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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남성] 2535 여성들이여 만화잡지 ‘허브’로 모여라

    ‘스물 다섯의 자신감, 서른 다섯의 여유.’ 국내 유일의 성인 여성 대상 월간 만화잡지 ‘허브’가 다시 태어난다.2004년 7월 창간돼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해 온 허브가 판형을 키우고 콘텐츠를 강화해 격월간지로 재탄생한다. 그동안 허브는 ‘2535’(25∼35세) 여성을 타깃으로 그들의 삶과 밀접한 소재를 다룬 순정만화를 실어 높은 인기를 끌었다. 최근 순정만화 ‘궁’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돌풍을 일으키며 순정만화를 즐겨보는 남성 독자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허브의 변신은 눈길을 끈다. 허브는 애정문제를 주로 다루는 순정만화보다는 여성들이 처한 다양한 현실을 다루며 여성들만의 순수문화 향유에 앞장서 왔다. 한 여성이 직장에 입사해 적응하고, 성과를 이뤄내는 과정과 상사와 갈등을 빚는 과정 등을 현실적으로 터치한 임현정의 ‘불가항력적 직장여성 진화론’, 한 여성의 성장 이야기를 면밀하게 묘사한 말리의 ‘도깨비 신부’, 여성간 동성애를 소재로 한 한혜연의 ‘월식’, 팔레스타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식으로 다룬 김보현의 ‘나블루스’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바람의 나라’로 유명한 김진 작가가 죽음이라는 소재에 진중하게 접근한 ‘조우’와 고려 말과 조선 초 격동기 역사를 재구성한 김혜린의 ‘인월’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들은 1980년대 말∼90년대 중반 만화를 오락거리로 삼으며 10대를 보낸 여성 ‘2535’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여성독자뿐 아니라 전체의 10%에 이르는 남성 독자들로부터도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허브가 이달 중 재창간 작업에 나선 이유는 발행 간격을 늘려 콘텐츠를 좀더 충실히 하고 작품별로 책으로 소장하기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한 단행본 작업을 병행하기 위해서다. 판형도 신국판(15.2㎝22.5㎝)에서 대국전판(17.2㎝24.2㎝)으로 키워 시각적인 질을 높이는 한편 여성들을 위한 칼럼 등을 보충해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소재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점을 활용해 그동안 터부시돼 왔던 주제도 다양하게 다룰 계획이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남성간 동성애 코드’를 다룬 작품, 여성들의 솔직한 성담론을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 스타일의 작품, 여성들의 남성적 문화 향유를 다룬 작품 등이 추진되고 있다. 박관형(35) 편집장은 “‘풀하우스’나 ‘궁’ 같은 순정만화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면서 만화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허브의 재창간은 의미가 있다.”면서 “다만 우리는 히트작의 흥행 성공 방식보다는 이제까지 다뤄온 콘텐츠를 충실히 다루는 방식으로 성인 여성 만화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공연리뷰] 연극 ‘그녀의 봄’

    먼저 포스터 얘기부터 해야겠다. 웃통을 벗은 채 눈을 감고 있는 한 남자. 아랫배에 새겨진 화려한 문신과 한쪽 귀에 걸린 귀고리가 요즘 유행하는 동성애 코드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연극 ‘그녀의 봄’(김학선 작·연출)은 이 선정적인 포스터가 유포시킨 소문처럼 동성애 연극이 아니라 통일 이후 겪게 될 남북한 사회의 현실적·정서적 괴리를 진지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극중 한기주가 게이로 설정돼 있긴 하지만 그의 성 정체성이 작품을 끌고 가는 핵심 요소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불필요한 선입견을 심어줘 작품을 잘못 읽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포스터는 분명 문제가 있다. 무대는 남북한 통일 시범지구인 항구도시 경도. 신 경제특구인 이곳은 남쪽이나 북쪽 사람들 모두에게 기회의 땅이자 자본의 논리와 생존의 절박함이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욕망의 분출구다. 경도호텔 소유주인 남쪽 기업가 소지성과 북쪽 조직폭력배 조용길의 권력다툼은 수십년간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의 틀에 갇혀 있던 남한과 북한의 불안한 동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반면 조용길의 조직에서 러시안 룰렛게임으로 연명하는 김철희(최원석), 소지성의 여자 경호원 리원석(채국희), 기억이 뒤엉킨 동성애자 한기주(최광일)는 남북한에서 버림받고 절망의 진흙탕에서 뒹구는 주변부 인생들이다. 카지노와 타로점이 어울리는 세련된 무대세트, 화려한 조명, 감각적인 음악, 끊임없이 울려대는 총소리는 얼핏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스타일에 너무 치중한 탓일까. 정작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남북한 양쪽에서 쫓기는 신세인 김철희, 연인인 김철희를 찾아 경도에 온 리원석, 집에 불을 질렀던 과거를 잊으려다 성 정체성마저 변해버린 한기주 등 주요 인물의 비틀린 과거에 대한 설명이 크게 부족한 탓에 이들의 현재 캐릭터와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작품에 빈 공간이 많다는 뜻이다. ‘자본주의는 말이야, 인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괴물이야.’ 같은 상투적이고 직설적인 대사도 귀에 거슬린다. 통일시대에 대한 남다른 문제의식과 진지한 성찰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숙성 과정 없이 의욕만 앞섰다는 방증이다.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2-91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곰곰(안현미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2001년 계간 ‘문학동네’로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비굴 레시피’‘짜가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食死하세요’등 유연한 상상력과 독특한 화법으로 독자에게 친화력을 발휘하는 시들을 선보인다.6000원.●쾌락의 발견 예술의 발견(전영태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문학평론가이자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저자가 성과 문학, 음악, 철학, 과학 등 다방면의 관심사에 대해 종횡무진으로 풀어놓는 유쾌한 문화에세이. 구어체 문장과 능청스런 유머속에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이 빛난다.1만 3000원.●김정환의 할 말 안할 말-대중문화의 예술을 찾아서(김정환 지음, 열림원 펴냄)시인 겸 전방위 문화예술인으로 활동하는 저자가 록가수 전인권부터 탤런트 황수정, 화가 임옥상, 언론인 임영숙 등 우리나라 문화를 이끌어온 인물들을 인터뷰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취중진담으로 이끌어낸 파격적인 내용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9500원.●낙타(이명인 지음, 문이당 펴냄)‘집으로 가는 길’‘치즈’등을 통해 짜임새있는 이야기 솜씨를 발휘해온 저자의 신작 장편소설. 제주 섬에서 출가한 남편의 빈자리를 채우며 홀로 지내던 40대 중년 여성이 열병처럼 찾아온 연하의 남자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9000원.●댄서(콜럼 매칸 지음, 성귀수 옮김, 작가정신 펴냄)20세기 최고의 남성 무용수인 루돌프 누레예프의 일대기를 그린 전기소설. 춤 연습에 골몰하는 앳된 소년의 모습부터 거리를 헤매는 동성애자 누레예프의 면모 등을 실감나게 담았다.1만 2000원.●소정묘 파일(임종욱 지음, 달궁 펴냄)‘논어’의 이면에 감춰진 공자 살해 음모를 다룬 역사추리소설. 소장 한문학자로 원전 ‘논어’를 완역 출간한 바 있는 저자는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를 완전히 뒤집어 새롭게 재구성했다. 전 2권, 각 권 9000원.
  • 69세 伊총리 “4월총선까지 No Sex”

