버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서울 양재동에 사는 주부 윤모(44)씨는 “배추를 두 포기 사려고 (하나로마트에) 왔는데 결국 하나만 샀다.”며 “올 설에는 가짓수나 양을 좀 줄여야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한 포기당 3565원 하던 배추는 24일 5104원으로 43.2%나 올랐다. 주부 김모(46)씨는 “재래시장이 마트보다 가격이 30%가량 싼 거 같다.”며 “이번 설 용품은 다 재래시장에서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는 전국 재래시장과 대형유통업체의 제수용품 가격을 비교한 결과, 재래시장이 최대 27%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지혜·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대량 살처분은 실익없는 미봉책”

    “대량 살처분은 실익없는 미봉책”

    경남 김해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24일 양성판정을 받음에 따라 낙동강 저지선이 무너졌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축산인 등 각계에서 구제역 확산에 대해 정부의 오판과 이에 따른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살(殺)처분 정책은 대규모 구제역이 발생했던 영국, 타이완 등에서 사용된 바 있어 검증된 정책이며 백신 접종 시점 역시 적시에 결정했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24일 정치권, 시민단체, 축산협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구제역 대처에 여러 문제점을 간과했다. 환경운동연합, 정범구 의원실, 류근찬 의원실, 홍희덕 의원실 등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하는 긴급토론회의 발제자인 김선경 환경보건시민센터 위원은 정부의 살처분 정책은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백신 주사제 준비 늦었다” 그는 “정부는 살처분 정책이 2000년대 초 영국과 타이완에서 사용됐다고 하지만 당시 영국은 600만 마리의 살처분 대상 중에 수출 품목인 양이 400만 마리에 달했고, 타이완은 돼지 400만 마리 중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었다.”면서 “고기류 수입국인 우리나라가 살처분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실익 없는 미봉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1월과 4월 두 차례 구제역이 발생했고 북아시아 지역에 구제역이 창궐했기 때문에 쌓아둔 백신 원료를 미리 주사제로 바꿔 놓았어야 했다.”면서 “제때 백신 접종을 결정했지만 원료를 영국에 보내 주사제로 바꾸는 데 2주가 걸렸다는 정부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섣불리 원인 알려 갈등 조장” 해외시찰을 다녀온 경북 안동시의 축산인들이 구제역을 옮겼다는 정부의 역학조사 언급에 대해서도 “바이러스는 조류, 들짐승, 바람에 의해 퍼질 수 있어 원인을 100% 밝힐 수 없는데도 섣불리 원인을 알려 지역 내 갈등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제역을 그대로 두었을 경우 사망하는 소와 돼지는 41만 마리일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이날까지 253만 1531마리를 살처분 대상으로 결정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지난 23일 구제역 살처분은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책임자 문책을 요구한 바 있다. 농수산식품부가 백신접종을 주저한 것은 살처분보다 비용이 더 든다고 판단한 것인데 살처분은 10만 마리 당 보상비가 1000억원이 드는 데 비해 백신비용은 5억~6억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병모 양돈협회장은 “구제역 바이러스는 바람이나 들짐승이 옮기는 경우도 많고 수의학계에서는 조류가 구제역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경우가 16%에 이른다는 연구 보고 결과도 있다.”면서 “이미 농가 자체방역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백신 자체생산 검토”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구제역 백신 국내 생산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기자브리핑에서 “백신 생산은 오랜 시간을 갖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주·황비웅기자 kdlrudwn@seoul.co.kr
  • 경남 구제역·경북 AI 첫 발생

    지금까지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던 경남에서 24일 구제역이 발생하고 의심신고마저 들어온 데 이어 충청·호남·경기 지역에 국한됐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경북으로까지 확산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경남 김해시 주촌면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데 이어 주촌면의 다른 돼지농가에서는 의심신고가 접수됐다.”면서 “경북 성주 용암면 산란계농장에서는 AI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충남 공주 계룡면 돼지농가에서도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지역플러스] 용인, 구제역 피해농가 세 감면

    경기도 용인시가 구제역에 걸린 소와 돼지의 살처분으로 피해를 본 축산 농가를 위해 지방세 등을 감면하고 납부 기한도 연장해 주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감면은 2월 시의회 의결을 거쳐 시행한다. 이미 고지서가 부과된 자동차세와 주민세, 재산세, 면허세 등은 6개월간 징수를 미루되 한 차례 연장해 최장 1년까지 납부 기간을 늘려준다. 또 취득세와 지방소득세 등은 3개월간 납부 기한을 연장한다. 각 구청 세무과에 감면 신청서와 피해 사실 확인서를 제출하면 된다.
  •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바이러스의 암호

    문명세계의 장점은 특정 조직이나 사안에 다양한 힘이 작용하도록 시스템화가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해 장치한 ‘3권 분립’이 한 예입니다. 이런 문명화의 질서는 모르긴 해도 자연계에서 배웠을 것입니다. 최근 말썽이 되고 있는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의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런 바이러스는 기이하게도 인간에게는 전파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이런 종 간의 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마 인류는 최악의 파멸적 상황을 맞았을는지도 모를 일이니, 새삼 조화로운 섭리에 외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가 그랬든 바이러스에 종(種)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도록 금단의 암호를 부여했다는 것은 군림하는 존재이면서도 자연계의 질서 안에서는 약체일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서는 행운입니다. 그래서 인플루엔자는 인간에게만, 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에게만, 구제역은 우제류에게만 생기게 된 것이지요. 생각해 보세요. 위험천만한 에이즈(AIDS)가 난교(交)의 습성을 가진 수많은 야생동물에게 생기지 않는 것,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 아닙니까. 이처럼 바이러스가 철저하게 숙주를 가려 기생하는 것은 바이러스 수용체라는 독특한 암호체계 때문입니다. 즉, 숙주마다 마치 컴퓨터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같은 접속 루트를 정해놔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바이러스는 철저하게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지요. 최근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하자 “소·돼지고기나 닭·오리고기를 잘못 먹었다가 재수 없이 동티 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바이러스의 특성을 안다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생명의 종별 특성을 지켜주는 ‘바이러스 암호’가 유효하니까요. jeshim@seoul.co.kr
  • [CEO 칼럼] 삼한사온(三寒死溫)… 삼한사온(三寒四溫)/고광현 애경산업 대표

