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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에게 가족은 ‘내 편’이다

    그들에게 가족은 ‘내 편’이다

    같은 성을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프레데리크 마르텔 지음/전혜영 옮김/글항아리/632쪽/2만 5000원 신가족의 탄생/친구사이+가구넷 지음/시대의 창/272쪽/1만 6800원“미국에서 게이로 사는 게 두렵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길거리를 걸어도 아무도 해코지를 하는 일이 없는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희망은 증오보다 강하며 사랑은 무시와 욕설보다 힘이 셉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동성애자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캠페인’의 한 행사에서 한 말이다. ‘게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쓴 미국 대통령으로도 꼽힌 오바마는 ‘이류 시민’으로 취급받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의 적극적인 행보에 힘입어 미국은 2015년 동성애자 결혼을 합법화했다.세상은 점점 바뀌고 있다. 진보적인 정부와 민간 시민단체들이 동성애자 인권 개선을 위해 힘을 모은 덕분이다. 성소수자들은 과거와 달리 자신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자연스럽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프레데리크 마르텔이 전 세계 50여개국 성소수자 600여명을 만나 취재하며 쓴 책 ‘같은 성을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에 따르면 ‘게이스러움’은 전 세계 곳곳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물론 성소수자를 여전히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범죄자’,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는 방탕한 사람’, ‘에이즈의 주범’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이란에서는 2015년 한 해에만 980여명의 동성애자가 사형을 선고받아 희생됐고,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이 정부의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세계 성소수자들이 퀴어 영화 페스티벌, 게이 퍼레이드 등 각종 연대 모임과 캠페인 활동을 이어 가는 이유는 “혼자 꾸는 꿈은 그냥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다. 저자는 각 나라가 동성애자 이슈에 대응하는 자세야말로 “그 나라의 민주주의와 근대적 진보를 가늠케 하는 좋은 척도”라며 “(이를 통해) 그 나라 국민의 의식 변화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의식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한국 연예인 최초로 커밍아웃한 홍석천씨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는 가족 중심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자손을 남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그래서 결혼도 할 수 없고, 아이도 낳을 수 없는 동성애야말로 가족의 계보를 단절시키는 행위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핏줄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우리 사회의 통념을 깨는 ‘새로운 가족’은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책 ‘신가족의 탄생’에 등장하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커플,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함께 사는 공동체 ‘성북마을무지개’ 등 10개의 특별한 성소수자 가족공동체는 가족 너머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이들이 정의하는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라 ‘항상 집에 가면 있는 내 편’,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적을 이루는 관계’다. 2016년 스위스에서 동성 파트너십 등록을 하고 같은 해 7월 서울에서도 결혼식을 올린 플플달 제이와 크리스 커플, 법적으로 서로의 보호자임을 증명할 수 없지만 15년 세월을 함께한 승정과 정남 등 다양한 성소수자 커플들이 바라는 건 간단하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누구든 서로의 가족이 돼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이 사회가 공감하는 것. 물론 각기 다른 이유로 이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을 터다. 하지만 이 커플들을 인터뷰한 크리스가 책의 말미에 남긴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이다. 우리는 가시화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는 일과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6년 만에… ‘인권조례’ 퇴출시킨 충남

    6년 만에… ‘인권조례’ 퇴출시킨 충남

    지난 2월 충남도의회가 의결한 도 인권조례 폐지안이 10일 공포됐다. 인권조례를 만든 16개 광역 시·도 중 처음 폐지된 것과 관련해 유엔 인권위원회가 정부에 답변을 요구하는 등 국제적 파문까지 낳고 있다. 조례를 제정한 자유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이 태도를 바꿔 보수 기독교단체들과 함께 폐지에 앞장선 것을 놓고 벌어진 ‘정치와 종교의 결탁’ 논란도 여전하다.충남도의회는 이날 관보에 폐지안을 공포했다. 강관식 도 인권팀장은 “모든 절차가 끝나 조례는 폐지됐다”고 했다. 이로써 조례에 따라 만들어진 직원 3명이 일하는 인권센터는 문을 닫는다. 주민 17명과 81명으로 각각 구성된 인권위원회와 인권지킴이 활동도 중단된다. 올해 예산 4억 1800만원을 들여 실시하는 인권교육 및 행사, 사회적 약자 실태조사 등도 중단된다. 2012년 5월 제정된 충남도 인권조례가 6년 만에 폐지되면서 많은 충남도 인권 활동과 사업이 이 같은 운명을 맞이한 것이다. 지난 2월 2일 조례 폐지안이 도의회에서 가결되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충남도의회 결정에 따른 영향을 답변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강 팀장은 “외교부가 도에 자료를 요구해 준비하고 있다”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이런 것을 국제 인권지수 등에 반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폐지에 일부 보수 기독교단체가 개입하고 한국당 도의원들이 앞장선 것을 두고 결탁 의혹도 나온다. 김연(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만장일치로 인권조례 제정과 2015년 개정안에 찬성했던 한국당이 폐지에 앞장선 것은 6·13 지방선거에서 기독교계 표심을 얻으려는 것”이라며 “국제적 망신에 역사를 퇴보시키는 창피한 짓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이어 “동성애자를 막겠다고 하다가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다른 사회적 약자들도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례 폐지는 지난해 4월 기독교단체 등의 청구로 시작됐고, 도의원 40명 중 26명을 차지하는 한국당 의원들이 앞장섰다. 한국당 유익환(태안1) 의장은 “2015년 조항을 대폭 늘려 개정할 때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것은 실수지만 도에서 성 소수자 차별 금지 등 너무 앞서 갔다”며 “종교단체 여부를 떠나 도민 간 갈등이 생기면 폐지하는 게 마땅하고 선거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안희정 전 지사 때 인권사업과 활동이 가장 활발한 충남도를 꺾어 놓으면 다른 지역도 위축될 것으로 보고 일부 기독교단체에서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며 “이번에 재선되면 인권조례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비운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알고보니 ‘생물학의 대가’였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비운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알고보니 ‘생물학의 대가’였네

    中 연구진 정수 필터 개발에 영향 앨런 튜링(1912~1954)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아이폰 제작사인 애플의 베어 문 사과 로고와 2015년 초 개봉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일 것입니다.많은 사람이 튜링의 삶과 업적을 알게 된 것은 영화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국 TV 시리즈 ‘셜록’ 주인공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튜링을 연기하면서 더 관심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튜링을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을 골탕 먹이고 있던 나치 독일의 난공불락 암호 ‘에니그마’를 풀어낸 암호해독가, 현대 컴퓨터공학과 정보공학의 기본이론을 대부분 만들어 낸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독이 든 사과를 베어 물고 자살을 선택한 천재 수학자 정도가 고작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가 수리생물학 발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비운의 천재 튜링이 남긴 중요한 업적 중 하나인 수리생물학 연구를 다시 주목받게 만든 연구성과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이번 주 판(4일자)에 실렸습니다. 중국 저장대 화학·생물공학대와 국가 수(水)분리막공학연구센터 공동연구진은 물속 염분을 기존 정수 필터보다 3배가량 빨리 제거할 수 있는 분리막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번에 개발한 분리막은 관 형태의 가느다란 가닥이 한데 모여 있는 나노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튜링이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952년 유일하게 남긴 수리생물학 논문에서 제시한 ‘튜링 구조’를 가장 정교하게 만들어 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952년 초 영국왕립학회에서 발행하는 생물학회지에 발표된 ‘형태 발생의 화학적 근거’라는 논문은 튜링의 마지막 연구성과이기도 합니다. 1952년은 튜링이 동성애 혐의로 영국 경찰에 체포돼 유죄 판결을 받고 화학적 처치를 받던 힘든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주목받지 못했던 수리생물학이라는 신생학문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것입니다. 논문에서 튜링은 배아 세포들이 팔, 다리, 뼈, 각종 기관 등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에 대한 수학모델을 제시했습니다. 형태 발생 과정에서 서로 다른 물질들은 지속적으로 반응하면서 다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점이나 띠 모양의 독특한 패턴을 만들어 기관을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원리를 응용한 튜링 구조를 실험실에서 합성하려는 시도들은 번번이 실패해 과연 실제 세포나 생체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과학계에서는 논란이 돼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장대 연구팀은 폴리비닐알코올과 피페라진이라는 물질을 섞어 확산속도에 차이를 만들어 전자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튜링패턴을 닮은 나노구조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연구진은 튜링패턴을 구현하는 데 연구 목적을 두고 있었지만 이것이 정수막 기능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다고 합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튜링 필터는 물속 염분을 절반으로 감소시키는 데 기존 필터들보다 시간이 3분의1밖에 걸리지 않아 해수담수화 시설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명한 천재 과학자들이 그랬듯이 튜링 역시 살아 있을 때보다 죽은 뒤 더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리생물학 분야에서까지 말입니다. 튜링이 단명한 이유는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시각 때문이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목소리는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다름’과 ‘틀림’이 같다고 생각하고 ‘나와 다른 너는 적’이라는 적대적 관점을 갖고 있는 이들도 많습니다. 튜링의 업적을 보면서 나 스스로도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반성해 봐야겠습니다. edmondy@seoul.co.kr
  • 남성 5명에 의도적으로 에이즈 감염시킨 남자, 종신형

