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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면 망한다”… IT 사활 건 특허전쟁

    “지면 망한다”… IT 사활 건 특허전쟁

    삼성과 애플이 아니더라도 현재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생존을 건 특허 전쟁에 휘말려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노키아(핀란드), 모토롤라(미국), HTC(타이완) 등 어지간한 경쟁자들과는 거의 한두 건씩의 특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비롯해 중국·타이완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상대로 법정 싸움에 나섰고, 노키아 역시 그동안 쌓아 온 자사 특허들을 살펴보며 후발 휴대전화 회사들을 제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LG전자도 지난해 구본준 부회장 체제 출범 이후 ‘독한 정신’을 표방하며 소니(일본)와 명운을 건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치열하게 특허 전쟁에 매달리는 이유와 향후 전망 등을 살펴봤다. ●상상 초월하는 특허 전쟁 규모 IT업계의 특허 전쟁은 비용부터 상상을 초월한다. 업체들이 소송에 주로 활용하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경우 한 업체가 경쟁 업체를 제소하거나 혹은 자신이 경쟁 업체에 피소돼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 어지간한 경우 1000만 달러(약 110억원)가 넘는 소송비가 들어간다. 여기에 상대가 애플이나 삼성 같은 ‘거물’일 경우 소송에서 이기려면 최고의 특허 전문가들로 이뤄진 변호인단을 꾸려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비용이 많게는 3000만~4000만 달러(약 330억~440억원)까지 치솟는다. ITC가 제소를 받아들여 판정을 내리기까지는 보통 12~15개월 정도가 걸린다. 결국 업체가 ITC 소송에 걸리게 되면 많게는 1년 넘게 수백억원의 비용을 써 가며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만약 ITC 이외에 미국 내 연방지방법원에 별도로 소송을 내거나 삼성과 애플의 경우처럼 미국뿐 아니라 관련 국가마다 모두 소송을 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송을 진행할 경우 시간과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최근 삼성과 LG를 상대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기술에 대한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ITC와 미 델라웨어주 지방법원, 독일 등에 잇따라 소송을 제기한 오스람(독일)은 소송 비용으로만 1억 달러(약 1100억원) 정도를 쓸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의 한계’ 절감해 소송 나서 이렇게 거액이 소요되는 특허 전쟁은 왜 이리 빈번하게 일어날까. 가장 흔한 이유로는 특허권을 침해한 기업을 찾아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한 것을 들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특허 괴물’(특허권 소송을 주 업무로 하는 기업들)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특허만 얻어놓고 일부러 장기간 방치해 업체들이 모르고 해당 특허를 침해하도록 ‘덫’을 놓는다. 이후 해당 제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게 되면 특허권 침해를 무기로 거액의 비용을 청구한다. 업체들은 제품이 이미 큰 인기를 얻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에 응한다. 선발 업체가 ‘혁신의 한계’에 다다르면서 후발 주자에 위기를 느껴 전쟁에 뛰어들기도 한다. 애플과 삼성 간 소송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기술이 ‘혁신’으로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이 거의 없어지다 보니 아무리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아도 2~3개월 뒤면 더 좋은 사양의 경쟁 제품들로 따라잡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혁신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아이폰’ 역시 ‘아이폰 4’부터는 혁신의 정도가 확연히 약해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라면서 “그만큼 독창성 있는 제품을 내놓기가 힘들다 보니 소송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지키려는 의도도 크다.”고 설명했다. 제3의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특허소송을 의도적으로 활용한다는 견해도 있다. 최근 애플과 노키아 간 스마트폰 특허소송이 이에 해당한다. 애플은 노키아에 져 9억 달러 이상의 로열티를 지불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키아가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계열 업체들에 대해서도 대거 소송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자연스레 안드로이드 계열 업체들을 견제할 수 있게 됐다는 계산에서다. ●“삼성, 애플에 밀리진 않을 것” 그렇다면 세계 IT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은 어떻게 될까. 현재 여러 가지 예상이 나오지만 삼성이나 애플 모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삼성의 경우 1986년 미국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로부터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돼 당시로서는 거액인 720억원을 주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함께 제소됐던 일본 업체들이 크로스 라이선스(특허권 상호 공유)를 통해 간단히 문제를 매듭짓는 것을 본 삼성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특허권 쌓기에 나섰다. 지난해 IBM에 이어 미국 특허 출원 건수 2위를 차지한 것도 이 같은 뼈아픈 과거를 잊지 않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에 출원한 IT 관련 특허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애플이 이를 모두 피해 제품을 내놓기란 불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애플과의 소송에서 우리가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삼성-애플 추한 결별로 가는 것일 수도”

     미국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이 최근 한층 가열되면서 양측이 ‘추한 결별’로 가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허 전문 블로그인 ‘포스 페이턴트’의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언 뮬러는 30일 블로그를 통해 “삼성전자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제소가 알려지면서 이번 소송전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애플이 아직 삼성을 ITC에 제소하지는 않았지만 노키아나 모토롤라, HTC와의 소송에서는 통상적으로 ITC 제소를 했었다.”고 말했다. 삼성이 이 같은 전례를 감안해 애플 측에 선제공격을 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뮬러는 이와 관련해 통상적으로 ITC와 법원에 동반 제소가 이뤄지면 ITC의 조사와 그에 따른 결론이 나올 때까지 법원 소송은 중단됐다가 결론 후 손해배상 부분이 재개된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양자는 화해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뮬러는 또 미국 델라웨어와 영국, 이탈리아에서도 삼성전자에 의해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져 삼성-애플 소송전은 미국 3곳(ITC, 노스캐롤라이나, 델라웨어), 아시아 2곳(일본과 한국), 유럽 3곳(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3대륙 6개국 8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뮬러는 “최근 애플이 이미 부품업체로서 삼성전자를 버리기로 결정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략적으로 많은 것을 시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자 부품 제조업은 모바일기기의 주요 소비자 브랜드에 비해 이익률이 낮은 점 등이 삼성전자가 애플의 부품업체로 남지 않고 갤럭시 등 자체 브랜드를 보호하려는 이유일 것”이라면서 “애플도 부품망을 고려해 지적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기보다는 다른 부품업체를 찾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뮬러는 그러면서 “두 업체는 매우 명확하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추한 결별을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경제전문지 포천 인터넷판은 “현재로서는 양측의 화해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아직 시간이 있다. ITC의 최종 결정까지는 통상 16∼18개월이 걸린다.”고 보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개발지 관할권 분쟁 몸살

