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동북아 중재
    2026-02-04
    검색기록 지우기
  • 신문기자
    2026-02-04
    검색기록 지우기
  • 성서공단
    2026-02-04
    검색기록 지우기
  • 대방건설
    2026-02-04
    검색기록 지우기
  • 대우건설
    2026-02-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50
  • [황성기 칼럼] 2020년 외교를 생각한다

    [황성기 칼럼] 2020년 외교를 생각한다

    2019년 한국 외교는 후하게 점수를 매겨 D 학점 정도다. 남북 정상회담 3차례, 북미를 중재한 2018년엔 ‘외교의 힘’이 돋보였으나 1년 만에 빛이 바랬다. 문재인 정부 외교에 결함이 있어서 그렇게 됐다기보다 우리의 국력과 외교력으로는 어떻게 해보기 어려운 강적과 난제들이 첩첩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공들인 남북 관계는 사실상 파탄 직전에 와 있다. 남북 접촉과 교류가 제로에 가까운 올해였다. 북한 매체는 문 대통령을 ‘보기 드물게 뻔뻔한 사람’으로 부른다. 미국은 그들의 필요에 의해 한국에 군인 2만 8500명을 주둔시키고,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비용마저 청구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하 당국자들이 일치단결해 품격 없는 떼를 쓰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왕이 외교부장이 서울에 와서 ‘바링(覇凌)주의’를 들먹이며 한바탕 미국 욕을 하고 갔다. 주한 중국대사밖에 안 되는 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전까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미국 중거리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라고 큰소리친다. 안하무인의 극치다. 일본은 강제동원 판결의 외교적 해결도 시도하지 않은 채 경제제재부터 가했다. 과거사 문제는 수면 아래서 해결하려던 종전의 일본은 온데간데없이 품어 둔 칼을 휘두르기 직전이다. 우리 국민의 주변국 정상 호감도를 묻는 조사에서 현안이 없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위(17%)를 차지한 것은 아이러니이다(한국갤럽 11월22일 조사, 트럼프·시진핑 15%, 김정은 9%, 아베 3%). 2020년이 되면 사면초가의 한국 외교에 변곡점이 찾아올 것인가. 전망은 밝지 않다. 북한, 미중일과 얽힌 지금의 과제들은 보다 팽창해 어려우면 더 어려웠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뒤로 물러설 데 없는 외교 문제의 근원은 미중의 패권경쟁이다. 두 대국의 대립은 동북아 안보 지형을 전환기에 몰아넣으며 한미, 한중, 한일, 남북 관계를 규정짓는 거대 팩터로 작용한다. 미중의 무역갈등은 봉합됐지만 군사·지역·기술 패권 다툼은 더욱 본격화할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두 대국 사이에 끼여 위험한 줄타기, 기계적 중립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더라도 당분간은 사드의 본격 배치는 최대한 미루면서 곧 닥칠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 요구는 단호하게 거부할 수밖에 없다. 내년 봄 시 주석의 방한은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이벤트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단으로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키우면서 동북아 장악력을 강화하려 들 것이다. 어떻게 하든 중국 리스크를 줄여야 하며 남방정책은 내년에 보다 확장돼야 한다.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이 어떻게 결론날지 모르지만 매년 협상이 아닌 2~3년마다 협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미국이 카드로 쓰는 주한미군 감축·철수론은 이참에 공론화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과 더불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2020년 우리에게 무엇인지 물어볼 시점이 됐다. 북한으로 인해 빚어질 한미대립도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일본은 우리에게 사죄할 마음이 없다. 2015년 8월 14일 패전 70주년 아베 담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많은 일본인도 역사는 청산됐다고 생각한다. 과거사 문제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어렵게 된 점, 인정해야 한다. 정부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손댈 자신이 없다면 ‘강제동원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옳다. 과거사는 일본에 무거운 부채로 떠넘긴다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일본이 안보구도에서 우리를 빼건 넣건 그들의 자유이니 알아서 하라고 해라. 가장 까다로운 게 남북이다. 입구에도 못 가 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여기서 중단시킬 수는 없다. 북한이 아무리 남한을 깔아뭉개더라도 껴안고 갈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숙명이 아닌가. 코앞에 닥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문제이지만 한미가 그 충격을 흡수하고 내년 미국 대선까지 한반도 상황을 관리할 수 있도록 ‘인내의 벽’을 쌓아야 한다. 북한이 제재의 압력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 자폭하지 않도록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이런 과제를 이루고 싶다면 청와대와 정부의 외교라인을 과감하게 개편할 것을 권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파기가 가져올 파장도 계산하지 못한 무능한 자들에게 2020년 외교를 맡길 수 없다. 지정학적 힘의 논리가 거세지고 충돌도 피할 수 없는 내년, 믿을 것은 ‘외교의 힘’뿐이다. marry04@seoul.co.kr
  • 비핵화 성과 창출이 국정동력 좌우… 한일관계 복원은 ‘발등의 불’

    비핵화 성과 창출이 국정동력 좌우… 한일관계 복원은 ‘발등의 불’

    2018년, 보수정권 9년간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에 해빙이 왔다. 분단 이후 남북 정상 간 신뢰가 이만큼 두터웠던 적은 없었다. 1년간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특히 15만명 북한 주민 앞에서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70년 적대의 역사를 완전히 청산한다”고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9·19 능라도 연설은 ‘한반도의 봄’의 상징적 장면이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례 없는 ‘케미’가 빚어낸 성과지만,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이 없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한반도의 봄’은 실종됐다. 남북 관계 선순환으로 북미 대화를 끌어냈지만, 역설적으로 비핵화 협상이 막히자 남북 대화도 얼어붙었다. 문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 회동을 끌어냈지만, 거기까지였다.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은 지난달 스웨덴 실무협상에서도 좁혀지지 않았고, ‘협상 데드라인’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통미봉남’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문 대통령의 운신 폭은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연말까지 구체적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한반도의 시계는 2017년 이전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집권 전반기 남북 관계 등 외교·안보 성과에 힘입어 지지율 고공행진을 펼쳤던 점을 감안하면, 후반기 국정동력의 최대 위험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의미다. 남북 관계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냉전 이후 70년간 한반도에 가장 급속한 변화가 있었던 2018년에 국민 눈높이가 맞춰져 있어 남북 관계가 후퇴한 것처럼 비치지만 비핵화는 애초부터 긴 호흡과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라면서 “‘한미 워킹그룹’의 틀에 남북 협력의 너무 많은 부분이 속박된 상황이지만, 과감하고 창의적으로 빈틈을 찾아야 한다. 북한으로 하여금 남측이 북미 사이에서 ‘중립’이라고 느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메시지를 발산해야 한다”고 말했다.한일 관계 복원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무역보복, 이에 맞선 한국의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까지 최악으로 치달은 양국 관계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의 핵심축인 한미일 안보협력과 촘촘하게 엮여 있다는 점에서 마냥 시간을 끌 수가 없다. 지난 4일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13개월 만의 ‘단독 환담’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등 반전의 계기는 마련된 상황이다. 다만 오는 23일 0시 지소미아가 예정대로 종료된다면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을 수도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와 이를 계기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한일 정상회담 전까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는 게 시급한 과제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강제징용 문제로 인한 갈등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빨리 철회되도록 해야 한다”며 “한일 갈등을 조속히 수습하지 않으면 한미 관계에도 여파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북핵은 정상외교라는 초유의 상황을 열었지만, 실질 진전이 이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로에 서 있고 남북 관계도 현재로서는 단절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한일 관계는 아주 나빠졌고 한중 관계 역시 미중 대립관계 속에 끼여 운신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집권 전 구상을 토대로 이행했다면 반환점을 도는 현시점에서 그 계획을 어떻게 수정·보완할지 현실과 교감을 토대로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中건국일·북중 수교 70주년…빠르게 퍼지는 ‘김정은 방중說’

