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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일부터 선유도 공원 나비축제

    4월에 ‘선유도 나비’,5월에는 ‘서래섬 유채꽃’,6월엔 ‘강변 음악’…. 한강 곳곳에서 축제가 시작된다. 28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그동안 일관성 없이 진행한 한강변 축제를 계절과 장소별 테마 축제로 연다.3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도 공원에서 봄 축제인‘나비축제’가 열린다. 세계 각지의 희귀나비 70여종을 전시하고, 나비정원·곤충 동화책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펼친다. 체험 행사 참가는 한강페스티벌 홈페이지(hangangfest.seoul.go.kr)에서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유채꽃이 만발한 서초구 반포동 서래섬에서는 5월10일부터 이틀 동안 ‘유채꽃 축제’를 갖는다.환경 관련 작품전과 퍼포먼스 공연도 진행한다. 여름에는 한강에서 음악과 댄스,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6월14일과 25일에 성동구·광진구의 뚝섬 한강공원 청담대교 아래에서 록과 힙합 등 다양한 음악 장르가 어우러진 ‘강변 카페 페스티벌’을 열고,8월2∼3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번지점프와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한강사랑 레포츠 축제’를 마련했다. 가을에는 10월11일 선유도공원에서 ‘한강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가 열리며, 겨울에는 12월말에 여의도와 뚝섬에 눈썰매장을 개장하는 것을 포함해 눈과 얼음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올해 한강에서 열리는 행사는 4계절 축제로 확대하고,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울지마,샨타/공선옥 지음

    소외된 이웃의 초상을 진솔한 목소리로 그려온 작가 공선옥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새 동화책을 건넨다.‘울지 마, 샨타!’(김정혜 그림, 주니어랜덤 펴냄)는 차분한 시선으로 한번쯤 이주 노동자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자며 어린 독자들을 불러 모은다. 샨타가 사는 경기도 남양주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 샨타의 아빠가 방글라데시를 떠나 한국에 온 지도 어느덧 10년.‘산업연수생’이란 이름으로 한국에 들어온 아빠는 그러니까 지금은 ‘불법 외국인 노동자’가 되어 가슴 졸이며 사는 신세이다. 어린 샨타도 덩달아 맥이 빠지고 두려워질 때가 많다.‘이미그레이션’(출입국관리소 단속원)이 갑자기 들이닥쳐 엄마아빠를 잡아가기라도 한다면 큰 일이다. 그런데 악몽 같은 순간은 닥치고야 말았다. 공장에서 허리를 다친 아빠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빌려준 돈을 받으려다 싸움에 휘말리고, 그 바람에 그만 경찰에 붙잡히고만 것이다. ‘불법’이란 이름으로 주눅들어 살아가는 샨타의 아빠가 애처롭다.“아빠, 왜 돈(밀린 월급) 달라고 못해요?” “응, 그건, 그건, 내가 불법이기 때문이야.” 낯선 땅에서의 냉대와 편견에 지친 아빠와 딸의 대화에 허전함과 외로움이 스며난다. 샨타네 가족은 결국 한국을 떠나 방글라데시로 돌아간다. 따뜻한 대접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한국이 그래도 그리워 그 곳에서 라면도 끓여 먹고 깍두기도 담가 먹는다.“한국을 생각하면, 남양주 사람들만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샨타는 한국의 신부님에게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쓰기도 한다. 작가는 현실감각을 잃지 않는 사실적 묘사로 책을 채웠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주인공 샨타를 내세워 별러온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선명하게 전한다.“나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의 딸이라서, 나도 불법이야. 하지만 나를 친구로 여겨줬음 좋겠어. 내가 어디서 왔건, 피부색이 어떠하건 나도 슬픔과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거든.” 8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퍼스트레이디 스베틀라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승리한 데는 정치적 스승인 푸틴 대통령의 힘 못잖게 42세 동갑내기 부인 스베틀라나의 내조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강력한 면모가 러시아의 새 퍼스트레이디로서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캐나다 알베르타 대학 역사학 교수인 데이비드 마르플레스가 모스크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강한 퍼스트레이디는 곧 약한 지도자를 의미한다.”고 말한 점 때문이다. 특히 새로 탄생한 대통령 부부의 로맨스는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하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커플이 처음 만난 것은 일곱살 때여서 두 사람은 35년간이나 사랑을 키운 셈이다. 이들이 서로 사랑을 확인한 것은 7학년(중 1) 무렵이다.1989년 결혼에 골인,12세 된 아들 일리야를 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두 사람을 5년간 가르쳤던 이리나 그리고로브스카야는 “그녀는 가정적인 사람처럼 보였고 겸손한 소녀였다.”면서 “분명 훌륭한 여성으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또 “공부보다는 미래 아내가 될 그녀와의 데이트에 더 흥미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결혼 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법대 강사로 일하던 메드베데프를 제지회사 법률 이사로 옮기도록 설득하고 푸틴을 따라 정치에 입문하는 게 좋겠다는 등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최근에는 남편의 체중이 줄자 남성미를 잃어서는 안된다며 요가를 배우게 하는 한편, 헬스클럽에 다니도록 하고 1㎞씩 매일 조깅을 하게 했다. 스베틀라나는 패션쇼 큐레이터,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와 모스크바 사교계에 잘 알려져 있다. 사교계에서는 그녀를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부인인 고(故) 라이사 고르바초프와 곧잘 비교한다. 세련된 옷을 입었던 라이사 여사는 1980년대 당시 보수적이던 크렘린 관료 부인들의 서양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다. 대중 앞에 잘 등장하지 않는 푸틴 대통령의 부인 류드밀라와 대조적으로 스베틀라나는 패션쇼나 유명인사 생일파티에 자주 모습을 내비친다. 메드베데프가 “그녀에게 ‘가정을 위해 여성이 집에 있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을 건넸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깔깔깔]

    ●잠자는 숲속의 공주 몇 년째 마법의 숲 속에서 잠자는 공주가 있었다. 그 소문을 들은 이웃 나라의 왕자는 숲 속으로 달려가 잠자는 공주를 보았다. 왕자:“음, 소문대로 예쁘군.” 왕자는 공주를 깨우기 위해 이마에 키스를 했다. 잠시 후 공주는 동화책에서처럼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공주는 왕자의 얼굴을 본 순간 이렇게 말했다. 공주:“여봐라, 어서 수면제를 가지고 오너라, 냉큼 가져와라.”●찜질방에서 부부와 불륜의 구별법 1. 이용시간 부부:주로 주말에 이용한다. 불륜:주로 평일에 이용한다. 2. 여자 부부:맨얼굴로 온다. 불륜:화장하고 온다. 3. 잠 부부:1m이상 떨어져서 코골며 잔다. 불륜:남자가 팔베개 해주며 잠 안 자고 소곤거린다.
  • [문화플러스] 하정민 ‘이야기가 있는 그림’전

    서양화가 하정민이 잡지 표지, 삽화로 선보인 자신의 작품들을 모은 전시를 열고 있다.24일까지 안양중앙성당 갤러리에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는 그림’전. 그림동화책의 삽화나 월간잡지 표지에 실었던 다정다감한 그림들을 묶었다.(031)441-3532.
  • 배움도 가르침도 기쁨이어라