    거짓말쟁이 총리의 선거공약이 이번엔 지켜질 수 있을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총선이 치러지는 4월9일까지 성관계를 갖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영국의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30일 보도했다. 올해로 69세를 맞은 억만장자 총리가 ‘순결 공약’을 처음 공표한 곳은 사르디니아에서 열린 정당집회장. 그는 자신의 보수적 가족관과 동성애자 결혼 반대정책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회자에게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앞으로 두 달반 동안의 완전한 성적 절제를 약속한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의 ‘노 섹스’ 선언은 특히 전직 배우인 아내 베로니카 라리오에게 큰 뉴스거리다. 신문은 젊은 시절 유람선에서 가수생활을 하기도 했던 베를루스코니가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자신이 여전히 여성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는 공상 속에 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베를루스코니는 2001년 총선을 앞두고도 허튼 공약을 남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다음달 음악 동지인 마리아노 아피첼라와 함께 만든 앨범도 발표한다. 현지 언론은 그가 올해 상레모 가요제 출전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세상사 모두 만두 빚는 일과 같아”

    “세상사 모두 만두 빚는 일과 같아”

    ‘비둘기집 사람들’‘소수의 사랑’‘바람의 노래’등 세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한 작가 은미희(46)가 첫 단편집 ‘만두빚는 여자’(이룸)를 펴냈다. 전남 광주에서 방송사 성우, 신문기자로 활동하다 1996년 전남매일,199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소설가로 전업한 작가는 지방의 허름한 여인숙에 깃든 하층민(비둘기집 사람들), 근친상간과 동성애(소수의 사랑), 떠돌이 엿장수 공연단(바람의 노래)같은 그늘진 인생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주는 작품을 주로 써왔다. 표제작 ‘만두빚는 여자’의 미례도 삶이라는 무대에서 한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주변부 인생이다. 미례는 아파트 단지 어귀의 다섯평 남짓한 만두가게에서 10년 넘게 만두를 빚고 있다. 치매걸린 노모와 자신의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그녀에게 삶은 까딱 잘못 손놀리면 터져버리는 만두피같은 것이다.‘미례는 생각했다. 세상사는 일도 만두 빚는 일과 동일하다고. 세상일을 싸잡아서 무리 없이 제 안으로 끌어안는 것. 조심하지 않고 조금만 힘을 줘도 여기저기 만두피가 찢어지고 내용물이 쏟아져서 먹음직스럽게 빚어지지 않듯 세상일도 그렇다고.’(66쪽) 외롭고 막막한 일상을 견딜 수 없는 그녀는 성질 고약한 뜨내기 남자 손님에게 몸과 마음을 주지만 남자는 노모를 핑계삼아 그녀와 그녀 뱃속의 아이를 버린다. 분노와 아픔, 슬픔을 만두소에 버무려넣은 그녀가 노모가 가출하자 새로운 남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결말은 아릿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어느덧 기성세대로 전락한 386세대의 쓸쓸한 자화상을 보여준다. 친구 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단지 ‘가진 자’라는 이유로 그를 경멸했던 20대 청년들은 그들 스스로도 결국 돈밖에 모르는 속물로 변했다. 나날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는 대학강사 성모(편린, 그 무늬들), 북에 두고 온 가족을 잊지 못하는 송 노인(나의 살던 고향은), 홀어머니를 모시는 문제로 갈등을 빚는 부부(갈대는 갈데가 없다)등 수록작의 등장인물들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힘있는 필체에 힘입어 우리 이웃들의 생생한 이야기로 되살아난다. 첫 창작집 출간에 대한 소감을 “기쁘다거나 설레지 않고 다만 무서워 숨고 싶을 따름”이라고 밝힌 작가는 “앞으로 인생의 밝은 부분을 그린 소설을 써보겠다.”고 다짐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곧 서울로 거처를 옮겨 새로운 삶을 시작할 계획이다.9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국계 산드라 오 골든글로브 조연상

    ‘그레이스 아나토미’에서 의사 역할로 열연 중인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가 16일 열린 제6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김윤진과 대니엘 김이 출연중인 드라마 ‘로스트’는 TV드라마 시리즈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장동건 주연의 ‘무극’이 후보로 올랐던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천국, 지금’이 수상했다.‘천국, 지금’은 이스라엘로 자살 폭탄을 운반하는 두명의 아랍인 친구의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골든글로브 최대 수상작은 카우보이들의 동성애를 그린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최고작품상, 감독상 등 모두 4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워크 더 라인’에서 공연한 호아킨 피닉스와 리즈 위더스푼은 뮤지컬 및 코미디 영화부문에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각각 받았다. 영화부문 남녀조연상은 ‘시리아나’의 조지 클루니와 ‘충실한 정원사’의 레이첼 와이즈에게 돌아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아찔한 불꽃같은 뉴욕, 流慾!

