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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中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과 28일 회동 ‘우의 다지기’

    27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 둘째 날인 28일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별도로 회동한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26일 “박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하기 위해 최고의 의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같은 성의를 표시하기 위해 별도로 펑리위안 여사와의 깜짝 회오(會晤·미팅) 자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호감을 반영한 것으로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물론 펑 여사와 박 대통령의 관계까지 구축함으로써 한·중 지도자 간 우의를 한층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방중 첫날 시 주석과 새 정부 출범 후 첫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수교 21주년을 맞는 양국 관계의 미래 비전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박 대통령은 또 28일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등과도 만난다. 중국의 권력 핵심 3인과 잇따라 만나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안정과 평화 등을 논의하는 것이다. 오는 29일에는 ‘새로운 20년을 향한 한·중 양국 신뢰의 여정’을 주제로 베이징 소재 대학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공동 목표 아래 북핵 문제 해결 등 대북정책에 관한 공조를 강화하고, 우리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및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추진에 있어 양국 간 이해와 협력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9~30일 중국 서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을 찾아 현지 우리 기업을 시찰하는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30일 귀국길에 오른다. 방중 공식 수행원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영세 주중 대사,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이정현 홍보수석, 조원동 경제수석 등 10명으로 확정됐다. 여당 내 ‘중국통’인 새누리당 정몽준, 조원진 의원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정전협정 60년] 6·25전쟁 적국이던 중국이 우방으로…한·미·중·일 ‘다자협력’ 틀로 北核 대응

    1953년 7월 27일 밤 10시. 정전협정이 서명된 지 꼭 12시간 만인 그때 한반도의 전 지역에서 총성이 멈췄다. 그로부터 60년이 흘렀지만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은 불확실하고 복잡하다. 북한이 군사적 비대칭성을 타개하기 위해 핵과 탄도미사일 무장을 가속화하고 있고, 역내 민족주의와 영토 마찰로 인한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냉전 체제는 붕괴됐지만 한·미·일 동맹 구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신형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북핵은 동북아 안보를 교란하는 최대 변수가 됐다. 한반도 안보 지형의 주축은 정전체제와 함께 진화되어 온 한·미 동맹이다. 1953년 10월 1일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모태로 한 양국 동맹은 상호 보완적인 동반자 단계를 지나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자리 잡았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한·중 관계다. 1992년 수교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하던 양국 관계는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면서 6·25전쟁 적국에서 우방국으로 진전됐다. 무엇보다 중국은 동북아 안정의 핵심 지렛대로 기능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동북아 안정을 뒤흔들며 자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기 시작했다. 북·중 관계가 혈맹에서 정상적인 일반 국가관계로 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한·미 양국과 중국의 한반도 이해관계가 충돌할 여지도 여전히 큰 게 현실이다. 중국은 북한을 미국과의 대립·경쟁 속에서 전략적 완충지대로 보는 시각이 주류이고,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도 여전히 ‘방어적’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결국 당사자인 우리가 미·중 관계를 협력과 선의의 경쟁으로 유도하며, 동북아 안보를 꿰뚫어 보는 외교적 역량을 갖춰야 할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등 역내 다자 안보협력 구상이 한반도 평화 체제의 한 동력이자, 새로운 평화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한국 주도의 안보 지형을 만들어 가기 위한 일환이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전 60년의 큰 흐름을 보면 남한이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북한에 대한 우위를 점유하게 됐고, 1990년대 이후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사실상 끝났다”며 “남한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북한이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주장하면서 남한에서는 그런 담론이 종북 오해를 받고 있지만 이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평화체제를 논의할 때가 됐다”며 “독일 통일 과정을 봐도 서독이 동방정책을 통해 공산권과의 화해 협력을 추진한 게 역설적으로 동독 체제가 무너지는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열린세상] 한중 정상회담 이후 대일 외교를 준비하자/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열린세상] 한중 정상회담 이후 대일 외교를 준비하자/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한·중관계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남북 당국회담 무산과 북한의 북·미 고위급회담 제의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중 정상회담의 중요성은 한층 커졌다. 박 대통령이 미국, 일본 순이던 역대 대통령들의 해외 순방 관행을 깨고 일본에 앞서 중국을 먼저 방문하는 파격을 택한 것은 그만큼 한반도 정세 안정에 중국의 역할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현실적으로 중국이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만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 확대 등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중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후에 남아 있는 외교적 과제는 일본과의 관계이다. 현재 한·일관계가 경색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아베 총리의 ‘침략’ 발언 이후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의 망언이 이어지면서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역사퇴행적인 국가’로 굳어졌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무시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반면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 이웃 국가 한국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노골화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관련 발언, 3·11(후쿠시마 원전 사고) 2주기 기념식에 중국과 한국만이 불참한 것, 그리고 미국에서 역사문제를 지적한 것 등으로 일본의 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 격화되어 있다. 한·일 양국이 서로를 불신하면서 오해하는 상황은 역사적으로도 흔히 있었다. 현재 한·일관계가 심각한 이유는 이전과는 달리 한·일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실한 데 있다. 실제로 한·일 양국 정부는 일본 문제(또는 반대로 한국 문제)만 나오면 ‘골치 아프다’는 생각에서인지 피하려고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말로는 중요한 국가라고 하면서도 실제적으로 한·일관계를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다. 국민 여론이 두렵고, 용기를 내어 상대방과 타협을 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언제 이를 뒤집을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일 양국 정부는 상대방이 계기를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심정일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국익을 위해 균형 잡힌 대일외교가 필요하다. 한국이 바라는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은 이제 더욱더 힘들어진 상황에서 일본이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우물 앞에서 슝늉을 찾는 꼴’이다. 우선, 한·일 간에는 전략적인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난 4월 일본 정치가들의 야스쿠니 참배 이후 정부 간 대화는 사실상 멈췄다. 현재의 변화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일 양국은 북한문제, 동북아 질서에 대한 전략 대화를 통해 서로의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일본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도록 일본에 국제적인 여론을 전달해야 하며, 이는 양국의 전략적인 이익이 맞아떨어질 때 더욱더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과거사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해결의 자세가 필요하다. 역사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과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단칼에 해결하려는 조바심을 버리고 미래를 설계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특히 한·일 간에는 2015년(한·일 수교 50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2015년이 한·일 악몽의 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일이 지혜를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이다. 셋째, 한국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도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아시아의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 비전통적인 안보에서 전통적인 안보로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어느 국가도 반대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동북아는 지각 변동이 일어나면서 서로의 국익을 우선하겠다는 각축장이 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여 새로운 동북아를 만들고자 할 때 중국에 기울어지는 동북아 질서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이 점에서 한·일 양국은 전략적인 이익이 일치할 수밖에 없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문제를 관리하고, 동북아 질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제 일본과의 관계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 박대통령 訪中 슬로건은 ‘심신지려’… 中서열 1~3위 권력핵심 모두 만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중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비롯해 제2인자인 리커창(李克强) 총리, 공산당 서열 3위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 권력 핵심 3인과 연쇄 회동한다. 박 대통령은 오는 27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 및 국빈 만찬을 갖고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등을 주제로 회담한 뒤 양국 관계의 미래 비전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또 방중 둘째날인 28일에는 리 총리와의 회담 및 만찬, 장 상무위원장과의 회담 등을 통해 양국 간 실질협력 관계의 발전 방안과 주요 현안 및 상호 관심사, 교류 증진 방안 등을 논의한다. 청와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25일 춘추관에서 박 대통령 방중 세부일정을 발표했다. 주 수석은 “수교 이후 지난 20년간 이룩한 양국 관계의 비약적인 발전의 기초 위에서 향후 20년 이상 한·중 관계의 새로운 미래 비전을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박 대통령 방중 의미를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박 대통령의 방중 슬로건은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뜻의 ‘심신지려’(心信之旅)로 정해졌다. 이번 방중을 통해 수교 21년을 맞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있게 발전시키는 동시에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미다. 주 수석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문제 해결 등 대북정책에 관한 공조를 강화해 우리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및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추진에 있어 양국 간 이해와 협력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9일에는 ‘새로운 20년을 향한 한·중 양국의 신뢰의 여정’을 주제로 베이징의 한 대학에서 연설한 뒤 중국 서부 산시(陝西)성의 천년고도 시안(西安)을 찾아 현지 우리 기업 및 문화유적을 시찰하는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30일 귀국한다. 박 대통령의 방중 공식 수행원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영세 주중대사,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이정현 홍보수석, 조원동 경제수석,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형진 외교비서관, 최종현 외교부 의전장, 박준용 외교부 동북아국장 등 10명으로 확정됐다. 한편 청와대는 방미 때의 ‘불상사’ 재발을 막기 위해 철저한 수행단 단속에 나섰다. 이날 방중 수행단 50여명은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주관한 사전 교육을 받았다. 이날 교육은 중국 현지에서의 품위 유지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발생한 ‘윤창중 사건’ 여파로 보인다. 청와대는 사전 교육과는 별도로 음주금지는 물론 발마사지 등 풍속업소 출입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방중 지침서도 배포했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를 수행단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땔감으로… 도마로… 사라질 뻔한 명품 목판화