    배움도 가르침도 기쁨이어라

    취재, 글 이만근 기자. “학교 다녀왔습니다.” 짧은 겨울 해를 뒤로 속속 도착한 아이들이 신선영 씨를 보자 꾸벅 인사한다. “꿈을 묻지 않으면 학교가 아니에요.” 그는 단호하다. 외아들 한전이도 초등 과정 이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대학 입학 검정고시에 합격하기까지 자신이 직접 가르쳤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집 아이들도 품었다. 오직 내 자식만 잘되기를 바라는 또래 엄마들 사이에서 그의 품은 유독 넓어 보인다. ‘배우는 것도 기쁨이요, 가르치는 것도 기쁨’이라는 뜻의 ‘조이 스터디’. 그들의 꿈이 영그는 아홉 평 남짓한 작은 집은 신선영 씨 말마따나 ‘진짜 학교’다. 어수선하게 꽂혀 있는 책들 사이 아이들은 들쭉날쭉 제멋대로다. 여드름 가득한 얼굴로 기타를 튕기는 아이 옆에 유심히 신문을 보며 기사를 자르고 붙이는 아이가 있고 또 다른 아이는 동화책을 크게 읽는다. 그리고 여느 학생처럼 문제 풀이에 골똘한 아이 옆에는 곤하게 잠을 자는 학생도 있다. 언뜻 산만한 것 같지만 나름 질서도 있다. 옮겨야 할 짐이라도 있어 손이 필요하면 서로 벌떡 일어나 나르기도 하고 나이 많은 오빠 누나들은 동생들을 챙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모아 무료로 방과 후 수업을 합니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홈스쿨링을 택한 아이들까지 합쳐 삼십여 명이 모였으니 대가족이죠. 엄마는 하나인데.” 한전이는 엄마 덕분에 형제가 늘어 외롭지 않게 자란 셈이다. 미국에서 결혼한 신선영 씨는 한전이가 여섯 살 때 이혼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우리 고유문화에 애착이 컸던 그는 집으로 돌아오는 데도 큰맘을 먹어야만 했다. 집안 망신 말고 조용히 미국에서나 살라는 가족들의 타박이 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귀국해 적잖은 나이에 10년 후의 꿈을 위해 상담과 신학 공부를 계속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시작한 소년원 봉사는 그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아이들은 대부분 가정불화로 마음이 황폐했다. 아무리 좋은 말을 건네도 차갑게 튕겨져 나오는 반응이 허탈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도 이혼하고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며 솔직하게 얘기하자 그때부터 아이들이 마음을 열더란다. 왜 아이를 버리지 않았느냐는 냉소와 함께. “아이들이 꿈이 뭔지도 모르고 왜 꿈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르는 게 가장 마음 아팠어요. 제도권 학교는 이 아이들 하나하나를 보듬기는커녕 오히려 편견의 희생양으로 만들었죠. 무관심 속에 모두를 똑같이 다루기만 하는 교육은 폭력에 가까운 거예요.” 그는 서울의 한 유명 국제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소년원 아이들이 떠오를 때마다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얼마 안 가 그의 기억 속에 ‘달동네’로 남아 있던 서울의 행당동을 찾았다. 학교에 적응 못해 갈 곳 없거나 보살피는 어른이 없어 학습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아이들의 엄마이자 선생님을 자처한 것이다. 진짜 자신이 할 일을 찾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다. “초등학교를 나왔는데도 1분이 60초란 것을 모르거나, 구구단을 이해 못해 369게임을 못하는 아이들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죠. 일상을 같이하며 관심을 두고 아이들을 알아가는 게 교육의 시작이자 끝이에요. 그러면 아이들은요 신기하게도 영어, 수학은 하지 말래도 붙잡고 해요.” 올겨울 신선영 씨는 고민이 크다. 동네가 재개발될 예정이라 보금자리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 스무 평 이상 공간을 찾아야 하는데 서울시 지원비로는 턱없다. 그래도 아홉 평 공부방에서는 오늘도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따뜻한 밥 한 끼와 함께할 꿈의 대화가 기다리고 있다.
  • [Local] 정선서 레일바이크 아이스축제

    강원 정선군은 19일부터 27일까지 북면 아우리지역 일대에서 레일바이크 아이스 축제를 개최한다. 지난해 20만명이 찾은 아우라지 역 광장에는 하얼빈의 빙설 대축제에 참가했던 눈 조각가 20명이 정선아리랑을 주제로 초대형 눈 조각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이번 축제는 동화책 속의 이야기와 같은 환상의 얼음나라를 여행하면서 겨울 추억을 만들어 가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관광객들이 축제장에 도착하면 기차역장에게 여권을 발급받은 뒤 미니열차를 타고 얼음나라 여행을 시작한다.정선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별방/이양구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별방/이양구

