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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300㎏ 쇳덩이가 드러낸 청년 산재의 현실/안동환 탐사기획부장

    [데스크 시각] 300㎏ 쇳덩이가 드러낸 청년 산재의 현실/안동환 탐사기획부장

    경기 평택항에서 일하는 이재훈(62)씨는 지난 4월 22일 아들 선호(23)씨가 돌아오지 않자 자전거를 타고 터미널 부두로 찾아 나섰다. 이씨는 수출입 화물 보관 창고 앞에 자는 듯 엎드려 있는 아들을 봤다. 그는 “이거 뭐고, 죽은 기가. 죽었나”라고 중얼거리다 까무라쳤다. 2019년 해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선호씨는 지난해 1월부터 아버지의 일터인 평택항 하역장에서 동식물 검역 아르바이트를 했다. 선호씨는 이날 오후 4시 10분 개방형컨테이너(FRC) 바닥에 있던 나뭇조각들을 줍다 300㎏ 무게의 컨테이너 상판에 깔렸다. 참사 징후는 여럿 있었다. 2019년 평택항 노동자 2명이 산재로 숨졌다. 그해 확인된 지게차 사고만 4건이다. 소설가 김훈이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에 “동료가 죽은 자리에서 다시 일하다가 죽는다. 이것이 일터인가”라고 했던 탄식이 평택항의 현실이다. 선호씨의 사고 영상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 FRC 해체와 같은 지게차 작업 시 필수적으로 배치해야 할 지휘자와 유도자 등 안전 관리 인력이 보이지 않고, 안전모를 쓴 작업자도 보이지 않는다. 사고 8일 전 시행한 검사에서 해당 컨테이너가 정상 판정을 받은 건 응당 봤어야 할 노후 불량을 눈감은 것 아닐까. 원청업체 동방과 중간 하청업체, 말단 하도급 업체에 이르기까지 정기적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한 정황은 없다.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부실한 산재 예방 책임의 정점에는 국가기간시설인 평택항과 상급 기관들이 있다. 평택항의 감독 주체인 해양수산청은 상급 기관인 해양수산부에 컨테이너 상판이 바람에 접혀 선호씨를 쳤다고 허위 보고를 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6~2020년 연령별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만 30세 미만(18세 미만 포함) 재해자 수는 2016년 8668명에서 2018년 1만 181명, 지난해 1만 1109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10·20대 산재 사망자는 2016년 45명, 2017년 44명, 2018년 63명, 2019년 51명, 지난해 42명이었다. 청년 노동자들은 선호씨처럼 현장에 갑자기 투입된다. 작업의 위험성을 알 길이 없다. 청년 산재의 96%가 사고 재해인 건 노동 계급의 밑단인 청년 노동자들에 대한 실효적인 안전 교육과 예방 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다. 2016년 5월 28일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중 열차에 치여 숨진 김모(당시 19세)군, 2017년 11월 19일 특성화고 현장 실습 중 프레스에 눌려 숨진 이민호(당시 18세)군, 2018년 12월 11일 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당시 24세)씨가 언제 산재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잘못된 노동 환경의 희생자다. 아버지의 휴대폰에 저장된 선호씨 이름은 ‘삶의 희망’이었다. 투사가 된 가족에게 남은 희망은 선호씨와 같은 죽음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책임(처벌)의 실효성을 높여 산재를 예방하는 게 방점이다. 원청·하청 공동책임 명기에 가려진 불명확한 안전 관리 주체부터 전체 산재의 50%가 발생하는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3년간 유예 조치, 3분의1을 점하는 5명 미만 사업장이 중대재해 보호 대상에서 빠진 건 중대한 사각지대를 방치한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보완해야 하는 대목이다. 장기적으론 사업주들이 안전과 관련된 예산 투입을 비용 지출이 아닌 투자로 여기도록 변화시키는 게 관건이다. 청년들의 산재 현실은 300㎏ 쇳덩이처럼 무겁고 열악하다. ipsofacto@seoul.co.kr
  • 하얼빈 日영사관 습격… 잊혀진 사회주의 계열 ‘백마 탄 여장군’

    하얼빈 日영사관 습격… 잊혀진 사회주의 계열 ‘백마 탄 여장군’

