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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를 잃게 해달라… 편견 깬 11세 소녀의 소원

    소리를 잃게 해달라… 편견 깬 11세 소녀의 소원

    열한 살 소녀 보리는 가족들 중에 유일하게 소리를 듣는다. 보리 덕에 가족들은 한 달에 한두 번 중국집에서 짜장면 배달을 시킬 수 있다. 그런 보리가 두 손 모아 비는 소원은 뜻밖에 “소리를 잃게 해달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아지고 싶다는 바람이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나는보리’는 농인 가족을 둔 보리(김아송 분)의 성장 드라마다. 더할 나위 없이 화목한 가정이지만,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아빠(곽진석 분)와 엄마(허지나 분), 동생 정우(이린하 분) 사이에서 보리는 묘한 소외감과 고립감을 느낀다. 어린아이의 치기로 치부하기에 아이의 고민은 깊고 넓다. TV에서 오랜 잠수로 난청에 시달리는 해녀의 모습을 보고 직접 바다에 뛰어들기를 감행할 만큼. 아이의 고민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꽂듯 바라보지 않고 그 눈높이에서 마주 대하는 영화의 시선 덕에 관객도 충분히 보리의 입장에 골몰하게 된다. 지나치리만큼 착한 것도 ‘나는보리’가 가진 특징 중 하나다. 바다에서 돌아와 듣지 못하게 된 아이가 “내가 듣지 못해도 괜찮아?”라고 말할 때 들으나 듣지 못하나 똑같은 내 딸이라고 말하는 엄마 아빠의 사람 좋은 웃음처럼. 그러나 이들을 둘러싼 세상이 사려 깊지 못한 것은 살펴볼 만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농인이라고 해서 웃돈을 얹어 받는 옷가게 주인이나 정우가 청력 회복을 위해 인공와우수술을 하게 되면 그 좋아하는 축구는 할 수 없다는 사실까지는 미처 얘기하지 않는 고모처럼 말이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들 가족의 모습이나 이를 둘러싼 이웃들의 풍경을 이처럼 섬세하게 묘사한 데는 연출을 맡은 김진유 감독의 공이 크다. 영화는 “어머니가 농인이신데 어릴 적 나도 ‘소리를 잃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김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됐다. 가령 보리가 강릉단오제에서 가족 무리와 떨어져 길을 잃게 되는 장면은 감독이 직접 겪은 일이다. 영화는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극적인 화해를 그리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것은 세상의 배타적 시선과 ‘서로 다르다’는 자각 속에서도 이 모두를 껴안는 보리 가족의 너른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보리의 부모를 연기한 곽진석, 허지나는 실제 부부 사이이며 극 중에 등장하는 강아지 코코도 실제 이들 부부가 키우는 반려견이다. 촬영장에서 수어를 배웠다는 아역 김아송과 이린하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김 감독은 한글 자막이 있는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영화를 제작해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영화를 볼 수 있게 했다. 영화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제24회 독일 슈링겔국제영화제 관객상·켐니츠상을 수상하며 호평받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달나라 자원 경쟁… 두 나라 우주 전쟁

    달나라 자원 경쟁… 두 나라 우주 전쟁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안 미국과 중국은 달을 향한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달에서 청정 연료인 헬륨3을 가져오는 나라가 지구를 지배한다’는 확신 때문이다. 달에 풍부한 희토류와 같은 자원을 캐서 지구로 가져오는 것은 더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하나로 달에 먼저 도착한 이들의 활동 범위를 보장해 주는 ‘안전지대’ 설치안을 마련했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로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아폴로 프로젝트에 이어 이번에는 여성을 달에 보내겠다는 의도가 배어 나온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중국 정부는 ‘우주 굴기’의 하나로 우주 자산을 운용하는 데 필수적인 우주정거장 독자 구축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우주에서도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달에서 캔 자원을 언제쯤 지구로 가져올 수 있을까. 유럽은 이르면 5년 뒤에 달 표토에서 채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주 탐사 부문에서 유럽은 선도자가 아니지만 2025년을 목표로 설정했다. 달 채광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유럽이 달에서 가져오려는 것은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귀금속이 아니라 헬륨3이라는 동위원소이다. 이런 임무는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22개국이 참여하는 유럽우주기구(ESA)가 주축이다. ESA는 2022년 달 남극에 탐사선을 투입할 계획도 세워 두고 있다. 물론 미국이나 중국, 유럽만 나선 것이 아니다. 전통적 ‘우주 강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인도, 일본, 캐나다도 달 탐사에 나섰다. 유럽의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는 ESA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희귀 자원 탐사에 정부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국가가 찾아나선 성배(聖杯)는 헬륨3으로, 지구에서는 아주 귀하다. 미국이 1969년 달에서 가져온 운석에 헬륨3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위스콘신대학 응용기술연구소의 제럴드 쿨친스키 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달에는 100만t 분량의 헬륨3이 있다”면서도 단지 25%만 지구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의 양으로도 현재 지구 수요대로라면 짧게는 200년에서 길게는 5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헬륨3의 가격은 t당 50억 달러(6조원 상당)의 가치가 있다고 자원 전문매체 마이닝닷컴이 전했다. 이외에도 달에는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스칸듐과 이트륨과 각종 희토류도 풍부하다. 희토류는 중국도 많지만 이를 지정학적 무기화하고 있다. 중국 희토류도 15~20년 지나면 고갈될 것으로 NASA는 보고 있다.우주는 그동안 NASA를 필두로 미국이 절대적 우위를 지켰던 분야였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인간을 달에 처음 도달시켰다. 러시아와 중국도 달에 사람을 보냈지만 그래도 미국이 압도했던 분야였다. 2000년 미국·러시아 등 16개국이 공동으로 운영한 우주정거장(ISS)은 국제협력의 상징이다. 그러나 미국의 달 프로젝트는 천문학적인 비용 문제로 주춤했다. NASA는 2005년 달 탐사계획에 13년 동안 1333억 달러(164조원 상당)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이와 비슷하게 들었다. 1965년 NASA 예산은 연방 예산의 4%였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0.4%였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에 승리하면서 우주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21세기 중국의 추격세가 매섭다. 우주 프로젝트에는 엄청난 예산이 들지만 중국은 정권이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중국은 2019년 무인 달탐사선 창어4호가 인류 사상 처음으로 달 뒷면에 닿는 등 21세기 들어 달에 두 번이나 도달한 유일한 국가다. 또 지난해에는 34번의 우주비행을 마치면서 우주비행을 가장 많이 한 나라로 기록됐다. 중국은 60개 이상의 위상을 궤도에 배치하는 계획과 함께 달 탐사는 물론 2022년까지 자체 우주정거장도 갖출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지난 5일 성공적으로 발사된 창정5B 로켓은 우주인 7명이 탑승이 가능한 우주선과 화물 회수용 캡슐의 시험 버전을 탑재하고 있다. 시 주석의 맹렬한 우주 굴기에 미국이 자극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NASA에 190억 달러(23조원 상당)를 지원, 달탐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ASA는 2024년 다시 인간을 달에 보내 살게 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또 달에서 탐사한 자원을 탐사 주체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는 법안의 초안을 마련했다. 또 NASA가 이름 붙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는 달기지를 놓고 경쟁 국가나 기업의 방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안전지대’도 제안한 것이 눈길을 끈다. 우주의 것은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개인 소유를 금지한 기존의 외기우주조약(OST)과는 달리 달에서 채취한 것은 무엇이든 채광한 개인이나 기업의 소유를 인정한 것이다. 초안은 수주 이내에 일본과 캐나다,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보기에는 ‘같은 마음을 가진 국가’인 아랍에미리트 등과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미국은 이와 관련해 개별 국가와의 협상 대신 유엔을 통해 조약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달 자원을 지구로 가져온다는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행성학과 폴 번 교수는 이런 계획과 관련해 경제성을 생각한다. 번 교수는 “달 자원을 지구로 가져올 수는 있지만,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선택”이라며 “지금 달의 자원을 채굴하고 이용 가능한 형태로 변환한다는 것은 경제성에서는 공상에 가까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달탐사 로켓을 한 번 발사하는 데 16억 달러(약 2조원)가 든다고 CNN이 전했다. 그는 헬륨3은 방사능 발생이 없고, 지구 환경에 거의 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현재로는 이를 이용한 핵융합 발전 기술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시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번 교수는 “인간이 달에 살거나, 화성이나 더 넓은 우주로 나가기 위한 중간 기지로서 달을 이용하게 될 경우 달 자원은 달에서 사용하는 ‘현장 이용자원(ISRU)’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 과정에서 인류는 귀중한 경험과 훈련을 축적하고, 이는 예상하지 못한 기술혁신으로 지구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 위성에 위협적으로 운용한 러시아는 아르테미스 합의의 초기 협상 파트너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미국의 달자원 소유권 인정 계획에 대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와 마찬가지인 달 침공 계획”이라고 쏘아붙이며 일전을 예고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은 중국과도 공유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중국이 2013년 5월과 7월에 쓰촨성과 산시성에서 발사한 로켓에 탑재된 위성이 위성 공격용 ‘킬러 위성’이라고 미국 국방부는 결론을 짓고 미 의회에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우주군 확장 경쟁에 가세할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은 중국 정부의 이런 발언을 액면대로 믿지 않는다. 우주 기술이 통신과 기상관측은 물론 위치기반의 GPS와 미사일 유도 및 방어 등 현대 군사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2010년 중국 공군 지휘부 교재에는 “우주는 미래의 전쟁터”라고 명시돼 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난해 12월 우주군 창설에 서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우주는 전 세계의 최신 전쟁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전 재산 29만원 뿐이라는 전두환…강남에 땅 있다”