    남성 5명에 의도적으로 에이즈 감염시킨 남자, 종신형

    고의로 동성애자인 연인들을 에이즈(HIV)에 감염시킨 한 남성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신의 대릴 로우(27)가 남성 10명 중 5명을 에이즈에 감염시킨 혐의로 18일(현지시간) 종신형에 처해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우는 2015년 4월 사귀던 전 남자친구를 통해 에이즈에 걸렸다. 이에 복수심을 갖게 된 그는 10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성 10명과 의도적인 성관계를 맺었다. 이후에도 그는 이들 남성들에게 자신이 에이즈 보균자임을 알리는 조롱 섞인 메시지도 보냈다. 이에 대해 로우의 변호인인 페릴시티 게리 칙선은 “피고는 치료가 필요한 청년으로 너무 가혹하게 처벌해서는 안된다"면서 "에이즈는 불치병이 아니며 예전과 달리 높은 평균 수명을 가지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단호했다. 루이스 형사법원의 크리스틴 헨슨 판사는 “피고는 무고한 사람들을 에이즈에 감염시켰다"면서 "잔인하고 무분별한 행위의 결과로 종신형을 처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지난해 로우는 검찰에 기소된 후 첫 재판에서 중상해죄(GBH)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모든 혐의를 부인해왔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쿠바 혁명 2세대’ 전면에… 라울은 ‘그림자 정치’

    ‘쿠바 혁명 2세대’ 전면에… 라울은 ‘그림자 정치’

    쿠바에서 ‘포스트 혁명’ 세대의 집권이 시작됐다. 쿠바는 18일(현지시간) 미겔 디아스카넬(58) 수석 부의장을 국가평의회 새 의장으로 선출하면서 ‘포스트 혁명’ 세대로 정권을 이양했다. 디아스카넬은 이미 라울 카스트로(86) 전 의장의 지지를 얻으면서 차기로 지목받아 왔다. 그러나 라울 카스트로가 공산당 서기직을 2021년까지 유지할 예정이어서 디아스카넬의 ‘홀로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중국의 덩샤오핑 전 중앙군사위 주석처럼 쿠바에서도 ‘상왕’ 카스트로가 그의 제자(디아스카넬) 뒤에서 개혁개방을 가속화할지도 주목된다.이날 수도 아바나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가 평의회의 투표는 의례적인 절차였다. 2008년부터 집권한 라울의 전임자는 1959년 혁명 정부를 세우고 50년간 통치하다 2016년 사망한 다섯 살 위의 형 피델 카스트로다. 디아스카넬은 쿠바의 ‘포스트 혁명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그는 카스트로 형제가 풀헨시오 바티스타 친미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이듬해에 태어났다.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교사로 재직했다가 1994년 비야 클라라주 공산당 지방위원회 제1서기장으로 선출되면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고등교육 장관, 포스트 혁명 세대 첫 국가평의회 부의장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그는 혁명 초기 쿠바에서 금지됐던 로큰롤 음악을 즐기고 비틀스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쿠바의 인터넷 환경 개선 추진, 동성애자 권리 옹호 등 각종 정책에서도 기존 지도부보다 개방적이다. 그러나 디아스카넬 의장은 한동안 ‘카스트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울이 2021년 예정된 차기 공산당 총회 때까지 공산당 최고지도자인 제1서기로 남을 예정이어서다. 라울은 당과 군대의 수장을 계속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울의 행보는 덩 전 주석을 연상케 한다. 덩 전 주석은 1992년 장쩌민에게 주석 자리를 물려주고 실권은 쥔 채로 뒤로 물러나 있다가 1997년 사망했다. 라울은 피델을 사회주의로 인도한 장본인으로 형보다 더 강한 사회주의자였지만 2008년 국가평의회 의장 취임식 날 국유산업의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개혁 개방을 선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라울은 덩 전 주석이 그랬던 것처럼, 죽을 때까지 어마어마한 ‘비공식적 파워’를 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AFP통신은 “라울의 비공식적 통치는 안정된 과도기를 보장하고, 그의 제자(디아스카넬)를 지켜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전했다. 쿠바의 새 정부에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는 경제 재건이다. 실용주의 노선을 취했던 라울 전 의장은 쿠바 경제를 작은 민간기업 위주로 전환하는 동시에 외국인 투자 개방 정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인구 1120만명 중 자영업자의 수는 10년 전 15만명에서 현재 58만명으로 늘어났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도 호전되면서 2015년 국교 정상화를 맺는 등 쿠바 경제에 장밋빛 전망이 드리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또 동맹국이자 중요 교역국인 베네수엘라에서 정치적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쿠바 경제도 영향을 받아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낮아졌다. 2017년에는 그마나 관광업 덕분에 1.6% 성장했지만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고, 무역 구조도 베네수엘라, 중국, 캐나다, 스페인 등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어 재정이 취약하다.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를 향한 정치적 관점을 바꾸지 않는 한 새 정권에서도 쿠바의 큰 변화를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윌리엄 레오그랜드 아메리칸대학 정치학 교수는 “만약 라울의 후계자가 개혁을 계속한다면, 그는 중국을 실패한 중앙 계획에서 사회주의 시장으로 변모시킨 덩샤오핑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라울은 자신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제를 바꾸지 못한 그저 한 명의 개혁 공산주의자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샤오미 AI 스피커 “동성애자는 변태” 답변 논란

    애플 시리와 답변 달라 의혹 여전 중국 샤오미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동성애자에 대한 폄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공익단체 ‘동지의소리’(同志之聲)가 올린 영상에 따르면 샤오미의 인공지능 스피커는 ‘동성애자가 변태인가’라는 물음에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한다. 같은 질문을 다시 하면 “심리적으로 너무 뒤틀린 것 같다”고 확인해 준다. 동지의소리 측은 “샤오미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어떤 이유로 사용자에게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동성애는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심리적이거나 신체적인 질병이 아니라고 인정받았다”며 “중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샤오미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오류를 양산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샤오미 관계자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10일 “인공지능 스피커의 대답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것으로 결코 회사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애플의 아이폰에 탑재된 ‘시리’와 같은 다른 인공지능에도 동성애에 대한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성에 상관하지 않는 사랑”이란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7억 5000만명에 이르는 인터넷 사용자가 빅데이터를 양산하고 개인정보를 얻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는 특수성에 기반해 인공지능 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게다가 2015년 중국 정부는 15년 안에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선진국이 되겠다는 ‘중국제조 2030’ 계획을 발표하며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 새달 ‘낙태 금지’ 폐지 국민투표 왜?

