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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울경 특별연합 활성화 방안은?…부산시·한국정치학회 토론회

    부울경 특별연합 활성화 방안은?…부산시·한국정치학회 토론회

    전국 첫 초광역 협력 사례로 주목을 받았지만, 민선 8기가 출범하면서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인 부울경 특별연합의 현황과 과제를 점검하는 토론이 열렸다. 부산시와 한국정치학회는 24일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지방선거 이후의 지방정치와 특별연합’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4월 전국 첫 초광역 협력체인 부울경 특별연합을 출범하기 위한 합동추진단이 설치됐지만, 6·1 지방선거로 민선 8기가 들어서면서 특별연합 출범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단체장이 바뀐 울산과 경남은 특별연합 출범에 따른 손익을 따지는 자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울산은 부울경 특별연합의 속도를 늦추는 대신 포항·경주와 결성한 행정협의체인 ‘해오름 동맹’을 가칭 ‘해오름 연합시’로 격상하기로 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최근 관련 특별법을 먼저 제정해 정부의 사무·재정권을 특별연합으로 이양하는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하자고 제안하면서 ‘속도 조절론’을 펴고 있다. 그런 만큼 이날 토론도 부울경 특별연합의 현황과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부울경 메가시티 논의의 재고찰’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중앙대 장혜영 교수는 “자동차, 조선, 화학, 기계 등 동남권 산업 생태계의 연계가 높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부울경 특별연합의 당위성이었는데, 협력보다는 경쟁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보다 울산은 재정자립도가 높고, 경남은 재정자주도가 높은 점을 들어 부산과의 협력에 소극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정자립도는 전체 예산 중 자체 세입의 비중을 뜻하고, 재정자주도는 전체 세입 중 목적이 정해지지 않아 재량대로 쓸 수 있는 재원의 비중이다. ‘메가시티와 지역협력의 거버넌스’를 주제로 발표한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우리나라 성장 동력이 경부축 중심에서 서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성장의 질 저하, 지방 소멸 등 문제가 생겼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동남권을 중심으로 성장 잠재력을 활성화해야 하므로, 특별연합은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차 교수는 “주민은 특별연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기능적인 통합이 일어나기 힘들다. 거버넌스를 구축해 위로부터의 통합과 아래부터의 통합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특별연합의 가입과 탈퇴가 비교적 자유로워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 박 지사의 특별법 선 제정 제안이 ‘시간 끌기’라는 일각의 시선도 있지만, 특별법 제정 또한 서둘러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호스피스 병동서 마지막 연주회 연 ‘말기암’ 바이올리니스트

    호스피스 병동서 마지막 연주회 연 ‘말기암’ 바이올리니스트

    “잠깐 바이올린을 연주해도 될까요?” 2년 전 간세포암을 진단받은 바이올리니스트 정승혜(46)씨는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서남병원 완화의료센터에 입원했다. 음악 치료 시간에 기타 연주를 듣다 문득 집에 두고 온 바이올린이 떠올랐다. 승혜씨는 지난 16일 김종민 사회복지사와 상담하던 중 “마지막으로 음악 치료 시간에 바이올린을 켜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하지만 암세포는 폐로 번져 움직이기도 힘든 상태였다. 20여년 동안 바이올린을 연주한 승혜씨지만 손가락 힘이 무뎌지고 호흡도 점차 가빠져 연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다. 초연 시절부터 참여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도 병세가 악화돼 지난 7월엔 무대에 서지 못했다. 문나연 완화의료센터장 등 병원 관계자들은 고민 끝에 승혜씨를 위한 연주회를 열기로 했다. 곧바로 사흘 뒤로 날짜를 정했다. 사회복지센터 등에서 함께 음악 봉사활동을 하던 연주자들도 한걸음에 달려왔다. 호흡을 맞출 새도 없이 곡을 골랐다. “요즘은 트로트가 대세”라는 언니의 조언에 ‘내 나이가 어때서’를 앙코르곡으로 정했다. “공연이 취소될까 걱정도 했다. 어머니에게는 당일까지 알리지 않았다”고 승혜씨는 회상했다. 그렇게 승혜씨는 지난 19일 휠체어에 앉은 채로 두달만에 바이올린을 잡았다. 객석에는 침대에 누운 채로 나온 환자도 보였다. 자신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사, 간호사, 청소노동자부터 오랜 친구들과 가족들을 눈에 찬찬히 담았다. 공연이 끝난 뒤, 승혜씨는 자신의 바이올린을 악기상에 떠나보냈다. “음악을 빼면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큰 선물을 받았다. 수업을 미루고 온 친구도 있었고, 가족들도 한자리에서 만났다. 이번에 연주한 곡 ‘행복을 주는 사람’처럼 모두가 내게 그런 사람이다.”
  • 앞에선 ‘협치’ 손 맞잡고 뒤에선 여전한 새만금 ‘땅따먹기’

    앞에선 ‘협치’ 손 맞잡고 뒤에선 여전한 새만금 ‘땅따먹기’

    새만금 관할권을 둘러싼 지자체의 갈등이 이전보다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 동서도로 관할권 문제가 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엔 신항만 관할권 갈등이 불붙을 태세다. 인접 시군마다 앞에선 협치를 앞세우면서 뒤로는 땅따먹기에 몰두하고 있어 제2차 영토 전쟁이 예상된다. 전북도는 지난 22일 전북도청에서 김관영 도지사, 강임준 군산시장과 정성주 김제시장, 권익현 부안군수 등이 함께 민선8기 첫 새만금 행정협의회 개최하고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논의를 공론화했다. 행정구역 분할을 놓고 시군이 첨예하게 대립하면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돼야 할 새만금이 되려 사회갈등의 원인이 될 거라는 우려에 따라 협치에 나선 것이다. 이날 참석한 단체장들은 행정구역 귀속지를 둘러싼 법정다툼을 피하고 신속한 개발에 나서겠다며 손을 맞잡았다. 그러나 이같은 구호와 달리 해당 시군들은 여전히 관할권 욕심의 끈을 놓지 못한 분위기다. 최근 해양수산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토지와 비안도 어선보호시설에 대한 지적공부 등록을 추진, 새만금 신항만에 대한 관계 시·군간 관할권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할권 확보를 위한 근거자료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김제시는 최근 ‘새만금 신항만 및 해양공간 등 행정구역 확보 대응전략 연구용역’을 입찰 공고했다. 신항 관할권 관련 김제시 중심의 각종 논리를 개발하고 행안부 중분위 심의 및 대법원 소송을 대비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판단된다. 군산시도 내부적으로 관할권을 가져오기 위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군산시 관계자는 “새만금은 선개발 후 행정구역 논의가 우선”이라면서도 “만일을 대비해 논리개발 등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한편, 새만금 신항은 3조2,476억원이 투입돼 2040년까지 부두 9선석이 구축될 예정이다.
  • ‘섬진강 범람’ 영호남 4개 시군, 관광벨트 조성으로 똘똘 뭉친다

