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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정적자 감축 난제’ 美 의회, 힘겨운 출발

    제113대 미국 의회가 3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11월 6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당선된 상·하원 의원들은 이날 낮 12시 의회에서 공동 선서식을 갖고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돌입했다. 상원과 하원 의원의 임기가 각각 6년과 2년으로 다른 미 의회는 하원의원 임기에 맞춰 새로운 의회가 출범한다. 113대 의회는 출범하자마자 정부부채 상한 증액과 재정적자 감축방안 등 난제들을 다뤄야 한다. 특히 지난 1일 의회를 통과한 ‘재정절벽’ 해소 법안은 부유층 세금 인상 부분만 담고 있을 뿐 재정적자 감축 방안 협상을 2개월 뒤로 미뤄놓았기 때문에 다음 달 말 당장 정치력을 시험받는다. 최근의 재정절벽 타결안을 두고 민주와 공화 양당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인식이 팽배한 만큼 정쟁의 수위는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상원 여대야소, 하원 여소야대’라는 의석 구조와 존 베이너 하원의장 재선출 등 113대 의회는 이전 의회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점도 부정적 전망을 더하는 요인이다. 다만 113대 의회는 구성원 면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상·하원 모두 사상 최다 여성 의원 수를 기록했다. 여성 상원의원은 20명(민주 16명, 공화 4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상원의원 100명 중 20%다. 하원 여성 의원도 78명으로 늘었다. 하원의원 435명의 18%에 해당한다. 1992년 상원에 등원한 바버라 미컬스키(민주·메릴랜드) 의원은 “15년 이내에 상원의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CBS방송에서 전망했다. 태미 볼드윈(민주·위스콘신) 의원은 사상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공개(커밍아웃)한 상원의원이 됐으며, 메이지 히로노(민주·하와이) 의원은 최초의 불교신자 상원의원 기록을 남기게 됐다. 조지프 케네디(민주·매사추세츠) 의원이 하원에 진출해 ‘케네디가(家)’의 정치 공백을 4년 만에 메웠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미혼의 여성대통령, 아버지가 만든 ‘제2부속실’ 없앨 듯

    미혼의 여성대통령, 아버지가 만든 ‘제2부속실’ 없앨 듯

    대한민국 최초의 싱글 여성 대통령을 맞아 청와대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사상 처음으로 여주인을 맞게 되는 청와대에서는 그동안 ‘퍼스트 레이디’인 영부인의 비서 업무를 맡았던 제2부속실이 사라지는 것이 제일 큰 변화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제2부속실을 굳이 존속시킬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제2부속실은 영부인의 일정 및 행사 기획, 활동 수행 및 비서업무, 대내외 네트워크와 관저생활 등 영부인의 24시간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의 직원은 모두 6명이다. ●대통령 부인 일정관리·행사 수행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선거운동을 할 때부터 같이 일했던 미용 담당자, 코디네이터 등도 제2부속실에 소속되어 있다. 제2부속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대통령 부속실에서 독립시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김두영 전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은 육영수 여사 시절 제2부속실 업무에 대해 “어린이 관련 행사 사회를 보고, 청와대에 들어온 진정서 내용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조직은 대통령령으로 결정 가능한 사항인 만큼 모든 결정은 새 대통령이 하게 되지만, 아버지가 만든 제2부속실이 딸에 이르러 사라지게 됐다. ●행안부 “의전상 변화 없을 것” 의전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의 주요 의전행사를 맡은 행정안전부 의정관 관계자는 “여성 대통령의 취임식은 의전상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선인이 굳이 퍼스트 레이디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은 정치적 비중이 낮거나 사회적 소외계층을 돌보는 것이어서 이 같은 역할은 국무총리실이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박 당선인은 1974년부터 5년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한쪽에서는 정상 부부가 동반하는 외교 행사를 대비해 ‘퍼스트 젠틀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혼 여성 지도자의 부부동반 만찬에는 총리 부인이나 외교장관 부인이 배석하기도 한다. 현재 세계 정상 가운데 박 당선인처럼 미혼인 여성 정상은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를 포함해 3명이 있다.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대통령은 합법적인 동성애자이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던 남편과 사별했다. 길라드 총리는 팀 매티슨과 정식 결혼이 아닌 사실혼 관계에 있다. 매티슨은 미국 미셸 오바마 여사가 주최한 퍼스트레이디 모임에 유일한 청일점으로 참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매티슨은 ‘퍼스트 젠틀맨’이 아니라 ‘퍼스트 블로크’(bloke·남성을 뜻하는 속어)라 불렸다. ●태국 女총리는 나홀로 행사에 박 당선인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남편은 요아힘 자우어 훔볼트대 교수다. 그는 별명이 ‘오페라의 유령’이다. 자우어 교수는 정상회담에 가끔 참여하긴 하지만, 대중 앞에 나서길 꺼리고 ‘메르켈의 남편’이라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하지만 오페라를 워낙 좋아해 가끔 메르켈 총리와 함께 음악 축제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고 해서 ‘오페라의 유령’이란 별명이 붙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도 공식 행사에 거의 남편을 대동하지 않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주말 영화]

