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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중문화·정치·사회… 한인들 활약 없는 곳이 없다

    美 대중문화·정치·사회… 한인들 활약 없는 곳이 없다

    올해는 한·미 수교 132주년, 미국 이민 111주년이다. 그 사이 한국은 아시아 어딘가에 붙어 있는 작은 나라, 유일한 분단국의 이미지를 넘어 미국 내 정치, 사회, 문화 속에 한국을 심어 가고 있다. 아리랑TV는 23일 밤 11시에 미국 전역에서 활약하는 한인을 조명한 특별다큐멘터리 ‘더 리빙 브리지스’를 방송한다. 먼저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에 선 한국을 짚어 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만난 K팝 팬들의 모습은 한국 팬들과 다르지 않다. K팝 댄스 경연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뽐내고 한류를 알리는 웹사이트를 운영한다. 한국 영화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할리우드에서 한인 문화계 인사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의 할리우드 리메이크판과 ‘설국열차’의 배급을 담당하고 있는 헬렌 리 킴을 만난다. 필라델피아의 유명 건축회사인 팀하스의 하형록 대표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혁신적인 건축가 중 한명이다. 그는 한인 네트워크가 일찍 발달했더라면 더 수월하게 성공할 수 있었을 거라고 아쉬워했다. 그가 차세대 한인 리더 네트워크인 넷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다. 찰스 랭걸 미 연방 하원의원의 보좌관인 해나 김(김한나), 공공캠페인 전문 회사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조남주 등에게서 넷캘의 비전과 한인 2세로서 꾸는 꿈을 들어본다. 미국 의료보험개혁 운동에 앞장선 의사 폴 송, 버지니아 최초의 동양인 하원의원으로서 동해 병기 법안을 추진한 마크 킴 의원, 캘리포니아 조세형평국 부위원장 미셸 스틸 등 정치·사회계에서도 한인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英언론 “한국 성형수술 너무 뛰어나 입·출국 곤욕”

    英언론 “한국 성형수술 너무 뛰어나 입·출국 곤욕”

    자랑스러워 해야 할지 씁쓸해 해야 할지 모를 아리송한 한국 관련 뉴스가 외신에 소개됐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언론 데일리메일은 “한국의 성형수술 실력이 너무 뛰어나 수술받은 여성들이 공항 입·출국에서 곤욕을 치루고 있다” 고 보도했다. 일부 한국언론과 외신을 인용해 보도한 이 기사는 성형외과 광고로 잘 쓰이는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게재해 한국의 성형수술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한 눈에 보여줬다. 데일리메일은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외국 여성들은 눈과 코, 얼굴형이 확 변하기 때문에 여권사진과 너무 달라진다” 면서 “이 때문에 공항입국 심사대에서 항상 실랑이가 벌어진다”고 적었다. 이어 “수년간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병원 측이 성형증명서를 발급해 입 출국시에 도움을 주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중국언론 차이나데일리는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상하이공항으로 입국하다가 같은 이유로 곤욕을 치룬 한 중국 여성(23)의 사연을 소개한 바 있다.    이 기사가 보도되자 현지 네티즌들도 수백여개의 댓글을 달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성형 후의 얼굴이 너무나 아름답게 바뀌었다” 면서 “왜 증명서가 필요한지 이해하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얼굴에 왜 칼을 대는지 이해 못하겠다” , “동양인들은 열등감이 있는 것 같다” 등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적기도 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세월호 침몰] 정몽준 아들+정몽준 사과..진중권 “미개인에게 표 구걸 않겠죠?”

    [세월호 침몰] 정몽준 아들+정몽준 사과..진중권 “미개인에게 표 구걸 않겠죠?”

    [세월호 침몰] 정몽준 아들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정몽준 아들 발언에 일침을 가했다. 진중권 교수는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문명인이 미개인들한테 표 구걸하지는 않으시겠죠?”라며 “자식을 잃은 부모가 절망과 고통에 몸부림치고,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이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는 ‘미개’한 정서라면, 이 사회에서 문명인은 오직 하나, 사이코패스들 뿐이겠죠”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정몽준 아들 정모 군의 ‘미개 국민’ 발언을 겨냥한 것. 앞서 정 군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리를 지르고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물 세례를 퍼부은 것을 언급하며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하다.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정몽준 의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에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제 막내아들의 철없는 짓에 아버지로서 죄송하기 그지없다. 우리 아이도 반성하고 근신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세월호 침몰, 정몽준 아들, 정몽준 사과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세월호 침몰, 정몽준 아들, 정몽준 사과..기가 찬다. 본인이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세월호 침몰, 정몽준 아들, 정몽준 사과..후폭풍 상당할 듯”, “세월호 침몰, 정몽준 아들, 정몽준 사과..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네”, “세월호 침몰, 정몽준 아들, 정몽준 사과..진중권 교수 장난 아니다”등 반응을 보였다. 사진 = 방송 캡처 (세월호 침몰, 정몽준 아들, 정몽준 사과) 온라인뉴스부 seoulen@seoul.co.kr
  • 안행부 송영철 감사관 파면 아닌 해임 이유는…진중권, 송영철 국장에 “일베 수준”

    안행부 송영철 감사관 파면 아닌 해임 이유는…진중권, 송영철 국장에 “일베 수준”

    ’안행부 송영철 감사관’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현장에서 기념사진 촬영 파문을 일으켜 직위가 박탈된 안전행정부 감사관 송영철(54) 국장이 21일 결국 해임됐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제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의 슬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기념사진 촬영을 시도해 공분을 샀던 안행부 공무원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사표를 즉각 수리해 해임조치했다”고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파면’이 아닌 해임 조치가 취해진데 대해서는 “파면의 경우 공무원법 징계규정에 따른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면서 “그래서 사표를 바로 수리해 해임조치하는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송영철 국장은 전날 전남 진도 팽목항 상황본부의 세월호 침몰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논란이 거세지자 안행부는 송영철 국장을 즉각 직위해제 했고, 송영철 국장 역시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 한편 동양대 진중권 교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사명자 명단 앞 기념촬영’ 안행부 국장 직위 박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한 뒤 “그 앞에서 인증샷 찍을 기분이 나냐. 이 정도면 ‘일베’ 수준”이란 글로 송영철 안행부 국장의 행동에 질타했다. 송영철 안행부 국장 해임 및 진중권 질타에 네티즌들은 “송영철 안행부 국장 해임 및 진중권 질타, 개념을 상실한 듯”, “송영철 안행부 국장 해임 및 진중권 질타, 진중권 교수 말이 백번 옳다”, “송영철 안행부 국장 해임 및 진중권 질타, 유가족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월호 침몰] 안행부 송영철, 사명자 명단 앞 기념촬영..진중권 “일베 수준”

    [세월호 침몰] 안행부 송영철, 사명자 명단 앞 기념촬영..진중권 “일베 수준”

    [세월호 침몰] 세월호 참사 현장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던 송영철 안전행정부 국장이 직위를 박탈당했다. 20일 안전행정부는 전남 진도 팽목항 임시 상황본부에서 비상근무를 하던 중 사진 촬영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감사관 송영철 국장에 대해 직위를 박탈하고 대기 발령했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송 국장은 이날 오후 6시께 팽목항 상황본부의 세월호 침몰 사망자 명단 앞에서 동행한 공무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이 안행부 관계자에게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냐”며 항의했다. 논란이 커지자 안행부는 3시간 만에 송 감사관의 직위를 박탈하고 대기 발령시켰다. 안행부는 “앞으로 징계위 회부 등 절차가 남아있다. 향후 관련 절차에 따라 엄히 문책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0일 트위터를 통해 “‘사명자 명단 앞 기념촬영’ 안행부 국장 직위 박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하며 “그 앞에서 인증샷 찍을 기분이 나냐 이 정도면 일베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해도 해도 너무 하네.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됐을까?”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침몰, 안행부 송영철 기념촬영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송영철 안행부 국장 기념촬영 직위박탈, 대체 무슨 생각?”, “송영철 안행부 국장 기념촬영 직위박탈,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싶었냐?”, “세월호 침몰, 안행부 송영철 기념촬영..심했긴 심했다”, “세월호 침몰, 안행부 송영철 기념촬영..본인 가족이 변을 당했어도 사진 찍을 수 있었을까?”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21일 오전 8시30분 현재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64명, 실종자는 238명이다. 사진 = 방송 캡처 (세월호 침몰, 안행부 송영철 기념촬영) 온라인뉴스부 seoulen@seoul.co.kr
  • 진중권 “이정도면 일베 수준”…송영철 안행부 국장 ‘세월호 인증샷’ 비난

