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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성애 권리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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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 USA 준우승자 무슨 말 했길래…

    올해 미스 USA로 뽑힌 미스 노스캐롤라이나 크리스틴 달턴보다 아깝게 준우승에 머문 미스 캘리포니아 캐리 프리진에게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바로 프리진의 인터뷰 발언 때문.  지난 20일 밤(이하 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9 미스 USA 선발대회에서 수영복과 야회복 심사가 끝난 뒤 진행된 즉석 인터뷰에서 프리진은 유명인사 전문 블로거이면서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페레즈 힐턴으로부터 “버몬트가 최근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한 미국의 네 번째 주가 됐다.모든 주에서 이런 움직임을 좇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밝혀달라.”는 주문을 들었다.그녀는 “미국인들이 둘(이성간 결혼과 동성간 결혼)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난 결혼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객석에선 갈채와 야유가 엇갈렸다.야유가 계속되는데도 프리진은 “누군가 엇나가더라도 반대할 순 없겠지요.그러나 난 남녀간에 결혼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도록 길러졌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힐턴의 얼굴에 실망하는 기색이 스치는 것이 동영상에서도 보인다.나중에 대회가 끝난 뒤에 그는 “프리진은 그 답 때문에 왕관을 놓쳤다.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액세스 할리우드’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이어 “미스 USA 선발대회에서 그처럼 참가자가 야유를 받는 장면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미스 캘리포니아 선발대회 조직위원장 키스 루이스는 프리진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를 존중한다고 밝혔다.”내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프리진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권리를 지지한다.”며 “동성간 결혼이란 주제는 이로 인해 빚어진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훨씬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리진은 21일 아침 ‘빌리 부시 쇼’에 출연,자매 중의 한 명이 동성애자 권리 운동가란 사실을 털어놨다고 액세스 할리우드는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美 동성결혼 논란 끝내나

    동성결혼을 처음 인정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오래된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5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 통과된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민발의안 8호’의 무효화를 요구하는 소송 심리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9시부터 3시간 넘게 진행된 공개 청문회에서 재판부는 ‘주민발의안 8호’가 동성애자들이 결혼할 권리를 파괴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또 법안 통과 전에 탄생한 동성 부부는 합법적으로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대법원은 90일 이내에 판결을 확정해야 한다. 지난해 5월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동성결혼이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11월 이를 금지하는 주민발의안이 주민 52%의 지지로 통과되면서 합법 여부가 뒤집혔다. 이 기간 동안 캘리포니아주에선 미 전역에서 몰려든 동성 커플 1만 8000명이 결혼했다. 유럽에선 대부분의 국가가 동성 결혼을 허가하지만, 미국에서는 매사추세츠주와 코네티컷주에서만 합법화돼 있다. 이날 4명으로 이뤄진 재판부에서 지난해 동성결혼에 찬성표를 던졌던 판사 두 명은 “주민발의안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머지 두 명은 동성결혼 지지자들로, 헌법 개정의 길을 열 것으로 보인다. 밍 친 판사는 ‘결혼’이란 용어 대신 ‘시민 결합’(civil uni on)을 사용하라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레즈비언 인권센터(NCLR)의 변호사 섀넌 민터는 “주민발의안이 앗아간 것은 단순히 ‘결혼’이라는 단어가 아니다. 중요한 건 평등이며 다수결로 소수의 인권을 박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법원 밖에서는 동성커플 등 법안 반대론자와 찬성론자 수천명이 함께 얽혀 시위를 벌였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대법 “숏버스 영화관 상영 가능”

    동성애와 집단정사 등을 다뤄 논란이 된 미국영화 ‘숏버스(Shortbus)’가 조만간 일반에 공개될 전망이다.대법원 제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23일 숏버스의 수입사인 스폰지ENT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한상영가 등급보류 결정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앞서 이 영화는 2007년 영등위로부터 두 차례의 제한 상영가 등급을 받은 바 있다. 스폰지ENT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영등위에 등급 분류를 다시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화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게 되면, 제한상영관이 1곳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국민이 그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권리가 심하게 제한되고, 영화제작자 등은 제한상영가 등급분류를 피하기 위해 영화내용을 수정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삭제하는 등 영화와 관련된 기본권이 간접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면서 “제한상영가 등급분류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등급분류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미국인이 새정부에 가장 바라는 것은?

    미국인들이 버락 오바마 정부에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뉴욕타임스가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주(州) 7개씩 14개주에 걸쳐 200명으로부터 취합한 29개 희망사항을 놓고 지난 15일부터 자사 홈페이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설문조사에서 19일 오전(현지시간) 10시 현재 8277명이 선택한 ‘공공의료 서비스 강화’가 1위를 달리고 있다. 보이시에 사는 모니카 차베스(32)는 “많은 친지들이 의료보험이 없어서 매일 의료 서비스를 받을지, 생활에 필요한 다른 것들을 구입할지를 놓고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새러 투크(22)도 “학생 때는 부모님이 의료보험비를 내주셨지만 지금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어서 지금은 보험이 없다.”며 공공 의료 서비스 확대 및 개선을 원했다. 의료보험 개혁은 오바마가 후보 시절 여러 차례 강조한 주요 공약 중 하나다. 당선 후에는 톰 대슐 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차기 보건부장관으로 지명하면서 공공 의료 서비스 개혁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7248명이 선택한 환경문제 해결이 2위다. 미니애폴리스에 사는 새라 워시는 “자녀들에게 좀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경제문제 해결은 3위에 머물렀다. 응답자 대부분이 집세 내는 것을 비롯한 생활비 부담을 호소하면서 동시에 임금 삭감과 실업에 대한 공포심을 드러냈다. 4위는 교육문제 해결. 텍사스 알파인에 사는 제리 미첼(68)은 “곧 손자가 생기는데 다른 나라 학생들에게 뒤처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교육의 질 향상을 주문했다. 미첼처럼 교육문제 해결에 공감하는 사람은 6524명이었다. 이어 ‘전쟁 종식’이 5위를 기록했다. 응답자들은 많은 젊은이들이 이라크 전쟁에서 이유 없이 죽어갔다며 안타까워했다. 동성애자 권리 보장과 시민 권리 회복이 각각 6위, 7위였고 미국의 이미지 회복이 그 뒤를 이었다. 9위는 정부의 종교 편향성 바로잡기가, 10위는 책임감 있는 정부가 차지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페미니즘, 여성만의 것이라고?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주장처럼 기존 페미니즘의 출발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성인 섹스(sex)와 문화적으로 구성된 성인 젠더(gender)를 구분하는 데서 비롯됐다.이를 토대로 여성을 정치적 주체로 집단화하고,권리 향상을 위한 연대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성전환 수술로 여성이 남성이 되고,남성이 여성이 되는 세상에서 페미니즘이 반드시 ‘여성’이라는 집단적 범주를 가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후기구조주의 페미니즘의 대표 이론가인 주디스 버틀러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이미 20여년 전 이같은 모순을 지적하고 ‘여성 없는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젠더 트러블’(조현준 옮김,문학동네 펴냄)은 1990년 출간 당시 섹스와 젠더의 이분법을 허물면서 기존 페미니즘의 정치학 패러다임을 단숨에 뒤집는 도발적 문제의식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버틀러는 섹스(몸),젠더(정체성),섹슈얼리티(욕망)의 구분이 지배이데올로기에 의해 조작된 것이며,그 기저에는 이성애자만이 주체라는 가부장적 이성애 중심주의가 있다고 주장한다. 버틀러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페미니즘 이론을 여성의 권리향상 차원을 넘어 남성까지 포함한 소수자의 섹슈얼리티 문제로 확장시킨다.그 자신 레즈비언인 버틀러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불확실성을 토대로 동성애와 이성애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제도 담론의 강제성에 의한 것으로 규정한다. 이 책은 지난 20년 동안 페미니즘 이론의 중심에 자리하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버틀러 특유의 어려운 문체로 읽기가 쉽지 않다.출간 당시 미국 학술지가 ‘최악의 저자’로 뽑았을 만큼 난해한 글쓰기로 악명 높다.국내에서 처음 발간된 번역본에는 지은이의 핵심 개념을 앞부분에 따로 정리했고, 옮긴이의 해제를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배려했다.2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동성결혼이 합법인 런던의 ‘男男커플’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동성결혼이 합법인 런던의 ‘男男커플’