    [CEO 칼럼] 삼한사온(三寒死溫)… 삼한사온(三寒四溫)/고광현 애경산업 대표

    어릴 적 고향 대전의 겨울을 아련히 떠올리면 추억이 참 많다. 친구들과 해질녘까지 놀다가 집에 오면 손등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마치 가뭄 때 논바닥 같았다. 검붉은 두 손을 따뜻한 물에 담그면 고통스러우면서도 묘한 쾌감이 들곤 했다. 그때도 참 매섭게 추운 날씨였지만 따뜻한 기억들로 남아 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우리 아이들이 춥다고 호들갑을 떨면 나의 어린 시절은 더 추웠노라고, 요즘 추위는 거기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말해주곤 한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요즘 추위도 여간 매서운 게 아니다. 오랜만에 어릴 적 추위를 떠올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 추위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맞게 춥고 더운 것이라면 모를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이라 하니 더욱 그렇다. 몇 년 전부터 사계절이 온통 뒤죽박죽이다. 봄, 가을이 사라지다시피 해 여름과 겨울이 무척 길어졌다. 지난해 봄에도 한참 동안이나 봄을 시샘하는 동장군이 지속되더니, 올겨울은 한반도 겨울의 상징인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사라져 한(寒)만 있고 온(溫)은 온데간데없다. ‘삼한사온’(三寒死溫)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인류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과다하게 사용하면서 오존층이 파괴된 데서 비롯됐다. 혹한(酷寒), 혹서(酷暑), 홍수 등 악순환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의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지구온난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 바닷물과 접한 공기층의 온도가 상승하고 이 압력으로 아시아와 유럽 북쪽으로 찬 공기가 밀려와 혹한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 날씨가 따뜻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추워지는 역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근 50일 이상 한반도 곳곳을 휩쓸며 무려 200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를 살처분한 끔찍한 구제역 재앙도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상혹한과 구제역 사태에서 다시 한번 환경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된다. 과거에 환경문제는 현실이 아니라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교과서에서 우리는 후세를 위해 우리 강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최근의 이상기후를 보고 있노라면 당장 우리에게 닥친 문제라는 점을 실감한다. 후세가 아니라 나 자신의 편안한 삶을 위해 친환경이 대두된 것이다. ‘친환경 경영’을 올해 기업경영의 화두로 삼고 있는 나 자신도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방안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곤 한다. 양치질하는 동안 수도꼭지를 잠그기만 해도 매번 10ℓ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평생으로 따지면 약 55만ℓ라고 하니, 결코 적지 않다. ‘조금 적게’이거나 ‘꼭 필요한 만큼만’ 써도 친환경은 가능하다. 일회용 컵과 비닐봉투, 화장지, 복사용지 등 소모품을 조금 적게, 꼭 필요한 만큼만 쓰고 더 나아가서는 친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와이드 슈머’(Wide-sumer·넓다와 소비자의 영단어를 합친 말로 넓은 시야를 갖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신조어)가 돼 보는 것도 괜찮겠다. 많은 기업이 의식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친환경을 매우 중시하면서도 제품 가격이 좀 더 비싸거나 조금이라도 성능이 떨어지면 이를 결코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같은 조건이라면 친환경 제품을 택하겠다는 의견이 무려 80%에 달하지만, 알뜰한 소비자들은 실제 구매 시에 친환경 제품보다는 값싼 제품을 더 선호한다. 결국 소비자의 자발적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더 큰 편익을 제공하고 경제적이면서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가 기업에 있는 셈이다. 이런 게 요즘 얘기하는 ‘스마트 그린’이 아닐까. 겨울철 삼한사온(三寒四溫)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하며 앞으로 중국이나 일본 출장을 갈 때는 짐을 최대한 줄여 탄소배출량 감소에도 동참해야겠다.
  • 경남서 첫 구제역 의심신고

    주말 사이 경북 상주, 문경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가운데 경남 김해 주촌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처음으로 접수돼 축산 농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의심신고가 돼지농가에서 나와 현재 36%에 불과한 저조한 돼지 백신 접종률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에 걸쳐 한우에는 백신 예방접종이 완료됐지만 ‘종돈’(種豚)을 제외하고 ‘모돈’(母豚)과 비육돈(일반돼지)에 대한 접종률은 강추위와 폭설 등으로 인해 현저히 낮다. 23일 경남도에 따르면 해당 농가에 대한 임상 관찰 결과 사육되는 돼지들이 수포가 생기고 일어서지 못하는 증세를 보였으며, 39마리의 새끼 돼지가 집단 폐사했다. 이에 따라 도는 농장주 등 관련자와 가축의 이동 제한 조치를 내리고 긴급 방역을 하는 한편 이날 밤늦게 반경 500m 이내 농가의 돼지 6500여 마리에 대해 예방 살처분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24일 오후에 나올 예정이다. 경남도는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지난 22일까지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기고] 역병(疫病)과 공공선(公共善)/천대윤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수

    [기고] 역병(疫病)과 공공선(公共善)/천대윤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수

    구제역은 소, 양, 돼지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의 입(口)과 발굽(蹄)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 전염병이다. 올 구제역은 심각하다. 영국은 2001년 구제역으로 3조원의 관광산업 피해를 보았다. 만약 이러한 역병이 인간에게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고대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의 아테네 역병 생각이 난다. 기원전 431년 시작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스파르타의 주축인 펠로폰네소스 동맹과 아테네가 주축인 델로스 동맹 간에 벌어진 그리스 내전이다. 펠로폰네소스 침입 직후 아테네에 역병이 발생했다. 그 역병은 아테네 인구의 약 3분의 1을 사망케 했고, 사회, 도덕, 법제도, 정치, 군사 등 국가사회시스템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절제와 도덕의 공공선을 중히 여기던 공동체 정신이 사라졌다. 선동 정치가들이 판을 쳤다. 사회적 무질서의 아노미 상태가 됐다. 아테네인들에게 용기를 주던 군인이자 지도자였던 페리클레스가 역병에 걸려 사망했고, 군사의 약 4분의 1이 사망했다. 역사를 통해서 볼 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찾아낼 수 있다. 첫째, 역병은 경제적으로 윤택한 사회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니 대비책이 필요하다. 당시 아테네는 해상무역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여 풍요와 정치사회적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역병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이 무너졌다. 예방과 관리의 국가사회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어야 한다. 항상 점검, 평가와 피드백, 그리고 개선이 있어야 한다. 둘째, 역병 등 위기에 대응하는 네트워크형 위기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국가사회 전체적으로 종합시스템 네트워크를 갖추면서도 지역적으로 기동타격대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네트워크의 각 노드(node)에는 행정체제는 물론이고 전문 의사, 군인, 시민, 정치인들이 합심해서 결집해 있어야 한다. 셋째, 군집행동은 역병과 같은 위기 시에 큰 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의 구제역 피해 돼지와 소들처럼 아테네 사람들은 들판에 흩어져 있기보다는 성벽 안으로 모여들어 군집하고 있어 재앙은 빨리 확산됐다. 군집형보다는 분산형 대피가 역병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 시 지하철 대피장소로 군집하도록 하는 지금의 대피방식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기존건물이든 신축건물이든 개인주택, 공공기관, 기업건물, 아파트 등에 지하실을 튼튼하게 구축하도록 법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넷째, 초기대응체제와 전략체제 강화가 필요하다. 아테네인들과 장수들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기존의 전쟁전략을 수정하지 않았다. 나중에 수정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오늘날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가뭄, 홍수, 용수부족 등의 기상재해, 농축산물 수확감소, 각종 질병의 증가 등이 예상될 수 있다. 다섯째, 공동체 삶의 공공선 강화가 필요하다. 역병이 발발하면 아테네 상황처럼 상처받은 사람들은 더욱 상처받고 절망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이들을 치유하고 돕는 상부상조의 협동체 정신과 공공선을 증진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 사회교육, 기업교육, 국가교육이 필요하다. 함께 깨어 있어서 발전적이고 진취적으로 대비한다면 이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
  • 1주일새 고깃값…돼지 14%↑·한우 5%↓