    진중권 “이정도면 일베 수준”…송영철 안행부 국장 ‘세월호 인증샷’ 비난

    ‘송영철 안행부 국장’ ‘진중권’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기념촬영을 시도해 직위를 해제당한 송영철 안전행정부 국장을 비판했다. 진중권 교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 트위터에 ‘사망자 명단 앞 기념촬영, 안행부 국장 직위박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한 뒤 “그 앞에서 인증사진 찍을 기분이 나냐. 이 정도면 일베수준”이라는 글을 올렸다. 진중권 교수는 “해도 해도 너무하네. 어쩌다 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됐을까?”라고 덧붙였다. 송영철 국장은 지난 20일 오후 팽목항 상황본부의 세월호 침몰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안전행정부는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송영철 국장의 지위를 박탈하고 대기 발령시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념촬영 하려다 송영철 안행부 국장 직위해제…진중권 “일베 수준”

    기념촬영 하려다 송영철 안행부 국장 직위해제…진중권 “일베 수준”

    ‘기념촬영’ ‘송영철 안행부 국장’ ‘진중권’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기념촬영을 시도해 직위를 해제당한 송영철 안전행정부 국장을 비판했다. 진중권 교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 트위터에 ‘사망자 명단 앞 기념촬영, 안행부 국장 직위박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한 뒤 “그 앞에서 인증사진 찍을 기분이 나냐. 이 정도면 일베수준”이라는 글을 올렸다. 진중권 교수는 “해도 해도 너무하네. 어쩌다 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됐을까?”라고 덧붙였다. 송영철 국장은 지난 20일 오후 팽목항 상황본부의 세월호 침몰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안전행정부는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송영철 국장의 지위를 박탈하고 대기 발령시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3~14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 최고가 된 최고

    [2013~14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 최고가 된 최고

    “어머니의 나라에서 뛰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2010년 프로농구연맹(KBL) 귀화 혼혈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한 문태종(39·LG)은 실력도 출중했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12년 동안 유럽에서 활약하고 2006년 유럽 올스타에 뽑힌 그는 원 소속팀 해모파름(세르비아 1부리그)의 강한 만류에도 한국행을 선택했다. 그 뒤 4년이 지나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된 그는 마침내 선수 최고의 상인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동생 문태영(36·모비스)이 플레이오프(PO) MVP를 거머쥔 뒤 나흘 만에 “형제 만세”를 외쳤다. 문태종은 1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14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98표 중 71표를 얻어 MVP로 선정됐다. 시즌을 앞두고 전자랜드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문태종은 경기당 평균 13.5득점(국내 선수 4위), 4.0리바운드로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귀화 혼혈선수로는 처음으로 MVP 트로피를 들었고, 2008~09 시즌 주희정(당시 32세)을 뛰어넘어 최고령 수상 기록도 세웠다. 수상 소감 발표에 앞서 문태영과 포옹을 나눈 문태종은 “좋은 동료와 코치진이 있어 상을 타게 됐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한국말로 “팬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며 응원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한복을 차려입고 시상식장을 찾은 문태종의 어머니 문성애씨는 “(내 아들 둘 다) 최고다. 태종이가 상을 받을 때 많은 눈물이 났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KT의 ‘명품 슈터’ 조성민(31)은 22표로 2위에 그쳤다. 평균 15.0득점으로 국내 선수 1위에 올랐고 자유투 56개를 연속 성공하는 신기록도 세웠으나 ‘우승 프리미엄’을 안은 문태종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은 69표를 받은 김종규(LG)에게 돌아갔다. 28표에 그친 경희대 동기 김민구(이상 23·KCC)를 여유 있게 제쳤다. 지난해 10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뽑힌 김종규는 평균 10.7득점, 5.1리바운드로 활약했다. 감독상은 김진 LG 감독(89표)이 2001~02 시즌과 2002~03 시즌에 이어 11년 만에 세 번째 영광을 안았다. 김 감독은 문태종과 김종규, 김시래 등 새로 영입한 선수들을 바탕으로 지난해 8위에 그쳤던 팀을 정규리그 1위로 끌어올린 지도력을 보였다. MVP와 신인왕, 감독상까지 싹쓸이한 LG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에 2승4패로 져 창단 첫 우승을 놓친 아쉬움을 달랬다. 한 팀이 MVP·신인왕·감독상을 독식한 것은 2001~02 시즌 동양(현 오리온스)과 지난 시즌 SK에 이어 세 번째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생명, 뿌리, 비움 조형 미학에 담다

    생명, 뿌리, 비움 조형 미학에 담다

    “요즘은 길이 너무 많아요. 아스팔트길, 시멘트길 등 빠르게 다니는 길들이 넘쳐나죠. 그런데 나는 길이 없어 다행입니다. 남 눈치 안 보고 그냥 뚜벅뚜벅 걸으면 그만이지요. 나무꾼이 장작을 구하고 심마니가 산삼을 찾듯 신념을 갖고 내 발만 따라가면 되지요. 이 길은 산 구석구석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게 만들고 언젠가는 ‘심봤다’를 외치게 합니다. 물론 산삼 뿌리를 찾지 못해도 그만이지요.” 밥술을 뜨는 둥 마는 둥 점심 식사를 마친 노화가는 미술관 앞에서 기어이 휠체어에 주저앉았다. 기력이 쇠한 듯 제자가 끄는 휠체어에 의지해 전시실로 향했다. 어느새 기운을 차린 그가 200여점의 작품이 걸린 자신의 전시실 앞에서 몸을 추스르고 일어섰다. 한국 추상조각의 개척자로 꼽히는 최만린(79·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작가의 평생 화두는 한국 조각의 정체성 확립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 근현대 격동기를 거치며 작업해 온, 한국 현대 미술의 산증인이다. 그가 60년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대규모 전시회를 오는 7월 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마련한다. 생명, 뿌리, 비움의 조형 미학을 오롯이 담아낸 회고전이다. 전시실에서 마주한 작가는 변함없는 예술론을 끄집어냈다. “머리는 도구일 뿐이에요. 지식은 지식으로만 판단하면 되고 ‘물성’과 ‘인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인간이란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예술을 할 수 없어요.” 작가는 그래서 가장 원초적인 춤은 신이 내려 움직이는 무당의 굿이며 조각의 시작은 토속신앙을 담은 장승박이라는 지론을 펼친다. 1부 ‘인간’(1958~1965)에선 ‘이브’와 같이 왜곡된 인체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2부 ‘뿌리’(1965~1977)에는 서구 조각 전통을 이은 인체 조각에 대한 회의, 한국 조각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근대적 형상을 지향하되 동양적 전통에서 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한자의 서체를 형상화한 ‘천지현황’(天地玄黃) 시리즈로 구체화됐다”는 설명이다. 3부 ‘생명’(1975~1989)은 우주나 자연의 이치라는 형이상학적 차원의 본질 탐색에서 벗어나 그것을 인간적 차원으로 구체화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4부 ‘비움’(1987~2014)에선 10여년간 ‘태’ 연작에 몰두했던 작가가 다시 본질의 세계로 돌아와 ‘점’과 ‘O’ 연작에 매진했던 시기의 작품을 보여준다. “점은 형태가 탄생하는 순간으로, 모든 것의 시작을 상징합니다. 화선지에 붓으로 점을 찍으면서 점과 선, 면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차원을 경험했죠.” 그는 잠시 윗옷에 감춰 놓은 피처폰을 꺼내 짤막한 단문 메시지를 보여줬다. “예전 덴마크에 초청받아 갈 때 ‘언제 어디서 전시가 열리니 오시라’는 내용을 직접 편지에 담아 보냈더군요. 현지에 가 보니 틀림없습디다. 전 스마트폰을 보면 끔찍해요. 요즘 젊은이들은 사랑도 문자를 통해 한다면서요. 알고 느끼는 것이 사랑인데, 그건 사랑이 아닙니다.” 다음 달 전시실에선 시각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전시 체험이 이뤄진다. “조각작품을 직접 만지며 느끼라”는 노작가의 인간과 생명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반영된 자리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봄 향기 가득한 봄나물… ‘목화토금수’ 온라인에서 만나요