    인천지역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일선 자치구들이 경계 및 행정구역 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구도심 재생사업인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지구를 두고 남구와 중구가 관할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업부지가 이들 자치구에 분산돼 있어 자치단체 입장에선 이곳에 들어설 축구전용구장과 상업시설에 따른 세수익을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부지는 모두 9만 70㎡로 중구가 4만 5112㎡(50.1%), 남구가 4만 4958㎡(49.9%)로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조정이 더욱 어려운 상태다. 전체 개발사업은 오는 2013년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두 자치구는 자기 행정구역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송도 5·7공구와 9공구 일부의 매립이 마무리돼 연수구 송도동으로 토지가 등록되자 중구, 남구, 남동구가 자신들의 관할권이 침해됐다며 일제히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 자치구는 소유 개념이 애매한 공유수면을 매립, 송도국제도시로 조성되자 금싸라기땅을 잡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중구, 남구가 연수구와 다투는 송도 9공구에는 국제여객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고, 남동구가 관할권을 주장하는 5·7공구는 연세대 송도캠퍼스와 삼성 바이오신약 제조·연구시설 등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인 중구 영종동은 지역이 넓고 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 분동을 추진 중이고, 청라지구는 서구 연희동, 원창동, 경서동으로 나뉘어 있는 법정동을 청라동으로 단일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중구 도원동-율목동, 북성동-송월동 등 인구 4000∼6000명의 소규모 행정동 통합이 추진되고 올해 인구 5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연수구 송도동도 2개 동으로 분리할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도처에서 개발사업이 벌어지다 보니 행정구역을 둘러싼 자치구 간 갈등과 조정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면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조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열린세상] 농어촌에 희망이 있을까/김종회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열린세상] 농어촌에 희망이 있을까/김종회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농어촌에 희망을 주는 문학이 가능할까. 농어촌을 소재로 하여 도회와의 심정적 거리를 줄이고 소통과 교류를 불러오는 문학운동이 결실을 볼 수 있을까. 한국마사회에서 세운 농어촌희망재단이 제1회 농어촌희망문학상을 시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앞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이 상의 주관을 맡게 되고, 접수된 작품의 심사를 진행하면서 처음의 생각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다. 시 621명, 소설 274명의 놀랄 만한 응모 숫자도 숫자려니와, 그 속에 담긴 주제들은 참으로 다양다기하게 우리 농어촌의 절박한 문제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인구의 감소와 젊은 세대 및 노동력의 부재, 영농과 영어의 어려움, 가족과 같은 가축을 버려야 하는 구제역의 체험, 이제는 옛이야기처럼 빛이 바랜 포경선의 기억 등이 동시다발로 임립(林立)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온갖 악조건을 넘어서 향토를 지키고 또 도회로부터의 귀농을 꿈꾸며, 농어촌에서 희망을 발굴하려 애쓰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는 너무도 많은 문학상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종류로 100개를 넘고, 상금도 쉽게 1억원, 5000만원, 30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외국에서는 없는 문학상의 인플레라고 할 형편인데, 이를 굳이 나쁘다고 할 것은 아니지만 상의 고유성이나 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대다수의 문학상이 문학사에 업적을 남긴 시인이나 작가의 이름을 걸고 시행하는 것이며, 농어촌희망문학상처럼 그야말로 공공의 이익을 표제로 내세운 문학상은 매우 드물다. 문학작품의 궁극적 완성은, 그것이 독자에게 수용되어 일정한 반응을 유발하는 데까지라고 알고 있다. 이 문학상이 목표하는 바도 그와 같다 할 것이다. 참으로 좋은 작품이 선정되어 많은 사람에게 읽히게 될 때, 도농의 구분을 넘어서 우리 농어촌의 현실을 다시 돌이켜 보고 유소년 시절의 추억이 묻힌 고향을 되찾는 아름다운 반란들이 속출할 수 있겠다. 삶의 속도나 무게에 눌려서 오래 잊고 살았던, 작고 소박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옛일들을 현실 속으로 초청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리하여 문득 우리의 삶이 정신적으로 풍성한 잔치마당이 되는 그 유쾌한 반란을 겪어보면 어떨까. 소설 가운데 구제역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필자는 눈시울이 뜨거웠다. 우리 전통 사회에 있어 가축은 정말 가족과 같았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병과 죽음으로 인해 사는 차원이 달라지는 것을 막을 길이 있겠는가마는, 불현듯 생명환경농업을 통해 구제역을 극복할 길이 있다고 강조하던 어느 지자체의 군수가 떠올랐다. 자신을 ‘공룡군수’로 일컫는 경남 고성의 이학렬 군수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의 친환경 축산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빌려 가축의 우리를 새롭게 설계하는 데서 비롯된다. 물론 수지타산을 맞추는 데는 또 다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필자가 그에게 왜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고 있을 때 이 중요한 경험과 정보를 내놓지 않았느냐고 힐난했더니, 그는 그냥 웃었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밖에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웃음에 담긴 대답이었다. 대신에 그는 내년 3월 개최될 제3회 공룡세계엑스포에 빗물을 중심테마로 도입한다고 정성껏 설명했다. 환경 변화로 멸종된 공룡과 자연수 빗물의 가치를 연계하여, ‘하늘이 내린 빗물, 공룡을 깨우다’로 캐치프레이즈를 정했다는 것이다. 우리 농어촌의 환경에 대한 객관적 인식 가운데 살아 있는 희망의 한 모습이 거기 있었다. 농어촌 지역 스스로의 자기 개발도 더없이 중요하다. 그 고성은 디지털 카메라와 시 쓰기를 결합한 ‘디카시’의 발원지요, 근자 아동문학인들에 의해 ‘동시·동화나무의 숲’이 들어선 새로운 문학의 고장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애써 찾아내기만 하면 농어촌 사랑과 그 희망을 말하는 문학의 길은, 외롭지도 않고 멀리 있지도 않은 생활 속의 실천요강인 셈이다. 이 좋은 생각들이 물꼬를 트고 방향을 찾아서, 농어촌은 물론 각박하기 비할 데 없는 도시인들의 가슴을 함께 적시는 청량한 물길이 되었으면 한다.
  • 질병 관통한 한국인의 몸 보건 의료사로 본 시대상

    해방기와 한국전쟁은 근현대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격동의 시기로 꼽힌다. 정치체제와 사회통치를 둘러싼 이념·사상의 충돌과 그로 인한 깊은 상흔은 ‘비극의 소용돌이’로 불리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래서 그 시기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의 재조명 작업이 활발한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 반추와 회고의 물결이 도도하지만 격동기 질병·위생에 대한 연구며 돌아보기는 불모지대로 남아 있다. 그런 가운데 그 전대미문의 혼란기를 질병과, 위생, 의료의 관점에서 돌아본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교수를 지낸 전우용씨가 낸 ‘현대인의 탄생’(이순 펴냄). 해방을 맞은 1945년부터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까지 격동기를 관통해 온 한국인의 삶과 몸, 질병에 대해 꼼꼼하게 들춰내 흥미롭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는 동안 이 땅에선 급격한 인구이동과 결집이 반복됐고 그 흐름은 온갖 질병의 창궐과 유행·확산을 동반했다. 통계로 보자면 해방 후 1년 동안 230만명 이상의 해외거주 한국인이 고국으로 돌아왔고 정부 수립을 전후해 1950년 초까지 제주도와 여수·순천 일대를 중심으로 무려 8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왕좌왕하는 군중들 사이에 페스트, 콜레라, 두창, 디프테리아,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창궐했고 1948년 태어난 신생아 44만명 중 40%인 18만명이 돌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한다. 저자는 해방 후 한국의 ‘3대 망국병’이라고 불리는 성병과 결핵, 마약중독의 만연을 당연히 사회 혼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200만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고, 폭격으로 700만명 이상이 살 곳을 잃었던 한국전쟁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 한 미국 군의관은 한국을 “책에서만 보던 질병의 왕국”이라고 표현했고 미군 간호장교는 “복부 총상을 당한 한국군을 수술할 때는 위속에서 수십, 수백 마리의 징그러운 기생충을 꺼내야 했다.”고 증언했을 정도이다. “질병과 전쟁이 서로를 부추기며 대다수 사람들을 죽음 가까운 곳에 몰아넣었던 시대에 사람들은 더 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는 저자. 그는 “현대인은 의학의 시선으로 자기 몸과 생활습관, 주변환경을 살피고 교정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라고 할 때 해방이후 한국전쟁기까지의 보건의료사는 현대한국인의 탄생사라고 할 만하다.’고 결론짓는다.1만 5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남북대화 → 북·미대화 → 6자회담… 한반도 경색 풀리나

    남북대화 → 북·미대화 → 6자회담… 한반도 경색 풀리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이 한반도 외교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방중과 킹 특사의 방북 결과에 따라 그동안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이 추진해온 ‘남북 대화→북·미 대화→6자회담’이라는 3단계 접근법이 실효성을 거두게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한·일·중 정상회의와 김 위원장의 방중, 킹 특사 방북이 동시다발로 일어나면서 관련국들 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며 “현 상황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 것인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우선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한·일·중 정상회의에서도 선(先) 남북 대화에 힘을 실어줬으며,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가 표명되는 등 3국 간 북핵 문제 해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남북 대화를 꺼리던 중국도 이제는 남북 대화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움직임이 북측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4일 평양에 도착한 킹 특사의 방북 목적이 북한의 식량 상황 평가라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의 방북은 2009년 말 이후 처음인 데다가, 북한이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킹 특사의 방북을 수용한 것은 북·미 간 협상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강성대국 대문을 여는 해’인 2012년을 앞두고 후계체제 안정 등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경제 지원을 받아내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는 만큼, 북·중 간 모종의 합의가 이뤄지면 향후 북한의 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측에 경제 지원 등을 약속하면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할 경우, 중·미로부터 경제 지원을 챙긴 북한이 남북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북·중 경협이 가시화되고 미측의 대북 지원이 구체화되는 6월 중 남북 대화를 시작으로 비핵화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측이 경제 지원을 어느 정도 받게 되면 남북 대화 및 6자회담을 저울질하며 시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뒷걸음질하지 않도록 한·미·일은 물론, 중·러와 협력을 공고히 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차 한잔 하실까요] 고재득 성동구청장