    “전 재산 29만원 뿐이라는 전두환…강남에 땅 있다”

    “은닉재산 많고 은밀하게 수시로 현금화”“1970년대 가·차명 매입…조 단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인 오늘, 전직 대통령 전두환 집 앞에서는 만행에 대한 사죄, 불법 형성한 재산이 있다며 이를 몰수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운동본부)’는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소재 전씨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던 전두환이 이렇게 잘 사는 이유는 은닉된 재산들이 너무나 많고 은밀하게 수시로 현금화돼 제공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신군부 등이 은닉한 강남 땅 리스트, 즉 최소 2원에 달하는 땅 70여필지가 존재한다는 게 운동 본부의 주장이다. 운동본부는 “전두환과 자식들, 일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수천억 재산과 정호용, 허화평, 장세동 등 5·18신군부들이 보유하고 있는 수천억대 재산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 1970년 박정희 독재정권의 영동개발 시 투기로 정치자금을 조성할 때 동원된 가·차명 매입 땅은 현재 시가로 수조원대에 이른다. 삼성, 대치, 역삼동 등 강남 땅 70여 필지에 달한다”며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계획된 의도로 부정축재자 명단에서 제외되고 은닉된 불법재산”이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기록, 핵심 관계자 증언 등을 토대로 1980년 5월15일 보안사 대공처장 이학봉이 작성한 ‘부정축재자 수사 및 체포 계획’ 10명 중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이희성 계엄사령관 등 신군부가 제외해 빼돌려진 1명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운동본부는 “약 3~5조원대 토지를 1970년대부터 소유하고 있는 P모 회장에 대한 박정희 정권의 가·차명 의혹을 제보한다. 특히 박정희 육사 지인 박경원 전 내무부장관과 P모씨와의 관계성과 당시 부동산 매입부터 현재까지 수상한 운영 실태, 임차인들의 피해 사례 등도 있다”고 했다. 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980년 5월 당시 ‘권력형 부정축재자 수사계획’에 대한 국가기록원의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할 예정이다. 전씨는 내란 및 뇌물수수 등 혐의로 1996년 8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이듬해인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2심이 선고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이 확정됐다. 이후 특별사면으로 석방됐지만,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아 환수 절차가 진행돼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씨의 추징금 2205억 원 중 약 1199억5000만 원이 확보된 상황이다. 집행률은 54.4%로, 환수되지 못한 금액은 약 1005억5000만 원이다.“전두환은 국민 앞에 사죄하라” 올해 1월 초부터 전두환 구속 상징물이 강제철거될 때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천막농성을 한 ‘전두환심판국민행동’(국민행동)도 같은 장소에서 오전 10시30분쯤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행동은 “참혹했던 전두환 신군부의 만행을 밝혀내고 역사 정의가 수립되는 것만이 모든 가슴 속 한의 응어리를 풀어 해원하는 길”이라며 “전두환 정권이 자행한 수많은 국가폭력과 인권 탄압, 삼청양민학살과 형제복지원 사건 등의 진상규명이 이뤄져 책임자와 그 부역자들을 처벌했을 때 정의가 살아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故)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는 “이제 민주주의 해방군은 석방돼야 한다. 전두환만이 이 땅에 정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전두환은 참회하고 뉘우치고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고 자신을 소개한 장석칠씨는 “4년 전에 모든 것을 밝혀내고 보니 내가 다른 사람 대신 끌려가 고난을 겪고 맞아서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장본인들은 아직도 양심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수사해 밝혀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소리를 잃고 싶은 아이의 성장담… 영화 ‘나는보리’

    소리를 잃고 싶은 아이의 성장담… 영화 ‘나는보리’

    열 한 살 소녀 보리는 가족들 중에 유일하게 소리를 듣는다. 보리 덕에 가족들은 한 달에 한 두번, 중국집에서 짜장면 배달을 시킬 수 있다. 그런 보리가 두 손 모아 비는 소원은 뜻밖에 “소리를 잃게 해달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아지고 싶다는 바람이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나는보리’는 농인 가족을 둔 보리(김아송 분)의 성장 드라마다. 더할 나위 없이 화목한 가정이지만,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아빠(곽진석 분)와 엄마(허지나 분), 동생 정우(이린하 분) 사이에서 보리는 묘한 소외감과 고립감을 느낀다. 어린 아이의 치기로 치부하기에 아이의 고민은 깊고 넓다. TV에서 오랜 잠수로 난청에 시달리는 해녀의 모습을 보고, 직접 바다에 뛰어들기를 감행할 만큼. 아이의 고민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꽂듯 바라보지 않고 그 눈높이에서 마주 대하는 영화의 시선 덕에 관객도 충분히 보리의 입장에 골몰하게 된다. 지나치리만큼 착한 것도 ‘나는보리’가 가진 특징 중 하나다. 바다에서 돌아와 듣지 못하게 된 아이가 “내가 듣지 못해도 괜찮아?”라고 말할 때, 들으나 듣지 못하나 똑같은 내 딸이라고 말하는 엄마 아빠의 사람 좋은 웃음처럼. 그러나 이들을 둘러싼 세상이 사려깊지 못한 것은 살펴 볼 만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농인이라고 해서 웃돈을 얹어 받는 옷가게 주인이나, 정우가 청력 회복을 위해 인공와우수술을 하게 되면 그 좋아하는 축구는 할 수 없다는 사실까지는 미처 얘기하지 않는 고모처럼 말이다.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들 가족의 모습이나 이를 둘러싼 이웃들의 풍경을 이처럼 섬세하게 묘사한 데는 연출을 맡은 김진유 감독의 공이 크다. 영화는 “어머니가 농인이신데 어릴 적 나도 ‘소리를 잃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김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됐다. 가령 보리가 강릉단오제에서 가족 무리와 떨어져 길을 잃게 되는 장면은 감독이 직접 겪은 일이다. 영화는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극적인 화해를 그리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것은 세상의 배타적 시선과 ‘서로 다르다’는 자각 속에서도 이 모두를 껴안는 보리 가족의 너른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보리의 부모를 연기한 곽진석, 허지나는 실제 부부 사이이며 극 중에 등장하는 강아지 코코도 실제 이들 부부가 키우는 반려견이다. 촬영장에서 수어를 배웠다는 아역 김아송과 이린하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김 감독은 한글 자막이 있는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영화를 제작해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영화를 볼 수 있게 했다. 영화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제24회 독일 슈링겔국제영화제 관객상·켐니츠상을 수상하며 호평 받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근대광고 엿보기] 제약업계의 선구자 화평당 이응선

