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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 트럼프’ 대선 압도적 1위… 극우 대통령 탄생할까

    ‘브라질 트럼프’ 대선 압도적 1위… 극우 대통령 탄생할까

    육군 대위 출신… ‘SNS 막말’에도 인기 ‘룰라 후계자’ 아다지와 28일 결선투표‘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63) 후보가 7일(현지시간) 실시된 브라질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룰라의 후계자’를 자처한 페르난두 아다지(55)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남미 좌파벨트의 맏형 역할을 해온 브라질에서 극우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이날 대선 1차 투표 개표 결과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PSL) 후보가 46.7%를, 아다지 노동자당(PT) 후보가 28.5%를 득표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 두 후보는 오는 28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됐다. 이 밖에 중도 성향의 민주노동당(PDT) 시루 고미스 후보가 12.52%로 3위를 차지했다. 좌파의 아이콘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수감돼 있고, 그의 후계자이자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지우마 호세프도 2016년 8월 탄핵으로 물러나면서 브라질 좌파는 위기에 봉착했다. 이런 가운데 상파울루 시장 출신인 아다지 후보는 룰라 전 대통령의 옥중 출마가 좌절되자 ‘아다지가 곧 룰라’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직접 후보로 나서게 됐다.아다지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축시킨 미셰우 테메르 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폐기하고 룰라 전 대통령 시절의 경제 호황을 되살릴 것을 공약했다. 이에 맞선 육군 대위 출신의 보우소나루 후보는 노동자당의 장기집권(2003~2016년)이 문제라며 기성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해왔다. 그는 1970년대 군사독재 시절이 더 안전했다고 주장하며 집권하면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보우소나루는 동성애자 및 여성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을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브라질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달 6일에는 괴한의 습격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지만 피습 이후 오히려 그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평가다. 당초 보우소나루에 대한 좌파 진영의 반감이 워낙 심해 결선 투표가 치러질 경우 반(反)보우소나루 표가 결집돼 아다지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가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결선 투표에서는 접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루마니아 ‘결혼은 남녀 결합’ 反동성애 개헌 투표율 미달로 무산

    루마니아 ‘결혼은 남녀 결합’ 反동성애 개헌 투표율 미달로 무산

    루마니아 의회가 현재 ‘배우자 간의 결합’으로 규정한 헌법상 결혼의 정의를 ‘남자와 여자 간 결합’으로 개정하기 위한 개헌 국민 투표를 실시했지만 유효 투표율 미달로 무효 처리됐다.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보수 종교계의 요구에 따른 투표였지만 국제 인권단체의 반대 목소리와 함께 투표 자체가 집권당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으로 변질되면서 동력을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마니아 선거관리위원회는 6일부터 이틀간 치러진 개헌 찬반 국민투표에서 유효투표율이 20.4%로 집계돼 유효한 최소투표율 30%에 미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부부 개념을 ‘배우자 사이 결합’에서 ‘남녀결합’으로 고치는 개헌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것이다. 헌법상 결혼의 정의를 이성의 결합으로, 가족을 이성 부부에서 비롯된 혈연관계로 명시하는 것이다. 이는 루마니아 사회의 뿌리 깊은 정교회(기독교)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300만명이 개헌 청원에서 서명했다. 인구 2000만명의 루마니아는 국민의 86.5%가 동방정교, 6.1%가 개신교, 5.4% 가톨릭으로 종교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 루마니아 정교회는 “이번 국민투표는 가족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일이자 영원한 가치와 일시적인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영적 성숙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소수자단체는 개헌안이 통과하면 동성결혼 합법화가 극도로 어려워지고 성소수자 혐오가 심해질 것이라고 개헌안에 반대했다. 국민투표 실시에 하루 앞선 지난 5일 유럽의회 의원 47명은 루마니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개헌은 성소수자 가족 뿐 아니라 한부모 가정, 비혼 유자녀 가정, 조부모 가정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제 앰네스티 역시 “국민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차별을 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민투표를 앞둔 지난달 루마니아 헌법재판소가 각각 루마니아와 벨기에 국적의 남성커플이 이성부부 가정과 동일한 권리를 요구한 소송에서 원고의 요구가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무엇보다 이번 국민투표는 집권 사회민주당(PSD)에 대한 신임 투표로 여겨졌다. 루마니아 국민들에게는 사민당 정부가 반부패 정책 후퇴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고 지지율을 다지려는 의도로 이번 개헌 추진에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루마니아 바베시 보여이 대학교 정치학 교수 세르지우 미스코이우는 “많은 시민이 개헌안 추진을 사민당과 연관 지어 받아들였고 그래서 그것을 보이콧했다. 정부에 커다란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당신은 ‘이성애 합법화’를 찬성하십니까

