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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가 깨끗해야 손님들 웃는다…구로 가판대 상인들 빗자루 들다

    구로구는 지역 구두 수선대와 가판대 운영자들이 ‘가판대 깔끔이 봉사단’을 구성해 거리 청소에 나선다고 6일 밝혔다. 구는 그동안 일반 주민으로 구성된 ‘깔끔이 봉사단’을 지원해 정기적으로 거리청소를 하도록 유도하는 등 깨끗한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해왔다. 가판대 깔끔이 봉사단은 거리에서 일하는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거리 청소를 담당하도록 주민 봉사단의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봉사단은 지난달 30일 구청 5층 강당에서 발대식을 가졌다. 가판대 깔끔이 봉사단에는 구두 수선대 운영자 38명, 가판대 운영자 35명 등 총 73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앞으로 영업장 주변 100m 이내 청결유지, 제설작업, 깨끗한 구로가꾸기 캠페인, 담배꽁초 무단투기자 계도 활동 등을 펼치게 된다. 구는 이들의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돕기 위해 조끼 형태의 청소활동복을 지급하고 쓰레받기, 빗자루 등의 청소용품과 쓰레기 봉투도 지원한다. 구는 청소 담당자나 공무원 주도의 청소 사업보다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깨끗한 동네를 만들 수 있도록 봉사단을 중심으로 한 환경 미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노력의 결과로 맑고 깨끗한 서울가꾸기 평가에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8년 동안 1위를 차지해 ‘클린 구로’의 명성을 얻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구두수선대, 가판대 운영자가 영업장 주변을 청소하면 거리도 깨끗해지고 주변 행인들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도 줄어들 것”이라면서 “향후에도 다양한 형태의 깔끔이 봉사단을 구성해 내 집 앞, 내 점포 앞 자율 청소 운동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출산장려금 팍팍 줘도…

    출산장려금 팍팍 줘도…

    아이 울음소리에 목말라하는 시골 지방자치단체가 셋째, 넷째 아이 출산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충북 괴산군 문광면 신모(43)·김모(40)씨 부부가 4일 군의 개정 조례에 따라 셋째 출산장려금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는 뉴스는 약과다. 전남 함평군은 셋째 1200만원, 넷째 이상 1300만원을 주고 있고 경북 울진군은 한술 더 떠 셋째 1320만원, 넷째 192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입이 벌어질 법한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다둥이 가정이 생각만큼 느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들만 뜨겁게 ‘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지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지자체의 고민이다. ‘거액’을 주다 보니 출산장려금을 받기 위해 위장 전입했다가 돈을 다 받은 뒤 이사가는 ‘메뚜기 출산’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지자체 가운데 90%가 출산장려금을 주고 있다. 이 가운데 셋째 아이를 기준으로 할 때 전남 함평군과 완도군, 경북 울진군이 지원액 상위에 올라 있다. 함평군에서는 2010년 파격적인 출산장려금 조례를 만든 이후 셋째 아이는 81명, 넷째 아이는 14명이 탄생했다. 괴산군에서는 올해 첫 1000만원 수혜자가 나왔다. 하지만 출산장려금 정책의 효과는 미미하다. 괴산군은 2012년부터 셋째 아이를 낳을 경우 10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수혜자가 달랑 한 명만 나온 것이다. 충남 부여군도 짭짤하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1990명이 거주하는 양화면에선 지난해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함평군 보건소 조연숙씨는 “출산장려금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다문화 가정 등의 영향으로 출생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이라면서 “제도를 도입한 취지만큼 큰 효과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장 전입, 메뚜기 출산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충북 충주시에선 지난해 출산장려금 지급 기간(12개월) 동안 거주한 뒤 곧바로 충주를 떠난 사례가 1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이란 짧은 기간을 악용한 것이다. 울진군이 5년, 함평군이 10년간 분할 지급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완도군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갈 경우 그동안 지급했던 금액을 회수하고 있다. 위장 전입 등이 밝혀질 경우 지원금을 전액 환수하는 장치도 마련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출산장려금 정책에 대해 회의적이다.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김영희 교수는 “출산정책에만 매달리지 말고 보육정책 등이 동반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결혼하는 부부들에게 주택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김동헌 서기관은 “출산장려금 정책이 출산율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면서 “여성들의 근로 문화 개선 등이 선행돼야 빛을 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 울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함평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포토 다큐 줌인] 저체중 출생아 ‘이른둥이’ 치료실 가다

    [포토 다큐 줌인] 저체중 출생아 ‘이른둥이’ 치료실 가다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던 산모가 신생아집중치료실(NICU·neonatal intensive care unit)로 들어갔다. 아기를 조심스레 들어 안았다. 그리고 가슴을 대어 줬다. 엄마의 심장 소리와 체온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산모의 눈가에는 미안함에 눈물이 맺혔다. “꿋꿋하게 잘 버텨 꼭 엄마랑 우리집에 가 줄거지? 사랑한다”고 가슴으로 말하는 듯했다. 탄생의 축복을 뒤로 한 채 기계의 따스함에 의존하며 치료받도록 한 엄마의 아픔이다. 하루에 두 차례 1시간씩 면회가 허락되는 서울 삼성서울병원 NICU의 풍경이다. 연세세브란스병원과 건국대병원의 NICU도 전혀 다르지 않았다. 병원 측은 산모들의 심정을 고려, NICU에 대해 극히 제한적인 촬영만을 허가했다. NICU는 ‘세상에 빠른 출발을 한 아이’, 이른둥이를 위한 중환자실이다. 이른둥이는 2.5㎏ 미만 또는 재태(在胎)기간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저체중 출생아, 미숙아의 한글 새 이름이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 국가이지만 이른둥이 출산율은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전체 출생아의 6%에 달할 정도로 한 해 2만 8000명가량이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고 있다. 이른둥이 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늦은 결혼에 따른 노산이다. 또 시험관 아기, 맞벌이와 같은 사회 환경의 변화, 임신중 고혈압, 전치태반(前置胎盤·태반이 정상 위치보다 아래쪽에 자리 잡아 자궁 안 구멍을 막은 상태)등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이른둥이의 생존율이 87%를 넘어섰다. 그러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 1㎏이 안 되는 극소저체중 출생아가 퇴원할 때쯤되면 입원비만 18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둥이에게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을 비롯, 망막증·뇌출혈 등은 대부분이 비급여 대상이다. 병원을 나가더라도 폐렴, 백내장 등의 질환 및 장애 후유증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치료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른둥이는 환경의 변화 및 사회적 문제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은 가정 문제로 취급되는 실정이다. 11월 17일 세계 미숙아의 날도 낯설기만 하다. “30개월 미만의 이른둥이는 치료를 잘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기들에게도 바람직한 삶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뒷받침할 정부의 지원은 극히 미비한 상태입니다.” 기아대책 의료지원사업 생명지기 이찬우 사무총장의 말이다. 이 사무총장은 “2012년 9월에 시행된 장애아동복지지원법에는 이른둥이에 관한 시범사업을 하도록 명령했으나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체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루빨리 이른둥이 집중치료기관을 만들어야 합니다”라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현재 NICU의 인큐베이터는 1400개 정도에 불과, 500개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마저도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에서 이른둥이를 출산할 경우 원정출산이 불가피하다. 대한주산의학회장인 건국대 김민희 교수는 “아기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아기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낀다”면서 “이러한 아기들이 국가의 재정 부족 때문에 꿈을 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만간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주)한화생명은 국내 처음으로 이른둥이재활치료사업을 지원하는 ‘도담도담 지원센터’를 열기로 했다. 정부 및 자치단체도 하루빨리 이른둥이의 지원사업에 적극 동참, 이른둥이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그대 축복은 별빛처럼 빛나죠. 그댄 할 수 있어요. 귀 기울여요, 소원을 말해요…”라는 이른둥이를 위한 캠페인 노래 ‘소원을 말해요’의 가사처럼 이른둥이들에 대한 보다 큰 사회적 관심과 지원, 그리고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반지하 방 아사 직전 10대 세자매… 아무도 몰랐다

