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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당파정치와 여론의 함정에 빠진 한국외교/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당파정치와 여론의 함정에 빠진 한국외교/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 외교가 뜨거운 감자다. 국내 언론은 아베의 방미가 동아시아 국제정치에서 가지는 의미를 평가하면서 한국의 외교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제정치 뉴스는 정치권이나 국민들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하며 언론사들도 국내 뉴스에 비해 국제뉴스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면 연일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국제정치에 대한 관심은 비로소 한국이 집안싸움에서 벗어나 우리가 처한 위중한 국제적 현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을 의미하는가. 2015년 한국이 처한 국제적 현실은 ‘경술국치’로 귀결됐던 구한말의 상황에 못지않다. 중국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적 국제질서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동아시아에서 힘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통해 관심을 다시 아시아로 돌리면서 미·일 간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의 ‘보통국가화’가 완성돼 가고 있다. 국제 금융질서 역시 격변기다. 기존 미국 중심의 브레턴우즈 금융 체제에 대응해 막강한 부를 가진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이 미·일이 주도하는 경제동맹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주저하는 가운데 중국이 주도하는 지역 다자주의 협력체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은 최근 들어 한국에 외교적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가입할 것인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반도에 설치해야 하는가.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아시아 질서는 한국의 적극적 참여가 없어도 형성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이 AIIB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중국은 아시아에서 인프라를 지원하는 전략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 한국이 협력하지 않는다 해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문제는 국내의 ‘당파정치’와 ‘민족주의’적 여론이 한국의 외교적 선택을 상당 부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냉전이라는 국제정치적 과정을 통해 형성돼 온 한국의 근대적 질서는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극화된 외교 노선과 인식을 한국 사회에 체화시켰다.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가 특징인 한국 정치의 갈등 상황은 국제정치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게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비준 과정의 갈등 사례에서 잘 나타났듯이 상당수의 대외 정책은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국내 정치의 주요 쟁점이 되곤 했다. 국제 문제가 국내적 이슈로 정치화되다 보니 합리적인 접근이 어렵고 여론 눈치보기 외교 행태를 보이게 된다.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수정주의적 행보에 대한 외교적 대처도 쉽지 않다. 민족주의적 여론이 국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 등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문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도 이를 경제, 안보 이슈와 분리해 접근하자는 전략적 목소리도 있을 법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에서 이런 전략은 찾기 어렵다. 21세기 국제질서는 보다 복잡한 지형을 형성하면서 변해 가고 있다. 새로운 국제질서에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전통적인 국가들이 주도하는 구질서와 보다 다원화되고 분권화된 신질서가 공존한다. 이와 같은 다차원적인 질서는 국가가 형성할 수 있는 동맹의 당사자와 수를 증가시키고 있고,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전략적 선택지를 제시한다. 국가들은 근대국가적 외교가 아니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외교관계의 틀을 형성해 가려 한다. 미·일 밀착과 중·일 접근, 분권화되는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외교 전략은 안정된 지역 질서를 형성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의 생존과 국익은 전통적인 쌍무적 동맹과 더불어 지역적 연계, 협력이 공존하는 국제 시스템을 형성하고 주변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전략적 외교를 펼칠 때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여론에 부합하거나 당파적 입장에서 어느 한쪽의 정치적 입장을 편드는 외교적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동아시아를 위한 장기적 전략과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입시 전문가에게 듣는 수능 영역별 대비법] 윤리 과목군

    [입시 전문가에게 듣는 수능 영역별 대비법] 윤리 과목군

    사회탐구영역에서 고득점을 받으려면 우선 선택 두 과목을 조기에 결정하고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수능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최대한 없앤다고는 했지만 과목 간 난이도 차이는 여전하다. 사회탐구영역 과목군은 크게 ▲윤리(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역사(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지리(한국지리, 세계지리) ▲일반사회(법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로 나눌 수 있다. 각 과목군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어려움을 겪는다면 우선 과목군의 응시자 수와 출제 경향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윤리 과목군에서 ‘생활과 윤리’는 지난해 수능에서 사탐 전체 응시자 33만 2880명 중에서 16만 7524명이 응시해 50%의 선택을 받았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사회문화에 밀려 2위였지만 지난해 수능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응시자 수가 많으면 난이도에 따른 백분위와 등급의 변화가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윤리와 사상’은 2014 수능에서 선택 비율이 21%였으나 2015 수능에서는 17%로 떨어졌다.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두 과목을 사회탐구로 동시에 선택하면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공부하기가 다소 수월하다. 다만 윤리와 사상 수능 문제는 사상이 형성되는 시대 배경과 흐름, 동서양을 넘나드는 사상사의 계보와 사상가들의 논쟁을 꼼꼼히 이해하고 있어야 좋은 점수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6월 모의평가 결과에 따라 윤리와 사상을 포기하고 사회문화와 한국지리 등 다른 선택과목으로 변경하는 수험생도 적지 않다. 윤리 과목군 두 과목 선택이 최선이겠지만 사상(철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부족한 경우라면 윤리와 사상을 선택하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생활과 윤리 과목의 경우 최근 수능에서 실천적 윤리학, 불교의 자연관, 과학 기술 연구의 가치 중립성, 노직과 롤스의 분배적 정의, 낙태에 관한 찬반론 등이 출제됐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의 여러 가지 도덕적 문제에 대한 가치판단을 묻는 문항들이다. 또 실천 윤리학과 메타 윤리학, 불교와 유교의 인간관, 민본주의와 민주주의 등 서로 관련된 입장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문항도 나왔다. 윤리와 사상 과목은 최근 수능에서 인간의 특성, 사회주의(과학적 사회주의와 민주 사회주의)를 비롯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서양 고대 사상가들에 대해 많이 출제됐다. 또 공자·맹자 등의 동양 사상가, 이황·이이·정약용 등의 한국 사상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다양한 사상이 골고루 출제됐다. 생활과 윤리는 일상생활과 연결 지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지문 독해 형태의 문제들에 대비해 공부해야 한다. 사회적 이슈에 교과 내용을 접목해 훈련하도록 하자. 최근 기출문제는 시사 이슈를 주제로 하며 난이도는 대체로 평이하다. 다만 고난도 변별력 문항은 대부분 사상사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철저히 학습해야 한다. 윤리와 사상은 딱딱하고 무거운 과목이지만 유형과 난이도가 일정하므로 문제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개념을 묻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는 만큼 정확한 개념을 학습하는 것이 고득점 비결이다. 사상이 주가 되는 과목이기 때문에 사상사와 사상가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중요하다. 사상가별 공통점과 차이점을 묻는 문제가 주로 출제되기 때문에 사상가들의 논쟁을 꼼꼼히 학습하도록 하자.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
  • “역사가도 사람이다” 역사가 재밌는 이유

