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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사회 한국, 세월호 비극 다시 없게 집단성찰을”

    “위험사회 한국, 세월호 비극 다시 없게 집단성찰을”

    “위험 사회일수록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집단 성찰이 필요합니다.” 미국 학계에서 동아시아 전문가로 손꼽히는 존 리(56) UC버클리대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는 한국인의 위험 관련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리 교수는 “1980년대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지만 사람들은 그리 위험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세월호 참사가 1970년대나 1980년대에 발생했다면 지금처럼 큰 파장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민주화를 달성한 선진 사회이기 때문에 ‘규제가 더 꼼꼼했다면’ ‘선장이 더 잘 훈련됐었다면’ ‘해경이 더 잘 구조했다면’ 같은 진지한 문제 제기와 토론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두 살 때 모국을 떠나 일본과 하와이에서 성장한 리 교수는 1995년, 1998년, 2001년 발간한 ‘한국인 디아스포라(특정 민족이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 3부작 등 한국과 동아시아 연구에 천착해 왔다. 리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열린 성대 사회과학연구원 50주년 기념 학술대회의 기조 강연자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에서 집단 성찰의 필요성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리 교수는 “참사 1년이 다 돼 가는데 여전히 유가족이 광화문광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가 했던 사과의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았고 보상 등 후속 대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미국보다 정부 영향력이 큰 나라임에도 적극 개입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한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인재(人災)와 세대 갈등, 노인 빈곤, 암기식 교육, 학력 인플레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국민 인식과 현실의 괴리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위험 요소라고 설명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필체에 보이는 한국인 ‘동심 DNA’

    필체에 보이는 한국인 ‘동심 DNA’

    어린아이 한국인/구본진 지음/김영사/436쪽/1만 8000원 ‘어린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이며 거룩한 긍정이다.’(니체) 미국 인류학자 리처드 퓨얼은 어린아이를 설명한 니체의 이 말과 연결해 이렇게 갈파한 바 있다. “지구상에서 동아시아 사람들,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이 가장 네오테닉하다.” ‘네오테니’(neoteny)란 인간이 본래의 신체, 정신, 감정, 행동 동 모든 측면에서 어린아이 같은 특성이 줄지 않고 오히려 두드러지는 쪽으로 성장·발달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학계에선 ‘유년화 현상’이란 뜻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전문용어로, 자유분방하고 활력 넘치며 장난기 가득한 기질의 특성이 담겼다. 외국의 인류학자가 한국인의 특성을 ‘가장 네오테닉하다’고 주목한 점이 흥미롭다. ‘어린아이 한국인’은 필적을 추적해 그 ‘네오테닉 한국인’의 원형질을 밝혀낸 독특한 책이다. 저자는 21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필적을 연구해 2009년 ‘필적은 말한다’로 주목받은 국내 최고의 필적학자. 용의자에게 자필 진술서를 습관처럼 받다가 ‘글씨는 뇌의 흔적이고, 유전된다’는 생각을 굳혔고 15년간 발품을 팔아 글씨에서 건져 낸 ‘한국인의 DNA’ 보고서를 냈다. 한국인의 원형질을 찾자면 응당 단군신화를 포함한 고조선부터 출발해야겠지만 잘 알려진 대로 그 시기의 필적은 남은 게 없다. 대신 법흥왕 재위 이전인 6세기 초까지의 고신라(통일이전의 신라)가 고조선 선조의 특성을 가장 잘 간직한 것으로 학계에선 보고 있다. ‘이사지왕 고리자루 큰칼’과 ‘포항중성리신라비’(보물 1758호), ‘영일냉수리신라비’(국보 264호)는 ‘고조선 DNA’의 암호가 남은 몇 안 되는 유물·유적으로 여겨진다. 한국인의 원형질을 순수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최초의 글씨 유물들은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점을 갖는다. 둥글둥글하고 불규칙하며 자유분방할 뿐만 아니라 활력이 충만하다. 이런 특성을 종합해 보면 유년화 현상인 네오테니로 모아진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증거는 경주 금관총 출토 고리자루 큰칼에서 찾아진다. 같은 고분에서 나온 금관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동양미술사학자 존 카터 코벨)이라는 찬사를 받는 것과 달리 왕의 보검에 ‘爾斯智王’(이사지왕)이라 새겨진 글씨는 마치 어린아이가 쓴 것처럼 비뚤비뚤하고 자유분방하다. 격식과 체면이라는 겉모습 이면에 숨어 있는 한민족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역력하다. 네오테닉의 특성은 도자기 분청사기와 다양한 토우, 탈, 풍속화 속에서도 한결같이 드러난다고 한다. 이를테면 조선의 ‘분청사기 철화 제기’(국립중앙박물관 소장)는 흥에 겨운 도공이 낙서를 한 것처럼 익살과 해학이 묻어난다. 유전의 속성을 보여 주는 한국의 글씨체도 적지 않다. 저자는 그 대목에서 “할아버지의 글씨체가 손자에게 유전되고, 천 년의 긴 역사 속에서 민족의 글씨체가 유전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광개토대왕과 백범 김구 글씨가 닮은꼴이다. 414년 세워진 광개토대왕비와 1876년 태어난 황해도 해주 출신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글씨체를 비교해 보면 모두 정확하게 정사각형을 이루고 있고, 필선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넘친다. 고대 한민족의 원형질은 고려로 접어들면서 중국 영향을 받아 경직화됐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의 글씨체를 저자는 이렇게 나눠 평가한다. “중국의 글씨가 곱고 다듬어진 비단이나 매끄러운 옥판선지라면 우리 글씨는 빳빳한 한산모시나 투박한 닥종이 같다. 중국의 글씨가 자로 잰 듯이 자르고 다듬어 만든 다음 붉은 칠을 한 화려한 건물을 연상케 한다면 우리 글씨는 자연의 생명력이 활발한 삼척의 죽서루를 떠올리게 된다.” 한민족은 오랫동안 상당히 중국화됐지만 고대 한민족의 유전자는 면면이 이어져 내려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19세기 이후 중국 위상의 약화와 일제 강점,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도입, 한글의 대중화 같은 게 탈중국화, 다시 말하면 고대 한민족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지식은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민족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면 민족의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리는 것이며 고대 글씨에 남아 있는 DNA의 암호를 모두 풀어내면 한민족의 첫 시작과 원형을 밝히고 정체성을 찾아낼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사설] 아베, 美 의회 서기 전에 위안부 문제 풀어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결국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단에 서게 될 모양이다. 외신에 따르면 다음달 29일 열리는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가 그 무대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의 정상이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단에 서는 건 전후 70년에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세 명의 일본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한 적은 있으나 상·하원 가운데 한 곳에서만 했다.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이 외국 정상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의미하는 미국 정치 문화를 감안한다면 아베 총리의 상·하원 연설은 분명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무게를 지닌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이미 여섯 번이나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터에 미국의 또 다른 동맹국인 일본의 정상이 처음 연단에 오른다고 해서 그 자체를 백안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수많은 희생과 고통을 안긴 2차 대전 전범들을 꼬박꼬박 추념하고, 위안부에 대한 진실마저 왜곡하는 등 과거사에 대해 퇴행적 행태를 거듭하는 작금의 일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미 의회에서 당당하게 세계 평화와 공동번영을 운운하기에는 지금 일본이 보여주는 행태가 너무나도 후안무치한 까닭이다.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성사시킨 힘이 돈과 인맥을 앞세운 일본 정부의 로비라는 사실을 일본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다고 본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 자민당 정권의 행태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미 행정부와 의회를 회유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총력전을 펼쳐온 게 사실이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적극 참여하는 대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은 애써 외면하는 것이나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 이전을 관철시킨 것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개정하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미 의회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가며 막대한 정치 후원금을 제공하는 등 일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눈물겨운 노력은 뒤집어 말해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이 결코 과거사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으며, 그 어떤 견강부회식 의미 부여도 허용될 수 없음을 뜻한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저지하지 못한 우리 정부의 외교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으나 사안의 본질은 연설 여부와 관계없이 과거사, 특히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일본 정부가 취해야 할 과업은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아베 총리가 떳떳하게 미 의회 연단에 서고 싶다면 이제라도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6일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국장급 협의를 갖고 위안부 문제를 논의했으나 피해 배상의 성격 등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끄러운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는 아베 정부의 소아적 자세가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여생은 일본 정부에 시간이 많지 않음을 말해준다. 부끄러운 과거를 씻을 기회를 일본은 놓치지 말기 바란다.
  • K팝보다 국악장단이 좋아… 집에 가는 거 잊었어요

