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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러시아’라는 세 글자가 내 속에서 퍼 올리는 건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음습하고 도덕적인 문학적 상념, 아침이면 의례처럼 볼륨을 높이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축축한 자조에 딱 들어맞는 ‘안나 게르만’의 로망스, 시적인 위로를 주는 ‘샤갈’의 그림들, 어감마저 차가운 ‘소련’이라는 이름, 저항의 로커 ‘빅토르 최’ 그리고 뜻도 모른 채 외던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과 무자비한 해체의 역사…. 그 거대한 땅덩이의 체취를 맡고서야 알았다. 러시아의 실체는 도표화된 관념보다 몽롱하고, 드물게 아름답다는 것을. 편협한 인식을 뒤로한 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심장 뛰는 일인지를.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러시아 “‘스파시바спаси?бо’라고 해요!”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사인이 떴을 때, ‘고맙습니다’가 러시아어로 무엇이냐고 묻는 타이완 승객에게 스튜어디스가 말했다. 그녀는 친절하게 ‘시’에 강세를 줘야 한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스파시바’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를 거쳐 이르쿠츠크를 지나 바이칼에 이르기까지 내가 아는 유일한 러시아어가 되었다. 지도 위에서만큼 러시아연방이 기세등등해 보일 때도 없다. 호주보다 두 배 이상 큰,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이 나라에서 프리모르스키 지방을 찾을 때는 손가락 방향을 오른쪽으로 한참 이동시켜야 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프리모르스키 지방의 중심도시다. 분명 이국인데, 거리에는 늘씬한 금발의 미녀들이 넘치는데, 왠지 낯설지가 않다. 그건 아마 DNA에 박힌 기억 때문일 게다.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시대를 지나고 1900년대 초 민족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도 여기니까.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에서 짐작하듯 작은 변방도시에 불과했던 블라디보스토크에 러시아가 부여한 의미는 노골적이다. 겨울에도 연안이 심하게 얼지 않는,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는 1년 내내 항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전략적 항구도시와 군항으로는 적격이었다. 극동함대 사령부 등 해군기지가 주둔하고,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원조물자가 옮겨지는 거점이기도 했으며, 극동 지역 외교와 상업의 중심지로도 활약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함정 10여 대를 격침시켰다는 잠수함 C-56(‘C’는 러시아어로 ‘에스’라고 읽는다. ‘중형급’이라는 표시)은 찬란했던 전장을 회고하는 구소련의 늙은 해군처럼 해양공원 앞 뭍에서 긴 휴식에 들어 있었다. 길이 77m의 이 강철 영웅에겐 엔진을 돌리던 승조원들의 함성은 사라지고 그들이 남긴 훈장과 어뢰, 기관총을 자랑하는 게 유일한 일과가 되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6.5m 좁은 폭, 그 안의 희박한 공기 탓인지 머리가 띵해져 잠수함에서 나왔다. 옆으로 용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영원의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 붉은 카네이션을 놓고 머리를 조아리는데 마침 뒤편 기도소에서 종이 울린다. 1941년과 1945년을 오르내리던 그 소리는 전쟁이 가당키나 하냐는 듯 평화로웠다. 1891년,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2세의 황태자 시절, 그의 방문을 기념해 세웠다는 개선문은 불과 몇 걸음 뒤다. 왜소한 풍채를 화려하게 치장한 그 건축물은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천성을 숨기고 자신만만한 ‘척’했다는 황제의 운명과 닮아 보였다. 혁명 후 파괴된 것을 고증을 거쳐 복원했다 해도 원형을 되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 제정러시아의 문장이던 쌍두 독수리는 개선문 꼭대기에서 볼 수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세련되고 번화한 스베트란스카야 거리Svetlanskaya Street. 횡단보도의 초록 불은 바뀌는 순간 이미 9를 세고 있다. 으름장 놓는 선생님 같은 신호등을 째려보며 잰 발길을 놀려야 하는 일이 잦았다. 100년도 넘는 바로크양식의 건물들이 자리한 가로수 길을 걷고 있자니 막연히 ‘여긴, 유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거만하리만치 딱딱한 표정의 러시아인들을 보고 그 생각은 접기로 한다. 유라시아주의를 바탕으로 강대국을 재건한다는 국가의 외교정책에 이바지하듯,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이곳은 오로지 극동 러시아라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있다. 스베트란스카야로부터 두 블록 떨어져 자리한 중앙광장은 소비에트 정권 수립을 위해 싸운 병사들을 기리는 동상만이 생생할 뿐, 혁명전사광장이라는 옛 이름은 의미 없어 보였다. 금요일이면 주말시장이 열리고 신년축제와 기념일 퍼레이드 등 이벤트의 무대가 된 지 오래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곳에서 집회는 계속되지만 혁명에서 놀이로 그 주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설만 남은 영웅들의 흔적 블라디보스토크 둘째 날, 신한촌부터 찾았다. 신한촌은 일본에 의해 침탈된 국권회복을 위해 국내외 지식인들이 모여 결의를 다졌던 장소다.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인 이상설,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동휘, 전설의 의병장이었던 홍범도를 비롯해 신채호, 안중근, 안창호 등 수많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아파트촌 어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이 신한촌 터라는 것을 눈치 챌 길은 보호 철책에 둘러싸인 ‘연해주 신한촌 기념탑’이 전부였다. 한인들이 살길을 찾아 연해주 땅을 처음 밟은 것이 1863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극동 해군기지로 부상하면서 그들은 군항에서 작업인부로 일했다.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시내 중심부였다. 하지만 콜레라가 발생하자 시당국은 1893년 서쪽 아무르만 해안가로 한인들을 이주시키고 그곳을 ‘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한인촌’, 우리말로는 개척리開拓里로 불렀다. 이후 1911년, 또 한 번의 위생 문제로 북쪽 2km 떨어진 라게르 산비탈로 이주한 한인들은 ‘노바야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신한촌’를 형성했고, 이전의 거주지는 구한촌이라 불리게 되었다. 1914년, 신한촌은 3,000명이 거주하며 점차 자리를 잡아 갔지만 1937년, 스탈린이 극동에 살던 한인 17만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면서 신한촌의 한인들 역시 카자흐스탄 등지로 이송되고 그 자리는 유럽과 러시아 노동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길이가 다른 커다란 세 개의 석조물. 가운데는 한국, 왼쪽은 북한, 오른쪽은 고려인을 포함한 해외 한민족을 상징한다는 기념탑 앞에서 조국의 미래를 밤새워 고민했을 독립 영웅들의 절절함을 가늠해 보기란 쉽지 않았다. ‘민족의 최고 가치는 자주와 독립…’이라는 기념탑의 글귀는 길 잃은 아이처럼 애처롭고 속상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블라디보스토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독수리 둥지’라는 뜻의 오리노예 그네즈도 산 정상은 214m에 불과하지만 도시에서 가장 높다. 계단을 올라서니 러시아의 키릴문자를 만든 아우 키릴로스와 형 메소디오스 형제의 동상이 십자가를 들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바다 위에는 2012년 APEC 정상회담에 맞춰 완공한 루스키섬까지 이어진 금각만 대교가 장쾌했다. 서울 남산에서처럼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며 사랑을 맹세하는 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촬영이 한창인 신랑신부가 난간 틈을 비집고 자물쇠를 채우는 동안 신부보다 예쁜 들러리는 뭇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무르만 해변공원까지는 걸었다. 노천카페에 앉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인 메드베드카곰새우를 주문했다. 비릿하고 고소한 맛이 찬 맥주와 묘하게 어울렸다. 체 게바라가 그려진 티셔츠에 네덜란드 맥주를 마시는 청년들, 일본산 오토바이를 타고서 CF의 한 장면처럼 등장한 처녀들, 낚시를 즐기는 부부…. 히죽대며 그들의 모습을 훔치는 사이 새우껍데기만 자꾸 쌓여 갔다. ●하바롭스크Khabarovsk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의 하룻밤 하바롭스크까지 가는 열차 출발 시간은 저녁 9시. 서둘러 짐을 챙기고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으로 향한다. 지는 해에 순종하며 기차역이 차분히 물들고 있었다. 1907년부터 5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기차역은 제정 러시아의 건축양식으로 제법 낭만적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다. 이곳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9,288km. 플랫폼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철로를 달렸다는 증기기관차도 보였다. 출발은 저녁 9시인데 플랫폼의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킨다. 철도역의 모든 시간표는 모스크바가 기준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난민처럼 바닥에다 가방을 열어 젖히고 주섬주섬 필요한 물건만 미리 챙겼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승무원은 여권과 승차권을 확인하고 탑승을 종용했다. 9번 칸, 객실번호 6호 23번. 4인 1실, 양쪽으로 2층 침대가 놓인 객실 ‘쿠페’는 좁았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서서히 열차가 움직이고, 시간이 지나야 시원해질 것이라는 차장의 말처럼 에어컨은 30분이 지나서야 제 기능을 발휘했다. 하바롭스크 도착은 내일 아침 8시. 무궁화호보다 더 느린 기차를 타고 밤새 11시간을 달려야 한다. 하얀 자작나무숲,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올 법한 눈보라, 잠들지 않는 백야. 시베리아횡단열차에 엄청난 로망을 품은 사람들은 흔히 이런 것들을 상상한다. 러시아에 오기 전, 몽골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탔다는 친구는 말했다. “러시아 애들은 책만 읽고 얘기도 가족들끼리 소곤소곤. 같이 보드카 마시자던 러시아 아저씨 아니었으면 심심해서 아마 미쳐 버렸을 걸!” 모스크바까지 꼬박 달리는 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열차에서의 하룻밤만으로 그 기분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낮도 아닌 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래야 반사되는 객실 내부가 전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산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음악을 듣고, 러시아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 복도를 기웃대다가, 키릴문자가 새겨진 맥주를 마시고 남은 소시지 3개를 승무원에게 내미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은 없었다. 다행히 수다 떨 일행들이 있어 시간은 잘 갔다. 잠자리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꺾이는 철로마다 침대가 심하게 덜컹대긴 했다. 하지만 낮에 흘린 땀이나 미처 못 지운 바지의 소스 자국, 떡진 머리도 문제될 게 없는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 잠결에 2층 침대로부터 커튼콜처럼 내려왔다 올라가는 이불에 깜짝깜짝 놀라거나, 변기가 막힌 줄도 모르고 30분을 화장실 문 앞에서 참던 일만 빼면. 창문 너머 흘러가는 자작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빛을 보고 잠에 빠졌는데, 곧 정차한다는 소리에 허둥지둥 이불을 박차고 객실 문을 열어젖힌다. 열차가 멈춘 곳. 하바롭스크였다. 조금 더 머물고 싶던 도시 하바롭스크는 1991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개방되기 전까지 극동지역의 중심지였다. 이제는 그 영광을 물려줬지만 하바롭스크는 마치 권세를 내려놓은 자가 여유를 즐기듯 유유자적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레닌광장 북쪽에 자리한 청동 레닌상이다. 레닌이 사망한 이듬해인 1925년에 세워졌다는데 러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레닌의 동상이 철거된 데 반해 블라디보스토크와 이곳에서는 아직 건재하다. 레닌이 굽어보고 있는 광장은 하바롭스크의 행정 중심지다. 동쪽으로 하바롭스크주 정부청사가 보였다. 