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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악으로 이스탄불 홀린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악인들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세계인들을 홀린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조직위원회는 국악계 거장들이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엑스포 개막 다음 날인 9월 1일 오후 8시(현지시간)부터 70분 동안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인 아야소피아박물관 앞에서 ‘한국의 소리 길’ 개막 축하 공연을 펼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는 우선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선 지휘자 박범훈이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이끌고 무대에 오른다. 이어 판소리의 국보급 명창 안숙선, 사물놀이를 대한민국 대표 전통음악 반열에 올려놓은 명인 김덕수가 세계인들에게 우리 소리의 진수를 들려준다. 또 가야금 연주의 경지에 오른 예인 김일륜,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무속 연희의 대명사 서경욱 등 국가 대표급 예술가들이 총출동해 공연 분위기를 한껏 달군다. 특별 순서로 터키 민요인 ‘우스크달라’를 터키 전통악기 바을라마와 협연으로 꾸미는 무대도 마련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1995년 국립극장의 전속 예술단체로 창단됐으며 창단 초부터 현재까지 국악을 현대음악으로 재창조하는 창작음악 연주 등의 음악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휘자 박범훈은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개막 축하 연주회를 맡게 돼 기쁘다”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엑스포의 성공 개최는 물론 실크로드의 동서 종착지인 터키와 한국을 1500여 년 만에 소리로 다시 연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은 경북도와 경주시, 이스탄불시가 공동 개최하고 세계 40개국이 참가한다.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이란 주제로 전시·공연·영상·체험·특별행사 등 8개 분야에서 40여 개의 각종 문화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日 “한·일 정상회담 희망”

    일본 정부가 냉각된 한국과의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 등을 포함한 양국 관계의 개선 방안을 제의했다. NHK는 20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전날 이병기 주일대사와 가진 만찬을 겸한 회동에서 “쌍방은 정상회담을 포함한 높은 수준에서의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기시다 외무상은 이 대사에게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포함해 가을에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라 준이치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이르면 이번 주중 한국을 방문, 외교부 당국자들과 협의를 가질 예정이어서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가 곧 드러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서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KBS 시청료 인상 재시동…서울·대전 릴레이 공청회

    KBS 시청료 인상 재시동…서울·대전 릴레이 공청회

    KBS가 지난달 3일 이사회 상정 뒤 난항을 겪어 온 수신료 인상 작업에 재시동을 걸었다.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4800원으로 2배 가까이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전체 이사 11명 가운데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반대해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KBS는 20일과 22일 서울과 대전에서 각각 TV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2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리는 공청회는 한균태 경희대 교수의 사회로 정윤식 강원대 교수가 발제를 맡는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 이수범 인천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지역 공청회는 오는 22일 KBS대전방송총국 TV공개홀에서 열린다. 정걸진 경북대 교수의 사회로 주정민 전남대 교수가 발제하고 김찬석 청주대 교수, 이완수 동서대 교수 등이 참석한다. 한편 KBS의 야당 추천 이사들은 지난 13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수신료 인상 시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별도의 공청회를 통해 일방적인 수신료 인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글로벌 시대] 그리스의 한국전 참전 의의/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글로벌 시대] 그리스의 한국전 참전 의의/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갈파함으로써 인간 중심의 우주질서를 예견했다. 동시대 아테네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정치지도자 페리클레스는 ‘데모크라티아’라는 정치이념을 전 세계 인류에 선사했다. 그로부터 100년 후인 기원전 334년, 알렉산더대왕의 동방원정 시작과 함께 인간 중심의 세계관인 헬레니즘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민주주의와 인본주의로 대표되는 그리스 문명은 그가 정복한 페르시아에서부터 이집트, 인도 북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대제국의 영토를 인문 고속도로로 삼아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인류문명의 핵심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민주주의와 인간 중심의 가치로 무장한 페리클레스와 알렉산더대왕의 후예인 그리스 병사 1만 581명이 한국전선에 투입되었다. 이 숫자는 2300년 전 알렉산더대왕이 4만명의 그리스 병사 호위를 받으며 페르시아 정벌에 나섰던 이후 지금까지 단일국가에 대한 그리스 파병 중 최대 규모의 병력이다. 당시 그리스 인구가 700만명 정도였음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규모의 파병 결정은 역사를 통해 면면히 이어내려온 민주주의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과 이를 지키고 확산시켜야겠다는 확고한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차대전 종전 이후 그리스는 1949년까지 5년간 공산세력과의 내란 와중에 국가 존망이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트루만독트린과 마셜플랜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과감한 공산주의 봉쇄정책과 서유럽 재건지원정책에 힘입어 그리스는 발칸반도 전체가 공산화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을 때 최후의 보루로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아테네 시내 중심지 헌법광장에 서 있는 무명용사비에는 그리스군이 참전한 나라와 지역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중에 그리스어로 뚜렷이 부각되어 있는‘한국’을 만나면 잠시 숙연함에 숨을 고르게 된다. 아테네시 교외 파파고시에 2004년 세워진 그리스의 한국전 참전비에는 ‘병사에게는 어느 곳이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대의를 위해 전쟁터에 나가 장열하게 전사한 병사는 그 업적과 용맹으로 어느 곳에 묻혀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된다는 의미이다. 이 비문은 기원전 431년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일어난 펠로폰네소스 전쟁 첫해에 희생된 아테네 병사의 장례식에서 페리클레스가 헌사한 추도사의 일부로 역사를 통해 두고두고 회자되는 말이다. 그리스 병사들이 한반도 창공에 높이 들어 휘날린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의 깃발은 전쟁의 상흔과 가난에 찌들려 있던 우리 국민들 가슴속에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었다. 한국땅에서 지켜낸 민주주의의 승리는 그 후 동아시아 지역의 정치지형을 바꾸면서 세계를 향해 자유·민주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올해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맞아하여 민주주의 창조국 그리스의 한국전 참전이 가져다준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은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사이에서 더 이상 ‘잊힌 전쟁’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 신장과 창의력 창달이 어떤 꽃을 피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 ‘명예로운 전쟁’으로 기념되어야 할 것이다.
  • 14세 남장소녀, 규방 넘어 금강산을 보다

    14세 남장소녀, 규방 넘어 금강산을 보다

    “금강산과 바다를 본 것은 천하를 다 본 것이나 다름 없다.” 14살 소녀는 금강산을 유람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시를 써 ‘이제 알겠다. 하늘과 땅이 아무리 크다 해도(方知天地大)/ 내 한 가슴속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客得一胸中)’이라고 했다. 소녀가 금강산을 여행한 것은 조선 후기인 1831년으로 여성의 문밖 출입이 어렵던 시절이다. 아무리 남장을 했다 하더라도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강원도 원주에 살던 금원(錦園·1817~?)은 어린 시절 제천·단양 일대의 호(湖)와 동(東)쪽의 금강산·관동팔경·설악산, 조선의 낙양(洛陽)인 한양을 둘러보고 1845년쯤에는 의주 부윤 김덕희의 부실로 관서(關西)의 의주를 다녀온다. 1850년에는 여행기와 문집을 묶어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를 낸다. 일종의 자서전이자 회고록인 셈이다. 여성사를 공부한 지은이는 그녀의 책을 해부해 19세기 생활사, 문화사, 풍속사를 추적한다. 금원은 제천·단양 등을 구경한 뒤 한강 수계를 이용해 춘천으로 올라와 김화를 거쳐 금강산에 당도한다. 당시로선 가장 일반적인 금강산 여행 경로였다. 산을 봤으니 바다도 봐야 한다며 관동팔경 순례에 나선 소녀는 총석정과 낙산사 일출에 감동을 먹는다. 바닷가에 우뚝 솟은 4개의 돌기둥을 보고선 “돌 무더기가 어찌 이렇게 고르고 가지런할까”라며 감탄한다. 낙산사 해돋이엔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미친 듯 기뻐 펄쩍펄쩍 뛰며 춤을 추고 싶었다”고 한다. 서울 구경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땐 한결 성숙해진다. “군자는 충족한 것을 알면 그칠 줄 알지만 소인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보려던 숙원이 보상되었으니 여기서 그침이 마땅하다. 다시 본분으로 돌아가 여자의 일에 종사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금원에게 ‘여자의 일’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그녀가 한 해 뒤 기생으로 입적돼 기녀가 되고 그녀의 어머니 역시 기생 출신의 양반가 첩일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시대는 자녀 신분이 어머니를 따르는 종모법(從母法) 사회이고 서녀인 양반가 딸의 기생 대물림도 많았다. 기녀는 낮은 신분의 천한 직업이었지만 한편으론 가무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 전문 직업인이었다. 평양 기생의 일상을 소개한 녹파잡기(波雜記)를 보면 기생 경패는 13살 어린 나이에 서울로 가 노래와 춤을 배울 정도로 성취욕이 강하다. 기생은 시와 문장, 가무를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예술인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그들에겐 어느 정도의 자유와 독립성이 부여돼 있다. 아마 이런 전후 사정이 그녀의 파격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그녀는 “눈으로 산하의 넓고 큼을 보지 못하고 마음으로 온갖 세상사를 겪지 못하면 변화무쌍한 이치에 통달할 수 없어 생각과 식견이 좁아진다”고 말해 여행의 본질을 꿰뚫어 봤다. 그러면서 ‘여자라고 해서 규방에 들어앉아 여자의 길을 지키는 것이 옳은가’ 하고 반문한다. 금원은 말년에 삼호정시사라는 모임을 만들어 기생 출신의 명문가 소생 4명과 문재를 주고받는다. 남자 중심의 양반 사회에서 첫 여성 시동호회다. 삼호정은 한강변 용산에 있는 정자로 지금의 용산성당 일대로 추정된다. 그녀는 호동서락기에 동호인들의 시 26수를 남기지만 더 이상의 행적은 전하지 않는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 ‘곰+고양이’ 닮은 신종 포유류 ‘올링귀토’ 발견

