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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나는 게이입니다”/김상연 워싱턴특파원

    [특파원 칼럼] “나는 게이입니다”/김상연 워싱턴특파원

    “나는 동성애자(게이)입니다.” 그의 입에서 이 말이 알몸으로 튀어나왔을 때 나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지난 1월 6일 낮 로스앤젤레스(LA)에서였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리처드 그러넬(45) 전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대변인은 세상의 모든 엄마가 좋아할 것만 같은 서글서글한 인상이었다. 인터뷰의 초점은 그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임기 8년 동안 유엔에서 경험한 한반도 안보 문제에 맞춰졌다. 그러넬의 사무실에서 단둘이 마주보고 진행된 인터뷰가 중반쯤 이르렀을 때였다. 나는 그가 ‘모셨던’ 존 볼턴 당시 주유엔 미국대사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정말로 극우 보수 성향인가를 물었다. 그러넬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뒤 볼턴이 유연한 사고의 인물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내게 ‘커밍아웃’했다. 그는 “나는 동성애자다. 그런데 볼턴은 그런 나는 물론 내 파트너(애인)에게도 아주 다정하게 대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나는 동성애자”라고 말한, 내가 난생 처음 맞닥뜨린 그 순간 내 입에서는 그만 “정말요?”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나머지 인터뷰 시간 내내 나는 인터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실례일 것 같아서 내 표정엔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와 헤어진 뒤 오랜 시간을 자책했다. 나름대로 떳떳하게 성 정체성을 밝힌 사람에게 “정말요?”라니…. 나는 왜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넘기지 못했을까…. 그러넬에게 못내 미안했다. 그후 그러넬 소식을 다시 들은 건 지난달 1일 뉴스를 통해서였다. 당시 공화당 대선 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국가안보 대변인으로 임명된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화당 내에서 사퇴 압력이 일었고, 결국 옷을 벗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동성애자가 어떤 위상인지를 누가 묻는다면 바로 그러넬의 사례를 들려주고 싶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 동성애가 ‘자유로운’ 편이다. 공개적으로 성 정체성을 밝힌 그러넬처럼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도 동성애자임을 공개했고, CNN방송의 미남 앵커 돈 레먼도 최근 커밍아웃을 했다. 얼마 전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연방정부 여직원은 “우리 부서에 미남 상사가 있는데 동성애자”라면서 “왜 내 주변의 잘생긴 남자들은 죄다 동성애자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반면 그러넬처럼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요직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 곳이 미국이다. 어느 인기 TV 앵커맨은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아직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 전국민 여론조사에서도 동성 결혼 합법화에 대한 찬반 여론이 엇비슷하다. 이런 배경을 숙지하고 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동성 결혼 합법화에 대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은 대충 지나칠 일이 아니다.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오바마가 이토록 민감한 이슈에 대해 한쪽 편을 든 것을 놓고 미 언론은 일제히 “정치적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머리 좋은 오바마가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지도 않고 이런 ‘사고’를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용기와 소신이 얼마라도 뒷받침되지 않으면 감히 내지르기 힘든 결단임은 틀림없다. 오바마의 행보는 예전 한국의 한 전직 대통령이 설파했던 ‘반보 앞 정치철학’을 연상시킨다. 너무 빨리 가면 국민이 못 쫓아 오고 너무 늦게 가면 국민이 외면하기 때문에 딱 반보 앞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동성 결혼 찬성 여론이 과반에 다다른 시점에, 즉 반보 앞에서 주사위를 던졌다. 지금 한국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일어난 잠룡들은 반보 앞에 있는가, 반보 뒤에 있는가. 분명한 건 한국이든 미국이든 반보 뒤에서 머리만 굴리다가 ‘하늘이 내린다’는 대권을 거머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넬이 하루속히 불운을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carlos@seoul.co.kr
  • “극장 온 동성애자들도 행복 판타지 꿈꿨으면”

    “극장 온 동성애자들도 행복 판타지 꿈꿨으면”

    게이와 레즈비언의 위장 결혼을 밝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1일 개봉). 이 영화의 연출은 지난해 흥행작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의뢰인’의 제작자인 김조광수(47) 청년필름 대표의 장편 데뷔작이다. 하지만 그는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로 사회적으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김조광수 감독을 지난 13일 서울신문사에서 만났다. →제작자로 활동하다가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계기는. -처음 단편 영화를 연출할 때 장편까지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장편을 연출한다고 하니 회사에서는 탄력이 붙었을 때 제작이나 열심히 하라면서 말렸다. 외부에서 검증을 받아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해서 한 영화제에 이번 작품의 기획서를 제출해 상을 받아 제작하게 됐다. →영화는 결혼적령기의 게이 민수(김동윤)와 레즈비언 효진(류현경)이 위장 결혼을 하면서 겪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어떻게 풀어가려고 했나. -위장 결혼을 다루되 소동극의 형태로 장르적 외피를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져 왔다. 가장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오마주로 큰 틀을 비슷하게 하고 그 속에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넣었다. 처음 기획할 때부터 밝고 명랑한 퀴어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얼마나 힘드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실제로는 행복지수가 높은 편이다.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처럼 극장에서 행복 판타지를 꿈꿨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 극장에서까지 현실을 목도하고 우울함을 겪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극중 민수는 부모님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효진은 법적 싱글에겐 힘든 아이 입양을 위해서 서로 다른 목적으로 위장 결혼을 한다. 소재는 어디에서 얻었나. -주변에 위장 결혼을 하거나 할 대상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위장 결혼을 하려다가 시집살이에 며느리 노릇을 강요해 현실을 깨닫고 포기하는 등 결혼에 골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위장 결혼을 한 뒤에 왜 아이가 없느냐면서 한약을 계속 대거나 산부인과에 끌려다니는 통에 괴로워하는 커플을 본 적도 있다. 효진의 캐릭터는 레즈비언의 85% 이상이 입양을 하거나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는 설문조사에서 착안했다. →캐스팅이 수월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톱스타들에게 대본을 돌렸지만 거절당했다. 그래서 대중에게 호감은 있었지만 기회를 놓친 배우들을 찾기 시작했다. 드라마 ‘동이’에서 뜰 뻔하다가 함께 나오던 최철호씨가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비중이 확 떨어진 김동윤이 대표적이다. 류현경도 영화 ‘쩨쩨한 로맨스’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했기 때문에 주연으로 끌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에게 동성애자들의 러브신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여기에 다들 동의했다. →영화는 주인공 민수가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절정에 달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볍지만 메시지는 강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커밍아웃을 하지 못해 위장 결혼으로 자기를 숨긴 민수의 성장 영화에 가깝다. 이성애자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기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바꿔줬으면 했다. 꼭 성 정체성에 대한 커밍아웃이 아니더라도 내면의 비밀이나 문제를 고백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의뢰인’ 등 지난해 영화 두 편이 성공했는데, 제작자로서 생각하는 흥행의 비결은. -15년 동안 상업영화, 독립 영화 가리지 않고 꾸준히 제작한 것이 비결인 것 같다. 일단 저희 회사는 개성 있고 완성도 높은 영화를 추구한다. 다른 회사에서 안 만들 것 같은 영화라도 새로운 느낌이면 완성도를 높이는 식이다. 현재 ‘조선명탐정’ 시리즈 2편을 준비하고 있고, 아버지의 빚을 떠안게 된 삼류 배우가 왕회장의 아들로 들어가면서 겪는 해프닝을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 ‘배우 수업’의 촬영에 곧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19세 연하의 동성 애인과 결혼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는데. -저희 어머니는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하셨고, 상대 쪽 부모님이 아직 허락을 하시지 않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 동성과의 결혼은 허가가 나지 않지만, 결혼식을 마친 뒤 구청에서 혼인신고가 반려된다면 헌법소원을 내고 싸울 예정이다. 헌법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나는 동성애자가 뭔지도 모른 채 사춘기를 우울하게 보냈고, 커밍아웃을 할 때도 남들이 알면 외면할 것 같고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정말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영화판이 덜 보수적이라서 편하게 드러낼 수가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이 바로 부모님이었다. 어머니는 3년 동안 빨래를 하시다가도, 설거지를 하시다가도 우실 정도로 힘들어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아들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신 뒤 편해지셨다. →앞으로 작품 계획은. -다음 연출작으로 40대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 법정 영화를 기획 중이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다작을 하려고 한다. 제작자로서는 ‘조선명탐정’ 2편이 잘되어서 시리즈로 정착해 회사를 든든히 받쳐주는 버팀목이 됐으면 좋겠다(웃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동성애자로 맘껏 솔직한 단 하루”