    [강남순의 낮꿈꾸기] 당신은 ‘이성애 합법화’를 찬성하십니까

    어느 날 학교 연구실에 있는데 조교인 샘(Sam)이 불쑥 문을 두드렸다. 조교라도 미리 약속을 하지 않고 찾아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웬일인가”라고 물었더니, 너무나 기쁜 소식이 있어 빨리 나누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7년 만에 어머니가 전화를 했는데, “너희 둘은 어떻게 지내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하는 샘의 얼굴을 보니, 그림자 하나도 없는 환한 웃음이 얼굴에 가득하다.그가 어머니의 이 평범한 인사말에 그토록 기뻐한 것은 바로 ‘너희 둘’(you two)이라는 말 때문이다. 게이로 커밍아웃을 한 이후 집에서 더이상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하여, 샘은 7년 동안 가족과 연락 두절을 하고 지내 왔다. 7년 만에 연락을 한 어머니가, ‘너’가 아니라, “너희 둘은 어떻게 지내니?”(How are you two?)라는 인사말을 한 것이다. ‘너’(you)에 ‘너희 둘’(you two)이라는 단어를 하나 집어넣어 두 사람의 안부를 물은 그 한마디 말로, 샘은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부정당해 왔던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는 감격의 경험을 했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매우 복잡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이렇게 말 한마디를 덧붙이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서 가능하다. ‘너’라는 말과 ‘너희 둘’이라는 말 사이의 차이가, 어떤 사람의 삶에는 극과 극의 희비가 교차할 수 있는 것임을 샘은 내게 전해 준다. ●세계정신의학회 “비정상·질환 간주는 오류” 나의 학생, 친구, 동료 중에는 이른바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 트랜스젠더)들이 여럿 있다. 내가 일하는 대학교는 성소수자 중심의 동아리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인다. 그런데 이들이 대학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사회는 물론이고 가족, 친구, 교회로부터 그 존재가 부정되곤 한다. 왜 그런가. 이들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은 ‘정상-비정상’이라는 틀에서 시작된다. 이분법적 틀에서 보면, 이성애만이 정상이고 그 밖에 다른 방식은 모두 비정상이다. 인간의 성적 지향의 다양성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은 마치 과학자들이 ‘지구가 돈다’는 것을 발견한 후에도, 지동설을 외면하고 부인하던 중세의 인식론적 오류와 유사하다. ●1992년 WHO ‘다양한 성적 지향 인정’ 공식화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오랜 연구 끝에 인간에게 이성애만이 아니라 다양한 성적 지향(orientation)이 있으며, 이성애를 제외한 다른 모든 성적 지향을 고쳐야 할 정신질환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류였다고 결론 내렸다. 1992년 세계보건기구(WHO)도 모든 다양한 성적 지향을 인간 섹슈얼리티의 ‘정상적’ 형태로 인정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2012년 유엔 인권이사회는 성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2016년 세계정신의학회는 성소수자의 섹슈얼리티가 사회적 낙인과 차별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정신질환이라는 논쟁이 계속되자, 이 모든 성적 지향들이 결코 병리현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성애가 아닌 성적 지향을 가진 이들을 비정상 또는 질환을 지닌 이들로 간주하는 것은 분명한 오류라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오랜 연구를 거듭한 후에 이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중세기에 많은 이들이 지동설을 외면했듯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한다. 내가 학교에서 접하는 여러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누구도 이른바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병원·직장·종교 공동체에서, 또는 가족·친척·친구들로부터 다층적인 차별과 혐오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주류에서 벗어나는 성적 지향 때문에 어릴 적부터 고통 속에서 살아 왔고, 또는 자기혐오와 자기부정, 사람들의 편견과 질시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한 이들도 많다. 만약 이들의 성적 지향이 ‘치료 가능’한 것이라면, 왜 이들이 이토록 힘든 삶을 일부러 선택하겠는가. 설사 ‘선택’이라 할지라도, 한 사람의 존재방식을 정죄하고 부정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은 동성애를 찬성하십니까?’,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십니까?’ 사람들은 정치, 교육, 종교계 등 한국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대선 주자들과 정치가들에게, 그리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사적 자리에서도 이런 질문은 끊임없이 회자된다. 그런데 이 ‘덫’과 같은 질문에 즉각적인 답을 하기 전에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 질문은 과연 타당한 것인가. 타당성 여부는 질문을 거꾸로 뒤집는 장치를 통해서 검증할 수 있다. ‘당신은 이성애를, 이성애 합법화를 찬성하는가?’ ●국민적 정서·합의로 정당성 결정할 문제 아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모독, 또는 정죄는 매우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같이 들리는 ‘동성애를 찬성하는가’와 같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섹슈얼리티가 각 사람들이 지닌 존재 방식이라는 것이 밝혀진 지금, 그러한 각기 다른 존재 방식이 ‘찬성’ 또는 ‘반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적 지향이나 젠더의 성향이 이른바 ‘주류’의 그것과 같지 않다고 해서, 찬성·반대 또는 국민적 정서나 합의를 도출하여 그 정당성을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방식 자체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만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차별’이다사람들은 종교, 정치, 교육, 미디어 등을 통해서 다층적인 ‘정상과 비정상’의 논리를 끊임없이 생산·재생산하곤 한다. 이성애·동성애, 기혼자·비혼자, 유자녀 가족·무자녀 가족, 양부모 가족·한부모 가족 등을 ‘정상과 비정상’의 잣대로 재단하면서 무수한 사람들을 ‘비정상의 범주’로 집어넣는다. ‘정상’의 이름으로 자신과 다른 이들의 다양한 존재방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상-비정상의 레토릭은 ‘지배와 종속의 논리’를 정당화하면서, ‘타자의 식민화’ 기능을 하게 된다. 엠마뉘엘 레비나스는 ‘얼굴’이야말로 타자에 대한 책임성이 시작되는 윤리적 현장이라고 한다. 윤리란 특정한 이론적인 근거나 종교·성별·국적·성적지향·장애여부·나이·사회적 계층 등과 같은 외적 조건들로부터가 아니라, 바로 얼굴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배제는 그 어떤 이론이나 종교적 신념에 의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니고 있는 얼굴을 바라보라. 이 세상에 그 누구도 그 생생한 얼굴의 존재를 거부하고 혐오할 위치에 서 있지 않다, 설사 신이라 해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성소수자 부모들이 모인 콘퍼런스에 강연자로 간 적이 있다. 2박 3일의 모임을 하면서 거의 모든 세션에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이나 부모들이 눈물 없이 이야기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말의 언어만이 아니라, 인간의 ‘몸의 언어’는 강력한 전달통로이다. 어떤 이라도 재미로 또는 타락해서 성소수자가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그들이 일생 경험하는 배제, 멸시, 그리고 고통의 눈물이 너무 많다. ‘눈물’이 자신의 언어가 되어버리는 삶을 누가 선택하겠는가. ‘이성애를 찬성하십니까?’ 이것이 부적절한 것처럼, ‘동성애를 찬성하십니까’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 반인권적 질문이다. 첫째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의 오류, 그리고 둘째 타자의 존재 부정을 이미 담고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혐오, 여성혐오, 난민혐오, 이슬람혐오, 장애혐오 등 다양한 혐오가 점점 극단화되고 있다. 이제 ‘동성애에 찬성하십니까’를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당신은 혐오를 찬성하십니까 또는 반대하십니까?’ 올바른 질문을 묻는 것, 성숙한 민주사회의 첫걸음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해묵은 낙태죄·현대車 노조·국보법… 헌재 ‘사이다 결정’ 내릴까

    해묵은 낙태죄·현대車 노조·국보법… 헌재 ‘사이다 결정’ 내릴까

    새 재판부로 공 넘어간 낙태죄 ‘핫 이슈’ 가장 오래된 현대차 노조 업무방해건 한정위헌 전망 속 사법농단 맞물려 주목 ‘軍 동성애 관련 형사처벌’ 위헌 가능성 국보법 8수째… 전향적 결정 나올 수도 전기료 누진제, 국민 눈높이 반영 관심헌법재판관 5명이 교체된 후 다음달 출범하는 6기 재판부가 심리할 주요 사건은 낙태죄를 포함해 각종 사회 이슈와 연관돼 있다. 30주년을 맞은 헌재가 앞으로 결정할 사건을 국민 관심사에 맞춰 선정했다.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헌법소원인 규범통제형, 공권력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따지는 권리구제형 헌법소원과 법원에서 직접 청구하는 위헌법률 심판으로 나눠 뽑았다. 29일 헌재에 따르면 당초 5기 재판부가 선고할 것으로 예상됐던 낙태죄는 새 재판부로 공이 넘어갔다. 부녀의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이다. 헌재는 지난 5월 공개변론을 열어 임부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는 청구인의 주장과 태아의 생명권도 국가가 보호해야 할 기본권이라는 법무부의 입장을 들었다. 이진성 헌재 소장 등 재판관 6명이 인사청문회에서 낙태죄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적도 있어 위헌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가장 오래된 사건인 현대차 노동조합의 업무방해 사건은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불거지며 관심사로 떠올랐다. 헌재가 이 사건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법원행정처가 대응책을 마련한 사실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 밝혀졌다. 노조가 특근 등 연장·휴일근로를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다. 청와대 100m 이내 집회 금지에 대한 헌법소원은 앞서 결정된 유사한 사건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 헌재는 외교기관, 국회, 총리공관, 법원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서는 이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헌법률 심판사건에는 일명 ‘군 동성애 사건’으로 불리는 군대 내 성추행 형사처벌 사건이 눈에 띈다. 헌법 재판관으로 지명된 이석태 변호사가 대리인 단장을 맡았다. 군형법은 항문성교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군대 밖에서 동성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육군 대위도 이 법 조항을 근거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1년 결정에서 근소한 차이(5대4)로 합헌 결정이 난 데다, 이 변호사가 재판관으로 합류하면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이성 군인 간 항문성교까지 처벌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조항은 헌재의 8번째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메일 계정으로 4건의 이적표현물 문서파일을 전송받은 뒤 또 다른 사람에게 전송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이석태 변호사가 민변 회장 시절부터 국가보안법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해 왔고, 남북 간 화해 무드 등을 반영해 기존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의료인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사건도 있다. 네트워크 병원들은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보건복지부 등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제한할 수 있다고 맞선다. 헌재는 2016년 공개 변론을 열었지만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생활과 밀착한 사건들도 있다.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이 제기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사건은 2014년부터 4년째 심리 중이다. 전기요금 누진제 사건에 대해 위헌법률제청한 법원은 “전기요금은 조세적 성격을 갖고 있는데, 현행 전기사업법은 전기요금의 실질적 내용에 대해 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름마다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정부나 헌재 어느 곳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며 “헌재는 위헌 결정을 해야 하고, 정부도 생활 패턴에 맞게 누진제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사할린 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대일청구권협정 부작위 사건은 6년째 헌재에 계류돼 있다. 유사한 사건인 일본군 위안부 대일 배상청구권 관련 행정부작위 사건은 2011년 5년 심리 끝에 헌법에 반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불온(不·On)한 회의] 가상으로 본 ‘광화문 탱크’… 말로만 듣던 계엄령 공포 확 다가와