    땔감으로… 도마로… 사라질 뻔한 명품 목판화

    근대 이전 한·중·일의 동북아 3국에서 사랑받던 목판화는 전란을 거치며 갖은 고초를 겪었다. 중국에선 목판(木板)을 뜯어 닭장을 만들거나 집을 짓는 데 사용했고, 일본에선 화로나 분첩을 만들었다. 한국에선 불쏘시개로 써 남아 있는 유물이 거의 없다. 땔감으로, 도마로 사라질 뻔한 목판 가운데 가까스로 생명을 부지한 것들은 대부분 국외로 반출되거나 무지한 소장자의 손에 들어가 창고에 갇혔다. 18년간 목판과 목판화를 모아 온 한선학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장은 “199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고판화의 가치는 여전히 바닥을 기었다”면서 “무시 받던 목판(화)의 예술적 가치가 되살아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는 8월 30일까지 강원 원주시 치악산의 고판화박물관에서 열리는 개관 10주년 기념 ‘아시아 고판화 명품 30선’에선 4000여점의 목판과 목판화 가운데 가려 뽑은 수집품 30점이 공개된다. 국내 유물 중에는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불설아미타경’을 비롯해 조선시대의 가장 오래된 판화 원판인 ‘오륜행실도’ 목판, 울릉도와 독도가 그려진 18세기 조선팔도지도 등이 포함됐다. 조선 선비들이 시나 편지를 쓰기 위해 만든 ‘시전지’ 목판도 감상할 수 있다. 선비들은 지인으로부터 받은 시전지를 고풍스러운 벽장에 붙여 멋을 내곤 했다. 오륜행실도의 경우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4각 화로로 만들어 훼손한 상태다. 원형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유물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평가받는다. 중국 고판화 가운데는 청나라 채색판화인 ‘미인도’가 손꼽힌다. 청나라 중기, 최대의 판화제작소인 천진양류청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일본의 우키요에에 영향을 끼쳤다. 중국 학자들이 국보급으로 평가하는 ‘불정심다라니경’의 번각본을 비롯해 명나라 ‘고씨화보’, 청나라 ‘개자원’ 등 당대에 명성을 떨쳤던 판화 화보도 나왔다. 원래 중국 저장성 박물관의 소장품인 불정심다라니경은 훼손 정도가 심해 전체적인 모습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고판화박물관이 보관 중인 번각본은 글의 앞장 5장만 분실됐을 뿐 거의 완벽하게 남아 있다. 한 관장은 “남송과 고려, 조선 초기까지 이어지는 긴밀한 문화교류를 엿볼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신라의 자장 율사가 신인을 만났다는 오대산을 묘사한 ‘오대산성경전도’는 중국과 우리나라가 최근까지 자신의 유물이라고 다퉜으나 지난해 중국의 유물로 판정받은 작품이다. 일본 유물로는 ‘호코사이 북악 36경’ 등 우키요에 회화가 소개된다. 우키요에란 일본 무로마치부터 에도시대 사이에 서민생활을 그린 풍속화로 대부분 목판화로 제작됐다. 고흐 등 서양 인상파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티베트·몽골 유물로는 ‘타르초 목판’과 불화 판화 등이 나왔다. 타르초는 기도를 써놓은 깃발로 이 지역의 독특한 신앙 양식으로 알려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동북아 오일허브 프로젝트 첫발