    경남 마산(창원시 마산합포구) 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김명시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생가가 있던 곳은 문화광장으로 바뀌었고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시민들이 묘소를 찾고자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언니와 여동생의 후손들이 경기 이천과 경북 상주에 살고 있음이 최근 확인됐다. 김명시가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독립운동가로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사회주의 계열, 즉 좌익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독립유공자 서훈을 수차례 거부했다. 친인척들은 숨어 지내다시피 했다. 취업과 해외여행에도 제약을 받았다고 한다.김명시는 일제강점기에 중국 공산당과 조선의용군에서 활약했고 광복 후에는 부녀운동에 앞장섰다. 마산에서 김명시를 기리는 사업을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김명시의 생가에서 그가 다녔던 성호초등학교로 가는 오동동 골목길을 벽화로 단장한 것도 그 일환이다. 김명시와 관련해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정도밖에 없다.조용한 아침에 찾은 오동동 골목은 도심인데도 인적이 드물었다. 그라피티 작가가 그렸다는 벽화에서 김명시는 경찰복을 입고 진돗개를 붙들고 있어 엉뚱하고 생경하게 느껴졌다. ‘백마 탄 여장군’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명시의 모습을 재현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벽화의 뜻이 백마 대신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시민들을 지켜 준다는 것이라고 하니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다. 생가가 있었다는 오동동 문화광장(실제로는 동성동)에는 표지판만이 한 모퉁이에 서 있었다. 시멘트와 보도블록으로 덮어 버린 광장에서 김명시가 나고 자란 곳임을 느낄 수는 없었다. 표지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백마 탄 여장군으로 불린 김명시는 중국 대륙에서 대일 항전에 참전해 총을 들고 싸운 독립운동가이며 혁명가이다.” ●오빠·남동생도 좌익 항일투사로 옥살이 김명시는 1907년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성동 189번지에서 다섯 남매의 셋째로 태어났다. 아버지 김봉권은 일찍이 사망했고 어머니 김인석이 자식들을 키웠다. 어머니는 생선 장사를 했지만, 마산 3·1 만세운동에 앞장서다 붙잡혀 고문을 당할 정도로 민족의식이 강했다. 오빠 김형선과 남동생 김형윤도 사회주의 계열 항일투사로 모두 옥살이를 했다. 김형선은 1924년 마산 지역에 공산당 지부를 세웠고, 김형윤은 1930년대에 부산과 진해에서 적색노동조합운동을 이끌었다. 1924년 3월 김명시는 마산공립보통학교(현 성호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더 큰 세상에서 견문을 넓히고자 서울로 갔다. 배화고등보통여학교에 입학했지만 학비가 없어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 김명시를 사회주의의 길로 이끈 건 오빠 김형선이었다. 조선공산당이 결성되기 한 해 전 마산에서 공산당을 조직한 김형선은 사회주의 혁명가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물이었다. 김명시는 이듬해 7월 김형선이 활동하던 고려공산청년회(고려공청)에 들어가 마산 제1야체이카(사회주의의 세포 조직)에 배속됐다. 더 공부할 기회가 찾아왔다. 고려공청의 모스크바 유학생으로 뽑힌 것이다. 그해 10월 모스크바 동방노력자공산대학에 입학했다. 코민테른(공산주의 인터내셔널)이 공산주의 지도자를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한 교육기관이었다. 유학 동기생은 모두 21명이었는데 조봉암의 부인인 김조이, 조봉암의 동생 조용암, 조선공산당 여성 트로이카 중의 1명인 고명자가 있었다. ● 친인척들 숨어 지내고 취업·해외여행 제약 1927년 6월 김명시는 공산대학을 중퇴하고 중국 상하이로 갔다. 중국공산청년단 상하이한인지부 결성이라는 지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상하이 거리는 장제스의 쿠데타로 공산주의자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김명시는 조봉암과 홍남표를 도우며 지부를 만들었다. 김명시는 항일투쟁도 병행했다. 1928년 6월 각국 식민지 민족과 중국인 운동가 300여명과 피압박민족반제동맹을 조직했다. 이듬해 10월에는 홍남표와 만주의 길림성 아성현으로 가서 한인 당원들을 중국공산당에 가입시켰다. 반일동맹을 조직하고 기관지 ‘반일전선’을 제작하는 것도 김명시의 몫이었다. ●일제 만주 침략하자 한인반제동맹 조직 1930년 5월 30일 밤 12시. 김명시가 이끄는 300여명의 한인 무장대가 하얼빈 일본영사관과 경찰서 등을 습격했다. 독립운동가 탄압으로 악명이 높았던 영사관이었다. 김명시는 일제의 추적을 뿌리치고 홍남표와 함께 천신만고 끝에 흑룡강을 넘고 치치하얼과 톈진을 거쳐 상하이로 귀환, 활동을 이어 갔다. 1931년 9월 일제가 만주를 침략하자 한인반제동맹을 조직하기도 했다. 무대는 국내로 옮겨졌다. 국내 노동 현장 잠입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김명시는 1932년 3월 중국공산당 본부의 지령을 받아 여성 노동자 조직 결성을 위해 인천으로 숨어들었다. 전단을 비밀리에 배포하고 여성노동자들을 교육했다. 그러나 몇 달 후 일제의 감시망에 걸려들고 말았다. 고명자에게서 40원을 얻어 밤낮을 걸어 신의주로 탈출했지만 그곳에서 체포됐다. 동지의 배신 때문이었다.김명시는 조선공산당 재건 사건 주모자로 혹독한 심문을 받은 뒤 기소돼 미결 기간까지 합쳐 7년의 옥살이를 한 뒤 1939년 출옥했다. 스물다섯에서 서른두 살까지 꽃다운 나이를 옥중에서 보냈다. 조선공산당 재건 총책이었던 오빠 김형선은 1933년 7월 서울 영등포에서 체포돼 징역 8년을 선고받아 광복이 돼서야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다. 출옥 후에도 일제의 사상범 감시는 엄중했다. 이를 뚫고 김명시는 수만 리 길을 헤쳐 김원봉의 조선의용대 화북지대를 찾았다. 부녀복무대의 지휘관으로 일본군을 상대로 선전활동을 펼치고 톈진과 베이징 등 일본 점령 지구에 파견돼 항일투쟁을 벌였다. 이때 김명시는 ‘백마 탄 여장군’으로 불렸다. 진짜 백마를 탔다기보다는 김명시를 흠모했던 사람들이 붙여 준 별명이었을 것이다. 어느 신문은 김명시를 ‘조선의 잔다르크’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광복 후 무정과 종로 거리 개선행렬 광복이 되자 김명시는 북으로 가지 않고 오빠 김형선과 박헌영, 홍남표 등 ‘화요계’가 활동하고 있는 서울로 왔다. 조선의용군 총사령 무정과 함께 1945년 11월 조선국군준비대 전국대표자대회에 참석하며 이름을 알렸다. 종로 거리 개선 행렬에서 김명시가 무정의 뒤를 따라 말을 타고 지나갈 때 시민들이 “김명시 장군 만세”라고 외쳤다고 한다. 1946년 11월 21일자 독립신보에 실린 김명시 인터뷰 기사 서두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크지 않은 키, 검은 얼굴, 야무지고 끝을 매섭게 맺는 말씨, 항시 무엇을 주시하는 눈매, 온몸이 혁명에 젖고 혁명 그것인 듯 대담해 보였다.”김명시의 국내 활동도 활발했다. 12월 22일 개최된 조선부녀총동맹 결성대회에 참가하고 조선부녀총동맹의 선전부 위원으로 선출됐다. 1947년 6월 전라도에서 발생한 우익테러사건과 관련해 민주주의민족전선의 조사단원 일원으로 활동했고 민주여성동맹 대표로 미군정청을 방문, 미군정 사령관 하지 중장에게 반탁시위 항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명시는 1949년 9월 16일 서울 경찰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한 달도 안 된 10월 11일자 신문에 ‘북로당 정치위원 김명시, 부평서 유치장서 자살’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10월 10일 오전 5시 50분쯤 자기의 겉저고리를 찢어 유치장 안에 있는 약 3척 높이의 수도관에 목을 매고 죽었다”는 게 당국의 발표였다. 하지만 고문치사인지 자살인지, 사인을 확인할 만한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 나이는 겨우 42살이었다. 외롭고도 비극적인 최후였다. 오빠 김형선은 건국준비위원회 교통부 위원, 남로당 중앙감찰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활동했고 1950년 9월 북으로 올라가다 미군 폭격으로 사망했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故이선호 유족은 외면한 채… 대국민 사과만 한 원청업체