아침을 맞은 광장에는 벤치에서 조용히 휴식을 즐기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비둘기가 사람보다 많았다. 레닌광장 아래로 아무르스키 거리를 쭉 따라가면 길은 아무르 강변의 콤소몰 광장까지 잇닿는다. 콤소몰은 구소련 시절 공산주의 청년 정치조직의 이름이다. 광장에는 혁명 전사들의 모습이 조각된 오벨리스크가 굳건하고, 꼭대기에 소비에트를 상징하는 별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광장 위 우스벤스키 성당이다. 성모승천성당으로 불리는 그곳은 소비에트 시절 파괴된 후 2001년 다시 동화 같은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아무르강이 눈앞인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걸음을 재촉했다. 총 길이만 2,800여 킬로미터. 몽골에서 발원해 하바롭스크를 거쳐 오호츠크해로 흐르는 아무르강은 중국에서는 흑룡강이라 부르는 그 강이다. 전망대 앞에는 강에 이름을 제공한 시베리아 초대 총독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의 동상이 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아무르라는 이름들은 죄다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향토박물관은 잠시 비를 피하기에는 맞춤이었다. 연해주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박물관으로 본래 이름은 ‘그라제코프 주립 자연사박물관’. 이 역시 설립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122년의 전통이 축적된 내부에는 시베리아 메머드, 아무르 호랑이, 원주민인 나나이족과 우데게이족의 생활모습 등 하바롭스크주의 역사와 자연, 민속 등 자료 15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구관에는 소비에트 시절과 관련한 물품들만 전시되어 있는데, 포스터부터 장신구까지 세월의 때가 묻은 낯설고 이색적인 소소함이 눈길을 끌었다. 강을 따라 북쪽에 다다르니 또 다른 아름다운 러시아정교회 성당이 자리했다. 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은 황금색 돔과 새하얀 성당이 질서정연했고 내부는 황홀했다. 천장에 그려진 그리스도와 네 명의 사도, 정면 6층 제단의 성모와 성인들의 모습을 새긴 이콘(성상화)은 다른 세상의 것인 듯 신비롭고 이질적이었다. 이콘에 향했던 눈길은 머리를 가리고 촛불을 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서 한참을 머물렀다. 진지하고 경건했다. 그 경배의 몸짓 뒤에서 할 것이라고는 숨소리를 죽이는 것 외에는 없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Trans Siberian Railroad시베리아횡단철도는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하는, 총길이 9,288km의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다. 1891년에 착공해 1916년에 완공됐다. 90여 개의 도시를 거치는 동안 시간대만 7번이 바뀌고, 지나는 역만 60여 개다. 급행열차를 타면 일주일이 걸린다. 열차의 출발과 도착시간은 모스크바가 기준이다. 열차의 객실 등급은 1등석인 2인 1실의 ‘룩스Lyux’, 2등석 4인 1실의 ‘쿠페Kupe’, 3등석 6인실의 ‘플라츠카르타Pratskartny’와 지정 번호가 없는 8인 좌석의 ‘옵스치Obschy’로 나뉜다. 룩스와 쿠페는 객실이 분리되어 있지만 3등석은 객실 구분 없이 개방되어 있다. 콘센트가 있는 것은 1등석 객실뿐이다. 2등석은 객실 내부 말고 복도에 네 개, 화장실 밖과 안에 각 한 개씩 있다. 멀티 탭을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열차 칸마다 뜨거운 물이 비치되어 라면이나 커피를 먹을 수 있다. 열차 한 칸당 두 명의 승무원이 교대근무하며 객실을 살피고 간단한 먹을거리도 판매한다. 술과 담배는 규정상 금지되어 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흡연자들은 보통 역에 정차할 때마다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재빨리 오른다. 러시아 철도청 www.rzd.ru 러시아정교회 러시아정교회는 988년 블라디미르 대공에 의해 비잔티움의 동방정교를 받아들여 민족신앙과 결합한 종교다. 러시아정교회 건축양식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양파 모양의 돔 ‘루꼬비짜’다. 눈이 많이 오는 러시아에서 눈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기도가 하늘에 닿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흰색과 황금색은 러시아정교회 초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색채로 흰색은 평화와 순결, 황금색은 신성을 상징한다. 예배는 사제는 있지만 설교는 하지 않고, 의자 없이 서서 참여한다. 또 악기의 반주 없이 오로지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성가를 부른다. 러시아정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된 것은 고르바초프에 의해 1990년 소련 최고회의에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법을 의결한 후부터다. ●이르쿠츠크Irkutsk 아! 바이칼 비행기가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 무렵이었다.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를 가기 위한 관문. 둘러 볼 겨를 없이 아침이면 또 길을 떠나야 한다. 설렘과 염려를 교차시키느라 잠은 쉬 들지 못했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호의 들머리까지는 버스로 3시간 반. 부리야트족 자치구인 우스찌아르다를 스치는 동안에는 가을을 준비하는 스텝짧은 풀로 뒤덮인 초원이 길게 이어졌다. 어렴풋이 호수가 시야에 들어올 무렵 버스가 멈춘 곳은 사휴르따 선착장이다. 목적지인 알혼섬을 가기 위해 철부선에 올랐다. 배는 물살을 가른 지 30분도 되지 않아 사람들과 자동차를 섬에 부려놓았고, 세상사 다 겪은 아이처럼 옹골찬 ‘우아직러시아 군용차량을 개조한 4륜 승합차’이 벌써 마중 나와 있었다. 운전기사 안톤은 숙소가 있는 후지르 마을까지 한 시간을 달려야 한다며 돌투성이 길을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요란한 진동 모터 위에 앉은 듯 엉덩이는 시종 덜덜거렸다. 바이칼 호수가 품은 22개의 섬 중 알혼은 가장 크고,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이다. 거제도의 두 배쯤 되는데, 다섯 개 마을의 주민 1,500명 가운데 대부분은 후지르 마을에 모여 산다. ‘알혼’은 부리야트 원주민어로 ‘태양이 비추는 땅’이라는 뜻이다. 연 강수량이 200mm에 불과해 스텝과 사막 그리고 화강암과 침엽수림이 전부다. 그 황량함을 심장처럼 품은 바이칼호수를 향해 원주민들은 ‘바이칼은 서 있는 불. 아직도 그 불은 식지 않고 있다’며 경외심과 두려움을 표현해 왔다. 숙소에 짐을 내리고 부르한Burkhan 바위가 보이는 언덕으로 갔다. 신성한 곳임을 알리는 13개의 세르게 신목. 조상신들이 모이는 곳을 지나니 검푸른 호수 앞으로 정좌한 두 개의 지엄한 바위가 보였다. 샤머니즘의 성지로 알려진 바로 그 자리다. 주위에는 히말라야에서 방금 내려온 성자 같은 복장을 한 외국인들이 손을 맞잡고 명상에 잠겨 있었고, 가부좌를 튼 채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이도 보였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끈 건지 모르겠지만 초자연적 존재와의 교류도, 북방 몽골인종의 시원이 서린 곳이라는 학설도, 부리야트인의 피를 이어받은 칭기즈칸의 무덤이 있다는 전설도,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바이칼 호 자체보다 신성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아직은 섬의 가장 북쪽 하보이곶으로 달렸다. 날카로운 송곳니 모양을 한 절벽. 그곳에서 보는 바이칼은 호수가 아니라 바다, 그것도 대양이었다. 경계도 모른 채 펼쳐진 호수는 텅 빈 채 근원에 닿을 듯 아스라해서, 차라리 공허했다. 그날 밤, 호숫가에 앉아 마신, 수심 200m의 바이칼호 물로 만들었다는 보드카는 파도소리와 함께 목젖을 뜨겁게 타고 흘렀다. 떠나기 전 호수를 꼭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새벽 5시 혼자 숙소를 나섰다. 인기척 없는 마을을 두리번대며 방향을 가늠하고는 그 언덕에 다시 올랐다. 부르한 바위 앞, 잠이 덜 깬 호수는 몸을 뒤척였고 바람은 초연했다. 그리고…. 영원한 작별인 양 호수에 건넨 말은 이것뿐이었다. “스파시바… 바이칼.” ▶travel info AIRLINE대한항공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이르쿠츠크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의 출발편은 매일 인천에서 오전 10시10분에 출발해 오후 1시50분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오후 2시50분에 출발해 오전 7시10분에 인천에 도착한다. 이르쿠츠크 노선은 12월25일부터 1월15일까지 동계노선을 주 2회(월·금요일)씩 총 6회 운항할 예정이다. 출발편은 저녁 8시50분 인천에서 출발, 밤 12시5분에 이르쿠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새벽 2시30분 출발, 오전 7시10분 인천에 도착한다.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2시간 10분, 이르쿠츠크까지는 3시간 40분이 소요된다. SHOPPING알까기 인형 ‘마트료시카’19세기 말에 탄생한 나무로 만든 러시아 인형으로 엄마를 뜻하는 러시아어 ‘마티’에서 유래했다. 일본 전통인형인 ‘다루마’에서 영감을 얻어 1891년 러시아 민속공예화가 세르게이 말루틴이 처음 디자인했다고 전해진다. 둥근 몸통 안에는 작은 인형들이 겹겹이 들어 있는데, 일본정부에 선물하려고 만든 1세트 72개가 들어있는 대형 마트료시카는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시대에 따라 외형도 변해서 만화영화의 캐릭터나 대중음악가, 스포츠 스타나 정치인의 얼굴을 담은 마트료시카도 볼 수 있다. 가격은 싼 것은 대개 400~700루블 정도이지만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FOOD국민음식 ‘보르쉬’와 ‘샤슬릭’ 러시아의 음식은 슬라브 전통에 서유럽과 몽골,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지역의 영향을 받아 대개 짜고 달고 신, 자극적이고 복합적인 맛이다. 대표적인 슬라브 전통음식인 ‘보르쉬’는 감자, 당근, 양배추에 비트와 토마토로 색을 낸 스프다. 샤슬릭은 러시아어로 ‘꼬치구이’라는 뜻이다. 이름보다는 맛 ‘오물‘오물은 바이칼호에서만 서식하는 토착 물고기다. 생긴 것은 우리의 청어와 닮았다. 회나 탕, 튀김, 샐러드 등 다양하게 먹는 방법이 있는데 자작나무에 훈제한 오물이 가장 인기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항구 마을 리스트비얀카에는 오물을 파는 가게들이 잔뜩 있다. 가시가 적고 비리지 않아 담백하다. 39°도 41°도 아닌 40° ‘러시안 보드카’러시아를 대표하는 술, 보드카Vodka는 러시아어 ‘물voda’에서 유래되었다. 감자나 옥수수, 보리 등을 원료로 한 증류수로 무색, 무취, 무미다. 러시아 속담에 ‘4,000km는 길도 아니고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며 40도가 아니면 술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19세기 후반,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의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가장 입맛에 잘 맞고 숙취를 일으키는 불순물이 제일 잘 걸러지는 최상의 알코올 도수가 40%라는 것을 발견했다.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밤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으며, 밤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도수 15% 이상의 주류 판매도 금하고 있다. MUSEUM연해주의 모든 것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1890년 개관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1906년 구시베리아 상업은행 건물로 옮겨졌는데, 아르세니예프는 연해지방을 서방에 알린 탐험가의 이름이다. 3층 건물 안에 연해주의 자연과 지리, 민속학, 고고학 사료들과 동식물 표본집, 화폐 등 약 20만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주제가 딱히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한국관에서는 지역에서 발굴된 발해의 유물을 볼 수 있다.20 Svetlanskaya Str. Vladivostok +7 4232 414 082 100루블평일 09:00~18:00, 토·일요일 09:00~17:30 HOTEL바이칼호 바로 옆 ‘바이칼로프 오스트록’알혼섬의 후지르 마을 입구에 있는 나무로 된 시베리아 전통가옥 형태의 숙소다. 2013년 문을 열었는데 114개의 객실에 250명을 수용할 정도로 알혼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깔끔하다. 특히 바이칼 호수 바로 앞에 위치해서 객실과 레스토랑에서 호수가 보이고 새벽에도 밤에도 산책을 할 수 있는데다, 부르한 바위까지도 도보로 20분 거리다. 7, 8월 성수기 스탠다드 트윈룸의 경우, 아침식사 포함 1박에 4,500루블(약 8만원), 화장실과 샤워실은 객실 3개가 있는 한 층에서 공동으로 사용한다. 욕실용품은 비치되어 있지 않다. 호숫가에서 바비큐를 할 수 있도록 그릴과 장작, 숯 등 일체의 도구도 대여해 준다. 666137, Russia, Irkutsk Region, Olkhonskyi District, Village Khuzir, Street Pribreznaya, 3+7 3952 404 202 www.baikalovostrog.ru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대한항공 www.koreanair.com 참좋은여행 www.verygoodtour.com
  • “외국에 소녀상 세우면 日정부가 다음날 없애”