    “역사가도 사람이다” 역사가 재밌는 이유

    역사가를 사로잡은 역사가들/이영석 지음/푸른역사/476쪽/2만 8000원 ‘내가 다루려는 주제는 쾌락으로서의 역사다. 힘들고 바쁜 세상을 살면서 우리에게 허용되는 여가 시간을 기분 좋고 유익하게 소비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역사 말이다.’(버트런드 러셀) 역사학자의 논문이나 저술은 딱딱하고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버트런드 러셀이 갈파했듯이 역사 읽기는 난해한 기피의 장르만은 아니다. 역사가 역시 개인적 단상과 주관을 충분히 견지한 채 살고 있는 자연인이기 때문이다. ‘역사가를 사로잡은 역사가들’은 사회사·경제사에 일가를 이룬 역사가 12명을 통해 문명과 세계사의 이면을 들춘 책이다. 한국서양사학회장을 지낸 이영석 광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12명의 궤적과 대표작을 훑어 역사 이면의 역사를 소개했다. 윌리엄 호스킨스, 로런스 스톤, 로이 포터, 에드워드 톰슨, 에릭 홉스봄, 니얼 퍼거슨, 데이비드 캐너다인, 사이먼 샤마, 시어도어 젤딘, 아널드 토인비, 한국 학자 이순탁·노명식 교수가 주인공들이다. 영국사 학자답게 책 속 주인공들은 영국학자에 편중된 느낌이다. 그러나 단선적 영국사에 머물지 않고 문명과 세계사를 연관지어 풀어낸 울림이 작지 않다. 로런스 스톤은 대표적인 학자로 다가온다. 스톤은 영국혁명의 원인을 튜더-스튜어드 왕조시대 귀족사회의 위기로 지목, 학계로부터 비판받아 미국으로 이주한 학자다. 스톤은 귀족층의 낭비가 심해 파탄 상태에 이르렀으며 이런 현상이 중세후기에 형성된 중산적 토지소유층인 ‘젠트리’(향신)의 대두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스톤은 미국으로 옮긴 뒤 학계의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영국혁명의 요인을 재차 강조했다. 군주정에의 존경·복종심이 약화됐고, 국교회 또한 다른 종파에 대한 포용력을 잃었으며 귀족층도 사회경제적 위기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절대권력의 교회가 공식 교회 결혼식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사생활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교회 아닌 다른 곳에서 치르는 비밀결혼이 성행했고 결국 법과 교회법정을 무너뜨렸음을 제시한다. 역사 서술이 문자언어에서 영상언어로 전환되는 경향의 추적도 흥미롭다. 역사가들은 영상물이 여흥이나 오락 성격이 강하고, 역사학의 정체성과 영상언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영상물로서의 역사 접근을 폄훼하고 기피한다. 그러나 컬럼비아대 예술사 교수인 사이먼 샤마는 전혀 다른 입장을 갖고 영상물 역사서술을 시도했다. 샤마 교수는 BBC ‘브리튼의 역사’에 참여해 영국사의 그늘을 들춰냈다. 서민 삶에 관심을 둔 낭만주의 지식인들의 혁명분위기 주도며 산업화에 따른 노동계급의 전면 부상, 나폴레옹전쟁, 차티즘운동…. 이런 부분들을 카메라 앞에서 일일이 서술한 샤마를 놓고 저자는 ‘영화 탄생 이후 처음으로 역사가가 영상역사물이란 새 형식의 저자가 됐다’고 말한다 아널드 토인비의 동아시아에 대한 인식도 눈길을 끈다. 토인비는 1929년 안식년을 맞아 중국, 일본, 조선, 만주 등 동아시아 일대를 답사해 ‘중국으로의 여행’을 펴냈다. 토인비의 동아시아 여행은 그의 문명사 서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중국으로의 여행’과 이에 바탕한 ‘역사의 연구’에 드러난 동아시아 인식은 중국에 쏠려 있다. ‘중국에서는 아래로부터 위로 서구화를 향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 과정은 점진적이면서 자주 제동이 걸렸지만 실제 중간계급을 형성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본은 어떤가. 오직 권위와 명령으로만 신민의 서구화 작업에 착수한 지배자들은 국민에게 토착적이고 내실 있는 중간계급을 낳도록 하는 비강제적 사회진화 과정을 기다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토인비는 특히 한국여행 중 들판의 농민들을 보고는 ‘그 작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해 일본제국주의의 침탈 관련성을 보지 못한 인상이 짙다. 저자는 유럽중심주의에 쏠린 토인비가 동아시아 문명의 전개 과정에서 중국의 헤게모니를 상정했다고 단정 짓는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만약 토인비가 살아 있다면 지금 중국의 재부상을 새로운 문명의 탄생과 발전의 징후로 여길까?”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요동치는 동북아] 다시 가열되는 군비경쟁

    [요동치는 동북아] 다시 가열되는 군비경쟁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적’ 미국 방문의 결론은 중국 견제다. 하지만 중국은 이제 두 국가가 견제한다고 견제될 나라가 아니다.”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류장융(劉江永) 교수는 1일 아베 총리의 방미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미·일의 동맹은 강화됐겠지만 동북아를 다시 격랑 속으로 몰아넣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일본의 의도가 확실해진 만큼 중국과 러시아도 군사력 증강에 매진할 것이고, 영유권 분쟁을 겪는 각국은 힘 대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합동연설을 한 지난달 29일 중국은 러시아와 지중해에서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 겅옌성(耿?生)은 “훈련의 목적이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지만, 이제까지 지중해는 사실상 미국 해군의 독무대였다. 앞서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지난달 26일 “핵잠수함 1척이 아덴만 해역에서 두 달여 간의 순찰 임무를 마치고서 칭다오(靑島) 모항으로 복귀했다”고 보도했다. 아덴만은 중동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아시아로 가는 길목인데, 이 해역도 사실상 미 해군이 관할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과 함께 동아시아로 진격해 오면 중국은 지중해와 중동으로 작전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중·일 분쟁 해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양국의 공동 방위 구역으로 설정되는 바람에 시험대에 올랐다. 관영 환구시보는 “엄연한 중국 영토인 댜오위다오를 섣불리 건드려 평화노선을 걸으려는 중국을 시험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중국과 일본의 해군력 증강 경쟁이 미·일 신밀월을 계기로 다시 촉발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핵 추진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과 총 200개의 핵탄두를 장착한 쥐랑(巨浪)-2 잠수함 발사 미사일, 미국도 두려워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41을 갖추고 있다. 이에 더해 미사일 방어 능력이 있는 최신형 이지스함을 건조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두 번째 항공모함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 항모에는 첨단 X밴드 레이더, 130㎜ 주포, 128개 수직발사관이 탑재돼 타격력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이에 맞서 일본도 올해부터 최신예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탑재한 이지스함 2대 건조에 나서 2020년까지 8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잠수함은 이미 18척에서 22척으로 늘렸다. 또 2023년까지 헬기 탑재가 가능한 1만 9500t 이즈모급 호위함 54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중국과 베트남·필리핀이 격돌하는 남중국해도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미국은 자신의 주요한 에너지 수송로인 남중국해 경비를 일본에 맡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미·일 정상은 남중국해 외딴섬에 군사시설을 만들거나 산호초를 매립하는 행위를 “국제 분쟁을 힘으로 해결하려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미·일의 응원에 힘을 얻은 베트남은 중국 해안 도시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잠수함에 탑재할 계획이다. 필리핀도 지난달 20일부터 열흘간 미군과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며 중국을 향해 무력시위를 했다. 하지만 2010년에 이미 남중국해를 ‘핵심 이익’으로 규정한 중국이 4개국 협공에 굴복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아베, 위안부 책임 회피 부끄럽고 충격적”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 의회와 언론의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원 외교위원장인 에드 로이스(공화) 의원과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 의원, 2007년 하원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한 마이크 혼다(민주) 의원 등은 30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아베 총리가 사상 첫 합동연설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원 외교위원장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외국 지도자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로이스 위원장은 “아베 총리가 동아시아 외교관계를 악화시키는 과거사 문제를 적절하게 다룰 기회를 활용하지 못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나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느끼는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그들이 얼마나 사과를 원하는지 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연설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성노예로서의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 사과하는 기회로 활용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는 일제 식민통치 때 일어난 일들의 역사를 알고 있다”며 “아베 총리는 역내 협력에 기여하는 치유와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는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엥겔 의원은 “아베 총리가 제국주의 일본군대가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어야 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혼다 의원은 “아베 총리가 연설에서 2차대전 중 제국주의 일본군대가 조직적으로 저지른 만행, 이른바 위안부 범죄에 대해 사과하지 않음으로써 책임을 회피했는데 이는 충격인 동시에 아주 부끄러운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이번 연설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받은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전 총리들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위안부나 성노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아베 총리의 역사 직시 거부는 아·태 지역의 20만명이 넘는 (위안부 피해자) 소녀와 여성들에게 모욕이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태계 의원총회 의장인 중국계 주디 추(민주) 하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정직성과 더불어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베 총리를 비판했다. 찰스 랭글(민주) 의원도 CNN에 나와 “아베 총리가 위안부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 언론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뉴욕타임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중대한 모욕이자 공격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베 총리가 2차대전에서 희생된 미국인에 대한 애도를 표했지만 위안부 등 전쟁 가학행위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아 비판을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사설] 미·일 新밀월, 냉정하게 대응책 서둘러야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강제동원과 식민지배 등 우리를 포함해 동아시아 각국에 입힌 깊은 상처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끝내 입을 다물었다. 대신 아베 총리는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1941년 일제의 진주만 공습으로 피해를 당한 미국과 미국민들에게 통렬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철저히 미국 입맛에 맞춘 지능적인 의회 연설이었던 셈이다. 미국 내 여론과 정치권의 환심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 스스로는 성공적이고 실용적인 방미 외교였다고 자평할 것이다. 과거사 사죄를 거부해 동아시아 각국의 분노를 자아내긴 했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 외교를 통해 얻은 게 상대적으로 많아 보인다. 자위대 활동 영역의 팽창과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한 미국의 용인을 이끌어 낸 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전범국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만찬장에서 직접 일본 단시인 하이쿠를 읊으며 아베 총리를 극진하게 환대했을 정도다. 미·일 양국은 ‘부동(不動)의 동맹’이라는 최상급 표현이 함축하는 바와 같이 역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운 신(新)밀월을 구가하고 있다. 양국의 공통분모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동아시아 외교판의 ‘뉴노멀’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미국과 일본은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할 태세다. 외교, 군사, 경제 등 각 영역에서 미·일 양국과 중국 두 세력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그 두 세력 사이에 끼어 있다. 자칫 고래 싸움에 피해 입는 새우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사죄와 반성에 인색한 아베 총리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감정적으로 비난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전개되는 양상이 긴박하고 막중하다는 점에서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냉정하면서도 발 빠르게 대응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새로운 동아시아 외교안보 환경은 경우에 따라 한반도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북 문제에서 우리만 소외되는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미·일 신밀월 관계를 의도적으로 저평가한다면 외교적 고립에 빠질 수도 있다. 옛말에 지기지피(知己知彼)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했다. 외교력을 총동원해 미국과 일본의 의도를 먼저 간파해야만 한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오늘 외교안보대책회의를 열어 이 같은 미·일 신밀월 대책을 조율하기로 한 점은 일단 시의적절해 보인다. 미·일 동맹 주도의 국제질서 재편 움직임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주변 4강과의 외교관계 재정립 등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과 우경화 대책도 함께 테이블에 올려야 할 것이다. 과거사 문제와 현실 외교를 분리해 ‘투 트랙’으로 이끌어 가든, 중국과의 경제관계 등을 고려해 과거사, 외교, 경제를 각각 분리시키든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대응책을 서둘러 주기 바란다. 이번 아베 총리의 방미 외교 과정에서 지극히 무기력했던 현 외교팀에 대한 강력한 질책도 따라야 할 것이다.
  • G2 정치·경제 기싸움을 바라보는 두 시선