    [불온(不·On)한 회의] 가상으로 본 ‘광화문 탱크’… 말로만 듣던 계엄령 공포 확 다가와

    지난 ‘불온한 회의’는 기무사 계엄 문건 이슈가 어렵더라도 소홀하면 안 된다는 의견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후에 이 이슈는 더 뜨겁게 불타올랐습니다. 계엄 문건으로 시작한 이번 회의는 안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성소수자’와 ‘막말’ 이슈를 거쳐 ‘혐오’까지 가 닿았습니다. 그야말로 ‘다이내믹 코리아’입니다. 온라인뉴스부 기자들의 오프라인 회의에서 한 주의 이슈를 만나보세요.●익숙한 ‘계엄령’…‘사법농단’ 보다 관심 집중 부장: 결국 기무사 계엄 문건의 파장은 기무사 해편으로 옮겨갔군. 세진: 초반에 ‘박근혜 정부 때 위수령을 선포해 촛불집회를 진압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보다 훨씬 관심이 높았죠. 계엄령이 한국 현대사에서 익숙한 단어인데다, 문건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쿠데타에 가까운 내용이 나오면서 관심도가 집중된 듯합니다. 혜진: 한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에서 컴퓨터그래픽으로 전차와 탱크가 광화문과 여의도에 진입하는 모습을 가상으로 보여줬어요. 확실히 계엄령에 대한 공포가 확 다가왔죠. 유민: 사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논란도 언론에서는 중요한 이슈로 삼지만, 일반 대중의 체감도는 낮아요. “양승태가 누군데?”라는 말이 나오기 일쑤죠. 하지만 기무사에 대한 기사는 조회수가 1만~3만이 거뜬히 나올 정도로 뜨거워요. 아마도 ‘어느 순간 내 눈앞에 탱크가 나타났을 수 있다’는 아찔함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광화문 촛불집회에 모인 연인원이 1000만명 이상이었잖아요. 경근: 탄핵 정국 때 국회 출입을 했는데, 정치권이나 기자들 사이에서 쿠데타를 입에 올리면서도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라는 말로 유야무야 넘어갔어요. 또 “요즘 사병들은 쿠데타 지시 내려오면 카톡으로 엄마한테 다 알려줄 거다.” 이런 농도 했고요. 그런데 ‘계엄 문건’에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의결을 못하게 하도록 의원들을 회유하는 방법과 과거 ‘보도지침’처럼 언론을 검열하는 방안이 있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우리도 모르게 ‘엄혹한 시대’에 있었던 거죠. 유민: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를 ‘해편’하고 개혁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국민의 분노는 ‘기무사 해체’로 향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거죠.진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기무사의 전신인 육군 보안사령관 역임)의 사진을 기무사에 걸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어요. “기무사를 해체·재편한다고 해놓고 김재규 사진을 건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재규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와 별개로 말이죠. 유민: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는 간첩 색출, 군내 쿠데타 방지 등의 역할을 위한 조직이죠. 군부독재 당시는 몰라도, 지금 과연 군 정보기관과 별도로 그런 조직이 필요할까요. 대통령은 5년마다 바뀌는데 그런 무소불위 권력의 기무사는 그대로니까 적폐는 쌓이고. 세진: 개혁론이 나온 배경을 따져보면 해체가 능사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무사의 위법행위가 드러났고, 자행해온 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거니까요. 부장: 청와대가 세부계획을 직접 공개하면서 개혁론에 드라이브가 걸린 거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더군. 세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했어야 하는 문건이 맞아요. 국민들을 위협하는 수준의 세부계획이었잖아요.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 배포로 처리하면, 보수·진보 언론사 이해에 따라 내용이 왜곡될 수 있으니까 생중계 브리핑이라는 형식을 취했을 거라고 봅니다. 혜진: 위수령·계엄령 문건을 여당 의원이나 군인권센터 등에서 공개했을 경우 출처와 의도를 문제 삼는 세력들이 있었어요. 문 대통령이 기무사에 ‘계엄 문건을 모두 제출하라’고 지시(7월 16일)하고, 청와대 차원에서 직접 검토하고 발표한 건 그런 우려를 차단하려는 취지로 읽힙니다. 유민: 언론사 입맛에 따라 해석하고, 그게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면, 일정 부분 언론의 문제도 있는 거군요. 진호: 하지만 결국 자유한국당은 이 일로 송영무 국방장관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등을 검찰에 고발했죠. 문제는 이런 건 물타기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정윤회 문건·국정농단 때도 폭로자 자질 공격 부장: 한국당의 국면 전환 방식이다? 진호: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계엄령 문건’을 폭로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했습니다. 성소수자인 임 소장이 군 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말은, 막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문제는 이것이 정치권이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거예요. 2014년 말 ‘정윤회 문건’이나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 때도 당시 문건을 공개하거나 수사 의뢰를 한 당사자들의 자질을 공격하면서 ‘기밀 유출’을 문제 삼으면서 본질을 흐렸죠. 세진: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계엄령 세부계획엔 계엄령 선포 뒤 국회가 해제 표결하는 걸 막기 위해 당시 집권 여당(현 한국당)을 동원하는 방법이 언급돼요. 계엄령 공모 의혹까지 제기되는 한국당으로서는 프레임을 바꾸려는 시도가 필요했을 겁니다.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국민의 주의를 돌릴 수 있는 소재로 생각했다면, 더욱 질 나쁜 발언이 되는 거죠.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 아래 무릎 꿇고 사죄까지 해놓고, 전혀 변하지 않았던 걸 증명했죠. 혜진: 정치인들의 막말은 의도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가지 않나요. 누가 들어도 납득 안 되는 내용들인데 자극적으로 이야기하면 언론들이 보도해주고, 언론들도 기사 조회수가 높으니까 앞다퉈 다루는 게 사실입니다. 경근: 홍 전 대표를 취재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행동 하나하나가 기삿거리였죠. 기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하면 “그 회사도 우리 당 출입하느냐”, “그런 질문은 다시 안 받는다”, 심지어 “앞으로 ‘넌’ 질문하지 마라”는 식으로 면박을 줘요. 막내 기자들과도 바득바득 싸워서 다 이기려 드니, 한때 ‘홍준표 마크맨’은 극한직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죠. 문제는 그렇게 몇 번 당한 기자들은 아예 질문을 안 하게 된다는 거죠. 진호: 반면 김 원내대표는 ‘의도가 있는 발언’으로 보여요. 군 개혁이 빠르게 진행되는데 불만 있는 세력을 한국당으로 모으기 위해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군대 안 간 사람이 군 개혁 주도한다’는 발언을 던진 게 아닐까요. 인터넷상에서 침묵하는 특정 계층을 대변하면서 비판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소위 ‘장사가 된다’라고 생각한 것 아닌가요.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성소수자 공격은 한국당의 새로운 지지 세력 결집 전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다음엔 페미니즘 등 젠더 이슈 다뤄보자 혜진: 지난 대선 후보 토론회 때 홍준표 당시 한국당 후보가 군 동성애 관련 질문을 하면서 애매하게 ‘동성애 찬반’으로 엮어갔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동성애 반대’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그 자리에서 “동성애는 찬반 문제가 아니고, 성소수자는 인권 문제”라고 정리했고요. 이 논쟁의 반향은 꽤 컸습니다. 이때 보수 쪽에선 성소수자 문제가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는 수단이 된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유민: 일부 사람들은 소수자에 대해 편견을 갖고 혐오를 표현하는 데서 자신이 기득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죠. 소수자들을 약자화하고 자극적인 발언으로 공격한 것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접하게 되면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기 마련입니다. 특히 정치인이 이런 혐오에 앞장서면 파급력이 크고요. 페미니스트 문제도 여러 논의 지점들이 있지만, 소수자 낙인찍기 측면이 분명 있다고 봐요. 부장: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불온한 회의’에서는 성소수자와 페미니즘 등 젠더 문제를 이슈로 다뤄봅시다. 정리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나토 정상회의 영부인 단체사진 속 남성은 누구?

