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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정부 3년차 (상) 외교안보분야] 美·中과 ‘균형외교’ 펼쳤지만… ‘동북아평화구상’엔 美·中 외면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외교 분야는 그나마 평가가 후한 편이다. 주요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가 첨예화되는 상황에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면서 양국과 균형외교를 잘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오바마·시진핑과는 원만한 관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12차례의 순방 외교에 나섰다. 23개국을 공식 또는 비공식으로 방문했다. 단독 방문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으로 한 번 더 방문했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22일 “박 대통령은 지난 2년간 미국과 중국이 대결 구도를 형성할 때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점을 비교적 잘 잡았다”며 “이는 미·중 양국이 한국을 필요로 하는 현상을 잘 이해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 한·중 관계가 성과를 거둔 원인을 외교적 지형 변화 외에도 박 대통령의 개인 캐릭터에서 찾았다. 김 센터장은 “박 대통령 개인 특성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면서 양국 지도자의 호감을 얻었다”며 “단순히 전임 대통령의 딸이 아닌 정치인 박근혜의 매력이 양국 지도자에게 먹히면서 좋은 관계를 이어 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한·미, 한·중 외교와 달리 일본과의 관계에선 이렇다 할 접점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에 걸맞은 다양한 관계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양측 모두 원칙을 강조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아베·푸틴과 관계 돌파구 마련 시급 한·일 정상회담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만난 뒤 2년이 넘도록 열리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부를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이러다가 박 대통령의 임기 내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중국을 끌어들여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 문제를 둘러싼 인식의 차가 너무 커 이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4강 중 하나인 러시아 역시 2013년 9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외에는 단독 방문조차도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내세운 대외전략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등이 집권 3년차를 맞아서도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는 점에 박한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북한은 물론 중국과 미국 등 관련 당사국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등 사실상 구호만 존재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신임 장관 후보자 프로필] 국제정치에 밝은 靑 통일비서관 출신

    ●홍용표 통일부 장관 남북 분단과 동북아 정세를 연구한 국제정치학자.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쳐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부터 통일비서관(1급)을 맡았으며, 이번 인사에서 차관급을 거치지 않고 장관으로 발탁될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지난해 남북고위급 접촉 당시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 당국자들과 협상을 벌였다. 이번 개각으로 물러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의 처남. 부인 임선희(47)씨와 1남. ▲서울(51) ▲경희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 박사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한양대 교수 ▲청와대 통일비서관
  • [열린세상] 규제완화, ‘쇼생크 탈출’에서 배우기/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규제완화, ‘쇼생크 탈출’에서 배우기/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영화 ‘쇼생크 탈출’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엘리스 레드는 아내 살해 누명을 쓰고 투옥된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의 감방 동료였다. 40년 만에 가석방된 그는 시골 마을 식료품점 점원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어느 날 근무 중 화장실에 가고 싶지만 주인의 눈치를 살핀다. 그러고는 어렵게 묻는다 ‘잠시 화장실에 가도 되는지요?’ 주인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이다. 자유를 찾았지만 규제받던 감옥에서의 행동 방식은 무의식을 지배한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연상된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신상품 개발은 물론 수수료를 정할 때도 일일이 감독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할 수 있는 영업의 종류를 열거해 놓고 그것만 하도록 하는 소위 ‘열거주의’(포지티브)가 현행 금융규제 체계의 골간이다. 금융은 남의 돈으로 하는 업종이다. 고객이 맡긴 돈(예금)을 떼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예금주는 물론 금융회사와 전혀 무관한 국민들도 위기수습 비용 부담에 동참한다. 그래서 시장에 상품이 나오기 전 잠재위험 여부를 감독 당국이 꼼꼼히 따져야 한다. ‘열거주의’ 명분이다. 문제는 열거주의 행동 양식에 너무 오랜 기간 순치된 국내 금융산업이 고도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가능한 ‘창조금융’을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었던지 ‘규제 단두대’ 단어를 써 가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금융규제 완화를 독려하고 있다. 국내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108명의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감독 당국 수장 등도 이달 초부터 ‘대한민국 금융이 나가야 할 길’을 고민 중이다.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업무가 허용되는 ‘포괄주의’(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업계와 정부가 합심해 위기감과 절박함으로 추진하는 이번 규제완화 정책이 성공하려면 드러내 놓고 말 못하는 냉소적인 시각을 잠재워야 한다. 첫째, 금융규제·감독 시스템을 혁신하는 시도가 그동안 왜 없었겠나.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2003년 12월)에 따르면 금융법 체계는 이미 2007년 말 포괄주의 시스템으로 바뀌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었음은 물론이다.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시한 ‘국정과제’에서도 포괄주의 규제로의 전환은 우선순위가 높은 개혁 과제였다. 12년간 추진된 결과물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번에는 다르다, 꼭 한다”는 의지가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다. 둘째, 국제 투자자들의 냉소적 시각도 눈여겨봐야 한다. ‘난다 긴다’ 하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연이은 ‘탈(脫)한국’ 행렬이 뉴스를 탄다. HSBC 소매금융부문,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스탠다드차타드 주식부문 등이 입지를 다지지 못한 채 떠났다. ‘외국 금융기관 유치 전담관’까지 두고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진출을 지원해 온 결과치고는 실망스럽다. 국제금융시장 일등 은행이라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영업을 접을 수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의 강자들을 좌절시킨 ‘말 못할 벽’이 혹시 한국에만 있는 ‘규제 울타리’였는지 솔직한 속내를 들어야 한다. 듣기에 불편해도 진실이라면 바로잡아야 하니까. 셋째, ‘보신주의’는 금융 당국에도 해당됨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창의적인 상품’이 쏟아져 나오게 되는 포괄주의 체제는 열거주의보다 시스템적 리스크가 더 증가하고 관리하기도 어렵다. 규제 당국이 한 수 높은 세련된 실력을 갖추어야 포괄주의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외국 금융회사들이 못 견디고 떠난 ‘규제 생태계’에서 당당히(?) 버틴 토종 은행들의 총자산이익률(ROA·순이익/총자산)은 전 세계에서 바닥 수준(0.32%·2014년)이다. 우리 금융산업이 ‘화장실에 가도 되는지’ 물어보는 엘리스 레드 신세가 안 되려면 발상의 혁명적인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열거주의’ 철옹성인 은행법 등 금융 관련 법령부터 ‘포괄주의’ 체제로 개편하자. 하위법규, 규정을 ‘포괄주의’로 개편해 본들 어머니 격인 은행법이 그대로라면 뭔가 어색하다. 돌부리와 구덩이를 깨끗이 정비한 새 운동장에서 금융회사들이 펄펄 뛰게 하자. ‘창조금융 토양’으로 바꾸자. 언제까지 ‘숨은 규제’를 보물찾기하듯 ‘발굴’만 하고 있겠는가.
  • 교과서에 ‘위안부 참상’ 자세히 담는다

