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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언대] 인삼수출 체계적 홍보 절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고려인삼은 사람 모양을 닮은 식물로,줄기나 잎은 가을에 말라죽지만 뿌리가 살아 있는 다년생 반음지성 숙근초이다.그 약효가 뛰어나 신초·영초·불로초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며 각종 질병의 예방 또는 보양에 광범위하게 복용되어온 신비의 약용식물이다. 한국의 토양과 기후에서만 자라는 고려인삼의 효능과 우수성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중국 및 아시아 여러 나라에 수출된다.그러나 아직까지는 유럽 및 미국 등 서양문화권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아 수출물량이 적은 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고려인삼의 세계시장 개척에 무관심한 채 국내 판매에만 급급해 왔다.그러나 국내에서도 인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 그 물량을 다 소화해 내지 못한다. 이제 세계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우선 소비시장이 큰 세계 주요국가에 상표 및 특허출원을 해 향후 분쟁을 방지하고,나라별 다양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치밀한 시장조사및 분석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조사 및 준비 과정은 무척 힘들고 비용 또한 엄청나게 소요된다.이를 민간 차원에서 실시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므로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고려인삼은 가장 경쟁력 있는 농산물이기에 국내에서는 생산과정 및 가공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품질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그래서 내년부터 지역 인삼조합과 농가간에 인삼을 계약 재배하고 인삼조합이 계약 물량을 전량 수매해 판매하는 인삼 생산·유통 계열화사업이 시행된다.이같은 사업 추진은 철저한 품질관리로 고려인삼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와 유사한 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그러나 자본이 취약한 인삼조합이 주도적으로 생산·판매 사업을 펼쳐온 결과 사업 추진에 한계가 적지 않았다.농안기금에서 지원되는 자금의 조건도 1∼2년 안에 일시상환해야 하는 단기자금인 데다 금리도 4∼5%나 돼 농가나 농협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 국내 인삼의 80%가량이 유통상인들에 의해 밭떼기로 거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나,인삼 유통단계가 무려 6∼7단계에 달하는 전근대적인 구조를 탈피할 수 없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정부와 농협이 자금을 부담하고 지역 인삼조합이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부터 유통·가공·판매까지 주도하는 생산·유통계열화사업이 정착되면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유통단계가 3단계로 축소되고 계약재배를 통한 생산조절이 가능해지면 고질적인 수급불안도 해소할 수 있다. 정부와 농협이 고려인삼을 고부가가치 경쟁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하여,여러 가지 좋은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려는 노력에 덧붙여,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해외시장에서 아직까지 고려인삼을 능가할 인삼제품이 유통되지 않기에 지금이 고려인삼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수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이처럼 인삼을 비롯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농산물이 우리에겐 많이 있다. 우리도 가만히 앉아서 땅을 치고 한숨만 쉬고 있을 것이 아니라,당당히 해외시장을 개척하자. 우리의 피에는 수천년전 중국 대륙을 호령하고 동아시아 망망대해를 주름잡은 조상들의 뜨거운피가 용솟음친다.우리도 한번 농산물 수출을 통한 제2의 녹색혁명을 이루어야 한다. 이홍규 농업지키기 운동본부 간사
  • JSA경비 韓國軍이양 유보

    이르면 내년 말 한국군이 주한미군으로부터 넘겨받기로 했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임무 이양 시기가 2년 이상 늦춰질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3일 국방부 청사에서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 4차 회의를 갖고 당초 2004년 말까지 한국군에 이양하기로 했던 JSA 경비임무를 2006년까지는 현 체제대로 유지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회의에서 JSA 경비 임무를 이양할 경우 한반도 안보 불안감이 가중되고 정전협정에 근거한 유엔사령부의 존립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집중 제기했고,미국측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179명으로 구성된 JSA 경비를 담당하는 미군 규모가 2006년까지 최소한 40명 수준을 유지하고,그때까지는 대대장도 미군이 계속 맡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완전 철수는 그 이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측의 요청에 따라 JSA 경비임무 이양시기를 늦출 경우 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잔류부대 주둔지 규모와 경비부담 문제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측의 대폭적인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국은 하와이 3차회의에서 JSA 경비임무 이전 외에 용산기지 이전을 2006년까지 완료하고,미2사단을 2단계로 나눠 한강 이남으로 옮기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었다. 양국은 JSA 경비임무 이양 외에 북한 장거리포 부대를 무력화시키는 대(對)포병작전 이양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비용과 안보 공백을 우려,이양 시기를 늦추려는 한국과 조기에 넘기려는 미국의 입장 차가 커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는 차영구(육군 중장) 국방부 정책실장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시아 태평양담당 부차관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日 방위청 헬기탑재 호위함 도입/사실상 輕航母 논란

    |도쿄 황성기특파원| 일본 방위청이 2004년도 예산에 요구한 헬기탑재 호위함(DDH)이 이름만 호위함일 뿐 사실상 경항공모함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년부터 건조에 들어갈 새 호위함은 길이 195m,배수량 1만 3500t(만재 배수량 1만 8000t)에 헬기를 11대까지 탑재할 수 있으며 대형 헬기는 4대를 동시에 이착륙시킬 수 있다.크기로는 태국의 경항모를 능가하는 동아시아 최대이다. 평상시에는 헬기 3대로 운용하지만 파병 때는 55명을 태울 수 있는 CH-47J 헬기를 격납고에 7대,갑판에 4대까지 탑재 가능하다.2000년 각의를 통과한 중기방위력정비계획 가운데 노후화된 헬기탑재 호위함과 교체하는 새 호위함이다.가격은 1164억엔. 프랑스에서는 헬기 4대를 탑재한 1만 3270t의 군함을 헬리콥터 항공모함이라고 부르고 있고,태국은 헬기 6∼7대,항공기 6대를 탑재하는 1만 1485t의 ‘경항모’를 보유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누가 봐도 헬리콥터 항모라면서 “방위청이 (도입의)필요성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으나 잠수함에 의한 위협이 현저히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1000억엔을 넘는 것을 사들이는 데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0년 각의에 제출한 새 호위함은 헬기가 뜨고 내리는 함교(艦橋)가 앞뒤에 나뉘어져 있었으나 지난 29일 방위청이 요구한 호위함은 비행가능한 갑판이 함정 전제를 사용할 수 있는 통갑판으로 항공모함과 비슷하게 바뀌었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일본이 이같은 항공모함형 호위함을 보유하려고 하는 것은 자위대의 장기간 해외파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아사히는 “정부·여당 내에 비록 소수파이긴 하지만 적 기지공격능력을 촉구하는 소리가 있다.”면서 “거함의 도입이 동아시아에 의심을 불러일으켜 군비경쟁에 불을 붙일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marry01@
  • 도마에 오른 ‘박노자’/하원호 교수 “근대역사 서술 깊이 아쉽다”

    러시아 출신의 귀화 한국인 박노자 (사진·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한국학부)교수가 국내 학계로부터 정면비판을 받았다.진보 학술단체인 역사문제연구소가 계간 ‘역사비평’ 가을호에서 박 교수의 역사인식과 글쓰기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향후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글은 하원호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한국사)가 박 교수 의 ‘당신들의 대한민국’‘나를 배반한 역사’ 등 에세이를 서평형식으로 지적한 ‘역사는 배반하지 않는다-박노자의 한국 근대인식 비판’. 하 교수는 박 교수의 글쓰기에 대해 일단 “본받을 만하고 역사학의 입장에서도 흠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치켜세운뒤 “그러나 그의 역사학이 진일보할 수 있도록 근대역사 서술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 교수는 한말 계몽주의자들의 ‘국민’이라는 담론이 군사주의 배타주의 팽창주의를 갖고 있었고 이것이 박정희주의 담론의 토대가 되었다는 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사유형태의 유사성은 인정하지만 박정희의 ‘국민’,그보다 앞서 이승만의 국민을 앞세운 사회통제정책은 한말의 계몽사상과는 무관한 일제말 파시즘의 유산이었다.”고 반박한뒤 박 교수의 이같은 오류는 바로 텍스트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특히 “박 교수가 정통 마르크시즘이나 최근 학문조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을 학문적 무기로 갖고 있지만 그의 근대사에 대한 글은 100년 전의 사실을 현재 우리와 그대로 연결시켜서 본다.”며 방법론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 교수는 “박 교수의 글은 충격과 파닥이는 상상력은 있을지라도 어둡고 긴 터널의 끝과 끝을 연결시켰을 뿐 터널 안을 뒤집고 다니는 역사학의 어렵고 힘든 고행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며 “한국사회의 소외된 자에 대한 넘쳐나는 애정에도 불구하고 농민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을 들어 박 교수의 역사인식이 다수의 피지배계급중에서도 소수에 편향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역사문제연구소의 이번 비평은 그동안 한국사회의 다양한 모습에 칼날을 들이대 온박 교수의 주장에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던 국내 역사학계에서 나온 첫 비판이어서 박 교수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김성호기자 kimus@
  • 8월 장마?/‘7월 장마·8월 폭염’ 날씨패턴 변화 평균기온‘뚝’·강수량 최고 평년2배