    나토 정상회의 영부인 단체사진 속 남성은 누구?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11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렸다. 나토는 유럽과 북미 지역 안보를 담당하는 군사동맹으로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프랑스, 영국 등 총 29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29개국 정상이 모여 방위비 분담 등의 의제를 놓고 논의를 하고, 때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각국 정상들과 동행한 영부인들이 있다. 이들은 나토 정상회의 만찬을 앞두고 여느 때처럼 단체 사진 촬영을 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정상들과 동행한 배우자는 프랑스, 미국, 터키 등 모두 11명이다. 대부분 여성인 무리 속에서 눈에 띄는 남성이 1명 있다.그는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의 동성 남편인 고티에르 데스테네이. 자비에르 총리는 룩셈부르크가 동성 부부에 대한 권리를 완전히 인정하는 법을 제정한 뒤 최초의 법적 동성 부부가 됐다. 변호사 출신인 베텔 총리는 2010년 데스테네이와 ‘민법상 부부’ 권리는 이미 인정받았고, 다음해인 2011년에 룩셈부르크 시장에 당선돼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동안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데스테네이는 벨기에 출신 건축가로 종종 공식 외교 행사에 총리 배우자 자격으로 참석해 왔다. 지난해에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도 참석했는데 미국 백악관이 브뤼셀 왕궁에서 찍은 영부인 단체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데스테네이만 사진 설명에서 빠뜨리면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피플 인 월드] ‘균형추’ 케네디 대법관 퇴임…美 대법원, 보수로 더 기우나

    [피플 인 월드] ‘균형추’ 케네디 대법관 퇴임…美 대법원, 보수로 더 기우나

    후임에 보수 성향 지명 가능성 캐버너·그루엔더·하디먼 거론미국 연방대법원에서 30년 가까이 ‘균형추’ 역할을 해온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7월 말 퇴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케네디 대법관 후임에 보수 성향이 강한 대법관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 대법원 색채가 더욱 보수 쪽으로 기울 것으로 전망된다. 케네디 대법관은 2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다음 달 31일부로 퇴임한다고 밝혔다. 미 연방대법관은 모두 9명으로, 종신 임기를 보장 받는다. 그러나 올해 81세를 맞은 케네디 대법관은 고령 탓에 퇴임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됐다. 1988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연방대법관에 임명된 케네디 대법관은 재임 기간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며 대법원 내 진보와 보수 간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퇴임하면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새뮤얼 앨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닐 고서치 대법관 등 4명과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스티븐 브라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 등 4명이 일시적인 균형을 이루게 된다. 그동안 케네디 대법관은 보수와 진보를 오가는 판결을 했다. 2015년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한 ‘오버지펠 대 호지스’ 판결에서 그는 “원고는 법의 눈앞에 동등한 존엄성을 요구하고 있다. 헌법은 그들에게 그럴 권리를 부여한다”는 문구를 남겨 미 전역의 동성애자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또 2013년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대한 정부 보조금에 합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민·낙태와 관련해서는 보수 성향을 드러냈다. 지난 26일 이슬람권 5개국 국민의 미 입국을 제한하는 내용의 반(反)이민 행정명령 위헌 소송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 편에 섰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를 두고 ‘소신파’ 케네디 대법관이 트럼프 정부의 편을 들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해석했다. 또 연방대법원이 같은 날 낙태 반대 기관도 임신부들에게 낙태 시술 절차를 안내하도록 한 캘리포니아주 법률에 위헌 판결을 내린 것도 케네디 대법관이 보수 세력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월 초 신임 대법관 후보 인선을 마무리하면 연방대법원은 확실히 보수로 기울어질 전망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케네디 대법관 후임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인물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너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 레이먼드 그루엔더 미주리 순회항소법원 판사, 토머스 하디먼 펜실베이니아 순회항소법원 판사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LGBT 축구팬들의 러시아월드컵 즐길 권리 빼앗긴 사연

    LGBT 축구팬들의 러시아월드컵 즐길 권리 빼앗긴 사연

    러시아월드컵 기간 성적소수자(LGBT) 축구팬들에게 안전한 쉼터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기관이 건물에서 쫓겨났다. 유럽에서의 차별에 반대하는 국제축구 네트워크(FARE)란 단체가 운영하는 다양성 하우스(Diversity House)가 LGBT와 소수민족 축구팬들이 러시아월드컵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놓겠다고 약속했으나 월드컵 개막 하루 전인 지난 13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건물에서 임대주로부터 일방적으로 임대 계약을 파기당했다고 영국 BBC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한 활동가는 “아주 무례하게 건물을 떠나달라고 요구했고 전원을 차단해버렸다. 그들은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아라 포와르 FARE 국장은 “인권에 관한 논쟁을 러시아에서는 막강한 권력을 쥔 보수 정치세력이 틀어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일종의 정치적 공격”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는 나아가 러시아에서 인권운동을 펼쳐온 여러 단체들이 합법이라는 미명 아래 문을 닫거나 압력을 받는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상트 도심의 새 건물들을 물색해 지난 16일 새로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동성애를 혐오하는 행위는 이미 1993년부터 러시아에서 금지됐으나 그것과 관계 없이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넘쳐난다. 5년 전 러시아 최고의회(두마)는 전통적이지 않은 성관계를 선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FARE와 함께 협력하고 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당국과도 접촉해 해결책을 찾고 있으며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현재 모스크바에 있는 다양성 하우스는 운영 중이며 마찬가지로 축구전시회, 월드컵 경기 시청, 토론, 러시아 서포터나 주민들과의 만남 등을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김문수 “동성애 인정하면 에이즈·출산은 어쩌냐”…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서 성소수자 차별 발언

    김문수 “동성애 인정하면 에이즈·출산은 어쩌냐”…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서 성소수자 차별 발언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TV토론회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발언을 했다가 김종민 정의당 후보에게 역공격을 당했다. 김문수 후보는 30일 KBS가 주최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동반자관계를 증명하는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김종민 후보의 공약과 관련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동성애 퀴어축제처럼 동성애 인증제도가 되는 것 아니냐”면서 “동성애가 인정되면 에이즈와 출산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민 후보는 “인권을 저버리는 김문수 후보의 혐오발언이 굉장히 유감스럽다”면서 “그런 얘기를 끊임 없이 하시니 ‘올드보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종민 후보는 “에이즈와 동성애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확인됐고 마찬가지로 출산과도 관계가 없다”면서 “존재는 찬반의 문제가 될 수 없으며 인권은 프랑스 혁명 이후 천부인권으로 누구나 존귀하게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김문수 후보는 이런 지적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허허”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김종민 후보는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고 그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시 동반자 관계 증명 조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노인과 동거, 장애인 등의 공동체, 비혼, 동성 가정 등이 수술동의서 서명과 간병, 공공임대주택 분양, 사회보험 및 조세 혜택, 경조사 휴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성소수자 축제인 퀴어축제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7년 적폐로 지목하면서 시장이 되면 반드시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포스트 카스트로’ 쿠바 국회 경제 개방 확대 법 개정 추진

    59년 만에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를 연 쿠바가 경제 개혁과 개방을 위해 헌법 개정을 추진한다. 쿠바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권력회(이하 인민권력회)는 다음달 2일 특별회의를 열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헌법 개정 초안을 마련할 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라고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 등 국영 매체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헌법 개정안에 담길 구체적 조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경제적 개방 확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지난달 19일 민간인 미겔 디아스카넬(58)에게 권력을 넘기고 사임한 라울 카스트로(86) 국가평의회 의장은 2011년부터 통제된 중앙 계획경제를 소규모 민간 사업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개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경제개혁 모델을 도입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경제 활성화를 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태동 단계에 있는 국내 민간 경제 분야를 활성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더 촉진할 방침이라고 그란마는 전했다. 다만 공산당 고위 인사들은 사회주의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공산당 중심 체제와 같은 핵심가치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카스트로 전 의장은 의장직을 사임하면서 “개혁이 쿠바 사회주의 근간은 수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021년까지 공산당 서기직은 유지한다. 동성애 권리도 확대될 전망이다. 현행 헌법은 남성과 여성의 결혼만 허용하고 있다. 인민권력회는 통상 1년에 한 차례 이틀간 회기를 열어 연설을 경청하고 각종 법안을 의결한다. 605명의 의원은 회기를 제외한 기간에는 다른 일에 종사하며 급여를 받는다. 헌법 개정안은 최종적으로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아일랜드 국민투표로 35년 만에 낙태 허용