    초·중·고교생에게 일본군 위안부 관련 교육이 강화된다. 역사 교과서에 위안부 참상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별도의 교사용 교재도 개발돼 보급된다. 교육부는 13일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위안부 교육 관련 현황 및 추진 과제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고교 역사 교과서에서 위안부 관련 내용은 0.5~2쪽 정도에 불과하고 내용 역시 일제의 인적·경제적 수탈 중 일부로 포함해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현행 고교 동아시아사의 ‘일제강점기 및 근대국가 수립’ 단원은 교육 목표를 “제국주의 침략전쟁과 그로 인한 가해와 피해의 실상을 알아보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피해’의 일부로 포함시켜 놓은 것이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 역시 태평양전쟁 시기 징용·징병, 강제 동원, 물적 수탈과 함께 위안부 문제를 다룰 것을 제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제의 다른 수탈과 달리 위안부 강제 동원의 핵심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 인권 유린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현재 개발 중인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일제 침탈 과정 관련 내용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인권 문제를 더욱 명시적으로 서술토록 했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사의 학습 목표는 “제국주의 침략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수탈과 일본군 위안부 인권 문제 등 가해와 피해의 다양한 실상”으로 확대, 변경된다. 또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도 오는 9월까지 위안부에 대한 내용을 상세화해 기술토록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세부적인 표현에서도 ‘강제 연행’ 또는 ‘여성 인권 유린’ 등 보다 선명한 표현을 사용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초·중·고교별로 동영상, 프레젠테이션 등의 관련 수업 활동 자료 및 교사용 교재를 개발해 다음달까지 보급을 마칠 계획이다. 교재 세부 내용에는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과 위안소 실태, 한국인 위안부 피해 실태 및 한국인 피해자의 삶과 운동, 한국 정부의 피해자 지원 정책, 국제사회의 활동 등이 포함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위안부와 관련된 연구·조사·홍보 활동은 여성가족부가, 학교 교육은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높이…더 높이…신기록 전쟁

    높이…더 높이…신기록 전쟁

    초고층 빌딩을 향한 꿈과 도전, 그 도전의 끝은 어디인가. 날개를 갖지 못한 인간은 늘 높은 곳에 닿을 수 있기를 갈망했고, 이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초고층 빌딩 신기록 도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가 초고층 빌딩 경쟁을 벌이면서 꿈만 같았던 ‘1마일(1.609344㎞) 빌딩’ 건립의 꿈도 이뤄질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초고층 빌딩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그 자체가 콤팩트한 도시다. 건물 기능이 다양하고 건물 안에서 도시의 기능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초고층 빌딩 건립은 도시 건설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초고층 빌딩이야말로 도시의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발점이고,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본다. 전 세계가 초고층 빌딩 건립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 빌딩 현황 전 세계 935棟… 세계 1위 두바이 ‘부르즈칼리파’ 국내는 인천 ‘동북아무역센터’ 초고층 빌딩은 200m 이상 건물을 말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200m 이상 빌딩은 935동(棟)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100여동 가까이 준공됐다. 세계 최고층 빌딩은 우리하고도 인연이 많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828m 높이의 부르즈칼리파다. 그러나 올해 말쯤 중국 후난성 스카이시티(838m)가 완공되면 이 기록도 깨진다. 하지만 이 신기록도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첨탑 높이를 포함해 1000m가 넘는 킹덤타워를 건설 중이다. 국내 최고층 빌딩은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동북아무역센터(NEAT Tower)다. 지난해 7월 준공된 이 빌딩은 지상 68층, 높이 305m에 이른다. 2011년 준공된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299.9m·80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층수는 높지만 높이는 5.1m 낮아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지상 123층, 높이 555m짜리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가 내년에 완공되면 기록을 다시 작성해야 한다. 롯데월드타워는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높은 빌딩으로 자리 잡는다. ■ 경제효과는 일자리 창출…관광산업 활성화…건축기술의 진화…지역 상권의 수요 증대… 초고층 빌딩은 어떤 경제효과가 있을까.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이복남 교수는 “초고층 빌딩 건립은 하나의 수직도시 건설이나 마찬가지”라며 “빌딩 건설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효과보다 이에 따르는 부가가치 창출이 수십 배 크다”고 말했다. 먼저 항구적으로 내수활성화와 일자리를 가져다준다. 건설 단계에서부터 많은 근로자가 투입된다. 완공 이후에는 다양한 입주 업종의 도시 관련 서비스 일자리가 계속 창출된다. 초고층 빌딩에는 수만명이 활동할 정도로 일자리 창출이 크다. 연관 산업 발전 효과도 엄청나다. 대표적인 게 관광산업이다. 일본 도쿄 스카이트리는 해마다 5000만명이 방문할 정도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도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건축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도 된다. 초강도 시멘트나 초고속엘리베이터는 초고층 빌딩 건립이 가져온 기술 혁명이다. 부르즈칼리파를 지을 당시 삼성물산은 위성을 이용한 계측을 했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사용한 3일에 한 층씩 짓는 콘크리트 타설법은 세계가 깜짝 놀란 신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초고층 빌딩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바람. 바람을 이기기 위한 설계·설비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최대풍속 초속 70m의 강풍과 진도 7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도시가치 상승과 사업시행자와 시공사의 이미지 상승도 보장된다. 주변 개발을 이끌고 지역상권 수요 촉진도 가져온다. 63빌딩은 여의도를 관광·상업·금융중심 지역으로 바꾸는 견인차 역할을 했고, 부산 해운대 일대는 고급 아파트촌의 대명사가 됐다. 이런 게 기업들이 초고층 빌딩에 열광하는 이유다. 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삼성그룹 역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들어선 자리에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건립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물거품이 되면서 아랍에미리트에서 세계 최고층 건물을 시공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초고층 빌딩 시공의 선두 주자로 인정받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부지를 차지하기 위해 ‘전(錢)의 전쟁’을 벌인 것도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땅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섰고, 마침내 2020년까지 11조원을 들여 105층 신사옥과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기로 했다. 층수는 롯데월드타워보다 낮지만 높이는 571m로 높게 지을 계획이다. 초고층 빌딩 신기록을 깨기 위한 일종의 기업 간 자존심 경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를 놓고 수요공급을 무시한 과도한 경쟁이라는 논란도 나온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것도 과제다. 화재나 단전 등 비상 상황 발생시 일반 건물과 달리 탈출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소방 장비와 구조 인력이 도달하기도 매우 어렵다. 기술 확보 과제도 안고 있다. 주요 기술은 선진국의 70%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내 대부분의 초고층 빌딩 설계는 외국 업체가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정광량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회장은 “우리나라의 초고층 건물 시공 능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설계와 장비, 사업관리 등은 선진국과 차이가 많이 난다”며 “고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 안전확보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파이프라인 구축 땐 남·북·러 ‘윈윈’… 한반도 정세·가스값이 관건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파이프라인 구축 땐 남·북·러 ‘윈윈’… 한반도 정세·가스값이 관건

