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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이노·GS칼텍스 에너지기업 떠오른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아시아·태평양의 에너지시장이 개편될 전망이다. 대지진으로 일본의 정유시설이 파손된 데다 원전 사태로 원자력에 대한 불신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은 일본 전체 전기 생산량의 25%를 생산한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18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아·태지역에서 주목해야 할 에너지 기업을 소개했다. 우선 원자력에 대한 불신으로 액화천연가스(LNG)와 발전소용 석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물량 보유량이 많은 호주가 첫 수혜국이다. 무디스에 따르면 호주는 전세계 LNG 생산가능량의 50% 이상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LNG 회사들이 일본, 중국 등에 장기계약으로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현물시장에서 LNG를 팔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무디스는 이 점에서 개발계획에 대한 자금모집이 아직 끝나지 않았거나 장기 계약에 묶여 있지 않은 회사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쓰이는 발전소용 석탄은 호주 외에 인도네시아도 주요 수출국이다. 일본은 이미 세계 최대 석탄 수입국인데, 원전 사태와 정유시설 일부 훼손까지 겹쳐 석탄 수요가 더욱 급증할 전망이다.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의 석유정제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일본의 정제용량은 아시아 사용량의 9%, 세계 사용량의 2%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일본은 매년 에탄올을 460만t 생산했는데 이번 지진으로 생산이 중단됐다. 이 점에서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는 물론 에쓰오일 등이 공급이 감소한 석유 정제제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국내 음반시장 日대지진 ‘여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국내 음반시장이 찬바람을 맞고 있다. 일본 관광객 특수로 호황을 맞던 음반판매점 매출이 평소보다 80~90% 가까이 급감했다. 그간 국내 음반판매점은 동방신기, JYJ, 소녀시대, 카라, 2PM 등 이른바 한류 가수들의 앨범을 일본에서보다 2.5배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에게 필수 관광코스로 각광을 받아 왔다. 18일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국내 서점가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 1일 음반 매출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80~90%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 핫트랙스 광화문점 관계자는 “평소 오전에 찾는 손님 99%가 일본인들이고, 규모도 보통 20~30명씩은 됐는데, 지금은 한두명에 불과하다.”면서 “1일 평균 200만~300만원이던 매출액이 지금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 점원은 “평일에는 일본어를 더 많이 썼는데, 지금은 한국어를 더 많이 쓴다.”고 상황을 전했다. 권정숙 부루의뜨락 대표 역시 “일본인의 구매가 매출의 80% 정도를 차지했는데, 지금은 평소의 3분의1도 안 찾아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송인호 서울음악사 대표도 “침체된 국내 음반시장을 살려준 사람들이 일본인 관광객들이었는데…”라면서 “일본 지진으로 국내 음반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센다이의 서적 물류센터가 지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일본서적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영풍문고 등 각 서점 관계자는 “일본 패션 잡지가 못 들어온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각 서점마다 ‘요미우리’, ‘아사히’,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신문 판매량은 30% 정도 늘어나 일부 서점에서는 구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일본인 관광객 숫자가 확연하게 줄어든 서울 명동의 화장품 거리에도 지진 여파가 없지는 않았지만 음반 판매점만큼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준·최두희기자 dh0226@seoul.co.kr
  • 일본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도 혼란

    일본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동일본 대지진은 엄청난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왔다. 많은 선수들이 방사능 유출에 대한 공포로 일본을 떠나고 있다. 남은 선수들도 난생 처음 겪는 혼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에서 우타자로 뛰는 전 메이저리거 랜디 루이스는 18일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참사 당시부터 현재의 혼란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선수들의 상황을 가감 없이 전했다. 라쿠텐은 참사의 진앙지인 센다이를 연고로 하고 있고, 김병현을 비롯해 대럴 래스너, 라이언 스피어, 켈빈 히메네스 등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속해 있다. “참사 당시 우리는 센다이와 640㎞ 떨어진 곳에서 시범경기 중이었다. 8회에 심판이 갑자기 경기를 중단시키고 나서야 지진이 난 걸 알았다.”고 루이스는 당시를 회상했다. 선수나 관중 할 것 없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루이스와 김병현 등 팀 선수들은 임시로 나고야의 한 호텔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선수들은 모두 죄책감을 느낀다고 루이스는 전했다. “우리는 호텔 뷔페를 먹고 있는데 센다이에 있는 일본인들은 굶주리고 있다. 그들에게도 따뜻한 밥과 마실 것이 필요하다.”고 루이스는 말했다. 동시에 극도의 불안감도 느낀다고 했다. “지난주 나의 일상은 지진, 화산 분출, 원전 폭발과 쓰나미였다.”면서 “다음은 뭐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말도 통하지 않는 우리는 뭘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루이스는 말했다. 지난 시즌 두산에서 부동의 에이스였던 켈빈 히메네스는 참사를 온몸으로 직접 겪었다. 시범경기에 참여한 동료들과 떨어져서 센다이에 머무르며 재활 치료를 했던 탓이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패닉은 피할 수 없었다. 루이스는 “히메네스는 너무 불안한 마음에 옆에 있던 과자 세 박스를 먹어치웠다고 한다. 나중에 그에게 전화하니 숙소로 쓰는 아파트가 난장판이 됐다고 울먹이며 전했다.”고 했다. 일본 퍼시픽리그의 개막이 연기된 상황에서 많은 선수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루이스는 전했다. 방사능 유출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루이스는 안전이 보장되는 한 남아서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팀을 위해 남아 있고 싶다. 모금운동과 구호운동도 돕고 싶다. 일이 잘못될 경우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끝까지 함께할 거다.”고 그는 말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엑소더스는 비단 야구뿐이 아니다. 일곱 차례나 일본 J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명문팀 가시마 앤틀러스는 지난 16일 선수단 임시 해산 결정을 내려 오스왈도 올리베이라 감독을 비롯한 외국인 선수와 스태프들이 속속 일본을 떠나고 있다. 가시마는 방사능 유출 우려가 커진 후쿠시마 제1원전과 200㎞ 떨어져 있다. 가시마 홈 경기장 역시 지진에 크게 훼손된 데다 J리그 자체가 중단된 상황에서 선수단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구단 관계자는 전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모두 떠났다, 그러나 한국 구조대는…