    아기 곰과 고양이를 반반씩 닮아 특이하게 생긴 올링귀토(olinguito)가 자신의 ‘신분’을 찾게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소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깊은 밀림 속에 사는 올링귀토가 신종 포유동물로 확인됐다” 면서 “서반구(西半球·지구를 동서 두 쪽으로 나누었을 때 서쪽 부분)에서는 35년 만의 발견”이라고 발표했다.    이번에 신종으로 발표된 올링귀토는 그간 중남미의 육식동물 올링고(olingo)의 한 종으로 100년 넘게 잘못 파악되어 왔다. 야행성인 올링귀토는 주로 나무에 살면서 과일을 주식으로 한다. 키는 약 75cm 정도로 수컷과 암컷 모두 거의 같은 크기로 한번 출산 시 한 마리만 낳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를 이끈 스미소니언 연구소 크리스토퍼 헬겐 박사는 “올링귀토의 두개골, 이빨, 피부 등을 분석한 결과 올링고와는 다른 종으로 판명됐다” 며 “라쿤이 속한 미국너구리과(Procyonidae)의 한 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링귀토의 발견은 결과적으로 아직도 자연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많은 동물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서울 망원동서 60대 동거남녀 숨진 채 발견…경찰수사

    사실혼 관계인 60대 동거 남녀가 다세대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6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15일 오후 8시쯤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 다세대주택 방 안에서 홍모(66)씨와 이모(63·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40대는 경찰에서 “매일같이 마주치던 분들이 이틀 전부터 보이지 않아 집안을 살펴보던 중 이상한 느낌이 들어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집 안에선 농약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병과 소주병, 둔기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홍씨가 이씨의 머리 등을 둔기로 수차례 내리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자신도 음독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홍씨와 이씨는 수년 전부터 동거해왔고 각자 자녀의 왕래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가족과 이웃 등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유숙할 객주 치기를 내키지 않아 하는 늙은 주모를 다독거려 어렵사리 봉노로 찾아들었다. 혹여 적굴 사람이거나 무전취식을 일삼는 무뢰배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에 봉노 내주기가 썩 반갑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깔아둔 멍석 틈새와 목침 속에 창궐하던 물것들에 뜯기다 못한 세 사람은 마당에 있는 살평상 위로 잠자리를 옮기고 모깃불을 피웠다. 천생 말뚝잠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잔뜩 흐려서 바람 한 점 없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천봉삼이 말했다. “생달 사기점을 드나든다는 동무들에게 들었던 말과는 생판 다르오.” “그들도 지레 겁먹고 도래기재로 내왕하고 있을 테지요.” “적당들도 당장 눈치채고 도래기재로 소굴을 차린다는 생각은 못했을까…. 협기만 있다면 궐놈들과 대치하여 소탕할 수도 있을 텐데….” “그 동무들… 입성은 말쑥하고 언변도 젊잖았으나 결기나 배짱은 없어 보입디다. 부상들 가운데 용맹도 절륜하고 기개도 놀라워 협객의 기풍이 있다는 동무들을 흔하게 볼 수야 없겠지요.” “협객이 있다 할지라도 선달산과 옥돌봉 능선이 동서로 가로막고, 북쪽으로만 골짜기가 트여 있어서 적굴 놈들 네댓이 북쪽 골짜기에 있는 잔도만 가로막으면 생달은 독 안에 든 쥐요.” “그러나 북쪽에 구애가 없다면 내성이나 울진에서 영월 태백으로 가는 길은 도래기재를 넘는 노정보다 하루 반 노정 줄이기는 수월하지요. 그로써 경상도 내륙과 강원도 내륙 사이의 상로를 온전하게 유지한다면 큰 이문을 바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장담한 것은 천봉삼이었다. 곽개천이 거들었다. “서쪽으로는 충청도 영춘장까지는 고개가 많긴 하지만 120여 리, 영월 땅까지는 줄잡아 100리 상거겠으니 장정 걸음으로 이틀 노정이면 더 갈 곳이 없고, 내성까지는 옥돌봉 넘어 서벽을 지나 40리 상거에 불과하오.” “접장께서 소굴에서 데리고 나온 노인네들과 아녀자들을 멀리 내쫓지 않고, 왜 이제까지 양류밥을 먹이고 있는지 그 속내가 이제야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갑니다.” 곽개천이 그 말을 받아서, “시생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요.” 천봉삼은 덩달아 잠을 청하지 못하고 불당그래로 살평상 옆에 피워둔 모깃불을 뒤지는 주모를 살평상 모서리에 불러 앉히고 물었다. “생달에 원래 길손들을 바라고 숫막을 연 집이 몇이었소?” “네댓 집 되었지요. 그땐 생달이 유숙하는 길손들과 등짐장수들로 제법 붐볐더랍니다.” “지금은 몇 가호나 살고 있소?” “10여 호 됩니다. 천봉답에 피 농사나 짓고 근근이 연명하고 있지요.” “사기점은 여기서 초간하오?” “오전 약수터 못미처에 있습니다만, 요즘은 등짐장수들의 출입이 뜸해지고 숫막도 덩달아 한 시절 가고 말았지요.” 달게 자기는커녕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등걸잠으로 조리를 친 일행은 하루종일 옥돌봉과 문수산과 박달재를 비롯하여 생달의 사기점까지 둘러보았다. 그리고 하룻밤을 더 묵고 내성으로 회정하였다. 물론 그때까지도 임소에는 반수 권재만의 소식이 당도하지 않고 있었다. 소식 늦은 것이 장차 좋은 징조인지 나쁜 징조인지 알 수 없었으나, 서둘러 십이령을 넘어 말래 접소로 회정하였다. 일행이 내성 발행하여 가풀막진 모래재 초입으로 들어설 즈음, 배고령에게서 배웠다는 길세만의 타령이 들려왔다. 미역 소금 어물 짐 지고 내성장을 언제 가노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이 고개를 언제 가노 대마 담배 콩을 지고 흥부장을 언제 가노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이 고개를 언제 가노 반평생을 넘던 고개 이 고개를 넘는구나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이 고개를 언제 가노 서울 가는 선비들도 이 고개를 쉬어 넘고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이 고개를 언제 가노 오고가는 원님들도 이 고개를 자고 넘네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이 고개를 언제 가노 꼬불꼬불 열두 고개 조물주도 야속하다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이 고개를 언제 가노…
  • [현장 행정] 광진구의 안전한 보행 작전

