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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포스트 BRICs] (17) 취재기자 방담

    [이젠 포스트 BRICs] (17) 취재기자 방담

    서울신문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기획물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를 연재,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칠레 등 신흥국가로 성장하고 있는 8개국을 소개했다. 현장 취재에 나섰던 기자들은 방담을 통해 이제 우리나라도 우리가 최고라는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서로를 인정하고 공생하는 지혜를 익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기자들의 방담 내용을 간추린다. -무엇보다 이번 취재는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힘이 놀랄 만큼 폭발적으로 늘고 있음을 확인한 계기가 됐습니다. 세계는 이들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에 깜짝 놀라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들 시장을 더 확보할까, 어떻게 투자하고 이들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할까에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기자 스스로 세계 경제와 지구촌 부의 지도를 역동적으로 재편하고 있는 나라들의 변화에 너무 무지했구나 하는 반성도 했습니다. 이번 기획이 이들의 놀라운 성장과 부상을 확인하고 한국경제 활력의 방안을 궁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취재를 통해 느낀 것은 한국사람들 스스로 좀더 겸손해져야겠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 대한 홍보가 더욱 강화돼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멕시코와 칠레의 경우 한국을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삼성과 LG의 첨단제품을 사면서도 한국이란 나라를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저 LG란 회사, 삼성이란 회사의 물건을 사는 것일 뿐인데도 일부 한국 기업인들은 그들을 한수 아래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대도시는 땅투기하는 한국인들로 넘쳐났습니다. 한국 식당에서 한국인들끼리 즉석에서 거래가 되기도 하더군요. 성공한 한국인은 땅장사 잘한 사람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입니다. 그런 한국인들의 속성을 이용해 “대통령과 친하다, 총리랑 친하다.”면서 한국인에게 접근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남아공 한인사회에 나도는 소문중 하나는 움베키 대통령이 한국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부통령 시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괄시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한국인들의 남아공 및 아프리카에 대한 태도와 시각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국제사회에서의 매너, 그리고 길게 보고 장기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태국 장관급인사 홀대하다 되레 당해 -우리나라가 겉모습만 따지다가 큰코를 다친 적도 있답니다. 몇 년전 태국 장관급 인사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가 공항에서 쫓겨났답니다. 그 인사가 점퍼에 청바지 차림이었는데, 공항에서 불법노동자라고 판단, 입국이 거부된 것이지요. 그후 태국에서 한국기업이 활동하는 데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베트남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미국, 일본, 중국보다 훨씬 좋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한국의 경제성장을 매우 부러워하고 아직도 하노이에서는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이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LG, 삼성, 포스코, 오리온제과 등이 다른 외국브랜드를 제치고 한국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동남아 진출시 우리와 불가분 맞부딪치는 일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이 없으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일본과 엮여 있습니다. 예속이라기보다는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봉제, 원목가공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이제 IT(정보기술)산업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저임금으로 원하는 것만 빼먹으려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분석적인 접근도 배울 점인 것 같습니다. 제트로(JETRO·일본무역진흥공사)에서 얻은 자료가 코트라나 대사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준 자료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자세했습니다. -태국에서는 외국인 소유주식의 지분·의결권을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외국인 기업법을 개정할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에 JETRO는 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 7000여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대다수 기업들은 외국인 기업법이 개정되면 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고 응답했습니다. 결국 설문조사로 태국정부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한 셈이지요. 반면 우리 기업들은 “외국인 기업법을 개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외에는 별다른 대응 전략이 없더군요. 위기 대처법도 한국과 일본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려는 현지화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상당수 멕시코인들은 ‘빨리 빨리’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국인 주재원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채근을 당하면 돌아서서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혀를 차곤 한답니다. -베트남은 유교권 국가인 데다가 얼핏 한국과 많이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베트남 사람만큼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도 없습니다. 전쟁의 기억 때문인지 동포애, 민족애도 매우 강합니다.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게 현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나라를 접근할 때 한덩어리로 보면 안 됩니다. 종족이 다양하고 소득수준과 성향도 다릅니다. 기업가들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그들에게 주입하려고 하기 보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기반을 다지는 작업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진출때 위축도 문제지만 과신도 문제 -현지 진출때 해당국 정보가 너무 없어 지레 위축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잘 안다고 과신하는 것도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터키는 한국전 참전국가로, 우리나라와는 ‘형제의 나라’라고 불립니다. 그러다보니 터키 사람들의 ‘선호 외국인 1위’도 한국인이지요. 문제는 한국사람들이 이를 악용, 터키와 터키사람들을 은근히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사업이든, 이민이든, 별다른 준비도 없이 “형제의 나라인데 (터키에) 가면 어떻게 되겠지.”하며 만만하게 보고 덤빈다는 겁니다. 터키의 한인협회장은 “그러다가 쓴맛을 본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며 “그래놓고는 터키의 행정절차가 복잡하다느니, 취업 허가증을 잘 안내준다느니 터키 탓만 한다.”고 혀를 찼습니다.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가들은 하나같이 수하르토 군부정치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민주화과정은 부정한 채 “옛날엔 군부만 잘 다루면 쉽게 성공했는데….”라면서 옛 군부세력과 결탁해 노조를 억압한다든지,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을 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기업가들의 생각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취재대상이 됐던 대부분의 국가들은 양극화 현상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우선 빈부격차가 극심했고 교육기회의 불평등도 심각했습니다. 나라가 좀더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현지의 지식인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기업이 진출할 때 이런 방식으로 현지 사회 공헌도를 높이는 것이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차이를 우리 기준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 등 보편화된 가치 방향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듯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이나 의료분야에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와주는 한국에 고마워하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협회의 안내를 받아 도서관에 갔더니 ‘한국에서 보내주었다´면서 자랑하듯 책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80년대에나 봤음 직한 책들인 데다 워낙 자료가 빈약해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양극화는 터키에서도 심각한 문제였습니다.CJ의 사료공장이 있는 이네겔을 방문했을 때 건너편 섬유공장의 사장만 해도 자가용 헬기를 두 대나 갖고 있을 만큼 부자들은 돈이 넘쳐납니다. 인구가 7500만명이나 되는 데다 부유층이 이렇듯 확실하다 보니 터키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거지요. 하지만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약점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각국의 빈부격차 해소에 도움주길 -카자흐스탄도 대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아스팔트길이 흙길로 변하고 담이 없는 양철지붕집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빈부격차 현상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0년 가까이 집권 중입니다. 일부에선 부정축재를 많이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보내고 있는데 현지인에게 ‘왜 대통령을 바꾸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새 사람을 세워서 또 부정한 부를 축적하느니 현재 대통령을 일하게 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의식이 참 신기했습니다. -맞습니다. 빈부격차보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재밌습니다. 태국에선 에어컨 없는 300원짜리 버스에서부터 3000원짜리 지상철, 더 비싼 택시까지 각자 주머니 사정에 따라 골라 타고 다니는데 이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없었습니다. 태국인들이 분노할 때는 오로지 국왕을 모독할 때뿐이라고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좀 다릅니다. 수하르토 이후 부정부패와 싸워가며 여러번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공공의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하지만 개인적인 문제로 돌아서면 낙관적입니다.30평이 넘는 집에 하인이 먹고 자는 방은 2평 남짓했습니다. 한국인 집 주인이 큰 방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스스로 거절을 하더랍니다. -종교의 영향도 큰 것 같습니다. 대부분 동남아는 이슬람국가인데 이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지 않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역시 베트남은 좀 다르다는 얘기인데 유교국가인 덕분에 열심히 일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의식이 매우 강합니다.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은 마치 우리나라 1960∼70년대를 방불케 합니다. 젊은이들은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대학, 어학학원을 다니면서 자기개발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은 베트남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터키 등 이슬람국 투자의 가장 큰 애로점은 역시 ‘인샬라(신의 뜻대로)’로 모아지더군요. 투자협상을 진행할 때나, 현지 근로자들을 다룰 때나, 뭔가 일이 꼬이거나 벽에 부딪친다 싶으면 어김없이 이 인샬라를 외치는 통에 복장이 터진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터키에서 만난 한 자영업체 한국인 사장이 이슬람권 적응과정은 곧 인샬라 적응과정이라고 했겠습니까. ●이슬람국가선 ‘인샬라(신의 뜻대로)´가 애로점 -아프리카의 경우 가장 특징적인 것은 검은 자본가, 검은 중산층, 검은 기업 등 블랙파워의 빠른 성장과 확산입니다. 시장확보는 물론 전략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도 현지 흑인기업들과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만들어 나갈 때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합니다. 눈에 띄게 성장한 블랙파워의 부상은 아프리카 지역뿐 아니라 지구촌 차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블랙파워의 부상에 어떻게 편승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미국 같은 큰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게 아니라 우리와 가까이 있는 동아시아, 그 다음 큰 나라로 확대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우리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남아공을 취재하면서 우리 경제, 우리의 생존이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해 있으면서도 이를 절실하게 느끼지 않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특히 자원전쟁시대 아프리카의 중요성과, 그 관문이자 교두보인 남아공의 위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국가적인 장기계획이나 대책이 정말 있기나 하는지 반문하게 됐습니다.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다른나라를 제치고 올해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각국이 앞다투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이미 보이고 있습니다. 현지 기업인들이 베트남을 ‘엘도라도(황금의 나라)’라고 칭송하면서 우르르 몰려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기회의 땅인 것은 맞지만 시장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열려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 국가들의 성장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쟁상대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도 합니다. 어느새 급속도로 성장해 한국을 일본과의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처럼 만든 중국의 예에서도 분명히 나타납니다. 해당 국가들이 어떤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발전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면밀히 분석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칠레의 경우 핀란드를 모델로 해서 IT 생명공학(BT)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네트워크 연동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들과 경쟁관계가 되든 협력관계가 되든 상대국가들의 발전모델을 우리나라의 이익에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대한 분석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BDA 장기간 교착 北·美 갈등 우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을 송금하는 문제로 장기간 교착되면서 미국과 북한간의 협상국면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당시 BDA 문제와 관련, 미국 정부가 북한의 행동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 “미국이 실수했다.”고 말한 것으로 일본의 교도통신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불만을 반영한 듯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방문길에 “북한은 BDA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초청하고 영변 원자로를 폐쇄하라.”고 2·13 합의 이행의 장기 공전에 따른 타협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측은 이같은 타협책을 거부했다. 북한 유엔대표부의 김명길 차석대사는 3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BDA자금 2500만달러를 받아야 영변 원자로를 폐쇄할 것”이라며 “다른 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1일에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영변 핵시설 폐쇄의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은 미국에 달려 있다.”면서 BDA 해결이 선결조건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영남 위원장의 언급은 그를 면담한 한·독의원친선협회 대표단의 하르트무트 코시크 독일 연방하원의원이 밝혔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빠른 시일 안에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dawn@seoul.co.kr
  • 버자이너 문화사/옐토 드렌스 지음