    1주일새 고깃값…돼지 14%↑·한우 5%↓

    구제역 사태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돼지고기값은 여전히 급등하고 있지만 한우 값은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 23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돼지고기(박피·E등급 제외) 도매가격(경매가격)은 1㎏당 7042원으로 1주 전인 지난 14일 6153원보다 889원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한우 도매가격은 1㎏당 1만 4842원으로 1주 전 1만 5706원보다 오히려 864원 내렸다. 소매가도 마찬가지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21일 삼겹살 100g 가격을 1380원에서 1680원으로 20% 이상 올렸다. 구제역이 최근 갑자기 확산되면서 도매가격 급등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반면 한우 가격은 오히려 내렸다. 이마트에서 1등급 한우 고기 가격은 100g당 7450원에서 5600원으로 30% 하락했다. 구제역에 걸린 소와 돼지를 함께 살처분하고 있는데도 한우와 돼지고기 가격 행보가 엇갈리는 이유는 사육 및 살처분 수와 전염속도의 차이 때문. 구제역 발생 이전 한우 사육마릿수는 약 280만 마리로 공급 물량이 넉넉했다. 그중 이날까지 한우의 살처분 마릿수는 14만 2481마리로 돼지보다 전염속도가 느려 살처분 마릿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구제역 발생 이전 사육마릿수가 990만 마리였던 돼지는 무려 233만 9784마리가 살처분됐다. 한편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으로 닭고기 가격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닭 도매가는 현재 생닭 1마리당 2100원 수준으로 AI 직전 거래수준인 1600~1700원보다 20% 올랐다. 이마트 소매가격(생닭 1㎏)도 AI 발생 직전의 7200원에서 이날 7950원으로 10% 올랐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구제역 환경재앙 오나] 환경피해 왜 걱정되나

    [구제역 환경재앙 오나] 환경피해 왜 걱정되나

    “우선 묻기에 급급한 경우가 너무 많다. 2차 피해가 걱정된다.” 경남도에서 예방적 구제역 살처분 가축 현장 매몰에 참여한 김모(44)씨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환경 문제는 ‘사치’라고 말했다. 돼지는 밀폐된 철재 박스에 몰아 넣고 이산화탄소(CO2)를 주입한 후 20~30분을 기다려야 하지만 시간이 없다. 돼지들을 마련된 구덩이에 몰아넣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그냥 흙을 덮는다. 돼지를 다룰 줄 아는 전문가가 없어 사투가 반복된다. 가로 5m에 매몰 마리수에 따라 직사각형 모양이 되도록 세로로 땅을 파야 하지만 매몰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규정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몰지 주변 주민들의 반발도 나온다. 9명의 인원이 격리된 채 한개의 시를 책임지고 있다. 김씨는 “하루에 3~4군데씩 매몰하는 상황에서 주위에 지하수 등이 없는 땅을 구하는 건 책에서나 나오는 소리”라면서 “무조건 발병 농장에 묻는 것이 현장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21일 구제역 가축 매몰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방역요원들은 규정대로 매몰을 하지 못한 경우는 구제역 확산을 긴급히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다가올 2차 환경 오염이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선 침출수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매몰지에 모인 침출수는 원칙적으로 수의과학검역원에서 구제역 바이러스 함유 검사를 한 후 정화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침출수를 모으는 조류조를 설치하지 않거나 구덩이를 둘러싼 비닐이 찢어지면서 침출수가 유출되면 심각한 환경오염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경기도 22곳에서 침출수를 모으는 조류조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가 적발된 바 있다. 경기 파주시와 경북 영천시·안동시 등에서 침출수 유출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수의학계는 소(500~600㎏)의 경우 일주일 후 80ℓ, 2개월 후 160ℓ 침출수가 나오고 돼지는 각각 6ℓ와 12ℓ가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침출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적인 오염은 더욱 심각하다. 영국의 경우 2001년 대규모 구제역 발생 후 실태조사에서 침출수가 지하수로 유입되는 상황이 20년 이상 계속 나타날 수 있고 환경 호르몬인 다이옥신과 발암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s) 등에 의한 토양 오염도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강근 한국지하수토양환경학회장(서울대 교수)은 “국민의 동요를 막기 위해 구제역 주변 매몰지 자료를 정부가 통제하고 있지만 대신 정부가 잦은 점검을 통해 침출수를 차단하는 보완공사를 면밀하고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황비웅기자 kdlrudwn@seoul.co.kr
  • 김일성 생일 만찬 만든 리만카이 요리사의 홍콩 설 음식

    김일성 생일 만찬 만든 리만카이 요리사의 홍콩 설 음식

    “궁혜이파초이! 궁혜이파초이!(恭喜發財·홍콩 광둥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뜻)” 홍콩의 설은 우리보다 훨씬 시끌벅적하다. 홍콩 거리 어디에서나 ‘궁혜이파초이’를 외치는 사람들과 함께 악귀를 쫓는다는 사자 탈춤을 볼 수 있고 폭죽놀이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한국의 설 음식은 떡국을 대표로 강정, 전 등이 있지만 홍콩을 대표하는 요리인 딤섬(點心)은 종류가 더 다양하다. 설을 앞두고 홍콩의 세계적인 요리사 리만카이가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을 찾아 딤섬 요리의 진수를 알려주고 갔다. 리는 1988년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의 생일에 초청되어 전세기를 타고 평양으로 가 40일 동안 요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21일 “북한 당국이 모든 재료가 신선해야 된다고 요구해 살아 있는 닭과 생선을 가져갔다. 하지만 직항편이 없어 중국 베이징에 들렀다 갔더니 시간이 너무 지나 모두 죽어버렸다.”며 당시 일화를 회고했다. 평양에 머무는 동안에는 자정에도 불려 나가 요리를 했을 정도로 “감옥에 머물며 요리만 하다 풀려난 기분”이라고 기억했다. 리는 한국의 설을 위해 모두 다섯 가지의 딤섬 요리를 소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설 딤섬은 ‘② 화개부귀’(花開富貴)와 ‘③ 복주머니’. ‘화개부귀’는 미니 양배추에 십자로 칼집을 넣은 다음 다진 돼지고기를 그 안에 넣고 다진 홍피망으로 장식해서 찌면 된다. 찐 양배추는 마치 꽃이 피는 것처럼 살짝 벌어져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 그는 “돼지고기는 칼로 다져서 손으로 치대면 된다. 믹서나 도깨비 방망이로 갈면 고기가 뻑뻑하고 맛이 떨어진다. 삼겹살 부위를 다져 넣으면 씹는 맛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고기 양념은 기본인 소금, 후추를 입맛에 따라 하면 되지만 이금기 굴소스나 치킨 파우더를 넣으면 훨씬 홍콩 특유의 딤섬 맛이 살아난다. ‘복주머니’는 부를 상징하는 게, 건강을 뜻하는 생선, 가족을 의미하는 새우를 넣고 계란 흰자 피로 싼 것이다. 속 재료를 넣고 물에 한번 데친 파로 묶어주면 그 모양이 마치 복주머니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란 흰자 피는 옥수수 전분을 조금 섞어주면 잘 찢어지지 않는다. 흰자에 옥수수 전분을 섞어 약한 불에 숟가락으로 적당량을 동그랗게 프라이팬 위에 두른다. 팬케이크를 만들 때처럼 거품이 살짝 생기면 뒤집지 말고 이쑤시개로 걷어내면 피가 완성된다.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딤섬으로는 ‘⑤ 버섯+소고기’가 있다. 말린 표고버섯은 한 번 삶은 뒤 다진 소고기를 얹어서 쪄내기만 하면 된다. 소고기를 다지고 양념하는 법은 돼지고기와 같다. 여기에 고수와 말린 귤 껍질을 넣으면 향이 더해진다. 귤 껍질은 중국에서는 진피라 하여 시장에서 팔지만 가정에서 말렸다가 물에 불려서 써도 된다. 다진 새우와 돼지고기를 넣어서 만든 만두인 ‘① 쇼마이’도 위에 귤 껍질로 장식하면 훨씬 모양이 예쁘다. 그가 소개한 딤섬 가운데 가장 손쉬운 것은 ‘④ 배추잎으로 싼 오리고기’다. 마트에서 파는 훈제 오리고기를 한번 삶은 배추잎으로 싼 다음 살짝 쪄내기만 하면 끝이다. 홍콩관광청의 정세영씨는 “홍콩 음식은 감칠맛이 나고 중독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게다가 설에 먹는 음식에는 좋은 일(好事·호우씨)과 발음이 같은 ‘말린 굴’로 만든 수프 등 발음, 모양, 색깔 등에 모두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오는 설에는 재미있는 모양의 만두(딤섬)를 만들며 승진과 부를 기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구제역 환경재앙 오나] 침출수 유출땐 지하수·토양오염 심각

