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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돼지랑 함께/박현갑 논설위원

    기해(己亥)년이 밝았다. 60년 만의 황금돼지해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돼지가 더 눈에 띈다. 식당 계산대에도, 사무실 복도 홍보포스터에도, 신문 지면에도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돼지가 자리잡고 있다. 귀여움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데도 돼지 캐릭터를 앞세운 유아복이나 화장품 마케팅도 뜨겁다. SNS에도 돼지들이 넘쳐난다. ‘2019 다 잘 돼지’, ‘기해년을 기회년으로!’ 등 위트 넘치는 메시지와 함께 얼굴을 들이민다. 돼지는 인간 생활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친숙하다. 무엇보다 복과 재물의 상징이다. 돼지 꿈을 꾸면 복권을 사고, 새로운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고사를 지낼 때도 돼지머리는 빠지지 않는다. 탐욕의 상징이기도 하다. ‘돼지 같은 사람’, ‘뚱돼지’라는 표현은 욕심 많고 미련한 사람을 말하거나 뚱뚱한 사람을 놀릴 때 쓰인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개돼지’라는 표현은 공직자들에겐 금기어다. 변함없이 흐르는 시간이지만, 인간은 해가 바뀔 때면 늘 의미를 부여하며 요란 법석을 피운다. 가는 길은 있으나 되돌아올 길이 없기에 그런 것일 게다. 개와 고양이는 못 키우나 마음속 복돼지 한 마리는 길동무 삼아 키워 볼까 싶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반려견 호적에 올리고 싶네예~” 반려견 사랑꾼 로버트 할리

    “반려견 호적에 올리고 싶네예~” 반려견 사랑꾼 로버트 할리

    ‘한 뚝배기 하실래예?’(2009년 라면 광고), ‘걸면 걸리니까 걸리버지예~’(1997년 핸드폰 광고) 등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 외국인의 등장으로 당시 대중의 많은 관심과 사랑까지 얻게 된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 1997년 귀화해 인생의 반을 한국인으로 살아오고 있는 그는 한국 여성과 결혼해 장성한 세 아들까지 두었다. 어느 덧 만 60세의 고참 방송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또 다른 ‘두 자식’인 반려견 샌디와 컬리, 이 두 늦둥이의 보호자로 인생 후반기를 새로운 사랑으로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학교이사장으로, 변호사로, 방송인으로 바쁜 일상을 보낼 수 밖에 없던 그가 늘 간절히 꿈꿨던 것을 지난해 한 방송을 통해서 현실로 만들었다. SBS플러스 <펫츠고! 댕댕트립> 프로그램을 통해 아내와 세 아들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미국 중서부를 여행하고 돌아온 것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하일씨와 그의 가족은 미국의 선진 반려문화에 놀라움과 큰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하일씨의 단골 카페에서 만난 그의 첫인상은 서글서글한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했다. 말 잘 안 듣는 아들 보다 한 번도 불평불만 하지 않는 자신의 반려견 샌디와 컬리를 더 사랑한다는 하일씨. 반려견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호적에까지 올릴 생각을 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아쉬움을 달래고 말았다라는 그와의 유쾌한 만남을 정리했다.(Q) 많은 직종에 종사하시는 데 본인의 ‘진짜’직업은강아지 아빠죠. 학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고, 방송도 많이 하고 있어 방송인이라고 해야 되기도 하죠. 학교운영도 무시하면 안되니깐 이사장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죠. 물론 애들 아빠이기도 합니다. (Q) “집사람과 아들 없이 살아도 반려견 없이 못 살아예”라고 말할 정도다. 반려견 샌디와 컬리 소개 해주신다면제가 농담으로 코리안 아메리칸 코카스파니엘이라고 부르는 데 샌디를 처음 보고 나서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강아지가 너무 예뻐 미칠 지경이다. 컬리는 샌디의 아들이다. 굉장히 활발하고 산책 데리고 나가면 정신없이 뛰어가고 새만 보면 막 잡아먹으려고 한다.(Q) 순정만화 주인공 같이 생긴 막내 자랑 좀 해주신다면아빠하고 친구 같은, 동생 같은 그런 아들이다. 이게 자랑인지 모르겠지만 돈 쓰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고 사람만나는 것도 좋아한다. 집에 잘 안 들어온다.(웃음) (Q) 캘리와 샌디를 호적에 올릴 정도로 사랑하시는 데...강아지가 아들보다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들은 반항하고 말대꾸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강아지는 절대로 안 한다. 진짜 제가 호적에 올릴 수 있으면 올리겠지만 현실적으로 강아지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진짜 올리고 싶은 맘으로 그런 말을 한 거다. (Q) 강아지를 키우게 된 계기는결혼하고 나서 애기를 낳게 되니깐 강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여러 번 키웠었다. 애들이 강아지하고 같이 밖에서 놀면 좋을 거 같았고, 잘 모르겠지만 머리 발달에 좋은 거 같다는 말을 들어서 키우게 됐다. (Q) 반려견 교육 혼자 다 했다는데 힘든 점은 없었는지힘든 거 없었다. 너무 쉬웠다. 사람들이 왜 그런 교육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제가 전에 키웠던 강아지들한테 그런 교육을 안 시킨 게 후회가 된다. 몸 돌리는 거, 앉는 것 등 많은 것들을 가르쳤다. 교육 덕에 샌디는 오랫동안 소변을 참을 수 있게 됐다. 이후 한 번도 실수한 적 없다. 아들 컬리는 소변을 다섯 시간 참을 수 있게 됐다. 훈련 계기는 아내도 강아지들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려고 훈련을 직접 시킨 거다. 아내가 집에서 너무 털이 많이 날려서 불평투로 ‘털털털’하고 말하지만, 이젠 잘 때 강아지를 껴안고 잘 정도로 좋아한다. (Q) 사유리와 한 소속사다. 서로의 반려견에 대해서 가끔 얘기하는지사유리가 키우는 두 마리 강아지 중 한 마리가 아프다. 암에 걸렸다. 강아지 안 키우는 분들은 잘 모른다. 키우던 반려견이 죽으면 ‘어떻게 눈물이 나냐고 그냥 강아지인데’라고. 나도 내 강아지가 아프면 많이 운다. 마음이 매우 속상하고. 사유리씨와 서로간에 이런 얘기들 많이 나눈다. (Q) 반려견과의 미국 여행은 어땠는지강아지 키우는 사람들은 여행 잘 못한다. 강아지 데리고 여행 갈 수 있게 돼서 너무나 좋았다. 헌팅턴 비치에 가보니 강아지 천국이었다. 크나큰 강아지들이 뛰고 놀며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컬리와 샌디도 신나게 뛰며 바닷물에 들어갔다 나오고,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국에도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Q) 일반견들과 함께 뛰노는 장애견들을 보고 많은 걸 느꼈다고 했는데다리도 없고 몸에 큰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장애견들을 일부러 키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놀라웠다. 하지만 너무나 보기 좋았다. 그러한 장애견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Q) 반려견과 캠핑카를 타고 미국을 돌아다니는 것이 힘들지 않았는지제가 직접 운전하는 캠핑카에서 강아지랑 같이 여행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같이 잘 수도 있고. 캠핑카 여행은 내 꿈이었다. 이런 여행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데 해보니깐 너무나 좋았다. 최고의 여행이었다. (Q) 여행준비가 힘들진 않았는지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은 거 같다. 조금만 알면 굉장히 쉽다. 정말 강아지 데리고 여행 가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 말하고 싶다. 여러분들도 도전해 보기를 권유한다. 후회하지 않을 거다.(Q) 미국의 반려견 문화는 한국과는 조금 다른데한 번은 한국에서 작은 강아지를 가방에 넣고 택시를 타려고 했다. 택시 운전사가 “타지마, 강아지 싫어”하고 그냥 가버렸다. 만일 그 분이 우리 집사람한테 “이 여자 보기 싫으니 타지마”라고 하면 제 마음이 어떻겠나.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강아지를 조금만 더 따뜻하게 받아주었으면 한다. 미국에서는 그런 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인정한다. (Q) 개를 유기하고, 학대하는 사람들을...왜 때려요. 왜 학대해요. 왜 그런 못된 짓을 해요. 반려동물은 내 아들하고 똑같다.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상상할 수 조차 없다. (Q) 가끔 반려견에 대한 이별 준비를 생각하곤 하는지다음 세상으로 떠난 강아지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걱정도 많이 하고 있고 더불어 신경도 많이 쓰고 있는 편이다.‘내 강아지가 죽었을 때 내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다시는 키우지 못하겠어’ 하는 분들 있어요. 마음이 아프다고 다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말이 안된다. 그렇게 사랑했으면 다시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아들 셋 다 키운 아내분께 고마움이 있다면집사람이 지방에서 계속 아이들을 키웠으니깐 너무나 고맙다. 그리고 강아지들을 안 쫓아내니깐 제가 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웃음) (Q) 2019년 기해년(돼지해)이 밝았다. 앞으로의 계획과 소망이 있다면?방송활동 하면서 조금 이상하다. 내가 나이는 제일 많은 데 이상하게 제일 바쁘다. 물론 학교운영도 열심히 할 거다. 물론 가족도 계속 사랑해야겠죠. 글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민지 기자 sungho@seoul.co.kr
  • [포토] 머슬퀸 정아름, 탄력넘치는 완벽한 바디라인

    [포토] 머슬퀸 정아름, 탄력넘치는 완벽한 바디라인

    원조 머슬퀸 정아름이 황금돼지띠 해를 맞아 “2019년 나와 함께 더 섹시하고 건강한 라이프를 만들어보아요”라며 팬들에게 새해인사를 전했다. 2001년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화려한 스포트리이트를 받았던 정아름은 그동안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자타공인 원조 스포테이너 스타로서 입지를 굳혀왔다. 프로골퍼이기도 한 정아름은 2011년에는 한국 최고의 인기 피트니스대회인 머슬마니아를 석권하며 원조 머슬퀸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정아름은 “머슬퀸으로서 많은 여성들이 건강하면서 날씬한 몸매를 갖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신년인터뷰] 김태경 시흥시의회 의장, “노인과 장애인, 아이와 엄마 같은 사회적 약자도 행복한 시민 되도록 최선”

    [신년인터뷰] 김태경 시흥시의회 의장, “노인과 장애인, 아이와 엄마 같은 사회적 약자도 행복한 시민 되도록 최선”

    김태경 경기 시흥시의회 의장은 서울신문과의 신년인터뷰에서 새해에는 노인과 장애인, 아이와 엄마 같은 사회적 약자도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는 시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그동안 복지는 단순히 안정적인 의식주와 같은 기초생활 영위를 위한 복지였다”며,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 행복이 개발을 위해 너무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소외된 사회적 약자가 사각지대에서도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평생학습과 문화가 융성한 시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이후 의장으로서 지난 6개월을 돌아본 소감은. —‘시민중민 열린의정’이 의정 슬로건이다. 동료의원들의 지지 속에 제8대 시흥시의회 전반기 수장 자리에 올라 지난 6개월간 정말 바쁘게 보냈다. 어느 때보다도 시대적 소명에 부응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의장 직무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3선이며 8대 의회 수장으로서 더욱 날카롭고 세밀하게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해내고자 힘썼다. ⇒새해 의정운영 방향은. —시흥시에게 2019년은 미래 혁신도시, 4차 산업 혁명을 이끌어가며 인구 50만 진입을 눈앞에 둔 중요한 시기다. 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먼저 다가가는 의회, 시민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의회로 거듭나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분열과 갈등보다는 ‘소통과 화합으로’ 진정한 시민행복을 위한 ‘책임감 있는 의정활동’으로 시흥시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는 지역 일꾼이 되고자 노력하겠다. ⇒지난 12월 실시한 제7대 의회 첫 행정사무 감사를 평가한다면. —자치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전통문화 계승 및 발전 지원 등 17건에 대해, 도시환경위원회 소관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시흥매화일반산업단지 조성과 SPC 관련 추진사항 등 19건의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초선의원들이 처음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면서 잘못된 관행이나 문제점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한 발전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예산의 효율적 운용방향을 제시하는 등 각 분야에 광범위한 감사활동을 펼쳤다고 생각한다. ⇒새해 시 예산 심의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삭감하거나 늘린 예산분야는 뭔가. —새해 예산은 시민복지 증진과 시민행복을 위한 경제활력 예산에 집중했다. 시민생활 안정을 위한 기초연금 및 시흥형 주거비 지원사업 예산을 반영했다. 특히 지역내 소비를 통해 지역 소상공·자영업자의 매출을 늘려 자생적인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기 위해 유통되기 시작한 지역화폐 “시루” 규모를 200억원으로 확대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과반이상으로 시정 견제기능이 약화될 거라는 우려가 있는데. —시장과 시의회의 과반수가 넘는 다수가 같은 정당소속이라 해서 시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에 대해 우려하는 걸 알고 있다. 허나 저는 감시와 견제가 서로 생각이 다른 대립된 입장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 대표들로 구성된 시의회와 시정부가 모두 시민을 위한 마음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서로 협력하도록 노력하겠다. 하지만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같아 협력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시의원으로서 본분을 항상 잊지 않고, 시정책이 제대로 된 방법으로 적절한 실행이 되고 있는지 감시와 견제는 충실히 이행하겠다. ⇒새해 가장 이루고 싶은 의정목표를 한 가지만 든다면. —3선 의원으로 활동해 오면서 시민들과 함께 느끼고 생각한 것은 그동안은 시흥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젠 노인과 장애인, 그리고 아이와 엄마 같은 사회적 약자도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는 시흥이 돼야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복지는 단순히 안정적인 의식주와 같은 기초적인 생활영위를 위한 복지였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 ‘행복’이 개발과 발전을 위해 너무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이제부터는 소외된 사회적 약자가 사각지대 안에서도 어려움 없이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평생학습과 문화가 융성한 시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시민에게 새해 인사 한마디 해달라. —2019년 기해년은 ‘황금돼지’ 해다. 돼지는 전통적으로 부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노란색은 재물을 불러온다고 한다. 새해에는 시흥시민 모두가 부자되고,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하겠다. 변화하는 시기에 시민 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드린다. 항상 여러분 편에서 시흥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여기는 중국] 환경미화원에게 1100원 짜리 뷔페 제공하는 사장의 사연