    故이선호 유족은 외면한 채… 대국민 사과만 한 원청업체

    지난달 22일 경기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대학생 이선호(23)씨에 대해 원청업체가 사고 발생 20일 만에 사과했다. 유가족이 요구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은 빠졌고 직접적인 사과의 대상도 유족이 아니어서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경일 동방 대표이사는 12일 회사 임직원들과 함께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운영동 앞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성 대표는 “컨테이너 작업을 하면서 안전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어떤 질책도 달게 받고, 필요한 모든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보상을 논하는 것이 유족에게 결례일 수 있지만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장례절차 등은 유족의 뜻에 따르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이번 사고로 심려를 끼치게 된 점을 송구스럽고, 고인과 유가족에게 다시 사죄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동방은 사과문의 내용과 발표 일정을 사전에 유족 측과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사과문을 발표한다는 사실도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진상조사를 마치고 사후 대책을 세운 뒤 기자회견 형식이 아니라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고 비판했다. 이씨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이날 빈소에서 동방 관계자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동방이 제시한 재발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며 만날 계획을 취소했다. 이씨가 안전관리자와 신호수 없이 평소 담당한 업무가 아닌 컨테이너 작업을 한 경위에 대한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동방은 지난 4일 현장 작업을 재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또 동방은 지난 7일 유족에게 “10일까지 자체 조사한 감찰보고서를 전달하겠다.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동방 관계자는 “조만간 유족 측에 감찰보고서를 전달할 것”이라면서 “평택항에 안전관리자 2~3명을 충원하고 이달까지 안전관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평택항 산재사망 20일만에 원청 고개 숙였지만, 재발방지책은 ‘미흡’

    평택항 산재사망 20일만에 원청 고개 숙였지만, 재발방지책은 ‘미흡’

    지난달 22일 경기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대학생 이선호(23)씨에 대해 원청업체가 사고 발생 20일 만에 사과했다. 유가족이 요구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은 빠졌고 직접적인 사과의 대상도 유족이 아니어서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경일 동방 대표이사는 12일 회사 임직원들과 함께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운영동 앞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성 대표는 “컨테이너 작업을 하면서 안전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어떤 질책도 달게 받고, 필요한 모든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보상을 논하는 것이 유족에게 결례일 수 있지만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장례절차 등은 유족의 뜻에 따르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이번 사고로 심려를 끼치게 된 점을 송구스럽고, 고인과 유가족에게 다시 사죄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동방은 사과문의 내용과 발표 일정을 사전에 유족 측과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사과문을 발표한다는 사실도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진상조사를 마치고 사후 대책을 세운 뒤 기자회견 형식이 아니라 장례식장에 있는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고 비판했다. 이씨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이날 빈소에서 동방 관계자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동방이 제시한 재발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며 만날 계획을 취소했다. 이씨가 안전관리자와 신호수 없이 평소 담당한 업무가 아닌 컨테이너 작업을 한 경위에 대한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동방은 지난 4일 현장 작업을 재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또 동방은 지난 7일 유족에게 “10일까지 자체 조사한 감찰보고서를 전달하겠다.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동방 관계자는 “조만간 유족 측에 감찰보고서를 전달할 것”이라면서 “평택항에 안전관리자 2~3명을 충원하고 이달까지 안전관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목숨 잃고 난 뒤에야…이선호씨 평택항 사고 원청업체 사과

    목숨 잃고 난 뒤에야…이선호씨 평택항 사고 원청업체 사과

    지난달 평택항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다가 숨진 이선호씨의 산업재해에 대해 당시 작업을 진행한 원청업체가 사고 발생 20일 만에 공식 사과했다. 원청업체인 ‘동방’ 관계자 20여명은 12일 오후 2시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운영동 앞에서 발표한 사과문에서 “컨테이너 작업 중 안전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에 따르는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성경민 동방 대표이사는 “한 가족의 사랑하는 아들이자 삶을 지탱하는 희망이었던 청년이 평택항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며 “유가족의 고통과 슬픔 앞에 정중한 위로와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만 터미널의 모든 작업 현황 및 안전관리 사항을 다시 점검하겠다”며 “나아가 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적절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해 유사한 안전사고의 재발을 반드시 막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며 장례 절차 등은 유가족의 뜻을 따르겠다”고도 덧붙였다. 사과문을 읽은 뒤 성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이씨는 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뒷정리를 하던 중 무게 300㎏에 달하는 컨테이너 날개가 접히면서 아래에 깔려 숨졌다. 처음 해보는 위험한 작업이었지만, 이씨는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안전모 등 기본적인 보호 장구조차 지급되지 않았고, 위험을 경고하는 안전관리책임자나 신호수도 없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신정현 경기도의원, ESG 미래사회를 위한 우리들의 행동방정식 토론회 주재