    ‘섹스 앤 더 시티’는 성(性)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충격을 안겨준 드라마였다. 드라마는 여성들의 자위 기구로 알려진 바이브레이터로 칭얼대는 아기를 달랜다거나(아기 등 뒤에 바이브레이터를 대줬더니 놀랄 정도로 울음을 뚝 그치고 방글댔다), 절정에 오른 여성의 사정을 직접 보여줬다(우유를 넣은 풍선을 쏘는 등의 장치였지만 여성의 사정액이 튀어나가는 장면은 TV드라마에서 보긴 힘든 것이었다). ‘버자이너 문화사(옐토 드렌스 지음, 김명남 옮김, 동아시아 펴냄)’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의 근원’‘신비의 샘’‘즐거운 입술’‘아랫도리’‘아래쪽’‘거기’‘악마의 낙인’‘지옥의 문’…. 이 책은 이처럼 갖가지 이름으로 불리며 여전히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여성 성기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룬다. 의학 문헌, 신화, 소설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중세시대 정조대부터 할례, 처녀성 검사와 같은 기괴한 풍습까지 흥미롭게 소개한다. 오르가슴·G스팟·질경련·성교통(痛)과 같은 의학상식도 설명한다. 여성 성기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기록이자 성(性)백과사전이라 할 만 하다. 아프리카 적도 윗부분에서 주로 행해지는 여성 할례(클리토리스 절제)는 성의 어두운 면이다. 음핵 포피의 일부만 잘라내는 것부터, 항문 위로 자그만 구멍만 남기고 모두 잡아 엮는 음부 봉쇄까지 할례도 여러 가지가 있다. 마취 없이 유리조각이나 면도날로 하기도 하는 할례 현장은 상상 이상으로 야만적이다. 음부가 봉쇄된 여성들은 나중에 결혼하면 신랑이 직접 칼을 휘두르거나 산파가 칼을 들어야만 한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들의 할례(포경 수술)도 ‘건강’과 관련이 없다. 할례받지 않은 음경은 위생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자위에 대한 혐오감이 깊고 할례의 전통이 있는 유대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포경 수술의 오랜 ‘유행’을 낳았다는 것이다. 1980년대 히피와 같은 공동체들은 대안적 산파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미국의 작가 앨리스 워커는 자신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산파인 이모는 내 외음부에 오일을 바르고 끊임없이 마사지를 해서 엉덩이가 열리고 질액이 흘러나오게 했다. 나는 급기야 오르가슴을 느꼈고 꼬마 피에르는 사실상 내 환희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세상으로 미끄러져 나왔다. 아기는 눈을 뜨기 전부터 평온하게 웃고 있었다.…” 해리포터가 소녀들에게 끼친 엉뚱한 성적 영향도 특기할 만하다.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완구업체 마텔 사는 2003년 ‘님부스 2000’이란 장난감 빗자루를 출시했다. 아이들이 다리 사이에 끼고 놀게 만들어진 빗자루는 원격조종이 가능한 데다 무엇보다 진동 기능을 갖췄다. 자신이 선물한 빗자루를 어린 여자 아이가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하루종일 갖고 논다고 불평한 사례도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옐토 드렌스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성과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의사. 여성 성기라는 민망할 수도 있는 주제에 대해 저자는 시종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냉정하면서 차분하게 이야기한다.2만 2000원.윤창수기자 geo@seoul.co.kr그래픽 김선영기자 ksy@seoul.co.kr
  • “1987년 한국 지식인의 당혹감 담아”