    [차 한잔 하실까요] 고재득 성동구청장

    “무상급식은 국민 식생활 개선, 비만 대책 등과 맞물려 실시해야 할 국가적 사업입니다. 급식은 농산물의 유통과 검사, 보관 등 체계적인 시스템과 연계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단체장이나 교육감이 의욕을 갖고 한다고 될 사업이 아닙니다. 국가가 할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다 보니 갈등을 빚게 됐죠. 용어도 무상급식이 아니라 ‘의무급식’으로 하는 게 맞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한 4선 민선 기초단체장은 11일 서울시와 시의회 간의 무상급식 갈등에 대한 해법을 묻자 이렇게 잘라 말했다. 고재득(65) 성동구청장 얘기다. 1995년 초대 때 당선된 뒤 2006년까지 12년 동안 구청장을 지냈다. 3선 출마 제한 때문에 4년을 쉬었지만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다시 구청장에 올랐다. 현재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장을 맡아 초선 구청장들의 ‘멘토’(mentor·조언자) 역할을 한다. “초대 때보다 살림이 더 어려워졌어요. 정말이지 지방자치제가 고사 위기에 놓였습니다. 고령화 사회로 진행되면서 복지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데 자주(自主) 재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25개 구청을 아울러야 할 그는 지난달 열린 ‘지방재정 위기 극복 토론회’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자치구 재정 규모는 초대 때보다 커졌지만 구청장이 재량권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은 점차 줄어 현재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자치구 간의 불편한 관계도 털어놨다. “서울시 전체 예산은 30조원에 가까운데 자치구 지원금은 25곳을 다 합쳐도 6억~7억원뿐입니다. ‘시민만 있고 구민은 없는’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지요. 무조건 사업만 자치구에 떠넘길 게 아니라 예산까지 따라와야 지방자치가 정착될 수 있죠.” 구청장이라는 직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른 것은 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구는 직원만 1200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이라 직원들이 힘을 모으면 못 할 게 없다.”면서 “상당히 우수한 인력들이라 재정적인 여유만 있다면 훨씬 더 많은 정책을 펼 수 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뉴타운 사업에 대해서도 “살고 있는 사람이 더 잘 살도록 해야지 쫓아내는 개발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동시다발적인 재개발로 34만 명이던 구 인구가 30만 명으로 줄었다.”며 순환 개발을 주장했다. “동네별 소규모 재개발을 추진해 잠시 옆 동네에서 전세를 살다 다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또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위주의 재개발이 아니라 단독주택을 유지하는 개발도 필요합니다.” 시내 25곳 중 18곳이 초선 구청장이다 보니 고 구청장은 이들의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당선이 발표된 직후 초선 구청장들을 국회 귀빈식당으로 불러 모았다. 그는 “구청장 10년을 해도 모르는 것이 적잖다.”며 “일과 주민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덤벼야 한다.”고 말했다. “조금 안다고 마음을 놓거나 자만심을 가지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것은 8~9급 공무원들에게도 물어봐야 합니다. 아는 체만 해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취임 1년을 앞둔 초선 구청장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고 묻자 그는 “의욕이 넘치고 진취적이다. 아이디어도 저보다 훨씬 많다. 지금은 오히려 그분들의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그에게도 멘토가 있었다. 특히 김성순 전 송파구청장과 정영섭 전 중랑구청장, 김동일 전 중구청장, 조남호 전 서초구청장 등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함께 구청장을 시작했던 그분들은 전에 관선 구청장 등 행정 경험을 쌓았던 터여서 수시로 전화해 물어봤습니다.” 그와 성동구의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수배를 받았을 때 한양대에 다니며 행당동 철길 인근에 살던 친구 집에서 숨어 지냈다. 그 뒤 1급인 국회 정책연구위원으로 있다가 조세형(1931~2009) 전 국민회의 의원의 권유로 구청장에 나서게 됐다. 그는 지역을 인정이 넘치는 동네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시골 마을처럼 빈대떡을 부쳐 이웃과 나눠 먹는 도시 속의 시골, 그런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이들도 그렇게 커야 지역에 애정이 생깁니다.” 그는 주민들에게 동마다 수영장과 도서관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도 했다. “도서관 바닥에 장판을 깔아 그 위에서 아이들이 책을 보며 뒹굴고 잠도 자고 하는 편안한 도서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책과 더 친숙해질 수 있습니다.” 고 구청장은 “‘위정자는 많고 적음이 아니라 고르지 못함을 탓한다’는 말처럼 주민들이 고르게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목민관이 되겠다.”며 말을 맺었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스마트폰에 중독된 당신 “다이어트를 하라”

     ”스마트폰 다이어트를 하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많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마력’에 빠져 손과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회식 자리에서도, 지하철에서도 틈만 나면 스마트폰만을 쳐다본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최근 ‘디지털 노예’가 되고 있는 사용자들이 버려야 할 5개 방법을 제시하며 따끔한 충고를 했다.  ▲ “얼굴을 직접 보고 얘기하라.”  가까운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하지 말자. 100개의 잘 꾸며진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보다 직장 상사·동료와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잡담을 하고, 직접적으로 악수를 건네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더 인간적으로 호감이 간다.  ▲ “스마트폰을 내려놓자.”  스마트폰보다는 상대방에 집중하자. 휴대폰 진동이 울리기만을 기다리는 행동은 상대방에게 ‘당신의 이야기는 휴대폰에 등장하는 소식보다 재미가 없다‘는 인상을 준다. 꼭 휴대폰을 사용해야만 한다면 양해를 구하고 사용하자. 휴대폰을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는 것도 괜찮다.  ▲ “기기 사용에 경계를 설정하자.”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을 정해 놓자. 위급한 사안이 아니라면 새벽 2시에 오는 문자에 답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만 지켜도 반은 성공이다.  ▲ “한번에는 한가지 일만 하라.”  다음 일을 하기 전에 한 가지 일을 완전히 끝내고 넘어가자.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일을 완벽하게 해결하기 어렵다. 업무 집중력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 다이어트’를 하라. 한번에 인터넷 창을 다섯 개 이상 켜놓지 않는다든가 하는 식의 간단한 것부터 실천하자.  ▲ “기술의 힘을 빌려라.”  ’디지털 노예’가 되지 않고 생산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힘을 적극 빌릴 필요가 있다. 특히 레스큐타임(RescueTime)은 컴퓨터 사용 중 낭비하고 있는 시간을 구조해 주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에서 사용한 프로그램, 방문한 사이트 등을 기록해 이를 바탕으로 목표를 세워 시간 낭비를 줄여준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北소행 여부 떠나 보안망 허술은 명백… 컨트롤타워 시급”

    “北소행 여부 떠나 보안망 허술은 명백… 컨트롤타워 시급”