    아찔한 불꽃같은 뉴욕, 流慾!

    1990년대 중반, 미국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뮤지컬 ‘렌트’의 월드 투어팀이 13∼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요절한 천재 아티스트 조너선 라슨이 극본과 작사, 작곡을 맡은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뉴욕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청춘남녀의 꿈과 열정, 사랑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렌트’의 매력은 에이즈 환자, 알코올중독자, 동성애자 등 파격적인 소재뿐 아니라 록, 탱고, 발라드, 가스펠을 아우르는 폭넓은 음악의 향연.1996년 초연 당시 작품상, 음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등 토니상 4개 부문을 수상했다.1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월드투어 공연에서는 홍콩 스타 막문위가 에이즈 환자이자 약물중독 댄서인 여주인공 미미로 출연한다.4만 4000∼9만 9000원.1588-78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美보수화 지탱 ‘사법대통령’

    19년간 미국 사법부의 ‘대통령’으로 군림했던 윌리엄 렌퀴스트 연방 대법원장도 올해 세상을 등졌다. 지병인 갑상선암이 악화돼 지난 9월3일 80세로 마감했다. 렌퀴스트가 떠난 미국 사회는 한층 보수주의로 다져져 있었다.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임명하고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대법원장에 앉혀 그는 33년간 보수 성향의 판결로 대법원을 이끌었다. 이민자 우대, 총기 규제, 낙태, 동성애 등을 줄곧 반대해 소수 인종과 진보 진영에는 숱한 좌절감을 안겼다. 때로는 9명의 대법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견해를 내놔 별명이 ‘외로운 순찰대원’이었다. 렌퀴스트의 판결은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강력한 힘을 발했다.1999년 ‘특별검사법’ 제정을 지지해 빌 클린턴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조사하게 했고,2000년 플로리다주 대선투표 재검표 논란에선 5대4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英·美 합작 12부작 ‘로마’ 국내상륙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 마그네스가 팽팽한 권력 대결을 벌이던 기원전 1세기 로마 시대가 브라운관에서 생생하게 재현된다. 지난가을 미국을 뜨겁게 달궜던 장편 에픽(대서사시) ‘로마(Rome)´가 국내에 상륙하는 것. 이전에 만들어졌던 영화나 드라마에 비친 로마 모습을 지워버리기에 충분한 대작 드라마다. 케이블·위성 영화채널 OCN이 새해 1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0시 2회씩 6주 동안 방송한다.12부작. 스펙터클 전쟁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영국 BBC와 미국 최대 유료 방송채널 HBO가 두 번째로 합작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우선 믿음이 간다. 드라마 제작비로는 최대 규모로 칠 수 있는 1억 달러(1000억원)를 투입했다. 또 이탈리아 현지에 6200여평의 세트를 지어놓고 촬영했다. 그 규모만으로도 시청자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웅장한 로마 도시와 귀족의 화려한 생활, 이와 대비되는 노예의 삶, 승전을 이어갔던 로마 군대의 전략과 전술, 격렬한 토론이 오가던 원로원 등 약 2000년 전 로마가 시청자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동안 로마를 다룬 다른 작품들이 주로 영웅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갔다면, 이번 작품은 카이사르 휘하 13군단에 소속된 백부장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병사 타이투스 풀로의 낮은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점이 이채롭다. 물론 이들은 가상인물이다. 영국 출신으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 낯설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카이사르나 폼페이우스를 맡은 시아란 하인즈, 케네스 크랜함 등이 카리스마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친근감이 든다. 고증에 철저했던 탓인지 로마의 문란했던 성풍속도가 세밀하게(?) 그려졌다. 또 동성애 등 야사도 밀도있게 담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선정성과 폭력성 소지가 있는 장면은 삭제된다. 갈리아 지방을 정복하고 돌아오는 카이사르를 다루며 시작하는 첫 번째 시즌은 카이사르가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제국의 초석을 쌓는 과정, 또 부르투스의 암살로 카이사르가 숨지고 난 뒤 그의 양자 가이우스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가 첫 황위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담고 있다. 이 드라마는 내년 1월16일(현지시간)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TV시리즈 드라마 2개 부문(최우수작품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상태다. 현재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의 충돌이 그려질 두 번째 시즌이 만들어지고 있어 이미 ‘로마’를 맛본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역시 12개의 에피소드로 2007년 3월에 시작될 예정이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동구민주화 촉발 ‘보수적 평화론자’

    “하느님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소서”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善終)을 앞두고 마지막 남긴 한 마디였다. 그것도 이탈리아어가 아닌 모국 폴란드어로. 교황이 아닌 인간 ‘카롤 보이티와’가 평생을 가슴 깊이 모셨던 주에게 건네는 말 같다. 1978년 교황에 올라 지난 4월2일 84세의 일기로 서거할 때까지 요한 바오로 2세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머감각도 뛰어나 찰리 채플린처럼 지팡이 돌리기 묘기도 곧잘 선보였다. 그는 무엇보다 ‘본업’에 충실했다. 세계를 걱정하고 가엾은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일이 그것이었다. 폴란드 자유노조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등 동유럽 국가들의 가톨릭 전통을 되살리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남미나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정치·종교적 분쟁이 시끄러운 나라들을 기꺼이 방문해 왕성한 외교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부임해서인지 한국을 비롯해 130여개국을 방문, 역대 교황 가운데 가장 많았다.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가톨릭 세계주의자’로 불렸다. 오늘날 가톨릭적 윤리관의 전매 특허가 된 낙태와 동성애, 안락사 등의 반대에 있어 요한 바오로 2세의 역할을 빼 놓을 수 없다.하지만 피임 등 여성의 권리를 제약하고 재임 중 교단 성희롱 스캔들이 있었다며 그를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한 시복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5년간의 유예기간을 없애고 곧바로 기적 사례 등을 접수해 성인 추대 절차를 밟도록 명했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한국영화 어디까지 벗었나