    [근대광고 엿보기] 제약업계의 선구자 화평당 이응선

    1897년 국내 최초의 퓨전 신약인 활명수를 개발한 동화약방에 이어 제약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업체가 제생당과 화평당이다. 두 약방은 인천에서 문을 열었다가 제생당은 서울 남대문, 화평당은 종로로 본점을 옮긴 근대 제약업계의 라이벌이었고 최대 광고주였다. 제생당은 이경봉이 대표였는데 ‘청심보명단’이라는 소화제 신약을 개발했고 1907년 대한매일신보 12월 20일자에 첫 광고를 실으며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다. 광고 문안에는 육군 군의 김수현이 실험 끝에 제조에 성공했고 같은 군의인 장기무가 효력을 증명했다고 적었다. 이경봉은 1909년 11월 30일에 3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는데 아들이 가업을 이었다. 화평당의 설립자 이응선은 1879년에 태어나 한학을 공부하다 9세 때부터 의약에 관심을 보여 15세에 독립해 화평당을 개업했고 양약종상 면허를 제1호로 얻었다. 1918년에 본점을 서울로 옮기고 일찍이 광고의 중요성을 인식해 신문과 간판을 통한 광고에 돈을 많이 썼다. 중외의약신보라는 최초의 의약 전문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화평당은 팔보단, 자양환, 태양조경환, 회생수, 소생단 등의 가정용 약품을 판매했다. 1910년 화평당 광고에는 무려 29종의 다양한 약이 소개돼 있다. 이씨는 화평당 말고도 조선매약이라는 약방을 겸영해서 영신환, 사향소합환, 우황청심환 등을 발매했는데 중국으로 수출도 했다고 한다. 약효가 좋다는 평판을 얻어 돈을 많이 번 이씨는 조선병원이라는 병원도 운영했다. 1919년 말 서울에서 전염병이 돌아 매일 100여명의 환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에 이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조선병원을 빈민들에게 개방, 무료로 진료해 주는 선행을 베풀었다. 1915년 6월 조선약학강습소라는 최초의 약학교육기관이 사립으로 설립됐는데 이씨는 평의원으로 참여했다. 조선약학강습소는 경성약학전문학교로 바뀌었다가 광복 후 사립 서울약학대학으로 교명을 변경했다. 이 대학은 1950년 국립 서울대에 편입돼 서울대 약대로 재탄생했다. 일본 제약사들에 맞서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토종 제약업체 화평당을 굴지의 제약회사로 키운 입지전적인 인물인 이씨는 1927년 3월 48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사망했다. 이씨 사망 후에도 화평당은 동생 이동선이 계속 운영했고 빈민 1000명에게 감기약을 나눠 주는 등 선행도 이어 갔다(매일신보 1929년 3월 3일자). 이동선의 장남이자 이응선의 조카인 이남순은 우리나라 최초의 약학박사로 서울대 약대 교수와 성균관대 약학대학 초대 학장을 지냈다. 화평당 광고가 6·25 직전까지 게재된 것을 보면 화평당은 전쟁통에 문을 닫고 재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국가가 이래서야/박홍환 논설위원

    맥 놓고 있다가 몽둥이로 뒤통수를 일격당하면 그 어떤 천하장사라도 맥없이 고꾸라지기 마련이다. 추억의 서부극에서도 돌아서 등을 보이는 적에게는 총질하지 않는다. 며칠 전 이메일함에 사촌동생의 편지가 도착했다. 도움을 청해야 할 급한 일이 생겼는데 갑자기 전화하는 게 부담스러워 이메일을 보냈다는 것이다. 절절하게 다급한 사정이 읽혀졌다.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해 전세금을 날리고 쫓겨날 처지라고 한다. 30여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집주인이 10년 넘게 수십억원의 세금을 체납했고, 얼마 전 국세청이 집주인 모든 재산에 대한 공매 절차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전세 계약때 확인한 등기부등본에는 압류고 체납이고 하는 빨간 줄이 하나도 없었기에 홍두깨로 세게 얻어맞은 듯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한다. 국세는 다른 어떤 채권보다 우선적으로 변제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세입자가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다. 알아보니 같은 사례가 이미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체납 정보의 등기부등본 기재 의무화 법개정은 유야무야다. 국가에 부담 안 지우고 착하게만 살아온 사촌동생의 전세보증금 수천만원은 그 가족에게는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다. 국가는 세금을 받아내겠다며 그 전 재산마저 내놓으라고 한다. 이게 나란가.
  • “침몰 3년 지나도 원인 몰라… 외교부, 수색 정보공개 시간끌기”

    “침몰 3년 지나도 원인 몰라… 외교부, 수색 정보공개 시간끌기”