    “동성애자로 맘껏 솔직한 단 하루”

    “1년에 딱 하루, 동성애자임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자리입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퀴어(Queer·성적 소수자)퍼레이드의 한 무리를 이끌던 장병권(36)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국장의 말에 참가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원피스로 한껏 멋을 낸 게이부터 피켓을 든 레즈비언, 외국인, 구경삼아 낀 시민들까지 다양했다. 2500여명이 참여했다. 기자도 짧은 시간이나마 성적 소수자들의 삶을 경험해 보기 위해 메릴린 먼로로 분장해 참여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올해로 13회째다. 성적 소수자의 인권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행사다. 동성애자뿐 아니라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다양한 성적 소수자가 참여, 이뤄지고 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도심을 행진하는 퍼레이드다. 1년에 단 하루 정체성을 오롯이 드러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꽃 단장’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참가자들은 40분간 청계천로 1.5㎞를 흥겹게 행진했다. 행렬은 보기에 따라 우스꽝스러울지 몰라도 갖는 의미는 사뭇 남다르다. 몇 시간 동안 그들에겐 솔직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 제한된 시간이지만 차별적 시선을 피해 숨어 지내는 성적 소수자들은 세상을 향해 “혐오는 폭력이다.”, “혐오하지 말고 사랑하자.”라고 외쳤다. 참고 살아온 그들의 현실이다. 드람(20·가명)씨는 “부모님에게도 내가 동성애자라는 걸 말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여장 차림의 기자 역시 혐오스런 눈길을 받아야 했다. 한심한 듯 혀를 끌끌 차는 중년 남성도, 안타까운 듯 바라보는 어머니 또래의 여성도 있었다. 성적 소수자들에게 결혼은 꿈조차 꾸기 어렵다. 현행법도, 사회적 통념도 가로막고 있다. 퍼레이드에 앞서 진행된 퀴어문화축제에서는 미국 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동성 결혼과 관련한 행사가 이어졌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가 마련한 ‘동성 커플 혼인신고서’를 작성한 EJ(34·여·가명)씨는 “집에서 결혼하라고 할 때마다 독신주의라고 거짓말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가상으로라도 결혼하고 싶어서 혼인신고서를 작성해 봤다.”고 말했다. 구경하는 이들 속에서도 한국 사회의 문화적 보수성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작은 변화지만 동성애자들이 해마다 거리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어교사인 미국인 보이스(25·여)는 “미국에 비하면 한국 사회는 다르다는 것에 대해 훨씬 배타적”이라고 지적했다. 퍼레이드가 끝난 뒤 한 참여자가 대뜸 “기자님은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못하는 걸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어떤 걸 하고 싶냐고 묻자 “부모님이랑 친구들한테 솔직히 다 얘기하고, 길에서 애인과 스킨십도 하고. 그냥… 그냥 남들 다 하는 거요.”라고 답했다. 생각보다 소박한 소망이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동성애 몰카로 친구 자살 내몬 美 대학생 ‘징역 30일’

    2010년 9월 미국 뉴저지주 러트거스대학 1학년생인 테일러 클레멘티(18)가 페이스북에 ‘조지워싱턴 다리에서 뛰어내릴 것이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그는 룸메이트인 다런 라비가 기숙사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의 동성애 장면을 훔쳐본 걸 알고 괴로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라비는 클레멘티가 한 남성과 포옹하는 장면을 지켜본 뒤 트위터에 “룸메이트가 남자 애인과 함께 있다.”는 글을 올렸고, 이틀 뒤에도 카메라를 설치해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뒤늦게 이를 알아챈 클레멘티는 카메라의 작동을 멈췄지만 라비의 트위터를 확인한 뒤 곧바로 투신자살했다. 사건 발생 1년 8개월 만에 라비(20)에게 징역 30일이 선고됐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편견 범죄, 사생활 침해, 증인·증거 조작 등 15가지 혐의로 기소된 라비는 최장 10년 형을 선고받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가벼운 형량인 30일 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미국 사회에선 ‘증오 범죄’(hate crime)의 대가치고는 너무 가벼운 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라비의 행동을 ‘편견 범죄’(bias crime)로 봤다고 밝혔다. 미들섹스 카운티 고등법원의 글렌 버먼 판사는 “나는 라비가 클레멘티를 증오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그가 놀라울 정도로 무신경하게 행동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증오 범죄는 소수인종, 소수민족, 동성애자,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이유 없는 증오심의 결과로 중범죄에 해당하지만 ‘편견범죄’는 무관심, 무신경으로 인한 행동으로 규정돼 상대적으로 형량이 가볍다. 법원은 라비에게 징역 30일과 보호관찰 3년, 사회봉사 300시간, 벌금 1만 달러를 부과했다. 벌금은 사이버 폭력 피해자의 심리 치료와 편견 범죄 희생자를 돕는 데 사용된다. 법원은 그러나 인도 이민자인 라비에게 강제 추방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동성애 단체들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동성애자를 괴롭히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주장해 온 뉴저지 동성애 인권단체 ‘가든스테이트이퀄리티’의 스티븐 골드스타인 회장은 “좀도둑보다 약한 처벌”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판결에 앞서 라비의 어머니는 “아들의 꿈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고, 지난 20개월간 지옥에서 살았다.”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 내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라비도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반면 클레멘티의 가족은 판결 직후 예정됐던 기자 회견을 취소했으며, 검찰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박원순 시장 ‘한국의 오바마’ 포기