    영국, 프랑스가 떠났다. 러시아와 타이완도 짐을 쌌다. 10여명으로 구성된 몽골 구조대도 18일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투입됐던 각국 구조대원들의 철수가 시작됐다. 여전히 일본 동부의 수많은 마을이 지진과 쓰나미가 할퀴고 간 상흔에 신음하고 있건만 후쿠시마 공항에 착륙했던 헬리콥터에 타고 있던 뉴질랜드와 호주의 구조 대원 4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국 구조대의 귀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미야기현을 중심으로 생존자 수색에 여념이 없는 구조대가 있다. 바로 한국의 긴급 구조단이다. 지난 12일과 14일 잇따라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파견된 한국 긴급 구조단 105명.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지고 진흙 속을 헤치며 그 어딘가에서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을 생존자를 찾아 지금도 센다이시 아라하마와 다가조시 등을 훑고 있다. 방사능 보호복과 제독약도 다 가져왔다. 시간에 맞춰 방사능 측정도 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 현장을 서둘러 빠져나가는 외국 구조대를 쳐다보면 방사능 피폭에 대한 두려움이 불쑥불쑥 솟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 연일 애를 태우고 있는 가족들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래서 생존자 구출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수록 함께 줄어드는 게 있다. 방사능에 대한 공포다. “일본을 돕기로 했으면 실제로 돕고 가야 한다.” “이재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복구 활동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떳떳하게 귀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이동성(53) 단장의 말이다. 긴급 구조단이 일본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인명구조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한국의 구조대는 일본의 소방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번에 그 빚을 제대로 갚아야 한다. 그래서 구조 활동에 대한 일본의 편의 제공 제의에 손사래를 쳤다. 이재민 수송에 이용하는 45인승 버스 2대 비용 90만엔(약 1240만원)도 우리 돈으로 지불했다. 차량에 들어갈 경유 3000ℓ와 휘발유 1000ℓ도 한국에서 공수했다. 파손된 차량과 건물 안, 맨홀 아래에서 시신을 발견하면 이들은 진흙 범벅인 작업복의 매무시를 고친다. 현장에 있던 대원들이 모두 모여 거수 경례를 하고 묵념을 드린다. 일본의 관습에 따라 손을 모아 명복을 빌기도 한다. 구조 대원들의 정성스러운 시신 수습 모습에 이재민들도 울먹이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며느리를 아직 못 찾았습니다.” “회사 동료가 휩쓸려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꼭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어느새 배웠는지 또박또박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해 오는 주민도 생겨났다. 숙소는 재해 현장과 가까운 미야기현 공설운동장 옆에 있는 보조운동장에 설치한 텐트다. 며칠 새 강한 눈바람이 날려 텐트 안까지 눈이 불어닥쳤다.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라고 전한다. 세수도 한국에서 가져간 물티슈로 한다. 이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현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8일 자 신문에서 한국 긴급 구조단원들의 구조 활동을 ‘비통의 수색’이라는 제목으로 소상하게 소개했다. 경술국치 101년.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본의 재난 현장에서 두 나라의 새 역사를 조용히 쓰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사설] 재일교민 대피 매뉴얼 차분히 준비하자

    3·11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에 이은 핵 공포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자위대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물폭탄을 퍼붓는 등 사력을 다하고 있다. 사고 원전의 직원들도 방사선 피폭 위험을 알고도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리 희망적인 소식이 없어 안타깝다. 방사성물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됨에 따라 일본을 떠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자국민에게 일본을 떠나도록 권고하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공관원 가족과 민간인들을 타이완으로 철수시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시설 80㎞ 안에 있는 미국인들은 바깥으로 대피하도록 지시했다. 영국 정부는 전세기를 이용해 자국민들을 홍콩으로 철수시키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귀국하거나 규슈 등 남쪽으로 피신하도록 권고했다. 독일 정부도 철수하거나 서쪽의 오사카로 옮길 것을 권고했다. 호주·스위스·세르비아 정부도 비슷한 권고를 한 상태다. 크로아티아는 대사관을 오사카로 임시로 옮겼다. 대사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한 나라도 이라크·바레인 등 10개국 정도나 된다. 주요 국가들이 자국민 철수를 권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정부는 차분한 편이다. 핵 공포에 대해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교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차분히 대비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교민과 주재원·유학생 등이 민항기·군용기·경비함 등에 지체 없이 오를 수 있는 세심한 매뉴얼이 갖춰져야 한다. 정부는 그제 인천·김포공항에 방사능 감시기를 설치했지만 김해공항과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는 어제 설치했다. 뒤늦게 설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정부의 대응은 어느 면에서 지나치게 느긋하다 싶을 정도인데 일부 국민은 너무 앞서가고 있다. 방사성물질의 피해를 줄여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미역·다시마·김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방사선 해독제인 요오드제 구입 문의도 많다고 한다. 대비를 하는 게 나쁠 건 없지만, 지진이 일어난 지역도 아닌데 일부 품목에서는 사재기 조짐까지 보인다니 심하다.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났는데도 비교적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 본지 일본어 애도메시지 日언·정 “신문 보내달라”

    서울신문이 동일본 대지진을 맞아 지난 14일자 1면에 게재한 일본어 애도 메시지에 대해 일본 언론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16일 “당내에서 서울신문 일본어 애도문 기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집행부 등 여러 의원들이 당시 신문을 직접 보고 싶어 한다.”며 당일자 신문을 보내 줄 것을 서울신문사에 요청했다. 민영방송인 TBS 관계자도 같은 날 서울신문 도쿄지사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와 “서울신문 일본어 애도문 보도를 다른 방송사에 비해 늦었지만 이제라도 방송하고 싶다.”며 14일자 신문을 보내 줄 것을 정식 요청했다. 앞서 서울신문은 14일 1면에 ‘서울신문은 이번 재해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애도문을 일본어 제목을 달아 게재한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5일 “한국지가 일본어로 이런 문장을 게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기사 중에는 ‘하루라도 빠른 복구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앞서 14일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게재했고, 대부분의 방송사들도 서울신문 일본어 애도문을 화면에 비치며 한국 언론의 위로에 감사를 표시했다. 