    2017년 3월 31일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가던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 우루과이 해역에서 침몰했다. 이 배에 타고 있던 한국인 선원은 8명. 3년이 지난 지금도 이 선원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그리고 배가 왜 침몰했는지 밝혀진 게 없다. 지난해 2월 정부가 심해 수색을 통해 사람 뼈로 보이는 유해 일부를 발견했지만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수색업체와 계약을 할 때 유해 수습 문제는 빠져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심해 수색을 한다고 발표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한 차례로 끝났다. 실종자 가족은 주무부처인 외교부를 상대로 심해수색용역 계약서 등을 공개하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외교부는 거부했고 결국 법원으로 갔다. 1심은 지난달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외교부가 다시 항소했다. 실종자 허재용(침몰 당시 33세) 2등 항해사의 친누나들이자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영주(오른쪽·43)·경주(왼쪽·41)씨는 지난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외교부가 시간 끌기를 한다”며 “침몰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나선 지난 3년간 살아남은 가족들의 시계도 멈췄다”고 말했다.-시간 끌기라고 보는 이유는. “1심은 대법원 정보공개법 판례에 충실했다. 유해는 점점 부식되고 사라지는데 외교부는 3심까지 갈 모양이다. 그사이 인사발령이 나서 담당자는 바뀔 것이고, 가족들 힘빼기로 가는 것 같다.” 지난달 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성용)는 허씨 측이 외교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허씨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만일 공공기관이 계약 상대방과의 비공개 합의만으로 해당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를 회피할 목적으로 계약 내용에 비공개 합의를 넣어 정보공개법 규정을 형해화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유해 수습이 시급한데. “확인된 게 없으니 사망신고를 못 하고 있다. 그러니 동생은 법적으로 자연인이다. 주민세도 내고 운전면허증도 갱신하라고 해서 어머니가 직접 다녀왔다.” -2차 수색은 진척이 없나. “예산이 없다고 한다. 선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해도 외교부는 ‘세월호도 못했는데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하더라. 그런데 지난 1월 세월호 참사 관련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승소했다.”-정부 입장이 달라졌나. “우리도 궁금하다. 문제는 그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외교부 담당자를 못 만났다.” -문재인 정부 ‘1호 민원’인데 정부의 해결 의지가 안 보인다. “초반에는 주무부처를 인정하는 데도 오래 걸렸다. 김영춘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 외교부가 주무부처라고 해서 외교부에 찾아갔더니 ‘여기 와서 왜 이러느냐’고 하더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는 해외 재난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외교부 장관이라고 명시돼 있다. ‘해외 재난이 발생하면 외교부에 수습본부를 둔다’는 조항이 2012년 ‘외교부 장관이 중앙대책본부장 권한을 행사한다’는 규정으로 개정됐다. 외교부 장관도 이를 모르고 있었다. 2017년 8월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이태규 당시 국민의당 의원은 스텔라데이지호 사건과 관련해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것을 질타하기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이렇게 물었다. “해외 재난이 발생할 경우 중앙안전대책본부장이 (외교부) 장관님이신 것은 알고 계시지요?” 취임 후 두 달 지난 강 장관은 “죄송하다. 이 자리에서 (처음) 알게 됐다”고 답했다. -정부가 법을 모른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침몰 이후 5개월 동안 실무자들이 어떻게 보고했길래 장관이 모른다고 했을까 싶다. 그 무렵 우리끼리 머리(대통령)가 바뀌어도 수족(관료)은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서명운동이라도 다시 해야 하나. “2017년 8월부터 10만명 서명운동을 해서 2018년 1월 2일 청와대에 박스째로 들고 가 직접 냈다. 2019년 3월 2주기 때도 2차 서명운동지를 냈고, 올해 3월에도 3차 서명운동지를 제출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됐다. 지금까지 서명운동 받은 인원만 20만명이 넘는다.” -서명운동이 쉽지 않았을 텐데. “부모님이 광화문광장에서 일일이 시민들한테 설명해서 받아냈다. 더운 여름 10분도 쉬지 않고 생수를 머리에 쏟아부으면서 그렇게 다니셨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욕하고 때리고, 100원짜리 동전을 던지면서 ‘이거 먹고 떨어지라’고 해도 버티셨다.” -그 덕분에 1차 수색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2월 심해 수색에서 블랙박스(1개)를 수거하고 유해가 발견됐다고 했을 때는 ‘이제 수색 결과를 분석하고 복원하면 끝이겠구나’ 생각했다. 더이상 광화문에서 팻말 안 들고 서명 받으려고 사람들한테 매달리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블랙박스 분석 결과는. “영국 전문기관에 맡겼는데 데이터칩 두 개 중 하나는 깨져 있고 멀쩡해 보였던 나머지 하나도 7%밖에 복원이 안 됐다. 복원 내용도 유의미한 게 없었다. 더 깊은 바다에서 발견된 블랙박스도 복원이 됐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이 든다.” -침몰 원인을 밝혀내야 할 텐데. “스텔라데이지호는 일본에서 만든 유조선으로 2010년 폐선돼야 할 운명이었다. 한국 선사가 헐값에 사들여 중국에서 화물선으로 개조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이 배를 운항할 수 있게 승인해 줬다.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예견된 인재(人災)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런 개조 화물선을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브라질 최대 철광석 회사인 발레사가 최근 개조 화물선을 단계적으로 퇴출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했을 때 이 회사 철광석을 운반 중이었다. 외국 기업이 이렇게 나선 건 스텔라데이지호뿐 아니라 개조한 유조선 전체가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선사는 책임을 졌나. “선사 회장이 선박안전법 위반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다만 침몰 전 상황을 가지고 판결이 난 것이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선사는 어떤 입장인가. “침몰 직후 회장은 회사가 부도 날 거라면서 그전에 빨리 합의하자고 하더라. 합의금 좀더 챙겨줄 수 있을 때 하자는 식이었다. 심지어 해양수산부 국장도 2주 만에 처음 나타나서 ‘회사가 배·보상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선사 직원이 ‘허씨 자매가 회사에 합의금 50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는데. “사실무근이라는 점은 이미 사법부 판단을 받았다. 동생이 다들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원인을 규명한다고 해서 죽은 애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저희도 그게 너무 슬프다. 그래도 원인을 규명하려는 건 문제점을 밝혀 해상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 동료들이 악플을 다는 건 너무 상처가 된다.” -이 직원은 명예훼손·모욕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일반인이었다면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이 직원은 이 회사 공무감독이다. 누구보다 선원들과 많은 교류를 해 왔던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 충격이 컸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6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김동욱 판사는 “피고인이 작성한 글은 거짓된 사실에 기초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저급한 표현을 사용해 모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확정됐다. -진상 규명도 쉽지 않은데 싸워야 할 대상이 많다.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졌다고 한다. 저희는 이 힘든 시간을 3년 넘게 견뎌내고 있다. 칠순이 넘은 어머니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노숙 농성을 하다 이명 현상이 심해져 왼쪽 귀가 잘 안 들린다. 약을 복용하시라고 해도 ‘내 몸 편하면 죄인’이라면서 참으신다.” -얼마 전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유가족들을 만나러 갔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재난을 직접 겪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곁에서 같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글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왓츠업! 아메리카] 단돈 1만원 때문에…동생이 형 총격 살인

    [왓츠업! 아메리카] 단돈 1만원 때문에…동생이 형 총격 살인

    단돈 10달러(약 1만2000원) 때문에 시작된 몸 싸움이 결국 동생이 형을 총으로 살해하는 끔찍한 일이 지난 12일 미국 오하이오 주 미들타운에서 일어났다. 미들타운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해 24세인 대미어 스콧은 지난 월요일 재혼한 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에 들렀다.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친동생에게 용돈을 주기 위해서다. 당시 그곳에 친동생이 없자 스콧은 “동생이 오면 주라”고 현금 30달러를 거실 선반 위에 놓고 갔다. 그날 오후 아버지의 재혼으로 생긴 형 존 부커(36세)는 선반 위에 놓여있던 30달러 중 10달러를 집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이른 본 스콧의 아버지는 부커에서 “네 돈이 아니니 어서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부커는 이를 거부했다. 스콧의 아버지는 이를 스콧에게 전화로 알렸고 그날 저녁 다시 집으로 찾아온 스콧은 형 부커와 돈 10달러 때문에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지루한 말싸움은 결국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집 앞마당으로 까지 이어진 몸싸움은 결국 동생 스콧이 권총으로 형 부커를 쏘면서 끝이 났다. 총상을 입은 부커는 곧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그날 밤 늦게 사망했다. 부커에게 총격을 가한 동생 스콧은 도망갔다가 지난 14일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와 자수했다. 1급 살인죄로 기소된 스콧은 중형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허남주 피닉스(미국) 통신원 willbeback2@naver.com
  • 5살 의붓아들 줄로 묶고 목검으로 살해한 계부 ‘징역 22년’

    5살 의붓아들 줄로 묶고 목검으로 살해한 계부 ‘징역 22년’

    재판부 “사망 예견 가능…엄중 처벌”자신의 학대로 5살 의붓아들 보육원행집으로 데려와 다시 학대…화장실 감금손발 묶고 100여차례 때려 숨지게 해5살 의붓아들을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계부가 징역 2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3부(고은설 부장판사)는 15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27)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전체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사망한 피해 아동을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했다”며 “여러 증인과 증거를 조사한 결과 피고인에게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을 때 인정된다. 재판부는 “‘(손과 발이 묶인) 아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는 아내 말을 듣고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한 시점에는 ‘그대로 둘 경우 사망할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그의 형제 모두에게 기본적인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등 방임했고, 언어발달장애로 성장이 늦은 피해자를 훈육하겠다며 계속해서 폭력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는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며 “아동학대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 때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영구적으로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지난해 9월 25일부터 다음 날까지 20시간 넘게 인천시 미추홀구 빌라에서 첫째 의붓아들 B(사망 당시 5세)군의 손발을 케이블 줄로 묶은 상태로 얼굴과 팔다리 등 온몸을 1m 길이 목검으로 100여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A씨에게는 살인 혐의뿐 아니라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상습특수상해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지난해 9월 16일부터 사흘간 B군을 집 안 화장실에 성인 크기의 대형 개와 함께 감금한 상태에서 수시로 때리기도 했다. A씨는 의붓아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거짓말을 했다거나 동생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B군뿐 아니라 둘째와 셋째 의붓아들도 신체·정서적으로 학대해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그는 과거 자신의 학대로 인해 2년 넘게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B군을 집으로 데리고 온 지 10여일째부터 다시 학대했고 한 달 만에 살해했다. A씨의 아내(25)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시카고 타자기’ 출연 박지훈, 위암 투병 중 사망 [전문]

    ‘시카고 타자기’ 출연 박지훈, 위암 투병 중 사망 [전문]