    |런던 박건형특파원|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카스트로거리,일본 도쿄 교엣마에.동서양을 대표하는 대도시에 자리잡은 두 거리의 공통점은 ‘동성커플’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점이다.동성연애는 고대 로마시대 이전에도 존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남과 여라는 신의 섭리에 어긋난다.’는 시각은 기독교,가톨릭,이슬람 등 어느 종교나 민족의식을 막론하고 동성애자를 인정할 수 없는 ‘절대악’이자 사회부적응자로 인식하게 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비교적 동성애자 비중이 높은 예술인들이 많이 활동하는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파리,런던 등지의 대도시에는 하나둘씩 ‘게이마을’로 불리는 그들만의 공간이 들어서기 시작했다.특히 지난 수십년간 일반인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행사해 온 엘튼 존,조디 포스터 등 유명 연예인과 패션,예술계 스타들이 잇따라 ‘커밍아웃’을 하며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개인의 가치추구와 성문화에 개방적인 유럽 각국은 21세기 이후 잇따라 동성커플의 혼인을 정식으로 인정하고 있으며,미국에서도 일부 주정부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물론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가 다시 불법화시킨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동성연애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개방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사회학자들은 동성애가 발전적인 인간형태라고 평가할 수 없지만,사회적 통합과 사회 자체의 포용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영국 런던에서 만난 동성커플 에드워드(28·여행사 직원)와 톰(27·런던시 공무원)은 3년전 동성애자 파티에서 친구 소개로 만난 후 함께 살고 있다.두 사람은 “동성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그렇게 타고난 것”이라며 “단순히 사회의 구성원으로 사는 데는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문제지만,성적인 문제를 포함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자신이 동성에 관심을 느낀다는 것을 언제 깨달았고,가족들에게는 언제 알렸나? -톰 여자친구를 사귄 적도 있었지만 취향이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는 생각은 했었다.스무살 때 미국을 방문했는데 동성애자들이 모여사는 지역에 살았다.그때 그들과 얘기하면서 깨닫게 됐다.집에는 22살 때 얘기했다. -에드워드 나 역시 16살까지는 여자친구가 있었다.그런데 18살 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 입학 전에 1년간 사회 경험을 쌓을 때 여러 동성애자들과 접할 기회가 있었다.그들이 너무 편했고,나 역시 그들 중 일부가 됐다. 21살 때 가족들에게 말했는데,아직까지 보수적인 할아버지는 모르신다.톰과 나 모두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지만 전통적인 영국 가정에서 자라서 인정하기 쉽지 않았다.다만 고백하고 나니 정말 편해졌다. 비교적 개방적인 영국의 경우 동성애자들에 대한 인식이 세대별로 어떻게 다른가?받아들이는 정도가 세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는지. -톰 부모세대부터는 동성연애자들이 늘고 있는 분위기를 이해하는 것 같다.부모님들은 고백을 잘 받아들이셨다.영국이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조금 쉽지 않았나 싶다.나이가 든 동성애자들하고 얘기해보면 지난 30년간 많은 사회경제학적인 변화가 있었으며,동성애를 보는 시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듯하다. 영국 내에서 동성애에 대한 법적인 권리는 어떻게 돼 있나? -에드워드 현재 영국에는 ‘시빌 파트너십(Civil Partnership)’이라는 권리가 있다.동성커플에게 결혼한 이성커플과 똑같이 보험,유산 등의 권리를 동등하게 부여한다.다만 명칭이 다를 뿐이다. 영국에서 동성애자로 사는 것은 어떤 어려움이 있나? -톰 런던은 진보적인 도시고,인구도 많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한 이후 가족들과의 약간의 마찰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었다.다만 시골도시에 가면 아직도 조심하게 된다.호텔에서 방을 구할 때도 ‘더블침대’대신 ‘트윈침대’를 요청한다.얼마 전에 에드워드와 일본으로 여행을 갔을 때는 아예 방을 두개 빌리기도 했다. 영국은 캐나다나 네덜란드처럼 동성연애에 대해 100% 개방적이지는 않지만,점차 개방화되고 있는 추세다.정부 정책에 대해 바라는 부분이 있나? -에드워드 아직 나이가 어려 톰과 결혼계획을 잡고 있지는 않다.결혼한 커플과 동등한 권리를 주는 제도가 있다는 것에는 만족한다.굳이 ‘결혼’이라는 명칭을 얻고 싶어하는 동성커플도 있지만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점진적인 변화가 바람직한 것 같다.다만 교육기관에서 교사들은 아직까지 동성애에 대한 이해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어린 시절에 일찍 동성애를 자각하는 학생들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톰 20년 전만 해도 학교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인종차별적인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점차 사회가 변해서 지금은 이런 것이 금지돼 있고 교사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이렇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kitsch@seoul.co.kr
  • [열린세상] 헌법소원과 항명/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헌법소원과 항명/금태섭 변호사

    미군에는 “묻지도 말고 말도 하지 말라.(Don´t Ask,Don’t Tell)”라는 정책이 있다. 장병들에게 입대 권유를 하는 군 당국은 성적 기호에 관한 질문을 해서는 안 되고 대신 군인들도 공개적으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원래 동성애자는 입대가 금지되어 있었는데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를 허용해주면서 일종의 타협책으로 군인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시행 15년을 맞은 이 제도는 많은 논란을 일으켜 왔다.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의회는 클린턴의 정책을 법률로 만들어서 오히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군인들을 강제 전역시키는 장치로 사용했다. 개인의 성적인 결정권을 옹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반대로 이를 억압하는 효과를 낸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CNN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9%는 동성애자의 군 입대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으나,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동성애자임을 공개하는 행위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30%에 불과했다. 성적인 자기 결정권의 존중과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을 조화시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법률로 만들어진 제도를 둘러싸고 15년간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쟁점을 놓고 공개적으로 주장이 오고가고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과정은 건강해 보인다. 쉽게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다양한 논리를 검토해보고 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군법무관들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의 근거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일부에서는 군 조직의 특성상 군법무관들의 ‘집단적인’ 헌법소원 제기는 항명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국방부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군인으로서 적절한지 조사해서 처벌할 것이라고까지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가 ‘불온서적’ 명단을 작성해서, 얼마든지 서점에서 구입이 가능하고 심지어 수십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까지 ‘제작· 복사·소지·운반·전파 또는 취득’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취득한 때에는 즉시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과연 우리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심각한 의문이 든다. 더욱이 이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까지 항명으로 몰아붙이면서 백안시하는 일부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법에 규정된 소송절차를 이용해서 특정한 규정의 합헌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더 이상 ‘적법’한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당연한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언론 매체에 군의 정책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발표한 것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집회나 시위를 한 것도 아닌 헌법소원을 제기한 행위를 문제 삼는다면 정책에 대한 건강한 토론은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불온서적’ 문제가 제기된 이래 국방부는 군의 특성상 그런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만일 기존의 규정이나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법적인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국방부 측의 논거를 제시할 수 있다. 가장 적법하고 공정한 장인 법정에서의 논의마저 금지한다면 도대체 정책에 대한 비판은 어떻게 해야 가능하다는 말인가.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인들의 결혼 전 성관계까지 금지하는 훈령 제정을 추진하였다고 한다. 다행히 철회되기는 했지만, 만일 이런 훈령이 만들어졌다면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까지 항명으로 보아야 하는가.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토론이 이루어지는 조직이 가장 강한 조직이다. 군법무관들의 헌법소원을 우리 군이 보다 민주적이고 보다 강한 조직이 되도록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건강한 문제제기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금태섭 변호사
  • [주말탐방] 인터넷 불침번… 포털 모니터링 24시