    아일랜드 국민투표로 35년 만에 낙태 허용

    임신 12주내 중절 수술 가능 정부, 하원에 입법안 제출키로‘가톨릭 국가’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35년 만에 낙태금지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국민투표로 2015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데 이어 유럽에서 가장 엄격했던 낙태 금지 헌법 조항까지 폐지하면서 아일랜드는 가톨릭 교회와의 관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아일랜드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낙태 허용을 위한 헌법 개정 여부를 놓고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찬성표가 66.4% 반대표가 33.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40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이번 국민투표에 전체 336만명의 아일랜드 유권자 가운데 64.1%가 참가했다. 이로써 아일랜드는 예외가 거의 없는 낙태 금지를 규정한 1983년 수정 헌법 제8조를 35년 만에 폐지하게 됐다. 태어나지 않은 생명의 권리를 인정하는 이 조항 때문에 아일랜드에서 태아는 동등한 생명권을 가지고 있으며,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해 임신했을 때도 반드시 출산해야만 한다. 낙태를 하면 최대 14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아일랜드는 2013년 낙태 완전 금지에서 벗어나 임신부의 생명에 위험이 있을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해마다 아일랜드 여성 수천명이 이웃나라 영국을 찾아 낙태 수술을 받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1983년 이후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해 국경을 넘은 여성은 약 1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번 투표 결과를 토대로 하원에 입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입법안은 임신 12주 이내 중절 수술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고, 12~24주 사이에는 태아 기형이나 임신부의 건강 또는 삶에 중대한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중절 수술을 시행하기 전 사흘간의 시간을 두고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계획이다. 의료진의 개인적 신념 등과 배치될 경우 다른 의사에게 환자를 맡길 수 있다. 리오 버라드커 총리는 투표 결과에 대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아일랜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용한 혁명의 정점”이라며 “민주주의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권리 행사”라고 밝혔다. 인도계 의사 출신 버라드커 총리는 2015년 동성 결혼 합법화 국민투표를 앞두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으며, 지난해 총리 선출 당시 낙태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낙태 합법화가 결정되면서 동성애와 낙태까지 허용한 아일랜드의 가톨릭 교회는 중대한 위기와 변화의 순간에 놓이게 됐다. 아일랜드 사회도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대표적인 ‘낙태 금지국’ 아일랜드, 35년 만에 개혁 ‘성큼’

    대표적인 ‘낙태 금지국’ 아일랜드, 35년 만에 개혁 ‘성큼’

    엄격한 낙태 금지를 유지해 온 대표적인 카톨릭 국가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 허용에 한발짝 가까워졌다.영국 가디언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낙태 허용을 위한 헌법 개정 관련 국민투표에서 찬성표가 66.4%, 반대표가 33.6%로 집계됐다고 26일 보도했다. 40개 선거구에서 치른 이번 국민투표에 전체 336만명의 아일랜드 유권자 중 64.1%가 투표에 참가했다. 이번 투표의 핵심은 예외가 거의 없는 낙태금지를 규정한 1983년 수정 헌법 제8조의 폐지 여부다. 이 조항은 ‘태어나지 않은 생명의 권리’를 인정하는 법의 ‘목적’ 때문에 아일랜드에서 태아는 동등한 생명권을 가지고 있으며,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해 임신했더라도 반드시 출산해야만 한다. 예외상황이 아닌데 낙태를 하면 최대 14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후 아일랜드는 2013년 낙태 완전 금지에서 벗어나 임신부의 생명에 위험이 있을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수정 헌법이 발효된 이후 약 17만 명의 임신부가 영국 등에서 ‘원정 낙태’를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낙태 금지 헌법 조항 폐기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온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투표 결과가 사실상 낙태 허용 찬성 쪽으로 기울자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아일랜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용한 혁명의 정점”이라며 “민주주의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권리행사”라고 밝혔다. 인도인 부친과 아일랜드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바라드카르 총리는 2015년 아일랜드의 동성 결혼 합법화 국민투표를 앞두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바 있다. 의사 출신으로서 지난해 총리 선출 당시 2018년 낙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약속했다.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정부는 하원에 입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입법안은 임신 12주 이내 중절 수술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고, 12∼24주 사이에는 태아 기형이나 임신부에 건강 또는 삶에 중대한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일랜드에서 낙태 폐지 여론이 거세진 계기는 2012년 한 임신부의 사망 사건이다. 사비타 할라파나바르는 심각한 합병증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었지만 병원에서 낙태 수술을 번번이 거부당했다. 이후 그는 다른 질병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가 임신 17주 만에 패혈 유산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임산부를 진단한 의사들은 출산 시 산모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낙태 수술 이후 발생할 책임 소재가 두려워 현실을 외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그들에게 가족은 ‘내 편’이다

    그들에게 가족은 ‘내 편’이다

    같은 성을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프레데리크 마르텔 지음/전혜영 옮김/글항아리/632쪽/2만 5000원 신가족의 탄생/친구사이+가구넷 지음/시대의 창/272쪽/1만 6800원“미국에서 게이로 사는 게 두렵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길거리를 걸어도 아무도 해코지를 하는 일이 없는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희망은 증오보다 강하며 사랑은 무시와 욕설보다 힘이 셉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동성애자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캠페인’의 한 행사에서 한 말이다. ‘게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쓴 미국 대통령으로도 꼽힌 오바마는 ‘이류 시민’으로 취급받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의 적극적인 행보에 힘입어 미국은 2015년 동성애자 결혼을 합법화했다.세상은 점점 바뀌고 있다. 진보적인 정부와 민간 시민단체들이 동성애자 인권 개선을 위해 힘을 모은 덕분이다. 성소수자들은 과거와 달리 자신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자연스럽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프레데리크 마르텔이 전 세계 50여개국 성소수자 600여명을 만나 취재하며 쓴 책 ‘같은 성을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에 따르면 ‘게이스러움’은 전 세계 곳곳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물론 성소수자를 여전히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범죄자’,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는 방탕한 사람’, ‘에이즈의 주범’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이란에서는 2015년 한 해에만 980여명의 동성애자가 사형을 선고받아 희생됐고,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이 정부의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세계 성소수자들이 퀴어 영화 페스티벌, 게이 퍼레이드 등 각종 연대 모임과 캠페인 활동을 이어 가는 이유는 “혼자 꾸는 꿈은 그냥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다. 저자는 각 나라가 동성애자 이슈에 대응하는 자세야말로 “그 나라의 민주주의와 근대적 진보를 가늠케 하는 좋은 척도”라며 “(이를 통해) 그 나라 국민의 의식 변화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의식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한국 연예인 최초로 커밍아웃한 홍석천씨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는 가족 중심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자손을 남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그래서 결혼도 할 수 없고, 아이도 낳을 수 없는 동성애야말로 가족의 계보를 단절시키는 행위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핏줄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우리 사회의 통념을 깨는 ‘새로운 가족’은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책 ‘신가족의 탄생’에 등장하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커플,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함께 사는 공동체 ‘성북마을무지개’ 등 10개의 특별한 성소수자 가족공동체는 가족 너머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이들이 정의하는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라 ‘항상 집에 가면 있는 내 편’,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적을 이루는 관계’다. 2016년 스위스에서 동성 파트너십 등록을 하고 같은 해 7월 서울에서도 결혼식을 올린 플플달 제이와 크리스 커플, 법적으로 서로의 보호자임을 증명할 수 없지만 15년 세월을 함께한 승정과 정남 등 다양한 성소수자 커플들이 바라는 건 간단하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누구든 서로의 가족이 돼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이 사회가 공감하는 것. 물론 각기 다른 이유로 이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을 터다. 하지만 이 커플들을 인터뷰한 크리스가 책의 말미에 남긴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이다. 우리는 가시화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는 일과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쿠바 혁명 2세대’ 전면에… 라울은 ‘그림자 정치’