    “야쿠티아(시베리아의 일부 지역)에는 60억t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었다. 이는 한국이 50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이었다. 그동안 수송로와 기후 문제로 많은 나라의 정부와 기업들이 발길을 돌린 곳이다. 유럽 국가들에겐 경제성이 없고 악조건인 이곳이 우리에겐 거꾸로 매력적이었다. 야쿠티아에서 생산된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여온다면 에너지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수 있었다” 최근 발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990년 현대건설 회장이던 이 전 대통령은 천연가스 사업을 따내기 위해 구소련 야쿠티아 공화국(현재 사하공화국)을 방문했고 소련 정부를 상대로 남·북·러 가스관 사업에 관해 수차례 협상을 진행해 결국 사업 계약서에 사인을 받았다. 하지만 1992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대선 출마에 따른 현대그룹의 위기와 소련 붕괴로 인해 사업은 결국 무기한 보류될 수밖에 없었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 구상은 이후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1992년 8월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은 러시아와 북한의 동의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일원이었던 사하공화국과 가스전 개발에 대한 협의를 시도했다. 대우그룹은 다른 대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가며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사하공화국의 열악한 인프라 문제와 경제성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러 정상회담 이후 양자 간 석유·가스의 운송 개발에 대해 합의하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사업이 조금씩 진척되기 시작했다. 2008년 9월에는 이 전 대통령이 18년 만에 다시 러시아 정부와 가스관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북한~한국을 연결하는 가스관을 통해 30년간 약 750만t(900억 달러 상당)의 천연가스를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MB, 건설사 CEO 때 첫 사업 계약 북한도 한때 적극적이었다. 북한의 에너지 정책은 석탄과 수력에 주로 의존했고 이는 전력생산 차질과 공업 생산가동률 저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 8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가스관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당시 우리 정부는 “유엔 대북 제재와 한국의 5·24조치는 가스관 협력과 무관하며,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사업 재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도 2012년 9월 과거 북한에 제공했던 차관 110억 달러 중 90%를 탕감하고 나머지를 양국 간 합작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합의해 북한의 사업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인해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사업은 난항에 빠지게 됐다. 현재 남·북·러 가스관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13일 “현재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사안은 없다”면서 “남북 대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5·24 대북제재 조치도 유지되고 있어 사업 추진을 위한 여건 조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도 “북한 문제도 걸려 있고 대규모 자본이 투자돼야 하는 사안이기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사업의 불씨는 여전하다.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유라시아의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했듯이 남북한과 러시아가 가스관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때 주춤했던 협상 진척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2년 12월 12일 국정연설에서 “21세기 러시아 발전의 방향은 동쪽을 향하고 있다”면서 “시베리아 극동은 우리의 거대한 잠재력이며 이 잠재력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극동 개발을 강조했다. 인프라가 열악한 극동 시베리아 지역은 지방정부의 재정여건도 취약하다. 특히 이 사업은 에너지 자원으로 국가의 힘을 비축해 소련 시절처럼 ‘강한 러시아’를 부활시키겠다는 목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러시아는 극동 지역에서도 미·중·러의 ‘3국 체제’를 정립시킨다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한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결국 푸틴 정부 극동개발의 핵심은 시베리아의 가스를 동북아시아 시장에 공급하는 방향으로 귀결된다는 평가다. 이로써 러시아는 유럽을 보완할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 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 게다가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성공할 경우 동북아 문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견제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MB정부, 가스관 연결 MOU 체결 에너지원의 약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에도 이는 저렴한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남·북·러 가스관이 개통되면 이를 통해 러시아에서 한국에 전달되는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가 현재 배를 통해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보다 18~29%가량 저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PNG는 LNG와 달리 액화시키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대규모 저장시설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남·북·러 가스관이 도입되면 동북아 가스 에너지 허브로서의 역할도 가능해진다. 게다가 가스관 사업을 통해 북한의 개방을 이끌고 남북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성적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도 가스관 사업은 단비와 같은 존재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가스관 통과료 명목으로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현금 혹은 에너지 등의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약화시키는 ‘등거리 외교’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업 재추진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러시아나 북한이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갑자기 가스관을 봉쇄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남아 적극적 사업 진행이 쉽지 않다”면서 “남북 관계도 경색돼 현재로선 사업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극동개발을 통해 LNG 수입 국가 1·2위인 일본과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악화돼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난항 악화된 가격 경쟁력도 변수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한국가스공사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과 수차례 협상을 갖고 상당 부분 세부 조건에 대한 의견 일치를 봤지만 단가에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셰일가스를 고려할 때 러시아 측이 제시한 단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가스를 도입할 경우 액화비용과 수송비를 합해도 기존 아시아 시장 가격보다 25~30% 저렴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덧붙였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경제난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투자할 만큼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환경이 좋다고도 할 수 없다”면서 “남북 관계가 아직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스관 연결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오는 5월 제2차 세계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초청했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가 가스관 사업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계기로 전망된다. 마침 북한도 지난해 11월 15일 발행한 북한 사회과학원 학보를 통해 “원유·천연가스 수송관의 부설과 시베리아횡단철도·조선종단철도의 연결이 주목되는 협력대상”이라고 전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2013년 10월부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유라시아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다시 한번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정치인 멍에 내려놓고 떠난다” 이부영 정계 은퇴

    “정치인 멍에 내려놓고 떠난다” 이부영 정계 은퇴

    새정치민주연합 이부영(73) 전 의원이 11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의 멍에를 내려놓고 떠난다”면서 “좀 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으련만 능력과 식견이 모자라 여기서 그쳐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당에 탈당계도 제출했다. 그는 “2·8 전당대회를 성공리에 끝내고 단결과 도약을 위해 새롭게 전진하는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원 동지 여러분에게도 행운과 승리가 함께해 주기를 온 정성을 다해 빌겠다”면서 “정치를 떠나더라도 이 나라가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사는 사회가 되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해직 기자 출신인 이 전 의원은 1990년 3당 합당 이후 ‘꼬마민주당’에 합류해 14·15대 총선에서 서울 강동갑에 당선됐다. 1997년 조순·이회창 연대 이후 한나라당 후보로 16대 의원이 돼 부총재를 지냈다. 2003년 7월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합류, 의장을 지냈다. 17대 낙선한 뒤 2005년 장묘법 개정 운동을 통해 수목장 대중화에 기여했고, 동북아평화연대를 이끌며 2010년 러시아 연해주 우스리스크에 고려인문화센터 건립을 지원했다. 지난해부터는 한·일협정재협상국민행동 대표로 ‘일본 평화헌법 9조(침략 금지 조항) 노벨상 추천 운동’을 이끌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정치인 멍에 내려놓고 떠난다” 이부영 정계 은퇴