    매일 아침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7위안(약 1100원)짜리의 아침 뷔페를 제공하고 있는 한 남성의 사연이 화제다. 중국 충칭시 위베이구(渝北) 인근에 자리한 식당에서 환경 미화원들에게 7위안짜리의 아침 뷔페를 제공해오고 있는 라오덩씽 씨(이하 라오 씨). 라오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줄곧 인근 도로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대에 아침 식사를 준비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에 따르면 라오 씨는 지난해 7월 무렵 새벽 5시부터 출근해 도로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침 식사를 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이후 환경미화원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무료’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라오 씨의 무료 아침 식사 지원 소식에 상당수 환경미화원들은 ‘긴가민가’하면서도 자주 그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10월 무렵부터 라오 씨의 식당에는 단 한 명의 환경미화원도 찾아오지 않았고, 그동안 그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던 환경 미화원들은 라오 씨를 피하는 등 이상한 낌새를 보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화원들은 라오 씨의 무료 식사를 이용하는 대신, 오히려 그의 식당 인근의 또 다른 유료 식당에서 식사를 해오는 장면을 자주 마주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소식을 들은 라오 씨는 무료로 제공하는 자신의 식당 대신 이웃한 다른 식당에서 식사 비용을 지불해가며 식사 하는 이유가 자신의 식당 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확신, 그는 자신의 식당 직원 중 일부가 환경 미화원들에게 불쾌한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했다. 더욱이 그가 제공하는 식사는 환경 미화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으며, 영양적인 측면에서도 환경 미화원들을 균형있는 식사를 위해 뼈 해장국, 감자 볶음, 두유, 꽈배기 등 다양한 메뉴를 구비해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자신의 식당을 찾아 무료로 식사를 하는 미화원의 수가 급감, 급기야 지난 10월 무렵부터는 단 한 명의 미화원도 찾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는 그는 환경 미화원에게 그 연유를 물었고, 이에 대해 대부분의 미화원들은 그에게 “무료로 제공받는 것이 미안하여 식대를 지불했지만, 수 차례에 걸쳐서 직원들이 한사코 거절하는 것이 너무나 미안해서 더 이상 무료로 식사 대접을 받지 않게 됐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식사 대접에 부담을 느낀 미화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 차린 라오 씨는 이후 이전보다 더 푸짐한 메뉴로 구성, 단 돈 7위안(약 원)에 즐길 수 있는 뷔페를 제공해오고 있다. 실제로 라오 씨가 이전에 무료로 식사를 제공했던 시기와 비교, 7위안의 뷔페를 제공해오고 있는 현재는 인근의 환경 미화원은 물론이고 공사장 일용직 근로자들까지 그의 식당에서 7위안의 만찬을 이용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매일 새벽 이른 시간에 출근하며 하루를 여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고 있었다”면서 “요즘에는 전보다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더 좋은 음식을 준비하려고 노력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식당에서는 매일 아침 공수되는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 연근 볶음, 닭고기 간장조림, 오이 계란 볶음, 돼지 뼈 해장국 등 7~8가지의 메뉴가 제공돼 오고 있다. 이 곳에서 매일 새벽 식사를 한다는 환경 미화원 덩 씨는 “맛과 양에서 모두 훌륭한 식당”이라고 평가,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구매해서 길거리에 앉아서 먹었던 전과 비교해 맛과 영양 면에서 매우 만족하는 한 끼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2019’ 영웅 기대 돼~지

    ‘2019’ 영웅 기대 돼~지

    59년생 박항서, 아시안컵 태풍될 듯 83년생 최형우, KIA 부활 중심돼야 95년생 안세현, 수영선수권 메달 기대2019년 기해년은 ‘황금돼지’의 해답게 돼지띠 스타들이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돼지띠 가운데 1959·1972년생은 주로 지도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1983년생들은 현역 생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다짐으로 새해를 맞았다.1995년생들은 선수 생활 전성기를 잘 이어가 향후 10년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하며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60) 감독은 오는 5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격해 ‘박항서 매직’을 이어간다. 베트남은 이란, 이라크, 예멘과 D조에 편성됐다. D조 1강으로 분류되는 이란이 무난히 16강에 오를 것으로 보여 베트남은 이라크와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1일 박항서호는 필리핀과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4-2로 승리해 A매치 18경기 연속 무패(9승 9무) 행진을 벌이며 기분좋게 아시안컵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전북을 K리그 최고 팀으로 올려놓은 명장 최강희 감독은 올해부터 중국 슈퍼리그 톈진 취안젠 사령탑으로 새 출발한다. 최 감독은 지난달 2일 경남FC와의 경기가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뜨거운 고별 행사를 치렀다. 새 구단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은 최 감독은 슈퍼리그에서 특유의 ‘닥공’ 축구를 선보일 전망이다.프로야구 KBO리그에선 사상 최초로 몸값 100억원 시대를 연 최형우(36·KIA)가 대표적인 돼지띠 스타다. 최형우는 2017년 이적 첫 해 통합우승을 이끌며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젊은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게 버팀목 역할을 맡아야 한다. 1995년생 ‘20대 돼지’로는 NC의 차세대 에이스 장현식, 국가대표 ‘마무리’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함덕주(두산) 등이 있다. 이들은 오는 11월 치르는 프리미어 12와 내년 도쿄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오는 7월 전남 광주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를 빛낼 돼지띠 스타는 안세현(24)이다. 여자 접영 100m와 200m에서 한국신기록을 이미 세 차례나 작성했던 터라 홈 레인에서 한국 여자선수로는 첫 세계선수권 메달의 주인공이 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기대했던 금메달을 놓쳤기에 세계선수권 출전 각오가 남다르다.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을 거머쥔 고진영(24)은 돼지의 해에 2년차 시즌을 시작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승에 빛나는 김시우(24)도 추가 우승에 도전한다. 이밖에 프로바둑의 이세돌(36), 프로농구의 허훈(24·KT)도 황금돼지해를 빛낼 준비를 하고 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황금돼지로 내수 살려라” 유통업계 활발한 마케팅

    “황금돼지로 내수 살려라” 유통업계 활발한 마케팅

    기해년 맞아 다양한 상품 속속 출시 헤라·미샤 캐릭터 적용 화장품 눈길 속옷·식음료 기획상품·경품 이벤트 GS25·CU는 돼지고기 도시락 내놔유통업계가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황금돼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돼지 캐릭터를 적용하거나 돼지고기를 식재료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관련 이벤트로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헤라는 황금돼지의 해를 기념해 ‘2019 골든 피그 컬렉션’을 한정 출시했다. 안티에이징 쿠션 ‘에이지 리버스 쿠션’ 2종과 립스틱 제품 ‘루즈 홀릭 샤인’의 인기 색상인 88호 시크릿 버건디, 338호 원 퍼펙트 레드에 하늘을 날고 있는 황금돼지 캐릭터를 적용한 제품이다. 에이블씨엔씨의 화장품 브랜드 미샤도 날개 달린 분홍색 돼지 그림으로 디자인한 ‘피그드림 에디션’을 출시했다. 속옷 브랜드 BYC는 돼지 무늬와 한문 ‘돼지 저’(猪) 글자를 각각 새긴 남성용 속옷 ‘레드 박서’ 2종을 내놨다. 식음료 업계도 돼지를 앞세운 기획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스팸 한정판인 ‘스팸 골든 에디션’을 70만개 한정 출시하고 다음달까지 구매자 전원을 대상으로 100% 경품 당첨 이벤트를 진행한다. 롯데주류는 호주의 대표적인 와이너리인 ‘울프블라스’와 손잡고 금색 돼지 디자인을 라벨에 적용한 ‘울프블라스 골드라벨’ 레드와인 2종(카베르네 소비뇽·쉬라즈)을 선보였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돼지고기를 식재료로 활용한 황금제육 도시락, 황금왕돈가스 도시락 등 3종을 신상품으로 내놨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도 간장 불고기, 제육볶음을 비롯해 큐브 탕수육, 미니 돈가스, 고기산적, 햄 샐러드 등 돼지고기를 활용한 9가지 반찬이 들어간 ‘새해엔 모두 다 돼지 도시락’을 한정 출시했다. 오는 31일까지 도시락을 구매하고 CU멤버십 포인트를 적립한 고객들에게 ‘돼지바’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연초에는 신년과 관련된 마케팅이 주를 이루지만 특히 돼지는 복, 재물운 등을 상징하기 때문에 새해 선물로 관련 제품을 주고받는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해를 맞아 스포츠용품과 건강기능식품 판매도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건강 관련 시장이 유통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7∼30일 연말 2주 동안 스포츠용품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8.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축구용품 매출이 전년 대비 84.5%, 자전거 등 계절 스포츠용품이 44.6% 증가했고, 등산·캠핑용품은 14.5%, 야구와 농구는 각각 13.3%와 8.5% 늘었다. 건강기능식품 매출도 91.5% 증가했으며, 디저트 형식의 다이어트 보조 식품 매출은 359.2%나 급증했다. 근로 시간이 단축되고 건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건강·여가와 관련한 상품의 수요가 늘었다는 게 롯데마트 측의 분석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하는 일마다 다 잘 “돼지~” 기해년 해맞이

    하는 일마다 다 잘 “돼지~” 기해년 해맞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선유교에서 시민들이 여의도 빌딩 너머로 떠오르는 2019년 새해 첫 해를 바라보고 있다. 첫 해돋이를 보러 70만여명이 몰린 강원도 동해안을 비롯한 전국 일출 명소와 고속도로 곳곳에서는 교통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1월 1일 ‘새해둥이’ 돼지띠 아니라고?

    1월 1일 ‘새해둥이’ 돼지띠 아니라고?