    中건국일·북중 수교 70주년…빠르게 퍼지는 ‘김정은 방중說’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인 오는 10월 6일을 전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두 나라 접경지역 경계도 강화돼 ‘김정은 5차 방중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5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당국은 두만강 상류 지린성 투먼과 랴오닝성 단둥 등 접경지역 공안 단속을 강화했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대비한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고 말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이날 “김 위원장이 중국 건국기념일인 국경절(10월 1일)에 맞춰 항미원조기념관 재개관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이 단둥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RFA는 “이번 행사는 국경절과 (일부 날짜가) 겹쳐 북중 두 나라 최고 지도자가 동시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단둥에 있는 항미원조기념관은 중국 정부가 6·25전쟁 참전을 기념하고자 1993년 만들었다. 이번 행사는 기존 기념관을 증축한 뒤 마련한 자리다.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확산되는 것은 올해 북중 수교 기념일이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선호하는 정주년(끝이 5나 0으로 꺾이는 해)이어서 특별한 행사를 기획할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여 북중 간 사전 조율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간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해 협상 전략을 공유하고 지지를 구했다. 이번 북미 협상에서도 북한은 중국과의 협의 내용을 우선시할 공산이 크다. 다만 김 위원장의 방문은 중국에서도 극비로 치부돼 담당자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외교가는 설명한다. 과거에도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짧게는 2~3일 전에 결정되곤 했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한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앞두고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일 간 중재에 나서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을 의식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이 한일 갈등 국면을 활용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文의 DMZ 평화지대구상’ 北안전보장 ‘묘수’될까

    ‘文의 DMZ 평화지대구상’ 北안전보장 ‘묘수’될까

    DMZ 남북 공동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추진유엔기구 유치, 국제사회 협력 대인지뢰 제거日경제보복 겨냥해 과거성찰 및 자유무역 강조문재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한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며 국제평화지대 구축은 북한 안전을 제도적·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4회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한 뒤 “DMZ는 세계가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할 인류 공동유산으로 남북 간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3년 연속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으며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DMZ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생태·문화 관련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 공히 국제적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또한 “DMZ에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는데, 한국군 단독 제거에는 15년이 걸릴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협력은 지뢰제거의 투명성·안정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북한이 그동안 체제안전 버팀목으로 여겨온 핵을 포기한다면 재래식 군사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이 가장 두려울 수 있는 만큼 DMZ에 국제평화지대를 만들어 실질적으로 무력 충돌이 소멸하는 상황을 만들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비핵화 협상이 진전된 이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안전보장 포석인 셈이다. 이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체제안전과 관련,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말이 아닌 ‘액션’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선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자체가 북한은 끊임없이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요구받지만, 미국은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하게 되는 구조 속에서 북한이 신뢰의 끈을 놓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안전보장을 담보하는 장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을 고민한 끝에 나온 구상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비핵화 중재자로서 전쟁위기가 일상화된 한반도에 ‘봄’을 불러왔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오랜 교착국면을 거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가운데 나온 문 대통령의 고육책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유엔총회 때와는 전혀 다른 한반도 정세 속에서 문 대통령의 고심이 컸고, 대통령이 DMZ의 국제평화지대화라는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완전한 종전을 통한 전쟁불용 ▲남북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을 통한 진정한 평화 등을 3대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남북 상호 안전보장’과 관련, “한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며 북한도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길 원한다. 서로 안전이 보장될 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며 “적어도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지지·협력으로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했다.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그 행동 자체로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 시작을 선언했으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발걸음이었다”며 “두 정상이 거기서 한 걸음 더 큰 걸음을 옮겨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동아시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침략과 식민지배의 아픔을 딛고 상호 긴밀히 교류하며 경제적 분업과 협업을 통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왔다”며 “자유무역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그 기반이 됐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은커녕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경제보복을 감행한 일본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文의 DMZ 평화지대구상’ 北안전보장 ‘묘수’될까

    ‘文의 DMZ 평화지대구상’ 北안전보장 ‘묘수’될까

    DMZ 남북 공동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추진유엔기구 유치, 국제사회 협력 대인지뢰 제거日경제보복 겨냥해 과거성찰 및 자유무역 강조문재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한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며 국제평화지대 구축은 북한 안전을 제도적·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4회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한 뒤 “DMZ는 세계가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할 인류 공동유산으로 남북 간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3년 연속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으며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DMZ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생태·문화 관련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 공히 국제적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DMZ에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는데, 한국군 단독 제거에는 15년이 걸릴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협력은 지뢰제거의 투명성·안정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문 대통령의 제안은 북한이 그동안 체제 안전 버팀목으로 여겨온 핵을 포기한다면 재래식 군사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이 가장 두려울 수 있는 만큼 DMZ에 국제평화지대를 만들어 실질적으로 무력 충돌이 소멸하는 상황을 만들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비핵화 협상이 진전된 이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안전보장 포석인 셈이다. 이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체제 안전과 관련,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말이 아닌 ‘액션’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선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자체가 북한은 끊임없이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요구받지만, 미국은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하게 되는 구조 속에서 북한이 신뢰의 끈을 놓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안전보장을 담보하는 장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을 고민한 끝에 나온 구상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비핵화 중재자로서 전쟁위기가 일상화된 한반도에 ‘봄’을 불러왔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오랜 교착국면을 거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가운데 나온 문 대통령의 고육책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유엔총회 때와는 전혀 다른 한반도 정세 속에서 문 대통령의 고심이 컸고, 대통령이 DMZ의 국제평화지대화라는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완전한 종전을 통한 전쟁불용 ▲남북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을 통한 진정한 평화 등을 3대 원칙을 제시했다.특히 ‘남북 상호 안전보장’과 관련, “한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며 북한도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길 원한다. 서로 안전이 보장될 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며 “적어도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지지·협력으로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그 행동 자체로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 시작을 선언했으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발걸음이었다”며 “두 정상이 거기서 한 걸음 더 큰 걸음을 옮겨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동아시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침략과 식민지배의 아픔을 딛고 상호 긴밀히 교류하며 경제적 분업과 협업을 통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왔다”며 “자유무역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그 기반이 됐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은커녕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경제보복을 감행한 일본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유엔총회서 한일 갈등 트럼프 적극 중재해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제74차 유엔총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중재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미일 정상회담에서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갈등에 해법을 제시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 홈페이지에 따르면 엘리엇 엥걸(민주·뉴욕) 외교위원장과 마이클 매콜 공화당 간사는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제74차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직접 만나 한일 간 이견이 해소되도록 중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시작된 한일 갈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등 미 행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한 것이다. 엥걸 위원장은 “미국이 한일 관계가 악화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동북아) 지역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제적 이해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사이를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한일 간 이견을 해결할 무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일본, 한국이 북한의 도발적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중국의 남중국해 침범 등에 이르기까지 지역 안보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깊어지고 있는 한일 갈등은 평화롭고 안전하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유된 이해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또 엥걸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급 리더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미 국무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이 (한일) 양국의 지도자들에게 관여하고 양측이 출구를 찾도록 돕고 해법을 촉진하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문정인 “한일 갈등 중재에 중국이 나서야”

