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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中·日, 올림픽 때 ‘문화올림픽’ 연다

    韓·中·日, 올림픽 때 ‘문화올림픽’ 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일본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릴 때 한·중·일 3국이 올림픽과 연계한 ‘문화올림픽’을 개최하기로 했다. 3국 문화장관은 2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8회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주선언문을 발표했다. 회의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딩웨이 중국 문화부 부부장,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문부과학상이 참석했다. 문화올림픽은 우리 정부가 3국이 모두 올림픽을 개최하는 데 착안해 제안한 사업이다. 각국이 올림픽 개최 도시에 문화사절단을 파견하고, 동아시아 문화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거나 당대를 대표하는 한·중·일 예술가들이 공동 창작한 작품으로 순회 전시를 개최하는 등 스포츠와 문화를 융합한 행사를 진행하자는 내용이다. 3국은 내년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대구시, 일본의 교토시, 중국의 창사(長沙)시를 공식 선포했다. 세 나라는 2012년 합의한 ‘상하이 액션플랜’에 따라 2014년부터 각국의 1개 도시를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해 도시 간 문화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3국은 이번 제주선언문에 이런 동아시아 문화도시 정책이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동아시아 문화도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안도 담았다. 내년 일본에서 열릴 제9차 회의에서 그간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성과를 평가하고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이번 회의는 동북아 평화와 발전을 위해 문화의 힘으로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3국 문화부 대표들이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열린 한·중 양자 회담에서 양국은 내년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 문화주간 행사 개최와 민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한·중 문화교류회의’ 활동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한·일 양자 회담에선 ‘한·일 문화교류회의’ 일본 측 추진 주체를 현재 외무성에서 문부과학성 또는 문화청으로 변경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울광장] 격화되는 한반도 군비경쟁, 누가 웃고 있는가/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격화되는 한반도 군비경쟁, 누가 웃고 있는가/오일만 논설위원

    우려는 늘 현실이 되는 모양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한국 사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론은 찬반 양론으로 갈려 친미파니 친중파니 서로 삿대질하는 모양새가 마치 구한말 친일·친청파의 대결 양상이다. 성주에서의 사드 배치 반대 시위는 인근 김천으로 확대되면서 혼란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더욱 우려스런 것은 한반도가 군비경쟁의 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최근 시험 발사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격발점이 됐다. SLBM은 수중에 숨어서 발사하기 때문에 첩보위성이나 정찰기, 레이더 등으로 감시 관측할 수 있는 지상 발사 미사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북핵과 미사일을 무력화시킨다고 사드 체계를 일시에 무용지물로 만든 것이다. 벌써 군을 중심으로 대북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120도 전방에 고정된 사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동·서·남을 향하는 사드의 추가 배치는 물론 조기경보 레이더와 P3 해상초계기 등의 도입은 물론 핵추진 잠수함을 전략화하겠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대당 1조~2조원을 호가하는 핵잠수함 전력은 과거의 무기 도입 양상과 질적인 차이가 있다. 북의 전력 강화를 앞세워 국방비를 늘려 온 이른바 ‘안보 마케팅’이 다시 활개를 치는 분위기다. 과거 전례를 보자. 북의 신형 장사정포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됐으니 로켓포와 야포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을 배치하고 북의 무인기가 치명적 비대칭 전력이라는 논리로 저고도 레이더와 레이저 무기도 도입하기로 했다. 방산 비리로 궁지로 몰렸다가도, 안보망이 뚫렸다고 아우성치다가도 첨단 무기 도입의 수순을 밟았다. 2014년 한국이 78억 달러(약 9조 1300억원) 규모의 무기를 해외에서 구입함으로써 세계에서 1위 무기 수입국이 된 것도 이런 식이었다. 수입 무기의 90%인 70억 달러(약 8조1935억원)어치가 미국산이다. 그럼에도 변변한 기술 이전도 받지 못하고 무기 구입만 강요받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국제 무기시장에서 ‘호갱’ 취급을 받고 있다는 비아냥도 이런 이유다. 북의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무기 도입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좀더 냉정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입했지만 상황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되레 국민이 체감하는 안보 불안은 더욱 가중될 뿐이다. 전쟁도 하지 않는 나라가 내전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보다 더 많은 무기를 구입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군비경쟁으로는 안보를 보장받지 못한다. 숱한 역사적 사례를 들출 필요도 없다. 남북 간 군비경쟁은 해결책이 아니다. 평화는 무기가 아니라 평화를 구축하려는 실천적 행동을 통해서만 얻어진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우리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현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던 한반도 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의 국가 안보 전략은 이제 거론도 못 할 정도로 망가졌다. 역대 최고 관계라고 자랑하던 한·중 관계는 더이상 나빠질 것도 없을 정도로 밑바닥까지 내려왔다. 지난 24일 한·중 수교 24주년을 맞았지만 변변한 행사조차 열리지 못했다. 서로 비난할수록 반한(反韓), 반중(反中) 감정이 스멀스멀 커지는 형국이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했던 중국과의 관계 훼손은 사드를 매개체로 전격적으로 복원되는 양상이다.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만 올려놓은 꼴이 됐다. 참으로 아픈 대목이다. 큰 안목으로 국제 정세를 살펴야 한다. 한반도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배경엔 미·중의 패권 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자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로 보고 있고 미국은 북핵을 매개로 미·일 군사동맹 강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관철하려 한다. 일본은 2014년 미국의 묵인 아래 무기수출 금지국의 딱지를 떼고 군수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베 정권이 지난해 10월 방위청 외청으로 방위장비청을 출범시킨 것도 이런 이유다. 한반도 냉전이 격화되고 군비경쟁이 가속화될수록 누가 그 뒤에서 웃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oilman@seoul.co.kr
  • [관광산업 발전 위한 릴레이 제언] 역지사지의 마음이 관광한국 이끈다/성보미 유니온페이인터내셔널 동북아지역총괄대표