    “요즘 날씨,교과서와 너무나 틀려요.” 최근 2,3년 사이 여름철 날씨가 전형적인 우리나라 기후와 달라 눈길을 모은다.우리나라 여름의 특징은 ‘7월 장마,8월 폭염’이지만 더이상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8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1도가 낮은 24.8도였다.가장 많은 편차를 보인 곳은 광주로 평년보다 1.6도가 낮은 24.8도였고 서울도 24.5도로 1.3도 낮았다.비가 잦았던 서울과 춘천의 8월 강수량은 각각 585.2㎜,538.2㎜로 평년 강수량의 2배에 가까웠다.이는 1년 중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7월 평균 강수량보다도 200㎜ 이상 많다. 현행 중3 과학교과서는 “7월 하순이 되면 찌는 듯한 한여름 더위가 나타난다.”면서 “8월에는 ‘30도를 넘는 낮기온’과 ‘밤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특징”이라고 적고 있다. 기상청은 “7월 하순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장마전선이 한반도 북쪽으로 일시 북상했으나 이 고기압이 평년보다 빠르게 8월 중순부터 수축되기 시작했다.”면서 “이 때문에한반도 중·남부 지방에 ‘정체전선’이 형성돼 많은 비가 내렸다.”고 분석했다.일반적으로 장마가 끝나는 7월 말이면 한반도 중심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자리잡으면서 폭염이 이어지지만 올해에는 이 고기압이 약해 세력을 뻗지 못한 채 북쪽에서 남하한 찬 공기와 충돌,한반도 중·남부에 비구름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정상적으로 확장하지 못한 것은 동아시아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티베트 지역의 상층고기압이 예년보다 약해 한반도 상공으로 상층기압골이 형성되면서 찬공기가 자주 유입됐기 때문”이라면서 “지난 겨울 티베트 지역에 내린 폭설이 태양열 흡수를 막아 상층고기압의 발달을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하지만 올해와 같은 ‘8월 장마’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는 쉽사리 예단키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기상청 관계자는 “‘8월 장마’가 장기적인 것인지를 가리려면 관련 요인들을 좀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규 이세영기자 sylee@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6)조동일 - 한국의 학문, 탈 식민지화를 위해