    우리나라를 동북아시아 석유 거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동북아 오일허브 프로젝트’가 첫발을 내디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한국석유공사 여수지사에서 석유저장시설 준공식을 갖고 ‘동북아 오일허브 비전’을 선포했다. 동북아 오일허브는 여수와 울산에 3660만 배럴 규모의 상업용 저장시설과 국제석유거래소를 건설, 미국·유럽·싱가포르와 더불어 세계 4대 오일허브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2008년부터 추진됐다. 여수 저장시설은 1단계 사업으로 4년간 총 5170억원을 투입해 원유 350만 배럴, 석유제품 470만 배럴 등 총 820만 배럴 규모로 지어졌다. 이 사업에는 석유공사(지분율 29%), SK·GS(11%), 삼성물산(10%), 서울라인(8%), LG상사(5%) 등 국내 6개사와 중국항공석유(26%)가 참여했다. 산업부는 2017년 상반기 중 국제석유거래소를 설립한 뒤 2020년까지 울산 남·북항에 2840만 배럴 규모의 저장시설을 추가 건설, 프로젝트를 완료할 계획이다. 오일허브가 구축되면 탄탄한 물류 인프라 위에 석유 선·현물 거래와 각종 파생상품 거래가 이뤄져 명실상부한 ‘국제 석유 중심지’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원유 저장·수송·물류·금융 등 연관 산업이 동반 성장하며 투자와 고용 확대에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이 프로젝트가 4조 4647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만 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거대한 석유시장인 중국과 이웃한 지리적 이점에다 세계적 수준의 항만 인프라를 보유함으로써 오일허브의 최적지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기고] 정전과 한·미동맹 60주년의 의미/길병옥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교수

    [기고] 정전과 한·미동맹 60주년의 의미/길병옥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교수