    [구제역 환경재앙 오나] 침출수 유출땐 지하수·토양오염 심각

    올겨울 구제역 확산으로 2개월여 만에 전국 2600여곳에서 소·돼지·사슴 등 우제류 가축을 매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200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10여년간 매몰한 625곳의 4배 이상이다. 지하수·주변 토양 등 2차 환경오염 문제가 우려된다. 서울신문이 21일 살처분이 진행된 전국 9개 시·도의 매몰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2620곳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가 1313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886곳, 강원 225곳, 충남 82곳, 인천 57곳, 충북 53곳, 전북 2곳, 대구·경남 각각 1곳 등이었다. 이날까지 살처분·매몰 대상 가축 230만 7512마리 중 220만 4513마리(95.5%)를 묻었다. 정부는 전국 백신 접종으로 구제역 의심 신고가 다소 줄어들고 추후 구제역 발생 시 발병한 가축과 백신 접종 이후에 태어난 송아지만 살처분하기로 방침을 바꿈에 따라 매몰할 가축이 급격히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현장에서는 신속한 방역을 위해 친환경적 매몰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환경오염 파동이 우려된다. 살처분 현장의 정부 관계자는 “매몰지가 부족하다 보니 지하수 위치 등은 따져볼 새도 없이 주택 앞마당에 묻기도 하고, 강원 횡성의 경우 3만 마리를 한 구덩이에 매몰하기도 했다.”면서 “현장에서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빠른 매몰을 원하는 방역 공무원과 2차 오염을 고민하는 환경 공무원 사이에 매몰 규정 준수 문제를 두고 설전이 오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구제역으로 인한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경기 북부 2곳의 지하수에서 수질오염 물질이자 지하수 및 토양의 부패 정도를 나타내는 암모니아성 질소가 기준치(0.5)를 넘긴 곳도 이미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관계자는 “암모니아성 질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질산성 질소로 바뀌는데 지하수 및 주변 토양에서 키운 농작물이 체내에 과다 유입될 경우 아이들은 피부가 파래지는 청색증이 생길 수 있다.”면서 “2008년 기존 매몰지에 대한 정부 용역 조사에서는 암모니아 질소가 평소의 80배나 검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매몰 방식 외에 다양한 살처분 가축 처리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서울 택시·도시가스 요금 동결

    서울시가 올해 택시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등을 동결하고 상하수도 요금은 하반기에 인상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 버스와 지하철 요금은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상 시기와 수준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3% 상승률에 맞추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일 공공요금 조정 심의 강화와 주요 생필품 공급 확대, 생필품 가격과 개인서비스 요금 정보제공 기능 강화 등을 담은 ‘물가안정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문화시설 입장료, 공연예술 관람료 등도 함께 동결했다. 또 2007년 4월에 인상된 이후 계속 동결되면서 인상 압박이 커진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은 경기도, 인천시 등과 협의해 인상 시기와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애초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는 올해 상반기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아울러 서울시는 농수산물공사를 통해 사과와 배, 쇠고기, 돼지고기, 조기, 명태 등 주요 농수축산물 공급 물량을 확대, 수급 안정화를 꾀하기로 했다. 특히 설 물가 안정을 위해 성수품 물량을 예년보다 10% 이상 많이 확보해 제수의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농수산물공사의 도매가격 기준으로 돼지고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2% 상승했고, 사과와 배는 최고 40%, 조기는 30%, 명태는 20% 올랐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명품한우’ 횡성축산연구소 구제역에 뚫렸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 53일째인 20일 강원 지역 한우의 유전자원을 관리·연구하는 횡성 ‘축산기술연구센터’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명품 ‘횡성한우’를 비롯해 강원 축산산업의 기반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축산기술연구센터는 토종 얼룩소인 칡소 83마리, 한우 404마리 등 모두 487마리를 관리하는 곳으로 강원 지역 한우의 육종과 유전자 관리를 맡고 있다. 연구센터가 보유한 한우 씨수소 14마리는 마리당 가격이 10억원을 넘는다. 센터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출퇴근을 금지한 상태에서 ‘철통방역’을 했지만 결국 구제역에 뚫리고 말았다. 또 홍성·당진 등 국내 주요 축산단지와 인접한 충남 예산 광시면에서도 구제역이 추가 확인돼 백신 접종에도 구제역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예산에서의 잇단 구제역 발생으로 당국은 초비상 상태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8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나왔을 때 “예산은 축산단지와 밀접한 지역이어서 이곳에서 발생하면 상황이 매우 심각해진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날 현재 구제역은 7개 시·도, 55개 시·군, 133곳으로 늘었고 살처분·매몰 규모도 4405농가, 228만 1112마리로 집계됐다. 한편 정부는 향후에는 ‘전국 백신’ 상황임을 감안해 예방접종 뒤 항체가 형성되는 기간인 14일이 지난 뒤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는 감염된 소와 접종 뒤 태어난 송아지만 매몰키로 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서울플러스] 설맞이 직거래장터 개장

    도봉구(구청장 이동진) 설날을 앞두고 26,27일 구청 지하1층 아뜨리움에서 직거래 장터를 개장한다. 장터에는 전북 무안·진안·함안·남해군 등이 참여하여 사과, 햇밤, 대추, 단감, 한과, 표고버섯, 수삼, 멸치, 한우, 돼지고기 등 주민들에게 인기있는 품목 위주로 거래한다. 산업환경과 2289-1576.
  • 우편번호 5자리로… 기초구역제 2014년 도입