    [주말탐방] 인터넷 불침번… 포털 모니터링 24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가동되는 한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이 있다.1년 365일, 하루 24시간 업무다. 달력에 빨간 날이 닥치면 일은 더 많아진다. 그래서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다음서비스 클린센터 직원들은 이번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유해성 게시글과의 일전을 치렀다. 다음서비스는 다음의 자회사이다.300명의 직원이 3개조 교대로 게시글을 모니터링한다. 카페나 블로그, 커뮤니티 등의 게시판에 남겨진 글과 이에 대한 댓글 가운데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글들은 게시판에서 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한다. ●다음 300명·네이버 430명이 3교대 또 다른 포털인 네이버 역시 강원 춘천에 위치한 자회사 NHN서비스에서 430여명의 직원이 3교대로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하루 동안 네이버에 생성되는 블로그는 1만 4000여개, 카페는 7500여개로 집계된다. 여기에 게시물과 기사마다 달리는 댓글까지 합치면 수백만건의 글이 새롭게 올라오는 셈이다. 두 회사는 이 가운데에서 음란성 콘텐츠나 상업적인 성격이 짙은 게시물, 저작권을 위반하는 등 불법적인 내용을 담은 글,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내용 등을 찾아낸다. 같은 내용을 게시판에 반복해 올리며 이른바 ‘도배’를 하거나 게시판 성격과 동떨어진 게시물을 올리는 것도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콘텐츠를 걸러내는 일은 민감한 작업이다. 명예를 훼손당한 이가 신고를 하지만, 포털업체가 사법적 판단대상인 명예훼손 여부를 결정 내리기가 수월하지 않다. 신분증명서와 함께 명예훼손을 주장하면 게시글을 블라인드 조치하지만, 게시자가 동일한 절차를 밟아 재개시 요청을 하는 길도 트여 있다. ●사회적 이슈관련 글 삭제 때 집단 반발도 다음측은 18일 “개인의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되지만, 훼손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글쓴이의 ‘표현의 자유’ 역시 보호되어야 할 가치”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인의 명예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의 줄타기는 사회적 이슈에 관련된 글이 삭제됐을 때, 네티즌들이 집단반발할 때 폭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진행되는 이유다. 사회적 논란이 뜨거울 때에는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조율이 힘겨울 때도 있다. 올해 초 촛불집회 정국에서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이 번갈아가며 네티즌의 집단 성토를 받았을 때에도 이런 문제가 생겼다. 셀 수 없이 많은 게시글들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성토 대상이 된 특정인에 관련된 모든 글을 지울 것인지, 당사자가 지정한 글을 지울 것인지는 난제로 남았다.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피해자의 신고에 따라, 또는 현행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블라인드’ 조치를 취했다가 게시글을 올린 네티즌의 항의를 받는 일도 종종 있다. 사업자 등록증을 초기화면에 게시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상업활동을 해 블라인드 조치를 당한 카페 운영자가 담당자에게 전화해 욕설과 협박을 한 일도 있었다. 인터넷 예절이 정착되지 못해 벌어지는 해프닝도 있다. 자신이 올린 음란물이 블라인드 처리되자 “내 친구들과 함께 감상하려고 음란물을 올렸는데, 이런 것까지 규제하느냐.”라며 항의한 60대 남성의 경우가 그랬다. 포털업체가 “미성년자가 음란물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하자, 이 남성은 “내가 올리지 않아도 요즘 애들은 이런 것들을 다 찾아서 본다.”고 맞섰다. 자신의 글이나 카페, 블로그가 블라인드 처리된 뒤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항의하는 이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모니터링 요원들이 신중을 기해 매뉴얼에 따라 삭제하기 때문에 항의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설명이다.NHN서비스의 경우 모니터링 직원들이 숙지하는 매뉴얼 책자의 분량은 이미 300쪽이 넘어갔다. 매뉴얼 책자는 앞으로 더 두꺼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털에 유해성 게시물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응하는 산업규모가 커지고 고용이 창출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UCC 경우 하루 400여건이 음란물 다음서비스는 올해 들어 1월부터 8월까지 다음에 게재된 악성 댓글이나 음란물 등 유해 콘텐츠에 대한 네티즌 신고 건수가 10만 6101건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증가했다. 동영상 사용자제작콘텐츠(UCC)의 경우 하루에 1만 5000여건이 올라오는데, 이 가운데 300∼400건이 음란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다음서비스가 설립된 지난해 3월 설립됐을 당시 80여명이었던 모니터링 직원은 2년이 채 못돼 4배 가까이 늘었다. 보안 프로그램도 모니터링 작업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다. 다음은 동영상 콘텐츠 가운데 유해 콘텐츠를 찾아낼 때 소프트웨어 업체인 ㈜지란지교소프트의 유해 콘텐츠 검색 프로그램인 엑스키퍼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다. 유해 콘텐츠가 올라오면 빨간색 경고등이 울려 모니터링 요원에게 알리는 장치이다. 게시글도 검색 엔진이 금칙어와 스팸 의심 단어를 1,2차에 걸쳐 우선 추려낸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1000여개 금칙어 지정 운영 ‘뛰는 네티즌 위에 나는 모니터링 직원.’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금칙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미리 사용할 수 없는 단어를 지정해 놓고 검색과 게시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다. 주로 음란성 글이나 저작권 침해 글을 단속할 때 효과를 발휘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포털업체들은 현재 800∼1000개 정도의 금칙어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금칙어를 변형, 이를 피해 가려는 네티즌들이 계속 생겨난다는 것. 음절 사이사이에 점을 찍거나, 단어를 해체하는 등 방법도 여러가지이다. ‘원조교제’를 ‘원. 조. 교. 제’라고 쓴다든지, 성인인증 대상 단어인 ‘가슴’을 ‘슴가’로 변형 사용하는 식이 대표적인 유형이다. 원조교제 상대를 지칭하는 은어인 ‘조건녀’의 경우 ‘ㅈㅗㄱㅓㄴ’처럼 음소를 분해하는 경우도 있다. 욕설의 경우 ‘10팔’ 등으로 발음에 맞춰 숫자와 문자를 혼합하기도 한도 있다. 이런 식의 변형은 금칙어가 늘어나는 원인이 된다.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발생했을 때에는 일시적으로 금칙어를 설정하기도 한다. 알카에다의 한국인 인질 참수 사태 때에는 ‘참수 동영상’이, 올해 초 촛불집회 정국에서는 기독교를 비하하는 용어인 ‘개독교’가 금칙어로 설정됐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몇 차례 일어나면서 최근에는 주민등록번호나 호적등본 등 개인정보 관련 이미지와 검색 결과에 제한을 두고 있다. 포털들은 금칙어를 일반인은 물론 취재진에게도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유해 콘텐츠 모니터링 작업을 하는 사무실 공개도 꺼렸다. 금칙어와 모니터링 작업 내용이 세세하게 밝혀질 경우 이를 피해 또 다른 형태로 유해 콘텐츠가 제작될 우려 때문이라는 게 포털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금칙어를 입력했을 때 검색과 게시에 제한을 받는 경험을 통해 금칙어를 파악해 낸다. 올해 초 촛불시위 정국에서는 금칙어 지정 때문에 포털을 둘러싸고 ‘보혁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쥐박이’라는 단어를 포털들이 잠시 동안 금지했기 때문이다. 다음서비스는 이와 관련,“용어가 문제가 되서라기보다는 한 네티즌이 ‘쥐박이’라는 단어로 게시판을 도배해서 하룻동안 금칙어로 묶어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변화 때문에 금칙어에서 해제되는 단어도 있다.‘동성애’나 ‘콘돔’과 같은 카페 금칙어는 사회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금칙어에서 제외됐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모니터링 의무화 논란일 듯 인터넷 포털들은 매일 인터넷 댓글 등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업체 자율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지난 1일 입법예고했다. 법제처 심사 및 국무회의를 거쳐 11월 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포털 등 인터넷 업체들은 게시판 등에 올라오는 글을 의무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글 가운데 사생활 침해나 불건전 정보 등은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임시 차단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만약 글을 쓴 사람이 자신의 글이 사라진 것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면 정보통신심의위원회에서 7일 이내에 심의를 거쳐 삭제 및 복원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기존의 한달 안에 삭제 및 복원여부를 결정하던 것에 비해 기간을 대폭 줄여 글을 쓴 사람의 권리도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업체들은 모니터링과 임시조치 의무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개인의 의사표현을 침해하거나 정부 비판을 잠재우려 한다는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인터넷 업체의 경영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한 업체 관계자는 18일 “모니터링을 의무화한다면 한 두사람이 필요하겠느냐.”면서 “큰 업체들이야 100명,200명의 직원을 쉽게 뽑을 수 있겠지만 중소업체로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임시조치 의무화에 대한 반응도 비슷하다. 한 포털 관계자는 “1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글이나 댓글을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지난 11일 방통위가 개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공청회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48개 시민사회단체는 방통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모니터링·임시조치 의무화는 사업자들에게 이용자의 표현을 과도하게 규제하도록 해, 사적검열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게시글 심의결정 및 방통위 삭제명령 등도 사법부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부 참석자들은 “인터넷의 특성상 신속한 피해확산 방지 조치가 우선”이라면서 방통위의 손을 들어 주기도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잃어버린 세월’은 없다/김형태 변호사