    [글로벌 인사이트]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 새달 ‘낙태 금지’ 폐지 국민투표 왜?

    #1. “미안하지만 이곳은 가톨릭 국가입니다. 태아의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사는 38살 클레어는 결혼 10년 만인 2017년 간절히 바라던 아기를 가졌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태아의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유산될 확률이 높고, 낳는다 하더라도 아기가 바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클레어 부부는 낙태 수술을 받길 원했지만 병원은 매번 거절했다. 아일랜드에선 산모의 목숨에 이상이 없는 한 낙태를 금지한다. 이 외의 경우 낙태를 하면 최대 징역 14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클레어는 9달이 지나 결국 아기를 사산했다. 이후 그는 몇 달째 심각한 우울 증세를 보여 심리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2. 지난달 19일 아일랜드의 12살 여중생이 영국에서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아일랜드에서는 낙태 찬반 논쟁이 더욱 들끓었다. 뱃속 아이의 생물학적 친부는 15세 소년이었다. 소녀는 소년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지만, 이런 경우조차 아일랜드에서 낙태는 허용되지 않았다. 아일랜드에서는 남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17세 미만일 경우 성관계를 맺는 것이 불법이다. 명확한 아동학대로 미성년이 임신했더라도 낙태가 어렵다.●역사적인 낙태 찬반 투표 유럽 국가들 중 거의 유일하게 강간 피해자에 대한 낙태도 금할 만큼 철통 같은 반(反)낙태 기조를 유지해 온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가 ‘낙태 찬반’에 대한 역사적인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8일 아일랜드 정부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낙태 관련 국민투표에 관한 내용을 규정한 법안을 마련했다. 예상대로 절차가 진행되면 국민투표는 오는 5월 25일 치러질 전망이다.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는 “아일랜드 내에서 낙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이는 안전하지 않고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불법인 상황”이라며 “우리 문제는 수출하고 해법은 수입하는 상황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유권자들은 예외가 거의 없는 낙태 금지를 규정한 1983년 수정 헌법 제8조의 폐지 여부를 놓고 투표하게 된다. ‘태어나지 않은 생명의 권리’를 인정하는 이 조항 때문에 아일랜드에서 태아는 동등한 생명권을 가지고 있으며,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해 임신했을 때에도 반드시 출산해야만 한다. 이런 법률 탓에 해마다 아일랜드 여성 수천명이 이웃나라 영국을 찾아 낙태 수술을 받는다. 낙태율은 15~44세 여성 1000명당 4.5명이다. BBC 방송에 따르면 2016년에만 아일랜드 여성 3256명이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해 영국으로 출국했다. 1983년 이후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해 국경을 넘은 여성은 약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로 낙태 수술을 받으러 갈 비용이 없는 여성들은 의사의 처방 없이 낙태약을 복용하다 부작용을 겪거나 목숨을 위협받기도 한다. 낙태 약을 잘못 복용해 숨진 여성은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투표에서 낙태 금지 조항 폐지가 결정되면 아일랜드 정부는 임신 초기 12주 동안에는 아무런 제약 없이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을 입법화할 예정이다. ●병원 낙태 거부로 임신 17주 산모 사망 아일랜드에서 낙태 폐지 여론이 거세진 계기는 2012년 한 임신부의 사망 사건이다. 사비타 할라파나바르는 심각한 합병증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었지만 병원에서 낙태 수술을 번번이 거부당했다. 이후 허리 통증으로 골웨이대학병원에 입원한 그는 임신 17주 만에 패혈 유산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조사 결과 할라파나바르를 진단한 의사들은 출산 시 산모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낙태 수술 이후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확실한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 변화에 직면한 아일랜드 가톨릭 할라파나바르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그해 전국에서 대대적인 낙태 허용 시위가 벌어졌다. 여성 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은 “수정 헌법 8조 아래 임산부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며 관련 법 개정을 요구했다. 전조현상은 2015년 5월 동성애 결혼 찬반 국민투표였다. 세계 최초로 실시된 동성애 결혼 합법화 국민투표에서 아일랜드 국민의 62%가 찬성표를 던졌다. 낙태뿐만 아니라 동성애도 엄격하게 금지하는 가톨릭 교리가 깨진 것이다. 이어 지난해 바라드카르 총리가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인도계 바라드카르 총리는 2015년 동성애 찬반 국민투표를 앞두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혀 아일랜드를 놀라게 한 인물이다. 2011년 이후 교통·보건·사회보호 등의 장관직을 두루 거치며 일찌감치 차기 총리감으로 지목됐던 그는 당시 “내가 인도계 정치인, 의사 출신 정치인, 게이 정치인이라는 것이 나를 정의하는 게 아니다. 이것들은 단지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는 일부분일 뿐”이라며 투표를 앞둔 국민을 설득했다. 투표 이후 아일랜드에서는 낙태가 전면적으로 허용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3분의2는 낙태 허용에 찬성하고 있어서다.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아일랜드 정부의 결정에 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는 “여성과 소녀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위대한 발걸음”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아일랜드 가톨릭은 “굉장히 신중히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성경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이라 할지라도 동등한 성스러움을 가진다고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투표 이후 낙태가 합법화로 결정되면 동성애와 낙태까지 허용한 아일랜드의 가톨릭 교회는 중대한 위기와 변화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BBC는 “아일랜드와 가톨릭은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였지만, 2010년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 수장인 숀 브래디 추기경이 과거 한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실에 대해 침묵해 줄 것을 어린이들에게 약속하도록 강요한 일이 폭로된 이후 멀어졌다”면서 “이번 투표는 아일랜드와 교회 관계 변화의 또 다른 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낙태수술이 가능한 나라는 25개국이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라트비아, 프랑스 등 7개국은 의사와 상담한 후 2~8일간의 숙려기간을 거친다. 이 외 18개국은 별도의 제한 없이 본인 요청에 의한 낙태가 가능하다. 단통상적으로 12주 미만 태아의 낙태만이 허용된다. 아이슬란드, 영국, 일본, 폴란드 등 4개국은 ‘사회 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가 허용된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뉴질랜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칠레, 폴란드 등 6개국은 사회 경제적 사유에는 낙태가 불가능하다. 엘살바도르, 몰타, 바티칸시국 등의 경우 근친상간, 강간에 의한 임신, 임신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에도 낙태가 금지된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문화마당] 범죄소설가의 죽음과 잘 쓴 부고에 관하여/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문화마당] 범죄소설가의 죽음과 잘 쓴 부고에 관하여/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스코틀랜드 범죄소설 작가 필립 커가 62세를 일기로 지난 3월 23일에 세상을 떠났다. 가는 데 어디 순서가 있겠냐만, 데뷔 후 30년이 넘도록 매해 두 권 이상 장편소설을 발표하고 여전히 ‘쓰기만 하면 베스트셀러’라는 평가를 받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올해로 60세, 재작년 생애 첫 탐정소설 3부작을 완간하며 건재함을 과시한 스티븐 킹의 나이가 71세임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정확한 사망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모양이다. 범죄문학계 최고 거장 가운데 한 명(옵서버)으로 추앙받는 이언 랭킨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필립 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그가 쓴 베른하르트 귄터 시리즈는 믿을 만한 도덕적 주인공이 등장하는, 근사한 스토리와 치밀한 조사로 이루어진 비범한 작품이다.” 내가 필립 커의 사망 소식을 들은 건 토요일 오후였다. 모처럼 햇살이 좋아서 사무실 대청소를 하던 중이었는데, 친하게 지내는 에이전트가 문자로 알려 줬다. 최근에 내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베른하르트 귄터’ 시리즈를 펴낸 걸 알기에 신경 써 준 듯하다. 책은 지난 1월에 나왔지만 게으름을 부리느라 늦게 발송한 탓에 작가에게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오자마자 서둘러 보낼 걸 후회가 들었다. 나는 청소를 그만두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영어권 국가의 독자들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 애도의 글을 찾아 읽었다. 그의 소설을 도맡아 출간해 온 쿼커스 북스의 편집자가 올린 트윗도 눈에 띄었다. 나도 귄터 시리즈의 한국어판 편집자로서 뭔가 쓰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글’에도 형식이 있나. 모르겠다. 지금껏 부고를 써 본 적이 없으니까. 이럴 때 내가 애용하는 방법은 잘 쓴 부고를 읽어 보는 것이다. 에세이를 잘 쓰고 싶으면 잘 쓴 에세이를 읽으면 된다. 여행기를 잘 쓰고 싶으면 잘 쓴 여행기를 읽으면 된다. 한 권으로 어렵겠다 싶으면 여러 권 읽으면 된다. 타고난 천재가 아닌 이상 읽지 않고 잘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계속 읽다 보면 그럭저럭 잘 쓰게 된다는 것이 내가 터득한 왕도다. 그래서 ‘함께 가만한 당신’(마음산책)을 펼쳤다. 스물네 살에 1인 출판사를 창업해 65년 뒤 영국 독립출판의 지조라고 불린 피터 오언의 부고가 눈에 띈다. 그는 (1)빼어난 감식안으로 까다롭게 작품을 고르고 (2)웬만해선 절판시키지 않기로 유명했으며 (3)비아냥거림을 들을지언정 동성애자 인권과 여성, 마리화나 같은 사회적 이슈가 담긴 도서를 선도적으로 출간함으로써 (4)도리스 레싱으로부터 “그가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책들을 출판해 줬고 우리는 (그에게) 큰 빚을 졌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무엇보다 “늘 어려운 형편에도 직원들 급여는 상대적으로 후했고 자신의 월급은 아주 작았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대목을 읽고 나서 문득 생각했다. 일면식도 없는 작가의 부고를 어떻게든 멋지게 써서 한 권이라도 더 팔아 보려고 아등바등할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직원들이 어떻게든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도록 급여를 후하게 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뭐야, 이거 여우에게 홀린 기분인데. 잘 쓴 부고란 이런 거구나. 타인의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 자신의 삶을 조망하게 만드는. 그런 부고를 쓸 수 있을 만큼 더 열심히 읽고 나서 필립 커에 대해 써야겠다. 아쉽지만 이렇게 다짐하고 오늘은 인사만 하는 걸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혐오를 혐오하자] 일상화한 혐오표현에 무딘 사회