    동성애자 문화축제 공식 초청을 받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끝내 축사를 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16일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 12일 동성애자 인권단체인 ‘친구사이’가 시민발언대 ‘할 말 있어요’를 통해 오는 24일부터 퀴어문화축제에 박 시장이 참석해 축사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박재경 친구사이 대표는 “박 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 ‘서울시장이 되면 동성애자 단체들을 찾아오겠다’고 약속한 것을 잊지 않기 바란다.”고 상기시켰다. 이를 두고 동성애자 단체 등에서는 박 시장이 동성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전국 첫 자치단체장이 될 것인지 관심이 쏠려 있었다. 우필호 시 인권팀장은 “박 시장은 축사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 사정을 잘 아는 이들 사이에선 취임 이후 거침없는 소신 행보를 보여 온 박 시장조차도 보수 개신교계의 동성애 반대 공격 앞에서는 소신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은 줄곧 동성애자 문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 왔고 그만큼 개신교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아 왔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서울시청 홈페이지 ‘원순씨께 바랍니다’를 통해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권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 입법예고한 인권기본조례안 역시 인권센터와 시민인권보호관 설치 등을 규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 관계자는 개인의견을 전제로 “233개나 되는 보수단체와 개신교 단체들이 이 문제를 정치적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상황에서 시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오바마 “동성결혼 지지” 파문 확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성 결혼 합법화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이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동성결혼에 대해 10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찬성을,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독일 정부도 오바마를 지지하고 나서는 등 파장은 해외로까지 번졌다. 동성애자인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오바마의 입장에 대해 “용기있는 걸음”이라면서 “나는 개인적으로뿐 아니라 독일 정부의 이름으로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흑인들 중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찍겠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등 오바마 지지층이 둘로 갈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지난해 WP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중 동성결혼 찬성은 42%, 반대는 55%였다. 오바마의 신앙 ‘멘토’인 플로리다의 복음주의 목사 조얼 헌터는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 결혼 지지 발표 직후 내게 전화를 걸어와 양해를 구했지만 나는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신앙에 대한 공격으로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대통령은 이득을 보는 만큼 타격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흑인들은 오바마에게 몰표를 던질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오바마는 당초 14일 ‘동성 결혼 찬성’ 입장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조 바이든 부통령이 지난 6일 방송 인터뷰에서 동성 결혼 찬성 언급을 하며 선수를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서둘러 입장을 표명했다고 CBS방송이 보도했다. 실제 오바마는 이날 ABC방송에 “전당대회 전에 동성 결혼 찬성 입장을 밝히기로 이미 결정했었다.”면서 “바이든이 ‘총성이 울리기 전에 출발하는’ 경솔한 행동을 했지만, 화가 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난처한 입장에 처한 바이든은 이에 대해 오바마에게 사과했으며, 오바마는 바이든의 발언에 사심이 없었던 것으로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백악관 소식통은 전했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고교 시절 게이로 추정되는 급우 등을 괴롭혔다는 보도가 이날 나와 롬니가 즉각 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WP는 롬니가 미시간주의 명문 사립 ‘크랜브룩 고교’ 3학년 때 동성애자로 추정되는 존 로버라는 한 학년 아래 학생을 몹시 괴롭힌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롬니는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로버를 꼼짝 못하게 한 뒤 가위로 머리를 싹둑 잘랐다고 당시 괴롭힘에 참가했던 5명의 급우가 밝혔다는 것이다. 롬니는 이 보도에 대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학창시절에 좀 어리석은 짓을 했고 그 때문에 누군가 다치거나 공격을 받았다면 분명하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예수는 동성애자에게 뭐라 말할까

    4월 말 서울에서 세계적인 팝의 아이콘인 레이디 가가가 공연을 했다. 공연장에는 그의 팬들뿐만 아니라 기독교 단체들도 모였다. 레이디 가가의 노래에 동성애와 악마 숭배를 조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공연 반대’를 외치기 위해서였다. 2010년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땅 밟기 기도’라는 것도 있었다. 사찰을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의지’였다. 사회적 논쟁을 일으킨 이런 행동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혁명을 기도하라’(한승훈 지음, 문주 펴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종교학자인 저자는 논란을 부른 사건들을 중심으로 성경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왜곡했고 실제로는 어떤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1부는 ‘동방박사’로 해석된 점성술사가 “유대의 왕이 태어났다.”고 전하는 당시 정치적 상황부터 예수가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고 외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의 궤적을 세세하게 살핀다. 예언자 요한이 세례하는 것을 일종의 팟캐스트에 빗대거나 동료에게 욕하지 말 것을 주장한 예수가 유독 ‘욕설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을 소개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냈다. 2부에서는 본격적인 ‘지적질’을 시작한다. 레이디 가가 공연으로 불거진 동성애 문제를 보면 이렇다.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성서적 근거는 ‘창세기’의 소돔과 고모라이다. 마을 외곽에 사는 아브라함의 조카 롯에게 나그네 두 명이 찾아왔다. 마을 남자들이 나그네들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며 롯을 폭행했다. 이들이 나그네들을 강간하려 하자 눈을 멀게 하고 소돔과 고모라를 벌한다는 내용이다. ‘마태복음’ 25장의 내용, “여기 이 사람들 가운데서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하지 않은 것이 곧 내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저자는 “예수는 가장 억압받고 차별받는 사람을 곧 하나님이라고 봤다. 이 관점에서 야훼가 분노한 것은 기독교가 말하는 동성애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집단 폭력이었다.”고 설명한다. 헌금은 또 어떤가. “재물을 땅에 쌓아두지 말고 하늘에 쌓으라.”는 “교회에 헌금하라.”로, “가진 것 모두 내놓으니 부자들보다 더 많은 헌금을 한 것”이라는 말은 “가진 것 모두 헌금하라.”로 바꾸었다고 했다. ‘부의 재분배’와 ‘소유욕에 대한 비난’을 곡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유교적 의례를 금지하며 제사를 거부했던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일제강점기에는 ‘신사참배는 종교가 아니다.’라며 교회가 신사참배에 앞장서자는 결의문을 채택했던 불편한 진실로 드러낸다. 저자는 책의 목적을 “예수의 말과 행동이 무엇을 가르치는지 성찰하고 2000여년이 지난 오늘 사회혁명으로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적어도 한국 기독교를 제대로 바라보게 하는 역할은 톡톡히 한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美 동성결혼 허용 실태