    [열린세상] ‘잃어버린 세월’은 없다/김형태 변호사

    10년만에 정권이 바뀌었다. 진보쪽에 있는 많은 이들은 감정적으로 보수정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거짓말 하고 재벌 편드는 사람에게 왜 가난뱅이들이 앞장서 표를 찍었느냐.” 어리석은 국민이라 탓한다. TV도 신문도 안 본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물어본다.“보수쪽에 있던 이들이 이해가 가느냐. 오죽하면 잃어버린 10년이란 소리까지 했겠는가. 그렇다고 당신도 그들과 똑같이 앞으로 5년은 잃어버린 세월이라 말할 테냐.”고. 한편으로 보수쪽에서는 이번 대선이 국민의 심판이며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과연 국민은 어리석은 것일까. 아니면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일까. 함석헌 선생이 생각난다. 그 분은 ‘씨알’이 궁극적으로 선하고 의롭고 역사를 발전시킨다고 믿었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은 욕심 부리고 바보스러울 수 있지만 그래도 명예며 돈, 권력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 자체로 역사발전의 주인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씨알’이란 개념도 하나의 이데올로기란 생각이 든다.5년마다 돌아오는 선거는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유권자로서의 ‘씨알 ’은 그저 선거를 통해 지난 5년을 거울처럼 비추어 평가할 따름이다.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가치를 선택한다. 이러한 이기적 선택을 가지고 선이나 현명 여부를 따질 계제는 아니다. 이번 선거도 그렇다. 노무현 정권이 진보를 내세워 당선되었음에도 부동산, 교육, 노동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분야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씨알’이 싫다고 평가를 내린 것뿐이다. 그래도 역사는 ‘씨알’의 이기적 선택을 통해 노예제를 없애고 노동자의 권리도 보장하고 동성애자 같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역사는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모두가 한 뿌리 한 몸임을 알게 되는 것. 노예와 주인이 하나요, 노동자인 너와 사용자인 내가 사실은 하나요, 태안 앞바다에서 죽어가는 게와 조개며 시꺼멓게 기름범벅이 된 바위와 자갈도 모두 한 뿌리의 다른 모습임을 알아가는 일. 이것이 역사발전이요 진보의 길이라 여겨진다. 많은 개신교인들은 이 아무개 장로가 대통령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또 다른 이들은 그 반대편을 위해 빌었을 게다. 진화 생물학자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God Delusion)’이란 책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앰브로즈 비어스라는 이가 ‘기도하다’라는 동사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렸단다.“지극히 부당하게도 한명의 청원자를 위해 우주의 법칙들을 무효화하라고 요구하는 것”. 그렇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파가 세계화며 신자유주의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폈다. 그래 놓고는 또 선거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게도 그 청원자를 위해 역사의 법칙을 무효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민들은 이번 선거에서는 정반대로 아예 돈과 효율을 선택했다. 헤겔의 변증법은 정·반·합의 역사발전을 이야기한다. 마오쩌둥의 ‘모순론’도 같은 이치를 말한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진보는 진보 자체의 모순 때문이라기보다는 진보가 진보답지 못해서 무너졌다. 그래도 지난 10년, 진보라는 가치를 통해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권위주의가 해체되고 사회가 투명해진 것은 분명하다. 진보가치가 가져온 이러한 진전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 새로 들어선 정권은 보수의 성격상 경쟁, 효율, 규제철폐 등의 가치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그 나름대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결국 그 가치에 내포되어 있는 모순이 스스로 드러나 거꾸로 보수 자신을 심판할 게다. 진보와 보수가 각기 순기능을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고, 또 스스로의 모순에 의해 스러져가는 게 역사발전이다. 역사에서 ‘잃어버린 세월’은 없다. 김형태 변호사
  • [性 소수자들 절망의 외침] 그들에게도 봄날은 올까