    ‘섬진강 범람’ 영호남 4개 시군, 관광벨트 조성으로 똘똘 뭉친다

    2020년 8월 섬진강 범람으로 홍수 피해를 입었던 4개 시군이 관광벨트 단지 조성을 위해 똘똘 뭉쳤다. 섬진강 하류 곳곳이 물에 잠겨 큰 피해를 입었던 지자체들이 손을 잡고, 초광역 섬진강권 통합 관광벨트를 만들어 관광 거점으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전남 광양시와 구례·곡성군, 경남 하동군 등 4개 지자체는 2년전 여름 발생한 유례없는 홍수 피해를 입은 섬진강권의 재도약 계기 마련을 위해 섬진강을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조성하는데 합의하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2월 지자체간 관광자원을 연계한 단일 관광 경제권역 조성을 통해 낙후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힘을 보태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실무추진단을 구성한 후 지난해 10월 섬진강권 통합관광벨트 조성계획 수립을 완료했다. 발굴된 사업 중 일부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수립하는 남부권 관광개발계획 기본구상에 반영되는 성과도 거뒀다. 사업명은 ‘섬진강 스테이 네트워크 구축’으로 247억원이 기본 구상에 포함됐다. 교통과 숙박을 연계한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섬진강 하류 100㎞ 구간에 각 지역별 핵심 연계 거점을 조성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들 4개 시군은 남부권 관광개발 사업과 별개로 문체부에 섬진강권 통합관광벨트 조성사업을 포함한 5500억원 규모의 ‘지리산·섬진강 영호남 동서내륙 관광벨트 사업’을 적극 요구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핵심공약에 선정된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9일 이들 4개 지자체장과 업무 담당 실과장 등은 구례군에 위치한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에서 정책 간담회를 갖고, 더 강력하게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순호 구례군수만 재선으로 정인화 광양시장, 이상철 곡성군수, 하승철 하동군수가 새로 취임한 만큼 서로 얼굴을 맞대고 추진의지를 다지는 결의문도 작성해 발표했다. 섬진강권 통합관광벨트 조성 사업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4개 지자체장이 섬진강권을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발전 시켜나가는 것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는다는 내용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행정 지원, 재원 확보 등 대정부 활동에 각 지자체장이 공동 참여한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남부권 광역 관광개발 계획 확대를 위해 문체부에 2117억원의 예산을 반영해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다”며 “섬진강 관광시대 선포식을 열고, 4개 시군 주요 관광지 연계할인제 등 공동사업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다정한 왼손/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다정한 왼손/미술평론가

    ‘돈키호테’ 2편 43장에서 돈키호테는 시종 산초에게 수신제가에 대해 설교를 늘어놓다가 이런 말을 한다. “글을 읽을 줄 모르거나 왼손잡이인 인간은 비천하기 짝이 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났든가 그 자신이 삐뚤어지고 구제 불능이라서 남의 가르침을 듣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기사담에 파묻혀 지내다가 살짝 맛이 가서 자신도 책에 나오는 기사처럼 돼 보겠다고 가출하기는 했으나 돈키호테는 지극히 상식적인 도덕관을 지닌 16세기 스페인의 시골 양반이다. 그런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니 왼손잡이에 대한 당대의 일반적 의견이라 해도 무방하다. 사람들은 왜 왼손잡이를 싫어했을까? 고대 철학자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상만사를 몇 개의 개념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기를 좋아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우주의 구성 요소를 남성과 여성, 빛과 어둠, 선과 악, 오른쪽과 왼쪽 등 열 개의 대립항으로 나누었다. 기독교 문화도 이를 이어받아 왼쪽을 혼란, 죄악과 짝 지웠다. 미술은 그런 이분법적 사고를 시각화했다. 그림에서 이브는 왼손을 내밀어 선악과를 따고, 음탕한 악마는 벌거벗은 처녀의 왼쪽을 공격한다. 이런 가운데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통치자 로렌초 데메디치는 대담하게 왼쪽 옹호론을 펼쳤다. 로렌초는 오른손이 무기를 들어 공격하는 손, 압제적이고 변덕스러운 손이라면 왼손은 온화하고 품위 있는 손, 사랑의 활을 당기는 손이라고 주장했다. 봉건귀족처럼 전사가 아니라 머리를 쓰는 사업가였던 로렌초는 왼손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통치를 평화와 사랑의 이미지로 감싸려고 했다. 왼쪽이 지닌 부정적 개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중립적으로 돼 갔다. 하지만 무의식을 탐구하기 위해 왼손을 사용하는 초현실주의, 왼손을 통제하는 우뇌를 주관성, 감성과 결부시키는 오늘날의 심리학자에 이르기까지 피타고라스학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근대 회화도 왼쪽이 오른쪽보다 유혹적이라는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인상주의 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그림에서 한 여성이 왼쪽 어깨와 등을 활짝 드러낸 채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 [자치광장] 서울을 이끄는 첨단 관문도시 금천으로/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

    [자치광장] 서울을 이끄는 첨단 관문도시 금천으로/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

    ‘살 만한’ 도시를 넘어서 ‘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도시를 구현하는 수단으로 ‘어메니티’(Amenity)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어메니티는 사랑 또는 쾌적함을 뜻하는 라틴어 ‘아마레’(Amare)에서 유래돼 ‘쾌적하고 매력적인 환경’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도시 어메니티는 도시의 역사를 보존함으로써 또 다른 문화를 만들고, 환경을 보전해 주민에게 쾌적한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 나아가 도시의 생활자원과 다양성을 발전시켜 여러 계층의 인구 유입을 가능하게 해 준다. 어메니티의 관점에서 금천은 주민들의 쾌적한 일상과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지역개발을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금천구는 1970~80년대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시흥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형성된 도시이다. 30여년간 저층 주거지의 노후화가 가속화되고 동서 간 불균형 발전으로 주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금천구가 더이상 서울의 변방이 아닌 서남권 관문도시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 인프라 개선을 통한 동서 간 균형발전이다. 2025년 개통을 앞두고 있는 신안산선 구축사업은 순항 중이다. 아울러 9500여개 기업체와 약 10만명의 종사자가 근무하는 G밸리의 관문인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증축과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출입구 신설 등은 금천의 생활 자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전망이다. 그러나 동서 간 도로 개설, 금천구와 광명시를 연결하는 경전철 난곡선 연장, 그리고 인천지하철 2호선 연장사업 등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다. 경전철 난곡선의 금천구청역 연장사업은 금천의 동과 서를 잇는 획기적인 교통인프라 사업으로 주민들의 대중교통 편의를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인천과 경기 시흥·광명시, 서울 관악·금천구를 잇는 인천지하철 2호선 연장사업은 금천을 철도혁명 도시로 변모시킬 것이다. 철도 건설 사업은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요돼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백년대계의 마음으로 빈틈없이 진행해 서울을 이끄는 첨단 관문도시 금천이라는 타이틀을 얻도록 추진할 것이다. 어메니티의 다양한 해석 중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 금천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늦게 지정된 자치구로 그만큼 개발도 늦어져 교통·교육·문화 등의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러나 금천만의 장점은 타 자치구에 비해 지역사회 응집력이 매우 높은 공동체라는 점이다. 주민자치와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금천에 마땅히 있어야 할 교통 인프라가 보다 확충돼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로 부상할 수 있도록 도시 어메니티를 개선하겠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어느 포수의 공적인 삶/북튜버