    “정치인 멍에 내려놓고 떠난다” 이부영 정계 은퇴

    새정치민주연합 이부영(73) 전 의원이 11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의 멍에를 내려놓고 떠난다”면서 “좀 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으련만 능력과 식견이 모자라 여기서 그쳐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당에 탈당계도 제출했다. 그는 “2·8 전당대회를 성공리에 끝내고 단결과 도약을 위해 새롭게 전진하는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원 동지 여러분에게도 행운과 승리가 함께해 주기를 온 정성을 다해 빌겠다”면서 “정치를 떠나더라도 이 나라가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사는 사회가 되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해직 기자 출신인 이 전 의원은 1990년 3당 합당 이후 ‘꼬마민주당’에 합류해 14·15대 총선에서 서울 강동갑에 당선됐다. 1997년 조순·이회창 연대 이후 한나라당 후보로 16대 의원이 돼 부총재를 지냈다. 2003년 7월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합류, 의장을 지냈다.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2005년 장묘법 개정 운동을 통해 수목장 대중화에 기여했고, 동북아평화연대를 이끌며 2010년 러시아 연해주 우스리스크에 고려인문화센터 건립을 지원했다. 지난해부터는 한·일협정재협상국민행동 대표로 ‘일본 평화헌법 9조(침략 금지 조항) 노벨상 추천 운동’을 이끌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中 이어 러시아도 한반도 사드 견제

    中 이어 러시아도 한반도 사드 견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둘러싸고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하면서 이를 둘러싼 한·미·일과 북·중·러의 새로운 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한·미·일 vs 북·중·러 갈등 구도 갈등 구도가 분명하게 드러난 계기는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가 지난 10일 한 행사장에서 “글로벌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역효과를 낳으며 불안정을 가져오고 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한반도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사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달 25일 한국에 도착해 사실상 첫 공개행사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티모닌 대사가 사드 문제를 거론한 점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 사드에 대해 ‘MD 시스템의 한반도 출현’으로 간주하면서 “이런 상황 전개는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정세에 영향을 미치고 군비경쟁을 촉발해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사드 배치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은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정부에 전달했다. 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신중한 처리를 당부했다. 북한도 사드 배치를 한반도 정세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렇듯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자신들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고고도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요격하는 사드는 탐지거리가 1000㎞가 넘는 X밴드 레이더와 요격 고도 40∼150㎞인 미사일로 구성된다. 즉 레이더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중국은 물론 러시아 일부 지역이 미국의 직접적인 감시망에 노출된다. ●한 국방 “전략적 모호성 유지해야” 한국과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연일 사드 배치가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사드 미사일 능력은 중요하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전달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사드 반대 입장에 다른 속내가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11일 “중국은 이 문제를 지렛대로 한국의 대미 경도를 막고 러시아는 자신들의 고립을 탈피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APEC 회원국 간 피의자 체포영장제 도입해야”

    “APEC 회원국 간 피의자 체포영장제 도입해야”

    “현재의 국제형사사법공조 체제는 외교채널로 운영되면서 효율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현대적인 시스템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원국들 사이에 아·태 체포영장제도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10일 오후 한국외국어대 법학관에서 열린 ‘이장희 교수 정년기념 학술대회’에서 문규석 외대 법학과 교수가 내놓은 제안이다. 문 교수는 “기존의 쌍방 가벌성의 원칙과 대륙법계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자국민 불인도 원칙은 아·태 체포영장제도의 도입과 함께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방 가벌성의 원칙은 양국 국내법에 모두 위반되는 범죄는 인도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으로, 한·미범죄인인도조약 등에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2013년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여직원 성추행이 미국에서는 범죄에 해당되지만, 한국에서는 당시 친고죄였기 때문에 피해자의 직접 신고가 없는 한 범죄에 해당되지 않았다. 즉, 쌍방 가벌성이 없어 범죄인인도 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례 중 하나다. 이날 학술대회는 39년 동안 국제법 연구에 매진한 이장희 외대 법학과 교수의 정년을 맞아 그의 후학들이 최근 한국사회를 둘러싼 국제법적 현안과 국제법적 논리 및 역사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정리, 발표하는 성격의 자리를 가졌다. 국제법은 힘을 기반으로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태생적 특징을 갖고 있다. 강대국이 주체가 되는 법체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날 이 교수는 고별 강연에서 “최근 국제법의 주체 개념이 국제기구, 비국가적 실체, 개인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우리는 힘의 외교가 아닌 평화의 외교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논리가 국제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정학적으로 안보외교가 절실하고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로서 통상외교가 필요한 만큼 국제법률전쟁에 항상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주제 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제법적 과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국제법적 논리를 바탕으로 모르쇠하는 일본과, 소수의 양심적 일본인, 무관심한 서구, 연대의 대상인 동아시아국가들에 펼쳐온 민간 학문 외교의 집대성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의 역사학자 19명이 집단성명을 내고 일본 아베 정부의 역사왜곡에 항의하며 한국 역사학계의 입장과 함께하겠다고 밝힌 것도 중간 성과물의 하나다. 이 밖에 이날 이동원 외대 법학과 교수는 ‘카이로 선언의 지도 원리와 한국의 영유권 고찰’을 주제로 하는 발표에서 독도 문제 및 각종 영유권 관련 다툼의 국제법리적 부당성을 논증했다. 이는 한국이 짊어지고 있는 중단기적 과제 중 하나다. 1943년 11월 27일 카이로선언은 ‘일본은 폭력과 탐욕에 의해 약취한 그 밖의 모든 영토로부터 축출될 것’이라는 일반 규정과 함께 ‘위의 3대국(미국, 영국, 중국)은 조선인민의 노예상태에 유의하여 적당한 시기에 조선이 해방되고 독립하게 될 것을 결의했다’는 한국의 해방에 관한 특별 규정을 핵심적으로 담고 있다. 독도의 시마네현 영토 편입 행위가 불법이며 무효임을 입증하는 논리다. 이달 말 퇴임하는 이 교수는 39년 국제법 연구의 결과를 집대성한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을 펴냈다. 한국정전체제 종결과 평화체제 구축 방향, 북방한계선(NLL), 북핵실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19010년 일본의 강제병탄, 일제 강제징용 피해, 독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등 한반도 안팎의 각종 국제현안을 분석하고 정리했다. 이 교수는 “이 책은 ‘한반도와 국제법’의 총론이자 서문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전문적 각론서를 제자들과 협력해 계속 펴낼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 70년, 한일협정 50년을 맞아 퇴임하는 노 국제법학자의 충심은 이렇듯 현재진행형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美·中 ‘한반도 사드 외교전’ 가열