일본인들은 대지진 피해가 발생한 직후 일본과 불행한 과거사를 지닌 한국이 가장 먼저 구조대원 5명과 구조견 2마리를 보내 준 데 대해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여기에다 한류스타 배용준, 최지우, 류시원 등의 릴레이 기부행위가 이어지면서 많은 감동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분위기에서 서울신문의 일본어 보도는 개인이 아닌 언론 차원에서 애도를 표시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도쿄신문의 한 기자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공적인 기능을 하는 신문이 지면을 할애해 외국어 제목을 다는 게 얼마나 파격적인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며 “서울신문의 일본어 애도문은 단 한 문장에 불과하더라도 한국인의 온정을 느끼는 상징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관련 뉴스를 다소 냉소적으로 보도했던 보수성향의 산케이신문도 17일자 6면에 ‘한국, 힘내라 일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언론사들의 대지진 피해자 성금 모금을 보도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일본, 스포츠로 희망의 물꼬 터라/김영중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일본, 스포츠로 희망의 물꼬 터라/김영중 체육부장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스포츠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예정된 경기나 대회가 취소되거나 미뤄지고 있다. 오는 21일 도쿄에서 개막될 피겨 세계선수권대회가 무산됐고, 일본 프로축구 J리그는 이달 경기를 모두 연기했다. 몬테네그로와 일본 축구대표팀이 25일 치르기로 한 친선경기도 취소됐다. 이런 가운데 일본프로야구 양대리그의 하나인 센트럴리그가 예정대로 25일 개막을 강행하기로 했다. 퍼시픽리그는 2주 뒤인 다음 달 12일 시작하기로 했다. 지진 피해가 덜 했던 센트럴리그와 달리 퍼시픽리그는 아직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기 어렵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있는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홈구장이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아서다. 하늘에서 찍은 외신 사진을 보면 라구텐 홈구장인 크리넥스 스타디움 미야기구장은 포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게다가 지역의 많은 시민이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진 피해 상황도 갈수록 악화된다. 여진은 끊이지 않는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는 폭발과 화재가 잇따라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 우려된다. 동북부 지역은 전기가 부족, 제한 송전이 실시된다. 선수들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여러 가지로 경기를 치를 형편이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라쿠텐이 하루빨리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스포츠가 주는 감동과 하나가 됨은 재난 극복의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야구기구(NPB) 가토 료조 커미셔너도 “선수들이 한시라도 빨리 플레이를 보여주는 게 피해지역에 용기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슬픔에 빠져 절망만 할 수 없다.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찾아야 한다. 스포츠가 그 끈의 한 가닥이 될 수 있다. 이를 엮으면 재난 극복의 원동력이 된다. 이런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16년 전 ‘아랫동네’에서 일어난 기적이 데자뷔된다. 1995년 효고현 고베시는 리히터규모 7.3의 대지진을 겪었다. 박찬호와 이승엽이 함께 뛰는 오릭스의 당시 연고지가 고베다. 2004년 오사카로 연고지를 옮겼다. 고베는 6000여명의 시민이 지진에 희생됐다. 쓰나미에 휩쓸린 센다이보다는 상황은 낫지만 오릭스도 경기를 치를 여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시민들은 프로야구가 제대로 열리기를 두손 모아 기원했다. 암담한 현실을 이겨낼 유일한 희망을 야구에서 본 것이다. 이런 고베 시민의 열정과 염원은 오릭스를 우승으로 이끄는 기적을 연출했다. 1989년 오사카에서 오릭스로 팀 이름이 바뀐 뒤 첫 우승이었다. 이듬해엔 일본 정상에까지 올랐다. 우리도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침체에 빠졌을 때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양말 투혼’을 보이면서 우승해 많은 용기를 얻지 않았는가. 지난해 6월 열린 남아공 월드컵축구대회 때는 칠레가 희망을 쐈다. 칠레는 12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에서 48년 만에 첫 승리를 거두며 16강까지 올랐다. 칠레는 같은 해 2월 규모 8.8의 강진에 흔들렸다. 칠레 대표팀은 한 남자가 폐허 더미 속에서 찾아낸 찢어진 국기를 내걸며 모든 힘을 쏟아부어 성과를 이뤘다. 칠레는 1960년 5월, 역대 가장 큰 규모인 규모 9.5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러나 칠레는 재난을 이기겠다는 의지 하나로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칠레는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2-4로 패배했지만 대단한 쾌거였다. 비탄에 빠진 칠레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 라쿠텐도 경기를 치르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어제 고베의 기적이 일어났던 호모모토 필드 고베(옛 고베 스카이마크 스타디움)를 대체 홈구장으로 사용하겠다고 신청했다. 현재 오릭스의 보조구장이다. 라쿠텐이 어디서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한다면 센다이 시민들은 야구를 통해 희망을 보고, 용기를 충전하고, 재기의 꿈을 꾸게 될 것이다. 라쿠텐이라고 기적을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재기를 노리는 김병현도 라쿠텐 유니폼을 입었다. ‘힘내자 센다이!’라는 힘찬 구호가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jeunesse@seoul.co.kr
  • [열린세상] 재난기 언론역할 보도를 넘어서야/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열린세상] 재난기 언론역할 보도를 넘어서야/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최근 대지진과 쓰나미라는 엄청난 참사를 겪으면서도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아주 냉정하고 침착하게 사태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재난과 관련된 매뉴얼에 따라 피해자의 처지에 서서 불필요한 자극이나 공포를 유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현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이 널린 처참한 광경이나 유가족들이 울부짖는 장면을 찾아볼 수 없다. 유사한 재난을 당했을 때 이제까지 우리 언론이 보여주었던 단발성의 소나기식 보도나 속보성의 흥미 위주 보도, 피해자의 인권을 무시한 선정적인 보도와는 사뭇 다른 패턴을 보여준다.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신속 정확하고 광범위한 언론보도는 궁극적으로 많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언론보도는 재난에 대한 공중의 이해를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방글라데시는 바다에서 발생하는 사이클론 때문에 주기적으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1970년 11월에 3등급 사이클론으로 무려 사상자 30만명 이상, 이재민 130만명이 발생했다. 1985년 5월엔 이전과 동일한 사이클론과 폭풍우가 이 지역을 강타했으나 언론을 활용한 조기 재난 경보 시스템이 가동되어 1970년 피해자의 3%인 약 1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2010년 4월, 유사한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도 업그레이드된 시스템 덕택에 사상자는 89명으로 줄었다. 