    문정인 “한일 갈등 중재에 중국이 나서야”

    문정인(사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중국은 한일 갈등의 중요한 중재자가 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미국이 그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중국이 할 때“라고 말했다고 중국 매체가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7~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타이허 문명 포럼 기간에 문 특보와 인터뷰한 내용을 15일 저녁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문 특보는 한일 갈등 중재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 뒤 ”한중일 3국의 협력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공동 번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면서 ”중국이 한일 두 나라의 이견을 좁히는 데 더 적극적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유에 대해 “매우 간단하다“면서 ”일본은 한국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 제재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이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데 어떻게 민감한 군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이어 “2015년 위안부 문제로 한일 갈등이 불거지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개입해 이견을 좁혔다”면서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개입하지 않았고 이를 한일 간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것이 한일 갈등이 더 심해진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지소미아는 한일 간 협정”이라면서 “미국이 한일 간 협정을 체결하도록 중재하긴 했지만 미국은 이 협정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일 3국 간 정보공유약정(TISA)이 별도로 있다고 언급하면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방위비 분담 등과 관련해 한미 간 마찰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주한미군 등을 거론하면서 “한미동맹 시스템의 전반적 구조는 온전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일부 조정돼야 할 문제가 있다면서 방위비 분담에 대해 “지난해 우리는 미군에 10억 달러를 내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은 이제 약 50억~60억 달러를 내도록 요구한다. 이는 과도하며 한미 간 분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美, 협상 난항에 ‘당근과 채찍’… “北 안전보장” “한일 핵무장 검토”

    美, 협상 난항에 ‘당근과 채찍’… “北 안전보장” “한일 핵무장 검토”

    北의 ‘자위권’ 인정한다는 취지 발언 주목 비건은 대화 촉구하며 핵무장 카드 꺼내 “북핵협상 실패시 한일 핵능력 제고 필요” 北 압박하며 中의 적극적 중재 요청 해석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의 안전보장이라는 ‘당근’과 비핵화 실패 시 한일 핵무장론이라는 ‘채찍’을 동시에 꺼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캔자스주 지역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든 나라는 스스로 방어할 주권적 권리를 갖는다”며 북한의 ‘자위권’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자위권과 자주권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명분으로 내세워 온 것이라는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그들(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미국 및 세계와 일련의 합의를 통해서만 체제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북한)이 그렇게 할 때 그들과 주민들에게 필요한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결단을 내린다면 체제보장뿐 아니라 단·중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주권적 권리로 인정하겠다는 당근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미시간대 강연에서 비핵화 협상 제안에 답이 없는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며 한일의 핵무장 검토 카드까지 꺼내 들며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뿐 아니라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동북아 국가들의 핵무장을 누구보다 꺼리는 중국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 미온적인 북한을 설득하는 데 나설지 주목된다. 비건 특별대표는 “북핵 협상이 실패할 경우 한국과 일본 등이 핵 능력 제고 필요성을 자문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집중적인 협상이 시작되면 더 많고 나은 선택지를 창출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의 잇따른 대북 메시지는 북한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안보·경제 이익에 대한 당근을 던짐으로써 조속히 협상을 시작하자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체제안보뿐 아니라 한일 핵무장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면서 “이에 대해 9일 정권 수립 71주년을 맞는 북한이 어떤 대외적 메시지를 발신하느냐에 따라 북미 협상 재개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美는 무조건 일본편… 남북 합심해 과거사·독도 문제 대응해야”

    “美는 무조건 일본편… 남북 합심해 과거사·독도 문제 대응해야”

    “남북한이 한목소리로 일본의 위안부·징용 등 과거사 문제와 독도 문제 등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 그러면 일본이 지금과 같은 경제 도발을 생각지도 못할 것이고, 국제사회에서 남북의 위상이 커지고 대의명분도 설 것이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이자 최고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2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박 교수는 북한의 완전한 체제 안전보장 없이는 북미 대화가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면 김정은 정권의 완전한 체제 안전보장, 즉 상호불가침조약뿐 아니라 북미 평화협정, 나아가 주한미군 주둔의 목적 변경 등까지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금 미국의 경제 압박으로는 절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교수는 또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의 압박 일변도에서 벗어나 진일보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솔직히 나는 일본 전문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지소미아 종료는 잘못 끼운 단추를 제대로 채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로 국방 주권이 없는 나라다. 우리가 그런 나라와 군사정보를 나눠야 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 전 정권에서 근시안적으로 지소미아를 체결한 것이 문제였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를 이례적으로 압박하고 있는데. “일본은 원자폭탄 한 방으로 망한 나라다. 그래서 북한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고 엄청난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 지소미아 등 안보 부문에서 미국을 움직여 한국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미국의 반발은 자신의 ‘동북아 전략 차질’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일본의 강력한 물밑 로비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미국이 한국보다 일본 편을 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미국은 무조건 일본 편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일본의 재무장에 긍정적이다.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재무장하면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일본을 상대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챙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지소미아는 필수다. 이래저래 미국은 한국 정부의 편을 들기 어려운 구조다.” -한일 갈등에 해법이 있다면. “사실 그 부분에 아이디어가 많지 않다. 하지만 남과 북이 일본 위안부와 강제노역, 독도 문제 등에 공동 대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만약 서울과 평양이 손잡고 일본의 과거사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일본도 꼼짝하지 못할 것이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커지고 대의명분도 설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 설득한다면 북한도 분명히 역사·민족 문제에서는 의견을 같이할 것이다.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북한 이야기를 해 보자. 북한이 계속 미사일 시험을 하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크다. 북한은 지난 6월 30일 북미 정상 간 판문점 깜짝 회동 이후 미국의 태도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북한의 국익을 위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자신들의 미사일 능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시험으로 200~300㎞ 내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줬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아프리카 등 다른 국가에 수출하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도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크게 규제를 안 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의도는 미국에 대한 경고이자 수출을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에 자신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으로 해석된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가 좋은데 북한이 통미봉남 기조인 이유는. “북한은 미국을 움직이면 한국도 따라온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보다 미국과 협상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한국과 먼저 협상하면 다시 미국이 딴죽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북한이 통미봉남을 넘어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8년 9월 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아무 원고 없이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과 함께 백두산을 다녀왔다. 북한에서 이런 파격적 대우를 받은 국가 원수는 없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민족공동체를 강조했다. 그래서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겠구나’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보면 문 대통령의 통일 정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통일 의지에 실망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렇다면 꼬인 남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통일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나 미국은 독일식 통일을 꿈꾸는 것 같다. 서울과 평양이 교류하다 보면 북한 독재정권이 붕괴하고 자연스럽게 남북통일이 이뤄진다는 것이 역대 한국 정부가 가진 시각이다. 햇볕정책도 그것의 연장선이다. 이는 결국 북한을 지원해서 망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동·서독 관계와 남북 상황은 판이하다. 교류나 상호 이해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한반도에서 일방이 일방을 흡수하는 관계는 절대 불가능하다. 이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독일식 통일 가능성은 전혀 없고 체제 전복도 불가능하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이 흔들려야 붕괴 가능성이 생긴다. 북한 같은 체제의 국가가 경제난으로 망한 곳은 없다.” -어떤 식의 남북통일을 추구해야 하는가.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6·15 남북 공동성명을 보면 된다. 남북은 서로 체제를 인정하고 발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을 도와 망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 미국도 북한을 압박해서 항복하게 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경제 압박을 한다고 두 손을 들 북한이 아니다.” -북한이 개방된다면 체제 전복이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 “가능성은 있지만 크지 않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북한을 다녀온 언론인 대부분이 북한에 스마트폰이 유행하고 있다는 등 자본주의 물결이 곳곳에 침투해 조만간 김정은 체제가 붕괴할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조만간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언론인들에 대한 방북 절차가 아주 복잡하고 까다로워질 것이다. 심지어 북한 강경파들은 국제 언론인들의 출입을 막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남북, 북미 관계를 전망한다면. “사실 남북, 북미 관계 전망은 무의미할 수 있다.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주권국가로서 자주국방을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분명하다.”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북미 관계는 악화될 것 아닌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뜬구름 잡는 듯한 ‘장밋빛 경제 청사진’으로는 어림없다. 북한은 지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완화는 물론이고 상호불가침조약과 북미 평화협정, 더 나아가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 변경 등을 요구할 것이고 이것이 모두 수용되지 않는다면 절대 핵을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북한은 핵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체제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상황과 환경이 만들어져야 핵을 포기할 것이다.” 글 사진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박한식 명예교수는 누구 카터·김일성 만남 중재한 북한통 1971년부터 국제관계학 가르쳐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아메리칸대에서 석사, 미네소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71년부터 조지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쳤다. 조지아 주지사였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중국 덩샤오핑을 만났고, 그의 도움 등으로 북한을 50여 차례나 방문했다. 이후 카터 전 대통령과 북한 김일성 주석의 만남을 중재했고, 미 여기자 2명이 억류됐을 때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을 주선해 석방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올해 팔순인 박 교수는 지금도 BBC와 CNN, 알자지라방송 등에서 찾는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이자 국제정치학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사설] 지소미아 연장 압박하는 미국, 한일 동시 중재해야