    “2019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띠의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첫날 가장 많이 들은 인사 문구 중 하나다. 기업들의 ‘황금돼지’ 마케팅도 줄을 잇고 있다. 1월 1일 0시에 태어난 ‘새해둥이’를 ‘돼지띠’로 아는 부모도 많다. 하지만 아직 기해년은 오지 않았다는 게 정설이다. 새해둥이의 띠도 돼지띠가 아니라 여전히 개띠다. ●띠가 바뀌는 건 ‘입춘’ 기준 올 2월 4일 역술인과 민속학자들은 “서양에서 온 ‘양력’과 동양의 띠가 잘못 연결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 따르면 띠가 변경되는 기준일은 ‘입춘’이다. 우리나라 전통 달력은 달과 태양의 변화를 모두 반영한 태음태양력을 사용하는데, 띠는 태양의 움직임을 반영한 24절기를 따라간다. 절기상 새해의 시작이 입춘이기 때문에 띠의 기준도 입춘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입춘인 2월 4일 이전에 태어난 신생아의 띠는 무술년 개띠가 된다. ●음력 1월1일 설날도 기준 아니야 띠가 음력 1월 1일인 설날(구정)을 기준으로 바뀌는 것으로 잘못 아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구정이 입춘보다 빨리 찾아와도 띠는 바뀌지 않는다. 띠는 입춘의 시점에 따라 바뀌며, 정확한 시점은 하루 중 입기 시각, 즉 어느 때에 태양이 특정 위치(황경 315도)에 있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그럼에도 유통·주류·패션업계에서는 양력 새해 첫날을 기해년 첫날로 보고 ‘황금돼지’ 마케팅을 쏟아내고 있다. 역술인들은 전통문화로 이어져 오는 ‘십이지간’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양력과 뒤섞여 흐려진 원인이 기업들의 과도한 마케팅에 있다고 지적한다. ●“황금 돼지 마케팅이 문화가 된 듯”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쌍춘년이나 황금돼지해 등을 활용한 마케팅은 1990년대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상업적으로 먼저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 문화로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천간(天干)이 청·적·황·백·흑색 등 ‘오방색’ 속성을 가지고, 이것이 띠 앞에 붙어 ‘황금돼지’, ‘청마’, ‘흑룡’, ‘백호’ 등과 같은 별칭으로 불리는 것은 오행론 등 민속학적인 근거가 있는 내용”이라면서 “일부 오해가 있더라도 기분 좋게 즐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황금돼지해 돼지 관련 지명 전남 최다

    전남도가 돼지 관련 지명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지리정보원이 2019년 기해년 돼지 해를 맞아 전국의 지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112곳중 전남은 27곳으로 최다 지역으로 분석됐다. 이어 경남 21개, 전북 16, 경북 13개순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먹거리가 풍부한 남쪽 지방에서 가축으로 돼지를 많이 길러 지명으로 자주 사용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전남의 지명은 종류별로 마을 19곳, 섬 3곳, 산 2곳, 골짜기 2곳, 나루 1곳이다. 시군별로는 고흥군이 5곳으로 가장 많다. 영암군과 신안군이 각 4곳, 보성·화순·장흥·강진군이 각 2곳, 나주시, 담양군, 구례군, 무안군, 장성군, 완도군이 각 1곳씩이다. 돼지는 옛날부터 재물을 상징했다. 고사 지낼 때 상 가운데 돼지머리를 놓는 풍습에서 보듯 상서로운 동물로 미화되면서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고흥군 과역면 신곡리 신기마을은 마을 지형이 돼지모양으로 생겼다 해 ‘저동’이라 하고 또 일명 ‘도수골’로도 불렸다. 1914년 일제 초기에 지방행정구역 통폐합 시 제방을 축조하면서 새로 터를 잡은 마을이라 해 마을 이름을 신기로 개칭,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강진군 대구면 저두리는 상저, 중저, 하저의 3개 자연마을로 이뤄졌다. 별칭으로 ‘돝머리’라고 부른다. 마을 지형이 돼지머리를 닮은 데서 유래하고 있다. 저두리는 ‘돝머리’의 한자식 표기로, 해방 후 상저, 중저, 하저로 부르고 있다. 영암군 도포면 도포리 ‘저산(猪山)’은 산이 돼지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처럼 돼지와 관련된 지명이 즐비한 것은 돼지가 예로부터 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 하며 호흡한 친숙한 가축이기 때문이다. 박병춘 도 토지관리과장은 “지명 부여 시 그 지역에서 유래한 고유의 전통 지명이 부여되도록 문헌 등의 자료 조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새해둥이도 아직 개띠입니다”… 띠 변경 기준일은 ‘입춘’

    “새해둥이도 아직 개띠입니다”… 띠 변경 기준일은 ‘입춘’

    “2019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띠의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첫날 가장 많이 듣는 인사 문구 중 하나다. 기업들의 ‘황금돼지’ 마케팅도 줄을 잇고 있다. 1월 1일 0시에 태어난 ‘새해둥이’를 ‘돼지띠’로 아는 부모도 많다. 하지만 아직 기해년은 오지 않았다는 게 정설이다. 새해둥이의 띠도 돼지띠가 아니라 여전히 개띠다. 역술인과 민속학자들은 “서양에서 온 양력과 동양의 띠가 잘못 연결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 따르면 띠가 변경되는 기준일은 ‘입춘’이다. 우리나라 전통 달력은 달과 태양의 변화를 모두 반영한 태음태양력을 사용하는데, 띠는 태양의 움직임을 반영한 24절기를 따라간다. 절기상 새해의 시작이 입춘이기 때문에 띠의 기준도 입춘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입춘인 2월 4일 이전에 태어난 신생아의 띠는 무술년 개띠가 된다.띠가 음력 1월 1일인 설날(구정)을 기준으로 바뀌는 것으로 잘못 아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구정이 입춘보다 빨리 찾아와도 띠는 바뀌지 않는다. 띠는 입춘의 시점에 따라 바뀌며, 정확한 시점은 하루 중 입기 시각, 즉 어느 때에 태양이 특정 위치(황경 315도)에 있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그럼에도 유통·주류·패션업계에서는 양력 새해 첫날을 기해년 첫날로 보고 ‘황금돼지’ 마케팅을 쏟아내고 있다. 역술인들은 전통문화로 이어져 오는 ‘십이지간’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양력과 뒤섞여 흐려진 원인이 기업들의 과도한 마케팅에 있다고 지적한다.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쌍춘년이나 황금돼지해 등을 활용한 마케팅은 1990년대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상업적으로 먼저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청·적·황·백·흑색 등 오방색이 지지(地支) 앞에 붙어 ‘황금돼지’, ‘청마’, ‘흑룡’ 등과 같은 별칭으로 불리는 것은 오행론 등 민속학적인 근거가 있는 내용”이라면서 “일부 오해가 있더라도 기분 좋게 즐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대전은 엑스포다리 맨몸 마라톤으로 새해 첫날 열어

    대전은 1일 엑스포다리에서 웃통을 벗은 시민 3000명이 달리는 것으로 새해 첫날을 열었다. 소주 ‘이제 우린’을 생산하는 충청권 주류기업 맥키스컴퍼니가 주최한 ‘대전 맨몸마라톤’이 이날 오전 11시 11분 11초에 대전엑스포과학공원 앞 갑천 위 엑스포 다리에서 열린 것이다. 매년 새해 첫날 아침에 맨몸으로 달리는 이색적인 행사로 이번이 4회째다. 엑스포다리를 출발해 한밭 수목원, 유림공원, KAIST 등 대전 갑천변 7㎞를 달리는 코스다. 순위도, 기록도 매기지 않는 행사로 순수하게 즐기면 된다. 이날 마라톤에는 가족은 물론 연인, 친구, 직장 동료들이 함께 참가했다. 몸에 ‘우리가족 건강하게’ ‘여친 구함’ ‘돼지해 대박’ 등 2019년 새해 소망을 쓴 사람이 많았다. 자녀와 함께 참가한 김모(43)씨는 “춥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다짐을 하고자 참가했다”고 했다. 김씨 자녀처럼 어린이 700여명도 이날 마라톤에 나섰다. 주최 측은 7㎞를 완주한 어린이(5~13세)에게 세뱃돈으로 3만원씩 주었다. 마라톤이 끝난 뒤에는 다 같이 따뜻한 떡국도 나눠먹었다.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은 “맨몸으로 달린 것처럼 올해도 시민들이 자신감을 갖고 희망과 꿈을 이루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실물모형 황금돼지

    실물모형 황금돼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1일 강릉 정동진 해변에서 진행한 ‘황금돼지 새해 해맞이 행사’에 참가한 일출객들이 대형 황금돼지 실물 모형과 함께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2019.1.1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 ‘KBS 연기대상’ 유동근 김명민 대상 “영광은 라미란-김현주-장미희에게”

    ‘KBS 연기대상’ 유동근 김명민 대상 “영광은 라미란-김현주-장미희에게”

    ‘2018 KBS 연기대상’에서 ‘같이 살래요’ 유동근과 ‘우리가 만난 기적’의 김명민이 공동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KBS 홀에서 열린 KBS ‘연기대상’에서 유동근과 김명민이 대상 주인공이 됐다. 김명민은 “제가 존경하는 선배에 대한 예우로 먼저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자격도 없는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준 하나님께 감사하다. 한때 모든 걸 포기하려고 떠나려 할 때 제2의 연기 인생을 살게 해준 곳이 이곳이다. 13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부족하고 형편 없지만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준 KBS 관계자들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회를 주고 믿고 맡겨주신 백미경 작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형민 감독님은 1999년도에 만난 조감독 시절, 무명 배우로 만났다. 한결같이 응원해주셨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 라미란과 김현주 씨 두 분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없다. 감정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혼신의 연기를 다 해줘서 감동을 받아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돋보이게 해준 두 분에게 감사드린다. 보잘 것 없는 저를 20년동안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유동근은 “황금 돼지가 왜 제게 왔나 후회스럽기도 하다. 사실은 ‘같이 살래요’는 장미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가 뭐가 한 게 있다고”라고 말하며 울컥했다. 그는 “60대의 로맨스를 한다는 기획이 짐이었다. 살다가 보면 힘들 때가 있었다. 그때 어느 분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해줬다. 그래서 하게 됐다”며 “로맨스를 살리기 위해 저희들에게 손을 놓지 않았다. 드라마를 하면서 후배들에게 제가 의지했다. 주말드라마 얼마 남지 않았다. 연기자는 방송국에 무한한 사랑을 갖고 있다. KBS를 사랑해준 시청자에게 감사드린다. 폭염에 고생한 조연출 팀과 스태프와 고생한 모든 후배들, 매니저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동근은 “우리 주말연속극이 이제는 지상파밖에, 이제 하나밖에 안 남은 주말드라마다. 우리 연기자들은 이 방송국을 무한한 사랑으로 가꿨다. 여기가 고향이었다”며 “이제 2019년 황금돼지해에 제가 꿈이 있다면, 아니 우리 모든 연기자들의 소망이 있다. 그것은 그래도 올해는 대하 드라마가 제발 부활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다음은 2018 KBS 연기대상 수상자(작) 명단. ▲ 대상 : 유동근(같이 살래요), 김명민(우리가 만난 기적) ▲ 여자 최우수연기상 : 차화연(하나뿐인 내편), 장미희(같이 살래요) ▲ 남자 최우수연기상 : 차태현(최고의 이혼), 최수종(하나뿐인 내편) ▲ 여자 우수연기상 중편 부문 : 라미란(우리가 만난 기적) ▲ 남자 우수연기상 중편 부문 : 서강준(너도 인간이니) ▲ 여자 우수연기상 미니시리즈 부문 : 백진희(죽어도 좋아) ▲ 남자 우수연기상 미니시리즈 부문 : 장동건(슈츠), 최다니엘(저글러스) ▲ 여자 우수연기상 장편 부문 : 유이(하나뿐인 내편), 한지혜(같이 살래요) ▲ 남자 우수연기상 장편 부문 : 이장우(하나뿐인 내편), 이상우(같이 살래요) ▲ 여자 우수연기상 일일극 부문 : 박하나(인형의 집), 하희라(차달래 부인의 사랑) ▲ 남자 우수연기상 일일극 부문 : 박윤재(비켜라 운명아), 강은탁(끝까지 사랑) ▲ 여자 연작단막극상 : 이설(옥란면옥), 이일화(엄마의 세번째 결혼) ▲ 남자 연작단막극상 : 윤박(참치와 돌고래), 장동윤(땐뽀걸즈) ▲ 여자 조연상 : 윤진이(하나뿐인 내편), 김현숙(추리의 여왕 시즌 2) ▲ 남자 조연상 : 인교진(죽어도 좋아), 김원해(추리의 여왕 시즌 2) ▲ 여자 신인연기상 : 설인아(내일도 맑음), 박세완(땐뽀걸즈) ▲ 남자 신인연기상 : 김권(같이 살래요), 박성훈(하나뿐인 내편) ▲ 여자 청소년 연기상 : 김환희(우리가 만난 기적) ▲ 남자 청소년 연기상 : 남다름(라디오 로맨스) ▲ 베스트커플상 : 진경-최수종(하나뿐인 내편), 유이-이장우(하나뿐인 내편), 장미희-유동근(같이 살래요), 배두나-차태현(최고의 이혼), 라미란-김명민(우리가 만난 기적), 백진희-최다니엘(저글러스), 공승연-서강준(너도 인간이니) ▲ 작가상 : 김사경(하나뿐인 내편) ▲ 네티즌상 : 박형식(슈츠), 김명민(우리가 만난 기적)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성공·돈벼락·행복·로또… 음원 차트에 적힌 2019년 새해 소망 키워드

