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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정책 지지… 낙태등 판례 유지 관심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이 200년 만에 가장 젊은 대법원장 시대를 맞게 됐다. 존 로버츠(50) 미국 연방 대법원장 지명자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상원에서 인준이 통과된 뒤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서식을 가졌다. 로버츠는 2일 대법원에서 제17대 대법원장 취임식을 갖고 집무에 들어간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 1801년 45세에 대법원장에 오른 존 마셜 이후 최연소 대법원장이다. 이날 로버츠로부터 취임 선서를 받은 존 폴 스티븐스 연방 대법관이 85세의 진보파 판사여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미국의 대법원장은 종신직이기 때문에 로버츠는 앞으로 수십년 동안 미 사법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원은 낙태와 동성애, 안락사, 복제 등의 사회적 현안을 둘러싸고 대법관들이 마치 정치권처럼 뚜렷한 분열 현상을 보이고 있어 향후 로버츠의 행보가 주목된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백악관 선서식에서 “나는 미국의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할 것을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앞서 미 상원은 로버츠 대법원장 인준안을 찬성 78, 반대 22로 가결했다.55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인준안을 전원 찬성했으나 민주당 의원 절반이 낙태, 시민권 등에 대한 로버츠 지명자의 보수적 세계관을 문제 삼아 반대했다. 힐러리 클린턴·존 케리·에드워드 케네디 의원 등이 반대표를 던졌다. 뉴욕주 버펄로에서 태어난 로버츠는 전기공인 부친을 따라 철강 공장에서 유년을 보냈으며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등 공화당 정권의 법무부, 백악관에서 일했다.특히 부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법무차관으로 국가 소송을 담당하면서 낙태를 합법화한 역사적인 판결인 ‘로 대 웨이드’사건에 대한 1973년의 대법원 판결은 뒤집어져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에 서명하고, 최근 쿠바 관타나모 테러 용의자를 미국의 군사재판이 다룰 수 있다고 판결하는 등 공화당의 보수적인 정책을 지지해 왔다. 가톨릭교도인 그는 상원 청문회에서 낙태, 시민권과 관련한 판례에 대해 “존중하지만, 이에 대한 의견은 밝힐 수 없다.”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로버츠는 그러나 “이데올로그가 되지는 않겠다.”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약속했다.dawn@seoul.co.kr
  • 축제속에 깊어가는 가을

    축제속에 깊어가는 가을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다채로운 축제의 향연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연극, 무용, 음악 등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수준높은 공연예술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는 건 어떨까. 입맛따라, 취향따라 골라보는 재미는 덤이다. ■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지금 세계 공연예술의 새로운 흐름이 궁금하다면 이 축제를 주목하라. 올해 다섯해째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23일부터 10월16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서강대 메리홀, 국립극장, 충무아트홀 등지에서 열린다. 독일, 러시아, 벨기에 등 12개국 22개 작품을 초청한 이번 축제의 테마는 ‘개혁’. 소재나 주제, 혹은 표현 양식에서 기존 틀을 깨는 새로움을 추구한 작품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개막작 ‘맥도날드의 광대, 로널드 이야기’(스페인 라 카르니세리아극단)는 세계를 장악한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널드를 통해 미국의 신제국주의와 인스턴트 음식에 중독된 현대인들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음식으로 난장판이 된 무대위를 반라의 배우들이 뛰어다니고, 욕설을 퍼풋는가 하면 노골적인 동성애 장면 등 거침없는 표현으로 관객을 도발시킨다. 9·11테러 이후 강화된 정부의 감시문화를 다룬 ‘K’(호주 NYID, 한국 돌곶이), 생명공학의 발달이 인류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올 것인지를 탐색하는 ‘2191 Nights’(캐나다 레 두 몽드), 브레이크댄스에 힙합과 발레를 결합한 ‘H2-2005:철학하는 브레이크 댄서들’(브라질 니테로이 거리의 그룹)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밖에 일본 현대연출의 기수로 불리는 노다 히데키의 ‘빨간 도깨비’, 파격의 안무가 안은미의 신작 등이 공연된다.1만 5000∼3만 5000원. (02)3673-2561∼4.www.spaf21.com ■ 서울세계무용축제 진정한 무용팬이라면 이맘때쯤 한참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시댄스).8회를 맞은 축제가 올해는 27일부터 새달 18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과 자유소극장,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시댄스의 특징은 특정한 장르와 주제에 한정되지 않고 예술성과 대중성을 아우른 국내외 무용작품을 폭넓게 소개한다는 점. 올해는 11개국 32개 단체가 참여해 전통춤은 물론이고 서구 무용의 최신 흐름까지 두루 선보인다. 개막 무대는 일본 파파 다라후마라의 ‘배를 보다’. 사과, 깃발, 책상, 마네킹 등 무대를 메운 오브제들을 동원해 탄생, 죽음, 환생의 메시지를 몽환적 음악에 버무려낼 공연이다.2002년 베니스 비엔날레 초청작. 핀란드 현대무용이 국내 처음 소개된다는 점도 주목 할만하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무용수 테로 사리넨이 카롤린 카를 송의 ‘방안의 남자’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동화적으로 해석한 ‘헌트-봄의 제전’을 선보인다. 이밖에도 화제의 무대는 많다. 안무의 고정틀을 깨부수기로 유명한 미국 안무가 스티븐 페트로니오는 9·11테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비틀린 도시’와 ‘상처입은 남자’ 등 3편을 들고 찾아온다. 프랑스 현대무용가 다니엘 라리외, 영국의 웨인 맥그리거가 이끄는 랜덤댄스 등도 참여한다. 윤푸름, 이혜경, 지운선, 정동은 등 국내 젊은 무용가 8명이 함께 무대를 엮는 ‘젊은 무용가의 밤’에서는 한국춤의 현재를 만나볼 수 있다.2만∼5만원.(02)3216-1185.www.sidance.org 황수정 이순녀기자 sjh@seoul.co.kr ■ 과천한마당축제 가을빛을 두고 실내로 들어가기 아쉬운 이들에겐 23∼28일 경기도 과천 일대에서 열리는 ‘과천한마당축제’가 제격이다. 정부과천청사 잔디마당, 중앙공원, 과천시민회관 등 11곳의 야외 공연장에서 해외 작품 9편과 국내 작품 30편이 관객과 만난다. 이중 4편을 제외한 대다수 공연이 무료다. 해외작 가운데 포르투갈의 ‘천국의 정원’은 농가의 정원을 새장 형태의 대형 구조물로 표현한 무대를 중심으로 연극, 서커스, 무용, 인형 등을 이용해 삶의 애환을 표현한 수작. 사소하게 보이는 장면들을 통해 시골 농부의 일상을 따뜻하게 감싸안는다.10월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수변무대에서도 만날 수 있다. 프랑스 극단 일로토피의 ‘색깔있는 사람들’도 주목할 만하다.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으로 전신을 보디페인팅한 배우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들 틈에 섞여든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특별한 경험이다. 국내 공연으로는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음악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코퍼럴씨어터 몸꼴의 ‘오르페우스’, 극단 76단의 ‘17시의 이야기’등이 참가한다. 가족 관객들을 위해 연날리기, 염색 등 문화체험행사와 먹을거리 장터, 나비 생태관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한다.(02)504-0748.www.gcfest.or.kr
  • [쉬어가기˙˙˙] 예비경찰 오닐 폭행용의자 체포

    미국프로농구(NBA)의 ‘공룡센터’ 샤킬 오닐(33·마이애미 히트)이 예비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폭행 용의자를 체포했다고.AP통신은 14일 마이애미비치 경찰서에서 예비경찰로 근무하던 오닐이 3일전 동성애자 커플을 폭행하던 10대 용의자를 추격해 붙잡았다고 보도. 평소 경찰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혀 왔던 오닐은 지난 2001년 경찰임용교육과정을 받았으며 틈틈이 경찰 근무도 해왔다고.
  • 에이즈환자가 가정집서 ‘동성애 도박판’

    40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가 도심 주택가에 아지트를 마련하고 인터넷 등에서 사람들을 끌어 모아 동성연애를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동성애 상대방들은 이 사람이 에이즈 환자인지 전혀 몰랐다. 특히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에이즈 감염 때문에 형 집행이 정지된 환자인데도 보건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밤마다 큰 도박판이 벌어진다는 시민의 제보를 받고 지난 7일 밤 11시30분 관내 2층 한옥집을 급습했다. 경찰은 2층에서 ‘고스톱’ 화투를 치고 있던 A씨(42·무직) 등 7명을 도박 및 도박개장 등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판돈이 1000만원으로 비교적 적은 데다 검거 당시 정황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이들을 추궁, 밤마다 모인 이유가 도박보다는 동성애를 위한 것임을 밝혀냈다. 특히 한옥 주인 A씨는 에이즈 감염자로 면역기능이 떨어져 지금은 결핵까지 앓고 있는 중증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1999년 절도 혐의로 구속돼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02년 에이즈 감염 때문에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던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올 초 친구 명의로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한옥집을 빌린 뒤 인터넷 등을 통해 동성애자들을 모아 2층 도박장 옆 작은 방에서 애정행각을 벌여왔다. A씨와 성관계를 맺은 나머지 동성애자 6명 중에는 결혼을 한 사람도 있었다. 또 공기를 타고 전파되는 결핵균의 특성상 이들 중 일부는 A씨로부터 결핵이 전염됐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그러나 경찰은 6명에게 A씨가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인의 에이즈 감염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위법이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이즈 감염자 관리소홀에 대한 지적과 관련, 질병관리본부측은 “에이즈 치료를 받을지 여부는 환자 개인이 결정하는 것으로 국가가 강제로 치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A씨처럼 자기가 환자임을 숨기고 동성애 등 감염위험이 높은 행위를 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대검 공판송무과 관계자는 “에이즈 등 수감생활을 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하면 형집행이 정지돼 석방되며 이 경우 한달에 한번씩 관리규정에 따라 경찰이나 검찰의 점검을 받는다.”면서 “하지만 개인이 에이즈 등을 퍼뜨리는 것을 막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인권선진국으로 가는길](9)한국 인권의 현주소(한국)