비록 동일한 강도의 자연재해였지만 언론을 활용한 각종 재난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 초기 자연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언론이 얼마나 신속 정확하고 널리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수십만명의 생명을 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은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 재해뿐만 아니라 연속적인 원자력 발전소 폭발과 같은 인재가 결합된 ‘복합 재해’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리히터규모 9.0에 달하는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예방 조치들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예상치 못한 산업재해를 안겨줬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급격한 환경변화와 산업화로 인해서 예기치 못한 재난들이 자주 발생하는 ‘복합적인 위험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비슷한 재난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지만 첨단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언론 성숙도에 따라 피해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언론을 활용, 재난에 대한 철저한 예방교육과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많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각종 재난에 대해서 운명론에 입각해 미리 절망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언론이 제공하는 재난정보를 3가지로 구분한다. 재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재난 예방정보’와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재난 응급정보’, 그리고 재난을 조기 복구하는 ‘재난 복구와 부흥정보’이다. 특히, 언론은 재난을 예방하고, 응급조치에 필요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앞으로 재난 관련 언론보도는 재해현장의 비참한 장면이나 기물 파괴 등과 같은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재난 예방이나 피해 복구에 보도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 같은 자연재해를 극복한 상황에 대해서 집중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두운 상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희망적인 측면에 보도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인한 언론 역할 강화로 더 이상 자연으로부터의 위협은 곧바로 끔찍한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게 되었다. 기존 언론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발전으로 자연의 포효 앞에 그냥 무력한 존재로 주저앉지 않는다. 비록 예상하지 못한 자연으로부터의 위협이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언론 보도로 다소나마 피해를 줄이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소통 시스템을 더 촘촘하게 구축함으로써 더 안전한 미래를 약속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태를 통해서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 대피소 고령환자 27명 사망

    “학교 체육관에 깔린 다다미, 그 위에서 얇은 담요를 감고 기침을 그치지 않는 70~80대 노인 환자들. 새벽이면 영하 3~5도를 기록하는 쌀쌀한 날씨 속에 난방이라야 운동장만 한 체육관에 난방기 6개가 여기저기서 돌고 있을 뿐이다.” 빈약한 대피소 상황을 전하면서 추위와 대피 생활의 피로, 의사와 의료시설 부족으로 지진해일에서도 살아남았던 노약자들이 건강을 해쳐 잇따라 목숨을 잃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7일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대피소에 피난 온 환자 가운데 18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와키시 대피소에 후쿠시마 현내 병원에서 옮겨진 128명의 환자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이동 도중 숨진 2명을 비롯해 18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고령자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기에 앞서 일시적으로 대피해 있었다. 신문은 또 이와테현에서 지난 16일 시립 제일중학교로 피난하던 80대 여성과 피난을 준비하던 미야기현 내 한 종합병원의 노인 입원환자 8명이 사망하는 등 지진 관련 사망자는 모두 27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대피소에는 간단한 의료 시설과 의사 4명이 있었을 뿐이었다. 오랜 시간의 무리한 이동으로 인한 피로와 추위를 고령 환자들이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베 대지진의 한 생존자는 “피곤과 추위에 지친 노약자들이 신선한 야채와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기 어려운 데다 영양 불균형으로 지병이 악화되거나 그에 따른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고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올 동일본 지역의 3월은 초겨울 날씨로 쌀쌀한 편이다. 습기로 강한 한기가 스며들어 노약자들은 더욱 지내기 쉽지 않다. 17일 동일본 지역은 일본 수준에서는 한겨울 기온이었다. 모리오카 영하 5.9도, 시오가마 영하 4.2도, 센다이시 영하 2.7도, 소마시 영하 2.5도 등 이 지역 대부분이 영하권이었다. 일본 기상청은 추위는 18일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 많은 고령 환자와 노약자들의 사망이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 후쿠시마현의 사토 유헤이 지사는 “원전 인근 거주민들을 위한 대피소가 마련됐지만 따뜻한 음식은 물론 연료, 의약품 등 기본적 생필품조차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모든 것이 부족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사설] 日정부 잘못된 原電 대응서 교훈 얻자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핵 재앙의 우려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에 일본 국민은 의연할 정도로 침착하게 잘 대응했지만,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의 잘못된 대응으로 핵 공포가 일본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대지진 다음 날 시작한 화재 및 폭발사고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 어제 자위대 헬기가 제1원전 3호기에 냉각수를 살포하는 등 원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성과는 별로 없다. 사고 원전에는 비상근무자 181명이 방사선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과열된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들이붓는 등 그야말로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다. 핵 재앙 가능성까지도 거론되는 상황에 이른 것은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원전의 관리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의 안이한 판단과 대응 때문이었다.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원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쓰나미로 냉각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원자로 내 냉각수 순환이 중단됐다. 바로 바닷물을 넣었다면 이렇게 가슴 졸이는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후쿠시마 원전 측은 30여시간을 허비하며 실기(失期)했다. 바닷물을 원자로에 넣으면 수조원이 투입된 원자로를 쓰지 못하는 탓에 원전 측이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도쿄전력은 원전 피해에 대한 사실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숨기고 축소하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만약 3·11 대지진과 유사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다면 우리는 잘 대응할까. 성격은 다르지만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 때 정부와 군의 대응을 보면 일본보다 나을 게 없어 보인다. 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일처리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원전 안전점검도 철저히 하고 대지진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원전 기준도 대폭 높여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문제가 된 후쿠시마 제1원전은 1970년대 가동에 들어간 노후기종이다. 보통 수명이 다한 원전의 경우 예산문제 때문에 오래된 부품을 교체해 사용하고 있으나, 안전성에 대한 고려를 더 해야 한다.
