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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방미] 韓·美, 대북공조 과시… 안보동맹 넘어 ‘글로벌 파트너’ 격상 초점

    [朴대통령 방미] 韓·美, 대북공조 과시… 안보동맹 넘어 ‘글로벌 파트너’ 격상 초점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방미를 통해 북한 안보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간 공조,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양국동맹 확대와 격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통해 국제 외교무대에 정식 데뷔한다는 의미도 있다. 준비된 외교안보 대통령이자 세계 주요 여성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각인시키는 효과도 겨냥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박근혜 정부와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가 향후 4년간 펼쳐 나갈 대북 로드맵을 만들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우리 정부 주도의 대북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복안을 깔고 있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5일 브리핑에서 “엄중한 한반도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와 북한 문제 전반에 대한 공조와 협력을 강화해 북한 핵의 제거를 달성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등 우리가 펼쳐 나갈 주요 정책에 대한 미국 측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도발위협을 잠재우고 개성공단 잠정폐쇄 사태로 악화된 한반도 상황의 반전을 위해서는 한·미 간 공조가 최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두 정상의 공통된 인식이다. 양국이 안보 동맹의 차원을 넘어 외교와 경제, 환경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하는 내용의 ‘동맹 60주년 기념선언’에 합의한 것은 포괄적 전략동맹을 넘어선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번 방미에 대한 정부 내 코드명이 ‘새 시대’(New Era)로 정해진 것도 이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주 수석은 “이번 방미가 60주년을 맞는 한·미 동맹의 새 시대를 여는 성공적인 첫걸음이 되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또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의 상호 간 협력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등 비정치적이지만 글로벌한 문제에 있어서도 양국은 리더그룹에 있는 국가로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데 공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호혜적 협력 확대를 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원활한 이행과 한·미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협력 등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높여 나가는 것도 주요한 목적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자신이 주창한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미측의 강력한 지지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일관된 목소리가 나올 때만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뉴욕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사설] 새로운 한반도 시대 여는 한·미 정상외교되길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상외교의 막을 연다. 다음 달로 예상되는 중국 방문까지 감안하면 동북아시아 주요국 정치 리더십이 모두 정비된 상황에서 역내 외교안보 지형을 새롭게 구축하는 최고위급 외교의 시동을 거는 셈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올해 6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질적 도약을 도모하고 북의 안보위협에 공동 대처하는 차원을 넘어 과거사와 영토를 둘러싼 한·중·일 3국의 중층적 대결구도를 슬기롭게 헤쳐갈 해법을 모색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이번 방미의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고 할 것이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7일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현안들은 하나하나 중차대한 것들이다. 핵을 끌어안은 채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지난 정부에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된 양국 관계를 질적으로 발전시킨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2015년 주한미군의 전시작전권 한국 이양을 앞두고 한 치의 안보 공백도 허용하지 않는 대책을 세워야 하며, 2년 연장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긴밀한 협력체제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보다 큰 틀에서 이번 회담의 의미는 향후 20~30년을 이어갈 새로운 동북아 질서의 모색에 있다. 한반도에서의 남북 대치, 동아시아에서의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상징되는 냉전질서를 마감하고 역내 국가들이 대등한 협력으로 동북아 공동번영을 이뤄나갈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제시할 동북아 다자협력 구상, ‘서울 프로세스’는 시대적 의미가 크다. 기후변화와 테러, 재난 등 인류 공동의 도전에 역내 국가들이 함께 맞서 싸우며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와 안보 등 더 큰 틀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이 구상을 제대로 실현해 낸다면 21세기 동북아 시대는 성큼 앞당겨질 것이다. 이는 개성공단까지 접어가며 오로지 미국만 쳐다보고 있는 북한을 남북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관건은 우리의 외교력이다. 2007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와 유사한 ‘제주 프로세스’를 내놓은 바 있으나 관련국들로부터 외면받고 말았다. 우리의 작은 체구로 미국과 중국을 움직이려면 그만큼 고도의 외교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박 대통령부터 주변국 지도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8일 있을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중심으로 다각도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어제 개성공단의 남측 인력 7명이 돌아옴으로써 남북 관계는 한시적 단절 상태에 놓였다. 더 이상의 추락이 없는 바닥이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방미가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북아를 여는 먼 여정의 힘찬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 한미 동맹 60주년 공동선언 발표… ‘글로벌 파트너십’ 격상

    한미 동맹 60주년 공동선언 발표… ‘글로벌 파트너십’ 격상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7일(현지 시간) 첫 정상회담은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한·미 간 포괄적 전략동맹 관계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 북한 문제를 비롯한 안보뿐 아니라 경제,기후변화 등 글로벌 과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부분에서 양국의 지속가능한 협력방안의 틀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구상이다. 이런 흐름속에서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의 성과와 새로운 협력관계 발전방향과 북핵문제를 포함한 대북정책관련 공조방안, 동북아 평화협력 증진 등을 폭넓게 논의할 전망이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논의 그리고 발효 1주년을 맞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평가와 함께 통상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윤창중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간 신뢰구축을 통해 공고한 동맹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견인해 나가는 한편 향후 4년을 함께 할 두 나라 행정부 간에 정책 협력의 수준과 내용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60주년을 맞는 올해 두 정상은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 대변인은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은 2009년 동맹미래비전을 넘어 향후 수십년을 내다보는 양국 관계 발전방향에 대한 핵심 요소들을 포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억지와 대화’를 두 축으로 하는 자신의 대북 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다자간협력구상인 ‘서울 프로세스’ 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사일 도발과 개성공단의 잠정폐쇄 사태 등 최대 안보현안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를 끌어내고 향후 대북정책에서 한·미 간 긴밀한 공조와 협력 방안을 확인하는 일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부적으로는 북한의 최근 도발위협과 3차 핵실험과 관련,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양국 정상의 확고한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유엔의 국제제재안이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것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박 대통령의 5∼10일 미국 방문의 영어 슬로건을 ‘Bound by trust forward together’(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신뢰 동맹)로 결정했다. 윤 대변인은 “이번 방미는 신뢰에 기반한 한·미동맹 미래의 설계”라며 “정상회담에 대해 영어로 슬로건을 만든 것은 처음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씨줄날줄] 종교와 스포츠/박정현 논설위원