    친아버지의 여자 친구에게 맡겨진 10대 세 자매가 영양실조에 의한 골다공증으로 대퇴부가 골절되는 등 심각한 상태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29일 고양시 덕양구에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 월세방에서 살고 있는 세 자매가 부모와 이웃의 돌봄을 받지 못해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발견돼 친부와 친부의 여자 친구를 상대로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와 시 아동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모 공장 관계자 A씨에 의해 발견된 세 자매 가운데 둘째(18)는 뼈에 심각한 염증이 발견돼 8시간에 걸친 큰 수술을 받았으며, 막내(15)는 대퇴부가 골절돼 1년 이상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한다. 두 자매는 극심한 영양실조에 의한 골다공증으로 병을 얻었다. 발견 당시 둘째와 셋째는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고양경찰서와 지역 아동보호센터 관계자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에서 “첫째(19)가 취직을 하겠다며 공장에 찾아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집에 가 봤더니 동생들 상태와 집안 살림살이가 말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들 자매의 친아버지 K(47)씨는 지방 음식점에서 일하느라 5~6년간 자매를 직접 돌보지 못하고, 한때 동거를 했던 Y(49·여)씨에게 매달 80만원을 송금하면서 대신 돌보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Y씨는 2년 전부터 세 자매의 집을 방문하지 않은 채 월세 23만원과 생활비 15만원 등 매달 38만원만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첫째(19)는 고등학교 진학을 못 했으며, 둘째는 중학교 2학년 중퇴, 막내는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이들은 방세 등을 빼고 남은 돈으로 쌀과 김치만 구입해 끼니를 때웠으며, 최근 2년간 난방용 가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웃과 지역 통·반장, 동 주민센터는 이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 지역 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자매가 집 밖에 거의 나오지 않고 이웃과 왕래가 없어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을 모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둘째와 막내는 정신적 충격도 커 인근 병원에서 외부와의 접근이 차단된 채 입원 치료 중이며, 첫째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돌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해 K씨와 Y씨가 아동복지법을 위반한 혐의가 드러나면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예산지원 부족하고 시설은 비좁아… 센터 운영하려 사재 털어

    예산지원 부족하고 시설은 비좁아… 센터 운영하려 사재 털어

    지난 22일 오후 찾아간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매여울 배움터 지역아동센터. 초등학교 1~2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거실을 뛰어다니는 등 활기가 넘쳐났다. 다른 방에서는 5~6학년 여학생 5명이 모여 얘기꽃을 피우고 일부는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2011년 3월 문을 연 92.88㎡(30평) 규모의 매여울 배움터 지역아동센터는 이 동네에서 제법 유명한 공부방이다. 정원은 29명인데 입소문을 타고 학생 22명이 추가로 들어오겠다고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이유는 공부를 못하거나 말썽꾸러기 취급을 받던 아이들이 이곳에 오면 그야말로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라는 소리를 듣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지역아동센터에 나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인근 임대아파트에 사는 저소득·차상위 계층 자녀들이거나 한 부모가 없는 경우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과외나 학원 수강은 엄두도 내지 못할뿐더러 가정에서조차 제대로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정서적으로 불안하다 보니 상당수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갖고 있었다. 일부는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다툼이 잦아 ‘문제아이’로 통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석현·관희(이하 가명)군도 그랬다. 1년 전만 해도 성적이 밑바닥에서 맴돌았으나 센터에 들어온 후에는 공부에 재미를 느끼면서 반에서 3~4등 하는 등 성적이 껑충 뛰었다. 중학교 1학년인 혜윤양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선행 학습 등의 프로그램 덕분이다. 자원봉사자들의 독서논술 지도를 받고 있는 서형(3학년)양은 학교 건강일기 쓰기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데 이어 수원시장상까지 받았다. 지난해 10월 한글날을 기념해 열린 화성시 휘호대회에서는 센터 학생 4명이 참가해 모두 은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센터 김복희(58) 시설장은 “아이들을 가슴으로 따뜻하게 대해 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재능 기부 활동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시설장은 입소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상급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6학년 아이들이 “중학생이 돼도 계속해서 센터에 나올 수 있냐”고 물을 때면 안쓰러움에 눈물이 핑 돌곤 한다. 마음 같아선 모두 안고 가고 싶지만 시설이 열악한 탓에 그럴 수도 없다. 김 시설장은 센터를 자비로 운영하고 있다. 설립 신고 후 2년이 지나야 평가를 통해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세 66만원과 교재비(학기당) 50만원, 난방비 월 50만원 등 운영 비용을 자신이 모두 부담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보육교사에게는 기름값 명목으로 월 40만~50만원을 사비로 지급하고 있다. 김 시설장은 그동안 센터를 운영하며 1년에 6000만원가량 썼다. 지원금이라고는 1인당 하루 4500원꼴로 나오는 급식비가 전부다. 오는 3월 평가를 거쳐 정부지원 대상이 된다 해도 지원금이 워낙 적어 센터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시설장은 “아이들이 좋아 이 일을 계속하고 있으나 솔직히 힘에 부친다. 무엇보다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의 꿈을 살려 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울산지역아동센터도 비슷한 실정이다. 23일 울산 남구 A아동지원센터에서 만난 어린이들도 여느 아이들처럼 구김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어떤 게 필요하냐’라는 등 민감한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고등학교 1학년 영수군은 “집에 혼자 있을 때 할 수 없었던 (기타, 바이올린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센터에서는 돈 안 들이고 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수군은 초·중·고등학생이 다목적 학습장에 모여 공부를 해 산만하다며 시설을 넓혀 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털어놨다. 옆에서 떠드는 초등학생 때문에 집중할 수 없다는 얘기다. 중학교 3학년 현수군도 식당이 좁아 저녁 급식 때 혼잡하다고 거들었다. 단체 수업을 제외한 학년별 과목수업 땐 별도의 방을 이용했으면 하는 희망을 얘기했다. 이 센터는 남구의 거점센터라 다른 곳보다 시설이 넓다. 하지만 129㎡의 공간에 다목적 학습장과 도서실, 식당(주방), 사무실 등이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용 아동도 29명에 달해 복잡하다. 센터장과 생활복지사 등 종사자는 부모나 상담사 역할도 한다. 대부분 어린이가 결손가정 자녀라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재은양은 부모의 이혼으로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1년 전부터 센터를 찾고 있다. 재은양은 할아버지가 남동생(초등 4년)만 챙기면서 상대적 소외감에 시달려 ‘남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잦았다고 한다. 센터에서 상담치료를 받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성적 정체성 극복은 물론 학교 성적도 오르고 있다. 아동센터 지원금은 월평균 400만원 안팎으로 시설 운영·관리와 생활복지사 인건비, 프로그램 운영비, 종사자 처우개선비 등을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많은 일에 비해 월급은 100여만원에 불과해 생활복지사의 이동도 잦다. 지역아동센터와 학교 방과후 수업의 교류가 이뤄지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그렇지도 못하다. 이모(47) 센터장은 “2004년 아동복지법 개정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이뤄져 시설 운영에 도움은 되지만 여전히 어렵다”며 “정부가 책임져야 할 어린이를 센터가 맡은 만큼 현실에 맞는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학부모는 센터가 어린이를 보호하면서 학습 효과도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학부모·아동 모두를 만족시켜 줄 전문가가 월 100여만원의 급여를 받고 센터에서 일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센터장은 그나마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통한 내부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점차 개선되면서 센터를 찾는 어린이들이 늘어나 지역아동센터 수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건복지부 산하 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 조사 결과 2004년 895곳이었던 아동센터가 8년 만인 지난해 4003곳으로 늘어났다. 여기에다 센터가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기업으로 인식되면서 농어촌 지역에서 크게 늘고 있다. 경기도 729곳을 비롯해 대부분 도 단위 지역의 수가 200곳을 훌쩍 넘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가 채워 주지 못하는 부분을 기업과 공동모금회 등에서 대신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사회복지시설 지원 우선순위에 밀려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생활복지사 이모(43)씨는 “아이들이 공부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학업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집중력을 키워 주는 등 학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려면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학습 동기를 부여하려면 시설과 교재 등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모(24·여)씨는 “아이들이 좋아서 그냥 참고 일하지만, 월급을 받을 때마다 기운이 빠진다”고 털어놨다. 주은수 울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 예산지원·민간운영 형태는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지역아동센터와 학원으로 나뉘는 구조가 아이들 간의 양극화를 가져올 수도 있어 학교의 방과후 수업을 대폭 확대하는 등 아이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수원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아동센터 이용자 규모따라 연간 2760만~6240만원