    소설가 이문열(59)씨가 미국 고등학생들과 자신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이씨는 29일(현지시간) 뉴저지주 사립학교 페닝턴스쿨의 특별 초청수업에서 학생들과 작품에 대해 1시간여 동안 문답 시간을 가졌다. 이씨는 내년 말까지 예정으로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에서 연수 중이다. 이날 토론에서 학생들은 작품의 인물 설정 배경과 숨은 속뜻을 짚어낸 질문들을 쏟아부었다.‘소설 아이디어를 어떻게 처음 구상했는지’,‘작중 인물 엄석대와 담임교사의 의미는 무엇인지’,‘지금 시점에서도 작품이 가치있다고 보는지’ 등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져 수업은 미리 예정된 40여분을 훌쩍 넘겼다. 작가는 4·13 호헌조치를 바라보는 한국 지식인들의 당혹감과 절망을 담아내 한국사회가 가진 진실의 모퉁이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소설이 권선징악으로 끝맺음되는 건 교훈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시 한국지식인의 황당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였다.”면서 “다시 쓴다고 해도 결론은 바꾸지 않겠지만 현재 한국 상황에 비춰 다시 쓴다면 낙관적으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수업에 참여한 11학년생 그레시아 르네라양은 “원작자가 궁금했던 점을 모두 대답해줘 매우 유익했다.”고 고마워했다. 학생들의 수준이 예상 외로 높아 놀랐다는 이씨는 국내 정치상황에 대한 질문엔 “별로 관심이 없으며 9월 말쯤 귀국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고만 밝혔다. 패닝턴스쿨은 1838년 뉴저지주 남부에 개교한 사립 중고등학교로 이번 학기 동아시아 문학 교재로 이씨 작품을 채택해 수업 중이다.뉴욕 연합뉴스
  • 희귀철새들 홍도·흑산도서 쉰다

    희귀철새들 홍도·흑산도서 쉰다

    멸종위기종인 청다리도요사촌과 노랑머리할미새, 제비물떼새 등과 같은 철새가 홍도와 흑산도를 경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철새연구센터는 일본 조류표식협회와 공동으로 황금새와 무당새, 적원자, 꺅도요사촌, 검은이마직박구리 등 55종에 금속 가락지를 달아 이들의 이동경로를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청다리도요사촌은 스코틀랜드에서 동아시아에 이르는 북위 50도 이상의 북반구에서 번식한다. 열대 및 남아프리카, 호주,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지내고 북반구로 이동하면서 한반도 남서부 지역을 통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흑산도에서 포착된 제비물떼새는 간척지와 갯벌 등에서 20∼30마리씩 무리지어 다니고 남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일부에 분포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세계적 중국작가 한국나들이

    세계적 중국작가 한국나들이

    올해초 ‘쌀’이라는 작품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중국 작가 쑤퉁(蘇童·44)이 가상 역사소설 ‘나, 제국의 생애’(我的帝王生涯·문현진 옮김, 아고라 펴냄)로 다시 국내 소설시장을 찾아 왔다. 작가의 첫 장편이기도 한 전작 ‘쌀’이 1920∼40년대 중국의 한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인간 군상의 타락상을 다룬 반면 이번 작품은 특정되지 않은 중국의 과거 왕조시대를 배경으로 꿈처럼 덧없는 인생을 ‘줄타기 광대’가 되어 떠돈 제왕의 일생에 빗대 묘사하고 있다. 중국 작가군(群)의 저력이 심상치 않다. 쑤퉁의 이번 작품을 비롯해 최근 출간된 중국 작가의 작품은 미국에서 활동중인 하진(51)의 ‘니하오 미스터 빈’(왕은철 옮김, 현대문학 펴냄)과 중국작가협회 주석 톄닝(鐵凝·여·50)의 ‘비가 오지 않는 도시’(無雨之城, 김태성·이선영 옮김, 실천문학사 펴냄) 등이 있다. 이들은 감수성 예민했던 청소년기에 문화혁명의 광풍을 경험한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고 군사독재를 경험한 우리 386세대 작가들처럼 이들이 ‘후일담 문학’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시대와 정서를 넘나드는 광대한 서사를 이야기하는가 하면 불륜 등의 통속적 소재로 주저없이 대중소설을 발표하기도 한다. 주제와 소재,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니 동아시아뿐 아니라 전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실제 쑤퉁의 작품은 벌써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9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이번 작품 역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홍등’의 원작인 ‘처첩성군’과 ‘쌀’ 등과 함께 세계 각지에 소개된 바 있다. 전작 ‘쌀’에서 악의 용광로인 도시를 파헤친 쑤퉁은 이번 작품에서 ‘덧없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시대를 특정하지 않은 가상 역사소설이지만 제도와 일화들은 역사속에서 실재했던 것이니 역사에 기반을 둔 허구를 만들어낸 셈이다. 주인공은 ‘섭(燮)’이라는 나라에서 열다섯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제왕의 자리에 오른 단백. 스스로 무엇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제왕이었던 단백은 정치적 음모 속에서 폐위를 당한 뒤 평소 새처럼 자유롭다고 느꼈던 ‘줄타기 광대’가 되기 위해 광대패를 결성해 ‘줄타기 왕’으로 명성을 얻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장춘몽. 전쟁으로 인해 단백은 또다시 모든 것을 잃고 혼자가 된다. 음모와 배신으로 권력을 잡은 궁중인물들은 또 어떤가. 모두들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몰락의 운명에 빠져든다. 소설은 권력에 대한 야망, 열정적 사랑, 세상살이의 비애, 모험과 도전, 증오와 화해 등 우리가 인생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인생의 축소판이다. 쑤퉁은 다음달 11일 처음으로 방한해 강연회, 팬사인회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문학을 전할 예정이다. 중국 중소도시 공산당 간부와 이혼녀의 불륜 등을 다룬 ‘비가 오지 않는 도시’를 발표한 톄닝도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씩이나 퓰리처상 후보로 올랐던 하진의 ‘니하오 미스터 빈’은 국내에 소개된 그의 첫 장편.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간 하진은 현재 미 보스턴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어로 쓰여진 이 작품의 원제는 ‘연못에서’(In the pond)로 문혁 직후 공산당 간부들의 부패상을 고발하고 있지만 전혀 무겁지 않은 A급 코미디물이다. 제목의 ‘미스터 빈’은 주인공인 아마추어 예술가 샤오빈의 이름을 따온 것일 뿐 영국 코미디언 ‘빈’과는 무관하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수치여사 가택연금 1년 연장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이 다시 연장됐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25일 국제사회의 압력과 호소 속에서도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을 1년 더 연장했다고 현지 경찰소식통을 인용해 BBC가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이날 오후 가택연금 연장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정부 관리들이 탄 차량이 수치 여사의 집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노벨상 수상자로 올해 61세인 수치 여사는 지난 17년 가운데 11년 7개월을 연금 상태에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가택연금은 지난 2003년 5월 시작돼 27일 종료될 예정이었다. 군사정부는 철권통치 속에서도 수치 여사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그치지 않는 등 그녀의 지지세가 위축되지 않자 가택 연금 연장 가능성을 시사해 왔었다. 이에 앞서 수치 여사의 연금 종료 시한을 앞두고 미국, 유럽연합(EU), 유엔, 아세안 등은 한 목소리로 연금 해제를 촉구했다. 지난주 김대중,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등 한·미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59명의 정치 지도자들이 수치 여사의 석방을 위해 미얀마 군사 지도자 탄 쉐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의 에르린다 바실리오 외무차관, 루이즈 아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등도 해제를 요구했다.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現 고1부터 국사 필수로