    [인권선진국으로 가는길](9)한국 인권의 현주소(한국)

    인권의식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2005년 상반기를 돌아보면 곳곳에 사각지대가 있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물론 군인·여성·학생 등 우리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의 인권도 그야말로 ‘등잔 밑’에 있었다. 만연한 인권 불감증에 시사점을 던진 주요 사건들을 통해 한국의 인권 현주소를 짚어봤다. 지난 6월 경기도 연천 전방초소(GP)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은 그야말로 커다란 충격이었다. 하지만 파장이 컸던 만큼 군내 인권 문제를 단숨에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렸다. ●쉬쉬하기 급급했던 군 인권 수면 위로 총기 사건 전에도 군 인권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지난 1월 한 육군훈련소에서 화장실 청결교육을 강조하면서 훈련병 192명에게 인분을 먹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섰다.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대해 부하가 시정을 건의할 수 있고 단체기합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군인복무규율’을 개정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인분 사건 직후 인권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권침해가 심각한 기관 1위로 교도소와 같은 구금시설이 아닌 군대가 꼽혔다. 과거 ‘인분쯤은 나도 먹었다.’‘요즘 군대 많이 편해졌다.’는 식의 주장으로 군 인권 문제를 쉬쉬하고 덮어두려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국민의식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GP 총기 사건이 터지면서 군 인권에 대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알몸으로 기합 받는 사진이 잇달아 공개되는 등 안으로 곪았던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육군은 이를 계기로 선진 병영문화 조기 정착을 위해 5개 분야 33개의 중·단기 과제를 선정, 추진할 것을 결정했다. ●호주제 폐지, 여성 종중원 인정 양성평등과 관련해 커다란 획을 그은 뉴스는 단연 호주제 폐지다. 지난 2월 부계 혈통주의를 토대로 한 호주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어 민법개정법률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호주 개념은 삭제하고 대신 가족의 범위를 확대했다. 아내가 남편의 집에 입적하는 조항도 사라졌으며 입양 혹은 재혼 가정을 위한 ‘친양자제도’도 신설됐다. 또 하나 기록할 만한 사건은 여성도 종중원으로 인정받게 된 이른바 ‘딸들의 반란’이다. 대법원은 1958년 이후 “종중은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남자를 종원으로 하여 구성된다.”는 판례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 7월 이를 변경했다. 재판부는 “성인 남성만을 종중 회원으로 인정하는 종래의 관습은 1970년대 이후 우리 사회와 국민 의식의 변화로 법적 확신이 상당히 약화됐으며 개인존엄과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호주제 폐지가 가족 내 양성평등을 인정한 사건이라면 여성의 종중인정은 출가외인으로 불리던 기혼여성의 지위를 인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학생들의 움직임 부쩍 늘어 지난 5월 400여명의 중고생과 시민단체 회원이 서울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와 학교 내 두발자유를 외쳤다. 이에 앞서 학생들은 인터넷상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전교생 앞에서 머리카락을 짧은 스포츠형으로 자르거나 교사가 이발기계로 머리카락 일부를 미는 등의 사례를 공개하면서 학생들의 인권 보장을 외쳤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인권위는 지난 7월 교육부총리와 각 시·도 교육감에게 “두발자유는 학생의 기본적 권리”라면서 “두발 제한·단속은 교육 목적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하라.”고 권고했다.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단체도 등장했다. 전국 47개 고교 학생회의 연합체인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한고학연)가 지난 6월 출범한 것이다. 개별 학생회의 힘을 한데 모아 위상을 높이고, 고등학생의 생각과 주장을 ‘어른’들에게 적극 알리고 설득하는 압력단체로 키우겠다는 게 목표다. 중고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의 인권문제도 주목을 받았다. 인권위가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일기장을 검사하는 것은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어린이들의 인권과 사생활의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일깨워 준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이밖에 여성 동성애자의 인권문제를 부각시킨 레즈비언 단체의 연대모임 결성이나 사이버상의 인권에 불을 붙인 ‘개똥녀 사건’ 등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주요한 인권 현안의 하나였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영역 넓히는 인권위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된 계기로는 지난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출범을 빼놓을 수 없다.1993년 빈 세계인권대회에 참가한 민간단체들이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한 뒤 2001년 ‘독립적 인권 전담 기구’로 출범한 인권위는 그간 인식하지 못한 각종 침해·차별행위를 ‘인권’의 범주로 해석하면서 우리 사회에 적극적인 인권의 개념을 심었다. 인권위의 진정 사건 현황을 보면 이같은 경향을 짐작할 수 있다.2002년 2790건이던 진정건수는 2003년 3815건,2004년에는 5368건으로 급속히 증가했고, 올해는 7월까지 이미 3323건을 기록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심해진다기보다는, 예전에는 인권 문제로 생각지 않았던 사안들에 대해 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별 진정사건뿐 아니라 국가보안법 폐지, 사형제 폐지 등 굵직한 사안들에 대해 권고·의견표명 등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던 인권위는 차별시정기능의 통합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6월 말 여성부의 성차별·성희롱 조사구제업무가 인권위로 이관됐고, 오는 10월쯤 노동부의 고용차별시정업무도 이관될 예정이다. 또한 올해 말에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안을 수립해 정부에 권고할 계획이다. 인권 관련 법·제도·정책을 총괄하는 범국가적 중장기 인권정책 종합 계획인 NAP는 2006년 6월까지 유엔에 보고하도록 돼있다. 지난해 초 실무팀을 구성해 장애인, 여성, 난민 문제 등은 물론 제한적 안락사, 대체복무제, 프라이버시권 등 논의가 가능한 모든 사안에 대해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기관 협의를 거쳐 올해 말 NAP가 확정·시행되면 국가 전반에서 인권관련 인식과 정책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인권선진국 문턱 국보법 폐지 시급” / 최영애 인권위 상임위원“법과 제도만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은 상당하지만, 그것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상임위원은 “세계 속에서 인권 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상임위원은 “지난해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인권 순위에서 한국은 120개국중 58위에 그쳤다.”면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고 인정받으면서도 선진사회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법적인 권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드는 비용을 미리 국가가 나눠줘 검진을 받게 한다면 그 사회적 비용은 훨씬 절감될 것”이라면서 “인권 문제 역시 이같은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가인권기구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로 그는 ‘인권 감수성’의 함양을 꼽았다. 기독교 학교의 채플이나 여대의 금혼 학칙 등이 차별적 규정이라는 것을 예전에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지만, 이러한 일상의 문제들을 인권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권 감수성’이라는 것. 최 상임위원은 “이는 교육은 물론 진정사건을 통해서도 키워진다.”면서 “체벌이나 일기장 검사가 인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진정사건의 처리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감수성을 일깨워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계 인권의 흐름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의 증가를 꼽았다. 난민·기아 등 초국가적인 인권 현안에 대해 국가인권기구간의 논의가 증가되는 추세라는 것. 예를 들면 한 국가에 전쟁이 발생할 경우 주변국가 인권기구들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논의해 해당 국가에 권고하거나, 자연재해로 인한 실향민을 위해 국가인권기구가 실행해야 할 지침 등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시점에서 한국이 인권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꼽았다.“지난해 세계인권기구대회때 방한한 70여개국 인권기구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이 국가보안법의 폐지였다.”면서 “유엔에서도 여러번 권고를 받았던 사안인 만큼 실질적인 효과뿐 아니라 상징적 의미도 매우 큰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리안 감독 ‘브로크백’ 황금사자상

