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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행정] “사람 체온은 36.5도 그래서 봉사도 365일”

    [현장 행정] “사람 체온은 36.5도 그래서 봉사도 365일”

    “남자가 하면 시원찮아! 속에도 다 발라야 하는데….”(이부자 할머니) “기왕이면 남자가 해야죠. 오는 백발 막으려고 몽둥이 들고 있어도 속에서 올라오지요? 젊음을 되돌려 드립니다.”(유종필 관악구청장) 파격적인 염색머리로 유명한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23일 관악구 미성동 약수경로당에서 염색봉사에 나섰다. 할머니들은 혼자 대충 바르던 염색약을 유 구청장이 꼬리빗으로 꼼꼼하게 머리뿌리부터 발라나가자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구는 사람 체온인 36.5도를 365일 나눈다는 뜻의 ‘365 자원봉사 도시’를 구의 목표로 삼았다. 현재 구 자원봉사센터에 등록해서 활동하는 사람은 9만여명으로 전체 구민의 약 17%에 이른다. 경로당은 자원봉사가 가장 활발한 곳으로 찾아가는 한글교육, 자서전 및 장수사진 제작, 이동 한방진료 등의 봉사활동이 이뤄진다. 자서전은 어르신의 구술이나 메모를 받아 제작한다. 지난해는 10명의 노인이 자서전을 만들었다. 출판기념회도 열고, 구립도서관에 자서전을 비치했다. 장수사진은 영정사진 대신 오래 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경로당의 노령인구가 직접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만 65세 이상의 어른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시설을 찾아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머리맡 동화책 사업’이다. ‘머리맡 동화책 사업’에 참여하려면 관악문화관 등에서 5개월 과정의 동화구연 관련 자격증을 따야 한다. 동화구연 전문교육을 받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직접 읽어 주는 책이라 어린이들의 반응도 좋다. 임현주(52) 구 자원봉사센터장은 “봉사센터는 봉사할 수 있는 활동을 소개할 뿐 아니라 마사지, 기공, 풍선 예술, 독서지도사, 정리전문가, 종이공예 등의 교육도 한다”고 말했다. 봉사를 하다 보면 전문적인 특기를 갖고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다양한 전문교육과정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임 센터장은 “최근 인기 있는 자원봉사는 정리전문가인데 장애 등 다양한 이유로 청소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집을 치우면서 진정한 교감을 나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구청장은 “관악구의 모든 행정업무에 자원봉사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자원봉사자들은 구청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이해할 수 있어 진정한 민과 관의 협력이 자원봉사를 통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연간 36.5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하면 구 관내 식당, 미용실 등의 ‘착한 이웃 가게’나 주차장, 수영장 등 구립시설에서 10~30%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창조경제혁신센터 현장을 가다] 유커에 음식 큐레이팅 앱 서비스·감귤 방향제 특허 출원

    [창조경제혁신센터 현장을 가다] 유커에 음식 큐레이팅 앱 서비스·감귤 방향제 특허 출원

    줄을 잇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아름다운 청정 자연환경, 1만 8000여 신들의 이야기, 사계절 청정 농수산물. 제주는 말 그대로 보물섬이다. 한 달에 1000여명이 제주로 이주해 온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런 제주의 인적·물적 보물들을 정보기술(IT)과 연결해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게 목표다. 제주에는 연간 300만명의 유커가 찾는다. 쇼핑은 비교적 만족하지만 유커의 불만은 음식이다. 한국의 채소 중심 식단 등으로 “배고프다”고 하소연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셀 수도 없다. 센터에 둥지를 튼 T&DN은 먹거리 불만이 많은 유커에게 음식 큐레이팅 서비스 ‘제주식광(食光)’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T&DN 박병석씨는 “유커들이 설렁탕을 시켜 놓고 소금이나 후추 등을 가미할지 몰라 맛이 너무 없다고 투덜거리는 모습을 보고 착안하게 됐다”고 했다. 최근 가이드 없이 여행하는 개별 유커들에게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 큐레이팅 서비스는 가장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출신 지역별로 입맛이 서로 다른 유커들에게 출신 지역, 연령별 맞춤 음식 정보와 먹는 법, 음식량, 모바일 결제 시스템까지 스마트폰 앱상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할 시스템을 제공하게 된다. T&DN 측은 유커 1000만 시대에 제주를 테스트 베드로 삼아 음식 큐레이팅 서비스를 서울 등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도 있다. 센터 입주 기업인 ‘두잉’은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원형 1만 8000신화를 모티브로 한다. 그중에서도 제주의 신돌이 테마다. 제주에서 태어나 천상에서 자란 천지왕의 아들로 인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꾸무’와 백록담에서 나고 자란 신비의 하얀 사슴 ‘또또’가 제주의 신돌을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제주의 속살을 알아 가는 내용의 어린이 동화책과 캐릭터 상품을 개발해 출시했다. 제주 천연 감귤로 방향제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한 꾸무 방향제도 시판 중이다. 제주 토박이와 제주에 흠뻑 빠진 육지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제주 동문시장 여진떡집은 다음카카오의 중소상공인 카카오톡인 옐로아이디 덕분에 매출이 20% 정도 늘어났다. 옐로아이디는 중소상공인이면 누구나 카카오톡으로 자신의 가게를 소개하고 홍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다음카카오의 무료 서비스다. 오메기떡은 차조가루를 반죽해 도넛 모양으로 만든 뒤 삶아 고물을 묻힌 떡으로, 요즘 전국적인 인기를 끄는 제주의 전통 음식이다. 여진떡집 김영주(45)씨는 “옐로아이디로 전국적인 판매가 가능하다”며 “카카오톡으로 전국의 고객들과 실시간 대화하면서 주문을 받기 때문에 신뢰감을 준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에이즈 모자 감염’ 아이들 위한 동화책, 영국의학협회 대중의학 부문 수상

    유엔세계관광기구 스텝재단(이사장 도영심)은 영국의학협회(BMA)가 지난 3일(현지시간) 에이즈 모자 감염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The BRAVEST BOY I KNOW’(내가 아는 가장 용감한 소년)를 올해 대중의학 부문 서적으로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BMA는 매년 21개 부문별로 의학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기여한 서적을 선정한다. 유엔의 에이즈 대책 전담기구인 유엔에이즈(UNAIDS)와 유엔세계관광기구 스텝재단이 공동 발간하는 이 책은 태어나면서부터 에이즈 감염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 세계적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에이즈 감염으로 고통받는 15세 미만 어린이는 33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이제 의류 렌탈도 모바일로 편리하게~ 패션 렌탈앱 ‘코렌탈’ 출시