    한국이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뒤로 미국이 우려와 불만을 토로하는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한일 간 이견 해소 촉구’ 정도였던 첫 반응이 몇 시간 만에 ‘강한 실망과 우려’로 바뀌었고, 미 행정부와 의회가 직접적인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을 ‘문재인 정부’라고 지칭한 데 이어 AFP통신에 ‘청와대’를 직접 거론하는 등 불만의 대상도 구체화했다. 급기야는 독도방어훈련을 강화한 것을 ‘비생산적’이며 ‘문제 해결을 악화시키는’ 요소로 평가했다. 전례가 없는 반응들이다. 미국이 독도방어훈련을 이렇게 평가한 것은 아무리 일본이 미국 경제에 여러 버팀목이 돼 준다고 해도 너무 많이 나간 것이다. 미국은 한일 양국 간 벌어지는 일이 ‘무역’이나 ‘약속’에 관한 것보다는 누적된 ‘역사 인식’의 차이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직면한 심각한 안보적 도전”을 한일 두 동맹과 함께 순조롭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중재가 한국에 대한 일방적인 압력과 압박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의 원인인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배제에 대해서는 두 나라가 갈등을 조정하길 바란다며 방관하지 않았나. 외교당국은 한일의 현 갈등상황에 대해 미국에 제대로 주지시키려는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협정 종료를 결정하면서 “미국과 사전에 긴밀히 협의했으며, 미국은 우리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의회의 반응을 보면 우리 외교안보 당국의 발언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대워싱턴 외교전에서 일본에 밀리지 않도록 대책을 내야 한다.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인 위치에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는 양해하면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는 연장하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중립이 아니다. 앞으로 미국은 한일 양국에 진지한 대화를 동시에 일정한 수준으로 주문해야 한다.
  • 2사설/미, 지소미아 연장 압박 아닌 실질 중재 노력해야

    한국이 지난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한 뒤로 미국이 우려와 불만을 토로하는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한일간 이견 해소 촉구’ 정도였던 첫 반응이 몇 시간만에 ‘강한 실망과 우려’로 바뀌었고, 미 행정부와 의회가 직접적인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을 ‘문재인 정부’라고 지칭한 데 이어 AFP통신에 ‘청와대’를 직접 거론하는 등 불만의 대상도 구체화했다. 급기야는 독도방어훈련을 강화한 것을, ‘비생산적’이며 ‘문제 해결을 악화시키는’ 요소로 평가했다. 전례가 없는 반응들이다. 미국이 독도 방어훈련을 이렇게 평가한 것은 아무리 일본이 미국경제에 여러 버팀목이 되어준다고 해도 너무 많이 나간 것이다. 미국은 한일 양국간 벌어지는 일이 ‘무역’이나 ‘약속’에 관한 것보다는 누적된 ‘역사 인식’의 차이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직면한 심각한 안보적 도전”을 한일 두 동맹과 함께 순조롭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중재가 한국에 대한 일방적인 압력과 압박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의 원인인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배제에 대해서는 두 나라가 갈등을 조정하길 바란다며 방관하지 않았나. 외교당국은 한일의 현 갈등상황에 대해 미국에 제대로 주지시키려는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협정 종료를 결정하면서 “미국과 사전에 긴밀히 협의했으며, 미국은 우리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의회의 반응을 보면 우리 외교안보 당국의 발언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대워싱턴 외교전에서 일본에 밀리지 않도록 대책을 내야 한다.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인 위치에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는 양해하면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는 연장하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중립이 아니다. 앞으로 미국은 한일 양국에 진지한 대화를 동시에 일정한 수준으로 주문해야 한다.
  • [곽병찬의 역사앞에서 묻다] 한일 간 역사·영토문제 ‘日 도발’ 뒤엔 美 묵인·방조 있었다