    [혐오를 혐오하자] 일상화한 혐오표현에 무딘 사회

    혐오를 혐오하자 [2] 일상화한 혐오표현에 무딘 사회 최근 여자 연예인들을 향한 ‘페미니스트 공격’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한 연예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GIRLS CAN DO ANYTHING’(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이라는 글이 적힌 스마트폰 케이스가 보이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자 일부 팬들이 그 글은 ‘페미니스트를 대변하는 문구’라면서 비난을 쏟아냈다. 이후 사진은 삭제됐다. 얼마 전에는 또 다른 연예인이 휴가 중에 책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일부 팬들이 인신공격성 ‘탈덕’(팬에서 탈퇴한다는 뜻) 인증샷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며 그를 공격했다. 결국 두 사람은 페미니즘을 남성을 향한 혐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혐오를 당했다.‘혐오’는 단순히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을 모욕하고, 차별하고, 그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행위 등을 망라한다. 심하게는 신체와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로 나타나기도 한다. 혐오는 차별이 존재하는 위계구조 안에서 발생한다.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상대방에게 수치심과 모욕감, 두려움을 주고 차별을 조장하는 말과 행동, 즉 혐오표현은 주로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 힘없는 ‘소수자’를 겨냥하고 있다. 여성혐오적 악성 댓글 등으로 여자 연예인들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 그들은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오랜 성차별 구조를 없애고,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려는 페미니즘을 남성혐오라고 낙인 찍는다. 하지만 실제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쪽은 주로 여성이다. 지금도 노동시장에서 저임금에 시달리고, 고용률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일을 하면서도 가사·육아노동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성폭력 등 강력범죄 피해를 수시로 겪는 쪽은 여성이다. 여전히 이 사회는 남성 중심적이고 남성 편의적이다. 일상적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여성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공동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2016년 기준)에 따르면 남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26.4%이지만 여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41.0%다. 또 남성 고용률은 71.1%인 반면 여성 고용률은 50.2%에 그쳐 있다. 여성 월평균 임금도 186만 9000원으로 남성 임금의 64.1% 수준에 불과하다. 또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살인·강도·방화·성폭력 등 강력범죄로 인한 여성 피해자는 2010년 2만 930명에서 2015년 2만 7940명으로 증가한 반면, 남성 피해자는 같은 기간에 4403명에서 3491명으로 줄었다. 특히 강력범죄 여성 피해자 중 성폭력 피해자의 비중은 2010년 85.3%에서 2015년 94.1%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공익 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류민희 변호사는 “남성인 어느 개인도 빈곤에 시달리고, 차별과 폭력 등 많은 불행을 겪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차별은 여성혐오의 역사적, 체계적, 제도적인 맥락에 견줄 수 있는 정도의 남성혐오가 직접적인 원인인 경우는 드물 것”이라면서 “남성혐오라는 단어도 실제 남성임을 이유로 차별을 겪은 사람들이 자주 사용했다기보다는 페미니즘을 악마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오용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 변호사는 “페미니즘은 배제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 정의 운동이다. 전통적인 남성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을 겪은 남성, 이를테면 출산휴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남성 등의 가장 큰 연대자는 사실 비슷한 차별을 겪었던 소수자, 그리고 페미니스트였다”고 강조했다. 점잖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혐오표현 ‘저는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유력 인사들이 자신은 성정체성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식으로 자주 사용하는 어법이다. 겉으로는 점잖은 표현 같다.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이런 어법 역시 당사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당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배제를 강화하는 해악을 초래한다. 이주영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하면서, 동성애라는 성적지향을 자신의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갖고 있는 사람을 동등한 존재로 인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이런 모순적인 말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통용되는 사회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존재 자체가 찬반의 대상이 됨으로써 성소수자들이 동등한 인격적 존재로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이 전문위원은 “사람의 존재는 찬성과 반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특히 공적인 위치에 있어 발언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성소수자들에게 미칠 차별적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류 변호사도 “어떤 존재를 반대한다는 생각은 대체로 ‘당신은 존재 자체로 옳지 않으니 고치게 해주겠다’는 시혜를 가장한 인권침해로 이어지거나, ‘당신은 존재 자체로 옳지 않으니 차등 대우는 정당하다’는 차별로 이어진다”면서 “평등은 낯설 수 있는 이웃의 소수자성을 모두 좋아하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존재에 대한 반대는 허용하지 않는다. 가장 무서운 차별과 폭력이 저런 표현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떤 표현이 혐오표현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겉으로 드러난 표현의 수위보다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 표현이 갖는 효과다. 이를테면 장애인에게 ‘제가 기도를 하면 나을 수 있다’는 식의 말은 당사자에게 배려가 아닌 혐오로 다가온다. 이 전문위원은 “‘기도하면 나을 수 있다’는 말은 장애를 가진 사람의 현재 상태가 ‘온전하지 않고 고쳐져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면서 “장애가 삶에 있어 어려움이 되는 것은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환경과 제도 때문”이라고 밝혔다. 혐오할 자유란 없다 일각에서는 혐오표현도 결국 하나의 표현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이 다른 사람의 존엄성과 평등권, 차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을 훼손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우선시될 수는 없다.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공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는 “타인의 존재와 자존감을 부정할 정도로 적대적 감정을 분출하거나, 오로지 타인에게 경멸과 혐오의 감정을 전달해 피해를 주려는 의도로만 이루어지는 감정 표현들은 표현의 자유의 보장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혐오표현이 당연히 표현의 자유의 보호 범위에 포함된다고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전문위원도 “표현의 자유는 두텁게 보호돼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표현은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더군다나 혐오표현으로 인해 사회적 소수자들이 사회에서 위축되고, 사회적 발언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어렵다면 표현의 자유의 내재적 가치 측면에서도 혐오표현은 사회적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철학·정치 신념의 병역 거부도 존중돼야… 대체복무 결단 내릴 때”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철학·정치 신념의 병역 거부도 존중돼야… 대체복무 결단 내릴 때”