    [현장 행정] 광진구의 안전한 보행 작전

    광진구가 보행자 중심 도시로 변신에 나선다. 늘어나는 교통량에 비해 안전시설 확충이 늦어져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구는 오는 11월 말까지 어린이를 비롯한 교통 약자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보행우선구역 조성공사’를 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선진 교통문화도시를 지향하며 벌이는 교통환경 개선사업이다. 김기동 구청장은 14일 “완공 뒤 학생과 주민들의 안전한 보행환경과 통학환경뿐 아니라 신호 위반과 과속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교통 약자를 비롯한 모든 주민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교통문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보행우선구역으로 지정된 구의3동 구남초등학교 인근은 동서울터미널과 강변역 환승센터, 테크노마트 등으로 하루 유동인구가 32만여명이나 되는데도 어린이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안전시설은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구는 2011년 국토교통부 ‘보행우선구역 조성사업’ 공모, 공사·설계비 등으로 4억 5000만원, 지난해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 인센티브 11억원 등 15억 5000만원을 사업비로 확보했다. 지난 6월 기본 설계용역 발주에 이어 이달 안으로 공사에 본격 착수한다. 구는 지난 5월 두 차례 주민설명회를 거쳐 주민과 학부모 의견을 최대한 설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구남초교 사거리 세양아파트 앞 횡단보도를 직선으로 고치고 ▲강변역로와 아차산로의 보도포장과 가로수 제거, 횡단보도 신설 등으로 보행자와 차량 간의 충돌로 인한 교통사고를 방지할 계획이다. 또 ▲차량의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사고석 포장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교차로 무늬포장 ▲보행자의 무단 도로횡단을 방지하기 위한 보행자용 방호울타리 설치 ▲학교주변 불법 주정차 단속카메라와 방범용 폐쇄회로(CC)TV 설치 등으로 교통 약자의 보행안전성을 높인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1억 5000만원을 투입해 동곡삼거리와 어린이대공원역 사거리 등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공사’도 함께 벌인다. 이 밖에 상습적인 차량정체 구간인 영동대교 북단 사거리와 영화사 삼거리에 대한 도로교통소통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설계를 마칠 계획이다. 정성채 교통행정과장은 “이번 보행우선구역 공사와 함께 교통사고가 잦은 구역의 공사를 함께 실시하는 등 완벽하게 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기고] 해외 지자체와의 문화교류 넓혀야/김관용 경상북도 도지사

    [기고] 해외 지자체와의 문화교류 넓혀야/김관용 경상북도 도지사

    얼마 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을 다녀왔다. 지난 1일 수도 타슈켄트 주정부 청사에서 투길로비치 주지사와 ‘실크로드 우호교류 협정’을 맺었다. 2일에는 아프로시압 박물관에서 국립고고학연구소와 상호 교류협력 협약을 체결했고, 실크로드 우호협력 기념비를 제막했다. 이어 4일에는 경북 경주시와 사마르칸트시의 우호도시협약 서명식에 참석했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리사오린(李小林) 중국인민대회우호협회장을 서울에서 만났다. 리셴녠(李先念) 전 국가주석의 딸로, 중국의 민간외교를 대표하는 리 회장과 한·중 지방정부 간 인문·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양국 지방정부 사이의 교류 확대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제 각국 중앙정부 차원의 교류협력과는 별개로 서로 문화적 공통점이 있고, 지향점이 유사한 지방정부끼리의 인문·문화 교류에 적극 나설 때가 왔다. 중앙정부 단위의 교류가 하향식이라면 지방정부 단위의 교류는 상향식으로 새로운 국제협력의 틀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지금은 문화가 경제를 선도하는 시대다. 따라서 지방의 문화 콘텐츠도 한국을 대표하고 얼마든지 세계에서 주목받는 축제가 될 수 있다. 가령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해외 개최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개최된 제1회 경주엑스포는 대한민국 문화수출 제1호다. 동남아시아에 한류 붐 조성, 경상북도 통상교역센터 건립, 통상교류 증가, 캄보디아 내 한국 브랜드 가치 상승 등으로 문화·사회·경제 분야에서 많은 결실을 거뒀다. 따라서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지방정부에서 문화외교, 문화수출의 길을 연 첫 문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오는 31일부터 9월 22일까지는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이라는 주제로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엑스포 기간 동안 전시, 공연, 영상체험, 특별행사 등 8개 분야에서 대한민국 고유의 전통문화와 한류 그리고 첨단 정보기술(IT)이 융복합된 다양한 콘텐츠를 펼쳐 보이며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게 된다. 이번 엑스포를 통해 문화가 경제를 선도하는 현장을 목격할 것이다. 동서양 문화의 융합으로 새로운 문명사의 기원을 볼 것이고, 그 중심에서 대한민국이 문화국가로 자존을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양국 정부와 기업, 국민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한국과 터키의 문화교류뿐만 아니라 정치·사회·경제 분야의 교류 확대와 동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다. 건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 시대를 열어야 한다. 아울러 지금은 기술, 산업, 경제만으로는 건강한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 새로운 길, 문화의 길로 가야 한다. 문화를 통해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문화 융성의 길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문화를 통해 먹고살 거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해외 지방정부와의 직접 교류는 블루오션이다.
  • [이슈&이슈] 첨단산업도시 심장부로 급부상한 평택시

    [이슈&이슈] 첨단산업도시 심장부로 급부상한 평택시

    지난 9일 경기 평택시 고덕면 고덕산업단지 조성 현장. 끝도 보이지 않는 벌판에서 굴착기가 퍼올린 흙을 대형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실어 나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불도저와 롤러 등 중장비들이 평탄 작업을 벌이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입주하는 고덕산업단지는 고덕면을 비롯해 지체동, 모곡동, 장당동 일원 395만㎡(120만평)에 조성된다. 규모는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 사업장(50만평)의 2.4배에 달한다. 지난 5월 14일 착공했으며 2015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고덕산단에 100조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시설과 의료기기 등 미래산업을 이끌어 나갈 신수종사업 생산시설을 설치한다. 단지 조성에만 무려 2조 2762억원이 투입된다. 이곳에서 11㎞쯤 떨어진 평택시 진위면 LG 디지털파크 산업단지에서도 공장 증측을 위한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2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추가로 건설되는 단지(13만 2231㎡)에는 미래형 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등 첨단산업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농업 도시였던 평택시가 첨단 산업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고덕 삼성전자 산업단지의 기공식을 시작으로 인근 LG 디지털파크산업단지 등 8개 현장 1418만㎡에 이르는 산업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이미 1700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평택에 들어서 생산과 고용 창출을 꾀하는 등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평택 주민과 지역 상공인들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해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삼성 효과 LG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평택으로 몰려드는 것은 사통팔달의 교통요지라는 이점과 함께 지자체의 적극적인 기업유치 활동 때문이다. 평택시는 경부, 서해안, 평택~충주, 평택~서수원 고속도로와 함께 1번, 39번, 43번, 45번 국도와 동서로 38번, 82번 국도가 연계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경부선과 호남선 국철이 통과하며 2015년에는 고속철도인 KTX가 개통된다. 동북아 관문이자 중국 교역의 중심항만 평택항은 4년 연속 자동차 물동량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택시는 그동안 경기도와 손을 잡고 삼성전자 유치와 규제완화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2006년 9월 평택고덕국제화지구가 지정된 이후 주거와 산업이 공존하는 기업도시를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국토해양부를 20여 차례 찾아가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이끌어 냈다. 진입도로, 용수공급시설, 폐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 설치비용에 대한 국비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원유철 국회의원 등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중앙 부처를 수십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단지를 통과하는 KTX 소음진동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삼성전자의 마음을 붙잡아 놓기 위해서였다. 김문수 지사는 기공식 축사에서 “삼성전자가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고 높고 큰 미래를 향해 경기도 평택에 투자를 결정해 주신 데 대해 1200만 경기도민과 함께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기공식은 단지 산업단지 기공식 차원을 넘어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희망의 첫 삽이다. 성공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평택시가 대기업 유치로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다. 손종천 평택시 산업환경국장은 “2016년 삼성전자 입주가 시작되면 연구직, 생산직, 관리직 등 전문직에서 일반직에 이르기까지 3만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LG디지털파크단지에서는 500여명에게 일자리가 추가로 생겨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LG전자 등이 입주하는 진위 2산업단지를 비롯한 나머지 6개 산업단지 조성계획도 차질 없이 추진 중이다. 포승 2단지(63만 3417㎡)와 고렴 단지(26만 4463㎡) 등 3개 지구는 실시계획 승인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청북면 율북리 일원에 조성 중인 신재생단지(135만 5000㎡)와 진위면 만산리 Kdb단지(82만 6446㎡) 등은 올 하반기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보상에 착수한다. 평택시는 글로벌 기업 유치 등으로 수원-화성-용인-평택을 잇는 첨단기업도시의 4각 축을 형성해 일본·독일 등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에도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씨줄날줄] 설국열차와 인류/문소영 논설위원