    이제 의류 렌탈도 모바일로 편리하게~ 패션 렌탈앱 ‘코렌탈’ 출시

    모바일로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프리미엄 의류를 렌탈할 수 있는 패션 렌탈앱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안소프트㈜는 ‘세상에서 가장 큰 옷장’을 표방한 프리미엄 패션 렌탈 전문 ‘코렌탈(CORENTAL)’을 새롭게 출시했다. 코렌탈은 최근 2030 미시족을 중심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의류 렌탈서비스를 모바일로 옮겨 편의성의 더욱 강화한 앱이다. 데이트패션, 결혼식패션, 돌잔치패션, 파티드레스, 턱시도, 키즈, 한복 등 상황과 컨셉, 장소에 맞는 의상을 누구나 손쉽게 렌탈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프리미엄’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입점 의류 상품을 모두 프리미엄 및 명품 의류로 채워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렌탈 후 수거된 상품은 프리미엄 의류 전문 세탁소에서 세탁과 추가 살균소독 과정을 진행해 세심한 부분까지 수준 높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한 점 역시 눈에 띈다. 스마트 시스템 완비를 통한 편리한 렌탈&반품 과정 역시 고객들의 합격점을 받고 있다. 앱에서 원하는 의상을 선택하면 택배를 통해 하루 만에 수령이 가능하며, 반품 시에도 앱을 통해 간편 반납신청을 하면 배송업체에서 직접 방문해 물품을 수거한다. 주문 시 필요에 따라 렌탈기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더 입고 싶은 옷은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자안소프트㈜ 관계자는 “평소 자주 입지 않는 고가의 프리미엄 의류를 직접 구매하기 보다는 스타일별로 다양한 의상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모바일로 편의성을 더하고, 프리미엄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통해 돌잔치, 리마인드웨딩, 생일파티, 가족파티 의상 외에도 각종 명품 의류 렌탈에 대한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코렌탈은 향후 명품가방, 스키복을 비롯한 스포츠용품 등 렌탈 상품 확장을 통해 고객층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별도의 ‘코렌탈키즈(CORENTAL KIDS)’ 런칭을 통해 사용기한이 짧은 키즈전용 동화책, 장난감, 실내 미끄럼틀 렌탈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내 옷장을 프리미엄으로 업그레이드 해줄 패션 렌탈앱 ‘코렌탈(CORENTAL)’은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https://goo.gl/qh5X8L) 및 iOS 아이튠즈(https://goo.gl/GOzlPF)에서 ‘코렌탈’을 검색하면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회원가입은 무료이며, 회원가입 후 즉시 렌탈 신청이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하늘 나는 상상·따돌림 기억… 동화에 담았어요”

    “하늘 나는 상상·따돌림 기억… 동화에 담았어요”

    ‘다름’ 때문에 따돌림을 당한 기억, 천둥이 무서워서 엄마에게 달려가고 싶던 경험, 장난기 많은 아이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환상….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과 유쾌함, 상상력으로 무장한 10대 동화작가가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가 운영하는 진로직업체험센터(미래야)에서 배출한 아이들이다. 구는 진로직업체험센터가 운영하는 직업체험스쿨 ‘솔깃한×프로젝트’를 통해 청소년 동화작가 12명이 탄생했다고 27일 밝혔다. ‘솔깃한×프로젝트’는 문화·예술 직업인과 청소년이 협업하면서 수준 높은 직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7월에 진행된 동화 프로그램에는 장보영 동화작가, 김은혜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했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스토리텔링 방식을 알려주고, 스케치와 채색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등 실제 동화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법을 전달했다. 아이들은 작품을 발표하고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과의 만남, 궁금했던 직업인과의 소통이 가장 좋았다”, “작가의 마감을 뼈저리게 체험한 것도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구는 학생들이 만든 동화를 전시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또 학생들이 원할 경우 인근 어린이집, 유치원을 방문해 동화를 직접 읽어 주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성장현 구청장은 “미래의 꿈을 꾸며 자신감을 갖고 큰 성과를 만들어 낸 학생들의 모습이 대견하다”면서 “미래야를 통해 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어린이집서 대학로 공연 본다

    어린이집에서 대학로 연극이 펼쳐진다. 종로구는 다음달부터 올 연말까지 ‘찾아가는 이동극장’을 추진한다고 27일 밝혔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예매 취소 등 어려움이 컸던 대학로 연극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번 사업은 사단법인 국제 아동청소년연극협회의 제안으로 선정돼 실시하게 됐다. 구는 이달 말까지 연극인들의 신청을 받아 4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대상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메르스 피해 연극인과 서울 소재 극단이다. 선발심사를 거쳐 확정되면 다음달 7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3~5명이 한 개 조를 이뤄 본격적인 이동극장 사업을 시작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연극놀이와 치료, 동화책 구현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 정서 순화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일주일에 2~5일 정도 근무하며 배우는 하루 8만원, 연출·기획자는 하루 10만원의 임금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 지역의 어린이집 9곳과 유치원 2곳 등 총 11곳이 이동극장 참여를 신청한 상태다. 구는 이달 말부터 11월까지 ‘대학로 공연질서 지킴이’ 사업도 실시할 방침이다. 연극계 종사자가 직접 대학로 명소와 공연을 안내하거나 호객행위 추방 캠페인 등을 벌이는 내용이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이번 사업이 연극인들은 물론 지역의 어린이들에게도 문화 향유의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불규칙한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극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좋은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할아버지와 작은 섬에서 함께한 스티나의 여름날

    [이주일의 어린이 책] 할아버지와 작은 섬에서 함께한 스티나의 여름날

    스티나의 여름/레나 안데르손 글·그림/김동재 옮김/청어람아이/40쪽/1만 1000원 스티나는 해마다 작은 섬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서 여름을 보냈다. 할아버지 집은 회색 나무로 지은 아늑한 오두막이다. 스티나는 바다에서 섬으로 떠내려오거나 땅 위에 놓인 무언가를 찾아 매일 부지런히 쏘다녔다. 새의 고운 깃털, 멋진 막대기, 햇살에 반짝이는 빈 유리병, 스티나에겐 모든 게 신기했다. 스티나와 할아버지는 매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밤사이 그물에 어떤 물고기가 잡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물은 물고기로 가득 차 있을 때도 있고, 조그마한 피라미조차 눈에 띄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할아버지는 저녁이면 늘 라디오를 들었다. 특히 날씨 예보를 열심히 들었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오늘 밤은 날씨가 좋지 않을 모양이구나. 폭풍이 오려나….” ‘우와! 폭풍이라니…. 진짜 폭풍을 구경할 수 있겠네!’ 스티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이쿠, 왜 이렇게 피곤하지. 이제 그만 자러 갈게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는 커피 잔을 비우며 신문을 읽었다. 그리고 잘 자라고 말해 주려고 스티나의 방문을 열었는데 텅 빈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깜짝 놀란 할아버지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무섭고 거칠게 변해 있었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스티나는 추위와 두려움에 떨면서 커다란 바위 뒤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폭풍을 직접 보고 싶어 밖으로 나왔는데 순식간에 사방이 어둡고 무시무시하게 변해 버렸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스티나는 흐느껴 울며 할아버지를 애타게 찾았다. 할아버지는 스티나의 간절한 외침을 들을 수 있을까. ‘모네의 정원에서’ ‘신기한 식물일기’ ‘미야는 텃밭이 좋아요’ 등 여러 그림책으로 널리 사랑받는 스웨덴 작가의 새로운 동화책이다.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 피어나는 할아버지와 어린 손녀의 가슴 뭉클한 가족애와 대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의 마음이 험난한 세상살이에서 얼마나 귀중한지를 일깨워 준다. 초등 저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동화같은 ‘까마귀의 보은’ 소녀…이웃에게 소송당하다

    올해 초 먹이를 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매일 소녀에게 귀여운 물건들을 물어다주는 까마귀의 사연이 보도돼 세계적인 화제가 된 바 있다. 마치 현실판 '흥부와 제비' 같은 이 사연의 주인공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8살 소녀 게이비 만. 보도 이후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받았지만 얼마 전 전해진 소식은 유쾌하지 않다. 최근 시애틀 현지언론은 게이비의 부모가 총 20만 달러(약 2억 3000만원)에 달하는 소송을 당했다고 전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현지 법원에 접수된 이번 소송의 원고는 뜻밖에도 게이비의 이웃들. 소송장의 내용은 까마귀에게 먹이 주는 것을 자제할 것과 자신의 집이 이로인해 피해를 받아 이를 배상해달라는 것이다. 한 편의 동화가 한 편의 법정 드라마가 된 이번 사건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게이비는 집 뒷마당에서 떨어뜨린 음식을 까마귀들이 먹는 것을 보고 부모의 허락을 받아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이후 계속 땅콩과 개 사료 등을 까마귀들에게 주며 인연을 이어갔고 2년 전 부터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까마귀들이 귀걸이, 펜던트 등 반짝이는 물건들을 물어다주며 보은을 했기 때문. 이 사연은 국내에서도 보도될 만큼 화제를 모았으며 한 편의 동화로 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그러나 동화는 동화책에만 있는 모양이다. 이번 소송이 황당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이웃도 그럴 만한 속사정이 있었다. 게이비가 놓아주는 많은 먹이 탓에 까마귀와 비둘기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에 수많은 배설물이 동네와 집 여기저기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쥐까지 들끓자 더이상 이웃들이 참지 못한 것. 이번 소송에 참여한 한 이웃은 "어느 누구도 공포영화에 나올 것 같은 동네에서 살고싶지는 않을 것" 이라며 현재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변호사 안나 존센은 "아이의 먹이 주기는 아침부터 저녁 12시까지 수 년 간 이어졌다" 면서 "이번 소송의 책임은 전적으로 게이비 부모에게 있으며 그간 먹이량을 줄이는 등의 이웃 요청을 거절해왔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13일 국내 공식 첫 선보이는 프라이빗 유아독서실 ‘코로코로’ 눈길