    지역아동센터는 시민단체와 종교시설에서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밥을 굶거나 공부할 여건이 안 되는 어린이를 돕기 위해 만든 ‘공부방’을 모태로 하고 있다. 아동센터는 2004년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받으면서 방과후 돌봄 지원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정 자녀와 한부모가정 자녀, 소년소녀가장, 맞벌이 부부 가정 자녀 등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는 2004년 이후 관련 조례를 제정해 운영비(인건비·시설 관리비)와 프로그램 사업비, 종사자 처우개선비, 아동복지교사 인건비 등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는 연간 ▲10인 이하 시설 2760만원 ▲19인 이하 4560만원 ▲29인 이하 4800만원 ▲30인 이상 624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 예산(국비와 시비)은 전국적으로 같다. 울산시의 경우 2004년 지역아동센터별로 월 34만 5000원씩을 지원한 데 이어 매년 예산을 증액, 올해부터 아동센터별로 월 427만 4000원씩을 지원한다. 아동센터는 이 돈을 인건비와 운영비, 프로그램 개발, 어린이 급식비 등에 사용하고 있다. 울산시는 올해 34억 2700만원의 예산을 57곳의 지역아동센터에 지원할 예정이다. 지자체는 또 지역아동센터 돌봄 사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동복지 교사를 파견, 부모 역할 도우미 서비스도 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운영 프로그램은 ▲아동청소년 지도 ▲기초영어 ▲독서지도 ▲예체능 활동 등 4개 기본 분야와 아동센터별 맞춤형 프로그램이 있다. 또 아동센터는 전문 강사를 초빙한 체험행사와 자원봉사자(대학생 등)를 활용한 맞춤형 멘토링 학습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이나 민간단체 등이 체험학습을 비롯해 시설물, 도서, 컴퓨터, 학습기자재 등을 지원하고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너의 두 조국이 자랑스러워 하도록 이길 수 없더라도 끝까지 도전하렴”

    “너의 두 조국이 자랑스러워 하도록 이길 수 없더라도 끝까지 도전하렴”

    지적장애를 가진 한국인 입양아 헨리 미스(24·미국). 그의 인생에 기적은 이미 두 번 있었다. 신생아 합병증으로 장애를 얻은 그를 헌신적으로 보듬은 양부모를 만난 일, 그리고 난생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이 그가 태어난 한국에서 열리는 일. 그리고 2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에 스노보드 미국 대표로 참가하는 그는 메달이란 세 번째 기적에 도전한다. 헨리와는 대화가 불가능해 그만큼이나 기적을 손꼽아 기대하는 양어머니 낸시 뉴웰(59)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낸시는 “요즘이 헨리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다. 헨리의 첫 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린다는 걸 아직도 믿을 수 없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헨리가 올림픽에 나가게 된 데는 운도 따랐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헨리는 지난해 3월 열린 주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미국대표팀 추첨 결과 오리건주에서 남자 스노보드 선수를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헨리가 합류하게 된 것. 입양된 뒤 자신을 받아준 나라의 대표로 조국을 처음 찾는다는 생각에 헨리는 잔뜩 들떠 있단다. 어머니 낸시의 감회도 남다르다. 가슴으로 낳아 장성한 아들이 많은 이들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게 됐기 때문. 1989년 10월 5일 서울에서 태어난 헨리는 곧바로 입양기관에 맡겨졌다. 출생 직후 태변흡인증후군, 패혈증, 폐렴, 긴장성 동공 증세가 한꺼번에 나타나 2개월 병원에서 사투를 벌였다. 목숨은 건졌지만 장애를 얻었다. 이듬해 3월 30일, 헨리는 낸시와 에드워드(62) 부부 품에 안겼다.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고부터 입양을 생각했다. 동서도 한국에서 입양했기 때문에 자연히 한국 아이를 원하게 됐다. 헨리의 장애를 알았지만 거부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을 때 장애를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입양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낸시는 헨리를 돌봤다. 헨리의 병은 일부 운동신경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섯 살까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특수학교에 다니면서 일부 과목은 일반 학교에서 배웠는데, 또래들이 따돌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가장 가슴 아팠다고 낸시는 털어놓았다. 헨리는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들, 예를 들어 운전이나 대학 생활을 지켜보며 속상해했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은 헨리에게 완벽한 기회다. 일반인도 하지 못하는 일을 헨리가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헨리는 스노보드를 가장 자신 있게 탈 수 있다. “스노보드는 헨리에게 자유를 준다. 산꼭대기에 올라가 아무 걱정 없이 내려올 때 헨리는 가장 행복해한다.” 이번 올림픽 목표는 소박하다. “한국에서 스노보드를 타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한국어 수업도 받고 있다고 했다. 낸시 역시 “너의 두 조국이 너를 자랑스러워 하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헨리에게 말해줬다. 한국이 헨리를 자랑스러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꿈이라면 올림픽 기간에 헨리의 위탁모를 찾는 것. 기억에도 없는 친부모보다 자신을 안고 사진을 찍기도 한 위탁모에게 더 관심이 가는 모양이라고 낸시는 전했다.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만난 위탁모의 이름은 전영숙씨고, 당시 회사원과 결혼해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셋 있었다. 우리는 부모로서 헨리 스스로 본인의 인생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강제 북송 반대하는 캠페인 펼치고 국내 입국 절차 간단하게 개선해야”