    G2 정치·경제 기싸움을 바라보는 두 시선

    미국과 중국의 G2 체제는 이미 고착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신창타이(新常態)를 강조하며 10%에 육박하는 고도 경제성장률이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중국 경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미국 또한 저유가, 강달러를 앞세워 경제 회복세를 보이며 슈퍼 대국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중이다. 비슷한 시기 중국의 신좌파 학자인 왕사오광(王紹光) 홍콩중문대 교수와 벤 스틸 미국외교협회 국제경제국장이 각각 한국을 찾았다. 정치와 경제를 놓고 벌이는 미·중 대결 양상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벤 스틸 美외교협회 국제경제국장의 미·중 간 국제통화 체제 경쟁 “AIIB發 글로벌 화폐전쟁 지속”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추진에 미국의 심기는 불편하다. AIIB는 기존에 있던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과 명분상 기능이 상당 부분 겹친다. 미국의 입장은 명백하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다.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미국의 노골적 반대 움직임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주변 국가들은 1000억 달러의 자본금 중 중국이 절반을 부담하는 AIIB에 가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AIIB는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 계획)와 함께 위안화를 국제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벤 스틸 미국외교협회 국제경제국장이 최근 내놓은 ‘브레턴우즈 전투’의 한국판 출간에 맞춰 방한했다. 그는 미국 상·하원과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서 금융시장과 통화 문제에 관한 정책적 조언자 역할을 맡았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정책연구원 주최의 ‘아산 플래넘’에 참석한 벤 스틸 국장은 “세계 총생산량의 36%를 차지하는 두 국가는 국제금융 불균형의 주 근원지”라고 규정했다. ‘브레턴우즈 전투’는 1944년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각국 환율을 달러에 고정하기로 합의한 브레턴우즈 체제에 대한 내용이다. 이 중 브레턴우즈 체제의 두 주인공,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자본주의에 기초한 세계적 금융 시스템을 설계한 미국 재무부 차관보인 해리 덱스터 화이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결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적 과정과 당시 국제금융시장의 환경 및 새 질서 마련의 불가피성 등을 비롯해 첩보전을 떠올리게 하는 회의 막후 상황, 화이트가 실은 소련의 간첩 역할을 했다는 점 등을 어지간한 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게 담았다. 1971년 붕괴됐지만 세차게 꿈틀대는 중국과 미국의 국제금융 체제 다툼 속에서 역사 속의 한 페이지로 흘러간 브레턴우즈 체제는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벤 스틸 국장은 “중국은 자국이 축적한 달러 표시 자산의 구매력이 급감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미국은 자금 융통이 불가능해질까 염려하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중국은 1940년대 미국과 달리 주도적 위치를 갖기가 아직 어렵고, 미국은 당시 영국이 미국에 간청했듯 중국에 간청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두 나라의 팽팽한 긴장 관계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왕사오광 홍콩중문대 교수의 ‘중국식 민주주의’론 “中 ‘대표형 민주주의’ 틀 갖췄다” 1978년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한 이후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는 눈부셨다. 하지만 정치 영역은 민주주의의 결핍이라는 측면에서 미국 등 서구로부터 늘 공격받아 왔다. 공산당 유일 영도 체계는 효율적인 경제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서구식 민주주의의 기준에는 턱없이 부족한 정치체제였던 탓이다. 그러나 눈부신 경제 발전의 결과물이 구체적인 지표로 드러나면서 중국은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도 수세적 입장에 머물지 않게 됐다. 정치의 영역, 통치모델 차원에서도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하기보다 본격적으로 대국굴기(大國?起·떨쳐 일어나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신좌파 지식인 왕사오광(61) 교수는 그 대표적인 이데올로그다. 그는 ‘중국식 민주주의’의 정당성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역할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왕 교수는 1982년 베이징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예일대에서 10년 동안 정치학을 강의했다. 그가 1993년 펴낸 ‘중국 국가능력보고’는 공산당, 정부, 학계 등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공공관리, 행정체계, 경제부문, 사회부문 등 국가관리의 다양한 영역에서 보고서를 펴내며 중국 정부의 각종 정책 결정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8일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연구소 성균중국연구소는 왕 교수를 초청해 세미나를 진행했다. 그는 ‘시진핑 시기 중국의 민주주의 과정과 방향, 전망’을 주제로 자신의 이론을 발표했다. 왕 교수는 “자유와 경쟁의 다당제 선거를 가지고 민주의 표준에 부합되는지를 따지면 곤란하다”면서 지난 몇 십 년에 걸쳐 중국은 이미 ‘대표형 민주주의’의 이론적 틀을 갖고 누구를 대표하고, 누가 대표하고, 무엇을 대표하고, 어떻게 대표하는가에 대한 실질적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형 민주주의’(representational democracy)라는 왕 교수의 독창적 이론 체계다. 형식과 절차에 치중하는 서구식 ‘대의형 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와 구별 짓는 개념이다. 실제 그의 이론은 서구 학자 등으로부터 초기엔 견강부회(牽?附會)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 서구는 물론 한국 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엘리트 중심의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와 반성, 대안 제시 등과 맞닿는 지점을 형성하고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기획] 유사시엔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기획] 유사시엔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일본의 끔찍한 전쟁 범죄 사실은 부인한 채 홀로코스트 박물관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는 위선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그의 이번 방미 기간 중 그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 기간 중 논의된 여러 가지 의제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것은 27일 양국 외교·국방장관 회의(2+2회의)에서 합의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안이었다. 합의문은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 한 장의 합의가 차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에 가져올 후폭풍은 가히 메가톤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일 ‘新방위협력지침’...전범국 일본 ‘족쇄’ 풀어줘 이번에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냉전 시기 북해도 지역에서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던 일본의 필요에 의해 책정된 정부 간 합의이다. 이 합의에는 일본이 타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군과 자위대가 정보·작전·군수 등 분야에서 각각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는 정부 대 정부의 합의문으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된다. 이 지침은 1978년 처음 만들어질 당시만 하더라도 철저하게 일본 영토와 영해, 영공 방위를 위한 내용만을 담고 있었다. 일본은 패전국이었기 때문에 헌법 제9조에 따라 정규군을 보유할 수 없었고, 자위대는 이름 그대로 자국의 치안과 영토 보호를 위해서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자위대의 성격과 작전 영역을 명시함으로써 일본의 공세적 무기 획득과 군비증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일본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방위청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제창한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오랫동안 고수해 오고 있었지만, 냉전 붕괴 이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1차 북핵위기로 홍역을 치른 이후인 1996년, 미·일 안보공동선언을 통해 미·일 방위협력지침에서 자위대의 역할 확대와 공세적 무기 확보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한 것이다.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위한 변화는 미국의 세력 약화와 중국의 부상,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 내각이 들어선 이후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정부 재정위기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위협론을 부채질했고, 미국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을 잡아두고 있던 끈을 서서히 풀어주기 시작했다. 우선, 일본이 주장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했다. 일반적으로 자위권이란 국가 주권과 이익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권리를 말하는데, ‘집단적 자위권’이란 지켜야 할 주권과 이익에 자국뿐만 아니라 동맹 또는 우방국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자신이 불량배에게 맞을 위기에 있으면 친구가 와서 함께 싸워주고, 반대로 친구가 불량배에게 당할 위기에 처하면 자신도 나서서 친구와 함께 불량배와 싸워 준다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과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바르샤바조약기구(WTO) 등 집단안보체제, 또는 각국이 개별적으로 체결한 동맹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 같은 집단안보체제에 가입한 국가가 정상국가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럴 자격이 없는 전쟁범죄국가일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은 전쟁범죄국가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군대’를 보유할 수 없는 대신, 일본 영토와 영공, 영해에서 방어적 목적으로만 운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무력인 ‘자위대’만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이른바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헌법 제9조에서 군대의 보유와 국가의 교전권 포기를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이 헌법 개헌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국내외의 반대로 개헌이 어려워지자 헌법 해석 변경과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개념 도입을 통해 자위대를 교전권을 가진 정식 군대로 만들려 하고 있다. 교전권이란 국가 간 분쟁을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적국과 전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교전권이지만,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파트너 국가가 미국이라면 이론적으로 일본은 미국과 동맹을 맺거나 우방 관계에 있지 않은 거의 모든 국가와 전쟁을 할 수 있는 교전권을 손에 쥐게 된다.