    최근 신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 선정된 6차 산업은 1차 산업(농축수산업)과 2차 산업(제조·가공업), 그리고 3차 산업(서비스업)을 모두 아우르는 복합산업으로, 농·축·수산물 등을 생산만 하던 농가가 직접 고부가가치 상품을 가공하고 향토 자원을 이용해 체험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업으로 확대시켜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을 말한다. 이러한 6차 산업은 유전자 자원인 종자 산업을 포함하여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집중적이고 장기적인 관심을 갖고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러 분야에서 관심을 갖고 노력 중이지만,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시설과 투자가 열악한 소규모 농가가 대부분이며, 판로 또한 유통단계가 복잡해 생산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불만족스럽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더 나은 제품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개발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움을 탈피하기 위해 한국농어촌공사가 민간 사업자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햇수로 4년차를 맞이하는 ‘목화토금수’는 한국농어촌공사가 한방약초를 농업 분야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시키고자 12개 시, 군과 공동으로 개발한 순수 국산 한방약초 브랜드이다. 2013년 국가브랜드 대상에서 지역·농식품·문화분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한 목화토금수는 우수한 우리나라의 한방 약초 가공을 통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 공급을 넘어 해외 시장까지 사업규모를 확대하여 농가의 소득 창출과 농어촌 경제 활성화, 궁극적으로는 전세계에 식품 한류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는 동양철학의 근본인 음양오행(陰陽五行)에서 오행에 속하는 사람의 생활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지상의 다섯가지 요소인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의 의미를 담고 있다. 친환경 우리 농산물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균형과 상생을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온라인 eshop(www.목화토금수.com)과 웰빙 한방문화 명품 공간으로 한방카페를 조성하여 순수 국산 약초의 효능을 쉽게 체험하고, 건강한 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목화토금수는 싱그러운 봄을 맞이하여 평창, 홍천 등지의 청정지역에서 수확하는 곰취, 명이(산마늘), 부지갱이, 곤드레 등 봄 향기 가득한 봄나물을 목화토금수의 온라인 eshop(www.목화토금수.com)을 통해 한정수량 판매한다. 기존 여러 단계의 중간 유통라인을 없애고 직접 농가에서 나물을 배송해주는 직거래 방식으로 청정 생산지의 로컬푸드를 직접 소비자에게 전달하여 농가의 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우리 먹거리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 목화토금수는 앞으로 우리 농가를 돕기 위한 산지 직거래 행사를 온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KT 이어 삼성도… 구조조정 ‘태풍’ 예고

    KT 이어 삼성도… 구조조정 ‘태풍’ 예고

    재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8일 KT가 2만여명 대상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계열사 사업개편을 단행한 삼성그룹 역시 삼성중공업 등 핵심계열사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업으로의 확산이 예상된다. 13일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나 정치권의 영향을 많이 받는 KT에 이어 재계 1위 삼성까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기업들이 체감하는 위기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했지만 눈치만 보던 기업들이 ‘이제 맘 놓고 구조조정을 해도 되는구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재계 구조조정 바람은 삼성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이 조만간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조직통폐합 등에 들어갈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삼성은 지난 2~3월 150여명으로 구성된 경영진단팀을 파견해 두 달에 걸쳐 삼성중공업의 상황을 꼼꼼히 살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익은 각각 전년대비 24.2%, 20.6% 감소했다. 삼성중공업 한 관계자는 “경영진단을 위해 이처럼 많은 인원이 온 것은 처음”이라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역시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 부문에 대한 새판짜기도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금융계열사인 삼성카드와 삼성생명 등은 조직을 통폐합시키고 임직원 수를 줄였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이번 구조조정 규모가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구조조정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1998년엔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타의에 의해 제살깎기식 구조조정을 했다면, 지금의 구조조정은 자발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구조조정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건설사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을 합병했다. 화공플랜트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에너지 분야 건설수주에 힘들 쏟으려는 것이다. 한화그룹도 자회사인 드림파마와 한화L&C 건축자재 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지난달 취임하면서 비핵심사업의 중단·매각·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20~30위권 기업들은 존폐를 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STX와 동양그룹이 지난해 이미 해체됐고, 동부·현대 그룹 등은 은행권 채권단의 관리를 받아 고강도 자구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화’ 놔두면 병 버리면 약