    [관광산업 발전 위한 릴레이 제언] 역지사지의 마음이 관광한국 이끈다/성보미 유니온페이인터내셔널 동북아지역총괄대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결과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 중 46.1%는 2회 이상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의 재방문율이 37.8%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유커’(遊客)로 불리는 중국 관광객은 다른 외국 관광객들에 비해 씀씀이가 크기 때문에 한국의 관광 및 유통업계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언어 소통의 어려움, 부실한 관광 프로그램 등으로 아쉬움을 안은 채 발길을 돌리고 있는 유커도 적지 않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결국 관광 만족도와 재방문율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관광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관광 만족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다행히도 최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가별 선호도를 고려한 맞춤형 관광 상품 개발,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관광정보 및 번역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금융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외국인 관광객의 전체 지출 중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쇼핑을 보다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결제 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의 60%가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중국 유니온페이의 경우 관광객 편의를 위해 세금환급 및 ‘퀵패스’ 서비스의 개발뿐만 아니라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라운지 설치, 무료 관광버스 운영, 다양한 프로모션 진행 등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보다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주요 카드발급 은행 및 한국관광산업 관계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여행 관련 카드 상품을 개발하고, 중국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중국 내 홍보 채널을 활용해 한국의 여러 여행지를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다양한 여행 체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대한민국에 대해 더욱 큰 호감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차별화된 관광 상품을 제공하고, 불편 사항을 고려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현지에 있는 듯한 편리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일 것이다. 특히 모바일 결제 등의 혁신적인 결제 체험은 관광업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편리한 결제 수단과 잘 갖추어진 결제 환경은 관광 소비와 경제 발전을 촉진시킬 것이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떠나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그 나라의 인상을 만들 듯 이러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노력한다면,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오고 싶었던 나라’가 아닌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한국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 [사설]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갈등 해결 실마리 찾아야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가 오늘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비롯해 독도 및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이런 상황에서 3국 간 외교 수장들이 9개월여 만에 머리를 맞대는 자리라 국제적인 관심이 증폭되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로선 3국 장관 회의가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준현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정례 브리핑을 통해 공동 언론발표문을 채택하지 않고 공동기자회견에서 각 외교장관의 발언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외교장관회의의 주요 의제로 꼽히는 북한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이나 대(對)테러 대책,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및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 문제 등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단지 외교장관들이 만났다는 ‘상징적’ 의미로 그칠 가능성도 큰 것이 사실이다. 3국 간 간격은 너무 크다. 일본은 중국이 역사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고 센카쿠열도에 대한 영유권도 포기하는 대신 자신들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지지를 원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이 한·미와 같은 수준의 대북 제재를 실시하고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반면 중국은 한·일의 주장 정반대, 즉 일본이 센카쿠열도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하고 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한·일 관계 역시 위안부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고 하지만 독도에 대한 터무니없는 일본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수세에서 벗어나려고 센카쿠열도와 사드를 안보 차원에서 쟁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우리에게 연일 고강도의 사드 철회 압박에 나서는 것도 미국과의 패권 다툼을 염두에 둔 전략적 접근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에도 센카쿠와 사드를 걸어 미국과의 대립 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봐야 한다. 이번 회의는 다음달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짙다. G20 정상회의 기간 한·중 정상 회담도 조율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3국 간 역사 인식과 영토분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견과 대립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우리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한·미·일 지역동맹 차원으로 사드의 의미가 확장되지 않도록 명분과 논리를 정교하게 다듬어 중국을 설득하는 일이 필요하다. 외교안보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3국 관계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단초와 계기가 돼야 한다. 이번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한·중·일 3국 관계는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험난한 길을 가야 한다는 점을 우리 정부를 포함한 관련국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기고] 누가 사드를 동북아 패권 무기라 하나/이연수 전 공군 방공유도탄사령관

    [기고] 누가 사드를 동북아 패권 무기라 하나/이연수 전 공군 방공유도탄사령관

    이달초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과 인터뷰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우리 정부가 최근 사드를 성주군내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두고 ‘이는 북한의 핵 공격 대비가 아닌 미국이 동북아 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전략적 함정이며, 중국 감시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기만’으로 설명했다. 현재 수도권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은 주로 KNO2, 스커드 계열로서 수도권 북방에 인접해 배치돼 있다. 이 지역에서 수도권 공격 시 사거리가 짧고 비행 고도가 30~40㎞ 정도로 낮아 패트리엇으로 대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노동 등 사거리가 1000㎞를 넘는 중거리 미사일은 대전이나 대구 이남 공격 시 높은 고도에서 하강할 때 발생하는 빠른 종말속도로 인해 요격 고도가 40㎞ 이상인 사드로 요격하는 게 최적이다. 이것이 이번 성주 지역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조기에 탐지하기 위해 긴요한 수단으로 그린파인레이더를 운용하고 있어 감시 레이더를 추가로 투입할 필요성은 시급하지 않다.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 TM 레이더는 조기경보 자산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사격통제용 레이더다. 감시용으로 활용할 수 없는 장비다. 조기경보용 FBM 레이더와 사격통제용 레이더 TM은 외형은 같으나 운용 소프트웨어, 통신장비, 장비 작동 개념이 완전히 다른 별개의 장비다. 미사일 요격용인 사드 TM 레이더를 조기경보용인 FBM형으로 변경하면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진다. 생산공장 수준의 설비를 사드 포대에 설치한다면 8시간이든 9시간이든 걸려 장비를 교체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까지 이런 작업을 위한 어떤 절차나 전용 장비도 개발된 게 없으며 전환사례 또한 알려진 바 없다. 미국은 이미 수년 전 조기경보용 FBM 레이더를 일본에 배치해 운용하고 있고 전 세계 어디든 감시 가능한 위성을 운용 중이다. 구태여 성주에 조기경보용 레이더를 배치하지 않아도 중국이든 어디든 미 본토를 향해 발사된 미사일을 감시할 수 있는 셈이다. 2중, 3중으로 동일한 장비를 촘촘히 배치해 운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중국이나 북한 내에서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성주 지역에 배치될 사드 사정권 내로는 비행하지 않는다. 괌이나 주일미군 기지로 떨어지는 미사일은 성주 배치 사드로는 비행 고도가 높아 요격이 불가하다. 사드 배치가 미 본토 방어용이라는 일부 인사들의 주장은 미사일 요격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억지다. 김정은은 집권 후 지난 5년간 30여회나 미사일을 발사해 정확도, 사거리를 조절하는 다양한 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은 유사시 남한 공격의 방법으로 핵·미사일이라는 바이러스를 이미 개발해 두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최적의 치료제가 없다.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구축 일정을 고려할 때 현재는 사드가 대안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적 위협 대비를 위한 국방 당국의 결정을 정치외교적인 수사로 현혹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개탄스럽다.
  • 차이나 머니 몰고오는 마리나… 지역경제 살리는 ‘황금거위’

    차이나 머니 몰고오는 마리나… 지역경제 살리는 ‘황금거위’