    [정승민의 막론하고] 어느 포수의 공적인 삶/북튜버

    광복절이 지났지만 한 독립운동가를 찾는 열기는 외려 뜨거워지고 있다. 청년 안중근의 행동과 고뇌를 다룬 작가 김훈의 소설 ‘하얼빈’은 주요 도서 사이트마다 고공비행 중이다. 때마침 직전 대통령도 휴가철 읽을거리로 추천하면서 당분간 인기가 식지 않을 것 같다. 민족의 사표이자 구국의 상징이 된 인물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기란 쉽지 않다. 대중이 기대하는 모범답안과 다를 경우 후폭풍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작가 살만 루슈디는 예전 작품에서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피습당했다. 신앙이든 민족이든 희생과 헌신을 한 위인에겐 제아무리 표현의 자유라도 우선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완고하다. 흥미롭게도 작가는 안 의사에 매료된 이유를 직업으로 꼽았다. 하얼빈 의거에 관한 신문조서에서 안중근은 포수이자 무직이라고 답하고 있다. 함께 체포된 동지 우덕순은 담배를 판다고 했다. 망국이 코앞인데 ‘정규직’ 대신과 관료는 온데간데없고 맨발의 청춘들이 분연히 저항한 셈이다. 일본에 끝까지 싸운 의병이나 독립군도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신사유람단이나 해외유학생으로 왕실의 혜택을 받은 최고의 엘리트들은 일찌감치 조선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일제의 끄나풀로 변신해서 특권과 이권을 보장받으려 한 것이다. 고종에서 메이지로 주군을 갈아타면서 작위와 은사금도 받아냈다. 나라야 망하든 말든 기득권을 유지해 냈으니 탁월한 현실주의자들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공공성이라는 기준으로 일반인과 엘리트를 가르는 것은 무효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철학자 칸트는 공과 사에 대한 타성적 구별을 뒤엎는다. 이성을 공적으로 쓰는 사람은 민간인 학자인 반면 공직에 종사하는 관료는 사적으로 이성을 행사한단다. 정책과 법률을 담당한다고 저절로 공적인 존재가 되지는 못한다. 대신 객관적 진리를 추구하는 연구자가 공리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가만히 따져 보면 직함을 갖고 있는 공인들은 소속된 조직이나 기관의 논리와 이해를 대변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개별 집단의 권익이 공공의 이익으로 포장되고 거기에 개인적 사익까지 곁들일 경우 공이 사로 흑화(!)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반대로 사냥꾼 겸 하얀손인 안중근은 어떻게 불멸의 공적 존재가 되었을까. 먼저 그는 남의 머리로 생각하지 않았다. 자서전 ‘안응칠 역사’에선 동서양의 학문과 종교로 단련된 지적 경로가 뚜렷하며 미완성의 유작 ‘동양평화론’은 칸트의 ‘영구평화론’과 방불하다. 특히 현재의 유럽연합처럼 당대에 한중일 삼국 우호체제를 만들기 위한 독창적 아이디어들은 민족주의에 가려졌던 의사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단순한 행동주의자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 의사의 사고는 현장에서 다져졌다. 외국인 신부와 전도 활동을 다니고 각국을 전전하면서 민족계몽과 무장투쟁을 병행했던 지행일치 타입이다. 좌절과 패배의 경험을 독자적인 평화의 이념과 방안으로 숙성시켰다. 무사(無私)한 마음을 견지하면서 이토를 향해 당긴 방아쇠는 사상가 안중근의 이성이 공적으로 발휘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목숨을 버리고 의를 취한 살신성인’이라는 당시 일본 언론인의 평가도 공적 행위임을 칭송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다 안중근이 되기를 요구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공익에 복무하겠다고 나서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은 의사의 삶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이 속한 조직의 논리와 입장만 무비판적으로 답습한다면 사적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니 자체적으로 당보다 나라, 윗분보다 국민을 우선하자는 캠페인을 펼치면 좋겠다. 아무리 ‘빈말’에다 ‘쇼’라고 해도 보다 높은 가치를 설정하면 그나마 지금보다 나빠지지는 않으니까.
  • 세금, 국가와 국민 4500년간의 도전과 응전

    세금, 국가와 국민 4500년간의 도전과 응전

    흡혈귀의 대명사 드라큘라는 실제 인물을 소재로 탄생했다. 루마니아의 전신이라 할 발라히아 공국의 블라드 3세 공작이 주인공이다. 그는 흔히 ‘가시공(公)’으로 불린다. 사람을 꼬챙이에 끼워 죽이는 잔혹한 공포정치로 얻은 별명이다. 당시 발라히아의 지배계층이었던 독일계 상인들이 과도한 세금에 항거하자 그는 수많은 사람을 꼬챙이에 끼워 죽였다. 세금이 드라큘라라는 소설 속 캐릭터를 이끌어 낸 셈이다.세금은 국가의 동력이다. 혈액에 견줄 만하다. 그런데도 세금을 걷는 쪽과 내는 쪽은 늘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그려진다. 심지어 세금 징수를 흡혈로 묘사하기도 한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성서 마태복음(21장 31절)은 “세리들과 창기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리라”라고 적고 있다. 마태복음을 쓴 이가 세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구절은 ‘세금 징수는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고, 정직하게 그 일을 해냈다면 천국에 간다’는 뜻으로 읽힌다. 새 책 ‘세금의 흑역사’는 이처럼 국가와 국민 간의 끝없는 도전과 응전이었던 세금이 어떻게 역사 속에 기록됐는지, 과거 사건들은 현실의 세금 문제 해결에 어떤 단서를 제공했는지 등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세금 정책은 동서와 고금을 무시로 오간다. 애덤 스미스가 “사람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기술만큼 한 정부가 다른 정부에서 더 빨리 배우는 기술은 없다”고 단언할 만큼 각국 정부는 항상 다른 나라들의 세금 정책을 ‘기쁘게’ 들여왔다. 대표적인 게 1967년 등장한 부가가치세다. ‘천재적인 세금’이라 불리는 부가가치세의 기원은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다. 생산 단계마다 과세하는 이 세금은 상품 서비스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왜곡이 적은 방법으로 더 큰 세수를 창출할 수 있게 했다. 부가가치세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미국 등을 제외한)로 퍼져 나갔다. 기원전 2500년 당시의 세금 납부 영수증이 수메르의 점토판에 기록으로 남은 이후 인류는 모든 시대와 장소에서 세금과 숨바꼭질을 벌여 왔다. 지금도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케이맨제도의 5층짜리 ‘어글랜드 하우스’엔 1만 2000개 회사가,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건물엔 무려 28만 5000개의 회사가 입주해 있다고 한다.그렇다고 피할 궁리만 하는 건 아니다. 세금의 필요성엔 누구나 공감한다. 문제는 징수의 균형과 공정이다. 정부가 오토바이에 세금 우대정책을 펴자 뒷좌석을 8명까지 탈 수 있게 개조한 인도네시아처럼 가벼운 공방전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일본의 시마바라 학살 사건에서 보듯 영주가 조세에 저항하는 1만 7000여명의 주민을 화형시켜 저잣거리에 효수하는 비극으로 치닫기도 한다. 극빈자들에게 몸에 들끓는 이를 세금 대신 걷은 잉카제국, 수염세를 만든 러시아 표트르 대제처럼 생뚱맞은 사례들도 있다. 물론 모두 나름의 시대적 이유가 있다. 잉카의 경우 누구든 어느 정도의 세금은 내야 한다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고, 귀족을 억제할 의도로 매겼던 수염세는 오늘날 탄소세의 기원이 됐다. 미래도 그렇다. 로봇세, 유전자세처럼 현재 시각으론 황당해 보이는 정책도 고령화가 심화되고 복지가 강조되는 미래엔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세금은 보통 정의의 관점에서 다뤄진다. 그래서 세금 이야기는 늘 무겁고 어렵다. 한데 책은 정의를 말하면서도 현학적이거나 딱딱하지 않다. 농담과 풍자를 잘 버무려 꿀꺽꿀꺽 넘어가게 만든다.책은 5부로 구성됐다. 1부에선 세금 징수의 역사와 에피소드, 2부는 과세의 공정성, 3부는 세금을 회피하는 기발한 노력들, 4부는 정부가 내놓은 당근과 채찍, 5부는 조세정책의 공과와 미래에 대한 교훈을 각각 조명한다.
  • 당진발전소, 선순환 생태계 조성 성과공유

    당진발전소, 선순환 생태계 조성 성과공유

    한국동서발전㈜ 당진발전본부는 송악문화스포츠센터에서 ‘당진시 사회적 경제기업 유통역량강화 교육·컨설팅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성과보고회는 사회적경제기업 10곳과 진입 예정기업 7곳을 대상으로 지난 1월부터 4개월간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진행된 성과 공유를 위해 마련됐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기존 사회적경제 기업이 단순 수익 중심에서 사회적가치 중심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한 점이 주요 성과로 꼽혔다. 조재웅 당진시사회적기업 협의회장은 “교육으로 여러 사회적기업이 지역민을 대상으로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사회 공헌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진발전본부는 사회적경제기업을 비롯해 지역 취약계층 지원 등 지역사회와 상생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 “ㄴ자형 반도체 벨트로 실리콘밸리 능가하는 도시 건설”