    성공·돈벼락·행복·로또… 음원 차트에 적힌 2019년 새해 소망 키워드

    ‘황금돼지의 해’라는 2019년 기해년 첫날 음원 차트가 사람들의 새해 소망으로 물들었다. 1일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에는 이용자들이 새해에 바라는 것들과 관련된 제목의 노래들이 대거 등장했다. 오전 1시 기준 멜론 실시간 차트 4위에 조빈의 ‘듣기만 해도 성공하는 음악’이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지니 차트에서는 1위에 올랐다. 노라조의 멤버 조빈이 2015년 발매한 ‘조빈 일집 명상판타지’ 타이틀곡인 이 곡은 노래라기보단 내레이션에 가깝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내가 진정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는 ‘지금의 노력이 커다란 우주의 기운과 만나/ 무한한 성공의 부와 명예를 나에게 제공한다’ 등 가사가 인상적이다. 해당 노래의 댓글난에는 ‘올해는 취업하게 해주세요’, ‘예쁜 아기 낳게 해주세요’, ‘대학 잘 가게 해주세요’, ‘부자 되게 해주세요’ 등 소망들이 빼곡하게 적혔다. 조빈은 멜론 100위에 같은 앨범 수록곡 ‘듣기만 해도 부자 되는 음악’도 올렸다. 트로트 가수 김필의 2012년 앨범 수록곡 ‘돈벼락’(11위), 걸그룹 레드벨벳의 2014년 곡 ‘행복’(17위), 보이그룹 엑소의 2016년 곡 ‘로또’(34위), 빅뱅 대성의 2009년 곡 ‘대박이야!’(36위) 등 행운을 부르는 제목의 노래들이 일제히 멜론 실시간 차트에 새로 모습을 드러냈다. 성공·돈벼락·행복·로또 등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는 새해 소망 노래들이 차트에 깜짝 등장한 것은 사람들이 새해 첫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듯이 재미삼아 ‘새해 첫곡’으로 행운을 기원하는 노래를 듣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시지프스의 나무, 그 역설의 존재론-이영광론/신수진