    K팝보다 국악장단이 좋아… 집에 가는 거 잊었어요

    “점점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언제 집으로 돌아갈지 아직 생각도 안했어요” 18일 경기 고양 킨텍스전시장에서 열린 ‘월드문 2015’ 행사장. 1991년부터 하버드대가 매년 공동 주최 대학을 달리해 여는 월드문은 세계 대학생이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의사규칙과 절차에 따라 현안을 토론하는 모의 유엔대회다. 한국외대의 공동주최로 국내에서 처음 열린 월드문에 참가한 100여개국 대학생 가운데 유독 친근한 외모를 지닌 노르웨이 대표가 눈에 띄었다. 입양된 한국인 아버지와 노르웨이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알렉산드르 팔크 빌덴(21)이 주인공이다. 그가 한국에 대해 관심을 둔 것은 아버지의 영향도 컸지만, 중학교 때 우연히 중국에 대한 과제를 하면서부터. 중국에서 시작된 관심이 동아시아 전반으로 퍼졌다. 영국 서섹스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던 그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급기야 교환학생을 지원, 지난 3월부터 한 학기 동안 고려대 국제학부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마지막 분단국가인 남북한은 물론, 독도를 둘러싼 한·일관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를 사이에 둔 중·일관계, 중국과 티베트 등 소수민족과의 갈등 등에 관심이 컸다”며 “한국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케이팝을 떠올리는 정도였는데 막상 한국에 오니 케이팝보다는 국악 장단에 끌리고 경복궁이나 경주 등 옛 모습이 남은 곳에 가고 싶더라”고 전했다. 또한 “중국처럼 큰 나라는 국제 사회에 잘 알려진 반면 한국처럼 작은 나라는 여전히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며 “장래 외교관이나 동아시아 연구자가 되고 싶은데, 교환학생이나 월드문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빌덴은 16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지는 월드문에서는 부의장단으로 활동하며 세계 각국의 대학생들과 빈곤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는 “제3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장 국제사회의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지속성 있는 지원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월드문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각 나라에 돌아가 미래를 책임질 인재들이기 때문에 이번 논의가 앞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비정부기구(NGO)에 참여해 국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경계 없는 재난, 시민의 역할 위험사회 너머의 길을 찾다