    신정현 경기도의원, ESG 미래사회를 위한 우리들의 행동방정식 토론회 주재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와 시민모임인 생활ESG행동은 지난 7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미래사회를 위한 우리들의 행동방정식 토론회(좌장 신정현 도의원)’를 개최하고 경기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도민생활속 ESG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고 지역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경기도의회 장현국(더불어민주당·수원7) 의장과 김경호 의원(민주당·가평)을 비롯해 홍성국 국회의원(영상), 신윤관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 이사 등이 참석하여 축하 인사를 전했으며, 좌장인 신정현(민주당·고양3) 의원의 사회를 시작으로, 안치용 ESG연구소 소장의 주제발표와 조현철(가천대 대학원 국가안전관리 박사과정), 이덕근(동국대 대학원 기술창업학과 교수), 장정화(수돗물시민네트워크 사무처장), 김종하(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서아론(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부장)이 토론자(전문가 패널)로 나서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다. 좌장을 맡은 신정현(더불어민주당, 고양3)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올해를 ESG 확산의 원년으로 삼아야한다고 말씀하신 이후로 사회 각 분야에서 ESG 가치실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탄소중립과 녹색경제의 구축, 불평등과 차별을 뛰어넘는사회정의의 실현, 투명하고 수평적인 관계구조속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적 협치 생태계를 확산하는 것 등 ESG가 시대적, 사회적 가치로 떠오르는 지금 경기도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지속가능한 도시와 농촌 공동체를 위한 어떤 지혜를 모아야 하겠느냐”고 물은 뒤 “오늘 토론회를 통해 경기도가 ESG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제발표에 나선 안치용 소장은 “불가역적 시대전환, ESG 시대가 온다”라는 발제를 통해 “ESG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 CSR 개념이 등장한 1953년부터더 나은 세상을 모색하기 위해 이어진 노력의 산물”이라며 ESG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조현철 패널은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의 안전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하다는 주제로 토론했으며, 이덕근 패널은 ‘ESG에서의 청색기술’이라는 주제로 청색기술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장정화 패널은 “환경부가 2021년 물 예산으로 약 4조라는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서비스가 적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라며 “지금까지 관 주도로 진행되어온 수도행정은 민-관 거버넌스 영역으로 넓혀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하 패널은 “중소기업에게 ESG는 분명 피할 수 없는 위기일 수도 있지만, ESG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기업과 사회의 동반성장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기업 업종·규모 등의 특성을 반영한 ESG 가이드라인 개발과 컨설팅 지원 등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이 마무리될 무렵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서아론 패널은 “사회적으로 ESG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자원순환 활성화를 위해 분리배출 거점을 마련하고 올바른 분리배출 문화 확산을 위한 자원순한 리더 육성을 제안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 많은 막내 아들이었는데”…컨테이너 사고 대학생 아버지의 절규

    “정 많은 막내 아들이었는데”…컨테이너 사고 대학생 아버지의 절규

    “대한민국이 알아야 합니다. 일하는 현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건 사람 잡는 도살장입니다.” 평택항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 도중 사고로 숨진 고 이선호군의 아버지 이재훈(58)씨는 7일 아들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격양된 목소리로 사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씨는 15일째 아들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그의 검지 손톱은 네모 반듯이 갈려진 상태다. 빈소를 찾아오는 정치인과 취재진에게 몇 번이고 손가락으로 사고 경위를 묘사하면서 손톱이 테이블과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도 빈소를 찾아온 취재진들에게 사고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 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지만…안전 지침 미흡” 이군은 지난달 22일 오후 4시쯤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상부의 지시에 따라 컨테이너 위 나무 조각을 줍다가 변을 당했다. 이씨가 세워져 있던 컨테이너 날개 아래쪽에서 일을 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지게차 운전기사 A씨는 이군의 반대편 날개를 쓰러뜨렸다. 그 반동으로 300㎏에 달하는 컨테이너 날개가 쓰러지며 그를 덮쳤다. 이군은 병원으로 호송됐으나 두개골 파열과 목뼈 골절, 폐 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사고 당시 제대로 된 구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그 무거운 철판에 사람이 깔려 숨이 터지고 머리가 터져서 피가 철철 나는데도 119 구조신고가 아니라 윗선에 보고를 했다”며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면 일단 살리고 봐야 하는데 윗선에 보고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이들은 현존하는 안전 지침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아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한다. ‘고 이선호군 산재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경기평택항만공사의 ‘안전관리지침’을 살펴보면 안전 교육 실시, 안전 장비 구비, 안전관리위원 배치, 수신호 배치가 규정되어 있다”며 “아버지인 이씨도 해당 항만에서 8년간 일용직으로 일하며 안전 교육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 많던 우리 선호…친구같은 막내 아들” 초코 과자를 좋아하고 장난기 많던 평범한 23살 대학생 이군은 이씨에게 삶의 희망이었다. 또 아들보다는 절친한 친구에 가까웠다. 이씨는 “어릴 때부터 목욕탕을 함께 다니며 사우나 안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가르치곤 했다”며 “군대 훈련소에서 유일하게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다더라”고 전했다. 이군의 영정사진 앞에는 초코파이 3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가 생전 초코 과자류를 유독 좋아해 이군의 누나가 영전에 바친 것이다. 정이 많은 성격 덕분인지 이군의 주변엔 친구들이 많았다. 아직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찾아 이군을 그리워하며 밤을 지새운다. 고등학교 동창 김벼리(23)씨는 “선호가 성격도 착하고 친구들한테 정말 잘했기 때문에 친구들도 15일째 선호가 해줬던 대로 똑같이 돌려주고 있는 것”이라며 “술을 마시면서도 친구들이 미래가 막막하다고 토로하면 위로를 건네주던 친구였다”고 회상했다.“산업재해 국민적 관심 가져 달라” 아들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간 재해였지만 사회적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군의 유족과 친구들은 사회가 산업재해 사고에는 관심이 부족하다며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신문 취재진이 이날 오전 8시 40분쯤 찾은 이군의 빈소에는 아버지와 매형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후 2시 20분까지 빈소를 찾은 일반 시민은 단 1명으로 대책위 관계자만이 접객실을 채웠다. 서울에서 빈소를 찾았다는 대학생 송상현(22)씨는 “나도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대학생으로 건설 쪽 일용직에 종사한 적이 있어 이군의 사고에 공감이 된다”며 “사고가 사회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많이 조명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이군을 고용한 원청회사 ‘(주)동방’과 정부 측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고 제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요구가 완벽히 이행될 때까지 이군의 빈소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씨는 “사업주가 내 마지막 삶의 희망까지 강탈해갔다”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근대광고 엿보기] 일제강점기 포드자동차 광고/손성진 논설고문