    농협 전산 장애를 촉발한 원인으로 북측의 사이버 테러 도발이 지목된 가운데 주대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부총장은 3일 “청와대를 중심으로 국가 전체를 컨트롤하는 사이버 보안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 부총장은 “농협 전산망을 공격한 주체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우리가 사이버 테러를 당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면서 “수력·전력·교통 등 국가 기반 시설망이 사이버 테러에 노출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피해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부총장은 6공화국 시절부터 현 정부까지 20여년간 청와대 경호실에서 사이버 보안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 2008년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차장으로 정년 퇴직한 뒤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소장으로 사이버 해킹 탐지 원천 기술 개발과 후학 양성에 전념하고 있다. →2009년 7·7디도스 공격 뒤 사이버 테러가 고도화되고 있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는 세월이 지나도 생생하다.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디도스 공격과 같은 사이버 테러는 실감하기 어렵다. 사이버 테러가 동시다발적으로 국가 기간산업망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음에도 경각심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다. 해킹을 당하고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이 ‘폴스 네거티브 에러’(False Negative Error)라고 하는 상황이다. 최근 해커들은 특정 사이트를 관찰하다가 특정 시간대에 악성코드를 유포한다. 그 순간 사이트에 접속한 모든 개인용컴퓨터(PC)는 좀비PC가 된다. 사이트에 접속만 해도 좀비PC가 양산되는 것이다. →국내 PC가 유독 악성코드 공격에 취약한 이유가 있는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정보기술(IT) 분야가 활성화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고속 인터넷망이 전국에 퍼져 있으니 해커의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이탈리아에 가면 관광객이 몰리니 지갑을 훔치기 쉬운 것처럼, 사이버환경이 발달되어 있으니 해커가 노릴 수밖에 없다. 최근 민간 부문의 2000여개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10% 이상의 홈페이지에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홈페이지도 포함됐다. 해커의 공격이 갈수록 거세지는 것도 사실이다. 20여년 전 청와대 재직 시절에 이미 보안을 위해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했다. PC 한 대를 인터넷과 인트라넷으로 분리하는 것인데, 이 방법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 인터넷을 사용할 때 침투한 악성코드가 인트라넷으로 침투되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PC를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최근 유럽에서는 인트라넷만 연결되는 PC에 유지보수업체가 꽂은 USB에서 악성코드가 묻어 들어간 사례가 발견됐다. →대책은 없는가.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모니터링 시스템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당시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와 서울경찰청이 공조해 악성코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바로 삭제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효과를 봤다. 악성코드가 발견되면 백신을 투입해 치료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나날이 발전하는 해커의 공격을 당해내기 어렵다. 안철수연구소의 V3 백신이 국내를 벗어나면 힘을 못 쓰는 현실을 인정하고, 연구개발과 투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개인과 기관의 방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대부분의 조직이 자신의 시스템을 잘 만들면 보안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융시스템만 해도 인증 시스템이 따로 있고, 고객 서비스가 따로 있다.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 정문만 막아서 될 문제가 아니다. 쪽문·옆문·뒷문 모두 지켜야 한다. 하청업체나 아웃소싱 업체와 인력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국가 사이버보안수준 자체를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 백악관에는 오바마 정부 들어서 국가사이버안보조정관이 신설됐다. 청와대에는 이를 담당할 인력이 없는데, 담당 비서관 등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조직 내에도 산업기밀과 금융기밀을 총괄할 수 있는 기관 신설이 시급하다. 사이버 테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생각해 보라. 관공서나 금융업체가 공격당했을 때도 위험하지만 수력·원자력·전력·교통시스템 등 국가 기간망이 공격을 받을 경우 추산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과 재난이 닥칠 수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일본통신] ‘리그 호령’ 야쿠르트 돌풍의 이유

    [일본통신] ‘리그 호령’ 야쿠르트 돌풍의 이유

    무섭다. 올 시즌 임창용의 소속팀 야쿠르트 스왈로즈를 한마디로 말하면 이 표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야쿠르트는 현재(1일 기준) 센트럴리그 선두(10승 2무 5패 승률 .667)를 달리고 있다. ‘이제 겨우 17경기를 치뤘을 뿐인데’ 라며 촌놈 마라톤에 비유할 법도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일시적인 상승세가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어쩌면 앞으로의 행보가 더 큰 놀라움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센트럴리그의 ‘영원한 강자’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추락(5위)과 맞물린 야쿠르트의 초반 선두 질주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거의 완벽하다시피 한 ‘투타밸런스’를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선발투수들의 맹활약은 왜 야구를 ‘투수놀음’이라고 하는지를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야쿠르트가 올린 10승 가운데 선발 투수들이 가져간 승수가 무려 8승이다. 좌완 에이스인 이시카와 마사노리(2승, 평균자책점 2.37), 우완 에이스인 타테야마 쇼헤이(2승, 평균자책점 1.88),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이자 일본 토종 최고구속(158km) 보유자인 사토 요시노리(2승, 평균자책점 1.35), 올해 선발로 전환한 마스부치 타츠요시(1승, 평균자책점 3.72) 그리고 야마모토 히토시(1승, 평균자책점 3.09)가 바로 그것. 아직 승리가 없는 무라나카 쿄헤이 마저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 그야말로 일본판 ‘꿈의 선발진’이 완성된다. 덕분에 야쿠르트 선발투수들은 리그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시즌 전, 일본프로야구 전문가들 중 야쿠르트를 강팀(3강)으로 분류한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것은 야쿠르트가 예전만 못해진 요미우리와 함께 3위 싸움을 할 경쟁자 정도였지 초반부터 1위로 치고 나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야쿠르트의 팀 타선 역시 지난해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오키와 그의 일당들’이 아닌 공포의 핵타선으로 둔갑한 것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시즌 중반 영입한 조쉬 화이트셀, 그리고 올 시즌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타자 블라디미르 발렌티엔의 가세가 있다. 이 두명의 외국인 타자들을 지난해 야쿠르트의 중심타선을 구축했던 애런 가이엘과 제이미 덴토나와 비교해 보면 팀에 상전벽해와 같은 모습을 가져다 줬다. 현재 이 선수들은 팀의 4번타자인 하타케야마 카즈히로 앞뒤로 포진하며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발렌티엔은 리그 홈런 1위(8개)에 올라와 있다. 그는 홈런 뿐만 아니라 .321의 타율이 말해주듯 공갈포 유형의 타자도 아니다. 하타케야마 역시 6개(타율 .375)의 홈런으로 요미우리의 알렉스 라미레즈와 함께 홈런부문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시즌 초 가벼운 어깨부상에 시달렸던 화이트셀 역시 서서히 타격감을 조율하며 1할대에 머물던 타율을 어느새 .292까지 끌어 올리며 이젠 홈런포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끝마쳤다. 야쿠르트엔 중심타자들만 있는게 아니다. 일본 최고의 교타자인 아오키 노리치카(타율 .313)는 올 시즌도 변함이 없고, 특히 베테랑 미야모토 신야는 .390의 타율로 이부문 리그 선두를 질주중이다. 여기에다 타나카 히로야스(타율 .311)까지 포함하면 리그 최강의 타선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1번 아오키부터 6번 미야모토까지의 상위타선은 한마디로 쉬어갈곳이 없다. 여기에는 야구에서의 ‘시너지 효과’가 얼만큼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야쿠르트가 강해진 이유에 포함된다. 일단 정교함과 장타력을 모두 겸비한 ‘클린업 트리오’가 중심에서 버티고 있으니 테이블 세터진들인 아오키와 타나카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피곤해 질수 밖에 없다. 공갈포 성향이 짙었던 덴토나와 가이엘이 있을때는 상대팀 입장에선 오히려 중심타선을 상대하기가 더 편했던 야쿠르트다. 바로 이차이가 야쿠르트 타선의 동시다발적인 업그레이드를 이끌어낸 것이다. 강해진 팀 타선은 타이트한 경기 상황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임창용의 출격을 방해(?) 하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임창용은 지난 27일 요미우리와의 경기에서 시즌 2세이브를 챙긴 후 벌써 4경기째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7경기에 나와 7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29의 호투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 지난해 팀이 초반부터 연패를 당하며 감독이 경질됐던 것과 비교해 보면 행복한 고민이다. 그렇다면 야쿠르트의 초반 돌풍은 어디까지 일까. 단정지을순 없지만 투타에서 딱히 약점이라고 꼬집을만한 것이 없기에 당분간 리그를 호령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양리그 통틀어 최강이라고 불리는 선발진들의 활약을 보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야쿠르트의 전체적인 선발진에 대한 평가는 이미 지난해에 검증이 끝났고 올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야쿠르트는 이점이 가장 큰 무기다. 장기간의 페넌트레이스는 선발 투수력이 좋은 팀은 결코 추락하지 않는다는 만고진리의 법칙, 덧붙여 야쿠르트는 언제나 팀이 이기고 상황에서 대기하고 있는 임창용이 존재하기에 특히 더 무섭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지도부 총사퇴 與 혼란