    美·中 ‘한반도 사드 외교전’ 가열

    한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9일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난 4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이 방한해 사드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지 5일 만에 미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을 찾아 이에 대해 해명하며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미·중 양국의 ‘사드 외교전’이 가열되고 있는 형국이다. 블링컨 부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사직로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는 순전히 방어적이며 전적으로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사드 배치에 대해선 “결정이 안 됐기 때문에 언급은 시기상조”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사드를 포함할지도 모르는 한반도 미사일방어(MD)는 지역 내 최대 불안정 요소인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며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조 차관과의 만남에서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해명하면서도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켰다. 중국 국방부장의 우려 발언과 지난 5일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사드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우회적 반박인 셈이다. 그는 또 끈끈한 한·미 동맹을 부각시키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그는 한국에 도착한 8일 서울의 한 삼계탕집에 들러 식사를 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블링컨 부장관은 “부장관으로서 내 첫 출장지와 첫 일정이 각각 동북아와 서울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이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이 이 지역과 한·미 관계에 부여하는 중요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올해 말 박근혜 대통령을 미국에서 맞이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한 블링컨 부장관은 10일 중국으로 출국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인사]

    ■감사원 ◇승진 <고위감사공무원>△지방건설감사단장 박성익△방산비리특별감사단 감사부단장 이영하△심사관리관 이필광△중앙공무원교육원 파견 정상우△국회사무처 파견 송윤근<3급>△산업·금융감사국 제2과장 강성덕△산업·금융감사국 제4과장 엄광섭△전략감사단 제1과장 이수연△지방행정감사국 제2과장 백맹기△국방감사단 제2과장 정진석 ■기획재정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소통국장 백용천 ■외교부 ◇담당관△정책홍보 한정일△정책분석 상승만△감사 이영근△기획재정 최진원△의전총괄 서원삼△의전행사 김지민◇과장△동북아2 최용준△동북아3 김한규△동남아 함정한△북미1 홍지표△북미2 권성환△남미 황소진△중미카리브 최준호△유라시아 나원창△아프리카 권혁운△유엔 강주연△다자협력·인도지원 원도연△재외국민보호 류호권△여권 박현규△경제협력 한민영△동아시아경제외교 김석우△북미유럽연합경제외교 윤주석△국제에너지안보 최종욱△북핵협상 이준일△대북정책협력 최태호◇국립외교원△외교역량평가과장 이문배△총무과장 김인택△연구행정과장 박정호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나노과장 정해권 ■여성가족부 ◇국장급 <승진>△대변인 박난숙<전보>△여성정책국장 이기순 ■국토교통부 ◇과장급 전보·파견△항공보안과장 박준형△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지원정책과장 김종학△국토교통인재개발원 운영지원과장 이창희△서울지방국토관리청 건설관리실장 이정기△원주지방국토관리청 하천국장 박덕호 ■공정거래위원회 ◇국장 승진△시장구조개선정책관 박재규△중앙공무원교육원 파견 배영수◇과장 <전보>△심판총괄담당관 윤수현△기획재정담당관 고병희△기업결합과장 선중규△시장감시총괄과장 송상민△서비스업감시과장 황원철△기업거래정책과장 최무진△제조하도급개선과장 이유태△대통령비서실 파견 이숭규△세종연구소 파견 조홍선<승진>△약관심사과장 민혜영 ■법제처 ◇과장급△사회문화법제국 법제관 심현정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 최규완△정보고객지원국장 장완호△특허심판원 심판장 이상철◇과장급 승진△특허심판원 심판관 판현기 정덕배 강구환 이영민 ■기상청 ◇교육 파견 <고위공무원단>△중앙공무원교육원 정준석<4급 과장급>△세종연구소 정관영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기술안전이사 이선순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임△상임이사 권인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원장 이광식△바이오융합분석본부장 김승일△환경·소재분석본부장 이기욱△연구장비개발사업단장 김현식 ■에너지경제신문 △온라인뉴스부장 최영운 ■한화투자증권 △준법감시인 이재만 ■IBK캐피탈 ◇사업본부장 승진△기업금융본부 함석호
  • [열린세상] 동북아 평화의 꿈나무들/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동북아 평화의 꿈나무들/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의 꿈을 실현하려면 젊은이들에게 그 꿈을 심어 주어야 한다. 동북아 평화의 꿈은 관련 국가들의 이익이 상충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꿈을 꾸고 실현하려면 당사자들인 지금의 젊은이들의 생각과 철학들이 모아져야 한다. 동북아 평화의 꿈이라는 거대 담론을 단기간 내에 성취하려는 목표는 지금으로서는 그야말로 꿈 같은 이야기다. 통일보다 오히려 구조적으로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북한이라는 변수들 중 그 하나도 수월치 않고 마치 얽힌 실타래와 같은데 동북아 평화와 번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일이 어찌 쉽겠는가. 대학에서 가르치다 보면 취직 시험에 찌들어 코앞만 보고 가는 젊은이들이 늘 안쓰러울 때가 많은데 나라의 미래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는 꿈과 이상을 가져 달라는 주문은 어쩌면 사치일 수도 있다. 통일에 대한 생각도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젊은이들이 의구심과 좌절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대학 강단이라는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데 동북아의 평화를 여러분들이 창출해야 한다는 말에는 귀가 쫑긋하다. 신선한 충격을 느낀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통일에 대한 생각도 머리가 깨지는 지경인데 동북아의 평화까지 생각의 영역을 넓힌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민주화의 과정에서 한국의 기개 어린 젊은이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민주화가 어느 정도 성취된 지금 통일에 대한 생각은 이런저런 시행착오로 분명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 통일의 사례에서 배운 것은 흡수 통일이었고 그래서 햇볕정책이 탄력을 받은 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북한 핵무기 개발의 지속, 천안함 폭침 그리고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통일 생각은 지리멸렬한 국론 분열 상태에 있다. 눈에 띄는 진전이 없는 통일 생각에 내몰리다시피 하는 젊은이들이 통일이라는 숲 속에 갇혀 있다 보니 전체를 조망하는 생각이 없어 통일에 대한 풍부한 생각이 제한되는 것이다. 통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동북아 평화를 한국이 창출하자는 말은 더욱더 먼 나라 이야기처럼 생각될 것이다. 통일이라는 과제는 주변 국가들과의 이해 폭이 넓어지고 그들과 충분한 교감이 이루어져야 속도도 빨라지고 안정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통일과 한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평화 창출이라는 목표를 연결시키는 작업에 소홀한 면이 있다. 주변국들과 친밀한 관계를 넘어 통일 이후에도 한국이 주변국들과 어떠한 관계를 유지할지에 대한 논의와 조정 그리고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는 젊은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고 미래 한국의 안보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생각할 수 있는 공부를 시켜 주어야 한다. 기성 세대들은 늘 젊은이들을 어리게만 생각하고 신뢰하기 힘든 불안한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큰데,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창조적 능력이 우월하고 건전한 국가관과 책임 의식이 강하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치기 어린 측면도 없지 않을지 몰라도 그들은 그들의 생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진지하고 나라 걱정과 애국심도 투철하다. 든든한 나라의 기둥들이니 그들에게 기성 세대는 미래 한국의 좌표를 던져 줄 필요가 있다. 지난 70년 동안 한국이 이루어 낸 것들을 세계는 모두 기적이라고들 한다. 천연자원도 부족한 한국이 어떻게 기적을 이룰 수 있었겠는가? 사람이었다. 교육열 높은 한국에서 인재를 키워 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치열한 경쟁의 교육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세계의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의 한국을 만나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깨우친다”는 것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을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꿈을 이루는 주역으로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에게 세계적 생각을 할 수 있는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 주어야 한다. 한반도 내에 구속되는 생각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글로벌 마인드, 적어도 동북아의 평화를 생각하는 큰 시작을 갖게 길을 깔아 주어야 한다.
  • 동북아재단, 심사 없이 하버드大에 2억7400만원 ‘펑펑’