    올림픽 경기의 금기사항으로 마약, 상업주의, 정치, 종교 등이 꼽힌다. 고대 올림픽 시절에 네로 황제는 5000명의 군대를 이끌고 대회에 참가해 전차 경기와 자신이 고안한 경기 종목에서 우승을 싹쓸이해 버렸다. 대회는 난장판이 됐고, 스포츠 행사가 정치에 오염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신을 섬기던 그리스인들은 올림픽이 개최될 때면 각지에서 올림피아로 몰려들어 신전에 참배하는 등 강한 종교적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피에르 쿠베르탱이 1894년 고대 올림픽을 본떠 근대올림픽을 부활시키면서 정치·종교·상업주의를 철저히 배제시켰다. 그럼에도 올림픽은 이런 금기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1932년 10회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 일본은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국을 세운 뒤 만주국을 전세계에 알리려는 목적으로 참가신청을 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당연히 만주국의 참가신청을 거부했다. 독일 올림픽위원장이자 IOC 위원인 레오도르 레발트에게 유대인 피가 섞여 있다는 이유로 그를 몰아내려는 나치정권과 IOC의 분쟁이 빚어졌던 적도 있다. 종교가 개입한 올림픽은 피로 얼룩졌다.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사살하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올림픽은 아니지만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도 종교가 개입된 사건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모양이다. 테러를 주도한 타메를란 차르나예프가 극단적 이슬람주의 웹사이트의 ‘광팬’이었으며, 지하드(성전) 사이트에 들어가 관련 게시물을 탐독했다는 사실이 하나둘씩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이런 탓에 IOC는 ‘시위’와 ‘정치·종교·인종적 선전’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IOC 윤리규정 3장23조는 인종, 종교 등을 이유로 경멸 또는 차별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 및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이노세 나오키 일본 도쿄도 지사가 경쟁상대인 이슬람 국가 터키를 자극하는 발언을 해서 구설에 올랐다. 그는 미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국가들이 공유하는 것은 그들의 신 알라뿐”이라고 발언을 했고,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올림픽 개최에 나서려면 이런 발언이 금기사항이라는 사실쯤은 파악했을 터. 알고도 그랬다면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 왜곡 망언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으로부터 ‘동북아의 왕따’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일본이 ‘국제적 왕따’가 될 판이다. 일본 정치지도자들에겐 왕따를 자초하는 ‘망언 DNA’라도 있는 건 아닐까.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美는 北정권 붕괴 원치 않아… 평양의 대화신호 기다리는 중”

    “美는 北정권 붕괴 원치 않아… 평양의 대화신호 기다리는 중”

    “이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차례다. 그가 상호 불신과 적대적 구도를 전환하고 싶다는 분명한 제스처를 보여야 한다. 워싱턴은 평양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 하원 외교자문위원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 교수는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어린 지도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 자꾸 적대적 방향으로 국면을 끌고 가려고 하는데 이런 의도를 포기하도록 한·미·중 3국이 다자 체제로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쿱찬 교수는 ‘미국 시대의 종말’과 ‘적이 친구가 되는 법’이라는 저서를 펴낸 정치학자로,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장을 지내는 등 이론과 실무에 정통한 인사로 평가된다. 다음은 쿱찬 교수와의 일문일답. →북한 비핵화를 위한 묘수는. -당장 효과가 없다고 해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항시 열어둬야 한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종식도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대화로 해결됐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냉정한 시각도 유지해야 한다. 북한과 실효성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한 효과적 수단은 제재 조치와 압박을 통해 북한 스스로 도발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북한은 이란과 비슷하다. 역설적으로 북한 상황이 더 악화되어야 도발보다는 협상이 더 낫다고 북한 정권이 판단할 수 있다. →미 행정부 내 북한 정권 붕괴를 목표로 한 논의가 있다고 보는가. -미 행정부가 북한 정권의 붕괴를 계획하지도, 원하지도 않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대량 난민 사태뿐 아니라 북한군과 북한 내 핵물질에 대한 통제 상실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이 북한 정권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지만 그 정권이 기능하는 상황이, 붕괴보다는 리스크가 더 적다는 판단이 있다.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문제 정권을 무너뜨리고 교체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가 대표적 사례다. 미국의 인식이 새롭게 바뀌었다. →워싱턴의 대북 대화파의 입지가 좁다는 지적이 있다. -북한이 도발을 통해 보상을 얻어내는 방식을 더 이상 작동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워싱턴 컨센서스’가 강하다. 그럼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적대국과의 대화 정책을 견지하는 진보적 성향의 지도자다. 시리아, 미얀마, 쿠바와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추진하는 만큼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 전략은. -가장 중요한 단기적 목표는 방향 전환이다. 한·미 양국과 6자회담 틀을 볼 때 우리 쪽 진영은 방향 전환의 준비가 돼 있다. 결국 북한이 화답하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북한은 과거 여러 차례 합의 내용을 파기하며 대화를 후퇴시켰다. 김정은이 어린 지도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 더욱 적대적 방향으로 끌고 가는 건 유효하지 않다는 걸 한·미·중 3국이 확인시켜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공조 강화는 양국에도 이익이지만 동북아 안정에도 꼭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라고 본다. 문제는 신뢰는 말로 구축하는 게 아니라 액션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뢰는 수많은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프로세스의 결과물’이다. 남북 간 접촉 기회의 확대뿐 아니라 동맹국 간에도 북한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한다. 한·미 양국은 대북 경제 지원과 불가침 약속 등의 방법을 잘 알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현재 없다. 우선 한반도의 뜨거워진 온도를 낮춰야 한다. →개성공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를 평가한다면. -남북한을 연결하던 하나의 끈이 양쪽에서 당기는 바람에 끊어진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최근 수주일 동안 긴박한 상황 속에서 긴장이 고조됐던 점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의 조치는 현명했다. 미국 정부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공장이 그 자리에 있는 만큼 공단이 재개돼야 한다. 글 사진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울광장] 겐셔, 혹은 김춘추의 외교적 상상력/구본영 논설실장