    이르면 다음달 인천 영종도에 한진그룹(1333억원)과 인천시(167억원)가 공동 투자한 ‘왕산마리나’가 문을 연다. 해상 면적 12만㎡, 육상 면적 9만 8000㎡로 300여척의 요트가 정박해 정비까지 받을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마리나다. 인천국제공항과는 차로 10분 거리. 왕산해수욕장도 지척이다. 한진은 배후 부지에 리조트와 호텔도 지어 수도권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국내외 해양·레저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계획이다. 왕산마리나 관계자는 “직간접 고용 효과가 3000명이 넘는다”면서 “해양 레저와 의료 관광 등을 접목해 마케팅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던 국내 마리나 산업이 민간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마리나는 요트나 레저용 보트의 정박 시설과 계류장, 해안 산책길, 상점 식당가, 숙박시설 등을 갖춘 항구를 말한다. ●동북아 거점형 마리나 클러스터 추진 걸음마 단계인 ‘한국형 마리나’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랴오디그룹은 지난 5월 충남 당진의 왜목마리나항만 개발에 1148억원의 사업 투자를 제안했다. 왜목마리나는 지난해 7월 거점형 마리나 항만으로 선정된 이후 사업 시행자를 찾지 못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랴오디그룹은 계류 시설과 장비 대여시설 등이 갖춰진 클럽하우스뿐 아니라 숙박과 수변 상업시설까지 모두 개발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정박할 수 있는 선박 300척 가운데 70%(210여척)를 중국 등 해외에서 유치할 계획임도 밝혔다. 중국은 마리나 산업이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를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 박창호 인천재능대 회계경영학과 교수는 22일 “왜목은 충남에 있지만 경기도에서 차로 1시간이면 갈 수 있어 사실상 ‘수도권 마리나’로서 투자 가치가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 중국 투자는 지역 개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왜목마리나 부대 사업이 완료되면 지역 경제에 43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900명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해수부가 지난 12일 착공한 경북 울진의 후포마리나 항만 개발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해수부는 후포마리나에 2019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553억원을 투입해 300여척이 접안할 수 있는 동해안 최고의 국제 리조트형 마리나항만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요트 수요를 겨냥했다. 정성기 해수부 항만지역발전과장은 “후포마리나를 동해의 해양스포츠 메카로 만들어 길이 24m 이상의 슈퍼 요트를 비롯해 겨울철 남쪽으로 내려오는 러시아 레저 선박을 대거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중간이자 러시아가 남쪽으로 진출하는 길목에 위치해 중간 기착지로서 강점을 갖고 있다. 해수부는 2013년부터 후포마리나를 포함해 전국 6곳을 거점형 마리나 항만으로 개발하고 있다. 해수부는 거점형 마리나항만 개발로 생산유발 효과 1조 2400억원, 고용 창출 8730명, 부가가치 창출에서도 6300억원의 효과가 날 것으로 추정했다. 서해는 중국, 동해는 러시아, 남해는 일본 등 동북아 요트·보트 수요를 타깃으로 하면서 국제적인 해양마리나 네트워크를 통해 관광·서비스산업까지 동반 성장하는 ‘마리나 클러스터’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美 델레이 年 4200억 생산유발 효과 마리나는 해양·관광 산업의 핵심 기반시설로 ‘해양 레저의 꽃’으로 불린다. 요트·보트의 계류장을 넘어서 해양 스포츠를 즐기고 숙박, 쇼핑, 문화 공간이 결합된 복합 휴양시설이다. 미국과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침체된 지역 경제를 일으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부 해안의 마리나델레이 해양리조트 단지는 1965년 상업항에서 마리나항만으로 전환됐다. 현재 선박 5300척을 접안시킬 수 있으며 각종 호텔과 쇼핑센터, 주거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21% 증가한 3억 8000만 달러(약 42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창출했다. 일자리도 2173개가 새로 생겨났으며 관련 세금도 2020만 달러(약 220억원)를 거둬들였다. 마리나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값비싼 요트 부자들의 휴양지를 떠올리지만 실제 마리나를 찾는 상당수 소비자들은 열 번에 한 번 정도만 배를 탈 뿐 대부분 주변 시설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박 교수는 “일반인 100명이 마리나를 찾으면 배를 타는 사람은 한두 명 정도이며 대부분은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거나 주변 관광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호주 퀸즈랜드 골드코스트 마리나 클러스터는 정부 주도의 거점형 마리나 항만 배후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400여개 업체를 육성하고, 45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 지역 경제에 72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안겨줬다. 박 교수는 “항구에 200m짜리 상선이 오는 것과 10m짜리 요트 20척이 들어오는 것은 수익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면서 “마리나는 화물이 아닌 사람의 이동도 이뤄지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크며, 무역항보다 레저항의 경제 효과가 5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전 세계 마리나 수는 2만 3000여개로 이 중 90%가 북미와 유럽에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570개), 중국(89개) 등에서 활발하다. 세계해양산업협회에 따르면 마리나 이용 수요가 해마다 3%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레저 선박 수는 2900만척으로 시장 규모가 2013년 기준 500억 달러(약 56조원)에 달한다. 국내도 레저 선박 수와 요트·보트 조종 면허 취득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마리나 시설은 많이 부족하다. 지난해 말 레저 선박 수는 1만 5172개로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신규 요트·보트 면허 취득자 수도 1만 5059명으로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는 총 32개 마리나가 운영되고 있지만 총 계류 용량이 2181척으로 전체 레저 선박의 14%만 정박이 가능하다. 마리나항만 개발 수요는 2019년 9400척, 2024년 1만 2200척을 넘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홍장원 KMI 해양관광문화연구실장은 “배를 수용할 공간이 없어 아무 데나 정박하는 것은 안전과 환경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마리나 건설을 통해 생활 레저 보급과 관광 수요에 대응하고 수리·정비와 배후단지 조성을 통해 중소 제조업을 살린 미국 연안 지역처럼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자 놀이’ 등 선입견 극복은 과제 국내 마리나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적지 않다. 홍 실장은 “소비시장을 키워야 하고 외국인들을 위한 상시 수리·정비와 24시간 출입국 검사를 해주는 기능이 마리나에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관-출입국 관리-검역’(CIQ) 처리가 동시에 가능한 마리나항만은 현재 국내에 한 곳도 없다. 이용자에 대한 정확한 수요 분석과 배후단지 수요에 대한 진단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과거 무역항을 만들 때는 수출입이라는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항만 시설만 만들면 배들이 들어왔지만 마리나는 일종의 ‘클럽하우스 문화’로 접근성과 배후 수요 등에 대한 치밀한 고민 없이 지어만 놓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해양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 안전도 담보해야 한다. 박 교수는 “수심과 안전 거리를 과학적으로 계산해 마리나를 즐기기에 적합한 안전한 해안을 조성하고, 미국의 베이와치(해상구조대)처럼 유사시에 생명을 지켜줄 인력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자 놀이’라는 선입견도 극복해야 한다. 통영 요트학교에서는 1인당 2만원이면 4시간 동안 딩기요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낙동강에 마리나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이승재 서울마리나 대표는 “강·호수는 바다보다 물이 잔잔해 해양 레저 초보자들이 경험하기에 부담이 없어 대중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한·중·일 외교장관 도쿄 집결…하반기 ‘정상외교’ 조율 탐색전