    지난 10일 폐막한 제62회 베니스국제영화제는 타이완 출신인 리안(李安) 감독의 미국영화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이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는 공식부문의 본상 수상에 실패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여성작가 애니 플루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1960년대 미국 와이오밍주의 목장을 배경으로 두 명의 동성애자 카우보이의 이야기를 담은 로드무비다. 히스 레저와 제이크 길렌할이 주연한 이 영화는 감독 특유의 꼼꼼한 내러티브와 서정적인 카메라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 대상은 미국 아벨 페라라 감독의 ‘마리아’, 감독상은 ‘레 자망 레귈리에’를 연출한 프랑스의 필립 가렐 감독이 받았다. 또 최우수 남우상은 배우 출신 조지 클루니 감독의 ‘굿 나이트 앤드 굿 럭’에서 열연한 데이비드 스트레테이른에게, 최우수 여우상은 이탈리아 영화 ‘비스트 인 더 하트’의 지오바나 메조기오르노에게 각각 돌아갔다. 특별상은 ‘가브리엘’의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받았고, 신인배우상인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상 수상자로는 프랑스 영화 ‘남쪽으로’에 출연한 아이티 배우 멘토니 케사르가 선정됐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재앙소설 쏟아진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재앙은 인간의 본질과 삶의 근원에 대한 의문부호를 남긴다. 인간 스스로 초래한 참사든, 자연의 무자비한 횡포든 그것은 인간 존엄성을 한순간에 짓밟고 유유히 사라진다. 재앙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비명과 통곡만이 오래 울려퍼진다.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카트리나 사태가 전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9·11테러’ ‘지하철 테러’ ‘유독가스 유출’등 대형참사를 다룬 소설들이 잇따라 번역 출간돼 눈길을 끈다. 외부의 폭력에 속절없이 노출된 우리 사회의 허약한 구조를 폭로하는 동시에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간 내면의 심리를 통찰력있게 묘사한 소설들이다. 프랑스 작가 프레데리크 베그베데의 살아있어 미안하다(원제 Windows on the world·한용택 옮김, 문학사상 펴냄)는 2001년 뉴욕에서 일어난 ‘9·11테러’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다. 텍사스 출신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카튜 요스톤은 그날 두 아들과 함께 세계무역센터 107층의 고급레스토랑 ‘세계의 창’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오전 8시46분 아메리칸 에어라인11기가 북쪽 타워에 충돌하는 순간 평범한 부동산 중개업자이자 가장인 그의 삶은 송두리째 날아간다. 소설은 요스톤과 그의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2시간의 생생한 기록과 작가 자신이 파리의 최고층 빌딩인 몽파르나스타워 레스토랑에서 딸과 함께 식사를 하며 9·11테러의 비극을 곱씹는 이야기를 병치시킨다. 프랑스와 미국의 관계, 미국인들의 우월의식, 테러 이후 아무 일도 없는 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대한 냉소가 서늘하다. 베그베데는 이 소설로 2003년 공쿠르상에 버금가는 ‘앵테랄리예 문학상’을 수상했다.9500원. 극작가, 번역가, 배우로도 활동중인 프랑스 작가 피에르 샤라스의 19초(홍성영 옮김, 민음사 펴냄)는 1995년 파리에서 일어난 지하철 연쇄 폭탄 테러를 모티프로 삼았다. 파리 시민들은 그해 7월부터 11월까지 무려 아홉차례의 폭탄 테러로 엄청난 공포에 휩싸였다. 소설은 테러가 일어나기 전 19초 동안에 벌어진 상황들을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다각도로 재생하는 독특한 형식을 띤다. 20년간의 결혼생활 끝에 이별을 앞둔 중년부부, 첫사랑을 만나기 위해 간발의 차로 전동차에 올라탄 열다섯살 소녀, 옛 애인을 그리워하는 동성애자 강사, 삶에 지친 중년 부인 등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은 물론 조직을 위해 테러를 감행했지만 그 조직에 의해 목숨을 잃는 테러리스트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카운트다운을 하듯 1초 단위로 진행되는 소설은 긴박감과 비극성을 배가시킨다.8000원.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탈리아계 미국 작가 돈 드릴로의 화이트 노이즈(강미숙 옮김, 창비 펴냄)는 테러 집단에 의한 참사를 다룬 앞의 두 작품과 달리 소비자본주의와 테크놀러지에 대한 인간의 맹신이 몰고올 자연 재앙을 경고하는 소설이다. 대학교수로 평화로운 삶을 살던 잭 글래니는 유독물질 유출로 도시가 검은 구름으로 뒤덮이자 피난 행렬에 합류한다. 간신히 목숨은 건지지만 오염물질에 노출된 잭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선고를 받는다. 테크놀러지를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문명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이 책은 후기산업사회의 병폐를 지적한 문명비판 소설이자 죽음에 이른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파헤친 작품이란 평을 얻고 있다.‘화이트 노이즈’는 대중매체 상업광고 등을 비롯한 무수한 잡음을 뜻한다.1만 20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낙태문제 인준청문회 쟁점될듯

    보수파인 존 로버츠(50) 대법원장 지명자가 상원에서 인준을 받기 위해서는 낙태·종교 문제 등에 대해 집중포화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윌리엄 렌퀴스트 전 대법원장이 사망한 다음날인 4일 저녁 백악관 집무실에서 40분간 로버츠 지명자와 만나 대법관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5일 오전 8시 급작스럽게 발표된 대법관 지명은 민주당과 진보 진영으로부터 공개 심사를 피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깜짝발표는 공개심사 피하기 전술 로버츠 지명자가 지난 7월 샌드라 오코너 대법관 후임으로 지명됐을 때 언론 및 종교의 자유를 제약하고 낙태를 반대하는 등 정치를 법정으로 끌어들였다고 비난받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두달간 의원들과 미국인들은 로버츠의 경력과 성격에 대해 알게 됐다.”면서 “상원이 한달안에 그를 대법원장으로 인준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WP “기습폭로 없는한 인준 당연” 로버츠 지명자는 1981∼82년 렌퀴스트 전 대법원장의 사무실에서 일했던 만큼 20년간 낙태에 반대하고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적인 판결을 이끌어 온 렌퀴스트의 성향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로버츠가 당초 후임을 맡기로 했던 오코너 대법관은 낙태를 지지하고,2003년 텍사스주의 소도미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해 동성애자 권리 향상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오코너의 후임으로 백인 남성 대신 여성이나 유색인종을 임명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깜짝 폭로가 없는 한 로버츠 지명자의 대법관 인준은 당연한 것으로 전망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美 보수파 거두 렌퀴스트 대법원장 타계

    지난 20년 가까이 미국의 법과 사회 질서를 보수주의로 수렴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온 윌리엄 헙스 렌퀴스트 미 대법원장이 3일(현지시간) 8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케시 오버그 대법원 대변인은 “지난해 10월부터 갑상선암을 앓아온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지난 며칠동안 급속히 악화돼 이날 저녁 버지니아 교외 알링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대통령 선거때 자신의 당선을 확정하는 판결을 주도한 렌퀴스트에 각별한 애정을 표현해온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밤 임종 소식을 전해 들은 뒤 로라 여사와 함께 “깊은 슬픔에 잠겨 묵상과 기도를 올렸다.”고 지니 메이모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1924년 완고한 공화당지역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어린 시절 “세상을 바꾸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꿈대로 52년 스탠퍼드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뒤 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때 배석판사로 대법원에 들어갔다. 82년 1월 대법관에 임명된 그는 4년 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대법원장직에 오른 뒤 20년 가까이 미 사법부의 수장 자리를 지켰다. 그는 대통령 취임 선서를 관장하는 상징적 존재에 국한됐던 대법원장의 역할을 벗어나 낙태와 동성애, 총기 소유, 소수인종 우대, 사형제도 등에서 보수적 판결을 주도했다는 평을 들었다. 특히 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대통령의 화이트워터 스캔들과 모니카 르윈스키 성추문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두차례나 임명하고 자신이 직접 탄핵재판을 주도했다. 2000년 대통령 선거 판결때도 플로리다 재검표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부시의 백악관 입성을 결정적으로 도왔다. 렌퀴스트의 타계로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4개월안에 자신의 두번째 임기를 함께 할 사법부를 재편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새 대법원장 임명을 둘러싼 보수·진보간의 논쟁은 6일 시작되는 존 로버츠 대법관 인준 청문회보다 부시 대통령에게 훨씬 더 큰 정치적 시험이 될 것으로 AP통신은 전망했다. 안토닌 스칼리아, 클래런스 토머스처럼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현 대법관 중 한 명, 아니면 알버토 곤잘레스 법무장관, 에디스 클레먼트 전 연방항소법원 판사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英 수수께끼 피아노맨 실토 “자살 시도하다 사기극”

    |런던·베를린 외신|4개월 전 영국 남동부 켄트 해안에서 흠뻑 젖은 정장 차림으로 발견됐던 수수께끼의 인물 피아노 맨은 20살의 독일인이라고 독일 외무부가 22일 확인했다.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피아노 맨은 지난 19일 간호사에게 “나는 독일인이다.프랑스 파리에서 일하다 직장을 잃었으며 기차를 타고 영국에 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살을 시도하다 경찰에 발견됐으며 병원에 도착했을 때 피아노가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올라 피아노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혔다. 프로급으로 알려진 피아노 솜씨도 건반 하나를 반복적으로 두드리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피아노 맨은 20일 비행기편으로 아버지와 두 여동생이 있는 독일로 돌아갔다. 180㎝가 넘는 훤칠한 키에 우수에 가득 찬 표정을 한 피아노 맨은 그동안 말과 기억을 모두 상실한 인물 행세를 해 영국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었다.
  • [국제플러스] 中저장성 동성애조직 첫인정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동부의 저장성(浙江省) 위생청이 처음으로 민간 동성애 조직을 승인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동성애 지원자들로 구성된 ‘저장동지애심공작조’(浙江同志愛心工作組)는 지난 14일 출범, 앞으로 동성애자들에게 에이즈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전화 핫라인을 통해 동성애자들을 도와 준다고 저장청년일보가 전했다.
  •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5) 성적소수자의 권리(네덜란드)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5) 성적소수자의 권리(네덜란드)