  • 48시간에 日 운명이… 320人 ‘후쿠시마 결전’

    48시간에 日 운명이… 320人 ‘후쿠시마 결전’

    차려입은 건 ‘특수’라는 이름이 붙은 헬멧과 방호복, 안면 마스크뿐이었다. 그러나 단 몇분 만에도 1년 노출 한도를 수십배 넘어서는 방사능 앞에서 이들 장비는 결코 특수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녹아내리는 원자로 곁에 섰다. 사선(死線)이었다. 핵 재앙을 막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17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펼쳐졌다. 일본의 명운을 건 작업이었다. 그 중심에 생명을 걸고 나선 320명의 원전 작업자들이 있었다. 헬기를 동원한 바닷물 투입이 실패하면서 이제 원전과 일본의 운명은 이들에게 달렸다. 오후 자위대의 ABM 대형소방차까지 동원돼 원전에 물을 뿌려대며 달궈진 연료봉의 온도를 내리려 했지만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태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이들을 더 비장하게 원전 속으로 뛰어들게 했다. 4호기 냉각수가 고갈상태여서 핵 분열 위험성마저 높아지고 있고 1~3호기 원자로에서도 방사능이 거세게 뿜어나오고 있지만, 이들 320명은 특별작업팀으로 자원하고 나섰다. 한 미국 원전 전문가는 “그들의 작업은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이 무너지면 동일본은 핵 폐허가 된다.”는 핵 재앙의 갈림길에서 그들은 방사선 피폭과 목숨이 보장되지 않는 ‘최후의 결사대’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프랑스 원자력 산업 연구기관인 ‘방사능 방어 및 핵안전 연구소’(IRSN)의 티에리 샤를 안전국장은 “앞으로 48시간이 중대 고비”라고 지난 16일 말했다. “13일 이후로 어떤 대책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전망은 비관적”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들 320명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도 17일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방사능 대량 유출 가능성을 우려했다. 냉각수 온도 상승이나 고갈,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한 확실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에서 1억 2000만명의 일본은 속수무책으로 이들 320명의 활약에 기대고 있다. 헬기를 동원한 바닷물 투입에도 불구하고 이날 방사능 측정치는 크게 줄지 않았다. 작전 이전에 시간당 3782m㏜(밀리시버트)였던 측정치는 작전 이후에 시간당 3754m㏜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그러나 전력선 복구가 1차 성공하면서 원자로에 부분적으로 냉각수 공급을 18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들은 비관론 속에서도 한줄기 가능성을 마련했다. 일단 1~3호기 원자로 핵 연료봉의 냉각수 투입 기능을 되살릴 기초를 마련한 셈이다. 320명의 사수대가 고군분투하는 사이 미국과 IAEA 등도 총력 지원에 나섰다. 미군은 첨단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동원, 4호기 내부의 상황 변화 감시에 나선다. IAEA는 로봇과 무인조종자동차를 조만간 후쿠시마 원전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국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방사능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그레고리 야즈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은 이날 미 하원 에너지·통상 소위원회에 출석해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봉을 보관하던 수조의 물이 고갈됐다.”고 밝혔다. 야즈코 위원장은 “방사능 수치도 매우 높은 상태로, 정상화 작업의 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관적으로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한국민 온정에 감사… 반드시 보답할 것”

    “한국민 온정에 감사… 반드시 보답할 것”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가 17일 오후 본사를 찾아 동일본 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일본 국민들에게 한국인이 보낸 배려와 온정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무토 대사는 이동화 서울신문 사장을 만나 “상상하지도 못했던 어려운 일을 당했는데 한국 국민들이 자신의 일처럼 챙겨주고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언제든 말하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해 주셨다.”며 “이런 한국인의 온정과 배려에 감사 드리려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일본을 한국인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나선 것은 신문과 방송이 일본 사태를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이 따뜻한 감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본인은 어려운 때 받은 다른 이의 도움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늘 간직하고 있다.”며 일본 국민들이 한국인의 도움에 반드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토 대사는 특히 본지 14일 자 1면에 일본어 제목을 붙여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글을 실어준 데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동화 사장은 이에 대해 “큰 슬픔을 겪은 일본인들이 보여 준 희생과 질서 의식, 애국심,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은 한국인에게도 큰 감명을 줬다. 한국인도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 문제 등으로 뒤틀려 있던 한·일 관계가 더욱 좋아지고 일본이 하루빨리 재난을 극복해 경제 대국 지위를 회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피폭되면 어떻게…” 방사능 불안

    ‘방사능, 당연히 피폭 걱정되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에 대한 불안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로 유입돼 피폭될 것을 우려하는 문의가 관련 기관에 빗발치는가 하면 방사성 물질 차단제품 구입도 급증하고 있다. 17일 국가환경방사선 자동감시망(IERNet)에 따르면 지난 1~10일까지 이 사이트 접속자는 21~3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후쿠시마 원전이 연쇄 폭발한 15일 접속자 수는 무려 11만 378명에 달했다. 이어 16일 12만 15명, 17일 오후 2시까지 13만 9613명으로 접속자가 계속 늘고 있다. 감시망은 2004년부터 전국 70곳에 설치된 ‘환경방사선감시기’가 측정하는 방사성 물질 정보를 실시간 공개한다. 감시망 관계자는 “인터넷 접속자 외에도 방사능과 관련된 문의전화가 빗발친다.”면서 “‘방사선에 피폭되면 어떻게 되느냐.’, ‘일본 방사능이 포함된 비를 맞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등 걱정하는 전화가 주로 걸려온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포털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도 방사선 노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 글이 하루 수백건 넘게 오른다. 방사능 피폭에 대비하는 상품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방사능을 감지하는 ‘가이거 뭘러 계수기’ 구매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계수기는 17일부터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여행객 대상으로 방사능을 탐지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계수기를 판매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물건이 안 팔려 재고도 없는데, 최근 하루 20~30통의 문의전화가 와서 물품을 주문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방독면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인터넷 쇼핑몰인 옥션의 ‘실시간 검색센터’에는 ‘방독면’이 15~17일 급상승 인기 검색어 2위에 올랐다. 