    1. 경사지고 거꾸로 선 각도의 위상학 인간을 위해 죽음의 신을 쇠사슬로 묶었지만 신에게 붙잡혀 영원한 벌을 받는 시지프스의 신화를 통해 카뮈는 부조리에 대해 사유한다. 1) 그가 주목한 것은 바위가 정상에 닿자마자 다시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순간, 주저 없이 고통의 근원으로 다시금 향하는 시지프스의 바로 그 돌아서는 순간이다. 시지프스는 자신의 비참한 존재 조건을 감히 통찰하고 부조리한 삶을 무한히 들어올림으로써 결코 패배하지 않는 반항적 인간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지프스의 결의와 반복처럼 이영광은 계속해서 쓴다. 우울과 명랑을 진자처럼 오가며 그는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지고 절벽을 오른다.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 아니 그건 너무 SF적이다. 그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은 끝까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 이 바람과 좌절은 그 자체로 시지프스의 은유와 부합한다. 1998년 등단 이후 서정적 주체의 환부를 드러내고 그 통증의 발로를 소상히 추적하고자 하는 시정신으로 그는 이제 ‘끝없는 사람’에 당도했다. 다섯 권의 시집에서 아픔을 갱신하며 정신의 높이를 몸의 위치로 끌어내린 그는 기꺼이 병실로 치환된 세계를 겪어낸다. 곰팡이와 거미줄이 쉴 새 없이 자라나는 위태로운 상태일지라도 그는 적어도 자기 세계를 가진 자로서 이 경사지고 거꾸로 선 각도의 입지는 이영광의 정신적 배후로, 그의 위상학으로 건재해왔다. 이영광은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문득 “한 번도 문제가 돼본 적”(‘문제’) 없는 역설적인 세계를 깨닫는다. 합리와 효용만을 쫓는 병리학적 사회에 대한 통찰과 반성이 예의 그 반동의 시작점에 있었다면 그의 시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역설적 사유의 방식이다. 이를테면 그에게 죽음이라는 테마는 삶보다 더 압도적이다. 죽음은 미학적 감수성의 대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을 도약시키는 극단이기 때문이다. 이는 2010년대 한국시에서 진단되는 시대적 감각이나 향유적 양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의 대결구도를 견디는 주체의 극기를 보여준다. 세계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윤리는 자칫 자기 동일성에 포섭될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폭력의 메커니즘이 확산되고 있는 세계를 주시한다. 2) “죽기 전에”(‘오일장’) 죽기 위함이라는 역설과 비판적 실천 의지는 자해에 가까운 자학으로 점철되었고 마침내 이러한 기근 속에서 이영광의 시적 주체는 나무의 존재로 현현한다. 나무와 숲이라는 식물적 상상력과 가공할 병실로 환원된 세계 인식을 근거로 계속해서 “간다”, “가야한다”(‘나무는 간다’)를 역설하는 이영광의 이 길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3) 2. 상실과 존재의 원환(圓環)으로서 병폐의 징후 : 미치다, 아프다, 병들다 이영광의 시에는 상실과 결여의 수사가 넘쳐난다. 상실은 존재를 표상하고 존재는 다시 상실을 견인한다. 그에게 상실은 존재에 대한 자신만의 의식화이다. 대상이 충족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대상을 의식하지 않는다.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자는 사랑을 갈구할 필요가 없다. 사랑을 찾는다는 것은 사랑의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때의 상실은 사랑의 존재에 대한 의식화인 것이다. 나무는 미친다 바늘귀만큼 눈곱만큼씩 미친다 진드기만큼 산 낙지만큼 미친다 나무는 나무에 묶여 혓바닥 빼물고 간다 누더기 끌고 간다 눈보라에 얻어터진 오징어튀김 같은 종아리로 천지에 가득 죽음에 뚫리며, 가야 한다 세상이 뒤집히는데 고문받는 몸뚱이로 나무는 간다 뒤틀리고 솟구치며 나무들은 간다 결박에서 결박으로, 독방에서 독방으로, 민달팽이만큼 간다 솔방울만큼 간다 가야한다 얼음을 헤치고 바람의 포승을 끊고, 터지는 제자리걸음으로, 가야 한다 세상이 녹아 없어지는데 나무는 미친다 미치면서 간다 육박하고 뒤엉키고 침투하고 뒤섞이는 공중의 결승선(決勝線)에서, 나무는 문득, 질주를 멈추고 아득히 정신을 잃는다 미친 나무는 푸르다 다 미친 숲은 푸르다 나무는 나무에게로 가버렸다 나무들은 나무들에게로 가버렸다 모두 서로에게로, 깊이깊이 사라져버렸다 ―‘나무는 간다’ 전문 이상(李箱)에게 열두 명의 무서워하는 아해와 무서운 아해가 있었듯, 이영광에게는 미치고 푸르고 가고 가버린 나무가 있다. 시인의 자기의식은 나무로 환유되고 있는 이지러진 시적 주체의 자화상으로부터 기인한다. 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주요한 지평으로서 나무는 시적 주체의 술에 취한 가계(家系)와 생활과 속내를 목도해왔을 뿐 아니라 그 울음을 위로하던 내밀한 기억으로 인하여 제 자신 역시 깊은 병을 앓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조금씩 미쳐가는 나무는 제 스스로의 몸에 묶여 혀를 빼물고 있으면서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도망치지 못한 채 순순히 미쳐가고 있던 나무는 “천지에 가득 죽음에 뚫리”면서도 계속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징한 로고스를 탈각한 채 세계를 거대한 병실로 치환하면서 그것과 한몸인 나무가 겨우 붙어 있는 숨으로 뱉어내는 전언, 이 신음이 바로 이영광의 시가 육박해가는 시의 음성이다. 그것은 “고문받는 몸뚱이”의 형상이리만치 처절하게 으스러진 어떤 것이다. 변형되고 훼손되고 상실하면서 이제 나무들은 간다. “결박”과 “독방”이라는 이 문제적 존재의 필요충분조건 위에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은 나 있다. 그것이 설령 “제자리걸음”일지라도 가고자 하는 까닭은 세상이 “뒤집히”거나 “녹아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분의 관계로서 나무의 뿌리격인 세상은 나무의 존재를 끊임없이 몰락시키며 역설적으로 바로 그 허물어지는 순간들로부터 나무가 재건될 수 있는 가능성을 도출해낸다. 나무는 미친다. 미치면서 간다. 미쳤기 때문에 가는 것이고, 미치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이 광기와 착란의 고투는 “공중의 결승선”에서 마침내 분신하듯 정신을 잃고 제 몸을 산화하고 만다. 정신을 잃고 나서야 푸르게 미친 나무와 푸르게 미친 숲은 모두 서로에게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온통 상실과 결여의 비존재로 읽히는 세계에서 에포케가 발생하는 이 공명의 찰나로부터 이영광의 시집은 시작된다. 정체와 암전에서 시동을 걸 때 나타나는 재부팅의 효과, 그 광포한 분란을 통과할 때에만 겨우 돌아오는 불규칙한 심호흡이 바로 이영광 시에서 나타나는 병폐의 첫 번째 징후인 ‘미치다’의 증상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미친, 혹은 미쳐버린 이 나무들의 진격은 삶의 벼랑 끝에서 발휘되는 재기의 몸부림이자 고유한 주체 확보의 계기가 된다. 시끄럽게 부서지고 피 나던 집이었는데/누구도 아이를 욕하거나 때리지 않았다/조용한 아이였다/조심하는 아이였다/모든 걸 알고 모든 것에 준비된 표정으로/떨려고 하지 않았다/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상관없습니다/(중략)/아프지 않겠습니다/아이가 되지 않겠습니다/온몸을 희끄무레한 붕대로 감고 있어서/아플 곳이 없었다/죽으면 죽으리라. 4) /살면 살리라/벗은 아이였다/벗겨진 아이였다/생각하지 않고,/늘 남의 생각만 생각하는/망가져가는 아이였다 무섭고 많은/시간이 잡은 아이였다/하루는 사십년처럼 흐르고/사십년은 하루처럼 멎어/어느 날, 돌아온 아이였다/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아직도 망가져가는 아이였다 ―‘망가져가는 아이’ 부분 상실과 결여로 화하는 존재의 나쁜 사정(아프거나 혹은 죽거나)은 핏속을 흐르는 불가해한 광기와 걷잡을 수 없는 슬픔, 시라는 것에 붙들려 오도 가도 못하는 몹쓸 운명에 다름 아니다. 문명과 역사의 폭압으로부터 거세된 욕망은 이제 생태적 상상력을 넘어서 가족 내력으로부터 발생한 병폐적 징후들, 상실된 존재라는 치부로 고백된다. 폭력과 방임과 유기라는 총체적인 학대 속에서도 아이는 자라야만 한다. 조용히, 조심스럽게, 숨죽여 자라는 동안 모든 걸 알아차려버린 아이는 어느덧 “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상관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아이가 된다. 온몸을 붕대로 감고 있어서 아플 곳이 없는 그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성경을 외우는 동안 죽고 또 죽어 역설적으로 그 죽음 속에서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사십년의 세월 속에서도 조금도 빛바래지 않는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라는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이의 하루는 사십년처럼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사십년은 하루처럼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을 것이다. 발가벗겨지고 죽임당한 채 자신을 영구히 복원하지 못하는 이 시적 주체의 내력은 질병의 코드로 나타나며 역설적으로 바로 이 상실과 결여의 반대급부로서만 존재의 기표에 가까스로 다다를 수 있다. 모든 곳이 아파서 아플 곳이 없는 아이, 아픈데도 아프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아이, 아픈 속이 투명하게 보이는데도 안 보이는 아이로 아픔이 재현되는 양상에서 볼 수 있듯, 이영광이 상실의 주체를 존재의 그것으로 전복시키는 역설을 보여줄 때 그 도화선은 병폐적 징후로 드러난다. 병폐적 징후의 두 번째 시어로서 ‘아프다’ 역시 꺼져가는 삶에 대한 각성과 의지의 기제로 작동되고 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새 활로의 모색을 담당하는 기저가 된다. 바깥은 문제야 하지만/안이 더 문제야 보이지도 않아/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해/그는 병들었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력을 다해/가만히 멈춰 있기죠/그는 병들었다, 하지만/나는 왜 병이 좋은가/왜 나는 내 품에 안겨 있나/그는 버르적댄다/습관적으로 입을 벌린다/침이 흐른다/혁명이 필요하다 이 스물네평에/냉혹하고 파격적인 무갈등의 하루가,/어떤 기적이 필요하다/물론 나에겐 죄가 있다/하지만 너무 오래 벌받고 있지 않는가, 그는/묻는다,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중략)/저녁은 모든 희망을 치료해준다/그는 힘없이 낫는다/나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나는 무장봉기를 꿈꾸지 않는다/대홍수가 나지 않아도,/메뚜기떼가 새까맣게 하늘을/덮지 않아도 좋다/나는 안락하게 죽었다/나는 내가 좋다/그는 돼지머리처럼 흐뭇하게 웃는다/소주와 꿈 없는 잠/소주와 꿈 없는 잠 ―‘저녁은 모든 희망을’ 부분 이영광은 “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한다는 뒤바뀐 선후 관계를 통해 병의 중의적 차원을 암시한다. 이는 낫기 위해서는 먼저 병이 들어야 하는 논리적 인과성에 대한 일종의 언어유희이기도 하지만 병폐의 징후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은 본래 어떠해야 했는지를 복기시키는 반동의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나’는 병들어 있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전력을 다해 멈춰 있기 위해 “혁명”이라든가 “기적”과 같은, 존재의 근원을 통째로 뒤바꿀 만한 지각변동을 꿈꾸지만 현기증을 일으키는 이 소요 사태 속에서 ‘나’는 도리어 병이 좋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병은 푸르게 미쳐가는 생의 긍정적 요소로 읽어내야 한다.) 시어들을 모두 거꾸로 뒤집어놓은 이러한 양상들은 이제 죽음 속에서만 살 수 있음을 가시화하기 위한 이영광식의 역설로 정립된다. 그래서 이영광이 쓰는 존재의 본질은 언어로 포착되지 않으며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며 와해되고 생성한다. 이 유동적인 성질은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존재가 되기 위해 ‘그’는 “버르적”대고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린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그’는 또 다른 ‘나’이지만 ‘나’는 ‘나’를 만듦으로써 도리어 더 외로워지는 아이러니에 처한다. 고통과 쾌락, 경험과 선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시인이 접근하고자 하는 ‘나’는 다가갈수록 멀어질 뿐 한시도 오롯한 ‘나’가 되지 못한다. 이영광의 시적 주체는 몸이라는 집을 한 채 지니고 있다. 집은 일종의 병실로 나타나며 그는 이 무력한 “스물네평”에 “변혁”, “새날”, “자폭”, “재앙”, 혹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나 대혼란이 벌어지길 기도한다. 그것은 더 완벽하게 미치고, 더 못 견디게 아프며, 더 깊이 병들어 차라리 그 병세에 차도가 없어져버리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 오래도록 희망을 앓아온 ‘그’는 싸워보지도 못한 채 힘없이 완치되고 만다. 이것은 패배조차 허락되지 않는 참담한 실패를 증거한다. 상실을 경험함으로써만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이러한 역설적 구조는 이영광이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유의 패러다임으로 병폐의 세 번째 징후인 ‘병들다’의 의미다. 내 것조차 될 수 없는 고통의 전유물인 ‘나’ 앞에서 시인은 그의 유일한 도구인 시만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시지프스가 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시는 이영광의 시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인 상실과 존재의 원환을 공유하고 있다. 그의 세계 속에서는 어느 것 하나도 멈춰 있는 것, 불변하는 것, 영구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논리적 명쾌함은 불가능해지고 점점 수식어가 많아질 뿐이다. 이 구태의연한 언어의 불가능성은 상실과 결여로서 존재에 대한 회의와 그대로 닮아 있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나’와의 간극은 모순으로 일관하고 있는 세계의 이원성, 이를테면 안과 밖, 전력과 정지, 죄와 벌, 아침과 저녁, 빛과 어둠, 삶과 죽음, 현실과 꿈 등을 통해 구조화된다. 마침내 모든 상실이 존재를 부상시킨다는 것을 예감하게 된 ‘나’는 “소주와 꿈 없는 잠”에 혼곤하게 빠져든다. 만해의 “잠 없는 꿈”(‘잠 없는 꿈’, 님의 침묵, 회동서관, 1926)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는 이 구절 속에는 모든 대상이 뒤집어진 거울 속 같은 세계가 놓여 있다. 현상과 이면이 전복되는 세계를 목도하며 ‘나’는 세계의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트랙을 돌며 남겨진 부분(병폐로 나타나는 이상 징후)을 확보하고 그것을 존재로 변환할 궁리에 몰두한다. 3. 시지프스의 역설 : 나무의 존재론 지난 시력으로 볼 때 이영광의 작업은 상실과 존재의 원환으로서 병폐의 징후를 포착하는 동시에 시대적 데카당스를 향한 분기였고 시적 실천에 의한 궐기였다. 구조적 모순으로부터 기인하는 디스토피아와 대치하면서 그가 겪어내는 소외와 환멸은 미치고, 아프고, 병든 시적 주체의 상태로 반복된다. 시인은 조금도 비켜서지 않고 이 고통을 직면함으로써 사람다움의 정의에 대해 생각한다. 세월호 삼보일배가 살려고, 기어서 남녘에서 올라오고 있는데/잃은 아이 언니인가 누나인가 하는/그 여린 아가씨, 옷이 함빡 젖고 운동화가 다 해졌데/(중략)/마음이란 거 그거, 찌르지 마, 자꾸 피가 샌다고/중환자실 천장에 달려 뚝뚝 떨어지는 피 주머니 같은 그것에게 ―‘마음 1’ 부분 아니, 아니…… 돌아가야 해요/예쁘고 미운 친구들과 괴롭고 즐거운 학교와/인사하던 골목길과 상점들에게로 그렇고 그런 사람들에게로/돌아가야 해요, 꿈꾸고 꿈꾸고 꿈꾸면 괜찮아지던 곳에,/끝없는 사람으로 돌아가야 해요 ―‘수학여행 다녀올게요 ―유령 6’ 부분 시집 곳곳에 기록된 4월 16일은 우리로 하여금 섣불리 환부를 봉합하는 대신 고통을 날것 그대로 경험하도록 한다. “오늘도 무사하지 않았느냐고” “겁도 없이”(‘겁’) 이야기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차라리 “징역 살고 싶”(‘무인도’)은 심정을 토로한다. 고통의 근원지를 밝히고 불편과 부끄러움을 마주함으로써 우리가 “끝없는 사람으로 돌아”갈 때만이 유령처럼 출몰하는 이영광의 피 흘리는 세계는 사람의 것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광에게 존재가 되기 위한 상실과 병폐의 과정은 다음 시들에서 죽음의 이미지들로 변환된다. 시집 전반에 걸쳐 삶과 죽음이라는 시어는 전도되어 있으며 자주 몸 바꾸어 나타나는 죽음의 현시들은 삶의 부장품처럼 예상치 못한 일상의 곳곳에서 불쑥불쑥 출토된다. 이는 삶과 죽음을 매 순간 견디어내면서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밀어올려야 하는 형벌과도 같다.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자기를/살려주는 일/정말 해야 할 일도 저에게 위로를/던지지 않는 일/입이 말을 못하겠나/손이 구원을 못 쓰겠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하지 않는 것을 해내는 일 ―‘깔깔대는 혼’ 부분 고독이 안되자 그는 삶을 물어뜯었다/사람이 안되면 사람을,/진심에 지피면 진심을 무찔러야 했는데/삶을 쓰러뜨렸다/죽음이 안되면 죽음을 여의어야 했는데/삶을 버렸다 ―‘하지만’ 부분 자기를 순순히 살려주는 일만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하는 이 전언은 스스로를 구원하지 않으려는 저 위악과 자위의 역설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때문에 내가 나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이영광식으로 다시 말하자면 내가 나로 죽기 위해서는 죽을 힘을 다해 “진심을 무찔러야”하고, “죽음을 여의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 견딤의 미학이 그에게는 시를 쓰는 행위, 존재를 성립하기 위한 방법론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시의 외연에 등재시킨 상실과 결여의 병폐적 현상들을 주체의 확립과 존재로 복귀시키며 재구조화하는 이영광의 시도는 그것이야말로 시의 임무와 사명임을 숙연하게 보여준다. 뒷밭이 우릴 먹여주지 않니 시인은 싫다 너는 학교에서 라디오도 타왔지 않니 취직도 안하고 출세도 안되고 시인이 되어 내려갔을 때는, 나는 네가 시인만은 되지 말길 죽 바랐다, 이젠 객사하지 말라고 기도해야겠다, 어머니는 말했다 나보다 더 어두운 짐승,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시인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뒷밭이 북풍한설이어서 굳게 다짐했다 시인이, 나는 아니다 언젠가는 가짜를 들킬 것 같아 두렵다 어쩌다 어머니 말을 잊어먹을 때면 그 짐승이 불쑥 머리를 내밀기도 한다 그때 깊이 눌러 감추어버렸던 시인이란 것을 들킬까봐 또 나는 무섭다 세상 모든 밭들은 왜 다 기근인가 객사 얘기는 그만하세요 뒷밭은 언제나 우릴 굶겼어요 저는 그냥 방랑만 하는 거예요 시늉만 하는 거예요 ―‘뒷밭’ 부분 시인님이 되느니/땅끝까지 실종되고 말겠다/시인님이 되느니/살처분 당하는 분홍 돼지가 되겠다//높이지 않아도 시인은/만장처럼 드높으므로/아무리 높여도 시인은/꿇은 상주처럼 낮으므로 ―‘시인님’ 부분 자전적 시임이 분명한 위의 메타시들에서 시인은 시 쓰기를 업으로 삼고 영원한 삶을 견디는 시지프스로 화한다. 평생 뒷밭에서 일을 하신 어머니는 시인이라곤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들려주던 김삿갓밖에 알지 못한다. 그런데 김병연의 전기를 가능케 한 드라마틱한 방랑과 객사에만 방점을 두어 마치 시인이 되면 반드시 떠돌다가 죽게 될 것이라고 믿는 듯 아들의 행보를 심려한다. 시인이란 대개 시대의 병폐를 가장 먼저 진단하는 첨병으로 부나 권력과 같은 가치들을 풍자하며 으레 속세를 떠난 듯 자유로운 자들로 통용되지 않는가. 문학을 알지 못하는 어머니에게도 시인의 입지가 지닌 이 변방의 좌표가 어렴풋이 짐작되었으리라. 시인이 되겠다는 아들이 겪어야 할 그 정처 없는 빈곤도 싫었겠지만 도무지 숨길 수 없는 저 반역과 모반의 기질, 세상을 척지고 홀로 싸워나가야 하는 어두운 예감 같은 것이 서늘히 엄습해왔을 것이다. “나보다 더 어두운 짐승”인 어머니에게 불효를 자처하면서 기어이 멋대로 시인이 되어버린 시적 주체는 그러나 간혹 제가 가짜임이 들통날까봐 저어한다. 또 제가 정말 시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것 역시 두려워한다. 자신은 그저 시인 “시늉만 하는” 것이라고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그의 말은 어쩐지 자신을 더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시인이 되느니 “땅끝까지 실종되”거나 “살처분 당하는 분홍 돼지가 되”고 말겠다는 이 호언장담, 이 비하와 경멸의 자기모멸감 속에는 기실 시의 쪽배로밖에는 이 깊은 생을 건널 재간이 없는 한 사람의 떨림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만장처럼 드높”고 “꿇은 상주처럼 낮”은 이 고결하고도 비천한 이름 곁에 선 시인의 결연함은 슬프도록 장엄하고 눈물겹도록 어리석다. 뭇사람들이 그 눈에서 “죄인”과 “천치”를 읽고 간 미당의 피맺힌 아침과도 같은 부끄러운 혼, 그러나 뉘우치지 않는 그 오만한 자세를 이영광은 어딘가 닮아 있다. 나무의 적은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세력/빈 들은 이글거리는 뿌리들을 비끄러맨다/바람은 잡념의 가지들을 조각조각 부러뜨린다/나무의 정권들이 나무 속으로 들어간다/나무는, 오직 나무로 지워진다/한 점 배후도 없이 나무는/삭풍과 눈보라와 흙먼지의 백만 대군을,/백만 대군을 호령하는 무한의 지평선을/한그루 장창으로 막아선다 ―‘한점 배후도 없이 나무는’ 부분 맨주먹을 쥐고 눈밭에 선 나무, 시적 주체로 형상화된 이 강인한 나무는 무방비 상태의 싸움꾼이다. “저렇게, 싸우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저렇게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싸움의 상대는 바람이다. 바람은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세력”으로 나무와 교전한다. 제 뿌리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의 정직한 생의 기록은 어디서부터 불어왔는지 모를 홀연한 바람의 태생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나무가 거역할 수 없는 피투성(被投性)의 존재로서 육중한 삶을 떠메고 가야 한다면 바람은 무한한 가변성이라는 무상함을 상징한다. 제 몸을 한그루 장창 삼아 “삭풍과 눈보라와 흙먼지” 불어오는 지평선을 제압하는 나무 안에는 뜯겨나간 뿌리와 부러진 가지들의 비명이 난무한다. 이 부서진 한 그루의 육체 안에는 삶과 죽음이 온통 뒤엉켜 있어 그 둘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 “나무는, 오직 나무로 지워”지게 된다는 이 유연한 나무의 병법을 통해 시적 주체는 상실과 병폐를 넘어서는 영원한 시지프스의 시 쓰기와 존립을 이루게 된다. 언제나 환한 볕보다는 그늘의 모서리를 맴돌던 시적 주체는 마침내 “한 점 배후도 없이” 맨몸으로 제 삶을 일궈내는 나무가 된다. 당신이 한낱 사람의 몸 사람의 말로 날 죽여 나는 음 사월 물푸레나무같이 푸르렀습니다 푸르고 튼튼하게 병났습니다 물푸레나무 곁에서 춤추는 물푸레나무같이 기쁨을 못 이겨, 나는 당신이 한없이 외로웠습니다 당신은 한낱 사람의 말 사람의 몸을 그쳐 날 다시 살려내고, 사랑 없는 사랑이 되어 떠났습니다 마른 가을이 살찐 여름을 단숨에 쓰러뜨리듯 나는 모든 기쁨을 힘없이 무찔러 이기고, 음 시월 물푸레나무같이 시들어 병 나았습니다 ―’물푸레나무같이’ 전문 당신이 건넨 “사람의 몸” “사람의 말”로 인하여 병들고 죽어가는 ‘나’는 기쁨에 못 이겨 춤을 추면서도 당신이 외로웠다고 말한다. 당신이 “사람의 말” “사람의 몸”을 그치자 ‘나’의 병은 나았지만 나는 사랑도 기쁨도 잃은 채 시들게 된다. 시인의 책무란 본래 사람의 것으로 아플 때 죽음과도 같은 병폐 속에서 도리어 시퍼렇게 살아나 그 한없는 외로움을 읊는 것이며, 사람의 것이 떠났을 때 힘없이 시들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 상실과 존재의 아포리아 속으로 망명하고야 마는 것이 아닌가. 시적 주체는 이제 자신의 생애보다 오래된 나무의 부동자세가 불러일으키는 바람의 무한수열을 느낀다. 그 바람은 상실과 존재의 원환으로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며 나무의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닌 곳에서 분다. 그 바람을 관장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바람보다 먼저 미치고, 먼저 아프고, 먼저 병들어버리는 자로서 시인뿐이다. 시적 주체는 필연적으로 역설의 폐허에서 기아와 고독과 광기에 휩싸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존재의 상실이야말로 새 존재를 생성해내기 위한 회로의 추동장치로 작동한다. 이영광은 병폐라는 허구적 장치를 통해 결국 시를 앓을 때만 존재가 도래할 수 있는 기반을 예비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아픔으로 인하여 시적 주체는 소진되거나 무화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내려가는 순간에 시를 통한 삶을 발견함으로써 형이상학적 존재로 재탄생한다. 사랑과 상실, 기쁨과 슬픔, 병과 치유, 죽음과 생명이 마치 한몸처럼 붙어 있는 이 역설의 시학은 나무의 존재로 부활하는 이영광식의 신화를 재현하고 있다. 시적 주체는 바람이 일으키는 병폐의 징후를 통해 생사의 영원한 지평 위로 나무의 삶을 고양시키고 재편한다. 그때 들려오는 푸른 존재의 잎사귀 소리는 원래 자기 몸 안에서 울리던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천지의 울음을 내재하고 있는 나무의 존재론은 이제 이영광 시의 아이덴티티가 될 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시를 기억하는 주요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할 것이다. 4. 역설의 폐허에서 자란 존재의 아포리아 2000년대 이후 미정형 주체들의 등장은 기존의 논리로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서정시라는 장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독자적인 체계를 생성했다. 스스로 자기 존재의 기원이 되고자 했던 그들의 시도는 난해함에 유폐된 것일지라도 기성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발명의 의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정치적 추문이라는 2010년대의 현실에 직면한 시는 윤리적 문제에 봉착한다. 해체환상유희적 계보에 틈입한 윤리의 맥락 속에서 이영광은 가장 클래식한 발성과 감성으로 노래할 때만이 구축될 수 있는 자기 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떤 담론보다 광활하고 가변적이며 모순적인 존재로서 ‘끝없는 사람’을 구현하는 시. 그가 세속성의 탐닉이나 언어의 실험에 동참하지 않고 자신의 좌표를 확보한 까닭은 사람이 가진 그 예외적 불가능성만이 시의 자기복제가 아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너무 나 같아서 나 같지 않”고, “너무 나 같지 않아서 나 같”(‘불을 끄려고 한다’)다고 하는 시적 주체의 음성은 소외와 환멸로 점철된 우리 시대의 메아리다.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세계의 트랙을 돌며 이영광은 미치고, 아프고, 병들어 있는 이상 징후들을 감지하고 그 상실의 집합들을 지속적으로 출몰시킨다. 병을 앓듯 자신을 오래도록 앓는 자만이 존재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의 중의성을 비롯한 역설적 언어의 고안은 시 안에 자신의 존재론을 도입하기 위한 장치이자 다의적 층위를 포섭하기 위한 그의 기획을 보여준다. 나무는 나무들 사이로 사라져버리고 마침내 한 무더기의 푸른빛만이 단지 거기에 남아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영광의 숲은 마음껏 길을 잃도록 안내한다. 그는 병들어 있는 주체를 통해 그 존재 자체가 곧 황폐한 세계의 산물임을 증거하고, 현실 맥락 속에 은폐된 이력과 배후를 드러낸다. 그러나 병의 의미가 긍정과 부정의 이중적 층위로 활용되면서 더 깊이 병들어 죽어버리는 지경에 이를 때라야 그 죽음으로서 삶의 진리를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소외되고 병든 주체의 착란과 광기는 가고 가고 또 감으로써만 이 견고한 세계를 꿰뚫고 장악하고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덩어리의 푸른 흔들림으로 산화한 나무의 기투는 결국 “나는 자꾸자꾸 미쳐서 반드시 삶이 되고 말 것”(‘오일장’)이라는 다짐 속에서 두터운 자기 그늘을 겹겹이 축적해간다. “산은 산이다. 산은 산이 아니다. 다시 산은 산이다.”라는 선문답이 있다. 이 변증법에 의하면 이영광의 시도 나였다가, 나가 아니었다가, 다시 나로 재편됨으로써 영원성을 획득한다. 그래서 “산 채로 죽어보는 건 커다란 일”(‘동구릉’)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영광은 간다. 간다는 말에는 저 피안으로 향하기 위해 이곳의 정신을 놓아버렸다는 뜻도 숨어 있다. 이영광은 간다. 더 잘, 더 곱게 가기 위하여 그는 “나으려 하지 않는 병”을 쉽사리 떠나보내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덜 살고 덜 살고 덜 살아서” “숱한 사랑의 말”(‘세한’)을 찾기 위함이다. 그것만이 시지프스가 되어 기꺼이 감당해내야 할 자신의 길이기 때문이다. 1) 알베르 카뮈, 오영민 옮김, 시시포스 신화, 연암서가, 2014, 201~208쪽. 2) 들뢰즈의 차이(difference)나 레비나스의 타자성(alterity)과 같은 숱한 담론에서 주체와 타자의 이분법을 극복하고자 한 것처럼 상호 존립 가능한 관계의 회복은 이영광 시에서 여전히 화두로 존재한다. 3) 최근 두 권의 시집 ‘나무는 간다’(창비, 2013)와 ‘끝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8)을 대상으로 하며 시를 인용할 때는 작품의 제목만 표기한다. 4) 에스더서 4장 16절.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마지막 여름방학/김수은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마지막 여름방학/김수은