    올해는 6·25전쟁 정전 및 한·미동맹 60주년을 맞는 해이다. 오늘은 6·25전쟁이 발발한 지 63년이 되는 날이다. 북한군의 기습적인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에 미국 등 16개국이 유엔의 깃발 아래 전투부대를 파병했다. 전 세계 93개의 독립국가 중 63개국이 대한민국을 도왔다. 3년 1개월이 넘는 1129일 동안의 전쟁으로 13만여명의 국군 전사자, 4만여명의 유엔군 전사자, 국군과 유엔군을 포함하여 60만여명의 부상자와 포로·실종자 등이 발생했다. 게다가 300만여명의 인명 피해와 1000만여명의 이산가족, 수많은 상이군인, 전쟁미망인, 전쟁고아 발생 등의 피해가 있었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국군이 제외된 유엔 측과 북한 측 대표가 정전협정문서에 서명함으로써 동족상잔의 비극은 일단락됐고 남과 북은 군사분계선(MDL)과 북방한계선(NLL)을 경계로 분단의 상태를 오늘날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 한국은 1953년 10월 1일 휴전 성립에 동의한다는 조건으로 경제 원조를 약속받고 미국과 한·미군사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전후 60년이 지났지만 남북 분단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전 이후에도 북한은 적화야욕을 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도발을 감행해 오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자행한 정전협정 위반사례는 43만건 이상이다. 직접적인 침투 및 국지도발만 약 3000건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6·25전쟁의 상처와 참혹상들이 많은 젊은 세대들에게 잊혀 가고 있고 우리의 대북 안보의식이 불감증에까지 이른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자유와 평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이 있을 때만 지켜지는 것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한·미동맹 60주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지대하다. 그동안 한·미동맹은 북한 도발을 억제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유지에 핵심 축으로 그 역할을 다해왔다. 지난 60년간 한·미동맹의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의 경제 성장과 민주화가 가능했다. 한반도 평화유지, 경제적 번영, 민주주의의 성숙에는 6·25전쟁 이후 미국을 위시한 유엔군과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숭고한 순국선열들의 희생과 역할이 있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바쳐서 지켜낸 호국영웅들을 잊지 않는 나라가 선진국이고 그런 국민이 1등 국민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6·25전쟁에서 목숨 바쳐 공산화를 막아낸 호국영웅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의 호국 의지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타국민들을 구해낸 유엔 참전용사, 언어는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름조차 생소한 이 땅에서 목숨을 바쳤던 젊은 병사들,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 때마침 육군이 6·25전쟁의 위기에서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한 참전용사들의 높은 뜻을 기리고 명예를 선양하기 위해 국군 전쟁영웅뿐 아니라 미군 참전영웅에 대한 표창까지 추가 제정하여 전승기념행사 식장에서 수여키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 [열린세상] 녹색기후기금 본부 유치 의미와 과제/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녹색기후기금 본부 유치 의미와 과제/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현대 역사를 보면 세계 각국은 국제기구를 유치하여 자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활용해 왔다. 2차 대전 종전 후 유엔 창설이 가시화되었을 때, 전승국 영국과 프랑스는 유엔 본부를 유치하기 위한 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다. 그러나 우여 곡절 끝에 당시 전 세계적 갑부였던 록펠러가 기부를 하여 미국이 뉴욕에 유엔 본부를 유치하였다. 그후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은 다자 외교의 중심인 유엔을 품고 지구사회 각 분야에 영향력을 한층 더 키웠다. 한편 스위스는 영세 중립국으로서 유엔의 제네바 본부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기구를 제네바에 유치하였다. 이를 통해 세계 다자외교의 또 다른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강대국에 둘러싸인 유럽에서 확고한 자리를 확보했다. 별다른 국제기구가 없던 아프리카는 1972년 최초로 세계환경회의를 개최한 후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유엔환경계획 본부를 유치하여 개도국의 일원으로 아프리카의 목소리를 높이는 수단으로 삼고자 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국가가 국제기구를 유치할 수 있었던 데는 공통된 이유가 있다. 유치하고자 하는 국제기구가 다루는 이슈에서 이들 국가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2차대전 후 세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은 전쟁 비용 부담이 급증한 프랑스, 영국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강력한 국가로 부상하던 미국에 있었다.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으로서 어떠한 이데올로기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글로벌 이슈를 다룰 수 있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국제기구를 유치한 후 지속적인 리더십 발휘를 하지 못하면 국제기구 유치의 혜택은커녕 국제사회에 부담만 주게 되는 경우도 있다. 환경 보호는 광활한 아프리카를 무시하고는 이룰 수 없는 어젠다이기에 유엔환경계획의 본부로 선택된 것이 케냐이다. 그러나 케냐가 유엔환경계획 본부 유치 후 글로벌 환경문제에 별다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자 기회만 되면 케냐를 떠나 다른 곳으로 본부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21세기 현재 지구촌에서 가장 중요한 어젠다의 하나는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는 유엔 사무총장의 최고 관심사항 중 하나로, 2009년 코펜하겐에서 뉴욕 밖에서 가장 큰 규모로 유엔 차원의 정상회의가 개최된 이유였다. 우리가 올여름 심각한 전력난이 예상되지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화력발전을 택하지 못하고 에어컨 사용을 중단하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한 것도 기후변화가 이유다. 이런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적으로 보면 아시아, 특히 전세계 배출량의 약 30%를 배출하는 동북아 국가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지구촌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가 국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과 함께 지구촌 기후변화 대응 전략 개발을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로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탄생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인정되어 강력한 경쟁자 독일을 제치고 극적으로 2012년 녹색기후기금 본부를 유치했다. 이제 본부 유치에 성공한 녹색기후기금이 잘 자리 잡도록 해 대한민국이 21세기 글로벌 질서의 새로운 장을 여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향후 계획대로 2020년쯤 녹색기후기금이 자리잡으면 2차대전 후 지금까지 세계경제를 이끌어 온 두 개의 축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필적하는 거대한 규모의 국제기구가 된다는 사실을 똑바로 깨달아야 한다. 녹색기후기금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정부는 물론 국회도 여야를 막론하고 초당적으로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유치 과정에서 우리가 개도국 지원을 위해서 약속한 4000만 달러는 녹색기후기금이 초기에 잘 정착하기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창조적 경제성장과 시장중심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략을 개발·전파하고자 하는 글로벌녹색성장기구와 녹색기후기금 간의 협력이 잘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주 송도에서 개최되는 녹색기후기금 이사회에서 선출될 사무총장은 향후 녹색기후기금 계획의 성공을 위한 첫 파트너가 되도록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 韓·中 정부 교류·안보 대화체제 논의 기대

    韓·中 정부 교류·안보 대화체제 논의 기대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은 중·한 양국 지도자 간 전략적 소통과 공조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긴밀한 양자관계 구축은 물론 동북아 정세의 안정을 넘어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외교부 산하 중국인민외교학회 양원창(楊文昌) 회장은 23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은 박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인민외교학회는 1949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가 건국 수립과 함께 창설한 중국 최초 민간 외교 기구이며 양 회장은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 출신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 대통령 방중에 대한 중국의 기대는. -중·한 지도자 모두 취임 초기에 만나는 것은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양국 지도자 간 전략적 소통이 강화되면 동북아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다. 중국은 박 대통령 재임 기간 중·한 관계를 한층 발전시키길 바란다. →한·중 정상회담의 예상 논의 내용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두 나라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가 전면적으로 심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양국 지도자 간 전략적 소통 강화는 물론 외교 경제 금융 안전 등 정부 각 부문의 고위급 상시 교류 창구와 지역 및 국제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상시 대화 체제 설립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두 지도자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고 이와 관련된 공동성명과 액션플랜 강령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구체적 논의와 인문 분야 교류 강화도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 내 평가는. -박 대통령은 중국의 라오펑여우(朋友·오랜 친구)다. 중국엔 박 대통령의 팬이 많다. 박 대통령이 남북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주창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중국은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작한 새마을운동이 중국의 농촌 건설에 귀감이 될 것으로 보고 깊은 관심을 가져 왔다. 개인적으로도 성남에 있는 새마을운동 기념관을 참관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중국이 보는 북핵 해결 로드맵은. -북한이 단박에 핵포기를 선언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지하고, 이어 핵시설을 국제사회에 공개한 뒤 나아가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점진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대화를 통해 달성되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없이도 국가의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국들이 협력하는 게 관건이다. →한·미·일은 대화에 앞서 비핵화 선행 조치를 요구했는데. -우리는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되 동시에 대화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화가 시작되어야 비핵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만큼 비핵화 선행 조치보다 대화가 먼저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사설] 정전 60년, 北은 핵 내려놓고 평화 택하라