    [서울광장] 겐셔, 혹은 김춘추의 외교적 상상력/구본영 논설실장

    “인생은 너무 늦게 오는 자를 벌준다.”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이렇게 준엄하게 경고했다. 개혁·개방을 거부하는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을 향해. 독일 통일 2년 전인 1989년 가을, 베를린의 동독 건국 40주년 행사에서였다. 북한이 주민 20여만명의 생계가 걸린 개성공단 문을 닫으려는 요즘 생각나는 명언이다. 그의 경고는 이미 시효가 다한 사회주의 체제를 붙들고 있던 동독 정권엔 악마의 주술처럼 들렸을 법하다. 고르비에게 불만을 품은 호네커는 사회주의 종주국의 최고지도자가 왔는데도 공항 영접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그때야말로 서독 겐셔 외무장관의 집요한 외교술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통독을 극력 반대하던 소련의 마음을 바꿨다는 점에서다. 고르비의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는 콜 총리의 서독 정부엔 통독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린 복음이었다. 고르비는 붕괴 직전의 동독을 “뚜껑이 꽉 닫힌 채 과열된 보일러”에 비유했다. 당시 동독은 동구권에선 경제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었는데도 그랬다. 지금 북한의 형편은 훨씬 참담하다. 당·정·군의 노멘클라투라(특권층)를 뺀 2000만 보통 주민들의 삶은 남루하기 짝이 없다. 배급제도 무너진 지 오래다. 사회주의체제라고 하기도 민망한, ‘최고 존엄’을 옹위하는 세습왕조일 뿐이다. 그런데도 ‘김씨 조선’의 3대 상속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핵은 꼭 움켜쥐고 개혁·개방은 한사코 마다하고 있다. 전제군주시대라면 역성(易姓)혁명이라도 일어날 상황이다. 하지만 철저한 주민통제로, 북한판 레짐 체인지(권력교체)는 쉬이 일어날 것 같진 않다. 문제는 스스로 변화할 동력을 상실한 세습체제가 길어질수록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점이다. 하긴 이런 북한 정권이 동독이 사라진 지 수십년이 지났건만 여태껏 건재해 있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 해답이 뭘까. 한마디로 중국이 ‘뒷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밀한 관계라고 하니 다행한 일이다. 논어에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덕이 있으면 따르는 이웃이 있어 외롭지 않다”는 뜻으로, ‘관시’(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성어다. 그러나 개인 사이라면 몰라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정상 간 친분이 항상 통하긴 어렵다. 박근혜 정부 들어 북한의 잇단 도발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퇴근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두 달째 청와대 주변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니, 수고 자체는 가상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여선 곤란하다. 선덕여왕·진덕여왕이 잇따라 재위했던 신라 시절 김춘추를 보라. 그는 당시 동북아의 패권국 당(唐)을 상대로 통 큰 외교전을 펼쳤다. 신라가 불완전하지만 삼국통일을 이룬 데는 김유신의 무력보다 당을 활용한 김춘추의 외교력이 더 주효하지 않았는가. 마침 북한의 어깃장에 지친 중국 지도부도 대북 인식을 바꿀 참이다. 얼마 전 시진핑 국가주석은 북한을 겨냥, “자기 이익을 위해 세계를 혼란에 빠뜨려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한반도의 위협이 사라지면 이 지역의 미사일방어망(MD)을 축소할 수 있다”고 중국 측을 ‘회유’했다. 지금 우리는 누구를 대망해야 하나. 총 한 방 쏘지 않고 대소(對蘇) 외교로 통독이란 그림에 용의 눈을 그려넣은 겐셔나 자신을 고구려의 인질로 내던지며 삼국통일의 밑거름 외교를 펼친 김춘추 같은 인물이 아닐까. 새로운 외교적 상상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핵에 매달리는 북을 비호하는 일이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부담임을 설득하는 것이 우리 외교의 최대 과제다. 중국 지도부가 남북 통일이 그들의 국익에 외려 도움이 된다고 발상의 전환을 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시쳇말로 ‘창조외교’일 듯싶다. kby7@seoul.co.kr
  • [개성공단 운명은] 남북경색 당분간 불가피… 7일 한·미정상회담이 1차 분수령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한반도 안보지형이 5월부터는 서서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북한이 반발해 온 한·미 연합 독수리연습이 30일 종료됨에 따라 남북한 위기는 일단 강경 대치 국면에서 한 발 벗어나는 분위기다. 사실상 폐쇄 수순에 접어든 개성공단 사태로 당분간 남북 경색은 불가피하겠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일촉즉발의 위기를 넘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반도 안보 정세의 1차 관전 포인트는 오는 7일 한·미 정상회담이다.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한 대북 정책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향후 동북아 정세 변화를 주도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의 핵포기와 한반도 비핵화가 대전제가 되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근거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방안을 집중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 대화기조 유지에 발을 맞추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하게 압박하는 투 트랙 전략이 수립될 전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을 순방한 이래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은 상당히 낮아졌다”며 “북·미 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북한이 이 시점에 도발에 나설 경우 상황이 더욱 엉클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50년간 북한의 전략을 집중 연구한 결과 북한은 급격한 위기 조성 후 이르면 2~3개월, 늦어도 5~6개월 내에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패턴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안보위기 조성으로 내부적으로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했고 외부적으로 분쟁 지역으로서의 한반도 문제를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 내부에서 한반도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켜 북한 문제를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우선순위로 올려놓았기 때문에 자극적인 도발보다 대화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르면 다음 달 하순 이뤄질 한·중 정상회담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 및 동북아 정책의 로드맵을 완성하는 주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전쟁도, 불안정도 안 되고, 핵무기도 없는’(不戰, 不亂, 無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의 최우선 관심사는 한반도 전쟁 방지이며 북한의 안정 유지와 비핵화는 다음 순서라는 의미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기존 한반도 정책에 따라 전쟁 방지를 위한 단기 국면 관리에 들어간 것이며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 및 국제사회와 일정 수준 보조를 맞춰 대북 압박에 참여하지만 김정은 체제를 위험 수위로 몰아가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한반도 안보지형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현재의 개성공단 사태로 보인다. 개성공단 사태가 박근혜 정부 초기 남북한 기싸움 양상에서 불거져 나온 돌출변수의 측면도 없지 않아 당분간 냉각기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에 대한 단전·단수 등 최악의 사태를 막고 대화의 끈을 이어가면서 연착륙을 시도할 경우 예기치 못한 반전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美정부도 ‘아베 역사왜곡 발언’ 우려