    ‘화’ 놔두면 병 버리면 약

    ‘대화로 시작해 말다툼으로 끝나는 가족관계, 자기 일을 나에게 미뤄놓고 퇴근해버린 회사 선배, 승진해 벌써 상사가 된 입사 동기,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려도 그저 잘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분위기가 화병(火病)을 만들고 있다. 화병은 억울하거나 답답한 감정, 속상함 등의 스트레스가 장기간 쌓여 신체적 증상으로 발현되는 증후군으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과는 조금 다르다. 말 그대로 치미는 울화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생기는 ‘울화병’이다. 성내지 않고 참는 문화가 강한 한국 등 동양권에서만 나타나는 질환이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과질환통계분류’에 문화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화병’(Hwabyung)이라는 한국 병명이 소개돼 있다. 화병은 시댁·남편·자식과의 갈등을 안고 사는 50대 주부들에게 주로 나타나지만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과 취업준비생들에게서도 잘 나타난다. 만성적인 분노를 억제한 결과 생기기 때문에 뚜렷한 발병시기도 없다. 직장인의 경우 입사 4~5년이 지나면 동료들 사이에 우열이 생기고 자신의 승진이나 인사문제가 직결되기 때문에 그만큼 스트레스가 커져 화병이 잘 생긴다. 조기퇴직 또는 명예퇴직자가 많은 40~50대는 그동안 몸 바쳐 일했던 회사에 대한 배신감, 낯선 사람을 바라보듯이 하는 가족들의 냉담한 시선 때문에 상처받아 가슴속에 화를 갖게 된다. 고객 앞에 언제나 ’을’(乙)이 될 수밖에 없는 판매직원 등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화병의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 구직자 10명 중 6명이 화병을 앓은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또 며느리가 아닌 시어머니로 화병의 분포도 다양해지고 있다. 화병의 증상은 우울증과 유사하다. 화병임상진료지침을 만들기 위해 16개 한방병원이 참여해 2008년부터 4년간에 걸쳐 화병진단환자 93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복수응답)를 벌인 결과 가슴 답답함(85명), 두통(75명), 가슴 두근거림(73명), 잦은 한숨(72명), 건망(68명), 어깨 혹은 뒷목 통증(64명), 입 마름(58명), 눈 피로(54명), 어지러움(51명)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실제로 화병과 함께 우울 장애, 불안장애, 공황장애, 감정 부전장애, 감별불능신체장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화병만 있는 환자들은 우울증 환자들과 달리 누군가를 만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분노와 억울함을 털어놓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 절반 이상이 우울감을 호소하지 않는다. 울화가 신체증상으로 나타난다는 점도 우울증과 다르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가 화병으로 발전하는 단계를 ‘분노기-갈등기-피로기-증상기’등 4단계로 나눈다. 남편의 외도에 충격을 받은 주부를 예로 들면 처음 충격을 받았을 당시는 분노가 심하게 나타나지만 그 시기가 지나가면 갈등기가 찾아온다. 이혼과 이에 따른 자녀 양육 문제, 남편과 문제를 풀고 싶은 생각, 이혼하고 싶은 생각이 교차하면서 어지럽거나 입이 마른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갈등기가 장기간 지속되는 동안 스트레스를 오래 참게 되면 상대방과의 싸움을 포기하고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 고칠 수 없다는 무력감을 갖게 되는 피로기에 접어든다. 피로기가 지속된 이후 증상기가 나타나면 지금까지 억눌렀던 울화와 갈등, 무력감이 터져 화병 증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를 그냥 방치하면 불안증, 우울증, 협심증과 심장신경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들이 화를 삭이며 병을 키우는 이유는 다양하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구직자 661명을 대상으로 ‘구직활동으로 인해 화병 앓은 경험’을 조사하면서 왜 화를 내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지를 묻자 절반 이상인 52.1%가 ‘화를 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취업만 하면 나아질 문제라서’(17%), ‘원래 참는 성격이라서’(11.2%),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것 같아서’(7.1%)등의 이유를 들었다. 강동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는 “화를 참기만 하지 말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며 “급작스러운 화가 가라앉은 후 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화가 치밀어 올라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 화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연습을 해보자. 우선 마음을 가라앉히고 양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린 뒤 똑바로 선다. 그다음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뒤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큰 원을 그리듯 머리 위까지 올린다. 이어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한 뒤 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몸의 안쪽에서 아랫배까지 내려준다. 이 동작을 3회 정도 반복하면 기가 안정된다. 또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뒤 몸의 중앙을 따라 심장부위까지 올리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쉬면서 손바닥을 머리 위로 올릴 때 ‘허어’하고 소리를 낸다. 심장 부위에서 손이 한 바퀴 돌면서 심장에 쌓여 있는 화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방법으로 5회 정도 반복한다. 이 동작을 응용해 폐장 내 기운을 밖으로 내보낼 수도 있다. 먼저 같은 방법으로 손바닥을 심장부위까지 끌어올린 뒤 숨을 충분히 마시고 나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도록 해 손을 뻗으며 ‘쉬이’하고 소리를 내는 동작을 5회 반복한다. 심장과 폐장의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고 나서는 기를 다시 안정시키기 위해 처음에 했던 기본동작을 3회 반복한다. 이 동작은 화가 막 났을 때 시도해보면 좋다. 화를 바로 밖으로 내보내 몸에 쌓이지 않도록 하고, 화를 다른 사람에게 터뜨리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화가 폭발한 경우에도 이런 방법으로 전신의 경직을 풀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아 경직된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면 스트레스가 체내에 쌓여 다음 날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그날의 스트레스는 그날 푸는 게 좋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도움말 강동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
  • 비만인 체중 2.8㎏ 증가하면 당뇨 위험 최고 53%‘↑’

    비만 상태인 사람은 2년 동안에 체중이 2.8kg 늘어날 때마다 당뇨병 위험이 50% 가량 높아진다는 대규모 코호트 조사 결과가 제시됐다.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대사작용, 비만 관리와 함께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고 알려진 가운데 비만 상태에서의 체중 증가에 따른 당뇨병 발병 비율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주목된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원장 신호철) 코호트 연구소의 유승호·장유수·정현숙 교수팀은 체질량 지수(BMI)가 25 이상인 사람들은 대사 상태와 관계없이 2년 간 체중이 2.8kg 증가할 때마다 당뇨병 위험이 21%에서 최고 53%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이 연구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만 30~59세의 성인 남녀 3만 5000명을 5년 이상 추적조사해 집계한 자료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당뇨병의 발생은 비만(체질량 지수) 및 대사 상태, 체중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라며 “특히 대사 이상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비만 지수가 증가해 당뇨병 발병 위험이 최대 5배 이상 높았다”고 설명했다. 체질량지수(BMI)란 키와 몸무게로 지방의 총량을 추정하는 비만 측정법으로,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예컨대 키가 160㎝이고 몸무게가 60㎏인 사람의 체질량지수는 60÷(1.6×1.6)=23.4가 된다. 이 수치가 20 미만이면 저체중, 20~24이면 정상체중, 25~30이면 경도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본다. 최근 동양권에서는 비만 인구 증가로 인한 당뇨병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고도 비만이 아니더라도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당뇨병이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 유승호 교수는 “이런 점을 감안해 중년기에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만 지수뿐 아니라 대사 상태와 최근의 체중 변화 등 종합적인 건강 상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유산소운동과 함께 근육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체내 칼로리를 소모하는 신진대사인 기초대사율을 높여 나잇살이 붙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비만학회 공식 저널 ‘Obesity’ 온라인판에 실렸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커버스토리] 물전쟁 승리한 ‘하이트’ 15년만에 뒤집은 ‘카스’

    [커버스토리] 물전쟁 승리한 ‘하이트’ 15년만에 뒤집은 ‘카스’