    저 옛날 원효는 중국으로 가려다 중도에 돌아왔으되 당대 불교철학의 첨단에 서 있었다.오늘날에도 해외에 유학하지 않고 세계적인 학문을 이룩하는 사람이 있다.그가 바로 국문학자 조동일 선생이다.“유럽 문명권의 독주 때문에 빚어진 불행한 역사를 청산하고 다음 시대를 열기 위해서 일제히 노력하는데 동아시아도 다른 여러 문명권과 함께 적극 기여하는 것이 마땅하고,한국에서도 할 일을 해야 한다.나는 내 나름대로 그 임무의 일단을 수행하면서,주위의 다른 사람,이웃나라 학자,다른 문명권 학계의 분발을 촉구한다.”(조동일 ‘세계문학사의 전개’(2002) 중에서) 말복을 앞두고 부채질을 해야 할 만큼 뜨겁던 날,선생의 연구실 바깥에서는 매미 소리가 따갑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선생은 역시 변함이 없었다.뭔가 혼자만의 담대한 구상에 빠져 있다 불청객을 맞은 듯했지만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는지 손수 녹차를 타주시는 배려를 보이기까지 했다. 비록 내 자신이 도둑맞은 건 아니었지만,선생과의 인터뷰 테이프를 도둑맞은 나는 뭐라 변명 드릴말씀이 없었다.빨리 본론을 시작하는 수밖에. “다시 선생님의 근황을 여쭈어 보아야겠어요.” “‘지방문학사 연구의 방향과 과제’라는 책을 썼어요.이제 교정을 다 봐서 책이 곧 나올 단계입니다.그리고 ‘국문학통사’도 한 번 더 고쳐서 제4판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이 작업은 오래 걸려서 2005년 초에나 나올 예정입니다.” “오랫동안 한국문학사를 연구해 오셨는데요.우리의 문학은 중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의 문학과 어떤 점에서 구별될 수 있을까요?” “한국문학사가 세계문학사에서 차지하는 특별한 점이 뭐가 있느냐.세 가지로 간추릴 수 있어요. 첫째,구비서사시의 전통입니다.우리 문학을 보면 고대부터 근대까지 서사시가 면면히 이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어느 한 시대에 구비서사시의 풍부한 유산을 가진 나라는 여럿 있지만 이렇게 시대에서 시대로 이어지면서 면면히 새롭게 창조되는 구비서사시를 볼 수 있는 것은 한국문학이 특별한 경우입니다.시대에 따른 역동성이 있다는 것이죠. 둘째,한국은 동아시아 문명권의 중간에 위치해있습니다.중국이 중심부이고 일본이 주변부라면 한국은 중간부인데 중간부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느냐.중심부가 발전시킨 공동 문어문학과 주변부에서 일찍부터 발전시킨 자국어 민족문학이 비슷한 비중으로 발전하면서 그 양자가 밀접한 관련 양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한국문학의 이런 특징은 다른 문명권의 중간부에서도 발견됩니다.산스크리스트어 문명권의 타밀,아랍 문명권의 페르시아,유럽 문명권의 프랑스나 독일 등이 그렇지요. 셋째,한국은 식민지 통치를 받으면서 근대문학을 일으켰는데 식민지 경험을 가진 다른 어느 나라의 문학보다 훌륭한 근대민족 문학을 이룩했습니다.그리고 그것은 앞 시대의 축적의 대가입니다.일본 식민지 통치는 언론과 정치의 자유를 극도로 억압했고 이것이 문학에서는 고도의 암시와 상징,비유를 가능케 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 근대문학은 문학적 창조의 방법을 보이면서도 민족이 요망한 것을 깊이 집약하는 양면성을 갖추었습니다.이것은 우리 문학이 가진 한 특성이면서 제3세계 근대문학이 가진 보편적 특징을 잘집약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고대,중세,근대에 걸쳐 한국문학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전통과 가치를 구비하고 있는 셈이군요.문명권을 중심부,중간부,주변부로 보는 관점이 흥미롭습니다.” “동아시아 문명권의 경우 중국은 공동 문어문학,즉 한문학의 중심부이고 그 규범을 보인 성과가 높은 반면에 중국의 백화문학은 근대에 들어서야 성립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반면에 일본은 공동 문어문학을 많이 하지 않았고 그 수준도 별로 높지 못한 데 반해 자국어문학은 일찍 성립된 편입니다.일본 사람들은 이것을 굉장한 것인 양 자랑하고 있는데 이것은 문명권의 주변부가 가지는 일반적 특성일 뿐 민족성 우위를 주장하는 것은 전혀 적합하지 못합니다.일찍 자국어문학을 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일본보다 유럽 문명권에서 주변부 중의 주변부인 아이슬란드보다 못합니다.중세에는 공동 문어문학을 잘한 중간부,즉 한국이 아주 위세가 높았고,근대에 와서는 주변부였던 탓에 자국어 문학이 일찍 개화한 일본이 조금 나은 형편에 놓여 있는 거지요.그러나 근대를 넘어서서 다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대와 중세의 유산을 함께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공동 문어문학에 함유된 가치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중간부인 한국의 중요성이 커집니다.유럽처럼 동아시아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이 가지고 있는 중세적 보편성과 일본이 가지고 있는 개별성을 함께 구비하고 있는 한국이 두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구실을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 한국문학 연구를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주체적,독자적인 위상으로 끌어올리는 문제를 깊이 고민해 오신 것 같은데요.” “학문하는 데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두 가지 조류가 있어요.하나는 서양 학문을 가져와서 우리 것을 만들고 또 그것을 토착화하자는 수입학이죠.그런데 이 수입학은 아무리 잘해도 원산지보다 잘 할 수는 없어요.원산지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죠.또 수입학으로 대안을 만들 수는 없는 거죠. 다른 하나는 국학,우리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이것을 자립학이라고 했어요.수입학이 범람하는 와중에 자립을 하자는 것도 좋지만 우리 것에 매달리면서 그것의 의의를 많은 경우 감정적으로 설정하고,우리 것이 가지는 보편적 의의를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편성이 결여돼 일반이론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자립학입니다.이러한 자립학으로도 우리 학문은 학문이 크게 나갈 수는 없어요. 수입학의 폐단과 자립학의 폐쇄성을 함께 넘어가는 바람직한 학문의 방법이 필요한데,나는 이것을 창조학이라고 명명했습니다.창조학이란 뭐냐면,우리 것,우리 민족,우리 유산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의의를 발견하고 그것을 한편으로는 동아시아로 확대하고 제3세계로,세계로 확대하는 것이죠.동아시아로 확대한다는 것은 중세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고 제3세계로 확대한다는 것은 근대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져요.그렇게 해서 얻어진 결과를 가지고 유럽문명권 사람들이 무엇을 잘못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따져보는 거죠.그렇게 해서 근대를 합리화하는 그들의 한계에서 벗어나,유럽 문명권 중심주의를 세계 전체로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그것의 근본적 결함을 비판하고 대안이 되는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학문의 바람직한 자세일 것입니다.” “중요한 말씀 같습니다.그런데 학문을 함에 있어 언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예컨대 영어를 잘 알아야 한다든가,말입니다.” “국제비교문학회 같은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보면,말할 수 있는 사람은 할 말이 없고 할 말이 있는 사람은 말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겪게 됩니다.우리나라뿐 아니라 제3세계가 다 마찬가집니다.말할 수 있으면 할 말이 없다는 것은 영문학,혹은 국문학 전공자들이 해외에 나가서 영어는 빠지지 않게 하지만 내용이 없다는 것이죠.할 말도 있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도 있고 그것을 외국어로 표현할 줄도 아는,그러니까 양쪽을 갖춘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영문학자나 국문학자가 그렇게 하기는 매우 어려워요.국문학을 깊이 공부하는 사람이 비교연구의 관점도 다 갖추고 세상에 통용되는 말로 글을 쓰고 발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 현실이고 제3세계 국가들도 모두 비슷합니다.그런 공통적인 현실을 타개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입니다.” “그런가 하면 영어를 공용어로 해야 경쟁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견해는 만만치 않은데요.복거일씨가 그런 분 가운데 한 사람이었죠?” “영어는 일종의 교통어입니다.모국어가 다른 사람끼리 통용하기 위한 말인데,교통어로서의 영어가 갖는 효용성을 부정할 수는 없겠죠.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말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할 말은 점점 더 없어져요.할 말이 있고 말을 못하면 다른 사람이 번역을 해서라도 내놓을 수 있는데 말을 할 수 있고 말할 내용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대목에서 선생은 어조가 한결 높아진다. “지난번에 그런 주장이 횡행하길래 3개월 만에 급한 대로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이라는 책을 썼습니다.관심이 있어 자료는 모으고 있었지만 내 분야가 아니었기에 바로 쓸 계획은 없었어요.그러나 문제가 시급하다는 생각,몇 달 만에 책을 썼고 원고 넘기고 한 달여 만에 책이 나왔어요.그 책의핵심 중 하나는,영어 공용어 국가는 영국과 미국의 식민지였거나,자기 나라 사람끼리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뿐이라는 것이에요.우리나라 사람끼리 말이 통하지 않게 하는 것,영어를 공용어로 만들어 한국어를 못 쓰게하는 것은 어떤 정치권력이나 법으로도 불가능해요.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소리를 떠드는 것은 사람의 의식을 혼미하게 하는 거예요.영어를 공용화한 나라가 얼마나 많은 불행과 고통을 겪고 있는지 조사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하고 정책을 좌우하는 사람들까지 부응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그것은 경쟁력도 못키우고 학문을 발전시키지도 못합니다.” 선생은 외국어를 가장 잘하는 국문학자 가운데 한 분이고 학문을 하려면 5개국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영어 공용어론에 대해서는 여간 강경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마 평생 학문을 학문답게 해온 사람의 지혜에서 우러나오는 게 아닐는지. 나는 선생께,선생님도 생활이라는 개념이 있느냐고 여쭈었더니,그렇단다.매년 8월 아무 날에는 제자들과 속리산에함께 오르신단다.이 글을 정리하느라 선생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매주 일요일 오후 1시5분쯤이면 도봉산역에 도착해 등산을 하신단다.참으로 놀라운 생활이 아니냐.그 규칙성,그 성실함이라니. ■방교수가 본 국문학자 조동일 옛날에 신림 4거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어떤 큼직한 가방을 멘 사람이 혼자 쑥 들어오더니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고 호프 500cc를 한 잔 시켜 마시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그가 바로 조동일 선생이었다.그 무렵 나는 그가 늘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마냥 큼직한 커리어백을 끌고 다니는 것을 목격하곤 했다.그는 다른 생각 없이 공부만 하고 땅만 보고 다니는 사람 같았다.생각은 하늘에 두고. ●도전과 의지의 삶… 저서 50여권 이번에 조동일 선생과 인터뷰를 치르는 동안에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녹취 테이프 푸는 일을 맡은 작가 김신우씨 집에 도둑님이 들어 테이프를 잃어버린 것.생각다 못해 선생에게 다시 인터뷰를 하자고 어렵게 말씀 드렸더니 쾌히 그러자신다.천재지변 같은 일을 어떻게하겠느냐고. 나는 선생 연구실의 낮은 문턱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높고 낮음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이었다. 1939년 경상북도 영양 사람으로 예천 출생이다.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한 뒤 국문과에 다시 입학,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학문을 익히는 도전과 의지의 삶을 살아왔다.1982년에 간행되기 시작하여 모두 다섯 권으로 낸 ‘한국문학통사’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쓴 저서가 모두 50여권. 그의 관심은 한국문학에서 출발하여 한국문학으로 끝나되 그 단일 주제는 끊임없이 확장,심화되어 왔다. ●평생 한국학의 세계성 탐구 ‘우리 학문의 길’(1993) 등이 보여주듯,그는 한국 지식사회가 주체성과 독자성을 확보하는 길을 고민해 왔으며 나아가 그러면서도 정저지와(井底之蛙)에 머무르지 않는 학문의 창조성을 고창해 왔다.최근 ‘세계문학사의 전개’(2002)처럼 그동안의 학문적 성과를 갈무리하는 저서를 내는 한편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민족문화가 경쟁력이다’(2001) 같은 저서로 사회 일각의 천박한 서양 동화주의를 비판하면서 우리언어와 학문의 가치 옹호에 앞장서기도 했다.
  • ‘동아시아 농업’ 심포지엄

    한국농업사학회(회장 이호철·사진·경북대 교수)는 오는 27∼28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동아시아 농업의 전통과 변화’를 주제로 제3회 동아시아 농업사학회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연다.
  • 이런 책 어때요 / 중국과거문화사

    진정(金諍) 지음 / 김효민 옮김 동아시아 펴냄 5000년 중국 지식인의 정신사를 관통하는 과거제도를 제도사적 연구란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중국인문주의 형성’이란 측면에서 검토했다.이탈리아 출신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는 일찍이 중국의 과거제를 “온나라가 지식계층,즉 일반적으로 철인이라 일컫는 사람들에 의해 다스려지며 국가 전체를 질서정연하게 관리하는 책임을 완전히 그들이 맡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쓰촨대 중문과 교수를 지낸 저자 또한 중국에서 개발돼 한반도,일본,베트남 등지로 퍼진 과거제도를 서양보다 훨씬 앞서 관료제 사회를 구현하게 한 키워드로 본다.1만 4000원.
  • 오피니언 중계석/서울대 이영훈교수 논문 요약