    “ㄴ자형 반도체 벨트로 실리콘밸리 능가하는 도시 건설”

    경기 용인특례시 기흥구에 조성될 용인 플랫폼시티에서 처인구 원삼면 반도체클러스터로 연결되는 ‘ㄴ자형’ 반도체 벨트가 조성된다. 이상일 시장은 18일 취임 50일을 맞아 언론브리핑을 열고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민선 8기 용인특례시의 전략을 발표했다. 이 시장은 기흥구 보정동 일대에 들어서는 용인 플랫폼시티에서 처인구 원삼면에 들어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연결하는 ‘ㄴ자형 반도체 벨트’로 견고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반도체 벨트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업체인 램리서치와 서플러스글로벌, 소·부·장 특화단지인 제2용인테크노밸리 등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벨트는 반도체 고속도로(민자) 건설과 국지도 57호선 확장, 경강선 연장 등을 통해 용인 서부의 남북과 용인의 동서를 반도체 관련 기업들로 채우는 것이 핵심이다. 화성시 봉담읍부터 용인(기흥~남사~이동~원삼~백암~일죽)을 지나 충주까지 73㎞를 잇는 반도체 고속도로는 이 시장의 공약과 관련된 사업이다. 이 시장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교통망 확충이 필수”라며 “용인을 동서로 관통하는 반도체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고속도로 주변에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입주로 용인의 반도체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고,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글로벌 반도체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용인 플랫폼시티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해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연구 허브로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시장은 “플랫폼시티에는 10만㎡ 규모의 산업시설용지를 이용해 연구·개발과 일부 제조까지 가능한 반도체 소·부·장 전용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라면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에도 반영돼 있는 만큼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원삼면에 조성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소부장 기업이 개발한 기술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반도체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용인시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시장은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과 관련해 민관 협력을 통해 교육과정을 단계별로 운영하고 마이스터고등학교 설립, 관내 대학 계약학과 개설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를 추진할 제도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가칭 ‘반도체 산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할 방침이라고 이 시장은 밝혔다. 이 시장은 “반도체 밸리가 순조롭게 조성되면 용인에선 1300여 기업이 자리를 잡을 것이며 7만3000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5000만원으로 75% 증가하고, 수출 규모에서는 경기도 1위,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현재 전국 7위에서 5위까지 상승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 확대에 주력할 것이며, 특히 경강선 연장, 용인 플랫폼시티 광역교통개선대책 추진, 국지도 28호선 조기 착공, 고기교 확장 등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경강선 연장은 23개 노선과 함께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추가 검토 사업으로 분류돼 있지만, 추가검토사업이란 말 자체가 과거에는 희망고문이었다”며 “2~3년 안에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심의가 열려 경강선 연장이 채택될 수 있도록 해 희망고문이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표절이다” ‘中 한류열풍’ 허난설헌 괴롭힌 그 시비들 [클로저]

    “표절이다” ‘中 한류열풍’ 허난설헌 괴롭힌 그 시비들 [클로저]

    허난설헌, 살아서도 죽어서도 오해도교 색채 짙었던 그의 작품들그릇 작은 시대가 이해하기엔 무리“나이 스물일곱 살에 아무런 병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서 집안 사람들에게 ‘금년이 바로 3과 9(3X9)의 수에 해당하니 오늘 연꽃이 서리에 맞아 붉게 되었다 하고 눈감았다.” 조선 사대부 시절 중국서 한류열풍을 일으켰던 허난설헌의 죽음에 대한 기록입니다. 허난설헌의 집안이 도교 색채가 강했고, 그의 작품에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된 것을 보아 신격화된 기록일 수도 있겠죠. 혹은 자살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허난설헌은 1563년(명종 18년)양반집안서 ’초희‘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27세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400년 전 중국서 오직 실력으로 한류열풍을 일으켰던 허난설헌, 그는 남녀 유별이 엄격했던 조선에서 살아서도 죽어서도 논란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의 남동생 허균의 다른 자아였을 거라는 주장은 오늘날까지도 진짜인 것처럼 퍼져있기도 하죠. 허난설헌의 작품은 당시 여성 시인들의 작품이 유행하던 중국서 빠르게 퍼졌습니다. 허균이 명나라 사신들과 교류하며 이들에게 조선의 여러 작품을 전파했는데, 이중 허난설헌의 시도 있었죠. 이에 따라 1600년 출판된 ’조선시선‘(오명제)에 그의 시가 소개됐습니다. 이어 ’긍사‘(반지긍), ’명원시귀‘(종성)은 허난설헌의 시가 대부분인 채로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조선 땅서 살아 생전 홀대받았던 허난설헌의 작품이 중국서는 높은 인기를 구가한 것입니다. ● 역수입된 조선 여인의 글 “낭군께선 본래부터 무심하신 분 동접들은 어떤 분들이시기에 이간질이실까?” 허난설헌 남편 김성립의 친구였던 문장가 신흠의 기록입니다. 이에 따르면 허난설헌은 김성립이 기생방에서 놀고 있다던 거짓말에 이렇게 응수하며 술을 보냈다고 합니다.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호방함을 가졌던 허난설헌은 평생을 오해받아야 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 널리 퍼졌던 허난설헌의 작품들이 조선으로 역수입되면서부터입니다. 허균이 역적으로 몰려 죽은 후, 동서 지간이던 이수광은 허난설헌의 시중 일부가 당나라 시인 조당의 시를 베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광한전백옥루상량문‘은 허균이 지은 것이라고 우겼죠. 앞서 허난설헌에 대한 기록을 남겼던 신흠도 허난설헌의 시 중 절반 이상이 표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 주장의 상당 부분이 허균의 시를 끼워 넣은 것이라는 맥락이었죠. 즉, 남성만이 시를 지을 수 있다던 당대의 시각을 반영해 논리가 빈약한 주장을 읊었던 것입니다. 허균이 역적으로 몰려 사망한 후라 그와 거리를 두어야 했겠지만, 그 공격 대상이 여성인 허난설헌이 돼야 했고, 오늘날까지 그 주장이 영향을 끼쳐 허균의 작품이라는 설이 도는 것을 보면 씁쓸한 부분이죠. ● 표절, 남동생 작품 주장 허점은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허난설헌은 자신을 괴로움을 시로 풀었을 뿐, 활동을 한 적이 없으며, 27세 젊은 나이에 죽으면서 자신의 작품들을 태우라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무서운 정치란 것이, 이미 죽은 창작자를 한 번 더 죽인 것이죠. 이 때문에 난설헌집의 대다수 작품이 습작이었다는 점이 이러한 논란을 더 부추겼습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불탔기에, 허균이 지닌 난설헌집엔 허난설헌 혼자만의 습작품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죠. 또한, 당대 중국 시를 가져다 재창조하는 의고시가 유행했던 영향도 있습니다. 또한 그의 작품엔 여성으로서 느끼는 답답함이 한껏 들어가 있어, 허균의 창작품으로 볼 수 없다는 해석도 힘을 얻습니다. ● 후대로 이어진 논란 허난설헌은 이미 혼인한 여인이 다른 남성을 사모했다는 우스운 오해도 받아야 했습니다. 오늘날에야 혼인한 남성, 여성이 당대 유명한 작품에 빠지는 것이 흠이 아니지만 16세기 조선에서 여성이 당나라 시인 번천 두목을 사모했다면, 논란이 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죠. 허난설헌의 집안은 허균과 함께 시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자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등 당시로선 깨어있는 집안이었습니다. 허난설헌의 자는 ’경번‘이라고 지어졌는데, 이것이 당나라 시인을 사모해 지은 이름이라는 설이 조선에서 제기된 겁니다. 이 때문에 허난설헌은 되도 않는 오해를 받아야 했죠. 또한, 허균의 기록에 따르면 허난설헌의 호인 난설헌은 그가 직접 지은 것이지만 자는 누가 붙인 것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즉, 당대의 순리대로 아버지가 지었을 지점이 존재합니다. 또한, 김성립의 주변인들이 당나라 시인과 엮어 김성립을 놀렸던 것에서 이 논란이 시작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다만 이들이 10대에 결혼했으므로, 이는 어린 장난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실인 것처럼 변질된 것이죠. ● 홍대용·박지원조차 치우친 기록 홍대용, 박지원 등 실학자조차 이를 오해해 “저 생에서 두목을 따루고 싶네”라거나 “경번이라는 이름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기록을 남기는 등 답답한 오해가 이어집니다. 다만 경번이라 함은, 도가 사상에 젖어있던 허난설헌이 중국 선여 번고에서 따왔다는 설이 더 유력합니다. 허난설헌은 작품 속에서 도교적 색채를 자주 드러냈고, 유선시를 통해 이를 노래했죠. 도술이 뛰어나며 남편과 관계가 좋았던 그 선녀처럼, 노니고 싶다는 의미였겠죠. 동일시의 대상은 이 선녀였다는 해석이 더 힘을 얻습니다. 중국에선 경번을 이름이나 호로 오해하고 있으며, 후대에 관련된 추측들이 이어집니다. 신사임당과 허난설헌, 강릉서 태어난 이 유사한 여인들의 삶과 그 후 평가는 왜 달랐을까요. 친정에 머무른 시간, 바느질 실력, 여러 차이가 있습니다만 이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신사임당의 아들은 율곡 이이라는 점, 허난설헌의 남동생은 허균이었다는 점이죠. 두 인물의 길은 아주 다릅니다. 정치란, 옛날에도 아주 무서운 것이었죠. 
  • [김균미 칼럼] 참을 수 없는 ‘말’의 가벼움/편집인