    사흘 앞으로 다가온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북아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미·일 3국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등을 통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기본 원칙과 다각도의 공조 방안을 논의하고 나섰다. 이에 북한 역시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기자회견을 갖는 등 한·중 정상회담 이후 펼쳐질 대화 모드에서의 입지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국들의 발빠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대화, 그리고 남북 간 대화가 본궤도에 오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북이 실질적인 대화 의지를 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제 유엔에서의 기자회견에서도 북은 “미국의 핵 위협이 없어져야 비핵화 대화가 가능하다”며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을 향해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면서 예의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사 해체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남측이 특정인을 회담 조건으로 내세워 남북 대화를 막고 있다”는 등의 궤변으로 책임을 떠넘겼다. 내일 남북은 6·25전쟁 발발 63주년을 맞는다. 한달 뒤면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도 60년이 된다. 반세기를 훌쩍 넘기며 제 길을 걸어오는 동안 남과 북은 동족이란 것 말고는 무엇 하나 공유하기 힘든 간극을 사이에 두게 됐다. 교역규모 세계 8위,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의 경제 강국으로 올라선 우리와 올 유엔보고서에 아시아·태평양 57개국 중 최빈국으로 선정된 북한의 경제력 차이는 더 이상 비교가 무의미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산가족들이 부모형제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동안 남북 양측은 전쟁을 겪지 않은 전후 세대가 어느덧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언어와 문화의 이질감 또한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60갑자를 반목과 대립으로 보낸 남과 북은 이제 분단사를 새로 쓸 시점에 섰다. 가던 길을 멈추고, 서로를 마주 보고, 간극을 좁혀야 한다. 정전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한 실질적 노력을 펼쳐나가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북의 핵 포기가 그 첫걸음일 것이다. 북 지도부는 핵이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해주는 방패막이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아니, 핵이야말로 북을 고립시키고 경제를 도탄으로 몰아넣어 자신들의 체제를 무너뜨리는 요소임을 깨달아야 한다. 2005년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이 마련한 9·19공동성명의 틀로 다시 들어와야 한다. 스스로 약속한 핵 폐기-경제 지원-평화체제 구축의 수순을 이행하는 것이 경제를 살리고 체제 안정을 도모하는 길이다. 정부도 북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향적 노력을 이어가기 바란다.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보다 진전된 메시지를 북에 보내길 기대한다.
  • [열린세상] 개성공단의 기계는 격을 따지지 않는다/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개성공단의 기계는 격을 따지지 않는다/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덥다. 벌써 덥다. 전력이 부족하다고 하니, 속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 수도 없다. 무엇 하나 화끈하게 시원한 게 없다. 이제 여름에 접어들면서 장마도 시작됐다. 날은 지금보다 더 더울 것이며, 습도도 올라 불쾌지수 또한 증가할 것이다. 고온과 습도에 노출된 공장의 기계가 장기간 멈춰 서 있으면, 기계는 녹이 슨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말은 그래서 어느 공장이든 가장 중요한 구호인 것이다. 개성공단의 기계가 녹이 슬고 있다. 멈춰진 기계, 근로자가 없는 공장, 봉인된 작업장, 한낮에도 어두운 공단…. 멈춰선 공단은 기업을 망하게 한다. 기업이 망하면 기계는 고철이 된다. 고철이 된 기계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니다. 그냥 고철이다. 그러니 기업인의 마음만 타들어 가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여름은 뻔하다. 뜨거운 태양 아래 고철이 된 기계 앞에서 속이 숯검댕으로 변한 기업인들 앞에서, 그리고 이를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불안한 국민 앞에서 우리는 ‘격’ 따위를 따지고 ‘형식’을 논할 것이다. 친하게 지내자면서, 서로를 신뢰해야 한다면서 ‘친구의 조건’을 따지는 유체이탈 화법만 난무할 것이다. 그래서 불안했던 지난봄과 같이 우리와 북한은 비수처럼 날카로운 말 폭탄만 서로의 심장을 향해 던질 것이다. 동원된 군대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훈련을 할 것이고 그 훈련은 외신을 통해 한반도의 불안정이 또 높아졌다고 전달될 것이며, 결국 바캉스를 즐기는 유럽인이나 미국인들이 태양 아래 읽는 신문 한편의 국제면을 장식할 것이다. 그러나 아는가. 그때쯤 되면 개성공단의 기계는 이미 녹이 슬고, 기업인은 사라질 것이며, 남북관계는 고철이 된다는 것을…. 고철이 된 남북관계 앞에서 화해니 협력이니, 신뢰니 하는 말들은 아무런 위안이 안 된다는 것을…. 이렇게 되면 우리는 동맹의 그늘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의 꿈으로 치부될 뿐이고, 자주국방의 과제는 고작 헬리콥터를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는 선에서 자위해야 할 뿐이며, 독이 한층 올라 방방 뛰는 북한 앞에서 우리는 결국 “한·미 동맹의 굳건한 토대 위에 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북한의 핵은 더욱 강력해질 뿐이고, 우리는 북한의 의도를 파악할 길 없어 워싱턴에다, 베이징에다 “북한이 왜 이래요?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물어야만 하는 무기력에 빠질 것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황, 그래서 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에 더 의존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형식이 내용!”이라고 외쳐만 대는 꼴이 될 것이다. 소장학자로서 나는 우리 대학생들에게 참 미안하다. 20년 전 내가 대학에서 배운 북핵위기, 남북관계, 동북아 국제정치의 내용들을 교수가 된 뒤에도 똑같이 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와 교류보다 안보와 위기가 더 분량이 많은 강의 말이다. 동남아와 유럽의 젊은이들이 국경을 넘어 그들 지역을 무대로 직장을 구하고 삶의 질과 폭을 넓혀가고 있는 사이 우리 젊은이들은 고질적이고 원초적인 국가안보 문제의 구조 속에 갇힌 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상상력을 상실하고 있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옆에 살고 있으면서, 세계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글로벌이라는 개념은 고작 미국으로 유학가거나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으로 국한이 된 것이다. 평화 없는 곳에 글로벌 상상력은 한여름 밤의 꿈이다. 녹이 슬고 있는 개성공단의 기계는 신뢰 부재의 남북관계 현주소가 아니라, 신뢰를 쌓고자 하는 인내력의 부재를 상징한다. 불안한 한반도의 여름, 결국 찾을 곳이 동맹의 그늘뿐이라면, 이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우리 젊은이들을 다시 이 좁은 반도에 가두어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평화를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가 부르짖는 ‘글로벌’이라는 구호는 한여름 밤 짜증나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불과하다.
  • 한·중, 北비핵화 공조·FTA·문화교류가 이슈