또 방사능이 체내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는 요오드 성분이 포함된 미역·다시마·김 등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16일 하루 동안 전주인 9일과 비교해 미역은 24.6%, 다시마는 67.3%, 김은 10.8%나 판매량이 늘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日 방사능 피폭자, 한국거리 활보해도 못 막는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위험지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검사하는 방사성 게이트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 설치된 방사선 게이트 통과 자체가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다, 방사성 물질이 검색되더라도 격리하거나 병원으로 후송할 법적 근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방사능에 피폭된 사람이 거리를 활보하더라도 걸러낼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국내도 방사능 오염에서 100%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8일 인천공항공사와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17일 오후부터 일본에서 입국한 승객들을 대상으로 방사선 검색이 진행되고 있다. 1차 검색대를 통과한 후 경고등이 울리면 2차 정밀검색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검색 자체가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상당수 승객이 검색대를 거치지 않고 지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공항 관계자는 “강제적으로 검색대를 통과해야할 의무는 없다.”면서 “최대한 검색대를 통과하도록 안내방송을 실시하는 등 조치를 하고 있지만 불편함을 호소하는 승객들이 많다.”고 밝혔다. 검색대를 급하게 설치하다보니 일본인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일본어 통역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일본인 승객의 경우에는 적절한 안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이후의 조치도 문제다. 건강에 이상이 있어 병원 후송이 권고되는 1마이크로시버트를 밑도는 검출자의 경우 본인이 거부하면 강제적인 격리 등의 조치가 불가능하다. 공항 관계자는 “검출이 된 사람의 경우에는 병원행을 권하지만, 17일 검출자처럼 강력하게 거부하면 강제할 수단은 없다.”면서 “무엇보다 본인이 피폭된 상태라도 검색을 하지 않고 입국장을 빠져나가면 알아낼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고국 돌아가겠다” 5000여명 행렬 7시간 만에 재입국 허가서 받아

    “윳쿠리! 윳쿠리! 하시라나이데 구다사이(천천히! 천천히! 뛰지 마세요).” 17일 오전 6시. 도쿄 시나가와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 급하게 선 택시에서 두명의 한국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오자 건물 앞에서 안내를 하던 일본인 직원이 손사래를 치며 소리쳤다. 곧이어 도착한 시나가와역으로부터 온 시내버스도 사무소 앞에 한 무더기의 사람을 쏟아놓고 갔다. ●새벽 1시부터 밤새워 줄서 새벽부터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 ‘재입국허가서’를 받기 위해 출입국사무소를 찾은 유학생들과 직장인들로 국적도 한국인, 중국인, 타이완인, 인도인, 미국인 등 다양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를 맞은 이날, 계속되는 여진과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가능성으로 일본을 빠져나가려는 이들이 몰려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기자가 사무소 앞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6시. 일찍부터 사람이 몰린다는 얘기를 듣고 서둘러 찾아갔지만 건물 앞에는 5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사무소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재입국허가서 지원’이라고 적힌 깃발 뒤에 줄을 서고 잠시, 돌아보니 몇 분 되지도 않았건만 사람들이 300m 정도 줄 지어 서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 박진경(29·여·가명)씨는 “방사능도 무섭고, 밤마다 찾아오는 여진이 무서워 더 이상 혼자 도쿄에 머물 수 없다.”면서 “4월 초 개강이지만 일단 당분간이라도 일본을 떠나 있고 싶다.”고 말했다. 자리를 잡고 나니 오전 6시 15분.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추위를 버티며 두 시간을 기다리자 꼬리에 꼬리를 문 행렬이 5000명을 넘었다. 수많은 인파 속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졌다. 자리를 부탁하고 사무소 정문 앞으로 비집고 들어가 손에 한 보따리 짐을 들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에게 말을 붙였다. 열한번째 줄에 서는 영광을 얻은 중국인 유학생 장성(21)은 새벽 1시 차를 끌고 와 사무소 앞에서 밤을 새웠다고 했다. 장씨는 “재입국허가서를 받기 위해 어제도 왔었는데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면서 “중국에서 가족들도 빨리 들어오라고 성화고, 오늘 오후 당장 출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벽에 나왔다.”고 말했다. ●줄 너무 길어 포기도 오전 9시. 드디어 기다리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유리문이 열리고 한두 사람씩 입장을 시작했지만 횡단보도 건너편까지 순서가 돌아오기는 한참이 더 남은 것 같았다.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 정오가 가까워졌다. 새벽 6시에 나와 줄을 서 기다리기를 6시간째. 무비자로 입국해 재입국허가서가 필요없었던 기자는 추위와 배고픔에 더 이상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돌아섰다. 버스정류장으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한 무더기의 한국인 유학생들이 줄을 서기 위해 뛰어가고 있었다. 오후 1시. 인파 속에 있던 유학생 신씨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그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7시간 지나서 겨우 재입국허가서 받았어요. 뒤에는 아직도 수천명이 있는 것 같아요.” 일본은 어느덧 외국인들에게 두려움의 나라가 돼 있는 듯했다. sam@seoul.co.kr
  • [씨줄날줄] 수요집회/주병철 논설위원

    친구 한 사람이 카토에게 말했다. ‘카토, 자네는 말을 하지 않으니 그게 흠이야.’ 카토가 이렇게 대답했다. ‘내 생활에 흠이 잡히지 않으면 그만이지,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되는 때가 오면 나도 말하겠네.’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나오는 침묵에 관한 얘기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바보가 아닌가 생각게 하는 것이 입을 열고 사실을 드러내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침묵예찬론자에 가까운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나는 단 한 사람의 심복(心腹)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밤의 고요다. 왜냐하면 침묵을 지키기 때문이다.’라고 설파했다. 침묵은 장소나 사람 등에 따라 뉘앙스나 의미가 다르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지난 1월 애리조나 총기난사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연설을 하다 감정에 북받쳐 51초 동안 말을 잃은 것을 가리킨 ‘위대한 침묵’이 있는가 하면, 책임 있는 자세를 외면하는 ‘뻔뻔한 침묵’의 소유자도 있다. 큰소리치지 않아도 세상이 알아주는 ‘감동의 침묵’ ‘뜨거운 침묵’ ‘절제의 침묵’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침묵을 정당한 권리로 인정받는다. 이른바 묵비권(默秘權)이다.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조사나 공판의 심문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사에서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에 자백을 얻어내기 위해 여러 형태의 고문이 행해졌다. 우리의 경우 조선시대 경국대전(經國大典) 형전(刑典)에는 고문의 방법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하지만 근대 이후 각국마다 묵비권을 보장하면서 고문이 사라졌다. 말 없이 집단의 의사를 강하게 표시하는 게 침묵집회다. 말로 하는 언어적 요소와 몸으로 하는 비언어적 요소도 아닌 표정의 침묵이라고나 할까. 침묵집회는 다른 항의수단보다 비장하고 무섭다. 마스크를 쓴 침묵집회나 시위가 이목을 끄는 마력은 대단하다.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열어 오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제는 집회 때마다 항의의 표시로 손에 들었던 노란색 나비모양의 손 팻말을 내려놓고 동일본 대지진으로 희생된 일본인을 추모하는 침묵집회를 가졌다고 한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도 있지 않던가. 입을 다문 채 ‘모두 힘내세요!’라는 팻말을 치켜든 할머니들의 침묵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일본과 일본인들은 얼마나 깊이 헤아릴까.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日 전력공급 12% 차질… 화력발전 확대 불가피