    [김균미 칼럼] 참을 수 없는 ‘말’의 가벼움/편집인

    말이란 한 번 입 밖으로 나오면 주워 담을 수 없다. 공인(公人)의 말은 더더욱 그렇다. 국민의 일상과 기업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은 발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말이란 본인 의도와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수시로 소환되기에 언론과 남 탓하기 전에 적확한 단어는 물론 뉘앙스까지 신경 써야 한다. 흔히들 말과 글이 사실과 다르면 바로잡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대중은 후자에 별로 관심이 없다. 때문에 처음이 중요하다. 정치인들은 개념 없는 막말로 논란이 생기면 변명부터 늘어놓는다. 자신이 내뱉은 말에 사과하는 정치인도 드물지만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과는 역풍만 불러온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진대 정치인의 막말, 실언, 새털보다 가벼운 말이 끊이지 않는다. 금세 잊히고, 지지층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총선까지 아직 멀었다는 오만한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인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지난 11일 폭우 피해 복구 현장에서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의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는 발언은 할 말을 잃게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즉각 윤리위원회 회부 방침을 밝혔다. 징계가 흐지부지되지 않나 주시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많다”거나 “의원 욕하는 플랫폼 만들자”는 말도 비판을 받았지만 지나가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주 24%까지 떨어졌던 여러 이유 중 하나도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내놓은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다.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특히 윤핵관(윤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을 겨냥해 감정적 발언을 쏟아냈다. ‘양두구육’과 자신을 “‘이×× 저××’ 하는 사람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윤핵관에게 나를 때리라는 지령 역할” 등 날 선 발언은 정치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또 “이준석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배은망덕한 대통령”이라고 윤 대통령을 비판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말에는 헛웃음만 나온다. 고물가에 고금리, 경기침체 우려에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까지 겹쳐 국민은 신음하고 있는데 정치권의 참을 수 없는 말들의 가벼움은 선을 넘었다. 말로만 민생, 국민을 찾을 뿐 온 신경은 당권 경쟁, 정치적 생존에 쏠려 있다. 정치인에게는 비전과 능력이 중요하다. 이에 못지않게 국민과 공감하고 설득하는 소통 능력도 필요하다. 국민 눈높이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정책을 수립해야겠지만 고통 분담이 불가피하다면 공론화 과정을 통해 설득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말이고 글이다. 그런데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으면 뭘 할 수 있겠나. 올 1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게 “말수 줄이고, 어투와 행동 다 바꾸라”고 쓴소리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블로그에 ‘이준석을 위로함’이라는 제목으로 5000자가 넘는 긴 글을 올렸다. “상대방 인격에 치명타를 가하면서 자신의 도덕적 수준까지 의심케 하는 발언”은 하지 말고 “아무리 서운해도 지도자라면 일정 선 이상 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며 말의 품격과 공적 책임감을 강조했다. 30대 여당 대표 한 명에게만 하는 고언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과 관련한 경구가 많은 건 그만큼 제대로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말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감의 도구인 동시에 공격과 분열의 수단이기도 하다. 정치인의 가벼운 말을 더는 인내할 수 없는 이유다.
  • 전북지역 이틀간 비 피해 24건 접수…인명피해는 없어

    전북지역 이틀간 비 피해 24건 접수…인명피해는 없어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전북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주택과 도로, 차량 등이 침수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16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24건의 호우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 4시23분쯤 정읍시 이평면 무룡마을에서는 강풍으로 마을회관과 주택 등 건물 2채의 지붕이 파손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오전 5시 4분쯤 완주군 이서면 농촌진흥청 인근 도로에서는 차량이 침수, 차량에 갇힌 운전자가 119구조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군산시 임피면 등에서는 도로 위로 나무가 쓰러지면서 일시적으로 교통이 통제됐다. 또 완주군 봉동읍의 한 초등학교와 주택 등에서 건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15~16일 전북지역은 ▲완주 125.1㎜ ▲무주 115.5㎜ ▲전주 114.9㎜ ▲진안(주천)114.5㎜ ▲김제 107.5㎜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 수해 복구 안됐는데…또 ‘1시간 50㎜ 이상’ 폭우 가능성