    지도부 총사퇴로 권력 공백이 생긴 한나라당이 피아(彼我) 구분이 불분명한 동시다발적 전투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계파 구분 없이 저마다 쇄신을 외치지만 서로 겨냥하는 쇄신의 대상이 다르고, 방법도 제각각이다. 혼돈을 수습할 주체와 대안이 마땅치 않아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초·재선 소장파 모임인 ‘민본21’은 28일 오전 긴급모임을 갖고 근본적인 당 쇄신과 국정운영 변화, 당·정·청 관계 재정립, 원내대표 선출 연기와 의원연찬회 소집 등을 요구했다. 김성식 의원은 “청와대가 호루라기를 불면 다 된다는 식의 ‘호루라기 정치’를 철회해야 한다.”면서 “원내대표 경선이 주류의 ‘아바타’라고 여겨지는 사람들만의 경쟁으로 치러진다면 국민은 한나라당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장파의 공세가 거칠어지자 주류 측 다수파를 대표하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날 저녁 급히 측근 의원들을 마포의 한 식당으로 불렀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이상득·친이직계, 이재오계 견제 주류 측은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그대로 치르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다가 이날 밤 결국 6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들이 원내대표 경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를 계기로 당 주도권을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장파와 일부 친박(친박근혜)계는 “가장 먼저 쇄신돼야 할 이재오 특임장관이 자신의 직계인 안경률 의원을 원내대표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확실한 대립각은 소장파와 주류 사이에 형성돼 있다. 그러나 주류 중에서도 친이재오계와 친이상득계, 친이(명박)직계 간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들은 모두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아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친이상득계와 친이직계가 친이재오계를 견제하려는 흐름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친박계는 “아직 나설 때가 아니다.”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섣불리 나섰다가는 대권 플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박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이 막막해진 수도권 소장파를 중심으로 무대 전면으로 박 전 대표를 끌어내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소장파와 손을 잡느냐, 이상득 의원과 손을 잡느냐가 결국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미래 리더 전면 나서야” 한편 여권 잠룡 중 한명인 정몽준 전 대표는 “미래를 이끌 리더들이 전면에 나서 당을 책임져야 한다.”면서 “관리형 지도체제로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선출당직과 대선주자를 분리한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권·당권 분리 규정이 폐지되면 잠룡들이 당권에 뛰어들 길이 열리게 된다. 이는 ‘대권주자 조기 등판론’과도 연결된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4·27 재보선 D-1] 여야 막바지 호소전…고소·고발도 잇따라

    4·27 재·보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숨가쁜 레이스를 달려온 여야 후보들은 25일 지역구를 누비며 막바지 유세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나라당은 분당에, 민주당은 강원도에 총집결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막판 불법선거 공방이 확산되면서 고소·고발전도 잇따랐다. ●분당을 ‘총동원령 VS 무한책임론.’ 한나라당은 경기 성남시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의 역량을 집결시켰다. 40여명의 국회의원을 비롯, 시·도 의원, 당 사무처 직원, 의원 보좌진 등 동원 가능한 인력을 모두 이곳에 배치했다. 이에 따라 당초 50여명이던 강재섭 후보의 선거운동원은 25일 현재 600여명으로 늘었다. 전략지역 몇 곳에서만 이뤄졌던 출근길 인사도 이날 오전에는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등 수십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강 후보는 유세차량으로 곳곳을 누비며 “여당 후보를 찍어 달라.”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안상수 대표도 이날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거리 유세에 나섰다.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무한책임론’을 전면에 내걸고 유세전을 펼쳤다. 전날부터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6일까지 3일간 지하철역과 상가 등 7대 거점을 중심으로 하루에 지역구를 세 바퀴씩 순환하는 이른바 ‘3·3·7’ 유세 전략을 바탕으로 바닥을 샅샅이 훑는 속도전을 벌였다. 손 후보는 유세차량에 몸을 싣고 손가락으로 기호 2번을 뜻하는 ‘V’자를 그리며 “변화를 원한다면 손학규를 찍어 달라.”고 외쳤다. 소속 의원 40여명을 포함한 500명도 각지에 흩어져 ‘보이지 않는’ 지원전을 벌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강원 강원도는 ‘불법 콜센터 선거운동’ 논란이 유세전의 핵심이었다. 민주당은 25일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측의 ‘불법 콜센터’ 논란의 불씨를 키우기 위해 의원총회를 아예 강릉에서 열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박지원 원내대표 등 전체 의원의 절반가량인 43명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불법 선거운동의 총지휘자가 엄 후보가 회장으로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기원 민간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최모씨라고 주장하며 엄 후보와 같이 있는 사진을 공개하고 엄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전현희·백원우·김학재 의원은 강릉경찰서, 춘천지검 강릉지청을 방문해 엄중수사를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사건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도한 선거운동을 자제하면서 최문순 민주당 후보의 허위 문자 메시지 발송 등에 대한 맞대응 전략을 구사했다. 한나라당은 18개 시·군별로 의원들을 보내 ‘대세 굳히기’에 들어갔다. 한 관계자는 “엄 후보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도 불법선거 운동한 것들이 많아 도민들에게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엄기영·최문순 두 후보는 TV토론 준비에 전력을 쏟았다. 대신 홈페이지와 트위터, 유세 방송을 동원해 자신들의 선거운동 근황을 전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강릉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김해을 경남 김해을 재·보선에 나선 여야 후보들은 25일 마무리 유세전에 총력을 쏟았다.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진영읍과 진례·한림면을 시작으로 26일엔 장유신도시와 내·외동 등을 샅샅이 훑겠다는 계획이다. 선거운동원 24명은 쓰레기를 줍고 아파트 분리수거를 도와주는 등 생활밀착형 지원 활동을 벌였다. 이유갑 선대본부장은 “이봉수 후보를 거의 따라잡은 것 같다. 마지막 집중력을 발휘해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봉수 참여당 후보는 ‘이명박 정권 심판, 노무현 대통령이 옳았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차를 타고 게릴라 유세전을 폈다. ‘특임장관실 수첩’ 파문과 관련, 이 후보 측은 이재오 특임장관 및 특임장관실 직원 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박주선·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지역 호남향우회 관계자 등을 만나 이 후보 지지를 당부했다. 한편 유시민 참여당 대표는 분당 거주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통해 “손학규 대표에게 투표해 달라. 나는 손 대표의 경쟁자가 아니다. 손 대표의 승리는 야권 전체의 승리”라고 호소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농협 “전산장애 국내외 사례 보기힘든 고의적 사이버테러”

     농협은 18일 최근 발생한 전산마비 사고의 성격에 대해 “고도의 기술을 가진 전문가에 의한 고의적인 사이버 테러”라고 규정했다.  농협중앙회 김유경 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킹은 외부에서 특정 정보를 취득해 이득을 보는 것이지만 이번 사건은 (농협) 내부에서 저질러졌고 전체 서버 시스템을 파괴하도록 명령이 내려졌고,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같은 사례는 국내외 보안 관련 사고에서조차 상당히 보기 어려운 사건“이라고 첨언했다.  김 팀장은 “협력업체 소유 노트북PC에서 내려진 삭제명령이 상당히 치밀하게 계획된 명령어로 고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작성한 명령어의 조합”이라면서 “해당 서버의 파일을 파괴하도록 하는 내부적인 명령어로 엔지니어가 아니면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산관련 기본적인 상식으로 판단할 때 파일삭제는 최고의 명령어로 이런 명령은 내릴 수도 없고, 내려서도 안되며 상상하기 어려운 명령어”라면서 “정보유출을 위한 ‘복사(copy)’와 같은 명령도 없이 파괴명령만 있었다.”고 부연했다.  김 팀장은 “IBM 중계서버 뿐만 아니라 다른 서버도 공격을 시도한 흔적이 있다.”면서 “명령어가 통상의 시스템을 모니터하는 스크립트가 아니라 독립된 스크립트에서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세계최대 해병기지 美 콴티코 훈련소를 가다