    [근대광고 엿보기] 일제강점기 포드자동차 광고/손성진 논설고문

    이제 곧 사라질 운명에 놓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첫 제품은 1886년에 독일 칼 벤츠와 고트리프 다임러가 거의 동시에 내놓았다. 수작업으로 만들었던 초창기 자동차는 부자들만 탈 수 있는 매우 비싼 물건이었다. 자동차 대량생산의 길을 튼 사람은 미국 헨리 포드로 1913년 무렵부터 ‘T형’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1920년 즈음에 국내에 굴러다니던 자동차는 680대 정도였다. 아시아에서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자 포드는 1927년 일본 요코하마에 일본 포드자동차 조립 공장을 설립했다. 같은 해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오사카에 공장을 세웠고 크라이슬러도 진출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 조립한 포드와 GM 등의 자동차가 국내로 많이 들어왔고 광고도 게재됐다. 국내 자동차 판매회사의 효시는 1913년에 설립된 ‘오리이 자동차상회’라고 한다. 또 광산 개발을 위해 국내에 들어왔던 테일러 가문의 윌리엄 테일러도 포드와 시보레 자동차를 취급했다. 테일러의 사무실은 태평로에 있었다. 1933년 우리나라 사람이 차린 자동차 판매회사 1호는 소공동 소재 ‘경성자동차상회’다. 경성자동차상회의 설립자는 박용운으로 당시 자본금이 100만원이었다고 한다. 1930년대에 국내에서는 10여개의 자동차 상회들이 난립해 자동차 판매 경쟁을 벌였다. 수요가 늘어나고 딜러들의 경쟁적 판매로 자동차 수도 점점 늘어나 광복 당시에는 7300여대에 이르렀다. ‘녹 안 나는 동(銅)’이라는 제목 아래 새로운 포드 세단을 선전하는 위 광고는 일본 포드자동차 회사에서 제품 광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1920년대까지 일본은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했다. 도쿄대 기계과 출신 도요다 기이치로는 미국으로 가서 자동차 제작 기술을 직접 보고 충격을 받고는 일본으로 돌아가 1933년 나고야에 공장을 만들어 자동차 제조에 뛰어들었다. 그의 아버지가 세운 모태 기업은 원래 자동방직기 제작소였다고 한다. 1935년 5월 첫 시제 승용차와 시제 트럭이 완성됐다. 이렇게 해서 일본 최초의 자동차 제조회사인 도요타가 독립해 설립된 때는 1937년 8월이었다(창업주 이름은 ‘도요다’로, 회사 이름은 ‘도요타’로 쓴다). 그런데 이 무렵 국내에도 ‘조선국산자동차회사’라는 자동차 제조 회사가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동경와사전공계(東京瓦斯電工系)에 의해 설립됐다. 현 인천 부평구 산곡동 미산초등학교 자리에 있었다. 처음에는 20만평(약 66만㎡) 규모의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재정상의 문제로 도쿄자동차회사에 1939년에 합병됐고 규모도 4만평(약 13만㎡)으로 축소됐다고 한다. 자동차 완제품을 생산하지는 않고 스프링 등 부품을 제조했다.
  • 화학사고 80%는 안전 불감증, ‘밸프스’ 캠페인

    화학사고 80%는 안전 불감증, ‘밸프스’ 캠페인

    2020년 이후 발생한 화학사고의 80%는 안전 불감증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작업자의 안전의식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환경부는 12일 화학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예방을 위해 13일부터 3주간 화학사고 집중 예방 활동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각 유역(지방)환경청,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와 합동으로 전국 1만 2000여개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을 대상으로 ‘밸프스(밸브·플랜지·스위치 사전 점검·확인)’ 캠페인을 시행한다. 환경부가 2020년 이후 발생한 화학사고 93건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시설 관리 미흡과 작업자 안전기준 미준수 등이 80%를 차지했다. 이 중 화학물질 취급시설의 부속 설비인 밸브·플랜지·스위치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3월 울산 사업장에서 발생한 황산 유출 사고 역시 펌프실 교체를 위해 배관과 펌프 내 잔류 황산을 제거하던 중 압력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밸브를 해체해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캠페인은 현장 작업자가 화학물질 취급 전 밸브·플랜지·스위치 정상 여부 등을 반드시 확인해 화학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지난해 10월 경남·울산지역에서 시범운영한 결과 2020년 1~9월 6건 발생했던 밸프스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환경부는 안전 캠페인의 취지를 담은 스티커와 포스터 등을 화학물질 취급시설이 있는 전국 사업장에 배포할 계획이다. 또 영세사업장 및 화학사고 취약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기·현장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무허� ㅊ拈� 의심 사업장 특별점검하는 등 화학안전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해 사고 발생 위험성을 낮출 방침이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대한제국 어둠 밝혔던 궁중잔치… 객석의 내가 황제로소이다