    봉준호 영화감독의 ‘설국열차’가 11일 누적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했다. 개봉 12일째다. ‘설국열차’의 영어제목은 ‘스노 피어서’(Snow piercer). 단순한 열차가 아니라 돌파가 필요한 쇄빙선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설국열차는 프랑스의 글 작가 자크 로브와 그림 작가 알렉시스가 1970년대 구상한 3부작 만화 ‘설국열차’가 원작이다. 영화는 1부 탈주자를 중심으로 해서 2, 3부의 내용을 약간씩 버무려 놓았다. 이 만화의 탄생에 곡절이 있다. 그림 작가 알렉시스가 1977년 세상을 떠나 장마르크 로셰트를 영입해 1984년에야 1권을 출간했다. 또 로브가 1990년 사망해 글 작가 뱅자맹 르그랑이 새로 합류하고 1999년과 2000년에 각각 2, 3권을 냈다. 2004년 국내에 번역출간된 이 만화에 꽂힌 봉 감독은 2006년에 이미 차차기작으로 이 작품을 거론했었다. 만화의 얼개는 동서 냉전기의 어느 7월 기후 무기가 가동돼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을 만큼 꽁꽁 얼어붙었고, 이에 유람용 열차 1001량에 몸을 싣게 된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영원히 지구를 돈다는 디스토피아적 SF만화다. 영화에서는 세계 정상들이 지구온난화를 완화하고자 일종의 인공 눈과 같은 ‘CW-7’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으로 변주됐다. 만화에서 꼬리 칸의 승객이자 홀로 탈주에 성공한 프롤로프가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꼬리 칸 승객의 삶을 개선하려는 혁명의 리더 커티스가 나온다. “엔진 칸을 접수해야 해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앞칸으로 달려나간다. 빈민굴 같은 꼬리 칸 승객들에게는 양갱처럼 보이는 프로틴블록이 일용할 양식으로 제공되지만, 앞칸(황금 칸)에서는 ‘스시’와 진짜 달걀과 스테이크, 붉은 포도주를 먹고 마신다. 설국열차를 본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계급·계층적 모순을 열차의 칸을 통한 비유로, 또는 인간 문명의 발달사로 수렵에서 농경, 상품경제 등을 읽어내기도 한다. 자본주의에 포획된 세계를 떠나 인간적인 삶을 회복하려는 과정이자, 세대갈등과 아동착취에 대한 비판이라고도 이해했다. 절대권력자인 월포드가 이렇게 말하는 탓이다. “기차는 세계이고 기차를 합치면 인류이다.” 그런데 월포드는 또 이렇게 말한다. “애초 앞칸에 있던 승객과 꼬리 칸의 승객은 각각 제자리를 지켜라. 그것이 질서이고 균형이다.” 액션영화로 머리를 비우고 봐도 좋을 것이고, ‘나는 어느 칸에 속한 인류인가’ 또는 ‘현재 시스템에서의 탈출은 가능한가’를 따지며 골치 아프게 봐도 좋을 것이다. 결말에 대형 반전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삶에 대형 반전은 없는 것 아닌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당신의 책]

    사상이 필요하다:다른 세상을 꿈꾸는 정치적 기본기(김세균 외 8인 지음, 글항아리 펴냄) 지난 2월 정년 퇴임한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가 정치적 교우들을 초청해 함께 기획했던 마지막 학부 강의인 ‘정치와 정치이념’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강내희, 손호철, 심광현, 조희연, 우희종, 이도흠, 하승수, 홍세화가 참여했다. 336쪽. 1만 5000원. 국제법과 함께 읽는 독도현대사(정재민 지음, 나남 펴냄) 외교부 독도법률자문관으로 활동한 정재민 판사가 계속되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을 국제법을 토대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분석했다. 220쪽. 1만 2000원. 일본의 조선학교(김지연 사진, 눈빛 펴냄) 3·11 일본 대지진 후 도호쿠와 후쿠시마의 조선학교 모습을 담은 사진집. 일본 내에서 정규학교로 인정받지 못한 탓에 보수 비용을 지원받지 못하고 기숙사를 임시 교실로 꾸려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학교 풍경이 130여장의 사진에 담겼다. 280쪽. 1만 7000원. 국경을 걷다(황재옥 지음, 서해문집 펴냄) 북한 전문가인 저자가 전직 통일부 장관 등 4명의 지인과 함께 압록강 하구 단둥에서 두만강 하구 팡촨까지 1376.5㎞를 답사한 8박 9일간의 기록. 북한의 민낯과 빠르게 변화하는 북한과 중국의 교류 현황, 국경선 주변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르포 형식으로 풀어썼다. 256쪽. 1만 5000원. 선택(미하일 고르바초프 지음, 이기동 옮김, 프리뷰 펴냄) 동서냉전 체제를 종식시켰다는 찬사와 소련의 해체를 초래한 배신자라는 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는 전 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자서전. 정치인으로서의 회고록이기 이전에 부인 라이사와의 만남과 사랑, 가족에 대한 헌신을 고백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440쪽. 2만 1000원. 겟 리얼(일레인 글레이저 지음, 최봉실 옮김, 마티 펴냄) BBC에서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하는 저자가 기득권층의 이데올로기 조작 과정을 폭로한 책. 환경을 고민하는 척하는 다국적 석유기업, 정해진 대본에 따라 녹화·편집되는 리얼리티쇼, 은밀하게 가짜 시민운동을 조직하는 억만장자 등의 예를 살펴본다. 304쪽. 1만 6000원. 파는 것이 인간이다(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청림 펴냄) ‘새로운 미래가 온다’ ‘드라이브’를 쓴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지금은 누구나 세일즈하는 시대이며, 광의의 판매 활동이 생존과 개인적 행복을 가름하는 중요한 가치”라고 주장한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세일즈를 어떻게 인지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제언을 담고 있다. 312쪽. 1만 6000원. 일상을 바꾼 발명품의 매혹적인 이야기(위르겐 브뤼크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일상에서 흔히 쓰는 물건들에 얽힌 뒷이야기를 모았다. 노트북, 현금자동지급기, 미끄럼틀, 종이컵, 껌, 비누, 토스터 등 다양한 물건의 탄생 배경이 간결하게 소개된다. 388쪽. 2만 3000원. 난 방학에 국제활동 다녀왔다(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엮음, 도어즈 펴냄)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19명의 청춘들이 세계 16개국에서 각양각색의 주제로 펼친 국제활동의 생생한 경험담. 국제활동 희망자들을 위한 전문가의 조언을 부록으로 실어 실용도를 높였다. 264쪽. 1만 3000원. 공부하는 힘(황농문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몰입전문가인 홍농문 서울대 교수가 공부를 어떤 다른 목표를 위한 도구나 수단이 아닌, 그 자체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자아실현을 이루게 하는 몰입학습법을 소개한다. 288쪽. 1만 4000원. 문명의 교류와 충돌:문명사의 열여섯 장면(성해영 외 지음, 한길사 펴냄) 서울대 인문학 연구원 HK문명연구사업단의 ‘문명공동연구’ 시리즈의 하나로, 이질적인 문명들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만남의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404쪽. 1만 8000원.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⑧ 1950~60년대 : 파괴와 재건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⑧ 1950~60년대 : 파괴와 재건