    경계 없는 재난, 시민의 역할 위험사회 너머의 길을 찾다

    울리히 베크(1944~2015) 전 독일 뮌헨대 교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위험사회론’을 제기하며, 사회적 병리 현상에 대해 진단하고 분석한 사회학자다. 지난 1월 1일 타계한 뒤 일본, 중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그의 추모 학술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가 강조했던 현대사회의 위험은 개별 국가의 경계를 넘어 지구화되고, 계급을 초월해 모두에게 적용되는 등 위험사회론이 공적인 비판과 과학적 탐구의 주제가 됨에 따라 사회적·정치적 논쟁에서 중요성이 더욱 절실히 인식됐기 때문이다. 위험사회론은 단순히 학술적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실천 과제를 수반하고 있어 그의 타계 후에도 이론의 울림은 크게 남아 있다. ●계급·국경 초월한 근본적 실천과제 요구 특히 한국사회에서 울리히 베크를 호출하는 방식은 특수하다. 더 대중적이고, 더 실천적이고, 더 교훈적이다. 지난해 4·16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개개인이 맞닥뜨릴 수 있는 심각한 위험 상황 속에서 국가의 역할, 사회적 태도 등에 대한 시민들의 사회적 성찰이 커진 탓이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울리히 베크 추모행사 ‘위험사회를 넘어서’, 그리고 ‘위험사회 도전과 동아시아 미래’를 주제로 하는 국제학술회의는 이를 여실히 보여 줬다. 박원순 서울시장,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 명진 스님 등 참석자들의 면면에서 단순한 추모 또는 학술적 접근을 넘어 위험사회를 극복할 실천적 과제에 대한 지방정부, 시민사회, 종교계, 학계 등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 위험사회 연구에 있어 울리히 베크의 학문적 동료였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에서 주최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울리히 베크의 해방적 파국과 동아시아의 초국적 연대’의 주제발표를 통해 “지진, 원전 사고, 기후변화 등 위험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 커질수록 시민들은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일수록 국제적 협력과 함께 정부의 위험 관리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위험사회 대응을 위해 시민과 정부가 함께하는 거버넌스에 대한 간접적인 가능성을 봤다는 설명이다. ●“지진·원전 등 전 지구적 재난 속 정부의 위험 관리 필요” 새바인 셀초 런던 정경대 교수는 울리히 베크가 강조했던 ‘국경이 사라지는 세계’(cosmopolitized world)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국경이 사라지는 세계’는 지구적 위험을 어떻게 시민참여적으로 협치할 것인가의 방법론적 문제”라면서 “위험에 대한 협치는 전지구적 위험 거버넌스 운동과 함께 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쩡루 중국 칭화대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2억명이 넘게 보며 중국 정부로부터 접속 차단 사태를 불러온, 중국 스모그 실태 비판 다큐 ‘돔 아래에서’를 통해 중국의 시각으로 본 위험 협치의 필요성을 소개했다. ●베크, 생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에 경고 울리히 베크는 지난해 7월 한국을 찾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대응을 ‘조직화된 무책임의 전형’으로 규정하면서 재난이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경고와 함께 시민참여의 필요성과 정치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당시 그와 생방송으로 공개 대화를 나누며 지구화(global)되고 지역화(local)된 위험사회 속 지역정부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토론했고, 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충격에 싸여 있는 당사자로서 희망과 위로를 건네받았다. 또 이날 추모행사를 불교식으로 집전한 명진 스님은 2008년 봉은사 주지 시절 한국을 처음 방문한 울리히 베크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불당에서 함께 법회를 가진 뒤 ‘불자가 아니면서도 가장 불교적으로 사유하고 행동하는 이’로 높게 평하며 ‘무애거사’(無碍居士·걸림돌이 없는 자유인)라는 호를 주는 등 그와 인연을 맺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도쿄 간 반기문 “日지도자, 미래지향 비전 가져야”

    도쿄 간 반기문 “日지도자, 미래지향 비전 가져야”

    일본을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대국적인 미래지향 비전’을 요구했다. 반 총장은 16일 NHK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역사 인식을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각국의 지도자들이 더욱 미래지향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특히 일본의 지도자들이 관용적으로 미래지향적 전망을 갖고 역사 인식을 둘러싼 대립을 한시라도 빨리 해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역사 인식에 대해 한국, 중국이 반발하는 등 동북아에서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반 총장은 또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데 동아시아의 경제 대국인 일본과 중국, 한국이 협조하고 협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3국이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강한 기대를 나타냈다. 지난 14일부터 센다이에서 열린 제3차 유엔세계재해위험경감회의 참석 등을 위해 일본을 찾은 반 총장은 이날 도쿄 유엔대학에서 진행된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아베 총리와 나란히 연설을 했다. 반 총장은 이 자리에서도 “한·중·일이 미래지향적인 대화로 평화와 화합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역할을 맡을 용의가 있다”면서 일본의 지론인 안보리 확대 개편론을 재차 거론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사설] 中, 도 넘은 ‘사드 압박’으로 양국 관계 흐리지 말라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어제 외교부를 방문,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대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지난달 초 방한한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에 이어 다시 한번 공개적이고 직접적으로 사드 배치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사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야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문제는 그 표현 방식과 수위다. 앞서 창 국방부장만 해도 양국이 사전 조율한 의제에 담겨 있지 않은 사드 배치 문제를 불쑥 꺼내 들고는 한·중 관계 훼손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반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4년 만에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라는 의미를 따질 것도 없이 이만저만한 외교적 결례가 아닐 수 없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상대국의 입장을 헤아려 비공개 물밑 협의로 조율하는 것이 호혜평등 외교의 기본임을 감안한다면 외교적 겁박으로까지 비쳐질 일이다. 류 부장조리의 공개적 반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의 우려를 중시해 주면 고맙겠다”는 완곡한 화법을 썼으나, 우리 정부에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압박을 가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부터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 정부의 압박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일반에까지 알려진 바 있다. 우리 정부가 부인하긴 했으나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적 인센티브’까지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드를 배치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말이 인센티브지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경제 제재에 나서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는 얘기다. 이 밖에도 각종 채널을 통해 ‘사드 배치 문제를 한국 언론이 거론하지 말도록 통제하라’거나 ‘사드를 도입하면 친한(親韓) 노선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협박성 언사를 전해 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 수단일 뿐인 사드를 놓고 중국이 한·중 관계의 근간을 흔들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드 레이더망을 통해 미국이 태평양 연안 중국 해·공군 움직임을 환히 들여다보게 된다고 중국은 주장하지만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종말 단계 요격용 레이더의 경우 탐지거리가 1000㎞에 못 미치고 유효 탐지거리는 이보다 짧은 600㎞ 안팎이어서 중국군 감시와는 거리가 멀다는 반론이 그것이다. 중국의 강경 자세가 안보 기술 차원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또 다른 숨은 의도에 따른 것이라면 이는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사드 배치 논란을 고리로 한국 내 갈등을 촉발시켜 한국 정부의 입지를 좁히고 한·미 동맹의 결속력을 약화시킴으로써 미국과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담고 있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사드 배치 여부는 오직 북핵 억지력 차원에서 한국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한국의 안보주권을 완력으로 제약하려 든다면 이는 양국 관계의 치명적 손상은 물론 아시아에서의 자국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에도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중국은 직시해야 한다.
  • [오늘의 경기]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5차전 ●LG-오리온스(오후 7시 창원체) ■프로배구 여자부 ●KGC인삼공사-현대건설(오후 5시) 남자부 ●삼성화재-한국전력(오후 7시 이상 대전 충무체)△ ■여자축구 ●서울시청-스포츠토토(오후 4시 효창종합운) ●현대제철-KSPO(인천남동아시아드) ●상무-수원FMC(보은종합운 이상 오후 7시) ■태권도 전국종별선수권대회(오전 9시 30분 해남 우슬체) ■배드민턴 전국봄철종별리그전(오전 10시 화천체)
  • ‘獨 위안부 교과서’도 시비 건 日외무성