    13일 국내 공식 첫 선보이는 프라이빗 유아독서실 ‘코로코로’ 눈길

    프라이빗유아독서실을 표방하는 ‘코로코로'(colocolo)가 오는 13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35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EDUCARE 2015)을 통해 국내에 첫 선을 보인다. 코로코로는 일본에서 디자인된 제품으로, 홍콩과 대만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다. ‘코로코로’는 유아기의 바른 학습자세 훈련과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키우기 위해 고안된 매우 독특한 공부책상의자로 알려져 있다. 마치 독서실 책상처럼 책상 좌우와 앞에 얕은 칸막이가 쳐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 유아가구에서는 매우 보기드믄 형태다. 이렇게 하면 신경 분산을 방지해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집중력을 한껏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크레스파스와 공책과 연필 등 필기구들이 바닥에 떨어질 염려도 없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코로’는 집중력이 짧은 유아기의 특성을 감안해 공부책상을 테이블, 벤치, 책꽂이 등으로 변신을 시키는 기능을 탑재시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를 위해 이 제품의 모든 모서리를 라운딩 처리해 굴리는 방식을 선택했으며, 공부책상의 옆면에 타원 형태로 파인 홈을 잡고 그대로 앞으로 굴리면 다용도 테이블로 바뀌는 식이다. 또 한 번 굴리면 아이 둘이 앉을 수 있는 벤치가 된다. 코로코로 한 세트에 포함된 의자 두 개를 벤치 위에 올려놓으면 책꽂이로도 활용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의자 두 점 만을 활용해 아이만의 미니 독서실을 꾸며줄 수 있는데, 의자의 뒷면과 옆면을 활용하면 앙증맞고 근사한 책상이 된다. 특히 의자의 뒷면으로 앉을 경우, 80kg의 하중을 견딜 만큼 내구성이 강해 엄마 아빠들이 앉아서 아이의 학습을 지도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 등 ‘원 소스 멀티 유즈’ 제품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코로코로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북유럽풍의 심플한 느낌과 고급원목인 유럽산 너도밤나무, 블랙월넛을 사용하고 나뭇결의 모양과 더불어 자연 그대로의 색감을 최대한 살린 우아한 디자인이 눈길을 확 끈다. 또한 모서리의 동글동글한 모양까지 더해져 유아가구다운 귀여움을 더했다. 친환경적인 스펙도 내세울 만하다. 최소한의 가공처리로 관련 규정이 까다로운 일본식품위생법상의 안전성테스트를 통과했을 뿐만 아니라 새집증후군, 아토피 등의 주된 원인이 되는 '포름알데이드'의 방사량이 0.2mg/L이하로 국내 친환경자재의 최고등급인 “SE0”로 KC인증을 받았다. 경제성도 뛰어나다. 보통 사용기한이 짧은 다른 유아 공부책상의자와 달리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아이가 자라도 버리지 않고 미니서재, TV 혹은 티 테이블, 침대 탁자 등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유럽산 원목이 선사하는 강한 내구성 때문이다. 코로코로 코리아 관계자는 “코로코로를 사용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들이 스스로 의자에 앉아 동화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학습훈련은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환경을 유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코로코로는 단순한 유아가구이기보다는 아이의 공부친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코로 세트(책상 1, 의자2)는 색상별로 내추럴, 블랙 월넛, 아이보리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인 생후 6개월부터 사용할 수 있는 베이비체어와 코로코로 전용 ‘쿠션’ 및 ‘러그’를 별도 판매한다. ‘코로코로’는 일본어로 ‘돌려서 굴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판매는 오는 9월 1일부터 코로코로 공식홈페이지(http://www.colocolo.co.kr)와 오픈마켓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18)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독박(讀博) 육아일기](18)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늘 머리보다 가슴이 앞섰고, 이성보다는 감정에 충실했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준비하는 것보다 그냥 앞에 주어진 상황 대로 일을 처리했다. 여행을 가도 꼼꼼하게 일정표를 짜는 대신 크게 목적지를 정해놓은 뒤 발길이 닿는 대로 움직였다. 덜렁거리고 귀는 얇았다. 불편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가 싫었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 사람에게 굳이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았다. 항상 실력보다는 운이 더 따랐던 것 같다. 공부는 체계적이기보다는 거의 벼락치기에 가까웠다. 나는 이렇게 30년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육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될 순 없었다. 물론 생활의 우선순위가 아기로 바뀌면서 이전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심한 성격에 조금은 용기가 보태진 것 같다. 그러나 어디까지 나는 나였다. 아기를 키우면서도 어떠한 계획이나 치밀한 준비 없이 그냥 나와 내 아기에게 주어진 상황에 따라 움직였다. 그것이 이런 성격을 갖고 살아온 나의 육아방식이었다. 크게 잘못된 건 없었지만 정확한 답을 알 수 없기에 늘 불안하고, 또 남들과 비교하며 주눅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남들 만큼’만 하는 것도 때로는 버거웠다 육아 스트레스가 심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주변에서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욕심이 과해서 더 힘들어 한다는 거였다. 그러나 나의 기대는 그저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잘 먹고 잘 자는 것. 무탈하게 잘 크는 것 뿐이었다. 내가 슈퍼맘이 된다거나 육아의 달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남들 하는 정도만, 부족한 엄마만 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때로는 그 ‘남들 만큼’조차 유독 나에게만 버겁게 느껴졌다. 임신을 했을 때에는 태교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곤혹스러웠다. 일개 임신부의 태교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지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나는 일을 하느라 흔한 산모교실 근처에도 한 번 가보지 못했고, 솔직히 과연 무엇을 했다고 해야 잘한 태교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엄마 마음이 편한 게 좋은 태교”라고 주장하며 위안을 삼았다. 휴일에 남편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기 전에 아기와의 미래를 그리며 즐거워하고 가끔 동화책을 소리내 읽어준 것이 전부였다. ●자연주의 출산을 하지 않은 나, 무심한 엄마일까 다른 임신부들이 멋지게 유화를 그리거나 요리나 제과제빵을 하며 작품을 만들어낸 모습들을 보면 다른 세상 사람들 같았다. 나는 하루종일 각종 사건 사고 기사들을 쓰다가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서 쪽잠을 자는데, 우아하게 클래식을 듣고 산전마사지를 받는 산모들이 아주 많다는 것은 가끔 허무함을 주었다. 아기에게 가장 좋은 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자연주의 출산을 하거나 무통주사를 맞지 않는 산모들도 많은데,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당연히 산부인과에서, 12시간 동안 무려 세 번이나 연달아 무통주사를 맞았던 나는 조금 무심한 엄마인가 아주 살짝 자책해 본 일도 있다. 출산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비교질’이 시작됐다. 아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하는 모든 행동이 궁금했다. 아기 있는 집의 필수서적처럼 돼있는 건강백과 책에 나오는 몇 줄이 유일한 전문가의 조언이었다. 반면, 비(非)전문가의 정보는 차고 넘쳤다. 육아 카페에 들어가면 정보가 쏟아졌다. 한 가지 궁금증에 대해 검색을 시작하면 수십, 수백가지 답을 얻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글을 올린 사람, 댓글을 올린 사람이 수십, 수백명에 달한다는 뜻이다. 아기에게 어떻게 젖을 먹이고, 어떻게 잠을 재우라는 의견이 저마다 달랐다. 출산 전에 육아 서적을 한 권 읽었지만, 정작 현실에 부딪히니 책 내용이 한 자도 떠오르지 않았다. 육아가 책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카페에 올라온 다른 아기들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깨우쳤다. ●육아는 책 대로 되지 않았다…적어도 내 아이에게는 기억을 더듬어 보면 40, 50일 쯤이 가장 극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20~30분 동안 젖을 먹였는데 한 시간도 안 돼 “앵~”하고 우는 아기. 