    “도시는 기억으로 살아간다”(The city lives by remembering)고 미국의 시인 랠프 왈도 에머슨은 읊었지만, 서울은 600년 고도의 기억이 별로 없다. 마치 신흥도시 같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통에 불타고 약탈당했으며, 일제강점기 도읍에 대한 자취는 강제적으로 지워졌다. 조선총독부-경성시청-남산 조선 신궁을 상징 축선으로 하는 식민 도시로 치장됐다. 한국 전쟁통에 그나마 남은 것 대부분이 파괴됐다. 1960년대 이후 개발독재시대의 무지막지한 개발 광풍을 타고 또 한 번 뭉개졌다. 역사의 향기는 흩어졌다. 한강 이남으로 영역을 확대한 서울은 사실상 한국전쟁 이후 새로 건설된 신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대문 안에는 표지석만 어지럽게 남았을 뿐이다. 전쟁과 대사건은 도시를 재건한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 폭격을 앞둔 맥아더는 “원래 도시란 천재지변이나 전쟁을 겪고 나면 그전에 비해 몇 곱절 더 크고 좋은 새 도시로 부흥된다. 미국이 재건을 도울 것이니 서울은 앞으로 이상적인 현대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실제 1644년 대화재로 도시의 80%가 타 버린 영국 런던은 옥스퍼드대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 교수에 의해 오늘의 런던으로 재건됐다. 일본 도쿄도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잿더미가 됐지만 탁월한 도시계획가 고토 신페이(後藤新平) 도쿄시장의 주도로 세계 도시계획 사상 유례가 없는 시가지 개조를 통해 새로 태어났다. 런던과 도쿄는 세계대전으로 또 한 번 타격을 입었지만, 옛 도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의 재건은 성공작일까? 서울을 역동적인 현대 도시로 평가할 수는 있지만, 역사 도시로 평가하기엔 머쓱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은 꽤 혼란스럽다. 서울은 네 번 결정적인 상처를 입었다. 16세기 일본과 중국 군대에 의해 약탈당했으며, 근대 일제강점기엔 성곽을 허물고, 상징 축을 강제로 바꾸는 방법으로 도시 형태가 조작됐다. 한국전쟁기 유엔군과 한국군의 청야(淸野)작전(적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농작물이나 건물 등 지상에 있는 것들을 말끔히 없애는 작전)을 통해 철저하게 파괴됐다. 1960~70년대 우리 손으로 남은 문화재를 헐어서 치워 버렸다. 맥아더의 말처럼 기회는 있었다. 1952년 전후 복구 차원의 첫 도시계획안을 마련하면서 세종로 등 39개의 큰길을 확장하거나 신설하고, 광화문광장·서울시청광장·남대문광장 등 19개의 광장을 만드는 과감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재정부족 등을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처럼 구도심(사대문 안)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사대문 밖이나 강남 신시가지를 개발하겠다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이 없었다. 한국전쟁 이후 ‘광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서울 집중이 기회를 날려 버렸다. 집중을 막으려고 온갖 정책을 동원했지만 약효가 듣지 않았다. 해방 전후 100만명대였던 서울 인구는 1966년 380만명, 1970년 540만명을 넘어서더니 1990년 1000만명을 돌파해 버렸다. 수도 서울 행정은 집 지을 땅을 확보하고, 도로를 넓히고, 교통수단을 늘리고, 수돗물을 공급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것에 매달렸다. 만약 그때 인구의 서울 집중을 막을 수 있었더라면 서울은 한가롭게 전차가 다니며,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정겨운 기와집이 빼곡한 도시로 남았을 것이다. 한강과 북한산이 주는 자연의 세례를 맘껏 누리는, 풍광이 뛰어난 성곽 도시로 유지됐을 것이다. 1950년대 서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손정목 전 시립대 교수의 ‘서울도시계획이야기’를 기본으로 사대문 밖 풍경을 상상해 보자. 동쪽으로 동대문을 나서면 신설동 큰 길가까지 집이 들어 차 있지만, 바깥은 논밭 천지다. 신당동에 집이 드문드문했을 뿐 금호동·옥수동 일대는 산이었다. 왕십리를 지나 한양대 일대는 미나리꽝이었고 성동교의 나무다리가 삐꺽거렸다. 남쪽 한강대교에 이르는 동빙고동과 서빙고동 주민은 1000명 안팎이었고, 원효로 일대는 대부분 논밭이었다. 노량진, 상도동, 대방동, 영등포는 큰 길가조차 목가적인 전원 풍경을 연출했다. 서쪽으로 신촌을 지나 마포 전차 종점을 벗어나면 벌거숭이 산과 논밭이 펼쳐졌다. 동북쪽은 미아리고개, 서북쪽은 독립문과 현저동이 경계였다. 지금의 강남·서초·송파·강동·강서·관악·구로·금천·도봉·노원·은평구 등은 모두 경기도였다. 서울의 고층 건물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최고층 건물은 지금의 롯데호텔 자리에 있던 8층짜리 반도호텔이었다. 이웃 조선호텔과 한국은행 모두 일제가 남긴 건물이었다. 1955년에 종로 사거리에 2층짜리 신신백화점이 신축됐고, 1957년 광화문 사거리와 을지로 1가에 3층짜리 국제극장과 5층짜리 개풍빌딩이 각각 들어섰다. 1958년 남대문에 7층짜리 그랜드호텔이 문을 열자 구경 인파가 몰렸다. 당시 서울 도심부의 평균 층 높이는 2층이 채 되지 않았다. 도심부를 고층화하려고 주요 간선도로변의 건물 높이를 3~5층 이상으로 정할 정도였다. ‘한강의 기적’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부터 약 20년간의 고도성장기를 일컫는다. 이 기간 서울은 경천동지할 변화를 겪는다. 서울의 공간 변화는 1966년부터 1980년까지 15년간 거의 이뤄졌다. 주택지·도로·상하수도·지하철 등 현대 서울의 하부구조가 이때 거의 갖춰졌다.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절대권력자의 ‘분부’를 이행한 김현옥·양택식·구자춘이라는 3명의 ‘충복’ 서울시장이 재직한 기간과 일치한다. 서울의 얼개는 박 대통령의 구상과 지시에 의해 거의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6년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이 세워졌다. 서울의 균형 발전을 꾀하려고 사대문 안에 집중된 입법·사법·행정부의 기능을 분산시키려는 계획이 눈에 띈다. 입법부는 남서울(강남·서초구), 사법부는 영등포, 행정부는 용산 일대, 세종로 지역은 대통령 관저 및 직속기관 배치 지역으로 정했다. 지금 와서 보면 입법부와 사법부의 입지가 맞교환됐고, 서울시청이 용산으로 옮겨가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교통계획을 보면 서울역~청량리(1호선), 서소문~을지로~성동(2호선), 갈현동~종로2가~을지로2가~퇴계로~천호동(3호선), 우이동~종로4가~퇴계로~말죽거리(4호선) 등의 지하철 4개 노선 건설계획이 잡혀 있다. 10년 뒤 구자춘 시장에 의해 2호선이 을지로와 영등포~영동을 잇는 순환선으로 변경되는 등 엄청난 노선 변화가 일어났지만, 지하철 4개 노선에 대한 기본 구상이었다. 이 밖에 4개 순환선과 14개 방사선을 간선도로망으로 7개의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과 노면 전차는 철거하고 광화문 사거리와 시청 앞 광장에는 지하차도를 만들고, 시청 앞 광장 지하는 지하도시화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도심 재개발과 강남·송파 등 남서울개발, 뚝섬·창동·망우 등 동서울개발, 불광·성산·김포·시흥지구의 서서울개발 등 신시가지개발 계획이 들어 있다. 1년 예산이 170억원에 불과한 서울시가 20년 앞을 내다보고 인구 500만명을 예상해 3235억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언론으로부터 ‘즉흥계획’ ‘실현성 없는 독단’ ‘재무계획 없는 무지개’ 등등 융단폭격을 맞았다. 그러나 격변의 15년 중 7년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내며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한 손정목 전 교수는 “꿈도 환상도 아니었다. 최초의 기본계획이었다는 점, 도심부 재개발이니 고도지구, 미관지구 개념이 도입돼 일반에 공개됐다는 점, 70~80년대 전국 모든 도시가 수립한 도시계획의 모델이 됐다는 점 등에서 의미가 있다”고 회고했다. 불완전하나마 서울시 장기계획의 틀이 된 것이 사실이다. 일제 말기인 1940년부터 1965년까지 서울은 잠자는 도시였다. 1937년 중·일 전쟁과 1941년 태평양전쟁이 터져 건축자재를 구할 수 없었고, 한국전쟁이 이어지면서 건축 행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건물이 목조건물 수명 30년을 다한 상태였다. 장충동, 신당동 일대와 남대문로, 충무로, 을지로 등 일본인 주거지에 정원이 딸린 일본식 저택과 주택이 밀집해 있었다. 가회동·명륜동·동숭동·북아현동 일대에는 한옥촌이 빼곡하게 형성돼 있었다. 마포, 왕십리, 동대문을 벗어난 지역은 논밭이었다. 사대문 안과 독립문, 신촌, 신설동, 돈암동, 신당동, 용산이 서울의 전부였다. 노면 전차 노선을 기준으로 보면 동쪽으로 청량리·왕십리, 남쪽으로 노량진·신길동·영등포, 서쪽으로 마포·신촌, 서북쪽으로 독립문, 동북쪽으로 돈암동 전차 종점까지가 서울이었다. 지방에서 무작정 상경한 사람들의 주거인 무허가 판잣집이 도심에서 가까운 하천변이나 산비탈을 차지했다. 1966년 당시 13만여채의 판잣집이 서울 곳곳에 달동네를 이루고 있었다. 서울은 개발행 특급 열차가 출발하기 직전의 폭풍전야였다. joo@seoul.co.kr
  • 지루한 장마 끝! 미뤘던 피서 떠나볼까