    흔히 ‘민족주의’라는 전제 아래,국사(國史)는 한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 이데올로기로 작용한다.특히 이 이데올로기에 편승한 통치이념은 한 나라의 모든 가치를 좌우하기도 한다.그러나 한국에서 큰 이데올로기의 하나로 자리잡은 국사는 신화로 구축된 허상의 성격이 강하고,따라서 미래의 발전을 위해선 ‘국사 해체’와 ‘국사로부터의 해방’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오는 21일 ‘비판과 연대를 위한 동아시아 역사포럼’이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여는 ‘국사의 해체를 위하여’포럼에서 발표될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훈 교수의 ‘국사로부터의 해방을 위하여’논문을 요약한다. 근대과학으로서 역사학은 고대로부터 물려받은 신화를 제거하고 사실의 객관적인 인과(因果)로써 그 자리를 채움을 기본 임무로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사는 점점 더 짙어가는 안개 속만 같다.이는 비단 국사의 위기만이 아니라 한국의 지성과 학문의 위기이며 나아가 오늘날 한국사회가 빠져버린,쉽게 빠져 나올 것 같지 않은 깊고 큰 함정의 역사적 근원이기도 한것이다. 주지하듯이 대한민국이 국사에 보인 애정과 그에 들인 투자는 각별한 바가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사는 그의 후원자를 비난하고 부정한다.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해왔던 우리 조상들의 전통 문명관이 부정된 것은 결코 자연발생적이지 않다.그것은 20세기에 걸쳐 전개된 제국주의에 의한 폭력적 지배와 강압적 교육의 결과였다.처음에는 동아의 소제국(小帝國) 일본으로부터,나중에는 세계의 대제국(大帝國) 미국으로부터의 지배와 교육이었다.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상이한 두 문명이 교배하고 융합하는 과정이었다.그렇게 혼혈이라 하여 출생의 비밀을 부끄러워하거나 애써 감출 필요는 없다.필자는 모든 문명은 그렇게 혼혈종으로 발전한다고 믿고 있다. 신구를 막론하고 민족주의역사학의 기본 전제는 ‘한국인’ 또는 ‘우리 조상’은 유사 이래 혈연·지역·문화·운명·역사의 공동체로서,곧 단일의 민족으로서 살아 왔다는 것이다.그런데 엄밀히 말해 한국인이 유사 이래 단일의 역사공동체로서 단일의 민족이었다는 명제 그 자체는 아무래도 증명될 수 없는 신화에 속한다.20세기 전반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자신의 대립물로서 그러한 신화의 성립을 유도하였다.광복 후의 국민국가는 그 신화를 자신의 국사로서 수용하고 발전시켰다.그러한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상,신구를 막론하고 민족주의 역사학에서 종교적이라고까지 해도 좋을 강력한 도덕주의적 성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휘감고 있는 일대 혼란은 무언가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이 고안되지 않고서는 선진사회로의 진입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안기고 있다.그 새로운 시스템의 기본 원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제도와 규범을 요구하고 있는가?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가,소득 1만달러 전후의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경과했던 함정들보다 더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 누구도 쉽게 통제하기 힘든 집단적 열정으로서 민족주의가 함정의 폭과 깊이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민족주의가 조장하는 공동체적 평균주의는 정치적 포퓰리즘의 원천일 뿐 아니라 분배를 둘러싼 계급갈등을 필요 이상으로 증폭시킨다. 이웃 나라를 ‘강포한 도둑’이나 ‘악의 화신’으로 불러도 별다른 지적이나 저항이 야기되지 않는 문화라면,선의의 국제협력이나 시장통합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과학으로서 문명사와 비교사는 국사에 존재하지 않는다.그러한 지성의 공백이 신화성의 민족 담론으로 채워지고 있음이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의 근원이다.그러기에 국사는 해체되어야 하며 ‘한국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정리 김성호기자 kimus@
  • 駐日대사 지낸 최사용교수에 들어본 韓·日관계 / “21세기 8·15는 미래지향적 관점서”

    ‘8·15’는 오늘날 한반도 모습을 만들었던 ‘살아있는 역사’이다.일제 해방 58돌.‘한·일관계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며,한반도의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평화학자로서,주일 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교수로부터 들어봤다.최 교수는 “21세기의 8·15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이니셔티브(주도권)의 극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과거사 문제와 관련,“역사는 모래위에 쓰는 글이 아니며 없어지지 않지만,이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접어둘 수는 없다.”고 했다. ■최상용 교수 약력 ▲42년생 ▲서울대 외교학과 ▲일본 동경대 정치학 석·박사 ▲미 하버드대 옌칭 연구소 객원교수 및 일본 연구소 연구원 ▲고려대 평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한국 정치학회 회장 ▲한국 평화학회 회장 ▲한일문화교류위원회 부위원장▲주 일본 대사(2000.2∼2002.2)▲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현) 한국현대사에서 8·15의 의미는. -58년 전 8·15는 일제 35년 통치에서해방되었다는 점에서 환희의 날이었지만,민족·국토 분단의 시작이었기에 비통한 날이었다.되씹어 보면 식민통치나 분단은 우리의 운명을 우리 힘으로 결정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제는 우리에게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등 막강한 힘이 있다.국내 정치에서 통합력을 발휘하고 국제 정치에서 외교력을 구사해 한반도에 평화의 뿌리를 내리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관련 망언이 되풀이되고 있다. -일본은 그들의 경제력에 걸맞는 정치력과 군사력을 갖고자 할 것이며 유사법제,자위대의 해외파병,천황기념관 건립 등 일련의 움직임은 강한 일본을 바라는 다수 일본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한·일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사문제이다.그러나 역사문제에 매달려선 앞으로 나갈 수 없다.지난 1998년 한·일 파트너십의 기본내용은 ‘통절한 반성과 사죄’다.원래 무라야마 전 총리가 주장한 것이다.사회당위원장 출신인 그는 역사인식에 대해선 우리 국민과 가장 가깝게 있는 사람이다. 해결 방법은 없는가. -많은 한국인들이 왜 일본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처럼 하지 못하냐고 말한다.브란트 총리는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게토 봉기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독일의 과거를 사죄했다.그러나 일본에서 ‘브란트 모델’을 기대하긴 어렵다.일본은 천황제도를 갖고 있고,명치유신 이래 140년간 보수 노선을 걸어왔다.일본에서 ‘브란트 모델’을 요구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무라야마 모델’을 토대로 해야 한다.한·일 관계는 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98년 한·일 파트너십선언으로 크게 달라지고 있다.노무현 대통령도 이를 확인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던 것이다.문제가 있을때 이것을 민족주의의 대결로 몰아붙이지 말고 자국의 국가이익의 입장에서 합의점을 찾아내는 인내심과 사려가 필요하다.중국은 관영 언론을 통해 과거사 문제에 단호하게 반응하지만,한편에선 매우 유연한 자세로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보수화가 계속되지 않겠는가. -지난 6월 유사법제를 일본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켰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일본 국민들이 군사적으로 더 강한 쪽을 지향하고 있고,그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그러나 일본의 사회체제가 군국주의 부활로 이어지리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일본인의 60∼70%가 보수를 지향한다.그러나 일본의 중도보수주의자 가운데서도 극우파나 일부 신보수주의자들의 질주를 경계하는 소리가 있다.일본 사회를 이분법적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책임없는 정치인들의 망언은 계속될 가능성도 있지만,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그러나 각료들이 그 같은 망언을 한다면 결코 용납해선 안된다. 한반도 평화구축에서 일본의 위상과 역할은 -일본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참가하고 있고 6자회담 당사국으로 참가한다.‘납치문제’로 벽에 부딪혀 있지만,궁극적으로는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이룰 것이다.대사 시절 일본 기업들에게 남한과 함께 대북 경제협력 투자에 과감하게 나서라고 주문하곤 했다.대북 국교정상화와 과감한 대북 경협은 일본의 경제력을 정치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북·일간 경제협력은 한반도 전쟁위협을 줄이고 평화구축을 뒷받침하는 일이다.일본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공헌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국민에게 느껴질 때 한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것으로 본다. 동아시아 지역에 평화는 가능한가. -한반도는 아시아 냉전의 초점이었고 지금도 마지막 냉전 지역으로 남아 있다.한반도에 평화가 뿌리 내려야 세계사의 냉전이 종식된다.우리는 한반도의 냉전극복과 평화정착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통일에 앞서 먼저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은 타당한 것이다. 다가올 6자회담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한국은 핵확산과 전쟁을 동시에 막아야 하는 입장에 서있다.이는 원리적으로는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론 대단히 고통스러운 딜레마를 내포한다.그러나 기적은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다.인내심을 갖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이룩해야 한다.전세계 GDP의 20%를 차지하는 한·중·일 3국간 평화협력체,나아가 동북아 평화체제의 초석이 될 것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5)이어령-세계사 새 조류와 한국 지성인