    배우 박지훈이 지난 11일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가족은 15일 고(故) 박지훈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을 팬들에게 알렸다. 위암 투병 중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 측은 “실수로 연락 못 드린 분들이 있으실까 염려돼 따로 글을 올린다”며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덕분에 제 동생 하늘나라로 잘 보냈다. 저뿐 아니라 저희 가족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됐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고 박지훈은 잡지모델 출신 연기자로 지난 2017년 방송됐던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에 출연했다. 이후 피팅 모델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재능을 발휘했다. 고 박지훈의 출연작으로 알려지며 ‘시카고 타자기’에도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 박지훈의 삼우제는 오늘(15일) 오후 5시에 경기 고양시 일산 푸른솔 추모공원에서 진행된다. 다음은 고 박지훈 가족 측 입장문 전문. 실수로 연락 못 드린 분들이 잇으실까 염려되어 따로 글을 올립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제 동생.. 하늘 나라로 잘 보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들에게도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항상 코로나 바이러스 조심하시고 늘 건승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혹시나 시간이 안 돼서 못 오신 분들을 위해 안치된 장소 알려드립니다. *일산 푸른솔 추모공원* 3층 고급 2호실 23열 4단 故 박지훈 기일 : 5월 11일 49재일 : 2020년 6월 28일 일요일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월드피플+] ‘어린이 괴질’로 8살 동생 쓰러지자…심폐소생술로 살린 형

    [월드피플+] ‘어린이 괴질’로 8살 동생 쓰러지자…심폐소생술로 살린 형

    미국 10대 소년이 ‘어린이 괴질’로 쓰러진 동생을 살렸다. 14일(현지시간) CNN은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킨 동생을 살리기 위해 기지를 발휘한 소년의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뉴욕에 사는 8살 소년 제이든이 갑자기 쓰러졌다. 심장마비였다. 제이든의 아버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맥박을 확인하고 급히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놀란 가족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형 타이론(15)이 기지를 발휘했다. 보이스카우트에서의 경험을 살려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것이다. 이후 병원으로 실려간 동생 제이든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계속한 형의 공이 컸다.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동생 제이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항체 검사가 ‘양성’으로 나왔다. 항체가 있다는 건 바이러스에 감염됐었다는 뜻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코로나에 감염됐던 제이든이 합병증으로 쓰러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제이든의 아버지는 “제이든이 쓰러지기 전 가벼운 열병을 앓았다. 병원을 찾았지만, 코로나 관련 증세는 보이지 않아 독감으로 여겼다. 그러나 곧 배앓이를 하더니 사흘 만에 심장마비가 왔다”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제이든에게 기저질환 없이 돌연성 심장사가 발생하는 ‘브루가다 증후군’(Brugada syndrome)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제이든이 소아 다발성 염증 증후군(Pediatric multisystem inflammatory syndrome, PMIS) 일명 ‘어린이 괴질’ 환자 중 한 명이며, 이는 코로나19 합병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어린이 괴질’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가와사키병과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코로나19 관련 합병증으로 추정된다. 의학전문지 ‘렌싯’은 이탈리아 연구팀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어린이 괴질은 가와사키병과 비슷하지만 증세가 훨씬 심하고 발병률도 높다”라고 보도했다. 심장 합병증이나 쇼크처럼 가와사키병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증상도 발현된다. 환자 대부분이 코로나19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됐다는 것 역시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을 드러낸다.리즈 휘태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소아 감염병·면역학 박사는 “어린이 괴질이 코로나19 대유행 한가운데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두 질병이 연관돼 있음을 시사한다”며 “코로나19 정점 3~4주 후에 괴질 사례가 정점을 이룬 것으로 미뤄볼 때, 괴질은 코로나19 감염 후의 현상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형의 기지 덕에 고비를 넘긴 제이든은 2주간 치료 및 격리를 마치고 지난 12일 퇴원헸다. 어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온 제이든에게 이웃 주민과 구급대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다만 아직 의사소통은 어렵다. 제이든의 어머니는 “가족 6명 중 아무도 관련 증상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코로나에 감염됐는지 모르겠다. 우리 가족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일”이라며 허망함을 드러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인천 학원강사, 초등생도 감염시켜 … 15명으로 늘어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던 인천 학원강사 A(25)씨로 부터 초등생도 감염되는 등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는 15일 송도국제도시 거주자인 초등학교 4학년 B(10)양이 코로나19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방역당국 조사결과 B양은 앞서 양성 판정을 받은 중학생 C(13)양과 지난 8일 송도의 같은 학원에서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C양은 자신의 신분과 동선을 속여 물의를 일으킨 A씨로부터 과외를 받고 지난 13일 확진된 학생이다. 두 학생이 학원에 함께 머무른 시간은 약 한 시간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접촉한 곳은 개인 공부를 하다가 강사에게 따로 질문하는 자습형 공간으로 알려졌으며 B양은 당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B양은 지난 11일 복통 증상을 보이다가 14일 연수구 보건소를 찾아 검체 검사를 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인하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방역 당국은 B양의 부모와 동생 등 밀접 접촉자 3명을 대상으로 검체 검사를 하고 A양의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써 이날 오전 10시 현재 학원강사 A씨와 관련된 확진자는 학생 10명, 성인 5명 등 15명으로 늘어났다. 인천시는 직업을 ‘무직’이라고 속이고 동선을 거짓으로 진술한 A씨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전날 미추홀경찰서에 고발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아무이슈]“진료소 줄만 서도 사진 나돌아… 내 신상, 정말 지켜질까요”

    [아무이슈]“진료소 줄만 서도 사진 나돌아… 내 신상, 정말 지켜질까요”

    “동성애자들이 두려워하는 건 검사 때 내 이름을 밝히는 것뿐 아니라 검사 대상이 됐거나 자가격리 사실이 직장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는 겁니다. 지금 코로나 걸리면 ‘똥꼬충’(동성애자를 일컫는 비속어) 인증이라며 낄낄대는 사람들 앞에서 용기를 낼 수 있는 성소수자가 몇이나 될까요.”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경기) 용인과 안양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확진자들은 세부 동선, 직장, 심지어 실명과 얼굴 사진까지 ‘받은 글’로 나돌고 있습니다. 선별진료소 앞에 줄만 서 있어도 사진이 찍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가요. 두려워 말고 자발적으로 검사받으라는데, 정말 신상 털리지 않게 지켜줄 수 있나요.”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용인시 66번 확진환자 A(29)씨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등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국이 불안에 빠졌다. A씨가 방문한 클럽이 성소수자 전용 공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방역체계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보았다. 지난 12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시민단체 ‘다움’(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운영위원 창구(27)씨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도 이 시국에 클럽에 왜 갔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성소수자 K씨는 같은 날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이는 개인의 성적 지향과 별개로 바라봐야 할 문제”라면서 “마녀사냥식 비난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역 방해하는 불필요한 혐오 -성소수자에게 ‘아우팅’(타의에 의한 성적 지향 강제 공개)이 어떤 의미길래 그토록 두려워하는 건가. 창구 아우팅은 살아오며 구축해 온 모든 사회 연결망을 일순간 단절시킬 수 있는 위험이자 고립에 대한 공포다. 실제로 상상 이상의 단절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을 잃거나, 가족에게서 거부당하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연스럽게 내 성 정체성을 알게 됐다. 세 살 터울인 동생에게 먼저 ‘커밍아웃’(스스로 성적 지향 공개)했다. 동생도 눈치채고 있었다면서 크게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줬다. 부모님께도 작년에 말씀드렸는데 지금까지 애써 외면하고 계신다. K 나는 아직 부모님도, 직장에서도 내 성적 지향성을 모른다. 가족에게는 언젠가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부모님한테도 말 못하는, 떳떳하지 못한 일을 왜 하느냐’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성적 지향은 비행이나 일탈이 아니다. 그냥 내 정체성의 일부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개인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접근해야 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노력이다. 이게 타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까발려지는 것은 폭력이다. -정부가 익명 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효과가 있을까. 창구 서울시에서는 각 자치구 선별진료소의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연락 가능한 휴대전화 번호만 적는 방식으로 익명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 대기 과정에서의 신변 노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드라이브스루(차량 이동식) 검사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성소수자들 마음속에는 정말 (내 신상 정보가) 지켜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여전하다. 지켜진다는 믿음이 어느 정도 생기면 자발적 검사가 늘어날 것이다. 솔직히 방역 차원에서 본다면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것 말고는 지금까지의 다른 집단감염 사태와 다를 게 없다. 자꾸 ‘성소수자들이어서 클럽에 갔다’ ‘성소수자들이라서 감염이 일어났다’ 이렇게 비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K 중요한 것은 성적 지향이 아니라 방역수칙 준수 여부다. 이 사람이 게이여서 클럽에 갔는지 여부가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일까. 성소수자니까 특별 대우를 해 달라는 게 아니다. 불필요한 혐오 조장 대신 협력하자고 손을 내미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성소수자 숨게 하는 편견들 -성소수자 혐오의 ‘단골 레퍼토리’는 문란한 성문화다. K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도 여러 사람이 있다. 수면방이나 찜방에서 일회성 만남을 갖는 사람도 있고 비위생적이거나 무섭다고 생각해서 꺼리는 사람도 있다. 어찌 됐든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시점에 갔으니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성애자가 퇴폐 마사지업소에 갔다가 확진이 됐어도 비판받을 사안 아닌가. ‘게이클럽 당시 상황’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 역겹다거나 소름 끼친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그동안 사람들은 성소수자들에게 ‘우리 사회에 섞이지 말고 너희끼리 숨어 있으라’고 강요해 왔다. 그래 놓고는 이마저도 혐오스럽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길 바라고 음지로 내몰아온 우리 사회 분위기도 이번 기회에 되돌아봤으면 한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아무:[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진료소 줄만 서도 사진 나돌아… 내 신상, 정말 지켜질까요”