    “외국에 소녀상 세우면 日정부가 다음날 없애”

    일본이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일 서울 정동과 충북 청주시 두 곳에 동시에 소녀상이 세워졌고, 6일에도 경기 의정부시에 소녀상이 설치된다. 한국과 미국 등 세계 곳곳에 건립되는 평화의 소녀상은 김운성(50) 작가의 작품들이다. 김씨는 2011년 일본대사관 앞을 시작으로 지난해 이화여대, 지난달 28일 성북구, 3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등 서울에만 4개의 소녀상을 세웠다. 김씨가 부인 김서경(49)씨와 함께 제작하는 소녀상은 미국 글렌데일과 디트로이트시에 세워진 2개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20개 이상이다. 김씨는 “2011년 우연히 일본대사관 수요집회 현장 앞을 지나가다 충격을 받았다. 위안부 문제가 모두 해결된 줄 알았는데 모르고 살아왔던 세월이 죄송스러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찾아갔다”고 소녀상을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미술 하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정대협에서 수요집회 1000회 기념 조각상을 제작해 달라고 해 첫 평화의 소녀상이 탄생했다. 성북구에 세워진 소녀상은 특히 중국의 판이췬(54) 칭화대 미술학과 교수, 영화제작자 레오스융(54)과 함께 제작했다. 한국과 중국이 함께 만든 소녀상은 내년 초 중국 상하이의 한 대학에 두 번째, 내년 상반기 중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시민단체 앞에 세 번째로 세워질 예정이다. 김씨는 외국에서 소녀상을 공개하면 바로 다음날 일본 정부가 동상을 없애는 등의 방해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소녀상을 세우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조각상을 세울 장소를 찾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소녀상을 둘러싼 의견 대립 등으로 마땅한 땅을 찾지 못해 건립 시기가 늦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김씨는 “한국에서 소녀상 설치 때문에 일본의 방해를 받은 일은 없고, 한국 정부는 소녀상에 대해 민간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이라며 ‘묵묵부답’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소녀상은 일본 정부가 불편하라고 상징적으로 놓은 것입니다. 일본이 역사의 잘못을 반성하고 금전적 배상을 하면 불편하지 않겠죠”라고 지적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회장님 이미지’ 이건희·정몽구 으뜸