    [곽병찬의 역사앞에서 묻다] 한일 간 역사·영토문제 ‘日 도발’ 뒤엔 美 묵인·방조 있었다

    8월 최강의 무더위 속에서도 한국민은 ‘열공’ 중이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신상 문제로 맥이 빠지긴 했지만, 열기가 수그러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싼 논란으로 열공은 더 깊어졌다. ‘도대체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이제는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로 주제는 확장됐으며 가쓰라·태프트 밀약, 샌프란시스코 조약, 한일협정 그리고 지소미아로 심화됐다. 공교롭게도 일본을 파고들면 들수록 나타나는 게 미국이었다. 한국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역사문제, 영토문제를 따져 보아도 미국이 있고, 일제가 조선을 병탄할 수 있게 길을 터준 곳에도 미국이 있었다. 일본이 ‘침략전쟁’을 부인할 수 있게 하고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고, 일제하 강제동원과 인권유린에 대한 배상을 거부할 빌미를 준 데에도 미국이 있었다. 특히 최근 한일 간의 첨예한 마찰 속에서 미국이 보인 태도는 미국으로 눈을 돌리게 한 결정적 계기였다. 일본의 일간지 마이니치신문의 8월 11일자 보도(“‘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에 대해 일본을 지지했다”)처럼 미국은 일본의 도발을 묵인 혹은 방조했다.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2일 이런 문답을 했다. “7월 초 미국에서 중재를 요청하지 않았는가?” “(국제 협상에서) 무언가를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 (중략) 1905년 고종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려는 일본의 행위를 제지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가 ‘호구’가 되지 않았는가.” 맞다, 한국은 참으로 오랫동안 ‘호구’였다. 1905년 5월 24일 쓰시마해협에서 일본의 연합함대는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대파했다. 양국은 종전협상을 서둘렀다. 7월 27일, 필리핀으로 가던 미국의 육군장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지시로 일본에서 가쓰라 다로 일본 총리를 만났다. “한국은 러일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자 귀결이다. (중략) 확고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쓰라의 말에 태프트는 적극 동의했다. “일본의 동의 없이는 어떤 대외조약도 체결할 수 없을 정도의 (한국에 대한) 보호조치를 확립하는 것이….” 가쓰라가 답례했다. “필리핀은 미국과 같은 나라가 통치하는 것이 일본에 유리하다.” 비망록을 전달받은 루스벨트는 31일 회답했다. “협의 내용은 전적으로 옳다. 내가 확인했다는 사실을 가쓰라에게 전달하시오.” 이 전문은 8월 7일 전달됐다. 고종은 8월 4일에야 이승만을 통해 ‘일본의 주권 침해를 막아 달라’는 밀서를 루스벨트에게 전달하려 했다. 미국 정부는 접수를 거부했다. 한 달 뒤 1905년 9월 5일 포츠머스조약이 체결됐다. 조약에는 태프트와 가쓰라의 비망록에 담긴 ‘일본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도 감독 보호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일본은 외교권 박탈을 압박했다. 고종은 10월 호머 헐버트를 통해 다시 또 밀서를 보냈다. 미국은 이번에도 접수를 거부했다. 11월 17일 결국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됐고, 대한제국은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했다. 고종은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호소하는 밀서를 헐버트를 통해 보냈지만 문전박대만 당했다. 미국은 오히려 대한제국의 공사관을 퇴거해 달라는 일본의 요구를 가장 먼저 수락했다. 36년 뒤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침공했고, 미국은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했고, 강화조약 협상에 들어갔다. 미국은 일본을 철저하게 무력화시키려 했다. 이 전쟁에서 미군 15만 6000여명을 잃었으니 당연했다. 그런데 동아시아의 정세가 급변했다. 1949년 6월 중국 공산당은 대륙을 사실상 장악했다. 그해 8월 29일 소련이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이듬해 6월 25일 북한이 남침했다. 이제 미국의 위협은 소련과 중국이었다. 미국은 돌연 일본의 무력화 대신 재건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일본 열도만큼 소련과 중국을 봉쇄할 기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조약에서 미국은 전쟁 피해에 대한 일본의 배상 책임을 면제했다. 침략국으로 규정하지도 않았다. 독도나 ‘북방 4개 섬’ 등 영토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주장을 반영했다. 일본의 재무장도 용인했다. 미국은 대신 미일 안보조약과 행정협정을 통해 일본 열도를 미군기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1951년 9월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그로 말미암아 영토 분쟁과 역사 분쟁 등 동북아시아에 온갖 부정적 유산을 남겨 놓았다. 연합군에게 독도는 애당초 한국령이었다. 연합군은 일본의 행정구역에서 독도를 제외했다. 1946년 6월 공표한 연합군 최고사령관 각서 1033호는 일본 선박의 독도와 그 주변 12해리 이내 출입을 금지했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독도를 포함했다. 이 식별구역은 지금까지 유효하다. 미국의 강화조약 1~5차 초안에도 독도는 한국령이었다. 일본령으로 둔갑한 것은 동북아 정세가 바뀐 1949년 말부터였다(6~9차 초안). ‘역사적 이유’와 ‘냉전적 상황’를 거론했는데, 한반도가 공산화될 경우 독도가 한국령이어선 일본의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한 결과였다. 영국과 호주가 반대하자 미국은 1951년 5월 최종안에서 ‘독도’에 대한 언급을 아예 빼버렸다. 한국의 이승만 정부는 1951년 7월에야 미국에 문의했다. 딘 러스크 국무차관보의 회신은 참담했다. “우리가 아는 정보로는 독도가 한국의 영토로 취급된 적이 없었으며,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했다고 볼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문제와 영토문제로 티격태격했다. 그러나 미국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미국은 오로지 중국과 소련의 봉쇄에 몰두했다. 한국과 대만, 필리핀 등에 일본과 평화조약을 맺을 것을 압박했다. 한국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부정적 유산에 걸려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 박정희의 군사쿠데타는 미국에 다행이었다. 박정희는 만주군 하급장교 출신으로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등 일본과 일본 수뇌부를 깊이 존경했다. 술에 취하면 일본 군가를 부를 정도였다. 게다가 박정희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박정희는 얼렁뚱땅 한일기본협정을 체결했다. 역사문제나 영토문제에 대해 일본이 멋대로 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청구권 자금이 아니라 ‘경제협력 및 지원’ 명목으로 무상 원조 3억 달러, 차관 2억 달러를 받았다. 뒷돈으로 정치자금 6600만 달러를 챙겼다. 수지맞는 장사였다. 미국으로서도 만족이었다. 중국과 소련를 봉쇄할 수 있는 체제가 완성됐다. 요즘 미국은 일본과 경제전쟁을 벌이는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비 폭탄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의 특별한 행태는 아니다. 저급할 뿐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일 뿐이다. 그는 한국 정부를 이렇게 조롱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임대료를 수금하러 다닐 때)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 그에게도 한국은 최고의 호구였다. 이용 가치가 없는데도 주한미군을 유지할 미국이 아니다. 한국을 전진기지로 활용해서 얻는 미국의 이익은 막대하다. 미국 의회는 주한미군의 철수 시 이를 대체할 항공모함 전단을 운용해야 하는데, 운용비용이 지금의 주한미군 주둔비의 10배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특별접근프로그램은 북한 미사일 발사 탐지 시간을 알래스카 기지의 15분에서 7초로 단축한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사들이는 무기는 덤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67억 3100만 달러어치에 이른다. 그래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같은 이는 장담한다. “미국더러 주한미군을 빼라고 해도 미국은 빼지 않을 것이다.” 지소미아는 미국의 관심사였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국민 몰래 체결하려다 들통나 실패했다. 미국은 만만한 박근혜 정부를 채근해 2016년 지소미아를 체결하도록 했다. 지소미아만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배상 등 역사문제의 담합도 채근했다. 정부는 단돈 10억엔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과 한국민의 자존심을 팔아넘겼고,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막기 위해 사법부를 농단했다. 미국은 정의의 사도도 수호천사도 아니다. 미국은 그저 미국인의 미국일 뿐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지소미아 종료를 ‘한국의 주권 선언’이라고 한 것에 수긍이 가는 까닭이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트럼프 ‘폭풍 트윗’에도 지소미아 언급 전혀 안했다