    침략 역사 부정 등으로 동북아 역사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일본 아베 신조 정부에 대해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정부는 아베 총리의 ‘침략 부인’ 발언과 각료 및 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망언·망동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 외교 통로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팎의 비난을 의식한 듯 아베 총리는 26일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 문제와 관련, “중국과 한국 등 우려를 표시하는 나라들이 있다”고 지적한 뒤 “미국 주재 일본 대사관과 일본 주재 미국 대사관을 통해 일본 측과 얘기하고 있다”며 미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일본 정부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국무부는 주미 일본 대사관에 공식적인 항의를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역내 국가들의 강력하고 건설적인 관계가 평화와 안정을 증진한다고 믿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를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도 일본을 방문했을 때인 지난 24일 가토 가쓰노부 관방 부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야스쿠니 문제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일본 교도통신은 미 국무부 당국자가 주미 일본대사관을 통해 침략 정의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역사문제를 둘러싼 아베 정권의 최근 움직임이 주변국과의 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의 역사왜곡 망발에 대해 중국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아베 총리의 침략을 부인하는 망언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이웃 국가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을 통해 “일본은 이미 정상을 잃었다”고 비난한 뒤 “10년 뒤 중국의 경제가 커졌을 때 일본이 어떤 추악한 짓을 벌일지 다시 보자”고 경고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막나가는 아베] “70% 지지율 업은 군국야욕… 시작에 불과”