    한국영화 어디까지 벗었나

    『정사(情事) 없는 것도 영화냐』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다. 요즘 제작되는 국산영화들, 「누드」「베드·신」이 안 나오면 이가 빠진 것처럼 어딘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성행위의 실연(實演)까지 등장한다는 해외영화 풍조에 동화하기 위해서일까? 「전례없는 흥행부진」을「섹스」로 돌파하려는 것일까? 「스크린」뒤에서『벗겨라, 좀더 노골적으로』하고 외치는 제작자가 감독의 역량을 측정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내시(內侍)』선 누드신 10분이나, 『시발점(始發點)』엔 최초의 동성애 한국영화의「에로티시즘」시비는 예술적인 면보다 그것이 끼치는 사회적 영향이란 점에서 보다 더 화제를 일으켰다. 여기엔 자연 영화작가와 문공부 당국의 충돌이 뒤따르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문공부 당국의 안목이 상당한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최근 국산영화에서 볼 수 있다. 그 예를 최근 문공부가 선정한 올해「베를린」영화제 출품작에서 볼 수 있다. 선정된 영화『내시』(신상옥 감독),『시발점』(김수용 감독)은 우선「섹스」의 묘사가 상당히 노골적이고 선정적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먼저『내시』의 경우, 궁중의 정사를 그린 이 영화에서 신상옥 감독은 전라에 가까운「누드」와 자극적인「베드·신」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왕 남궁원은 후궁 김혜정, 윤정희와의 정사에서 유방, 국부를 빼놓은 나체를 노출시켰고 이 장면이 10여분이나 계속된다. 더욱 선정적인 것은 이 정사 장면을 입직후궁이 지켜보는 것. 제3자의 표정을 통해 그런 분위기는 상당히 선정적이었다. 그 다음『시발점』은 국산영화 최초로 동성애가 등장했대서 화제가 된 영화다. 허장강, 신성일, 한 성, 세 사나이들이「호모·섹스」를 갖는데 동성애라기보다 일방적인 요구에 의한 강간에 가깝다.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정사, 『벽속의 여자』도 검열통과 그런데 이 장면이 화면에서 그 표정, 위치까지 아주「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곤혹을 느낄 정도다. 당초『내시』가 개봉됐을 때 영화계에서는 그 질퍽한 장면들이 검열을 무사통과 한 건 특정감독에 대한 특혜라고까지 떠들었다. 다른 감독이라면 엄두도 못낼 것이라고. 그런데 그 문제의 영화가 관객 32만을 동원했고 결국은 해외 영화제에 출품되기까지에 이르렀다. 또 하나의 예를 최근 검열을 통과하여 개봉을 서두르고 있는 영화『벽속의 여자』에서 볼 수 있다. 최의선의「베스트·셀러」소설을 박종호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정사를 그린 것으로 당초 영화화가 어려운 작품이다. 이를「시나리오」속에서 인용해 보자. - 나체의 미지를 등 뒤에서 나체의 허선생이 포옹하고 있다. 허선생의 입술이 미지의 가슴을, 목을, 귀를 격정적으로 애무한다. - 미지의 얼굴, 관능에 몸부림친다. 허선생의 손이 미지의 손과 깍지를 낀다. 엉키고 설킨 두 사람의 발과 발. (장면31) - 굳게 깍지를 낀 미지와 허선생의 손과 손! 미지의 얼굴, 땀에 젖어 있다. 격정과 격정이 하나가 되어 타오르고 있다. (장면34) 박병우 각색의 이 작품은 어디를 봐도 성적 불만과 이의 해소를 위한 여인의 몸부림이 노골적이고「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정사 장면 등장하긴 문예극(文藝劇) 붐과 함께 성불구가 된 약혼자(남진)를 두고 욕구불만이 된 여인(문희)은 허선생(남궁원)이란 제3의 사나이와 정을 통한다. 그녀가 갈구하는 것은 성(性)의「클라이맥스」그것만을 얻기 위한 몸부림으로 작품 전체가 점철돼 있다. 표현의 수단 여하에 따라선 해외에 범람하고 있는「섹스」영화와 다를 게 없는 소재다. 벽속의 여자 문희는 이 작품에서 대담하게 웃통을 벗고「섹시·무드」를 강조한다. 남궁원과의 정사 장면 역시 종래 볼 수 없을 정도의 노출. 「좀더 노골적으로 - 」의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진 느낌이다. 『성기의 노출 또는 유방이나 육체를 지나치게 노출시키거나』「검열기준 13조」의「지나치게」항목을 어떻게 뚫고 나왔는지 의심할 정도다. 국산영화에 정사 장면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 이른바『청춘극』시대에서 문예극 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다. 물론 그 이전에도 영화에서「섹스」가 배제된 건 아니다.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고 상징적으로 처리했을 뿐이다. 그런데 문예극이「붐」을 이루면서부터 영화 속의「에로티시즘」이 강조되기 시작했고 대담하고 노골적인 묘사가 나타났다. 최초의 키스 신은 15년 전, 가장 많이 벗기는 김혜정 대표적인 예를 몇 개 들어보면 우선 문예극「붐」을 불러 온『갯마을』(김수용), 『산불』(김수용), 『만추』(이만희) 그리고 최근 유현목 감독의『나도 인간이 되련다』, 최하원 감독의『거룩한 밤의 욕정』을 들 수 있다. 거개가 문학작품의 각색극이란 게 특징. 『갯마을』은 사나이가 궁한 바닷마을 과부들의 욕망, 신영균-고은아의 애무와 정사, 특히 여주인공의 치마속에 손을 넣는 장면은 퍽 자극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산불』에서는 주증녀가 유방을 잠깐 노출했고『만추』에서는 문정숙의 긴 정사「신」, 『나도 인간이 되련다』는 김혜정에게 농락당하는 사나이의 처참한 모습이「새디즘」을 풍긴다. 「에로티시즘」의 첨단이라 할「키스·신」이 방화에 등장한 건 54년도 한형모 감독의『운명의 손』으로 기록돼 있다. 「히로인」윤인자가「키스」를 거부해서 사회문제까지 됐던 사건.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 유현목 감독이『춘몽(春夢)』에서 모 신인 여배우의「누드」를 찍었다 하여「음화제작혐의」로 법정을 드나들었다는 것도 기록할 일.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현재 한국 여배우는「키스」는 물론 상반신쯤 벗는 건 다반사가 됐다. 여배우 중 가장 자신 있게 벗는 게「글래머·스타」통칭의 김혜정, 윤정희(『장군의 수염』『내시』『거룩한 밤의 욕정』), 문희(『흑맥』『밀월』)의 차례. [ 선데이서울 69년 5/11 제2권 19호 통권 제33호 ]
  • ‘두 자유인’ 왕과 광대의 난장 한판…29일 개봉 왕의남자