    트럼프 ‘폭풍 트윗’에도 지소미아 언급 전혀 안했다

    23일 중국과 관세전쟁 등 트윗 17건 올려한일 갈등·지소미아 종료 관련 언급 없어미 언론 “트럼프, 한미일 동맹 관리 소홀”우리 정부가 일본과 맺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시하며 불만을 나타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시 또는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미국 언론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 동맹 관리를 소홀히 하고 한일 갈등을 남일처럼 구경만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17건의 트윗을 올렸다. 한일 갈등에 관한 의견이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평가 등은 찾아볼 수 없다.중국이 원유, 대두 등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에 대한 비판과 그에 상응하는 보복조치, 기준금리를 인하할 생각이 없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중앙은행) 의장에 대한 불만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깊어가는 한일 갈등에 대해 “일본과 한국 사이에 관여하는 것은 풀타임 직업 같은 (힘든) 일”이라며 사실상 방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CNN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동북아 정책에서 한국과 일본을 중재해온 워싱턴의 전통적인 역할을 무시했다는 비판자의 의견을 전했다.CNN은 한일 간 역사적 반감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군사관계는 대체로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이는 미국이 양측을 테이블로 끌어내 문제를 논의하고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단합의 이점을 납득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역할을 회피하는 듯했고, 공개적으로 이 지역의 동맹 네트워크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한국과 일본이 더 많이 투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양국 간 수개월에 걸친 외교적 다툼과 무역 조치 이후에 나온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양국을 향해 무역 양보와 더 많은 방위비 지출을 압박하며 구경만 했다고 비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한일 청구권협정, 샌프란시스코 조약과 별개… 그런데도 우기는 日

    한일 청구권협정, 샌프란시스코 조약과 별개… 그런데도 우기는 日

    일본 매체들이 최근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잇따라 보도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미국 정부의 적극적 관여를 직간접적으로 요청했지만 미국은 중재에 선을 긋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물밑에서 일본을 지지하며 그 배경에는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위배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요미우리신문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지난 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뒤집는 것은 안 된다”고 설명했으며, 폼페이오 장관은 “알고 있다”고 반응했다고 지난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징용 피해자의 손해 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는 한국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규정한 전후 처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런 사정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이해를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이니치신문도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국 소재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를 신청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 외무성이 미국 국무부와 협의했다고 지난 12일 전했다. 일본 외무성은 미국에서 소송이 제기될 경우 국무부가 ‘소송은 무효’라는 의견서를 미국 법원에 내주도록 요청했으며, 국무부는 지난해 일본 주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일본의 이런 요청을 받아들인 것 역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위배된다’는 전제 때문이라는 게 일본 언론들의 해석이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해당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했다. 일본 측이 집중 조명하는 건 1951년 미국 등 연합국과 일본 간에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중 14조다. 여기에는 연합국이 배상 청구권 등을 포기한다고 돼 있다. 실제 2000년대 미국에서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포로로 잡혔던 미국인들이 강제노동에 시달렸다며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잇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샌프란시스코 조약 14조를 인용해 반대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고 미국 법원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은 배상 청구권 포기를 규정한 조약 14조가 아니라 4조가 근거다. 4조는 전쟁 배상이 아니라 일본과 일본이 점령한 국가 간에 재정적·민사적인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한일 청구권협정 2조에 따르면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년 9월 8일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명된 일본과의 평화조약 제4조 (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돼 있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015년 논문에서 “일본 측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제2조 (a)’에서 정하는 일본에 의한 조선의 분리 독립 승인에 따라, 일한 양국 간에 처리를 할 필요가 있게 된 양국 및 양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앞으로 양국 간에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으며, 이후 이러한 주장을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한국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서명한 당사국도 아니기 때문에 해당 조약에 구속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일본 측이 기존의 입장을 번복해 한일 청구권협정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14조를 연계시킴으로써 징용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흔들린다고 왜곡해 미국 측으로부터 지지 입장을 이끌어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미국 측은 한일 청구권협정은 언급하지 않고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지켜야 한다고만 했는데, 일본 측이 이를 한일 청구권협정과 관련해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곡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일 청구권협정이나 부속문서, 추후 양국 정부의 관행에서도 한일 청구권협정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14조는 관련이 없다는 해석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해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위배하는 것은 아니며,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그로 인해 이뤄진 전후 동북아 질서가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한일 청구권협정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14조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일본도 알고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해 불법 또는 합법이라고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점을 이용해 식민통치는 합법이었고 따라서 배상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점을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남상구 “징용이란 말 쓰면 안돼, 개인 청구권 살아 있다는 의미는”

    남상구 “징용이란 말 쓰면 안돼, 개인 청구권 살아 있다는 의미는”