    일본 정부가 미국 역사교과서에 이어 독일 역사교과서에 언급된 군 위안부 기술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12일 집권 자민당의 ‘일본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에서 독일 출판사 크레트가 펴낸 중등 교육용 역사교과서에 ‘일본의 점령지역에서 20만명의 부녀자가 군의 매춘시설에서 매춘을 강요당했다’는 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고 산케이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민주주의와 독재의 갈림길에서 유럽과 동아시아의 제2차대전, 아시아를 아시아인의 손에’라는 제목의 제7장에 있으며 ‘경제적 착취와 다수의 전쟁범죄, 점령 지역에서 일어난 민중에 대한 차별은 거센 저항 운동을 불렀다’고 해설하고 있다. 외무성은 이에 대해 “우리는 인원수를 모른다는 입장이므로 지적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독일에서는 주마다 교과서를 검정해 각 학교에서 회의를 거쳐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미국 맥그로힐 출판사가 펴낸 교과서에 ‘일본군이 14~20세의 여성 약 20만명을 위안부로 강제 모집·징용했다’는 기술이 포함된 것에 대해 지난해 11월 출판사에 수정을 요구했다. 크레트 교과서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응이 예상된다. 맥그로힐 출판사는 “학자들은 ‘위안부’라는 역사적 사실을 지지한다”며 수정 요구를 거부했다. 한편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13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중·일 관계와 관련해 “과거의 문제를 포함한 지역 대립은 관용의 정신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가 성공 사례로 참고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9~10일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이 유럽 여러 나라와 화해를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과거사 직시를 언급하며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 인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데 이어 프랑스 외무장관도 따끔한 충고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일본 고서 속 천황제는 역사 아닌 상상의 산물”

    “일본 고서 속 천황제는 역사 아닌 상상의 산물”

    “일본 고서(古書) 속 천황제는 텍스트가 만든 상상입니다.” 일본 고대문학 권위자 고노시 다카미츠(69) 도쿄대 명예교수는 1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텍스트가 역사를 만들어 낸다”며 “‘고사기’와 ‘일본서기’는 8세기에 요구된 신화로, 원래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진 것이며 현실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노시 교수는 일본 고대 문학의 대표작인 ‘고사기’와 ‘일본서기’ 연구에 천착한 권위자로 일왕제를 종교적으로 뒷받침한 신화가 기록된 책들이 역사가 아닌 상상 속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고노시 교수는 백제 근초고왕 때 학자인 왕인이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가져간 데 대해 두 책이 극단적으로 다른 서술을 한 점을 예로 들었다. ‘고사기’는 문자의 전래를 상징하는 논어와 천자문을 같은 시기 전해진 다른 물건과 비슷하게 취급했지만, ‘일본서기’는 이 사건을 보다 자세히 기록했다는 점에 집중한 것. 고노시 교수는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르게 서술한 두 책은 각자 세계관에 따른 신화를 서술했을 뿐”이라며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노시 교수는 ‘신대구결’ ‘염토전’ 등 자신이 소장해 온 고서적 5000여권을 동아시아 고전학의 미래를 위해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성균관대 측이 전했다. 이날 강연은 그에 대한 감사 표시로 마련됐다. 고노시 교수는 “책을 보관하는 데 건강과 비용의 문제가 있었는데, 성균관대가 흔쾌히 받아줘 기쁘다”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獨은 과오 정리했다” 아베와 다른 메르켈