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병' 날개? 또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일본은 굳이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아니더라도 한반도 유사시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이 작전에 투입될 경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자위대가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 유사시 형식상 최고사령부가 되는 UN군사령부는 일본에 7개의 후방기지를 두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기지들은 모두 미군과 자위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지다.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미7함대와 해상자위대 제1호위대군이, 사세보 해군기지는 제7함대와 해상자위대 제2호위대군이 함께 쓰고 있고, 캠프 자마에는 주일미육군 제500군사정보여단과 지원부대가 일본판 특전사라 할 수 있는 중앙즉응집단사령부와 함께 입주해 있다. 제5공군사령부가 있는 요코타 공군기지는 항공자위대 방공지휘소가, 해군과 공군, 해병대가 사용하는 가데나 기지와 후텐마 기지, 화이트비치 기지 등에도 모두 자위대 지원부대가 함께 입주해 있거나 유사시 기지에 전개되는 전력의 작전을 지원한다. 어떤 형태로든지 한반도에서 미군의 군사작전에 자위대가 엮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인해 자위대는 날개를 달게 됐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논리에 따라 한반도에서 작전하는 미군의 후방지원 수준을 넘어서, 필요에 따라 미군과 함께 북한에 대한 공세적 군사작전을 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앵무새처럼 “우리 동의없이 한반도전쟁 개입 못해” 우리 정부는 즉각 “일본의 사전요청과 우리의 동의 없이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전 초기 북한은 한·미 연합군을 향해 대량의 미사일 공격을 가할 것이고, 새로 개정된 지침에 따라 자위대는 해상에서 이 미사일 요격을 시도할 의무가 있다. 미군의 작전을 후방에서 지원해야 하는 일본은 일본 인근 해역이나 괌 인근에서 들어오는 사전배치전단은 물론 미 본토와 하와이 등지에서 병력과 장비를 싣고 들어오는 미 수송선단에 대한 보호 작전도 ‘후방 지원’ 개념에서 수행해야 한다. 기동함대 등 선단 호위를 위한 해군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가 미 수송선단에 대한 호송 지원을 제공하지 못해 미 해군 수송선단이 한반도 해역 진입에 난색을 표하고, 연합사령부가 신속한 물자 하역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위해 자위대가 한반도 영해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즉, 우리 정부는 평시에는 “우리 동의 없이 자위대가 한반도 전쟁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전시가 되어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빠진 상황이라면 명분 보다는 생존이 우선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자위대의 해외 군사작전 허용은 곧 일본에 채워져 있던 전범국이라는 족쇄가 서서히 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일본의 족쇄를 풀어줌으로써 심각한 골칫거리인 북한과 잠재적 적국인 중국에 맞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손 안 대고 코 푸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겠지만, 상황은 그렇게 흘러갈 수 없을 것이다. -미일동맹 격상은 미국의 자충수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 Carr)는 “역사는 반복된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중국은 군웅할거(群雄割據)가 지속되다가 통일되고, 통일되어 전성기를 잠시 누리다가 부정부패와 반란, 외적의 침입 등으로 망하고 흥하고를 수 없이 반복했고, 우리나라 역시 비록 왕조 교체는 중국보다 적었다고는 하지만 위정자들의 권력다툼과 국론 분열과 국력 약화, 이 틈을 탄 외적의 침략, 침략을 물리친 뒤 잠시 평화를 누리다가 다시 권력다툼과 외침이 이어지는 같은 역사의 반복이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동아시아 역사의 변두리에 있었던 일본은 섬나라라는 특성상 정치적으로는 강력한 독립성을 유지했지만, 경제적·문화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이들로부터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국가적 역량을 기울여 왔다. 이들은 국가가 분열되어 혼란스러운 상황이거나 힘을 갖추지 못했을 때는 한국과 중국에 사신단을 보내 이른바 통신사로 불리는 사절단을 보내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지만, 힘이 있을 때는 수시로 한국과 중국을 침략하며 노략질을 일삼았다. 3세기 초 호족연합정권인 야마토 정권이 전국을 통일한 이후에는 정규군을 갖춰 가야, 백제와 결탁해 신라를 침략했고, 통일신라 시대에도 경상·전라·충청·경기 연안 일대에 수시로 해적선단을 보내 해안선을 약탈하거나 조운선, 무역선을 습격했다. 고려시대에는 한반도와 가까운 쓰시마섬에 거점을 마련하고, 한반도 해안에 대한 노략질을 일삼았고, 조선시기에는 15만 대병력으로 한반도 전역을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기도 했다. 문제는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과 과거 한반도를 침략하고 노략질을 일삼았던 가문이 현재 일본의 집권세력에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노략질 일삼던 가문들이... 에도시대부터 일본 정계의 주류를 이루며 한반도와 대륙 침략을 주장했던 조슈번(長州藩) 세력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번주(藩主)인 모리 테루모토(毛利輝元)가 제7군(약 3만 명)을 이끌고 조선 전국토를 유린했던 자들이다. 이들은 메이지 유신을 주도하고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했던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나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배출했고, 이들 세력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에도 일본 정치계의 주류로 남아 아베 신조(安倍晋三)라는 인물을 배출하고 지금도 일본 군국주의 부활과 극우 민족주의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에도시대부터 동해와 남해, 난세이 제도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해적 집단이었던 사쓰마번(薩摩藩) 역시 번주인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가 이끄는 제4군(약 1만5,000여 명)이 참전하여 경상도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칠전량 해전에서 조선수군을 전멸시켰으며, 노량해전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죽게 만든 자들이었다. 이들은 조슈번과 함께 메이지 유신을 주도하며 일본제국해군을 건설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고, 전후에도 일본 정계의 주류 정치세력으로 남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라는 극우 정치인을 배출하고 현재도 극우 민족주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 정계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 정치세력은 과거부터 내부 권력 투쟁을 이어오면서 일본 국내 상황이 정리되고 힘이 축적되면 반드시 한반도와 대륙을 상대로 침략전쟁을 일으켰던 자들이다. 특히 이들은 현재도 과거사 왜곡을 통해 한국과 중국을 열등 민족이자 타도 대상으로, 미국을 ‘핵무기'라는 비인도적인 무기를 일본인에게 사용한 가해자로 선전하고 있다. 현재 미일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역대 그 어느 시절보다 굳건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힘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언제든지 이빨을 드러낼 것이다. 실제로 냉전 시기 ‘120% 한통속’이라는 미·일 밀월관계 속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까지 성장했던 일본은 경제력과 군사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자 미국을 향해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외치기 시작했다. 일본은 자신들이 초강대국이 될 것이며, 미국이 첨단 무기를 자랑해도 일본의 전자부품 없이는 빈껍데기라며 초강대국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은 ‘슈퍼 301조’라는 무역통상법 제301조, 즉, “미국의 눈 밖에 난 국가와는 무역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결과로 일본은 치명타를 입게 되었는데 금융과 제조업의 거품이 순식간에 증발하면서 도쿄 증시는 3분의 1토막이 났고, 금융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20년 전 경제력으로 미국에게 반기를 들었던 일본이 이제는 군사력 카드를 들고 나왔다. 중국 위협론과 자신들의 역할론을 들고 나오며 자위대라는 이름의 족쇄를 서서히 풀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일본은 원거리 공습이 가능한 고성능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항공모함과 대형 상륙함과 같은 공격무기를 손에 넣었고, 수천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인 약 47톤의 플루토늄까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약 8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인 640kg의 플루토늄을 IAEA에 신고하지 않고 은닉했다가 적발되는 등 미심쩍은 행동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 관문 '핵무장'만 남은 셈 일본이 이처럼 공세적 군사력을 갖추고 대량의 플루토늄까지 보유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용인과 협력 덕분이었다.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은 이제 보통군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군대까지 보유했고, 군사강국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핵무장만을 남겨놓고 있다. 일본은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핵물질과 기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고,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는 고성능 위성 발사체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몇 주 이내에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출 수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제10조 1항에 따르면, NPT 가입국은 NPT에 가입했더라도 국가 비상사태나 국가이익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는 UN에 통보하고 NPT를 탈퇴할 수 있다. 즉, 센카쿠에서 중국의 위협,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빌미로 얼마든지 NPT를 탈퇴하고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순간 경제력·핵 능력으로 일본은 미국에 다시 "NO"라고 맞서려 할 것이며, 그때는 미국도 일본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요컨대 미국은 일본 우익의 속셈과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이라는 맹수를 잡기 위해 반성하지 않는 전범국가를 풀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일본에 맞설 강력한 군사력이라도 있지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로 허세만 부리며 막대기라도 주워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대한민국은 만에 하나라도 유사시에 무엇으로 대응할지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서 위정자들에게 물어볼 때가 아닐까?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오늘의 경기]