    군대 대신 감옥을 택했다. 그러나 정작 감옥에서 나온 뒤론 전국의 군부대를 밥 먹듯 찾아다녔다. ‘군대는 원래 이런 거야’라며 남들이 병영 안에서 갖은 불의를 감내하며 국방부 시계만 바라보고 있을 때, ‘군대는 그런 게 아니야’라고 외치며 밖에서 군과, 불의와 싸웠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를 이끌고 있는 임태훈(42)씨 얘기다.만두 먹다 죽었다던 윤모 일병이 실은 선임들의 가혹행위와 집단구타로 숨졌고, 이를 부대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숨긴 사실(2014년 윤 일병 사건), 나라를 지키러 군에 간 청춘들이 대장 공관에서 호출용 전자팔찌를 찬 채 사모님 속옷을 빨았던 사실(2016년 박찬주 육군 대장 공관병 갑질 사건) 등 많은 병영 내 인권유린이 그의 이런 발품으로 민낯을 드러냈다. 군을 거부한 그가 기자들 앞에 서면 군은 경련을 일으켰고, 별들이 옷을 벗고 고개를 숙일 때마다 조금씩, 뚜렷이 변했다. 전진했고, 나아졌다. 2005년 GP 총기 사건 이후 병영문화 개선 작업이 꾸준히 이어졌으나 이를 ‘혁신’(5개 중점 23개 과제) 수준으로 끌어올린 계기는 단연 윤 일병의 억울한 죽음과 임 소장의 폭로였다. 상근직원이라야 경력 2년이 가장 오래인 4명이 고작인, 사실상 ‘1인 NGO(비영리민간단체)’의 단기필마에 불과한 그는 왜 거대한 군과 싸우고 어떻게 군을 바꾸고 있을까. ‘한 사람의 힘’을 보고자 서울 신촌 어느 골목에 들어선 이한열 기념관 2층 10여평 남짓한 센터 사무실로 지난 19일 그를 찾아갔다. -입대를 거부하고 감옥에 갔다. “동성애자로서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하던 상황에서 군의 상존하는 차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군내 동성애를 형사처벌토록 한 군형법 92조 6이 없었다면 입대했을 거다. 이성애자 군인들의 성관계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동성애자의 성관계는 처벌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다. 국가의 차별적 형사정책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병역 거부를 택한 것이다. 내게 있어서 군은 계급이 깡패인 구조다. 모든 걸 지배하는 계급장 아래에서 물리적 폭력, 언어폭력, 가혹행위, 성범죄 등이 죄다 합리화된다.” -군 인권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2005년 감옥을 나온 뒤 국가인권위원회 군 인권실태 연구 용역에 참여한 게 계기다. 석 달간 80여개 부대를 다니고 3000여명을 설문조사하면서 장병들 밥은 어떤지, 진료는 어떤지, 생활관은 어떤지, 영창은 어떤지 등등 병영 실태를 속속들이 봤다. 전방부대 구급차가 낡아 아무리 밟아도 시속 60㎞를 내지 못하는 걸 보곤 충격을 받았다. 누군가는 군을 감시하는 사람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나섰다.” -군을 거부한 사람이 군 인권에 앞장서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북한에 다녀와야 북한 인권 운동을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 군대 안 간 빚을 군 인권 활동을 통해 갚겠다는 생각이 아니다. 군 인권은 여성과 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의 문제다.” -양심적 병역 거부 허용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입대 장병은 죄다 ‘비양심적’인가. “(하하) 우리가 지은 말이 아니라 유엔이 그렇게 쓴다. ‘칸시엔셔스 어브젝터’(conscientious objector)라고…. 징병제라 해도 양심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종교적 신념뿐 아니라 철학적, 정치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도 국가가 존중해야 마땅하다.” -그랬다간 죄다 병역거부를 택하지 않을까. 나라는 누가 지키나? “양심적 거부를 어떻게 가리느냐, 대체복무는 어떤 형태로 하느냐가 관건이다. 단순한 병역 기피와 병역 거부를 엄격한 심의로 가려내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관련 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다. 대체복무 또한 지금의 공익근무나 산업기능요원과는 달라야 한다. 현역보다 복무기간을 1.5배로 늘리고 역할도 중증 장애인시설이나 노인복지시설 등 사회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군대처럼 24시간 합숙하며 사회복지사들을 도와 장애인들 밥 먹여주고 대소변 가려주고 물리치료 시켜주고 하는 등등의 임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신념 없이는 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면 대체복무를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할 일은 없다. 대만도 대체복무제 시행 초기 지원자가 늘었지만 지금은 연간 5000명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대체복무를 도입하면 나라 예산도 절감하고, 사회 그늘을 보듬는 복지 인력도 크게 늘릴 수 있다.” 2004년 종교적 병역 거부에 대한 법원의 첫 무죄 판결 이후 지난해 무려 45건의 1심 무죄 판결과 2건의 항소심 무죄 판결이 이어지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은 군과 법조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미 국회에도 3건의 관련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으나 그 뒤로도 28건의 위헌심판 제청이 제기됐고 이에 헌재는 오는 8월 안으로 다시 위헌 여부를 심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도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에 맞춰 대체복무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월 발표한 국민인권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 의견은 46.1%로 2005년에 비해 4배가량 늘었다. 반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2016년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대체복무제 도입’에 70%가 찬성의 뜻을 밝혔다.-지난 9년 군이 임 소장을 대하는 태도도 달려졌을 것 같다. “병영 안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은 진상을 숨기기에 바빴고, 사건이 드러나면 사후약방문을 마련하는 데 급급했다. 지금은 비록 더디지만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군이 언제까지고 철책 안의 작은 왕국으로 남을 수는 없다. 개방은 필연이다. 병영 정책 전반과 인권 문제를 다룰 2차관을 두고 민간 영역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일정표 좀 보여 달라. “아이고 못 보여드린다(웃음). 하루 상담·신고는 대략 10건 정도다. 지난해엔 3000회 정도 전화상담을 받았고, 1030건 정도를 처리했다. 현장 방문을 빼면 대개 센터에서 상담관련 회의를 하며 지낸다.” -센터 운영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나. “고정적으로 회비를 내는 회원이 780명 정도다. 이들의 회비에다 몇 가지 연구용역비로 센터 운영 경비를 충당한다. 지난해엔 2억 4000만원 정도 경비를 지출했다. 상근직원들 급여가 우선이니 내 월급은 늘 체불 상태다. 열정페이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게 NGO의 풍토다. 깨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1인 단체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성소수자 인권과 군 인권 다음으로 임태훈이 겨냥한 타깃은 무엇일까. -대체복무제가 도입된다면 임태훈의 역할도 거의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 아닌가 싶다. 정치할 생각은 없나. “시민운동과 정치는 매우 다르다고 생각한다. 각각 시민운동답게, 정치답게 해야 하는데 그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진보를 팔아먹는 사람도 너무 많다. 나 또한 정치에 몸담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란 자신이 없다. 시민단체의 본령을 지키고 싶다.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고, 군인권센터의 기반이 단단해지면 센터를 떠나 스포츠인과 연예인의 인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싶다. 운동선수들에 대한 상습적 구타라든지 가혹행위, 패거리 문화 등이 심각하지 않나. 연예인을 울리는 부당계약, 기획사의 갑질 횡포도 마찬가지다.” 체육계와 연예계, 긴장해야 할 듯싶다. jade@seoul.co.kr ■임태훈 소장은 1976년 경북 영주에서 건설업을 하던 부친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임태훈은 일찌감치 ‘싹수’가 보였던 듯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버스 안내양 누나가 거스름돈을 제대로 안 돌려주자 한바탕 싸우고는 집에 와 엄마를 닦달했다. 돈 찾아야 한다고. 임태훈의 등쌀에 엄마는 결국 다음날 버스회사를 찾아가 거스름돈과 안내양 누나의 사과를 받아 왔다. 중학교 땐 머리를 깎았는데도 더 깎고 오라는 선생님에게 불쑥 손을 내밀고는 “그럼 이발비 주세요” 하며 대들었다가 교무실에서 5시간 무릎을 꿇었다. 고교 땐 우열반이라는 ‘차별’을 두고 학교와 싸웠다. 어머니는 이런 ‘꼴통’ 아들의 입대를 걱정했다. “맞아 죽을지 모르니 제발 대들지 마, 태훈아.” 임 소장은 동성애자다. 군인권 활동에 앞서 성소수자(동성애자) 인권 운동을 펼쳤다. 고교 졸업 후 19세 때인 1996년부터 남성동성애자인권모임 ‘친구사이’에서 인권 운동을 시작해 1998년 동성애자인권연대를 만들어 대표로 활동했다. 2000년 9월 방송인 홍석천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뒤로 방송에서 하차하자 자신도 커밍아웃하며 국내 커밍아웃 1호 서동진 계원예술대 교수 등과 함께 홍석천을 지지하는 활동을 벌였고, 이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석태 변호사를 비롯해 많은 진보진영 인사들과 친분을 맺게 됐다. 사적인 질문, 결혼 계획을 물었다. “(하하) 애인이 없어요. 감옥 가기 전 두 번, 출소 후 한 번 교제는 했는데 지금은 애인이 없어요. 이젠 이름이 알려져서 누구든 제게 다가오기가 더 부담되지 않을까요?” ▲성공회대 NGO대학원 졸업 ▲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 공동대책위 공동대표 ▲국제사면위 양심수 선정 ▲법무부 교정시민옴부즈맨 ▲광우병대책위 인권법률의료지원팀장 ▲국가인권위 전문위원
  • 이탈리아 신부 40명, 동성애 스캔들 파문