    ‘회장님 이미지’ 이건희·정몽구 으뜸

    우리나라 대기업의 이미지는 실적이나 사회공헌 같은 활동보다는 대기업 총수에 대한 호감도와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고려대 이명진 사회학과 교수가 펴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LG·SK·롯데 등 5대 대기업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중요 요인이 기업 소유자에 대한 호감도와 사회적 신뢰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9월 서울과 6대 광역시의 성인 1319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재분석한 결과다.‘회장님’에 대한 호감이 클수록 기업이 능력면에서 ‘강하고’, 감정적으로 ‘좋고’, 활동상이 ‘멋있게’ 느껴진다고 답했다는 분석이다. 총수들에 대한 호감도는 5점 만점 기준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22점으로 가장 높았고, 최태원 SK 회장이 2.73점으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또 사회 시스템을 신뢰하는 성향이 있는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응답자보다 5대 기업에 대해 감정적으로 ‘좋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대기업이 재벌 총수를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대기업 평가 역시 소유주에 대한 호감도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회장님 이미지’ 이건희·정몽구 으뜸

    ‘회장님 이미지’ 이건희·정몽구 으뜸

    우리나라 대기업의 이미지는 실적이나 사회공헌 같은 활동보다는 대기업 총수에 대한 호감도와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고려대 이명진 사회학과 교수가 펴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LG·SK·롯데 등 5대 대기업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중요 요인이 기업 소유자에 대한 호감도와 사회적 신뢰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9월 서울과 6대 광역시의 성인 1319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재분석한 결과다.‘회장님’에 대한 호감이 클수록 기업이 능력면에서 ‘강하고’, 감정적으로 ‘좋고’, 활동상이 ‘멋있게’ 느껴진다고 답했다는 분석이다. 총수들에 대한 호감도는 5점 만점 기준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22점으로 가장 높았고, 최태원 SK 회장이 2.73점으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또 사회 시스템을 신뢰하는 성향이 있는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응답자보다 5대 기업에 대해 감정적으로 ‘좋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대기업이 재벌 총수를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대기업 평가 역시 소유주에 대한 호감도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사설] 한·중·일 회의 앞두고 불거진 ‘사드’와 북핵 변수

    내일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돌발 변수들이 속속 불거졌다.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로운 갱도 굴착 공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그 하나다. 이는 북측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을 뜻한다는 차원에서만 ‘나쁜 뉴스’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의 외교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게 더 큰 문제란 얘기다. 때마침 한·미 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논의 중이란 미국발 뉴스와 맞물리면서다. 가뜩이나 한·중·일 3국 간 이해가 물고 물리는 동상이몽의 회담 테이블에 예기치 못한 이상 기류까지 드리운 형국이다. 그 어느 때보다 박근혜 정부가 냉철하게 전략적 행보를 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3국 정상회의 개최국인 우리에게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이든, 사드든 모두 달갑지 않은 변수다. 우리로선 이번 회담에서 일제가 자행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어 내는 것만 해도 벅찬 과제였다. 이제 북한이 핵실험용 갱도 굴착 시위를 벌임으로써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할 처지가 됐다. 북핵, 특히 사드 문제가 회담 의제로 오르는 순간 한·중 정상 간 미묘한 긴장이 조성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북핵 대처를 위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중국 측은 자신들의 미사일 역량을 탐지할 미국의 레이더망이 턱밑에 들어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남중국해에서 미·중이 대치하는 국면에서 우리로선 또 다른 선택을 요구받는 부담스런 상황으로 몰린다면 걱정스러운 사태 전개다. 까닭에 사드 문제에 관한 한 당분간 전략적 모호성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한민구 국방장관 등 당국자들이 한목소리로 한·미 정부가 이 문제를 공식·비공식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미국 록히드마틴 간부의 주장을 부인한 것은 적실하다. 실제로 논의하지 않고 있어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하는 건 당연하려니와 설령 의견을 교환 중일지라도 외교 전략상 현시점에서 공개할 이유도 없다. 사드는 미·중과 군산복합체의 이해에 휘둘리기보다 우리의 안보 투자 우선순위에 따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과 핵탄두 소형화까지 시도하려는 마당에 우리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건 온당하다. 다만 사드 배치냐, 아니면 북 핵시설이나 지휘부를 직격할 정밀유도무기와 킬체인을 구축하느냐는 외교적·금전적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따져 볼 일이다. 물론 북한의 동향이 당장 핵실험을 하려는 징후이기보다는 6자회담 당사자인 한·중·일을 겨냥한 시위 성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존의 것과 다른 새 갱도 공사는 궁극적으로 핵 소형화를 위해 동시다발 핵실험을 하려는 목적으로도 관측된다. 그래서 사드는 중국 측이 북핵 저지에 적극성을 보이도록 압박하는 카드일 수도 있다. 한국이 직접 사드를 구매하지는 않더라도 북핵 위협이 점증하면 결국 미국이 주한 미군에 이를 배치하게 되는 상황을 부르게 된다는 차원에서다. 우리는 박 대통령이 한·일, 한·중 쌍무 관계 못잖게 미·중 사이의 고난도 균형외교라는 큰 그림과 함께 이번 3국 정상회의에 임하길 기대한다.
  • 잠실구장, 곰 굴? 사자 굴?

    잠실구장, 곰 굴? 사자 굴?