    동북아재단, 심사 없이 하버드大에 2억7400만원 ‘펑펑’

    동북아역사재단이 사전 심의도 없이 미국 하버드대학에 한국 고대사 연구 사업을 지원하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역사재단이 2007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 대학 소속 한국학연구소의 연구 사업에 25만 달러(2억 7400만원)를 지원하면서 두 차례나 심사 절차를 누락해 주의를 요구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사업에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선임연구원 1명의 보수를 지원하고 있다. 역사재단은 매년 예산 지원에 앞서 전년도 연구실적과 이듬해 연구계획을 평가해야 하지만 이를 생략한 채 2009년에 20만 달러를, 2013년에 5만 달러를 각각 지원했다. 역사재단은 또 지난해부터 이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으나, 이를 교류재단에 통보하지 않아 선임연구원의 1년치 연봉(5만 7019달러)이 교류재단 비용으로 처리됐다. 아울러 감사원은 역사재단 측이 하버드대를 통해 “한강 이북이 중국 식민지였다는 내용을 비롯해 중국 측 동북공정에 부응하는 주제의 영문책자를 발간, 국가예산 유용 의혹이 있다”는 재야 역사단체의 공익감사 청구를 접수하고 감사에 착수했으나, 이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역사학계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심허 이장희 교수 정년기념 학술대회

    심허 이장희 교수 정년기념 학술대회

    10일 오후 1시 30분 서울 동대문구 이문로 한국외국어대 법학관에서 ‘심허 이장희 교수 정년기념 학술대회’가 열린다. 39년 동안 대학 교단에서 국제법을 강의해 온 이장희(65) 교수가 ‘약소국의 학문으로서의 국제법학’을 주제로 고별 강연을 갖고 이어 문규석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선임연구위원, 정대진 연세대 북한연구원 전문연구원 등이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법적 현안에 대해 발제하고 관련 연구자들과 함께 토론을 진행한다.
  • “오바마, 연내 朴대통령 訪美 초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내 박근혜 대통령을 미국으로 초청할 것으로 보인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새 국가안보전략을 설명하며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오늘 이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를 요청했다는 점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포함해 다른 아시아 지도자들도 연내 백악관으로 초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 같은 초청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7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현재의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 및 국제 정세에 비춰 올해 중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매우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미 정부와 박 대통령의 방미 시기, 형식 및 의제 등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방미 시기는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방문 형식은 공식 방문 또는 공식 실무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은 4월 말~5월 초가 유력하며 시 주석은 9~10월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하면서 백악관을 처음으로 국빈 방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 장관은 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하고 북핵 문제, 동북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러시아 측은 5월에 개최하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우리 정상의 일정 등 관련 사항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승전 행사에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서울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한·일 경제포럼-5인 주제발표] “한·일 정경분리 원칙 대화실천기구 설립을”

    [한·일 경제포럼-5인 주제발표] “한·일 정경분리 원칙 대화실천기구 설립을”