    ●말괄량이 길들이기(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피사에 살던 청년 루첸티오가 하인 트라니오와 함께 파두아에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루첸티오는 대학에서 공부하라는 아버지 빈첸티오의 뜻에 따라 파두아로 왔다.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루첸티오는 파두아에 도착한 첫날, 아름다운 아가씨 비앙카를 보게 된다. 비앙카는 파두아의 거상이자 부호인 밥티스타의 딸로 정숙하고 예쁘고 이상적인 신붓감이다. 이미 그레미오와 호텐시오라는 남자가 비앙카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루첸티오는 비앙카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다짐한다. 한편 밥티스타에겐 딸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비앙카의 언니인 카타리나(엘리자베스 테일러·왼쪽)다. 카타리나는 비앙카와 정반대로 지극히 거칠고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왈가닥이다. 그래서 밥티스타는 말 잘 듣는 비앙카를 예뻐하는 한편 큰딸 카타리나에 대해 걱정이 큰 나머지 카타리나를 시집 보내기 전에는 비앙카를 결혼시키지 않겠다고 공표한다. ●독립영화관-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KBS1 토요일 밤 1시 15분) 눈 감고 귀 닫고 입 다물어야 하는 이들의 신혼과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숨기고 싶은 결혼이 있다.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이 민수(김동윤)와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레즈비언 효진(류현경). 같은 병원의 동료 의사 민수와 효진은 서로의 간절한 소망을 위해 잠시 위장 결혼을 하기로 한다. 밖에서는 완벽한 신혼부부지만 안에서는 옆집에 꽁꽁 숨겨둔 각자의 애인과 이중 신혼 생활을 즐기는 두 사람이다. 하지만 예고도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닥친 민수의 부모님과 두 집 살림 때문에 위장 결혼은 물론 사랑까지도 위태로워지는데…. 과연 결혼 적령기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어떻게 끝맺을까. ●백만장자의 첫사랑(OBS 토요일 오후 1시 55분) 재경은 학교 다니는 것도 지겹고 경찰서 다니는 것도 귀찮아 학교를 그만두려고 한다. 할아버지의 유산을 받는 날 가볍게 박차고 나올 생각이었으니 하루 덜 채운들 무슨 상관인가. 진정한 백만장자가 되는 주민등록증을 받아들 내일이 기다려진다. 재경은 내일이 생애 최고의 날, 수천억원이 자신의 것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밉살맞은 변호사가 언젠가는 발등에 도끼를 찍을 줄 알았다. 산골 학교에서 졸업하라는 유언장 내용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산골 학교로 향한 재경. 그런데 이 녀석들은 순진한 건지, 단순한 건지 도대체 정체를 알 수가 없다. 교장에게 돈을 주고 퇴학만 시켜 달라고 해도 도무지 씨도 안 먹힌다. 게다가 전학 첫날부터 반장이라고 잘난 체하는 은환이라는 여자아이는 재경에게 사사건건 태클을 걸어 온다.
  • [오바마 집권 2기] 서민·노인·여성 집중 공략… ‘마이너파워’로 경합주 싹쓸이

    올해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만 해도 경기침체 탓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대공황 이후 실업률이 7.2%를 넘는 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는 사실도 오바마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그렇다면 오바마는 어떤 전략으로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재선에 성공하게 됐을까. 오바마의 선거운동 과정과 투표 결과를 종합해 보면, 전면전을 펼치기보다는 특정 계층과 지역을 타깃으로 삼아 ‘정밀타격’(surgical strike)하는 전술이 적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세울 경제 실적이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는 국민 전체를 상대로 경제 얘기를 떠들어봤자 설득력이 적을 것으로 판단, 캐스팅보트를 쥔 특정 계층의 이익을 확실히 보장해주는 식으로 표를 모았다고 볼 수 있다. 바둑으로 치면 대마(大馬)를 잡기보다는 작은 집을 차곡차곡 챙기는 전술을 사용한 셈이다. 오바마가 공략한 대표적 표적이 히스패닉계다. 지난 6월 오바마는 불법 이민 청소년 80만명에 대한 사면을 전격 단행했다. 이는 백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결국 히스패닉의 지지로 연결됐다. 개표 결과 히스패닉의 69%는 오바마에게, 29%는 밋 롬니에게 표를 던졌다. 4년 전 36% 포인트에서 올해 40% 포인트로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대부분 부동층주(스윙 스테이트)에서 히스패닉 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스윙 스테이트 ‘싹쓸이’ 결과로 나타났다. 여성을 겨냥한 전략도 적중했다. 오바마는 기독교계가 반발할 수도 있는 낙태 권리 옹호 발언을 불사했는데, 이는 공화당 인사들의 성차별 발언과 대비되면서 오바마에게 이득을 가져왔다. 개표 결과 오바마는 미혼여성 지지율에서 롬니에 38% 포인트나 앞섰다. 오바마는 또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동성결혼 찬성 입장을 밝힘으로써 동성애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끌어냈다. 건강보험개혁(오바마케어)을 통해 서민과 노인층의 지지를 견인하고, ‘부유층 대 중산층’ 구도의 ‘계급전쟁’을 불사한 것도 득이 됐다. 지역적으로 오바마는 미 자동차 3사의 구제금융 조치를 실시, 최대 승부처인 오하이오의 표심을 붙들었다. 오하이오 개표 결과 자동차 연관산업이 많은 북부의 클리블랜드 지역에서 오바마에게 몰표가 나왔다. 오바마는 TV토론에서 청정에너지 개발을 거듭 강조했는데, 이는 스윙 스테이트인 콜로라도의 청정에너지 산업을 교묘하게 겨냥한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경기침체·중동전쟁에 울고… 샌디·실업률 하락에 웃고