    “우리는 지금 하나의 벽화 앞에 있다.그것을 너무 떨어져서 또는 너무 가까이 가서 바라보면 안된다.적당한 거리가 필요할 것이다.말하자면 형상의 윤곽만 짐작할 수 있는 그런 원거리와 반대로 어느 부분의 디테일만 보이는 근접된 거리에 서지 않는 것이 좋다.”(이어령 ‘저항의 문학’(1959)중에서) 전후문학(戰後文學)에 대해 공부하면서 이어령 선생의 글을 접한 적이 있다.무덤 속에서 죽은 이상(李箱)을 깨워낸 그는 당대의 한국문학에 현대성과 보편성이라는 화두를 던졌다.그리고 지금도 그는 한국사회의 한 끝에 서 있다. 어느 날 아침 라디오에서 기업가들을 앞에 놓고 세계사의 향방을 이야기하는 선생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그 젊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하시는 말씀이 최신식이었던 까닭이다.나는 오늘도 그런 기대를 안고 선생을 찾아갔다. “문명비평가로서,중앙일보 고문으로서 선생님의 근황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내 나이가 이제 고희를 지났습니다.새로 시작하기보다는 정리하는 쪽으로 하려고 합니다.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하나는,내가 본래 문학평론을 했기 때문에 현암출판사 하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와 소설을 지금까지 내가 해오던 방식으로 정밀 분석하는 시리즈를 내려고 합니다.두 번째는 10월부터 일본문화연구소의 초청으로 일본에 장기체류하게 되는데 거기서 동아시아 문화 읽기를 시리즈 방식으로 써나가려고 합니다.마지막은,서양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한국의 입장에서 새 문명의 지도를 그려보려는 뜻에서 세계 각국을 주유하면서 석학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특히 마지막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잘 알다시피 영국·미국·호주·필리핀·싱가포르·일본 이런 나라들은 해양 국가들입니다.미국이라는 게 큰 대륙이지만 문명사적으로 보면 유럽에서 떨어져나간 섬이죠.일본이 대륙권 문화에서 떨어져나간 섬처럼 말이죠.소위 섬들의 문화입니다.그런 해양 세력 하고 유럽 중심 속의 유라시아 하고 우리나라·러시아·중국 등을 대비해 보려고 합니다.그러니까 사실상 문명 충돌은 헌팅턴이 본 것처럼 이슬람 대 기독교,이렇게 되는 게 아닙니다.지정학적인,지리적인 위치에 따라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치는 관계인 거죠.우리는 반도라는,양립성을 가지고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 위치에서 세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고 자신감에 차 있다.선생을 문명비평가라 칭한 것은 잘한 일 같다. “선생님께서는 1934년생이신데요.어느 누구보다 부단한 갱신을 이뤄 오셨습니다.이를 가능케 한 시대나 세대상의 배경은 없을는지요?” “내가 성장하던 시대는 자기 정체성이 분명하게 없었던 시대였죠.서울의 도시체험이라고 하는 것도 첨단 도시가 아니라 완전히 폐허의 도시였어요.전쟁 때문에 울타리도 없고 길거리도 없고.한마디로 우리 세대는 자기 정체성마저도 상실된 시대이기 때문에 제로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그리고 나는 이것이 굉장한 불행인 줄 알았는데 내 일생을 살아가는 데 귀중한 체험이 되었습니다.연필이 왜 좋은가.만년필이 있고 볼펜이 있는데.지울 수 있기 때문이죠.한번 쓰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게 요즘 젊은 세대들이 아닌가 해요.386세대,한총련세대 전부 지워지지 않는 볼펜 같습니다.우리 세대는 확실하게 지워질 수 있었습니다.끝없이 자기를 소거했던 거죠.내가 컴퓨터를 좋아하는 것은 아무리 어마어마한 것이라 해도 컴퓨터는 딜리트 키 하나만 누르면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이 쾌감이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겁니다.이것이 지금까지의 내 문학이론의 기본적인 바탕입니다.끝없이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 자기를 몰입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선생은 말을 끊을 사이도 없이 숨 가쁘게 말씀을 이어간다.나는 선생의 어조와 표정에서 씌었거나 들린 사람의 표징을 본다. “선생님은 문학비평에서 문명비평으로 그 폭을 넓혀 오시지 않았던가요?” “내가 역사나 사회로부터 도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문학이라는 것은 사회개혁의 수단이 아니라고 이야기한 것이지 내가 사회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소리는 아닙니다.나 보고 직함이 많다고 하는데,그러나 나는 너무나도 단순하게 살아왔습니다.창조적 상상력을 위해서 일평생을 바쳤고,그것이면 뭐든 가리지 않고 지적 호기심을 바쳤다고 할 수 있지요.책도 그렇게 읽었고.다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을 나는 믿지 않는 사람이에요.인생이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재미없게 왜 한 우물만 파느냐.토끼도 수십 마리 쫓아라,놓쳐도 좋다,수백 개의 우물을 파라는 겁니다.끝없이 수맥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우물을 하나 파서 마십니까.나는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고 토끼를 잡는 사람도 아니고 토끼를 쫓고 우물을 파는 사람,창조가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했습니다.진짜로 토끼를 잡아서 놔주면 내 작업은 끝난 거예요.이것을 잡을 때까지 전심을 다하는 그 긴장을 나는 사랑하는 것이지 토끼 잡아서 뭐합니까.내가 목마름의 갈증이 있는 한 나는 또 하나의 우물을 파지만 우물을 파서 마셔도 내 갈증이 없어지지 않는데 내가 왜 한 우물만 팝니까.우물 파기와 토끼 잡기,이것이 내 평생의 일이지요.” 이제 나는 질문을 선생의 문명비평 쪽으로 돌려본다.“선생님께서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쓰신 칼럼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불러일으켰던 것으로 아는데요.” “내가 그 칼럼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오늘날 전쟁이 뭐냐 하는 것이었어요.새로운 시대에 있어서의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평화다,반전이다,참전이다를 가릴 것 없다는 거죠. 우리의 생활 곁에 끝없이 선고받은,종전 없는 전쟁이 들어섰다는 거죠.부뚜막에 전쟁이 올라와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죠.그것을 갖다가 모럴문제,환경문제,발전문제로만 보는 것은 좁다 이거죠.그러니까 새롭게 보아야 하는 것이죠.” “오늘날 세계는 이라크 전쟁,북한의 핵문제 같은 ‘낡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가 하면 초국가적인 기술 발전으로 인해 나날이 새로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과연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는지요?” “오늘날 어느 나라를 보든지 세계 시스템이라는 것은 국민국가예요.국민국가라고 하는 틀이 점점 커져서 글로벌화하다 보니까 다민족 국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어요.중국 같은 나라가 55민족이 사는 나라가 아닌가 말이에요.미국도 다민족 국가고.스위스도 조그맣고 말레이시아도 조그마하지만 전부 다민족 국가예요.언어도 다 다르고.그게 바로 네이션 스테이트예요.그런데 지금 남들은 그런 국민국가에서 벗어나서 국민국가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국민국가는커녕 통일도 못하고 있단 말이죠.그런 와중에도 한국은 세계적인,소위 보편적인 시스템에 들어서 있습니다.한국은 지금 세계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이 보편 시스템에 들어와 있는 걸 거부할 수가 없어요.인권,보편주의,보편성,합리성,자유,평등 이걸 거부할 수가 없어요.북한은 80%의 질서 속에 남아 있고 우리는 20%의 질서 속에 들어와 있어요.지금 남한은 20% 중에서,세계 IT 국가 중에서도 최강국이다 이거예요.이걸 잘 알아야 된단 말이죠.그러니까 민족주의적 감상으로 보면,핵문제 등에서 물보다 피가 더 짙다고 얘기하면서,정권이 뭐 민족이냐 이런 디테일한 문제를 따지기 전에 그냥 진짜 민족이다 우리끼리,그러니까 남의 나라가 위협하면 같이 싸워야 된다,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현실적으로는 북핵문제라든지 이웃나라와의 공조문제라든지 했을 때는 20%에 속해 있으면서도 80%에 남아 있는 북한을 아우르는 데에서 오는 사고의 편차,물질적 경제적인 편차,국제적 외교관계들을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우리 한국의 지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요?” “소위 ‘엔드 오브 히스토리(end of history)’, 역사는 결론이 났다.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렇게 보았습니다.헤겔식 절대주의죠.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충돌론에서 정반대로 문화는 상대주의다,어느 하나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나는 후쿠야마도 헌팅턴도 잘못됐다고 봅니다.문명충돌이라고 할지라도 이슬람 하고 이렇게 싸우는 것이 아니죠.명색은 지금 이라크와 미국이 붙어서 기독교문명과 이슬람문명이 싸우는 것 같지만,그러면 왜 유럽이 미국하고 손잡고 싸워야 하는데 안 그러느냐.왜 이슬람국가들이 다 같이 싸우지 못하고 방관하는 나라가 있느냐는 거죠.지금은 소위 지정학적 내셔널리즘이 지배하고 있어요.글로벌까지도 아니에요. 지역 컬처입니다.그럼 지역 컬처는 뭐냐.크게 보면 대륙문화권과 해양문화권의 충돌입니다.그러니까 세계를 좀더 복합적으로 크게 보아야 합니다.이런 눈으로 우리 반도를 보면 우리는 국내적으로가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볼 수 있어요.그렇다면 혼자,일국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고 어딘가와 연맹을 지어야 하는데 이념적 연맹이 아니고 세계 시장질서 속에서 하나의 경제권이라는 연맹을 맺어야 해요.쉽게 말하자면 세계시장이 글로벌리즘으로 바뀌면서 경제내용이 바뀌었다는 거지요.물동 중심의 경제가 지금 문화 콘텐츠 중심 경제로 바뀌고 있어요.배고픈 경제로부터 눈 고픈 경제,귀 고픈 경제로 바뀌고 있어요.이러한 경제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 공유권을 만들어야 합니다.이것은 정치이념이나 경제이념 하고는 달라요.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 위에 경제 공동체가 생기고 그것이 한 단위가 되어 세계시장에 참여하게 되는 거지요.그러니까 결론은 창조적인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화석처럼 굳은 사고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강렬한 해체를 통해서 재창조해야 합니다.” 선생의 사고는 크고 넓다.그 속에서 나는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선배들의 세계관을 엿본다.386이라는 이름으로 한정된 세계관으로는 이 세계관에 맞서 양립할 수가 없음이 명약관화하다.큰 사고가 없이는,우물 안 사고로는 한국사회는 이미 대적할 수 없는 괴물이 돼 버린 것이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문명비평가 이어령 ●긴장감 부르는 예리한 눈매·맺힌 입술 이번이 몇 번째 만남인가.나는 선생을 기억하지만 선생은 기억이 없으시다.‘구운몽’에 그런 구절이 있다.귀인은 잊기를 잘 한다고.귀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리고 귀가 긴 선생.집안이 원래 대대로 장수를 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었는데 앞에 우뚝 선 모습이 칠순의 연세에 그렇게 단단해 보일 수가 없다. 옛날 1950년대,1960년대 문학잡지에 나오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모습에서 그렇게 변한 게 없다.안경 너머로 눈매가 날카롭다.맺힌 입술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갖게 한다.저 모습 어디서 그 예민한 비평 감각이 솟아오르는 것인가. ●한국문학에 현대성·보편성 척도 제시 1934년생 충남 아산 출생.서울대학교 문리대 학생 시절부터 28세로 요절한 천재 이상(李箱)의 문학을 재발견해 냈다. 1950년대 후반에 걸쳐 김동리,조연현,서정주 등 이른바 문협 정통파의 전통주의,복고주의에 대해 전통 개념을 재해석하면서 구세대 문학에 대한 전후세대 문학의 독자성을 주장했다.(‘저항의 문학’)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특히 문학의 창조적 측면에 언어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비평활동을 전개하면서 김수영 등과 이른바 불온시 논쟁을 벌이면서 ‘문학적’ 저항을 주장했다.소설가 남정현이 ‘분지’로 필화를 겪을 때 증인 신분으로 변론을 맡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오랫동안 이화여자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장군의 수염’ 등을 위시한 소설 창작,‘문학사상’ 창간,이후 문화부장관,중앙일보 고문 등을 지내면서 다방면에 걸쳐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현대 한국문학에 현대성·보편성의 척도를 제시해온 비평가다.
  • 하프타임 / 코엘류 아시안컵 국내파 기용