    [性 소수자들 절망의 외침] 그들에게도 봄날은 올까

    7년째 동성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는 김현정(가명·여·30)씨는 파트너가 미국지사로 발령을 받아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김씨는 법적 가족관계로 인정받지 못해 ‘가족비자’가 아닌 ‘학생비자’로 체류할 수밖에 없었다. 억지로 학교를 다니며 6개월마다 비자를 갱신했던 김씨는 결국 학비부족으로 1년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안정된 삶’을 위해 가족을 일군다. 그러나 김씨와 같은 성(性)적 소수자에게 가족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성소수자라는 고된 손가락질을 이겨내고 끝내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일궈도 험난한 제도적 차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가족은 ‘안정된 삶’이 아닌 ‘고된 삶’의 시작이다. ●수술 동의서에 도장도 못 찍는 부부들 성적 소수자 김흥근(가명·42)씨는 2006년 여름 위경련이 일어나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는 검사를 위해 가족 동의서를 요구했으나, 같이 살고 있는 파트너는 김씨와 법적인 가족이 아니라 도장을 찍을 수 없었다.“서로 연락이 뜸한 동생은 보호자로 인정되는데 배우자나 마찬가지인 파트너는 보호자가 될 수 없다고 하더군요.” 김씨는 동성애자 인권단체인 ‘친구사이’에 몸 담으며 수 많은 제도적 차별 사례를 봐왔다. 현정씨가 겪었던 비자문제도 김씨가 많이 접했던 사례다.“제가 아는 한·일 동성애 커플은 법적 부부로 인정받지 못해 비자 문제로 6개월에 한 번씩 일본을 다녀옵니다. 부부지만 부부가 아닌 셈이죠.” 레즈비언 커플들은 제도적 차별이 더 심각하다.5년째 동성 파트너와 살고 있는 손규희(가명·27·여)씨는 신용에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대출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은행이 내세우는 ‘남편을 보증인으로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단지 배우자가 여자라는 이유였습니다. 대출문제는 미혼모 등 모든 비혼여성이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여성 커플들은 성적 소수자의 아픔과 비혼여성의 아픔을 모두 품고 살아가야 합니다.” ●법적 어려움에 위장 결혼도 6년째 동성 파트너와 살고 있는 성민현(가명·44)씨는 국민연금 문제를 지적한다.“지금까지 국민연금으로 2000만원을 납부했는데, 내가 죽는다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는 ‘서로 법적인 혼인관계가 아니므로 전혀 받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죠.” 남들과 다를 바 없는 부부생활을 하고 있는 성씨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는 ‘배우자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도 큰 상처다. 또 파트너가 직장의료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해 지역의료보험에 따로 가입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김경배(가명·29)씨는 이런 작은 차별이 성적 소수자들에게는 인생이 달린 문제라고 말한다. 심지어 법적인 차별을 피하기 위해 게이와 레즈비언이 위장결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커밍아웃을 할 자신은 없고, 결혼을 해야 하니 집안에 핑곗거리를 삼는 거죠. 어쩔 수 없이 두 동성커플이 합의해 서로 엇갈려 위장 혼인신고를 합니다. 제도적 차별이 일반인에게는 별 것 아닌 듯보이지만, 성적 소수자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 ●성적 소수자 문제는 소외 계층의 문제 “왜 이렇게 어렵게 사니?그냥 생긴 대로 살지.” 레즈비언 조미선(가명·여·37)씨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항상 되묻는다.“왜 꼭 정상가족의 틀에 맞춰야 하죠?” 조씨는 법률이 규정하는 정상가족에게만 제도적 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성소수자처럼 제도가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가족을 이룰 권리조차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씨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성적 소수자만의 행복추구권이 아니다. 성적 소수자의 문제를 통해 ‘제도적 차별’을 받고 있는 다른 소외계층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제도가 원하는 가족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민주주의와 복지의 시작이 아닐까요.”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그들이 느끼는 제도적 차별 제도적 차별은 성적 소수자들에게 얼마나 심각하게 다가올까. 이들은 제도적 차별이 주변의 왜곡된 인식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 사회의식조사 기획단이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387명의 성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적 소수자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가.(복수응답)’란 질문에 38.2%가 ‘제도적·법률적 차별’이라고 답했으며,‘가족으로부터의 소외 및 차별’은 30.0%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나타났다.‘교제와 결혼의 어려움’(25.2%)과 ‘정체성 형성 과정의 혼란과 갈등’(23.9%)이 그 뒤를 이었다. 성적 소수자들이 세간의 손가락질보다 제도적 차별을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에도 성소수자들에 대한 제도 개선은 불투명하다. 이들에 대한 편견이 너무 깊어 과연 제도적 변화가 가능할지 자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성적 소수자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팽배한 이 시점에 과연 제도 개선이 가능할지 스스로 의심할 때가 많다.”고 아쉬움을 타나냈다. 제도적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정부조차 이 일에 관심이 없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성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못해 ‘적대적’이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특히 지난 10월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등 7개 부분이 삭제된 것이 불을 지폈다. 성적 소수자는 여전히 인권의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다. 성적 소수자 모임은 연대를 이뤄 지금까지도 이 법안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친구사이’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성적 소수자 인권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임에도 한국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런 문제점의 근본 원인은 사회 제도의 눈높이가 ‘정상가족’에 맞춰져 있는 현실이다. 가족에 대한 제도적 혜택이 ‘일정연령 이상의 남성과 여성이 만나 혼인신고를 한 가족’에 한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최현숙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은 “사회의 모든 기준이 정상가족의 기준에 맞춰져 성적 소수자와 같이 정상 가족을 일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 폭력으로 다가온다.”면서 “성적 소수자들은 가족을 구성할 권리조차 박탈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장은 커밍아웃을 한 성적 소수자로서는 처음으로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보호장치 무엇이 있나 동성애 가족들은 ‘사랑’으로 맺어져 ‘친밀감’과 함께 살아간다는 점에서 일반 가족과 차이가 없다. 정서적이고 경제적인 공유관계를 오랫동안 맺고 살아도 그들의 삶은 순탄치 않다. 그러나 일부 선진국에서는 성적 소수자들의 아픔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프랑스에서 1999년 제정된 PACS(민간결합계약)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성인 커플에게 기혼자와 동등한 재정적·사회적 권리를 주는 법안이다. 거주지의 관할 법원에 등록을 하면 배우자 사망에 따른 상속권 보장, 사회보장과 파트너의 경조사 등에 따른 유급 휴가 등을 신청할 수 있다. 등록 뒤 3년이 지나면 세금 감면 혜택도 따른다. 최근 PACS법은 결혼을 원하지 않는 이성애자들의 결혼 도피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법안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혼한 남녀를 중심으로 묶여 있었던 ‘가족의 경계’를 확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덴마크와 독일은 각각 1989년과 2001년에 ‘동반자 등록법’을 제정해 동성 커플의 법적 관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나라에서는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성적 소수자의 인권 확대가 세계적 시류인 만큼 이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배우자를 직접 등록하는 방법으로 제도적 차별을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배우자 등록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쯤 발의할 예정이다.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배우자 등록법은 동성혼과는 명백히 구분된다. 동성혼이 기존의 혼인제도에 그대로 편입된 형태라면 배우자 등록법은 혼인제도와는 별도로 운영되며, 등록이 된 커플에 한해 혼인 관계에 버금가는 제도적 혜택을 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최현숙 위원장은 “일반 국민들이 동성혼을 정서적으로 과격하게 느낄 수 있고, 또 동성애자들을 현 혼인제도에 그대로 편입시킨다면 또 다른 비정상 가족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배우자 등록법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문제제기로 견고한 한국의 가족주의 한계를 되짚어 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폴란드 동성애자들, ‘박해’ 피해 영국으로 모여

    폴란드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박해’하는 모국을 떠나 영국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영국의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이 1일 폴란드의 바르샤바발로 보도했다. 폴란드의 동성애 권리옹호단체인 ‘동성애 공포증 추방 재단’ 로버트 비에드론 이사장은 폴란드의 보수 우익정권이 들어서면서 수많은 동성애자들이 모국을 떠났다면서 “폴란드 게이 공동체가 공포와 박해의 분위기로 인해 폴란드를 등졌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폴란드의 현 정치상황 때문에 영국에 머물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동성애자들이 경제적 이유가 아닌, 박해로 인해 모국을 떠난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게이들이 폴란드에서 정체성을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폴란드 사람 약 200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모국을 떠났으며 그중 수천명은 동성애자”라고 소개하면서 많은 수의 게이들이 영국으로의 이주문제에 도움을 얻고자 재단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혼하기 위해 영국으로 갔다는 학생 동성애자 카밀 자파스니크(22)씨는 공민권을 보유하고 자식을 입양할 수 있는 문제가 자신에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영국에서 그런 자유를 향유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한편 폴란드의 가톨릭 우익 정부내에는 공개적으로 동성애에 거부감을 갖는 각료들이 있으며 언론들은 최근 폴란드 보건부가 게이들의 ‘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마렉 그라포브스키 보건부 차관은 폴란드의 게이 숫자를 파악하는 한편 부모와 교사들이 자녀나 학생들의 동성애적 행동 징후를 인지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2년전 동성애자의 폭탄공격 위협이 있은 후 폴란드 경찰당국도 그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동성애자 현황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자료를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같은 행위는 유럽연합(EU) 규범에 저촉되는 것이다. 연합뉴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일본 동성애자 前의원 ‘눈물의 기자회견’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당당히 밝히고 지난 3일 같은 선거사무소 여직원과 결혼해 화제가 되었던 前오사카부 오쓰지 카나코(尾辻かな子. 32)의원이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눈물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관련기사 ☞“우린 당당해요” 일본 동성애자 前의원 결혼 화제 다음달 참의원선거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오쓰지씨는 외신을 통해서도 화제가 된 지난 결혼식에 대해 “당당하게 결혼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복을 받고 싶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공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 “일본의 레즈비언은 ‘숨겨진 존재’”라며 “레즈비언이 마치 포르노의 이미지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과거 ‘혼전 임신’이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아무로 나미에와 기무라 타쿠야와 같은 연예인들이 ‘속도위반 결혼’을 하게 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좋아졌다.”며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한 독일인 기자는 “오쓰지씨가 당선되면 일본에서 처음으로 동성애자를 인정한 국회의원이 탄생되는 것이다.”며 “그만큼 외신기자들의 관심이 뜨거웠으며 그녀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후생성이 1999년에 실시한 일본의 동성애자 현황에 따르면 약 100만명이 동성과의 성적 접촉의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실제로는 수백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의 동성애자 결혼은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으며 거주, 상속, 사회 보장면에서 동성애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헌법개정 시민의 손으로”