    한·중·일 외교장관 도쿄 집결…하반기 ‘정상외교’ 조율 탐색전

    한·중, 한·일 회담 개최도 협의 사드·위안부 지원 등 논의할 듯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비롯한 한·중·일 간 외교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3국이 23~24일 일본 도쿄에서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키로 합의했다. 특히 이번 회의는 다음달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하반기 정상외교 일정을 앞두고 열려 정상외교전의 ‘탐색전’ 성격이 짙은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부는 22일 “제8차 한·일·중 외교장관회의가 23~24일 일본 도쿄에서 윤병세(왼쪽) 외교부 장관, 기시다 후미오(가운데) 일본 외무상,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 참석하에 열릴 예정”이라면서 “한·일, 한·중 외교장관 간 양자회담 개최도 관련국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3국 장관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는 동북아 지역 및 국제 정세 안정을 위한 한·중·일 협력 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에 방점을 찍은 3국 장관회의와는 달리 양자회담은 예민한 이슈가 산적해 있다. 한·중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부장은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중·일 역시 동중국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회의 개최 발표가 늦어진 이유도 센카쿠를 둘러싼 중·일 문제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일 간에는 위안부 지원 재단 운영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회의 기간에는 다음달부터 이어지는 정상외교 일정을 앞두고 각국 간 정상회담 개최 여부 및 의제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외교는 9월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시작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이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까지 줄줄이 예정돼 있다. 그사이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도 예상된다. 외교소식통은 “장관회의 때 거론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구체적 일시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달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글로벌 시대] 이제는 평창 그리고 강릉이다/최석영 유엔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이제는 평창 그리고 강릉이다/최석영 유엔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신세계’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리우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은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남수단, 시리아 및 에티오피아 출신 선수들이 올림픽 역사상 처음 난민대표팀으로 참가했기 때문이다. 피란민으로 구성된 난민대표팀의 참가는 스포츠를 통한 평화 추구라는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실천한 것이었다. 정작 이들은 자신들이 마지막 난민팀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한편 ‘1월의 강’이란 뜻의 개최도시와 ‘삼바의 나라’가 주는 이국적 이미지로 기대가 컸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러시아 선수들이 대거 퇴출되면서 대회 분위기에 적신호가 켜졌고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지카바이러스의 감염 우려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세계 도처에서 테러와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들이 보도됐다. 국내적으로는 탄핵 위기에 처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내정 혼란에 재정난이 가중되는 상황이었다. 악재 속에서도 저비용 올림픽을 준비하고 마무리한 것은 신흥대국 브라질의 저력이다. 이제는 평창이다. 동계올림픽은 서양의 전유물이었다. 2018년 평창올림픽은 일본 삿포로와 나가노에 이어 동양에서는 세 번째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다. 설상경기는 평창과 정선에서, 빙상경기는 강릉에서 열린다. 산악과 해안 클러스터가 어우러진 환상적 조합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경기장을 포함한 대회시설과 서울-평창-강릉 간 복선 고속철 등 인프라의 건설공정은 비교적 순조롭다. 정부와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노력과 함께 개최도시의 지원도 큰 몫을 했다. 그러면 평창올림픽의 소프트웨어적 준비는 충분한가. 개최 도시의 문화 및 관광 인프라가 양적, 질적으로 세계인의 축제에 걸맞을지 챙겨야 한다. 평화와 화합 추구라는 올림픽 정신의 구현은 물론 한국적 문화 콘텐츠 개발과 이미지 확산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개최지 지자체에 대해 과감한 지원과 마케팅을 통해 흑자 올림픽을 기획해야 한다. 과거 동계올림픽 주최국의 경험을 벤치마킹해 개최도시 간 유기적인 협조와 함께 국민의 관심과 참여도 유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스포츠 외교역량 향상에도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올림픽 종합순위는 10위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위상은 반쪽이다. 현재 IOC 위원 중 이건희 위원과 문대성 선수위원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정상적 직무수행이 어려웠다. 게다가 문 위원의 임기는 올해 종료된다. 이런 여건 속에서 유승민 전 선수가 IOC 선수위원으로 새로 선출되었다는 쾌거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스포츠 외교의 인프라를 하루아침에 구축할 수는 없다. 인재를 기르는 데 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스포츠계도 한 단계 성숙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박태환 선수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리우올림픽 출전금지 처분은 이중처벌을 불허하는 IOC 규칙에 위배됐다. 소송을 통해 출전이 허용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스포츠계의 완고함에 좌절해야 했다. 평창올림픽이 갖는 외교적 함의도 대단히 크다. 평창올림픽을 시작으로 2020년 도쿄에서 하계올림픽이 2022년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앞으로 6년간 동북아가 올림픽 제전의 중심에 있다. 평창에는 차기 주최국인 일본과 중국의 국가정상들이 찾아올 것이다. 동북아는 역내 협력의 무한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상처가 아물지 않는 곳이다. 한국, 일본 및 중국에서 순차적으로 열리는 올림픽을 계기로 화해와 협력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한다.
  • 태영호, 9년 전 伊 워크숍서 南 외교관들과 동석