    “진료소 줄만 서도 사진 나돌아… 내 신상, 정말 지켜질까요”

    “동성애자들이 두려워하는 건 검사 때 내 이름을 밝히는 것뿐 아니라 검사 대상이 됐거나 자가격리 사실이 직장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는 겁니다. 지금 코로나 걸리면 ‘똥꼬충’(동성애자를 일컫는 비속어) 인증이라며 낄낄대는 사람들 앞에서 용기를 낼 수 있는 성소수자가 몇이나 될까요.”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경기) 용인과 안양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확진자들은 세부 동선, 직장, 심지어 실명과 얼굴 사진까지 ‘받은 글’로 나돌고 있습니다. 선별진료소 앞에 줄만 서 있어도 사진이 찍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가요. 두려워 말고 자발적으로 검사받으라는데, 정말 신상 털리지 않게 지켜줄 수 있나요.”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용인시 66번 확진환자 A(29)씨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등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국이 불안에 빠졌다. A씨가 방문한 클럽이 성소수자 전용 공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방역체계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보았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시민단체 ‘다움’(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운영위원 창구(왼쪽·27)씨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도 이 시국에 클럽에 왜 갔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성소수자 K(오른쪽)씨는 같은 날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이는 개인의 성적 지향과 별개로 바라봐야 할 문제”라면서 “마녀사냥식 비난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역 방해하는 불필요한 혐오 -성소수자에게 ‘아우팅’(타의에 의한 성적 지향 강제 공개)이 어떤 의미길래 그토록 두려워하는 건가. 창구 아우팅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구축해 온 모든 사회 연결망을 일순간 단절시킬 수 있는 위험이자 고립에 대한 공포다. 실제로 상상 이상의 단절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을 잃거나, 사랑하는 가족에게서 거부당하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연스럽게 내 성 정체성을 알게 됐다. 3살 터울인 동생에게 먼저 ‘커밍아웃’(스스로 성적 지향 공개)했다. 동생도 눈치채고 있었다면서 크게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줬다. 부모님께도 작년에 말씀드렸는데 지금까지 애써 외면하고 계신다. K 나는 아직 부모님도, 직장에서도 내 성적 지향성을 모른다. 가족에게는 언젠가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부모님한테도 말 못하는, 떳떳하지 못한 일을 왜 하느냐’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성적 지향은 비행이나 일탈이 아니다. 그냥 내 정체성의 일부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개인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접근해야 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노력이다. 이게 타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까발려지는 것은 폭력이다. -정부가 익명 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효과가 있을까. 창구 서울시에서는 각 자치구 선별진료소의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연락 가능한 휴대전화 번호만 적는 방식으로 익명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 대기 과정에서의 신변 노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드라이브스루(차량 이동식) 검사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성소수자들 마음속에는 정말 (내 신상 정보가) 지켜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여전하다. 지켜진다는 믿음이 어느 정도 생기면 자발적 검사가 늘어날 것이다. 솔직히 방역 차원에서 본다면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것 말고는 지금까지의 다른 집단감염 사태와 다를 게 없다. 자꾸 ‘성소수자들이어서 클럽에 갔다’ ‘성소수자들이라서 감염이 일어났다’ 이렇게 비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K 중요한 것은 성적 지향이 아니라 방역수칙 준수 여부다. 이 사람이 게이여서 클럽에 갔는지 여부가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일까. 성소수자니까 특별 대우를 해달라는 게 아니다. 불필요한 혐오 조장 대신 협력하자고 손을 내미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성소수자 숨게 하는 편견들 -성소수자 혐오의 ‘단골 레퍼토리’는 문란한 성문화다. K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도 여러 사람들이 있다. 수면방이나 찜방에서 일회성 만남을 갖는 사람도 있고, 비위생적이거나 무섭다고 생각해서 꺼리는 사람도 있다. 어찌 됐든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시점에 갔으니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건 다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성애자가 퇴폐 마사지업소에 갔다가 확진이 됐어도 비판받을 사안 아닌가. ‘게이클럽 당시 상황’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 역겹다거나 소름 끼친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그동안 사람들은 성소수자들에게 ‘우리 사회에 섞이지 말고 너희끼리 숨어 있으라’고 강요해 왔다. 그래 놓고는 이마저도 혐오스럽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길 바라고 음지로 내몰아온 우리 사회 분위기도 이번 기회에 되돌아봤으면 한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아무:[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형식의 제한 없이 사회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총기의 자유’ 비극 언제까지…美 다섯 살배기 오발에 형 사망

    ‘총기의 자유’ 비극 언제까지…美 다섯 살배기 오발에 형 사망

    군인이 아닌 일반인도 총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 미국 수정헌법 2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 이번에는 다섯 살배기 어린이가 버려진 총을 장난감으로 착각해 12살인 형에게 쏴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했다. 13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이 비극은 지난 9일 조지아주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났다. ‘어머니의 날’(5월 둘째 주 일요일)을 하루 앞두고 5살 동생은 집 뒤 숲속에서 놀다가 버려진 총을 발견했다. 동생은 그 총을 장난감으로 착각하고 입으로 ‘탕탕’ 소리를 내며 형의 가슴을 향해 들이댔다. 그러자 총에서 실탄이 발사됐고 형은 풀썩 쓰러졌다. 총상을 입은 형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경찰은 총을 숲속에 내다 버린 것으로 의심되는 괴한 일당을 추적하고 있다. 앞서 사고 현장 인근에서 마약을 운반하던 남성 3명이 경찰의 검문을 피해 총기를 버리고 도주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이 도주한 곳은 사고 발생 현장과 가까웠다. 당시 경찰은 괴한들이 버리고 간 마약 가방 하나를 찾았지만 총기는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총기 소유자의 신원을 확보할 단서를 찾고자 조지아주 수사국에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성명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기를 버린 사람을 찾아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시간주 플린트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다툼으로 지난 3일 총기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졌다. 한 여성이 마스크 없이 쇼핑몰을 찾아오자 경비원이 그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 이 여성은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매장에 다시 나타났다. 언쟁이 심해지자 아들이 경비원에게 총격을 가했다. 경비원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미시간주에서는 주지사 행정명령에 따라 상점 직원과 고객 모두 매장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이를 어기면 입장이 금지된다. 하지만 코로나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무장 시위대가 미시간주 의사당을 점거할 정도로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로맨싱 사가 시리즈 30주년 신작, 사전예약자 특전 아이템 제공