    ‘물고 물리는 물(水)전쟁.’ 한 주류업계 임원은 1990년대 급박하게 돌아갔던 맥주 시장을 이렇게 회상했다. 페놀 유출 사건을 시작으로 점유율 판도가 뒤바뀌었고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맥주)와 동양맥주(현 오비맥주)라는 전통적인 양강 구도를 비집고 ‘카스’ 열풍이 불었다. 그는 “경쟁이 전쟁 수준으로 치달았고 당시 업체 사장들은 서로 만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엎치락뒤치락 치열했던 맥주 시장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사태를 전후로 하락세를 탔고 급기야 기업의 운명까지 갈랐다. 국내 맥주 시장의 역사는 하이트진로 및 오비맥주의 사사(社史)와 궤를 같이한다.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조선맥주와 오비맥주의 전신인 소화기린맥주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치열한 물 전쟁을 벌여 왔다. 해방 후에는 조선맥주와 동양맥주가 각각 그 맥을 이었다. 1990년 초반까지는 동양맥주가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이어 갔다. 만년 2위였던 조선맥주가 승기를 잡은 건 1991년도다. 그해 3월 낙동강 유역의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페놀이 유출됐다. 두산전자 페놀 원액 저장 탱크에서 페놀수지 생산라인을 연결하는 파이프가 파열된 게 원인이었다. 30t의 페놀이 유출됐고 국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국 각지에서 두산 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졌다. 두산 계열사인 동양맥주 버리기 캠페인까지 벌어졌다. 당시 업계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도 아닌데 동양맥주를 향한 세간의 비난은 어마어마했다”면서 “사고 이후 또다시 페놀이 유출되면서 사태가 악화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두산 페놀유출… 동양맥주에 불똥 불매운동까지 환경부 장·차관이 경질됐고 총수인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이 물러났다. 아니나 다를까 1993년 조선맥주의 반격까지 시작됐다. 조선맥주는 기존의 맥주 브랜드인 ‘크라운’ 대신 천연 암반수 콘셉트의 ‘하이트’로 이른바 물 전쟁에 불을 붙였다. ‘맥주의 90%는 물. 맥주를 끓여 드시겠습니까?’라는 하이트의 도발적인 광고 문구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페놀 사건 이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수질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탁월한 한 수였다. 절대 강자 동양맥주의 시장점유율엔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1994년에는 진로쿠어스가 카스맥주를 들고 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양강 구도였던 맥주판이 한치 앞도 모르는 전쟁터로 뒤바뀐 것이다. 1996년 그렇게 조선맥주(43%)는 동양맥주(41.7%)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2.3% 포인트의 근소한 차이였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이후 오비맥주는 15년간 한 번도 시장 1위를 되찾지 못했다. 잘나갈 것만 같았던 맥주 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거품이 꺼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시 각 기업들은 맥주 소비가 늘 것이라는 막연한 예측으로 앞다퉈 빚을 끌어들여 맥주 생산량을 늘렸다”면서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맥주 소비가 줄어 기업들이 휘청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진로그룹은 1997년 부도를 냈다. 맥주 사업에 손을 댄 후 자금난이 심화된 데다 건설, 유통 부문의 적자가 겹치자 모기업인 진로그룹이 고꾸라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맥주 사업에 거액을 투자한 것을 부도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맥주 부문은 오비맥주가, 소주 부문은 하이트맥주가 각각 사들였다. ●조선 “맥주 끓여드시겠습니까” 도발적 광고 이후 점유율 1위 올라 한 시절을 호령했던 동양맥주도 외환위기의 칼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페놀 사건 이후인 1995년, 두산종합식품과 두산음료를 동양맥주에 합병해 사명도 오비맥주로 바꾸는 등 재기를 노렸지만 돈줄이었던 맥주 사업의 부진은 곧바로 그룹 자금난으로 이어졌다. 이듬해에는 시도 때도 없이 부도설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가운데 실질적인 주인도 바뀌었다. 1997년 오비맥주는 당시 세계 4위 맥주 회사였던 벨기에 인터브루(현 AB인베브)에 지분 50%를 매각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뼈아픈 선택이었다. 1999년 진로로부터 카스맥주를 인수하기도 했지만 점유율은 여전히 40% 초반에 머물렀다. 그리고 2001년 두산그룹은 그룹 모태나 다름없는 지분을 완전히 정리했다. 식음료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도 처분하며 중공업, 기계 등 중후장대형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오비맥주의 주인인 인터브루는 2009년 7월 사모펀드 투자 기업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에 지분을 매각했다. 당시 오비맥주 관계자는 “인터브루는 비용 절감을 위해 오비맥주 경영에 깊이 관여했다”면서 “KKR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오비맥주 경영진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줬고 오비맥주는 과거 인터브루 시절 아낀 자금력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각 당시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43.7%였다. 그러나 2011년 말 오비맥주는 국내 시장점유율 50%를 넘기며 하이트진로를 눌렀다. 지난해 3월 기준 오비맥주는 60% 점유율로 업계 수성을 하고 있다. 몰락한 맥주 명가 오비맥주는 어떻게 부활에 성공했을까. 때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호림 오비맥주 사장은 오비 대신 진로로부터 인수한 ‘카스’ 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수십년간 국내 시장에서 군림해 온 오비 브랜드를 버리겠다는 파격적인 전략이었다. 임직원의 반대가 거셌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당시 오비맥주 직원들은 과거의 브랜드를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면서 “당시 자칫 낡아 보이는 오비의 이미지를 버리고 정통성은 떨어지나 상승세를 타는 카스 브랜드로 젊은 층을 집중 공략했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작년 오비 1위 탈환… 2000년대 이후 프리미엄 경쟁 하이트맥주는 1998년 회사 이름을 아예 하이트맥주로 바꾸고 꾸준히 업계 1위를 다져 나가고 있는 상태였다. 오비맥주는 먼저 국내 최초 비열 처리 맥주인 카스의 신선한 맛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또 톡 쏘는 상쾌함을 강조하며 젊은 층을 노렸다. ‘카스 후레쉬’에 이어 ‘카스 레드’ ‘카스 레몬’ ‘카스 라이트’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과거 다소 획일화된 맥주 맛에서 탈피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철저하게 세분화한 오비맥주의 전략은 시장에 정확히 먹혀들었다. 한편 2000년대 이후 맥주 시장은 프리미엄 경쟁으로 치달았다. 외국 맥주의 수입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화됐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 맥주는 ‘폭탄주 전용 맥주’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2010년에는 수입 맥주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위기감을 더했다. 실제로 2008년 전체 맥주 시장의 3.5%에 불과하던 프리미엄 맥주 시장은 2010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해 2012년에는 5.4%까지 됐다. 프리미엄 맥주에 대한 수요 증가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으나 하이트진로맥주와 오비맥주는 다소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0년 8월 프리미엄 맥주인 ‘드라이피니시d’로, 오비맥주는 2011년 3월 오비 골든라거를 출시해 제2의 맥주 맛 전쟁을 벌여 왔다. 그리고 양 사는 올해 유통 공룡 롯데주류의 맥주 시장 합류로 제3의 맥주 전쟁을 준비 중이다. 물론 80년의 맥주 역사 속에 이 두 맥주 회사만 있었던 건 아니다. 섬유업체 삼기물산과 독일의 이젠백이 합작한 한독맥주는 1975년 정통 독일맥주를 표방한 이젠백맥주를 출시해 한때 시장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리는 등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백맥주는 양대 선발업체의 강력한 견제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1977년 조선맥주에 인수됐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한방암치료 소람한방병원, 김의신 박사 초청 강연

    한방암치료 소람한방병원, 김의신 박사 초청 강연

    한방암치료 소람한방병원은 암 환자들을 위해 세계적인 암 권위자로 알려진 김의신 박사의 특별강연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미국 텍사스 대학교 MD엔더슨 암센터에서 31년간 종신교수로 재직하고 ‘미국 최고의 의사’로 수 차례 선정되었던 인물로 알려졌다. 김 박사는 이날 약침, 쑥뜸 등의 면역요법을 통해 암환자를 진료하는 소람한방병원을 방문, 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강연을 성황리에 실시했다. 특히 김 박사는 암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인식 차이, 암 환자들을 위한 음식 관리와 마음가짐 등 양한방 통합 암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조언했다. 소람한방병원 성신 병원장은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병행하는 통합의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치료율 향상,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통합적인 시각으로 환자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박사는 강연 후 한방암치료 소림한방병원 의료진의 진료 시스템을 둘러 보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열린세상]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분쟁 조정제도/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분쟁 조정제도/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요새 금융권의 화두는 뭐라 해도 금융소비자 보호다. 상호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동양그룹 사태 등에 따른 금융 소비자 피해의 발생과 최근 신용카드사의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도 금융감독기구 체제 개편과 연관해 별도의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를 설립하는 입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대세인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사전적 보호와 사후적 보호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금융기관의 금융 상품 불완전 판매나 금융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잘 감시, 감독하는 사전적인 측면과 금융소비자에게 발생한 피해의 효율적 구제 체제의 구축이라는 사후적인 측면이 있다. 사전적 보호 못지않게 사후적 보호 측면도 중요하다. 실효적인 금융 분쟁 조정(調停) 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조정은 조정 기구가 분쟁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유도해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소송 이외의 대체적 분쟁 해결 수단의 대표적인 것이다. 대부분의 금융 분쟁 사건이 소액이고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조정 제도가 금융 분쟁 해결에 적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행 금융 분쟁 조정 제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제한적인 조정 전치주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 소비자가 조정을 통해서 금융 분쟁을 해결하고 싶어도 상대방인 금융기관이 응하지 않으면 조정 절차가 개시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정한 소액 금융 분쟁 사건의 경우에는 조정 절차를 거치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소액 사건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도입한다면 상대적으로 약자인 금융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위헌 시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금액은 소액사건심판법의 적용 대상인 2000만원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조정 절차 진행 중에는 금융 소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금융기관이 소송으로 이탈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조정 절차 중 당사자 일방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조정 절차가 중지된다. 그래서 금융기관들이 조정 절차 중에 소송을 제기하는 금융 분쟁 사건이 많아 조정 제도의 실효성이 반감되고 있다. 이 역시 재판청구권 침해의 주장도 있을 수 있으나, 재판 청구권 행사를 완전히 막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셋째는 금융 소비자가 조정안을 수락하면 다른 당사자인 금융기관도 무조건 수락하게 하는 것이다. 조정 제도는 당사자의 일방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하지 않게 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금융 소비자가 조정안을 수락하고 싶어 해도 금융기관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정안은 실효성이 없게 된다. 이 역시 재판청구권 침해의 논란이 제기될 수 있지만, 일정한 금액(예를 들어, 2000만원) 이하인 소액 분쟁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한다면 위헌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외국 입법례도 있다. 영국이나 호주의 경우도 소액 사건의 경우에는 이러한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넷째는 집단 금융 분쟁 조정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 분쟁의 경우 대부분 소액, 다수의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 펀드 관련 분쟁이 대표적이다.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는 분쟁 사건의 경우 이를 집단적으로 조정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조정이 성립한 경우에 조정 당사자는 아니지만 피해를 입은 금융 소비자에게도 조정 결정에 따른 보상을 하도록 한다면 훨씬 효율적인 금융 소비자 피해 구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금융 분쟁 사건을 처리하는 금융감독원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의한 분쟁 조정 절차에는 이 제도가 아직 도입돼 있지 않다. 이 외에도 현재 금융감독원의 금융분쟁조정위원회,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위원회, 한국금융투자협회의 분쟁조정위원회, 대부업분쟁조정위원회 등 여러 기구로 나뉘어져 있는 금융분쟁 조정기구를 통합해 독립된 분쟁조정기구를 만드는 것도 효율성 면에서 필요하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 설립 논의 못지않게 운영상의 제도 개선도 중요하므로 국회에서 이러한 논의가 같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8년째 도서관에 ‘출근’하는 박춘씨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8년째 도서관에 ‘출근’하는 박춘씨