    최근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2007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국제 워크석에 우리 당국자들과 함께 참석했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2007년 3월 26일 민간단체인 ‘란다우 네트워크 첸트로 볼타’와 함께 휴양도시 코모에서 ‘최근 6자회담 개최 이후 동북아의 협력적 안정’을 주제로 ‘트랙 2’(민간) 차원의 국제 워크숍을 열었다. 인터넷에 공개된 당시 워크숍 자료를 보면 태 공사는 ‘주영국 북한대사관 참사관’ 직함으로 남북한 및 유럽 각국, 미국 등의 정부 관료·학자들과 함께 참석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워크숍에서 태 공사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EU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EU에 ‘공정한’ 대(對)한반도 외교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크숍 발언록에 따르면 태 공사는 “EU가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려면 불편부당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태 공사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런던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이며 EC(EU 집행위원회)도 맡고 있다”고 밝혀 EU 관련 업무도 함께 수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워크숍에는 당시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이던 임성남 외교부 1차관 등 외교부 인사들과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이던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도 참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노동당 자금을 관리하던 유럽 내 북한 주재원이 지난해 우리 돈으로 수십억원을 들고 잠적, 유럽의 한 국가에서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북한 노동당 39호실 소속 A씨가 지난해 주재하던 유럽의 한 국가에서 지난해 말쯤 잠적했다”면서 “그가 당시 수십억원 상당의 자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태영호, 9년 전 伊 워크숍서 南 외교관들과 동석

    최근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2007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국제 워크석에 우리 당국자들과 함께 참석했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이탈리아 외교부는 2007년 3월 26일 민간단체인 ‘란다우 네트워크 첸트로 볼타’와 함께 휴양도시 코모에서 ‘최근 6자회담 개최 이후 동북아의 협력적 안정’을 주제로 ‘트랙 2’(민간) 차원의 국제 워크숍을 열었다. 인터넷에 공개된 당시 워크숍 자료를 보면 태 공사는 ‘주영국 북한대사관 참사관’ 직함으로 남북한 및 유럽 각국, 미국 등의 정부 관료·학자들과 함께 참석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워크숍에서 태 공사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EU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EU에 ‘공정한’ 대(對)한반도 외교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크숍 발언록에 따르면 태 공사는 “EU가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려면 불편부당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태 공사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런던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이며 EC(EU 집행위원회)도 맡고 있다”고 밝혀 EU 관련 업무도 함께 수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워크숍에는 당시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이던 임성남 외교부 1차관 등 외교부 인사들과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이던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도 참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노동당 자금을 관리하던 유럽 내 북한 주재원이 지난해 우리 돈으로 수십억원을 들고 잠적, 유럽의 한 국가에서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북한 노동당 39호실 소속 A씨가 지난해 주재하던 유럽의 한 국가에서 지난해 말쯤 잠적했다”면서 “그가 당시 수십억원 상당의 자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진보·보수 아우른 싱크탱크 ‘여시재’ 떴다

    진보·보수 아우른 싱크탱크 ‘여시재’ 떴다

    초대 이사장에 이헌재 前부총리 김도연 포스텍 총장 등 각계 참여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탈이념·초당파적 싱크탱크를 표방한 재단법인 ‘여시재’(與時齋·시대와 함께하는 집)가 18일 출범했다.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4400여억원을 출연해 만든 이 재단은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를 모델로 삼았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이광재(운영 부원장) 전 강원도지사, 조정훈(대외 부원장) 전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지역대표, 이원재(기획이사) 전 희망제작소장이 상근 운영진으로 참여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해양과 대륙국가 사이에 끼여 산천초목도 숨을 죽이고 긴장된 정세를 걱정하는 형세”라면서 “19세기 구한말이 연상될 정도로 어렵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금 한국 사회는 너무 무기력한데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지혜를 만들어 내야 할 때”라면서 “낡은 이데올로기와 편견을 갖지 않은 이들이 모은 지혜가 미래 컨센서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컨센서스야말로 한국이 스스로의 운명을 찾아 나설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의 구상은 여시재를 중심으로 한국의 미래 컨센서스를 구축해 가고 동북아의 미래와 남북통일, 신문명의 가치가 담긴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 등 3대 연구과제를 중심으로 국가와 동북아 역내의 정책 솔루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국내 주요 싱크탱크와 협력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10월에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요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동북아 국제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미래 인재를 키우는 지식 플랫폼으로 ‘한국판 TED’를 만드는 구상도 하고 있다. 재단 이사로는 김도연(포스텍 총장)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김현종 전 유엔대사, 안대희 전 대법관, 이공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 등 각계를 망라한 인물들이 참여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日, 위성 상시 감시망…동북아 ‘新우주 전쟁’

    독자적 정보 수집능력 강화 전망 中과 우주 패권다툼 치열해질 듯 일본 정부가 우주 공간에서 각국 인공위성을 항상 감시할 수 있는 상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비하고, 위성을 활용한 우주무기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최근 감청 등이 원천 차단된다는 양자위성 발사 등으로 우주 공간에서 우위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주 패권을 놓고 일본과 중국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게 됐다. 1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레이더와 광학망원경을 활용한 새 감시망을 늦어도 2022년까지 가동하기로 했다. 또 준비작업을 위해 올해 예산 2억엔(약 23억원)을 편성했다. 올해는 당장 광학망원경을 활용하는 시스템 전체 설계를 마치고, 2017년부터 우주 감시에 활용할 레이더 정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방위성은 인공위성이 늘면서 충돌 사태가 빈번해지는 한편 우주쓰레기도 10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많아져 이 같은 상시 감시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주쓰레기와 인공위성의 충돌 등으로 주요 위성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속내는 북한과 중국을 의식한 군사적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우주 공간을 통해 타국 영공과 국토를 내려다보면서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공격 시스템 등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대비할 필요성이 커진 까닭이다. 일본은 현재 정보수집 위성을 이용해 북한 군사시설 등을 파악하고 있지만,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돌발사태 발생 시에는 미국의 조기경보위성이나 정찰위성에 의존하고 있다. 독자적인 정보 수집능력을 높이고, 미국의 전 세계 위성 감시망과 더욱 유기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생각이다. 신문은 미국과 프랑스, 독일, 호주 등은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위성 감시체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은 위성을 이용한 정보수집력이 독일과 프랑스, 호주보다도 낮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 제공받는 정보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전했다. 장거리 통신이나 전투기·무인기 운용, 미사일 유도 작전 등에 대한 위성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위성의 파괴나 장애가 발생할 경우 경제·국방·사회 등에 막대한 피해와 국가기능의 부분적 마비가 우려된다. 향후 군사적 우위는 우주 공간의 패권에 따라 결정됨에 따라 각국은 위성 감시체계 및 운용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편 일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했을 때 전국 지자체를 통해 발사 사실과 낙하 예상 지점 등을 알리는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과 긴급정보네트워크시스템(엠넷)의 담당 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앞서 지난 8일 자위대에 대해 북한 미사일 파괴명령 조치를 발령하는 등 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시동 건 양국 관계 개선에 日 혐한 마케팅 한풀 꺾이다