    우편번호 5자리로… 기초구역제 2014년 도입

    2014년부터 현행 6자리인 우편번호가 미국 집코드(ZIP-code) 개념의 5자리 기초구역 번호로 바뀐다. 내년부터는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취업계약 입학제가 도입된다.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법제처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4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기초행정 인프라 선진화 방안’ 등을 보고했다. 행안부 행안부는 그동안 공공기관마다 관할구역 등을 정할 때 제각각 적용해 온 기준을 단일화해 행정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국가 기초구역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경찰서나 소방서 등이 관할 구역을 정하거나 국가기관이 행정 통계를 낼 때 지역을 최소 단위로 나누는 기준은 법정동, 행정동, 지번 등으로 모두 달랐다. 행안부는 현재 전국 3474개인 읍·면·동을 지형, 인구, 생활권 등을 기준으로 8~9개로 나눠 3만여개의 기초구역으로 쪼갠 뒤 이들에 현행 6자리 우편번호 대신 5자리의 고유번호를 부여한다. 행안부는 이 계획을 2012년부터 2년간 시범실시한 뒤 2014년부터 공공기관과 민간에 일제히 적용키로 했다. 5자리 고유번호로 새로 조정될 기초구역은 우편·통계·경찰·소방 등 기관들이 관할 지역을 설정할 때 공통적으로 사용하며, 물류 및 상권 분석 등 민간부문에도 적극 반영될 전망이다. 행안부는 또 전 국토에 번호를 붙여 산, 들, 바다 등 건물이 없는 지역의 위치도 쉽게 표시할 수 있는 좌표 개념의 ‘지점 번호제’도 도입한다. 전국을 가로·세로 100㎞ 규모의 바둑판 눈금 방식으로 나눈 뒤 이를 다시 10m 단위로 쪼개 위치표시의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소방·해양경찰·국립공원·한전 등 각 기관마다 제각각이던 위치표시 방식이 일원화돼 비상시 신속한 연계 대응이 가능해진다. 지점 번호는 2013년부터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 우선 적용될 계획이다. 지점이나 시설물 중심으로 복잡하게 표기된 현행 도로표지판도 단순한 양식으로 개선된다. 국토해양부는 현행 도로표지판을 선진국처럼 도로이름 중심으로 간결하게 바꿔 2014년부터 이를 교체해 나갈 계획이다. 법제처 법제처는 운전면허 기능시험 간소화 등 486건의 하위법령을 개정하는 ‘5% 경제성장을 이끄는 하위법령 특별 정비 방안’을 보고했다. 정부가 이미 확정한 개선과제 가운데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정비만으로 시행 가능한 것으로 인허가 등 규제개선 144건, 경제 활성화 165건, 친서민·국민불편 해소 152건, 사회적 약자 보호 등 기타 25건이다. 법제처는 이번 하위법령 정비를 통해 최소 1%의 경제성장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3월 중 각 부처가 소관 하위법령을 정비토록 하고 부처에서 정비되지 않은 하위법령은 4월까지 일괄 정비하기로 했다. 운전면허 기능시험 항목 축소와 함께 교육시간도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대폭 줄어든다. 이를 통해 국민의 기회비용을 연간 6000억원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3층으로 설치가 제한됐던 영유아 보육시설은 5층에도 설치가 가능해진다. 돼지고기의 육질 등급 표시는 11개에서 7개로 단순화하고, 휴양 콘도미니엄의 등록 기준 객실은 50실 이상에서 30실 이상으로 줄어든다. 또 경비업은 허가요건이 과도해 신규진입과 활성화에 제약이 있다는 업계의 불만에 따라 허가 자본요건 1억원을 5000만원으로 축소한다. 반드시 교육장을 갖추도록 한 요건은 삭제된다. 이처럼 상당수의 규제가 완화되는 것과는 달리 축산법 시행령은 가축전염병 관리를 위해 강화된다. 현재 소, 돼지, 닭, 오리 등 4개 종으로 규정한 축산업 등록대상은 산양, 사슴, 거위, 타조 등 8개 종이 추가로 지정된다. 교과부 마이스터고에 취업계약 입학제를 도입한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교육을 강화하고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서다. 교과부는 취업계약 입학제와 별도로 인턴으로 일하고 수당을 받는 ‘취업인턴제’도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마이스터고와 기업이 협약을 맺어 재학생은 산업현장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교육을 받고 졸업 뒤에는 취직이 보장된다. 내년까지 2~3개교를 선정해 시범 운영한 뒤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마이스터고 재학생을 사전 채용하기로 협약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기업 참여를 높이기 위해 취업계약 입학제와 취업인턴제를 도입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준다. 소요 경비를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대상(중소기업 25%, 대기업 3~6%)에 포함해 공제 규모를 늘려주기로 했다. 공기업 등에는 신입 사원 중 일정 비율 이상을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졸업생으로 채용하는 채용목표제도 도입한다. 정부는 공공기관경영평가 시 평가항목에 이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역미필자 채용을 기피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기능요원제도 폐지 시기를 당초 2012년에서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졸업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산업기능요원 편입 자격을 개선한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에 과정형 공인 민간자격제도를 도입해 특정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자동으로 공인 민간자격을 주는 방향으로 자격 기본법령도 개정한다. 황수정·김효섭·박성국기자 sjh@seoul.co.kr
  • 미국 강타한 ‘중국식 호랑이 엄마 교육법’[전문]

    미국 강타한 ‘중국식 호랑이 엄마 교육법’[전문]