    “정말 상황이 어려운 중국 내 탈북 2세들은 이미 사망했거나 상당수 중국 고아원에 있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외 체류 북한이탈주민 아동 인권 상황 실태조사’ 내용에 대해 탈북자 문제 전문가들은 21일 “면접 대상이 된 아동들은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으로 보이며 전문가의 접근이 불가능한 아이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머니와 이별한 아이들은 대부분 꿈과 정체성을 잃은 채 방황한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미 중국 등을 떠도는 탈북 2세를 “가장 위험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들”로 규정하고 지원에 나섰으나 우리는 대북 관계 및 대중 관계 등을 고려해 관련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권위 보고서는 북한 출신 생모와 사실상 강제 분리돼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이 확인된 만큼 정부 등이 전략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선 탈북 2세 아동들이 국내에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자녀를 중국에 남겨둔 채 국내에 입국한 탈북 여성 중 아이를 데려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내 한국 공관에 탈북 2세 아동의 출생 등록을 하려 해도 여러 절차상 어려움 때문에 접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외교통상부가 탈북 2세의 인권 문제에 주목해 아동의 입국 절차를 간단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또 법무부 등은 탈북 2세 아동이 국내에 입국한 탈북 여성의 친자녀임을 쉽게 입증할 수 있도록 유전자 검사 등의 제도를 보완하라고 제안했다. 정부가 4000여명으로 추산되는 중국 내 요보호 탈북 2세 아동에 대한 생활비와 교육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전 세계 인권단체와 함께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탈북 2세들이 어머니와 생이별하는 가장 큰 원인이 중국의 강제 북송 방침 때문이라서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 14일 탈북 어린이의 미국 가정 입양을 미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효돼 시행 중이다. ‘북한아동복지법’이라는 이름의 이 법은 북한을 탈출해 중국 등 제3국에 거주하는 어린이의 복지와 인권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 국무장관이 재외 북한 어린이의 실태와 이익 증진 방안, 입양 전략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해 의회에 보고해야 하며 미 정부가 재외 북한 어린이들이 거주하는 국가를 상대로 무국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권고하고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이들의 가족 상봉 등을 지원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기고] 새해 소망/김용희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기고] 새해 소망/김용희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중년의 남자 셋이 한겨울 홍천 성당에서 만났습니다. 전 스포츠 선수(박찬호)와 탤런트(차인표)와 스님(혜민)입니다. 눈 덮인 산장 난롯가에서 인생사 이야기로 하룻밤을 보냅니다, 화덕에는 군고구마와 떡가래를 올려놓고 세상 이야기,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스님이 눈물을 흘립니다. 선수도 웁니다. 트위트하는 스님은 올라온 글들을 이야기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두 가지 직업을 가지고 새벽 3시에 메신저를 올리는 힘겨운 이, 취업전선에서 불합격 통지에 이젠 무감각해져 가는 자신이 싫어지는 젊은이, 희망의 출구를 잃어가는 그런 이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얕은 위로밖에 없다면서 웁니다. 속세를 떠나올 때 노부모가 생일 밥상을 차려준 이야기를 할 때는 울지 않던 스님이, 힘겨운 이웃들 때문에 웁니다. 선수는 단칸방에서 자기를 키워주신, 단벌 운동복을 한밤중에 세탁해 줄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의 찌든 가난과 한없이 내어주는 부모님의 사랑을 추억하면서 웁니다. 눈물의 내용이 좀 다릅니다. 한 분은 자기를 위해 울고, 다른 한 분은 타인을 위해 웁니다. 우리 세속인들이야 모두 자기를 위해 웁니다. 지난 시절의 아픈 추억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때로는 현실이 퍼다 붓는 희망과 절망 때문에 웁니다. 그러나 나를 위해 울어주는 타인이 있다면 얼마나 위로가 되겠습니까. 새 정부는 할 일이 많습니다. 마음으로부터 울어내야 할 맡은 바 소명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상가 건물주는 매년 월세를 올립니다. 세입자들은 열심히 수고해서 주인 통장에 입금하기 바쁩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있지만 해마다 9%씩 월세를 올리면 5년이면 50%가 넘습니다. 주택임차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상률 법정상한선 운운하는 세입자는 2년 만기 후 내보내면 됩니다. 주택은 부족한 데 법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젊은 기간제교사가 있습니다. 휴일과 연장근무는 기간제의 몫입니다. 기간제는 재계약을 위해 묵언수행해야 하지만, 정교사는 그런 힘든 것 하지 않아도 신분이 보장됩니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의 보수는 정교사의 절반도 안 됩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직업을 가진 것은 행운아입니다. 이명박(MB) 정권의 반값등록금 공약은 학자금 대출로 미봉되었습니다. 덕분에 학교재단은 수업료를 쉽게 받았습니다만 정작 학생 본인은 큰 빚과 이자를 안고 사회에 나섰습니다. 현실이 아무리 무겁더라도 그날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것,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시간을 온 힘을 다해 살아내는 것, 그것만이 이 시점에서 우리의 의무요 역할이라 합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합니다. 이제 희망의 등불을 내겁니다. 만해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차마 떨치고 갈 수 없어서…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올해 세모에는 스님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에 우리 모두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 군기 빠진 공익요원…‘툭하면 무단결근’ 구속

    서울의 한 아동복지센터에서 복지사로 근무 중인 최영지(가명·28·여)씨. 요즘 최씨는 스트레스가 부쩍 늘었다. 얼마 전 복지센터로 온 공익근무요원 A씨가 번번이 농땡이를 피우기 때문이다. 하는 일은 휴대전화 만지작거리기와 밥먹기. 반차 신청서도 내지않고 오후 출근도 다반사다. 센터장이 없으면 엎어져 잠까지 잔다. 최씨는 A씨의 불성실한 태도를 센터장에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다. 근무태만 및 복무이탈을 하는 공익근무요원이 적지 않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 6월까지 지각, 무단 조퇴, 근무시간 중 음주, 풍기문란 등의 근무태만 행위로 3회 이상 적발된 공익근무요원은 678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근무지에서 이탈해 고발당한 공익근무요원도 1726명에 달했다. 서울 강북경찰서가 18일 병역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힌 공익근무요원 박모(24)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씨는 지난해 6월 6일부터 자신이 근무하는 국가보훈처 산하 묘지관리소에 무단 결근하는 등 5개월간 8차례에 걸쳐 정당한 사유 없이 복무이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병역법에 따르면 공익근무요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8일 이상 복무이탈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조사 결과, 박씨는 지난해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한 달 반 만에 다시 복무이탈을 했으며, “진료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진료를 받지 못했다”는 식으로 사유를 둘러댔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근무요원이 복무 중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복무가 정지된 뒤 석방이나 출소 때부터 남은 기간을 근무한다. 7일 이내 복무이탈의 경우 하루당 5일씩 근무기간이 연장되고 8일 이상이면 근무부서장이 고발조치할 수 있다. 현재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 등 7000여개 기관에서 5만 3000여명의 공익근무요원이 근무 중이다. 징병 신체검사 결과, 4급 판정을 받은 사람이나 부모가 사망한 독자 등이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된다. 행정관서 요원은 24개월, 국제협력봉사 요원은 30개월, 예술·체육 요원은 34개월을 각각 근무해야 한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그때를 기억하십니까