    美 동성결혼 허용 실태

    미국 연방 법은 여전히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성 결혼과 관련한 연방 법률은 ‘혼인보호법’(DOMA)으로, 동성 결혼 부부에게 복지 혜택을 부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법은 1996년 의회를 통과한 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됐으며 이에 따라 일부 주에서 합법적으로 결합한 동성 결혼 부부들은 1000개가 넘는 연방정부 차원의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동성 결혼 합법화 여부는 50개 주가 제각각 알아서 정하도록 넘겨졌고, 결과적으로 주 차원에서만 인정된다. 2004년 이래 코네티컷, 아이오와,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뉴욕, 버몬트 등 6개 주와 수도인 워싱턴DC 등만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고, 워싱턴주와 메릴랜드주는 투표만 통과한 채 발효되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동성 결혼이 4개월 반 동안 허용돼 일부 유명 인사를 포함해 수천 커플이 결혼 서약을 했으나 법이 다시 뒤집히면서 어정쩡한 상태다. 뉴저지주도 주민들은 동성 결혼에 찬성했으나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고, 메인주에서는 동성애 인권 그룹이 11월 주민투표를 계획하고 있다. 로드 아일랜드주도 기본적으로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그외 38개주는 결혼을 이성 간으로 제한하는 법률이나 헌법 조항을 두고 있다. 특히 대선에서 판세에 영향을 줄 부동층주 대부분은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미 동북부 위주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고 있는 반면, 보수성향이 강한 남부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주에서는 동성 결혼을 불허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말 퓨리서치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동성 결혼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졌다. 2001년 60%였던 ‘반대’ 응답자는 이번 조사에서 43%로 줄어든 반면 ‘찬성’은 35%에서 47%로 늘었다. 미국 내 동성애자는 400만명으로, 성인 인구의 1.7%로 추산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오바마, 동성결혼 공개지지… 진보성향 표심잡기 승부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동성(同性) 결혼 합법화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동성 결혼 합법화를 공개 지지한 것은 처음으로, 미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의 동성애에 대한 가치관에 큰 영향을 주는 역사적 전기로 평가된다. 오바마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동성 커플이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분명히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 결혼에 대해 ‘시민적 결합’(civil union)으로 충분하다고 여겨 조금은 주저해온 게 사실”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시민적 결합이란 동성 커플을 법으로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부부로 인정하는 것으로 2000년 버몬트주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그동안 동성 결혼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피해온 오바마는 이날 두 딸인 말리아와 사샤의 친구들도 동성 부모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부인 미셸도 그의 결정에 관여했으며 동성 결혼을 지지하기로 의견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유보입장서 급선회 오바마의 발언이 나오자 동성 결혼 지지 단체는 즉각 환영하고 나섰고, 반대론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등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CNN방송은 “오바마 대통령이 폭탄을 터뜨렸다.”면서 시민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결혼은 남녀 간의 관계”라면서 동성 결혼 반대 입장을 확인했다. 이날 오바마의 동성 결혼 합법화 찬성 표명은 전혀 의외였다. 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동성애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는 데다, 바로 전날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동성 결혼을 불허하는 주헌법 개정안이 주민투표에 의해 큰 표차로 가결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오바마의 이날 선택은 오는 11월 대선의 승부처 중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의 민심과 반대로 간 셈이다. 오바마가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이렇게 과감하게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은, 치밀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동성애자와 강경 진보그룹의 지지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벌써부터 일부 언론은 동성애자들의 선거 후원금이 오바마에게 폭주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내주 여론조사 민심 확인될 것” 좀더 넓게 보면, 선거를 보혁구도로 가져가는 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성 결혼 허용 찬반 여론은 50%대48%다. 특히 연말까지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 대비해 전선(戰線)을 ‘경제’에서 ‘사회’로 옮기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기 침체에 대한 비판 여론을 사회적 이슈로 전환해 진보성향 표를 묶어두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보수층은 공화당 표여서 잃을 게 별로 없을 것이라는 계산도 했을 법하다. 하지만 상당수 정치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이날 입장 표명이 ‘위험한 도박’이라고 진단했다.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노스캐롤라이나와 같은 부동층주(swing state)는 근소한 표차로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바마 지지 성향인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 중 이 문제 때문에 이탈 표가 나올 수도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1주일 쯤 지난 뒤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민심이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美대선 핫이슈 ‘동성결혼’

    미국 대선에서 동성(同性) 결혼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8일(현지시간) 결혼을 오직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합으로 정의하는 주 헌법 개정안을 주민투표에 부쳐 찬성 58%, 반대 42%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노스캐롤라이나는 이 규정을 채택한 미국의 30번째 주가 됐다. 노스캐롤라이나는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뒤 주민투표를 추진해 왔다. 이 주민투표 가결은 동성 결혼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동남부에서 표심이 오락가락하는 대표적 ‘부동층주’(swing state)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텃밭이었던 이곳은 2008년 대선 때 오바마가 간신히 이긴 승부처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민주당은 오는 9월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기로 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주민투표를 앞두고 조 바이든 부통령이 공개적으로 동성 결혼 지지 입장을 밝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반대 표결 운동에 나섰으나, 끝내 결과는 반대로 나온 것이다. 미국에서는 북동부를 중심으로 8개 주가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등 동성 결혼에 대한 거부감이 서서히 줄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다수의 유권자는 여전히 동성 결혼에 반대하고 있다. 대선후보 입장에서는 동성 결혼에 찬성하자니 다수의 표를 잃을 우려가 있고, 반대하자니 응집력 있는 동성애자와 진보주의자들의 표를 놓칠 수 있어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경선 기간 동성애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그는 이전에는 동성 결혼 찬성 입장을 밝히는 등 오락가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못난 수컷들…“원시인보다 힘·미모·성적 능력 못한데… 솔직하지도 못해”

    못난 수컷들…“원시인보다 힘·미모·성적 능력 못한데… 솔직하지도 못해”