    ‘쿠바 혁명 2세대’ 전면에… 라울은 ‘그림자 정치’

    쿠바에서 ‘포스트 혁명’ 세대의 집권이 시작됐다. 쿠바는 18일(현지시간) 미겔 디아스카넬(58) 수석 부의장을 국가평의회 새 의장으로 선출하면서 ‘포스트 혁명’ 세대로 정권을 이양했다. 디아스카넬은 이미 라울 카스트로(86) 전 의장의 지지를 얻으면서 차기로 지목받아 왔다. 그러나 라울 카스트로가 공산당 서기직을 2021년까지 유지할 예정이어서 디아스카넬의 ‘홀로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중국의 덩샤오핑 전 중앙군사위 주석처럼 쿠바에서도 ‘상왕’ 카스트로가 그의 제자(디아스카넬) 뒤에서 개혁개방을 가속화할지도 주목된다.이날 수도 아바나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가 평의회의 투표는 의례적인 절차였다. 2008년부터 집권한 라울의 전임자는 1959년 혁명 정부를 세우고 50년간 통치하다 2016년 사망한 다섯 살 위의 형 피델 카스트로다. 디아스카넬은 쿠바의 ‘포스트 혁명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그는 카스트로 형제가 풀헨시오 바티스타 친미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이듬해에 태어났다.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교사로 재직했다가 1994년 비야 클라라주 공산당 지방위원회 제1서기장으로 선출되면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고등교육 장관, 포스트 혁명 세대 첫 국가평의회 부의장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그는 혁명 초기 쿠바에서 금지됐던 로큰롤 음악을 즐기고 비틀스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쿠바의 인터넷 환경 개선 추진, 동성애자 권리 옹호 등 각종 정책에서도 기존 지도부보다 개방적이다. 그러나 디아스카넬 의장은 한동안 ‘카스트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울이 2021년 예정된 차기 공산당 총회 때까지 공산당 최고지도자인 제1서기로 남을 예정이어서다. 라울은 당과 군대의 수장을 계속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울의 행보는 덩 전 주석을 연상케 한다. 덩 전 주석은 1992년 장쩌민에게 주석 자리를 물려주고 실권은 쥔 채로 뒤로 물러나 있다가 1997년 사망했다. 라울은 피델을 사회주의로 인도한 장본인으로 형보다 더 강한 사회주의자였지만 2008년 국가평의회 의장 취임식 날 국유산업의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개혁 개방을 선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라울은 덩 전 주석이 그랬던 것처럼, 죽을 때까지 어마어마한 ‘비공식적 파워’를 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AFP통신은 “라울의 비공식적 통치는 안정된 과도기를 보장하고, 그의 제자(디아스카넬)를 지켜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전했다. 쿠바의 새 정부에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는 경제 재건이다. 실용주의 노선을 취했던 라울 전 의장은 쿠바 경제를 작은 민간기업 위주로 전환하는 동시에 외국인 투자 개방 정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인구 1120만명 중 자영업자의 수는 10년 전 15만명에서 현재 58만명으로 늘어났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도 호전되면서 2015년 국교 정상화를 맺는 등 쿠바 경제에 장밋빛 전망이 드리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또 동맹국이자 중요 교역국인 베네수엘라에서 정치적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쿠바 경제도 영향을 받아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낮아졌다. 2017년에는 그마나 관광업 덕분에 1.6% 성장했지만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고, 무역 구조도 베네수엘라, 중국, 캐나다, 스페인 등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어 재정이 취약하다.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를 향한 정치적 관점을 바꾸지 않는 한 새 정권에서도 쿠바의 큰 변화를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윌리엄 레오그랜드 아메리칸대학 정치학 교수는 “만약 라울의 후계자가 개혁을 계속한다면, 그는 중국을 실패한 중앙 계획에서 사회주의 시장으로 변모시킨 덩샤오핑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라울은 자신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제를 바꾸지 못한 그저 한 명의 개혁 공산주의자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수염난 여가수’ 콘치타 부르스트, HIV 양성 보균 고백

    ‘수염난 여가수’ 콘치타 부르스트, HIV 양성 보균 고백

    일명 ‘수염난 여가수’라는 수식어로 더 유명한 오스트리아 가수 콘치타 부르스트가 자신이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보균자라고 고백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를 말한다. 콘치타 부르스트는 수염을 길렀지만 여장을 빼놓지 않는 성전환 가수다. 2014 유로비전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면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각인됐고, 이후 내놓는 신곡마다 눈에 띄는 외모와 목소리, 노래로 주목을 받아왔다. 2014년에는 뉴욕에서 당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만나 동성애나 인종, 성적지향에 대한 혐오를 없애자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그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몇 년 동안 HIV 양성 보균자로 지냈다. 사실 이것은 대중과는 매우 무관한 일이었지만, 나의 전 남자친구가 이러한 사적 사실을 대중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왔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 누구에게도 나를 위협하거나 내 삶에 영향을 미칠 권리를 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가 SNS에 남긴 내용에 따르면, HIV 양성 진단을 받은 뒤 현재까지 치료를 이어가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보균자로서 이를 타인에게 전염시킨 적도 없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부르스트는 “나를 지지해준 친구들은 꽤 많은 시간동안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매우 ‘공정’하게 이 사실을 대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성적인 접촉과 관계된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이러한 내용의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콘테스트에 우승한 뒤 유럽 전역을 사로잡고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그녀는 “나의 고백을 통해 HIV에 감염된 사람이나 이를 스스로 고백하는 사람들에 대한 낙인을 줄이고, 이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 위해 나의 HIV 사실을 알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건강상태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매우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매우 잘 해내고 있고, 매우 강해지고 있다. 날 지지해주는 팬들께 매우 감사하다"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화석연료 경고, 화석연료로 분신 …뉴욕 환경보호운동 변호사

    화석연료 경고, 화석연료로 분신 …뉴욕 환경보호운동 변호사

    화석연료 등에 따른 지구 황폐화 경고…몸에 불붙여 분신미국에서 동성애 권익 옹호와 환경보호 운동을 해오던 유명 변호사가 화석연료 등에 따른 지구 황폐화를 경고하며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데이비드 버켈(60) 변호사는 전날 뉴욕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공원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사망했으며 지나가던 행인들에 의해 발견됐다. 사건 현장의 쇼핑카트에서는 버켈의 유서가 발견됐으며, 그는 분신 직전 같은 내용의 유서를 NYT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도 이메일을 통해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버켈은 유서에서 “오염이 우리의 지구를 황폐화하고 있다”면서 “지구상 대부분의 인간은 지금 화석연료로 인해 건강에 해로운 공기를 마시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그 결과로 일찍 죽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켈은 그러면서 “내가 화석연료를 이용해 조기에 생을 마감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하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화석연료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화석연료를 이용해 분신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의 죽음이 영예롭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버켈은 1993년 네브래스카주에서 남성들에게 성폭행 후 살해당한 ‘브랜던 티나 사건’의 수석변호사로 활동하며 동성애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렸으며,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Boys Don‘t Cry)가 1999년 제작돼 티나 역을 맡았던 힐러리 스왱크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버켈은 성적소수자(LGBT) 권리 옹호단체인 ’람다 리걸‘에서 동성결혼 프로젝트 담당자 겸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람다 리걸‘을 떠난 이후에는 환경운동에 몸담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 새달 ‘낙태 금지’ 폐지 국민투표 왜?