    연극을 스크린으로 옮길 때 관건은 연극적·영화적 요소를 어떻게 솎아내고 버무려내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영화 ‘왕의 남자’는 다소 투박하지만 지혜롭게 헤쳐나간다. 29일 개봉하는‘왕의 남자’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연극 ‘이(爾: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가 원작이다. 하지만 출발은 같지만 방법을 달리했다. 연극은 ‘연산’과 광대 ‘공길’의 관계가 이야기 전개의 중심축. 광기에 휩싸여 가는 연산과 권력의 맛에 점점 옭죄어가는 공길의 번민과 고뇌를 무대위 난장으로 풀어냈다. 반면 영화는 권력 앞에 당당한 광대 ‘장생’을 등장시켜 두 인물을 바라보게 한다. 권력과 동성애를 향한 세 인물의 엇갈리는 감정선을 마치 외줄타듯 팽팽하게 당겨주면서 ‘영화적’ 흡인력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간다.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수위높은 농담, 우스꽝스러운 몸짓, 거친 대사를 차용하고 줄타기와 경극, 화려한 의상과 소품 등 볼거리로 덧칠했다. 여기에 ‘황산벌’의 이준익 감독의 주무기인 익살과 풍자, 해학이 영화적 문법으로 잘 녹아들어 관객들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영화는 모든 것을 손에 쥔 자유인인 왕과, 반대로 가진 게 없어 자유로운 광대라는 양 극단 사이의 접점을 찾아간다. 조선시대 광대인 장생(감우성)은 양반의 남창으로 몸을 상납하는 공길(이준기)과 함께 꼭두각시 삶을 박차고 한양으로 입성한다. 그 곳에서 둘은 연산(정진영)과 그의 애첩인 녹수(강성연)를 풍자하는 놀이판을 벌여 장안의 명물이 된다. 왕을 희롱한 죄로 의금부로 끌려가지만, 왕을 웃기면 살려준다는 조건으로 궁으로 들어간다. 목숨을 담보로 한 놀이판에서 장생과 공길은 연산을 웃기는 데 성공하면서 궁중광대가 된다. 하지만 왕을 위한 놀이판이 벌어질 때마다 궁 안은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감독은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져 너무나도 익숙한 연산 이야기를 새로운 스토리로 풀어냈다. 허구의 인물이자 현대인을 상징하는 장생의 입을 빌려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비극을 풍자하고 비꼰다. 비극의 반란이 마무리된 뒤 광대 일행이 저세상인 듯한 곳에서 다시 만나 흥겨운 놀음판을 벌이는 마무리 장면은 가슴 한편에 아련함을 남긴다. 정진영·감우성 등 중견 배우들의 호연은 예상대로 일품. 특히 중성적인 이미지의 공길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이준기는 이 영화가 얻은 최고의 수확이다. 육갑(유해진), 칠득, 팔복 등 조연들도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다만 ‘패왕별희’를 연상시키는 경극 장면이나, 비슷비슷하게만 보이는 놀이판들, 후반부에 최고조에 이르지 못하고 힘이 부치는 극적 긴장감 등 군데 군데 느껴지는 군더더기 같은 ‘연극삘(Feel)’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15세 이상 관람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美동성부부 1호 ‘파경’

    미국에서 처음으로 법적 부부로 인정받은 여성 동성애자들이 결혼 5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지난 2000년 7월 버몬트주에서 이성 부부와 동등한 법적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받은 캐롤린 콘래드(사진 왼쪽·35)가 캐서린 피터슨(46)을 상대로 법원에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해 14일(현지시간) 가처분 명령을 받았다. 콘래드는 피터슨이 말다툼을 벌이다 벽에 구멍을 내고 자신의 친구를 위협했다는 이유를 이혼 사유로 들었다. 피터슨은 “미국의 첫 동성애 부부로 권리를 인정받아 자부심이 대단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둘은 2년 전만 해도 웹사이트에서 동성애 커플의 권리에 대해 조언해줄 정도로 애정을 과시해 왔다. 버몬트 자유결혼 대책팀의 바리 샤마스는 동성끼리 결혼도 이성 부부와 똑같은 어려움에 부닥치게 마련이라며 “동성 부부가 이성 부부보다 더 나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까지 버몬트주에서 결혼한 동성 커플은 7549쌍이며 이 가운데 78쌍이 이혼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새영화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