    등장인물 남자, 여자, 아들, 모(母), 부(父) 배경 단풍이 절정에 이른 가을, 오후, 외딴 산 속, 폐가, 마당 한가운데 튀어나온 바위 하나, 지붕과 마당·헛간에 낙엽 1 남자가 마당으로 들어온다. 고요히 폐가를 바라본다. 천천히 걸어가서 봉당에 앉는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여자와 아들이 들어온다. 여자 : 아이구 다리야… 이 먼 데를 오자고…. 남자 : …. 아들 : 평소에 운동 좀 하세요. 많이 걸어야 건강하대잖아요. 요샌 웰빙이라고 다들 일부러도 많이 걸어요.(다리를 주물러 주며) 미국에서도 저녁만 되면 파크에 조깅하러 나온 사람들 많아요. 세상이 아무리 살기 좋아지면 뭐해요, 내 몸이 건강해야지. 여자 : 우리 아들 미국 갔다 오더니 유식해졌네. 그래도 건강하자고 이 산골을 오니? 남자 : …. 아들 : 좋은데요… 아버진 여기에서 초등학교까지 다니신 거예요? 남자 : …. 여자 : 그 놈의 별방, 별방, 술만 먹으면 말 안 하디? 아들 : 별방… 아버지 회사 이름… 이 동네 이름에서 따오신 거예요? 남자 : …. 여자 : 뭐 좋은 기억이라고… 이 산 구석에서 살았던 기억을 잊고 싶지 않대나 뭐래나. 저래 뵈두 니 아버지가 감상적인 데가 있다. 아들 : 자기 뿌리를 잊지 않는 건 좋은 거죠. 전 미국에 가 있으니까 도리어 조국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요. 나를 있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요. 엄마는 어린 시절이 그립지 않으세요? 여자 :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이 뭐 그리울 게 있어. 그런 건 빨리 잊어버려야지. 먹고 살기도 바쁜데. 쓸 데 없는 생각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아들 : …아버지. 별방이 무슨 뜻이에요? 남자 : …. 아들 : 별… 방… 떨어져 있다는 뜻인가? 어쨌든 느낌이 좋아요. 왠지 별이 내려와 쉴 것 같은… 아랫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단풍 한 장 줍는다) …아버지. 아까부터 왜 그렇게 말이 없으세요? 무슨 걱정이라도…. 남자 : …조금 피곤해서. 여자 : 그렇게 한 번 와 보자더니. 와 봐야 뭐 있어. 그냥 폐가지. 근처에서 놀다 가자니까. 기어이 끌고 와서는… 다리만 아프지.…어머니도 어떻게 이런 데서 사셨을까…. 아들 : 할머니 할아버지 살아 계셨으면 같이 오고 좋았을 텐데…. 남자 : …. 여자, 뒤란으로 간다. 여자 : (소리) 웬 우물이래… 어머 대추 좀 봐. 아들, 뒤란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손에는 대추 몇 알. 아들 : 이것 좀 드세요. 달아요. 남자 : …. 남자, 먹는다. 아들 : 달죠? 남자 : 그래…. 아들 : 어렸을 땐 많이 드셨겠네요. 남자 : 가을마다…. 여자, 나온다. 가방을 뒤진다. 아들 : 뭐 찾으세요? 여자 : …. 아들 : …놔두세요. 다람쥐들 먹게. 여자 : 두면 뭐해, 어차피 썩을 거. 아들 : 엄마…. 여자 : 시장 가서 사려고 해 봐. 얼마어친데. 여자, 두리번거리더니 막대기도 찾아서 뒤란으로 간다. 아들 : 엄마… 짐승 먹게 둬요…. 아들, 뒤란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남자 :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휴가 왔습니다. 아들이 미국 유학 갔다가 잠시 귀국해서요. 가족끼리 단풍 구경 왔습니다. 예… 우리가 고비 한 두 번 넘겼나요… 곧 결제하겠습니다. 아들 : 누구…? 남자 : 거래처. 결제해 달라고. 아들 : …요새 건설 경기 많이 안 좋다던데. 남자 : 밥걱정은 안한다. 아들 : …중견 건설회사 몇 개 무너졌다고. 남자 : 아버진 아직 괜찮아…. 아들 : …. 아들, 바위로. 바위를 발로 툭툭 찬다. 아들 : 마당 한가운데 바위라니… 흉물스럽게. 이거 왜 안 뽑았어요? 남자 : 생각보다 뿌리가 깊어. 아들 : 뽑아 봤어요? 남자 : 할아버지가. 너무 깊어서 다시 덮었대. 아들 : 어디… (뽑으려고 한다. 바위는 끄떡없다) 정말이네. 남자 : …. 아들, 바위에 걸터앉는다. 침묵 아들, 뭔가를 발견했다. 헛간 쪽으로 걸어간다. 동화책을 줍는다. 아들 : (툭툭 턴다) 동화책이에요… 전래동화.(넘겨본다) 아버지 건데요….5의 1 박상철…. 남자, 다가온다. 아들 : 기억나요? 남자 : …. 아들 : …. 남자 : …할아버지가 사다 주신 거야. 아들 : …. 남자 : …. 남자 봉당에 앉는다. 아들도 옆에 앉는다. 아들, 책을 읽는다. 뒤란에서 대추 터는 소리. 아들 : …밑줄이 있어요. 남자 : …. 아들 : (읽는다) 바위를 들추자 눈앞이 훤히 트이며 별세계가 펼쳐졌다… (뒤진다) 여기도 있어요. 눈을 떠보니 어느새 별세계에 와 있었다… 별세계… 별방… 별세계란 뜻이에요? 남자, 동화책을 받아서 넘겨본다. 아들, 바위로. 아들 : 어디, 다시 한 번. 힘을 준다. 꿈쩍 않는다. 남자가 온다. 아들 : 해보시게요? 남자, 바위로. 남자가 힘을 주려고 할 때 여자의 비명. 여자가 뛰어온다. 아들, 여자에게. 아들 : 왜요? 여자 : 쥐…. 아들 : 난 또…. 남자 : …. 여자 : 흰쥐였어…. 남자 : …. 아들 : 흰쥐가 이런 데? 남자 : …. 여자 : 여보. 남자 : …. 여자 : 뭐 해요? 아들 : 그게… 동화책. 여자 : 동화책? 아들 : 아버지가 어렸을 때 읽은 동화책에… 바위를 들추면… 남자가 바위를 힘껏 들춘다.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백색의 햇살. 차차 빛이 사라지며 시간과 공간이 응고된다. 남자 : (소리) 밤마다 꿈을 꿨어. 자고 있으면 누가 날 자꾸 깨워. 일어나 보면 흰쥐가 한 마리 서 있어.…따라가 보면 하얀 길이야. 사위는 캄캄한데 멀리서 불빛이 한 점 보여… 어릴 때 학교 갔다 늦게 올 때면 엄마가 처마 밑에 달아놓고 나를 기다리던 불빛 같아… 엄마가 있나 싶어 걸어가면 자꾸만 내가 녹아내려서… 더 걸을 수가 없었어… 내 가슴 한 복판에 얼음처럼 꽁꽁 얼어 있던 것이 자꾸만 녹아내려서…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어… 눈을 뜨면 나는 이 바위 앞에 와 있었어… 여기서 누가 날 부르는 것 같아서 오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 남자, 쓰러진다. 암전 2 밤 같은 장소 남자가 바위 앞에 쓰러져 있다. 흰 옷을 입은 모가 방에서 나온다. 모 : …누구? 남자 : …. 모, 다가온다. 모 : …누구세요? 모, 깨운다. 남자, 정신을 차린다. 모 : …괜찮으세요? 남자 : 여보…? 모 : …. 남자 : 승우는…. 모 : …. 남자 : …우리 아들 못 보셨나요?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모 : 누구… 같이 오셨어요? 남자 : 예… 아들하고 아내하고…. 다들 어디 갔나요? 모 : 못 봤어요. 소리가 나서 나와 보니까… 이렇게…. 남자 : 소리가 나서…. 모 : 예… 큰 소리가 났어요…. 남자, 주위를 둘러본다. 남자 : 그럼… 여기 계셨단 말인가요? 모 : 예… 우리 집이니까…. 남자 : 우리집… 그럼 아직도 사람이… 분명히 폐가였는데…. 모 : 폐가였어요. 그런데 바깥양반이…. 남자, 주변을 돌며 찾는다. 남자 : (큰소리로) 여보… 승우야…. 모, 화급히 남자에게 다가가서 모 : 애기가… 남자 : …. 모 : 애기가 깨요…. 남자 : …. 모 : 방에 애기가 있어요. 남자, 방문을 열어본다. 남자 : …방금까지 여긴 아무도 없었는데…. 모 : (근심) 애기가… 남자 : 예…. 남자, 집밖으로. 돌아와서 뒤란으로 갔다가 다시 마당으로. 손에 대추 한 알. 대추알을 씹어본다. 남자 : 그대로야…. 남자, 돌로 간다. 뽑으려고 한다. 안 된다. 남자 : 이걸 들었는데… 이걸…. 다시 힘을 준다. 모 : 안 뽑혀요. 바깥양반도 뽑으려고 했다가… 뿌리가 너무 깊어서…. 남자 : …뿌리가 너무 깊어서…. 남자, 모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모 : …왜? 남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헛간으로. 뒤란으로. 다시 돌아온다. 다시 한 번 모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봉당에 가서 쓰러지듯 앉는다. 남자, 고개를 숙인 채 긴 침묵. 모, 부엌으로 가서 냉수 한 그릇 떠 온다. 모 : 이거…. 남자, 모를 빤히 바라본다. 냉수를 받아서 마신다. 한동안 말이 없다. 남자 : 이 물 맛… 기억나요. 어떻게 잊겠어요…. 모 : …. 남자 : …흰쥐를 따라서 왔었어요…. 