    이탈리아 신부 40명, 동성애 스캔들 파문

    이탈리아에서 신부들의 경호를 담당해 온 남성이 동성애자 신부 40명의 신원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메트로 등 해외 언론의 7일 보도에 따르면 프란체스코 맹기아프리카라는 이름의 남성은 최근 이탈리아 현시 언론에 신부들의 성추행 및 동성애를 입증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나폴리 대교구에서 파견돼 신부들의 경호를 맡아 온 그는 한 신부가 자신에게 SNS를 통해 음란한 사진을 보내왔으며, 일부 신부는 메시지가 저장되지 않는 텔레그램을 사용해 음란한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의 종교적 위선을 더 이상 참고 볼 수가 없어 폭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이 나폴리 대교구에 제출한 근거자료는 1200페이지에 달하며, 여기에는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신부 34명과 신학대학생 6명의 이름이 언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의 크레센치오 세페 추기경(나폴리대교구장)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며 문제가 있는 성직자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고 회개해야 한다”며 해당 사실을 바티칸에 알렸다고 밝혔다. 한편 바티칸은 최근 사제들의 잇따른 성추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5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이자 바티칸 서열 3위인 교황청 재무원장을 맡아온 조지 펠(76) 호주 추기경이 아동성범죄 혐의로 법원에 출석했다. 교황청 최고위직이 세속 법정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펠 추기경은 40여 년 전 고향인 빅토리아주에서 다수의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됐다. 1년여의 수사 끝에 호주 경찰은 그가 최소 3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펠 추기경은 모든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게이라는 이유로 운전시험 못본 청년, 억대 배상금 받아

    게이라는 이유로 운전시험 못본 청년, 억대 배상금 받아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운전면허시험 보지 못한 이탈리아 청년이 긴 법정투쟁 끝에 거액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법원은 게이라는 이유로 차별 피해를 봤다며 다닐로 지우프리다(35)가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 법원은 지우프리다에게 피해배상금 10만 유로(약 1억3300만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지우프리다는 10년 전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시험에 응시했다. 문제는 성별을 밝히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동성애자인 지우프리다는 자신은 게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돌연 '시험 보류'라는 결정을 내렸다. 아예 시험조차 치르지 못하게 된 지우프리다는 "명백한 성소수자 차별"이라고 강력히 항의했지만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지우프리다는 변호사를 고용, 운전면허 업무를 총괄하는 교통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25살 때인 2008년의 일이다. 의외로 빨리 나온 1심 판결에서 지우프리다는 승소했다. 재판부는 "교통부가 성소수자를 차별한 점이 인정된다"며 2만 유로(약 266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지우프리다는 재판에선 이겼지만 항소했다. 배상금이 너무 적다는 이유에서다. 2심은 지루하게 진행됐다. 장장 10년간 재판이 진행되면서 진이 빠질 만도 했지만 지우프리다는 포기하지 않았다. 드디어 최근 열린 최종 재판에서 법원은 또 지우프리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성적 취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건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며 기본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봤다. 배상금은 1심보다 5배 많은 10만 유로로 불어났다. 법원은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성적 취향을 이유로 응시의 기회를 박탈한 건 매우 심각한 차별"이라고 꾸짖었다. 지우프리다는 "이번 법원의 판결은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성적 취향을 이유로) 매일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성소수자 모두의 승리"라고 말했다. 사진=트위터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기형도는 동성애자가 아니다”