    9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일본 방문은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대한 준비 성격이 짙다. 독일은 올해 의장국, 일본은 내년 의장국이다. 그러나 관심은 일본처럼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의 수장이 전후 70년을 맞는 올해 일본을 방문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에 쏠렸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2013년 8월 독일 현직 총리로는 최초로 나치 수용소였던 다하우추모관을 방문하는 등 과거사 사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전 아사히신문사에서 열린 강연과 오후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에 ‘과거를 직시하라’는 메시지를 연달아 던졌다. 메르켈 총리는 강연에서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 개선 역사를 소개하며 “독일이 유럽 여러 나라와 화해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이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는 “과거 총괄(정리)은 (전쟁 가해국과 피해국 간) 화해를 위한 전제”라면서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의 과오를 정리했기에 훗날 유럽의 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본을 자극할 수 있는 직접적인 메시지는 피하면서도 자국의 사례를 들어 일본 정부에 과거사 청산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역설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와 함께 “이웃 국가들의 관용적인 제스처가 없었다면 (화해는)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한국·중국 등 이웃 국가들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동아시아에서의 한·중·일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중요한 것은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패전 이후 독일과 일본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다. 서독 시절인 1970년 빌리 브란트 당시 총리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제2차 세계대전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을 찾아 무릎을 꿇은 것을 비롯해 독일의 수장들은 과거사 반성과 청산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 왔다. 메르켈 총리도 2009년 9월 제2차 세계대전 발발 70주년 기념식에서 “독일이 시작한 전쟁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했다”면서 독일 정상으로는 두 번째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 1월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 기념식에서는 “나치의 만행을 기억하는 것은 독일의 영원한 책임”이라고 과거사를 사죄하는 발언을 계속해 왔다.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4월 독일 방문에 앞서 독일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상황은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과거사 극복을 위해 독일이 걸어온 길을 따를 수 없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오는 8월 패전 70년을 맞아 발표할 ‘아베 담화’에서 역대 담화의 핵심 키워드인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 및 사죄 문구가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방문이 아베 총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시진핑, 한국에 ‘사드’ 포기하면 경제 인센티브 제안”

    중국이 한국에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거부하는 대가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수 성향의 미국 안보전문 웹진인 ‘워싱턴 프리비컨’은 9일(현지시간)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의 사드 배치 계획을 허용하지 말 것을 직접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 같은 제안이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열린 시 주석과 박 대통령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뤄졌으며 중국은 그 대가로 한국에 무역과 경제 교류를 늘리는 방안을 끄집어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아울러 “사드가 한·중 사이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한국이 주권국가로서 반대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미국 관리들은 시 주석이 거론한 ‘문제’가 한국과의 경제 또는 무역관계 축소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관리는 이 매체에 “중국은 한국을 이용해 1950년대 이래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의 주춧돌인 한·미·일 공조를 약화시키는 게 전략적 목표”라며 “여기에는 일본의 제국주의와 과거사에 대한 선전을 통해 반일감정을 조장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리는 이어 “불행히도 한국 지도부는 베이징의 계략에 쉽게 빠져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프리비컨은 또 시 주석이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자국의 통신업체인 화웨이가 한국 통신인프라망 입찰을 따낼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기관에 접속해 스파이 행위를 한 의혹이 있어 미국 기업들을 합병하려는 계획이 수차례 제지된 적이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연세암병원 의료진, 간경변증 조기진단법 개발”

    “연세암병원 의료진, 간경변증 조기진단법 개발”

     간섬유화 스캔 방식을 활용해 기존 복부초음파와 혈액검사로는 판별하기가 어려웠던 ‘간경변증’을 조기에 알아낼 수 있는 새로운 진단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간경변증은 간암의 가장 중요한 전단계 병변이다.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간암센터 한광협·김승업·김미나 교수팀(이상 소화기내과)은 기존 검사로는 간경변증으로 진단되지 않은 만성 B형 간염환자들을 대상으로 ‘간섬유화 스캔검사’를 시행해 간 경화도를 측정·관찰한 결과, 이들 환자군에서 장기적으로 간암 발병률이 유의하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6년 4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이 병원에서 만성 B형 간염으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받고 있던 환자 중 복부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통해서는 간경변증이 확인 되지 않는 2876명을 대상으로 간 섬유화 스캔검사를 시행해 간의 경화도’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간 경화도 수치가 13점을 넘어서 ‘잠재적 간경변증’으로 분류되는 만성 B형 간염환자 285명을 새로 확인했다. 이는 전체 대상 환자의 10%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간 경화도 수치는 연구팀이 자체적으로 설정했다.  또 이 검사에서 잠재적 간경변증으로 분류된 환자군과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2591명의 만성 B형 간염환자군을 연구팀이 평균 4년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잠재적 간경변증 환자군의 5년 간암발병률인 5.2%로 나타났다. 이는 잠재적 간경변증이 없는 만성 B형 간염환자의 간암발병률 1.8%보다 2.8배나 많은 규모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이 2876명의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항바이러스제 치료 여부에 따른 간암 발병위험도를 측정한 결과,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는 잠재적 간경변증 환자군이 3.3배, 항바이러스제를 치료를 받지 않은 잠재적 간경변증 환자군이 4.7배로 나타나 잠재적 간경변증이 없는 만성 B형 간염 환자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잠재적 간경변증이 간암 발병위험도를 높이는 독립변수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간섬유화스캔 검사는 초음파의 원리를 이용해 간의 경화도를 빠르고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검사하여 간염 상태의 정밀한 변화를 추적 관찰할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김승업 교수는 “만성 간염 환자의 30~40%가 간경변증으로 악화되고, 이 중 5% 이상이 간암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국내 간암환자의 74% 이상이 B형 간염환자인 점을 고려할 때 간암 전단계인 간경변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승업 교수는 이어 “동아시아 지역 간염환자 중 복부초음파와 혈액검사에서는 간경변증이 보이지 않는 환자들의 5년 누적 간암발생률이 3%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잠재적 간경변증 환자 탐색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간암 고위험군을 분류하는 기준을 재정립하는 연구를 추가로 진행하는 등 만성 간염환자의 간경병증 조기진단을 체계화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는 간 분야 최고 권위지로 꼽히는 미국 간학회지(Hepatology·인용지수 11.19) 최근호에 게재됐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美대사 피습 파장] 美국무부 “리퍼트 대사 평소 경호 적절”