    [글로벌 인사이트]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 새달 ‘낙태 금지’ 폐지 국민투표 왜?

    #1. “미안하지만 이곳은 가톨릭 국가입니다. 태아의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사는 38살 클레어는 결혼 10년 만인 2017년 간절히 바라던 아기를 가졌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태아의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유산될 확률이 높고, 낳는다 하더라도 아기가 바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클레어 부부는 낙태 수술을 받길 원했지만 병원은 매번 거절했다. 아일랜드에선 산모의 목숨에 이상이 없는 한 낙태를 금지한다. 이 외의 경우 낙태를 하면 최대 징역 14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클레어는 9달이 지나 결국 아기를 사산했다. 이후 그는 몇 달째 심각한 우울 증세를 보여 심리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2. 지난달 19일 아일랜드의 12살 여중생이 영국에서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아일랜드에서는 낙태 찬반 논쟁이 더욱 들끓었다. 뱃속 아이의 생물학적 친부는 15세 소년이었다. 소녀는 소년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지만, 이런 경우조차 아일랜드에서 낙태는 허용되지 않았다. 아일랜드에서는 남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17세 미만일 경우 성관계를 맺는 것이 불법이다. 명확한 아동학대로 미성년이 임신했더라도 낙태가 어렵다.●역사적인 낙태 찬반 투표 유럽 국가들 중 거의 유일하게 강간 피해자에 대한 낙태도 금할 만큼 철통 같은 반(反)낙태 기조를 유지해 온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가 ‘낙태 찬반’에 대한 역사적인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8일 아일랜드 정부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낙태 관련 국민투표에 관한 내용을 규정한 법안을 마련했다. 예상대로 절차가 진행되면 국민투표는 오는 5월 25일 치러질 전망이다.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는 “아일랜드 내에서 낙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이는 안전하지 않고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불법인 상황”이라며 “우리 문제는 수출하고 해법은 수입하는 상황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유권자들은 예외가 거의 없는 낙태 금지를 규정한 1983년 수정 헌법 제8조의 폐지 여부를 놓고 투표하게 된다. ‘태어나지 않은 생명의 권리’를 인정하는 이 조항 때문에 아일랜드에서 태아는 동등한 생명권을 가지고 있으며,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해 임신했을 때에도 반드시 출산해야만 한다. 이런 법률 탓에 해마다 아일랜드 여성 수천명이 이웃나라 영국을 찾아 낙태 수술을 받는다. 낙태율은 15~44세 여성 1000명당 4.5명이다. BBC 방송에 따르면 2016년에만 아일랜드 여성 3256명이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해 영국으로 출국했다. 1983년 이후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해 국경을 넘은 여성은 약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로 낙태 수술을 받으러 갈 비용이 없는 여성들은 의사의 처방 없이 낙태약을 복용하다 부작용을 겪거나 목숨을 위협받기도 한다. 낙태 약을 잘못 복용해 숨진 여성은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투표에서 낙태 금지 조항 폐지가 결정되면 아일랜드 정부는 임신 초기 12주 동안에는 아무런 제약 없이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을 입법화할 예정이다. ●병원 낙태 거부로 임신 17주 산모 사망 아일랜드에서 낙태 폐지 여론이 거세진 계기는 2012년 한 임신부의 사망 사건이다. 사비타 할라파나바르는 심각한 합병증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었지만 병원에서 낙태 수술을 번번이 거부당했다. 이후 허리 통증으로 골웨이대학병원에 입원한 그는 임신 17주 만에 패혈 유산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조사 결과 할라파나바르를 진단한 의사들은 출산 시 산모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낙태 수술 이후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확실한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 변화에 직면한 아일랜드 가톨릭 할라파나바르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그해 전국에서 대대적인 낙태 허용 시위가 벌어졌다. 여성 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은 “수정 헌법 8조 아래 임산부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며 관련 법 개정을 요구했다. 전조현상은 2015년 5월 동성애 결혼 찬반 국민투표였다. 세계 최초로 실시된 동성애 결혼 합법화 국민투표에서 아일랜드 국민의 62%가 찬성표를 던졌다. 낙태뿐만 아니라 동성애도 엄격하게 금지하는 가톨릭 교리가 깨진 것이다. 이어 지난해 바라드카르 총리가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인도계 바라드카르 총리는 2015년 동성애 찬반 국민투표를 앞두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혀 아일랜드를 놀라게 한 인물이다. 2011년 이후 교통·보건·사회보호 등의 장관직을 두루 거치며 일찌감치 차기 총리감으로 지목됐던 그는 당시 “내가 인도계 정치인, 의사 출신 정치인, 게이 정치인이라는 것이 나를 정의하는 게 아니다. 이것들은 단지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는 일부분일 뿐”이라며 투표를 앞둔 국민을 설득했다. 투표 이후 아일랜드에서는 낙태가 전면적으로 허용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3분의2는 낙태 허용에 찬성하고 있어서다.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아일랜드 정부의 결정에 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는 “여성과 소녀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위대한 발걸음”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아일랜드 가톨릭은 “굉장히 신중히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성경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이라 할지라도 동등한 성스러움을 가진다고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투표 이후 낙태가 합법화로 결정되면 동성애와 낙태까지 허용한 아일랜드의 가톨릭 교회는 중대한 위기와 변화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BBC는 “아일랜드와 가톨릭은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였지만, 2010년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 수장인 숀 브래디 추기경이 과거 한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실에 대해 침묵해 줄 것을 어린이들에게 약속하도록 강요한 일이 폭로된 이후 멀어졌다”면서 “이번 투표는 아일랜드와 교회 관계 변화의 또 다른 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낙태수술이 가능한 나라는 25개국이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라트비아, 프랑스 등 7개국은 의사와 상담한 후 2~8일간의 숙려기간을 거친다. 이 외 18개국은 별도의 제한 없이 본인 요청에 의한 낙태가 가능하다. 단통상적으로 12주 미만 태아의 낙태만이 허용된다. 아이슬란드, 영국, 일본, 폴란드 등 4개국은 ‘사회 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가 허용된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뉴질랜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칠레, 폴란드 등 6개국은 사회 경제적 사유에는 낙태가 불가능하다. 엘살바도르, 몰타, 바티칸시국 등의 경우 근친상간, 강간에 의한 임신, 임신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에도 낙태가 금지된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혐오를 혐오하자] 일상화한 혐오표현에 무딘 사회