    경기침체·중동전쟁에 울고… 샌디·실업률 하락에 웃고

    미국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이어 최초의 재선 흑인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를 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혼혈이라는 열등감을 딛고 전인미답의 새로운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미 역대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른 힘든 성장 배경을 가졌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시련에 당당히 맞서 이겨냈다. 그의 아버지 버락 후세인 오바마 1세는 케냐 출신의 미 유학생이었고, 어머니 앤 던햄은 미 캔자스주 출신의 백인이었다. 1961년 8월 4일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태어난 오바마는 어릴 때부터 순탄치 못한 생활로 좌절을 겪었다. 2살 때 부모가 이혼한 탓에 하와이에서 외할아버지의 손에 자라기도 했고, 어머니가 인도네시아인과 재혼을 하는 바람에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에서도 살았다. 혼혈은 성장기의 오바마를 더욱 고단하게 만들었다. 1995년에 쓴 회고록 ‘나의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통해 고교 시절 마리화나와 코카인에 손을 댔다고 고백했고, 청소년 시절 인종 문제로 정체성의 갈등을 겪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오바마는 로스앤젤레스의 옥시덴털 칼리지에 입학해 교환학생으로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1985년 시카고에서 도시빈민운동에 뛰어들면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났다. 3년간의 빈민운동을 끝낸 그는 1988년 하버드대 로스쿨에 들어갔고, 1990년 법률 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 104년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편집장에 올라 ‘담대한 희망’을 가슴에 품었다. 로스쿨을 졸업한 오바마는 시카고로 다시 돌아가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 19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낙선의 고배를 들었지만, 2004년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정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인상적인 기조연설로 전국구 스타가 된 그는 같은 해 11월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무려 7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3년 뒤인 2007년 2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흑인 노예해방 투쟁을 시작한 일리노이주 옛 주청사 앞에서 대권 출사표를 던진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상원의원을 꺾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그 여세를 몰아 2008년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누르고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다. 미국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됐던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나라 안팎에서 악재가 겹쳐 ‘가시밭길’을 걸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 대해서도 논란이 거듭돼 인기가 급락했다.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정책을 비롯해 동성애자 평등 정책, 부자 증세, 이민정책 개혁 등에 대한 논란으로 이념적 갈등을 부추겼다는 보수진영의 무차별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선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제지표,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 사건 등 악재가 속출하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달 말 미국 동부지역을 강타한 슈퍼스톰 ‘샌디’ 피해복구 등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7%대로 떨어진 실업률로 역전의 발판을 만들어 다시 한번 세계 최강 미국호를 이끌게 됐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美대선 롬니 공화당 후보를 분석하다

    美대선 롬니 공화당 후보를 분석하다

    EBS TV ‘다큐10+’는 6일 밤 11시 15분 미국 대선을 맞아 특집 다큐멘터리 ‘2012 미국의 선택’을 방송한다. PBS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맞서 도전장을 낸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면면을 소개한다. 갑부의 아들로 태어나 미시간의 명문 사립학교에 다닌 롬니는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아버지 조지 롬니는 미국에서 4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의 회장이었고 이후 정계에 진출해 미시간 주지사를 지내고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다. 롬니 역시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 후 벤처투자자와 기업회생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고 이후 정계 진출을 노렸지만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거물 정치인 에드워드 케네디한테 참패를 당했다. 롬니의 정치적 재기를 이끈 건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이었다. 조직위를 성공적으로 이끈 롬니는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주지사 시절 건강보험 개혁안 ‘롬니 케어’를 통과시켜 미국 최초로 보편적 의료복지를 시행했다. 2008년에는 미 대선 공화당 경선에 나섰지만 낙태와 동성애자 권리, 세금정책 등에 대한 말 바꾸기로 공격을 받고 중도 하차했다. 2012년 롬니는 경제침체에서 미국을 구해 내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롬니를 이야기할 때 종교도 빼놓을 수 없는데,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인 그를 미국인들이 대통령으로 선택할지도 관심사다. 미 대선에 나선 두 후보의 면면은 완전히 다르다. 도전자 롬니는 기업회생 전문가로 미국 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는 미국 정치 무대에 샛별처럼 등장한 뒤 현실정치에서 4년간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두 후보는 모두 자신이 미국을 이끌 적격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국민의 선택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오바마냐 롬니냐… 美 오늘 대선] 롬니는 누구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역사상 첫 모르몬교 대통령이 된다. 롬니는 대학 시절 모르몬교 선교사로 프랑스에서 활동했을 정도로 신앙심이 깊다. 부인 앤은 원래 성공회 신자였지만 롬니와 사귀면서 모르몬교로 개종했을 정도다. 롬니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도 잘했고 인물도 준수한 전형적인 ‘엄친아’형 정치인이다. 롬니의 어머니는 어릴 적 롬니를 ‘기적의 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기를 낳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어머니가 죽음을 무릅쓰고 출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롬니가 프랑스 선교사 시절 차량 충돌 사고로 의사의 사망 진단을 받고도 살아난 것 역시 롬니 집안에서는 기적으로 받아들인다. ●대학시절 모르몬 선교사 활동… 부인도 개종 롬니의 아버지는 아메리칸모터스 회장과 미시간주 주지사, 리처드 닉슨 정부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역임한 조지 W 롬니로, 그 역시 1968년 대선 경선에 도전한 적이 있다. 그의 어머니 레노어 롬니도 연방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따라서 롬니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집안의 대를 이어 온 꿈을 실현하는 셈이다. 롬니는 1975년 하버드대에서 2개 학위(법학 박사와 경영학 석사)를 동시에 땄을 정도로 머리가 좋다.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1990년 베인앤드컴퍼니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그는 이 시기에 돈을 많이 벌었는데 아버지의 도움 없이 사업에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2002년엔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흑자 대회를 일궜고 그 영향으로 2003년 민주당 텃밭인 매사추세츠에서 주지사로 당선됐다. 주지사로서도 그는 주 재정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수완을 발휘했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밀려 중도 사퇴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대세론을 구가해 왔다. ●매사추세츠 주지사시절 흑자전환 수완 발휘 롬니는 공화당에서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이다. 한때 동성애자의 결혼과 낙태에 찬성했으며 오바마케어(건강보험 의료개혁안)의 모태인 의료보험 개혁을 주지사 시절 실시한 전력 때문에 공화당 보수층으로부터 노선을 의심받아 왔다. 롬니의 대북정책은 강경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지난해 김정일 사망 직후 “김정일의 죽음으로 북한 주민들의 길고 잔인한 고통이 끝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인 롬니가 대통령이 될 경우 외교 문제에서는 주관이 없이 측근들에게 휘둘리면서 대북정책 등에서 강경책을 불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조지 W 부시 정권 때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당선땐 ‘부자 이미지’ 불식 급선무 롬니가 당선될 경우 선거 때 내놓은 과격한 공약들을 어떻게 현실화할지가 관심사다. 그는 당장 취임 첫날 오바마케어를 백지화하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막상 행동으로 옮길 경우 엄청난 저항과 논란이 수반될 만한 민감한 쟁점이다. 물론 실용주의적 성향인 그이기에 그럴듯한 명분으로 공약을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롬니 입장에서는 당선될 경우 선거 과정에서 부각된 ‘부자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하는 일도 과제다. 무엇보다 “미 국민의 47%가 정부에 의존하고 산다.”는 발언으로 그에게 등을 돌린 절반에 가까운 국민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이 급선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Romney] *나이:64세 *출생: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학력:하버드대 법대, 경영대 *경력:베인 캐피털 창업,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매사추세츠 주지사 *가족:부인 앤과의 사이에 5남
  • IQ가 왜 중요? 50년간 연구에 대한 추론