    미국 국무부가 6일(현지시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사건과 관련해 “리퍼트 대사에 대한 평소 경호는 적절했다”고 평가한 뒤 “한·미 동맹에는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계속 공고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나 다른 고위 관리들이 리퍼트 대사에게 전화하거나 직접 병문안을 간 것은 한·미 동맹의 강도와 깊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끔찍한 상황에도 한·미 동맹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강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에 대한 평소 경호가 불충분했던 게 아니냐는 질문에 하프 부대변인은 “리퍼트 대사는 평소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지원받은 풀타임 경호원 1명의 경호를 받았다. 서울 주재 외교관으로서는 정상적인 수준”이라며 “피습 이후 한국 측이 경호 인력을 몇 명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한인연합회 등 8개 한인단체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사건 직후 리퍼트 대사가 보여준 용기에 무한한 신뢰와 경의를 표하며 한반도 통일과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해 주기 바란다”며 “이번 사건은 오히려 혈맹으로 다져진 한·미 동맹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한 미국 부대사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소속 마크 내퍼(44) 인도과장이 내정된 것으로 8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내퍼 내정자는 지난 1월 주파라과이 대사로 떠난 레슬리 바셋 전 부대사의 후임으로 이르면 이달 중 부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습 사건을 당해 치료를 받고 있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대리 업무를 맡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극단으로 치닫는 이념 맹신… 외교사절 대상 흉기테러까지

    최근 우리 사회에 이념 맹신에 빠져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이른바 ‘확신범’들이 늘고 있다.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55)씨 사건은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이 극단·폭력적 양상으로 표출될 경우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새삼 확인시켰다. 김씨는 이날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부르짖으며 리퍼트 대사를 공격했다. 김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남북 서로가 신년사에서 밝혔던 대화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훈련이 끝나는 4월 말까지 대화가 이뤄질 수 없는 분위기”라며 한·미 당국을 비난했다. 김씨의 성향을 하나의 이념적 잣대로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지인인 박남근 독도향후회 수석부회장에 따르면 김씨는 종종 스스로를 ‘독립운동가’로 표현했다. 여권과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는 그를 ‘진보 성향’, ‘종북 인사’로 단정했다. 진보진영에서는 폭행과 분신은 물론, 테러까지 저지르는 등 극한 행동을 일삼는 그에 대해 “1인 민족주의자”라고 선을 그었다. 외신들도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라고 표현했다. 극단적 행동은 극우·보수진영에서 보다 빈번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고등학생 오모(19)군이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토크 콘서트’에서 인화물질이 든 양은냄비를 꺼내 번개탄과 함께 불을 붙여 터뜨린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11월에는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회가 서울시 청소년수련관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재건 총회를 강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제주 4·3항쟁 당시 무자비한 살상을 주도했던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며 나선 이들은 서울광장에 설치됐던 세월호 희생자 추모 리본을 훼손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좌우를 불문한 극단주의 세력의 발로는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전명수 고려대 세종캠퍼스 사회학과 교수는 “김씨처럼 극단주의에 빠진 사람이 일으키는 돌발 행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생겨나 불필요한 이념 갈등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은 “국민이 이념적 양극화를 떠나 보다 현실적·균형적 접점을 찾으려고 하자 고립된 좌우 극단 세력들이 비뚤어진 돌출행동으로 자기 목소리를 드러내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동북아 치열한 교류의 현장에서 ‘한국의 길’을 찾다

    동북아 치열한 교류의 현장에서 ‘한국의 길’을 찾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동북아 속의 한국을 돌아본다. KBS 1TV ‘송호근 교수의 동아시아 기행’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다시 요동치는 일본, 중국, 러시아로 시선을 옮겨 21세기 동북아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들여다보고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방면에서 한국의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6일 밤 10시 방송되는 2편 ‘교류의 길에서 답을 찾다’는 동북아 국가들 간 열띠게 펼쳐지고 있는 교류의 현장을 찾는다.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을 선언하며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경지역인 우수리스크에는 중국 자본과 노동력으로 경제무역합작구를 만들고, 여기서 생산된 물품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러시아, 유럽으로 실어나른다. 아시아와의 경제협력과 시베리아의 자원, 철도로 러시아를 발전시키겠다는 러시아의 야심 찬 구상이다. 실크로드의 도시인 중국 시안은 다시 한번 중국 신(新)실크로드 정책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중국은 세계 수준으로 올라선 고속철 기술로 길을 열고 주변 국가와의 무역과 투자를 활성화해 내륙지방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광활한 부지는 물론 국가 차원의 행정지원, 인프라 공급으로 세워진 시안의 고신개발지구에는 전 세계 기업들과 대학, 연구기관들이 모여 있다. 중국이 가진 인구자원과 지하자원, 시장자원은 국가성장과 경제분출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송 교수는 중국 단둥에서 기행을 마무리한다. 압록강 건너에 북한 신의주가 보이지만,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끊어진 압록강 철교는 여전히 흉측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단절된 대륙 교류의 길 앞에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백제사찰연구’ 일어판 출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백제사찰연구’ 일어판 출간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배병선)는 일본 나라(奈良)현립 가시하라고고학연구소(소장 스가야 후미노리)와 백제 사찰을 다룬 논문을 종합한 ‘백제사찰연구’ 일본어판을 공동 출간했다. 2013년 부여연구소가 펴낸 같은 제목의 논문집을 번역한 것으로, 백제 사찰의 건물지 구조와 출토 사리장엄의 특징, 상·하부구조를 통한 사찰 축조기법 검토, 가람배치와 도성과의 입지 관계 등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 9편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번역 출판은 백제 불교문화에 관한 우리나라의 최신 연구 성과를 일본 학계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뜻깊은 작업”이라고 평했다. 연구소는 오는 9월 2009~2010년 발행한 백제사찰 도서 ‘동아시아 고대 사지(寺址) 비교연구’ 금당지편과 목탑지편 일본어판도 일본 독립행정법인 국립문화재기구 나라문화재연구소와 함께 출간할 예정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앞으로도 일본과 국제공동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아! 윤동주 서거 70주년