    수해 복구 안됐는데…또 ‘1시간 50㎜ 이상’ 폭우 가능성

    광복절인 15일 늦은 오후부터 중부지방에 다시 비가 내리겠다. 기상청은 15일 낮(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까지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에 돌풍·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체전선에 의한 비는 ‘15일 늦은 오후에서 16일 이른 새벽 중부지방’, ‘16일 이른 새벽부터 오후까지 남부지방’, ‘16일 오전부터 17일 오후까지 남해안’ 순으로 내리겠다. 정체전선이 예상보다 빠르게 남하하면서 전날 예보에 견줘 지역별 강수시점이 전반적으로 당겨졌다. 남해안의 경우 강수가 시작되는 때는 당겨졌고 끝나는 때는 늦어지면서 예상보다 강수량이 많겠다.이번에 비를 뿌리는 정체전선에 동반된 구름대는 지난주 집중호우 때와 마찬가지로 동서로 길이가 길면서 남북으로 폭이 좁은 형태다. 이에 비구름대가 유입되는 곳엔 돌풍·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시간당 50㎜ 이상 퍼부을 수 있다. 15일 늦은 오후부터 17일까지 강수량은 강원영동과 경상동해안 등을 제외한 전국이 30~100㎜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경기동부·충청·전북·경북서부에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은 150㎜ 이상의 강수량이 기록되기도 하겠다. 강원영동·경상동부(경남남해안 제외)·제주·서해5도·울릉도·독도에는 비가 10~60㎜ 내리겠다. 기상청은 “남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얼마나 들어오는지와 북서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는 찬 공기의 남하 수준에 따라 비의 강도나 집중적으로 내리는 지역이 바뀔 수 있으니 최신 기상정보를 확인해달라”라고 당부했다.한총리 “침수우려 지역 점검강화” 긴급지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저녁 중부지방을 시작으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산사태 및 저지대 침수 우려 지역과 배수시설, 하천변, 계곡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한 총리는 행정안전부·국방부·환경부·소방청·경찰청·산림청 등 관계부처 및 지자체에 이같은 지시를 했다. 한 총리는 “위험 지역에 대한 대피 안내를 통해 추가 인명피해가 없도록 노력하라”며 “피해발생 지역은 신속한 응급복구를 위해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말했다. 또 “특정 지역에 단시간 집중되는 폭우로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공무원, 군경, 소방 등 관계자들은 비상근무태세에 빈틈이 없도록 하라”고 말했다.한 총리는 관계기관 간 협조를 통해 교통 통제 등이 발생했을 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자막방송을 송출하는 등 필요 조치를 적시에 실시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 총리는 오는 16일 오전 9시 30분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집중호우 대처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해 폭우 대처상황 및 피해복구 현황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베를린 장벽 낯뜨거운 키스 그린 러 화가 브루벨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베를린 장벽 낯뜨거운 키스 그린 러 화가 브루벨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이 갑자기 붕괴됐을 때 무너지지 않은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는 유명한 벽화 하나가 그려졌다. 동서 냉전의 상징이 무너지자 남은 장벽 1,3㎞에 21개국 작가 118명이 달라붙어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 중에서도 레오니트 브레즈네프(1906~82년) 옛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에리히 호네커(1912~94년) 옛동독 공산당 서기장이 열정적인 입맞춤을 하는 벽화가 가장 눈길을 붙잡았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관광 명소가 됐고 러시아 화가 드미트리 브루벨(62)이1990년 그린 이 작품 ‘형제의 키스’는 관광객이 반드시 보고 사진을 찍어야 할 벽화로 꼽히게 됐다. 이 작품의 부제는 ‘주여, 이 치명적인 사랑을 이겨내고 살아남게 도와주소서’로 달렸다.  그림의 모티프가 된 것은 1979년 브레즈네프와 호네커가 동독 건국 30주년을 맞아 입을 맞추는 장면을 포착한 레기스 보수의 사진이었다. 그냥 입술만 닿은 게 아니었다. 남사스럽게도 이 시절 동구권 지도자끼리는 이런 낯뜨거운 장면을 곧잘 연출했는데 두 사람은 한결 낯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이 그림은 2009년 깨끗이 지워졌다가 브루벨 자신이 손수 다시 그렸다.  브루벨은 2015년 인터뷰를 통해 그렇게 뜨겁게 사회주의 혈맹을 맹세했던 두 나라의 뜨거운 사랑이 결국은 동구권 붕괴란 허망한 결말에 이르렀음을 표현하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브루벨이 14일(현지시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모스크바 국립 교육대학을 졸업했으며, 최근 몇 년은 독일에서 거주해 왔다. 아트 뉴스 러시아의 편집장 밀레나 올로바는 페이스북 계정에 그의 타계 소식을 알리며 “그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친구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의 성(姓) 브루벨(Vrubel)은 폴란드의 흔한 성 위로벨(Wrobel)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의 몸에 폴란드인의 피가 흐른다는 얘기다. 2001년에 그는 아내 빅토리아 티모페예바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표정만으로 ‘푸틴의 12가지 모드’란 캘린더 작품집을 엮어 모스크바 시민들의 인기를 끌었다. 티모페예바는 우크라이나 오데사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은 7년 전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크림) 반도 합병을 규탄한 일이 있다.  지난달 14일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사진이 올라왔다. 티모페예바는 사흘 뒤 남편이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사실을 알리며 “그의 심장이 갑자기 무척 약해졌다”고 전했다.
  •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전운이 드리운 나라/정신과의사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전운이 드리운 나라/정신과의사