    [막나가는 아베] “70% 지지율 업은 군국야욕… 시작에 불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침략전쟁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항의하는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라고 표현하는 등 연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이에 한·일 전문가들은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세력 결집을 위한 아베의 정치적 노림수라고 보는 한편 최근 지지율이 높은 틈을 타 아베 총리가 본색을 일찍 드러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아베 총리가 일본의 침략을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처음에는 아베 내각 2기가 1기 때의 실패를 거울 삼아 현실적인 외교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했는 데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기미야 교수는 “아베 총리의 일련의 행동은 ‘앞으로 한국이나 중국은 소용없다’라는 태도로 일본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한·일 양국이 대립하면 미국이 중재에 나서겠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아베 총리와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장기화하면 아베 총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도 “아베 총리의 발언에서 일본이 벌인 침략전쟁 전체를 부정하고 싶어하는 아베 총리의 본심이 노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와다 교수는 “아베의 지지율이 70%대를 넘는 등 권력기반이 굳어져 본심을 표현한 것이어서 이런 아베의 공세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한국, 중국은 물론 미국과도 충돌을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며 “아베 총리가 자신의 발언을 수정해야 하는 데 이번에는 좀처럼 수정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안타까와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아베 총리는 당초 7월 참의원 선거까지는 경제에 집중하고 선거에 승리 한 뒤 여유를 가지고 한·일 관계를 풀 것으로 예상했는 데 지지율이 높고 견제세력이 없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 센터장은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 이후 헌법 개정이나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하고 8·15 종전기념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의 대응방식과 관련해 “앞으로 5년 동안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에 원칙적 대응을 하는 게 중요하지만 정경분리 원칙과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한·일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작년부터 심해진 동북아 영토갈등과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도발 등 와중에 일본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 경향이 가속화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당내 라이벌과 강력한 야당의 부재 속에 지지율이 높자 집권 초반만큼 발언을 자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 한·일 관계는 교육, 역사인식 후퇴, 헌법개정, 집단적 안전보장 문제 등으로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 중 특히 역사인식 후퇴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상세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일본 전체를 적으로 몰아세우는 건 적절치 않다”며 “참의원 선거 이후 본격화할 아베의 역사 공세에 국제사회와 일본내 건전한 시민사회와 연대해 긴 호흡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특별기고] 일제 침략사를 부인하는 아베 총리/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특별기고] 일제 침략사를 부인하는 아베 총리/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제의 침략사를 부인하면서 마침내 ‘극우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23일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 그 담화의 ‘침략’이란 표현에 문제가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 국가 간 관계를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이 지적은 일본 쪽에서 보면 일제의 한국 강점은 침략이 아니라는 소리다. 아베 총리가 문제 삼은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8월 15일에 발표된 것으로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했다. 무라야마 총리가 밝힌 이 담화는 그때까지 일본 정부가 발표한, 일제의 식민지배 사죄 발언 중 가장 적극적인 것이었다. 그 2년 전 8월에 발표한 ‘고노 요헤이 내각관방장관 담화’가 ‘위안부 문제’를 두고 ‘군 관여와 강제성’을 인정한 바도 있어서,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정부가 역사적 진실에 입각하여 침략행위를 반성해 가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일제 침략을 부인하고 나선 아베 총리의 정치적 야심은 그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정치관에 맞닿아 있다. 기시는 도조 히데키 내각의 상공대신으로 전시동원을 지휘한 바 있으며 패전 뒤 A급 전범 혐의로 3년간 수감되었다가 풀려나 정계에 복귀했다. 기시는 총리 취임과 동시에 전후에 구축된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개정하여 일본의 ‘피점령 체제’를 불식하고 미·일 관계를 ‘대등’한 관계로 전진시키려고 했다. 그 방법은 전후의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것이었다. 아베가 ‘평화헌법 개정’을 그의 정치적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의 외조부 기시가 남긴 과제를 계승하는 것이다. 아베의 침략 부인의 역사관은 뿌리가 깊다. 고노 요헤이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가 나타날 무렵, 자민당은 ‘역사검토위원회’(1993)를 두고 그 후 도쿄대학의 후지오카 교수 등과 함께 ‘자유주의사관연구회’를 조직했고, 무라야마 담화에 나타난 자성적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자학사관’(自虐史觀)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이런 움직임이 1996년 12월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으로 발전했고, 2001년에는 일본의 침략 합리화를 노골화한 후소샤(扶桑社)판 ‘새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냈다. ‘새 역사교과서’의 출현은 다른 교과서에 영향을 미쳐, 당시 5개 종류의 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 서술이 삭제되었다.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적극 후원한 국회의원 모임의 중심인물이 바로 아베였다. 아베의 왜곡된 역사관 운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2006년 첫 집권 후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고 역사왜곡을 본격화했다. ‘교과서에 관한 한 일본 헌법을 바꾼 것과 유사하다’는 이 법은 그 뒤 일본 교과서 왜곡을 심화시키는 데에 적극 활용되었다. 그 후 매년 반복되는 일본 교과서 왜곡 파동은 아베가 바꾼 교육기본법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베는 엔저 효과로 나타난 70%대의 지지를 바탕으로 헌법 개정을 행동화하려 한다. 그의 의도대로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재무장이 가능하게 되면 중국,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다. 아베는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듯, 먼저 일제의 침략행위를 역사에서 지우려고 한다. 그의 왜곡된 역사관은 머지않아 동북아의 평화를 어지럽히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침략을 부정하는 아베의 왜곡된 역사관은 식민주의사관에 근거해 있다. 해방 후 한국의 산업화가 일제강점기의 근대화 노력 때문이라는 ‘식민지근대화론’은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한편 일제강점기의 시혜론으로 발전해 갔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에도 일본의 왜곡된 역사관에 동조, 복창하는 세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 [막나가는 아베] 美언론 “日, 적대감 조장은 무모한 짓”

    아베 신조 총리의 잇단 망언과 각료 및 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일본의 극우 움직임에 대해 미국과 중국 언론들이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현지시간)자 주요 기사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의 최근 행태를 강력 비판한데 이어 뉴욕타임스도 ‘일본의 불필요한 군국주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야스쿠니 참배 등과 관련, “(동북아의) 당면 현안과 관련없는 일로 예기치 않은 논란이 일고 있으며, 이는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자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특히 일본 군국주의를 미화해온 아베 총리의 전력을 지적하면서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에 주변국들이 서로 협력해야 할 시기에 일본이 적대 감정을 조장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일본 정부는 주변국이 겪은 역사적 상처를 헤집을 것이 아니라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부활시키고 민주국가로서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5일 ‘일본은 바른 길을 가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일본이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아시아 이웃나라들에 피해를 입히는 ‘강경한 일본’을 고집한다면, 일본은 아시아의 부흥을 가로막는 ‘트러블 메이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도 “아베의 우경화 망언은 쇠락해가는 일본의 국운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군사적 역량을 확대해 일본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동북아협력구상은 한·중·일·러 정치갈등 줄이기 위한 첫걸음”