배를 채우고 잠이 든 것 같아 침대에 내려놓으면 곧바로 눈을 뜨는 아기. 이런 패턴을 24시간 동안 보이는 아기. 가뜩이나 잠이 많은 나에겐 극기훈련이 따로 없었다. 내내 안고 지내다 어느 날은 수유 자세로 두 시간을 졸기도 했다. 조금 뒤에는 머리를 굴려 아기를 침대에 눕히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그냥 쇼파에 누운 채로 배 위에 아기를 안고 그대로 잤다. 어쨌든 엄마 품인 줄 알 것 같아서였다. 다행히 그 방법이 먹혀서 거의 한 달 가까이 쇼파에서 꼼짝도 못하고 아기를 안고 누워 잤다. 그나마 3~4시간 잘 수 있으니 행복했다. 엄청난 발견을 해낸 듯이 뿌듯했다. 침대에서 잠을 잔 건 거의 80일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100일을 앞두고 아기가 드디어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새벽 3시부터 오전 8, 9시까지라는 게 문제였지만. 아무튼 두어 시간 눈을 더 붙이게 되면서 점점 살 만해졌고, 본격적으로 육아 카페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후 6주 이후부터 아기에게 밤낮을 가르쳐야 한다거나 모유 수유에 일정한 간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 심지어 어떤 아기들은 벌써 밤이 되면 아침까지 푹 잔다는 등의 사실을 접하고 대단히 충격을 받았다. ●이미 생활 패턴이 잡힌 아기들… ‘모든 게 잘못됐다’ 특히 7~8개월쯤에 그나마 잠깐 찾아왔던 ‘백일의 기적’은 온데간데 없고, 모든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된 시기가 있었다. 그 때 집중적으로 카페에 잠과 관련된 글을 검색했다. 다른 엄마들의 글은 거의 절망에 가까웠다. 이미 6개월 전후로 아기들의 생활 패턴이 일정하게 잡혀있었다. 나는 아기의 낮잠 시간이 언제인지, 심지어 아기가 얼마나 먹는지 계량화하지 못했다. 일찍부터 밤낮을 가린다는 프랑스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뒤늦게 사서 읽었는데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생각만 맴돌았다. 그동안 나의 육아가 모두 잘못됐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압박감이 들어 남편과 날을 잡고 수면교육에 돌입했다. 젖을 물다 잠이 든 아기가 다시 깨기까지 두 시간도 안 걸렸다. 그 때부터 아이를 그대로 울리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두 시간을 울었고, 우리도 뜬 눈으로 울음소리를 다 삼켰다. 세 시간이 넘어갈 때쯤 내가 먼저 두 손을 들었다. 아기를 울리다 큰 일이 날 것 같았다. ‘독하게 며칠만 참으면 될 것’이라는 댓글들을 보며 매일 밤 의지를 다져봤지만, 아기가 무려 네 시간 동안 우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본 뒤 깨끗이 포기했다. 밤중수유도 단유하는 순간까지 끊지 못했다. 아기가 심하게 울면서까지 규칙적인 생활을 주입시키느니 그냥 더 많이 안아주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자고 생각을 바꿨다. 잠을 푹 못 자서인지 계속 체중이 적게 나갔던 아기는 9개월부터는 먹는 걸로 속을 썩였다. 키가 ‘뒤에서 5등’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엄마는 조급해서 견딜 수가 없는데 아기는 너무나 느긋하게 이유식을 뱉었다. 다른 엄마들처럼 매끼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주지 않아서 그런 걸까, 비슷한 종류의 이유식만 만들어줘서 그런 걸까, 온갖 자책에 시달렸다. 소고기·닭고기·생선 재료를 매 끼니별로 나눠서 이유식을 먹이는 엄마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과연 그게 가능할까 싶었다. 나도 매일 땀을 흘리며 이유식을 만들고 나름대로 정성을 다했다고는 생각했는데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 보였다. 그래도 아기 식욕을 돋우는 데 좋다는 얘길 듣고 비싼 구기자도 사와 물을 끓여서 죽을 쑤기도 했고, 해산물보다는 고기를 좋아하는 내가 난생 처음 생선을 직접 손질해 쪄서 먹이기도 했다. 맛이 없어서 그런 듯해 동네에 있는 수제 이유식 전문점에서 사다 먹여보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절반 이상이 쓰레기통으로 갔다. ●“첫 아이 맞아요?” 엄마들의 불편한 시선 몸이 조금씩 편해지니 마음이 괴로워지기도 했다. 외로움의 동굴에서 빠져나와 동네 엄마들도 사귀고 사람들을 부쩍 많이 만나려고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가끔은 상처를 받고 돌아온 날도 많다. 정말 나는 아기를 보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체력이 약한 내 탓도 있었고 반대로 아기는 또래에 비해 너무 활발했다. 무엇보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핑계가 있었다. 애 하나 쫓아다니면서 보는 것도 헉헉거렸고 워낙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이 못 됐기에 아기와 관련해서도 무던하고 관대한 편이었다. 다들 나를 보며 “첫 아이가 맞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또래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신기한 존재가 되어 있기도 했다. 돌쟁이 아기에게 빵을 주는 내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던 한 엄마의 표정은 좀 아팠다. 알고보니 세 돌이 다 되도록 시판 과자 한 조각 먹이지 않고, 외식도 안 하던 엄마였다. 정말 궁금해서 물었을지 모르지만 마치 “너 엄마 맞아?”라며 한심하게 여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36개월까지 엄마의 품에서 자라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좋다는 것을 학교 다닐 때부터 배웠던 나였다. 하지만 복직을 앞두고 아기를 봐줄 사람이 없었고, 어린이집과 베이비시터에 의존해야 하는 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그렇게 어린 아기를 남에게 맡기고 일이 되겠느냐”고 묻던 사람의 눈빛은 나를 매몰차고 이기적인 엄마로 보는 것만 같았다. 누구는 친정엄마에게 반찬을 얻어다 먹고 부모님이 몇 시간씩 아기를 돌봐주시고, ‘친정 찬스’를 통해 커피 한 잔을 하거나 남편과 영화를 보러 나간다는데, 부러움을 넘어 질투가 났다. 그렇게 하면서도 육아가 너무 힘들다고 투덜대거나 또는 육아 별 거 아니라고,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자신은 더욱 초라해졌다. 오롯이 혼자인 나에게는 도저히 허락될 수 없는 여유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왜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 건지 우울했다. 육아 경력 이제 겨우 만 18개월. 아기가 자라날 시간에 비하면 아직도 초보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서 여러 차례 소용돌이를 경험하면서 왔다. 나와 내 아기의 상황, 내 방식의 육아가 제일 중요하다고 스스로 강조하면서도 중심을 잡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남들은 다 수월하게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늘 아둥바둥 사는 것 같을 때 잠깐씩 침울해지곤 했다. ●아이들에겐 모두 때가 있다…엄마와 맞지 않을 뿐 그래도 한가지 큰 깨달음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모두 저마다의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산후조리원에서 다른 산모에게 항의를 받을 만큼 울면서도 젖을 물지 못해, 모유 수유는 실패했구나 좌절했던 아기가 집에 오자마자 거짓말처럼 돌변해 13개월까지 완모에 성공했다. 도저히 두 시간 이상 연속으로 자는 일이 없던 아기가 100일이 다가오자 낮잠만 두 시간을 거뜬히 자주었다. 밥을 안 먹어 온갖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던 아기가 단유를 하자마자 1일 10식에 가까운 왕성한 식욕을 보여주었다. 태교를 소홀히 했던 점이 늘 미안했는데, 아기 때부터 방긋방긋 잘 웃는 덕분에 보는 사람들마다 “엄마가 태교를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너무 작은 체구에 어깨가 무겁지만, 큰 병치레 한 번 안 하고 다른 아기들보다 빠른 발달상태를 보이며 야무지게 자라주고 있다. 나와 아이의 시간이 서로 달랐을 뿐, 결국 내가 원하는 것들을 아이는 모두 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육아를 잘 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 비교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를 가장 위로해주고 달래주는 것은 바로 건강히 자라고 있는 아이다. 30년 동안 이어온 성격의 내가 있듯이, 모든 엄마들의 성격과 방식이 제각각이듯이, 아기들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육아에 자로 잰 듯 정확한 기준이나 정답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나의 방식, 다른 엄마들의 방식이 서로 다를 순 있어도 그게 꼭 틀린 건 아니라는 점을 새기고 있다.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12)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13)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14)수능 성적표보다 떨렸던 아이 검진표 (15)불어난 몸무게 만큼 고통과 행복이 함께 늘었다 (16)환상 속에’만’ 둘째가 있다 (17)엄마인 나의 육아를 존중받고 싶다
  • [여행 가방]