    지루한 장마 끝! 미뤘던 피서 떠나볼까

    장마 끝 무더위 시작이다. 아직 휴가 계획을 잡지 못한 가족들이라면 체험마을에 주목하시라. 한국관광공사에서 ‘동서남북 체험여행’을 주제로 추천한 마을들이다. 가서 무얼 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마을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 뒀다. 강원 인제군 월학리 냇강마을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가볼 만한 여름휴가지로 추천하면서 유명해졌다. 마을 앞으로 금강산에서 발원한 인북천이 흐르고 뒤로는 대암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2003년부터 이어 온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자랑이다. 옥수수 수확 등 농사 체험은 물론 솟대 만들기, 천렵 등 마을에 깃든 문화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가득 찼다. 주변에 둘러볼 곳도 많다. 백담사에서 설악산의 빼어난 풍경과 만해 한용운을 만나거나 내린천에서 번지점프와 집트랙, 래프팅 등 짜릿한 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033)462-5400. 경남 남해군 설천면 문항마을은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최고의 어촌체험마을로 선정한 곳이다. 개막이나 후리그물을 이용한 고기잡이, 횃불을 이용해 해산물을 캐는 횃불바래(홰바리), 돌굴 따기 등 아이들이 즐거워할 만한 체험 프로그램들로 가득하다. 최고 인기 프로그램은 쏙잡이다. 갯벌 구멍에 된장물을 넣고 붓 대롱을 살랑살랑 흔들면 쏙이 나온다. 이때 잽싸게 쏙을 낚아챈다. 인근에 마을 전체가 거대한 정원인 원예예술촌, 1.5㎞에 달하는 물건리 방조어부림, 독일마을, 드넓은 백사장이 아름다운 상주은모래비치 등 볼거리도 많다. (055)863-4787. 경기 양주 맹골마을은 수원 백씨 집성촌이다. 아직도 마을 주민의 60% 정도가 백씨다. 한 집 건너 일가친척이다 보니 유교적 전통이 여전하다. 전통 예절을 배울 수 있는 다도 체험, 목장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유가공 체험 등이 대표 체험 프로그램이다. 마을 안쪽엔 명성황후가 피난처로 활용하기 위해 지은 ‘백수현가옥’(중요민속자료 제128호) 등 볼거리가 많다. 마을 북쪽은 감악산이다. 맑은 날엔 북한의 개성 땅이 훤히 보인다. 양주의 역사를 대표하는 양주관아지, 조선 최대의 왕실 사찰이던 회암사와 회암사지박물관, 빛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조명박물관 등도 둘러볼 만하다. (031)863-6978. 전북 고창군 하전마을은 10㎞에 이르는 해안선에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이 자랑이다. 이 너른 갯벌에서 연간 4000t의 바지락이 생산된다. 전국 최대 바지락 산지다. 대표 프로그램 역시 갯벌 체험이다. 트랙터에 연결한 ‘갯벌버스’를 타고 드넓은 갯벌 한가운데로 나가 조개도 캐고 갯벌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도 만난다. 2004년부터 갯벌 체험을 시작한 만큼 장화 등의 갯벌 체험 도구는 물론 탈의실과 샤워장도 넉넉하게 갖췄다. 심원면 만돌과 고전리 일대에 조성된 바람공원, 해넘이 풍경이 아름다운 구시포 해수욕장, 모래가 고운 동호 해수욕장, 선운사와 미당시문학관 등 유명 관광지도 지척이다. (063)564-8831. 충북 괴산 조령산체험마을은 나는 새도 쉬어 간다는 조령산에 깃든 산촌마을이다. 마을이 속한 연풍면은 괴산의 관광 자원이 밀집한 곳. 연풍향교와 연풍향청, 풍락헌 등 괴산의 대표적인 유형문화재들과 만날 수 있다. 한지체험박물관이 체험 활동의 중심지다. 한지의 우수성을 알 수 있는 유물이 전시실을 가득 채웠다. 한지 공예와 한지 뜨기 체험 등도 즐길 수 있다. 옹기종기도예방의 도자 체험, 마을 옥수수 농장 체험도 재미있다. 마을에서 멀지 않은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보물 97호), 드라마 촬영 명소인 수옥폭포, 조령산자연휴양림의 백두대간생태교육장 등도 둘러볼 만하다. (043)830-3901.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충분하다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충분하다