    “징용이란 용어는 1944년 이후 일제의 국민징용령에 따른 동원만 의미하거나 모집과 알선은 강제가 아니란 오해를 초래할 소지가 있어 강제동원이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일제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도 잘못된 용어를 쓰는 형편이니 많이 답답합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1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제64차 통일전략 포럼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발표에 나선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정부 조직과 관련 법에는 강제동원이라고 제대로 명시해놓고도 일상에서는 일본 정부의 용어를 무의식적으로 따라 쓴다고 개탄했다. 남 소장의 발표문을 전문 그대로 옮긴다. 다만 참고자료 1 대법원 판결(2018. 10. 30) 이후 주요 동향만 생략한다. 한일 경제갈등의 실마리로 지목되지만 정작 언론 보도에서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일본의 배상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우리 정부의 보상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등등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이날 제시한 표 등이 더욱 귀하게 여겨졌다.1.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관련 동향 및 전망 o 동향 - 대법원 판결 이후 원고가 자산 압류 신청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 정부에 외교 합의, 중재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 -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1+1 재단 설립’을 통한 해결을 일본 정부 에 제안했으나 일본 정부는 응하지 않음 - 7월 1일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방침을 발표한 이후에는 초점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이 아니라 ‘경제전쟁’으로 바뀜 o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로 인한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여러 방안을 제시했는데, 한국 정부가 이에 성실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레토릭이 만들어짐 o 한일 간에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가 존재하는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관한 한일 간의 논란이 장기화 되고 국제 여론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 높음 2.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로 인한 한일 갈등의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먼저 쟁점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노력 필요 o 대법원 판결에 따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은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명기된 “본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양 체약국간의 분쟁”에 해당되는가? - 일본 정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규정, 즉 협정 제3조에 명기된 분쟁으로 보고 해결(외교상 경로를 통한 해결, 중재위원회 회부, 제3국에 의한 중재위원회 구성) 요청 - 한국 정부: 사법부(대법원) 판결 존중, 정부 개입 불가능 ※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었다며,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은 협정 대상이 아니었다고 판결 ⇒ 청구권협정의 틀에서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문제로 보고 청구권협정과는 별개의 차원에서 해결을 모색할 것인가? 방침을 정할 필요가 있음 o 우리 정부 차원에서 대법원 판결에 따른 해결방안을 모색할 경우, 그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가? - 강제동원 피해자라고 할 경우 다음과 같은 분류가 가능함⇒ 정부차원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할지 그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음 o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 일본 정부도 사법부도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하나, 법을 통해서 구제받을 권리는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기업이 임의적ㆍ자발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 - 일본 기업이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것이 일본 국내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님 ※ 신일철주금 손해배상청구소송(1997)과 일본강관 손해배상청구소송(1999), 후지코시 손해배상청구소송 (2000) 3건은 피해자와 기업이 화해 ㆍ 신일철주금 소송에서 회사는 유족 10명은 유골이라도 돌려 달라며 소송을 제기, 회사측은 유골을 받지 못한 원고 10명에게 1인당 200만엔, 유골을 받은 1명에게는 5만엔, 한국 내 추도행사 비용 일부를 지급 ㆍ일본강관 소송에서 회사는 ‘원고의 주장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장애를 갖고 오랫동안 고생한 것에 대해 진지한 마음을 표한다’며 ‘해결금’ 410만엔 지급 ㆍ 후지코시 소송에서 회사는 ‘해결금’으로 원고 3명을 포함한 8명과 유족단체에 3000여만엔을 지급, 기업이 책임과 사죄를 명기하지는 않았으나 ‘해결금’ 지급을 통해 실질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원고는 평가3.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 o 강제동원을 포함하여 식민지배로 인한 피해와 인권침해 실태를 밝히는 정부차원의 종합보고서 발간 필요 - 일본 측에 관련 자료 공개 요청(※ 산업유산정보센터 설립을 위해 자료를 수집해 옴) o 한일 간 역사인식 차이를 메워나가기 위한 공동 연구 필요 정리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설] 또 거액 방위비 청구서 내민 트럼프, 동맹에 할 일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제 한국이 내년 주한미군 분담금을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고 소셜미디어 트위터에서 주장했다. 그는 “북한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대가로 한국이 더 많은 돈을 내는 데 동의했다”면서 “그동안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거의 돈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는 내 요청으로 한국이 9억 9000만 달러를 냈다”고 썼다. 교묘하게 사실을 비틀어서 일방적 주장을 또 쏟아낸 것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방한에 맞춘 미측의 기선 제압 성격이 짙다. 물론 존 볼턴 미 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3일 방한했을 때 분담금 인상을 요청하고 이에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차기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논의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미동맹에서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쏟아낸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11조원 이상을 들여 경기도 평택에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군기지를 건설했고, 미국산 무기 수입 세계 3위 국가다. 즉 한미동맹 가치를 충실히 실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공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사드 배치를 강행했는가 하면, 북한의 반발에도 미국산 F35A 전투기 도입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동맹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오히려 미국이다. 미국은 일본의 부당한 대한 경제보복을 중재해야 한다는 요구는 외면한 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이 유지돼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미사일 배치 국가로 비핵화를 선언한 한국을 거론하고 있고, 이란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설도 나오는 데다 WTO 개발도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하자는 요구도 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필요도 있지만, 미국의 동북아 정책 및 태평양 전략적 필요에 기인한다. 이런 현실을 부인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청구서를 내민다면 동맹이라 부를 수 없다. 한미 외교가에 ‘분담금 50억 달러 요구설’이 떠돌고 있다. 터무니없는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 미국 역시 ‘진실한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면 한미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 [데스크 시각] 아베를 몰랐다/임일영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아베를 몰랐다/임일영 정치부 차장

    #1. 2018년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당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지 말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권과 내정에 관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당시 아베 총리는 한 나라 정상으로 볼 수 없는 비상식적 발언과 태도로 일관했다”고 했다. #2.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배제를 처리하는 각의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1일 일본 자민당 총회. 아베 총리는 “엄중함이 증가하는 국제 정세 안에서 국익을 지켜 나가 헌법 개정 등 곤란한 문제를 한 몸이 돼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두 발언을 곱씹어 보면 아베 총리가 무모할 정도로 경제보복을 밀어붙이는 속내가 엿보인다. 한반도 냉전체제 와해에 대한 경계심, 1990년대 이후 우파의 숙원인 개헌 드라이브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불안 확산은 덤일 것이다. 아베 총리가 전후 최장기 집권을 이어 가는 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치 않은 조연을 했다. 궁지에 몰릴 때마다 북한의 도발 덕에 기사회생했다. 북핵은 패전의 잔재인 평화헌법 9조 개정을 골자로 한 개헌의 명분이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뒷배인 우파 로비스트 단체 ‘일본회의’를 추적해 온 저널리스트 아오키 오사무는 ‘일본회의의 정체’에서 “일본의회와 아베 정권이 총력을 기울이는 개헌은 증오하는 전후체제의 상징이요 핵심이며 원흉의 타파”라고 했다.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비핵화 대화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6월 말 판문점 남북미 회동으로 아베 총리는 다시 불안에 사로잡혔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고자 하는 아베 총리가 뜻을 이루려면 동북아의 긴장·갈등은 필수적이다.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터라 여론을 들쑤실 필요가 있었는데 한일 갈등은 매력적인 불쏘시개였다. 지난 1일 미국이 한일에 ‘현상동결합의’(스탠드스틸) 중재안을 내놓은 뒤 정부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던 게 사실이다. 한미동맹 못지않게 비대칭적인 미일 관계를 생각하면 일본이 과연 미국 뜻을 거스를 수 있을까란 생각일 터. 하지만 ‘역시나’였다. 미국의 관여는 제한적이었고 현 국면을 개헌 동력으로 삼으려는 아베 총리의 의지가 더 강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재연장이 변수지만, 앞으로도 미국 개입으로 봉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폭주기관차’를 제어할 방법은 없을까. 지난 2일 이후 당정청의 대응책에 ‘결기’는 느껴지지만 당장 상대 숨통을 조일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역설적으로 일본 여론을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을 안겨 준 것도 일본 유권자란 점에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전후 일본 체제의 민낯을 다룬 대담집 ‘책임에 대하여’에서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는 “아베 정권의 장기화를 허용한 여러 요인들이 일본 사회에 내재돼 있다”고 했고,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 교수는 “위안부나 징용공 문제는 이미 일본 사람들 의식 속에 과거화돼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냉철한 대응과 물밑 교섭 못지않게 아베 정권의 뒤틀린 욕망을 드러내는 여론전을 일본에서 적극 벌일 필요가 있다. 일본 지성인들이 수출 규제 철회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후 극우 매체를 제외하면 비판적 논조가 두드러진 점은 고무적이다. 독도 갈등이 첨예했던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을 빌리자면 하루이틀에 끝날 싸움은 아니다. 유야무야 끝낼 일도 아니다. argus@seoul.co.kr
  • 韓 GSOMIA 파기 시사에… 美 적극 중재로 돌아설까