    오는 27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남북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지형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설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인 데다 주요 2개국(G2)으로서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책임 있는 역할에 나설 당사자인 까닭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 이어 일본이 아닌 중국을 방문키로 결정한 것도 중국의 ‘대(對)북한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23일 나흘 앞으로 다가온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지난 21일과 주말인 22일에 이어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을 위한 마무리 준비에 몰두했다. 양국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주요 의제는 비핵화 등 북한 관련 이슈와 경제협력 및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인문 분야 문화 교류 등 세 가지로 예상된다. 양국 간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내실화 방안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비핵화 등 북한 관련 이슈는 한·미·중 3각 공조 구도와 맞물려 있다. 한·미, 미·중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북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핵심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 측 지지를 이끌어 내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즉 ‘서울 프로세스’는 중국의 동북아 군사·안보 전략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어 공동선언문 명기까지는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탈북자 북송문제가 거론될지도 주목된다. 최근 폐막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어젠다로 언급됐지만 북·중 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해 박 대통령의 ‘언급 차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한·중 FTA 등 경제 이슈는 가시적 성과가 기대된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미래 상생발전이라는 목표하에 한·중 FTA를 포함한 상호 교역투자 확대 방안, 정보통신기술(ICT) 등 과학기술과 환경, 금융, 에너지 분야 등에서 협력을 촉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채택하는 등 풍성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인문·문화 분야의 교류·협력 논의 전망도 밝다. 양국 국민들 사이에 형성돼 있는 반중(反中)·반한(反韓) 정서를 문화 교류를 통해 반감시켜야 한다는 양국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3000년 역사의 문화고도 시안(西安)을 방문하고 유적지를 시찰하기로 한 것은 양국 문화교류의 상징적 차원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러셀 “증명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추진”

    러셀 “증명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추진”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후보자는 20일(현지시간) 상원의 인준을 통과해 정식 임명되면 한반도의 증명 가능한 비핵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아시아 국가 간 신뢰 회복 프로그램인 ‘서울 프로세스’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러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인준을 받으면 한반도의 증명 가능한 비핵화를 적극 추진하고 북한의 (핵 및 대량파괴무기) 확산 노력과 이웃국가를 상대로 한 위협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안보와 자존, 경제 번영을 성취할 수 없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이 명백하게 제시했다고 밝혔다”면서 “이들 문제는 동전의 양면으로, 북한은 성장과 경제 발전을 희생시키는 대신 상상 속의 위협에 대응해 쓸데없는 군사 역량을 추구했다. 궁핍을 겪는 북한 주민과 독재를 피해 도망한 탈북자들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제시한 ‘서울 프로세스’를 이른바 ‘헬싱키 프로세스’와 비견하면서 “헬싱키 프로세스와 박 대통령이 미국 의회 합동연설에서 제안한 ‘동북아 평화·협력 이니셔티브’는 연관성이 있으며 신중하게 고려하고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아시아의 철의 여인” 중국서 뜨는 박근혜