    현재 고교 1학년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10학년도부터 서울 7개 주요 사립대 인문사회계열에 응시하려면 수학능력시험에서 국사과목을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지난 14일 부산에서 열린 공동 대학입시설명회 이후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 7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모여 수능에서 국사 과목 선택을 의무화해 인문사회계열 입시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면서 “학교별 입학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확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22일 밝혔다. 현재 수능 시험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에서 최대 4과목씩 수험생들이 선택해 응시하게 돼 있다. 서울대가 2005학년도부터 인문계 지원자에 대해 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지만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국사를 외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위권 학생들이 국사로 몰리자 표준점수 하락을 우려한 중·하위권 학생들이 국사를 회피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 영역에서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고른 학생은 10명 중 2명뿐이었다. 전체 11개 과목 선택 비중에서도 2005학년도 5위,2006학년도 6위,2007학년도 7위로 계속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처장은 “독도분쟁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역사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으나 정작 교육현장에서는 외면받고 있고, 수능 사회탐구영역 과목별 선택 비중에서도 국사 순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대학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 중인 역사교육 강화 방안과 부합하는 것으로 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은 물론, 다른 대학들의 입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월 고시된 제7차 교육과정 개편안에 따르면 2011년부터 국사와 세계사 과목이 역사로 통합되고 역사수업 시간이 주당 3시간으로 1시간 늘어나며 2012년부터는 고교 선택과목에 ‘동아시아사’가 추가된다. 교육부는 각종 시험 전형에서 국사 반영 비중을 늘리고 국사편찬위원회 주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공무원 임용시험 등에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서울광장] 베세토에서 살아가기/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베세토에서 살아가기/황성기 논설위원

    요한달 사이 베이징과 도쿄를 다녀왔다. 베이징에서는 택시를 지하철 타듯, 도쿄에서는 커피를 물처럼 들이켠 기억이 새삼스럽다. 서울이라면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할 일들이다. 올림픽을 1년여 남겨둔 베이징 택시는 싸고 편했다. 베이징에 사는 친구가 바가지에 조심하라고 일러준 귀띔은 벌써 옛 정보였다. 기본요금 10위안(1210원·1위안 121원)에 주행거리도 싸서 베이징 수도공항에서 30㎞쯤 떨어진 목적지까지 고속도로 통행료 10위안을 얹어 50위안에 갈 수 있었다. 도쿄에서는 도토루라는 일본산 브랜드 커피점에서 마신 180엔(1380원·100엔 767원)짜리 아이스커피가 인상적이다. 도쿄 특파원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커피값이 똑같다. 한동안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일본이니 당연하지만, 도쿄에서 여행을 하거나 사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가게가 아닐 수 없다. 도토루는 한 잔에 300엔 하던 1980년대 시절 150엔이라는 반값으로 소비자들을 파고든 가격파괴의 대명사였다. 이왕 한 걸음에 베이징과 도쿄의 서민들이 찾는 슈퍼마켓에도 들러 주부들이 장을 볼 만한 식재료 값을 알아봤다. 시금치 한단, 돼지고기 1근, 소고기 300g, 계란 10개들이, 쌀 5㎏, 우유 1ℓ들이, 수박 1통이 기준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값이 들쑥날쑥한 터라 중급 정도를 골랐다. 베이징에서는 130위안(1만 5730원), 도쿄에서는 6002엔(4만 6035원)이 들었다. 서울에선 이렇게 장을 보려면 얼마나 들까. 대형할인점인 L마트에서 골라 보니 6만 2580원이 든다. 베이징은 워낙 농축산물이 싼 도시라 그렇다 치자. 그렇지만 서울, 도쿄만을 견줘볼 때 서울이 시금치만 약간 쌌을 뿐 나머지 품목은 조금씩 더 비쌌다. 한번 장을 볼 때 서울이 베이징보다 4배, 도쿄보다는 1.3배 더 돈을 써야 한다면 이처럼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국적 기업 스타벅스에서 가장 싼 ‘오늘의 커피’는 베이징 18위안(2178원), 도쿄 280엔(2147원)인 반면 서울은 2500원이다. 원화 강세 탓에 생기는 가격차를 인정한다 쳐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커피를 베이징, 도쿄보다 300원씩 더 주고 마신다면 누구나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돈 1만원이면 4명이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싼 물가의 베이징, 갖가지 볼거리·먹을거리로 여행자의 욕구를 다양하게 충족시켜 주는 도쿄같은 매력이 과연 서울에 있는가. 동아시아 3개국 수도 중 의·식·주를 막론하고 고비용 때문에 살아가기 고단하고 등 휘게 하는 도시가 서울이 아닌가. 10만원짜리 지폐가 내후년이면 나온다지만 고액권 한장으로도 장바구니를 채우지 못할 것이 뻔하다. 질 높은 삶이란 다른 게 아니다. 소득을 늘리고 분배도 중요하지만 장바구니를 가득 채워주는 일도 국가의 주요 임무다. 소비자나 생산자, 나라가 물가에 낀 거품을 빼겠다고 달려들어야 한다. 탈출하고 싶은 고물가 도시 서울에서 하루의 피로를 달래주던 소주 값마저 4.9% 올랐다니 이래저래 화가 치민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北 국방백서 ARF에 첫 제출

    북한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사상 처음으로 국방백서를 제출했다.2·13 6자회담 합의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국방백서를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한 것이어서 그 의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일부에서는 북한이 국제 사회에 대한 협력 의사를 명확히 내비친 징후로 풀이하고 있다. 동남아국가연합(ARF) 의장국으로 오는 8월 ARF 총회를 주최하는 필리핀 에를린다 바실료 외무차관은 18일 “북한이 ARF 가입 이후 처음으로 국방백서를 제출했다.”면서 “ARF 회원국들에 북한이 협조하고 동참하려는 선의의 행위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날 ARF의 27개 회원국들이 매년 자발적으로 국방백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각국의 국방백서에는 안보 전망과 위협 요인이 적시돼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아세안과 한·중·일, 지역 안보에 관련된 27개국들이 참가하는 ARF에 2000년에 가입했다. 그러나 단 한 차례도 국방백서를 제출하지 않았었다. 북한의 국방백서를 읽은 ARF 관계자는 “특별히 놀랄 만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으며 북한이 공개할 만한 선을 벗어나지 않았거나 이미 언론에 알려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ARF에 대해 “동아시아지역의 안보와 평화를 증진시키고 6자회담에서 논의되고 있는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는 중요한 포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울포위츠 결국 옷벗다