    대한제국 어둠 밝혔던 궁중잔치… 객석의 내가 황제로소이다

    119년 전 고종 ‘기로소’ 입소 축하덕수궁 함녕전서 열린 잔치 재현임금 장수 기원 궁중예술의 백미LED로 밤하늘 표현 화려함 더해1902년 4월 어느 날 밤 경운궁(현 덕수궁) 함녕전에서 열린 잔치가 국립국악원 무대에서 재현됐다. 혼란스러웠던 대한제국 시절이지만 궁중무용과 음악의 향연을 즐기며 달빛과 별빛으로 물들었던 그때를 영상과 함께 판타지처럼 풀어낸다. 국립국악원이 개원 70주년을 기념해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이는 ‘야진연’(夜進宴)은 고종이 기로소(耆老所)에 입소하게 된 것을 축하하는 진연 중 밤에 열었던 잔치를 재해석했다. 기로소는 조선시대 고위 문신들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다. 당시 조정 원로들에게 기로소 입소는 영예로운 일이었고, 조선시대 임금 중에서도 태조와 영조, 숙종, 고종만 들어갔다. 119년 전 고종의 기로소 입소를 축하하는 뜻을 담아 황태자(순종)와 백관들이 ‘외진연’(外進宴)을 열었고 다음날 왕실 가족과 친인척, 명부가 참석해 ‘내진연’(內進宴)을, 그리고 그날 밤 해시(亥時·오후 9~11시)에는 황태자가 황제에게 ‘야진연’을 올렸다.무대에서는 국립국악원이 소장한 ‘임인진연도병’(임인년에 열린 진연을 그린 병풍) 10폭 가운데 8폭에 담긴 밤에 올려진 잔치 모습을 재현했다. 야진연에서 선보였던 궁중무용 12종목 가운데 6종목인 제수창, 장생보연지무, 쌍춘앵전, 헌선도, 학연화대무, 선유락이 펼쳐지고, 정동방곡, 여민락, 수제천, 해령 등 대표 궁중음악도 곳곳에 담겼다.무대에선 기로소를 무릉도원으로 표현해 고종이 이상세계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으로 잔치가 시작된다. 임금의 덕이 높아 상제께서 장수로 보답해 창성하게 한다는 내용의 구호를 가진 ‘제수창’과 백성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자 했던 ‘여민락’, 하늘처럼 영원한 생명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수제천’, 새롭고 힘찬 발걸음의 시작을 알리는 ‘대취타’, 윤선도의 ‘어부사’를 부르며 배 주위를 둘러서서 춤을 추는 ‘선유락’ 등 색색의 고운 의상과 절제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정재, 멋스러운 음악까지 궁중예술의 백미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은하수 놓은 밤하늘을 다양하게 그려내는 무대가 신비감을 더한다. 무대미술과 무대 영상디자인 전문가로 활동하는 조수현 감독이 첫 연출을 맡아 전통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고, LED 스크린으로 둘러싼 무대는 첨단 기술로 화려한 색채를 더했다. 공연 말미에는 앞서 고종이 향했던 계단을 순종이 바라본다. 아버지의 평안을 기원하면서 그 길을 따른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조 감독은 전했다. 서인화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은 “내년이 임인년이기도 하고 대한제국 이후 격변했던 시기에 궁중에서 열린 진연을 이 시대에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어려운 역사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 온 찬란한 전통 예술이 전하는 깊은 울림과 감동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가상훈련에 전수조사까지’ 눈물나는 과수화상병 차단작전

    ‘가상훈련에 전수조사까지’ 눈물나는 과수화상병 차단작전

    “가상훈련, 전수조사, 드론까지 ” 충북지역 자치단체들이 과수화상병 차단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2년간 도내 농가들이 과수화상병 때문에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은 오는 12일부터 시군별로 과수화상병 차단 가상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번 훈련은 시군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이후 절차를 이행하는 방식이다. 병 발생신고, 시료채취, 통제선설치 등 현장대응과 손실보상금 지급 서류 작성까지 실제와 같은 순서대로 훈련이 실시된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구제역 등 가축질병 예방을 위한 가상훈련은 있었지만 충북에서 농작물을 대상으로 한 가상훈련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충북지역에서 가장 큰 과수화상병 피해를 본 충주시 대응은 코로나19 방역을 연상케할정도다. 시는 지난 9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사과·배 재배 모든 농가(1698호, 1447.8ha)를 대상으로 선제적인 전수검사를 실시한다. 이번 조치는 화상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감염된 나무를 미리 찾아내 매몰을 실시하는 것이다. 전수검사는 농장주가 과원에서 의심되는 나무 5주를 선정해 한 가지씩 30~40cm를 절단한 뒤 시료 봉투에 밀봉해 읍면동에 제출하면 된다. 시료는 접수 당일 담당 부서로 송부돼 병원균 감염 여부가 확인된다. 검사 결과 양성이면 식물방제관이 직접 해당 과원 시료를 채취해 보균 여부를 재확인한 뒤 시료를 농촌진흥청으로 보내 정밀진단을 실시한다. 농촌진흥청 검사에서 최종 확진되면 해당 과원은 매몰조치된다. 음성일 경우 특별관리 과원으로 지정돼 집중 예찰이 진행된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 대응 수준에 준하는 자세로 과수화상병 차단에 나서고 있다”며 “농정국, 농업기술센터, 읍면동의 모든 관계 공무원을 총동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드론도 투입된다. 시는 지난 8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산척면, 앙성면, 동량면, 엄정면, 소태면, 안림동 등 6개 지역 658.2ha를 대상으로 드론 공동방제를 실시한다. 기존 과수화상병 방제는 고속분무기를 활용한 지상 방제로 이뤄졌다. 시는 사전 방제조치, 약제방제 이행 행정명령 등 행정조치 사항을 위반하거나, 방해 또는 은폐하는 농가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손실보상금 경감 또는 미지급, 농업 관련 보조사업 제한 등의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단양군은 1억 5000만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 재배농가 316곳에 과수화상병 예방 방제약제를 무상 공급했다. 방제약제를 살포한 농가는 약제봉지와 방제확인서를 작성해 보관해야 한다.충북 지자체들이 과수화상병 차단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과수화상병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어서다. 지난해 도내에선 충주 348농가, 제천 139농가 등 총 507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281㏊가 쑥대밭이 됐다.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였다. 도내 농가에 지급된 보상금은 581억원에 달한다. 2019년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충주 76농가, 진천 62농가 등 총 145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88.9㏊가 매몰됐다. 2년 연속 과수화상병이 충북지역을 강타하자 충주시는 화상병으로 상처입은 농업인들의 심리회복 교육도 추진키로 했다. 농가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아직도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데다, 뚜렷한 치료제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예방약제를 뿌리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나무에 균이 잠복해있다면 이 방법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발생 농가는 과수원 내 감염 나무가 5% 이상이면 나무를 뿌리째 뽑아 묻고 전체가 폐원된다. 폐원된 과수원은 3년간 과수 농사를 짓지 못한다. 과수화상병은 주로 사과나 배 등에서 발생한다. 감염되면 잎과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하며 말라 죽는다. 나무에 잠복된 균이 적정 기후를 만나 발현되거나, 균이 비바람, 벌, 전정가위 등을 통해 번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연평도 인근 해상 중국 어선서 40대 선원 실종…해경 수색