    韓 GSOMIA 파기 시사에… 美 적극 중재로 돌아설까

    박지원 “韓, 美에 필요한 나라… 중재 요구” 美 GSOMIA 파기 현실화 시점 나설 듯한국 정부가 일본의 지난 2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거부를 시사하면서 한미일 3각 안보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구상이 차질을 빚을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번 사태를 사실상 방관해 온 미국이 적극 중재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나름대로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이 사실상 중재에 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며 “중재라는 말도 쓰지 않고 끼어들지도 않겠다는 말을 표면적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내리기 전에도 미국은 중재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한일 갈등 관련 역할을 하겠다고 했고 실제 해오고 있다”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1~24일 일본과 한국을 연쇄 방문한 것도 이러한 일환”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의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적극 개입했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실제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직후 “미국은 (한일 간) 중재나 조정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4일 페이스북에 “아무리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이 필요하고 아베가 트럼프의 푸들이라 해도 한국은 미국에 절대 필요한 나라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미국이 팔짱만 끼고 있다면 미국의 안보와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간다”며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했다. 결국 미국의 적극 중재는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시점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 양국, 특히 한국에 지소미아 체결을 강요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지소미아 파기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거부 시사는 이런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에게 지소미아 연장 거부 검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일이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시한은 오는 24일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특파원 칼럼] 한일 무역전쟁,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냉철하게/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일 무역전쟁,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냉철하게/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기어이 일본이 무역전쟁 방아쇠를 당겼다. 전 세계 우려와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인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에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는 강한 분노를 쏟아내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의 급소를 파고든 일본의 선제공격에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 한국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중단 검토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국민들도 위안부, 독도 문제 등에 대한 사과와 반성 없는 일본의 공격에 분노하고 있다. 뜨거운 가슴을 가진 우리지만, 일본의 공격에 냉철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지나친 감정적 대응은 자칫 일본의 재무장 등 군국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꿈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계략에 놀아나는 꼴이 될 수 있다. ‘남의 힘을 빌려 적을 제압하는 것’이 최고의 승리라고 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외교’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무역전쟁이 한일의 역사적 갈등보다 일본의 ‘보편적 국제무역 질서’의 파괴가 원인이라는 점을 미국 등 국제사회에 주지시켜야 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한일 갈등은 양국이 풀어야 할 사안이고 중재에 나서지 않겠지만 양측이 서로 추가보복 없이 시간을 갖고 대화에 나서는 것을 촉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중재자는 아니지만 촉진자를 하겠다는 것은 한일 갈등이 GSOMIA 파기로 이어질 경우 미 안보이익, 특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한일 갈등으로 한미일의 3각 공조가 무너지면 미국의 대중국 견제 등 동북아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의 GSOMIA 파기 카드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카드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미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일은 우리가 동북아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에게 의존하는 만큼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그중 하나라도 잃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며 서로 방어할 우리의 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파기 카드를 우회적으로 반대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공유하는 정보를 제한하더라도 채널 소통(GSOMIA)을 파괴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며 한국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고, 데니스 블레어 전 미 국가정보국장도 “한일 간 군사정보 교환 채널을 없애 버리는 것은 끔찍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일 갈등 중재 전면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2차 경제보복 이후에는 아직 공식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한국 정부가 GSOMIA 파기 카드를 ‘칼집 속의 칼’처럼 넣어 두는 것이 명분 쌓기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러중의 위협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의 추가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의 핵심 연결고리인 GSOMIA를 당장 파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한미일 안보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미국이 일본을 설득해야 하는 명분도 없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한일 사이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의의 돌파구를 찾기 쉽다는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발 물러선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외교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분명 쉬운 길은 아니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국민과 정부, 정치권이 외교력을 발휘하며 함께 간다면 분명히 위기를 희망으로, 갈등을 발전으로 만들어 낼 것이다. hihi@seoul.co.kr
  • 정치권 지소미아 파기 격론 돌입…“신뢰 깨져 무의미” vs. “안보까지 교차오염”

    정치권 지소미아 파기 격론 돌입…“신뢰 깨져 무의미” vs. “안보까지 교차오염”

    일본이 결국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백색국가)에서 배제하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동안 공식 언급을 자제해온 청와대가 2일 지소미아 연장 거부 검토를 처음으로 시사한 것도 정치권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일단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기류 변화가 뚜렷하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일본 각의(국무회의) 결정 직후 주재한 ‘일본경제침략 관련 비상대책 연석회의’에서 “일본이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면 그런 군사정보를 제공할 이유도 파기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번 회의 때 지소미아는 신중하게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오늘 일본 정부 발표를 보니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소미아 파기 주장에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 저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신중론을 내놨었다. 특히 이 대표는 “이렇게 신뢰 없는 관계를 갖고서는 이런 군사보호협정이 과연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며 “다시 한번 생각하겠다. 깊이 생각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해야지 의미 없는 일에 연연해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러한 기류 변화는 청와대 의중과도 맞물려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해,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첫 공식 파기 거론이다.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민주당보다 앞서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했다. 일본의 배제 결정 이후 청와대와 민주당이 파기로 무게 추를 옮긴 만큼 두 당도 더 강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미국이 반대하더라도 지소미아를 파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일본이 공격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야 할 때”라며 “미국도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일본은 끝내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부는 지소미아 취소를 선언할 때”라며 “거기까지 가지 말았어야 했지만 미국이 비록 반대하더라도 우리는 지소미아 취소를 시작으로 맞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선제적인 지소미아 폐기를 주장한 정의당은 한발 더 나아가 한일 안보 협력 전반을 재검토하자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긴급 상무위원회의에서 “고노 일본 외상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안보를 위한 조치’라고 말한 만큼, 한일 안보 협력은 사실상 파산 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안보 협력의 기본은 신뢰다. 신뢰가 깨지면 정보 교류는 무의미할 수밖에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아베 정권은 우리에게 안보 협력을 요구할 자격도 명분도 없다”고 강조했다.하지만 보수야당의 생각은 다르다. 경제 분야 갈등을 안보 분야로 확대해서는 안 되고, 한미 동맹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에서 “오늘 아침부터 다시 민주당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며 “지소미아 파기로 이른다면 결국은 역사 갈등을 경제 갈등, 안보 갈등까지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금 북한이 미사일 쏘아대고 있는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무모한 안보포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한국당 윤상현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우리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 지소미아 폐기 같은 안보 협력을 깨는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경제 문제로 시작된 것을 절대로 안보 영역으로 끌어들이지 말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며 “계속 이런 식으로 우리가 교차 오염(cross-contamination)을 하면 미국이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동맹이라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25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측정을 예로 들어 일본으로부터 제공받는 군사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합동참모본부는 처음에 탄도미사일이 430㎞를 날아갔다고 했다 다음날 600㎞로 수정했다”며 “우리의 미사일 탐지능력은 430㎞밖에 안 되고, 그 600㎞라는 정보를 일본 정부로부터 제공받았다. 그게 바로 지소미아가 필요한 이유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또 “일본 입장에선 ‘잘 됐다’, 한국 입장에서 만날 중국과 러시아한테 말도 제대로 못 하는데, 이참에 한국을 배제하고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동북아의 안보질서를 다시 짜자, 한국을 제치자는 역치기를 우리가 당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도 앞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지소미아 폐기로 맞서는 것이 우리의 국가이익과 국민의 생명 보호에 부합하는 것인지 재고해 봐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지소미아 파기 등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데 무역전쟁에서 안보전쟁으로 치닫는 형국”이라며 “판을 깨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2016년 체결된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해마다 기한 90일 전 폐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 연장된다. 폐기 의사를 밝혀야 하는 시한은 오는 24일로 앞으로 3주간 정치권 논쟁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당장 오는 5일 열리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소미아 폐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