    세계최대 해병기지 美 콴티코 훈련소를 가다

    “좋아, 왔어!”(I got it!) 여기저기서 표적을 잡았다는 외침이 아우성치더니 이내 고막을 찢을 듯한 총성이 동시다발적으로 건물 안을 울린다. “탕, 탕, 탕…두두두두두….” “이번엔 1층을 조준해!” “2층에 아직 적들이 남아있어요.” “그래? 그럼 2층을 마저 처리한다. 집중해!” “2층 조준!” “2층 조준!” “2층 조준!“ “탕,탕,탕…두두두두두…” 8일 기자가 찾은 미국 버지니아주 동북부 해안의 콴티코(Quantico) 해병대 장교 훈련소에서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펼쳐지고 있었다. 허허벌판에 아프가니스탄 시가지를 닮은 모형 건물들을 만들어 놓고 반군을 소탕하는 식이다. 건물 벽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상점마다 아랍어로 된 간판이 걸려있다. 마치 아프간의 어떤 거리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잠시라도 들 정도였다. 상점 앞에 고기, 채소, 과일 등이 진열돼 있었는데 가까이 가서 만져 보고 나서야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음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정교했다. 건물 안에는 아프간 주민들이 덮고 잘 법한 이부자리와 세간살이들이 진짜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어차피 실전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해놓을 필요가 있을까. 찰스 맥리드 원사는 “최대한 실전처럼 훈련해야 실전에서 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해병 장교들이라고 하지만 훈련은 해병 병사와 똑같은 내용으로 받는다. 어차피 전장에서는 같은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훈련은 ‘벌판에서 시가지 접근→건물에 진입해 반군 진압→건물 안에서 건너편 건물의 반군 사격→사격 후 건너편 건물로 진입’ 등의 흐름으로 진행됐다. 해병들은 실전 때와 똑같은 무게의 군장(軍裝)을 주렁주렁 달고 뛰어다녔다. 총에 실탄이 없다는 것만 실전과 달랐다. 총성의 크기도 같고 탄피가 튀어져 나가는 것도 같지만 총알 대신 레이저가 발사된다. 이것이 상대편 몸에 맞으면 전자 감응장치가 “맞았다.”고 알려주고 저격을 당한 상대편은 그 자리에 누워 전사자 역할을 한다. 서로 편을 짜서 전투하는 ‘서바이벌 게임’식 훈련이었다. 훈련 중 해병들이 끊임없이 뭔가를 외치고 소통하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총성보다도 아우성치는 사람 목소리 때문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전쟁터가 아니라 무슨 격렬한 토론회나 강의실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부족한지 각 지점마다 서있는 교관들은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라.”고 다그쳤다. 시시각각 각자가 인지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최상의 판단을 추구하는 것이 이 아우성의 목적이었다. “발사!”(Fire!)하는 명령은 잘 들을 수 없었다. 선임 훈련생이 작전을 주도했지만 제각기 조준을 하고 판단이 서면 바로 총을 쐈다. 맥리드 원사는 “큰 틀에서 점령 명령이 떨어지면 미세한 부분은 현장에서 각자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대처한다.”고 했다. 1917년에 생긴 콴티코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군 해병 기지로, 이곳에 있는 훈련소는 모든 미 해병 장교들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코스다. 그러니까 이 곳을 졸업한 해병 장교들이 2차 세계대전 때 노르망디에서 싸웠고 한국전쟁 때 인천에서 싸운 것이다. 4년제 대학이나 군사학교에서 6~10주간 예비후보 과정을 거친 20대의 혈기왕성한 소위·중위 등이 이곳에서 6개월 간 시가전, 유격 훈련 등 기본교육을 받고 세계 최강의 해병 장교로 거듭난다. 해마다 2100명의 해병 장교가 이곳에서 배출된다. 이 훈련소를 졸업한 장교들은 병과 별로 짧게는 3개월(포병, 보병 등), 길게는 2년(전투기 조종사)간 전문교육을 받은 뒤 바로 전장 등 일선 부대에 배치된다. 이날 훈련장에서 만난 해병 장교들은 대부분 백인이었고 유색인종은 드물었다. 이들은 가장 힘든 병과를 스스로 택한 데서 오는 해병 특유의 ‘프라이드’로 충만해 있었다. 표정이 밝고 목소리가 우렁찼다. 브라이언 빌러드 중위는 제법 차가운 날씨였음에도 군복 소매를 걷어올려 입고는 “하나도 춥지 않다.”며 해병 정신을 뽐냈다. 와츠 카일리 소위 등에게 한국 해병대의 명성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들었다.”면서 “언젠가는 함께 훈련해 보고 싶다.”고 한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싸운 마이클 허만(소령) 교관은 “타이거(맹호부대)가 베트남전에서 떨친 뛰어난 명성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 해병은 ‘귀신잡는 해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고 소개하자 그는 재미있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미 해병은 ‘데블 독’(Devil Dog)이라는 별명이 있다.”고 했다. ‘지옥에서 온 사냥개’란 의미로, 1차 세계대전 때 미 해병에게 호되게 당한 독일군이 지어준 별명이란다. 글 사진 콴티코(버지니아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美해병이 동양무술을? “육박전에선 더 효과적” 콴티코 훈련소의 해병 교육 과정엔 ‘동양식 무술 연마’가 포함돼 있다. 육박전에서 적과 맞닥뜨렸을 때 몸을 써야 하는데, 이럴 땐 동양의 무술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태권도, 유도, 가라데, 타이 무예 등 온갖 무술과 격투기를 ‘짬뽕’한 것이다. 1차 대전 때 미군은 육박전에 대비해 복싱과 펜싱 등을 연마했다. 2차 대전 이후에는 여기에 동양식 무술을 조금씩 가미했다. 그러다 2001년에 아예 동양 무술을 주조로 한 현재의 종합무술을 창안했다. 8일 훈련에서 해병들은 총을 가진 적에 맨손으로 대처하는 법, 맨손 대 맨손으로 적을 상대하는 법 등 다양한 시나리오 별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연습을 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서로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최대한 실제상황을 연출하는 훈련 방식이 흥미로웠다. 콴티코(버지니아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삼성 핵심계열사 3~4곳 세무조사

    국세청이 삼성그룹 계열사 3~4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은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라고 밝히고 있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의 상황을 보며 이른바 ‘낙제점 세무조사’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5일 정부와 삼성그룹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월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호텔신라, 삼성중공업 등 삼성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다. 호텔신라는 4일부터 국세청 조사2국이 2개월가량의 일정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국세청 조사1국에서 4일 서울사무소를 시작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삼성 관계자는 “각 기업이 원래 4년 정도마다 받는 것 아니냐.”면서 “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계열사들은 지난달 초 이건희 회장의 ‘낙제점’ 발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이 회장의 ‘경제성적 낙제점’과 관련짓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재벌기업의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나 비상장 계열사의 오너 일가에 대한 과도한 배당 등이 동반성장에 반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모종의 ‘액션’을 취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도 이번 세무조사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근거다. 하지만 삼성 관계자는 “(삼성처럼)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둔 기업이라면 1년 내내 세무조사가 진행된다고 봐도 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중대본 파견 6개 부처 과장들, 숨가빴던 4개월을 말하다