    흔히 네덜란드를 ‘성적소수자의 천국’이라 부른다. 세계 최초로 동성간 결혼을 인정해 동성애자들도 드러내 놓고 떳떳한 삶을 살 수 있는 곳이 네덜란드다. 성전환자에 대한 의료 지원도 철저하다. 성(性)에 대한 정체성이 다르다는 것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오랜 과정을 거쳐 법과 제도로 반영된 결과다. 네덜란드 성적소수자들의 생활을 현지 취재로 생생히 살펴본다. ■ 세계 첫번째 레즈비언 부부의 삶 |암스테르담(네덜란드) 이효용특파원|암스테르담 중심가에서 서쪽으로 20㎞ 떨어진 한적한 동네의 한 아담한 복층 아파트. 곳곳에 걸린 가족사진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집 안으로 들어서자 지극히 평범한 두 ‘아줌마’가 기자를 맞았다. 지난 2001년 ‘세계 최초의 합법적 동성부부’로 외신을 장식했던 헬레네 파센(38)과 안느-마리 튀스(36) 부부다. ●두 아이 낳고 완벽한 가족으로 “이쪽은 우리 엄마고요, 이쪽도 우리 엄마고요, 얘는 내 동생이에요.” 2층에서 쪼르르 뛰어 내려와 조잘조잘 가족을 소개하던 나탄(5)이 수줍은 듯 헬레네 뒤로 숨는다. 나탄은 이들이 인공수정을 통해 얻은 아들이다. 헬레네와 마리는 1998년 12월 친구들의 소개로 만나 한눈에 서로 ‘인생의 동반자’라고 느꼈다.1주일 만에 가족들에게 소개하고 동거에 들어갔다.2001년 4월1일, 세계 최초로 네덜란드에서 동성커플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이 시행되던 날 0시를 기해 결혼식을 올렸다. 나탄에 이어 딸 미르틀러(3)를 낳고 ‘완벽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헬레네는 사실 마리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몰랐었다. 명문 프리예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공증인으로 일하던 그는 공부와 일에 바빠 31살이 되도록 연애 한번 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마리를 처음 본 순간 ‘운명적인 사랑’을 느꼈으며, 그것은 동성이건 이성이건 상관없는 사랑 자체였다.”고 말했다.15세 무렵 성 정체성의 고민을 시작한 마리는 19세 때 동성애자임을 알았다고 한다. 다행히 둘 다 가족의 반대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아이 문제는 녹록지 않았다.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 부부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입양과 인공수정 두가지. 마리가 아이를 낳고 싶어 했기 때문에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으로 2000년 첫 아들 나탄을 낳았다. 생모인 마리는 출산과 동시에 부모의 자격을 얻었지만, 헬레네가 나탄의 부모로 인정받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네덜란드 현행법은 출산이든 입양이든 일단 한명만 부모로 인정하고, 동성 배우자는 3년이 지나야 ‘입양’ 형식으로 부모가 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둘째 미르틀러까지 모두 입양 절차를 마쳤다. 여느 부모와 다른 상황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도 고민스러웠다. 아이가 물으면 “너는 아빠가 없고 엄마가 둘이다.”라고 말해줬다. 혹여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편부모나 미혼모와 마찬가지로 조금 다른 형태의 가족일 뿐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둘 다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남매는 구김살 없이 자라고 있다. ‘행복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가족이니 행복한 게 당연하죠.”라며 활짝 웃던 헬레네는 “네덜란드에서도 불과 30∼40년 전에는 동성 커플이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이성애와 동성애가 적어도 법적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성적 정체성 인정 후 편견 극복을” 암스테르담에 있는 국제동성애정보자료실에서 책과 뉴스 수집을 담당하는 김혜진(21)씨는 3개월에 한번씩 진료와 호르몬 치료를 위해 프리예 대학병원을 찾는다. 벨기에 입양아인 김씨는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성 정체성이 여성이며, 성적 지향 또한 여성인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이다. 성적으로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셈이다. 어릴 때부터 인형놀이를 좋아하던 김씨는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늘 헷갈렸고, 부모는 그를 게이(남성동성애자)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여성이 되고 싶으면서도 자꾸 여성에게 끌렸다. 트랜스젠더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임을 깨달았다.“입양이 실패했다.”며 냉랭하게 등을 돌린 양부모를 떠나 2002년 암스테르담에 와서 동성애 자료실에 일자리를 구했다. 다행히 네덜란드는 성전환을 치료의 대상으로 보고 수술 및 평생 해야하는 호르몬 치료까지 모두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물론 까다로운 신체검사와 심리검사를 통과해야 한다.18세부터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김씨는 내년 10월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동양인이며 트랜스젠더에 레즈비언이라는 3중의 핸디캡과 싸워온 김씨는 “특히 소수자에게 인권은 결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우선 솔직하게 자기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 다음 편견과 싸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를 위한 15년의 노력 네덜란드는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헌법 1조에 따라 단계적으로 성적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갖춰 왔다.1980∼90년대에 유명 연예인들과 몇몇 정치인들이 커밍아웃하면서 꾸준히 이슈를 만들어 나갔다.1991년 동성애자였던 당시 내무장관이 기반이 되는 법안을 만들었고,1998년 동성간 ‘등록 파트너제’가 합법화된 데 이어 2001년 동성간 결혼과 동성부부의 입양이 허용됐다. 스작 얀슨 법무부 법률고문은 “성적 정체성이 다름을 이유로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법의 기본 정신”이라면서 “올 가을 동성부부의 입양 때 한쪽이 3년 뒤에야 입양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약을 수정하는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최대의 동성애 운동 단체인 COC의 아르요스 벤드리그(30)는 “지난 4월 ‘여왕의 날’ 행사를 취재하던 미국인 동성애 운동가이자 기자인 크리스 캐인이 집단 폭행을 당하는 등 아직 차별이 남아 있다.”면서 “법적으로 보장됐다 하더라도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려면 지속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utility@seoul.co.kr ■ 동성애자 정치인 디트리시|암스테르담(네덜란드) 이효용특파원|“동성애자니 이성애자니 하는 성 정체성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결국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입니다.” 네덜란드 연립 여당 가운데 하나인 D66의 당대표 보리스 디트리시(50)는 잘 알려진 동성애자 정치인이다. 암스테르담 한 노천카페에서 만난 그는 “한국 상황에 대해서는 코멘트할 수 없다.”고 예의 정치인다운 첫마디를 날리면서도 “결국 동성애자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아 나가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1955년 유트레흐트에서 태어난 그는 명문 레이든 대학에서 법학 석사를 받은 뒤 1981년 중도진보 성향의 D66에 입당했다. 그의 아버지는 유고연방에서 망명해 레이든대에서 동유럽학을 가르친 교수였다.20세를 전후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그는 1981년부터 25년째 한 남성과 함께 살고 있다. 부모는 처음엔 놀라고 슬퍼했지만 언젠가부터 파트너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정치인인 그가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것은 1993년 처음 국회의원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할 때였다. 평가가 엇갈렸지만 “본인에게 솔직하다면 국민에게도 솔직할 것”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무난히 당선됐다. 국회의원으로는 첫 커밍아웃이었다.1993년 동성결혼허용 법안을 제안했고,2003년 당 대표가 됐다.151석 가운데 6석을 차지, 제1·2당인 CDA·VVD와 연립여당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보수 성향 정치인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었다.1996년 기독연합당 대표가 한 잡지 인터뷰에서 “보리스가 사는 방식은 제대로 된 방식이 아니며 동성애는 이성애보다 열등하다.”라고 비난했다. 일부 의원들이 “정당의 대표가 공개적으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며 소송을 걸었지만, 항소와 상고를 거듭한 끝에 결국 ‘의사표현의 자유’라고 결론났다. 그는 “수치심과 모욕을 느꼈던 순간이지만 결코 커밍아웃한 것을 후회하거나 불편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면서 “오히려 누가 뭐라고 하든 정치인으로서, 한 개인으로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성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개인의 권리나 능력이 억압받아서는 안된다.”면서 “동성애운동단체, 언론, 정치인 등이 꾸준히 동성애 문제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tility@seoul.co.kr
  • “종교초월한 봉사기쁨 나눠요”

    “종교초월한 봉사기쁨 나눠요”