모 : …. 남자 : 밤마다… 여길 왔어요…. 모 : …. 남자 : 꿈을 꿨죠…. 모 : …. 남자 : 어쩌면 이것도 꿈일지도 모르죠…. 모 : …. 남자 : …믿지 못하시겠지만… 전 아주 먼 데서 왔어요…. 모 : 먼 곳… 어디? 남자 : …아주 먼 데요…. 모 : …. 남자, 모에게 그릇을 준다. 모 그릇을 가지고 부엌으로. 남자, 마당을 거닌다. 모가 나온다. 남자 : 아버지는… 아니, 바깥 분은요? 모 : …아직 산에요…. 남자 : 그러시겠죠… 오늘도 찬합에 술빵을 넣어서 가셨나요? 모 : 그걸 어떻게? 남자 : 달이 중천은 지나야 돌아오시겠죠…. 모 : …. 남자 : …당신은 상철일 재워놓고 처마밑에 앉아서 기다리셨을 테고…. 모 : 어떻게 우리 애 이름을? 남자 : …. 모 : …누구세요? 남자 : 절 보세요. 모 : …. 남자 : 자세히 보세요. 누굴 닮았는지…. 모, 남자에게 가까이.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본다. 모 : (떨림) 닮았어요… 아버님? 남자 : …그런가요? …아버지도 할아버지를 닮았을 테니까…. 모 : …. 남자 : …. 모 : 그렇지만 아버님은 돌아가셨어요… 형제도 없으시고…. 남자 : …. 모 : 누구세요? 남자, 마당을 걷는다. 남자 : …저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이게 꿈이 아니라면… 아니, 꿈이라 해도… 당신이 지금 내 눈앞에 있고… 당신이 꾸는 꿈이든 내가 꾸는 꿈이든…. 모 : …. 남자 : …간절히 바랐어요. 꿈이어도 좋으니까… 꼭 한 번 어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요…. 남자, 모를 본다. 남자 : 늙으신 어머니 대신, 이렇게 젊은… 우리 어머니를 만나다니…. 모 : …. 남자 : …어릴 적 아버지가 사다 주신 동화책 속에나 나오는 얘기가… 애기 적 나를 키우는 어머니를 만나다니…. 남자, 바위로. 돌을 들추려고 한다.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남자, 다시 힘을 준다. 모, 남자에게 다가온다. 모 : …그러니까, 당신이 내 아들이란 말인가요? 남자 : …어머니께서 오십 년 넘게,…십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사십 년 넘게 키운 아들이… (다시 돌에 힘을 준다) …이걸 들추고…. 남자, 안간힘을 쓰다가 넘어진다. 모 : …. 남자 : …. 모, 남자를 본다. 침묵 모 : …밤마다 같은 꿈을 꿨어요…. 남자 : …. 모 : …놀라서 잠을 깨면… 포대기에 싸둔 애기가 사라지고 없었어요… 문밖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났어요…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애기가 먼 길 다녀온 사람처럼 지친 어깨로 서 있었어요….…얼굴이 늙어 있었어요…. 남자 : …. 모 : 늙은 애기가… 밤마다 찾아와서… 잘못했다고, 잘못했다고… 빌었어요…. 말도 못하는 우리 상철이가…. 남자 : …. 모 : …어떻게 이런 일이…. 침묵 모 : …그게 사실인가요? 남자 : …. 모 : …상철이가 빌었어요… 용서해 달라고…. 남자 : …. 모 : …돈이 필요했다고.…아니면 식구들 데리고 자기가 죽었을 거라고…. 남자 : …. 모 : …우리 상철이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끔찍한 짓을… 모, 손으로 입을 막는다. 모, 남자 옆에 쓰러지듯 앉는다. 침묵 모 : …애들은 몇이나 돼요? 남자 : …. 모 : …몇이나 돼요? 남자 : 하나…. 모 : …공부는 잘 해요? 남자 : …. 모 : …건강하고? 남자 : …. 침묵 모, 남자 쪽으로. 모 : …손 한 번만 잡아 봐도 돼요? 남자 : …. 모, 천천히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손을 잡는다. 모 : …이상해요.…정말 내 아들인 것 같아요…. 모, 남자의 손을 더 따뜻하게 쓰다듬어 준다. 천천히 머리로, 어깨로. 남자, 벌떡 일어선다. 헛간으로. 도끼를 찾아서 쥔다. 남자, 방으로 뛴다. 모 : 안 돼! 남자, 문 앞에서 멈춘다. 모 : …그 애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겠어요…. 그 애를 죽이는 건 나를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남자 : …. 모 : (손을 내민다) …어서. 남자 : …. 모 : 이리…. 침묵 모 : 어서…. 남자, 도끼를 떨어뜨린다. 모, 남자에게 다가온다. 도끼를 들고 밖으로. 남자, 힘없이 주저앉는다. 모, 빈손으로 돌아온다. 침묵 모 : …진지는? 남자 : …. 모 : …들어가세요. 남자 : …. 모 : …시장하실 텐데…. 남자 : …. 모 : 어서…. 모, 부엌으로. 주루막을 둘러멘 부(父) 들어온다. 남자와 부, 마주본다. 모, 나온다. 세 사람, 그 자리에. 암전 3 방안 호롱불 켜져 있고 세 사람 밥상에 둘러앉아 있다. 한쪽에는 포대기에 덮여 잠든 애기. 부 : …잡수세요…. 남자 : …말씀을…. 부 : …. 모 : …. 남자 : 말씀을 낮추셔야…. 부 : 그래도 어떻게…. 남자 : …. 모, 젓가락으로 더덕을 집어서 남자에게. 모 : …이것 좀…. 남자 : 이 귀한 걸…. 남자, 더덕을 집어서 모에게. 다시 한 젓가락 집어서 부에게. 모 : …. 남자 : …내다 파시지…. 부 : 또 캐면 되니까…. 부, 한 젓가락 집어서 남자에게. 남자 : …돌아가면 매일 먹을 텐데…. 남자, 한 젓가락 집어서 모에게. 모 : …. 남자 : …이보다 더 좋은 것도 매일 먹으니까…. 모 : …. 남자 : …고기도 매일…. 모 : …. 모, 남자에게 한 젓가락. 남자 : …. 부 : 귀한 손님인데…. 모 : 어서…. 남자, 망설이다가 한 입 떠 넣는다. 남자 : …두 분도…. 부 : …. 모 : …. 남자 : 두 분이 드셔야 저도…. 부모 : …. 부모 각자 한 숟가락씩 뜬다. 모, 숟가락을 놓는다. 남자 :…. 모 : 입맛이…. 침묵 남자, 수저를 놓는다. 부, 밥상을 옆으로 치운다. 침묵 남자, 지갑을 꺼낸다. 지폐를 꺼낸다. 부모, 손사래. 남자 : 전… 돌아가면 또 있으니까…. 남자, 다시 건넨다. 실랑이. 부, 돈을 받는다. 돈을 들여다보다 방바닥에 내려놓는다. 남자 : …. 모, 남편 가까이 와서 돈을 내려다본다. 모 : …. 부 : …. 남자, 돈을 다시 지갑 속으로. 침묵 남자 : …정말 그리 가면 돌아갈 수 있을까요? 부 : …가보기는 해야지요…. 모 : 옛날에도 그 굴로 들어간 사람이 있었다고…. 남자 : …. 부 : …온 뜻이 있으면 가는 뜻도 있을 테니…. 모 : …. 부, 일어선다. 부 : …한시라도 빨리…. 남자, 엉거주춤 일어선다. 모, 따라서 일어선다. 부 : 당신은…. 모, 애기 옆으로. 남자 : …어머니…. 남자, 절한다. 모, 어정쩡한 자세로 맞절. 남자, 일어선다. 남자 : 그럼…. 모 : …저기. 남자 : …. 모, 보따리를 내민다. 모 : 이걸…. 남자 : …. 모 : …승우를 만나면…. 남자 : …. 모, 남자의 손을 잡아준다. 모 : …다 잊고… 남자 : …. 모 : …우린 괜찮으니까…. 남자 : …. 모 : …승우를 생각해서…. 부와 남자 밖으로. 모, 마당으로 나와 둘이 사라진 쪽을 본다. 암전 4 같은 장소 황혼 여자와 아들 마당에. 남자, 집밖에서 들어온다. 보따리를 들었다. 여자 : 여보…. 아들 : 아버지. 남자 : …. 여자 : 어떻게 된 거예요? 남자 : …. 여자 : …당신 얼굴이… 머리에 웬 흰머리가? 남자 : …. 여자 : 그건 웬 보따리예요? 남자 : …. 여자, 보따리를 푼다. 더덕, 약초 등. 여자 : …이게 얼마어치야? 남자 : …. 여자 : 어떻게 된 거예요? 남자 : …어머니가…. 여자 : …. 남자 : 나… 당신한테 할 말이…. 아들 : …. 여자 : …. 남자 : …십년 전… 어머니 아버지 그 사고…. 여자 : 여보. 아들 : …. 남자 : 사실은…. 여자 : 여보! 아들 : …. 침묵 여자 : …너는 먼저 내려가. 아들 : …. 여자 : 어서. 아들 : 아버지. 하실 말씀이…. 여자 : 내려가라고. 아들 : …. 여자 : 아버지랑 내려갈 테니까. 아들, 밖으로. 남자 : …못 믿겠지만…. 여자 : 지나간 일이에요. 남자 : …. 여자 : 잊어요. 남자 : 당신…? 침묵 여자 :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았어요…. 남자 : …. 여자 : 그렇게라도 살아야 했으니까…. 남자 : …. 여자 : 우리 여길 떠나요. 남자 : …. 여자 : …승우가 있잖아요. 남자 : …. 여자 : 먼저 내려가 있을 게요. 남자 : …. 여자, 보따리를 챙겨서 밖으로. 남자 그 자리에. 남자, 마당 한 가운데 튀어나온, 바위를 본다. 막
  • “와~ 산타가 정말로 있네