    ■프로야구 ●kt-두산(잠실) 롯데-넥센(목동) NC-SK(인천) LG-삼성(대구) 한화-KIA(광주 이상 오후 6시 30분) ■여자축구 ●서울시청-화천KSPO(오후 4시 효창종합운동장) 부산상무-대전스포츠토토(충북 보은종합운동장) 인천현대제철-이천대교(이상 오후 7시 인천 남동아시아드경기장) ■핸드볼 ●SK코리아리그 대구시청-경남개발공사(오후 5시) 인천도시공사-충남체육회(오후 6시 30분 이상 대구시민체육관)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 전범국의 ‘족쇄’를 풀어주다...한반도 앞날은?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 전범국의 ‘족쇄’를 풀어주다...한반도 앞날은?

    일본의 끔찍한 전쟁 범죄 사실은 부인한 채 홀로코스트 박물관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는 위선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그의 이번 방미 기간 중 그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 기간 중 논의된 여러 가지 의제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것은 27일 양국 외교·국방장관 회의(2+2회의)에서 합의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안이었다. 합의문은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 한 장의 합의가 차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에 가져올 후폭풍은 가히 메가톤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일 방위협력지침 합의 이번에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냉전 시기 북해도 지역에서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던 일본의 필요에 의해 책정된 정부 간 합의이다. 이 합의에는 일본이 타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군과 자위대가 정보·작전·군수 등 분야에서 각각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는 정부 대 정부의 합의문으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된다. 이 지침은 1978년 처음 만들어질 당시만 하더라도 철저하게 일본 영토와 영해, 영공 방위를 위한 내용만을 담고 있었다. 일본은 패전국이었기 때문에 헌법 제9조에 따라 정규군을 보유할 수 없었고, 자위대는 이름 그대로 자국의 치안과 영토 보호를 위해서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자위대의 성격과 작전 영역을 명시함으로써 일본의 공세적 무기 획득과 군비증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일본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방위청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제창한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오랫동안 고수해 오고 있었지만, 냉전 붕괴 이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1차 북핵위기로 홍역을 치른 이후인 1996년, 미·일 안보공동선언을 통해 미·일 방위협력지침에서 자위대의 역할 확대와 공세적 무기 확보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한 것이다.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위한 변화는 미국의 세력 약화와 중국의 부상,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 내각이 들어선 이후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정부 재정위기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위협론을 부채질했고, 미국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을 잡아두고 있던 끈을 서서히 풀어주기 시작했다. 우선, 일본이 주장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했다. 일반적으로 자위권이란 국가 주권과 이익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권리를 말하는데, ‘집단적 자위권’이란 지켜야 할 주권과 이익에 자국뿐만 아니라 동맹 또는 우방국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자신이 불량배에게 맞을 위기에 있으면 친구가 와서 함께 싸워주고, 반대로 친구가 불량배에게 당할 위기에 처하면 자신도 나서서 친구와 함께 불량배와 싸워 준다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과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바르샤바조약기구(WTO) 등 집단안보체제, 또는 각국이 개별적으로 체결한 동맹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 같은 집단안보체제에 가입한 국가가 정상국가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럴 자격이 없는 전쟁범죄국가일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은 전쟁범죄국가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군대’를 보유할 수 없는 대신, 일본 영토와 영공, 영해에서 방어적 목적으로만 운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무력인 ‘자위대’만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이른바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헌법 제9조에서 군대의 보유와 국가의 교전권 포기를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이 헌법 개헌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국내외의 반대로 개헌이 어려워지자 헌법 해석 변경과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개념 도입을 통해 자위대를 교전권을 가진 정식 군대로 만들려 하고 있다. 교전권이란 국가 간 분쟁을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적국과 전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교전권이지만,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파트너 국가가 미국이라면 이론적으로 일본은 미국과 동맹을 맺거나 우방 관계에 있지 않은 거의 모든 국가와 전쟁을 할 수 있는 교전권을 손에 쥐게 된다.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병' 날개? 또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일본은 굳이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아니더라도 한반도 유사시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이 작전에 투입될 경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자위대가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 유사시 형식상 최고사령부가 되는 UN군사령부는 일본에 7개의 후방기지를 두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기지들은 모두 미군과 자위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지다.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미7함대와 해상자위대 제1호위대군이, 사세보 해군기지는 제7함대와 해상자위대 제2호위대군이 함께 쓰고 있고, 캠프 자마에는 주일미육군 제500군사정보여단과 지원부대가 일본판 특전사라 할 수 있는 중앙즉응집단사령부와 함께 입주해 있다. 제5공군사령부가 있는 요코타 공군기지는 항공자위대 방공지휘소가, 해군과 공군, 해병대가 사용하는 가데나 기지와 후텐마 기지, 화이트비치 기지 등에도 모두 자위대 지원부대가 함께 입주해 있거나 유사시 기지에 전개되는 전력의 작전을 지원한다. 어떤 형태로든지 한반도에서 미군의 군사작전에 자위대가 엮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인해 자위대는 날개를 달게 됐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논리에 따라 한반도에서 작전하는 미군의 후방지원 수준을 넘어서, 필요에 따라 미군과 함께 북한에 대한 공세적 군사작전을 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앵무새처럼 “우리 동의없이 한반도전쟁 개입 못해” 우리 정부는 즉각 “일본의 사전요청과 우리의 동의 없이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전 초기 북한은 한·미 연합군을 향해 대량의 미사일 공격을 가할 것이고, 새로 개정된 지침에 따라 자위대는 해상에서 이 미사일 요격을 시도할 의무가 있다. 미군의 작전을 후방에서 지원해야 하는 일본은 일본 인근 해역이나 괌 인근에서 들어오는 사전배치전단은 물론 미 본토와 하와이 등지에서 병력과 장비를 싣고 들어오는 미 수송선단에 대한 보호 작전도 ‘후방 지원’ 개념에서 수행해야 한다. 