    그때를 기억하십니까

    1955년 미국인 홀트 부부가 6·25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 12명을 입양하면서 세워진 홀트아동복지회 기록물이 국가기록원에 기증된다. 국가기록원과 홀트아동복지회는 17일 경기 성남시 나라기록관에서 기증 협약식을 하고, 홀트아동복지회가 갖고 있던 1950~2000년대 주요 기록물 5700여점을 국가기록원에서 영구 보존하기로 했다. 주요 기록물은 ‘입원 아동 관리카드’를 비롯한 사진, 동영상 등으로 당시의 해외 입양 과정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아동 관리카드에는 ‘뇌성마비’이며 ‘배변훈련이 필요’하고, ‘이름을 부르면 안다’는 등 아이의 특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심정을 담은 시와 글이 실린 ‘홀트아동문예선집’ 등 간행물도 기증된다. 1950년대 입양 초기 모습을 비롯해 소풍 가는 아이들의 모습, 홀트가 아동복지회를 창설하게 된 계기 등을 담은 필름 등 동영상 기록도 국가기록원에 영구 보존된다. 홀트아동복지회 설립자인 해리 홀트는 1965년 별세했으며, 2000년부터 창설자 홀트의 둘째 딸인 말리 홀트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말리는 스무 살이던 1956년부터 한국에서 아이들을 돌봤다. 1957년 최초로 국내 입양도 시작한 홀트아동복지회가 지금까지 가정을 찾아 준 어린이는 모두 2만 3000여명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14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서울 정릉동 김정인·이선영씨 부부의 집에는 두 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다. 뇌졸중과 노환으로 고생하시는 정인씨 어머니와 치매를 앓고 있는 선영씨 어머니다. 어린아이가 된 두 어머니를 위해 부부는 자식이 아닌 부모가 됐다. 오래전 부모님이 자식들을 사랑으로 길러냈듯 두 어머니의 호출에 언제든 달려가는데…. ■삼국지(KBS2 밤 1시) 사마의는 위흥 태수 신의에게서 맹달이 제갈량과 신성에서 대군을 일으켜 낙양을 취하고, 천자를 체포할 거란 말을 듣고 맹달의 목을 벤다. 사마의는 맹달의 목을 조예에게 바치고, 조예는 장안과 낙양의 병력을 사마의에게 넘기고 제갈량을 공격할 것을 명한다. 사마의는 촉군의 군량 소재지인 가정을 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토크클럽 배우들(MBC 밤 11시 15분) 배우 9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자의 개성을 지닌 배우들. ‘럭셔리 카리스마’ 심혜진, ‘절대미모’ 황신혜, ‘채플린 박’ 박철민, ‘예만옥’ 예지원, ‘피오나 고’ 고수희, ‘원더풀 송’ 송선미, 그리고 2013년 최고의 기대주 신소율, 고은아, 민지를 비롯해 ‘로맨틱 가이’ 존박이 함께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제작진 앞으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서 한 통의 초대장이 도착했다. 초대장을 따라 찾아간 경북 포항의 한 마을에서는 신명나는 사물놀이가 한창이었다. 추위도 잊고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사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바로 청림좋은이웃지역아동센터 아이들로 6년째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었는데…. ■EBS 다큐 프라임(EBS 밤 9시 50분)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는 스웨덴, 핀란드와 같은 나라의 노동자들에게도 해고와 실업의 위험은 늘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을 두려워하는 노동자들은 없다. 프로그램은 해고와 실업을 두려워하지 않는 보편적 복지국가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최고의 복지는 노동복지를 통해 완성되는 것임을 확인한다. ■경찰 25시(OBS 밤 11시 5분) 인천 시내의 한 마트에 절도범이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범인은 대담하게도 마트 영업시간에 찾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범인이 노리는 것은 오직 분유뿐.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모자를 눌러써 얼굴 확인은 불가능했지만 30대 여성인 것으로 추정됐다. 생계가 어려워 범행을 결심한 젖먹이 엄마의 범행이었을까.
  • [커버스토리-짝퉁 코리아] 벌금 내고도 남는 장사… 짝퉁 산 사람도 유럽처럼 처벌해야

    [커버스토리-짝퉁 코리아] 벌금 내고도 남는 장사… 짝퉁 산 사람도 유럽처럼 처벌해야

    지난달 6일 서울본부세관은 해외 유명브랜드를 위조한 가방과 구두, 액세서리 등 ‘짝퉁’을 판매한 가정주부와 골목상인을 적발했다. 7살과 9살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 A(35)씨는 지난 2008년부터 소일 삼아 유아용품 인터넷 공동구매 카페에서 아동복을 팔기 시작했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운영이 어려워지자 짝퉁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는 4년간 동대문시장 등에서 짝퉁 2만점(정품 시가 150억원 상당)을 가져다 판매해 2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장사가 잘되자 서울 양천구 주택가에 빌라 한 채를 빌려 보관 창고로 사용했다. 판매 대금은 자녀와 친정어머니, 시어머니의 차명 계좌로 받아 관리하는 등 단속을 피하기 위한 수법도 과감해졌다. 동네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B(40·여)씨 역시 매출이 줄자 손님을 끌기 위해 짝퉁에 손을 댔다. 그는 동대문시장에서 구입한 루이비통 등 짝퉁 800점(정품 시가 16억원)을 팔다 적발됐다. 조사 결과 B씨는 지난해 4월 같은 혐의로 적발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 대비 고수익, 걸리지만 않으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짝퉁의 유혹’이 서민들에게까지 확산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짝퉁의 진화 속도도 빠르다. 해외 유명 브랜드에 집중됐던 짝퉁에 국산 아웃도어 브랜드가 등장하고, USB·헤드폰 등 인기가 있는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제품 고유번호와 카탈로그 제작, 애프터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분업화, 체계화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짝퉁은 국내 산업 및 기업을 무너뜨리는 독버섯 같은 존재다. 명품의 틈새시장을 국산 브랜드가 아닌 짝퉁이 차지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판현기 특허청 특별사법경찰대장은 ‘쌈지’를 거론하며 “짝퉁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옛말”이라며 “최고 품질의 짝퉁이 국산 브랜드와 가격대가 겹치면서 스스로 브랜드를 접은 사례”라고 말했다. 단속이 강화되고 있지만 짝퉁은 줄지 않는 것으로 관계 당국은 보고 있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다’는 경제원리의 단면을 보여 준다. 중국에서 제조, 공급되는 짝퉁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특송화물·소포 등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지만 물류 흐름과 직결돼 있어 실행이 불가능하다. 품명 위장과 은닉 등 수법이 치밀해지면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짝퉁 판매·유통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유럽과 같이 구매자도 처벌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현행법에서 제조·유통·판매자에 대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미만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적발이 제작, 유통을 계획한 배후세력이 아닌 소매·중도매상이다 보니 ‘생계형’으로 분류돼 벌금형에 처해진다. 벌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니 손을 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짝퉁 제보의 대부분이 피해를 본 구매자”라며 “국민 의식이 우선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미혼모 “평균 1300만원 빚”… 양육포기 늘어