    사람들은 왜 그렇게 숫자에 연연할까. 아이큐(IQ) 숫자는 과연 중요할까. 예를 들어서 자신의 아들, 딸에게 그렇게 물어볼 수 있을까. 사람들은 흔히 곧 IQ가 학업 성적이나 업무 능력, 창의력 등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런던 정경대 부교수이자 버크벡 컬리지 심리학과 명예연구원인 가나자와 시토시는 지능에 대한 기존의 개념에 반기를 든다. 진화 심리학의 관점에서 지능을 탐구한 그의 연구에 따르면 지능은 개인의 정치 성향과 종교 생활부터 연애, 식성, 수면 습관처럼 우리의 일상 생활 아주 은밀한 곳까지 손을 뻗친다. 신간 ‘지능의 사생활’(가나자와 사토시 지음, 김영선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지능을 문제해결 능력 같은 학습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던 기존의 시각을 넘어 인간의 선택과 지능의 관계를 밝힌 최초의 시도이다. 이 연구는 ‘뉴욕타임스’ ‘사이콜로지 투데이’ 등 유수 언론이 소개하면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저자는 합리적인 추론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전체 10만여명, 50년 간의 다양한 연구 결과와 실증 사례를 인용한다. 현대인들의 지능과 일상생활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 종합사회조사(GSS), 미국청소년건강연구, 영국 어린이발달연구 등에서 실시한 추적 조사를 치밀하게 분석했다. 또 진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조상의 가치관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세계문화 백과사전’과 전 세계 전통 사회(수렵채집, 목축, 원예)들에 관해 기술한 민족지(民族誌)를 참고해 과거에서 현재까지 진화한 지능과 취향의 관계를 면밀하게 추적한다. 이 책은 사람들이 지능의 본질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오해에 이의를 제기한다. 지능이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며 어디에 소용이 있을까. 사람들은 인격과 지능을 동일시하고, 지능이 한 개인이 갖는 가치의 궁극적인 기준이라고 믿는 경향을 다룬다. 적어도 어떤 식으로든 지능이 뛰어나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믿는 부분도 섬세하게 다룬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생활 곳곳에서 벌어지는 선택과 지능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평균적으로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보다, 무신론자들은 종교인들보다,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들보다 지능이 높다고 얘기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생활 영역을 ‘진화적으로 익숙한 것’과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으로 나눠 눈길을 끈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의 선호와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1만 5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美 대선후보 수락연설로 살펴본 오바마 -롬니 정책노선