    동일본 대지진 피해로 상실된 일본의 전력 생산능력이 전체 전력 생산량의 12.1%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증권은 17일 보고서를 통해 도쿄와 도호쿠 등 일본 북동부 연안에 위치한 7개 원전 가운데 반영구적으로 발전능력이 훼손됐거나 단기간에 재가동이 어려운 원자로의 생산능력이 1838만 7000㎾라고 분석했다. 이는 일본 전체 전력생산량의 12.1%에 해당한다. 전력 공급 차질을 막으려면 나머지 원전과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원전 가동률(2009년 말 기준) 65.7%를 1995~2001년의 평균 가동률인 81.3%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부족분의 40%를 만회할 수 있다. 또 평균 42%인 화력발전의 가동률을 성수기 수준인 50%로 유지한다면 나머지 부족분 60%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지난해 12월 기준 일본의 전력 생산량 비중은 화력 58.6%, 원자력 32.2%, 수력 8.9%, 신재생에너지 0.3% 등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전력 공급을 정상화하려면 화력발전의 대규모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화력발전은 생산 단가가 원전 단가의 2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일본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원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화력발전의 주된 땔감인 석탄의 국제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제품 제조원가 중 석탄 비중이 높은 철강과 전력소비량이 많은 화학 업종에서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인 수혜를 누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대지진 파급 3題] 일본發 ‘핵 불확실성’…글로벌 금융시장 떨고 있다

    [대지진 파급 3題] 일본發 ‘핵 불확실성’…글로벌 금융시장 떨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이 원전 사태로까지 번지면서 일본 경제가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일본 엔화가 초강세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한 방정식도 복잡해졌다. 엔화 강세는 수출기업에는 반갑지만, 부품과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물가 불안이 만만치 않다. 악재보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시장의 현재 상태와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금융시장] 주가·환율 ‘출렁출렁’ 코스피 ‘롤러코스터’… 환율 변동성 확대 불가피 17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본발(發) ‘핵 공포’에 짓눌렸다가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각국 증시는 급락과 반등으로 이어지는 ‘롤러코스터’를 연출했고, 환율도 올들어 최고와 최저 수준을 향해 치달았다. 당분간 ‘핵 불확실성’이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후쿠시마 원전의 통제 불능 소식으로 36.38포인트 급락세로 출발했다. 오후 들어 원전 전력공급이 부분적으로 재개될 것이라는 소식에 반등해 1.06포인트(0.05%) 오른 1959.03에 마감했다. 전력 공급으로 냉각수 순환이 이뤄지면 최악의 상황을 피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작용한 덕분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전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일본 증시도 낙폭을 크게 줄여 증시에 안정감을 줬다.”고 말했다. 반면 코스닥은 전날보다 4.55포인트(0.92%) 하락한 487.81을 기록해 또다시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아시아 주요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낙폭을 줄여 나갔다. 장 초반 5% 가까이 급락했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31.05포인트(1.44%) 하락한 8962.67로 마감했고, 전체 종목을 대상으로 한 토픽스지수도 6.83포인트(0.84%) 내린 810.80을 기록했다. 급락세로 출발한 타이완 가권지수도 41.89포인트(0.50%) 내린 8282.69로 장을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33.50포인트(1.14%) 하락한 2897.29를 찍었다. 간밤에 ‘원전 사태’가 통제 불능 상태로 알려지면서 유럽과 미국 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FTSE100 지수가 1.70%, 프랑스 CAC40 지수 2.22%, 독일 DAX 지수 2.01%, 미국 다우 지수도 2.04% 각각 하락했다. 환율도 변동폭이 컸다. 원·달러 환율은 1141원에 출발하며 올해 처음으로 1140원대에 올라섰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여 4.5원 오른 1135.3원으로 마감했다. 은행 관계자는 “일본의 원전 사태 향방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다.”면서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환율도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원자재시장] 金팔고 채권 사들여 전문가들 “실물경제 성장률 둔화 확신한 결과” 동일본 지진으로 원자재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세계 경기가 불안하면 가격이 급등하는 안전자산인 금의 선물가격마저 1.3% 빠졌다. 단순히 일본 원전 사태의 우려로 인한 투자 회수로 보기에는 너무 큰 대세 하락이다. 전문가들은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세계 실물경제 성장률 둔화를 확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17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금은 온스당 1393.60원을 기록했다. 일본 지진이 일어나기 하루 전인 지난 10일 1412.2원에서 1.3% 내렸다. 반면 5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0일 2.025%에서 16일 1.839%로 떨어졌다. 한국, 프랑스, 호주, 영국 등 주요 국가의 국채 금리도 동반 하락했다. 같은 안전 자산임에도 채권은 강세를 띠는 반면 금은 약세를 면치 못하는 셈이다. 이유는 금이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구입하는 상품이라는 데 있다. 그간 세계 경기 회복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예측하고 금을 구입했던 이들이 일본 지진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 둔화를 예측하면서 금을 팔고 다른 안전자산인 채권을 산다는 것이다. 곡물, 금속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내렸다는 점에서 경기 둔화 전망은 더욱 힘을 받는다.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밀과 옥수수의 국제 가격이 각각 9.1%, 8.2% 하락했고 면과 은도 7.0%, 3.9% 떨어졌다. 지난 10일 배럴당 110.55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유 가격(현물)은 16일 104.19달러까지 내려왔다. 김효진 동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악재에 일본 원전 문제가 겹치자 대부분 세계 경기 하락을 점치면서 원자재보다 채권에 투자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면서 “일본의 지진 사태가 시시각각 변함에 따라 국제 원자재 시장의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작은 뉴스에도 크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원전의 대체재인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3.1% 올랐다. 