    미혼모 “평균 1300만원 빚”… 양육포기 늘어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한 입양특례법이 지난해 8월 이후 시행되면서 아이를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미혼모가 늘고 있다. 복지단체가 긴급 지원에 나섰는데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홀트아동복지회는 9일 이달부터 미혼모 62명에게 매달 20만원씩 연간 1억 4800만원을 지원하는 ‘행복 나눔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홀트아동복지회에 직접 상담을 요청했거나 지역 주민센터, 사회복지기관 담당자의 추천을 받은 미혼모 중에서 선정한다. 정부나 민간단체의 지원을 받지 않는 미혼모가 우선 지원받을 수 있으며 지원 기간은 1년이다. 복지회가 기저귀 등의 육아용품이 아닌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다. 복지회 측은 “미혼모들이 대부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입양을 고려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입양을 포기한 채 아기를 버릴 우려가 커져 현금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미혼모들은 자녀 양육 때 어려운 점으로 양육비, 교육비 등의 비용 부담(63.1%)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양육 미혼모의 46.0%가 빚을 지고 있으며 평균 부채 규모는 1300만원이었다. 월평균 총소득은 78만 5000원에 불과했다. 사회적 편견 탓에 가족 등 주변의 도움을 구하기 어렵고 양육권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아이의 친아버지에게 지원을 요구하기도 힘들다. 이처럼 양육 문제로 미혼모들이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나 입양 절차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현 입양특례법은 입양을 신고제에서 법원 허가제로 바꿨으며 입양에 앞서 친부모는 입양아가 추후 자신의 출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 신고를 해야 한다. 입양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아동 보호를 위해 법을 개정하면서 신생아 유기 등의 부작용은 더 커졌다. 지난해 8월 이후 ‘베이비박스’(키우기 어려운 아기를 몰래 놓고 가는 곳)가 마련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버려진 아기는 무려 42명이나 됐다. 법 시행 전에는 매달 2∼3명의 아기만 유기됐지만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25세 이상 미혼모에게 월 7만원을 지원하고 5세 이하의 자녀가 있을 경우 5만원을 추가 제공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지원이 너무 적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정부는 국내 미혼모 수가 얼마인지 정확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정책연구원의 분석에 따라 18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미혼모의 수를 2만 6034명(2010년 기준)으로 추산할 뿐이다. 허난영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수급자 선정 때 부양 의무자 기준을 제외해 주거나 정부가 미혼모에게 양육비를 지원한 뒤 미혼부에게 양육비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실효적 지원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희망토크] 22년 도심 외딴섬… 15개월의 기적… 그리고 다시 소망한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희망토크] 22년 도심 외딴섬… 15개월의 기적… 그리고 다시 소망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사는 임대아파트 단지는 시간이 멈춰버린 도심 속의 섬이다. 주변이 휘황찬란하게 개발될수록 섬 사람들은 더욱 고립된다. 삶의 무게 때문일까. 십수년 얼굴을 맞대며 살아온 이웃 사이엔 애틋함보다 고단함이 어려있다. 주변의 편견 속에 자기 주소를 밝히기 꺼려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2013년 새해 ‘소외의 섬’에서 작은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공원에 나뒹굴던 술병이 사라졌다. 술에 취해 자는 사람도, 노름하던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 뛰노는 아이들과 운동하러 나온 주민들이 공원을 채웠다. 지난 1년 3개월 사이에 경기 광명시 하안동 주공13단지 영구임대아파트에 나타난 변화다. 주민들이 직접 일궈낸 성과다. 이곳은 1990년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수도권에서 두 번째로 지어진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960명을 포함해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 3300가구가 살고 있다. 23년 전에는 희망을 내걸고 지어졌지만 오랜 기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끼리 모여 살아 오면서 동네는 점점 활력을 잃어갔다. 단지 내 공원은 술꾼과 도박꾼 차지가 됐고 이들이 버린 술병과 담배꽁초에 주민들은 쉴 공간을 잃어갔다. 주민 형용호(56·장애1급)씨는 이런 모습이 늘 안타까웠다. 술 마시고 노름하는 주민들에게 따지기도 하고 설득도 해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지난해 9월 하안종합사회복지관 배명수(31) 지역복지팀장이 용호씨 등 마을 사람들을 찾아왔다. 마을을 바꿔보려 하니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아름다운 우리 마을을 사랑하는 모임’(아사모)이었다. 아사모는 먼저 공원을 바꿨다. 술 취해 자거나 노름판이 벌어지던 정자의 마루를 걷어냈다. 대신 정자의 각 기둥 주변에 서너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설치했다. 복지관에서 줄넘기, 훌라후프, 배드민턴 등 운동기구를 빌려 주민들이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버려진 방범초소는 아이들이 책 보며 놀 수 있는 ‘문화사랑방’으로 꾸몄다. 잡초가 무성했던 화단에 꽃도 새로 심었다. 지켜만 보던 주민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나서 공사를 도왔다. 시민단체가 자문에 나섰고 자선단체의 후원도 이어졌다. 서로 소원했던 주민을 마을공동체로 묶어주는 일도 병행했다. 2011년 10월 주민들이 참가하는 ‘명랑운동회’를 열었다. 임대단지가 생긴 후 첫 행사였다. ‘작은 음악회’도 네 차례나 개최했다. 그러는 사이 주민들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이웃 주민끼리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거나 자연스레 사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 중·고등학생, 노인, 주부 등 다양한 주민들이 아사모에 동참하면서 5명으로 시작한 회원 수는 현재 15명으로 늘어났다. 세밑 한파가 몰아친 31일 경기 광명시 하안종합사회복지관. 전동휠체어를 탄 용호씨가 문을 밀고 들어섰다. 앞서 도착한 아사모 회원 4명이 용호씨를 반겼다. 용호씨와 박명애(80·여), 최성수(55), 장성옥(39·여), 김영숙(31·여)씨 등 5명. 마을에 흘러들어온 사연도 나이도 성별도 각기 다르지만 따뜻한 정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용호씨는 젊은 시절 잘나가는 세공 장인을 꿈꿨다. 두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는 불편했지만 타고난 손기술 덕에 반지 등 액세서리를 곧잘 만들었다. 하지만 26세 때 어머니가 사고로 숨졌고 이태 뒤 아버지마저 암투병 끝에 아들 곁을 떠났다. 몸은 더 불편해졌고 직업도 잃었다. 지하 사글셋방을 전전하다 11년 전 이곳으로 들어왔다. 낙천적 성격 덕에 임대아파트 생활에 금세 적응했다. 친구도 늘었다. 팀원들을 독려하며 아사모 활동을 주도한 것도 그였다. “수급자에게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으니 “일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물색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들한테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말고 일자리를 찾고 자활노력을 하라고 훈계하지만 그게 말처럼 되는 게 아니에요. 휠체어에 의지하는 나같은 사람은 특히 그렇지요” 용호씨도 기초 수급자 꼬리표를 떼내려 노력해 봤다. 매월 40만원 정도의 생계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데 관리비·임대료로 20만원을 내고 나머지는 고혈압, 진통제 등을 사는 데 지출한다. 남는 돈이 없다. 빈곤의 늪을 빠져 나가고 싶지만 쉽지 않다. 장애인이라 혼자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일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이나 아픈 사람을 연민하지만 실제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이해의 폭이 좁을 수밖에요” 성옥씨가 용호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자립을 하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당최 일할 수가 없는 구조이니 참….” 23년 전 이곳에 터를 잡은 그녀는 어머니와 단둘이 56㎡(약 17평) 아파트에서 살며 생계비 60만원을 받는다. 그는 “직업을 구하고 싶어도 당장 소득이 늘면 정부로부터 받는 수급액이 줄어 솔직히 그러고 싶지가 않다”고 털어놨다. 월 소득이 일정수준(2인 가구의 경우 94만 2197원)을 넘어서면 수급자에서도 탈락하고 각종 지원이 끊긴다. 살림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까 싶어 부업을 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어렵다. 용호씨는 “부업을 하면 작은 동네라 이내 소문이 나 동사무소에서 바로 확인하러 오고 수급액이 깎인다”고 말했다. 영숙씨에게는 한창 자라는 세 아이가 행복인 동시에 고민이다. 그녀는 이날 모인 5명 중 막내지만 임대아파트 생활 경력으로만 치면 최고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 아파트에 입주했고 마을을 떠난 적이 없다. 현재 43㎡(약 13평)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남편, 딸 셋과 함께 산다. 초등학교 4학년인 큰 딸은 방과후 교실과 지역아동센터에서 부족한 공부를 한다. 크리스마스 때도 값비싼 장난감 한번 사달라고 한 적 없는 철든 딸이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 돈들 일이 늘어날 텐데 걱정이다. 정부 지원 40만원으로 여섯 가족이 하루하루 버티는 형편에 아이들을 위한 지출은 생각하기 어렵다. 영숙씨는 “수급자에서 탈락하더라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하려 했지만 편찮으신 어머니의 의료 혜택이 줄어들까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영숙씨의 아이를 친조카처럼 여기는 용호씨도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학교에서 차별당하고 상처받을까 걱정이다. 특히 13단지 주변에는 일반 분양된 아파트 단지들이 즐비하다. 그는 “13단지 아이들이 옆 단지에 가서 놀면 그곳 아이들이 ‘너네 동네가서 놀라’며 핀잔을 줬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임대아파트 아이들 문제를 여럿이 걱정하니 영숙씨의 눈시울이 이내 불거졌다. 올해 팔순인 명애씨는 5년 전 이곳에 이사왔다. 아동복점 등 젊었을 때 장사를 한 덕분에 이웃과 쉽게 친해졌다. 남편과 오래 전 사별한 뒤 30만원가량인 생계지원비와 기초노령연금으로 한달을 버틴다. 고혈압, 고지혈증 등 노인성 질환 때문에 먹는 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에는 속이 쓰려 수면내시경을 받고 싶었지만 보호자도 없고 돈도 많이 드는 까닭에 포기했다. 그는 “박근혜 당선인이 4대 중증 질병의 병원비 보장 등 노인 복지 정책을 늘리겠다고 했다”고 하자 “젊은 사람들 세금으로 노인만 지원하면 어떡해. 나라빚이나 줄였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자리가 끝날 무렵 내내 조용히 있던 새내기 입주자 성수씨가 “남북통일이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앞으로의 희망을 말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실향민이었는데 지금이라도 소원을 들어드렸으면 한다고 했다. 황해도 수안 출신이라는 명애씨도 “새 정부에서는 당장 통일은 고사하고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빨리 진행시켰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글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공직 파워우먼] 보건복지부 (하)과장급