    “정경분리 원칙 아래 새로운 경협 원칙을 정립하자.”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한국과 일본 간 정치외교 문제가 민간협력에 미치는 악영향을 방지하자”면서 양국의 적극적인 대화와 실천의 가교 역할을 할 ‘한·일(중)대화실천기구’(가칭)의 설립을 제안했다. 한·일의원연맹, 한·일경제협회 등 기존의 대화 채널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실천’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하 원장은 “단순한 교류 수준에서 벗어나 양국 간 현안 해소에 도움이 될 만한 실천 과제를 발굴해 정부 채널에 건의하게 하자는 취지”라면서 “대화 채널을 활성화하는 데는 양국의 언론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 원장은 “양국 간 교역 규모는 1965년 약 2399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93조 8000억원으로 991배나 늘어났지만 한·일 간 직접투자 규모는 감소하고 있다”면서 “엔화 환율이 급락한 데다 한·일 호감도가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게 교류의 장애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양국 간 경제 의존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내 유입 외국인 투자 가운데 일본의 비중은 1973년 92.5%에서 2013년 18.5%, 지난해 3분기 13.1%로 급락했고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가운데 일본 비중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2% 내외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특히 하 원장은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양국 간 교류가 더 약화된 데에는 경제 문제보다 정치·군사적 영향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동북아 역사 문제에 대한 양국 간의 공감대 형성이 교류 확대의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모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데다 잠재 성장률도 처지고 있는 상태”라면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양국이 경제 영토를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하태형 원장은 1959년생인 하태형 원장은 경북고, 서울대 경영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에는 보아스투자자문을 설립해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2012년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으로 재직했고 지난해 4월 현대경제연구원장에 선임됐다.
  • [열린세상] 중국, 세계 농업을 사들이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중국, 세계 농업을 사들이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재작년 9월. 중국 육가공 기업 솽후이그룹은 세계 최대 양돈 기업인 미국 스미스필드를 약 5조원에 사들였다. 중국 기업이 인수한 미국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정부 비축 대상일 만큼 중요한 관리 품목이다. 그러나 낙후한 생산·안전성 기술, 악화되는 사료곡물 경작 기반, 심화되는 환경·물 문제 등으로 중국 양돈 산업은 난관에 봉착했다. 의회 청문회까지 거친 이 기업 인수 거래를 두고 미국 일부에서 나온 비판은 중국이 자기 난관을 미국 국민 희생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세금으로 연구비를 조성해 개발한 공공 양돈 기술과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불하고 경작한 사료곡물로 돼지고기를 생산한 뒤 중국에 공급하고 발생하는 환경·물 문제는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것이다. 지나친 비판일 수 있지만 거기에는 중국 정부의 해외농업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민간 부문에도 정부 개입이 광범위한 중국 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거기에서 중국의 국가전략을 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 재정부는 예산보고를 통해 농식품 기업의 세계 진출을 장려하고 해외 자원의 적극적 활용을 지원한다고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기업의 해외 농식품 기업 인수에 저리 융자를 제공한다는 것도 포함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중국 민간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가 국가 전략의 일환이고 이에 미국이 이용된다는 미국 일부의 불만은 근거 없어 보이지 않는다. 중국 국가 차원의 해외농업 전략을 더욱 분명히 보여 주는 것은 국영기업의 세계 농업 사들이기다.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국영기업의 이러한 활동은 국가 차원의 해외 농업 전략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중량그룹(COFCO). 중국 최대 국영 농식품 기업이다. 한국의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기능은 유사한데 사업 영역과 규모는 지난해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401위에 포함될 정도로 세계적이다. 2012년 COFCO는 약 11조원의 준비금을 활용한 적극적 해외 진출 방침을 발표했다. 2000년대 초부터 자원·에너지 기업을 중심으로 펼쳐 온 중국 정부의 주출거(走出去·기업 해외진출) 전략에 농식품 기업도 참여한다는 의미였다. 마침내 COFCO는 지난해 10월 두 개의 대규모 국제 곡물기업을 사들였다. 약 3조 3000억원으로 ‘니데라’와 ‘노블’을 인수한 것이다. 이로써 총매출 34조원에서 70조원 수준이 돼 종전 세계 4대 곡물기업 벙기를 능가하는 거대 국제 곡물기업으로 단번에 변신했다. 식량 안보를 위해 세계 농업을 사들이는 국가 전략이 보인다. 50년 전 일본은 농협이 앞장서 국제곡물시장에 진출, 가치 사슬 단계별로 차곡차곡 기반을 구축해 대규모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고도성장 결과물인 풍부한 외환으로 이미 잘 갖추어진 기업을 일거에 사들임으로써 50년 후발 주자의 간격을 단숨에 메우고 있다. 한국은 2011년 AT와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으로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국제적 곡물회사를 목표로 출발했으나 후퇴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한·중·일, 동북아의 식량 취약 세 나라 가운데 한국만 답보 상태다. 일본의 시간, 중국의 돈, 어느 전략도 쓸 수 없는 처지다. 관심 가는 소식이 하나 있다. 국내 한라그룹 미국 법인 ‘우리만’이 미국, 아르헨티나, 호주에서 곡물을 수집해 한국·중국을 포함, 동남아와 유럽 등지 10여국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모든 설비는 외주로 활용하고 소수 인력만으로 연간 22만t을 달성했다고 한다. 물론 독립된 곡물 회사로 서기까지는 아직 멀다. 또 민간기업의 이윤 목적이 국가의 공익 목적과 일치할 수도 없다. 그래도 이 소식에 관심 가는 이유는 자체 설비 없이 사람만으로 버텨 왔다는 것 때문이다. 이것은 곡물 사업의 핵심이 설비 활용인데 외주 경험을 통해 복잡한 설비시장 구조를 파악하며 전체 곡물시장 생태를 바닥부터 익히는 사람이 키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다시 사업의 근본이 되는 인력이 충분히 키워지고 자체 설비가 꼭 필요한 어느 단계에 이르면 적절한 공공·민간 제휴를 통해 상생 사업 모형을 만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한다. 이때는 종전과 달리 민간이 앞서고 공공이 뒤따르는 모형이 될 것이다. 세계 농업을 사들이는 중국 전략을 보며 답보하는 국가 곡물사업에 긍정적 자극이 되는 소식이었으면 한다.
  • [한·일 경제포럼 축사] 유기준 국회 외교통일 위원장