     “밤샘 파티, 아이들끼리의 외출, 학교행사에 대한 불만, TV시청과 컴퓨터게임, A 학점이 아닌 다른 성적, 체육과 학예회를 제외한 다른 과목에서 1등을 놓치는 일, 피아노와 바이올린 이외의 악기 연습… 이런 일들은 우리 집에서는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중국 엄마들이 성공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다.”  때아닌 ‘중국식 교육법’ 논란이 미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발단은 ‘제국의 미래’의 저자이자 성공한 중국계 미국 여성의 전형으로 꼽히는 에이미 추아(사진) 예일대 법대교수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호랑이 엄마의 군가(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다. 이 책은 발매 당일 아마존 판매 순위 6위에 올랐고,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추아 교수는 이 책에서 18세인 소피아와 15세인 루이사 등 실제 두 딸의 교육을 본인이 어떤 식으로 관리했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주입식 교육과 성적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중국 전통 방식’으로 묘사하면서 “중국 뿐 아니라 한국, 인도, 자메이카, 가나 등에서도 이같은 교육법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양 어머니들은 중국 어머니들의 자녀교육이 이뤄낸 결과에 대해서는 부러워하지만, 교육 방법을 따라하지는 않으려 한다.”면서 “30분~1시간의 피아노 연습에 만족하는 미국 어머니들과 2~3시간은 해야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중국 어머니간의 차이는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추아 교수의 책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과 교육학자, 작가들이 연일 강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아이들에게 ‘게으름뱅이’‘쓰레기’ 같은 모욕적인 말을 하거나 피아노 연주가 충분히 않다고 생각하면 화장실에도 못 가게 한 추아 교수의 교육 방식은 사실상 ‘인권 유린’이자 ‘아동 학대’라는 것이다.  NYT는 18일 “학업이나 음악에 대한 기술은 늘겠지만, 강요된 교육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을 파괴한다.”면서 “이같은 교육법 때문에 15~24세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다른 인종에 비해 자살률이 월등히 높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아 교수의 책을 요약해 지난 8일 처음 게재한 월스트리트저널의 홈페이지에는 추아 교수에 대한 옹호와 비판의 글이 수천개 이상 달렸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도 네티즌들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대인인 제드 루벤펠드 예일대 교수와 결혼한 추아 교수가 방향제시를 중시하는 이스라엘식과 주입 위주인 중국식 등 두 가지 교육법을 혼용해 딸들을 키우고도, 지나치게 중국식 교육법만 책에서 서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USA투데이는 “자녀 교육에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으며, 옳은 방법을 지목할 수는 없다.”면서 “똑같은 방식으로 교육을 받았지만 추아 교수의 큰 딸은 카네기홀에서 연주했고, 둘째딸은 테니스에 더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추아 교수 역시 해명에 나섰다. 자신의 육아 경험이 아시아나 중국을 대표하는 방식이 아닐뿐더러 책에서 교육법을 제시하려고 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 책은 두 딸을 키운 경험담일 뿐 결코 육아전문서적이나 교육책이 아니다.”면서 “중국식과 서양식에서 장점을 모은 교육법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완성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다음은 2001년 1월 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에이미 추아가 직접 게재한 기고문-왜 중국 엄마들은 우수한가?에이미 추아(예일대 법학 교수) “가벼운 데이트, TV 금지, 컴퓨터 게임 금지, 오랜 시간의 음악 교습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반항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많은 사람들이 중국 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를 성공적으로 키울 수 있는지 그 비결에 대해 궁금해한다. 수많은 중국계 수학 천재와 음악 신동의 가정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고 싶어한다. 이제 실제로 성공적인 육아를 했다고 자부하는 내가 그들에게 그 답을 알려주고 싶다. 내 두 딸 소피아와 루이사(룰루)에게는 금지된 일들이 몇가지 있다. ‣ 밤샘 파티‣ 아이들끼리의 외출‣ 학예회 연극‣ 학예회 연극에 참가하지 못하는 데에 대한 불만‣ TV 시청과 컴퓨터 게임‣ 스스로 선택한 과외 활동‣ A 이외의 성적‣ 체육과 연기 이외의 과목에서 1등을 놓치는 일‣ 피아노와 바이올린 이외의 악기‣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습을 하지 않는 것 ‘중국 엄마’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사용해 보자. 한국이나 인도, 자메이카, 아일랜드, 가나 등에서도 육아법이 비슷한 이같은 ‘중국 엄마’들을 찾을 수 있다. 반대로 중국 엄마들 중에서도 아예 서양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있고, 중국 전통 방식의 육아법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을 실제 서양 엄마들을 포함해 ‘서양 엄마’라고 지칭해보자.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서양 엄마들은 아무리 본인이 엄격하다고 생각해도 중국 엄마와는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내 미국 친구들은 고작 30분, 많아야 1시간의 피아노 연습을 매일 시키는 것만으로 “자녀에게 엄격하다.”고 말하곤 한다. 중국 엄마들은 ‘한시간은 기본이고, 2~3시간은 연습해야 실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문화적 배경이나 전통을 언급하는 것은 언제나 신중해야 하지만, 중국과 서양의 각기 다른 육아법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비교 연구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50명의 미국(서양) 엄마와 48명의 중국계 이민자 엄마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를 살펴보자. 70%의 서양 엄마들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거나 “부모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있었다. 반면 중국 엄마들 중에서는 위와 같이 생각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대신 중국 엄마들은 자녀들이 항상 최고의 학생이 되는 것과 학업적 성취가 성공한 육아의 척도라는 명확한 의식이 있었다. 심지어 자녀가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나지 않은 것은 ‘문제’로 받아들였고, 이는 부모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중국 엄마가 서양 엄마에 비해 최소 10배 이상의 시간을 자녀와 공부하는 데 쓴다는 또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그 시간을 서양 아이들은 대부분 스포츠팀에서 즐기면서 보낸다. 중국 부모들은 일반적으로 “무엇을 하든 잘하게 되기까지는 결코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좋은지를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는 이같은 노력을 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이같은 중국 부모들은 육아 철학은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반항을 하는 등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나 시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아이들의 저항을 초기에 제압하지 못하는 것은 서양 부모들이 이같은 교육법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중국식 육아 전략은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습, 연습, 연습을 계속 강조하면 결국에는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미국에서 ‘주입식 교육’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 수학, 피아노, 야구, 발레 등 어떤 과목에서건 아이들은 두각을 나타내면 부모의 칭찬과 감탄, 만족을 듣게 된다. 이같은 관계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뢰감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아이들은 재미없던 일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부모 입장에서는 좀 더 쉽게 자녀가 더욱 열심히 노력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중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서 서양 부모들을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어린 시절, 난 최소한 한 번 이상 어머니에게 격하게 대들었던 적이 있다. 우리 아버지는 날 중국어로 ‘쓰레기’라고 불렀다. 이런 꾸짖음은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난 비참함과 절망감을 느꼈고, 이는 내가 한 행동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쓰레기’라는 표현이 내 자존심에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 내 부모가 얼마나 나를 높게 평가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 한번도 실제로 내가 쓰레기라고 생각한 경우는 없었다. 어른이 된 후 난 내 부모가 나한테 했던 행동을 그대로 소피아(큰 딸)에게 한 적이 있다. 소피아가 나에 대해 심하게 반항하자, 영어로 ‘쓰레기’라고 욕을 했다. 저녁 파티 자리였고, 난 자리를 뜨려고 했다. 메시라는 파티 참석자는 눈물을 보이며 파티장을 나가버렸다. 파티를 열었던 내 친구 수잔은 나를 달래고, 손님들을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는 중국 부모들이 ‘상상할 수 없는 행동’까지도 실제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행동이라도 말이다. 중국 엄마들은 딸에게 “이봐 돼지, 살 좀 빼”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양 엄마들은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면서 “건강을 생각하라.”고 하는데 그친다. 자녀에게 욕을 한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 결과 그들의 자녀는 여전히 폭식하고, 또다시 절망에 빠진다.(난 서양 아버지가 자신의 다 큰 딸에게 “아름답고 완벽하고 유능하다.”