    “지금 이 책을 읽는 남자나 이 책을 선물로 받을 남자는 역사상 가장 ‘못난’ 남자다. 아, 토 달지 말라. 당신은 못난 남자다. 이상.” 이렇게 포문을 여는 ‘남성퇴화보고서’(피터 매캘리스터 지음, 이은정 옮김, 21세기북스 펴냄)는 읽는 내내 배꼽을 잡게 만든다. 저자는 제목 그대로, 오늘날 남성이 옛 시절 원시인 남자만도 못한데다, 그럼에도 감히 옛 조상보다 진화했다고 잘난 척해대고 있다고 논증하는 호주의 고고인류학자다. 첫 포문에서 짐작하듯 저자의 입담은 보통 아니다. 마지막 결론도 이런 식이다. 호모 에렉투스를 현대 세계에 데려와 마이크를 쥐어준다면 예수의 목소리를 비틀어 “아들들아, 아들들아, 어찌하여 나를 버리느냐.”라고 할 것이라 해뒀다. 그렇다면 각론으로 들어가서, 어떤 분야로 비교해볼까. 저자는 두운도 맞췄다. Brawn(힘), Bravado(허세), Battle(싸움), Balls(운동능력), Bards(말재주), Beauty(미모), Bairns(육아), Babes(성적 능력) 등 8개 분야다. 힘, 허세, 싸움, 운동능력이야 그럴 만도 하다. 영화 ‘300’, 미드 ‘스파르타쿠스’를 떠올리면 된다. 근육이 너무 현대적이고 인위적으로 부각됐고 남녀 가릴 것 없이 모두들 늘씬 쭉쭉빵빵하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옛 남자들이 현대 남자에 비해 육체적 힘에서는 월등할 것이라는 점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생존이 달렸으니 말이다. 다만, 저자가 풀어놓은 다양한 사례들을 쭉 읽은 뒤 다시 ‘300’과 ‘스파르타쿠스’를 본다면, 잔혹하고 야한 장면들이 흥행을 위해 적당히 과장을 섞어넣은 게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처럼 보이게 될 것이라는 차이점은 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나오는 말재주, 미모, 육아, 성적 능력 분야다. “그래 원시인이라면 힘은 강할 테지. 그러나 우리 문명화된 남자들은 그런 거 가지고 으스대는 유치한 짓 따윈 안 한다구.”라면서 거듭 자기위안해왔던 남자들을 처절하게 짓밟아 나간다. 아니, 철따라 유행따라 옷 맞춰 입고 화장품 바꿔가며 피부관리하고, 여자 앞에만 서면 목소리 톤을 바꾸고 부드럽게 배려하는 태도로 환심사려고 불철주야 노력을 하고, 결혼 뒤엔 다정다감한 아빠가 되기 위해 분골쇄신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낮에는 짐승들 쫓아다니다가 밤에는 툭하면 강간하듯 여자를 취하던 원시인들만 못하다고? 이 가운데 흥미로운 대목 두가지만 뽑자면, 하나는 미모. 저자는 영국의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을 불러낸다. 베컴은 10년간 89가지 헤어스타일을 갈아치웠을 정도로 멋을 부린 남자다. 여성스럽다는 비난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하고, 동성애 잡지 기자로부터 당신이 동성애자의 우상이라는 얘기를 듣고도 “찬사를 많이 받아서 좋다.”고 응수했다. 그런데 아프리카 니제르의 우다베족이 치르는 게레올축제에 비하자면 베컴의 치장은 새발의 피다. 게레올 축제는 3명의 미녀가 최고의 남자를 뽑는 행사다. 이를 위해 우다베족 남자는 화장을 하고, 구슬로 만든 의상과 벨트를 차고, 깃털머리장식을 한다. 남성적 아름다움을 이으려 잘생긴 아들을 얻기 위해 아내가 잘생긴 남성과 동침하는 것도 허락한다. 아프리카 중부 투아레그족은 아예 남자들이 온몸을 베일로 감싸고 다닌다. 여자가 남자의 아름다움에 충격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고대 타히티족 남자는 백옥 같은 피부를 위해 사춘기가 지나면 아예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다. 여자가 아닌 남자가. 다른 한 가지는 성적 능력. 저자가 이번에 불러오는 인물은 LA레이커스 센터로 활약하면서 한 경기당 100 득점 등 NBA 기록만 72개를 보유하고 있는 농구선수 월트 체임벌린이다. 체임벌린은 농구실력 못지 않게 난잡한 파티를 즐기는 실력이 유명했고, 스스로도 2만명의 여자와 즐겼다고 떠벌렸던 사람이다. 늘 그랬듯, 저자는 체임벌린 따윈 상대가 안 된다는 이런저런 사례를 제시하는데, 이건 직접 읽는 게 좋겠다. 저자가 이 같은 얘기들을 늘어놓는 이유는 뭘까. 빨리 포기하라는 거다.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사람 속(屬) 가운데 ‘몸집이 작은 수컷’에 속한다. 다만, 오랑우탄처럼 솔직하지는 못하다. ‘몸집이 작은 수컷’ 오랑우탄은 적어도 자신의 2등급 지위를 인정하고 활용할 용기를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덩치 큰 수컷’의 가면만 쓰려고 한다.” 인간, 그것도 선조에 비하자면 힘쓰는 일은 물론, 아이 돌보기와 여성 만족시키기 등에서 선배들에게 한참을 못 미치는 주제에 킹콩 가면 쓰고 으스대며 돌아다니지 말라는 얘기다. 그래서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실체를 홀라당 벗긴 김정운 교수가 떠오른다. 모였다면 정치 얘기에 핏대 올리다가, 밤이면 룸살롱에 가서 폭탄주나 돌려돌려 하다가, 어쩌다 쉬는 날엔 우르르 산에 몰려다니면서 막걸리나 퍼마시다보니, 은퇴해서 명함 떨어지고 나면 할 일이 없다는 거다. 그러고보니 김 교수의 주장도 결국 한시 바삐 덩치 큰 킹콩 수컷의 가면을 벗어던지라는 제안이다. 그게 씁쓸한 일인지, 아니면 바람직한 일인지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남자들이 철없는 이유, ‘맨업’에 있다

    남자들이 철없는 이유, ‘맨업’에 있다

    남자들이 나이를 먹어도 아이 같은 이유를 케이블채널 폭스라이프가 미국드라마 ‘맨업(Man Up!)’을 통해 밝힌다. 5일 밤 9시 국내 처음 방송하는 로맨틱 코미디 ‘맨업’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자립한 30대 남성들로 이뤄진 키덜트족(어린이의 감성을 추구하는 어른들을 일컫는 말)의 이야기다. 시트콤 ‘맨업’에 등장하는 소심한 남자, 제멋대로인 남자, 감성적인 남자 등 3가지 유형의 남자들을 통해 남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철없는 이유를 알아본다. 첫째, 아이들처럼 장난감에 빠져 지낸다. 최근 왕성한 구매력을 가진 키덜트족들이 피규어나 만화책 등을 수집하면서 새로운 문화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다. ‘맨업’의 주인공들 역시 콘솔형 게임기인 엑스박스 삼매경에 빠져있거나 스타워즈 광선검, 피규어 등에 몹시 열광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번째, 전통적인 가구 형태가 해체되고 1인 가구가 증가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30~34세 미혼 가구 비중이 89.3%에 달했다. 시트콤 ‘맨업’의 남자 주인공들도 각각 유부남, 이혼남, 싱글남이다. 이들도 일반적인 형태의 가족을 꾸리는 것보다는 개인적인 시간을 즐기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남자들이 많아지면서 패션, 뷰티 등의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트콤 ‘맨업’에서도 특정 브랜드의 샤워 젤을 고집하다 아내에게 핀잔을 맞거나, 지나치게 화장에 치중해 동성애자로 오인 받는 장면이 등장해 폭소를 유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성 화장품 시장은 매년 평균 15%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반영구 화장 시술을 받는 남성들도 2008~2010년 새 매년 평균 11% 증가했다. 한편 ‘맨업’은 철없는 남자들의 로맨틱한 사랑 도전기를 그린다.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방송. 사진=폭스라이프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씨줄날줄] 혁신의 레이디 가가/최광숙 논설위원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는 데뷔 초 언론과 학부모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마이 웨이’를 부른 프랭크 시내트라의 감미로운 스탠더드 팝이 대세일 때 그는 두 다리를 쫙 벌리거나 엉덩이를 과하게 흔들어대는 춤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TV 카메라는 그의 공연 내내 상반신만 보여줬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그의 로큰롤을 통해 욕망을 분출하고자 했고, 이는 기성세대와의 단절을 의미했다. 일찍이 프레슬리가 보여줬듯이 ‘나는 가수다’에 나온 가수들처럼 노래만 잘한다고 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팝의 여왕’ 마돈나도 노래 실력 외에 특유의 섹시한 모습과 충격적인 퍼포먼스로 무대를 휘어잡는 엔터테이너로 등극했다. 1980~1990년대 소비문화에 기묘하게 편승한 그녀는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에 속옷 차림으로 불타는 십자가 앞에서 흑인 성직자와 키스하는 식의 무대 연출로 의도된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노골적인 성적 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에 당시 교황은 종교단체와 일반 대중들에게 마돈나의 콘서트에 참석하지 말라는 극단적 처방까지 내렸을 정도다. 하지만 그의 공연이 섹시 코드에 머물렀다고 보면 오산이다. 가톨릭 교회로부터 강요된 죄의식, 사회를 지배하는 규칙, 남성의 권위 등 기존 가치에 맞서 ‘너 자신을 표현하라.’고 외쳤던 것이다. 지난 27일 내한 공연을 가진 레이디 가가도 마돈나의 계보를 잇는 가수다. 생고기 드레스와 40㎝가 넘는 아찔한 ‘킬힐’과 같은 기괴한 패션과 퍼포먼스에 머물지 않는다. 전 세계 팬들에 영향력을 미치는 ‘소셜테이너’이자 엔터테이너다. 재단을 만들어 학교 폭력 추방과 동성애자 옹호, 에이즈 퇴치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권익 보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 기독교 단체는 공연을 앞두고 기독교 모독·음란성을 내세워 공연 취소를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번 공연도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멋진 무대였다고 한다. 실제 말을 타고 무대를 돌며 노래를 부르고, 자신을 푸줏간 고깃덩어리로 묘사한 퍼포먼스 등은 관객들을 확 끌어당겼다고 한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마돈나가 수년간에 걸쳐 정상을 달린 것은 그녀가 해마다 자신을 혁신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레이디 가가의 공연도 마찬가지다. 패션이든, 음악이든, 무대예술이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혁신이 26세 젊은 여가수를 ‘마더 몬스터’(Mother Monster)로 만든 것 아닐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사건 Inside] (29) 음지의 동성애자를…‘3인조 꽃뱀’의 기막힌 사기