    전운(戰雲)이란 말이 있다. 전쟁의 구름. 아직 전쟁이 난 것은 아니지만 십중팔구 전쟁이 날 것 같은 불길한 기운. ‘war cloud’라는 영어 표현이 있는 걸 보면 근대에 도입된 서양 개념의 말인 것도 같다. 아니면 불길한 예감을 먹구름이 덮쳐 오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동서를 막론한 인간의 공통적 심성이거나. 정신과 용어 중에도 비슷한 느낌의 단어가 있다. ‘delusional atmosphere’. 우리말로 번역하면 망상적 대기 혹은 망상적 기운이라고 해야 할까. 조현병 등의 대표적 증상인 망상(delusion)이 생성되는 한 단계를 이르는 말이다. ‘내 귀에 도청 장치가 있다’, ‘정보기관이 나를 몰카로 감시한다’ 같은 적나라한 피해 망상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형태로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처음엔 마치 구름 같고 기운 같은 막연한 형태로 시작한다. 병이 없는 사람들도 가끔 비합리적인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지금 이 힘든 상황은 누군가 나를 의도적으로 해코지하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대부분이 그 생각을 더 발전시키지 않는 이유는 우리에게 ‘현실 검증력’이 있기 때문이다. 에이 그럴 리가. 여러 정황상 그건 과한 생각이야. 망상의 정신병리는 이 현실 검증력의 손상에서 시작된다. 견고하던 현실 검증력의 댐에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느린 속도로 그 균열의 틈에 의심이 새어들고,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변해간다. 사람에 따라 이 변화는 수년에 걸쳐 일어나기도 하기에 제3자의 눈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주위에서 알게 되는 것은 현실 검증력의 손상이 많이 진행돼 공고해진 망상이 기이한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기 시작할 때다. 제3자의 눈엔 그렇지만, 당사자는 수년에 걸친 시간 동안 ‘내 주변이 뭔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느낌을 ‘delusional atmosphere’라 부르는 것이다. 확진적 망상의 단계에 이르기 전, 아직은 현실 검증력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느끼는 그 무언가 불길한 느낌. 치료의 적기는 이때다. 암에 비유하자면 1기라고나 할까. 증상이 굳어지기 전인 이 시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예후가 좋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에 이 시기를 놓친다. 소화불량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위암의 적절한 진료 시기를 놓치듯이. 증상이 예사롭지 않아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위의 암종이 폐와 간으로 전이돼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이듯이. 그렇게 생각하면, 몸과 마음에서 느껴지는 작은 불편감들은 불편이 아니라 아직 회복의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알려 주는 고마운 전령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운이란 것 역시 마냥 불길한 것만은 아니다. 여러 정세로 미루어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기운을 느낀다는 것은 파국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목도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설마 전쟁이 나겠냐는 막연한 기대도 하지 말고, 전쟁이 날 게 뻔한데 내가 뭘 어쩌겠냐는 자포자기도 하지 말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지금의 현실에서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그런 의미에서의 전운. 오늘도 뉴스를 들으면 곳곳에서 검은 먹구름 같은 전운의 소식이 한가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과 미중 사이의 갈등은 끝날 줄 모르고 환율과 물가는 요동치는데, 출범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새 정부 쪽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파열음이 들려온다. 설상가상으로 잦아든 줄 알았던 코로나의 재창궐에 미증유의 수해 그리고 그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응까지. 한 평범한 시민으로서, 부디 이 전운의 경고를 알아듣는 현명한 귀가 많이 열려 있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 당대 세계미술 흐름 앞선 ‘실천가’… 지난 10년 가장 핫한 여성작가[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당대 세계미술 흐름 앞선 ‘실천가’… 지난 10년 가장 핫한 여성작가[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현재 살아 있는 동시대(컨템퍼러리) 작가 중 동서양을 통틀어 가장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고, 동시대의 아이콘인 여성 작가는 구사마 야요이다. 아마 이름은 몰라도, ‘루이비통 작가’ 또는 ‘호박 작가’ 정도는 많은 사람이 알 듯하다. 하지만 그녀의 유명세와 달리 그녀의 ‘화려한’ 작품에 대한 설명과 내용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단해 보이는 성공이 사실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다. 93세로 지난 10년간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주목받은 구사마 야요이의 삶은 어떠했을까. 아직도, 정신병원에서 그림을 그린다. ‘고통, 불안, 공포와 매일같이 싸우고 있는 내게, 예술을 계속하는 것만이 그 병으로부터 나를 회복시키는 유일한 수단이었다.’(작가노트, 테이트모던, 전시카탈로그 2012)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생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녀의 가족사와 정신병력은 작품의 시작 지점으로,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1929년 100년 넘게 종묘업을 가업으로 삼아 온 일본 마쓰모토시의 유서 있는 가문에서 막내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나 방탕한 생활을 이어 가던 아버지와 강압적이고 히스테릭한 어머니 아래에서, 그녀는 다소 암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10살 전부터 심각한 환청과 환각에 시달렸다. 어린 구사마는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환청과 환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에게 보이고 들리는 것을 정신없이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 놀라고 두려운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는 것을 경험했다. 구사마에게 그림이란 현실과 환영 사이 공포의 체험 속에서, 이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됐다. 이런 이유로 구사마는 교토의 시립미술공예학교(현 교토예대) 일본화과 입학을 결심했다. 그러나 곧 전통적 방식, 세밀 묘사를 강요하는 등의 정형화된 화법의 교육과 보수적인 화단이 자신에게 맞지 않음을 느끼고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자유와 더 넓은 세계를 찾아 1957년 미국으로 떠났으며, 그곳에서 그녀만의 독자적인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93세 여전히 정신병원에서 그림 그려 뉴욕 도착 당시 그녀는 처음에는 추상표현주의 영향을 받아 평면회화 작업을 진행하였으나 점차 도널드 저드, 자신의 연인이였던 조지프 코넬의 영향을 받아 조각, 설치미술까지 영역을 넓혀 가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 나갔다. 뉴욕에 정착한 지 18개월 만에, 그녀는 브라타 갤러리에서 ‘무한 그물’ 시리즈로 첫 개인전을 가졌다. 5점의 그물(Net) 시리즈는 거미줄 모양으로 뒤덮인 거대한 흰색의 캔버스로, 그물망은 정교하게 조직되어 퍼져 나가는 것처럼 끝없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무한 그물’은 구사마가 미국에 정착한 후 잭슨 폴록의 ‘뿌리는(dripping) 회화’뿐만 아니라 단색(모노크롬) 회화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 준다. 또한 이 시리즈는 이후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에도 소개되며 그녀의 서구권 진입을 성공적으로 알리는 작품이 되었다. 그녀가 아시아 작가로서 서구 현대미술계에서 인정받은 첫 작가라는 점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이후, 구사마는 작품의 주요 주제인 ‘무한’을 설치작업으로 제시해 회화 공간을 어떠한 신체적 경험으로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이 1965년 처음 공개되어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잡은 ‘무한 거울 방’ 시리즈이다.‘무한 거울 방’은 방 안에 설치된 거울들이 서로를 비추며 방 안에 있는 조명, 사물, 사람 등을 포함한 모든 것을 반사시켜 무한히 뻗어 나가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 방 안으로 초대된 관람객들은, 자신의 반사된 이미지들에 둘러싸이는데, 이 생소한 경험이 작가에게는 여전히 진행 중인 자기 소멸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당시 매우 도전적이고, 21세기에나 나올 법한 설치미술 영역을 이미 1965년에 혁신적인 미술로 제안했다. 더 나아가, 그녀는 회화나 설치 등 특정 장르에 구속되지 않고, 미술과 사회 규범에 갇히지 않은 채 ‘예술적 실천’을 행했다. 대표적 예로, 1960년대 이후 그녀는 전위 예술 퍼포먼스인 일종의 ‘구사마 해프닝’을 시도한다. 파격적인 누드 퍼포먼스와 해프닝은 뉴욕의 공공장소인 월스트리트, 센트럴파크, 자유의 여신상 등에서 행해졌다. 남녀의 몸 위에 물방울 무늬를 그려 넣는다든지, 베트남 전쟁에 항의하며 성조기를 태우는 등 사회적·정치적 운동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구사마는 미국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에 회화에서 시작해 조각, 설치, 해프닝에 이르는 등 장르의 영역을 확장하고, 장르 간 경계를 허물어 갔다는 점에서 당대 세계미술 흐름과 함께하기도, 때로는 그 흐름을 앞서가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국 화단에서 구사마의 화려한 성공은 길게 유지되지 못했다. 이렇게 실험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것에 비해,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그녀의 작품은 점점 좋지 못한 평가를 받게 되었고 197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화단에서 그녀의 입지는 거의 사라졌다. 약 10여년간의 뉴욕 생활을 마친 그때쯤 구사마는 아버지와 연인의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1972년 일본으로 돌아간다. 일본으로 돌아온 구사마는 귀국 직전 뉴욕에서 보인 전위적인 퍼포먼스 ‘해프닝’ 활동으로 인해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했으며,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정신 요양 시설에 들어감으로써 미술 활동은 이전만큼이나 활발하게 지속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귀국한 구사마는 초기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미술계보다 덜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던 문학계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사마는 미술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으며, 현재 그녀를 대표하는 작품인 ‘호박’ 시리즈는 이 시기에 제작됐다. 구사마에게 유명한 이 ‘호박’은 어린 시절 교감하던 자연을 상징하며 순수함을 의미한다. 이는 종묘상을 운영하는 부모가 외출하면 주로 비닐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내며 꽃이나 호박을 관찰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과도 연관된다.●장르의 영역 확장… 경계도 허물어 구사마가 1972년 일본으로 귀국한 후, 첫 회고전을 갖게 된 것은 1987년이다. 도쿄도 아닌, 지방 미술관인 기타큐슈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 전시는 냉담했던 일본 내에서 구사마에 대한 ‘예술적’ 평가를 새롭게 다지게 된 전환점이 되었다. 또한 국제 미술계에서 점차 잊혀져 가던 구사마는 1989년 뉴욕의 국제현대미술센터에서 주최된 ‘구사마 야요이 회고전’을 통해 주목을 받게 된다. 이 전시를 통해 ‘무한 그물’이 전후 미술사 공백을 메우는 귀중한 작품이자, 미국의 팝아트, 페미니즘, 히피 문화 등에도 영감을 주었던 것이 실증적으로 주목받았으며 국제적으로 재평가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작가는 199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일본 대표작가로 선택됐다. 당시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한국관을 백남준이 나간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멋진 1993년이다. 그 이후, 일본인 첫 여성작가로서 로스앤젤레스, 뉴욕, 도쿄 등 여러 나라를 순회하면서 국제 미술계의 최전선으로 복귀했다. 어찌 보면, 사실상 2006년 런던의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가 구사마를 소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대세는 달라졌다. 런던에서의 2008년 대규모 회고전 이후, 같은 해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작품이 500만 달러 이상으로 팔리며 살아 있는 여성 예술가의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일본인 작가 중 거래량, 거래 총액 1위였다. 이로써 구사마는 더이상 동양의 여성 예술가가 아닌 보편적인 현대미술사적 계보에서 논의되게 된 것이다. 구사마의 회고전들을 살펴보면 언제나 기록적인 수식어가 뒤따르는 작가일지라도, 그 이면에는 여러 번의 좌절의 순간에도 끊임없는 도전과 일관된 실천을 통해 인고의 시간을 견뎌 온 순간들이 있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다. 숨 프로젝트 대표
  • 골프·서핑족 세컨드 하우스 붐… 강원도 부동산 ‘들썩들썩’