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나중에 그 딸은 나에게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내가 정말 쓰레기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중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명확하게 지시한다. 서양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고작해야 “최선을 다해라.”고 말할 뿐이지만, 중국 부모들은 “너는 게을러 빠졌다. 너의 반 친구들이 전부 너를 짓밟고 있다.”고 말한다. 서양 부모들은 자녀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자녀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만 신경쓰느라 발버둥치고 있다. 난 아주 오랫동안 중국 부모들이 어떻게 자녀를 키우는지 지켜보고 고민해왔다. 그 결과 중국과 서양의 육아법에는 크게 세가지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서양 부모들은 자녀의 자존심에 대해 극단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서양 부모들은 자녀들이 실패를 경험했을 때 어떻게 느낄지를 걱정하고, 끊임없이 안심시키기 위해 애쓴다. 평범하거나 낙제했을 때도 자녀를 ‘잘했다’고 칭찬하는데 급급하다. 다시 말해 영혼의 안식을 찾아주려고만 한다. 중국 부모는 같은 경우에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A-’의 성적을 받아들고 집에 오면, 서양 부모들은 대부분 칭찬을 한다. 반대로 중국 엄마는 무서운 표정으로 무엇을 잘못해 ‘A’가 되지 않았는지 묻는다. 자녀가 B를 받아와도 서양 부모들은 여전히 칭찬을 한다. 어떤 서양 부모들은 자녀를 앉히고 꾸짖지만, 그마저도 조심스럽고 자녀의 눈치를 살피는 와중에 이뤄진다. ‘멍청하다’‘보잘 것 없다’‘불명예스럽다’는 식의 표현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이는 서양 부모들이 자녀들이 잘못본 시험으로 인해 그 과목을 외면하게 되거나, 나아가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녀의 성적이 계속 오르지 않는다면 서양 부모들은 학교장이랑 약속을 잡아서 학교의 교육법 문제를 지적하거나, 교사의 자질을 걸고 넘어진다. 실제로는 드문 일이지만, 중국 학생이 B를 받는 경우 학생은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쥐어뜯으면 폭발하게 돼 있다. 엄마가 곧 수십~수백개의 시험지를 풀게 하도록 할 것이고, A를 받을 때까지 이같은 일이 계속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부모들이 자녀에게 ‘완벽한 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자녀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완벽한 성적’을 받지 못하는 것은 곧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적부진이 자녀에 대한 비난이나 체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부모들은 자녀들이 이같은 비난과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성장할 만큼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중국 부모들은 자녀들이 자신들에게 모든 부분에서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이같은 생각의 근저에는 아마 유교적인 전통과 자녀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과 연결시키는 경향 때문으로 보인다.(중국 엄마들이 엄청난 시간을 자녀를 가르치고, 연습시키고, 살피고, 사생활을 알아내는데 보내는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중국 자녀들은 이같은 부모의 은혜를 갚아야 하고, 복종해야 하며, 그들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서양 사람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인식이 없다. 내 남편 제드(제드 루벤펠드 예일대 법학교수)만 해도 나와는 생각이 전혀 다르다. 한번은 그가 “자녀는 부모를 고를 수 없다.”면서 “애들은 실제로 태어나는 것조차 선택할 수 없는데, 부모가 알아서 태어나게 한 것인 만큼 부모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녀가 부모에게 빚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부모는 은혜를 베푼 것이 아니라 책임만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때론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인) 나에게 서양 학부모와 심각한 의견차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셋째, 중국 부모들은 자녀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자녀의 희망과 선택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중국인 가정의 딸들은 고등학교에서도 남자친구를 사귈 수 없고, 중국 어린이들은 야영캠프에 갈 수 없다. 또 중국 아이들은 부모들에게 “학교 연극에 참여하고 싶어요. 난 주민6을 맡았단 말이에요. 매일 학교 방과후 4시간 동안 연습을 해야 하고, 주말에도 나가야 해요.”라고 요구하는 것 따위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다.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중국 부모들의 이런 행동이 자녀를 돌보지 않는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반대의 경우에, 중국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어떤 것이든 포기할 수 있다. 단지 서양과는 육아 방식이 다를 뿐이다. ‘강압적인 중국식 육아법’의 사례를 들어보자. 7살인 룰루(둘째딸)는 프랑스 작곡가 자크 이버트의 ‘작고 하얀 당나귀’를 연주하고 있었다. ‘작고 하얀 당나귀’는 듣는 것만으로 시골길을 뛰노는 당나귀를 저절로 연상케하는 사랑스런 곡이다. 그러나 이 곡은 양손이 따로 노는 불규칙적인 리듬으로 이뤄져 있어 어린이들이 연주하기에는 정말 어렵다. 결국 룰루는 연주해내지 못했고, 주말 내내 룰루와 나는 한 손씩 따로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두 손으로 함께 연주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계속 연주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강습 전날 룰루는 포기를 선언했다. 난 “피아노로 돌아가라.”고 명령한 뒤 “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아노로 돌아가자 룰루는 갑자기 악보를 구긴 후 찢어버리고, 발로 차고, 주먹질을 하며 반항하기 시작했다. 난 테이프로 다시 악보를 붙였고 코팅을 해서 다시는 찢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룰루의 인형집을 차에다 실은 후 “니가 ‘작고 하얀 당나귀’를 내일까지 완벽하게 연주하지 못한다면 인형집을 구세군에다 기부해 버리겠다.”고 말했다. 룰루는 “엄마가 인형집을 기부하면 내가 피아노를 칠 필요가 없겠네요.”라고 말했다. 난 “점심, 저녁, 크리스마스와 하누카 선물, 생일선물과 파티가 없어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래도 룰루는 굽히지 않았다. 난 룰루에게 “넌 할 수 없을까봐 두려운 나머지 아예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비겁하고, 게으르며, 멋대로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남편이 나서 나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 그는 룰루를 비난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협박이 실제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내 생각에 난 실제로 룰루를 비난하지 않았으며 단지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또 그는 내가 룰루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 “룰루는 단지 기술적인 문제로 연주를 하지 못하는 것이고, 그 수준까지 이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난 남편에게 “당신은 단지 룰루를 믿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반박했고, 난 “소피아는 룰루의 나이에 저 곡을 훌륭히 연주해 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남편은 “룰루와 소피아는 다른 사람”이라는 논리를 폈다. 나는 비꼬는 투로 강하게 부정했다. “모든 사람은 각자 뛰어날 수 있는 분야를 갖고 있다. 패배자조차도 자신의 분야에서는 특별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마라. 난 기꺼이 룰루가 저 곡을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난 다시 룰루에게 돌아갔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저녁부터 밤까지 연습을 계속했고, 조는 아이를 계속 깨웠다. 물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집은 마치 전쟁처 같았고, 결국 난 목이 쉬어버렸다. 어느 순간, 결국 룰루는 해냈다. 두 손을 조화롭게 연주하고 있었다. 룰루는 내가 한 말을 이해하게 됐다. 연습을 계속했고, 점점 빨리 완벽하게 칠 수 있게 됐다. 그 아이에게서는 광채가 났다. “엄마. 보세요. 정말 쉬웠요.” 이 말을 하고 난 후 룰루는 피아노를 계속 쳤다. 그날 밤, 룰루는 내 침대에서 함께 끌어안은 채 잠들었다. 몇주 후 열린 리사이틀에서 룰루가 ‘작고 하얀 당나귀’를 연주하자 다른 부모들이 나를 찾아와 “룰루는 정말 완벽한 연주를 해냈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일로 인해 남편은 내 육아법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서양 부모들은 자녀들의 자존심을 걱정한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 말하자면 자녀들의 자존심을 가장 크게 상처 입히는 것은 하던 일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자녀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고 믿게 도와주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서양에서 출간된 책들은 아시아계 엄마들을 ‘냉혹함’‘혹사’‘계획적’인 존재로 묘사하고, 자녀들의 실제 흥미를 무시한 채 강요한 일삼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중국 엄마들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그들은 자식을 위해 서양 엄마들보다 더 많은 희생을 한다고 믿으며, 자녀들을 잘못된 길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양측의 오해 모두에 근거는 있다. 모든 부모는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중국 사람들이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다. 서양 부모들은 자녀를 한 개인으로 존중하고 그들의 열정을 일깨우기 위해 용기를 심어준다. 또 자녀의 선택을 중시하고, 자연적인 환경에서 그들이 스스로 긍정적이 될 수 있도록 돌본다. 그러나 중국 부모들은 자녀를 보호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들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충분한 능력을 갖추도록 만들며 구체적인 기술과 일하는 습관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차이가 있다.
  • ‘파릇파릇’ 겨울 속 초록 ‘제주’