    도쿄 중심부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 일대는 해마다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을 전후해 혐한 및 반한 시위의 메카로 변한다. 도쿄 지하철 구단시타역에서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로 가는 길과 그 주변은 각종 현수막과 포스터, 선전 설치물들로 즐비했다. 패전일 총리 등의 참배 여부가 동북아 역사갈등의 불씨가 되는 야스쿠니신사와 그 일대는 혐한·반한론자들의 ‘한국 두들겨 패기’의 전시장과 같은 곳이 된다. 올해도 반한과 혐한을 선동하는 일부 극우·국수 세력들은 ‘장날’을 맞아 열띤 마케팅을 벌였다. 한국 대통령과 강제 연행된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 그 소녀상이 돈을 문 모습으로 비하한 그림도 눈에 띈다.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한 고노 담화 철폐를 주장하는 포스터들, 한·일 통화 스와프를 절대로 하면 안 된다며 한국을 비하한 주장들…. 그러나 올해는 지난 몇 년과는 달리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고, 시민 대부분은 이를 차갑게 외면했다. 야스쿠니신사에 뒤늦게 참배 왔다는 히로시 하라다는 17일 “이제 관심 없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한·혐한 마케팅의 퇴조는 출판계에서 두드러진다. 2013~14년 절정에 올랐던 한국 지도자와 한국인, 한국을 비하하고 폄하하는 서적들은 이제 서점에서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다. 새로운 혐한 서책 출간도 뜸하다. 시부야 기노쿠니아 서점의 한 관계자는 “이제 한물간 주제”라고 말했다. 주일한국대사관, 오사카총영사관 등 주일 한국공관 주변에는 반한 시위가 여전히 있긴 하다. 시위자를 확인해 보니 극우단체에 고용된 알바생들이 적지 않았다. 한·일 관계 개선 속에서 보통의 일본 사람들에게 관심 있는 한국 관련 주제는 공중파 TV에서 재개되기 시작한 한국 드라마들과 맛있는 한국 음식점 정보다. 재일 한국·조선인을 겨냥한 혐한 시위 억제 조례가 지난달 오사카시에서 시행됐고, 일본 법무성은 잇따라 혐한 시위 주도자들에게 헤이트 스피치(특정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하지 말라고 잇단 권고를 내놓고 있다. 양국 이해를 높이기 위한 실제적 교류의 폭을 높일 때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핵무기 소형·다종화 과시… 대북제재 전선 균열 노림수

    외교부 “안보리 결의 명백한 위반…국제기구와 대응방안 긴밀 협의” 북한 원자력연구원이 17일 일본 교도통신에 핵무기 원료용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했다고 공식 시인한 것은 핵무기를 미국 본토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소형화와 다종화 능력을 강조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에도 균열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보도된 대로 북한이 재처리를 했다면 이는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 관련 활동을 금지한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정부는 관련국 및 국제기구들과 대응방안을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2013년 4월 공언한 대로 플루토늄을 만들기 위한 재처리 활동을 이미 시작한 것으로 보고 매년 영변 핵시설 단지에서 핵무기 1~2개 분량의 플루토늄(6㎏)을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이 핵무기의 재료인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 가운데 유독 플루토늄에 집착하는 이유는 핵탄두를 미사일에 싣고 날릴 수 있을 수준으로 소형화하는 데 플루토늄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핵실험으로 플루토늄탄 설계기술을 확보했을 것”이라며 “플루토늄은 고농축우라늄보다 중성자에 반응하는 핵 특성이 좋아 우라늄의 절반 수준인 5~8㎏만으로도 핵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동안 비밀리에 진행하던 플루토늄 재처리를 공론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지속하겠다고 시위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더 강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핵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발표는 한국·미국과 중국이 사드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동북아에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대북 제재 전선에 균열을 꾀하는 목적도 있다”며 “핵 재처리가 반드시 핵실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의 이목을 끄는 것이 1차적 목적”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미가 중국과의 대화 협력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섣불리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열린세상] 사드 배치와 함께 한반도 평화선언 발표하자/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사드 배치와 함께 한반도 평화선언 발표하자/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를 발표한 이후 찬성과 반대로 국내 여론이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사드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아 궁극적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며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의 공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찬성론자들은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어 방어용 사드 배치는 불가피하며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국가 안보를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이러한 대립은 냉정한 계산과 전략은 없고 다분히 이념지향적 갈등으로 점철돼 온 한국 정치 풍토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이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대북 제재를 가할 의도가 없다는 것은 이미 사드 배치 결정 이전에도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마치 새롭게 공조 체제가 위협받는 것처럼 주장한다. 혹은 사드 배치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전략에 한반도가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은 외면한 채 방어용이라는 것만 강조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 체계를 둘러싼 과잉 군비경쟁의 위험은 경계해야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유화론만으로 이미 가시화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저지하고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수많은 전쟁의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사생결단의 공방을 벌일 것이 아니라 한국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존의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생존과 평화를 위한 전략은 먼저 사드 배치에 대한 국론 분열을 극복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미 2014년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사령관이 사드 도입을 언급한 바 있고 우리 정부와 상당 기간 협의를 진행해 왔을 텐데도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는 준비가 부족했고 수세적이었다. 국민에게 당위성을 납득시키고 불필요한 불안과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위협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지만 전후 세대인 국민이 이것을 무력분쟁의 가능성으로 인식하는 데는 차이가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 수준과 무력 도발 가능성이 어떤 정도이고, 사드 배치가 가져올 방어 능력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고 사실 기반의 공감대를 형성할 때 비로소 튼튼한 안보 전략이 마련된다. 아울러 사드와 연계해 한반도 평화 선언을 발표해야 한다. 평화 선언은 단순히 북한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미·중을 포함한 주변 국가를 포괄해야 한다. 평화 선언은 주변 국가에 사드는 당면한 위협에 대한 생존권 차원의 방어 조치이며,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사드 배치 결정의 진정한 전략 목표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에서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이다. 북핵과 미사일 위협은 단순히 남북 간의 문제가 아니고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평화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주변국과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를 천명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평화 선언에는 사드 배치 기간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의 위협이 제거되는 시점과 연계한다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평화 선언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사드 배치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미·중 대립과 군비경쟁에 한반도가 편입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데 유용하다. 둘째,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로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할 수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압력과 다양한 보복을 시사하는 외교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극대화된 미·중, 한·중 국제관계에서 장기적인 대립은 중국의 전략 목표가 될 수 없다. 북한의 핵과 군사 도발의 확실한 억제 없이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기는 어렵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은 중국의 전략적 이해와도 일치한다는 설득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할 필요가 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군사적 도발 위협 속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동북아의 평화를 확보하려면 당위적 사드 배치론과 이상적 사드 반대론의 절묘한 전략적 조화가 필요하다.
  • 역사자극 자제한 日… ‘영토 불씨’는 여전