    “와~ 산타가 정말로 있네

    “요즘 애들은 산타를 믿지 않는다고요?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조효진(21·이화여대 수학과3)씨와 동료 5명은 지난 23일 저녁 7시 빨간 방울 모자를 쓰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3동 서대문청소년수련관 앞에 모였다.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위해 ‘몰래 산타’로 변신하는 ‘2007사랑의 몰래산타대작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 위해서다. 23∼24일 이틀간 서대문청소년수련관에서 주관한 이 ‘작전’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무려 500명. 이들은 서울 시내 600여명의 불우 아동들에게 느닷없이 찾아가 선물을 안겼다.‘몰래 산타’ 180명으로 시작한 지난해 행사보다 참여 인원과 규모가 훨씬 늘었다. ●자원봉사자 500여명 올해도 사랑 전달 조씨가 이끄는 9팀 4조가 방문할 곳은 영철(10·가명)이와 신영(8·여·가명)이 남매가 사는 노량진의 허름한 주택가였다. 지하철역에서 20여분을 걸어가는 동안 팀원들의 손과 발은 꽁꽁 얼었다. 드디어 영철이네 집에 도착. 여섯 산타는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영철이가 들릴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남매를 불렀다. “영철아, 신영아 집에 있느냐∼. 우린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란다∼.” 영철이가 어리둥절해서 얼굴을 내밀었다. 영철이는 ‘엄지 공주’처럼 예쁜 동생 신영이의 뒤에 얼른 숨었다. 남매의 굳은 얼굴을 풀어주려고 진수진(21·여) 산타가 풍선으로 직접 만든 푸들과 꽃을 안겼다. 정소라(19·여) 산타는 미리 배운 간단한 마술을 보여줬다. 신문지에서 하트가 나오고, 영철이의 손에 있던 카드가 다른 색으로 바뀌었다.‘몰래 산타’를 의심하던 남매의 눈동자가 “이젠 산타 할아버지를 믿겠다.”는 듯 부드럽게 빛났다. 아이들은 긴장을 풀고 산타들과 신나는 징글벨을 불렀다. 어느새 눈사람 모양의 초가 밝게 타오르는 케이크가 등장했고, 아이들은 눈을 감은 채 소원을 빌었다. ●오빠는 과학상자, 나는 동화책… “너무 기뻐” 여섯 산타가 정성스럽게 마련한 선물을 주는 시간. 영철이에게는 산타들이 직접 만든 과학상자가 돌아갔고, 신영이는 엄지공주가 숨어 있는 동화책을 받고 깡충깡충 뛰었다. 남매는 자기들이 원하던 선물을 받았다며 놀라워했다. 조씨는 “미리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물어봤다.”며 빙긋 웃었다. 영철이와 신영이의 배웅을 뒤로하고 ‘몰래 산타’들은 재빨리 다른 ‘작전’ 장소로 옮겼다. 이번에는 대방동의 세 집을 방문해야 했다. 가는 집마다 아이들이 좋아했고, 부모들은 “수고한다.”며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놓는다. 아파트는 큰 소리를 낼 수 없어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산타에 금방 빠져드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어느 집이나 똑같았다.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태준(10·가명)이는 곰인형을 선물받고는 조씨의 배를 너무 세게 쳐서 조씨가 한동안 아픔을 호소하기도 했다.“태준이가 기분이 너무 좋다는 표시래요.” ●“아이들 웃는 얼굴서 보람 느껴요” 네 집을 모두 방문하고 나온 시간은 밤 10시. 여섯 산타는 국수를 먹기 위해 포장마차에 둘러앉았다.3시간의 몰래 산타 대작전이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니 하루종일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덜 미치는 지방에서도 봉사를 떠날 것입니다.” 이경주 신혜원기자 kdlrudwn@seoul.co.kr
  • [25일 TV 하이라이트]

    ●TV소설 아름다운 시절(KBS1 오전 7시50분) 순애는 향숙에게 왜 선남의 청혼에 응하지 않았냐며 다방을 계속 나갈거면 집을 나가라고 한다. 한편 태희 대신 병원으로 배달을 온 진숙을 보자 재범은 속이 상하고 진숙 또한 자신의 처지가 한심스럽다. 우연히 경호와 만난 진숙은 경호에게 자신을 어디론가 데려다 달라고 하는데….   ●다큐 人(EBS 오후 7시45분) 여기는 대전의 갑천 고수부지. 찬바람이 부는 차가운 날씨에 대학생 여럿이 분주하게 폭죽세팅을 하고 있다. 지곤씨는 현재 혜천대학교의 이벤트연출과 겸임교수로 폭죽특수효과 강의를 맡고 있다.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그는 젊은 감각과 유려한 말솜씨로 학생들을 사로잡는 인기교수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어린이 동화책에 자주 등장하는 영국산 붉은 다람쥐. 반짝이는 까만 눈망울에 귀여운 이빨로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영국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고 영국 토종임에도 불구하고 브라운 섬을 제외하곤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붉은 다람쥐가 허구의 동물인 줄 아는 사람도 많다.   ●이산(MBC 오후 9시55분) 의금부에 수감된 김귀주를 찾아간 정순은 모든 상황을 듣고 화완에 대한 분노에 휩싸인다. 의금부를 나서던 정순은 그 곳으로 오던 정후겸의 뺨을 후려친다. 정후겸은 송구하지만 지금은 어떤 방도도 없지 않냐고 말하며 정순의 분노감을 키운다. 공포와 두려움에 하얗게 질린 정순은 대전으로 달려가 입시를 청한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30분) 밤마다 이어지는 엄마와 상효의 잠재우기 전쟁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다. 아이를 강제로 재워 보려고 하면 어김없이 엄마를 향한 두발 하이킥이 날아온다. 얼굴 꼬집고 잡아 뜯기는 기본, 무조건 온몸으로 거부하기 일쑤다. 겨우 잠드는 시간은 새벽 2시. 어떤 날은 해뜨기 직전에 잠이 든다고 한다.   ●1대 100(KBS2 오후 8시50분) 밝혀진 진실,‘개그맨 김현철은 똑똑했다!’ 말을 더듬는 특유의 어법으로 ‘똑똑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개그맨 김현철이 바보 이미지를 한 번에 날렸다.‘크리스마스 특집 1대100’에 100인으로 출연한 김현철은 뛰어난 퀴즈실력을 선보여 브레인 개그맨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 ‘음유 시인 비들의 이야기’ 소더비경매서 37억원에 팔려

    ‘음유 시인 비들의 이야기’ 소더비경매서 37억원에 팔려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J K 롤링의 친필 동화책이 13일(현지시간) 런던 소더비경매에서 195만파운드(약 37억원)에 낙찰됐다고 BBC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롤링이 직접 표지 삽화까지 그려넣은 ‘음유 시인 비들의 이야기(The Tales of Beedle the Bard)’는 이날 경매에서 단 10분만에 당초 예상가 5만파운드의 40배가 넘는 가격에 팔렸다. 이는 현대 문학 원고 낙찰가 중 최고 기록이다. 이 책은 한정 제작된 7권 중 1권으로, 갈색 고급 가죽 장정에 은과 월장석으로 장식돼 있다. 낙찰자는 런던의 예술품 딜러인 해즐릿 구든 앤드 폭스사이며, 수익금 전액은 유럽의 어린이 자선단체 ‘칠드런스 보이스’에 기탁된다. ‘음유시인’은 해리포터 시리즈 마지막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 마법학교 교장 덤블도어가 헤르미온느에게 전달하는 책으로 등장한다. 롤링은 나머지 6권의 책을 해리포터 시리즈와 연관있는 지인들에게 선물했으며, 상업적으로 출판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뉴스도 애프터서비스를 하라/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뉴스는 왜 애프터서비스가 없는가?이유는 자명하다. 뉴스는 본질적으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매일 데드라인에 쫓기는 편집국에서 어제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나 벅차고 현실을 모르는 한가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또 다른 이유는 신문사 편집국이 그리는 독자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 때문이다. 편집국은 자사의 정기구독자들이 매일매일 신문을 읽고 이슈를 쫓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마치 텔레비전 일일연속극을 시청하듯 독자들이 어제의 에피소드를 알고 있을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신문은 한 사안을 두 번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을 싫어한다. 드라마 에피소드를 재탕하는 것처럼 독자들이 식상해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일매일 신문을 읽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다. 독자들이 이슈나 사안의 특성을 이해하거나 특정 개념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관심과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다. 기자에게 익숙한 용어일지라도 독자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다. 이제 세 살에 불과한 필자의 둘째딸은 요즘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에 매료되었다.DVD를 하루 두세 번씩 반복해서 틀어달라고 조른다. 조금 전에 본 것이지만, 그래도 재미있나 보다. 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반복해서 보는 것은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의 일반적 특성이다. 아이는 개념에 대한 인지적 스키마가 발달해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라도 매번 볼 때마다 새롭게 느낀다. 아이는 이러한 반복시청을 통해 개념과 이야기체를 익힌다. 신문독자를 세 살배기에 비유하고자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정치나 경제개념은 그것이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반복적 해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기 위해 꺼낸 말이다. 신문은 사건이나 에피소드를 설명하는 데는 강하지만, 개념이나 배경을 설명하는 데는 친절하지 않다. 대부분은 사건 초기에 간략하게 설명하고 만다. 독자들에게 주요 개념을 반복해서 설명하면 불필요한 중복이라고 생각하며 뉴스의 가치를 손상시킨다고 생각한다. 새것일수록 뉴스가치가 높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적 개념설명을 독자들은 친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신문은 지나간 사건은 가능하면 재탕하지 않는다. 편집국 회의에서 누군가 ‘이거 다뤄보자’고 하면, 어디선가 ‘그거 작년에 다루었잖아?’라는 반론이 나온다. 이미 다루었다 해도 그것이 독자들의 삶에 중요하다면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하다. 독자들은 신문이 왜 이같은 기사를 작성했는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문은 편집국의 의도 또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왜 이것이 중요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애프터서비스이기도 하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온라인에 보드 블로그(Board blog)를 개설했다.19명의 주요 편집국 간부들이 왜 뉴욕타임스가 그같은 사설을 썼는지, 그리고 그러한 뉴스를 중요하게 다루었는지를 블로그를 통해 설명한다. 뉴욕타임스의 이 시도는 신선하기 그지없다. 책임있는 편집국 간부들이 직접 편집정책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신문은 또한 자신의 실수나 달라진 정보를 수정하는 데 인색하다. 예를 들어, 신문은 강도사건으로 아무개가 기소되었다고 보도하면 끝이다. 그러나 나중에 무죄로 풀려났다는 소식이 들려도 그것의 뉴스가치가 특별히 높지 않으면 보도하지 않는다. 그 경우 아무개는 여진히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서 강도로 정의된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잘못된 기사나 불완전한 정보의 기사가 인터넷 검색에서 계속 추출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미 발행된 기사라도 수정할 내용이 있으면 그것을 정보물로 만들어서 해당기사와 함께 검색되도록 했다. 이렇게 애프터서비스를 생각하고 독자의 이해증진에 노력하는 신문이 좋은 신문이 아닐까?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환상의 나래 그 끝없는 전위 오페라