    인천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에서 40대 선원이 실종돼 해경이 수색에 나섰다. 9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해군은 이날 오전 5시 38분쯤 인천 옹진군 연평도 동방 12㎞ 해상에서 중국어선에 타고 있던 40대 중국인 선원 A씨가 실종됐다고 해경에 통보했다. 해군은 같은 날 오전 2시부터 해당 어선 선원들이 선내를 수색하는 등의 동향을 보이자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해 해경에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A씨가 어선에서 그물을 던지는 작업을 하던 중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보고 헬기 1대와 경비함정 2척 등을 투입해 인근 해상을 수색하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실종된 지점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방 5.5㎞ 해상으로 추정한다”며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현장 지휘를 맡아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인사] 전북일보, KBS, 환경부

    ■ 전북일보 △ 편집부 부장 이용수 △ 사회부장 강정원 ■ KBS △ 보도본부 통합뉴스룸국장 임장원 △ 〃 시사제작국장 박태서 △ 부산방송총국장 엄경철 △ 창원방송총국장 하석필 △ 비서실장 정재준 △ 경영본부 건축기전부장 이철용 △ 진주방송국장 박태진 △ 안동방송국장 장형준 ■ 환경부 ◇ 국장급 승진 △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장 이율범 ◇ 과장급 전보 △ 감사관실 감사담당관 김은경 △ 기획조정실 규제개혁법무담당관 김희창 △ 자연보전정책관실 국토환경정책과장 오흔진 ◇ 과장급 보임 △ 전북지방환경청 새만금유역관리단장 염규봉 △ 녹색전환정책관실 녹색기술개발과장 이정미
  • 성북구 지방자치 부활 슬로건 공모

    성북구의회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및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아 다음달 7일까지 슬로건 공모전을 개최한다. 성북구의회의 정책 목표 및 의정 활동방향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15자 내외의 슬로건을 제출하면 된다. 성북구의회에 관심을 가진 성북구민이라면 누구나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다. 의회 홈페이지에서 신청 양식을 내려받아 작성한 뒤 의회 사무국에 방문해서 제출하거나 이메일(iriech@sb.go.kr)로 접수하면 된다.
  • 용혜인 “박영선, 유세차 빼라며 선거방해” 朴측 “불법주차 말란 것”

    용혜인 “박영선, 유세차 빼라며 선거방해” 朴측 “불법주차 말란 것”

    페북에 “朴캠프, 막무가내로 차 빼 요구”“모든 방안 강구해 추후 법률 대응할 것”용혜인 “소수정당 청년 후보에 무례·운동원에 대한 거짓말·협박 좌시않겠다”朴측 “일정 잡혀 있어 비켜달라 했을 뿐”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6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이 선거 유세를 위해 용 의원측 유세 차량을 빼라며 선거방해와 협박을 했다며 “박영선 캠프의 선거운동방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 후보측은 신 후보측이 불법 주차를 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용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홍대입구역 부근 상상마당에서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의 마지막 유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박영선 캠프 측에서 마포구청과 이야기가 됐다며 유세를 진행해야 하니 유세 차량을 빼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을 ‘선거 사무국장’이라고 소개한 마포구 시의원과 ‘상인회장 측’이라는 신원미상 인물들이 기본소득당 선거운동원들에게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용 의원은 “소수정당 청년 후보에 대한 무례, 청년 선거운동원에 대한 거짓말과 협박을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추후 모든 방안을 강구해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 경찰과 선관위도 권력에 좌우되지 않고 공정하게 선거 상황을 관리해달라”고 했다.이에 대해 박영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일정이 잡혀 있던 장소에 신 후보 측이 불법 주차를 하고 있어서 비켜 달라고 이야기를 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용 의원은 “박 후보님, 유력한 상대 후보가 개똥밭에 구르는 후보라고 해서 함께 개똥밭에 구를 수는 없지 않겠나”라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막무가내로 소수정당 후보들, 청년 선거운동원들을 무시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박 후보님도 같은 모습을 보이실 거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로 공지된 시간 중 1시간이 겹치니 최대한 협조하고 협력해서 시간을 조정하자고 수 차례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영선 캠프 관계자는 공지돼 있지도 않은 행사시간을 이야기하며 사실상 단 하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집했다”고 지적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경기도의회, 5일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단 공식 출범

    경기도의회, 5일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단 공식 출범

    경기도의회(의장 장현국)가 공직사회의 부동산 부패를 청산하기 위해 구성한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단’이 5일 현판식 및 위촉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장현국 의장(더불어민주당·수원7)은 이날 오후 의장 접견실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단(이하 대책단)’ 위촉식을 열고, 단장인 정대운 윤리특별위원장(민주당·광명2)과 위원인 김영준(민주당·광명1)·최세명(민주당·성남8) 의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이어 특별전문위원실 앞에서 현판식을 가진 뒤, 특위 접견실로 자리를 옮겨 대책단의 세부추진사항과 추후 활동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장현국 의장은 “공직사회 부동산 투기 근절이라는 중책을 기꺼이 맡아 준 정대운 단장과 위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대책단의 활동이 LH사태로 촉발된 공직사회 부동산 부패를 끊어내고,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책단은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의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대응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전담조직으로 단장 1명과 위원 6명 등 총 7명의 단원으로 구성됐다. 이날 위촉과 동시에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 대책단은 의회에서 실시하는 모든 부동산 투기 대책을 총괄할 예정이다. 주요역할은 ▲부동산 투기 의심신고센터 운영 ▲부동산 투기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연구 및 제안 ▲부동산 투기 근절 예방교육 추진 ▲도의회 의원 전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근절 서약서 서명 실시 등이다. 주요업무의 세부추진사항에 대해서는 의회사무처 각 부서가 분담·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활동기간은 이날부터 제10대 의회가 마무리되는 2022년 6월30일까지다. 정대운 대책단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힘든 상황 속에서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민들에게 분노와 실망을 드려 매우 송구하다”며 “이런 엄중한 시기에 대책단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실효성 있는 부동산 투기 근절대책을 수립·실행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영준 의원은 “집이든 땅이든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고, 최세명 의원은 “대책단의 활동에 흠집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단원으로서 신중한 자세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의회는 이날 참석하지 못한 손희정(민주당·파주2)·조광희(민주당·안양5)·안기권(민주당·광주1)·오지혜(민주당·비례) 의원에게 대책단 위원 위촉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왜 정약전이고, 설경구며, 흑백일까…‘자산어보’에 대한 3가지 궁금증