    [최동호 새벽을 열며] 아! 윤동주 서거 70주년

    2월 16일은 적지(敵地)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윤동주가 서거한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별다른 준비가 없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도쿄의 릿쿄대와 교토의 도시샤대 그리고 후쿠오카 등 세 곳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도시샤대에서는 윤동주 시비 건립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 유품 전시와 추모 행사를 함께 했다. 우리 시사랑일행은 도시샤대를 방문해 윤동주 시비에 묵념했으며 재학 시절 윤동주의 시에 대해 한양대 유성호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일본 감방에서 광복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옥사한 윤동주가 규슈대 생체 해부 대상이기도 했다는 것은 70주기를 매우 가슴 아프게 했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귀국하니 22일 오후 릿쿄대 예배당에서 거행된 ‘윤동주 시인 70주기 추모 낭독회’에는 유료 입장객 400여명이 몰려 들었다고 한다. 제1부 윤동주 시 낭독에 이어 제2부 소설가이자 ‘윤동주 평전’의 저자 송우혜씨의 특강 ‘윤동주가 꿈꾼 세상’을 듣고 세대와 국적을 초월해 모인 청중들은 윤동주의 지고한 생과 순정한 시에서 진정한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윤동주의 ‘서시’ 경우는 일역시가 동시에 낭독됐는데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시가 군국주의로 치달리고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청중들에게 울림이 컸을 것이다. 윤동주가 그의 시 ‘서시’에서 노래한 ‘죽어 가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은 동아시아 공동의 명제다.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 갇혀 죽을 때나 지금이나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역학 관계는 근본적으로 유사한 구조다. 또한 그들 뒤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자리 잡고 있는 세계사적 문제이기도 하다. 정작 국내에서는 누구도 준비하지 못한 윤동주 추모 행사가 일본에서, 그것도 세 곳에서 거행됐다는 사실은 우리가 국내적 쟁점에 갇혀 국제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문학의 문제로 돌아와 도시샤대의 윤동주 시비에 대한 이야기를 한마디 해 두고자 한다. 이 시비에 윤동주의 ‘서시’가 육필시와 일역시가 함께 새겨져 있는데 일본어 번역시에 문제가 있다. 원시의 제7행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구절을 일본어로 ‘生きとし生けるものをいとおしまねば’라고 번역했는데 이 구절을 한국어로 옮기면 ‘살아 있는 동안 살아 있는 것들을 사랑해야지’가 될 것이다. 어느 정도 의역이라는 것을 전제한다고 해도 안타깝게도 윤동주 시의 원문과 다른 의미의 시가 새겨졌다는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윤동주의 원문에는 군국주의로 치달리는 급박한 전시 상황의 일본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자의 비장한 결의와 역사 의식이 내포돼 있는데 번역시에서는 보편적인 사랑이나 연민으로 변형돼 첫 행에서 노래한 대로 ‘죽어 가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소망하는 시인의 절박한 마음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일본어 번역자는 첫 행에 이미 ‘죽는 날’이 나와 있으니 이와 대비해 ‘살아 있는 날’을 연상하고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의역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원시가 말하고 있는 죽음의 심각성은 어디론가 증발한 것 같다. 이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감각의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미세한 것 같지만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제국주의 시대나 지금이나 역사를 바라보는 일본인의 시각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 차이들이 앞으로의 국제적 변수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이번 윤동주 70주기 행사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가 일본인들에 비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거나 중요한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독도 문제가 어쩌면 그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지심을 금할 수 없다. 송우혜씨의 역저 ‘윤동주 평전’에 소상하게 밝혀진 대로 윤동주는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한 시인이다. 3월 1일을 맞아 그의 지고한 희생을 망각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다시 한번 옷소매를 여미게 된다.
  • 평생 품을 가슴 위해… 미리 검진하고 운동해요