    울포위츠 결국 옷벗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의 사임이 임박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16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표적 인물로 1991년과 2003년 두 차례의 이라크전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울포위츠 총재는 결국 여자친구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 때문에 씁쓸한 퇴장을 맞게 됐다. 미 ABC방송은 울포위츠 총재가 ‘체면을 살릴 수 있는 타협’을 통해 자진 사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전했다. 세계은행 집행이사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울포위츠 총재의 사임을 위한 ‘출구 전략’을 논의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또 세계은행 윤리위원회도 울포위츠 총재에게 여자친구 승진 및 급여 인상과 관련해 조언을 잘못한 일부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방침이라고 ABC와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울포위츠 총재는 물러나되 윤리적·행정적 잘못을 저질렀다는 오명만은 쓰고 가지 않기 위해 마지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울포위츠 총재의 유임을 두둔해 온 미 백악관도 이날 오전 ‘대안’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울포위츠 총재의 사임 가능성을 시사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사태로 세계은행이 타격을 입었으며, 이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노 대변인은 향후 일정 시점에 세계은행을 이끌 적절한 총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가능한 모든 선택들이 거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도 세계은행은 그 어떤 개인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세계은행이 빈곤 완화라는 막중한 임무와 다양한 중요 프로그램들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것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의 고위 측근들이 세계은행 이사국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울포위츠 총재의 명예회복 후 모든 옵션 검토’라는 이른바 ‘투 트랙’ 접근법을 제시했으나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제시한 투트랙 접근법은 울포위츠 총재가 실수를 저질렀지만 해임될 정도의 중대 실수는 아니라는 것을 이사회가 확인하면 추후 울포위츠 총재의 자진사퇴를 포함한 모든 옵션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세계은행의 한 고위관리는 울포위츠 총재의 규정 위반이 사실로 드러난 상태여서 미국의 제안이 너무 늦게 나왔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울포위츠 총재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딕 체니 당시 국방장관(현 부통령)과 함께 1차 걸프전을 이끌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1기 행정부에서도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과 함께 국방부를 이끌며 이라크전을 기획,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념과 별개로 울포위츠 총재는 공직자로서 늘 정책을 연구하며, 개인생활도 비교적 깨끗한 인물로 평가돼 왔다. 울포위츠 총재는 그러나 ‘여자 친구 봐주기’라는 깔끔하지 못한 처신으로 오랜 공직생활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울포위츠 총재는 세계은행에 부임하면서 마침 세계은행에 다니던 여자친구 샤하 알리 리자를 국무부로 파견근무시키는 과정에서 지나친 직급과 보수 인상을 용인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시카고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울포위츠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인도네시아 대사, 국방부 정책차관 등을 역임했다. dawn@seoul.co.kr
  • [오늘의 눈] 동북아 군비경쟁, 한국은 책임없나/이세영 정치부 기자

    이번엔 주변국의 전력증강이 말썽이다. 언론과 마니아들이 들썩인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안 되려면 군비증강을 서둘러 전력의 ‘질적 대칭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예산 증액에 사활을 걸어온 군과 방산업체들로선 짐짓 ‘표정관리’라도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주변국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우리 군의 전력증강도 만만찮다. 해군은 이달 7000t급 이지스 구축함과 1800t급 잠수함을 진수하고 하반기엔 ‘아시아 최대’ 1만 4000t급 상륙함을 실전배치한다. 여기에 장거리 정밀타격능력을 갖춘 3000t급 잠수함 9척을 2021년까지 전력화하면 미국·러시아도 무시못할 ‘비대칭 해상전력’을 보유하게 된다. 공군은 또 어떤가. 이미 40대를 확보한 최첨단 F-15K급 전투기를 2012년까지 20대 추가도입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정찰위성과 공중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를 확보하려는 계획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엔 ‘세계 최강’F-22의 일본 판매 가능성이 나오면서 ‘상응 전력을 조기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 지원까지 받고 있다. 군이 주변국의 전력 변화를 주시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자위’ 차원이라는 우리의 전력증강이 이지스함과 잠수함, 첨단전투기 등 주변국이 위협으로 느낄 만한 공격전력 위주로 편성돼 있다는 점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연말 우리의 해군력 증강을 상세히 소개한 뒤 “동아시아 전력균형을 바꾸고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따로 있다. 이 지역의 군비경쟁이 비대칭 전력에 의존해 군사력 격차를 상쇄하려는 북한내 강경파를 자극, 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남조선 호전세력의 전쟁장비 증강책동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파탄시키고 있다.”는 북한 대남단체의 비난이 가볍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를 상상할 능력이 우리 군에겐 언제쯤 허락될까. 이세영 정치부 기자 sylee@seoul.co.kr
  • “부시, 핵 해결뒤 北·美관계 조속 추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된 이후 북·미 관계를 “전면적으로 빨리” 추진하겠다는 뜻을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에게 밝혔다고 워싱턴을 방문중인 이해찬(얼굴) 전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대표 자격으로 방미중인 이 전 총리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은 또 북한이 미 정부의 북·미 관계 정상화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미 정부는 아무런 숨겨진 의도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랜토스 위원장이 전했다고 이 전 총리는 말했다.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도 이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 핵 폐기의 초기단계 이행이 완료되면 실무그룹 차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이 전 총리가 말했다. 네그로폰테 부장관은 현재 북핵 해결 이후의 동북아 안보체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중이라고 이 전 총리는 말했다. 또 이 전 총리는 이틀 전 만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 2500만달러의 송금 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낙관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BDA 문제 해결 이후 북한이 약속한 초기단계 이행 조치들도 조기에 완료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이 전 총리는 전했다. 이 전 총리는 또 미 정부와 의회의 노동·환경과 관련한 신통상정책 합의에 따라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미측에 “새 조항을 현재의 FTA에 포함하려 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재협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dawn@seoul.co.kr
  • [5·18 민주화운동 27주년] 그 날 그 함성 다시 듣다