    ‘파릇파릇’ 겨울 속 초록 ‘제주’

    ‘일시적 빙하기’라지요? 한 달 가까이 혹독한 추위가 이어졌습니다. 동장군이 휘두른 날선 칼날은 도시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벨 기세였습니다. 이 엄혹한 도시에서 ‘따뜻한 남쪽나라’가 떠오른 것은 당연했지요. 인공위성에서 본 대한민국이 온통 흰눈과 얼음으로 덧칠돼 있을 때, 동장군의 서슬을 뚫고 초록으로 빛나는 곳은 제주가 유일했습니다. 제주에서라면, 따스한 바람과 도처에서 만나는 초록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을 얻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겨울 속 초록 풍경을 좇아 제주로 ‘철 없는’ 봄마중을 떠났습니다. ●‘쑥대낭’(쑥쑥 자라는 나무) 늘어선 사려니숲길 겨울 숲에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이파리가 무성할 때는 보이지 않던 숲의 내밀한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수없이 겹쳐진 나무 둥치며, 사이사이 빼곡히 들어찬 흰 눈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제주가 자랑하는 숲은 여럿이다. 그 중 겨울 제주 특유의 그림을 만들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사려니숲길에 한 표를 던지겠다. 사려니숲길은 진초록빛 삼나무와 난대림의 활엽수들이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다. 물찻오름 등 오가며 만나는 오름들은 풍경의 덤. 지난해 15만명이 다녀갈 만큼 여행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최근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주원(현빈)이 라임(하지원)을 두고 오스카(윤상현)와 자전거 하이킹 내기를 펼친 곳으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들머리는 제주시 봉개동 절물휴양림 인근 1112번 도로다. 예전엔 대부분 그냥 지나쳤지만, 물찻오름 등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평일에도 수십대의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려니숲길은 4개 코스로 나뉜다. 물찻오름 쪽을 기준 삼을 경우, 성판악휴게소로 내려가는 코스(9㎞)와 붉은 오름을 돌아 내려가는 코스(10㎞), 그리고 사려니오름 방향으로 가다 월둔삼거리에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14㎞) 등 세개다. 여기에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쓰레기매립장 옆에서 출발해 삼나무 전시림, 사려니오름 등을 돌아 오는 6.5㎞ 순환코스가 더해진다. 이중 대다수 외지인들이 선택하는 길은 원점회귀 코스다. ‘참꽃나무 숲’ ‘치유와 명상의 숲’ 등 볼거리들이 어어져 있다. 원래 사려니숲길은 1112번 도로에서 물찻오름, 월둔삼거리 등을 거쳐 사려니오름에 이르는 15.5㎞ 구간을 일컫는다. 하지만 월둔삼거리에서 1.5㎞쯤 지난 곳에서 사려니오름으로 가는 길이 끊겼다. 보호지역이어서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되돌아오거나, 붉은 오름을 거쳐 내려와야 한다. 삼나무가 펼쳐내는 올곧은 수직세상과 만나려면 남원읍 한남쓰레기매립장 쪽에서 올라야 한다. 가장 덜 알려진 코스이되, 가장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들머리 옆이 쓰레기매립장이어서 첫인상은 꺼림칙하지만, 일단 능선을 밟고 서면 색다른 제주의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이 코스의 자랑은 삼나무 전시림이다. 제주 사람들은 삼나무를 쑥쑥 자란다는 뜻에서 ‘쑥대낭’이라 부른다. 널리 알려진 봉개동 숲터널의 수령 30~40년 된 삼나무보다 곱절은 오래된, 나이 80세 이상의 ‘쑥대낭’들이 빼곡하게 차 있다. 총 1850그루. 숲길 가운데 970m의 목재 데크를 깔아 관람 편의를 더했다. 사려니오름(513m) 정상에서 마주하는 제주 풍경도 각별하다. 제주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지역이 한눈에 잡힌다. 들머리에서 삼나무 전시림과 사려니오름을 돌아오는 데 6.5㎞, 3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들머리에 차량 20여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 코스는 인터넷 예약제로 운영된다. 입장객은 평일 100명, 주말 200명으로 제한된다. jejuforest.kfri.go.kr, 혹은 ‘제주시험림 탐방예약시스템’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매주 월, 화요일은 쉰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064)732-8222. ●늘푸른 곶자왈 아래 거대한 용암동굴 제주의 이색적인 숲 가운데 하나가 곶자왈이다. 척박한 탓에 농토로 쓰이지 못하고, 가축을 방목해도 효율성이 떨어져 사실상 버려졌던, 불모의 땅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덕에 태곳적 모습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고, 최근엔 ‘제주의 허파’란 상찬 속에 생태적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곶자왈은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용암류(熔岩流)가 분포한 지대에 형성된 숲’이다. 쉽게 말해 굳은 용암 위에 형성된 숲이다. 제주의 여러 곶자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선흘리 곶자왈이다.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동산이라고도 불린다. 곶자왈에 들면 아늑하다. 간간이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을 뿐, 초록빛 일색이다. 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은 “곶자왈이 포근한 것은 지하에서 더운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라며 “노루 등 동물들이 동백동산 내 26개에 달하는 동굴(숨골) 주변에서 겨울을 난다.”고 전했다. 곶자왈 안에 수많은 양치식물과 나무들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반면 여름엔 표층보다 찬바람이 분다. 곶자왈은 요철 형태의 지형이 반복적으로 이어져 있다. 이곳이 저곳 같고, 저곳이 이곳 같다. 뱀과 오소리 등도 많이 서식한다. 산책로 이외의 지역을 들여다보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란 얘기다. 습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돌아보는 데 2시간 남짓 걸린다. 용암 위가 곶자왈이라면, 아래는 거대한 용암동굴군(群)이다. 선흘리 곶자왈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제주가 세계에 자랑하는 용천동굴이 있다. 2005년 구좌읍 월정리 인근 전신주 교체공사 도중 우연히 발견됐다. 이듬해 천연기념물 제466호로 지정된 데 이어, 2007년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길이는 약 3.6㎞.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의 전용문 지질학 박사는 “용천동굴은 20만~3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용암종유, 용암석순 등 용암에 의해 형성된 생성물은 물론, 동굴진주 등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석회 생성물들도 가득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희귀한 동굴”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3일 제주·세계7대자연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선포식 이후 관계 당국의 협조를 얻어 용천동굴 일부를 둘러봤다. 용암이 흐르며 만든 거대한 동굴 속에 각종 생성물들이 빼곡하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세계다. 숨 한 모금 내뱉기도, 발걸음 한발 내딛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겨우 100m쯤 돌아봤는데도 동굴의 존재감은 방문객을 무겁게 압박했다. 아쉽게 용천동굴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겨우 사람 한명 들어갈 정도의 입구만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자신이 딛고 선 발 아래 수십만년 전의 기이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럽다. ●녹차밭과 눈 덮인 한라산이 어우러진 풍경 초록의 겨울 풍경이라면 차밭도 빼놓을 수 없겠다. 초록빛 녹차밭과 눈 덮인 한라산이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 서귀포 도순동의 도순다원이다. 규모로는 오설록녹차박물관을 품은 서광다원이 앞서지만, 서정적인 풍경이라면 도순다원에 한 수 양보해야 한다. 차밭 사이 고샅길에 서서 팔을 뻗으면 한라산 부악이 한 손에 잡힐 듯하다. 멀리 발 아래로는 물비늘 반짝이는 서귀포 앞바다가 두 눈에 가득 찬다. 초록 계단엔 녹차잎들이 줄지어 섰다. 그 고운 자태에 가슴에서 날 선 긴장이 가뭇없이 사라진다. 입 끝엔 잔잔한 미소가 걸린다. 초록이 주는 위안이다. 도순다원은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새달 14일 다시 문을 연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가는 길 사려니숲길은 1131번 도로 교래입구삼거리에서 절물휴양림으로 들어가기 전 1112번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중간쯤에 있다. 숲에 편의시설은 없다. 물과 도시락 등은 지참해야 한다. 선흘리 곶자왈은 1136번 도로에서 태왕사신기세트장 쪽에 있다. 제주관광공사 740-6000. 도순다원(739-0419)은 16번 국도를 타고 서귀포시 도순동까지 간 뒤, 도순2교에서 한라산 쪽으로 1.5㎞쯤 오르면 나온다. →맛집 서귀포 색달동의 기원뚝배기(738-7722)는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집. 오분자기 뚝배기가 주종목이다. 한림읍사무소 앞 이가네흙도야지가든(796-4705)은 흑돼지 요리 전문집. 모자반으로 만든 향토 몸국도 별미다. →잘 곳 표선면 해비치호텔은 시승차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슈페리어 1박과 조식권(2인)에 실내수영장, 헬스클럽 무료 이용 등을 묶었다. 차종은 K5, K7, 제네시스 등이다. 당일 상황에 맞춰 배차된다. 24시간 쓸 수 있어 제법 알차다. 주중 27만원, 주말 33만원. 780-8000.
  • 北도 구제역 징후… 인도적 지원 재개될까

    북한에도 구제역의 재앙이 확산된 듯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북측 지역에서 지난해 말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첩보가 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구제역 발병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검역이 강화되는 등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른 당국자도 “북한이 군 부대 등을 동원해 전국적으로 소나 돼지 농장에 대한 소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방역 차원인지 예방 차원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구제역 발생을 계기로 물자를 지원하는 등 인도적 지원의 물꼬를 트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생사실을 밝히고 있지 않다. 아직은 북한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