    “아시아의 철의 여인” 중국서 뜨는 박근혜

    “중국 고전과 철학을 좋아하고 중국어를 하는 동북아의 첫 여성 대통령.” 중국 관영 라디오방송인 중앙인민광파전대 소속 칭인(靑音·38·여) 아나운서는 21일 박근혜 대통령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인들이 호감을 갖는 요소를 다 갖췄다는 얘기다. 오는 27~30일 박 대통령의 첫 방중을 앞두고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중국에서 판매 중인 그의 중국어본 전기만 벌써 7권에 달한다. 이들 중 ‘절망은 나를 단련시킨다’는 책은 최근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당당망’(當當網)의 도서 코너에서 ‘해외 정치인물 전기’ 분야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학생들 사이에 ‘대입시험은 나를 단련시킨다’ 등 유행어로 응용될 만큼 인지도가 높다. 박 대통령이 읽었다고 해서 유명해진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도 덩달아 인기 서적이 됐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박 대통령이 지난 2007년 ‘월간 에세이’에서 ‘중국철학사’를 읽고 힘겨웠던 시절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고 회고했던 수필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박근혜 팬클럽’도 결성되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체감할 수 있다. ‘박근혜’를 검색어로 신랑(新浪) 웨이보에 뜨고 있는 관련 글은 21일 오후 2시 현재 104만 4390건에 이른다. 취임 4개월 만에 전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112만 399건)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언론 보도 이외에 그의 자서전 중에서 발췌한 어록들을 소개한 문장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이 박 대통령에 호감을 갖는 것은 그의 인생 스토리 자체가 드라마틱한 데다 박 대통령의 친중국적인 면모를 주로 부각하는 중국 언론의 보도가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귀족 출신으로 역경을 딛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의 인생 여정과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모습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닮았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에게 친근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박 대통령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말을 듣지만 시련에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 방식의 선거를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라면서 “외교적으로도 일처리 방식과 수사적 표현에 있어 강약 조절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한국에 대한 언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환구시보는 최근 ‘중국 여우커(여행객)들의 한국 사랑”이란 제목의 르포 기사에서 서울 거리에 중국인 여행객들이 넘쳐나는 등 중국인들이 일본보다 한국을 더 많이 선호하고, 상대국으로 보낸 유학생이 각각 6만명을 넘어섰다고 자세히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한일협정체제 재조명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재단 대회의실에서 ‘식민지 책임판결과 한일협정체제의 재조명’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연다. 2015년 한일협정 체결 50년을 앞두고 재단이 진행 중인 중장기 연구의 일환으로, 앞서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한일협정의 국제법적 문제점에 대한 재조명’ ‘한일협정체제와 식민지책임의 재조명’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학술회의에선 아다치 슈이치 변호사 등 일본의 식민지 책임문제 전문가 6명을 비롯해 한일 양국 전문가 9명이 주제 발표를 한다. 1부 ‘한일법원판결과 한일협정체제’, 2부 ‘식민지책임론과 한일협정체제’, 3부 ‘한일협정상 식민지책임과 과제’로 나눠 진행된다. 아다치 변호사는 미리 배포한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의 한계와 문제점 검토’라는 주제 발표문에서 일본에서의 전후보상 재판의 한계로 ▲사실인정의 벽 ▲국가 무답책(無答責)의 벽 ▲시간 경과의 벽 ▲정치의 벽 등 4가지 장벽을 제시한다. 이러한 재판의 한계 속에서 ‘모두 해결 완료’라는 판단을 한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은 일본 국내에서만 타당한 독선적인 해석의 근거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에 있어서의 전후보상정책의 재검토’에서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둘러싼 공방을 소개하고, 무라야마 담화라는 도달점과 이에 대한 보수파의 반동 과정을 조명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일본의 정치적·경제적 변화에 따른 정치적 우경화 추세에 현 아베 신조 정권의 정책이 자리잡고 있음을 제시한다. 이 밖에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식민지책임판결과 한일협정체제의 국제법적 재검토’를 주제발표하는 것을 비롯해 ‘한일양국 법원판결의 도달점과 향후 과제’(최봉태 변호사), ‘식민지지배책임론의 계보를 찾아서’(이타카기 류타 도시샤대 교수), ‘한일청구권협정 체결과정에 있어서의 식민지 지배의 청산’(요시자와 후미토시 니가타국제정보대학 교수) 등의 연구 논문이 발표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상식·국제규범 통하는 남북관계 돼야”

    “상식·국제규범 통하는 남북관계 돼야”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상식과 국제규범이 통하는 새로운 남북 관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제16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간부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격려사를 통해 “지금 남북 관계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며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뿐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의 운명도 바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와 남북한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화하고자 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근혜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300여명의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참석했으며, 박 대통령은 이 가운데 간부위원 79명에게 직접 임명장을 수여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태산의 옥황상제와 풍진세상