    [여행 가방]

    쁘띠프랑스 ‘제2회 유럽인형축제’ 쁘띠프랑스가 8월 23일까지 제2회 유럽인형축제를 연다. 프랑스의 유명 인형 축제인 마리오네트 페스티벌을 재현한 것으로, 유럽 축제의 거리에 온 듯한 분위기와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3.2m 높이의 자이언트 마리오네트를 앞세운 ‘마리오네트 퍼레이드’다. 쁘띠프랑스 야외광장을 따라 마리오네트 인형들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행진한다. 마리오네트 인형극, 기뇰 인형극 등 다양한 특별공연도 마련된다. 아울러 개관 7주년을 맞아 오는 25일 새 전시관도 문을 연다. 프랑스 사계를 담은 미술 작품부터 유럽 명품 도자기 인형 등을 갖춘 이른바 멀티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1층부터 3층 야외 테라스까지 약 660㎡ 규모다. 프린세스 ‘하와이·타히티 크루즈’ 출시 프린세스 크루즈가 하와이와 타히티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12박 13일짜리 크루즈 상품을 선보인다. 하와이 3개 섬과 타히티 4개 섬을 크루즈로 일주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는 9월 16일 출발하며 요금은 153만 8900원(1인)부터다. 왕복 항공권, 공항세, 항구세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02)318-1918. 한화리조트, 뽀로로룸 오픈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와 용인 베잔송이 캐릭터룸인 ‘뽀로로룸’을 오픈했다.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드로잉룸, 동화책 나라로 떠나 보는 리딩룸, 블록을 쌓고 퍼즐을 맞추는 메이킹룸, 뽀로로가 되어보는 무대가 준비된 롤플레잉룸 등으로 꾸며졌다. 용인 베잔송에 10실, 설악 쏘라노에 11실이 마련됐다. 제주올레, 에코 브랜드 모집 사단법인 제주올레(www.jejuolle.org)는 부산과 전주에서 두 차례 열리는 ‘DESIGN 제주를 품다’ 전시회에 함께할 제주 에코 브랜드를 오는 22일까지 모집한다.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내려받아 이메일(symoon@jejuolle.org)로 신청하면 된다.
  • [새 영화] ‘픽셀’

    [새 영화] ‘픽셀’

    인도 타지마할이 외계의 공격을 받아 와르르 무너진다.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도 공격당한다. 뉴욕은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된다. 그런데 지구를 침공해 지구인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것들을 가만히 보니 어딘가 많이 익숙하다. 바로 1980년대 전자오락실 게임 속 존재들이다. ‘뿅뿅, 띠띠 띠리리~’ 하는 단순한 전자음에 맞춰 스페이스 인베이더 속 8비트 조악한 형체의 전투기가 픽셀(화소) 총알을 쏴대고, 갤러그의 전투기가 사람을 위로 끌어올려 납치하는가 하면 유령에 쫓겨다니며 쿠키를 주워 먹던 팩맨이 뉴욕의 건물과 자동차, 사람을 마구 먹어치운다. 지네는 몸통에 총탄을 맞을수록 분열돼 오히려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식으로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또 동키콩은 철골 구조물 위에서 오크 술통을 던지며 지구인의 접근을 막는다. 이는 30년 전 미국 우주항공국(NASA)이 당시 아케이드 게임 등을 담은 타임캡슐을 쏘아올렸고, 이를 자기네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오해한 외계인들이 게임 속 존재와 똑같은 모습으로 지구에 나타나 선공을 가한 것이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영웅 역시 황당한 존재들이다. 어린 시절 동생 저금통 동전을 훔쳐가며 전자오락 게임 속에서 이미 숱하게 지구를 구했던 왕년의 ‘전자오락 덕후’들이다. 그 시절 팩맨 세계 챔피언, 동키콩 세계 챔피언 등은 세월이 흐른 뒤 찌질한 가전업체 설비기사, 감옥에 있는 사기꾼 등으로 별 볼 일 없이 지낸다. 물론 그중 한 명은 황당하게도 미국 대통령이 돼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역시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버벅거린다며 핀잔 듣고, 아이들과 말싸움이나 벌이는 찌질한 대통령이다. 어쨌든 게임의 고수들이 급하게 소집됐다. 우락부락한 덩치의 미 해병대들이 아케이드 게임기 앞에서 갤러그나 팩맨 등 게임의 일정한 패턴을 진지하게 배우도록 훈련하는 것도, 보다 못해 고수들이 직접 나서서 왕년의 게임 실력을 선보이며 전투에 앞장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북미보다 일주일 앞서 16일 국내에서 먼저 개봉한 영화 ‘픽셀’은 엉뚱하다 못해 황당한 상상력을 블록버스터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몇 년 전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2분 30초짜리 단편영상 ‘픽셀’이 이 B급 액션 블록버스터의 시발점이 됐다. 감독은 크리스 콜럼버스다. 그의 필모그래피 ‘나홀로 집에’, ‘박물관이 살아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 등이 보여주듯 만화적 상상력에 B급 유머를 버무려 영화화하는 데 재주가 있다. 애덤 샌들러, 조시 게드, 케빈 제임스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황당한 설정, 지나치게 단순한 스토리 등을 상쇄해 준다. 30대 이상 연령층이라면 이제는 거의 사라져버린 전자오락실의 추억을 잠깐이나마 생각하게 할 법하다. 12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전략가·파티 중독자… 조금 특별한 공주들