    환상의 나래 그 끝없는 전위 오페라

    뮌헨에서 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진은숙 씨가 작곡한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세계초연을 독일 현장에서 보고, 가슴 가득 끓어오르는 감격을 가눌 길이 없었다. 커튼 콜 때 무대를 향해서 “브라보 진은숙! 진은숙!”을 큰 소리로 연창했다. 주위 독일인들을 의식하지 않고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외침이었다. 진은숙 씨와 똑같은 한국여성임이 한없이 자랑스러운 날이었다. 이날의 커튼 콜은 독일 관객들의 열광 속에서 네 차례나 이어졌다. 독일 뮌헨에 있는 바이에른 국립극장은 유럽 오페라의 중심 무대 중 하나로 손꼽힌다. 1818년 세워진 이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뉴른베르크의 명가수> <니벨룽의 반지> 중 1부 <라인의 황금> 2부 <발퀴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평화의 날>과 <카프리치오소>가 초연된 것으로 유명한 명문극장이다. 이 바이에른 극장에서는 해마다 6월말에서 7월말까지 한달 동안 여름 오페라 페스티발이 열리고 있는데, 올해 페스티발의 개막작품으로 진은숙 씨의 첫 오페라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선정된 것이다. 보수성이 강한 바이에른 극장에서 전위적인 현대 오페라, 그것도 한국여성의 작품을 개막작품으로 선정했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바이에른 극장의 200년 역사상 여성작곡가의 작품이 한번도 공연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진은숙씨의 작품이 워낙 뛰어나서 가능했으리라고 본다. 진은숙 씨는 2004년 작곡가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2005년 쇤베르크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베를린 필의 음악감독이며 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은 세계 작곡계를 이끌 차세대 5명중 한사람으로 진은숙 씨를 꼽았고, 이번 공연한 작품도 바이에른 극장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인 켄트 나가노가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극장에 있을 때 작곡 위촉한 것으로 그가 강력히 추진해 이루어졌다고 전해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의 원작(1865년)을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이다. 루이스 캐럴은 필명이고, 실제 작가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성직자인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라고 한다. 소위 난센스 문학으로 불린 루이스 캐럴의 판타지 이야기는 실제 인물의 풍자적 암시가 곁들여졌다. 사람들이 실제 인생에서 맞닥드리게 되는 일들이 복잡하고 다면적인 텍스트로 변신해 인생에서 가장 단순하지만 복합적인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해 주는 작품이다. 극도로 단순화된 복합성의 매력과 상상력 풍부한 스토리텔링 기법 때문에 수많은 영화 제작자들, 만화가들 , 작곡가들이 꼭 다루고 싶어하는 내용이었다. 진은숙 씨의 스승인 죄르지 리게티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사로잡혀 오페라로 남기려 열망했으나 사망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것을 제자인 진은숙 씨가 작곡해서 스승에게 헌정한 것이다. 대본은 영화 <M 버터플라이>를 쓴 중국계 데이비드 헨리 황와 진은숙 씨가 함께 썼고, 지휘는 일본계인 켄트 나가노가 했다.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성격이 강한 뮌헨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세계 초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처음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는 소문이다. 그 이유는 독일인이 좋아하는 바그너류 하고는 거리가 먼 영국식 동화적 상상력에다가 대본마저 독일어가 아닌 영어이고, 특히 한국여성의 작곡, 중국계 헨리 황의 대본, 일본계 켄트 나가노의 지휘 등 동양계가 주축이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공연결과는 상상외로 좋았다. 캐나다의 작곡가 크리스 하먼은 “2시간 30분 내내 음악적 구조를 탄탄히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진은숙은 성공했다”고 말했다. 뮌헨 게르트너플라츠 오페라 극장의 수석 객원 지휘자 아드리안 뮐러도 “대단히 역동적이고 환상적”이라고 극찬했다. 진은숙 씨의 친언니이며 음악칼럼니스트인 진희숙 씨는 뮌헨의 초연을 보고 나서 다음과 같이 평했다. “여타의 현대오페라와 확실하게 구별된다. 현대 오페라의 중요한 특징중의 하나인 난해한 현학취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루이스 캐럴의 동화처럼 시종일관 상상력이 넘치며, 텍스트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배려한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기존 음악의 다양한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극적 리얼리티를 살리려는 노력과 작곡가 특유의 음악적 유머는 오페라를 보는 재미를 한층 배가해 주었다. 원작이 지니고 있는 기상천외한 상상의 세계를 그대로 음악으로 펼쳐 보인, 그래서 음악으로 듣는 동화의 전형을 보여준 오페라였다.” 동아일보의 객원 대기자인 최정호 교수는 뮌헨에 다녀와서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공연은 대성공이란 것이 언론의 중평이다. 나는 개막 3일전의 드레스 리허설(총연습) 날 극장 주위에 수많은 팬이 ‘표를 구함’이란 쪽지를 들고 담을 쌓고 있는 남녀노소의 인파에 놀랐다. 왕년에 카라얀 공연 때도 보지 못한 규모의 인파였다.” “앨리의 무대장치와 조명도 맡은 아힘 프라이어의 연출엔 썩 만족할 수 없었다. 음악을 살려야 할 연출이 음악을 밀어 젖히고 지나치게 까발리며 나서고 있다는 인상이다. 나는 눈을 감고 앨리스의 음악만 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봤다.” 연출의 문제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감이다. 실제로 앨리스의 음악만 들었다면 더 감동적이고 황홀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오케스트레시션 음악만을 듣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근래 유럽 오페라에서는 연출의 횡포라 할까, 연출가의 전횡, 독재가 문제되고는 한다. 작품에 상관없이 연출가의 의도가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심지어 연출가가 장기자랑으로 오페라를 재창조하려는 흐름이 압도적이다. “독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는 루이스 캐럴의 원작은 물론 진은숙의 음악적 의도와는 상당히 어긋나는 나름대로 의 연출을 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무대를 45도 각도로 세워놓고 거기에 몇 개의 구멍을 뚫은 다음 그곳에서 배우들이 서서 연기를 하도록 했고, 가수들은 앨리스와 여왕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대 아래쪽에서 그것도 때로는 가면을 쓴채 노래를 했다. 말하자면 노래는 가수가, 연기는 배우들이 따로 한 셈인데, 45도로 기울어진 무대와 가수들의 고정된 위치, 가면 등이 표현의 자유를 상당히 제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화가 출신인 연출가는 무대를 45도로 기울여 놓음으로서 무대를 그림 그리기 좋은 캠버스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무대의 그림은 마치 동화책을 펼쳐놓은 듯 환상적이었다. 연출가는 그렇게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등장인물들을 자신의 캠버스에 가두어 놓은 것이다.”라고 나는 마치 체스판 위에서 체스 말들이 툭툭 튀어나와 경쟁적으로 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즐거운 점이 있었다면 출연한 가수들의 놀라운 가창력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앨리스역의 소프라노 샐리 매튜, 토끼역의 카운트 테너 엔듀류 왓츠의 실력이 놀라웠으며 여왕역으로 무대에 오른 왕년의 오페라 스타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는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노래실력을 보여 주었다. 연출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번 공연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관객들은 그림책을 한 페이지씩 넘기면 다른 그림이 나타나는 듯이 전개되는 무대 위의 장면들을 즐거워했으며 그런 면에서 아힘 프라이어는 명성에 걸맞는 저력을 갖고 있는 연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아동극처럼 유치해질 수 있는 무대를 나름대로 철학적 해석을 거쳐 무언가 있는 것 같은 무대로 만들었다는 것에서 일말의 위안을 찾는다고나 할까” 연출의 문제에 대해서는 작곡가 진은숙 씨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처럼 제 의도와 부합되는 장면도 있었지만 전해 그렇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제가 의도적으로 아주 다이내믹하게 작곡한 부분에서 무대 역시 많은 움직임이 있기를 바랐는데, 연출가는 무대도 바꾸지 않고 인물들도 움직임 없이 그냥 두었다. 제일 아쉬운 부분이었다.” 진은숙 씨는 이번 앨리스의 속편격인 <거울 뒤의 앨리스>를 2013년경 뮌헨 바이에른 극장에서 초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한가지 집고 넘어갈 것은 역사적인 진은숙 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 초연에 초청받은 독일주재 한국대사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손님 접대 만찬 때문이라고 했으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러운 세계 초연에 주재국 대사라면 만사 제치고 와서 기뻐하며 축하해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올림픽 경기 우승이나 미스 월드 1위 우승보다 높은 가치의 예술문화외교를 경시하는 답답함에 솔직히 섭섭함이 치밀어 오르며 화가 났다. 올해의 음악계 화제 톱은 단연 진은숙 씨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 초연임에 틀림없다. 글 신갑순 삶과꿈 발행인, 삶과꿈 챔버오케스트라 싱어즈 대표 사진제공 김용원, 바이에른 국립극장     월간 <삶과꿈> 2007.09 구독문의:02-319-3791
  • “국제결혼 가정에 더 많은 관심을”