    한국과 일본이 수교를 맺은 지 반세기가 지났다.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향후 양국 관계 50년이 더 긴밀해지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지금 한·일 관계는 발전적인 미래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는 듯하다. 하지만 양국은 서로 다투기보다는 협력해야 할 분야가 훨씬 더 많다. 한·일 관계는 단순히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관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뿐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사회 발전을 선도하는 나라다. 두 나라 관계 악화는 세계 경제,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일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찾고 이견은 좁혀 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하나둘 결실을 맺는다면 경색된 한·일 관계는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합리적 진보주의자’로 불리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합리적 진보주의자’로 불리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현장을 외면하지 않는 대주교’ ‘합리적 진보주의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68) 대주교에게는 자주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천주교 안팎에서 거부감 없이 소통 가능한 사제로 꼽힌다는 열린 성직자. 세월호 참사 이후 줄곧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도 대주교 중 유일하게 그 리본을 달았던 한국 천주교계의 큰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주교회의 의장 선출 직후부터 ‘시대의 아픔과 함께하는 교회’를 입에 담고 사는 김 대주교. 서울 광진구 중곡동 주교회의 의장 집무실에서 만난 대주교는 “종교는 울타리 안의 공동체를 벗어나 세상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빛과 소금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의장 취임부터 ‘시대의 아픔과 함께하는 교회’를 강조하고 있다. 시대의 아픔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함의를 갖는가. -시대의 아픔이란 근래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매 시대의 아픔이 있다. 지난해 눈 뜨고 빤히 보면서 단 한 생명도 구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는 그 아픔의 작은 예일 뿐이다. 어떤 말로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무기력의 노출이란 점에서 아픔을 통감한다. →의장 취임 이후 사건 사고가 많다. 지금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나. -세월호 참사에선 무엇보다 미래의 꿈이자 희망인 학생들의 희생이 컸다. 쌍용차를 비롯해 해고 노동자들의 생존권 박탈과 그들이 느끼는 생명의 위협도 참담하다. 남북한 경색 국면의 지속은 여전히 민족적인 아픔이다. 소외계층을 향한 있는 자들의 나눔이 너무 인색하다. 특히 결혼이주여성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 노동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한 배려라기보다 국가, 민족에 상관없는 천부적인 생존권 보장 차원이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은 한국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교황 방한 이후 우리 주교들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실천에 대해 다양하게 논의해 온 것으로 안다. -잘 알려졌듯이 주교들이 먼저 사마리아통장을 개설했다. 어려운 사람과 함께하자는 차원에서 작은 정성을 모은 첫 번째 집단적 실천이 아닐까 한다. 현재 매월 송금하는 분도 있고 분기별로 송금하는 이들도 있다. 작은 일이지만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다른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조만간 사회에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주교회의 산하 단체에서 그에 관한 사목 방안을 고심하고 있고 교구별로도 실천 사안을 마련 중이다. →올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50주년을 맞는 해다. 한국 교회가 어떤 점을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보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최대 화두는 교회의 현대사회 적응이다. 우선 내적인 차원에서 성직자와 교회 구조의 쇄신이 중요하다. 외적으로는 시대의 아픔에 보다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교회 건물에 갇힌 ‘우리끼리’가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가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시대의 문제를 복음의 정신으로 보고 교회가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자는 것이다. →교회의 사회 참여를 놓고 시선이 엇갈린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언행 논란이 단적인 예다. 보수·진보의 갈등이 심한데 종교까지 쪼개지는 양상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보나. -한 조직의 구성원이 가는 길은 다양하다. 어떤 분은 직설적이고 어떤 분은 상당히 정제된 표현을 쓰지만 근본적으로 의도하는 바는 비슷하다고 본다. 교회 내 보수·진보 편 가르기는 세간에서 보는 기준일 뿐이다. 사제는 모두 교회를 사랑한다. 교회 내에서는 복음의 정신과 교회의 가르침이 항상 으뜸 기준이고 그 기준에 따라 사회·정치 문제를 식별하는 것이다. 보수에도 진리와 정의가 있고 진보에도 진리와 정의가 있는 법 아닌가. →지난해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비판했다. ‘상상치 못한 결정에 당혹스럽다’는 언급이 주목받았다.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생각인가.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다’라는 의식이 팽배해 대화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 당시 특정 정당을 옹호하거나 그쪽 편에 서서 한 말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정당이 해산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라고 했다. 정치 발전과 국가의 위신을 생각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린 것이다. →올해는 분단 70년이 되는 해다. 남북 관계가 여전히 경색돼 있는 상황인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 단지 정책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이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통일부가 그런 의지에서 구성됐다면 그 뜻을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금년엔 꼭 가시적인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2011년 방북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적 자존심보다 민족이 더 앞서는 것이니 서로 품어 안고 나가자’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몫은 통일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의지에 선의의 협력을 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인 계산 없는 민족 동질성 회복의 차원이다. →올해 방북을 소망한다고 밝혔는데 계획은 잡혔나. -구체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우선 광주대교구가 있는 전라도가 북한 농어촌을 도울 수 있을지 교구 차원에서 탐색하고 있다. 가능하면 정부나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조만간 통일부에 방북 신청을 낼 계획이다. 천주교 민화위(민족화해위원회) 차원에서도 방북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의도인지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지만 통일은 국가와 민족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희망의 출구라고 본다. 경제, 사상, 이념 갈등이나 동북아 지정학적 측면 모두에서 문제를 해소하는 길임에 틀림없다. 경제적 차원이라도 잘된다면 북한 주민들 삶의 질이 올라가고 통일이 되더라도 충격이 덜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종교 갈등이 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 -아직 그럴 정도의 징후는 없다고 본다. 50여개 종교, 600여 종파가 잘 지내고 있는 편이다. 일부 배타적인 근본주의를 제외하곤 문제가 없다. 다른 종교의 교리를 다 수용하거나 인정할 순 없어도 존중은 해야 한다. →최근 이슬람국가(IS)의 연이은 테러와 인질 살해를 보고 느낀 점이 많을 텐데. -제 신앙을 제대로 통찰한다면 그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코란에서 그렇게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다. 편향된 해석이 큰 문제다. 제 교파의 교리를 더 공부, 연구하고 타 종교를 비난, 폄훼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종교들이 큰 마찰 없이 지내는 건 국민들의 종교적 심성이 좋기 때문이다. 지금 IS 사태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잠잠해질 것이다. 배타적 근본주의도 톨레랑스 차원에서 바라보고 동행토록 배려한다면 말이다. →일본의 우경화가 심상치 않다. 과거사 반성은 차치하고 거꾸로 우경 군국주의로 치닫는데 어찌 봐야 하나. 특히 천주교 차원에서 할 일이 있다면. -양국 교회가 한·일 주교 교류 모임을 매년 하고 있다. 양국의 교회와 성직자들이 사회 관심사를 복음의 빛으로 식별하자는 공동의 노력이 아닐까 한다. 지난해 일본 주교들이 한국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가 위로한 건 큰 결실이라고 본다. 극단적 우경화는 동북아 평화 노력을 깨고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한다. 군국주의를 부활해 패권을 잡겠다면 시대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얼마 전 단행한 새 추기경 임명에 한국이 빠졌다. 대주교도 물망에 올랐는데 섭섭하지 않았나. 한국 천주교 교세 증가는 세계가 주목할 만큼 이례적인데. -우리 교회 교세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섭섭해할 이유가 없다. 한국 천주교는 보편적 종교로서의 역할을 차분히 잘하고 있다. 그러면 되지 않는가. →왜 사제가 됐는가. 혹시 사제가 된 걸 후회한 적은 없었나. -모태 신앙이다. 어릴 때부터 신앙적 분위기에서 컸다. 큰누님도 수녀다. 사제의 상이 좋았던 것 같다. 후회는 없었지만 결혼해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신학교 학생 시절 어려웠을 때 유혹처럼 다가왔었다.(웃음) →이 시대의 사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기능인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존재 자체로 빛과 소금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능수능란한 행정 관리의 측면이 아니라 하느님과 신자 사이의 진정한 중재다. →많은 국민이 어렵게 살고 있다. 덕담 한마디 부탁한다. -양은 순하고 평화로움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특출한 사람 혼자만 나가지 않고 뒤처진 사람과 어깨동무해 같이 걸어간다면 국민들이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김희중 대주교는 누구 불교 등 타 종교와 활발한 교류… 열린 성향에 강단 있는 성직자 1947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광주 살레시오고교와 대건신학대를 졸업했다. 1975년 대건신학대를 졸업하면서 사제 서품(세례명 히지노)을 받아 이때부터 줄곧 광주대교구에 소속돼 왔다. 광주대교구 명상의 집 지도신부, 광주가톨릭대 교수(사무처장), 광주대교구 금호동 본당 주임신부, 총대리 등을 지냈다. 1976년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로 유학해 박사학위(교회사)를 받아 1983년부터 광주가톨릭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03년 주교품을 받았고 2010년부터 광주대교구장직을 승계해 맡아 왔다. 지난해 추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강우일 의장(제주교구장)의 뒤를 이어 임기 3년의 주교회의 의장에 선출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 성직주교위원회 위원,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2004년부터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개신교, 불교 등 타 종교와 활발히 교류하며 전국적인 활동을 해 왔으며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2006년부터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고 교황청의 그리스도일치촉진평의회 위원, 종교간대화평의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합리적이고 열린 성향의 사제로 사회적 논란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 온 강단 있는 성직자로 종교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4대강 사업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등 비교적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국내 16개 천주교 교구 협의체로서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대내적으로는 주교회의총회, 상임위원회, 주교위원회, 전국위원회 등의 기구를 통해 한국 교회의 전국 단위 사업을 추진하며 교구 간 협력을 도모한다. 전국의 성당에서 통용되는 성경, 기도서, 성가집과 각종 예식서, ‘복음의 기쁨’을 비롯한 교황 문헌을 공식 번역해 펴내는 일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해 교황청 및 외국 교회와 연락하는 업무를 한다. 회원은 추기경 1명, 대주교 2명, 주교 21명, 대수도원장 1명 등 모두 25명이다. 은퇴한 주교인 준회원 12명은 사안에 따라 총회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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