    도서관과 주식, 세계관. 세 단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고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박춘(62·서울 강동구 둔촌동)씨에겐 그의 후반부 인생을 지배하는 키워드이자 서로 일맥상통한다. “세상을 살다 힘들고 어려울 땐 도서관으로 가라.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3년간 책을 읽어라. 그러면 지금과 다른 세상이 보이고 다른 삶을 찾을 수 있다.” 서울 송파구 동남로 263 송파도서관에서 8년째 책을 보고 있는 박씨는 두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는 2006년 가을부터 지하철을 타고 도서관으로 출퇴근을 계속하고 있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주는 건 도서관’이라는 그의 지론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회사나 학교를 다니며 바쁠 때는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 미처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찾게 된다. 그는 “도서관에 오면 그동안 흘려 넘겼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면서 “책을 읽으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을 하게 되면 뭔가 정리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는 또 “한 시대의 천재와 수재들이 온 힘을 쏟아부어 평생을 통해 터득한 지식과 지혜를 단 몇 시간 또는 며칠의 독서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 우리는 보통 행운아가 아니다”라고 했다. 봉제공장, 부동산중개업 등 자영업을 하며 살아오던 그는 2003년 가을 병원에 입원했다. 진단을 해보니 몸이 굳는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일명 ‘대나무병’으로 불렸다. 8개월 동안 병원을 다니며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았다. 의사가 1시간 이상 움직이라고 해 동네 운동장을 돌며 몸을 추슬렀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60만원을 줘 주식을 했다. 집안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자는 생각이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6개월 지나니 20만원이 남아 아들에게 돌려줬다. 2006년 11월부터 송파도서관에 나오기 시작했다. 아파트를 팔아 상가를 구입했으나 시행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빈털터리가 됐다. 아픈 몸으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아내가 근근이 생계를 꾸려갔지만 고교와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기엔 힘에 부쳤다. 인생의 나락에 빠져든 느낌이었다. 우연히 신문에서 강태공에 대해 쓴 칼럼을 읽었다.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리던 강태공이 70대에 위수에서 주 문왕을 만나고, 80대에 목야에서 은나라를 쳐부수고 재상이 돼 제나라 시조가 됐다는 내용이다.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강태공은 여든에 세상을 움직였는데 예순도 되지 않은 내가 움츠려 들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나이를 잊어 먹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건강을 되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도서관을 찾았다. 제대로 공부해서 주식도 해보기로 했다. 경제학, 회계학 등 경제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밑바닥을 다졌다. 워런 버핏과 벤자민 그레이엄의 주식 분석에 대한 책도 읽었다. 3년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가 준 100만원으로 다시 주식을 했다. 다행히 경제에 대한 기반을 다진 때문인지 손실을 보지 않았다. 그의 주식에 대한 기본원칙은 두 가지다. 첫째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고평가가 되면 매매한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과 같은 주식투자 달인들의 투자법이다. 또 하나는 재물의 값이 떨어지면 이제 오를 일만 남았고 반대로 값이 올라가면 내려간다는 것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나오는 내용이다. 주식의 가치는 경제학과 회계학을 공부하면 알 수 있다. 소액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나 애널리스트를 두고 있는 펀드사 등에 비해 자본력이 뒤지고 정보에 어둡다. 개미들이 큰 손을 당해낼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개미들처럼 주식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없다. 주식 매매의 기동성은 소액투자자들이 훨씬 뛰어나다. 그렇다면 주식이 쌀 때 사서 갖고 있다 값이 오르면 팔면 된다. 그는 이 원칙을 고수해 두 번째 주식투자에서는 실패를 하지 않았다. 수익률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주식은 두렵고 알면 알수록 겁이 난다고 했다. 주식을 하기에는 경제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문명의 시원, 자본주의 태동 등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로마, 중국, 영국·프랑스·독일, 일본 등 강국의 역사에 대해 공부했다. 자본주의를 태동시킨 중세 유럽사와 케인즈학파에 대해서도 책을 읽었다. 왜 근대로 접어들면서 서양이 동양을 점령하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이 일어났을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서구 문명이 오늘날 어떻게 지구의 표준적인 가치척도가 됐을까. 궁금증이 커지자 스스로도 종잡을 수 없었다. 마음 가는 대로, 닥치는 대로 책을 봤다. 동·서양 철학, 사상사, 신학, 사회사…. 송파도서관 3층에서 책을 보는 그는 종종 눈이 아프면 2층 어문학실로 가 잡지를 본다. 우연히 수필문학을 읽다 수필가를 공모한다는 공고를 봤다. 디지털에 문외한 이어서 휴대전화도 없는 그는 아들을 시켜 평소 써놓은 글 5편을 워드프로세서로 쳐 보냈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당선통지서가 날아와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는 수필반 동료에게 보낸 편지에서 “수필 장르는 체험의 문학으로, 나의 체험을 객관화하면서 나를 비추어보는 인간탐구의 문학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서 “통찰(성찰)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 데서 수필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인간이 살아온 자취와 생각의 틀을 지나치게 되면 글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러한 체험과 이를 기반으로 한 사유의 틀은 독서로 얻은 철학, 역사 등 지식을 통해 더 다듬어지고 심화될 것”이라면서 독서관을 피력했다. 그의 사고의 중심은 경제에 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문명은 소유권 보장과 사유권의 확대, 확장을 통해 진보해왔다”면서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세상을 이해하기 쉬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철학이야기’,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철학의 탄생’ 등 철학도서를 추천한 뒤 우리가 뿌리 내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알기 위해서는 ‘헌법이야기’ ‘이승만의 삶과 국가’ ‘한국전쟁’을 일독할 것을 권했다. 또 ‘존 메이너드 케인즈 Ⅰ,Ⅱ’ ‘자유의 길’ ‘국부론’ ‘자본론’ 등의 경제관련 책을 추천했다. 그는 오전 11~12시쯤 도서관으로 와 4~5시간 책을 보고 1시간 남짓 공원을 산책한 뒤 오후 7시쯤 아내 가게로 가 함께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간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종종 생각을 글로 옮기기도 한다. 서세동점에 대해 글을 쓰려다 보니 우선 우리나라 역사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있다. 1년 반이나 됐다. 세종, 세조, 선조, 인조실록을 떼고 요즘에는 광해군조를 읽고 있다. 그는 올바르게 살아가려면 옳음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하고 그래야지만 옳음을 체화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의 가방끈이 긴 것은 아니다. 전남 보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학력의 전부다. 그러나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과 안목을 길렀다. 이제 생을 정리할 나이가 됐다. 그는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한 번쯤 사회와 단절돼 도서관에 파묻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작은 목표를 세우면 분별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책을 좋아하면 괜찮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도서관에 오는 것이 고역이지 않겠느냐고 묻자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책과 담을 쌓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책과 인연이 있는 나를 찾을 수도 있다”면서 “도서관은 숨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코 나이 때문에 망설이지 말라”고 덧붙인다. 그는 책을 소화하는 방법은 저자의 지식과 체계를 다시 한번 자신의 사유의 공간을 거쳐 가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독서는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지만 산책을 하면 흡수한 지식을 다시 끄집어 내 나의 체계로 재해석하고 재정리하게 돼 독서보다 산책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책을 덮고 목련, 진달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오금공원으로 나갔다. stslim@seoul.co.kr
  •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숨긴 골동품 330점 찾아… 가압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숨긴 골동품 330점 찾아… 가압류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이 숨긴 것으로 추정되는 골동품 330여점이 동양네트웍스 회생 절차 도중 관리인에 의해 발견돼 법원이 전격 가압류에 나섰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수석부장판사 윤준)는 지난 8일 현 회장 부부 소유의 미술품, 도자기, 고가구 등 골동품 330여점에 대한 보전 처분을 내렸다. 이 골동품은 회생절차 관리인으로 지정된 김형겸(49) 전 동양네트웍스 상무보가 지난 4일 서울 논현동 동양네트웍스 사옥과 가회동 회사 소유 자택에서 발견해 법원에 알린 것이다. 동양네트웍스는 검찰이 지난해 10월 현 회장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을 벌인 계열사 중 한 곳이다. 현 회장 측은 가압류 직전 현장에 트럭을 보내 골동품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으나 관리인이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대규모 자산을 법원이 극적으로 확보함에 따라 출처와 은폐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가압류한 골동품의 강제집행을 위해선 별도 재판이 있어야 한다”면서 “나중에 경매를 하더라도 현재로선 시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동양네트웍스 회생 절차를 맡고 있는 재판부는 조만간 재판을 통해 현 회장의 손배 책임 유무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서는 골동품의 출처와 은폐 경위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고음악, 하모니