    “아이구, 우리 이쁜 오수리 밥 먹으끄나. 잘 먹고 쑥쑥 커야제.” 오소리 밥그릇에 우유를 부어주는 할머니 표정이 내 눈에 아주 익숙하다. 내 엉덩이를 토닥이면서 했던 말과 표정이 똑같았다. 어쩜 저럴 수가. “오수리가 아니라 오소리거든요.” 나는 퉁퉁거리며 소리쳤다. 온통 새끼 오소리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할머니는 내 말도 못 듣는 눈치다. 할머니는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때도 그냥 주는 법이 없다.“오메, 꿀꿀이 검은 털이 아주 멋지구만. 코는 또 얼매나 튼튼한지 몰러. 저기 꼬꼬들한테 가서 마늘밭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해라이.” 여름방학 동안에 엄마와 아빠가 해외 출장을 가게 되어 나는 할머니 집으로 내려왔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출장 갈 때면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은 할머니였다. 이번에도 할머니가 올라올 줄 알았다. 그런데 할머니는 새끼 오소리를 돌봐야 한다고 했다. 방학이 시작된 날 우리 가족은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 집은 마을과는 좀 떨어져 있는 산자락 아래에 있었다. 할머니 집에 도착한 엄마 아빠는 뒷산 너럭바위를 가리키며 빠르게 말했다. “저 산은 절대로 혼자 가면 안 된다. 늑대가 있는 산이야!” “어디를 가든 할머니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다. 알았니?” 아빠는 황구를 꼭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할머니가 나를 반가워한 건 딱 첫날뿐이었다. 다음 날부터 할머니의 관심은 동물들에게로 옮겨갔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새끼 오소리였다. 나는 매일 할머니의 심부름, 그러니까 동물들의 시중을 드느라 바빴다. 내가 할머니 집으로 오겠다고 한 건 무엇보다 할머니의 무한 사랑 때문이었다.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먹는 것은 물론 오줌을 싸는 것까지 장하다고 손뼉을 쳐주던 할머니의 요란한 칭찬. 그리고 그때마다 한없이 부풀어 오르던 기분 좋은 느낌을 말이다. 가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쟁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나중에 시골에 가서 할머니랑 살 거라며 큰소리를 쳤다. 그런데 새끼 오소리 하나 때문에 인기 서열에서 밀려나 버리다니. 이럴 바엔 집이 더 나을 뻔했다. 인터넷 게임도 하고, 마트에 들락거리며 달고 시원한 것들을 입에 물고 지내다 보면 한 달이 금방 갈 텐데. 그래도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인데, 뭔가 좀 아쉬웠다. 무엇보다 영원할 것 같았던 내 후원자인 할머니의 마음이 영 돌아설 것 같지 않다는 절망감이 더 컸다.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꼼짝없이 엄마 아빠가 집에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안개로 둘러싸인 산은 해가 떠오른 다음에야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이 다니는 길 위로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아침이면 계곡으로 크고 작은 새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텅텅, 계곡을 울리는 새의 날갯짓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할머니의 하루는 동물들의 먹이 만드는 일부터 시작됐다. 맨 처음에 할머니가 살피는 건 새끼 오소리였다. 그 다음은 황구, 양양이, 돼지, 닭들 순이었다. 또 울타리 밖 후박나무에 사는 박새도 있었다. 할머니는 후박나무 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일 때쯤이면 울타리 앞에서 휘익, 길게 새소리를 냈다. 박새들이 날아와 할머니 손에서 곡식을 물어 가면, 닭들도 샘 부리듯 꼬꼬댁거리며 뛰어올랐다. 파닥거리는 닭들의 짧은 날갯짓은 정말 우스웠다. 할머니는 깔깔대고 웃는 나를 보며 검지를 세워 입에 댔다. “쉿, 닭들은 니가 흉보는 줄 안다니께.” 오늘도 어김없이 할머니의 칭찬이 이어졌다. “횡구는 먼 데서 나는 소리도 겁나게 잘 듣지야? 횡구가 있어서 얼메나 든든한지 몰러. 저 살랑거리는 꼬리 좀 봐라이.” “황구라고요, 횡구가 아니라니까요.” “우리 양양이는 냄새도 기가 막히게 잘 맡지야. 이렇게 동그랗고 이쁜 눈으로 창고에 쥐가 들어가는지 잘 봐라이.” “꿀꿀아, 네 목소리는 아주 힘차고, 씩씩해. 들으면 힘이 나는 소리여, 고맙다 고마워.” 할머니는 어느 녀석에게나 맞는 말을 잘도 찾아냈다. 아마 온종일 칭찬을 해도 지치지 않을 것 같았다. 녀석들도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꼬리를 흔들며 뛰어왔다. “저 오소리 새끼는 어디서 왔어요?” “두어 달 전쯤 산에 갔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놈을 주워 왔제.” “어쩌다 새끼 혼자서요?” “그때가 어스름 했제. 그냥 뒀다가는 큰 짐승에게 먹힐 것 같았응께.” “어미가 안 찾아요?” “그라제 어미가 찾고말고. 우리 손자 야무진 것 좀 봐라. 눈맹울은 또 얼매나 또렷또렷한지 몰러.” 칭찬은 분명 할머니 특기였다. 나는 할머니의 말을 들으면 자신감이 차올라 고개가 절로 세워지면서도 슬쩍 긴장됐다. 일을 시키기 전에는 늘 칭찬부터 쏟아내는 할머니의 실체를 열세 살이 되어서야 알다니. 아무튼, 할머니의 말은 거절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이제부터는 오수리에게 지렁이를 멕여야 쓰것는디. 우리 손주가 지렁이 좀 잡아 봐야제?” 이렇게 해서 내가 하루에 하는 일 중 지렁이 잡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나 버렸다. 할머니는 오소리 코가 아주 민감해서 냄새로 자기 식구들을 알아본다고 했다. 어미가 새끼를 찾을 수 있게 다음 주부터는 산에 데리고 다닐 거라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었다. 주둥이가 뭉툭해서 돼지를 닮은 오소리 새끼는 인형같이 귀여웠다. 특히 얼굴의 검고 흰 줄무늬는 마치 물감으로 그려 놓은 것 같았다. 자라면 크고 날카롭다는 발톱도 아직은 만져 볼만해서 사납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내가 깡통을 손에 들고 나가면 황구와 닭들이 앞장을 섰다. 황구는 닭들이 땅을 헤쳐 놓으면 나를 향해서 짖어댔고, 나는 그렇게 지렁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새끼 오소리가 지렁이를 먹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자 할머니가 나와 황구를 불렀다.  “이제 오수리를 돌려보내야 쓰것는디.”  “어미가 어디에 있는데요?”  “그거는 모르제.”  “네?” “지금 에미가 새끼를 엄청나게 찾을 것 아니여, 에미가 새끼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안 쓰것냐?”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새끼 냄새를 맡아야 에미가 새끼를 찾아올 것 아니여.”  “아하, 그렇겠네요.”  “그란께, 이제부터 네가 새끼를 데리고 매일 저기 너럭바위까지는 다녀와야 쓰것다.”  “네? 엄마가 산은 위험하다고 했는데요.”  “괜찮어, 횡구가 있잖냐.”  할머니는 아침이 되자 배낭에 새끼 오소리를 담았다.  “너럭바위까지 가는 도중에 서너 번은 오수리를 꺼내서 오줌을 누게 해라이. 그래야 에미가 새끼 냄새를 맡을 것이여. 오수리는 뎀비지만 않으면 위험하지 않을 거여. 그래도 새끼를 보면 흥분할 수가 있응께, 냄새만 흘리고는 빨리 데리고 와야 쓴다. 횡구, 너는 주변 냄새를 잘 맡어야제.”  할머니는 내 키만 한 막대기를 건넸다.  “오수리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잘 돌아다니지 않제. 그래도 만일 오수리가 뎀비기라도 하면 이 막대기로 내리쳐라. 오수리는 꾀가 많아 먼저 죽은 체할 것이여. 그때는 지체 말고 도망을 쳐야 헌다.” 나는 황구랑 산으로 향했다. 우리는 계곡에 늘어진 왕 버드나무를 지나 붉은 소나무 앞에서 한 번 쉬었다. 새끼 오소리는 부지런히 주변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고 오줌을 쌌다. 양양이는 바위 위에서 우리를 지켜보며 따라왔다.  우리가 계곡을 벗어나 산 중턱까지 왔을 때였다.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황구가 어느 길로도 성큼 나서지 않아 우리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너럭바위는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길은 바위를 피해 산봉우리를 돌아서 나 있는 길과 바위 사이로 나 있는 길로 나뉘어 있었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나는 새끼 오소리를 배낭에서 꺼냈다. “야 인마, 너희 가족이 사는 굴이 어디야? 너 때문에 우리가 이게 뭔 고생이냐고.” 새끼 오소리는 우리 주변만 뱅뱅 돌뿐 더 나가지는 않았다. 갑자기 황구가 하늘을 보고 컹컹 짖어댔다. 박새 떼였다. 황구가 반갑다는 듯 펄쩍 뛰었다. 박새가 무리 지어 바위로 난 길 위에서 뱅뱅 돌았다. 우리는 박새를 따라 다시 걷기 시작했다.  너럭바위까지 갔을 때는 해가 머리 위에 떠 있었다. 황구가 너럭바위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바위 사이 여기저기 냄새를 맡던 황구가 갑자기 바위 밑을 향해서 짖기 시작했다. 바위 밑은 무성한 풀로 가려져 있었다. 황구가 바위 밑에서 짐승들 냄새를 맡은 게 분명했다. 나는 등이 오싹해졌다.  산속은 빨리 어두워진다는 할머니 말이 생각나 곧장 돌아섰다. 내려오는 길은 갈 때보다 훨씬 쉬웠다. 내려오면서 보니까 할머니는 계곡 아래 냇가에서 고둥을 잡고 있었다. 우리를 발견한 할머니는 허리를 펴고 손뼉을 짝짝 치며 두 팔을 크게 벌려 반겼다.  “우리 손자가 오늘 큰일 해브렀네이. 니는 이 일이 얼매나 큰일인지 아적은 모를 것이여. 암은 큰일이고말고.”  나는 또 힘든 것도 다 잊어버리고, 황구가 바위 밑 굴을 냄새로 찾아낸 일, 양양이가 멀리서 우리를 든든하게 잘 지켜준 것, 박새가 길 안내를 얼마나 잘했는지를 신이 나서 떠들었다.  “맞어, 바로 그것이여. 무슨 일이든 다 힘을 합해서 한 거라는 것을 잊지 말어야 혀!”  이틀 후, 두 번째 산을 오를 때는 몸이 훨씬 가벼웠다. 나는 배낭을 지고도 황구를 따라 빨리 걸을 수가 있었다. 새끼 오소리도 자기 오줌 눈 자리를 잘도 찾아냈다.  사흘 후, 우리는 세 번째 길을 떠났다. 바위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전에 왔던 길이 아닌 곳을 골라서 새끼 오소리를 내려놓았다.  “오소리, 너도 이제 염치가 있으면 너희 가족이 사는 굴을 좀 찾아봐라.”  황구는 새끼 오소리가 움직이면 어쩔 줄 몰라서 낑낑거리며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멀리서 양양이도 야옹거렸다.  다음 날 할머니는 마루 위에 있던 새끼 오소리 집을 담장 옆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오소리 집 문을 살짝 열어 두었다.  어스름 해 질 무렵이었다. 박새가 유난히 시끄럽게 짖어댔다. 할머니는 집안 곳곳에 있는 불을 모두 끄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손님이 오실지도 모른다. 혹시 무슨 소리가 나도 밖에 나오지 마라이.”  나는 어둠 속에서 창문으로 오소리 집을 지켜봤다.  계곡에서부터 시작된 어둠은 산 전체를 휘감았다. 어둠을 뚫고 마침내 오소리 가족이 찾아왔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였다. 오소리들은 오소리 새끼의 똥구멍을 서로 비벼가며 냄새를 맡았다. 가족 확인이 다 끝났는지 오소리는 새끼를 데리고 집을 떠났다. 어둠 속이었지만 내 눈에는 똑똑히 다 보였다.  오소리가 집을 떠난 그 날 밤은 참으로 이상했다. 황구나 양양이, 닭과 돼지가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은 것이다. 다음 날 아침이 됐을 때 오소리 집은 텅 비어 있었다. 돌담 안으로 빛이 넘쳐 들었다. 나와 황구는 목을 길게 빼고 빈 오소리 집을 들여다보았다. 덩그러니 비어있는 새끼 오소리 밥그릇에 아침 햇살이 가득 찼다.  나는 울타리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산을 올려다보았다. 햇빛이 계곡으로 흘러들어 물과 만나고 있었다. 쏴,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댔다. 나도 나무가 되어 두 팔을 벌렸다. 새소리가 바람을 타고 계곡 가득 울려 퍼졌다.  그 후론 할머니는 오소리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해가 질 때면 할머니는 여전히 손에 모이를 쥐고 울타리 앞에 서서 새소리를 냈고, 박새는 후박나무와 할머니 손 위를 오가며 날았다.  아침마다 할머니의 칭찬은 이어졌지만, 나는 전처럼 그렇게 기분이 들뜨거나 하지는 않았다.  엄마가 전화해온 건 방학이 끝나기 일주일 전이었다.
  • 자만하면 왕이 될 수 없다