기동함대 등 선단 호위를 위한 해군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가 미 수송선단에 대한 호송 지원을 제공하지 못해 미 해군 수송선단이 한반도 해역 진입에 난색을 표하고, 연합사령부가 신속한 물자 하역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위해 자위대가 한반도 영해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즉, 우리 정부는 평시에는 “우리 동의 없이 자위대가 한반도 전쟁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전시가 되어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빠진 상황이라면 명분 보다는 생존이 우선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자위대의 해외 군사작전 허용은 곧 일본에 채워져 있던 전범국이라는 족쇄가 서서히 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일본의 족쇄를 풀어줌으로써 심각한 골칫거리인 북한과 잠재적 적국인 중국에 맞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손 안 대고 코 푸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겠지만, 상황은 그렇게 흘러갈 수 없을 것이다. -미일동맹 격상은 미국의 자충수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 Carr)는 “역사는 반복된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중국은 군웅할거(群雄割據)가 지속되다가 통일되고, 통일되어 전성기를 잠시 누리다가 부정부패와 반란, 외적의 침입 등으로 망하고 흥하고를 수 없이 반복했고, 우리나라 역시 비록 왕조 교체는 중국보다 적었다고는 하지만 위정자들의 권력다툼과 국론 분열과 국력 약화, 이 틈을 탄 외적의 침략, 침략을 물리친 뒤 잠시 평화를 누리다가 다시 권력다툼과 외침이 이어지는 같은 역사의 반복이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동아시아 역사의 변두리에 있었던 일본은 섬나라라는 특성상 정치적으로는 강력한 독립성을 유지했지만, 경제적·문화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이들로부터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국가적 역량을 기울여 왔다. 이들은 국가가 분열되어 혼란스러운 상황이거나 힘을 갖추지 못했을 때는 한국과 중국에 사신단을 보내 이른바 통신사로 불리는 사절단을 보내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지만, 힘이 있을 때는 수시로 한국과 중국을 침략하며 노략질을 일삼았다. 3세기 초 호족연합정권인 야마토 정권이 전국을 통일한 이후에는 정규군을 갖춰 가야, 백제와 결탁해 신라를 침략했고, 통일신라 시대에도 경상·전라·충청·경기 연안 일대에 수시로 해적선단을 보내 해안선을 약탈하거나 조운선, 무역선을 습격했다. 고려시대에는 한반도와 가까운 쓰시마섬에 거점을 마련하고, 한반도 해안에 대한 노략질을 일삼았고, 조선시기에는 15만 대병력으로 한반도 전역을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기도 했다. 문제는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과 과거 한반도를 침략하고 노략질을 일삼았던 가문이 현재 일본의 집권세력에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노략질 일삼던 가문들이... 에도시대부터 일본 정계의 주류를 이루며 한반도와 대륙 침략을 주장했던 조슈번(長州藩) 세력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번주(藩主)인 모리 테루모토(毛利輝元)가 제7군(약 3만 명)을 이끌고 조선 전국토를 유린했던 자들이다. 이들은 메이지 유신을 주도하고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했던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나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배출했고, 이들 세력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에도 일본 정치계의 주류로 남아 아베 신조(安倍晋三)라는 인물을 배출하고 지금도 일본 군국주의 부활과 극우 민족주의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에도시대부터 동해와 남해, 난세이 제도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해적 집단이었던 사쓰마번(薩摩藩) 역시 번주인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가 이끄는 제4군(약 1만5,000여 명)이 참전하여 경상도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칠전량 해전에서 조선수군을 전멸시켰으며, 노량해전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죽게 만든 자들이었다. 이들은 조슈번과 함께 메이지 유신을 주도하며 일본제국해군을 건설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고, 전후에도 일본 정계의 주류 정치세력으로 남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라는 극우 정치인을 배출하고 현재도 극우 민족주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 정계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 정치세력은 과거부터 내부 권력 투쟁을 이어오면서 일본 국내 상황이 정리되고 힘이 축적되면 반드시 한반도와 대륙을 상대로 침략전쟁을 일으켰던 자들이다. 특히 이들은 현재도 과거사 왜곡을 통해 한국과 중국을 열등 민족이자 타도 대상으로, 미국을 ‘핵무기'라는 비인도적인 무기를 일본인에게 사용한 가해자로 선전하고 있다. 현재 미일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역대 그 어느 시절보다 굳건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힘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언제든지 이빨을 드러낼 것이다. 실제로 냉전 시기 ‘120% 한통속’이라는 미·일 밀월관계 속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까지 성장했던 일본은 경제력과 군사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자 미국을 향해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외치기 시작했다. 일본은 자신들이 초강대국이 될 것이며, 미국이 첨단 무기를 자랑해도 일본의 전자부품 없이는 빈껍데기라며 초강대국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은 ‘슈퍼 301조’라는 무역통상법 제301조, 즉, “미국의 눈 밖에 난 국가와는 무역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결과로 일본은 치명타를 입게 되었는데 금융과 제조업의 거품이 순식간에 증발하면서 도쿄 증시는 3분의 1토막이 났고, 금융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20년 전 경제력으로 미국에게 반기를 들었던 일본이 이제는 군사력 카드를 들고 나왔다. 중국 위협론과 자신들의 역할론을 들고 나오며 자위대라는 이름의 족쇄를 서서히 풀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일본은 원거리 공습이 가능한 고성능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항공모함과 대형 상륙함과 같은 공격무기를 손에 넣었고, 수천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인 약 47톤의 플루토늄까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약 8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인 640kg의 플루토늄을 IAEA에 신고하지 않고 은닉했다가 적발되는 등 미심쩍은 행동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 관문 '핵무장'만 남은 셈 일본이 이처럼 공세적 군사력을 갖추고 대량의 플루토늄까지 보유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용인과 협력 덕분이었다.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은 이제 보통군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군대까지 보유했고, 군사강국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핵무장만을 남겨놓고 있다. 일본은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핵물질과 기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고,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는 고성능 위성 발사체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몇 주 이내에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출 수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제10조 1항에 따르면, NPT 가입국은 NPT에 가입했더라도 국가 비상사태나 국가이익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는 UN에 통보하고 NPT를 탈퇴할 수 있다. 즉, 센카쿠에서 중국의 위협,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빌미로 얼마든지 NPT를 탈퇴하고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순간 경제력·핵 능력으로 일본은 미국에 다시 "NO"라고 맞서려 할 것이며, 그때는 미국도 일본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요컨대 미국은 일본 우익의 속셈과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이라는 맹수를 잡기 위해 반성하지 않는 전범국가를 풀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일본에 맞설 강력한 군사력이라도 있지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로 허세만 부리며 막대기라도 주워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대한민국은 만에 하나라도 유사시에 무엇으로 대응할지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서 위정자들에게 물어볼 때가 아닐까?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생각의 뚜껑 열어 줄 77개 도구상자 열다