    [최동호 새벽을 열며] 태산의 옥황상제와 풍진세상

    세상이 답답하다. 쉽게 풀리는 일은 거의 없고 일마다 첩첩산중이다. 경제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다 앞길이 난망하다. 남북문제만 하더라도 잘 풀릴 것 같더니 다시 자물쇠가 잠겨 있다. 지난 5월 하순 중국 산둥성 태산에 올랐다. 공자의 고향 곡부에 들렀다가 태산을 오르기로 했다. 오전에는 비가 조금 내리고 하늘은 음울했다. 운무가 휘도는 하늘 거리를 걸어 정상으로 향했다. 대개 6000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한 곳을 향해 있었다. 청제궁(靑帝宮) 문을 넘어서니 태산의 진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과연 태산의 정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중국 진시황을 필두로 역대의 황제들이 봉선 의식을 했다는 현장에 서게 된 것이다. 우선 한 무제가 세웠다는 무자비가 눈에 들어왔다. 대략 2m 높이의 무자비는 천하를 평정하고 태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한 글자도 새기지 않았다는 무언의 전언이 수천의 글자보다 더 많은 의미를 느끼게 했다. 한 무제는 다섯 번이나 태산에 올라 제사를 지냈고, 청나라 건륭제 또한 열 번이나 태산에 올랐다고 한다. 모두 자신의 공적을 하늘에 고했다고 했으나 아마도 자신의 공적을 헤아려 보고 잘못을 돌아보면서 백성에게 하늘의 명을 받아 자신이 천하를 다스리고 있음을 알리는 정치적인 의미가 들어 있었을 것이다. 왜 이렇게 황제들이 태산에 올라 하늘에 제를 지내려고 했을까. 태산은 도교의 중심이며 민간 신앙의 정점에 자리 잡고 있는 상징적인 오악지존의 산이라고 한다. 수많은 중국인이 지금도 태산에 오르는 것은 소망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일 것이다. 태산의 정점에는 중심에 옥황상제를 모시는 옥황정이 있고 좌우에 이를 보좌하는 전각이 있었는데 동쪽은 관일정, 서쪽은 망하정이라 한다. 동쪽은 일출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고 서쪽은 황하를 바라볼 수 있다고 하니 이 같은 명당이 더 있을 수 있겠는가. 옥황정 앞마당에는 태산극정(泰山極頂)이라는 표지석 중심으로 동심건(同心鍵)이라는 열쇠가 석책에 무수히 쌓여 있었다. 이 열쇠는 언제 어디서나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다는 약속을 의미한다고 한다. 어떻든 태산의 중심에 옥황상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의 이야기나 교과서에 수록된 시조에서 익숙하게 들어온 태산의 정점에 옥황상제가 있다는 것은 동양인 상상력의 중심에 민간 신앙의 최고 신격으로 그가 존재한다는 것이었고 하나의 충격이었다. 역대 중국의 황제들이 봉선 의식을 행한 것도 바로 민중의 마음속에 있는 하늘의 신에게 제사를 드린 것일 터이다. 동악 태산 옥황정의 기둥에 새겨진 편액의 글씨가 건륭제의 필체임을 확인했을 때 건륭제의 소망 또한 얼마나 간절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공자 또한 태산에 올라 ‘등태산이소천하’(登泰山而小天下)란 말을 남겼다고 맹자가 전하는 글귀를 새긴 바위가 있었다. 태산을 등정하고 돌아 내려 오는 길에 산하를 굽어보니 천하의 절경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오전에 비가 내린 탓인지 하늘은 맑고 가끔 일어나는 운무가 선선한 바람을 몰아와 더욱 풍치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 절경이 절경뿐이겠는가. 한국에 돌아와 보니 지금의 답답한 국내외 정세를 풀기 위해 다시 한 번 태산에 올라 그 답답함을 옥황상제나 하늘의 신에게 고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으로 방문한다고 한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물론 하늘의 신에게라도 새로운 대화의 문을 열어달라고 기원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 정세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데 남북의 문은 굳게 닫혀 있으니 진퇴양난의 길에 가로막혀 일찍 다가온 여름이 더욱 답답하다. 동북아의 질서 개편이 시동되어 새 역사의 시대가 한층 임박한 상황에서 ‘태산이 높다 하되 못 오를 리 없다’는 옛 시조를 다시 한 번 읊조리며 풍진 세상의 여름을 맞는다.
  • 한·중 공동성명 문구 ‘디테일 외교전’

    오는 27일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통해 채택할 부속서와 공동선언문인 ‘한·중 미래 비전 공동성명’은 문안 조율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상이 외국 정상과의 양자 회담에서 부속서를 채택한 것은 1998년 당시 김대중(DJ) 대통령과 일본 오부치 게이조 총리 간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 유일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부속서가 채택된 적은 없다. 그만큼 양국 정상이 한·중 관계의 확장적 발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얘기다. 한·중 공동성명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양국 정상의 표현 수위다. 10여 차례에 걸쳐 진행된 비공개 실무접촉의 핵심 의제가 ‘비핵화’이며, 표현 문구를 놓고도 팽팽한 ‘디테일 외교전’을 펴고 있다는 후문이다. 19일 정부소식통 등에 따르면 우리 측은 공동성명에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를 적시하자고 요구하는 반면 중국 측은 기존의 관례적 표현인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유지하자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정권이 북한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양국 공동성명에 비핵화 이행 주체를 명확히 밝히자는 게 우리 측 입장이다. 정부는 북핵 불용의 확고한 원칙 아래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는 표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지만 중국은 한반도의 포괄적인 비핵화 촉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 측 인사들과 교류가 깊은 한 전문가는 “중국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불용 및 비핵화 협력 합의를 양국 당국자의 구두 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면서 “중국이 문서로 남는 공동선언문에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는 안보 현안을 기록하는 것에 외교적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전제 조건으로 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중국 측도 적극적이다. 박 대통령이 중국 역할론을 중시하고 있고 중국 측도 충분한 이해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한했던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중국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호응한 바 있다. 동북아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한 다자 대화틀인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서도 중국 측의 지지가 표현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측은 그러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확장 모델인 ‘서울 프로세스’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탈북자 문제의 의제화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 정상회담의 공동성명 문구는 회담 직전까지도 실무교섭이 이뤄지고 표현도 수정된다”며 “문구보다는 양국 정상의 실질적인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단순히 대화를 위한 대화땐 북핵 고도화 시간 벌어줄 뿐”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단순히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게 되면 북한이 핵무기를 더 고도화하는 데 시간만 벌어 줄 뿐”이라고 밝혔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오전 11시부터 20분간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지난 7∼8일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청취하고 북한 문제와 관련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때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응 의지를 강조하고,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중국 측도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제의한 북·미 고위급 회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설명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북·미 대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한국을 배제한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평소) 한·미 간에 긴밀하게 논의를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반기문 총장 방중… “한반도 평화 위한 中 역할 기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중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18~21일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 반 총장의 방중은 지난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이다. 특히 오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이 예정돼 있어, 반 총장과 시 주석이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 주목된다. 반 총장은 17일(현지시간)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방문에 대해 “새 지도부와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방문에서 한반도 문제와 시리아, 말리, 콩고민주공화국 상황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은 특히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안정 유지, 남북 간 대화 분위기 조성에 중국이 지속적으로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시 주석이 김정은 북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사로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만난 것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반 총장은 “이런 노력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와 화합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시 주석을 포함해 새 지도부를 만나 중국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더 이바지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방문 때 중국이 커진 국력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 줄 것도 요청할 계획이다. 그는 “중국이 유엔 평화유지활동과 지속 가능한 개발 문제 등에서 더 많은 공헌을 해 주기를 바란다”며 “유엔과 중국이 더 크고 강한 동반적 관계를 구축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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