    “헌법개정 시민의 손으로”

    민주화 투쟁의 산물로 태어난 1987년 헌법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사회에서 제기됐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4년중임제를 골자로 한 ‘원 포인트 개헌’에는 철저히 반대한다. 대신 지구화, 정보화, 생태화 등 21세기 과제를 반영하는 새로운 헌법 담론을 모색해 ‘개정’이 아닌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경제·사회·여성·환경학자와 사회운동가 등이 참여해 벌인 2년여간의 논의를 정리한 ‘헌법 다시보기’(창비 펴냄)에는 이같은 주장과 시민사회가 구상하는 새로운 헌법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시민사회 철저히 배제된 헌법 지난 1월9일 노 대통령이 제안한 ‘원 포인트 개헌’은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로부터도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87년 당시의 헌법 개정과 마찬가지로 시민사회가 철저히 배제된 채 오로지 권력 문제만을 논의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는 “87년 헌법개정 과정에서 민주화투쟁을 이끈 시민사회는 철저히 배제되고, 권위주의 구체제의 정당들만이 주체가 됐다.”면서 “이런 태생적 한계로 87년 헌법은 이후 전개되는 폭발적인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동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아쉽게도 우리 헌법은 시대정신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정권교체에 따라 개정되는 굴곡의 역사를 겪어 왔다.”면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최근의 헌법개정 논의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구도에 집중됨으로써 사회변화를 근본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헌법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변화하는 시대상 반영 필수 한상희 건국대 법대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논리가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 헌법의 역할에 주목, 무한경쟁에 내몰린 개인에게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되돌려주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헌법에서 규정한 절대적 재산권 보장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정희진 이화여대 여성학과 강사는 소수자 차별이 없는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헌법의 주체가 되는 ‘국가’는 남성·비장애인·이성애자의 국가에 불과하다.”면서 “동성애자를 배척하고, 여성과 군면제자를 2등국민으로 깎아내리는 등의 모든 차별적인 조항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평화적 생존권(이경주 인하대 법대교수 등) ▲문화적 자율성(김수갑 충북대 법대교수) ▲생명권·정보권(정태호 경희대 법대교수) ▲시민의회제도(김상준 경희대 NGO대학원교수, 오현철 한양대 연구교수) 등의 도입과 보완도 제시됐다. 이 가운데 ‘평화적 생존권’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수준을 넘어 전쟁을 하지 않도록 국가권력을 견제할 권리를 뜻하며, 시민의회제도는 시민사회가 공공의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논의에 참여한 학자들은 “현행 헌법이 ‘우리 국민, 우리 영토’ 등으로 너무 경직된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연성형 시민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헌법개혁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3단계 헌법개혁 학자들은 ‘공급자 중심의 헌법개정 논의’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헌법개혁 논의’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사회, 정당, 국회의 ‘3중 헌법제정 과정’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사회화-정치화-헌법화’라는 3단계 절차를 제시했다. 우선 민주헌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 연대기구에서의 의제설정(사회화)을 거친 다음 국회에 시민대표로 구성된 민주헌법연구회를 설치, 정치권으로 논의를 넓혀(정치화), 여기서 만들어진 단일헌법안을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국민들에게 검증받아야(헌법화) 한다는 것이다. 헌법개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참여와 관심이 저조한 가운데 이들이 제시하는 논리가 어떤 작용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美 줄리아니 대선행보 ‘발목’

    “14년 동안 지속돼 온 6촌 여동생과의 첫번째 결혼을 ‘로마 가톨릭 교회로부터 결혼 인가를 받은 적이 없다.’는 이유로 무책임하게 끝냈다. 두번째 부인과의 이혼 과정에서도 인간성 논란을 받을 정도로 잡음을 일으켰다.”“낙태나 동성애자 권리에 대한 지지는 보수 유권자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 진보적인 시각이 공화당과는 맞지 않는다. 정체성이 의심스럽다.” 2008년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14년 전 자신의 취약점에 대한 대비책을 담은 선거전략 보고서 때문에 곤경에 빠졌다. 지난 93년 시장 선거 당시 참모들이 작성한 보고서가 뒤늦게 인터넷에 떠돌면서 개인적 약점과 과거 행적들이 부각되고 있는 탓이다. 약점을 방어하려고 만든 자료가 대권 행보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를 상황이다. 보고서는 줄리아니가 복잡한 사생활에 대한 모순되는 해명 때문에 과연 건전한 판단력을 가졌는지조차 의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결혼 생활이나 성실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 수치스러운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며 일축해야 한다.”는 처방도 내놓고 있다. 줄리아니 참모들은 그가 과거 민주당원이었기 때문에 정치 철새로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공화당 정책과는 독립성을 유지했음을 강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3일(현지시간) “줄리아니의 참모들은 그의 취약점 가운데 ‘기이한 행동’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했다.”고 전했다. 줄리아니는 공화당 후보군중 경쟁자인 존 매케인을 16% 포인트 이상 따돌리고 있으며,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보다도 2% 포인트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프렌치 리포트] (14) 못말리는 시위 마니아들