    美 대선후보 수락연설로 살펴본 오바마 -롬니 정책노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에서 ‘민주당의 길’을 걷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에서 ‘공화당의 길’을 강력하게 추구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미 대선은 진보대 보수 이념과 노선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두 후보 모두 경제난으로 유권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경제 문제에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한 것은 공통점이다. 하지만 해법에 있어서는 정반대를 지향했다. ‘앞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오바마는 중산층·서민의 세금은 깎아주되 부유층 감세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반면 ‘더 나은 미래’를 표방한 롬니는 모든 계층에 전반적인 감세를 실시함으로써 투자 의욕을 고무해야 한다고 밝혔다. 롬니는 정부 규모를 줄임으로써 재정적자를 감축해야 한다고 역설한 반면 오바마는 부유층 세금과 전쟁 종식에 따른 국방비 삭감으로 정부 빚을 줄여야 한다고 맞섰다. 가장 논란이 큰 정책인 건강보험개혁(오바마케어)에 대해 오바마는 결코 과거로 되돌리지 않겠다고 확언한 반면 롬니는 반드시 폐기해 버리겠다고 공언했다. 이 이슈를 두고 두 후보 모두 민심이 자기 편이라는 계산인 셈이어서 유권자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득실 계산이 불분명한 지구온난화와 같은 이슈에서까지 두 후보가 극명한 가치관의 차이를 보인 것도 흥미롭다. 롬니는 “오바마는 해수면 상승을 낮추고 지구를 치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나의 약속은 당신과 당신 가족들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는 “지구온난화는 농담이 아니며, 지금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인류에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적극 반론을 폈다. 롬니는 외교정책에 있어 ‘강한 미국’과 ‘미국 예외주의’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고 대(對)중국 강경 입장을 밝혔다. 반면 오바마는 일방주의와 전쟁을 지양하겠다고 강조했다. 롬니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유연성보다는 기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오바마는 “지금은 냉전시대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들의 뚜렷한 외교구상 차이가 읽혀진다. 오바마는 또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기업들이 국내에 숙련 기술자가 없어 중국에서 근로자들을 찾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애초 원고 문장을 실제 연설에서는 ‘중국’ 대신 ‘해외’로 바꾸기도 했다. 특히 오바마는 롬니가 이라크 철군을 비판한 데 대해 “전쟁에 쓸 돈을 경제에 쏟겠다.”고 했는데, 이 언급이 시리아, 나아가 이란 문제 등에 대한 무력 해결을 지양하는 미국의 정책기조를 반영하는 것인지 주목된다. 두 후보 모두 북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동성애자와 여성의 낙태 권리 등을 언급한 반면 롬니는 언급을 피했다. 샬럿(노스캐롤라이나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클린턴 “독식 원하면 롬니, 공생 원하면 오바마 찍어라”

    5일(현지시간) 오후 3시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도심. 평범한 커피숍에 들어서자 여장(女裝)을 한 두 남성이 테이블 사이에서 무슨 연극을 하고 있었다. 동성애자처럼 보이는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보고 손님들은 폭소와 박수를 터뜨렸다. 이곳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타임워너 실내 경기장에서 1㎞나 떨어진 곳이었지만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지난주 공화당 전대가 행사장 안에만 사람이 북적인 것에 반해 민주당 전대 현장은 확연히 달랐다. 행사장 주변은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근처 건물에서는 음악 공연이나 각종 모임이 열리는 등 도시 전체가 흥겨운 잔치 분위기였다. 카우보이모자나 정장 차림이 대부분이었던 공화당 전대에 비해 민주당 전대에는 터번을 두른 사람부터 인디언 추장 복장을 한 사람까지 다양하고 자유로운 차림새가 주류를 이뤘다. 공화당 전대 참석자들이 백인 일색이었던 데 반해 민주당 전대에는 백인, 흑인, 아시아계, 히스패닉 등 다양한 피부색의 참석자들이 골고루 참여했다. 50년 내지 100년 뒤 미국의 평균 ‘인종 지도’를 보는 듯했다. 전당대회 이틀째인 이날 마지막 연사로 무대에 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연설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48분간 청중들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사자후를 토했다. 수만명의 대의원, 당원들은 카리스마와 위트 넘치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환호하고 폭소하고 심지어는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는 등 열광했다. 클린턴은 심장 수술로 얼굴은 핼쑥했지만 특유의 자신감 있는 제스처는 전성기 때 못지않았다. “나는 겉모습은 냉철(cool)하지만 내면은 미국을 위해 불타고(burn) 있는 남자를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하고 싶다.”거나 “(미셸 오바마 여사가 연설한)어젯밤 이후로 미셸 오바마와 결혼할 만큼 센스를 갖춘 사람을 원한다.”는 등의 고급 화법은 클린턴이 아니면 구사할 수 없는 것이었다. 1996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역대 최고의 경제호황을 이끈 클린턴은 “1994~1995년에 경제가 성장한 것을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했지만, 1996년부터 국민들도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말로 경제난에 고전하고 있는 오바마에게 결정적으로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승자 독식의 사회를 원한다면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고 번영을 공유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원한다면 버락 오바마에게 투표하라.”고 덧붙였다. 연설이 끝난 뒤 무대 뒤에서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클린턴은 동양식으로 거의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 이어 두 사람은 다정하게 포옹한 뒤 나란히 서서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CNN 간판 앵커 울프 블리처는 “대통령 재임 때를 포함해 지금껏 클린턴이 한 연설 중 최고의 연설이었다.”고 극찬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샬럿(노스캐롤라이나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국제 다큐영화제 21~27일 파주서