    “교무님과 신부님, 목사님, 수녀님, 스님 모두 이웃을 위해 봉사와 나눔을 함께 실천하는 좋은 친구랍니다.” 원불교 라디오방송 ‘원음방송’(FM 89.7MHz)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 매일 오후 4시부터 1시간동안 방송되는 ‘둥근 소리 둥근 이야기’는 이웃 종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국내 유일의 종교협력 프로그램이다. 서울에서 전파를 탄 지 다음달이면 4주년을 맞는다. 원음방송에서 최장수, 최고 수준의 청취율을 자랑한다. 이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이자 작가,DJ로서 ‘1인3역’을 맡고 있는 송지은(36) 교무는 각종 신문과 인터넷 등을 통해 다른 종교 소식을 꼼꼼히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4년 전 프로그램을 맡은 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이웃 종교의 새로운 소식과 성직자들의 훈훈한 나눔활동을 소개해왔다.“그동안 스튜디오로 초대한 이웃 종교의 성직자분들만 해도 200명쯤 됩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는 종교단체들도 150∼160개 정도 소개했지요. 다른 종교 성직자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자 행복입니다.” 종교간 대화를 통해 교리적·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소외된 이웃에 같이 눈을 돌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인 만큼 각 종교마다 사회현장 등에서 활동하는 성직자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동안 강원용 목사, 박청수 교무, 법륜 스님, 김성수 주교, 최일도 목사 등 유명인사들뿐 아니라 드러나지 않지만 사회 구석구석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평범한 성직자들의 가슴 따뜻한 사연들이 많이 소개됐다. “노숙인 무료급식, 암환자·장애인 돌보기, 빈민촌 봉사, 수재민 돕기 등에 헌신하는 목사님과 신부님, 스님 등을 만나 베푸는 삶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동성애, 환경, 성폭력문제 등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각 종교단체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초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함께 풀어가는 방법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요일별로 각 종교의 경전과 상식, 뉴스 등을 소개하고, 종교계 행사와 문화공연 등을 직접 취재해 전달하는 등 모든 종교의 다양한 정보와 소식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다. 또 종교가 없는 일반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함께 하는 기도’코너는 청취자들의 고민거리나 기도사연을 받아 각 종교의 절대자 호칭을 함께 사용해 기도를 해줘 인기가 높다. 송 교무는 “종교계가 이기적으로 자기 종교만 챙기거나 봉사와 나눔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 상황에서 이웃 종교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함께 봉사를 실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교리를 많이 알고 기도에 전념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참된 종교인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종교계가 연합해서 결식아동, 난치병어린이 돕기 등을 꾸준히 펼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높은 청취율과 종교계 안팎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프로그램 개편이 이뤄지는 9월부터 방송시간이 오전 10시로 바뀐다. 송 교무는 “다음달부터 종교별 봉사활동·행사뿐 아니라 개별 사찰과 성당, 교회 등을 찾아 성직자들을 소개하고 예배와 법회, 미사 등 의식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새로운 코너를 진행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글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색다른 더위탈출 공포연극

    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잊는 데는 오싹한 납량호러물이 제격이다.TV, 스크린에 비해 공포물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연극무대에도 공포연극의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처럼 특수효과나 반전에서 오는 섬뜩한 공포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지하 소극장과 라이브 무대라는 연극의 특성상 작은 충격요법으로도 내면의 잠재된 공포심리를 이끌어내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파파프로덕션의 ‘악녀 신데렐라’(20일∼9월4일, 대학로 행복한극장)는 ‘고딕 호러’를 표방한 창작극이다. 이 연극에서 권선징악을 전하는 아름다운 동화는 혐오감을 자아내는 끔찍한 악담으로 돌변한다. 성인용품 판매로 부를 축적하는 아버지, 성형중독에 걸린 계모와 이복언니,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왕자로 키워진 공주 등 뒤틀리고 비정상적인 인물들이 끌어가는 연극은 욕망과 추함, 악으로 가득찬 세상을 조롱하면서 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심리적 공포를 안긴다. 창작페스티벌 희곡공모전의 당선작으로 이해제가 연출을 맡았다.(02)747-2070. 극단 옐로우룸의 ‘하녀들’(8월21일까지, 대안극장 옐로우룸)은 장 주네의 원작이 지닌 인간의 악마적 본성을 긴장감있게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공포감을 유발한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실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하녀들’은 마님 몰래 동성애를 즐기던 두 하녀가 이 사실이 들통나자 살인을 저지른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작품이다.(02)3672-1677. 아예 밤 11시에 공연하는 심야공포연극도 있다. 다섯명의 남녀가 벌이는 기괴한 제의식을 다룬 프로젝트그룹 여름사냥의 ‘엠 에볼’은 열대야로 잠 못이루는 올빼미 관객들을 타깃으로 삼았다.8월15일까지 대학로 두레소극장에서 공연된다.1544-155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딴여자 사귄다” 동성애 상대 집단린치

    동성연애자 여성 8명이 함께 동거하던 여성이 자신들 외에 다른 여성과 사귄다는 이유로 한달여간 감금, 집단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빼앗은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12일 인터넷 친구만들기 사이트에서 만난 조모(21·무직)씨가 외도를 한다는 이유로 자취방에 감금하고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손모(18·대학 1년)양 등 여성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최모(16·고교 2년)양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3개월 전쯤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나 대구 달서구 호산동에 자취방을 얻어 합숙을 하던 중 조씨가 정조를 지키지 않고 다른 여성을 사귄다는 이유로 지난달 2일부터 지난 5일까지 33일 동안 조씨를 감금한 뒤 폭력을 휘둘러 전치 12주의 상처를 입히고 현금 63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청소년과 동성애 문제 이번 사건에 10대 여고생과 여대생이 끼어 있을 정도로 동성애는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또 하나의 고민거리다. 지난 2003년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6.3%가 ‘나는 동성애자가 아닐까.’라는 고민을 했을 정도다. 문제는 청소년 동성애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이나 배려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동성애를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속에서 이들은 동성애자임을 강요당하는 아우팅과 따돌림 등으로 괴로워하다 자퇴와 가출, 음주·흡연 등에 빠진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사회가 학교 성교육 등으로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들의 실체를 인정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대구 황경근·이두걸기자 khwang@seoul.co.kr
  • [송두율칼럼] 추방된 자를 위한 변명

    [송두율칼럼] 추방된 자를 위한 변명

    필자가 꼭 아홉 달 동안 갇혀 있었던 서울 구치소를 찾은 두 아들이 면회시간에 나에게 독거감방의 구조며 하루의 생활일정에 대해서 종종 물었다. 독일에서 낳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의 생활풍습도 낯설기도 했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긴장된 시간을 특수한 공간 속에서 보내고 있는 아버지의 생활환경이 더욱 궁금했을 것이다. ‘감옥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감시와 처벌’이라는 저술을 통해 근대에 있어서 앎과 힘이 어떻게 결합되었는지를 파헤친 미셸 푸코(M Foucault)조차도 프랑스의 감옥 안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었다.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그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아티카시에 있는 감옥의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사회학에서 이른바 ‘총체적 제도’라고 불리는 이러한 공간은 구치소나 교도소외에도 병원 특히 정신병원, 병영, 학교 등을 의미한다. 이 모든 제도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심각하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졌다. 법률위반행위나 그에 대한 혐의로 구속된 사람, 병자나 정신이상자, 군복무자, 학생들을 일반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엄격한 규율을 통해서 통제하는 과정 중에는 인권유린사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는 내부로부터 또 다른 반항적인 폭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가끔 세간을 놀라게 하는 엄청난 사건도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남미처럼 재소자의 대대적인 폭동은 없지만 군대나 학교 또는 재활원 같은 곳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은 많다. 특히 규율과 통제는 기본적으로 몸을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는데 고문과 체벌은 그의 대표적 예이다. 군사정권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여러 가지로 재소자를 위한 조건들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구치소에는 아직도 징벌방이 따로 있다. 구치소내의 규정을 어기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재소자를 일정기간동안 이 방 속에 가두어 놓고 면회와 운동시간도 제한한다. 인적이나 물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교도관이 너무나 많은 재소자를 상대하다 보니 재소자 매 개인이 안고 있는 사연에 관심을 갖고 대화라도 나눌 수 있는 여유는 전혀 없다. 사회로부터 일단 배제되고 또 격리된 집단을 배려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다. 범죄자와 정신병자는 대개 ‘비정상’이나 ‘비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들이 사는 사회로부터 격리 수용되는 것은 정당하며, 때로는 이들을 영원히 추방시켜도 된다는 주장이 있다. 이렇게 정상과 비정상,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으로 나누어보는 이분법적 시각은 동성애자, 외국노동자 등에게도 적용된다. 특히 냉전적 사고구조 속에서 이른바 ‘빨갱이’를 죽여도 죄가 될 수 없다는 논리도 이러한 시각에서만 성립 가능하다. 이렇게 조건반사처럼 작동하는 선별과 배제의 논리는 주로 집단적 기억과 관습에 의존한다. 그러나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뒷받침하는 법학이나 임상심리학과 같은 지식체계 없이는 그러한 배제의 구조도 견고하게 유지될 수 없다. 그러한 지식체계를 또 대중화시키는 정보매체가 지배하는 오늘날 그러한 배제에 대한 저항은 저항가요를 반복해서 부르는 식으로는 성공될 수 없다. 때로는 싸우는 대상이 하도 한심하기 때문에 싸우는 자신마저도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전투적 자세를 취하지 않고서는 가령 감옥과 정신병원의 비인간적이며 폭력적인 구조와 싸울 수 없었다고 푸코는 술회한 적이 있다. 그는 또 진리라는 이름 밑에서 법이나 관습이 어떤 선을 그어 그 선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항상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또 우리를 처벌하지만 그의 진정한 의도는 기존의 권력체계 유지에 있다고 고발한다. 생산적인 것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유목민의 것이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 자신도 과거의 관습과 법이 정한 테두리 밖으로 나와 오늘의 세계가 필요로 하는 보편적인 사회적 약속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 모두 생각해야 한다.
  • [황장석기자의 아시아 창] 양지로 나오는 동성애 담론