    생각의 뚜껑 열어 줄 77개 도구상자 열다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대니얼 데닛 지음/노승영 옮김/동아시아/592쪽/2만 2000원 현미경을 이용해 우리는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세계를 볼 수 있다. 허블 망원경을 통해선 우주의 구석구석까지도 관측이 가능하다. 현미경이나 망원경이라는 도구를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듯 우리의 상상력의 지평을 극적으로 확장하는 생각의 도구들이 있다. 정신과 마음의 영역을 유물론적으로 설명해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는 대니얼 데닛(미국 터프츠대 철학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직관 펌프’라는 것이다. 데닛에 따르면 직관 펌프란 이솝우화처럼 무릎을 탁 치게 만들며 우리의 직관을 작동시키는 ‘쉽고도, 사소한’ 이야기들이다.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Intuition Pumps and Other Tools for Thinking)는 데닛이 고안한 생각 기술을 대중적으로 풀어쓴 책이다. 저자는 총 8부로 나눠 상상력과 집중력을 단련시킬 수 있는 77가지 생각의 도구를 배치해 설명하고 있다. 철학적 사유의 방식을 개념화하고 유형화해 숙지하면 창의적인 생각의 전개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즉 이 같은 생각의 도구들은 의식에 달린 ‘손’, ‘발’과 같다. 말하자면 철학의 관점에 기반한 ‘생각을 위한 생각의 모음’이라고 칭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생각은 힘든 일이다. 저자는 생각의 도구들을 유형화함에 있어 직관적 사유의 방법에서 의미로, 다시 진화로, 그리고 의식과 그의 존재론적 물음을 담고 있는 자유의지의 문제로 확장해 나가는 논리적 전개 방식을 취한다. 우선 저자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생각도구를 설명한다. 예컨대 좋은 실수는 감추지 말고 지혜의 기둥으로 삼아야 한다. 방금 저지른 실수를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파악한 다음 이 실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명백한 모순이 있다면 단호하게 지적하되 상대방의 입장을 명확하고 생생하게 반복하고, 상대방에게 배운 것을 나열하며 비판적 논평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의 90%는 쓰레기’이므로 쓸데없는 것에 시간과 인내심을 허비하지 말고 최고의 10%에 집중해야 하며, 어떤 현상에 대해 간단한 설명이 가능하다면 복잡하고 터무니없는 이론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데닛은 또 창조력이 필요한 과학과 철학, 예술에서는 ‘시스템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창조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확고하게 자리잡은 ‘체계’에서 타당한 이유로 새로움이 튀어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생각의 틀은 생각의 일반적 방식으로부터 출발해 ‘의미’를 이해하는 도구, 인공지능, 진화, 그리고 의식과 자유의지의 영역으로 전개된다.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직관적 생각의 기술에서부터 의미를 이해하는 ‘인식론’, 간단한 2비트 자동화기계에서 복잡하고 정교한 로봇까지 아우르는 작동원리,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관점, 의식과 자유의지에 관한 ‘존재론’의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다룬다. 절대적 무지가 창조자임을 밝힘으로써 우리가 가진 명백한 관념을 뒤집은 다윈의 생각,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없는 맹목적인 자연선택에 의해 생존하는 생명체들, 사람들이 숫자나 무게중심을 발명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자연현상들도 데닛이 제시하는 대표적 생각도구들이다. 데닛은 “직관 펌프는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해 우리가 찾는 직관을 끌어올린 뒤에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직관 펌프 위의 공통된 운명은 반박과 재반박, 조정, 확장의 도가니를 흔들어 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기적 유전자’로 잘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는 데닛의 직관 펌프를 ‘머리를 단단한 망치로 내려치는 지적 자극제’라고 표현했다. 책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데닛이 그동안 학문적으로 일궈 온 여러 연구 분야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아무리 대중적으로 풀어썼다고 해도 전체의 틀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고 직관 펌프의 사례들이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할 일도 아니다. 그가 제시한 77개의 생각도구 중에서 몇 가지 주요 통찰을 숙지하고 받아들여도 우리는 그동안 자신을 옥죄었던 사고의 틀을 바꿀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뉴스 플러스-국제] 한국 행복지수 158개국 중 47위

    한국의 행복지수가 158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47위로 나타났다. 유엔이 23일(현지시간) 발표한 ‘2015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총 5.984점으로 지난 2013년 41위보다 6계단 하락했다. 또 동아시아 유교문화권 국가들 가운데 대만(38위), 일본(46위)에 이어 3위로 밀렸다. 1~3위는 스위스, 아이슬란드, 덴마크가 나란히 차지했다.
  • “국내외 도자예술을 한눈에” 경기도자비엔날레 24일 개막

    올해로 8회째를 맞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가 광주, 이천, 여주에서 24일부터 오는 5월 31일까지 국내 작가 253명, 미국과 러시아 등 해외 33개국 165명을 포함해 모두 418명이 참여한 가운데 다채롭게 열린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한국도자재단과 경기비엔날레 국제위원회가 주관하는 올해 행사의 주제는 ‘색:세라믹 스펙트럼’으로 이천 세라피아, 광주 곤지암도자공원, 여주 도자세상 등지에서 전시와 학술행사, 이벤트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진다. 박경순 전시감독은 “올해 행사에서는 도자예술을 과거의 전통과 현대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함으로써 발전적 미래상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면서 “광주·이천·여주 3개 지역의 특성을 살려 과거·현재·미래로 구분하고 각각 ‘본색’(本色)·‘이색’(異色)·‘채색’(彩色)이라는 주제로 특별전과 이벤트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관요를 만들던 광주분원이 있던 경기 광주에서는 한국과 대만·일본의 전통도예 작품을 선보이는 ‘동아시아 전통도예’전이 펼쳐진다. 개인 공방을 중심으로 현대 조형도자가 특색인 이천에선 도자의 새로운 영역을 탐구한다. 국내외 현대 도자작품 60여점을 전시하는 ‘수렴과 확산’전이 열린다. 생활도자를 비롯해 도자와 다른 장르의 융합을 시도하는 여주에서는 도자의 다양성을 보여줄 ‘오색일화’전이 열린다. 공모전으로는 현대도자의 최근 예술 경향을 살펴보고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국제도자공모전, 국내외 장애인 작품을 전시하는 국제장애인공모전, 아름다운 우리도자 공모전 등이 준비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도자, 옹기, 공예 등 여러 부문의 대한민국 명장 12명의 작품을 통해 한국도자의 진수를 볼 수 있는 대한민국 도자 명장전(광주)도 마련된다. 관람객을 위한 참여형 설치도자 프로젝트, 명장과 함께하는 도자체험 등 이벤트도 풍성하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강원 ‘블루오션’ 무슬림 시장 공략 박차

    강원도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무슬림 시장 개척에 팔을 걷어붙였다. 22일 강원도에 따르면 해마다 20% 안팎의 증가세를 보이는 무슬림 관광객을 잡기 위해 할랄타운 조성과 할랄식품 개발, 기도실 등을 갖춘 음식점·숙박·병원 등을 늘리기로 했다. 무슬림 관광객 수는 2012년 52만명, 2013년 62만명, 지난해 73만명으로 연평균 18.6%씩 늘고 강원도 대표 관광지인 춘천 남이섬에만 2012년 12만명에서 지난해 20만명이 찾는 등 해마다 무슬림 관광객이 20%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또 할랄푸드 시장도 2012년에 1조 880억 달러(약 1196조원)에 이르는 등 급성장하고 있지만 강원도의 할랄푸드 시장 진출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도는 할랄타운을 조성하기로 하고 내년 춘천에 할랄 인증 레스토랑과 기도실 등을 갖춘 관광·숙박 시설을 시범 설치할 계획이다. 2017년에는 평창올림픽 준비사업의 하나로 강릉, 평창, 양양에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관광지, 숙박시설, 병원 등을 조성한다. 식당에는 할랄식품 서비스를 비롯해 기도실을 마련하고 할랄 향토식품 등을 개발한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11개국 무슬림 선수·임원·관광단을 위한 지원 방안도 마련한다. 무슬림 관광 인프라는 국비 26억 5000만원 등 2년간 모두 53억원이 투자된다. 이와 함께 내년에 동아시아 할랄포럼을 세계이슬람경제포럼과 공동 개최하고 총 3000명 규모의 2017년 세계이슬람경제포럼을 유치할 계획이다. 최문순 지사는 “할랄시장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커졌지만 대응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할랄시장을 선점해 중국 편중 우려가 커진 관광·경제 의존도도 분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美언론 “아베, 과거사 반성·사과하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29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 예정된 가운데 미 언론들이 아베 총리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전쟁 범죄를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베 총리가 의회 합동연설뿐 아니라 오는 8월 종전 70주년 담화에서도 사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 내 한인 단체들뿐 아니라 언론도 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아베 신조와 일본의 역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방미의 성공 여부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 등을 포함한 일본의 전쟁 역사를 얼마나 정직하게 마주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며 “전쟁 역사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역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심지어 다시 쓰려고 하는 아베 총리와 그의 우익 정치인들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아베 총리는 일본을 21세기 책임 있는 리더로 굳게 세우기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과거에 대한 비판을 거부하려 한다면 더 큰 역할을 신뢰감 있게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그의 우익 지지자들을 제쳐 놓고 아시아의 안정을 강화할 수 있는 발언을 하느냐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으로 평가받는 NYT의 이 같은 지적은 아베 총리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도쿄발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의회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피상적으로 언급한다면 동아시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과거사를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를 어떻게 다룰지 분명하지 않다. 핵심어인 ‘식민지배’와 ‘침략’을 다시 쓸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쿠스 유에스에이도 이날 칼럼에서 “아베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진정한 참회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아베 총리가 21일 시작된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例大祭·제사)에 맞춰 ‘내각 총리대신’ 명의로 ‘마사카키’로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아베 측근인 에토 세이치 총리 보좌관은 이날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현지 언론들은 “총리가 23일까지 이어지는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6일부터 시작되는 미국 방문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데다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부고]