    국제 다큐영화제 21~27일 파주서

    비무장지대(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오는 21~27일 경기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영화제에서는 36개국 115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지난해 30개국 101편보다 참여국과 상영작 모두 늘어났다. 영국 휴 하트퍼드 감독의 ‘핑퐁’이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8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테리, 잉게 등의 모습에는 속절없이 늙어가는 인생에 대한 내밀하고도 솔직한 자화상과 회한, 용기가 담겨 있다. 국제경쟁부문에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430편이 출품됐다. 치열한 예심을 뚫은 13편이 대상(상금 1500만원)과 심사위원특별상(700만원)을 다툰다. 지적장애인들로 구성된 펑크록 밴드 ‘페르티 쿠리칸 니미패이뱃’의 레코딩과 콘서트 등 음악 여정을 담은 핀란드 영화 ‘펑크신드롬’이 우선 눈에 띈다. 펑크 음악을 통해 주류사회의 편견에 저항하는 장애인의 도전을 그렸다. 세계 최고 권투선수를 꿈꾸는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의 런던올림픽 출전 준비과정을 그린 ‘카불의 권투소녀들’도 흥미롭다. 악명높은 탈레반 정권에서 여성 처형소로 쓰였던 국립경기장에서 올림픽 출전포기와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이슬람사회의 전통과 가족의 압력에 맞서 묵묵히 주먹을 휘두른다. 노르웨이 영화 ‘전장의 여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독일군 점령 당시 노르웨이의 야전병원에서 사람을 살리겠다는 선의로 복무했던 여성간호사들이 전쟁이 끝난 뒤 부역 혐의로 반역죄를 언도 받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다뤘다.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한 우간다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마녀사냥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나는 쿠추다’는 우간다 최초의 커밍아웃 게이인 데이빗 카토가 이른바 ‘쿠추’로 불리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석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동안 도라산역에서 열렸던 개막식을 올해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개막축하공연과 함께 이원화한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공동경비구역 안에 있는 대성동 마을 사람들과 그곳 풍경을 찍은 사진작가 김중만의 ‘DMZ People 사진전’도 열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게이 알려지면 전역해야 하나요”

    “게이 알려지면 전역해야 하나요”

    “군대에서 게이(남성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떻게 되죠. 전역조치를 당하나요.” 입대를 앞둔 남성들은 누구나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다. 남성 동성애자 역시 마찬가지다. 남성성을 강요하는 군대는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사회보다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청소년수련원. 시민단체인 군 인권센터가 게이 예비입영자들을 위해 이틀간 인권캠프를 마련했다.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행사로, 입대를 앞둔 남성 동성애자들이 군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상황에 대비하고 입대 전 그들의 고민을 나누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서울, 대전, 대구 등 전국에서 온 참가자 23명은 사는 곳이나 하는 일은 각각 달랐지만 고민은 같았다. ‘과연 내가 군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수업이 시작되자 고민이 쏟아져 나왔다.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하면 어떻게 하나.” “동료를 좋아하게 될까 봐 걱정이다.” 등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질문들이었다. 이들 대다수는 군 생활 중 자신의 성 정체성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알려진다고 한들 누구 하나 도움을 줄 리 없는 데다 따돌림이나 괴롭힘만 심해질 것 같아서다. 실제 지난 2006년 한 동성애자가 부대 내 상담 과정에서 커밍아웃(성 정체성을 스스로 밝히는 일)을 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곧 부대 전체에 퍼졌다. 심지어는 “동성애자임을 입증하고 싶으면 동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찍어 오라.”는 명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황당하지만 군의 현실이다. 이날 캠프에는 이미 병역을 마친 5명의 예비역들도 후배들에게 군 생활 경험을 들려주기 위해 함께했다. 올 초에 전역한 A(22)씨는 “본의 아니게 커밍아웃을 하면서 관심사병으로 분류돼 부적응자 캠프에 참석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군 생활을 했다.”면서 “혼자 참아내기 어려운 일인 만큼 부대 안에서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 달 초 입대를 앞둔 B(20)씨는 “뜻밖에 많은 정보를 얻게 돼 군 생활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면서 “함께 고민을 나눌 친구들을 만난 것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C(21)씨는 “군대에서도 우리 같은 성 소수자를 동료로 받아 줄 수 있는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동성 성행위를 뜻하는 ‘계간’(鷄姦)을 하게 되면 군 형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된다. 군기문란과 전투력에 부정적인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게 국방부측 설명이다. 글 사진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노원 교양대학서 조국 교수 인권 강연

    노원구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의 ‘조국의 미래를 말하다’ 강연을 21일 오후 2시 구민회관에서 개최한다. 두 시간가량 진행될 이번 강연은 ‘소수자의 인권’이라는 주제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종적 소수자가 겪는 어려움을 짚어 보면서 다수자는 어떠한 사고와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강의는 무료로 진행되며,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자본과 시장이 위세를 떨치면서 발생하는 민주주의 위축과 비정규직 차별문제, 아르바이트 청소년과 이주 노동자들의 어두운 현실을 통해 사회적 분배와 배려의 필요성을 강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동성애자, 장애인, 양심적 병역 거부자 등 사회적 약자인 소수자에게 필요한 인권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밝힌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노원 교양대학’은 문화, 건강, 자녀교육 등 분야별 전문가를 초빙한 고품격 강연을 펼쳐 매회 700여명 이상의 단골 수강생을 확보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러 당국, ‘反푸틴’ 푸시 라이엇 새혐의 조사