    “기형도는 동성애자가 아니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잃어버린 사랑을 향한 공허한 마음을 토로하듯 써 내려간 시인 기형도(사진ㆍ1960~1989)의 시 ‘빈집’이다. 시인과 대학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소설가 김태연은 시 첫머리에 놓인 ‘사랑’이라는 낱말을 ‘기형도’로 대신해 이 시를 음미했다. 20대 청춘을 함께 보냈던 글벗이 세상을 떠난 이후 작가의 가슴을 묵직하게 만든 아릿한 통증이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던 탓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옛 친구를 왜 한시도 잊지 못하는지, 왜 그토록 그에게 연연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솔한 기록을 최근 책으로 펴냈다. 새달 7일 시인의 29주기를 앞두고 출간한 자전적 소설 ‘기형도를 잃고 나는 쓰네’(휴먼앤북스)다.김 작가는 1979년 연세대 1학년 때 교내 서클 ‘연세문학회’에서 기형도 시인을 만났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서로의 자취방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하며 밤새워 세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차분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을 지닌 기형도 시인과 매사에 패기가 넘쳐 좌충우돌했던 김 작가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지만 문학이라는 공통분모 덕분에 잘 통하는 문우였다. 김 작가가 기형도의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난해 11월 개관한 기형도문학관에서 시인의 유품 수집 총책임자를 맡으면서부터다. 2016년 4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시인과 인연이 조금이라도 닿는 사람이라면 누가 됐든 수소문해서 만났다. 그 과정에서 시인의 매력을 재발견하기도 했지만 작가가 알고 있는 시인의 모습과 완전히 다르게 알려진 경우도 있었다. “기형도의 유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놀란 것은 특히 인터넷을 통해 그에 대한 잘못된 사실이 많이 떠돈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면 그의 시 속에 동성애 코드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죠. 기형도 시인은 호기심에 당시 동성애자들이 많이 모였던 파고다극장 주변에 저와 함께 가곤 했는데 그의 다정다감한 성격과 겹쳐져 동성애자라는 오해를 사게 됐죠. 또 기형도 시인이 생전에 문학보다 철학에 더욱 심취해 있었는데 (후대 사람들이) 그 사실을 간과한 채 시인의 작품을 분석하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라도 기형도의 분신이 되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거나 몰랐던 사실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작가는 기형도와 주고받은 편지나 스스로 기록한 글들을 토대로 두 사람의 추억을 풀어냈다. 몇몇 소설적인 장치를 제외하면 책 속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대부분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소설은 연세대에 입학한 20살의 허승구(김태연 작가의 본명이 김승구)가 20살의 기형도를 우연히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남유럽 소년을 연상하게 할 만큼 이국적인 외모를 지니고 은근한 멋을 낸 기형도와의 첫 만남부터 슈만의 가곡 ‘2인의 척탄병’을 부르는 기형도의 모습, 두 사람의 ‘자발적인 유배지’였던 파고다극장에 대한 추억까지 오롯이 담겨 있다. “기형도 시인의 문학관도 세워졌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시인의 기일에 맞춰 열리는 행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습니다. 어떨 땐 기형도 시인의 누님과 저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죠. 이렇게 잊힐 만한 시인이 아닌데 말이죠. 대중들에게 이름이 덜 알려진 저로서는 기형도의 이름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보단 이 소설을 통해 기형도의 문학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글ㆍ사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군인 합의된 성관계는 무죄” .. 서울북부지법

    “군인 합의된 성관계는 무죄” .. 서울북부지법

    처벌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전투력 위해 소지 없다” 판단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장교가 민간 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양상윤 판사는 22일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중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군 복무 중이던 2016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다른 부대 중위와 6차례 서로 합의한 상태에서 유사성행위 또는 성관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핵심 쟁점은 군형법 제92조의6 조항을 근거로 합의된 성관계까지 처벌할 수 있는 지였다. 이 조항은 ‘군인 또는 준 군인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조항을 상대방 군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합의된) 항문성교 등을 금지하고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군인 사이에 강제성 없이 이뤄지는 자발적인 항문성교로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법익(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에 위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은밀하게 행해지는 경우 군기나 전투력 보전에 직접적 위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형법 조항(제92조의6)은 군인이 다른 군인에 대해 위계·위력 등을 이용해 의사에 반해 항문성교 등을 한 경우에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조항을 담은 국방경비대법과 해안경비대법이 1948년 제정된 이래 합의한 성관계라는 이유로 무죄가 나온 건 70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지난해 4월 장준규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군대 내 동성애자를 색출하라고 지시해 총 22명의 성소수자 군인을 수사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 가운데 7명은 모두 군사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1명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나머지는 불기소·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동성애자’ 선수의 입맞춤 생방송… 美 “올림픽史에 남을 역사적 장면”

    ‘동성애자’ 선수의 입맞춤 생방송… 美 “올림픽史에 남을 역사적 장면”

    프리스타일스키 미국 대표인 동성애자 거스 켄워시(27)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면서 연인인 매슈 윌커스(40·배우)와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켄워시는 19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파크에서 열린 남자 슬로프스타일 경기에 나서기 전 윌커스와 가볍게 입맞춤했다. 이 장면은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NBC를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미 언론은 이를 두고 ‘역사적인 장면’이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동성애자 운동 선수와 그의 남자친구의 키스 장면이 수많은 시청자가 보는 올림픽 대회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됐다”며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CNN도 “상징으로 가득한 동계올림픽에서 또 다른 중요한 사건이 됐다”며 “켄워시의 성적은 챔피언 수준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그는 스키를 넘어 올림픽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켄워시는 미국에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로서 올림픽에 참여한 첫 선수다. 2014년 소치 대회 은메달리스트인 그는 이듬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평창에서는 엄지손가락이 부러진 상황에서 출전해 최종라운드까지 진출하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최종 12위에 만족해야 했다. 켄워시는 경기 후 “(입맞춤이) 방송되는지는 몰랐다. 지난 번 올림픽에서도 남자 친구와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선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윌커스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우수한 운동 선수가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공개하고 자랑스러워하면서 남들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은 어린 동성애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호텔 실수로 딸과 함께 있다 아동성애자로 몰린 아빠

    호텔 실수로 딸과 함께 있다 아동성애자로 몰린 아빠

    10대 딸과 함께 호텔을 찾은 40대 남성이 직원의 실수로 아동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지난 8일 체셔주(州) 매클스필드 한 호텔에 딸과 함께 쓸 방을 예약한 칼 폴라드(46)가 경찰의 현장 급습으로 아동성애자 혐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남 웨일즈 출신의 폴라드는 딸 스테파니(14)와 함께 악성 폐암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찾아뵈려 집 근처 트래블로지 호텔에 방을 예약했다. 그가 예약한 방은 호텔에 유일하게 남은 2인용 침대가 딸린 방이었다. 기차로 4시간이 걸려 도착한 폴라드는 접수대 직원에게 이상한 눈총을 받았지만 예사로 생각했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를 어머니에게 딸을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그는 짐을 풀러 방으로 올라갔고,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어머니를 방문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약 10분 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으며 문 밖에는 여자 경찰관 한 명이 서 있었다. 폴라드는 그 사이 아픈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너무도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호텔 직원이 미성년자인 딸을 피해자로 오인해 경찰에 연락한 것이었다. 경찰은 “당신이 미성년 여아들을 주선하는 아동성애자라는 신고를 받았다”며 부녀를 따로 심문했다. 그는 “친아버지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질문공세를 펼치며 사실을 증명해보라고 말했다. 아동성애자라는 말을 들어야 하다니 믿기지 않았다”면서 “내가 잡혀갈 것이라 생각한 딸은 무서워서 눈물을 흘렸다.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이에 트래블로지 호텔측 대변인은 “우리 직원들은 영국 아동학대방지학회(NSPCC)의 지침에 따라 훈련을 받는다. 지금까지 적극적인 조치로 청소년들을 위험에서 보호해왔다"면서 "그러나 이번은 우리의 잘못이었다. 실수에 대해 즉각 사과했고 환불해줬다”고 해명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커밍아웃 켄워시, 남자친구·리폰과 입맞춤 “우리는 게이”