    고음악, 하모니

    첼로의 전신인 비올라 다 감바(비올)는 아랍의 현악기 레밥을 기원으로 한다. 레밥이 유럽으로 건너가 작고 가벼운 음을 내는 현악기 레벡이 됐고 비올을 거쳐 첼로로 변화했다. 현대 악기의 근원이 된 아랍 악기의 고색창연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오는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고음악의 거장 조르디 사발(73)이 1974년에 창단한 고음악 연주 단체 ‘에스페리옹 21’과 함께 올리는 ‘동양과 서양: 영혼의 대화’다. 옛 스페인 음악사를 조망해 온 사발에게 이번 공연은 “평생 추구한 예술 세계의 압축판”이기도 하다. 이준형 음악칼럼니스트는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생성된 이베리아반도의 음악 전통을 거슬러 올라가 마침내 아르메니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동방으로 향한, 자연스러운 여정”이라고 풀이했다. 동서양의 음악적 화합을 시도하는 이번 공연에는 아랍 전통악기 연주자 3명도 함께한다. 이들은 레벡, 레밥을 비롯해 카눈(손으로 뜯는 현악기), 모레스카(무어인들이 사용하던 기타), 산투르(나무망치로 철선을 두드리는 타악기)를 연주한다. 아랍·세파르디(사라예보) 곡들은 기교가 많고 다양한 즉흥성을 보인다. 살타렐로 같은 이탈리아 곡은 밝고 간결하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감성은, 비록 민족과 종교로 나뉘었지만 “음악으로는 얼마나 밀접했는가”다. 3만~9만원. 고음악을 즐기는 또 하나의 공연이 30일 같은 무대에서 이어진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클래식 공연 중 하나로 꼽히는 카운터테너 필리프 자루스키(36)와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협연이다. 자루스키는 빈틈없는 기교와 감미로운 음색으로, 안드레아스 숄 이후 최고의 카운터테너로 평가받는다. 1999년 데뷔 후 매번 흥미로운 테마와 구성으로 바로크 오페라와 콘서트 무대를 누벼 왔다. 이번 첫 내한 공연에서 펼치는 주제는 ‘전설의 배틀’이다. 두 라이벌 카스트라토인 파리넬리(카를로 브로스키), 조반니 카레스티니를 지지한 작곡가 포르포라와 헨델의 곡을 대결 구도로 선보인다. 그는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의 절정으로 꼽는 포르포라의 ‘위대한 조베여’(Alto Giove, 오페라 ‘폴리페오스’)와 헨델의 ‘부정한 여인’(Scherza Infida, 오페라 ‘아리오단테’)을 노래하면서 “그때(18세기)를 상상하고 그 분위기를 재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4만~11만원. (02)2005-0114.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고구려 마상무예 연구가 고성규 씨