    러시아 사법당국이 여성 펑크 록 밴드 푸시 라이엇 멤버들에 대한 새로운 범죄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법원이 ‘종교적 증오에 따른 난폭 행위’ 혐의로 멤버 3명에게 각각 징역 2년형을 선고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나머지 멤버 2명 체포·기소될 듯 20일 AFP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 경찰 대변인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며, 실제 이들이 불법 행위를 저질렀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푸시 라이엇은 지난 2월 21일 모스크바 크렘린 인근의 러시아 정교회에서 블라미디르 푸틴 당시 총리를 비방하는 공연을 펼치다 난동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에는 공연에 참가한 멤버 5명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3명만 체포됐다. 하지만 당국이 새로 수사에 나서면서 나머지 2명도 체포, 기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동성애 지지 공연’ 마돈나 피소 한편 동성애를 반대하는 러시아 운동가들은 미국 팝스타 마돈나를 상대로 3억 3300만 루블(약 12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러시아 반동성애 운동가 9명은 마돈나가 지난 9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 세계 투어 공연에서 동성애자 권리를 옹호하는 퍼포먼스로 자신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지난 17일 소송을 냈다. 소송은 마돈나와 현지 공연기획사, 공연장 측을 상대로 한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는 지난 3월 미성년자에게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을 물린다는 내용의 조례를 채택했다. 조례를 발의한 비탈리 밀로노프 시의원은 이번 공연에 12세 어린이까지 참석했다며 마돈나가 불법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성정체성 알 수 있다”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성정체성을 알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코넬 대학교 사빈-윌리암스와 제럴프 리거 박사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라 동공의 크기가 변한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남성 165명과 여성 160명을 상대로 남성과 여성의 수음하는 장면과 풍경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게 했다. 그 결과 이성애자 남성은 여성의 영상을 봤을 때, 동성애자 남성은 남성의 영상을 봤을 때 동공이 커졌다. 또한 양성애자 남성의 경우 남녀 영상 모두에 동공이 커졌으며 풍경을 봤을 때는 별다른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실험결과 여성은 남성과 달랐다. 동성애자 여성은 동성의 영상을 보여줬을 때 동공이 확장되는 반응을 보였으나 이성애자 여성의 경우 남녀 영상 모두에 별다른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연구팀이 동공으로 사람의 성정체성을 파악하려고 한 것은 기존 생식기의 반응을 통한 연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곧 피실험자들이 자신의 원초적인 반응을 부끄러워 해 거짓말을 하거나 감정을 콘트롤 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 리거 박사는 “눈이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듯이 동공을 통해 그 사람의 성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면서 “여성의 경우 그 차이를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美보이스카우트 “동성애 금지 원칙 고수”

    인종과 종교, 국가를 초월한다는 보이스카우트도 ‘동성애의 벽’은 허물지 못했다. 미국 보이스카우트연맹(BSA)이 17일(현지시간) 동성애자 단원과 지도자는 받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부모들이 반대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세계 최대 유소년단체이자 100만명 이상의 성인 단원을 거느린 보이스카우트가 공개적으로 동성애자를 조직에서 배제하자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군이 동성애자들의 군 복무를 가로막았던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 정책을 폐지한 데 이어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동성 결혼을 공개 지지한 와중에 나온 결정이라 ‘거꾸로 가는 보이스카우트’라는 비난 여론은 더 확산될 조짐이다. 보이스카우트는 2000년 미국 대법원으로부터 동성애자 단원 금지를 허용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대법원은 민간 단체는 자체적으로 회원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후 동성애 단체들로부터 ‘문호 개방’ 압력을 받은 보이스카우트는 지난 2년간 패널을 구성해 비공개로 동성애자들의 입회 여부를 검토해 왔다. 하지만 결국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로버트 마주카 BSA 회장은 “청소년들의 부모 대다수가 동성애 문제는 가족 내부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우리 단원들이나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점들을 모두 수용할 하나의 정책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논문표절·알박기 이어 아들 병역비리… 현병철 의혹 ‘봇물’

    논문표절·알박기 이어 아들 병역비리… 현병철 의혹 ‘봇물’

    민주통합당이 오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에 대한 의혹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논문 표절’, ‘알박기 투기’ 의혹에 이어 ‘아들의 병역기피’, ‘인권위 판결에 대한 부적절성’이 새롭게 지적됐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의원은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 후보의 아들은 19세이던 고교 3학년 때 체중이 100㎏이었으나 1년 후 병무청 신체검사에서는 113㎏으로 불어나 4급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면서 “검사 당시 체중이 4급 보충역 판정 기준(113㎏)과 정확히 일치해 의도적으로 기준선에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 후보 아들이 무리수를 쓰면서 수차례 입대를 연기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아버지가 인권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2년 동안 세 차례나 병역 연기를 하는 등 총 네 차례 연기했다.”면서 “특히 마지막 연기 사유는 정보처리기능사 시험 응시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현 후보 아들이 전공과 무관한 시험에 응시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병역 연기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장하나 의원실에 따르면 진정인 이모(26)씨가 ‘교회 인터넷 방송국 홈페이지 운영자의 동성애자 카페 폐쇄’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했지만 지난 4일 인권위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교회가 개설한 카페라는 점과 성경이 동성애를 허용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 다툼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법 2조 3항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국회 운영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현 후보의 주민등록 주소를 확인한 결과 1983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도랑 근처 3㎡짜리 땅에 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김관영 의원은 “현 후보는 전입한 지 한 달도 안 돼 롯데연립으로 환지(換地)를 받아 4년간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명백한 위장전입으로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동시에 ‘알박기’식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진선미 의원은 “35년간 현 후보가 발표한 논문은 17편에 불과한데 이 중 최소 7편의 논문에서 표절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美 프랭크 의원, 연방의원 최초로 동성 결혼식