    ‘버티겠다’는 삼성과 ‘끝내겠다’는 두산. 29일부터 잠실벌 3연전에 돌입한 KBO 삼성과 두산은 동상이몽의 셈법으로 한국시리즈(KS) 패권을 향한 싸움에 다시 불을 붙였다. 미디어데이에서 7차전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 류중일 삼성 감독은 원정인 잠실에서 치러지는 3~5차전에서 최소 1승 이상을 거두고 다시 대구로 내려가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은 2013년 두산과의 KS에서 5차전까지 2승3패로 밀렸으나 대구에서 열린 6~7차전을 잡고 역전 우승을 일군 좋은 기억이 있다. 2011년부터 4연패에 성공한 삼성은 잠실에서만 KS 8경기를 치렀는데, 7승1패의 탁월한 성적을 냈다. 대구에서 기록한 7승3패보다 더 좋은 승률이다. 2013년 4차전에서 두산에 1-2로 분패한 게 잠실에서 기록한 유일한 패배며, 2011~12년과 지난해 각각 잠실에서 KS 우승컵을 들었다. 삼성은 올해 정규리그에서도 잠실에서 12승4패로 선전했다. 두산과 LG에 각각 6승2패로 월등히 앞섰다. 투수진에선 장원삼이 3승 평균자책점 2.10, 차우찬도 1승 1.23으로 막강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최대 규모인 잠실에선 삼성의 탄탄한 투수진이 피홈런 부담을 덜고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타선에서는 나바로가 타율 .328 6홈런, 이승엽이 .373 2홈런 등 잠실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미디어데이에서 5차전에 끝내겠다고 한 김태형 두산 감독은 홈인 잠실에서 우승컵을 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르고 올라온 탓에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지고, 다시 대구로 내려가면 2013년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김 감독은 2차전 선발 니퍼트를 5차전에 기용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가급적 시리즈를 빨리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두산은 3~5차전에서 홈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등에 업는 등 이점이 많다. 정규리그에서도 잠실에서 41승31패(승률 .569)를 기록해 원정 38승34패(.528)보다 나은 성적을 냈다. 유희관이 잠실에서만 12승(2패)을 따내는 등 출중했고, 장원준도 8승(7패)으로 준수했다. 잇따라 불안한 모습을 보인 불펜도 잠실에서는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 두산 타선은 올 시즌 잠실에서 치른 80경기에서 타율 .286을 기록, 10개 구단 중 가장 높았다. 양의지가 타율 .350 7홈런으로 투수 친화 구장에서도 빛났고, 김현수도 .302 12홈런으로 잘 쳤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한·중·일 공동선언에 ‘역사 직시’ 담지만… 해석은 동상이몽

    다음달 1일 열리는 한국·중국·일본 3국 정상회의의 공동선언에 “역사 직시”라는 표현이 담긴다고 교도통신이 29일 보도했다. 한·중·일 3국은 정상회의의 공동 문서를 발표하기로 방침을 굳혔으며 여기에는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반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와 난징 학살 등의 역사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은 정상회의의 공동 문서에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을 재확인하고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한다는 의지를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통신은 이날 전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속도를 내자는 내용도 반영하기 위해 합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공동 문서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며 작성 자체가 큰 성과”라고 전했다. 과거사에 대한 인식 격차를 좁힌 것이 아니라 일본 입장에서 상황을 봉합했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분위기다. ‘역사 직시’에 대한 해석과 입장이 상반된 탓으로 3국이 제각각 해석하는 ‘동상이몽’이 우려된다. 일·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난징 학살’과 남중국해 갈등에 대한 입장과 시각도 양측의 차이가 크다. 일·중은 정상회담 개최 일정을 확정해 발표하지 못하고 있지만 1일 개최를 놓고 양국이 최종 조율 중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등 한·일 간 현안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양국 정상회담 전날인 1일 회담을 갖고 최종 조정하기로 했지만 타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더불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해결이 마무리됐다는 입장이다. 일본 국민의 기부금과 정부 자금을 투입해 시작한 아시아여성기금 사업도 도의적인 차원일 뿐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일본에서는 ‘한국을 위해 해 주면 좋지 않은가’ ‘이 정도 일본이 양보하면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나 여론이 없으며 있다 해도 아주 작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국내 여론 등을 구실로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는 않겠다는 말로 이해된다. 아사히신문은 이에 대한 한·일 간 인식 차가 여전히 크다고 진단하면서 “총리에게 양보 자세는 없다”는 고위 관료의 발언을 전했다. 도쿄신문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측 자세가 불투명하며 정상회담의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FA컵] “2 - 0 우승은 내 것” 동상이몽 출사표

    [FA컵] “2 - 0 우승은 내 것” 동상이몽 출사표

    “우리가 2-0으로 우승합니다.”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 미디어데이가 열린 2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참석한 최용수 FC서울 감독과 김도훈 인천 감독은 저마다 우승을 자신했다. 둘은 대학 시절 한솥밥을 먹었다. 김 감독이 연세대 체육교육과 89학번이고, 최 감독은 경영학과 90학번이다. 두 감독은 “대학시절 사이가 좋았다”고 개인적인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승부는 양보하지 않았다. 최 감독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최 감독은 “(결승전 점수를) 2-0으로 예상한다”면서 “몰리나와 윤주태가 골을 넣을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자 김 감독은 “2-0으로 인천이 이긴다”고 맞받았다. 이어 “케빈이랑 진성욱이 골을 넣을 것 같다. 케빈은 FA컵에서 꾸준히 넣었다. 아직 골 맛을 못 본 진성욱도 이번에는 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에서 임대로 인천에 온 김원식과, 서울에서 인천으로 무상 이적한 김동석의 출장을 놓고도 두 감독은 부딪혔다. 원칙적으로 임대 선수는 원소속팀과의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김동석은 계약 조건에 첫해 서울 원정에 뛰지 않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김 감독은 “두 명의 전력이 서울전에서 뛸 수 있다면 좋겠다”고 김원식과 김동석을 함께 기용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최 감독은 단호했다. 최 감독은 “죄송한 마음은 있다”면서도 “계약서가 왜 있는지 알아야 한다. 번복한다면 의미가 퇴색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 감독은 “우승하면 막춤을 추겠다”면서 “막춤이니까 막 추겠다”고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서울과 인천의 결승전은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절반의 성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위도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올 들어 네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초청한 아시아 정상으로, 오바마 정부가 핵심 외교 정책으로 추진해 온 ‘아시아 리밸런스(재균형)’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이 이어지는 데다 북핵 문제, 한·미·일 협력 등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 고위소식통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대통령까지 만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아시아 재균형 정책 강화를 위한 정상 초청 외교를 마무리했다”며 “지난 2월 4명의 아시아 정상 초청 계획을 밝힌 뒤 7개월 새 일본과 중국, 한국, 인도네시아 정상을 줄지어 만난 것은 형식적으로는 성공적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고려할 때 내용상으로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미·일은 지난 4월 28일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정상회담을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사실상 합의하고,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신(新)밀월 시대’를 열었다. 안보와 경제 협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미·일의 행보에 주변국인 한국과 중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9월 2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10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을 각각 백악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과 기후변화 문제를 비롯해 사이버안보 등 적지 않은 분야에서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서는 평행선을 달렸다. 그는 또 박 대통령과 북한에 관한 첫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한·중이 강한 관계를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지만 “중국이 국제 규범과 법을 준수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함으로써 한국 측에 압력을 넣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또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일 협력과 한국이 원하는 한·미·중 협력이 엇갈려 ‘동상이몽’을 드러냈다. 앞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다양한 3자 협력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안보적 측면에서는 미국이 중국과 계속 대치함으로써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경제 협력에 있어서는 TPP 협상이 지난 5일 타결됨으로써 박 대통령과 위도도 대통령이 뒤늦게 TPP 추가 가입 의사를 밝히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참석차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아시아 공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사룡들의 동상사몽 “아이오와州 잡아라”

    사룡들의 동상사몽 “아이오와州 잡아라”

    “아이오와주를 잡아라.” 내년 2월 1일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아이오와주를 둘러싸고 후보들 간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다. 정치적 성향이 불분명한 ‘스윙 스테이트’인 데다 대선 풍향계여서 아이오와에서 승리할 경우 각 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아 후보들의 ‘아이오와의 잠 못 드는 밤’은 계속될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CBS가 발표한 아이오와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벤 카슨 후보가 각각 지지율 27%로 동률 공동 선두를 차지했다. 트럼프는 아이오와에서 계속 선두를 달리다가 지난 22일과 23일 퀴니피액대와 블룸버그가 각각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카슨에게 역전을 당했다. 트럼프는 아이오와에서 지지율이 흔들리자 카슨의 이민정책 등을 비판하는 등 네거티브 전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그는 25일 CNN에 출연, “카슨은 이민정책에 있어 매우 약하다. 사면을 강하게 믿는 사람”이라고 지적한 뒤 “카슨은 특히 대통령이 되기에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CBS의 민주당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46%, 버니 샌더스 후보가 43%를 얻어 3% 포인트 차로 박빙 승부를 보였다. 지난 23일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51%를, 샌더스가 40%를 얻은 것에 비하면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클린턴은 이미 지난 9월 이 지역에서 샌더스에게 두 차례 역전을 허용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클린턴은 아이오와 코커스를 100일 앞둔 24일 현지로 달려가 민주당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 지지자들을 만났다. 샌더스도 이날 질세라 같은 행사에 참석, 열띤 유세전을 펼쳤다. 선거 전문가들은 “클린턴이 2008년 대선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후보에게 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이오와를 수성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샌더스는 이곳에서의 ‘오바마 돌풍’을 재현하기 위해 클린턴에게 맞서는 차별화된 정책으로 계속 승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양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기를 잡아 결국 최종 후보로 뽑힌 경우가 많았다. 2008년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이곳에서 클린턴을 누른 오바마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이며,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밋 롬니도 아이오와에서 승리, 대선 후보가 됐다. 물론 코커스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5개월에 걸쳐 미 전 지역에서 열리는 만큼 아이오와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다. 2008년 마이크 허커비 당시 공화당 경선 후보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하고도 존 매케인에게 최종 후보 자리를 뺏겼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나우! 지구촌] 레닌의 굴욕? ‘다스베이더’로 개조당해