    15일 개봉한 토머스 베주차 감독의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The Family Stone)는 할리우드 ‘크리스마스용’ 영화의 전형을 따른다.‘눈’과 ‘성탄절’,‘젊은 남녀의 사랑’, 그리고 ‘가족애’. 하지만 영화 ‘러브 액추얼리’보다 커플들간의 사랑 얼개가 성글고,‘당신이 잠든 사이에’보다 형제 커플간의 ‘X자 사랑’이 설득력을 주지 못한다. 남동생이 예비 형수와 잠자리를 갖고, 형은 예비 처제와 연결된다는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미국식 사랑 접근법 때문일까. 관객들은 ‘크리스마스니까’하고 이해하려 해도,‘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라며 개운치 않은 뒷맛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넘쳐나는 스톤 일가의 큰아들 에버렛(더못 멀로니)은 성탄절을 맞아 결혼을 약속한 비즈니스 여성 메리디스(세라 제시카 파커)를 집으로 데리고 와 가족에게 소개한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스톤가족은 메리디스의 고지식하고 특이한 행동을 영 못마땅해하고, 둘을 갈라놓으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메리디스는 에버렛의 동성애자 남동생을 본의 아니게 모욕하는 등 상황은 계속 꼬이기만 한다. 견디다 못한 메리디스는 자신의 지원군인 동생 줄리(클레어 데인스)를 불러들인다. 그런데 이게 웬일?줄리에게 에버렛이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또 메리디스는 에버렛의 남동생 벤(루크 윌슨)과 눈이 맞은 것. 이제 이들의 꼬인 관계는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다섯남매의 사랑과 갈등 해소 과정을 여유있게 그려내려다 보니 스토리 전개에 조급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가족들이 막내딸을 임신한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며 아련함을 느끼는 장면과, 암투병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등진 뒤 가족들이 새로 맞는 크리스마스의 풍경은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어머니역의 다이앤 키튼과 ‘섹스 앤 더 시티’로 잘 알려진 세라 제시카 파커, 클레어 데인스, 루크 윌슨 등 화려한 출연진은 충분한 눈요깃거리다.15세 이상 관람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졸리와 10년전부터 동성애”

    “졸리와 10년전부터 동성애”

    세계적인 의류 업체 캘빈 클라인의 광고에도 등장했던 일본계 모델 제니 시미즈가 할리우드의 섹스 심벌 안젤리나 졸리와 10년 이상 동성애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하며 곧 결혼하는 브래드 피트가 “졸리를 통제할 수 없어 곧 헤어지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시미즈는 12일(현지시간)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The Sun)’이 보도한 장문의 인터뷰에서 “졸리와의 관계는 단순한 섹스를 뛰어넘어 진한 우정으로 맺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어 “피트는 아이와 더불어 완벽한 결혼을 바라지만 졸리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터프’한 여자다. 난 그녀가 결코 평범한 주부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큰소리쳤다. 시미즈는 1993년 영화 ‘폭스파이어’에 연인으로 출연하면서 가까워진 졸리와 실제 동성애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남자 전업주부’ 9년째 차영회씨

    ‘남자 전업주부’ 9년째 차영회씨

    “전업 주부(主夫)를 하겠다는 남성들, 진정으로 양성평등 의식이 있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차영회(46)씨는 올해로 9년째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대학에서 기독교 교육을 전공하고 출판업에 종사했던 그는 1997년 외환위기의 칼바람에 직장을 잃은 뒤 아내 대신 집안일을 돌보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아내가 회사에서 팀장이 돼 연 4000만원 이상을 벌어 오지만 당시만 해도 아내만의 수입으로 살림하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그러나 경제적인 어려움보다도 어린 아들(현재 초등학교 6학년)을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 놀 때 받았던 따가운 시선이 더 힘들었다. 강산이 한번 변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남녀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일로써 사람을 봐야 하는데 성별에 따라 일을 구분하고 있죠. 밖에서는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유독 집에서만은 남녀 역할이 고정돼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떠밀려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지만 9년간 느끼고 체득한 바가 크다. 집안일을 하면서 비로소 아내를 이해하게 됐고, 거기에서 우러나온 믿음이 행복한 결혼생활의 밑바탕이 된다는 것을 절감했다. 처음 방송을 통해 ‘살림하는 남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던 것은 동성애자의 ‘커밍아웃’과도 같았다. 요즘 젊은 남성의 상당수가 ‘나도 집에서 살림할 수 있다.’고 대놓고 말하는 걸 보면 엄청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젊은 사람들이 그저 기특하게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살림만 하겠다는 생각이 양성평등 의식에서가 아니라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큰 문제입니다. 살림하겠다는 남자들 가운데 지금 집에서 직접 양말을 빨아 신고 설거지 하는 사람의 비율이 30%라도 될지 의문입니다. 지금도 안하는데 나중에 결혼에서 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허풍 아닌가요.” 이혼 사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성격차이’는 상당부분 가사분담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맞벌이 가정에서 남편이 아내에게만 가사를 미루는 게 불씨가 돼 결국 이혼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가정의 일은 어느 한쪽이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그는 “요즘 가정해체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면서 “속을 들여다보면 70% 이상이 남자로부터 문제가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전업주부로서 그가 얻은 것은 아내에 대한 이해, 나아가 여성에 대한 이해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직접 키울 수 있었던 것이 그에게는 그 어떤 경험보다 소중하다. 요즘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교 2학년 딸아이를 대하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그동안 함께 해왔기 때문에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오징어로 만드는 요리 빼고는 웬만한 음식은 문제없다는 주부 차영회씨. 사회생활과 집안일 모두 경험해 본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한테 가장 맞는 것, 상대방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돕는 것이 바로 함께 살아가는 법 아닐까요.”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이슈로 본 2005 지구촌](2)윤리논쟁