    찜통더위에 기신거리는데 웬 뜬금없는 사막 얘기냐고? 걱정하지 마시라. 테마파크처럼 짜릿한 즐거움이 샘솟는 사막 얘기를 들려드릴 참이다. 한낮에도 태양만 얼굴을 내밀지 않으면 바닷가 모래사장에 선 것처럼 서늘한 바람이 불어대는 곳이다. 세상에, 그런 사막도 있냐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자동차로 예닐곱 시간 걸리는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수도인 후허하오터(呼和浩特). 그곳에서 다시 서쪽으로 서너 시간을 달리면 이집트나 외몽골의 고비사막과 진배없는 샹사완(响沙灣)에 다다른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니 이게 무슨 사막이냐 싶었다. 네이멍구 제2의 도시 어얼둬쓰(鄂爾多斯·옛 오르도스)로 이동하며 설핏 봤던 옆모습이 되작여져 그랬다. 표를 끊고 리프트에 오른다. 만(灣)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만했다. 리프트 아래 150m는 될 법한 폭의 옛 하천을 굽어보며 사막에 들어선다. 원래 이곳은 몽골어로 활시위를 가리키는 쿠부치(庫布其) 사막의 일부로, 일종의 사막 테마파크로 조성됐다. 쿠부치 사막은 동서로 262㎞나 되며 면적은 1만 6000㎢로 중국에서 일곱 번째,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사막이다. 삼사월 한반도 상공을 뒤덮는 황사의 40%가 쿠부치 등 네이멍구 사막들에서 날아오고 고비사막 것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 버선으로 신발째 감고 나니 영락없는 스머프인형들이다. 낑낑 오르는데 발로 어렵사리 감지되는 모랫바닥이 의외로 단단하다. 잘 미끄러지지 않으니 사방에서 재잘거림과 속살거림이 터져 나온다. 마치 사람들로 복닥대는 수도권의 놀이공원처럼. 아니나 다를까. 귓전을 때리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다 우리 노래 ‘여행을 떠나요’임을 알아챈다. 5분쯤 올랐을까. 사막 전경이 펼쳐지는데 눈이 시원해진다. 들머리에서 바라봤던 초라한 모습은 사라지고 사구(砂丘)들의 변주(變奏)가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배처럼 생긴 자동차에 오른다. 40~50명쯤 올랐는데 속력을 내니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부딪힌다. 재잘거림은 이내 환호작약으로 바뀌었다. 사막이 이렇게 서늘하다니. 이렇게 달려도 되나 싶을 즈음, 차가 멈추고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선 것처럼 사람들에 떠밀려 차를 빠져나온다. 이제 놀이시설을 본격적으로 즐길 차례. 기사가 운전하는 지프를 타고 엄청난 속도로 사구들을 헤집었다. 모래 바이크를 탄 뒤 마치 오아시스처럼 만들어 놓은 풀장에서 물장구를 치고 나니 허기가 밀려온다. 500명쯤 들어갈까 싶은 뷔페 식당 한쪽에 광활한 사막의 풍경을 즐기며 식사할 수 있는 테라스가 꾸며져 있다. 다음은 낙타 타기. 앞다리를 꿇었다가 사람이 엉덩이를 안장에 붙이자 일어서는데 앞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렸다가 순간 하늘에라도 닿을 듯 훅! 올라간다. 현기증이 날 정도. 초원에서 말을 탔을 때보다 훨씬 안락했다. 몇 발자국 뗐을까. 허겁지겁 점심을 챙긴 여행객들이 줄줄이 낙타 등에 올라 더욱 깊은 모래뻘로 향한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隊商) 행렬처럼 꼬리를 문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은 이곳이 사막이란 사실을 계속 가로젓게 만든다. 이곳의 7월 평균기온은 섭씨 18~24도. 사막에서도 그늘막 아래만 들어가면 선선해졌다. 10분쯤 걸었을까, 내리란다. 마음은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 자치구의 우루무치(烏魯木齊)를 지나 저 멀리 페르시아 언덕배기를 맴도는데…. 사막 열차에 올라 4시간 넘게 이어온 사막의 정경을 눈으로 다시 훑는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가 그랬다던가. ‘사막엔 인간의 욕망이나 호기심을 끌어당길 자연이나 인공의 사물들이 없기 때문에 영원을 관조하는 데 방해할 것이 없다’고. 하지만 사막화란 재앙을 테마파크로 꾸며 사람들의 욕망이나 호기심을 자본주의보다 더 철저하게 살피고 유도하고 돈을 받아내는 중국식 사회주의 논리가 철저히 투영돼 있었다. 그게 커다란 아쉬움이었다. 다음은 초원인데, 사막과 이렇게 닮은꼴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샹사완은 1950년대만 해도 양들이 풀을 뜯던 곳이란다.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놀랍기만 하다. 초원의 머지않은 미래가 사막이란 점을 깨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시라무런(希拉穆仁) 초원은 후허하오터에서 다이칭(大靑)산을 넘어 유채꽃과 해바라기가 만발한 평원 지대를 지나자 나왔다. 정말 시원(始源)으로부터 오는 듯한 바람이 계속 불어왔다. 관광객을 받는 게르(몽골의 이동식 집)촌으로 변모한 목초지들은 4㎞, 많게는 10㎞ 이상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바람이 모든 여백을 메우고 그걸로 충분했다. 고비사막 아래의 이 동네도 몇십 년이 흐르면 샹사완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온다. 조선족 여성 가이드는 “2년 전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아 멀리 보이는 초지 색깔이 누렇기만 했다. 올해는 비가 제법 와 그래도 이만큼의 푸른 때깔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 한반도 황사도 여느 해보다 심하지 않았다. 유럽과 다른 지역에 견줘 키가 작다는 몽골말을 탔다. 세 시간 정도 그야말로 가없는 목초지를 돌아다녔다. 석양을 등에 지고 다른 게르로 향할 때는 정말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건맨들처럼, 아니면 고선지를 비롯한 옛 조상들의 기개가 가슴에 차오르는 자아도취에 빠졌다. 날이 흐려 그 멋지다는 노을은 구경하지 못했다. 또 주먹만 하다는 별들의 존재감도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게르 옆 풀밭에 누워 술잔 기울이며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 빛을 조명 삼아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웠다. 밤 11시가 넘자 게르마다 쏘아올린 불꽃이 목초지와 하늘을 수놓았다. 시인 이육사처럼 ‘초인이 있어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던 광야의 밤이었다. 글 사진 후허하오터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가는 길:예전에는 베이징에서 비행기 갈아타고 후허하오터까지 간 다음 버스로 시라무런 초원이나 샹사완으로 향했다. 제주항공이 처음으로 지난 한 달 동안 주 2회 후허하오터 직항 전세기를 운항했다. 주요 여행사들이 베이징 경유나 직항편을 이용하는 4박6일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지 않다. 준5성급(실제로는 그 이하) 호텔에서 3박하고 양변기와 샤워기까지 갖춰진 게르에서 1박한다. 놀라울 정도로 날씨가 서늘해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 정도만 초원과 사막 여행을 할 수 있다. →칭기즈칸과 왕소군의 발자취:어얼둬쓰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칭기즈칸 능은 꼭 찾을 만하다. 칭기즈칸이 서하(西夏) 정벌을 앞두고 이곳을 지나다 여기 묻힐 만하다는 내용의 시를 남겼다. 그런데 원정 도중 풍토병을 얻어 이듬해 세상을 떴고, 그를 묻을 장소를 물색하던 부하들이 이곳을 지나가는데 말들이 꿈쩍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생전에 그가 휘두르던 채찍을 묻었더니 그제야 말들이 움직였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몽골에선 시신을 해치는 것을 두려워해 봉분이나 묘비를 세우지 않아 그의 시신이 진짜 묻힌 장소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후허하오터 근교에는 고대 중국의 4대 미녀 중 한 명인 왕소군(王昭君) 묘가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으되 봄 같지 않다) 시구를 남긴 왕소군은 흉노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한나라 원제가 공주라고 속여 시집 보낸 궁녀인데 중국 정부는 민족 화합의 상징으로 영웅시하면서 묘역을 성역화했다. 이곳도 옷과 모자 등을 묻은 의관묘(衣冠墓)이며 실제 시신이 묻힌 곳은 추측만 무성하다. 바오터우(包頭)에서 멀지 않은 메이다이자오춘(美垈召村)은 한족과 몽골족, 티베트족의 생활양식과 건축 방식이 어우러진 독특한 곳이다.
  • 친절한 ‘광진씨’

    친절한 ‘광진씨’