    “국제결혼 가정에 더 많은 관심을”

    최근 활발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국제 결혼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4일 서울 삼청동 베트남 대사관에서 하나금융그룹과 베트남 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베트남-한국 가족의 날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팜 띠엔 번 주한 베트남 대사,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드라마 ‘황금신부’ 남녀주인공인 송창의, 이영아씨 등과 함께 베트남-한국 부부 300쌍과 자녀 등 600여명이 초청돼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겼다. 김 회장은 “60년대 미국 유학 시절 불법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나갔다.”면서 “그래서 불법 취업이라고 하더라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하나금융은 한국과 베트남 국제결혼가정 자녀를 위한 장학사업을 내년부터 실시하고 ▲베트남어 주석을 단 동화책 보급 ▲자녀 공부를 도와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 베트남인 어머니 돕기 사업 ▲외국인 노동자 돕기 바자회, 위로행사 개최 등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이달 안에 베트남 호찌민에 하나은행 사무소를 개설하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할 현지 인력 10여명을 채용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현장 행정] “우린 고액 사교육비 안 써요”

    [현장 행정] “우린 고액 사교육비 안 써요”

    “손에 한가득 눈을 줍고, 또 주웠습니다. 눈을 뭉쳐 내일을 위해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따뜻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강사가 유창한 발음으로 영어책 ‘눈오는 날’(The Snowy Day)을 읽는다. 옆에 앉은 김재모(8·성산초교 2학년)군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책과 강사를 번갈아 본다. 재모군은 집으로 찾아온 강사와 한달에 2만원짜리 영어 과외인 ‘영어동화 읽어주기’ 수업을 하고 있다. ●비용은 절반, 효과는 백배 마포구가 바우처사업으로 운영하는 ‘영어동화 읽어주기’가 저렴한 비용에 알찬 과정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바우처사업은 일정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증서를 가진 수요자가 서비스기관이나 내용 등을 선택한 뒤 본인부담금을 합쳐 대가를 지불하는 제도이다. 지난 9월부터 시작한 ‘영어동화 읽어주기’는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마포구의 위상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고민에서 비롯됐다. 보건복지부가 바우처 권장사업으로 내놓은 ‘동화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에 영어 개인교습을 접목시켰다. 학습 위주의 학습지나 영어과외와 달리 유아기부터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됐다. 첫달에는 380명이 참여했고 입소문이 퍼져 지금은 479명이 영어 과외를 받고 있다. 재모군의 어머니 문미희(42·마포구 당인동)씨는 “다른 아이들이 조기교육이다 뭐다 극성이라 내심 불안하고 과외비가 만만치 않아 부담이 컸지만 이런 기회가 생겨 다행”이라면서 “집으로 찾아오니 아이도 안정감을 느끼고 잘 따라한다.”면서 만족스러워했다. ●내년에 참여 인원 확대 예정 영어동화 읽어주기 서비스는 영어학습지도사를 교육하는 여성자원금고가 진행하고 있다. 영어 전공자나 해외거주자, 영어강사 활동 등의 경력을 가진 40여명의 강사들이 서비스에 동참했다. 교재와 과정은 온라인영어사이트인 에브리클럽에서 지원받는다. 당초 1년간 주 1회 20분 수업하던 것을 기간을 6개월로 줄이는 대신 한 주에 2회로 확대, 아이와 접하는 시간을 늘렸다. 강사는 더욱 바빠졌지만 불만은 없다. 정지혜(34)씨는 “아이들이 착하고 말을 잘 들어 20분 수업시간이 지나가도 더 해주고 싶을 때가 많고, 가르치는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구는 주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내년에는 적어도 500가구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주민생활지원과 장정희씨는 “교육과정에는 만족하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눈에 띈다.”면서 “내년에는 교재를 더 많이 확보하고 알찬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영어동화 읽어주기 프로그램은 전국가구평균소득(4인 기준 353만원) 이하 가구의 3∼8세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총 14만원 가운데 12만원은 바우처로 해결해 신청자는 2만원만 부담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현장 행정] 강남구 온라인 연계 이동도서관