    [사건 Inside] (29) 음지의 동성애자를…‘3인조 꽃뱀’의 기막힌 사기

    2010년 7월 교도소 동료였던 세 남자가 한자리에 둘러 앉았다. 맏형 노릇을 하던 유모(41)씨의 호출에 한모(34)·조모(28)씨가 오랜 만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얼마 전에 황당한 경험을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이게 돈벌이가 되겠더라.” (유씨) 유씨가 늘어 놓은 ‘황당 경험’은 동성애와 관련된 것이었다. 어느 날 혼자 서울 시내 한 찜질방을 찾은 그는 수면실에서 잠을 자다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다. 한 남자가 자기 몸을 더듬고 있었던 것. 소스라치게 놀란 그는 남자의 손길을 뿌리친 뒤 “성추행으로 신고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남자는 합의금 200만원을 내놓았다. 알고 보니 유씨가 찾은 곳은 이른바 ‘이반(異般) 사우나’였다. 이반 사우나는 성 정체성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동성애자들이 모여 성관계를 맺기도 하는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말한다. ‘이반’은 이성애자들을 칭하는 일반(一般)이라는 말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쓰여지는 말이다. 합의금을 물어낸 남성은 유씨가 당연히 동성애자일 것으로 생각해 그들만의 법칙에 따라 상대를 유혹하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편견에 울던 동성애자들, 사기에 두 번 울다 예상 밖의 소득을 얻은 유씨는 전국에 ‘이반 사우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어보자는 구상을 했다. 하지만 매번 혼자 움직일 수는 없는 일. 믿을 만한 교도소 동료였던 한씨와 조씨를 범행에 끌어들이기로 했다. 유씨는“합의금을 뜯어내 한달에 500만원 이상 벌 수 있고 집과 차도 살 수 있다.”며 한씨와 조씨를 설득했다. ‘동성애자 꽃뱀’의 수법은 간단했다. 외모가 돋보이는 한씨가 팔베개를 해주는 등 동성애자를 유혹하는 게 첫 단계. 낚시에 걸린 상대가 몸을 만지면 한씨가 놀란 척하며 “추행당했다.”고 소리치는 식이었다. 조씨는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나도 봤다. 빨리 경찰에 신고하라.”고 겁을 주는 역할을 맡았다. 예상치 못한 소란에 동성애자가 혼란스러워하면 유씨가 “좋게 해결하자.”는 식으로 중재에 나서 합의를 유도했다. 이들은 2010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부산, 인천, 대전 등을 돌며 모두 29차례에 걸쳐 1000여만원을 뜯어냈다. 합의금은 한번에 통상 70~80만원, 많게는 200만원에 이르렀다. 이들은 “가난한 상대를 만나 돈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어 전체 액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긴 30~50대 남성들이 유씨 일당의 먹잇감이 됐다. 한씨는 동성애자가 아니었음에도 범행을 거듭하며 점차 동성애를 동경하게 됐고, 그만큼 유혹 기술도 대담해졌다고 한다.   ●원활한 합의를 위한 장치가 오히려…‘꽃뱀’이 꼬리잡힌 이유는 이들이 덜미를 잡힌 것은 한씨의 욕심 때문이었다. 공범들과 헤어진 한씨는 혼자서 돈을 벌어볼 요량으로 지난달 24일 단독범행을 감행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찜질방에서 그는 여느 때처럼 동성애자를 유혹했다. 상대는 술에 취한 채 짝을 구하고 있던 강모(31)씨였다. “이 아저씨가 어딜 만져? 뜨거운 맛 좀 볼래?” 강씨는 예상외의 반응에 당황했다. 덩치가 크고 위협적인 한씨의 분위기까지 더해져 공포감도 들었다. 놀란 강씨는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도망치다가 한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한씨가 먼저 접근하길래 관심이 있는 줄 알고 몸을 만졌다. 원래 그 곳에서는 합의 하에 관계를 맺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강씨의 말에서 이상한 낌새를 챈 경찰은 한씨에 대해서도 조사를 착수했다. 기록을 보니 한씨가 8차례나 집중적으로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사실이 나타났다. 성인 남성이 각기 다른 동성애자들에게 거듭 추행을 당하기란 쉽지 않은 일. 더구나 찜질방에서 추행을 당한 한씨가 계속 찜질방을 찾아갔다는 점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경찰은 이 사건이 한씨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거듭된 추궁에 한씨는 자신이 ‘동성애자 꽃뱀’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을 수 밖에 없었다. 자백을 받은 경찰은 나머지 일당들도 검거하는 한편,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신고를 꺼리는 동성애자들의 속성을 이용한 유씨 일당은 스스로 범행 단서를 남겼다. 합의를 쉽게 끌어내기 위해 경찰에 피해 신고를 해온 게 자신들의 악행을 입증할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한 것이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성추행 혐의’ 濠하원의장 사퇴