아직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았지만 화력발전에 쓰이는 석탄의 수요도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일본의 지진 피해 복구가 시작되면 원자재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석진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일본 내에 공급되는 유동성은 결국 중장기적으로 생필품 및 원자재를 구입하는 비용으로 쓰이면서 국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면서 “끝나지 않은 중동 사태와 맞물려 원자재가 다시 안전자산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국제환율시장] 엔 강세… 물가 ‘빨간불’ 對日 수입금액 643억弗… G7 재무장관 대책논의 엔·달러 환율이 사상 최저치 경신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 기업과 국제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얻을 수는 있지만, 수출 품목에도 일본에서 수입한 부품과 소재가 쓰인다는 점에서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우리 정부에 부담이다. 17일 시장정보제공업체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미국 뉴욕시장에서 장중 한때 1달러당 76.32엔까지 떨어졌다. 사상 최저치이나 이어 열린 싱가포르시장 등에서도 사상 최저치를 계속 경신 중이다. 문제는 엔화 강세를 일본 정부나 일본중앙은행(BOJ)이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20조엔이 넘는 긴급자금을 풀어도 이는 재해 복구를 위해 국내에서 쓰일 확률이 높고, 해외에 투자된 일본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프랑스의 주도로 18일 주요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화상회의가 열려 엔화 초강세와 대지진 피해복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각국이 논의 뒤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유동성 완화 정책으로 달러화를 인위적으로 절하시켜 놓은 상태에서 미국이 협조적으로 나올지가 의문이다. 그동안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우리나라 원화도 보통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135.3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각각 10% 오를 때 소비자물가 상승효과는 0.8%포인트, 0.2%포인트에 이른다. 즉, 환율의 영향력이 유가의 4배로, 환율 상승이 유가 안정에 따른 효과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에 따라 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원·엔 환율은 이날 100엔당 1434.90원으로 전날보다 35.49원(2.54%) 올랐다.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엔화 가치는 오르기 때문에 원·엔 환율 변동폭이 더 큰 것이다. 원·엔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에 직격탄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금액은 643억 달러로 전체 물량의 15.1%를 차지한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가산금리도 오르고 있다. 외평채 가산금리란 국제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한국 정부 채권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대외신인도가 개선될수록 낮아진다. 국제금융센터에 외평채 가산금리는 지난 15일 2.1%로 지난 1월 6일 2.11% 이후 가장 높았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위기의 간 총리 리더십 시험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위기가 계속되면서 일본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지적하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의 지도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엇박자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日정부 -도쿄전력 엇박자 심화 정부가 원전 사고 대책 마련에 급급하면서 이재민 대책과 구호작업이 상대적으로 뒷전에 밀린 것도 불만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토 유헤이 후쿠시마현 지사는 지난 16일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간 나오토 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열린 정부 긴급재해대책본부 회의에서 “음식과 물, 연료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각지에서 높아지고 있다.”면서 “전력을 다해 그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을 하고 있겠지만, 한층 더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총리나 관방장관 모두 원전 사고에 너무나 집중하고 있어서 지진 피해자 지원에는 소홀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정부와 민간회사로 이원화된 원전 사고 대응이라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정부와 도쿄전력 사이에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간 총리는 16일 밤 관저에서 사사모리 기요시 내각 특별고문과 만나 “정말 최악의 사태가 되면 동일본이 박살난다는 것도 상정해야 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도쿄전력은 현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지난 15일 사고대책통합연락본부를 설치하고 정부 관계자 20명을 파견했다. 도쿄전력에 직접 맡겨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인력 철수를 둘러싸고도 정부와 도쿄전력 간 딴소리가 나온다. 17일 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정부 측은 “도쿄전력이 15일 제1원전 작업 근로자를 전원 철수시키겠다고 해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했으나 도쿄전력 측은 “잠시 물러나는 것은 있어도 철수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최측근 센고쿠 관방부 부장관에 임명 한편 벼랑 끝에 몰린 간 총리는 17일 자신의 오른팔 격인 센고쿠 요시토 민주당 대표대행을 관방부 부장관에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돌파력이 있는 최측근을 비서실 격인 관방부로 불러들여 비상정국을 빨리 수습하겠다는 간 총리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東京新聞이 전하는 현장] 주민들 힘모아 ‘진흙탕 학교’ 청소 “희망주려…” 눈물의 졸업식 준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 게센누마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졸업식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학생과 교원들이 쓰나미로 가족을 잃었지만 “졸업생은 제대로 내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재난을 당한 지역 주민과 힘을 모아 진흙투성이의 학교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시립 시오리초등학교. 눈이 내리는 한겨울 수준의 추위 속에서 오노데라 노리시게(59) 교장을 비롯한 교원 15명과 지역 주민 25명이 모여 흐트러진 책상과 의자를 정리했다. 교실과 복도에 쌓인 진흙더미를 제설용 삽을 이용해 퍼냈다. 쓰나미가 덮친 이 초등학교 건물과 체육관은 침수됐다. 대부분의 학생과 교원들은 지진 직후 고지대로 대피해 무사했다. 바로 아래에 있는 학교의 아이들과 자신의 집이 순식간에 쓰나미에 휩쓸리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오노데라 교장은 “너무 깜짝 놀라 졸업식을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한다. 전교생 256명 중 이미 귀가한 학생들 가운데 아직까지 안부를 알 수 없는 아이들도 있다. 졸업을 앞둔 69명 가운데서도 한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래도 지금은 “남아 있는 졸업생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19일 예정이었던 졸업식은 24일 열기로 했다. 17일에는 교원들이 피난소를 돌며 학생들에게 이를 알릴 예정이다. 졸업장은 나눠 줄 수 없을 것 같다. 졸업식장에서 오노데라 교장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구두로 졸업을 알리는 수밖에 없다. 물론 재난으로 목숨을 잃은 학생의 이름도 호명할 예정이다. 오노데라 교장은 “지금의 안타까운 심정을 발판 삼아 반드시 꿈을 실현하길 바란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한 뒤 제설용 삽을 쥔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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