    [혐오를 혐오하자] 일상화한 혐오표현에 무딘 사회

    혐오를 혐오하자 [2] 일상화한 혐오표현에 무딘 사회 최근 여자 연예인들을 향한 ‘페미니스트 공격’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한 연예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GIRLS CAN DO ANYTHING’(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이라는 글이 적힌 스마트폰 케이스가 보이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자 일부 팬들이 그 글은 ‘페미니스트를 대변하는 문구’라면서 비난을 쏟아냈다. 이후 사진은 삭제됐다. 얼마 전에는 또 다른 연예인이 휴가 중에 책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일부 팬들이 인신공격성 ‘탈덕’(팬에서 탈퇴한다는 뜻) 인증샷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며 그를 공격했다. 결국 두 사람은 페미니즘을 남성을 향한 혐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혐오를 당했다.‘혐오’는 단순히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을 모욕하고, 차별하고, 그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행위 등을 망라한다. 심하게는 신체와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로 나타나기도 한다. 혐오는 차별이 존재하는 위계구조 안에서 발생한다.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상대방에게 수치심과 모욕감, 두려움을 주고 차별을 조장하는 말과 행동, 즉 혐오표현은 주로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 힘없는 ‘소수자’를 겨냥하고 있다. 여성혐오적 악성 댓글 등으로 여자 연예인들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 그들은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오랜 성차별 구조를 없애고,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려는 페미니즘을 남성혐오라고 낙인 찍는다. 하지만 실제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쪽은 주로 여성이다. 지금도 노동시장에서 저임금에 시달리고, 고용률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일을 하면서도 가사·육아노동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성폭력 등 강력범죄 피해를 수시로 겪는 쪽은 여성이다. 여전히 이 사회는 남성 중심적이고 남성 편의적이다. 일상적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여성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공동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2016년 기준)에 따르면 남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26.4%이지만 여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41.0%다. 또 남성 고용률은 71.1%인 반면 여성 고용률은 50.2%에 그쳐 있다. 여성 월평균 임금도 186만 9000원으로 남성 임금의 64.1% 수준에 불과하다. 또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살인·강도·방화·성폭력 등 강력범죄로 인한 여성 피해자는 2010년 2만 930명에서 2015년 2만 7940명으로 증가한 반면, 남성 피해자는 같은 기간에 4403명에서 3491명으로 줄었다. 특히 강력범죄 여성 피해자 중 성폭력 피해자의 비중은 2010년 85.3%에서 2015년 94.1%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공익 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류민희 변호사는 “남성인 어느 개인도 빈곤에 시달리고, 차별과 폭력 등 많은 불행을 겪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차별은 여성혐오의 역사적, 체계적, 제도적인 맥락에 견줄 수 있는 정도의 남성혐오가 직접적인 원인인 경우는 드물 것”이라면서 “남성혐오라는 단어도 실제 남성임을 이유로 차별을 겪은 사람들이 자주 사용했다기보다는 페미니즘을 악마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오용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 변호사는 “페미니즘은 배제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 정의 운동이다. 전통적인 남성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을 겪은 남성, 이를테면 출산휴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남성 등의 가장 큰 연대자는 사실 비슷한 차별을 겪었던 소수자, 그리고 페미니스트였다”고 강조했다. 점잖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혐오표현 ‘저는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유력 인사들이 자신은 성정체성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식으로 자주 사용하는 어법이다. 겉으로는 점잖은 표현 같다.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이런 어법 역시 당사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당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배제를 강화하는 해악을 초래한다. 이주영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하면서, 동성애라는 성적지향을 자신의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갖고 있는 사람을 동등한 존재로 인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이런 모순적인 말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통용되는 사회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존재 자체가 찬반의 대상이 됨으로써 성소수자들이 동등한 인격적 존재로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이 전문위원은 “사람의 존재는 찬성과 반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특히 공적인 위치에 있어 발언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성소수자들에게 미칠 차별적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류 변호사도 “어떤 존재를 반대한다는 생각은 대체로 ‘당신은 존재 자체로 옳지 않으니 고치게 해주겠다’는 시혜를 가장한 인권침해로 이어지거나, ‘당신은 존재 자체로 옳지 않으니 차등 대우는 정당하다’는 차별로 이어진다”면서 “평등은 낯설 수 있는 이웃의 소수자성을 모두 좋아하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존재에 대한 반대는 허용하지 않는다. 가장 무서운 차별과 폭력이 저런 표현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떤 표현이 혐오표현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겉으로 드러난 표현의 수위보다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 표현이 갖는 효과다. 이를테면 장애인에게 ‘제가 기도를 하면 나을 수 있다’는 식의 말은 당사자에게 배려가 아닌 혐오로 다가온다. 이 전문위원은 “‘기도하면 나을 수 있다’는 말은 장애를 가진 사람의 현재 상태가 ‘온전하지 않고 고쳐져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면서 “장애가 삶에 있어 어려움이 되는 것은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환경과 제도 때문”이라고 밝혔다. 혐오할 자유란 없다 일각에서는 혐오표현도 결국 하나의 표현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이 다른 사람의 존엄성과 평등권, 차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을 훼손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우선시될 수는 없다.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공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는 “타인의 존재와 자존감을 부정할 정도로 적대적 감정을 분출하거나, 오로지 타인에게 경멸과 혐오의 감정을 전달해 피해를 주려는 의도로만 이루어지는 감정 표현들은 표현의 자유의 보장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혐오표현이 당연히 표현의 자유의 보호 범위에 포함된다고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전문위원도 “표현의 자유는 두텁게 보호돼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표현은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더군다나 혐오표현으로 인해 사회적 소수자들이 사회에서 위축되고, 사회적 발언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어렵다면 표현의 자유의 내재적 가치 측면에서도 혐오표현은 사회적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게이라는 이유로 운전시험 못본 청년, 억대 배상금 받아

    게이라는 이유로 운전시험 못본 청년, 억대 배상금 받아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운전면허시험 보지 못한 이탈리아 청년이 긴 법정투쟁 끝에 거액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법원은 게이라는 이유로 차별 피해를 봤다며 다닐로 지우프리다(35)가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 법원은 지우프리다에게 피해배상금 10만 유로(약 1억3300만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지우프리다는 10년 전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시험에 응시했다. 문제는 성별을 밝히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동성애자인 지우프리다는 자신은 게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돌연 '시험 보류'라는 결정을 내렸다. 아예 시험조차 치르지 못하게 된 지우프리다는 "명백한 성소수자 차별"이라고 강력히 항의했지만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지우프리다는 변호사를 고용, 운전면허 업무를 총괄하는 교통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25살 때인 2008년의 일이다. 의외로 빨리 나온 1심 판결에서 지우프리다는 승소했다. 재판부는 "교통부가 성소수자를 차별한 점이 인정된다"며 2만 유로(약 266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지우프리다는 재판에선 이겼지만 항소했다. 배상금이 너무 적다는 이유에서다. 2심은 지루하게 진행됐다. 장장 10년간 재판이 진행되면서 진이 빠질 만도 했지만 지우프리다는 포기하지 않았다. 드디어 최근 열린 최종 재판에서 법원은 또 지우프리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성적 취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건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며 기본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봤다. 배상금은 1심보다 5배 많은 10만 유로로 불어났다. 법원은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성적 취향을 이유로 응시의 기회를 박탈한 건 매우 심각한 차별"이라고 꾸짖었다. 지우프리다는 "이번 법원의 판결은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성적 취향을 이유로) 매일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성소수자 모두의 승리"라고 말했다. 사진=트위터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성별 정체성’ 담은 충남 인권조례 폐지 갈등 격화

    ‘성별 정체성’ 담은 충남 인권조례 폐지 갈등 격화

    충남도에서 ‘충남 도민 인권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종교 관련 단체들은 조례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있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다수의 시민단체와 충남도 등은 조례 폐지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기독교인이 주축이 된 천안바른인권위원회는 23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도민인권선언문이 동성애를 옹호한다”며 조례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조례에 근거한 인권선언문도 사라진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날 윤원철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인권조례는 국가인권위원회나 헌법이 보장하는 보편적 인권을 지키자는 것”이라며 “안희정 지사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충남 인권조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2012년 5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앞장서 발의해 제정됐다. 이어 2014년 10월 조례에 근거해 ‘충남도민인권선언’이 선포됐다. 그런데 지난해 4월 돌연 충남기독교총연합이 조례 폐지를 청구했다. 도민인권선언문의 제1조 ‘도민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안 지사는 “어떤 경우라도 사람의 인격권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반면 폐지 주장 단체 관계자는 “다른 시·도는 ‘성적지향’(동성애)만 있는데 충남은 안 지사가 인권에 관심이 많아 ‘성별정체성’(성전환)까지 넣었다”고 공격했다. 충남도의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도 인권조례 폐지를 의원발의했다. 폐지안은 25일 행정자치위원회(위원 8명 중 6명이 한국당 소속)에 이어 다음달 2일 본의회 처리를 앞두고 있다. 도의회 의원 40명 중 27명이 한국당 소속이어서 순조롭게 표결에 부쳐지면 조례는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충남지역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충남인권조례지키기 공동행동’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스스로 만든 조례를 폐지하려는 것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 종교 세력의 표를 얻으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윤 부지사는 “도의회가 인권조례 폐지를 결정하면 재의를 요구하고 이마저 좌절되면 대법원 제소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시 외에 전국 16개 광역시·도가 인권조례를 운용하고 있는 가운데 폐지가 추진되는 곳은 충남뿐이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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