    커밍아웃 켄워시, 남자친구·리폰과 입맞춤 “우리는 게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미국의 프리스타일스키 대표선수 거스 켄워시(27)는 19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스키 남자 슬로프스타일에 출전하면서 남자친구인 매슈 윌커스(40·배우)와 가볍게 입맞춤을 나눴다.남자친구 윌커스는 “입만 갖다 댄 것”이라고 했지만 이 장면은 올림픽 주관방송사 NBC를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방송됐다. 켄워시는 경기 후 “(입맞춤이) 방송되는지는 몰랐다. 지난번 올림픽에서도 남자친구와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호모포비아를 물리치고, 장벽을 허물려면 이런 것이 필요하다. 내가 어릴 땐 그런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동성애자 운동선수와 그의 남자친구의 키스 장면이 수많은 시청자가 보는 올림픽 대회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됐다”며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남자친구 윌커스는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그 장면이 방송되면서 그런 모습이 더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수한 운동선수가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공개하고 자랑스러워하면서 남들이 뭐라 하건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은 더 나이 어린 동성애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CNN 역시 “상징으로 가득한 동계올림픽에서 또 다른 중요한 사건이 됐다”며 “켄워시의 성적은 챔피언 수준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그는 스키를 넘어 올림픽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2015년에 커밍아웃한 켄워시는 평창에서 엄지손가락이 부러진 상황에서 출전해 결선 최종라운드까지 진출했지만 최종 12위에 머물렀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도 출전 당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켄워시는 트위터를 통해 동성애자 선수인 아담 리폰(29)과의 우정도 드러냈다. 켄워시는 리폰의 볼에 뽀뽀하는 사진과 함께 “우리는 여기 있고, 우리는 게이다”라는 코멘트를 올렸다. 아담 리폰 또한 지난 12일 피겨 팀이벤트(단체전) 때 남자 프리에 참가해 동메달을 딴 뒤 인상깊은 소감을 남겼다. 아담은 ”내가 운동선수라서 기쁜 것은, 스포츠가 정말 좋은 것은, 출신이나 국적이 중요하지 않고 배경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동성애자라 여기에 있는 게 아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면서 ”자신을 감추지 않고 표현하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갖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확신이 없을 때만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내 스토리가 젊은 친구들에게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적도 바꾸고 짝도 바꾸고 집념의 사브첸코 드디어 올림픽 금메달

    국적도 바꾸고 짝도 바꾸고 집념의 사브첸코 드디어 올림픽 금메달

    세계선수권을 다섯 차례나 제패했지만 올림픽 금메달이 없어 한이 쌓인 알리오나 사브첸코(독일)이 우크라이나 국적을 버리고, 파트너도 바꾼 뒤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사브첸코는 역시 프랑스에서 국적을 바꾼 브루노 마소와 호흡을 맞춰 15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프리스케이팅에서 159.31점을 얻어 전날 쇼트프로그램(76.59점)으로 4위에 그쳤던 것을 만회하며 합계 235.90점으로 드디어 올림픽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조국 우크라이나 대표로 로빈 졸코비와 짝을 이뤄 2010 밴쿠버 올림픽과 2014 소치 올림픽에서 연달아 동메달에 머물렀던 사브첸코는 마소로 파트너를 바꾼 뒤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를 시작으로 무려 5수 끝에 따낸 금메달이다. 1999-2000시즌에 데뷔했으니 성인 무대에서 활동한 지 무려 19년 만에 꿈을 이룬 것이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아이스쇼에도 등장해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사브첸코는 페어스케이팅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2008∼09년, 2011∼12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2014년에도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두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 수집한 세계선수권대회 메달만 금메달 5개 등 10개에 이른다.수이웬징-한콩(중국)은 쇼트 82.39점으로 1위에 올랐지만 프리스케이팅 153.08점으로 3위에 머무르며 235.47점으로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단체전을 통해 이미 금메달을 하나 수확한 미건 뒤아멜-에릭 래드포드(캐나다)는 합계 230.15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뒤아멜은 국내 식용견 농장에서 구조된 개를 지난해 입양한 뒤 이번 대회를 마친 뒤에도 같은 개들을 데려갈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래드포드는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뒤 단체전 우승으로 커밍아웃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동메달을 추가했다. 한편 북한 피겨 유망주 렴대옥과 김주식은 기술점수(TES) 63.65점 예술점수(PCS) 60.58점으로 합계 124.23점을 받아 전날 쇼트프로그램 69.40점과 합쳐 193.63점을 기록했다. 쇼트와 프리, 총점 모두 개인 최고점을 갈아치우며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남녀 동성애자 구별법은 바로 이것

    남녀 동성애자 구별법은 바로 이것

    말레이시아 유력지 분석표 게재 논란 ..게이는 수염, 레즈비언은 손깍지 말레이시아의 한 유력 매체가 동성애자들을 구분 짓는 특징이라며 일종의 점검표를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 보도했다.말레이시아 일간 ‘시나르 하리안’은 최근 성적 소수자에 관한 기획성 기사에서 잠재적인 게이와 레즈비언을 구분하는 방법이라며 점검표를 게재했다. 기사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는 선호하는 수염 스타일, 의류 브랜드, 헬스장 이용 여부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이들이 헬스장에 가는 목적은 운동이 아니라 다른 남성을 탐색하기 위해서이며 잘생긴 남성을 발견했을 때 이들의 눈빛이 반짝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또 여성 동성애자는 서로를 껴안거나 손을 잡으며 남성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말레이시아에서 최근 동성애자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잇따르자 인권 활동가들은 성 소수자들에 대한 현지 매체의 보도 수위를 낮추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말레이시아의 유명 소셜미디어 활동가 아르윈드 쿠마르는 이 보도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며 “이 나라에는 다뤄져야 할 더 중요한 이슈가 많다”고 말했다. 쿠마르의 일성은 유튜브에 게재되고 나서 지난 24시간 동안 수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동성애자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살인 당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해 한 18세 남학생은 동성애자로 알려진 뒤 학교 친구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불에 타 숨진 채로 발견됐다. 몇 달 후 27세의 한 성전환 여성은 자신이 운영하던 꽃집에서 흉기와 총기 공격을 당했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에서는 동성애가 불법이다. 이 나라에서 동성애자로 기소되면 식민지 시대 때 제정된 ‘남색 법’(sodomy law)에 따라 징역 2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게이 피겨 선수 아담 리폰이 평창에서 남긴 멋진 소감

    게이 피겨 선수 아담 리폰이 평창에서 남긴 멋진 소감

    ”내가 동성애자라 여기에 있는 게 아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자신을 감추지 않고 표현하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미국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아담 리폰(29)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자 프리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뒤 남긴 소감이 화제가 되고 있다. 리폰은 지난 12일 피겨 팀이벤트(단체전) 때 남자 프리에 참가해 동메달을 땄다. 2016년 ISU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는 남자 싱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폰은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한 소감을 전했다. 리폰은 “남들과 다른 날 인정한 채 날 표현하고 내 정체성을 드러냈던 것이 지금에 와서 인정을 받는 것 같다”면서 “그냥 아이처럼,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때 진짜 나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모두와 함께 공유할 때 자신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사람은 내게 ‘사실 너가 넘어지길 바란 적이 없었어”라고 하더라”며 ”누군가는 나를 지지하고 누군가는 부정적으로 대한다. 인정한다. 지금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난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정을 갖고 있다. 사람들과 함께 뜨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또 올림픽 선수로서 열정을 가지고 운동한다”고 말했다.아담은 ”내가 운동선수라서 기쁜 것은, 스포츠가 정말 좋은 것은, 출신이나 국적이 중요하지 않고 배경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동성애자라 여기에 있는 게 아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면서 ”자신을 감추지 않고 표현하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갖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확신이 없을 때만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내 스토리가 젊은 친구들에게 귀감이 되길 바란다”는 특별한 말을 남겼다. 아담 리폰은 미국 남성 동계올림픽 선수 중 최초로 게이임을 공개한 ‘꽃미남 스케이터’다. ‘피겨여왕’ 김연아와 함께 브라이언 오셔 코치 아래서 훈련한 인연으로 아이스쇼에도 초청돼 김연아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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