    중대본 파견 6개 부처 과장들, 숨가빴던 4개월을 말하다

    구제역은 지난해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첫 발생 신고가 접수된 이후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확산됐다. 수많은 소·돼지가 동시다발로 살처분되다 보니 부실 매몰지에서의 침출수 유출로 인한 2차 환경오염 문제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정부는 원활한 사태 수습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5개 부처에서 선발된 인력으로 부처합동 매몰지관리 지원팀을 꾸렸다. 또 행정안전부 재난대책과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중대본은 3월 31일 자로 해체되고 파견자들은 1일 소속 부처로 복귀했다. 서울신문은 중대본에 파견됐던 6개 부처 과장들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숨가쁘게 일했던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행정안전부 안병윤, 보건복지부 권준욱, 농림수산식품부 신현관, 환경부 백운석, 문화체육관광부 김재환, 국토해양부 이철조 과장 등이 인터뷰에 동참했다. →처음 합동 근무 명령을 받았을 때의 심정과 각오는. 권준욱 복지부에서 신종플루로 한동안 정신없었던 일을 떠올리며, 다른 부처 일로만 여겼던 구제역이 나의 일이 됐다는 것에 사실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다. 근무를 시작하고 맞이한 토요일(2월 19일), 파견자들이 모여 구제역 괴담 등 국민들의 불안감을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마치 전투 중에 최일선에 선 첨병과도 같은 심정이었다. 신현관 축산정책과장으로 구제역 중심에 있다가 중대본 파견 근무 명령을 받고 당황스러웠다. 구제역이 방역 지원과 조정(1차 백신접종이 거의 완료단계)에서 매몰지 침출수 문제가 이슈로 등장하면서 매몰지관리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파견 중이던 국장이 국립식물검역원장으로 발령 나, 교체 파견자로 발탁된 것이다. 농식품부가 주무 부처였다가 여러 부처 공동 일이 돼 구제역과 매몰지 문제 종식을 위해 일익을 해내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마음을 추슬렀다. 안병윤 재난대책 과장으로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와 수도권 홍수피해, 연평도 포격 등 재난대응과 피해복구 지원에 직원들이 녹초가 된 상황이었다. 구제역 문제가 제발 중대본 체제로 가지 않기를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경기 북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경기 제2청사에 정부합동 지원반을 구성한 것을 시작으로 본부에 구제역 매몰지 지원팀까지 구성하게 됐다. 중대본 총괄과장이다 보니 휴일과 낮과 밤 구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합동 근무의 의의와 성과를 꼽는다면. 백운석 정부 부처 직원들이 합동으로 지원팀을 구성해 운영한 것은 재난 대응에 있어서 통합적인 관리체제의 한 모델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전 부처가 힘을 합쳐 대안을 제시하고, 중대본 지휘체제로 일원화해 전국 지자체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재난대응에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소속 부처 업무를 가리지 않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큰 동료애도 느낄 수 있었다. 이철조 당초 예정됐던 3월 말까지 매몰지 정비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한 것이 최대 성과이다. 전국 매몰지에 대한 전수조사, 정비대상 매몰지 선정, 정비를 위한 설계 시공 등 일련의 과정을 계획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중대본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향후에도 좋은 본보기로 남을 것이다. 중앙부처 외에도 각 부처 산하기관 소속 전문가들의 참여도 큰 힘이 됐다. 정비 대상 매몰지에 대한 설계와 시공상황을 점검해 준 기술 전문가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신현관 중대본이 꾸려지기 전에는 각 부처 일에만 충실하다 보니 의견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방역에 초점을 두고, 환경부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다 보니 제대로 조율이 안 된 내용이 국민에게 전달돼 혼란을 야기시켰다. 중대본이 설치됨으로써 정부 내 의견이 조정돼 언로가 일원화되고, 군·경 병력의 동원과 지자체장의 관심을 유도하는 등 범정부적인 대처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본다. →힘들었던 점과 보완이 요구되는 사안은. 김재환 구제역과 매몰지 정비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언론과 인터넷에서 ‘식수대란’, ‘침출수 비상’, ‘축산업 붕괴’, ‘대재앙’ 등 극단적인 표현들이 나와 힘들었다. 물론 상황이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랐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보다 과도한 표현들이 국민에게 큰 불안을 안겨 준 측면이 크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잘못된 정보도 많고, 과장된 해석도 많았다. 실제 구제역으로 인해 치러야 할 ‘언어의 비용’도 많았다. 백운석 연일 아침 일찍 나와서 밤늦게 들어가다 보니 육체적인 피로와 잘해야 된다는 정신적 부담감도 컸다. 무엇보다 일부 언론에서 매몰 초기 급박한 상황에서 발생한 부실 매몰지에 대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매몰지가 아닌 지역의 일반적인 오염도까지 매몰지 때문으로 보도할 때는 힘이 빠졌다. 안병윤 재난 대응 인력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오랜 기간 연일 긴장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피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메커니즘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우수한 전문인력이 재난관리 분야에 근무하도록 유인하는 조직상의 메리트가 부족하다. 또 교대근무를 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하다. 이번 중대본 운영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지만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본 지진을 계기로 우리는 어떤 대비책이 필요한가. 이철조 기존 시설물의 내진 성능을 효과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 매뉴얼과 분야별 대응 전략도 정비가 필요하다. 평소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대응훈련도 내실 있게 실시해야 한다. 국민들이 행동요령을 숙지해 따를 수 있도록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권준욱 미국 유학 시절 토네이도가 온다는 경고를 텔레비전을 통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재난 시 자동으로 텔레비전이 켜지면서 경고 방송이 나왔다. 우리도 통신·방송수단 등을 통해 신속히 알리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 역시 부처 간 합동 태스크포스를 가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신현관 자연에 순응하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을 만큼의 정부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가축 매몰 매뉴얼만 봐도 현실 대응능력이 떨어진다. 각 지역의 상황이 다르지만 일률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큰 틀의 가이드라인으로 해당 지자체장이 지역 여건에 맞게 운용하도록 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합동근무를 마치고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재환 구제역 방지 업무를 하다 유명을 달리한 9명의 명복을 빈다. 이런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흙더미에 묻혀 사라진 347만 마리 가축의 영혼도 위로하고 싶다. 죽어가면서까지 새끼에게 젖을 먹였던 횡성의 어미소 사연은 가슴 아팠다. 우리는 살처분된 동물에게 미안함을 갖고, 두번 다시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권준욱 중대본 매몰지 지원팀 팀장으로 어깨가 무거웠던 게 사실이다. 이제 파견근무를 끝내고 소속 부처에 복귀해 새로운 과제에 매달리고 있다. 당분간 주말에는 부족한 잠을 푹 자고 싶다. 전국의 많은 공직자들이 구제역으로 고생했다. 특별히 지면을 할애해 지원팀 근무자들의 뒷얘기를 취재한 서울신문에도 감사드린다. 백운석 구제역이 동시 다발적으로 확산되다 보니 부적절한 장소에 매몰하거나 침출수 유출 방지를 위한 차수시설이 미비한 곳도 있었다. 이번 사례를 거울로 매몰 처리 시 침출수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고밀도 폴리에틸렌라이너를 차수재로 사용하는 등 매몰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사례를 답습해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가축들도 살처분했는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진지하게 모색해 볼 때이다. 신현관 구제역 매몰지 문제해결을 위해 부처합동 근무로 지원팀을 꾸렸던 것이 국민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자리였던 것 같아 좋았다. 구제역 위기에 관련 부처들이 상시적인 정보와 협의를 통해 대처한 것은, 향후 어떤 위기상황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안병윤 최선을 다해 구제역을 막았는데 한 세기 만의 혹한으로 방역효과가 잘 먹히지 않았다. 또한 사료차량 등 축산 관련 차량으로 인해 계속해서 구제역이 확산될 때는 맥이 풀렸다. 구제역 예방과 종식은 축산농가의 환경개선에 있다고 본다. 아울러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재난안전에 대한 요구를 정부 시스템상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재난안전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는 시스템 개선과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국내 방사능 방재 대책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국내 원전 안전관리 시스템과 방사능 방재 체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시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방사성물질 누출 사고에 대비해 원자력 사업자, 지방자치단체 및 중앙 관련 부처 등 방재 관련 기관 모두가 참여하는 종합적인 국가 방사능 방재조직 체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 2003년 5월 제정된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핵물질 및 원자력 시설의 안전한 관리·운영을 위한 방사능 재난 예방 방호체제를 수립하고, 방사능 재난 발생 시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방사능 유출에 따른 국내 대응단계는 사고 정도에 따라 백색·청색·적색 비상 등 3단계로 구분된다. 백색비상은 방사성물질의 밀봉 상태가 손상되거나 원자력 시설 안전 상태 유지를 위한 전원 공급 기능이 손상되는 등 방사성물질이 원전 건물 내에 국한돼 누출된 상태에서 내려진다. 청색비상은 원자력 시설의 주요 안전기능에 손상이 발생해 방사성물질이 원전 부지 내에 국한돼 누출됐을 때 내려진다. 마지막 단계인 적색비상은 노심의 손상 혹은 용융 등으로 원자력 시설의 최후 방벽에 손상이 발생하는 사고로, 누출된 방사성물질이 시설 부지 밖으로 영향을 미치는 비상사태에서 발령된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는 최고 단계인 적색비상 단계이며, 국내에서는 지난달 20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하나로 원자로 사고 때 백색비상이 발령됐다. 문제는 유사시 이 같은 정부의 방사능 사고 대비 매뉴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의 매뉴얼은 기본적으로 원전 사고와 테러 등에 대비해 마련됐지만 사고의 경우 동시다발적인 문제보다 원전 한기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한 물리학자는 “방사능 사고 방재체계가 소규모 사건을 전제로 짜여져 있어 동시에 대규모 사고가 발생하면 이에 대처할 인력이나 장비가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檢 ‘사정 칼날’ 기업·금융권 조준 왜?

    檢 ‘사정 칼날’ 기업·금융권 조준 왜?