    ●조용섭(전 서울대 부총장)씨 별세 문제(제주의대 교수)민아(주한 노르웨이대사관 직원)씨 부친상 유재상(2018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부장)윤병운(NH투자증권 상무)씨 장인상 김소미(제주대 교수)씨 시부상 20일 서울대병원, 발인 23일 오전 5시 (02)2072-2091 ●조일래(삼성생명 상무)홍진(도화엔지니어링 부장)씨 부친상 김혜성(도화엔지니어링 전무)김명수(부산여대 사무처 과장)씨 장인상 2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3일 오전 6시 30분 (02)3410-6917 ●김성규(자영업)경규(자영업)씨 부친상 정재락(동아일보 사회부 부장)이병희(LIG손해보험 울산지역단장)씨 장인상 21일 부산의료원, 발인 23일 오전 6시 (051)607-2990 ●김영률(전 해군 법무감)영근(IBK투자증권 경영인프라본부장)영우(사업)영창(JGC코리아 경영관리부장)씨 모친상 21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23일 오전 6시 (031)787-1501 ●정경석(남북청소년교류연맹 총재)씨 모친상 21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3일 오전 7시 (02)2227-7587 ●이주진(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씨 모친상 정영찬(서진상사 대표)씨 장모상 이혜원(서울의대 연구교수)씨 조모상 21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3일 오전 8시 (02)2258-5940 ●배한철(한미글로벌 이사)한경(신한은행 하남풍산지점장)희영(삼성화재 근무)씨 부친상 박지영(신목중 교사)씨 시부상 21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3일 오전 5시 (02)2227-7577 ●김용국(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장)씨 모친상 21일 여의도성모병원, 발인 23일 오전 8시 (02)3779-2182 ●송문희(전 을지의대 교수)씨 별세 박병광(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씨 부인상 2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3일 오전 11시 30분 (02)3010-2000
  • 미국 언론들 아베 역사인식에 일침

    미국 언론들 아베 역사인식에 일침

    미국 언론들 아베 역사인식에 일침 ‘미국 언론들’   미국 언론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과거사 인식에 일침을 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 시간) ‘아베 총리와 일본의 역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방미의 성공 여부는 아베 총리가 얼마나 정직하게 일본의 전쟁 역사를 마주할 것인 지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또 “아베 총리가 공개적으로는 전쟁에 대해 반성을 표했지만 자신의 발언에 ‘모호한 수식어’를 덧붙이고 있다”면서 “이는 아베 총리가 사과 문제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사게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WP)도 이날 도쿄발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다음 주 행할 미국 의회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과거사 문제를 피상적으로 언급한다면 동아시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의회, 돈 때문에 아베 연설 허용”

    “美 의회, 돈 때문에 아베 연설 허용”

    ‘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이 일본군 위안부를 폄하하면서 일본의 가장 해로운 총리에게 영합하고 있다.’ 미국 포브스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편집장 출신 동아시아경제 전문가인 에몬 핑글톤(67) 칼럼니스트는 19일(현지시간) 포브스에 게재한 이 같은 제목의 칼럼에서 베이너 의장이 일본의 돈과 로비 때문에 아베 신조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을 허용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핑글톤은 “미 의회 합동연설은 외국 수장에게 주는 최고 명예인데 베이너 의장이 아베 총리를 초청하면서 품위가 떨어졌다”며 “아베 총리는 (2차대전이 끝난) 1945년 이래 가장 자격이 없는 총리이며, 악명이 높기로는 그의 외조부로서 1950년대 총리를 했던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가 유일하게 필적할 라이벌”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아베 총리는 ‘위안부’로 알려진 일본군 성노예를 일반 매춘부로 묘사했지만 1940년대 초 네덜란드 여성들이 일본군 성노예를 강요당했다는 증언 등 수많은 증거가 있으며, 일본 극우주의자들조차 이 같은 증거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십년 전 일본 지도자들이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는데도 아베 총리가 사과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며 “그의 전체주의적 태도는 일제의 악행으로 고통을 받은 수백만명의 아시아·미국·서유럽·러시아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핑글톤은 “베이너 의장의 결정을 설명하는 것은 돈”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 미 의회는 어느 때보다 돈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일본만큼 워싱턴에 돈다발을 뿌릴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강조하면서 “‘주식회사 일본’은 자동차·전자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미 의회에 독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핑글톤은 지난 27년간 일본 도쿄를 거점으로 동아시아 경제문제에 관한 기사와 저술활동을 펴 왔다. 국내에서 2004년 발간된 ‘제조업이 나라를 살린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씨줄날줄] ‘동의보감’의 인간관/서동철 논설위원

    “사람은 우주에서 가장 지체가 높고 귀한 존재다.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고, 발이 네모난 것은 땅을 본받은 것이다. … 하늘에 해와 달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안목(眼目)이 있다. 하늘에 밤낮이 있듯이 사람에게 잠들고 깨어나는 것이 있다. 하늘에 천둥과 번개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즐거워하고 노여워하는 마음이 있고, 하늘에 비와 이슬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눈물이 있다. 하늘에 음양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한열(寒熱)이 있고, 땅에 샘물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혈맥(血脈)이 있다. 땅에 초목(草木)과 금석(石)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모발과 치아가 있다.” 허준(許浚·1539~1615)의 ‘동의보감’은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로 시작한다. 신체의 모양과 장기의 위치를 표시한 그림이다. 인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요즘 감각으로는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귀중한 정보였을 것이다. 학계에서는 허준이 ‘동의보감’에서 내보이고자 했던 인간의 정수가 바로 이 그림에 나타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앞의 설명을 보면 우주와 인간은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머리와 몸은 각각 하늘과 땅을 상징한다. 이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척추는 천지(天地)의 기운과 인체의 기운을 소통·순환시키고 있다. 우리는 ‘동의보감’을 병든 사람을 살리는 방법을 기능적으로 알려주는 의서(醫書)로만 알고 있다. 실제로 이 책은 이 땅의 오래된 경험적 향약(鄕藥) 전통에 중국의 새로운 의학 지식을 포괄한 16세기 후반 조선 의학의 결정판이다. 그러면서 ‘동의보감’은 인체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당대의 세계관인 성리학에서 말하는 인륜(人倫)의 정당성으로 새롭게 정립한 의철학(醫哲學)의 명저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의 전편을 흐르는 가르침은 ‘인간은 자연을 닮은 소우주’라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을 닮은 인간은 자연의 원리를 따라야 하고, 그 원리를 거스른다면 인체의 균형도 깨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자연스러운 삶이 인간의 도리인 만큼 인륜을 지키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성리학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이렇듯 ‘동의보감’은 의술을 통치 수단의 하나로 격상시켰다. 편찬에 정작(鄭?) 같은 유의(儒醫)도 참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유의는 의학 지식에 학식을 겸비한 관료를 뜻한다. ‘동의보감’이라는 이름은 조선 의학이 독립성을 가졌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허준은 중국 의학을 북의(北醫)와 남의(南醫)로 나누고 우리 의학을 동의(東醫)라 불렀다. 조선 의학이 독자적으로 발전했으며, 중국 의학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식을 보여 준다. ‘동의보감’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간행되어 동아시아 의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이다. 그 판본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다는 소식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미국 언론들 아베 역사인식에 일침 가해

    미국 언론들 아베 역사인식에 일침 가해

    미국 언론들 아베 역사인식에 일침 가해 ‘미국 언론들’   미국 언론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과거사 인식에 일침을 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 시간) ‘아베 총리와 일본의 역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방미의 성공 여부는 아베 총리가 얼마나 정직하게 일본의 전쟁 역사를 마주할 것인 지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또 “아베 총리가 공개적으로는 전쟁에 대해 반성을 표했지만 자신의 발언에 ‘모호한 수식어’를 덧붙이고 있다”면서 “이는 아베 총리가 사과 문제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사게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WP)도 이날 도쿄발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다음 주 행할 미국 의회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과거사 문제를 피상적으로 언급한다면 동아시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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