    움베르투 코엘류 축구대표팀 감독은 12일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달 25일부터 시작되는 아시안컵 2차 예선에 대비한 하반기 1차 소집을 9월 18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하며 1차 소집 대상자는 국내 선수에 한정된다고 밝혔다.아시안컵 2차 소집 기간은 10월 19∼24일로 이 때도 국내파가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코엘류 감독은 그러나 11월 19일로 잠정 결정된 유럽 강호와의 A매치와 12월 4∼10일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대회를 겨냥한 3·4차 소집 때는 해외파 일부를 수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NGO / 시민단체, 광복절 행사 ‘선의의 경쟁’

    8·15 광복절 58주년을 맞아 시민사회단체들은 비록 성격과 지향점은 다르지만 선의의 경쟁속에 나름대로 ‘뜻깊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하루동안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을 촉구하는 국·내외 시민사회단체의 대대적인 평화·통일 캠페인이 경쟁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통일연대,민중연대 등 보수와 진보진영의 각 시민사회단체들은 도라산역과 금강산 등지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한목소리를 낸다. 특히 지난 2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당시 현장에 ‘인간방패’로 나섰던 ‘이라크 반전평화팀’(IPT)은 미국·일본 등 외국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기 위한 반전행사를 알차게 치를 계획이다. 그러나 한총련 등 일부 반미단체들의 미군기지 기습시위 등 반미 과격 집회도 동시에 열릴 예정이어서 자칫 평화적 행사에 ‘옥에 티’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통일을 노래한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은 15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역에서 ‘8·15특집평화콘서트’를 연다.통일의 ‘시발역’인 도라산역에 모여 평화·통일을 노래하는 한편 북한어린이 돕기와 북한내 수액(링거액) 공장건설 지원을 위한 성금도 모금한다.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와 통일연대 등으로 구성된 ‘2003 민족공동행사추진본부’도 14일부터 17일까지 평양에서 해외동포 등 8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평화와 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회’를 갖는다. 남측 인사 300여명과 북측 인사 400여명,해외동포 150여명 등이 어우러지는 이 행사의 개막식과 본대회는 능라도공원에서,남북합동공연과 폐막식은 고구려 유적지인 대성산성 남문 앞에서 열린다. 또 사단법인 ‘지우다우(지금 우리가 다음 우리를)’는 13일 전국 대학생 815명이 육로를 통해 금강산을 방문,3박4일간의 ‘8·15기념 금강산 대학생 평화캠프’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사망으로 인해 금강산 관광이 임시중단돼 취소 가능성이 우려됐지만 북측이 지난 10일 ‘개최를 허용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와 민주노총,학술단체협의회 등 100여개 단체로 구성된 ‘정전 50주년 한반도 평화대회 조직위원회’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7월27일을 ‘평화의 날’로 제정하자는 운동을 펼쳐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전쟁을 반대한다 진보 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반전 행사도 예정돼 있다.통일연대와 ‘미군 장갑차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 등은 15일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10만여명이 참가하는 ‘반전평화 8·15 통일대행진’행사를 마련했다.이들은 “정전 50주년을 맞은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여전하다.”며 “전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평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같은 장소에서 자유시민연대 등 보수성향 단체로 구성된 반핵반김 8·15국민대회 준비위원회가 주최하는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국민대회’도 열린다. 앞서 평화네트워크는 지난달 24일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으며,대한국제법학회와 통일연구원도 지난달 25일 ‘한국 정전 50주년과 한반도 평화’ 학술세미나를 열어 한반도의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정치·군사적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술단체협의회도 지난달 25일 일본,미국,중국 등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쟁 정전 50주년 국제평화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하지만 한총련 등 일부 반미단체들은 지난 7일 한총련의 미군 훈련장 장갑차 점거 시위에 이어 15·16일 이틀간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1만여명이 참가하는 반미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에는 전국 93개 미군기지를 상대로 기습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혀 경찰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지구촌이 함께 나선다 15일은 광복절이자 2차 세계대전 종전일이기 때문에 한국·일본 평화운동 단체가 공동주관하는 국제적 반전행사도 열린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8·15 반전 서울대회’ 조직위원회는 서울 종로에서 ‘반전평화행진’을 벌이고,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해소와 평화를 촉구하는 ‘서울선언(가칭)’을 채택한다. 한국은 IPT와 ‘IPT지원연대’ 등을 중심으로,일본은 일본의 재무장과 군국주의화를 비판하는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전국 교환회’(ZENKO),‘민주주의적 사회주의 운동’(MDS),‘평화와 생활을 잇는 모임’ 등 진보적 좌파단체 인사 100여명이 방한,행사를 치른다. 또 미국의 ‘글로벌익스체인지’와 미얀마의 ‘바이얀’ 등 반전평화단체 대표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한국·일본 반전평화 운동가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지역의 위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반전 국제연대활동을 통해 평화적 해결을 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
  • 엽기토끼 연봉은 1200억원