    [프렌치 리포트] (14) 못말리는 시위 마니아들

    지난 연말 보도됐던 재미있는 해외 뉴스 한토막. 프랑스의 포나콩(FONACON·새해반대전선)이라는 조직이 12월31일 밤 서부도시 낭트에서 2007년이 오는 것을 축하하지 말고 저항하자고 촉구하며 시위를 벌인다는 것이다.“세월의 흐름을 축하하는 행위는 비논리적이다. 한해를 마감하면 무덤으로 한발짝 더 다가가는 것이다. 이는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니라 비극이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포나콩은 자기들의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모두 거리에 나와 2007년이 오는 것에 반대하자고 촉구했다. 오는 해를 막겠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하겠지만 프랑스인들의 시위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프랑스인들은 정말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시위 마니아들이다. ●시위는 신성한 국민의 권리 프랑스인들이 새해 반대 시위를 한다는 소식을 전한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프랑스인들은 불가피한 일에도 저항하는 아주 오랜 ‘훌륭한’ 전통을 자랑한다.”고 비아냥하면서 장폴 사르트르가 작고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프랑스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좌파 철학자 사르트르가 땅에 묻힌 1980년 4월19일 5만여명의 파리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사르트르의 죽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 위해서였다. 프랑스인들처럼 시위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아마 없을 것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지만 프랑스에서 살아 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시위문화가 독특한 프랑스인들의 기질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인들은 사사건건 따지기를 좋아하고, 불평거리를 찾아내는 데 능숙하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무척 중시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논쟁을 서슴지 않는다. 권리 주장이 강하다. 시위는 이런 프랑스인들에게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강력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이 모이면 의미전달은 더욱 효과적이다. 정치적 성향, 남녀노소, 직업을 떠나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자유와 권리를 가진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 시위는 자유·평등의 정신에 따른 신성한 국민의 권리로 인정된다. 프랑스에서 시위가 많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민주주의 발전의 에너지 프랑스가 ‘혁명의 나라’가 된 것도 프랑스인들이 시위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영국의 역사가 로저 프라이스가 프랑스의 근대정치사를 ‘혁명과 반동의 역사’라고 했을 정도다. 국민주권 시대를 연 1789년의 대혁명을 비롯해 의회민주주의 발전의 토대를 닦은 1830년 7월 혁명, 보통선거제를 확립한 1848년 2월 혁명, 노동자 권리신장으로 이어지는 1870∼1871년 파리코뮌 등이 대표적이다.2차대전에서는 나치 독일에 항거하는 레지스탕스 운동으로 주권을 지켰으며 1968년 5월의 ‘68혁명’을 통해 기성세대가 일궈놓은 자본주의 산업사회와 권위주의에 도전했다.68혁명은 프랑스 정치는 물론 사회·문화적 변화를 수반하면서 2차대전 이후 프랑스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2002년 대선에서 네오파시스트로 불리는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 당수가 2차 결선투표에 진출했을 때 그를 반대하기 위해 벌어진 대규모 시위도 역사의 한장으로 기록됐다. 프랑스인들의 저항정신이 빚은 시위문화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한 토양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나치게 잦은 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과 함께 일부 시위가 폭력양상을 띠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축제 같은 시위, 그러나… 파리에서 시위는 주로 주말 오후에 열린다. 그래야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고, 특히 내 주장을 펴기 위해 뜻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파리에서는 주로 주말에 크고 작은 시위가 여기저기서 열리는데 이를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매일 3건씩 벌어지는 셈이라고 한다.1년이면 1000건 이상이라는 얘기다. 워낙 시위가 많다 보니 시위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주장도 다양하고, 방식도 다양하다. 노동자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요구하며 정부의 개혁안을 반대한다. 경찰이나 공무원도 각자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시위한다. 학생들은 교육여건을 개선해 달라고 한다. 매춘부들의 시위도 간혹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한다. 외국인들은 인종차별을 반대하고, 불법 이민자들은 거주증명서를 달라고, 집없는 사람들은 거주권을 달라고 주장한다.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우리와는 달리 프랑스의 시위는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된다. 화창한 날 어린아이를 무동 태우거나 유모차를 밀고 나와 시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축제에 참가하는 분위기마저 풍긴다. 인상적이었던 시위 중의 하나는 게이 퍼레이드다. 동성애자들 수천명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가장행렬을 하는데 각 단체별로 꾸미고 나온 모습들이나 주장하는 바가 정말 다양했다.‘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차별을 철폐하라’‘에이즈확산반대 동성애자단체에 재정지원을 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금발에 짙은 화장, 금방 터질 듯 과장된 가슴과 엉덩이가 다 드러날 초미니 스커트,20㎝는 족히 될 높은 굽의 부츠를 신고 나온 여장 남자 등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게이퍼레이드는 매년 엄청난 인파를 불러 모은다. 시위에 대응하는 방식도 조직화됐다. 시위 진압을 전문적으로 하는 경찰도 있다. 시위진압전문경찰은 공화국안전수비대(CRS)라고 하는데 이들의 임무는 ‘시위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는 것’이다. 시위도중 불상사를 막아주는 것 외에 진압경찰은 평화적인 시위대가 예정된 코스로 이동하도록 교통을 막아주기도 한다. 한번은 영·미국식 학제도입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취재하며 끝까지 따라가 본 적이 있다. 파리의 대학건물들이 모여 있는 생미셸 지역에서 시작해 교육부까지 행진하는 것이었다.CRS는 시위대가 대열에서 이탈되지 않고 폭력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감시의 눈을 번득였지만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의 꼬리 부분을 보니 200m 정도 사이를 두고 청소차와 청소원들이 따라오면서 시위대가 흘리고 간 전단이나 쓰레기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치우고 있었다. 시민들은 시위하고, 경찰은 보호하고, 청소부들은 치우고…정말 재미난 나라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6) 동거는 필수, 결혼은 선택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6) 동거는 필수, 결혼은 선택

    2007년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사회당을 대표할 세골렌 루아얄(53)의 프로필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의 혼인 관계다. 루아얄은 국립행정학교(ENA) 동기생인 프랑수아 올랑드(52) 사회당 제 1서기와 25년째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트너 관계로 살면서 네 자녀를 두었다. 집권 중도우파의 대중운동연합(UMP) 소속으로 대권 경쟁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미셸 알리오-마리 국방장관도 의정활동을 하는 파트릭 올리오와 22년째 동거하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애시당초 정치활동을 시작도 못했을테지만 프랑스에서는 이런 것이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동거(concubinage)가 보편화된 사회 현상이기 때문이다. ●70년대 이후 급속 확산 프랑스에서는 동거하지 않으면서 사귀다가 결혼에 골인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거나, 유대교 집안일 경우 동거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대부분 함께 살아보고 맘이 맞는다고 확신이 서면 결혼을 한다. 국립통계연구소(INSEE)에 따르면 프랑스에선 약 480만쌍(960만명) 정도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고 있다.6커플 중 1커플은 결혼하지 않고 동거 중이라는 얘기다. 프랑스에서는 동거가 문란하고 복잡한 사생활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과거에는 동거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비쳐진 것이 사실이다. 내연의 관계이거나 격식과 절차를 중시하지 않는 노동자 계층에서 동거하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하지만 60년대 프랑스의 지성을 상징하는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 커플이 결혼하기를 거부하고 평생을 함께 하면서 동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완전히 바뀌었다.2차대전 이후 태어난 68혁명 세대들은 결혼이 가부장제를 유지하고, 사회로부터 여성 소외를 야기하는 제도에 불과하다면서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다. 결혼이든, 동거든 개인의 가치선택에 달린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1970년대부터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살아보고 결혼해야 실패도 줄여 프랑스에서 동거가 보편화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는 풍토인데다 종교(가톨릭)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들이 동거하는 이유를 물으면 “결혼이라는 제도를 거부하기 때문”이라거나 “아직 모든 면에서 준비가 안돼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듣는다. 전자의 경우 제도에 굴복하는 것을 거부하는 지식인 계층이나 사고가 자유로운 예술가, 결혼에 실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해당한다. 알리오-마리 국방장관은 “결혼은 부르주아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후자의 경우는 함께 살면서 좀더 상대방을 알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며 결혼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20∼30대 젊은 커플들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취재차 만났던 세실과 질은 “결혼은 두 집안의 결합이기 때문에 훨씬 신중해야 한다. 동거는 두 사람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관계일 뿐이다.”고 했다. 이들은 “결혼이 리스크가 큰 반면 동거는 자신과 파트너와의 관계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 기간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거를 통해 상대의 성격이 자신과 맞는지, 반대로 전혀 맞지 않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동거기간을 거쳐 결혼을 하면 성격차로 인한 불화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결혼하는 커플 갈수록 줄어 동거가 일반화되면서 결혼하는 커플은 계속 하향세를 보인다. 밀레니엄붐이 일었던 2000년 30만 5385쌍을 정점으로 줄어들어 지난 2004년에는 27만 8600쌍을 기록했다. 프랑스 사회에서 결혼은 더 이상 아이를 갖기 위해 의무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 아니다.2004년 기준 전체 신생아(80만 240명) 가운데 47.4%가 결혼하지 않은 커플 사이에서 태어났다. 신생아 둘 중 한명은 혼외출산인 셈이다. 이런 사회적 변화를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하고 있다. 부모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반 부모들이 갖는 친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가족 수당도 소득과 자녀 수에 따라 지급된다. 이전에는 민법상 결혼한 부부사이에서 태어난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을 구분했지만 2005년 7월 5일 법령으로 이런 구분을 없애고 모든 아동의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했다.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동거 커플을 유니옹 리브르(union libre), 즉 ‘자유로운 결속’이라고 한다. 법적인 효력을 지닌 부부관계는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하고나 만나 동거를 하거나, 금방 헤어지고, 자유롭게 한눈을 파는 일은 드물다. 짧게는 1∼3년, 길게는 수십년간 함께 산다. 아이도 낳아 기르며 가정을 이룬다. 아이들은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고,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만 부모인 남녀는 서로 아내, 남편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상대방을 남에게 소개할때 내 남자친구, 혹은 내 여자친구라고 한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반려자(compagnon)’라고 소개한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시민연대계약이란 시민연대계약(PACS·Pacte civile de solidarite)은 두 개인이 공동의 삶을 안정적으로 꾸릴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다. 지극히 프랑스적인 이 제도가 도입된 단초를 제공한 것은 필립과 미셸이라는 동성애자 커플이었다. 필립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자 가족은 외면했지만 동거남 미셸은 끝까지 필립을 간호했다. 하지만 필립이 세상을 떠난 뒤 필립의 가족들은 미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필립의 명의로 된 아파트에서 미셸을 쫓아내기에 이른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당의 진보적 의원들은 “동성애자 커플도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며 법 제정을 추진했다.1990년의 일이다. 이 법안은 우여곡절 끝에 1999년 10월 의회를 통과했다. 동성애자 커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긴 했지만 지속적이고 안정된 성격의 사실적 결합을 이루고 있는 모든 동거 커플에 적용되고 있다. 시민연대계약은 자유로운 형태의 동거와 구속력이 강한 결혼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일종의 계약 관계를 사회가 인정해주는 것이다. 거주지 관할 시청에서 2명의 증인 참석 하에 신고하면 간단하게 끝난다.PACS 동반자로 신고된 두 사람은 은행에 통합계좌를 열 수 있으며 재산세의 경우 계약에 서명한 날로부터 공동 과세대상이 된다. 계약 후 만 3년이 되면 소득세에 대해서도 공동 과세대상이 된다. 증여세나 상속세율도 낮게 적용 받는다. 주택 계약의 명의 이전도 가능하고 육아휴직 등 사회보장제도의 혜택도 결혼한 부부와 마찬가지로 누릴 수 있다. 1999년 말∼2004년 말까지 14만 5000쌍이 연대계약을 맺었고, 같은 기간 1만 8000쌍이 관계를 해지했다.
  • 독신의 탄생/엘리자베스 애보트 글