    전략가·파티 중독자… 조금 특별한 공주들

    무서운 공주들/린다 로드리게스 맥로비 지음/노지양 옮김/이봄/484쪽/2만 2000원 공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동화와 왕자님이다.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난 착하고 아리따운 공주의 삶은 “그 후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예쁜 그림이 있는 동화책이 심어 준 공주에 대한 판타지는 디즈니사의 만화영화로 더욱 공고해진다. 현실 속의 공주도 그런 삶을 살았을까. 적어도 ‘무서운 공주들’에 등장하는 공주들은 아니다. 특이한 이야기를 찾아내는 데 특출한 감각을 지닌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린다 로드리게스 맥로비는 실제 역사 속의 공주들 중에서 지나칠 정도로 비범한 삶을 살았던 동서고금의 공주 혹은 왕비가 된 여인 서른 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퍼진 여자아이들의 공주 열병에 대한 우려가 자신이 책을 쓴 동기라고 밝히고 있다. 공주들이 여성의 미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 수준을 형성하고 소녀들의 개성을 제한하며 자존감마저 해칠 수 있다는 페미니즘적 관점을 수용해 동화는 현실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제목부터 과격한 책에서 저자가 소환한 공주들은 전사, 왕위 찬탈자, 전략가, 생존자, 파티 중독자, 난잡한 여인들, 미친 여인 등으로 기존에 우리가 상상하던 공주와는 딴판의 삶을 살았다.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교묘한 술수로 수천 명을 학살했던 키예프의 올가,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모두 제거하고 여제가 된 측천무후, 단아한 미모와 유혹하는 기술로 귀족 사회에 진입한 뒤 놀라운 생존술로 나치의 앞잡이까지 했던 스테파니 폰 호엔로헤, 섹스 파티를 열고 참석자들을 협박하는 등 나쁜 여자의 전형으로 악명 높았던 프로이센의 샤를로테, 로마노프왕조의 마지막 공주 아나스타샤 등이 소개된다. 책은 딱딱한 역사가 아니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책에 가깝다. 이런 책의 성격을 더 강조하기 위해 한국어판에는 각 인물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컬러일러스트가 추가됐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호러 스릴러 ‘바바둑’ 9일 개봉

    호러 스릴러 ‘바바둑’ 9일 개봉

    ‘바바둑’은 홀로 행동장애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의 고된 일상 속 공포가 ‘바바둑’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들어 위협한다는 독특한 설정의 작품이다. 출산 차 병원으로 가던 중 교통사로 남편을 잃은 ‘아멜리아’는 아들 ‘사무엘’과 힘겹게 살아가는 워킹맘이다.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아들 사무엘은 퇴근하고 돌아온 그녀에게 아빠의 창고에서 발견한 그림책 ‘바바둑’을 읽어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바바둑’은 단순한 동화책이 아닌 악령의 저주가 담긴 금서로 두 모자의 일상 속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결국 아멜리아는 소중한 아들을 지키기 위해 바바둑과 죽음을 넘나드는 처절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은 잠들기 전 엄마가 그림책 바바둑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그녀는 정체 모를 괴물에 대한 공포로 점점 심각한 행동장애를 보이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괴로워한다. 급기야 아들을 뺏으려는 악령 바바둑의 존재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모습은 극의 결말에 대해 궁금증을 끌어올린다. 특히 극중 ‘아멜리아’ 역의 에시 데이비스는 신들린 듯한 공포 연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녀는 이미 이 작품으로 다수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해외 언론들도 호평을 쏟아냈다. 미국 뉴욕데일리뉴스는 “스릴과 깊이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공포영화”라고 평했다. 또 뉴욕타임즈는 “순수하게 격식을 차린 영화”라고 극찬했다. 영화 ‘바바둑’의 배급사인 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이 작품에 대해 “국내 관객들에게 이제껏 보지 못한 최고의 전율을 선사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니퍼 켄트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바바둑’은 오는 9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93분. 사진 영상=나이너스 엔터테인먼트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女보는 눈을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월요일 낮, 덴마크 아빠들 모임

    [女보는 눈을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월요일 낮, 덴마크 아빠들 모임

    행복지수 세계 1위인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거리에서는 젊은 남성들이 유모차를 끌고 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덴마크의 아빠들은 한 손에는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채 장을 본다. 북유럽 특유의 바퀴가 커다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채 조깅을 하기도 한다. 요즘 덴마크에서는 아빠들의 육아 모임이 유행이다. 자녀가 있는 아빠들은 80% 이상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아내 대신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바로 이 점은 직장과 가정이 양립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단지 여성을 보는 눈만 바꿔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단 집안일은 여자 일로 제쳐 두고 남자는 시간 날 때 거들면 된다는 생각, 남자가 어떻게 아이 기저귀를 갈 수 있느냐는 생각 등 남성을 보는 시각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난 22일 낮 12시 30분. 업무로 한창 분주할 시간에 코펜하겐 코어스게드할른 시립 체육관에 젊은 남성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입구에 유모차를 일렬로 댄 남성들은 아이를 안고 체육관으로 들어섰다. 입구에는 ‘파스 라이스트우’라는 팻말이 있다. 우리말로 ‘아빠들의 놀이터’라는 의미다. 20여명의 아빠들은 편한 곳에 자리잡고 체육관 바닥에 아이들을 내려놓았다. 아빠가 손수 돌려 주는 회전 놀이기구에 ‘까르르’ 하는 아기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월요일 아빠들의 육아모임 6개 도시서 성황 정부가 지원하는 복지센터의 예산 중 일부로 운영되는 월요 아빠 모임은 올해로 18년이 됐다. 1996년 “왜 엄마들의 육아 모임만 있고 아빠들의 육아 모임은 없느냐”며 다섯 명의 아빠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육아 나눔을 한 데서 출발했다. 이렇게 시작된 모임에 해마다 4000명가량의 아빠들이 참여하고 있다. 코펜하겐 외에도 5개 도시에 이런 자발적인 모임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아빠 모임을 담당하고 있는 코페하겐 복지센터의 하네 두에르는 “덴마크에서도 예전에는 아빠들은 항상 일만 하는 존재였다”면서 “1970년대부터 일하는 여성들이 늘기 시작했지만 육아는 늘 엄마들의 몫이었다”고 상기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정에서 여성은 더욱 고단했고, 남성은 점점 가족에게서 소외됐다. 두에르는 “일만 하던 아버지들이 어느 날 자녀들과의 유대 관계가 끊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에 빠지곤 했다”면서 “가족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심화되면서 남성들도 자녀 육아에 대한 참여가 동등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정착 30년 걸려… 아빠의 권리 찾아라 1984년 남성 육아휴직이 도입됐다. 여성에게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4주와 태어난 후 14주의 의무 휴직이 주어진다. 남성은 아이가 태어난 후 14주 안에 2주의 의무 휴직이 있다. 부부는 이외에 32주의 유급 육아휴직을 나눠서 사용할 수 있다. 총 52주의 법적 육아휴직 기간 동안 매주 4075크로네(약 68만원)의 급여가 보장되며 이는 자영업자에게도 해당한다. 이런 육아휴직 제도는 육아가 남녀에게 똑같이 주어진 의무이자 권리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아내 대신 휴직을 하고 9개월 된 딸을 돌보는 스틴 옌센(37·전기기술자)은 “아내가 일이 더 많고 바쁘기 때문에 내가 육아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주변에도 이런 경우가 적지 않을뿐더러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이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아빠 모임에서 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는 미케엘 왕 허겐센(50)은 “요즘은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잘 쓸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는 회사가 인기 있는 회사로 통한다”면서 “이 때문에 주로 고학력, 고스펙의 직장인들이 모임에 참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10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온 야코브 마드센(30·엔지니어)은 3년 전 첫째 아이에 이어 이번에도 두 달 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마드센은 “아기가 태어난 아빠들은 대부분 육아휴직을 쓴다. 다만 부부가 나눠 쓰기 때문에 보통 3~4개월 정도 이용한다”고 말했다. ●낮에 유모차 끌 수 있다면 좋은 직장 다니는 아빠 아빠들은 모임을 통해 아이들이 크는 과정이나 직장, 가정 생활 등에 대해 상담을 하거나 토론을 하기도 한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프란스 로렌센(33)은 “아내가 엄마들 모임에 나가고 있는데, 아빠도 아이가 크는 과정에 대해 알아야 하고 다른 아빠들과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 “요즘은 육아휴직을 하지 않는 남성들이 오히려 소외되거나 바보란 소리를 듣는다”고 귀띔했다. 이어 “오늘날 덴마크에서 낮 시간에 아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자에게는 (좋은 직장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특별한 지위가 부여된다”며 “그것이 바로 (덴마크에서) 남성 육아휴직과 아빠 모임이 활성화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로렌센은 “남성 육아휴직이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덴마크 아빠들도 육아에 익숙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회사는 가정 생활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직원들의 만족도와 능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이를 장점으로 내세우기 시작했고, 남성들도 육아 참여를 반드시 지켜야 할 ‘아빠의 권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사진 코펜하겐(덴마크)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닮은 듯 다른 표정… 같은 듯 다른 깨달음