    로맨싱 사가 시리즈 30주년 신작, 사전예약자 특전 아이템 제공

    스퀘어에닉스(SQUARE ENIX CO, LTD)가 사가(SaGa) 시리즈 신작 로맨싱 사가 리유니버스(Romancing SaGa Re;universe)가 6월 말 출시를 앞두고 사전예약을 오픈했다. 사가 시리즈의 30주년 기념 최신작인 로맨싱 사가 리유니버스는 유명 IP 신작의 아시아 출시 결정으로 이미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일본에서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2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판매 순위 1위에 올랐으며 2019년에 개최한 ‘구글 플레이 베스트 오브 2019’에서 ‘올해를 빛낸 인기 게임’, ‘올해를 빛낸 경쟁 게임’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시아 출시가 결정되면서 국내 유명 일러스트 회사 ‘EIGHT STUDIO’와 일러스트 콜라보를 진행했으며, 사가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이너 코바야시 토모미의 일러스트도 만나볼 수 있다. 추억의 도트 풍 화면과 고화질 2D 비주얼 이펙트가 눈길을 사로잡으며, 세련된 도트 그래픽으로 다시 태어난 캐릭터들은 화려한 스킬을 발동해 게임의 재미를 더한다. 게임은 높은 전략성의 강적 배틀로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며 여러 가지 스타일 육성과 계승 기능, 원정·훈련 등을 이용해 나만의 캐릭터 만들기가 가능하다.게임은 로맨싱 사가3의 300년 후 세계를 배경으로 주인공 폴카의 여동생 리즈가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폴카가 이 세계 전사들과 함께 여동생을 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로맨싱 사가 세계관을 접해본 유저는 물론이고 처음 플레이를 하는 이들도 흥미를 갖고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스퀘어에닉스 측은 “획기적인 배틀 시스템, 과금 위주의 게임이 아닌 오래 할수록 강해지는 게임시스템으로 유저들을 사로잡을 것”이라며 “사전 예약자 수에 따라 모든 플레이어에게 풍성한 특전 아이템을 제공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한편 로맨싱 사가 리유니버스 사전예약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는 공식 사전예약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클럽 간 인천 학원강사발 14명 감염…고3 학생→母 ‘3차 전파’

    클럽 간 인천 학원강사발 14명 감염…고3 학생→母 ‘3차 전파’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학원강사의 수업을 들은 고등학교 3학년생과 그의 어머니 등 3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인천시는 남동구 논현동 거주자인 고교 3학년생 A(18)군과 그의 어머니(42)가 코로나19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또 A군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18)도 이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A군은 최근 인천시 미추홀구 한 학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인 강사 B(25)씨로부터 수학 수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달 들어 지난 4일과 11일 각각 오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총 4시간 동안 B씨와 학원 강의실에서 접촉했다. A군은 지난 7일 발열 증상을 보여 10일까지 나흘간 자택에만 머물렀으나 11일 수업을 듣기 위해 마스크를 낀 상태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학원에 다녀왔다. 그의 어머니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전날 아들이 확진 판정을 받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양성 판정이 나왔다. A군 가족 중 아버지(44)와 초등학생 여동생(12)은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다. 인천시는 A군 어머니의 경우 최근 B씨와 아무런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아들로부터 감염된 ‘3차 전파’ 사례로 추정했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B씨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14명으로 중고생 9명과 학부모 등 성인 5명이다. 인천시는 강사 B씨와 관련된 중고생 확진자들이 다닌 교회 2곳과 학원 등지에서 총 1천320여명 가운데 850여명을 대상으로 검체 검사를 진행했으며 480여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검사는 받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360여명과 나머지 접촉자 470여명을 대상으로도 확진 여부를 계속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B씨는 초기 역학조사 때 학원강사 신분을 숨기고 “무직”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또 “지난 6일 오후 6시에 귀가했다”고 주장했으나 심층 역학조사 결과 당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학원에서 강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B씨는 이달 2∼3일 서울 이태원 킹클럽과 포차(술집) 등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는 동선과 직업을 속인 B씨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방역 당국은 A군 등 추가 확진자 3명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관계자는 “A군과 그의 어머니는 어제(13일) 미추홀구 선별진료소와 남동구 선별진료소에서 각각 검체 검사를 받았다”며 “A군은 어제 오후에, 어머니는 오늘 새벽에 양성 판정이 나와 인천시의료원으로 이송해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총 3만5000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13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 경기, 인천뿐만 아니라 충북, 부산, 충남, 전북, 강원, 경남, 제주 등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14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0시보다 29명 증가해 국내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1만991명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정경심, 석방 후 첫 재판 출석 “건강 쇠약하지만 성실히 임할 것”

    정경심, 석방 후 첫 재판 출석 “건강 쇠약하지만 성실히 임할 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석방 후 첫 재판에 출석했다. 정 교수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정 교수가 불구속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정 교수는 오전 9시 39분께 직접 차량을 운전해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나타났다.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한쪽 눈에 안대를 착용한 그는 심경을 묻는 말에 “건강은 쇠약한데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자녀 입시비리 관련해 국민 정서와 다르다는데 국민에 하고픈 말이 있느냐’ ‘앞으로 혐의 어떻게 소명할지, 어제 동생도 석방됐는데 이야기 나눈 것이 있는지’ ‘조 전장관과 첫 재판 후 얘기 나눈 것이 있나’ 등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정 교수의 구속 기한이 다가오자 법원에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없고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작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 교수는 구속 199일 만인 지난 10일 새벽 석방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24일 구속된 정 교수는 11월 11일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비리 의혹 등 14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에서는 정 교수의 딸 조모 씨가 인턴 활동을 했던 부산의 한 호텔 관계자와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4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다만 한 교수는 전날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아무이슈]“자발적 검사? 정말 지켜줄 수 있나요” 혐오에 입 연 성소수자들