    평생 품을 가슴 위해… 미리 검진하고 운동해요

    동아시아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을 정도로 흔한데도 평소 예방은 소홀히 하기 쉬운 암이 유방암이다. 2008년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38.9명꼴로 발생하던 유방암은 2012년 10만명당 52.1명꼴로 많이 증가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식습관이 서구화된 일본(51.5명)마저 제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리나라를 북아메리카와 서유럽, 뉴질랜드, 호주 등과 함께 유방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로 분류한다. 유방암 발생 인구 수만 놓고 보면 미국과 유럽 등 구미 지역의 3분의1 정도지만, 한국의 유방암 발생률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는 2009년 8만 8155명에서 2013년 12만 3197명으로 5년 새 약 1.4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식습관이 급격히 서구화되면서 유방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방 섭취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 유방암은 암세포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꾸준히 반응해 성장하는 게 특징이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유방암·갑상선암 클리닉 김성용 교수는 “에스트로겐의 주된 공급원은 지방조직인데, 비만 여성일수록 지방조직이 많고, 따라서 에스트로겐 수치도 높아 유방암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가운데 지방 섭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8.4%에서 2013년 21.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포화지방이 많은 육류의 1일 섭취량도 1998년 53.7g에서 2012년 85.1g으로 상승했다. 식습관 변화 외에 빠른 초경, 늦은 폐경, 만혼(晩婚) 현상도 유방암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산을 하지 않았거나 30세 이후 고령에 출산하고, 모유 수유를 하지 않은 경우를 전문가들은 유방암 고위험인자로 꼽는다. 세계암연구기금(WCRF)은 모유 수유가 유방암 발병 위험성을 5% 정도 낮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유방암 발병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유방암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최저 수준이다. 한국유방암학회의 ‘2014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유방암 사망률은 10만명당 6.1명으로, 일본(9.8명)이나 미국(14.9명)보다도 현저히 낮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유방암 사망률이 낮은 원인을 의학 기술의 발달 외에도 조기 검진 증가에서 찾는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자주 하다 보니 비교적 초기에 속하는 암 0기나 1기에 암을 진단받는 비율이 2000년 32.6%에서 2012년 56.2%로 상승했다고 한다. 전체 유방암 수술에서 자기 유방을 보존하는 부분 절제술이 67.2%를 차지했다.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아주 좋은 암이 유방암이지만 정기적으로 유방암을 자가 검진하는 여성은 100명 중 4명에 불과하다. 한국유방암학회는 30세를 넘기면 매월 유방 자가검진을 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실제 실천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유방암학회가 지난달 24일 우리나라 30대 이상 성인여성 221명을 상대로 유방암 인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규칙적으로 자가 검진을 한다고 답한 여성은 12.2%에 불과했고 29.0%는 가끔 생각날 때, 58.8%는 거의 하지 않거나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병 위험이 크다. 40세 미만 발병률은 10만명당 38.9명으로, 일본·미국(25.2명)보다 높다. 유방암 자가검진은 간단하다. 먼저 양팔을 편하게 내려놓은 후 양쪽 유방을 관찰하고서 양손을 머리 뒤로 넘겨 깍지를 끼고 팔에 힘을 주면서 가슴을 앞으로 내민다. 이어 양손으로 허리를 짚고 어깨와 팔꿈치를 앞으로 내밀면서 가슴에 힘을 주고 숙인다. 이때 유두나 유방의 피부가 함몰돼 모양이 변하지는 않았는지 피부 표면의 변화를 관찰한다. 샤워나 목욕을 할 때는 겨드랑이에서부터 원을 그려가며 쇄골 위와 아래를 지나 유방 바깥쪽부터 안쪽 순으로 촉진한다. 또 유두 주변까지 작은 원을 그리며 만져본 후 유두를 짜보아 비정상적인 분비물이 나오는지 확인한다. 편한 상태로 누워 검진하려면 유방 쪽 팔을 머리 위로 뻗고, 어깨 밑에 수건을 접어 받친 후 같은 방법으로 검진해도 된다. 자가검진법은 유방암의 주요 증상인 멍울, 유두의 분비물, 피부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다. 멍울은 유방암의 증상 가운데 약 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증상이다. 유방 조직에 비정상적인 혹이 자라 만들어진다. 만약 멍울이 만져지더라도 유방암이 아닌 지방종, 유두종 등 일반적인 염증성 멍울일 수 있으므로 무조건 겁을 내기보다는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유두 분비물 역시 5~10% 정도만 유방암과 연관이 있어 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운동을 하고 술을 줄이는 것도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이 체내 호르몬과 에너지 균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 유방암, 특히 폐경 후 유방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술은 어떤 주종이든 하루 알코올 10g(소주 한잔)을 섭취하면 폐경 여부와 관계없이 유방암 발생 위험이 7~10%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中 볼만해진 축구 실력, 볼썽사나운 관전 매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취재를 위해 다녀온 중국 광저우에서는 부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지난 24일 도착한 무역도시 광저우는 말 그대로 화려한 도시였다. 우뚝 솟아오른 마천루 사이로 대형 전광판이 형형색색의 광고를 쏟아냈다. 고급 승용차들은 잘 닦인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무엇보다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가 정부의 정책 지원과 부자 구단의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국내 K리그나 일본 J리그를 위협할 수준으로 올라선 점은 부럽기만 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 동아시아 맹주를 자처해 온 한국과 일본 팀들은 중국의 벽에 번번이 막혔다. J리그 4개 클럽 중 가시와 레이솔만 무승부를 거뒀을 뿐 다른 세 팀은 모두 패배를 맛봤다. K리그도 수원만 우라와 레즈에 역전승을 거뒀고 성남과 FC 서울은 패배하고 전북만 비겼을 뿐이다. 반면 슈퍼리그의 산둥 루넝, 광저우 푸리, 광저우 헝다(에버그란데 타오바오), 베이징 궈안 네 팀은 모두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마치 ‘덩치만 큰 거인’을 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도심에서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혼잡한 틈바구니를 아슬아슬 비집고 다니는 차량들이나 왕복 8차로인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 등은 광저우란 거대 도시에 어울리지 않았다. 지난 25일 서울과 광저우 에버그란데 타오바오가 맞붙은 톈허 스타디움에서도 실망스러운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만원 관중 틈바구니에서 담배 연기가 연신 피어 올라 눈살을 지푸리게 했다. 기자석에서 멀지 않은 자리에 앉은 한 축구팬은 연신 담배를 빼내 입에 물었다. 하프타임에는 관중들이 일제히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통로가 연기로 가득 찼다. 경기장 자체가 마치 거대한 흡연실로 변한 듯했다. 이 구단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아시아 수준을 뛰어넘는 선수들을 영입하며 아시아 축구의 전력 평준화를 선도했다. 관전 문화도 걸맞은 수준으로 올라오길 기대해 본다. 광저우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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