    ‘엽기토끼 마시마로의 연봉은 1200억원.’ 토종 캐릭터인 엽기토끼의 바람이 일본을 필두로 중국,태국,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에서 거세다.때문에 각종 업체와의 라이선스비 등으로 일년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무려 1200억원에 달할 정도이다. 해외에서 엽기토끼의 가치가 처음 인정되기 시작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캐릭터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이다.엽기토끼는 일본 대도시의 캐릭터 상품 매장에서 상위권의 판매 순위에 오른 지 오래다.또 최근 국내 캐릭터 에이전시 업체 CLKO를 통해 일본 완구업체 다카라와 라이선스 계약까지 맺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떠돌이 토끼’라는 뜻의 ‘류망투(流氓兎)’라는 이름으로 상하이,베이징 등 중국의 대도시에서 열쇠 고리,휴대전화 끈 등 각종 액세서리 용품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대만 맥도널드는 ‘엽기토끼 바람’을 타고 햄버거 세트에 엽기토끼 인형을 끼워주는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아기공룡 둘리도 엽기토끼와 함께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캐릭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CLKO 이천현 홍보담당 이사는 엽기토끼의 해외 인기비결에 대해 “엽기토끼가 우리 정서를 담은 토종 캐릭터이면서도 각국의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국제적 호감도’를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동아시아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로 엽기토끼를 수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 이런 책 어때요 / 학문의 제국주의

    산해 펴냄 폴 A 코헨 지음/이남희 옮김 “중국 근대사에 있어 서양의 역할은 과장,왜곡돼 왔다.이는 중국사회,나아가 동아시아 사회 전체는 정체됐고 오직 서양으로부터의 충격에 의해 근대화를 성취할 수 있었다는 편견의 결과다.” 미국 웨슬리대 교수인 저자는 미국학자들의 중국사 인식에 담겨있는 오리엔탈리즘을 해부,‘중국 자신에 입각한(China-centered)’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제시한다.중국 근현대사를 서양의 시각이 아닌 중국 내부조건에 초점을 맞춰 판단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게 이 접근법의 요체다.저자는 3세대에 걸친 미국학자들의 중국학 연구성과를 검토했다.1만 5000원.
  • 하프타임 / 12월 10일 일본서 축구 한·일전

    한·일 축구국가대표팀이 오는 12월10일 일본에서 올해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대한축구협회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무기한 연기됐던 제1회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가 오는 12월4일부터 10일까지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등 4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일본에서 열린다고 31일 밝혔다.
  • 책 / 海바다의 실크로드

    양승윤등 지음 청아출판사 펴냄 우리는 예로부터 대륙지향적인 사고를 갖고 살아온 민족이다.그런 한편으로는 고대부터 바다를 중시해온 민족이기도 하다.고조선시대에 이미 바다로 쳐들어오는 한나라의 대군을 물리쳤으며,장보고가 동북아시아의 바다를 제패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위대한 해양제국의 건설을 꿈꾼 고려 태조 왕건은 한반도를 통일한 뒤 지속적으로 바다를 해외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그러나 아쉽게도 고려시대 이후 우리는 반도적인 환경에 고착됐다.조선시대엔 바다를 소홀히 해 임진왜란이란 비극을 겪었다.이순신장군은 한반도라는 해양제국이 남긴 마지막 신화인지도 모른다.이후 우리는 그 옛날 해양을 자유자재로 경영하던 활달한 기상을 되찾지 못하고 주변부라는 열등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서교역로의 큰 즐기는 바닷길 ‘바다의 실크로드’(청아출판사 펴냄)는 우리가 잊고 있던 ‘바다’라는 역사의 한 축을 되찾음으로써 ‘육지’라는 관점만으론 이해하기 힘든 문명교류의 역사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한국외국어대 양승윤(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최영수(포르투갈어과)·임영상(사학과) 교수,한양대 이희수(문화인류학과) 교수,외교안보연구원 배긍찬(정치학) 교수 등 9명의 학자가 전공별로 집필했다. 21세기는 해양의 시대.정부는 ‘21세기 해양강국 실현’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저자들은 지금이야말로 동서교역로의 가장 큰 줄기인 바다의 실크로드를 제대로 알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책은 먼저 실크로드 ‘진화의 역사’를 소상히 살핀다.실크로드가 처음 열린 것은 기원전 2세기 전한(前漢)시대.한무제는 북방 변경지대를 위협하는 흉노를 제압하고 서아시아로 통하는 교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여행가 장건을 중앙아시아로 파견한다. 이어 기원전 106년 파르티아의 낙타상들에 의해 처음으로 파르티아와 중국 제국 사이의 무역로가 개통된다.그 후 전성기인 7세기에 이르러 당나라의 장안과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잇는 장대한 육상 실크로드가 완성된다. ●무슬림 상인들에 의해 동방항로 완성 그러나 육상 실크로드는 물동량의 한계와 육로가 야기하는 갖가지 재난으로 인해 수요와 공급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마침내 8세기부터는 유럽시장을 중계해온 서역의 무슬림 상인들에게 교역의 주도권이 넘어간다.바닷길 개척에 나선 무슬림 상인들은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 경주에까지 거점을 확보한다.바로 이들에 의해 동방의 항로가 완성된 것이다.이 바다의 실크로드는 대항해시대를 맞아 동서양 문화 교류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저자들의 결론.남중국해의 여러 나라를 매개로 하는 해상 교역로는 당당히 실크로드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흐름은 바다의 실크로드를 따라간다.해상 실크로드의 진원지는 중국이다.중국의 남북이 바닷길로 연결돼 상하이가 역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몽골시대부터.낙타 한 마리는 고작 270㎏을 싣고 터벅터벅 걸어서 머나먼 사막을 가야 했지만,8세기 후반 송나라에서 사용된 범선인 다우선 한 척은 600마리의 낙타 등짐과 500여명의 선원을 한꺼번에 실어나를 수 있었다.육지로 돌아가면 몇 천리가 되지만 바닷길은 훨씬 빠르게 각 지점을 연결해줬다.바다는 그래서 ‘문화의 고속도로’로 불린다. 동서교역은 낙타 등짐으로 교역품을 실어 나르던 대상(隊商)에 의해 10세기 이상 지속됐다.교역은 바닷길이 열리면서 짧은 시간에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확대됐다.말라카와 자바해를 거쳐 인도와 중국을 잇는 바닷길은 중동의 무슬림에 의해 베네치아로 이어졌다.인도의 구자라트와 베네치아가 중계무역항으로 부각된 것은 해상 실크로드가 이미 동아시아에서 유럽시장으로 연결됐음을 의미한다.장대한 해상 실크로드는 동서의 상품교역뿐만 아니라 무역을 통한 동서간의 문화적·종교적 교류도 가능하게 했다.요컨대 바닷길을 점령하는 나라는 헤게모니를 쥘 수 있었다. ●해상 실크로드의 동방거점은 말라카 연대기 작가이자 항해사로 훗날 중국 대사로 임명된 포르투갈의 동양통 토메 피레스는 “누구든지 말라카의 주군이 된 자가 베네치아의 목줄을 쥐게 되리라.”고 한 것은 그와 같은 맥락이다.말라카는 15세기 중반 이래 아시아 무역의 중심지였다.‘무역왕국’ 말라카의 영화는 100년 동안 지속됐다.이 책은 말라카가 해상 실크로드의 동방거점이었음을 분명히 한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실크로드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오래됐고 국내에 책도 많이 나와 있다.그러나 대부분 육상 실크로드에 관한 것들이다.실크로드 기행은 종종 막연한 신비감을 불어넣기도 한다.당나라 승려 현장은 “길이 없다.다만 사막을 헤매다 죽은 사람의 뼈를 보고 표적을 삼는다.”고 외쳤고,이탈리아의 여행가 마르코폴로는 “사막에는 악령의 소리가 들린다.그 소리에 홀려 길을 잃고 죽어간다.”고 했다.이 책에서 말하는 실크로드는 물론 현장과 혜초,마르코폴로가 넘던 험한 사막의 길이 아니다.그것은 동과 서를 하나로 이어준 생명의 바닷길이다. 해상 실크로드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책으로 기록될 이 책은 21세기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왜 바닷길에서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일러준다.바다는 문명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열린세상] 장마 알고 대비하자