    [아무이슈]“자발적 검사? 정말 지켜줄 수 있나요” 혐오에 입 연 성소수자들

    ‘코로나19 공포’ 등에 업고 도 넘은 혐오성적 지향 아닌 방역수칙에 초점 맞춰야‘아우팅’은 사회 연결망 끊는 공포익명검사 전국으로 확대 실시 필요 “동성애자들이 두려워하는 건 검사를 받으면서 내 이름을 밝히는 것뿐 아니라 검사 대상이 됐거나 자가격리를 하게 된 사실이 직장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 ‘너도 혹시 게이?’라는 시선을 받는 것이에요. ‘지금 코로나19 걸리면 ‘똥꼬충’ 인증’이라며 낄낄대는 사람들 앞에서 용기를 낼 수 있는 성소수자가 몇이나 될까요.”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용인과 안양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확진환자들은 세부 동선, 직장명, 심지어 실명과 얼굴 사진까지 ‘받은글’로 나돌고 있습니다. 선별진료소 앞에 줄만 서 있어도 사진이 찍혀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가요. 자발적으로 검사 받으라는데, 정말 신상 털리지 않게 지켜줄 수 있나요.” 지난 6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용인시 66번 확진환자 A(29)씨가 이에 앞서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과 주점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국이 불안에 빠졌습니다. 잠시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집단감염의 발생으로 다시 빠르게 확대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은 분노로 표출됐지요. 특히 A씨가 방문한 클럽이 성소수자 전용 공간이라는 보도가 쏟아지면서 이 같은 허탈함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변질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에 성소수자 인권단체 7곳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출범을 알렸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수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및 인권 침해를 막고 보건당국과 지자체의 방역 활동에 협조해 추가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과연 범람하는 자극적인 정보들은 어디까지 진실을 담고 있는지, 혐오를 넘어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지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시민단체 ‘다움’(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운영위원 창구(27)씨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사태 초반에는 이 시국에 클럽에 왜 갔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면서 “지금은 서로를 다독이면서 조금만 힘내서 함께 이겨나가자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K씨도 같은날 서울신문과 전화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모두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 클럽에 간 것은 안타깝지만, 이는 개인의 성적 지향과 별개로 바라봐야 할 문제”라면서 “마녀사냥식의 비난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문란한 성문화가 감염병 키운다?… 성소수자 숨게 하는 편견들 -성소수자 혐오의 ‘단골 레파토리’는 문란한 성문화에 대한 우려다. K : 동성 간의 관계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 콘돔 등 피임도구를 이용하지 않아 성병, 감염병에 노출돼있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동성의 관계에 국한된게 아니라 어떤 형태의 성적 접촉에도 동일하다. 이성애자도 콘돔을 사용하지 않으면 더 감염병에 노출되기 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동성애자는 콘돔을 안 쓰고 이성애자는 콘돔을 쓰는게 아니라, 개인의 위생 관념이나 가치관 등에 기인해 콘돔을 쓰고 안 쓰고를 결정한다.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면 ‘동성애 하지마라’가 아니라 ‘안전한 관계를 갖자’고 말해야 한다. 실제로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도 콘돔 사용을 장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또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으니 어떤 형태의 성관계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성소수자는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가 적기 때문에 클럽 등 유흥공간에서의 만남에 의존한다는 선입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창구 : 성소수자 문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이야 인터넷이 활성화 돼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 접점이 있지만 예전에는 그런 창구가 없었다. 그래서 옛날에는 동성애자들이 주로 찾는 종로 일대의 영화관에서 새로운 만남을 갖거나 하는 일들이 잦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만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다. 클럽도 그 접점 중 하나는 될 수 있지만 무조건 유흥공간에서 만난다는 건 너무 단편적인 시선이다. K : ‘게이클럽 당시 상황’이라는 등의 제목으로 클럽에서 춤추는 사람들의 동영상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돌았다. 역겹다거나 소름끼친다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그동안 사람들은 계속 성소수자들에게 ‘우리 사회에 섞이지말고 너희는 너희끼리 숨어있으라’고 강요해놓고 그마저도 혐오스럽다고 바라보는 건 앞뒤가 안맞는다고 생각한다. 드러나지 않길 바라고 음지로 내몬 것들이 이번 기회에 터져버린 것 같다. -최근 ‘찜방’, ‘수면방’과 같은 시설도 논란이 됐는데. 창구 : 성인들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갖고 가서 합의 하에 관계를 맺는 곳이다. 과연 합의된 관계를 어디까지 탓해야하는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는 이밖에도 다양한 유흥공간이 있다. 그런 시설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K :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도 여러 사람들이 있다. 수면방에서 일회적인 만남을 갖는 사람도 있고, 비위생적이거나 무섭다고 생각해서 꺼리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에도 꺼리는 쪽인데다, 더더욱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모임을 자제하는 시기에 갔다면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다른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이 시국에 퇴폐 마사지업소에 갔다가 확진이 됐다면 비판할 것 아닌가. 그런 맥락에서 이해를 해야지, ‘퇴폐 시설이 있으니 동성애는 다 퇴폐적이다’라고 흐르면 안된다는 거다.익명검사 실시에도 여전한 ‘아우팅’ 공포… 왜? -성소수자에게 ‘아웃팅’(타의에 의해서 성적지향이 강제적으로 알려지는 상황)이란 어떤 의미길래 그토록 두려워하는 건지 궁금하다. 창구 : 아웃팅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며 구축해온 모든 사회 연결망을 일순간 단절시킬 수 있는 위험이자 고립에 대한 공포다. 실제로 상상 이상의 단절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을 잃거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서 거부당하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나는 고등학교 1학년때 자연스럽게 내 성정체성에 대해 알게 됐다. 3살 터울인 동생과는 어릴 때부터 친한 사이여서 동생에게는 나중에 먼저 ‘커밍아웃’(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했다. 동생도 눈치채고 있었다면서 크게 놀라지 않고 자연스레 받아들여줬다. 부모님께도 작년에 말씀드렸는데 지금도 애써 외면하고 계신다. 자기 자식이 사회적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세상에서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기가 부모로서는 힘든 과정일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래서 부모님께는 내가 직장도 잡고 독립할 수 있을때 당당히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내 방 책상 정리를 해주시다가 먼저 눈치를 채셨다. 부모님이 아는 것 같다는 동생의 귀띔을 듣고 3일 동안을 집에 못들어가고 방황했다. 하하. 그러다가 주위 사람들 조언을 얻고 부모님께 손편지를 썼다. 알게 되시더라도 내 언어로, 내 방식으로 설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편지를 읽으시고도 이렇다할 대답을 안하셨다. 지금도 가끔 어머니가 “창구도 나중에 결혼하면 이렇게 해야지”라는 식의 말씀을 하시면 “내가 결혼을 어떻게 해”라고 웃어 넘기면서도 씁쓸하다. 최근에도 부모님께서는 너도 이태원 클럽에 다녀왔냐고 며칠째 물어보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나마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주위에는 부모님이 알게 돼 집에서 쫓겨나거나 의절 당하는 경우도 있다. K : 우선 성소수자에게 아웃팅이 얼만큼의 무게인지 이해해야 한다. 나는 아직 부모님도, 직장에서도 내 성적 지향에 대해 모른다. 아주 친한 친구 몇명만 알고 있다. 가족들에게는 언젠가 알려야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부모님한테도 말 못하는 떳떳하지 못한 일 왜 하냐’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성적 지향은 비행이나 일탈이 아니다. 그냥 나의 정체성의 일부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개인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접근해야 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노력이다. 그것을 획일적으로 타의에 의해서 까발려지는 것은 폭력이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익명검사를 실시한 뒤로 검사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이같은 익명검사 방식이 자발적인 검사를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을까. 창구 : 서울시에서는 현재 각 자치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의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연락 가능한 휴대전화 번호만 기재하는 방식으로 익명 검사를 진행한다. 서울시가 대책본부 측과 적극적으로 여러 차례 만나면서 노력해주고 있어서 감사하다. 오늘(12일) 회의에서도 시 측에서 야외에서 검사 대기를 하는 과정에서 신변이 노출될 우려를 줄이기 위해 차량이동식(드라이브스루) 검사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꾸준히 방식을 개선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 환자가 서울에만 있는게 아니라 전국에 걸쳐 확인되고 있는 만큼, 익명검사가 다른 지자체들에도 확대가 되길 바란다. 서울시 등 지자체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게 아니라 방역당국 차원에서 지침을 내려 전국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3일 익명검사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발적 검사 유도해 코로나19 추가 확산 막으려면 창구 : 방역의 차원에서 본다면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것 말고는 지금까지의 다른 집단감염 사태와 다를 게 없다. 자꾸 ‘성소수자들이어서 클럽에 갔다’, ‘성소수자들이라서 감염이 일어났다’ 이렇게 비난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뿐더러, 외려 이런 비판과 아웃팅의 공포에 더 음지로 숨어버리게 되면 방역에도 역효과가 난다. K : 이태원의 다른 클럽에서도 확진환자는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성적 지향이 아니라 방역수칙 준수 여부다. 이 사람이 게이여서 클럽에 갔는지 여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일까. 성소수자니까 특별 대우를 해달라는 게 아니다. 불필요한 혐오 조장 대신 협력하자고 손을 내미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글·사진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웅동학원 비리’ 조국 동생 석방… 재판부 직권 보석

    허위 소송과 채용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권(53)씨가 구속 만료 기한을 나흘 앞두고 재판부의 보석(조건부 석방) 허가로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미리)는 13일 조씨에 대해 직권으로 보석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조씨는 이날 풀려났다. 당초 지난 12일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었으나 재판부가 변론을 재개하면서 보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18일 구속 기소된 조씨의 구속 기한은 오는 17일 만료되는데, 구속기한이 끝나 석방될 경우 여러 조건을 달 수 없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조씨에게 보증금 3000만원을 내고 증거인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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