    자만하면 왕이 될 수 없다

    한국, 1956·60년 정상에 오른 이후 무관 무조건 조 1위로 16강 가야 비교적 꽃길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벤투호가 59년 만에 아시안컵 트로피를 들어 올릴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 내면서도 한국축구는 그보다 작은 무대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우승컵을 들어 올린 건 1956년 홍콩에서 열린 1회 대회, 그리고 4년 뒤인 1960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2회 대회 등 두 차례였다. 그러나 당시는 고작 4개국이 참가한 ‘미니대회’였다. 지금처럼 16개국 이상이 본선 조별리그와 이후 토너먼트로 우승을 다툰 건 2004년 중국대회부터다. 이때부터 한국은 한 번도 정상을 밟지 못했다. 1972년 태국 대회부터 1980년 쿠웨이트, 1988년 카타르까지 ‘징검다리’ 준우승만 세 차례 했을 뿐이었다. 한국은 1972년 태국에서는 12년 만에 다시 결승에 올라 이란과 연장 혈투를 펼쳤지만, 1-2로 무릎을 꿇었고, 1976년 대회에선 아예 예선 탈락했다. 4년 뒤 쿠웨이트에서는 홈팀 쿠웨이트와의 결승에서 0-3으로 완패해 또 준우승. 1988년 카타르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우승컵을 내줘 통한의 아픔을 곱씹었다. 특히 12개팀이 참가한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때는 8강에서 만난 이란에 2-6으로 참패해 당시 박종환 대표팀 감독이 경질됐다. 16강 본선 체제 두 번째 대회인 2007년 대회에 나선 한국은 준결승에서 이라크에 승부차기 끝에 무릎 꿇었다. 2011년 대회도 4강에서 일본에 승부차기로 졌다. 직전 대회인 2015년 호주에서도 한국은 호주와의 결승을 1-2로 내주면서 또 한 번 아시안컵과의 악연을 절절히 느꼈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두 번째 정상을 밟았던 1960년 이후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있지만 사실상 첫 정상 도전이나 다름없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신년사를 통해 “한국 축구팬들의 열망을 알고 있다. 새해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염원을 담아 아시안컵을 잘 치르는 것”이라며 우승 의지를 다졌다. 이어 “대표팀 모두가 아시안컵 우승이란 하나의 목표를 이루려고 같은 배를 탔다”면서 “자만이 아닌 희망을 갖고 우승 후보다운 장점을 살려 사실상의 대회 첫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올해도 나 혼자 산다] 혼자 먹고 놀고… 둘 부럽지 않아!

    [올해도 나 혼자 산다] 혼자 먹고 놀고… 둘 부럽지 않아!