    [나우! 지구촌] 레닌의 굴욕? ‘다스베이더’로 개조당해

    한때 사회주의의 상징이었던 동상이 시대가 바뀌며 영화 속 악당으로 재탄생했다. 최근 영국 BBC등 서구언론은 우크라이나 오데사주의 한 공장 앞에 우뚝 서있던 레닌 동상이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로 변신했다고 보도했다. 레닌이 살아있다면 치욕으로 느낄 법한 동상의 변신은 지역 조각가 알렉산더 밀로프의 의해 이루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조각가가 기존 레닌 동상은 그대로 놔둔 채, 다스베이더 특유의 마스크와 복장을 위에 덧씌우는 형태로 제작한 점이다. 곧 레닌이 다스베이더로 코스튬한 셈. 조각가 밀로프는 "동상 안은 레닌, 밖은 다스베이더" 라면서 "과거의 영웅은 가고 새로운 영웅으로 대체됐다. 세상은 돌고돈다" 고 밝혔다. 사실 레닌 동상의 변신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의회의 방침과 맞물려있다. 당시 의회는 지역 내에 공산주의자와 관련된 선전물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이 레닌 동상 역시 철거될 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밀로프의 작업으로 새롭게 변신해 철거를 모면하게 됐다. 그러나 한 때 지구촌 절반의 영웅이었던 레닌의 몰락은 이번 동상의 변신으로 과거의 영광도 추억하지 못할 판이다. 마르크스주의를 발전시킨 사상가 블라디미르 레닌(1870-1924)은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을 이끈 혁명가이자 소련 최초의 국가원수다. 그러나 지난 1990년 대 초 소련 해체와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 붕괴라는 역사의 흐름 아래 도도하게 서있던 레닌과 그의 동상은 실패의 상징이 됐다.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과 더불어 레닌 역시 함께 몰락한 것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우크라이나 레닌 동상 ‘다스베이더’로 변신하다

    한때 사회주의의 상징이었던 동상이 시대가 바뀌며 영화 속 악당으로 재탄생했다. 최근 영국 BBC등 서구언론은 우크라이나 오데사주의 한 공장 앞에 우뚝 서있던 레닌 동상이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로 변신했다고 보도했다. 레닌이 살아있다면 치욕으로 느낄 법한 동상의 변신은 지역 조각가 알렉산더 밀로프의 의해 이루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조각가가 기존 레닌 동상은 그대로 놔둔 채, 다스베이더 특유의 마스크와 복장을 위에 덧씌우는 형태로 제작한 점이다. 곧 레닌이 다스베이더로 코스튬한 셈. 조각가 밀로프는 "동상 안은 레닌, 밖은 다스베이더" 라면서 "과거의 영웅은 가고 새로운 영웅으로 대체됐다. 세상은 돌고돈다" 고 밝혔다. 사실 레닌 동상의 변신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의회의 방침과 맞물려있다. 당시 의회는 지역 내에 공산주의자와 관련된 선전물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이 레닌 동상 역시 철거될 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밀로프의 작업으로 새롭게 변신해 철거를 모면하게 됐다. 그러나 한 때 지구촌 절반의 영웅이었던 레닌의 몰락은 이번 동상의 변신으로 과거의 영광도 추억하지 못할 판이다. 마르크스주의를 발전시킨 사상가 블라디미르 레닌(1870-1924)은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을 이끈 혁명가이자 소련 최초의 국가원수다. 그러나 지난 1990년 대 초 소련 해체와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 붕괴라는 역사의 흐름 아래 도도하게 서있던 레닌과 그의 동상은 실패의 상징이 됐다.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과 더불어 레닌 역시 함께 몰락한 것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공기살균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공기살균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플라즈마 공기살균기, “유해물질로부터 실내 공기를 안전하게”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미세먼지 피해방지를 위한 보다 철저한 주의가 요구된다. 영유아의 발육상태는 물론 지능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외서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아니더라도 실내공기 오염이 심각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환기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내공기는 실외보다 최대 100배까지 오염 정도가 심각할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깨끗한 공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지면서 공기살균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공기살균기 ‘블라즈마’를 출시한 ㈜두연테크도 최근 공기살균기를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바쁜 나날을 소화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플라즈마 공기살균기는 공기만 살균, 탈취하는 것이 아니라 세균과 곰팡이,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회사 측은 실험결과를 응용해 “포름알데히드가 가득 찬 실험공간에서 플라즈마 공기살균정화기를 2시간 동안 작동시킨 결과 99%가 제거됐다”고 밝혔다. 또한, 악취성분은 92%, 세균 및 진균은 85%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의 일반 공기와 플라즈마 공기살균정화기가 작동하는 공기 상태를 비교한 결과에서, 각각 토마토를 5일간 방치해 두었을 때 일반 공기에서는 토마토가 곰팡이가 생기며 부패하는 반면, 공기살균정화기에 노출된 토마토는 수분만 증발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포름알데히드는 아토피 등 각종 피부질환의 유발물질이며, 새집증후군의 원인 물질이기도 한 대표적인 유해물질이다. 오염된 실내 공기는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해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라돈, 휘발성유기화합물, 곰팡이, 세균, 진드기 등 각종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유해물질은 아이들의 발육과 지능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두연테크 관계자는 플라즈마 공기살균기를 개발한 것도 오염된 공기로부터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전자방사식으로 커버 범위가 광범위한 플라즈마 공기살균기는 강력한 산화작용이 특징”이라며 “공기 중 유해물질에 직접 반응하여 탈취효과는 물론 살균작용까지 이루어져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플라즈마 공기살균기의 핵심은 이온클러스터다. 두연테크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이온클러스터는 클러스터이온 생성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측은 스위스, 독일 제품에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글로벌 마켓에 진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미 유럽통합규격(CE) 인증과 유럽환경인증(ROHS), 미국 전자파규격(FCC) 인증 등을 획득한 상태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다양한 활동도 눈에 띈다. 독일 ‘국제 아이디어, 발명, 신제품 전시회’에서 동상과 그린환경상을 수상하는 한편, 서울 국제 발명 전시회에서 은상을 받는 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플라즈마 공기살균기 공식 홈페이지(www.idooyeon.com)에서 확인하면 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영천의 ‘삼선현’ 재조명 사업

    경북 영천시가 지역 출신 삼선현(정몽주·박인로·최무선) 재조명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는 최근 영천시 임고면 우항리에서 고려 말 충신이자 우리나라 성리학 원조인 포은 정몽주(1337~1392)의 생가 중창 준공식을 했다. 우항리 일대 부지 4990㎡에 영정각, 안채, 부엌채, 전통 우물 등이 들어섰다. 포은 시비와 동상, 소공원, 관리사 등도 갖췄다. 인근엔 산책로인 단심로(5㎞)도 조성했다. 국비 등 총 28억원을 들였다. 정몽주 위패를 모신 임고면 양항리 임고서원에 포은유물관과 생활체험관(충효관), 조옹대(용연)를 재정비하고 개성의 선죽교와 연못을 재현했다. 금호읍 원기리에 최무선(1325~1395) 과학관도 개관했다. 최무선은 우리나라 최초로 화약을 발명한 뒤 많은 화약병기를 개발, 진포해전(금강 하구)에서 왜선 500여척을 격침시켰다. 최무선 과학관에서 각종 총통 복제 유물, 화약 개발·전투 영상을 선보이고 불꽃놀이와 화포, 화차, 총통을 체험할 수 있다. 시는 2017년까지 최무선 과학관 인근에 영상체험관과 생가, 사당 등의 건립을 추진한다. 조선 중기 가사문학의 대가인 노계 박인로(1561~1642)의 고향 북안면 도천리 일대에 가사문학관을 내년까지 건립한다. 문학관과 체험관, 강당 등이다. 장기적으로 생가도 복원할 계획이다. 생가는 도천1리 마을회관 인근에 ‘오막살이’ 같은 빈집으로 남아 있다. 김영석 영천시장은 “영천은 우리 민족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을 배출한 고장”이라며 “역사·문화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영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벽화·커피향 어우러진 골목길…이목구비 즐거운 달동네