    성추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피터 슬리퍼(62) 호주 하원의장이 의장직에서 잠정적으로 물러나기로 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슬리퍼 의장은 법정 공방이 끝날 때까지 임시로 집권 노동당 소속 부의장인 애나 버크에게 의장직을 맡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게이(남성 동성애자)로 슬리퍼 의장과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제임스 애슈비(33)는 슬리퍼 의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 슬리퍼 의장은 택시 바우처를 본래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슬리퍼 의장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호주 하원의 의석 수는 150석으로 현재 줄리아 길라드 총리의 노동당은 무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합쳐 모두 76석으로 정부를 이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슬리퍼 의장의 잠정 사퇴는 1석의 근소한 우위를 잃어 앞으로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법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 하원의장은 표결 결과가 동수일 경우에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지금처럼 의석 하나를 두고 과반이 갈리는 상황에서는 중요한 자리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김정은 “자본주의 방식 도입 논의하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자본주의적 방식의 도입을 포함한 경제 개혁의 논의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16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제1비서가 지난 1월 조선노동당 간부들에게 자본주의적 방식의 도입을 포함한 경제 개혁 논의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가 입수한 김 제1비서의 1월 28일자 발언록에 따르면 그는 “경제분야의 일꾼과 경제학자가 경제관리를 ‘이런 방법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도 색안경을 낀 사람들에 의해 ‘자본주의적 방법을 도입하려 한다’고 비판을 받기 때문에 경제관리에 관한 방법론에 의견을 갖고 있어도 얘기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제1비서는 “비판만으로는 경제관리 방법을 현실 발전의 요구에 맞게 개선해 나갈 수 없다.”며 터부가 없는 논의를 통해 북한에 맞는 경제 재건책을 찾아내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노동당 관계자는 “김정은 동지가 최근 당 간부들에게 중국의 방법이든 러시아나 일본의 방법이든 활용할 만한 방식이 있다면 도입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는 또 “공장과 기업이 충분히 가동되지 않아 인민 생필품의 생산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생활에 불편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언록이 기록된 20일 뒤인 2월 16일에는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0회 생일을 앞두고 있었지만 김 제1 비서는 “인민들에게 공급할 축하물자도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다.”며 비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민은 어려운 생활 중에서도 변함없이 노동당을 따르고 있다.”면서 “이런 훌륭한 인민에게 더 우수한 물질·문화 생활을 보장해 줘 인민이 언제나 ‘노동당 만세’를 부르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당 간부들에게 대책을 주문했다. 김 제1비서의 이런 발언은 북한체제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북한에서는 코카콜라나 청바지 등은 자본주의 상징이라고 배척당한다. 동성애자는 ‘자본주의 사상에 물든 죄’로 처형되며 가라오케는 ‘자본주의적’인 것으로 외국인 전용을 제외하고는 폐쇄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0월 세계 각지의 반격차(반월가) 데모를 보도하면서 “자본주의에 미래는 없다.”고 단정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신문은 김정은 제1비서가 가까운 장래에 큰 폭의 경제 개혁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서울 국제여성영화제 열린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범한 서울 국제여성영화제가 어느덧 14회를 맞는다. 새달 1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신촌 아트레온과 CGV송파, 한국영상자료원 등에서 30개국 120편(장편 44편, 단편 7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 정치적 도피를 감행한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파울라 마르코비치 감독의 ‘더 프라이즈’가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전체주의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이뤄지는 파시즘적 훈육과 군대를 찬양하는 웃지 못할 의식들을 어린 딸 세실리아의 눈으로 그린다.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정치적 이유로 멕시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마르코비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촬영상과 프로덕션디자인상을 받았다. 서울 국제여성영화제의 얼굴 격인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는 최근 1~2년간 제작·발표된 여성감독들의 수작을 집중 조명한다. ‘파니핑크’(1994),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 ‘헤어드레서’(2010)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도리스 되리 감독의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에 우선 눈길이 간다. 고국의 내전을 피해 베를린으로 떠나왔지만, 불법체류자인 탓에 불법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리나와 집 없이 떠도는 펑크족 칼리가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면서 빚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글렌 클로즈 주연의 ‘앨버트 놉스’ 국내 개봉이 요원한 터라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1982년 오프브로드웨이 연극 ‘앨버트 놉스의 혼자인 삶’에서 살아남고자 어쩔 수 없이 남장 여인이 된 비운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부터 클로즈는 영화화를 꿈꿨고, 30년 만에 결실을 보았다. 클로즈는 주연과 공동각본을 맡았다. 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는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아들이다. 이 밖에 배우 줄리 델피의 4번째 장편연출작 ‘스카이랩’과 폴란드 출신의 논쟁적 감독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와 명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만난 ‘엘르’,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테디베어상(동성애자 필름 부문)을 수상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톰보이’ 등도 두고 볼 만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남편 과 아내’ 공문서에서 사라진다?

    ’남편(husband)과 아내(wife)’라는 용어가 사라진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동성결혼 합법화를 추진하면서 공식문서에서 남편과 아내라는 용어 대신 중립적인 ‘배우자(spouses)와 파트너(partners)’라는 용어를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동성애자 권리단체의 자문을 거쳤으며, 그들 단체들은 ‘혼동’을 피한다는 이유로 이혼법 개정안을 작년에 제출한 상태다. 내무성과 이민국등 관련 부처들은 이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내무성 전산시스템 교체에 200만 파운드 등 점검작업에 450만 파운드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연금성도 동성애 결혼 허용에 따른 후속작업으로 전산망 교체에 100만 파운드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있다. 문제는 ‘남편과 아내’라는 용어가 각종 공문서에서 사라지게 되면 그 다음에는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말도 바꾸자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정부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인터넷 뉴스팀
  • 김경묵 감독 “이전까지의 영화는 내 살풀이 ‘줄탁동시’는 날 버린 첫 영화”

    김경묵 감독 “이전까지의 영화는 내 살풀이 ‘줄탁동시’는 날 버린 첫 영화”