    국내외 석학들이 18·19일 이틀 동안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한다. 전남대 등에서 열리는 ‘5·18 민중항쟁 27주년 기념국제학술대회’에는 미국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광주항쟁과 한·미관계’, 일본 도쿄대 와다 하루키 전 교수가 ‘동아시아와 두개의 코리아, 과거 현재 미래’, 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한국민주주의와 광주항쟁 세 가지 의의’, 서울대 윤영관 교수가 ‘21세기 세계 정치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발표를 한다. 이들은 ‘한국전쟁론’ 등에서 ‘수정주의’ 시각을 보여온 진보 학자로, 미리 배포한 원고에서 5·18과 당시의 국제정세 등에 대해 다양한 담론을 제시했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미국 정부는 한반도에서 안보와 안정을 얻기 위해 전두환 등 독재 세력을 지원하고 5·18 당시 한국군 유혈 진압을 용인했다. 그리고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로 어떤 심각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다. 이는 카터 행정부의 비밀해제 문서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80년 5월22일 ‘중대한 백악관 회의’에서 국가안보 보좌관 브레진스키는 독재자(전두환)들에 대한 ‘단기적 지원, 정치적 발전을 위한 장기적 압력’을 암시했다. 당시 정책심리위원회는 ‘한국인들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병력동원이 필요할 경우 이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어 광주시민의 진압에 대해 많은 희생이 따른다면 다시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많은 희생이 발생했을 때, 브레진스키는 또다시 독재자에 대한 인내와 북한의 도발 우려를 조언했다. 그리고 수일 만에 항공모함 미드웨이호가 한국해역으로 출항했다. 카터·홀부르크·브레진스키에서 시작해 1981년 취임한 레이건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전두환이 창조한 ‘새시대’를 ‘환대’하기에 이르기까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 엘리트들이 전두환의 권력 찬탈을 후원했다. 전두환을 지지했던 유력한 미국인들은 나중에 그들의 수고 대가로 후한 보상을 받기도 했다. 스칼라피노 교수, 스피로 에그뉴 전 부통령, 리처드 홀브루크, 알렉산더 헤이그 등 당시 저명 교수와 관료들이 대우와 현대 등 한국 거대 기업의 고문으로 위촉돼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것이 그 예이다. 커밍스 교수는 미국의 대한국 정책은 일부 정치 엘리트들이 좌지우지한다며 북한을 견제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한국인들의 의지는 존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광주항쟁은 인권과 정치적 권리를 원한다면 그것을 위해 싸워야 하며, 싸우지 않으면 결코 얻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하며 “미국 지도자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원해 줄 것이라 믿어서는 안 되며 여러분 스스로 민주주의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전 교수 1894∼1975년 80년 동안 한·중·일과 동남아 지역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갈기갈기 찢기고 갈라졌다. 남북한이 대립하고 일본과 주변국가들이 지금까지 화합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을 포함해 가해자는 사죄하고 희생자의 비애와 아픔이 치유돼야 한다. 손해도 보상돼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움이 극복되고 용서가 이뤄져야 한다.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한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 대륙과 해양을 잇는 가교이다. 유럽공동체와 같은 평화와 공생의 질서가 이 지역에서 구축되는 것이 꿈이다. 동북아 공동체 창설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 한반도가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분단과 대립은 동아시아 지역공동체 실현에 걸림돌이다. 다행히 한국은 민주혁명 진전의 결과로 대북정책의 결정적인 전환을 맞게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포용정책을 취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했다. 이 정책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기본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앞으로 남북한이 함께 지역 평화와 협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 광주항쟁은 한국 민주화의 원천이다.‘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하나의 축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항쟁의 결과는 곧바로 민주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군부권위주의의 해체와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가져오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또 민주화 이행으로부터 공고화를 포함하는 전체 민주화 시기를 통해 지속적인 영향력을 갖는 이념과 거대 담론을 창출했다. 구질서에 대한 총체적 안티테제로서, 대안적 질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갈등은 ‘민주대 반민주’로 집약된다. 광주항쟁은 그 핵심 구성 요소이자 가치로서 민족·민주·민중이란 세개의 언어를 창출했다. 광주항쟁이 창출한 이들 세개의 중심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항쟁 과정에서 그렇게 인식되고 스스로 자각된 ‘민중’이다. 민중은 한국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적인 시민민중 또는 민중시민의 출현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에서도 프랑스혁명을 주도한 시민처럼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실행하려는 주체가 등장한 것이다. 이점에서 1980년대 민주화는 그 이전 4·19나 광복 직후 상황과 구분된다. 압도적인 보수 헤게모니가 관철됐던 1980년대 말 이래 민주화가 진전된 것은 광주항쟁을 경험한 호남이라는 민주주의 지지 기반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 후 대선과 총선 등에서 보수세력을 견제하고 민주화세력을 이끈 동력이 됐다. 많은 사람들은 지역당 구조를 ‘망국병’으로 규정하고 부정적 요소를 갖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결집된 투표성향은 그들이 광주항쟁을 경험하고 민주화 선봉에 섰다는 자긍심을 바탕으로 한다. 편견과 차별을 철폐하겠다는 민중적 욕구의 표현이다. 민족·민주·민중 3개의 중심적 거대담론은 민주화운동의 탈동원화와 일상화 과정 속에서 현저하게 쇠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중이 정당을 매개로 삶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 때 민주주의는 보통사람의 사회경제적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광주항쟁의 정신과 역사적 의미는 민중이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이를 통해 정치적 민주화를 경제적 민주화로 진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 21세기 초 세계정치 구조는 미국의 패권적 지위 유지와 중국의 상대적 권력상승을 특징으로 한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중국과의 우호 증진을 꾀하고 있다. 한편으론 일본·호주·인도 등과 동맹강화를 통한 대 중국 견제전선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이라크전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동북아·동남아·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지에서 조용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자원을 무기로 강대국의 영향력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는 북핵 개발로 위기가 진행 중이다. 이 위기가 어떻게 해소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지속 여부가 달려 있다. 강대국의 이해가 달려 있는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평화정착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들은 자기비하의식을 버려야 한다. 즉, 한국을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로 바라보는 무기력한 의식부터 버리지 않고서는 결코 우리 문제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도해 나가지 못한다.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지만 강대국들에 비해 아직도 작은 나라이다. 그러나 아예 처음부터 포기해버린다면 능력 범위 안에서 해낼 수 있는 것도 해내지 못한다. 이런 의미에서 진정한 우리의 적은 주변 국가들이 아니라 스스로의 패배의식이다. 한국의 상대적 국력 상승을 고려한다면 지금은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 정도는 됐다. 돌고래는 다른 고래들보다 덩치는 작지만 영민한 머리를 갖고 있다. 돌고래처럼 현명하고 영민하게 처신하는 방법을 익히고 미래를 도모한다면 험한 파도가 밀려오는 세계정치의 대양에서도 나름대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활로를 개척해 나갈 수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6자 진전없는 상황 남북정상회담 반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정부의 고위당국자들이 남북한 정상회담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주목된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4일(미국시간) 워싱턴을 방문 중인 신기남 국회 정보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남북관계와 6자회담은 같이 가야 한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은 필요하면 할 수 있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회담을 갖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신 위원장이 15일 전했다. 또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도 15일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지켜보면서 한·미간에 시기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지금은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시기가 아니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신 위원장은 전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힐 차관보의 발언은 6자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보다 6자회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남북정상회담 자체를 완전히 부정한 것은 아닌 것 같으나 진위를 더 파악해 봐야겠다.”고 밝혔다. dawn@seoul.co.kr
  • 美 급진전 남북관계 ‘브레이크’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워싱턴을 방문 중인 신기남 국회 정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미국의 대북정책과 한·미 관계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관심을 끄는 대목은 미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힐 차관보와 와일더 보좌관은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6자회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현시점에서는 적절하지 않으며, 미국과 협의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 위원장은 전했다. 힐 차관보는 남북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남북끼리만 회담을 하면 북한에 (6자회담 합의를 늦출 수 있는) 구실을 줄 수가 있고, 한·미관계를 이간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신 위원장은 전했다. 미 정부 인사들은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이 6자회담 추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정도의 원칙적 입장을 밝혀 왔다. 또 힐 차관보와 와일더 보좌관의 남북 정상회담 반대 발언이 나온 것은 남북철도 경의선과 동해선이 56년 만에 연결되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워싱턴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는 지난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때도 빌 클린턴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환영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처럼 남북 정상회담에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우리 정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미국측에 발언 의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미측의 남북 정상회담 반대 입장과 관련,“개인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은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서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와일더 보좌관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인권 존중 ▲경제 자유화 ▲비핵화 등 세가지의 ‘올바른 길’을 실현해야 가능하다는 미측의 조건을 제시했다고 신 위원장은 전했다. 신 위원장은 또 와일더 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는 4단계가 있다고 정의했다고 말했다. 첫단계로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요원을 복귀 시키고,2단계로 모든 핵 프로그램을 자신 신고하고,3단계로 모든 핵시설을 불능화하며,4단계로 모든 핵물질과 무기체계를 북한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와일더 보좌관은 북한이 이같은 조치를 취하면 부시 대통령도 진지하게 관계개선 조치를 취할 것이며 4단계 이행의 적당한 시점에 북·미 연락사무소를 설치한 뒤 4단계가 완료되면 상호 대사관급 외교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고 신 위원장은 말했다.dawn@seoul.co.kr
  • 힐 “北 BDA 자금 문제 금주내 방안 나올것”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자금 2500만달러의 해제 문제와 관련, 이번주 내로 북한이 만족할 만한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기남 국회정보위원장이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신 위원장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힐 차관보와의 전날 회동 결과를 설명하면서 그가 “며칠 안에, 아마도 이번주 내로 북한이 만족하거나 수긍할 만한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BDA에 동결된 자금이 송금되어야 6자회담 ‘2·13합의’를 이행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힐 차관보는 BDA의 북한 자금이 미국 은행을 통해 북한측에 송금될 것이라는 관측과 관련,“미 은행이 계좌이체에 관여할지 여부는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신 위원장은 전했다. 신 위원장은 힐 차관보는 BDA 문제만 해결되면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의 방북이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북·미간에 후속조치에 대한 협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을 보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신 위원장은 전했다. 힐 차관보는 현재의 한반도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전환하는 절차가 영변 원자로 폐쇄와 동시에 논의되기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신 위원장은 말했다. 힐 차관보는 북·일 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요즘 일본 여성들이 납치될까 무서워 바닷가에 나가지를 못한다고 들었다.”면서 “북한이 먼저 일본에 손을 내밀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 위원장은 전했다. dawn@seoul.co.kr
  • [사설] 日, 평화헌법 손 댈 자격 있나