    광진구에 불법 주정차 관련 민원이 사라진다. 구는 오는 12일부터 불법 주정차 단속 지역 차량 진입 때 운전자에게 단속 지역임을 휴대전화 문자로 알려주는 ‘주정차 단속 문자알림서비스’를 본격 시행한다고 5일 밝혔다. 지금까지 갑작스러운 단속으로 주민을 당황하게 하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구는 지난 4월부터 고정형 폐쇄회로(CC)TV 단속지역에 차량이 들어오면 차량 번호를 인식해 단속 경고 메시지가 발송되고 5분 경과 후에도 차량이 이동하지 않아 단속이 확정되면 단속 사항을 알리는 문자가 발송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2차 불법 주정차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재 문자 알림 서비스가 가능한 불법 주정차 단속 CCTV는 천호대로와 능동로 등 주요 간선도로에 설치된 33대와 이동 차량용 2대가 있다. 알림 서비스 신청은 구 홈페이지나 구 교통지도과(450-7968), 동 주민센터 등에서 연중 가능하다. 구는 주정차 단속 문자 서비스 홍보용 현수막을 건대사거리와 동서울터미널, 지하철 입구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걸었으며 홍보 안내문도 2만부를 제작해 나눠 줬다. 김기동 구청장은 “이번 서비스로 불법 주정차 중복 단속 사례가 없어지면서 주민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광진구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행정서비스 제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특파원 칼럼] 중국에 고민 준 유해반환 외교/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중국에 고민 준 유해반환 외교/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산골짜기마다 나라에 충성 바친 병사들이 묻혀 있는데, 어찌 말가죽에 시신을 싸서 돌아가겠느냐(靑山處處埋忠骨, 何須馬革裏屍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1월. 마오쩌둥(毛澤東)은 당시 한반도에 파병을 보낸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의 전사 소식을 전해들은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청나라 공자진(?自珍)의 기해잡시(己亥雜詩)에 나오는 이 시구로 답을 대신했다고 한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이 일화를 두고 사(私)를 버린 무산계급 혁명가의 진면목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권력자의 아들만 데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전 참전 중국군 유해는 현지에 묻고 오는 것이 전사자 처리의 원칙이 됐다. 하지만 이 원칙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6월 방중 이후 바뀔 듯한 분위기다. 당시 중국 인민지원군 유해 반환 제안에 중국 네티즌들이 크게 호응하고 일부 정치인들도 반색했기 때문이다. 류옌둥(劉延東) 국무원 부총리는 박 대통령의 제안을 받자마자 “떨어진 낙엽이 뿌리의 자리로 되돌아가듯(葉歸根) 사람이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조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사의를 표했다. 그러나 정작 중국 당국은 석연치 않은 태도를 견지했다. 박 대통령의 제안이 중국내에서 사흘가량 ‘지각 보도’되고 당국의 반응도 한 달 가까이 지난 뒤에서야 나왔다. 그것도 한 반관영 언론의 사회면에 이름을 명시하지 않은 부처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는 식으로 작게 처리됐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관련 부처들과 협의를 거쳐 유해를 적절히 영접하겠다”는 그 관계자의 발언은 부처 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어서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실제로 중국 당국자와 전문가들 중에는 박 대통령의 제안이 너무 갑작스러웠고, 중국 실정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처사였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국이 말하는 불편한 이유는 대충 이렇다. 우선, 원칙을 바꾸는 일이다.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든 정책이 새로 시작되지만 중국은 정책의 영속성이 중요하다. 유해를 되찾아 오려면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둘째, 형평성 원칙도 견지해야 한다. 한국 이외에 북한·미얀마 등에도 유해가 많은 데다 유해의 반환 방식, 관리 예산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 셋째, 북한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우리 측의 반환 제안을 과거 수차례 거부했다. 결국 중국 당국은 여러 상황들을 고려해 우여곡절 끝에 어쩔 수 없이 수락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선열의 유해를 고국에 안장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후손들의 도리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유해 추가 발굴 사업이 이어지면 한·중이 정치적으로 밀착하는 계기가 된다며 박 대통령의 제안이 성공적이라 말한다. 그러나 좋은 의도와 상관없이 중국 정부가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오히려 부담만 준 꼴이 됐다. 이번 제안이 중국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더욱 꼼꼼히 상대국의 입장과 기준을 살펴봐야 했었다. ‘모든 전사자를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인식은 아직 중국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중국식’은 아닌 것 같다. jhj@seoul.co.kr
  • [열린세상] 격전지에 핀 라벤더 꽃/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격전지에 핀 라벤더 꽃/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초여름에 고성에 다녀왔다. 가는 길마다 라벤더 꽃축제 간판이 눈에 띄었다. 동쪽 끝 최북단 강원도 고성에 라벤더 꽃축제라니? 안내판을 따라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찾아가니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건봉사 자락 넓은 벌판에 라벤더 꽃과 호밀 밭 그리고 메타세쿼이아 숲이 어우러져 있었다. 산골 마을의 라벤더 꽃 농장이 반가운 것은 이곳이 격전지 인근지역이기 때문이다. 피비린내 났던 전쟁터가 이제는 보랏빛 라벤더 꽃으로 뒤덮이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편안한 얼굴을 보니 사람과 땅이 품는 평화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농장을 일군 젊은이들은 이곳을 유럽의 평화로운 들판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격전지에 라벤더 꽃향기가 퍼지면서 바다에 쳐진 철조망도 조금씩 걷히고 평화의 기운이 소리 없이 뿌리내리고 있다. 60년이라는 세월의 힘, 더 나아가서는 전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의 새로운 기운이 전쟁의 기운을 평화의 기운으로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하루 전날에 장벽을 넘다가 총살당한 동독의 젊은이가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장벽이 무너지기 일주일 전 서독의 콜 총리는 빨라도 10여년이 지나야 동서독 국가연합 형태나마 가능할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장벽이 무너졌다. 정치인도, 일반시민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장벽은 견고하고 달리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동독의 젊은이는 사생결단을 한 것이었다. 동독의 불우한 젊은이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현실의 벽이 아무리 암담하고 높아 보여도 변화는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사생결단 식의 극단 처방을 쓰는 것은 지나고 보면 남의 장단에 춤을 추는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 작은 불씨가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도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속단하는 성급함 때문에 빠지는 함정이다. 정전 협정 체결 60년이다. 올해는 60주년 기념행사가 많다. 여러 행사가 있는데 염원은 한 가지다. 한반도에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냉전시대에 열전을 치르고 여전히 냉전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보다 더 악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여느 때보다 비무장 지대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대학생들의 평화행진도 있었고 국제회의도 여러 차원에서 열렸다. 정전 상태는 말 그대로 잠시 전쟁을 쉬는 상태이다. 끝나지 않은 전쟁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정전 상태가 60년이나 지속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예외적인 일이다. 이런 예외적인 현실에도 라벤더 밭을 가꾸는 마음이 필요하다. 정전 협정 관련 행사에서 많은 외국인이 참여하여 여러 가지 의견을 내었다. 정전 협정은 60년이 되었지만, 그 세월만큼 시대에 따라 의미도 변하고 당사국의 입장도 변화한다고 했다. 결국, 어떤 미래를 구상하느냐에 따라 과거에 대한 해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국이 통일되면 어떤 점이 가장 좋을까라는 주제로 자유토론을 해보았다. 유럽에서 온 외국인들은 평화와 안정감이 가장 큰 득이라고 한 반면 한국 참가자들은 경제적 이익을 많이 이야기했다. 정전 상태라는 현실을 외국인들이 더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무장 지대의 자라지 않은 키 작은 관목들을 보면 생태계도 전쟁의 피해를 비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무장 지대는 60년이 지나도 전쟁의 기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곳을 평화의 터로 바꾸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젊은이들이 이 땅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펜션들 그리고 라벤더 꽃을 비롯해 철마다 다른 꽃축제가 벌어진다. 탱크에 꽃무늬를 그려 넣고 탱크의 총구에 꽃을 꽂아놓은 학생들도 있었다. 60년, 사람으로 치면 회갑의 나이이다. 전쟁이 할퀸 상처가 서서히 아무는 조짐을 보인다. 이 평화의 바람을 막는 조짐도 많이 눈에 띈다. 그렇지만, 주변의 어수선한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고 젊은이들은 격전지에 밭을 일구고 꽃을 심는다. 라벤더 꽃향기가 비무장지대 155마일에 퍼지는 날도 머지않았다.
  • 가상의 세계를 통해 그린 현대사회의 모순과 그늘

    가상의 세계를 통해 그린 현대사회의 모순과 그늘

    은유와 상징, 철학적 통찰로 창조한 가상의 세계를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과 그늘을 그려낸 해외 걸작 만화 2권이 잇따라 국내 출간됐다. 미국 작가 크레이그 톰슨의 신작 ‘하비비’(왼쪽·미메시스)는 67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화려하게 펼쳐지는 아랍어 장식 서체 등 첫 장부터 세밀하게 공들인 이미지가 먼저 독자의 시선을 압도한다. ‘하비비’는 아랍어로 ‘내 사랑’이란 뜻. 이야기는 중년의 남자에게 팔려간 12세 소녀 도돌라와 노예 시장에서 만난 3세 남자아이 잠이 겪는 운명을 다뤘다. 노예 시장을 탈출한 둘은 남매처럼 의지하며 역경과 싸우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가 운명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15년에 걸친 이들의 이야기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과 기독교의 성경에 담긴 여러 일화들과 연결되면서 풍부한 상징성을 획득한다.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간극, 산업화가 야기한 폭력성 등이 시공을 넘나들며 몽환적으로 펼쳐진다. 크레이그 톰슨은 7년 만에 내놓은 이 책으로 2011년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100권’, 2012년 미국 최고 권위의 만화상인 아이스너상 ‘최고의 작가’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 만화(오른쪽·바른손·세미콜론)도 영화 개봉과 동시에 재출간됐다. 2004년 첫 국내 출간 이후 9년 만이다. 동서 냉전시기, 기후 재앙으로 인한 동토의 설국을 달리는 열차 안에서 마지막 생존자들이 벌이는 처절한 투쟁을 그린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공상과학만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1970년대부터 시나리오 작가 자크 로브와 화가 알렉시스의 구상으로 시작된 ‘설국열차’는 알렉시스의 사망으로 장마르크 로셰트가 프로젝트에 합류해 1984년 1권이 출간됐다. 이후 자크 로브가 세상을 떠나면서 뱅자맹 르그랑이 가세해 1999년 2권, 2000년 3권으로 완결됐다. 무려 30년이 흘렀지만 ‘설국열차’가 가상의 계급사회를 통해 제시한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일독할 만하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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