    “난 독신주의자”라는 말은 여전히 부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지 모른다. 독신에 대해 8년간 연구한 끝에 ‘독신의 탄생’(이희재 옮김, 해냄 펴냄)이라는 책을 펴낸 작가 엘리자베스 애보트에게도 독신은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렇게 ‘독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 저자는 연구를 하면서 독신에 대한 선입견과 단순한 정의가 얼마나 협소한 것인지 절감했다고 고백한다. 유구한 역사 동안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독신은 인간생활의 핵심적 요소였으며, 문화와 종교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신이라는 현실을 이끌어간 집단과 개인을 끈질기게 추적, 독신이 종교적 필요에 의해 지속됐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산산조각 낸다. 세계 곳곳에 존재했던 남녀 독신자들을 탐구함으로써 종교적 관습은 물론, 성욕과 성역할, 보건의식의 변화에 대한 깊은 통찰을 시도한다.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3000년의 역사를 내려오는 동안 성적 절제를 의미하는 금욕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제단의 불을 지켰던 로마의 처녀들은 독신의 서약을 어기면 산 채로 땅에 묻혀야 했다. 감옥에 갇힌 죄수나 궁전의 내시는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독신으로 살아갔다. 또 오페라의 명가수가 되기 위해 거세한 카스트라토 소년이나 그리스도를 마음속에 그리면서 금욕을 선택한 수녀들도 있었다. 강제로 음핵 절제수술을 받았던 아프리카 여성들, 사회운동을 위해 독신을 주장한 페미니스트들, 경기에서의 승리를 위해 정액을 아끼는 운동선수들까지 독신자의 삶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역사적 위인 중에도 독신의 길을 택한 사람이 적지 않다. 잔다르크, 엘리자베스 1세, 나이팅게일 등은 모두 독신이었다. 마하트마 간디는 자신의 절제력을 실험하기 위해 처녀들과 알몸으로 한방에서 잤다. 또 독신과 금욕이 조금이라도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개인의 욕망과 맞닿은 인물들도 있다. 레프 톨스토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이작 뉴턴, 루이스 캐럴 등은 동성애와 배신, 사회제도의 극복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독신을 택했다. 이와 함께 중세 수녀들 중에는 속세와 달리 교육을 받고 여행도 다니며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생활에 끌려 수녀원에 들어간 사람도 적지 않았다.19세기 후반 영국사회에서도 중산층 젊은 여성들은 재산권에서 투표권에 이르기까지 여성을 옥죄는 남성 중심의 사회 규범에 반감을 느끼고 대거 독신을 선택했다. 저자는 각자의 필요와 동기에 따라 독신과 금욕을 선호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스스로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득히 먼 과거에서부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칠 성 정체성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3만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美보수단체 포드車 불매운동

    심각한 판매부진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포드자동차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보수 기독교 단체의 불매운동 위협에 직면했다. 동성애자 권리단체를 지원하고 동성애자 잡지에 광고를 게재했다는 이유다. 감리교 계통의 보수단체인 미국가족협회(AFA)가 포드자동차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고 로이터와 AFP통신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FA는 “포드가 동성결혼을 둘러싼 논란에서 중립 지키기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동성애 단체와 행사에 대한 지원 중단 약속을 어겼다.”면서 “300만명의 회원과 함께 1년 동안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포드가 수십만달러를 동성결혼 허용을 주장하는 단체에 줄 권리가 있듯이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포드가 만든 자동차를 사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포드의 캐틀린 보크스 대변인은 “포드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는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으며, 오직 혁신적인 승용차와 트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포드의 입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포드는 지난해 5월 AFA로부터 처음 불매운동 위협을 받고 동성애자 행사 후원과 광고 게재 중단을 약속해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하지만 동성애자 인권단체의 집중포화를 맞자 다시 결정을 뒤집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계속해왔다.동성애 합법화 논란과 관련, 홍역을 치른 기업은 포드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빌 게이츠 회장이 동성애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바람에 올해초 보수 기독교계의 ‘MS주가 떨어뜨리기 운동’을 불렀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동구민주화 촉발 ‘보수적 평화론자’

    “하느님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소서”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善終)을 앞두고 마지막 남긴 한 마디였다. 그것도 이탈리아어가 아닌 모국 폴란드어로. 교황이 아닌 인간 ‘카롤 보이티와’가 평생을 가슴 깊이 모셨던 주에게 건네는 말 같다. 1978년 교황에 올라 지난 4월2일 84세의 일기로 서거할 때까지 요한 바오로 2세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머감각도 뛰어나 찰리 채플린처럼 지팡이 돌리기 묘기도 곧잘 선보였다. 그는 무엇보다 ‘본업’에 충실했다. 세계를 걱정하고 가엾은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일이 그것이었다. 폴란드 자유노조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등 동유럽 국가들의 가톨릭 전통을 되살리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남미나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정치·종교적 분쟁이 시끄러운 나라들을 기꺼이 방문해 왕성한 외교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부임해서인지 한국을 비롯해 130여개국을 방문, 역대 교황 가운데 가장 많았다.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가톨릭 세계주의자’로 불렸다. 오늘날 가톨릭적 윤리관의 전매 특허가 된 낙태와 동성애, 안락사 등의 반대에 있어 요한 바오로 2세의 역할을 빼 놓을 수 없다.하지만 피임 등 여성의 권리를 제약하고 재임 중 교단 성희롱 스캔들이 있었다며 그를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한 시복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5년간의 유예기간을 없애고 곧바로 기적 사례 등을 접수해 성인 추대 절차를 밟도록 명했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美동성부부 1호 ‘파경’

    미국에서 처음으로 법적 부부로 인정받은 여성 동성애자들이 결혼 5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지난 2000년 7월 버몬트주에서 이성 부부와 동등한 법적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받은 캐롤린 콘래드(사진 왼쪽·35)가 캐서린 피터슨(46)을 상대로 법원에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해 14일(현지시간) 가처분 명령을 받았다. 콘래드는 피터슨이 말다툼을 벌이다 벽에 구멍을 내고 자신의 친구를 위협했다는 이유를 이혼 사유로 들었다. 피터슨은 “미국의 첫 동성애 부부로 권리를 인정받아 자부심이 대단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둘은 2년 전만 해도 웹사이트에서 동성애 커플의 권리에 대해 조언해줄 정도로 애정을 과시해 왔다. 버몬트 자유결혼 대책팀의 바리 샤마스는 동성끼리 결혼도 이성 부부와 똑같은 어려움에 부닥치게 마련이라며 “동성 부부가 이성 부부보다 더 나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까지 버몬트주에서 결혼한 동성 커플은 7549쌍이며 이 가운데 78쌍이 이혼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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