    일본 참의원이 헌법 개정 절차를 담은 국민투표법안을 어제 통과시켰다. 중의원에 이은 참의원 가결로 일본은 1947년 제정한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법률을 두게 됐다. 개헌은 집권 자민당이 창당때 내건 목표다. 아베 신조 총리도 임기 안에 개헌을 이루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군정이 지은 낡은 옷인 ‘평화헌법’을 벗고, 일본인 손으로 만든 ‘자주헌법’으로 갈아입겠다는 것이 개헌론자들의 주장이다. 개헌세력은 시대에 맞는 국가이념, 환경문제를 새 헌법에 담겠다고 주장한다. 핵심은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9조의 폐지 혹은 개정에 있다.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게 헌법 제정 당시 국제사회와 일본의 합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전쟁을 경험한 호헌파 세대들이 하나둘씩 퇴장하면서 개헌 세력이 힘을 얻어온 게 일본이다. 식민지배와 전쟁에 휘말렸던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으로선 9조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반세기 넘게 현행 헌법으로도 충분히 경제적으로는 물론이요, 군사적으로 강성하게 됐는데도 굳이 9조에 손을 대려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호헌보다는 개헌쪽을 약간 더 지지하는 일본인들은 9조 개정이라는 각론에서는 반대의견이 훨씬 많다. 게다가 군위안부, 역사교과서, 야스쿠니신사 문제 등에서 아베 총리를 포함한 개헌주도 세력이 보이는 역사망각적 언행은 개헌의 본심이 군국주의 회귀에 있지나 않은지 의심케 한다. 일본의 개헌주도 세력은 지난 세기 동아시아인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거나 심지어 부정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들이 이제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마저 버리려 한다. 이것이 세계는 물론 일본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불행의 씨앗이 아닌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 [이젠 포스트 BRICs] (10) 인도네시아 (하)

    [이젠 포스트 BRICs] (10) 인도네시아 (하)