    [김문이 만난사람] 고구려 마상무예 연구가 고성규 씨

    최근 잠시 시들해졌지만 얼마 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조랑말은 세계를 뛰어다니면서 신나게 춤을 췄다. 가수 싸이의 말춤이다. 전 세계가 삽시간에 ‘코리아표’ 조랑말에 흥분했다. 역사상 말로 세계를 지배한 칭기즈칸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참으로 놀랍기 그지 없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다면 왜 하필 한반도에서 시작된 말춤에 세계인들이 열광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기마민족의 유전자가 확 폭발하며 빛을 낸 것이다. 우리 민족은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기마전술과 사냥술을 갖고 있다. 그 원류는 고구려의 기마술이다. 특히 호랑이를 잡는 기마 사냥술은 세계 어느 나라도 상상할 수 없는 문화였다. 고분벽화 속의 수렵도에 고스란히 그 흔적이 그려져 있다. ●기마민족 아니었으면 싸이 말춤 성공했겠나 고성규(54)씨는 고구려 기마무예를 20년째 홀로 외롭게 연구하고 있다. 수렵도에 그려진 기마술에 반해 몰두했다. 본인이 직접 말을 타고 활을 쏘며 창을 던지는 무예까지 스스로 터득했다. 그냥 말을 타고 달리는 것도 중심을 잡기 힘든데 그는 전사, 측사, 후사 등 각 방면으로 고난도의 활쏘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기마무예는 물론 말에 대한 이론도 척척박사다. 아시아·유럽 등 세계 각국의 말을 직접 사 들여와 키우며 연구한 결과다. 지난달 27일 경기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집 입구에는 ‘마구간’이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잘생긴 하얀 말이 낯선 손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히힝” 인사를 한다. 고씨가 마구간을 안내하면서 말을 일일이 소개한다. 말들이 저마다 표정을 지었기에 마치 말과 인터뷰하는 느낌이 들었다. 스페인의 안달루시안, 미국의 아메리칸 포니 등은 연구용으로 수입해 왔다. 그 뒤를 이어 몽골 말, 내몽골 말, 러시아 아무르강 출신 말, 한라말. 일송정 해란강의 만주 말, 호주 말, 네덜란드 말 등 출신 성분도 다양하다. 모두 23마리를 소개받았다. “칭기즈칸이 유럽까지 원정 가서 싹쓸이하다시피 이긴 까닭을 아시나요. 그건 바로 몽골 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덩치는 유럽 말에 비해 작지만 거친 땅에서 자라 공격성이 강하고 아주 민첩하지요. 회전력이 유럽 말에 비해 2~3배 더 빠릅니다. 일제 때 일본 경찰들이 한국을 침략하면서 호주 말을 타고 왔습니다. 그들은 일부러 조랑말보다 몸집이 더 큰 말을 사용하면서 심리적 공포를 주기 위해 칼까지 차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날쌘 조랑말을 길들여 풀어놨더라면 호주 말들을 모두 쓰러뜨려 역사도 달라졌을 것입니다.” ●20년째 수렵도 속 활쏘기 등 무예 독학 조랑말은 우리의 전통 말인 과하마(果下馬)와 몽골 말의 교배로 태어난 말로 발 뒤차기가 정교하고 민첩한 특징을 지녔다고 고씨는 설명한다. 과하마는 키가 작아 말을 타고서도 능히 과실나무 밑을 지나갈 수 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고구려와 동예의 특산물이었다. 특히 고구려에서는 시조 주몽(朱蒙)이 타고 다니면서 전승했다는 내용이 전한다. 그는 이 같은 사실에 흥미를 느껴 고구려 벽화 속 수렵도를 연구하는 한편 직접 말을 키워 여러 실험을 통해 활쏘기와 창던지기 등의 무예를 익혔다. “수천년 전 고구려의 마사희(馬射戱)라고 하는 살벌한 마상궁술도 ‘희롱할 희(戱)’를 쓸 만큼 ‘놀이’로 즐겼으며 고려와 조선시대에 와서 말을 타고 격구(擊毬) 놀이로 이어졌지요. 또한 윷놀이의 말판도 말을 타고 다니는 형태로 볼 때 우리 민족은 달리고 싶은 욕구를 놀이로 승화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하던 ‘말뚝박기’, 학창 시절 운동회 때의 ‘기마전’도 그런 것이고요. 아이들이 태어나면 걸음마를 할 때까지 목말을 태우고 다니듯 알게 모르게 우린 끝없이 말을 타고 있었지요.” 그러면서 고씨는 “왜 우리 민족에게 ‘빨리빨리’의 습성이 생겼는지 아느냐”고 반문한다. 설명이 그럴듯하다. 말은 속도를 대변하는 동물이며 말을 타고 광활한 북방 대륙을 누비던 우리 민족이 말에서 내려 좁은 한반도에 유배를 당해 살다 보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빨리빨리’ 서두르게 됐으며 끝장을 빨리 봐야 하는 민족이 됐다는 것이다. 또 반문한다. 싸이의 말춤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나라가 어디인 줄 아느냐고 했다. 그것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폴란드, 호주, 몽골, 브라질 등 말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나라들이라고 했다. 싸이의 말춤은 요즘 같은 시대에 맞지 않는 유치한 안무 트렌드인데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딴죽을 거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신성한 동물인 말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싸이가 각 나라에 가서 인터뷰를 할 때 우리나라가 기마민족의 후예라는 사실을 홍보했더라면 효과가 아주 좋았을 것이란 거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우리의 기마문화 콘텐츠를 살려 전통 가치를 계속 유지, 상승시키는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러한 기운을 말에게 불어넣느라 고생도 많이 했다. “여기에 있는 말 중 절반 이상은 제 손으로 직접 받고 키워 훈련시켰습니다. 그러다 낙마 사고도 많이 당했습니다. 말과 함께 넘어지거나 밟혀 골절상 등 대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지요. 어느 말이 마상무예에 적합한지 일일이 교육을 시켜 봐야 하거든요. 서양 말은 긴 창을 이용하기 편하고 동양 말은 활과 창을 다 쓸 수 있습니다.” 그는 이런 훈련과 함께 2002년 7월 대한청년기마대 발대식을 시작으로 통일염원 승마 국토종주(제주~임진각), 백제문화제 마상 퍼레이드, 충무공 탄신제 마상무예 격구 시연, 서울 하이 페스티벌 마상 퍼레이드, 광개토대왕 추모제 고구려 기마무예 시연 등에 참여해 왔다. 그런 활동들을 통해 기마문화의 우수성을 꾸준히 선보였다. 또한 2011년 주한외교사절단(대사 부부) 50여명을 초청해 고구려 기마무예의 세계화를 위한 행사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고구려 기마 사냥에 쓰였던 활의 크기는 80㎝ 정도였고, 말의 키는 130~150㎝로 작았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전투마라고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날쌨습니다. 고구려 말처럼 작은 말은 이미 13세기 칭기즈칸이 세계를 정복했을 만큼 대단했습니다. 고구려는 4~6세기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마문화를 발전시키고 세계 기마문화사에 큰 획을 그을 정도로 최고의 마필 조교술과 사냥술을 가지고 있었지요.” ●초등 4학년 때부터 승마에 대한 본능적 이끌림 말에 대한 역사, 장점, 고구려의 마상무예 등의 얘기가 거침없이 나온다. 말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였을까.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짐수레를 끌고 다니는 말을 처음 접했다. ‘언젠가는 저 말을 꼭 타봐야지’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축산고등학교에 입학해 대관령 목장에서 말을 타고 실습을 했다. 축산고는 춥고 배고팠던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기와 우유를 생산하라고 만든 학교였다. 어쨌거나 드넓은 초원에서 말을 타고 달려 보니 말의 매력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말에 대한 자랑을 다시 늘어놓는다. “비너스 같은 몸매와 역동적인 근육, 탄력적인 엉덩이 곡선 등 말은 어느 동물과도 비교되지 않는 신이 내린 몸매를 자랑하지요. 남녀노소, 낙마의 공포감만 없다면 누구나 타 보고 싶어 하잖아요. 그뿐인가요. 인류를 위해 가장 희생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전장에서 죽은 주인과 함께 순장하기도 했잖아요.” 그러면서 자신이 고주몽의 58대손이라고 한다. 다시 그의 인생 이야기로 이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기아자동차 영업사원 시절이었다. 신문에서 승마를 대중화한다는 기사를 보고 주말마다 파주, 원당, 일산, 포천 등 승마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서 말 타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10번 정도 타면 되는 줄 알았더니 100번 이상은 타야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 무렵 지금의 부인을 만났다. 당시 부인은 서울에서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승마를 함께 배우자는 말에 부인이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같이 살면서 자연스럽게 말 타는 법을 익혔다. 부인은 경희대에서 승마지도자 자격증까지 땄다. 고씨도 그동안 여러 개의 타이틀을 땄다. 대한청년기마대장을 비롯해 전국승마연합회 심판위원, 경기도승마연합회 부회장, 대한기마문화연구회 회장, 고구려기마보존협회 회장 등이 그것들이다. ●고궁에서 마상무예 하는 그날을 꿈꿔요 “영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버킹엄궁전 앞에서 기마대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우리도 광화문 앞에서 고구려 기마문화를 재현하면 외국인들이 많이 오게 돼 있어요. 문화라는 것은 단순합니다. 계속 유지하면 돼요. 창경궁에서 마상무예를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일본은 원래 말이 없었는데도 말을 동원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TV 사극을 보세요. 전부 서양 말을 타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고구려 기마무예로 인간문화재로 지정됐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그동안 이렇게 솔직한 얘기를 자주 해 왔으리라. 마구간의 말에게 간다. 무슨 말을 하는지 상상하면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마상무예 앞장서는 고성규씨는 >>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다. 축산고 재학 시절 대관령 목장에서 실습을 하면서 말에 매력을 느꼈다. 고교 졸업 후 기아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신문에 난 ‘승마 대중화’ 기사를 보고 본격적으로 말을 타기 시작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는 무용총 수렵도를 보고 고구려 기마무예를 스스로 터득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20년째다. 대한청년기마대 발대식(2002년), 통일염원 승마 국토종주(2002년), 백제문화제 마상 퍼레이드(2002년), 서울하이페스티벌 마상 퍼레이드(2005년), 광개토대왕 추모제 고구려 기마무예 시연(2005년), 월드컵 4강 진출 및 토고전 승리 기원(2006년), 미8군 제2사단 초청 고구려 기마무예 공연(2007년), 서울 중구 충무공 이순신 탄신제 마상 퍼레이드(2008년), 일본 대사관 앞 독도영유권 주장 규탄대회 기마무예소년단 총감독(2008년), 주한 외교사절 대사 부부 초청 고구려 기마무예 세계화추진 공연(2011년) 등의 활동을 펼쳤다. 2012년에는 국무총리표창을 받았고 대한민국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전국승마연합회 심판위원, 대한기마문화연구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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