    아시아의 동성애 커뮤니티 및 문화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오는 7일 방콕 앰배서더호텔에서 3일 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제 1회 ‘아시아 퀴어(동성애)연구 콘퍼런스’는 아시아 동성애 연구의 본격화를 알리는 행사다. 아시아의 동성애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최초의 국제회의인 셈이다. 호주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아시아태평양퀴어네트워크(APQN) 등이 공동주최한 이번 회의는 아시아 각국에서 온 동성애자들과 학자들, 인권단체 활동가, 동성애 영화 제작자와 예술가 등 220여명이 한 자리에 모인다. 참가자들은 아시아 동성애자 현황 파악 작업이 진척되길 기대하고 있다. 회의 공동 기획자인 호주국립대학(ANU) 피터 잭슨 교수는 “아시아의 동성애자들을 돕기 위해 실제 그들의 커뮤니티 현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고 동성애 포털사이트 ‘프리대’는 전했다. 아시아의 동성애자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해 열린 제15회 국제에이즈콘퍼런스의 ‘개발도상국의 남성 동성애’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2002년 방글라데시의 트럭 운전기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22%가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의 경우 트럭 운전기사의 72%가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보고서가 1996년 발표되기도 했다. 아시아에서 동성애자들이 권익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로 일본과 태국, 필리핀 등에서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어 1980년대에는 에이즈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른 여러 국가들에서도 동성애 단체들이 조직되기 시작했다. 주최측이 첫번째 회의 개최지로 방콕을 선정한 것은 동성애에 대해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베트남 전쟁 이후 섹스관광국가로 악명을 떨친 태국은 성매매업종사자의 상당수가 게이라고 알려져 있다. surono@seoul.co.kr
  • [낮은 소리] 차별·협박·폭력속의 레즈비언들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은 우리 사회에서 이중으로 고통을 겪는다.‘동성애자’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아니, 여자가?”라는 편견과 맞물리면서 더욱 냉혹하게 증폭된다. 최근 레즈비언들이 따로 내던 목소리를 하나로 합쳤다. 지난달 국내 최초의 레즈비언 인권운동단체 연합체인 ‘한국레즈비언권리운동연대’가 발족됐다. 앞서 4월에는 ‘한국레즈비언상담소’가 문을 열였다. 레즈비언들은 “레즈비언 인권운동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말한다. 인권 비하로 고통받는 레즈비언들의 현실을 살펴본다. 레즈비언은 사회적 차별과 편견 외에도 높은 범죄위험에 노출돼 있다. 동성애자 폭로를 빌미로 갖은 협박에 시달리고 성폭행을 당하기까지 한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레즈비언들의 인권은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동성애 폭로 협박에 성폭행까지 4년 전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알게 된 대학생 김민정(가명)씨. 그는 지난해 다른 대학에 다니는 동갑내기와 사귀었고, 같은 과 남자 선배가 이를 알게 됐다. 김씨는 “그 선배가 학생수첩을 내밀며 ‘여기 나와 있는 너희 집에 전화해 네가 동성애자임을 알리겠다.’고 협박했다.”면서 “그 후 1년간 선배에게 강간을 당하고 있다.”고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 레즈비언상담소’의 전신인 ‘여성 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에 지난해 4월까지 접수된 상담사례를 보면 레즈비언의 4%가량이 폭력 등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 동성애자임을 폭로하는 ‘아웃팅’ 협박이나 물리적 폭력은 레즈비언만 겪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협박의 수단이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기간제 교사 출신 김모(33)씨가 프리랜서 기자를 사칭해 10대 레즈비언들을 찾아낸 뒤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김씨로부터 피해를 당한 여고생은 모두 4명이었다. 이 사건은 피해 여고생이 상담소에 적극적인 도움을 청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상담소에 하소연을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상담소 관계자는 “동성애자가 아니어도 성폭행당한 사실을 신고하기는 쉽지 않은 것 아니냐.”면서 “여기에다 수사 과정에서 원하지 않게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게 두려워 그냥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종된 10대 레즈비언의 인권 레즈비언 가운데 10대의 인권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남학생과 달리 여학생들은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그룹을 지어 다니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쉽게 동성애자임이 드러난다. 이를 두고 학교측은 ‘풍기문란’ 등 이유를 들어 태도 점수를 깎거나 심지어 전학을 보내버리기도 한다. 상담소측은 “2002년 서울 D여고는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한 학생을 강제 전학시켰다.”면서 “하지만 표면상으로는 학생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또 친구들 사이에서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도 학교에서 보호해주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 S여고에서 한 학생이 레즈비언인 친구의 사진을 찍어 전교 학급 게시판에 붙여 아웃팅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지난달 20∼26일 열린 제9회 인권영화제에 국내 최초 레즈비언 인권영화인 ‘이반 검열’을 출품한 이영 감독은 “학교 내에서 레즈비언을 색출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서 “학교에서 10대 레즈비언의 인권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현재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하는 한 대학생의 경우 고3 발표 수업시간에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한 뒤 교무실 앞에서 친구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했다.”면서 “하지만 교사들은 이를 못 본 척하는게 현실이다.”고 전했다. 영화 ‘이반 검열’은 실제로 현재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 레즈비언의 생활을 담은 ‘셀프카메라’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가족의 폭력에서도 자유롭지 못해 레즈비언들은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을 때에도 무력하다. 게이에 비해 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해 가족들의 강압적인 행동을 그대로 참을 수밖에 없다. 동성 애인과 교제하는 사실을 부모에게 발각당한 한 상담자는 “부모님이 애인의 집에 찾아가 협박하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했다.”면서 “헤어지지 않으면 유학을 보내겠다는 것이 부모님 생각”이라고 하소연했다. 레즈비언 상담소 김김찬영 소장은 “2002년에는 딸이 동성 애인을 데려오자 애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을 만큼 레즈비언 중 가족한테 감금·폭력을 당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대표 김김찬영 “같은 동성애자인데도 게이보다 레즈비언에 더 큰 거부감을 갖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김김찬영(25)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레즈비언의 위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차별에 더해진 또다른 차별, 그것이 우리나라 레즈비언의 현주소라는 얘기다. “여성과 남성의 동성애자 인권모임끼리 힘을 합치면 분명 각자 활동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하지만 가부장적 문화 때문인지 통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따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상담소가 문을 연 첫 해인 올해의 중점 사업은 청소년을 상대로 동성애를 제대로 알리는 것. 오는 7월부터 9월까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5개 도시를 찾아가 ‘찾아가는 청소년 동성애 바로알기 강의(가칭)’를 가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청소년의 현실에 적합한 동성애 바로알기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강의 자체만으로도 10대 레즈비언으로부터 대화를 이끌어 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10대 레즈비언 인권 실태도 조사할 예정이다. 현재 상담소에 가입된 회원은 90여명. 이 가운데 활동가는 20명 정도다. 김 대표는 1994년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레즈비언 단체인 ‘여성 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에서 활동하다 상담소가 문을 열면서 대표를 맡게 됐다. “아직은 회원수도 적고 회비로 겨우 꾸려나가지만 그게 어려운 건 아닙니다. 아직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못한 상태인데 남들처럼 취직 준비를 하지 않고 여기서 일한다는 말을 못하는 게 힘들죠.” 본격적인 상담 활동을 시작하고 단체간 연대까지 시작했지만 얼굴을 드러내놓고 활동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저희가 마음껏 얼굴을 드러내놓고 활동할 날이 오겠죠. 하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모든 동성애자들과 마찬가지로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여자친구를 좋아하면서 혼란을 겪기 시작했고 2년간 고민 끝에 레즈비언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렇게 혼자 고민하는 사람들이 상담소를 적극 이용해 주기를 당부했다.“분명 혼자서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섣불리 이성애자다, 동성애자다 판단하지 말고 상담소 문을 두드리세요. 특히 아웃팅을 이용한 범죄의 피해자가 된 경우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랍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동성애’와 ‘이반’ 포털 금칙어서 제외 최근 들어 레즈비언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부에서 감지된다. 아무래도 변화의 수용 폭이 넓은 사이버 공간이 그 출발점이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그동안 금칙어나 성인 키워드로 취급했던 ‘동성애’와 ‘이반’을 일반용어로 분류했다.‘이반(異般·二般)’이란 ‘일반(一般)’의 상대어로 국내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동성애자들이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지난달 다음, 야후코리아 등 8개 주요 포털에 대해 동성애 관련 단어 분류의 시정을 요구한 결과 이달 14일까지 모두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벅스, 인터넷한겨레, 인터넷세계일보에서는 ‘동성애’가 성인 키워드로 분류돼 주민등록번호 입력 후 성인인증을 해야 관련 자료를 검색할 수 있었다. 네이버, 야후 코리아, 엠파스는 ‘이반’이 성인 키워드에 속해 있었다. 또 다음카페와 엔티카 엔피(파일 공유 사이트) 서비스에서는 ‘이반’이 금칙어로 분류돼 검색 자체가 불가능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동성애나 이반에 대한 사전적 정의 등 일반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성인 키워드에서 제외했다.”면서 “대신 이 키워드로 검색이 되는 성인 관련 콘텐츠는 따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부분 업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분류가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의 개별 심의기준에 ‘동성애’가 명시된 것을 삭제하라고 청소년보호위원회에 권고한 바 있다. 청소년보호위는 이를 수용,2004년 4월 시행령을 개정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현대미술의 향수] (3)클림트가 그려낸 ‘벌거벗은 진실’