    올해도 장마는 어김없이 찾아왔다.장마는 매년 여름철에 반복되어 나타나는 계절적 자연현상이다.장마의 어원은 ‘오랜’의 한자어인 ‘長’과 ‘비’를 의미하는 ‘맣’가 합성된 ‘맣’로,이것이 다시 ‘쟝마’,‘장마’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이와 비슷한 동아시아의 여름 몬순 강우 현상을 일본에서는 바이우(Baiu),중국에서는 메이위(Meiyu)라고 하며,우리나라의 장마와 의미는 같으나 형성과정과 시공간적으로는 좀 다르다. 기상학자들은 장마를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오는 것’으로 정의하지만 일반인들은 ‘여름철에 여러 날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개념상 다소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장마를 기상학적으로 살펴보면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인 열대기단과 찬 성질을 가진 오호츠크해 고기압이나 대륙 고기압인 한대기단 사이에서 비구름대가 형성되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오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산업발전과 시설물 증가,인구 증가,레저활동 활성화 등으로 집중호우에 따라 한번 물난리가발생하면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인재(人災)냐 천재(天災)냐에 대한 논란으로 해당 기관은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해마다 장마,집중호우,태풍 등으로 소중한 것들을 잃는 데 따라 정신적 공황을 겪는 수해증후군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상습침수구역,위험 축대,산사태 발생 가능 지역,강·하천 범람지역 등에 대한 특별관리와 함께 지속적인 시설 투자를 통해 재해대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미래의 날씨 변화에 대한 정보는 기상재해로부터 인류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국가정보 중의 하나이다.‘비’에 대한 옛 기록은 다른 기상요소보다 많아서 ‘증보문헌비고’에 의하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후기까지 123회의 홍수가 났다고 기록되어 있다.또한 조선시대에는 치수(治水)를 위해 서양인보다 220년이나 앞서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제작했고,현재 청계천 복원공사를 하고 있는 곳에서도 강우량과 수위를 측정하는 등 우리나라의 치수행정은 오랜 역사를 갖고있다.그렇지만 치수행정의 현주소는 여러가지로 부족하다.예컨대 주택이나 건물을 신축할 때에는 해당 지역의 최다강수량을 고려해 배수로 시설과 토목공사를 먼저 시행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앞으로 정부는 재해를 관리하는 전문기관을 신설하여 전문적인 치수관리와 함께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등 방재관련기관과의 정보네트워크를 강화한다고 하니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한 일이다.재해시 보상금이나 보험제도 등을 확대해 나가고,건축 등 공사 시행시는 가칭 ‘재해예방부담금’을 신설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장마는 매년 온다.올해도 벌써 집중호우가 발생하여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올 장마의 특성은 장마전선을 움직이게 하는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대륙고기압에 밀려 북상하지 못하면서 남부지방에 치우친 것이다.장마전선이 이렇게 남부지방과 남해상에서 주로 활동하게 됨에 따라 충청도 이남 지방에는 평년보다 150∼300% 많은 비가 내렸다.특히 부산에는 올 들어 지금까지 강수량이 1598㎜로 평년의연강수량보다도 약 10%가량 많다. 현재 제주도 남쪽 해상에 위치하고 있는 장마전선은 점차 북상하여 7월17일 남부지방을 거쳐,18일에는 중부지방으로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이후 중부 지방에서 불규칙한 남북진동을 보이며 이달 하순 전반까지 영향을 주겠으며 후반에는 우리나라가 점차 장마권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으로도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은 잠재해 있다.그러나 늘 준비된 자세로 장마에 대비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오히려 장맛비를 활용해 수자원 확보에 도움을 주는 방법을 연구하는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고 본다. 안 명 환 기상청장
  • [데스크 시각] 노사문제 ‘모델’이 능사인가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는 네덜란드식 노사모델이 집중 도마위에 올랐다.노사합의를 골자로 한 네덜란드 모델은 인력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들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의 유럽모델은 쉽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영미모델보다 경제적 성과가 떨어진다는 국내 경제연구소의 보고서도 나왔다. 한마디로 유럽모델은 ‘흘러간 노래’이며 영미모델이 더 낫다는 것이다.이런저런 나라가 등장하는 모델논쟁을 보면서 문득 떠올려지는 것은 10여년전인 1990년대초의 풍경이다.미국 경제가 죽을 쑤던 시절 일본 기업들이 약진,뉴욕의 티파니,모빌과 엑손 빌딩 등의 알짜 부동산을 사들였다.세계 10대 은행 모두가 일본계였던 시절이었다. 이즈음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에서는 ‘일본 배우기’붐이 일었다.일본은 왜 경제적으로 성공했을까? 종신고용,연공서열식 임금과 기업별 조합 등 ‘3종 신기(神器)’가 지목됐다.노사협력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기업들은,해고를 일삼는 서구기업들보다 불량품을 줄이고 질적 개선을 높인다고 너나없이 일본 고용모델을 찬양했다. 이른바 모델론이 또다시 회자된 것은 5년전 외환위기 직후였다.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모델은 ‘정실(情實)자본주의’로 국제통화기금과 미국 등 서구 국가들에 의해 매도당했다.기업의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과 노동의 유연성 등을 특징으로 한 미국 모델이 치켜세워졌고 한국도 열심히 미국을 배웠다. 이제 누구도 일본모델을 벤치마킹하자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지난 10여년의 장기 불황탓이다. 미국 모델 역시 도마위에 올라있다.한껍질 벗기고 본 미국기업들의 난장판 같은 속사정은 지난 수년간 익히 본 바다.엔론 등 유수기업에서 경영자들은 회계수치를 조작하는가 하면 근로자들을 가차없이 해고하면서 뒤로는 엄청난 연봉과 연금을 챙기는 비윤리성을 보여주었다.이런 점에서 근착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특집기사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흥미롭다.미국기업 스캔들에서 보듯 자본주의의 최대 위험은 바로 자본주의의 강력한 옹호자로 자처하는 ▲기업의 경영자 ▲오너와 ▲친(親)기업 성향인 정치인들의 행동이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했다.경영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데도 주주와 오너들이 이를 방조하고 정치인들이 규제하지 않아 자본주의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경영자들의 방만과 탐욕이 드러난 미국 모델을 무작정 우리가 따라갈 것은 없다. 물론 일부의 결함을 들어 일본 모델과 미국 모델을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미·일은 각각 거시금융정책의 잇따른 실패,제도적 허점 탓이 크다.마찬가지로 독일 경제 침체를 들어 독일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몰아치기도 어렵다.도마위에 오른 네덜란드 모델 역시 전적으로 잘못됐다기보다는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특정 모델에 집착하지 말고 노사간에 균형과 형평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어느쪽이든 지나친 힘의 행사와 방만함으로 흐르는 쪽을 눌러주고 견제해야 한다.철도파업 때처럼 독과점을 이용해 실력 행사를 하는 집단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경쟁의 영역을 늘리는 일도 필요하다.특정 모델을 놓고 옳다,그르다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 상 일 경제부장 bruce@
  • “美 진주만에 타격여단”

    |도쿄 연합|미국은 북한과 동아시아 지역내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항모와 C17 수송기 등으로 구성된 ‘타격 여단’을 진주만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린다 링글 하와이 주지사가 8일 밝혔다. 하와이에 항모가 배치되는 것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이다. 링글 주지사는 일본 방문중 도쿄에서 가진 교도통신과의 회견에서 미 국방부로부터 항모를 포함한 ‘타격’ 병력과 진주만에 항공기를 증강 배치하는 방안에 관해 들었으며 하와이 주정부는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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