    기존 영화 문법으로 보면 거칠고 우악스러울지도 모른다. 기승전결 전개와는 거리가 멀다. 지나치게 솔직하고 에둘러 말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영화제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활어 같은 그의 영상에 매혹당했다. 스무 살에 만든 장편 데뷔작 ‘얼굴 없는 것들’(2005)은 파격적인 이야기와 실험성을 인정받아 로테르담(네덜란드)·시드니(호주)·밴쿠버(캐나다)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세 번째 장편 ‘줄탁동시’ 역시 지난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영화제 오리존티 부문에 초청받았다. 한국영화로는 유일했다. 해외영화제의 잇따른 러브콜을 받은 이 영화는 새달 1일 개봉한다. 그런데 지난 8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선정적 장면이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이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국내에는 제한상영관이 없어서 이대로는 상영할 수 없다. 지난 10일 김 감독은 문제가 된 10여 초 분량을 뿌옇게 처리해 재심의를 요청했다. 직후인 10일 오후 김경묵 감독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영화제에 참가했다가 돌아오기 직전 전해 들었다. 99% 통과되리라고 믿었다. (심의를 신청한 적은 없지만)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수위가 턱없이 낮은 데다 ‘야한’ 장면도 아니니까 이해될 줄 알았다.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사람들이 왜 심의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를…” ‘줄탁동시’는 모텔을 전전하며 몸을 파는 소년 현과 종로 인근에서 잡일을 하면서 하루를 버텨내는 탈북 소년 준, 조선족 소녀 등 냉혹한 현실에서 몸부림치는 ‘경계인’의 절망(혹은 희망)을 관찰한다. 문제가 된 장면은 준이 생존을 위해 성인 동성애자와 관계를 맺는 장면이다. 그는 “소년이 몸을 파는 장면을 일부러 거친 톤으로 촬영한 건데 (재심의를 위해) 블러(뿌옇게 흐리는 작업) 처리를 했더니 포르노처럼 보여서 작품 의도에는 더 잘 맞더라. 심의하는 분들의 통찰력에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제한상영가 판정 덕분(?)에 오히려 창작 의도가 돋보이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씁쓸함과 맥락에 관계없이 ‘단장취의’(斷章取義) 식으로 선정성을 재단한 영등위원에 대한 조소가 뒤섞여 있었다. 이어 “제한상영가 논란이 되면 홍보 측면에선 도움이 되겠지만, 혹시 관객이 야한 영화를 기대하고 올까 봐 걱정도 된다.”며 웃었다. 영화를 보기 전 가장 궁금했던 건 ‘줄탁동시’(?啄同時)란 난해한 제목. 본래는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려고 껍질 안에서 쪼는 것(줄)과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행위(탁)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감독은 김지하의 시 ‘줄탁’에서 제목을 취했다. 시 ‘줄탁’은 ‘내가 타죽은 나무가 내 속에서 자란다/나는 죽어서 나무 위에 조각달로 뜬다… 껍질 깨고 나가리/박차고 나가 우주로 나가 부활하리’란 내용에서 짐작하듯 탄생과 소멸, 부활의 철학을 담은 작품이다. 즉 줄탁동시는 득도의 과정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공동작업으로 가능하다는 걸 담은 불교 용어다. 김 감독은 “제목이 특이한데도 헷갈리는 분들도 많더라. 어떤 분은 ‘신탁통치’ 잘돼 가느냐고 묻기도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사전적 의미와는 좀 다르다. 단일한 인간이었거나 두 얼굴을 지닌 쌍둥이 같은 두 소년이 성장하려고 본래 하나였던 자신을 찾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성장드라마다. 사회에서 주변부로 내몰린 비(非)가시적인 존재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가장 밑바닥에서 절망과 마주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음 단계가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 시간을 경험해야 넘어갈 수 있다. 일종의 통과의례인 셈”이라고 말했다. ‘통과의례’에 대한 깊은 고민은 평범한 길을 걷지 않은 감독의 이력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그는 고 1 여름방학이 끝나고도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때부터 ‘제도권’과는 거리를 뒀다. 그는 “학교-도서관-집을 오가던 조용한 아이였다. 다만, 중학교 때부터 학교 시스템과는 맞지 않았다. 늘 혼자이고, 분리된 것처럼 느껴지면 굳이 다닐 필요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래와는 좀처럼 섞이지 못하는 존재였던 셈이다. 그가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것은 훨씬 후의 일이다. 그는 “성 정체성 때문에 적응 못 하고 학교를 때려치웠구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그땐 레즈비언·게이가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그쪽으로 고민한 건 훨씬 이후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넘쳐나는 시간을 시네마테크와 영상자료원에서 보내면서 영화에 눈을 떴다. 당시 꽂혔던 건 레오 카락스와 왕자웨이,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들. 그리고 일반인 대상 단기 영상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게 전부. 19세 때 데뷔작이라고 찍은 작품이 20분짜리 다큐멘터리 ‘나의 인형놀이’. 대뜸 이 작품으로 2004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 특별상을 시작으로 밴쿠버영화제와 부에노스아이레스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영화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전까지의 작업은 살풀이였다. 자전적인 영화는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고민, 기억에 대한 힘겨움이 담겨 있다. ‘줄탁동시’부터 이런 부분들을 버리려고 시도했다. 앞으로는 좀 더 다르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 영화와 나 사이에 거리를 둬야 할 것 같다. 똑같이 일기를 쓰더라도 앞으로는 3인칭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Weekend inside] 아랍 동성애자에겐 머나먼 ‘사랑의 봄’

    [Weekend inside] 아랍 동성애자에겐 머나먼 ‘사랑의 봄’

    중동 권력 지도를 바꾼 ‘아랍의 봄’이 성적 소수자에겐 ‘혹독한 겨울’이 되고 있다. 개인의 신념과 성적 취향이 존중되는 사회가 들어서길 기대했던 튀니지, 이집트 등 혁명의 진앙지에서 권력을 잡은 강경보수파가 종전의 동성애 금지법을 유지한 채 탄압의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함마디 지발리 튀니지 총리는 기존의 반(反)동성애법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총선 전만 해도 집권 엔나흐다당 지도자들은 동성애자의 존엄성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대부분인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로 이는 ‘공약’(空約)에 그쳤다. 심지어 인권장관인 사미르 딜루는 지난 4일 TV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치료가 필요한 성도착증”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튀니지의 동성애자들은 대부분 희망을 버리고 고국을 등지려 하고 있다. 국제동성애인권위원회(IGLHRC)의 호세인 알리자데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적 자각이 보수적인 이슬람법의 해석을 강화하고 성 문제를 더 억압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웹사이트 ‘중동 동성애’(GME)의 댄 리타우어 편집장은 “시리아 등 중동에는 동성애자가 정권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져 있다.”고 말했다. 사회 변혁이 성적 소수자에게 부메랑이 된 대표적인 나라는 이라크다. 2003년 미국 침공 이전 이라크정권은 독재국가였지만 성적 풍습까진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이라크 사회에서는 동성애자라는 의심만 받아도 살해, 납치, 강간, 고문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3년 이후 700명 이상이 죽임을 당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동성애 탄압국으로 낙인찍혔다. 국제동성애협회(ILGA)에 따르면 동성애가 불법인 나라는 2011년 현재 76개국에 이른다. 아프리카에선 전체 국가의 50%,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터키, 요르단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동성애를 ‘범죄’로 보아 금지한다. 특히 이란,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남수단, 모리타니 등 5개국은 동성애자를 사형으로 다스린다. 나이지리아와 소말리아 일부 지역에서도 사형을 선고하기 일쑤다. 동성애가 합법인 나라에서는 우회적으로 성적 소수자를 괴롭힌다. 요르단에서는 남성들이 어울리는 현장을 급습해 불법 음주 혐의를 씌우는가 하면 터키에서는 당국이 이들을 철저히 감시한다. 터키에서는 2008년 동성애자인 20대 아들을 아버지가 ‘명예살인’이라는 명목으로 살해하는 참극도 벌어졌다. 정치적 억압으로도 악용된다. 유력한 차기 총리감이던 안와르 이브라힘 전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2차례나 동성애 혐의로 곤욕을 치렀다. 1998년 부총리 퇴임 이후 동성애자로 몰려 6년간 옥살이를 하다 무죄로 밝혀져 석방된 그는 2008년 다시 전 보좌관의 고발로 기소됐다가 지난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아랍 청년들이 동성애 인권운동을 펴는가 하면 동성애 금지가 타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코란(이슬람 경전)은 동성애를 비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슬람권의 오랜 편견은 쉽게 거둬지지 않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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