    닮은 듯 다른 표정… 같은 듯 다른 깨달음

    경기 용인에선 불상을 찾아가는 여정을 고려해 봄 직하다. 3000점의 이국적인 불상들이 모여 있는 와우정사, 푸근한 표정의 미평리 약사여래상,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용덕사 용굴(龍窟) 등 볼거리가 제법 많다. 해곡동에 있는 와우정사는 1970년대 중반에 실향민인 해월법사(속명 김해근)가 세웠다고 전한다. 대한불교 열반종의 총본산이다. 절집에 들면 먼저 돌탑 위에 놓인 황금빛 불두(佛頭)가 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높이가 무려 8m. 먼 거리에서도 확연히 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자태다. 와우정사는 이국적이다. 전시된 불상이나 석탑 등의 형태가 우리 것과 사뭇 다르다. 불상의 수도 많다. 태국, 미얀마 등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크고 작은 불상들이 무려 3000여점에 이른다고 한다. 동남아 여러 불교국가의 관광객들이 한 해 30만명이나 와우정사를 찾는 이유다. 열반전에서는 저 유명한 와불(臥佛)과 만난다. 높이 3m, 길이 12m에 이르는 불상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향나무를 통으로 들여와 이음매 없이 단번에 깎았다고 한다. 열반전 오르는 언덕에는 통일탑이 줄지어 서 있다. 역시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모양새다. 세계 각국의 불교 성지에서 가져온 돌로 통일을 염원하며 쌓았다고 한다. 열반전에서 언덕 하나를 더 오르면 대각전이다. 안에는 불상이 아닌 석가모니 고행상이 모셔져 있다. 갈라진 흔적 하나 없는 매끈한 옥으로 만들어졌다. ‘오백나한’ 조각들도 인상적이다. 열반전에서 오른쪽 언덕을 따라 오르면 ‘깨달음을 얻은’이란 뜻의 나한(아라한) 돌 조각 500여점이 산자락 한 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황동으로 10년 동안 만들었다는 장육오존불, 무게가 12t에 달하는 통일의 종, 우리나라 최대의 청동미륵반가사유상 등도 절집의 ‘명물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원삼면 미평리엔 ‘의왕불’(醫王佛)이 있다. 화강암으로 만든 석불이다. 마을 사람들이 병의 치유를 기원하면 약을 준다고 해 ‘의왕불’이라 불린다. 공식 명칭은 ‘미평리 약사여래입상’(경기도 문화재자료 제44호)이다. 해마다 정월 초에 마을의 번영과 주민 건강을 기원하는 미륵고사제가 열릴 만큼 ‘영험함’을 인정받고 있다. 불상의 높이는 4.05m로, 용인 지역에서는 가장 큰 석불이라고 한다. 자연석을 이고 있는 머리, 뭉툭한 코, 위로 살짝 들린 입술 등에서 친근함이 느껴진다. 반달형 눈매도 인상적이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웃는 모습이다. 그 덕에 전체적으로 푸근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한데 석불의 발은 어디로 갔을까. 연화대좌 없이 바닥 위에 맨몸으로 서 있다. 양 손은 가슴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왼손에는 물병을 들고 있는데, 필경 ‘만병통치의 영약’이 담겼을 터다. 불상 주변에는 돌기둥의 흔적도 남아 있다. 원래 불상을 모시던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동면 묵리 용덕사 미륵전엔 석조여래입상(경기도 지방문화재 111호)이 모셔져 있다. 통일신라시대 제작된 불상으로 추정된다. 오른손의 수결이 연봉(蓮峯)을 감싸고 있는 모습은 드문 경우여서, 여래불이 아닌 미륵불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절집에서 석조여래불상보다 유명한 건 용굴이다. 승천하려는 용과 효심 지극한 여인의 전설이 깃든 동굴이다. ‘용의 공덕(龍德)이 서린 절’이란 뜻의 절 이름도 이 동굴에서 비롯됐다. 인근 주민들에게는 ‘한 가지 소원은 들어주는 동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용굴은 절집 뒤편의 성륜산 중턱에 있다. 가파른 산자락을 10분 남짓 발품 팔아 올라야 만날 수 있다. 용굴은 산자락 암벽 아래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이다. 굴 양옆으로는 석간수가 흐른다. 이는 백일 동안 용이 흘리던 눈물이라고 한다. 동굴 천장엔 구멍이 뚫려 있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다. 이 구멍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와 주변을 은은하게 비춘다. 용굴은 낮고 좁다. 한두 사람 들어가면 꽉 찬다. 그 안에 관세음보살이 가부좌를 틀고 있다. 글 사진 용인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잘 곳: 옛 ‘한화리조트 용인’이 9개월간의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새달 1일 ‘한화리조트 용인 베잔송’(이하 베잔송)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베잔송’은 프랑스 최초의 녹색도시에서 따온 이름이다. 푸른 숲 속에 둘러싸인 용인의 이미지를 반영했다. 처인구 남사면에 들어선 베잔송은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다. 패밀리형(5인실), 로열형(7인실) 등 총 261개의 객실을 갖췄다. 각기 다른 콘셉트의 레스토랑 세 곳과 150개의 로커를 보유한 사우나도 신설했다. 동화책으로 꾸민 객실 등 아이들 취향에 맞춘 4가지 콘셉트의 ‘뽀로로룸’도 새로 조성했다. 무엇보다 마이스(MICE) 관련 시설을 대폭 확충한 것이 눈에 띈다. 400석 규모의 아르모니실 등 크고 작은 세미나실만 총 15실에 달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베잔송 오픈을 기념해 뽀로로 친구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7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무료 뽀로로 페이스페인팅, 깜짝 선물 증정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031)332-1122.
  • “땅에 양보하세요”…심으면 나무가 되는 동화책

    “땅에 양보하세요”…심으면 나무가 되는 동화책

    아르헨티나의 아동서적 출판사 페케뇨 에디토르가 세계 최초로 땅에 심으면 나무로 자라나는 동화책을 만들었다. 산성 물질을 배제하고 제작한 이 동화책의 각 페이지는 환경 친화 잉크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직접 인쇄됐다. 인쇄 작업이 끝난 다음엔 ‘자카란다’ 나무의 씨앗을 두 겹으로 된 페이지에 사이에 끼워 넣고 바느질로 제본을 마무리했다. 이 회사는 ‘아이와 나무는 함께 자라날 수 있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이 같은 새로운 제작 방식을 내놓고 ‘나무, 책, 나무'(Tree, Book, Tree)라는 명칭을 붙였다. 종이가 나무로부터 와서 다시 나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표현한 이름이다. 이들은 이 방식으로 제작된 책들이 앞으로 아동들에게 환경보호 책임을 가르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자카란다 나무는 아열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나무로, 중미와 남미 지역에 분포한다. 오랫동안 시들지 않는 아름다운 파란 빛깔 꽃이 특징이다. 동화의 제목은 ‘나의 아버지는 정글에 있었어요'(Mi papa en la selva)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자신의 아버지가 남미 에콰도르 정글에서 겪은 모험 이야기를 전하는 소년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유튜브/페케뇨 에디토르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땅에 양보하세요”…심으면 나무가 되는 동화책