    [공직 파워우먼] 보건복지부 (하)과장급

    보건복지부의 여성 파워는 과장급 명단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복지부의 여성 과장은 총 16명으로 장애인, 보건의료, 노인, 사회서비스, 아동, 국제협력 등 여러 분야에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몇년 안에 고위 공직자 대열에 여성들이 대거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신꽃시계 국제협력담당관과 김혜진 사회서비스정책과장, 이경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복지부의 행정고시 38회 동기 3인방이다. 행시 출신 여성 과장들의 맏언니 격이다. 신 과장은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주벨기에 EU대사관 참사관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업무 추진력이 좋다는 평을 듣는다. 김 과장은 2008년 창의혁신담당관으로서 보건복지가족부로의 조직 개편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노인, 고령화 등 주무과장을 두루 거쳤다. 이 과장은 2003년부터 3년간 국가청소년위원회 청소년성보호팀장을 지내면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확대를 주도했다. 임을기 노인정책과장과 배금주 건강증진과장은 행시 39회 동기다. 임을기 과장은 노인, 청소년, 생명윤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데 강점이 있다. 배금주 과장은 대범함과 세심함을 동시에 갖춘 전략적인 업무 스타일로 유명하다. 행시 40회인 정경실 의약품정책과장은 의약품 재분류,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 마약류의약품 관리강화 등 올 한해 복지부의 주요 이슈를 도맡으며 능력을 발휘했다. 류양지 보험약제과장, 진영주 통상협력서기관도 복지부 내외에서의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고시 출신 여성 과장의 계보를 잇고 있다. 복지부에는 의사나 약사, 간호사 등 출신으로 특채를 통해 입문한 여성 전문인력도 많다. 식약청,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산하기관 및 병원, 연구원 등을 합하면 여성 전문인력의 비중은 상당하다. 의사 출신인 정은경 응급의료과장은 질병관리본부와 복지부에서 만성질환, 전염병, 보건기술 등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해 왔다. 2009년 신종플루가 크게 유행하던 때 질병정책과장으로 큰 역할을 했다. 특채로 입문했지만 경력에 구애받지 않고 두루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도 많다. 최종희 아동권리과장은 치과의사 출신이지만 보험, 금연, 아동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 왔다. 보건직 특채 출신인 이순희 요양보험운영과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실무를 담당했다. 장애인정책국은 과장 4명 중 3명이 여성으로 모두 비고시 출신이다. 이재란 장애인서비스팀장은 7급 행정직 공채, 백은자 장애인자립기반과장은 8급 보건직 특채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과장 자리까지 올랐다. 개방형 임용으로 발탁된 차현미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장애인(지체장애 2급) 최초의 장관(문화체육관광부) 정책보좌관 출신이다. 행시 43회 출신인 이선영 과장과 차전경 과장도 올해 각각 홍보기획담당관과 사회정책분석담당관에 발탁돼 복지부 여성과장 대열에 합류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복지 등 7개 분야 70건… 서울시정, 새해엔 이렇게 달라져요

    복지 등 7개 분야 70건… 서울시정, 새해엔 이렇게 달라져요

    서울 시내버스에 장착되는 최고 속도 제한장치 기준이 내년 신규 출고분부터 현행 110㎞/h에서 80㎞/h로 강화된다. 이에 따라 과속 사고를 예방하고 차량 수명도 한층 길어질 전망이다. 기존 2007~2012년 차량은 내년 1분기 안에 적용된다. 서울시는 ‘2013 달라지는 시정, 아는 만큼 행복해집니다’를 26일 발표했다. 복지, 여성, 교육에 역점을 둔 7개 분야 70건이다. 티머니 홈페이지 및 고객센터 등을 통해 교통카드를 기명으로 등록하면 분실, 도난 때 사용이 정지돼 잔액을 지킬 수 있다. 이후 이용자가 요청하면 잔액을 환불해준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에 양고기(염소 포함), 명태, 고등어, 갈치가 추가돼 기존 12개에서 16개로 확대된다. 족발, 보쌈 등 배달용 돼지고기에도 원산지 표시제가 적용된다. 현재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배달용 포함), 오리고기, 쌀, 배추김치, 광어, 우럭, 낙지, 참돔, 미꾸라지, 뱀장어에 대해 시행 중이다. 또 아동복지시설의 개인별 시설관리·운영비가 평균 10만 5131원에서 11만 8157원으로 12.3% 오른다. 중고교 신입생의 교복 구입비도 1인당 30만원씩 지원된다. 이 밖에 집 계약 때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 세입자를 위한 ‘부동산 원스톱 서비스’도 제공한다. 조례 및 시행규칙에서 정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직접 2년간 월 27만 5000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음식물쓰레기를 많이 버릴수록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종량제’가 시행된다. 방식은 전용봉투, 납부필증(칩 또는 스티커), 전자태그(RFID), 부피 측정 방식이 있다. 자동차 공회전 제한 지역도 시 전역으로 확대된다. 하수도 요금은 3월 납기분부터 2012년 대비 평균 20% 인상된다.이에 따라 가정용 1단계(0~30㎥) 요금은 현행 220원에서 260원으로 40원 인상되며 3인 가족 기준 월평균 17㎥ 사용 때 월 3740원에서 4420원으로 68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아리랑 인류무형유산 등재… 세계의 가락으로