    한국과 일본, 중국 3국이 상호 자극을 자제하면서 하반기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해마다 8월 15일 종전(패전)기념일에 총리와 주요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으로 한국과 중국을 자극했던 일본은 올해는 ‘자제 모드’를 보였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국내정치 안정을 확보한 가운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자제했다. 역사 문제로 당장 동북아를 들썩거리게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특히 극우 성향의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주목됐지만 이 기간 아프리카 출장을 선택해 자리를 피하는 ‘정치적 지혜’를 발휘했다. 그는 의원 시절부터 주요한 계기가 있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요미우리신문은 16일 “아베 정부가 대한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주 한국 위안부지원 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한 것도 아베 총리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등 국회 초당파 의원단이 지난 15일 독도에 상륙한 것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는 했지만 사태를 키우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는 북한이 최근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반복하는 상황 때문이다. 동북아에서 한·일,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 주된 이유다. 일본 언론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기념식에서의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발언에 큰 의미를 둔 것도 일본 측의 기대를 반영한다. 일본 측은 한·일 관계 개선이 한편으론 ‘한·중 접근’을 저지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때 중국은 ‘역사 카드’를 흔들며 한국을 끌어들여 일본을 압박하는 공동 전선을 편 과거를 일본 측은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도발 속에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의 (역사문제에 대한) 자제’와 한·일 관계 개선을 무겁게 요청한 것도 작용했다. 국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총리는 다음 수순으로 대중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싶어 한다. 당장 다음달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내 예정대로 일본에서 한·일·중 3국 정상 회담을 실현시키려는 생각이다. 일본 정부는 대중 관계에 대해서도 “갈등 첨예화는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적절한 관리가 목표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긴장 등을 별개 문제로 풀어나가면서 대화를 진행시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경제 감속 등으로 고전 중인 중국도 일본, 한국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켜 역내 긴장을 높일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의 15일 일부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비난도 전에 비해 절제되고 억제됐다는 게 일본 내 평가다. 하지만 역사문제는 수그러드는 가운데 센카쿠 등 동중국해에서 일본과 중국의 갈등은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이번엔 美육군총장 방한 ‘사드 속도전’

    이번엔 美육군총장 방한 ‘사드 속도전’

    마크 밀리(58) 미국 육군 참모총장이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3국을 순방한다. 사드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을 완화하고 사드 배치를 가속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미 육군 공보실은 1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밀리 총장이 이날부터 23일까지 중국과 한국, 일본, 하와이를 차례대로 방문한다”면서 “한국에서 미군 부대 재배치 계획과 북한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사드 배치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육군 관계자는 “밀리 총장은 17일부터 19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19일에는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밀리 총장은 중국에서는 군 수뇌부와 미·중 간 견해 차이를 건설적으로 관리할 방안을 논의하고 일본에서는 육상자위대와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미 육군은 설명했다. 지난달 8일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에릭 패닝 육군장관과 로버트 브라운 태평양사령부 육군사령관, 제임스 시링 미사일방어청장 등 미군 고위 당국자들의 방한이 잇따르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사드 배치 준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으며 배치를 조기에 매듭짓고자 하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밀리 총장의 중국 방문은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설명하고 다음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 중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3개 부처 개각…朴대통령, 우병우·외교안보라인 신임 재확인