    “땅에 양보하세요”…심으면 나무가 되는 동화책

    아르헨티나의 아동서적 출판사 페케뇨 에디토르가 세계 최초로 땅에 심으면 나무로 자라나는 동화책을 만들었다. 산성 물질을 배제하고 제작한 이 동화책의 각 페이지는 환경 친화 잉크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직접 인쇄됐다. 인쇄 작업이 끝난 다음엔 ‘자카란다’ 나무의 씨앗을 두 겹으로 된 페이지에 사이에 끼워 넣고 바느질로 제본을 마무리했다. 이 회사는 ‘아이와 나무는 함께 자라날 수 있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이 같은 새로운 제작 방식을 내놓고 ‘나무, 책, 나무'(Tree, Book, Tree)라는 명칭을 붙였다. 종이가 나무로부터 와서 다시 나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표현한 이름이다. 이들은 이 방식으로 제작된 책들이 앞으로 아동들에게 환경보호 책임을 가르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자카란다 나무는 아열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나무로, 중미와 남미 지역에 분포한다. 오랫동안 시들지 않는 아름다운 파란 빛깔 꽃이 특징이다. 동화의 제목은 ‘나의 아버지는 정글에 있었어요'(Mi papa en la selva)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자신의 아버지가 남미 에콰도르 정글에서 겪은 모험 이야기를 전하는 소년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유튜브/페케뇨 에디토르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뒤늦게 찾은 배움의 기쁨, 달라진 일상의 행복… “말로는 다 못할 마음 글로 전합니다”

    뒤늦게 찾은 배움의 기쁨, 달라진 일상의 행복… “말로는 다 못할 마음 글로 전합니다”

    경북 의성군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김귀선(72) 할머니는 얼마 전까지 ‘눈뜬장님’ 소리를 듣고 살았다. 가난으로 인해 학교를 다니지 못해 한글을 배우지 못해서다. 그래도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 때는 별문제가 없었다. 이웃 사람들이 김 할머니를 대신해 통지서도 읽어주고, 서류도 대신 작성해줬다. 하지만 손자들을 키우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부터 생활 곳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김 할머니는 “지하철 노선도는 물론 버스정류장의 글씨를 못 읽어 항상 다른 사람한테 어디를 가는 데 얼마나 있다가 내려야 하는지 물어야 했다”면서 “특히 손자들한테 동화책 한 권 제대로 못 읽어줄 때는 속이 이만저만 상하는 게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김 할머니가 영등포구에서 운영하는 은빛생각교실을 다니면서 이제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10일 “김 할머니처럼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고 계신 분이 현재 75명”이라면서 “평균 연령은 72세이고 최고령자는 88세도 계신다”고 설명했다. 2013년 문을 연 은빛생각교실은 그해 31명의 수강생을 배출한 데 이어 지난해 65명의 어르신을 문맹에서 탈출시켰다.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김 할머니는 세상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이제까지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동네 표지판들이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면서 “가끔 손자들이 공부하는 속도가 늦다고 놀리지만 그래도 공부가 재밌다”며 웃었다. 김 할머니는 한글을 가르쳐준 은빛생각교실이 참 고마웠다.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에게 편지를 썼다. “안녕하세요. 구청장님 은빛생각교실에 다니논 김귀선입니다 제가 이렇게 구청장님께 편지를 쓰는 우유는 감사하는 마음을 저달하기 위해서 입니다. 저는 다 늙어서 배움의 기쁨을 느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철자가 틀린 편지를 받은 조 구청장은 덩치에 맞지 않게 눈시울을 붉혔다. 구의 지원 덕분에 은빛생각교실은 올해부터 심화반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입문반은 한글기초인 자음과 모음부터, 기초반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돕는 문해능력 교육을, 심화반은 일기쓰기와 글로 표현하기 등 반별로 수준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할머니들의 편지가 전시됐다. 김 할머니가 조 구청장에게 쓴 편지도 이때 전시됐다. 지난 3일에는 은빛생각교실 할머니들이 편지가 전시된 박물관을 나들이 겸 견학을 갔다. 이날 할머니들을 배웅하러 나간 조 구청장은 “나도 늦깎이 공부로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면서 “공부를 하겠다는 어르신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영화 多樂房] 동화책 찢고 나온 ‘꼬마유령’

    [영화 多樂房] 동화책 찢고 나온 ‘꼬마유령’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상식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작가의 상상력,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목표를 이루고 안전하게 착지하는 주인공의 모험담 등은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들이다. 판타지는 이러한 요소들을 잘 버무릴 수 있는 최적의 장르로서 많은 베스트셀러를 배출하며 사랑받아 왔는데, 전 세계에서 300만부 이상 팔린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의 ‘꼬마유령’은 대표적인 동화라 할 수 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합성을 통해 스크린 위에서 재탄생된 동명의 영화에는 모든 물리적 제약을 넘어서는 꼬마유령의 움직임은 물론이요, 작은 독일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동화를 원작으로 했지만 플롯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꼬마유령이 낮에 거리로 나오게 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유령의 존재를 알고 있는 소년 ‘칼’을 비롯해 경찰관, 시계수리공, 시장 등 여러 인물들이 갖가지 해프닝을 벌이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오래된 성에 살고 있는 꼬마유령의 소원은 낮에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소원을 이루려고 성 안의 모든 시곗바늘을 돌려놓던 중 유물로 보관돼 있던 귀중한 회중시계가 사라져 버리고, 칼이 도둑으로 오해받는다. 여기에 대낮에 거리로 나온 꼬마유령이 끊임없이 불미스러운 사고까지 저지르자 칼과 친구들은 꼬마유령을 찾아 시계를 제자리에 갖다 놓고 유령을 다시 밤에 활동하도록 만들기 위한 모험을 감행한다. 아이들의 모험은 영화의 두 가지 주요 갈등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갈등은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칼의 관계에서 발견된다. 칼은 교사, 경찰관, 심지어 부모에게까지 이상한 아이로 취급당하는데, ‘세상에 유령 같은 건 없다’는 어른들의 단호한 입장은 칼의 입을 막아 버리고 급기야 칼을 퇴학의 위기로까지 몰아넣는다.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지만 사회적 약자의 주장이 어떠한 확인 절차도 없이 쉽게 무시되고 마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생각할 때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 내용이다. 두 번째 갈등은 낮으로 활동 시간을 옮긴 꼬마유령이 마을 사람들과 대립하게 되는 상황에 있다.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하얗던 몸까지 검은색으로 변해 버린 꼬마유령은 마을에 해악을 끼치는 불한당으로 각인되고 만다. 결국 꼬마유령도, 칼도, 시계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결말은 여느 동화들처럼 보수적이고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오히려 주인공들이 변화하고 성장했다는 점이다. 칼의 위험천만한 모험은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 꼬마유령이 며칠간 즐겼던 대낮의 기행(紀行)-혹은 기행(奇行)-은 본래의 모습을 소중히 느끼기 위해 필요한 통과의례와도 같다. 그림책을 넘기듯 아기자기한 재미가 풍성한 작품이다. 전체 관람가. 11일 개봉.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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