    아리랑 인류무형유산 등재… 세계의 가락으로

    한국인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에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우리 정부가 신청한 아리랑의 등재를 확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종묘제례·종묘제례악, 판소리 등 현재 15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이날 36건의 안건 중 27번째로 심사된 아리랑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로 끝나는 ‘아리랑 노래군’ 전체를 말하는 것으로, 2011년 5월 중국이 국가 무형문화목록에 집어넣은 ‘조선족 아리랑’을 포함하게 됐다. 문화재청은 2009년 8월 ‘정선아리랑’을 단독으로 등재신청을 했다가, 올해 6월 수정 제안서를 제출했다. 중국의 역사왜곡인 ‘동북공정’ 등으로 예민해진 한국은 중국의 노골적인 ‘아리랑 중국문화재 만들기’를 저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화재청은 ‘아리랑 노래군’ 전체에 대해 수정 제안서를 제출한 이유를 두고 “발생 지역과 시대에 제한을 두지 않아 북한과 해외 아리랑도 포괄하려는 목적이었다.”면서 “지역별로 독특한 가락과 노랫말이 존재한다는 점과 처한 환경이나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지어 부를 수 있다는 점, 지역과 세대를 초월해 광범위하게 전승된다는 점 등에서 ‘아리랑’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아리랑은 한민족을 상징하는 대표 가락이다. 지위의 높낮이도 없다. 고종황제도 사랑했고,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10~20대 여성들이 설움을 다독이느라 흥얼거리는 노래였다. 흔히 ‘아리랑’ 하면 강원도 ‘정선아리랑’과 전라도의 ‘진도아리랑’, 경상도의 ‘밀양아리랑’ 등 ‘전통 3대 아리랑’을 손꼽지만, ‘아리랑 노래군’은 한반도에만 60여 종, 모두 4000여 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경복궁 중건때 부역꾼의 노랫말 아리랑의 기원은 언제일까. 대표적인 학설은 19세기 말 흥선대원군(1820~1898) 섭정시대에 경복궁을 중건할 무렵 전국에서 부역꾼이 아내나 연인과 떨어져 있음을 한탄하며 부른 노랫말 ‘나는 님과 이별하네(아이랑·我離娘)’가 변해 아리랑이 됐다는 설명이다. 시대를 더 올라가 신라 건국 시조 박혁거세(기원전 69~기원후 4)의 비 ‘알영’의 덕을 찬미하기 위해 지은 시가 등이 ‘아리랑’이라는 말로 변했다는 ‘알영설’을 비롯해 여진어에서 고향을 뜻하는 말 ‘아린’에서 유래했다는 설,인도의 신(神) 이름 ‘아리람 쓰리람’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이동복 국립국악원장은 “아리랑의 기원 설화가 이렇게 많은 것은 아리랑이 역사 속에서 한민족의 애환을 잘 담은 노래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리랑은 조선후기와 대한제국,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때로 비창이나, 노동요, 저항가요, 흥겨운 응원가로 변화했다. 한반도를 넘어선 ‘연변아리랑’, 천연두 예방 주사를 널리 보급하기 위한 ‘종두아리랑’, 문명퇴치 교육을 위한 ‘한글아리랑’, 1900년대 의병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부르던 ‘독립군아리랑’이나 뗏목꾼들이 힘든 노동을 잊기 위해 부른 ‘뗏목아리랑’ 등이 그것이다. ●시대따라 노동요·응원가 등 변화 일제 강점기에 나운규가 만든 무성영화 ’아리랑‘(1926년)은 일본에 저항하는 정신으로 전국에 아리랑 붐을 일으켰다. 1960년대에 아리랑은 민주화 운동에 쓰인 항쟁가로 변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꽹과리 장단에 맞춰 응원가가 됐다. 문화재청은 이번 “등재를 계기로 각 지역의 아리랑 전승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수립해 시행하겠다.”라며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아카이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17년까지 아리랑 국내외 정기공연에 27억원, 지자체 아리랑 축제 지원에 20억원 등 총 336억원의 예산을 들일 계획이다. 한편 이날 위원회가 아리랑의 등재를 확정한 직후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인 이춘희 국립국악원 예술감독은 회의장에서 아리랑을 직접 불러 등재 확정에 화답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복지시설 아기분유먹이기 봉사

    복지시설 아기분유먹이기 봉사

    농협금융 임직원들이 3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아동복지시설 ‘송죽원’을 찾아 학습용 컴퓨터와 TV 등을 전달한 뒤 아기 분유 먹이기, 시설 청소 등 봉사활동을 벌였다. 신동규(왼쪽) 농협금융 회장과 유일 송죽원 이사장이 아기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농협금융 제공
  • [사설] 국산보다 못한 외제 유모차에 혹하는 세태

    고가의 외제 유모차가 품질은 기대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시민모임이 그제 영국 등 6개국의 대표적 소비자단체들과 공동으로 유모차 11개의 성능을 비교한 결과 169만원짜리 노르웨이산 ‘스토케 엑스플로리’가 6등급 가운데 4등급을 받았다. 유모차의 벤츠로 불리는 이 제품이 품질면에서는 70여만원짜리 국산 리안(3등급)보다 못한 것이다. 유모차 한 대 가격이 145만원에서 179만원이나 하는 미국과 스페인, 네덜란드의 유모차들도 3, 4등급을 받아 이름값을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이런 제품들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언제부터인지 ‘강남 엄마’들을 중심으로 할리우드 스타 등 명사들이 끄는 유모차를 덩달아 사기 시작하더니, 이제 우리나라는 ‘유모차의 각축장’이 될 만큼 세계 유수의 값비싼 유모차들이 앞다퉈 선을 보이고 있다. 일반 서민들은 상상도 못할 고가임에도 스토케는 최근 2년간 국내에서 9000여대가 팔렸다고 한다. 미국·캐나다의 판매물량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치다. 그 덕분에 우리는 ‘명품’ 유모차 매출 1위로 등극하는 부끄러운 기록을 세웠다. 동시에 외국업체들의 봉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다. 어디 유모차뿐인가. 명품 브랜드의 유아·아동복, 기저귀 등도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외제 유모차 등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은 복잡한 유통구조 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비뚤어진 소비심리에서 비롯됐다. 자신의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남에게 번듯하게 보이고자 명품 가방을 들고, 명품 유모차를 끌어야 직성이 풀리는 잘못된 소비풍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합리적으로 실용성을 꼼꼼히 따지기보다는 허영심에서 비롯된 자기 과시적 소비행태가 판을 치고 있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곪고 병들어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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