    [현대미술의 향수] (3)클림트가 그려낸 ‘벌거벗은 진실’

    오스트리아에서는 클림트의 작품을 손쉽게 접하게 된다.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만이 아니라 마치 오스트리아 ‘공식상표’인양 갖가지 복제화와 상품의 형태로 전세계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빈의 레오폴드 미술관에서 열린 (벌거벗은 진실)전을 계기로 그의 여성적이고 관능적인 작품세계가 사람들에게 주는 기쁨의 의미를 찾아본다. #1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작품 중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키스)(1907-8)는 굳게 포옹하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 커다란 정사각형의 화면을 가득 채운 그림이다. 연인을 다룬 그림이야 미술사 속에 넘치도록 많지만,(키스)의 연인은 특별하다. 비잔틴 모자이크에서 신성함의 표지였던 황금빛 반짝임이 여기서는 에로틱한 황홀경의 시각적 표현이 되었고, 평범할 수도 있었을 연인의 결합이 거의 신성에 버금가는 가치를 획득한다. 서로 다른 두 존재가 근원적 합일을 통해 영원한 화해와 조화의 세계에 도달한다는 메시지는 정치, 사회, 문화의 격변기였던 클림트의 시대는 물론이고, 모든 것이 분절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까지 그의 작품이 국적과 연령을 초월하여 사랑 받는 까닭일 것이다. ●클림트는 오스트리아의 회화적 자부심 지금 빈의 레오폴드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벌거벗은 진실)(5월13일-8월22일)전은 클림트가 활동했던 1900년 무렵의 오스트리아 회화와 드로잉 180여 점을 전시한 대규모 전시이다. 큐레이터 토비아스 나터의 전시 기획안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쉬른 미술관에서 받아들여 준비하면서 레오폴드 미술관이 합류했다. 두 미술관이 오랜 준비단계를 거쳐 유럽 각국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의 미술관과 개인소장자들의 도움으로 준비한 작품들은 먼저 쉬른 미술관에서 성황리에 전시를 마치고(1월28일-4월24일), 레오폴드 미술관으로 옮겨왔다. 레오폴드 미술관의 넓은 지하전시장에 7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전시된 작품들은 마치 전체 주제를 한 눈에 보여주려는 듯 긴밀한 짜임새로 구성되어 전시 기획자들의 세심함이 두드러진 전시였다. ‘클림트, 실레, 코코슈카, 그리고 다른 스캔들’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전시의 출발점은 클림트이다. 클림트는 오스트리아의 회화적 자부심과 결부된다. 빈 근교에서 태어나 계속 빈에서 교육받고 활동한 그가 파리, 로마 등에서 인정받고 국제적 명성을 획득한 덕분이다. 모차르트, 슈트라우스, 쇤베르크 등 걸출한 음악가를 배출한 오스트리아는 무엇보다 ‘음악의 나라’이고, 미술 장르 중에서는 건축 쪽이 강세를 보인다. 적어도 클림트 이전의 오스트리아 회화는 국제적 흐름과는 단절된 채 과거의 영광과 전통을 되뇌는데 급급한 수준이었다. 물론 클림트가 국제적 명성만으로 오스트리아 대표화가의 역할을 얻은 것은 아니다. ●자위·임신등 금기로 여기던 소재 끌어내 1897년 클림트를 중심으로 젊은 예술가들이 결성한 빈 분리파는 오스트리아 미술이 자기만족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술전통을 추구함으로써 현재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다. (벌거벗은 진실)이라는 전시 제목도 위선적인 치장에 가려진 ‘진실’을 벌거벗은 여인으로 형상화한 클림트의 (누다 베리타스)(1899)에서 따온 것이다.‘인간의 벗은 몸’과 ‘공적인 전시공간’을 중심으로 1900년대 보수적인 빈 사회의 권위에 도전했던 젊은 예술가들의 반항과 그들을 향한 당시 사람들의 거센 비난에 초점을 맞춘 전시에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전시작품들도 성과 욕망, 동성애, 자위, 임신, 어린 소녀의 누드 등 당시의 도덕관이 금기로 여기던 소재를 내세운 것들이다. 그 중에는 상대적으로 허용의 폭이 넓어진 오늘날 볼 때 그리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는 작품들도 있지만, 몇몇 작품들, 특히 클림트의 에로틱 드로잉이나 실레를 감옥에까지 가게 했던 에로틱 수채화와 드로잉들은 아직도 전시실이 아닌 공공 장소에 걸어두거나 전시 포스터로 사용하기 힘든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특이한 점은 1층 중앙홀에 클림트의 그림 세 점을 복제하여 걸어둔 일이었다.1894년 국가의 주문으로 클림트가 제작에 착수한 이 그림들은 스케치 단계에서부터 거의 10년간 오스트리아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이후 빈의 미술흐름을 바꿔놓았다고 평가된다. 원작은 1945년에 소실되어 흑백사진자료로만 남았는데, 이 그림들이 흑백이긴 하지만 실제 크기로 복제되어 함께 전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불에 타서 망각 속으로 사라진 그림을 굳이 전시장으로 불러들인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또 다른 망각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클림트, 실레, 코코슈카 등이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사랑 받게 되면서 그들의 작품이 불러일으켰던 사회적 논쟁과 갈등이 잊혀지고 있는 것이다. 레오폴드 미술관에서는 (벌거벗은 진실)전과 별도로,1층 전시장에서 방대한 소장품 중 선별한 작품들로 (1900년대의 빈)전(3월25일-8월30일)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소장품이었다가 최근 레오폴드 미술관이 소장하게 된 클림트의 (죽음과 삶)(1916), 그의 풍경화들, 콜로만 모저, 요제프 호프만, 오토 바그너 등 빈 분리파와 빈 공방 주역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1900년대의 빈)전까지 둘러보고 전시장을 나서자 마치 100년 전의 세계에서 순식간에 현재로 뽑혀온 듯 현기증이 난다. 우화와 신화의 베일을 벗기고 꾸밈없는 진실을 드러내고자 했던 클림트와 불멸의 반짝임 속에 꿈결같은 충만의 세계를 보여주었던 클림트 사이의 간극 역시 이 현기증을 더해준다. 하지만 클림트 작품의 매력은 바로 이 간극 속에 있다. 헐벗은 현실에 대한 자각과 불만이야말로 조화로운 구원의 세계를 더 갈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갈망은 어떻게 성취되는가. 바로 예술과 사랑의 만남을 통해서, 클림트 식으로는 ‘전 세계를 위한 키스’를 통해서. #2●빈의 이질적 건물 대화나누듯 마주서 빈은 신기한 도시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루프레흐츠 성당, 고딕 양식의 슈테판 성당, 바로크 양식의 칼스 성당 등의 역사적인 건축물, 유겐트스틸의 선두주자 오토 바그너의 기하학적 건물들, 장식과잉의 역사주의 건축에 반발한 아돌프 로스의 금욕적인 건물들이 시내곳곳에 뒤섞여 있다. 물론 웬만한 유럽도시는 다양한 양식의 건물이 혼재하기 마련이지만, 빈에서는 유독 서로 이질적인 건물들이 대화라도 나누는 듯 마주보고 있다. (벌거벗은 진실)전에서 1900년대 가장 소란스러웠던 건축스캔들의 사례로 다루었던 로스의 ‘벌거벗은 건물’은 황제가 생활하는 화려한 왕궁에서 내다보이는 곳에 지어졌다. 두 건물은 지금도 서로를 비난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1985년에는 빈의 상징 성 슈테판 대성당 바로 앞에 한스 홀라인의 하스하우스가 들어섰다. 현대판 성채 같은 하스하우스의 유리로 된 전면에 성 슈테판 대성당이 비치는 광경을 보면 마치 현대의 신(하스하우스 안에는 쇼핑센터와 식당, 카페 등이 있다)과 과거의 신이 서로 의지하면서 다독이는 느낌이 든다. 이질적인 두 건물이 마주보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빈의 명물이 되어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지 않는가. 바로 이런 도시이기에 훈데르트바서 같은 건축가가 태어날 수 있었나보다. 바르셀로나가 가우디를 배출했다면 빈에는 훈데르트바서가 있다.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훈데르트바서하우스(1985)와 쿤스트뮤지엄빈(1991)을 찾았다. 공동주택이어서 거주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바깥에서만 봐야하는 훈데르트바서하우스와 달리 쿤스트뮤지엄빈은 화가이기도 한 훈데르트바서의 환상적인 회화작품들이 상설 전시되어 있어 여러모로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건물에 대한 통념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미술관 건물 자체이다. 제각기 다른 모양의 창틀, 건물 곳곳에 넘쳐나는 알록달록한 색채, 다양한 곡선을 만들며 점점이 박힌 서로 다른 크기의 총천연색 타일, 그리고 가장 놀라운 부분인데 벽도 바닥도 천장도 모두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동화의 세계나 아이의 꿈속에서 꺼내다 찌그러진 성 같기도 하고 서툰 요리사가 망쳐놓은 화려한 케이크 같기도 하다. 이런 건물은 자연에는 직선이 없으며 인간은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는 신념에서 나왔다. 그래서 훈데르트바서의 건물은 그 자체가 화려한 꽃밭인가 보다. 이건 비유적인 의미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건물 지붕에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어 정원으로 꾸몄고, 건물 안에도 자연을 형상화한 타일모자이크 뿐 아니라 실제 자연을 끌어들였다. 이 자연에는 나무와 물, 그리고 아이들이 포함된다. 쿤스트뮤지엄빈의 또 하나 특이한 점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주눅들고 긴장해야하는 공간이 아니라 편안하게 머물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된 미술관을 보면, 건축가의 철학이 건물 외관뿐 아니라 그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문명주의자에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훈데르트바서의 건물은 다른 형태의 대화를 꿈꾼다. 다른 건물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대화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 대화는 어쩌면 생활과 예술의 결합을 추구했던 빈 분리파와 빈 공방의 의지를 확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성림 작가
  • [월드이슈] 동성결혼 법적인정 확산…亞州선 여전히 ‘금기’