    “동북아협력구상은 한·중·일·러 정치갈등 줄이기 위한 첫걸음”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국내외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다음 달 미국 방문때, 미국을 포함해 동북아 국가들과 비정치적 분야부터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제안하겠다고 처음으로 밝혀 관심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한·중·일·러 등 아시아 역내 국가 간에 경제적 상호 의존도는 높아지는 반면, 정치·안보 면에서는 불신과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는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갈수록 우경화 노선을 달리고 있는 일본과 고착화되고 있는 개성공단 사태의 해법으로는 신뢰를 기반한 원칙론을 제시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전문성을 중시해 사실상 공무원의 보직을 자주 교체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원자력협정을 연기한 배경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꼬여만 가는 한·일 관계와 관련해 “협력적 관계이고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가해자인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상처가 덧나게 되면 미래 지향적으로 가기 어려우니 (일본이) 그 부분에 대해 지혜롭고 신중하게 해 나가기를 바란다”면서 “우리 세대의 아픔과 걸림돌이 후세에 이어지지 않도록 기성 세대가 정리하고 끊고 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바른 역사적 성찰을 바탕으로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기 바란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남북한 신뢰가능한 관계의 시금석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조속한 해결을 바라지만 과거처럼 무원칙한 퍼주기나 적당한 타협을 통한 해결은 새 정부에선 결코 있을 수 없다”면서 “자칫 잘못된 대처로 큰 위기를 초래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제민주화 논란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위한 창조경제는 같이 가야 한다”면서 “특정 상대를 정해 놓고 견제와 제재를 가하는 게 경제민주화가 아니며 각 경제주체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힘들게 선정했기 때문에 자주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정무직은 바뀔 수 있으나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는 순환 보직이 아닌, 자리를 지키도록 하는 그런 투트랙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업 인사에 대해서는 “산은금융지주는 정부가 임명하고 정부가 인사를 잘할 책임도 있다”면서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은 국제금융, 거시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많이 쌓았고 정책금융에 대해서도 잘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새 정부가 꼭 해내야 할 일 중 하나로 꼽았다. 박 대통령은 “2015년까지 정부부터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에 대해서는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서 “ 근본적인 노력으로는 학벌과 관계없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능력 여부를 재는 직무능력표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사설] 국가 현안 초당적 의원외교 절실하다

    동북아가 복잡다기한 대립 구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의 막무가내식 도발 위협 앞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은 큰 틀의 공조 다짐에도 불구하고 저마다의 셈법 차이로 인해 효과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일 관계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과거사 부정 등으로 인해 갈등 수위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엔저 공세까지 겹치면서 양국의 마찰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열도 분쟁까지 감안하면 남북한과 중국, 일본이 정치·경제적으로 중층적 대결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외교안보상의 이런 난제를 헤쳐 가려면 먼 장래까지 내다보는 고도의 전략과 이를 구현해 낼 다각도의 외교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비단 정부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한데 지금 우리 내부 상황은 이런 당위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외교안보 당국의 몇몇 인사들만 바삐 움직일 뿐 정치권은 뒷짐만 진 채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있을 뿐이다. 어제 우리 정치권은 일본의 외교 도발에 맞서 국회 차원의 규탄 결의안을 추진하는 한편 일본 대사를 소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땅한 외침이지만, 그것뿐이다. 슬기로운 해법을 내놓지도, 스스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나설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19대 국회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은 147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연맹 간사장인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어제 한 방송에 나와 “지난 1월 연맹 소속 의원들이 일본에 가서 우경화 행보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으나 이렇게 나오니 그저 답답하다”고 했는데 정말 답답한 것은 우리 국민이다. 연맹 회장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양국 의원 간 대화 채널을 가동할 뜻을 밝혔으나 뒤늦은 대응이 딱한 노릇이다. 대미 외교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미 양국 정부가 내년 3월 만료되는 원자력 협정을 2016년 3월까지 2년 연장하고, 3개월마다 정례 협상을 벌이기로 간신히 합의했으나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측면 지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미국에서 우리의 핵 재무장을 주장하는 바람에 한국의 핵 폐기물 재처리에 대한 미 정가의 경계심만 더욱 높이고 말았다. 시기적으로 부적합한 행보였던 까닭이다. 정치권은 실종된 동북아 의원외교의 복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만 해도 미 정부뿐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미 의회를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일본의 우경화도 정부의 강경 대응만으론 풀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을 겨냥한 한·중 외교 역시 정치권이 측면 지원할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외교안보에 대한 초당적 협력은 그저 말 몇 마디, 서류 몇 장으로 갈음할 일이 아니다.
  • 朴대통령 “美 포함한 동북아 협력체 구상”

    朴대통령 “美 포함한 동북아 협력체 구상”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 간 다자 협력 협의체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신문을 비롯한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4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아시아 역내 국가들 간에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높아지는 중에도 정치·안보 면에서는 불신과 갈등이 증폭되는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꼭 정치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기후변화, 원전안전, 환경, 대테러 등의 문제를 두고 협력과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며 다른 나라에서도 공감할 것”이라며 “북한이 포함돼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서울 프로세스’로 명명한 박 대통령은 다음 달 방미 기간에 미국에 공식 제안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일본의 극우화 움직임에 대해 “역사 인식을 바르게 하는 것을 전제하지 않은 채 미래지향적 관계로 개선하기는 어렵다”며 “이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경화로 가면 동북아와 아시아 여러 국가들 간 관계가 어려워질 것이고, 일본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이 깊이 신중하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한·일 경제 협력위해 FTA 꼭 체결해야”