    3개 부처 개각…朴대통령, 우병우·외교안보라인 신임 재확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한 가운데 이번 개각의 최대 수혜자가 우병우 민정수석과 외교안보라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朴대통령, 우병우 신임 유지…靑, 교체관측에 일관된 선긋기 = 이번 개각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권 일각에선 우 수석 교체 여부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개각 발표 이전부터 일관되게 “우 수석 의혹은 사실로 입증된 것이 없다. 개각과 우 수석 문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고, 실제로 이번 개각에서 우 수석 거취에 대한 발표는 전혀 없었다. 따라서 이번 개각을 통해 우 수석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이 재차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 부동산 매매 의혹을 시작으로 각종 의혹 보도가 이어지면서 우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인사검증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청와대는 “우 수석은 이번 인사검증 업무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면서 우 수석 거취에 별다른 변화 기류가 없음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우 수석 관련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신임 경찰청장에 이철성 차장을 내정하는 인사도 단행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특별감찰관의 감찰 결과가 우 수석 거취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그런 관측에 대해서도 선을 긋는 기류가 분명히 존재한다. 우 수석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이 재확인됨에 따라 우 수석에 대한 언론의 의혹 보도를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보는 기존 청와대 분위기도 변화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한 참모는 “우 수석이 현재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고, 본인이 맡은 바 역할에 계속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런 기조에서 바뀐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 윤병세, 오(五)병세 되나…미래·노동ㆍ법무 장관 유임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갈등이 계속되고 동북아 정세 유동성이 심화되면서 이번 개각을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 교체 여부도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원년멤버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경우 여권 일각에서 교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과 함께 후보군까지 거론됐다. 장수 장관을 바꿔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8·16 개각을 통해 원년멤버인 윤성규 환경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교체됐으나 윤병세 장관은 유임됐다. 이에 따라 윤 장관은 내각의 유일한 원년멤버 장관으로 남게 됐다. 윤 장관이 이번 개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현재의 외교 기조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박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의 역학 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 의식과 비관적 사고를 떨쳐내야 한다”면서 능동적·적극적 외교 자세를 주문했다. 또 1년 반 정도 남은 박 대통령의 임기를 고려할 때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외교수장 자리를 지켜 이른바 ‘오(五)병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여권 일각의 전망 또는 야권의 교체 요구와는 달리 미래창조과학부와 법무ㆍ노동부 장관도 유임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부처 장관이 내부 기강을 다잡고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해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 청와대 원년 비서관으로 3인방만 남아 = 이번 개각으로 정황근 농축산식품비서관이 농촌진흥청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청와대 원년 비서관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이른바 박 대통령 측근 비서관 3인방만 남게 됐다. 앞서 박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으로 원년멤버인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은 지난달 사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중국을 위한 출구를 마련해야/이지운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중국을 위한 출구를 마련해야/이지운 정치부 차장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얼마 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계단 상향 조정하고 나니 ‘느닷없이 왜 한국만 상향’하느냐는 기사들이 보도됐다. 한 고위 경제 관료는 사석에서 ‘사견’을 전제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는 늘 안보 요인이 중요한 요소인데,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상황에서 미국을 선택한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였다. 평가회사가 말해 주지 않는 한 알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드 문제가 여러 측면에서 들여다볼 대목이 있음을 알려 주는 분석이다. 사드 정국이 워낙 출렁이다 보니 도대체 중국이 어디까지 가려는지가 궁금해 ‘현장’의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돌려 봤다. 위치와 업무 내용에 따라 편차가 있었는데 현장에, 실무에 가까울수록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가장 극단적인 전망은 가장 ‘최전선’에 있는 중견 관료가 내놓은 것이었다. 그는 “중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 때까지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현장에서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가 배어 나왔다. 이 관료의 입장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은 “사드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느낌은 ‘감정상의 문제’가 분명하다”고들 입을 모았다. 외교 분야 한 핵심 인사의 말과 맞춰 보니 실제에 가까운 진단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이 인사는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직후 “어느 때부터 중국과의 논의가 완전히 단절됐고, 이후 중국은 사드와 관련해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의 감정은 지난 6월까지는 완전히 틀어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황교안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때가 6월 말이고, 시 주석과 중국은 황 총리에게 상당한 예우를 했다고 한다. 중국의 감정이 크게 틀어졌다면 황 총리를 아예 만나지 않았을 수 있고, 더더구나 예우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상의 문제라면 관계 회복은 생각보다는 더 어려울 수도, 더 쉬울 수도 있다. 다만 얼마 전 베이징사범대 정부관리학원 마융(馬勇) 교수가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에 낸 글은 관계 개선의 단초를 보게 한다. 그는 ‘중국 외교의 과격 반응’이라는 글에서 “사드 문제는 한국으로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부분이 있다. 중국이 사드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과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중국 지도부가 관변 싱크탱크에 ‘한국과의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얘기가 막 들려온 터였다. 사실이라면 다행이다. 사드를 둘러싼 현 국면에 가장 큰 변수가 생긴다면 아마 북한의 5차 핵실험일 것이다.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했으므로 더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 핵의 ‘실전 배치’가 목표인 북이 핵무기를 정교화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대비하는 게 맞다. 북으로서는 지금 당장이야 중국의 ‘너그러움’을 거스를 이유가 없지만, 북이 원하는 상대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연말 미국 대선을 전후로 미국의 관심을 끌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북아 정세가 4차 핵실험의 전후가 판이했듯 5차 핵실험은 그 분위기를 또 크게 바꿔 놓을 것이다. 무엇보다 5차 핵실험은 중국을 크게 곤란하게 할 수 있다. 그때 가서 ‘사드가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불러왔다’고 할 수는 없다. 중국이 곤란해지면 전체 상황이 엉키기 쉽다. 이른 감은 있으나 중국을 위한 출구 마련에 외교력을 모을 때다. jj@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도쿄의 8·15… 잊혀져가는 침략의 역사

    [World 특파원 블로그] 도쿄의 8·15… 잊혀져가는 침략의 역사

    대부분 A급 전범 합사 몰라 “총리부터 참배” 촉구 집회도 일본 도쿄 중심부 지요다구에 있는 야스쿠니신사는 15일 하루 종일 긴 참배 행렬로 붐볐다. 일본의 71번째 종전(패전)기념일인 이날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은 시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검은 옷을 입은 유족들은 물론 일장기, 욱일기 등을 들고 북을 치고 나팔을 불며 행진하는 군복 차림의 백발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은 일본인이 조상의 명복을 비는 ‘오봉’ 기간의 피크타임이었다. 한국의 한식과 추석을 합친 것과 같은 명절 및 휴가 기간의 최절정 시기다. 이런 연유로 이맘때 야스쿠니신사를 찾아 참배하고 산화한 조상과 지인의 명복을 비는 것은 일본인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메이지시대부터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전몰자 246만 6000여명의 영령을 모시고 제사 지내는 곳인 까닭이기도 하다. 아야코 시모무라처럼 “회사에서 해마다 이날 이곳을 찾아 산화한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신사에서 만난 사와키 마코토는 “할아버지 영령을 추모하러 왔다”며 “일본 총리와 각료들이 전몰자 명복을 비는데, 한국과 중국이 뭔 권리로 비난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A급 전범 14명이 1978년 10월 몰래 합사됐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본인들은 의외로 적었다. 기억하는 이들도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은 이들”쯤으로만 여긴다. “10여명 때문에 246만여명에 대한 추모를 중지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일본인도 있었다. 집권 자민당은 이날 종전기념일 담화를 통해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엄혹해졌다”면서 지난 3월 시행된 안보 관련 법안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중국의 공격적인 해양영유권 주장과 행동을 강조하면서 불안해진 국민을 설득하려는 투다. 헌법을 고쳐 전쟁 가능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도도 엿보였다. 거친 중국의 행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등은 일본 국수주의 세력에 힘을 더해 주는 아이러니한 모양새다. 그런 가운데 전쟁을 기억하고 경종을 울려 왔던 전쟁 경험 및 양심세력은 사라져 가고 있다. 전쟁 기억의 풍화 속에서 가해와 침략 사실은 희미해져 가고, 피해자라는 상처는 부각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위안부가 일본군에 강제 연행됐다는 등 여러 전쟁 사실(史實) 왜곡에 정부가 반론을 제기해야 한다”고 억지 주장을 폈고 극우 산케이신문은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촉구했다. ‘일본회의’ 등 국수주의 단체 회원 1600여명은 이날 야스쿠니신사 안에서 총리·각료의 참배를 요구하는 행사를 갖고 힘을 과시했다. “71년간 이어온 평화가 앞으로 80년, 90년 계속되려면 역사에서 배우는 힘을 비축해야 한다”는 마이니치신문의 지적처럼, 집권 세력은 누가 일본 국민 31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다시 대면해야 할 때다. 이날은 도쿄신문 표현처럼 “전쟁 죄과를 깊이 생각하는 날”이며 아사히신문 지적처럼 “전쟁 기억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책임”을 다시 뼈저리게 기억해야 하는 날이다. 한쪽으로 치우쳐 가는 일본의 역사인식과 이를 바로잡는 일본 내 교정력의 약화는 갈등이 커가는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일본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되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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