    [이슈로 본 2005 지구촌](2)윤리논쟁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발명품으로 복제개 ‘스너피’를 선정했다. 오늘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은 전쟁도, 경제도 아닌 바로 동성애·낙태와 같은 ‘도덕적 이슈들’이다. 그만큼 지구촌은 지금 줄기세포 연구와 동성 결혼, 안락사, 사형제 등을 놓고 보수와 진보 간에 한치 양보 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줄기세포 논쟁 첨예화 황우석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대단한 과학적 성과라는 평가와 함께 윤리 논쟁을 촉발시켰다. 배아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인식에서다. 시카고 선 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황 교수가 난자 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음에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연구를 밀어붙였다.”고 지적하고 프랑스에서 행해진 안면이식수술 일명 ‘페이스 오프’와 황 교수 사례 등을 생명윤리학의 과제로 제시했다. 황 교수 연구에 자극받은 미 의회가 줄기세포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을 재개하자고 나섰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기독교 보수층을 의식,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가 10년간 30억달러의 공채를 발행키로 하는 등 주정부와 민간단체의 지원은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도 올해만 10억엔을 지원하는 등 세계 각국의 경쟁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도덕 이슈가 부각되는 데는 공화당의 선거전략과도 무관치 않다. 보수진영에게 여성의 낙태권은 이라크전보다 더 비윤리적이다. 때문에 응급피임약의 처방전을 없애자는 미 식품의약국의 논의는 답보 상태다. ●동성 결혼 합법화 봇물 부시 정부가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단골 메뉴에 동성애가 빠질 수 없다. 지난해 대선 때는 동성 결혼 금지를 연방헌법에 넣으려고까지 했다. 캔자스주는 명문화에 성공,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금지되는 주는 14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버몬트주, 지난해 매사추세츠주에 이어 지난 4월 코네티컷주가 동성 간 ‘시민결합(civil union)’을 허용했다. 유럽에선 스위스와 영국이 올해 동성결합을 허용해 팝가수 엘튼 존과 조지 마이클이 네델란드나 벨기에, 뉴질랜드로 이민가지 않고도 각각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스페인은 지난 4월 동성 부부의 입양도 허용했다. ●끝없는 사형 폐지 논란 미국에서는 지난 2일 1000번째 사형 집행에 이어 13일 노벨상 후보 사형수 스탠리 투키 윌리엄스의 사형으로 사형제 존폐 논쟁이 뜨겁다. 중국에선 해마다 1000여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있다. 지난 7일 마약소지 혐의로 구속된 호주 청년을 교수형에 처한 싱가포르의 ‘가혹한’ 사형제도도 도마에 올랐다. ●안락사 논란도 진행형 존 로버츠 미 대법원장은 지난 10월 취임하자마자 의사의 도움에 의한 ‘조력 자살’의 합헌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오리건주가 시행 중인 ‘존엄사법’이 위헌이라는 부시 정부의 제소에 따른 것이다. 올초 ‘테리 시아보 사건’은 안락사 논쟁에 불을 댕겼다.15년째 급식튜브로 연명하고 있는 테리의 튜브를 제거해 달라는 남편의 소송에 부시 대통령이 특별법까지 만들어 ‘구명’에 나섰지만 연방대법원은 “아내가 원했다.”는 남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일본에서도 지난 3월 환자를 안락사시킨 의사에게 살인죄가 적용돼 논란을 일으켰고, 네델란드의 안락사법은 유럽연합(EU) 통합의 걸림돌로도 등장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이슈로 본 2005 지구촌](1)전세계 AI 공포

    [이슈로 본 2005 지구촌](1)전세계 AI 공포

    테러와 자연재해, 인재(人災)로 얼룩졌던 한 해였다. 쓰나미와 초대형 태풍 카트리나, 파키스탄 대지진, 조류 인플루엔자(AI) 공포 등은 자연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존재를 실감케 했다. 줄기세포 연구와 안락사·동성애에 이어 빈부 격차와 인종 차별 논란은 1년내내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다. 식을 줄 모르는 전세계적 부동산 열기와 금리인상 러시, 반쪽 세계화, 중국에 이은 인도의 급부상 등 이슈별로 올 한해를 돌아본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21세기 페스트’로 불리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2005년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9일 현재 지난 2003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137명이 AI에 감염,70명이 숨져 치사율이 무려 51꽴?이른다고 발표했다. 철새 이동경로를 따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AI는 변이 속도가 빠르고 로슈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독감치료제 타미플루를 빼고는 변변한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어 대규모 감염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재앙이 현실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높다. ●치사율 51꽵?인류 대재앙 AI는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을 거쳐 유럽의 러시아와 그리스, 영국, 루마니아 등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 10월 캐나다 퀘벡의 야생 오리에서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데 이어 지난달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초기 증세를 보이는 일본산 메추라기가 발견돼 미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최근 “미국도 AI에 언제 직면할지 모른다.”며 2000만명 분의 백신 구입을 위한 12억달러의 긴급예산 편성을 의회에 요청했다. 지난 10일 부시 대통령을 포함, 모든 백악관 각료들이 참여한 AI 비상훈련까지 실시했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는 H5N1 바이러스는 특히 치사율이 높아 관련 국가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AI의 대유행 조건으로 ▲항원 변이에 따른 신종 바이러스 출현 ▲사람이 감염된 뒤 발병 능력 보유 ▲사람과 사람간 감염 전파 등 3가지를 들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람대 사람 감염’이다. 전세계적으로 수억명의 사망자와 수조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 ‘인류 대재앙’이 현실화된다는 분석도 있다. ●AI창궐시 수억명 사망할 수도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중국에 AI가 창궐할 경우 최대 870억달러, 아시아 전역은 최대 3000억달러규모의 경제손실을 예상했다. 최근 미 의회예산국(CBO)은 보고서에서 미국에서 AI가 유행하면 9000만명이 감염되고 이 중 200만명이 사망, 경제 손실액은 67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13억 인구대국인 중국에 AI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AI 감염사례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후난(湖南) 등 6개성,25개 지역으로 확산됐다. 인간 AI 감염 사례는 랴오닝(遼寧)성 헤이산(黑山)현을 포함, 모두 5건이다. 중국은 AI의 매개체인 가금류 140억마리를 키우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AI 뇌관’이다. 줄리 홀 WHO 베이징사무소 대표는 “중국에는 가금류 140억마리가 있고 전체 야생 철새의 70%가 날아들고 있다.”며 전세계에서 AI 전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은 가을·겨울철 시베리아를 비롯한 북반구에서 동남아 등 남반구로 가는 철새 이동 경로의 길목이다. 따라서 중국에서의 AI 창궐은 인류의 재앙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인 것이다. oilman@seoul.co.kr
  • [일요영화]