    [현장 행정] 강남구 온라인 연계 이동도서관

    “와∼여기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다 있네.”(신지수·일원초등학교 4학년) “만화책만 고르지 말고 다른 책도 좀 보렴.”(학부모·수서동)“만화책이 아니에요. 모두 명작이에요.”(유지원·일원초등학교 4학년) 22일 오후 5시 강남구 수서동 현대아파트를 찾은 강남구 이동도서관 차량 안 풍경이다. 가을 해가 짧아져 주변이 어둑어둑해져 가는 시간대이지만 어린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35인승 규모의 이동도서관은 이들로 인해 만원이다. ●매주 한 번 도서 3000권 배달 강남구 이동도서관 차량이 이 아파트를 찾은 것은 지난주 월요일에 이어 일주일 만이다. 한 번 오면 2시간쯤 머물다 간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때가 되면 주부나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움직이는 도서관’을 찾는다. 좌석을 없애고 만든 책장엔 3000여권의 책이 어린이용과 어른용으로 나뉘어 빼곡히 꽂혀 있다. 어른들 책장을 보니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가 12권까지 꽂혀 있다. 그 옆엔 최인호의 ‘유림’이 장식하고 있다. 어린이 책장엔 그림책과 ‘옥상의 민들레꽃’ 등 동화책, 만화 등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만화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김동리의 ‘감자’ 같은 명작들이다. 태어난 후 처음으로 바깥바람을 쐰다는 갓난애를 업고, 다섯 살배기 딸의 손을 잡고 이동도서관을 찾은 주부 김선미씨는 “매주 정해진 날 이동도서관이 찾아와 자주 이용한다.”면서 “애들용 동화책을 주로 빌린다.”고 말했다. 강남구 이동도서관은 올 들어 그 기능이 대폭 업그레이드됐다. 당초 1대에 불과했던 이동도서관 차량을 지난 7월 3대로 늘렸다. 이들 차량은 42곳을 매주 한 번씩 찾아간다. 한 번 가면 2시간씩 머문다. 차량은 모두 압축천연가스(CNG) 차량으로 아파트나 동네 주차장에서 시동을 켜고 있어도 매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 강남구에 있는 45개 도서관의 장서 85만권 가운데 원하는 책을 골라서 대출 신청을 하면 이동도서관의 정기 방문일에 이를 가져다 주는 ‘고객맞춤서비스’를 도입했다. 신사동에 사는 주민이 개포동 소재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이동도서관을 통해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강남구 도서관 장서 85만권 이용 가능 강남구에는 현재 9개 구립 도서관과 3개 이동도서관,25개 각급 학교의 도서관,7개 동사무소 문고, 강남전자도서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대출가능 여부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SMS서비스’도 도입했다. 책이 없거나 대여가 안 되는 책은 SMS로 자세히 알려준다. 이런 서비스들이 도입되면서 하루 120여명에 그쳤던 이용자수도 평균 550여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빌려 읽는 책만 700여권에 달한다. 맹정주 강남구청장은 “각 도서관을 전산화해 인터넷으로 책을 신청하면 이동도서관이 책을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주민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내년에는 책 구입 예산도 늘리고, 미비점을 보완해 이동도서관을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동화로 만든 교황일대기 첫선

    고양이가 내레이터로 등장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동화책이 오는 8일 첫선을 보인다고 AP 통신이 5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서점에서 판매가 시작될 이 동화책의 제목은 `요셉과 치코´. 44쪽짜리 이 책에서 암고양이 치코는 베네딕토 16세가 1927년 독일에서 태어나서 2005년 4월 교황으로 선출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치코는 베네딕토 16세가 1981년 로마로 옮기기 전까지 고향인 독일의 소도시에서 살 때 이웃집에서 길렀던 고양이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온라인으로 美 사립학교 교과 무료학습

    온라인 영어교육 ‘재미(JAMEE)’가 뜬다. 중구는 29일 다음달 3일부터 사이버 영어교육 프로그램인 ‘재미’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루한 수업이 아닌 놀이방식을 도입한 중구 사이버 영어교육의 고유 브랜드다. 재미는 미국 토머스 사립학교에서 사용되는 통합 교과서를 동국대 영문과 교수의 감수를 거쳐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했다. 온라인을 구축해 집에서도 미국 교과서를 공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학습 난이도에 따라 교육 과정을 초등영어, 중·고등영어 등 6단계로 구분했다. 무료 레벨 테스트로 학습자 수준에 맞는 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재미는 또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체계적인 커리큘럼 제공과 일별 출석 확인, 자가 진단, 정확한 성적 관리 등을 해준다.‘영어 전자책도서관’도 운영해 영어 학습에 도움되는 동화책과 영어원서, 외국어 관련 전자책 2000여종도 제공한다. 재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중구 사이버영어교육 홈페이지(jamee.junggu.seoul.kr)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무료다. 또 영어캠프, 워드골든벨 등 오프라인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광희초등학교에 설치되는 영어체험센터에서 원어민 강사와 직접 만남의 기회를 갖는다. 외국인과 직접 대화로 두려움을 없애고 다양한 외국문화 체험을 통한 재미있는 현장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 모두 6개 레벨 20명씩 120명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재미 참가자 가운데 희망하는 학생을 레벨별 선착순으로 선정한다. 11월에는 충무아트홀에서 영어단어질문, 원어민 교사 질문, 영상자료 및 청취자료 활용 문제 등을 풀어보는 ‘워드골든벨’ 행사가 열린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Local] 차량 이용 ‘이동 도서관’ 운영

    전남 순천시가 차량을 이용한 ‘달리는 도서관’을 운영해 눈길을 끈다. 시는 45인승 버스에 ‘그림책 버스-파란 달구지’란 색그림을 그리고 차 안에는 동화책 등 3500여권과 책·걸상 등을 고정했다. 이 차량 도서관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도서관이 없는 마을 9곳과 작은 학교를 찾아간다. 아이들은 냉방된 차 안에서 30여명이 책도 보고 재밌는 만화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 서울숲은 ‘독서의 숲’

    서울숲은 ‘독서의 숲’

    서울 성동구 서울숲속에 도서관이 한 채 숨어 있다. 서울숲사랑모임의 ‘도서관도움이’ 20명이 꾸려가는 9.68평짜리 문화공간 ‘숲 속 작은도서관’이 주인공이다. 35만평에 이르는 공원에 비하면 보잘것없이 작은 덩치지만, 활약상은 눈부시다. 지난 1년간 ‘책읽는 공원문화’를 정착시킨 일등공신이다. ●공원을 야외도서관으로 지금까지 우리에게 공원은 산책하고 사색하는 휴식공간이 아니었다. 먹고 마시는 유원지에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외화의 주인공처럼 책읽는 사람을 공원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숲은 달랐다. 아이들이 나무와 분수에서 뛰어 놀 때 아빠는 돗자리에 앉자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동네 아이들을 불러 놓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도 보였다. 지난해 6월18일 서울숲에 ‘숲 속 작은도서관’이 개관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서울숲사랑모임 이한아 팀장은 “자연을 닮은 도서관에서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독서캠페인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서울숲사랑모임 자원활동가의 쉼터로 사용하려던 공간을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온돌방을 만들었다. 낮은 책장에는 어린이·청소년·성인 도서 2500권을 꽂았다. 도서관도움이 박영실(58)주부는 “처음에 어르신들이 도서관으로 들어와 도시락을 먹고 낮잠을 주무시는 바람에 당황했다.”고 털어놨다.“정중하게 책읽는 곳이라고 설명하며서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양심 책수레가 책읽기 전파 숲 속 도서관의 독특한 제도는 ‘책수레’다. 책 1000여권을 담은 책수레를 주말마다 공원 중앙에 비치하면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돌려놓는다.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는 인명록이 있지만, 관리자는 따로 없다. 독촉 전화도 하지 않는다.‘양심 책수레’인 셈이다. 그래도 회수율이 85%를 웃돈다. 박영실씨는 “사라졌던 책이 몇 달만에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고 했다. 책수레에서 빌린 책을 읽는 방문객이 하나둘 늘어나자, 지역 주민들도 책을 들고 공원을 찾았다. 자연과 어우러져 책읽는 기쁨에 빠져든 것이다. 성수동에 사는 함연실(41·성동구 성수동)주부는 지난해 12월에 도서관도움이로 나섰다. “서울숲에 산책 나왔다가 우연히 도서관을 발견했어요.5분 거리에 사는데도 도서관이 있는 줄 몰랐거든요. 자연을 벗삼아 책읽는 것이 좋아서 자원봉사까지 시작했죠.” 도서관 방문객은 꾸준히 늘어 현재는 월 평균 600명에 이른다. ●동화구연, 책 벼룩시장도 열려 개관 1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오는 30일부터 도서관 소장도서를 대출하기로 결정했다. 박영실씨는 “책수레처럼 도서관 책도 빌려서 서울숲에서 읽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다.”면서 “우리 일이 늘겠지만, 필요한 일이라 대출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출을 원하는 방문객은 신분증을 맡기고 책을 빌리면 된다. 반납은 당일 오후 5시30분까지 해야 된다. 도서관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월요일은 쉰다. 이밖에도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책 벼룩시장이 열리고, 둘째·넷째 수요일에는 동화구연 ‘숲속나라 동화이야기’가 펼쳐진다. “도서관이 작다고요? 천만에요. 전국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죠. 서울숲 전체가 야외도서관이잖아요.”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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