    오랫동안 ‘2인’이 아니라 서러운 때가 많았다. 고깃집에 가면 메뉴판에 붉은색으로 적힌 ‘2인분 이상’이라는 글씨 때문에 입맛만 다시며 발길을 돌렸고, 혼자 영화관에 가서 ‘한 명이요’ 말하면 직원의 눈빛이 “너는 친구도 없니”하고 외치는 것만 같아 자격지심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혼자 살고, 혼자 먹고, 혼자 노는 일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왔다. 그동안 어딘가 이상하고 부족한 것처럼 보였던 ‘혼자’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다.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한 식당. ‘삼겹살 혼자 먹기’에 도전했다. 의외로 간단했다. 무인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골라 주문하고 좌석마다 칸막이가 처진 1인 테이블에 앉았다. 매장 내 20~30석 정도의 좌석에 앉은 대부분이 혼자 온 손님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삼겹살에 밥, 파채, 콩나물, 장아찌까지 푸짐하게 차려진 상이 나왔다. 주문부터 식사까지 어느 누구와 얘기할 필요도,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쭈뼛거릴 이유도 없었다. 배달 음식도 혼자가 대세다. 저녁때가 돼 배달 앱을 켜니 눈에 들어온 건 ‘1인’ 메뉴. 돈가스, 볶음밥은 물론 소분된 과일(잘라서 작게 나눈 과일)까지 판매한다. 저녁 메뉴는 2인이 아니면 먹기 힘들었던 부대찌개.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니 30분 만에 부대찌개가 집으로 도착했다. 자취방에 있는 냄비에 국물과 재료를 함께 붓고 보글보글 끓이자 금세 맛있는 냄새가 집안 가득 퍼졌다. 가격은 1인분 8500원에 배달팁 2900원이 더해져 총 1만 1400원. 밥 한끼 값으로 결코 싸진 않다. 하지만 햄, 소시지, 돼지고기, 파, 두부, 당면까지 골고루 들어간 포장을 생각하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런 기자의 하루는 더이상 특별하거나 낯선 것이 아니다. 1인 가구는 한국 사회에서 이미 수치로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1인 가구는 총 561만 8677가구로 전체 가구의 28.6%였다. 10집 중 3집꼴이다. 이들은 단순히 혼자 사는 것을 넘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데에도 익숙하다.직장인 윤서라(28)씨는 하루에 영화 세 편을 몰아보는 ‘혼영족’(혼자 영화 보는 사람)이다. 지난 20일 윤씨는 월차를 내고 홍대에서 혼자만의 ‘무비 데이’를 즐겼다.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아쿠아맨’,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로 이어진 윤씨의 여정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시간대를 딱 맞춰 빈틈없이 보기 위해 영화 한 편은 홍대입구 CGV에서, 나머지 두 편은 근처 롯데시네마에서 관람했다. 가판대 앞에서 티켓과 포스터를 들고 ‘셀카’를 찍는 것도 혼영족이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다. 윤씨는 “다른 사람이랑 같이 영화를 보면 상대방 반응에 어쩔 수 없이 신경 쓰게 되는데, ‘혼영’은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 “영화를 보면서 크게 웃거나 눈물을 흘려도 아무렇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있는 힘껏 목청을 내지를 수 있는 코인 노래방도 ‘혼놀족’(혼자 노는 사람)의 성지다. 지난 29일 찾은 홍대 앞 한 코인 노래방에는 혼자 방을 차지하고 노래를 부르는 이들로 반 이상 차 있었다. 큼지막한 기존 노래방과 달리 1평(3.3㎡)도 안 되는 작은 방이지만, 아늑한 혼자만의 공간이라는 게 장점이다. 2곡에 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도 인기의 비결이다.코인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채연(24)씨는 “‘혼코노족’(혼자 코인 노래방에 오는 사람)은 한 번에 최소 5000원 이상 충전해 부른다. 1만원씩 충전해 30곡 넘게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며 “둘이 와 방을 따로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혼자 노래방을 찾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시간이 남아서, 또는 그냥 심심해서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성아(21)씨는 일주일에 3번 이상은 노래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김씨에게도 ‘혼자’라는 이미지는 많이 달라졌다. 김씨는 “예전에는 ‘혼자 논다’고 하면 왠지 친구가 없는 것 같고 어두워 보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긍정적인 이미지”라면서 “친구들과 일일이 시간을 맞추지 않고,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1인 가구를 위한 안성맞춤형 서비스는 홍대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Bar) 형식 테이블과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쳐진 테이블, 한쪽 방향으로만 배열된 테이블 등이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의 어색함을 덜어준다.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여 혼자 먹는 밥도 불편하지 않도록 한 배려다.기업들 역시 ‘혼자’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다. 음식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은 지난해부터 1인 메뉴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1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메뉴, 1인분 음식 배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만원 이하 주문 수는 전년에 비해 15%가량 증가했다.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1인분 메뉴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업체들의 주문수가 이전 대비 40%가량 증가했다”면서 “앞으로도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요약된다. 지난해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8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여러 가지를 충분히 비교하고, 쇼핑 전에는 목록을 꼼꼼히 작성하는 등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소비한다는 특성을 보였다. 질은 비슷해도 값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형 할인점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구매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직장인 조모(27)씨는 맥주를 살 때는 일부러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마트로 간다. 수입맥주가 캔당 1000원 정도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 캔당 1000원이면 10캔에 1만원이 넘는다”면서 “손해 보기 싫다는 생각 때문에 집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을 두고 일부러 10분 거리 마트로 간다”고 말했다. 단돈 1000원을 아끼는 대신 이들은 ‘나를 위한 소비’를 한다. 직장인 신모(29)씨는 자취를 하면서 블루투스 스피커, 레트로 게임기, 로봇 청소기 등을 샀다. 일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삶의 질을 높이는 물품이다. 신씨는 “혼자 사니 온전히 내 생활을 위한 소비를 할 수 있다”면서 “남들이 보기엔 필요 없는 물건이겠지만, 내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노래를 듣는 게 삶의 낙”이라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신년 인터뷰] “소통·지혜로 향기로운 버섯 캐는 돼지처럼… 배부른 꿈 이루시게”

    [신년 인터뷰] “소통·지혜로 향기로운 버섯 캐는 돼지처럼… 배부른 꿈 이루시게”

    “꿈 중에서 용꿈이 최고라 그러는데 용꿈 꿔서 뭐할거야. 돼지꿈 꿔야 먹을 게 나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만난 이어령(84) 전 문화부 장관은 한국인의 돼지꿈 이야기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탐욕스럽다’, ‘더럽다’ 같은 돼지에 관한 편견을 버리고 동물생태학자 라이얼 왓슨이 쓴 ‘The whole hog’ 같은 책을 보라고 했다. “정치·경제 등 현세적인 이야기는 일주일 동안 7회 (연재)하는 것 아니면 안 한다”던 이 전 장관. 대신에 돼지학개론은 ‘시대의 지성’답게 장장 2시간에 걸쳐 중국의 5호 16국부터 ‘21세기 비틀스’ 방탄소년단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이었다. 다음은 2019년 황금돼지해에 돼지꿈을 꿔야 하는 이유에 관한 일문일답.→역학자들은 올해가 천간의 기가 오행으로 보면 토에 해당되고, 색으로는 황금색이어서 2019년이 황금돼지해라고 이야기한다. 황금돼지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서양의 꿈 해석은 프로이트식 정신 분석이다. 그런데 우리 꿈은 개인의 정신 분석이 아니고 몇 천년 내려온 인류 문화의 집단 기억, 집합 기억이다. 우리가 지극히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이 진짜 현실을 지배하느냐 하면 그게 아니다. 꿈이 압도적으로 현실을 지배한다. 실제로는 ‘비비큐’(BBQ)를 먹지만 ‘봉황기 쟁탈전’ 하면서 봉황 같은 상상의 동물을 끌어오는 것처럼. 닭이 상상의 세계로 가면 봉황, 뱀이 상상의 세계로 가면 용이다. 금년은 땅에 속하는 해다.(2019년은 기해년(己亥年). ‘기’(己)는 황(黃)을 뜻하는 땅을 의미한다.) 땅은 노랗잖아. 가뜩이나 돼지가 ‘돈’인데 황금이니까. 십간십이지로 보면은 운세가 개인이든 나라든 모든 세상이 부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가 황금돼지의 의미를 갖는 건 프로이트식 정신분석이 아니라 문화 유전자의 유전적 분석을 해야 알 수 있다. →돼지꿈이 좋은 이유가 무엇인가. -소는 내내 길러 봐야 송아지 한 마리 낳을까 말까 하는데 돼지는 다산이다. 돼지 젖꼭지가 열두 개인데, 이건 열두 마리는 낳을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돼지저금통’들을 쓰는데 돼지 자체가 저금통이다. 8개월이면 어른돼지가 돼 새끼를 낳을 수 있다. 잡식이라 사람 먹는 거 먹고, 짐승 중에서도 인간하고 제일 가까운 게 돼지다. 돼지 자궁에서 사람 인공 장기 만드는 연구 하잖아. 제일 거부 반응이 적어서 그런 거다. 요즘 시대에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은 죽는데, 돼지처럼 잡식하며 적응력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다. 개미핥기, 판다처럼 음식 가려 먹는 것들, 한 우물만 파는 것들은 망한다. 프랑스 남부에 가면 아주 향기로운 송로버섯이 있다. 지하에 깊이 있어서 (사람은) 못 판다. 이걸 캐는 게 돼지들이다. 코가 발달해서 코로 냄새 맡고 땅을 파는 것. 황금 돼지가 새끼만 낳아서 벌어 주는 것 아니다. 지하에 숨어 있는 가장 향기로운 보물도 찾아 주는 거다. 이게 꼭 눈에 안 보이는 지하자원을 찾아 준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 속에, 친구 속에, 자식들 속에 있는 보물을 냄새 맡을 줄 알고 파 보니 보물이 나오더라는 거다. 경제가 어려워진다 하는데 그 황폐함 속에서 돼지꿈 꾼 사람은 어딘가 갇혀 있는 보물을 찾게 마련이다. 보물섬은 아이들 판타지 속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기술·문화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향기로운 버섯을 딸 수가 있는 거다.→일반적으로 돼지는 먹이가 있으면 위장이 터질 때까지 계속 먹는다고 생각해서 ‘탐욕’을 상징한다. -잘못 알려진 거다. 집돼지는 인간이 필요한 만큼 살을 찌우려니까 그렇게 된 거다. 즉 돼지가 탐욕한 게 아니라 인간이 탐욕한 것이다. 사람들이 돼지 더럽다 그러는데 반드시 잠자리와 쌀 곳을 가린다. 인간이 한곳에 가둬 둬서 그렇지 들판에다 풀어 두면 반드시 구별한다. 들판에서 살던 놈들을 데려다가 키우는데 동물들 중에 돼지만이 유일하게 영역 표시를 안 한다. 무리를 지어서 평화롭게 산다. 또 소통을 잘하는 게 돼지다. 짐승들 중에서 가장 많은 언어를 가지고 ‘꿀꿀꿀’ 복잡하게 소통한다. 인간을 참 많이 닮은 것이, 자식 낳고 자장가를 불러 주는 게 또 돼지다. 우리는 돼지가 밤낮 처먹고 ‘꿀꿀댄다’ 하는데 그게 바로 소통하는 것이다. →돼지의 미덕이 발현된 사례가 있다면. -방탄소년단(BTS)이 하는 걸 보면 돼지가 갖고 있는 속성 그대로다. 얘들이 또 잡식이다. 영어도 쓰고 한국어도 쓰고 힙합에다가 한국 막춤도 넣고. 방탄소년단은 한자고 BTS는 영어니까 잡식이잖아. 노래만 하는 게 아니라 춤추고 악기도 다루고 잡식이야. 한국인이 갖고 있는 허드렛춤, 막춤부터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육체리듬이 있어.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어디서 퉁닥퉁닥하면 어깨 으쓱으쓱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들밖에 없어. 올림픽 할 때 내가 제일 감동받은 게 실업학교 학생들 데려다가 춤을 가르치는데 춤을 배워 본 적도 없는 애들이 선생이 조금만 가르치면 잘 따라 해. (1988년 당시 이어령 선생은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았다.) 일본 안무가가 그걸 보고서 “귀하의 나라 참 부럽다” 하더라고. →1960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서울신문 논설위원에 발탁됐다.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4·19 때 서울신문사 건물이 불에 다 탔다. 당시 한국 최고의 언론인이자 원로였던 오석천씨가 개혁한다고 들어가서 운영을 맡으면서 파격적으로 언론 역사상 없는 스물여섯 살짜리를 논설위원으로 스카우트했다. (이 전 장관은 1956년 기성세대를 신랄하게 비판한 글 ‘우상의 파괴’를 통해 평단에 화려하게 등장한 바 있다.) 우리는 일제강점하에서 초등학교를 나와 해방, 6·25를 다 겪고 생존 자체가 희망이던 시절을 살았다. 하지만 우리 때는 남들과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스물 대여섯 나이에 대학원 나온 사람이 대학 교수를 하고 논설위원을 했다. 그 사람이 천재적이라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시대 즉 ‘노 마크 찬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러니까 어느 시대든지 어둠과 빛은 있다. 단지 시대는 똑같은데 시대를 탓하는 사람이 있고, 시대를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 두 종류의 인간이 있는 거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웃,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황금 돼지’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라는 것. 엄청난 창조력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앞날에 드리운 어두운 구름 같은 것들, 무역전쟁·안보문제 등이 있지만 돼지꿈을 잘 꾸면 꿈처럼 현실도 잘 이뤄 나갈 수 있다. 꿀꿀거리며 끝없이 커뮤니케이션하는 돼지처럼 내 직장의 소리, 이웃의 소리를 소통의 소리로 잘 소화해 나가면 올해 복과 부를 누릴 수 있을 거다. 약한 놈이 센 놈을 업어 주는 게 지옥이고, 센 놈이 약한 놈을 업어 주는 게 천국이다. 업고 업히는 관계가 아니라 다 제 발로 걸어다니는 사회를 만들어 보자, 하면 평등 사회를 의미하는 건데 아직 우리가 그 단계로 가려면 멀었다. 갑을 관계가 현실적으로 존재했을 때는 갑이 을을 업으면 을은 갑에 업혔으니까 갑에게 감사하고 갑도 을을 업어 줬으니까 기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바로 인터디펜던스(interdependence), 상호의존성이다. ‘사’가 양보하고 ‘노’가 양보해서 서로 이익이 나올 수 있는 단계에 가야 그게 성숙한 사회이고 상생하는 사회라는 거지. 단순한 십이간지, 오랫동안 내려오는 속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 속에서 한 해를 사는 지혜를 발현해 보자. 대담 손원천 문화부장 angler@seoul.co.kr 정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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