    [월드이슈] 동성결혼 법적인정 확산…亞州선 여전히 ‘금기’

    동성간 결혼이 인정되고 법적 보장이 강화되는 등 구미지역에선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적 보호가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동성애자의 ‘커밍 아웃’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냉대와 불이익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합법화한 스위스의 국민투표를 계기로 전세계 동성애자들의 처지를 살펴봤다. 국민투표로 스위스의 동성 부부는 연금, 재산상속, 조세 등에서 다른 이성 부부들과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단 입양 권리만 인정받지 못할 뿐이다. 스위스도 과거엔 동성애자들에게 호의적이진 않았다. 올 65살인 마틴 프리히 동성애 인권운동가는 1970년대를 회고하며 “당시 스위스에서 게이로 산다는 것은 미국에서 흑인으로 사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동성애자들을 감시하는 풍기 단속 경찰관까지 있었다.1968년 유럽에서 학생운동이 번져 나가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반대가 확산됐고, 이후 동성애자들의 운동은 반정부 저항이 아니라 보다 큰 평등운동으로 전환됐다. ●영국 엘튼 존도 동성연인과 결혼계획 미국은 지난해 동성결혼 허용문제로 시끄러웠다. 각 주마다 동성결혼의 법적허용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청교도 전통이 남아있는 미국에선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주에 소도미법(Sodomy Act·비역법)이 있어 구강과 항문을 이용한 성적 행위를 범법행위로 규정했었다.2003년 소도미법은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미국 코네티컷주에서는 오는 10월부터 동성 커플이 ‘세속 결합’(Civil union)으로 법적 인정을 받게 된다. 오리건,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매사추세츠, 버몬트 등 5개 주는 세속 결합이나 동성간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12월5일부터 동성간의 세속 결합이 허용된다. 가수 엘튼 존도 이 법률에 따라 11년간 연인으로 지낸 동성 연인과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가 2000년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했고,2003년 벨기에가 뒤따랐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4월 게이 부부의 입양까지 허용한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 프랑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사회적으로는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이지만 법적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뉴질랜드는 동성 커플의 ‘이민 천국’이다. 새 이민법은 일년 이상 ‘안정되고 진실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증명만 있다면 이성 부부든 동성 부부든 상관없이 이민 자격 심사를 한다. 호주 이민법은 동성 커플을 결혼 관계로 인정하지 않으며 개정 계획도 없다.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남아공, 핀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이민법은 동성커플을 인정하나 이성커플과 똑같이 취급하지는 않는다. ●게이왕국 태국엔 동성애 단체 없어 아시아는 동성애자의 권리가 아직 유럽이나 구미에 비해 훨씬 못 미친다. 중국의 경우 4년 전까지 동성애가 정부에 의해 정신 질환으로 규정됐다. 중국 정부는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자 숫자를 84만명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유엔은 실제 숫자가 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에이즈 감염사례 가운데 11%는 남성간 동성애로 인한 것이다. 태국은 ‘모순된 게이왕국’이다. 크루즈바, 호스트바, 사우나, 마사지숍, 커피숍, 카바레 등 게이를 위한 장소가 넘쳐난다. 하지만 이 왕국에 게이 잡지는 없고, 게이 정치인이나 게이 언론인도 없다. 어떤 동성애 단체도 없으며 게이 서점도 없다. 일본은 사무라이가 숭앙받던 전국시대에 동성애가 성행했으나 현재 동성애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1960∼70년대 다양한 인권운동이 전개되었지만 동성애자의 인권을 위한 운동은 거의 없었다. 일본 역시 게이가 살기에 쉬운 환경은 아닌 것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美 게이커플 겨냥 대리모 급증 ‘사랑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부모가 되고 싶다.’ 미국에서 아이를 갖는 게이 커플이 늘고 있다. 일부 주(州)에서 동성연애자의 결혼을 허용한 것을 놓고 사회적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14개 주는 동성연애자들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을 마련했지만 ‘부모’가 되고 싶은 게이 커플들의 강한 ‘욕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입양도 있지만 법률적으로 제약이 많아지면서 게이 커플에게는 아이를 갖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대안으로 대리모를 찾는 게이 커플들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게이 커플에게 아이를 낳아준 대리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 전역에 대리모를 주선해주는 기관이나 법률회사 60여곳 가운데 절반 정도가 게이 커플을 고객으로 ‘모신다’는 광고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그로잉 제너레이션’이란 대리모 주선단체는 대리모를 통해 부모가 된 게이 커플이 지금까지 300명이 넘으며,1998년 4명에서 지난 17개월동안 108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최근의 대리모들은 대부분 익명 기증자의 난자와 아이의 아버지가 될 남성의 정자를 수정시킨 수정란을 이식받아 임신하며 출산비용을 빼고 한 번에 2만달러(약 2000만원)를 보수로 받는다고 전했다. 어지간한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엄두도 내지 못할 비용이다. 그러다 보니 대리모들의 주요 고객은 의사·변호사·컴퓨터 전문가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 게이 커플이다. 게이 커플을 기피해왔던 대리모들도 최근에는 오히려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성 부부에 비해 정신적 부담이 덜 하기 때문이다. 수년간 불임에 따른 스트레스를 경험한 불임 여성들은 대리모들에게 일종의 질투와 절망감, 무관심 등의 반응을 보인다. 대리모들은 임신기간 내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상실감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반면 게이 커플의 경우 대체로 정서적으로 대리모와 친숙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게이 커플 부모와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일치하는지는 지켜봐야 할 숙제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아시아의 동성애 핍박 사례 “파트너를 못 본 지 한달이 넘었어요. 삶이 예전같지 않아요.” BBC 인터넷판은 지난 6일 남아시아에서 동성애는 여전히 금기라며 인도 레즈비언 커플 우샤 야다브(20)와 실피 굽타(22)의 사연을 소개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컴퓨터 강사로 일했던 야다브는 일년전 굽타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야다브는 “나는 다르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남성에게는 한번도 친근함을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굽타의 부모가 굽타를 결혼시키려 하자 이들은 함께 도망쳤다. 굽타의 부모는 야다브가 딸을 ‘납치’했다고 주장했고, 치안 판사는 레즈비언 커플에게 부모한테 돌아갈 것을 명했다. 이제 굽타는 한달 넘게 집에 갇혀있고 전화도 쓸 수 없다. 야다브와 굽타가 고통에 허우적대는 사이 그들이 사는 알라하바드에서 동쪽으로 150㎞떨어진 칸푸르에서는 레즈비언 커플이 자살을 시도했다. 가족들이 이 레즈비언 커플을 각각 남성에게 결혼시켜 떼놓으려 하자 절망에 빠져 죽음을 택한 것이었다. 인도의 법 전문가들은 정부가 동성 결혼 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조언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그들의 파트너를 고르는 것은 민주적 권리로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문제란 것이다. 야다브는 “자살을 시도한 소녀들은 겁쟁이예요. 굽타와 나는 훨씬 강하지요. 굽타가 결혼을 강요당하더라도 사회가 우리를 받아들일 때까지 우리의 관계를 이어갈 겁니다.”라고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인도의 레즈비언 커플들이 강요된 결혼으로 고통받는 동안 중국의 동성애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다. 중국이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제외한 것은 겨우 4년전이다. 중국의 게이 활동가들은 인터넷을 통해 게이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동성애자인 실비아(23·가명)는 “인터넷이 없을 때는 동성애자들은 세상에 혼자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이제는 인터넷으로 친구를 만나고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게이란 것을 밝힌 뒤 15년 동안 강의를 할 수 없었 던 베이징 영화 학교의 추이 젠 교수는 “모두 똑같아야 하는 획일적인 중국 사회에서 게이는 여느 사람들과 다르니까 전적으로 거부당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상하이 푸단(復旦)대에서는 지난해 동성애에 대한 강의가 처음으로 진행됐다. 중국 남성 대학생의 16%가 동성애 경험이 있다는 한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일부에선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도 추진중이지만, 전인대를 통과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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