    한동안 조용했던 검찰이 3월 들어 바쁜 걸음을 내닫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가 기업·금융권을 조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한주간 압수 수색을 실시한 곳은 30여곳이 넘는다.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지난 22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서미갤러리 등 8~9곳을 압수 수색하고 수사를 본격화했다. 또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가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 거래 관련 압수 수색을 실시한 국내 유명 증권사도 10곳에 이른다. 검찰 내에서도 가장 바쁜 중앙지검이 이렇게 동시다발로 압수수색을 벌이는 건 이례적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한상대 신임 지검장 취임과 2월 평검사 인사로 1~2월 동안 적체됐던 수사에 한꺼번에 나서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특이점도 포착된다. 최근 착수한 검찰 수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금조부 사건이다. 수사가 금융권과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오리온, ELW 수사 외에도, ‘옵션 쇼크’의 주범인 도이체방크, 주가연계증권(ELS), 저축은행 부실, 닭고기업체 마니커 한모 대표의 배임·횡령 등 금융권과 기업을 타깃으로 한 수사에 한껏 전력을 쏟고 있다. 이에 비해 중앙지검에서도 핵심 수사 부서인 특수1부는 한명숙 전 총리 공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공판 등에 발이 묶여 있다. 특수2부도 역시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 등 앞선 수사팀이 벌여 놓은 사건 뒷정리에 골몰하고 있다. 그동안 3차장검사 산하 특수부에 맞춰져 있던 스포트라이트가 금조부로 자연스레 옮겨 가는 형국이다. 이처럼 금융 범죄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현대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한 검찰 관계자는 “요즘은 조직폭력배들이 주가 조작에 개입하는 등 강력부가 ‘금융 강력부’로 불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업 수사 역시 성격이 달라졌다. 검찰이 대기업을 상대로 수사할 때면 통상적으로 비자금 관련 의혹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대되곤 했지만 최근에는 C&그룹 수사에서 보듯 처음부터 ‘회사 대표의 개인 비리’로 미리 선을 긋고 손을 대는 경우도 생겼다. 그런가 하면 금융권 수사의 경우 각종 파생 상품과 분쟁에 대해 검찰이 법적 선행 사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금조1부의 옵션 쇼크 수사, 금조2부의 ELW 수사 등이 모두 판례가 없다. 검찰 관계자는 “각종 파생 상품이 거래되고 있지만 마땅한 법적 규제는 없는 상황”이라며 “문제를 정리할 때가 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김준규 검찰총장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수사를 피하려 해 도리 없이 기업·금융권만 주무르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日 대지진 특징 살펴보니

    日 대지진 특징 살펴보니

    일본 기상청이 3·11 도호쿠 대지진의 규모를 9.0이라고 13일 수정 발표했다. 이는 1960년 발생했던 규모 9.5의 칠레 대지진, 1964년 9.2의 알래스카 지진 등에 이어 역대 4번째 규모이다. 이번 지진은 이와테현에서 이바라키현에 이르는 일본 열도 태평양 바다의 해저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진원을 1개 지점으로 하는 보통 지진과는 달리 복수의 진원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 추정이다. 지진의 직접 영향 아래 놓여 한바탕 들썩인 해저도 남북으로 500㎞, 동서로 200㎞에 이르는 방대한 범위였다. 일본 열도 부근을 지나는 복수의 단층이 연동해서 지진활동을 일으킨 이른바 ‘연동형’이어서 지진 규모가 커졌는데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미야기현 앞바다 지진’과 ‘산리쿠 앞바다 지진’ 등이 한꺼번에 닥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지진 발생으로 지구가 1차례 자전하는 시간이 1000만분의 16초 줄어들었을 정도다. 지각이 크게 움직여 지축이 약간 뒤틀렸기 때문이다. 미야기현 앞바다 지진은 대략 40년마다 발생하는데 1978년에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일본 정부의 지진조사위원회는 이 지역에서 30년 이내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이미 99%로 상정하고 대비를 해 왔다. 하지만 일본이 예상했던 지진 규모는 7.5~8.0이어서 이번의 초강력 지진과 쓰나미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교토대학교 방재연구소의 하시모토 교수는 “400~500㎞에 이르는 해저 단층이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 칠레의 8.8 지진에서도 800㎞ 이상의 단층이 움직였다고 하는데 이번 도호쿠 지진도 그와 유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동형 지진에서는 여진이 길게는 한달 이상 지속되는 것도 특징이다. 도호쿠 지방 일대 진도 3 이상의 지진은 여진에 속한다. 하지만 인접한 내륙지방인 나가노현이나 니가타현에서의 지진은 여진과는 구분된다. 도호쿠 지진이 워낙 큰 규모로 발생, 지하에서 힘의 균형이 깨짐에 따라 인근 지층에서 힘의 균형을 잡기 위한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 지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각 지역에는 변형된 단층이 존재했는데 이번 지진에 의해 일본 열도에 가해지는 힘의 변화가 생겼고 각 단층에 뒤틀림이 생겨, 동시다발적인 지진 즉 ‘유발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쓰나미의 집중 피해를 본 센다이시의 나토리 주변 등에는 물이 빠져나간 다른 곳과 달리 아직도 바닷물이 남아 있는데 이미 1~2m의 지반침하가 이뤄졌다고 일본 국토지리원은 분석했다.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디도스 공습] 누가 왜 공격했나

    4일 청와대 등 정부·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 40개 사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을 받으면서 배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정 기관만 선별해 공격한 만큼 의도적인 테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2009년 인터넷 대란을 일으킨 ‘7·7 디도스 공격’ 때와 마찬가지로 배후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 대한 사이버테러의 대부분이 중국을 경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디도스 공격도 중국을 경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악성코드 대부분 中서 개발 정부와 보안업계에 따르면 이번 디도스 공격의 첫 징후는 군 관련 기관에 집중됐던 것으로 나타나 공격 배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군이 첫 공격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목적에 따른 사이버 테러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분석된다. 특히 중국 등 제3국에 해외 서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공격 배후일 수 있다. ‘훙커’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중국 해커 그룹도 용의 선상에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디도스 공격용 악성코드의 상당수는 중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첫 공격 징후가 포착된 시점은 지난 3일 저녁 8시 30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해군본부, 방위사업청 등 군 기관 4곳과 통일부, 국회 등 모두 6개 기관에서다. 이때부터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악성코드 수집 및 분석에 들어갔다. 최초 악성코드는 3일 오전 국내 웹하드 사이트인 쉐어박스와 슈퍼다운에서 유포된 것으로 밝혀졌다. 2차 공격은 4일 오전 10시에 청와대 등 정부·공공기관과 국민은행, 네이버 등의 민간기업을 포함해 29개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6시 30분에 재개된 3차 공격은 40개 사이트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배후 추적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초 유포는 국내 사이트였지만 공격을 시달한 명령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디도스 공격도 진원지가 중국이었지만 배후는 밝혀내지 못했다. 전 세계 13개 루트 도메인 네임 시스템(DNS) 서버가 공격받았던 2007년 2월에는 국내 PC가 경유지로 활용됐고 공격 진원지는 해외였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국정원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등이 공동 조사하고 있지만 배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금융기관 홈페이지 일시 중단 이번 디도스는 7·7대란 때보다는 규모가 작아 피해는 크지 않다. 당시 악성코드에 감염됐던 좀비PC는 11만 5000대였지만 이번 공격에 동원된 좀비PC는 2만 1000대로 추산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30분 공격도 피해가 미미했다. 정부 주요 부처도 디도스를 자동 차단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공격은 지속되고 있지만 실시간 감시로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주요 부처 사이트를 관리하는 정부통합전산센터 관계자는 “외교통상부, 통일부, 행정안전부, 국가대표포털, 경찰청, 국세청, 금융위원회에 대한 공격이 있었지만 공격 시작과 동시에 이를 자동 차단해 사이트가 다운되는 등의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디도스 공격에 취약한 일부 사이트에서는 피해가 발생했다. 금융위원회 홈페이지가 오전에 접속이 잠시 중단됐고, 대신증권의 홈페이지도 일시 중단됐지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의 시중 은행은 디도스 차단 장비를 가동해 인터넷뱅킹은 차질없이 운영됐다. 방통위와 KISA는 5일 오전 10시 45분 29개 사이트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동환·이재연기자 ipsofacto@seoul.co.kr [용어 클릭]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Distribute Denial of Service attack)의 영문 약자로 특정 사이트나 서버를 무력화시키는 사이버 테러다. 다수의 컴퓨터를 일제히 작동시킨 후 대량 접속 신호를 유발해 공격 대상 사이트를 마비(네트워크 과부하, 접속 장애)시킨다. ●좀비PC 해커가 디도스(DDoS) 공격을 가하기 위해 악성 코드(바이러스)로 감염시킨 컴퓨터를 지칭한다. PC 사용자는 악성 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PC는 해커에 의해 원격 조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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