    [명인·명물을 찾아서] 벽화·커피향 어우러진 골목길…이목구비 즐거운 달동네

    18일 충북 청주 우암산 중턱에 자리잡은 수암골.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허름한 주택 7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이로 그림 같은 커피숍들이 있다. 비행접시를 닮은 레스토랑도 눈에 들어온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달동네와 카페촌의 ‘어색한 동거’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파른 경사지를 따라 수암골로 올라가니 그윽한 커피 향이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분위기를 잡아보고 싶은 충동에 저절로 발걸음이 커피숍으로 향한다.  사람들을 따라 주택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회색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빨래터 풍경과 아이스케이크(얼음과자) 가게, 숨바꼭질, 연탄 리어카 등 지금은 사라진 풍경을 묘사한 벽화들이 방문객들에게 ‘추억’이라는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 부산 감천마을, 통영 동피랑과 함께 전국 3대 벽화마을로 불릴 만하다. 친구들과 수암골을 찾은 김은지(15)양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수암골에 오면 꼭 들러야 한다는 우동집 앞은 소문대로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이 우동집은 프로야구 2군 선수 김영광과 여주인공 윤재인의 성공이야기를 다룬 KBS 드라마 ‘영광의 재인’ 촬영지다. 우동집 내부로 들어가니 드라마 극본과 포스터, 출연배우들의 사인 등이 가득하다.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영광의 재인’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면 강력 추천이다. 이 우동집은 60년 전통의 청주 서문우동이 운영한다.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였던 수암골이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옛 모습 그대로인 1970년대의 풍경, 골목길 벽화, 드라마 촬영지, 카페촌이 어우러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가 만들어졌다. 한 해 방문객이 10만여명에 달한다. 청주시에 따르면 수암골은 6·25 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모여들며 조성된 마을이다. 당시 북한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은 상당구 수동 23육군병원(현재 청주노인복지종합관 일원) 주변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다 지금의 수암골에 판잣집을 짓고 본격적인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고향을 떠난 실향민이란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그들은 자연스레 한 울타리에서 가족처럼 서로 보듬었다. 당시 3000여명이 넘게 살았다. 수암골에 변화가 처음 찾아온 것은 1970년대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주택개량화사업이 진행되면서 담을 새로 올리고 도로가 생겼다. 하지만 큰 변화는 아니었다. 시멘트 담을 두르고 슬레이트 지붕을 한 집들이 좁은 골목을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2002년에는 시가 수동 일대의 땅을 사들여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주민들이 보상금을 받아 마을을 떠났다. 주민 수가 100여명으로 줄었다. 수암골이 삭막한 달동네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이다. 이홍원 화백을 비롯한 충북민족 미술인협회 회원과 청주대학교, 서원대학교 학생 10여명이 공공미술프로젝트의 하나로 회색 담벼락에 익살스러운 아이들의 모습과 서민들의 생활을 담은 그림을 그렸다. 문화·경제적으로 소외되면서 침체된 수암골을 벽화를 통해 살려보자는 취지였다. 이들의 노력으로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이 갤러리로 바뀌었다. 입소문이 나자 카메라를 둘러맨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970년대 풍경과 추억 속에 빠져들게 하는 벽화를 동시에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수암골이 벽화로 뜨기 시작할 무렵 드라마 촬영이 잇따르자 방문객들이 급증했다. 가장 먼저 촬영된 드라마는 2009년 2월 소지섭과 한지민이 출연한 드라마 ‘카인과 아벨’이다. 제작팀은 2개월간 수암골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소지섭이 한류 스타로 인기를 얻고 있던 때라 일본 등 외국 관광객들도 수암골을 찾았다. 2010년에는 최고 시청률 49%라는 대히트를 기록한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수암골에서 찍었다. 드라마가 대박을 터트리자 수암골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2011년에는 천정명, 박민영 등이 출연한 ‘영광의 재인’ 배경이 됐다. 조용했던 동네가 갑자기 전국적으로 뜨자 부작용이 없던 것은 아니다. 드라마가 방영될 때 주말에는 수천명이 몰리면서 소음과 쓰레기 발생 등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새벽과 밤늦게 찾아오는 이들도 있어 주민들이 잠을 설치기도 했다. ‘저녁 9시 이후에는 관람을 자제해달라’는 벽화까지 등장했다. 부녀회는 수암골의 인기로 얻는 주민들의 실질적인 이득이 없자 ‘제빵왕 김탁구’가 촬영됐던 포장마차를 활용해 장사를 시작했다. 이 포장마차가 계기가 돼 수암골을 테마로 한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기 위해 2011년 생활공동체 ‘마실’이 탄생했다. 마실의 첫 상품은 수암골 밥상이다. 우암산 도토리로 만든 묵과 칼국수, 비탈밭에서 가꾼 채소로 꾸며진 소박한 밥상이다. 하지만 반응이 좋지 않아 지금은 식당을 카페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이 카페를 찾으면 작가들과 함께 나무열쇠 고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주민들이 만든 짚 공예품, 동전 지갑, 수첩 등도 구매할 수 있다. 마실은 관광안내원 사업도 한다. 노인 4명이 교대로 방문객들을 안내하며 용돈을 벌고 있다. 벽화를 보수하고 청년작가들과 새로운 벽화 그리기도 한다. 이광진(57) 마실 사무국장은 “수익금 일부는 마을발전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지역 작가들이 참여하는 아트마켓 시장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도 수암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마다 벽화 관리비로 1000만원을 지원하고 다양한 행사를 구상하고 있다. 박윤식 시 도시관광 담당은 “현재 포토존을 설치하고 있고 내년에 수암골에서 드라마·벽화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라며 “페스티벌 기간에 수암골을 방문하면 직접 벽화를 그려보고 드라마 주인공 동상과 사진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암골이 유명해지자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찾아왔다. 동네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다. 40년째 수암골에서 거주하며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박만영(81) 할아버지는 “이웃들이 이사를 많이 가면서 장사가 안됐는데 요즘 주말이면 장사가 제법 되고 있다”며 “노인들만 사는 동네라 그런지 엄마와 아빠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을 보는 즐거움이 가장 큰 것 깉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동네의 서러움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박 할아버지는 “수암골이 이렇게 변했어도 연탄을 배달시키면 아랫동네보다 장당 100원을 더 줘야 하는 등 달동네 주민의 고통이 아직도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며 “차가 집 앞에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시가 땅을 사들여 골목길을 넓혀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글 사진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與 “北 선동논리 ‘주체사상’ 서술 신중해야”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주도했던 새누리당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검정교과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진보 진영은 새누리당이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면서 여론 형성을 위해 ‘매카시즘’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비판했다. 현행 교육부 교육과정에는 한국사 교과서에 주체사상을 반드시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새누리당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면서부터다. 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검정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새누리당이 주체사상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금성출판사 교과서다. 금성출판사는 ‘북한 세습체계를 구축하다’ 단원에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가 확립되고 자주 노선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주체사상이 등장하였다’고 서술했다. 천재교육 교과서에는 ‘1967년 주체사상을 당의 이념으로 확정하고, 김일성을 수령으로 내세우는 유일 체제를 표방하였다’고 돼 있다. 미래엔 출판사 교과서도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를 확립하였다’고 기술했다. 해당 교과서들은 주체사상에 대해 기술하며 ▲‘김일성 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금성출판사) ▲이로써 주체사상이란 이름으로 김일성의 권력 독점이 절대화되기 시작하였다(천재교육) ▲이 과정에서 거대한 동상과 기념비를 세우고 생가를 성역화하는 김일성 우상화 작업이 진행되었다(미래엔)와 같이 문제점도 함께 기술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북한에서 쓰는 ‘자주’와 ‘주체’란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전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전·선동 논리”라면서 “좀 더 신중하게 서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검정교과서의 집필기준은 물론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주체사상은 반드시 기술토록 돼 있어 새누리당이 지나치게 이념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편향’ 논란을 빚었던 교학사 교과서도 “김일성은 1962년 12월부터 4대 군사노선을 내걸고 군사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통치하면서 독재 권력을 강화해 갔다. 이때 독재 권력을 합리화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주체사상이었다”라고 기술했다. 양정현(부산대 교수) 한국역사교육학회장은 “현재 교육과정에서 주체사상을 가르치도록 돼 있는데, 새누리당이 이를 꼬투리 삼아 검정교과서가 마치 종북 서적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美서도 역사논쟁...”콜럼버스는 침략자” 동상에 도끼질