    #1. 서울에서 공직 생활을 은퇴하고 골프를 인생의 낙으로 삼고 사는 박모(64)씨는 최근 ‘세컨드 하우스’로 강원 속초시에 아파트를 마련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이 일대 골프장에 가는 일정상 매번 교통비·숙소값을 지출하는 것보다 집을 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동남아로 골프 투어를 다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버린 것도 계기가 됐다. 그는 “수도권 골프장은 예약도 쉽지 않은 데다 회원권 가격도 부담스럽다”면서 “골프 멤버들도 같은 이유로 강릉·삼척 등에 집을 구입해 요즘 동해안선을 따라 서로의 아파트에서 묵으며 골프 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2. 양양군에서 서핑숍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최근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시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전국 부동산 대세 하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지난 4월 9000만원대였던 아파트값이 이달 들어 1억 중반대까지 뛰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취미로 배운 서핑에 매료돼 회사를 관두고 제2의 인생을 위해 양양에 정착했다는 그는 “이곳에 평생 살 계획이라 실거주용으로 집을 구입하면서 투자 가치가 있을 것이라곤 기대도 안 했는데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기 속에 강원 동해안권 아파트값이 이례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전국과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각각 0.07%, 0.05% 하락한 반면 강원도는 0.01% 올랐다. 영동 지역 아파트값이 이 지역 상승세를 견인했다. 강릉(0.08%), 동해(0.06), 태백(0.03%), 속초(0.13%)의 아파트값은 뛰었으나 내륙 영서지방인 춘천(-0.06%), 원주(-0.01%) 등은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강릉과 속초는 지난 1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경매 시장도 뜨겁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강원도 아파트 낙찰가율은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높은 107.9%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기간 골프·서핑 등의 여가 생활을 즐기려는 도시 사람들의 세컨드 하우스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교통 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도 이 일대 부동산 가격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골프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564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약 100만명 늘었다. MZ세대 사이에서 ‘메가 트렌드’ 레포츠로 각광받는 서핑을 즐기는 인구는 10년 새 10배 이상 늘어 약 50만명으로 추산된다. 서울과 속초를 75분 만에 잇는 동서고속화철도는 오는 10월 착공될 예정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여가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이 보편화된 데다 크게 오른 수도권 집값에 비해 이 지역은 여전히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규제가 덜하다는 인식이 있어 투자 수요가 흘러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 제주 다리 추락사 20대…13년 만에 母 ‘살해혐의’ 송치

    제주 다리 추락사 20대…13년 만에 母 ‘살해혐의’ 송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제3산록교 추락 사망 사건을 파헤친다. 13일 오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난 2009년 7월22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3산록교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에 대해 다룬다. 당시 만 23세였던 김은희씨(가명)는 약 31m의 높이의 다리에서 떨어져 생을 마감했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은희씨 엄마는 “은희가 사진을 찍자며 잠시 차를 세워달라고 했고 난간에 앉았다가 떨어졌다”라고 진술했다. 엄마의 증언을 토대로 사건은 단순한 사고사로 처리됐고, 그렇게 그는 모두에게 잊혀 갔다. 그런데 사건으로부터 13년의 세월이 지난 2022년 6월, 경찰은 돌연 사건 현장의 목격자인 은희씨 엄마와 계부를 ‘딸 김은희의 살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엄마의 증언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고, 은희씨가 앉았다는 곳이 사람이 앉아 있을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진 난간이라고 확신했다. 엄마와 경찰의 엇갈리는 공방.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엄마는 사건 당일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경찰은 끈질기게 당시 상황의 증언을 요구했고, 반복되는 심문에 혼란스러운 나머지 진술이 달라지거나 어긋나게 되자, 경찰은 그것을 빌미삼아 더욱 집요하게 괴롭혔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렇게 딸을 죽인 살인자로 지목된 엄마. 딸을 잃은 슬픔을 가슴 속에 묻고 살면서도, 숱한 경찰 조사를 받느라 평범한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그렇게 13년이 흘렀다. 직접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이토록 사건을 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사 관계자는 사건의 모든 정황들이 은희씨 엄마의 범행을 가리킨다고 말했다.제작진은 사건 현장인 제주도의 제3산록교를 직접 찾았다. 보행로가 없어 인적이 드문 곳으로, 험준한 마른 계곡 위를 동서로 가로짓는 편도 2차선 다리. 은희씨는 어째서 그 날, 그 다리 위에 있었을까. 당시 현장 출동했던 119 구급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높이 31m 가량의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었던 난간 위는 결코 사진을 찍을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고 한다. 은희씨를 잘 아는 사람들의 증언 역시 부풀어가는 의심에 힘을 실었다. 그들의 진술에 따르면 평소 은희씨는 겁이 많은 성격으로, 2층 높이의 철제 계단도 무서워할 정도로 고소 공포증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사진을 찍기 위해 위험하고 높은 난간을 등지고 앉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겹겹이 쌓여만 가는 정황들. 과연 은희씨의 죽음으로부터 1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안갯속에 가려진 사건, 정말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취재 중 제작진이 보기에 다리 밑으로 떨어진 은희씨 추락 위치가 다소 특이했다. 스스로 떨어진 사람이라기에는 떨어진 위치가 다리에서 불과 2.5m 정도로 너무 가까웠다. 추락사고 원인 규명에 능통한 법공학, 물리학 전문가들은 은희씨가 떨어진 위치, 즉 ‘추락 지점’이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락 지점을 기준으로, 물리 계산법을 활용하여 역으로 떨어진 방식을 미세하게나마 유추해낼 수 있다고 했다. 30m의 실제 높이에서 진행된 유례 없는 추락 실험. 제작진은 사건 당시 출동한 구조대원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피해자 은희씨 친구들의 기억을 빌려 당시 그녀의 키와 몸무게를 설정하는 등 동일한 조건에서의 추락실험을 진행했다. 또한 2009년 제3산록교의 난간을 구현, 설치하여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여 은희씨 추락 상황에 대한 심도 깊은 세트 실험을 진행하였다. 과연 현대과학이 바라보는 그 날의 현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2009년 제주도 제3산록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추락사고에 대한 진실을 추적하는 한편, 모두의 기억에 남아 잊히지 못하는 한 소녀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최대 상공 52m 높이의 다이빙 번지점프에서 펼쳐지는 대형 추락 실험을 통해 13년 전 그날로 돌아가 현대과학의 시선으로 사건 당시의 상황을 바라본다.
  • 다음주 초 새 비구름대…광복절 이후 또 폭우 가능성

    다음주 초 새 비구름대…광복절 이후 또 폭우 가능성

    기상청이 광복절 이후 새로운 정체전선이 만들어지면서 지난 8일 집중호우 때만큼의 양은 아니지만 비슷한 강도로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기상청 브리핑에 따르면 14일부터 북태평양고기압이 서진하면서 남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를 재차 올려보내 14~15일 중국 북부지역과 중국과 북한의 접경에 다시 정체전선을 만들겠다. 정체전선이 남하하면서 16일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또다시 영향을 주고 이튿날엔 남부지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 정체전선이 이번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처럼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폭이 좁은 형태’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기상청은 16일 정체전선상 대기 불안정 정도가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시간당 141.5㎜ 비가 내렸을 때와 비슷하거나 심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저녁 중부지방 상공 가강수량(공기 중 수증기가 일시에 응결해 비로 내렸을 때 양)이 70㎜ 정도였는데 16일 정체전선 내 수증기량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8일에 견줘 전체 강수량은 적고 시간도 짧을 것으로 보인다. 16~17일 예상 강수량은 14일 발표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16~17일 총 강수량은 이번 집중호우 때보다 적을지 몰라도 순간적으로 내리는 비의 양은 비슷하거나 많을 수 있다”라면서 “비 피해가 누적된 상태인 만큼 피해는 오히려 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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