    미국 의회에서 드물게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바니 프랭크(72) 연방하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이 7일(현지시간) 동성 결혼식을 올렸다. 미국에서 의원이 동성 결혼식을 하기는 처음일 뿐 아니라 행정부 고위 관료 등 미국 고위층을 전부 포함하더라도 동성 결혼식을 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프랭크 의원은 이날 매사추세츠주 뉴턴에서 데벌 패트릭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주례로 동성 연인인 제임스 레디(42)와 결혼식을 올렸다. 레디는 프랭크 의원의 선거자금 모금 운동원으로, 그들은 메인주에서 열린 정치 모금 행사에서 처음 만나 연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결혼식에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앨 그린(민주·텍사스) 하원의원등 동료 정치인들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그린 의원은 “검은 턱시도를 입은 프랭크 의원이 밝은 표정으로 결혼식을 마쳤으며 행사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1980년 의회에 진출한 뒤 1980년대 말 ‘커밍아웃’한 프랭크 의원은 동성애자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2010년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월가 개혁 입법을 주도하기도 했다. 다음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는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2004년 동성결혼이 허용된 이후로 지금까지 1만 8000명이 동성 결혼식을 올렸다. 현재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된 곳은 수도인 워싱턴DC와 매사추세츠주 등 8개 주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체니 美 前부통령 딸 동성결혼

    공개적 동성애자인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딸 메리 체니(43)가 오랫동안 동성애 관계를 유지해온 파트너 히더 포(51)와 결혼했다. 체니 전 부통령과 부인 린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메리가 이날 워싱턴DC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밝혔다. 체니 부부는 메리와 파트너가 오랫동안 동성 관계를 유지해왔고 그들의 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돼 기뻐했다고 말했다. 체니 전 부통령의 두 딸 중 막내인 메리는 페이스북에 “히더와 처음 데이트를 시작한지 20년 만에 법적으로 결혼에 이르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메리는 누군가로부터 기증받은 정자로 2차례 임신을 해 현재 1남(5), 1녀(3)를 두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쓸쓸한 예감… 그럼에도 온기를 품다

    쓸쓸한 예감… 그럼에도 온기를 품다

    쿠바 출신 난민이다. 동성애자다. 에이즈 환자였다. 남자 애인이 죽고 5년 뒤, 그 역시 에이즈 합병증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다 서른아홉의 나이로 숨졌다. 그럼에도 숱한 후배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쳐 ‘예술가들의 예술가’로 불린다.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1957~1996). 일부러 그랬을 턱은 없지만, 그래서 미안하지만, 불멸의 신화로 되살아나기엔 좋은 조건을 갖췄다. 아웃사이더 중의 아웃사이더였으니까. 이제 작품만 나오면 된다. 작품을 통해 화냈을까, 싸웠을까, 항의했을까. 작가는 극도의 미니멀리즘으로 대답했다. 생존작가들이 나서는 베네치아비엔날레에 2007년 미국관 작가로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안소연 부관장은 “소수자의 정치적 작품이라 해서 변방을 떠돌 것이 아니라 중심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로 치자면 민중미술 대신 미니멀리즘을 표현기법으로 정한 것이 그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애인과 자신에게 예정된 죽음을 잔잔하게 응시한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9월 28일까지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더블’(Double)이란 제목으로 열린다. 뉴욕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과 개인 소장자로부터 빌린 44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아시아지역 첫 회고전이다. 플라토뿐 아니라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신촌역, 남이섬 등 곳곳에 사탕, 종이, 전구 등을 응용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의 작품에는 일관되게 사라지고야 말 것이라는 쓸쓸한 예감, 그럼에도 따뜻하게 온기를 나누고 싶다는 작은 열망 같은 것들이 녹아 있다. 분신과도 같은 애인의 죽음과 자신의 예정된 죽음이라는 것이 더블의 의미다. 가령 흑백사진이 즐비한 가운데 유일하게 화려한 꽃 컬러사진이 있다. ‘무제 - 앨리스 토클라스와 거트루트 스타인의 묘지, 파리’다. 거트루트는 헤밍웨이의 스승이자 미술후원자로 피카소가 그의 초상을 그리기도 했던 여류작가. 그런데 레즈비언이었다. 사랑만은 영원하고자 하는 작가의 소망이 들어 있다. ‘무제 - 완벽한 연인들’ 역시 마찬가지. 흔히 볼 수 있는 아날로그 벽시계를 두개 나란히 붙여뒀는데 아무리 시간을 딱 맞춰놔도 기계적 특성 때문에 시간은 다소 엇갈리게 마련이거니와, 언젠가는 멈추기 마련이다. 알록달록한 사탕을 한가득 깔아놓고 관람객들이 집어갈 수 있도록 해둔 설치작품도 마찬가지다. 남이섬 등 야외 현장에 설치되는 침대 사진도 그렇다. 새하얀 시트 위에 베개만 덩그러니 놓인 사진인데, 불과 몇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 다정하게 누워 있었으리라 추정되는 장면이다. 아니, 지금도 누군가 누워있는데 사람만 말끔히 지워버렸다 해도 상관없는 장면이다. 작가는 그 사진 속에서 죽어버린 애인과 곧 사라질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어둔 듯 보인다. 하나 예외가 있다면 ‘무제 - 고고댄싱 플랫폼’이다. 전시공간 사방에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세운 자연사박물관 사진이 나열되어 있다. 들여다보면 애국가, 작가, 탐험가 같은 단어가 새겨져 있는 단상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는 백열등이 둘러쳐진 무대가 있다. 반짝이 팬티만 입은 무용수가 하루 가운데 딱 5분 그 무대에 올라가 춤을 춘다. 주류 백인 남성 문화에 대한 비주류 비백인 동성애 작가의 묘한 비웃음이다. 3000원. (02)2014-655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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