    美서도 역사논쟁...”콜럼버스는 침략자” 동상에 도끼질

    미국판 '역사 논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졌다. 최근 디트로이트 현지언론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시청 옆에 세워진 콜럼버스 동상이 머리에 도끼를 맞고 피(물감)를 흘린 채 발견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동상이 '반달리즘‘(vandalism·문화·예술 및 공공 시설을 파괴하는 행위)의 대상이 된 것은 주인공이 바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콜럼버스가 역사 논쟁의 뜨거운 감자다. 특히 콜럼버스가 '테러' 당한 이날은 미국의 연방 국경일인 ‘콜럼버스의 날’이다. 미국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1492년 10월 12일을 기념해 매월 10월 두번째 월요일을 ‘콜럼버스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콜럼버스의 업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미국 내 많은 역사학자들은 이 탐험을 계기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 학살, 노예제도, 문화 파괴가 일어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일부 중미 국가들은 콜럼버스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학살을 촉발한 침략자라고 규정짓고 있다. 이에 하와이 등 미국 내 일부 주에서는 아예 이날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바꾸자는 운동이 일어나 실제로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 등 9개 도시가 이름을 '원주민의 날'로 바꿨다. 이번에 곤욕을 치른 이 동상은 지난 1910년 이탈리아계 주민들에 의해 세워졌으며 그 아래 '아메리카를 발견한 이탈리아의 위대한 아들'(great son of Italy who discovered America) 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현지언론은 "현재 디트로이트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에 있다" 면서 "이번 반달리즘을 계기로 다시한번 동상 유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與 “좌편향 교과서 주체사상 미화”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주도했던 새누리당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검정교과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진보 진영은 새누리당이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면서 여론 형성을 위해 ‘매카시즘’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비판했다. 현행 교육부 교육과정에는 한국사 교과서에 주체사상을 반드시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새누리당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면서부터다. 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검정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새누리당이 주체사상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금성출판사 교과서다. 금성출판사는 ‘북한 세습체계를 구축하다’ 단원에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가 확립되고 자주 노선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주체사상이 등장하였다’고 서술했다. 별도의 박스에서는 ‘주체사상은 김일성이 창시하고 김정일이 이론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혁명 사상으로, 북한의 통치 이념이며 모든 정책 결정과 활동의 기초’라고 썼다.  천재교육 교과서에는 ‘1967년 주체사상을 당의 이념으로 확정하고, 김일성을 수령으로 내세우는 유일 체제를 표방하였다’고 돼 있다. 미래엔 출판사 교과서도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를 확립하였다’고 기술했다.  해당 교과서들은 주체사상에 대해 기술하며 ‘김일성 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금성출판사) 이로써 주체사상이란 이름으로 김일성의 권력 독점이 절대화되기 시작하였다(천재교육) 이 과정에서 거대한 동상과 기념비를 세우고 생가를 성역화하는 김일성 우상화 작업이 진행되었다(미래엔)와 같이 문제점도 함께 기술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북한에서 쓰는 ‘자주’와 ‘주체’란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전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전·선동 논리”라면서 “좀 더 신중하게 서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검정교과서의 집필기준은 물론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주체사상은 반드시 기술토록 돼 있어 새누리당이 지나치게 이념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 교육과정은 한국사 교과의 학습요소로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천리마운동, 7·4 남북 공동 성명,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 기본 합의서, 6·15 남북 공동 선언, 탈북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편향’ 논란을 빚었던 교학사 교과서도 “김일성은 1962년 12월부터 4대 군사노선을 내걸고 군사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통치하면서 독재 권력을 강화해 갔다. 이때 독재 권력을 합리화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주체사상이었다”라고 기술했다.  양정현(부산대 교수) 한국역사교육학회장은 “현재 교육과정에서 주체사상을 가르치도록 돼 있는데, 새누리당이 이를 꼬투리 삼아 검정교과서가 마치 종북 서적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디트로이트 ‘콜럼버스 동상’에 ‘도끼질’…美판 역사논쟁

    디트로이트 ‘콜럼버스 동상’에 ‘도끼질’…美판 역사논쟁

    미국판 '역사 논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졌다. 최근 디트로이트 현지언론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시청 옆에 세워진 콜럼버스 동상이 머리에 도끼를 맞고 피(물감)를 흘린 채 발견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동상이 '반달리즘‘(vandalism·문화·예술 및 공공 시설을 파괴하는 행위)의 대상이 된 것은 주인공이 바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콜럼버스가 역사 논쟁의 뜨거운 감자다. 특히 콜럼버스가 '테러' 당한 이날은 미국의 연방 국경일인 ‘콜럼버스의 날’이다. 미국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1492년 10월 12일을 기념해 매월 10월 두번째 월요일을 ‘콜럼버스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콜럼버스의 업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미국 내 많은 역사학자들은 이 탐험을 계기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 학살, 노예제도, 문화 파괴가 일어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일부 중미 국가들은 콜럼버스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학살을 촉발한 침략자라고 규정짓고 있다. 이에 하와이 등 미국 내 일부 주에서는 아예 이날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바꾸자는 운동이 일어나 실제로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 등 9개 도시가 이름을 '원주민의 날'로 바꿨다. 이번에 곤욕을 치른 이 동상은 지난 1910년 이탈리아계 주민들에 의해 세워졌으며 그 아래 '아메리카를 발견한 이탈리아의 위대한 아들'(great son of Italy who discovered America) 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현지언론은 "현재 디트로이트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에 있다" 면서 "이번 반달리즘을 계기로 다시한번 동상 유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관악, 역사 알린다

    관악, 역사 알린다

    관악구는 오는 17일 인헌제에서 이름을 바꾼 ‘2015 낙성대 강감찬 축제’를 낙성대공원에서 연다. 1988년 시작된 낙성대 인헌제는 올해부터 강감찬 장군의 시호 대신 이름을 넣은 강감찬 축제로 명칭이 변경됐다. 유종필 구청장은 13일 “강감찬 축제가 거란대군에 맞선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강감찬 장군의 용맹함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는 축제 준비를 위해 강감찬 장군 동상을 청소하고, 낙성대공원 환경도 새롭게 정비했다. 올해는 ‘북두칠성 네 번째 별’이란 주제로 기념식과 강감찬 장군 추모 제향, 우리놀이 체험과 공연 등으로 구성된 전통문화예술축제로 준비했다. 문곡성이라 불리는 북두칠성 네 번째 별은 강감찬 장군이 태어날 때 지상으로 떨어졌다는 설화가 있으며, 이 탄생설화를 따서 낙성대가 만들어졌다. 실제로 북두칠성 네 번째 별은 일곱 개의 별 가운데 가장 흐리다. 축제는 17일 오전 10시 강감찬 장군의 사당으로 낙성대공원에 있는 안국사에서 시작된다. 강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식에 이어 구민들의 붓글씨 솜씨를 뽐낼 수 있는 휘호대회가 열린다. 낙성대공원 야외 광장에서는 풍물공연, 태평소밴드 연주, 전통무예 시범 등과 함께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닭싸움, 제기차기와 같은 전통놀이 한 마당도 열린다. 야외공연은 지역 청소년과 예술가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무대로 마련됐다. 축제가 마무리되는 저녁에는 가수 나윤권, 남성듀오 옴므가 출연하는 야외 음악회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열린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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