    |자카르타·차궁칠린칭(인도네시아) 이창구특파원|우기(雨期) 막바지에 접어든 인도네시아는 찜통 더위가 계속되다가도 오후에는 어김없이 한 차례씩 장대비가 내렸다. 지난달 25일 자카르타 북쪽의 차궁칠린칭에 있는 보세 수출공단인 KBN공단을 가기 위해 고속도로에 올랐을 때에도 비가 쏟아졌다.1시간 남짓의 폭우로 고속도로는 차량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물에 잠겼다. 비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허술한 배수로 시설이 문제였다. 경제 관료들이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가장 절실하다.”고 외치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었다. 2시간에 걸쳐 조심스레 달려간 끝에 도착한 KBN공단은 1970년대 구로공단을 깨끗하게 업그레이드한 모습이었다. 컨테이너를 짊어진 트럭이 쉴 새 없이 어디론가 떠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젊은 여공들의 눈빛이 빛났다. ●한국의 전방위 투자 53만평에 펼쳐진 KBN공단은 한국 업체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주 봉제업체 165개 가운데 120개가 한국 기업이다. 숫자뿐만 아니라 규모나 시설 면에서도 타이완이나 중국 업체에 비할 바가 아니다. 타이완 업체 사장은 “임금은 한국 기업과 차이가 나지 않는데 복리후생이나 시설 면에서 격차가 커 노동자들이 한국 업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공단에서 두 개의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는 한세상사 박정운 전무는 “한국에서는 이제 봉제 공장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인도네시아의 봉제 산업은 한국 기업이 다 장악했다.”면서 “캄보디아나 필리핀에 비해 임금이 비싼 편이지만 노동자의 자질은 훨씬 훌륭하다.”고 말했다. 실업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도 노동집약적 산업인 봉제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한국의 인도네시아 투자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봉제 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 시장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다.1979년 진출 이후 19개의 대형 공사를 따낸 쌍용건설은 지난해 일본 최대 건설사인 시미즈와 17개월간의 경쟁 끝에 1억 3000만달러 규모의 ‘플라자 인도네시아’ 확장 공사를 따냈다.47층 규모의 초호화 주상복합 건물로 자카르타의 새 상징물이 될 전망이다.SK㈜도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기업인 페르타미나와 합작해 하루 8000배럴 이상의 윤활유를 생산하는 정유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위원회(BKPM)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한국의 투자액(승인기준)은 8억 7740억달러로 4위였다. 건수로는 312건으로 가장 많다. 코트라(KOTRA) 자카르타 무역관 김병권 관장은 “1102개의 한국 업체가 진출했고,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도 몰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1992년 이후 304억달러 투자 ‘세계 최다´ 한국의 투자 경쟁상대는 일본이다.1942년부터 3년간 인도네시아를 지배했던 일본의 자본은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빠져나갔다가 최근 회귀하는 양상이다.1992년 이후 일본의 인도네시아 투자액은 304억달러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다. BKPM의 하리 바키티오 규제개혁국장은 “일본이 없으면 인도네시아도 없을 정도로 일본 자본이 우리 경제의 바탕을 이룬다.”면서 “지난해 말 기준 총외채 1307억달러 가운데 33%가 일본 부채”라고 밝혔다. 특히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시장은 일본 업체가 90% 이상 장악해 좀처럼 틈새를 찾을 수 없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팔린 31만 8883대의 자동차 가운데 29만 6492대가 일본차다. 한국의 KOTRA격인 일본 제트로(JETRO) 자카르타 센터에는 제트로 직원은 물론 경제 부처와 대기업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상주하며 인도네시아 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일본 대기업들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아시아 각국에 진출한 현지법인간 거래를 활성화시켜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한다. 미쓰이물산에서 제트로에 파견된 미노루 야수이 투자자문관은 “올해가 인도네시아 투자의 터닝 포인트(전환점)가 될 것”이라면서 “대기업들이 현지화한 만큼 이젠 대기업에 납품하는 일본 중소기업들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window2@seoul.co.kr ■ 코린도 그룹 이원제 사장의 현지 진출 전략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이창구특파원|3만여명에 이르는 한국 교민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기업은 단연 코린도(KORINDO·코리아+인도네시아) 그룹이다.1969년 인도네시아에 진출, 목재업으로 사업을 일궈 지금은 연매출액 8000억원 규모의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펄프·제지·컨테이너·금융에 이어 최근 팜오일 등 바이오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사세를 확장했다.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20위권에 들어간다. 승은호 회장은 해외에서 가장 성공한 한상(韓商)으로, 동남아에서 화상(華商)과 맞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한국 기업인으로 꼽힌다. 현지 한인회장, 상공회의소회장은 그의 당연직처럼 여겨진다. 승 회장과 함께 34년 동안 ‘코린도 신화’를 일군 이원제 사장은 “합판 수출액이 지난해 3억 5000만달러이고, 지난 3월 현대자동차와 상용차 및 버스 조립공장을 세웠다.”면서 “1만 3000㏊에 이르는 팜오일 플랜테이션 농장을 10만㏊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1998년 폭동이 났을 때에도 한국인들만 떠나지 않았고, 이 사실을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면서 “수마트라와 보르네오 밀림에서 맹수와 싸우며 벌목을 했던 기상으로 한국 기업들은 이제 새 사업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망한 진출 분야에 대해 이 사장은 “코린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도네시아가 가장 큰 경쟁력을 지닌 원목에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라면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인도네시아의 경쟁력이 높은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KOTRA 자카르타 무역관은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으로 ▲소비계층 분화에 대비한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 개발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및 IT 투자 확대 ▲석유대체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참여 등을 꼽았다. window2@seoul.co.kr ■ “폭발적 증가 중산층 겨냥 고급 생필품·IT쪽 승부를”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이창구특파원|“일본 기업들은 앞으로 식품가공이나 화학, 의약품 쪽에 눈을 돌릴 전망입니다.” 제트로(JETRO·일본무역기구) 자카르타 센터의 다케시 혼조 부관장은 “자동차, 전자, 휴대전화 등 그동안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성공한 일본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동시에 다른 국가들이 하기 힘든 전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케시 부관장은 특히 “도로·철도 건설이나 에너지 개발 등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은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인도네시아와 인접한 국가들이 투자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일본과 한국은 인도네시아 경제가 성장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산층이 요구하는 수준 높은 생활필수품이나 최첨단 정보기술(IT) 제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시장의 강점으로 풍부한 천연자원,2억명이 넘는 거대한 내수시장, 근면한 노동력, 일본에 우호적인 감정 등을 꼽았다. 반면 인도네시아 투자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는 불분명한 조세정책과 노동법을 들었다. 다케시 부관장은 “부가가치세율의 산정 근거가 모호하고, 환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8년 근무한 노동자가 직장을 그만둘 경우 11개월치의 월급과 위자료까지 줘야 하는 현행 노동법 때문에 ‘야반도주’하는 외국기업까지 생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케시 부관장은 현대자동차가 최근 현지 한국 기업 코린도그룹과 함께 상용차와 버스 조립공장을 세운 데 대해 “관공서 버스나 앰뷸런스, 경찰 순찰차 등 공공부문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window2@seoul.co.kr ■ 공장설립 첫발 18개월 소요 “기다릴 줄 알아야 사업 성공”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이창구특파원|‘기다릴 줄 알아야 이긴다.’ SK㈜ 자카르타지사의 이경일 지사장은 인도네시아 비즈니스의 성공 요인으로 ‘시간’을 꼽았다. 이 지사장은 “국영석유기업과 공장 설립을 논의하기 위해 첫 대면을 하는 데만 1년 반이 걸렸다.”면서 “한국적인 ‘스피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시간 개념이 약하다. 기자는 10여명의 현지 관료와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면서 약속 시간에 맞춰 나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인터뷰 직전에 시간과 장소를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쌍용건설 자카르타지사 이희원 지사장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웬만하면 ‘노(No)’라고 말하지 않는다.”면서 “상대방의 태도에서 긍정과 부정을 느껴야지, 말만 믿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은행 자카르타법인 이민재 법인장도 “‘뭉킨 비사’라는 말이 있는데,‘아마 가능할 것’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부정을 뜻할 때가 더 많다.”고 소개했다. KOTRA 무역관 복덕규 차장은 “‘고맙다.’는 표현이 ‘트리마 카시’인데 이는 ‘받고, 주다.’라는 뜻”이라면서 “상대방이 뭔가 먼저 해주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봉제업체 한영의 박창후 과장은 “이슬람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이슬람을 폄하하는 발언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window2@seoul.co.kr
  • 손학규 “DJ햇볕정책 지지해 왔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그분 집권 시에, 제가 당시 경기지사가 되기 전부터 당을 달리하면서도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지지했다.”면서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폐기할 게 아니라 계승,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해 왔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을 방문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손 전 지사의 평양 방문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김심(金心)’ 사로잡기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사실상 ‘친 DJ’ 노선을 선언한 셈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라도 하는 게 좋다.”면서 “분명한 목적과 내용을 갖고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고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12일까지 3박4일의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손 전 지사는 방북 목적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를 어떻게 진전시킬지 구체화하고 남북간 이질화를 줄이기 위한 경제협력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일 평양에서 개최하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도 면담할 예정이다. 이번 방북에는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과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송태호 상임이사, 장달중·강광하 서울대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이 함께했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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