    “지금 북한의 행태는 동북아시아의 발전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한·일 양국 경제인들은 대화와 협력으로 그동안 이룬 경제 성장을 지속시켜야 합니다.” 조석래(효성그룹 회장) 한·일경제인협회 회장은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회장은 개회사에서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해 ‘한·일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역사적으로 남북한 분단에는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모두가 책임이 있는 만큼 한국과 공조해 북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굳건한 경제협력관계를 이뤄 나가기 위해 한·일 양국이 FTA를 체결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면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해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한반도 기류 변화] 朴대통령 美 상·하원 합동회의서 연설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여섯 번째로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다. 청와대는 23일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기간 중인 다음 달 8일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의 초청으로 연설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1954년 이승만 대통령, 1989년 노태우 대통령, 1995년 김영삼 대통령, 1998년 김대중 대통령, 2011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에 이은 여섯 번째이다. 특히 1년 6개월여 만에 같은 나라 정상이 연이어 미 의회에서 연설하는 사례는 1945년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 측은 “한·미 동맹관계의 긴밀함을 반영한 것으로 미 의회가 올해 60주년을 맞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한국 및 동북아 지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박 대통령의 방미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해 미 의회 연설에 초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미 의회 연설에서 한·미 양국이 함께 해온 지난 60년을 평가하고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의 발전상을 소개할 계획이다. 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협력에 대한 구상, 한·미 동맹의 발전 방향, 지역 및 세계 문제 등에 대한 비전도 밝힐 예정이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블록버스터 영화 보듯… ‘장르소설’ 새장을 열다

    블록버스터 영화 보듯… ‘장르소설’ 새장을 열다

    “개인적으로 ‘장르소설’이 현대문학의 수준까지 오르는 데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딱히 제 소설을 ‘장르소설’이라 부르기는 뭣하지만 말이지요.” 수더분한 인상에 얇은 금속 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맑은 눈빛. 어김없는 학자의 풍모를 지녔다. 대화도 어눌하기 이를 데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인 외아들이 두 권 가운데 첫 권만 읽었는데도 재미있다고 하더라”며 사람 좋은 웃음까지 지어 보였다. 2007년 장편소설 ‘슬롯’으로 제3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작가 신경진(44)의 이야기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마주한 작가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두 번째 장편소설 ‘테이블 위의 고양이’ 이후 4년여 만에 ‘중화의 꽃’(문이당 펴냄) 1, 2권을 어렵사리 출간한 때문이다. 평론가들은 “한국 문단에서 시도되지 않던 새로운 장르소설의 미덕을 갖춘 작품”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신경진의 소설이 문학적 예술성과 함께 판타지, 공상과학(SF), 추리를 혼합한 복잡한 서사를 긴박감 넘치게 추구한다는 것이다. 소설은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하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초능력자 부대가 전설로 내려오는 ‘중화의 꽃’을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인다는 줄거리다. 초능력자들은 거리를 두고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염력과 미래를 보는 예지력, 그리고 강화된 육체를 갖고 있다. 남자 주인공인 한국 정보기관의 차지수는 중국 종교단체의 ‘초인적’ 존재인 위제, 일본 극우집단 요이치와의 삼각 구도 속에서 모험을 이어 간다. 주인공 ‘지수’는 작가의 외아들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중화의 꽃’은 소설에서 다의적 의미를 갖는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 밀교의 이름이자 가장 강력한 예지력을 지닌 여주인공 ‘영원’을 이른다. ‘영원’은 핵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패가 된다. 한·중·일 초능력자들이 앞다퉈 ‘영원’을 차지하려는 이유다. 작가는 이들의 경쟁을 통해 동북아 지역의 미묘한 공존과 견제 상황까지 설명하려 한다. 소설의 배경은 우연찮게도 요즘 한반도 정세와 맞아떨어진다. 북한이 3차 핵실험에 나서고 중국은 중화 패권주의 야욕을 드러낸다. 제국주의적 성향을 버리지 못한 일본 극우파의 활동도 대담해진다. 작가는 “책을 집필하던 시점은 1년 6개월여 전으로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이를 소설에 녹여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헝가리어를 전공한 작가는 5년간 캐나다에서 영문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뒤 귀국해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 집필에 들어갔다. 카지노게임을 소재로 한 ‘슬롯’은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당시 경험에서 비롯됐다. 섬세한 문장력은 어문학을 전공한 덕분이라고 했다. 무협지의 빠른 장면 전환과 도드라진 캐릭터, 음모론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춰 속도감 있게 읽힌다. 최근 충북 청원군 오창면에 정착한 작가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이중성과 인간 내면에 숨겨진 폭력성을 성찰하려 했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日의원 야스쿠니 집단 참배] 아베 ‘분란행보’에 동북아 3각외교 올스톱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행보가 동북아시아의 역내 대화를 마비시키고 있다. 특히 북핵 도발 등 한반도 위기 고조로 안보 질서가 교란되는 상황에서 아베 정권의 우경화 움직임까지 겹치며 역내 주요 축인 한·일, 중·일 대화가 장기간 파행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1일 일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각료 3명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어 23일 국회의원 168명이 집단 참배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 범죄자들이 합사된 곳이자 전쟁을 미화하는 시설”이라며 “신사 참배가 관련 국가와 국민으로 하여금 어떤 생각을 하게 하는지 (일본 고위층 인사들은)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대변인은 식민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겠다는 아베 총리의 전날 발언과 관련, “역사 문제는 분명하다.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른 것으로, 그것이 혼동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외교 소식통은 “새 정부 출범 후 총리와 부총리, 외상, 관방장관의 야스쿠니 참배만 아니라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며 “일본이 우리 측의 성의를 정면으로 무시한 만큼 국민 정서를 거스르며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 간 고위급 셔틀 교류는 속속 파행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 계획이 백지화됐고, 당장 5월로 조율됐던 한·중·일 정상회담은 중·일 간 영토 분쟁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3국 정상회담이 무기한 지연될 수도 있다. 윤 장관은 이날 한·일경제인회의 참석차 방한한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등 일본 기업인 8명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 관계는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특수한 역사성이 있다”면서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토대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루야 게이지 일본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 담당상이 이달 말로 예정된 방한 일정을 취소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고무라 마사히코 자민당 부총재 등 일·중 우호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의 면담을 거절하면서 방중도 불발됐다. 일본의 우경화 수위도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오는 26일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는 해양기본계획 최종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이고, 아베 총리가 예고한 대로 ‘무라야마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도 수정하는 역사인식 퇴행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평화헌법 개정을 시도하며 노골적인 군국주의 부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대외관계 변화를 주시하며 대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7월 일 방위성의 독도 영토화 내용이 담길 국방백서 발표, 8월 광복절,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0월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 등 역사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일정이 첩첩이 쌓여 있어 관계 회복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일관계의 상호 배려가 사라지고, 안보·경제 교류의 분리 대응 기조마저 훼손돼 안정적인 한·일 협력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中 쓰촨성 강진 남의 나라 일 아니다