    ●투웡푸(KBS1 밤 1시20분)‘드랙무비’라는 게 있다. 여장을 한 동성애자를 소재로 다룬 영화를 말한다. 이젠 하나의 장르로 당당히 자리를 굳히고 있는 중이다. 성 정체성과 관련이 없더라도 여장을 한 남자는 좋은 영화 소재로 자주 사용된다. 할리우드에서도 토니 커티스와 잭 레먼이 여장하고 나온 ‘뜨거운 것이 좋아’(1959)나 더스틴 호프먼이 여배우로 변장한 ‘투씨’(1982) 등이 유명하다. 국내에도 여럿 있다. 오래전 ‘남자기생’(1969)도 있었고, 안재욱의 ‘찜’(1998)도 떠오른다. 한석규도 ‘미스터 주부퀴즈왕’(2005)에서 여장에 도전했고, 조만간 개봉할 ‘왕의 남자’에서도 여장 남자가 나온다. ‘투웡푸’는 평소 강한 남성미를 자랑했던 페트릭 스웨이지, 웨슬리 스나입스, 존 레귀자모의 파격적인 변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작품이다. 미국 뉴욕 드랙 퀸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비다(패트릭 스웨이지), 녹시마(웨슬리 스나입스), 치치(존 레귀자모)는 할리우드 입성을 꿈꾼다. 지나쳐가는 곳마다 이들의 특이한 외모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게 된다. 차를 수리하기 위해 선더스 마을에 도착한 비다 일행은 폭소 사건을 일으키며 주민들을 온통 축제 분위기로 이끈다. 이 과정에서 폭력남편에게 시달리던 앤(스터커트 채닝)은 용기를 얻어 새 인생을 살게된다. 비다 일행은 그들에게 사랑을 느끼는 마을 청년들과 이별을 하고, 할리우드로 가서 다시 한 번 드랙 퀸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한다.1995년작.109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아름다운 여인(EBS 오후 1시50분)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안나 마냐니(1908∼1973)는 서민 계층 여성을 호소력 있게 연기한 이탈리아 배우로 유명하다. 그 자신도 부모에게 버림받고 로마 빈민가에서 조부모의 손에 키워진 경험이 있다.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도시’(1945)에 출연, 국제적으로 이름을 날렸다.1955년 첫 할리우드 진출작 ‘장미문신’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아역배우를 둔 공격적인 어머니를 연기한 안나를 보면, 최근 한국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한다.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 작품. 막달레나 체코니(안나 마냐니)는 여덟 살짜리 외동딸 마리아(티나 아피첼라)를 특별하게 키우고 싶어한다. 막달레나는 한 영화감독이 여자아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오디션을 연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리아를 참가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막달레나는 조감독이라며 돈을 요구하는 알베르토(윌터 키아리)를 만나게 되고, 결국 마리아는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하지만 촬영은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막달레나는 위험한 장면을 촬영하고 얼이 빠진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데….1951년작.113분.
  • [여담여담] 줄기세포 연구 ‘사회적 합의’를/박정경 국제부 기자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극단적인 각광과 혐오가 횡행하고 있다.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우고 당장 국부를 쌓아 한민족의 우수성을 세계 만방에 떨칠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가 하면, 하층 여성이 양계장 닭이 되어 생명 따윈 언제든 조작해 쓸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란 우려까지 현대과학을 보는 관점이 탈이념 시대의 이념이 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최대 쟁점은 단연 줄기세포 연구였다. 유권자들은 전통적 이슈인 전쟁이나 세금 문제는 ‘복잡하게’ 느끼고 ‘선악’이 불분명해 물타기가 돼 있는 반면, 동성애나 낙태 등 윤리 문제는 점점 더 양대 정당의 지지자를 너와 나로 가르고 있다. 당시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는 척수마비 ‘슈퍼맨’의 죽음을 계기로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조지W 부시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의 똘똘 뭉침으로 나타났다. 줄기세포 연구가 낙태를 수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화당이 언제까지 자신할지는 의문이다.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미망인 낸시 여사 등 공화당 내에서도 이견이 많다. 실용주의가 강한 한국에선 보수주의자가 줄기세포 연구를 더 지지한다. 부시를 ‘전쟁광’으로 경멸하는 진보 진영도 줄기세포 연구에서만큼은 닮은 점이 있다. 각각 종교와 생태주의의 이름으로. 때론 ‘생명’조차 상대적인 개념인가 보다. 가치관의 혼돈을 보면서 문득 깨닫는 것은 어떤 내용이든 ‘사회적 합의’에 대한 갈망이다. 가치의 상대성을 목격했다면 아집을 버리고 조금만 더 공통점을 찾을 수는 없을까. 만약 연구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면 그에 따른 지원과 통제를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는 과학자 개인에게 윤리를 내맡겨선 안된다. 난자 기증만 해도 그렇다. 기증과 매매, 보상 개념이 정비돼 있지 않다. 기증이 활발한 사회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기증도 없지 않다. 기자도 과거에 얼떨결에 골수기증 서약서를 썼다. 그런데 나중에 골수 채취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뜨끔했던 적이 있다. 물론 환자를 생각한다면 참아야 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전 정보가 있었더라면 비로소 ‘숭고한’ 행위가 됐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박정경 국제부 기자 oliv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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