    중국 남부 쓰촨성에서 초대형 강진이 발생한 하루 뒤인 그제 전남 신안군 흑산면 인근 해역에서 진도 4.9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2004년 이후 9년 만의 최대 규모로, 흑산도에서는 건물이 흔들리고 전라도 일부 해안 지역에서도 진동이 감지됐지만 별다른 피해는 없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날 일본 혼슈섬 남쪽 해저에서도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하는 등 동북아 지역의 지진은 도미노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번 신안 인근 해역의 지진은 쓰촨 지진과는 무관하다고 하지만 최근 지진의 위험지대인 환태평양 화산대에서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신안 앞바다 지진의 경우 지난해에도 인근 해역에서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비록 약진(弱震)이라고는 하지만 이달에만 경북 영덕, 강원 양양, 충북 청원 인근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것도 예사로 봐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 원전이 밀집해 있는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지진이 빈발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쉰 여섯 차례의 지진 중 열 한 차례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일어났다. 원전지대에서 강진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한반도는 상대적으로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지만 지진 안전지대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2008년 6만 9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중국 원촨 대지진과 2년 전 쓰나미에 원전사태까지 몰고온 동일본 대지진 참사를 보며 우리는 자연의 재앙이 얼마나 가공할 만한 것인지 절감했다. 차제에 이웃국가인 중국 정부의 재난 구조를 적극 지원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지진 대책 현주소를 되돌아보고 정신적 무장을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근 전국의 대형 공장에서 폭발·유독물질 누출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기업의 안전불감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들이야말로 지진 취약지대 아닌가. 지진에는 어떤 대비책을 갖추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삼위일체가 돼 총체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지진 발생 지역과 진도 등을 분석한 ‘한반도 지진 위험지도’ 등을 활용해 건물의 내진 설계 기준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쓰촨 참사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 윤병세 외교 방일 취소… ‘朴心 반영’ 對日 강력 경고

    윤병세 외교 방일 취소… ‘朴心 반영’ 對日 강력 경고

    정부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양국의 새 정부 출범 후 첫 한·일 외교장관 회담 취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인 것으로 확인돼 양국 간 정상회담도 장기간 공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교부는 22일 아소 다로 부총리 등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관련해 오는 26~27일 예정됐던 윤 장관의 방일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밝혔다. 야스쿠니 신사는 2차 세계대전 전범이 합사된 곳으로, 아베 신조 정권 출범 후 각료들의 참배는 처음이다. 일본 국회의원 100여명은 23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예정이다. 아소 부총리는 박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취임식 직후 접견했던 인물로, 당시 박 대통령은 그에게 “한·일 간 진정한 우호관계를 구축하려면 과거의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아소 부총리의 참배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윤 장관의 방일 취소는 박 대통령의 원칙에 입각한 대일 외교 의지를 분명히 하고, 일본 측에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조치”라며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묵과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수차례 야스쿠니 참배의 자제를 표명했지만 일본 정부가 양국 간 신뢰를 깨트렸다”며 “어제 청와대와 협의했고, 현 상황에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의 ‘우익 본능’이 두드러지면서 양국 관계 정상화의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후 양국 외교 갈등은 새 정부 들어서도 첨예해지고 있다. 특히 일본 내각 서열 2위로, 차기 총리를 넘보는 아소 부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결정타가 됐다. 박근혜정부의 동북아시아 역내 외교에도 지형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다음 달 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중국 방문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대 정부의 ‘미국→일본→중국’ 정상회담 관례가 처음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 정부 들어 첫 한·일 정상회담은 상당기간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베 정권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공약대로 현 평화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북한 문제와 엔저 정책, 동북아 역내 현안 등 논의할 문제가 많아 외교장관의 방일 취소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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