    왜 정약전이고, 설경구며, 흑백일까…‘자산어보’에 대한 3가지 궁금증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이준익 감독 영화 ‘자산어보’가 31일 개봉한다. 영화는 흑산도에서 보낸 정약전의 시간을 조명한다. 정약용보다는 덜 알려진 정약전을, 사극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배우 설경구가 연기한다. 세상 모든 컬러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시대에 흑백 화면으로 채웠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 질문이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왜 정약전인가 1801년 신유박해로 정약용은 전남 강진, 그의 형 정약전은 흑산도에 유배된다. 호기심 많은 정약전은 바다 생물에 매료돼 책을 쓰기로 한다. 영화는 정약전이 바다 생물에 해박한 청년 어부 창대를 만나 물고기 백과사전 ‘자산어보’를 집필하게 된 과정을 그린다. 이 감독은 지난 19일 온라인 인터뷰에서 “조선시대 핍박받은 서학에 대한 영화를 구상하다 ‘목민심서’를 지은 정약용과 그의 형 정약전으로 관심이 생겼다. 정약전을 조사하다 그가 쓴 ‘자산어보’ 서문에 나오는 청년 창대가 어떤 이인지 궁금해졌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정약전은 창대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창대는 “사학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거절한다. 혼자 글공부를 하며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게 된 정약전은 서로 지식을 거래하자 제안하고, 창대는 못 이긴 척 받아들인다. 창대는 정약전을 돋보이게 하는 상대역으로 설정했다. 서자 출신으로 신분 상승을 꿈꾸는 명민한 청년이지만, 신분제에 막혀 답답해하는 인물이다. 이 감독은 “창대를 만들자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머지 주변 인물도 자연스레 구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전작 ‘동주’(2015), ‘박열’(2017)에서처럼 이번에도 역사 속 개인의 이야기로 시대를 풀어낸다. 그는 “정약전은 실존 인물이고 기록도 있지만, 창대는 허구의 허용치가 확보된 인물이어서 오히려 수월하게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영화로 만들면 자칫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그래서 고증에 특히 신경 쓰는데, 그 과정이 정말이지 괴로울 지경”이라고 밝혔다. ●왜 설경구인가 설경구가 연기하는 ‘자산어보’의 정약전은 “양반도 상놈도 임금도 필요 없다”는 생각을 가진 급진적인 인물이다. 위험한 그의 생각은 창대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그리고 흑산도의 티없는 주민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발산된다.정약전을 연기한 배우 설경구는 첫 사극연기를 펼친다. 이전에도 몇 번의 사극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했다. 그러나 영화 ‘소원’(2013)으로 인연을 맺은 이 감독과 다시 작업하고 싶어 이번 영화를 택했다. 이 감독은 기자 시사회에서 “개인적으로 조선 선비의 풍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설경구라고 생각한다”고 그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감독은 배우를 풀어놓고, 배우들은 편하게 연기했다. 설경구는 “이 감독이 배우들에게 특별한 연기 지시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앵글 안에서 배우들과 놀자’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창대를 맡은 배우 변요한은 촬영 전 실제 정약전 유배지인 흑산도에 다녀오고, 전라도 사투리를 할 수 있는 지인을 총동원해 사투리를 연습했다. 또, 수영장에 다니며 물에 익숙해지고 전문가에게 물고기 손질법을 배웠다. 그러나 역시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영화 속 내용처럼 설경구와 티격태격하고, 때론 스승으로 여기며 연기했다. 가거댁 역의 배우 이정은이 둘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밖에 류승룡, 조우진, 정진영, 김의성, 동방우(명계남), 방은진 등 유명한 배우들이 우정 출연한다. 두 주연 배우를 축으로 화련한 출연진이 펼치는 앙상블이 볼 만하다. ●왜 흑백영화인가‘자산어보’는 흑백영화임에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흑산도의 하늘과 바다, 바위 등 질감이 오히려 생생하고, 배우들 표정 연기는 한층 깊이감 있다. 이 감독은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볼 기회가 많지 않아 흑백영화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앞서 흑백으로 시인 윤동주를 조명한 ‘동주’와 비교하며 “‘동주’나 ‘자산어보’ 모두 시대와 불화를 겪는 개인의 이야기이고, 그를 돕는 주된 인물이 등장한다. 다만 ‘동주’가 암울한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과 달리, 자산어보는 훨씬 밝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창대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흑산도에서 공부를 더 해야 했고, 정약전은 스승이 돼 그에게 도움을 준다. 창대가 정약전을 따르며 성장하고, 품에서 떠나고 깨닫는 게 이야기의 주요 뼈대다. 영화 홍보에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는 정약전의 대사가 쓰였다. 영화 주제도 바로 여기에 집중된다. 이 감독은 “둘은 어긋나지만, 결국에는 (세상을 깨닫는다는) 본질적인 면에서 같은 길을 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흑백 영화지만, 컬러 장면이 딱 3번 나온다. 이 감독은 “창대가 크게 성장하는 장면을 상징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보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보여지는 대로 보라는 주제를 담았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2025년 자사고 폐지… 고? 스톱?

    2025년 자사고 폐지… 고? 스톱?

    문재인 정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학교들이 세 번째 잇따라 승소하면서 2025년 자사고 폐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3일 학교법인 동방문화학원·신일학원이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숭문·신일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2019년 서울시교육청은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서울 자사고를 운영 성과평가 점수 미달을 이유로 지정 취소를 결정하고 교육부가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가 소송에 승리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데 이어 2월 세화·배재고에 이번에 숭문·신일고까지 사법부는 모조리 자사고의 손을 들어줬다. 현 교육 당국이 항소를 감행하면서 자사고 폐지에 매달리는 것은 자사고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개가 넘는 자율형사립고를 허가해 일반고를 무력화하고 고교교육의 서열화를 악화시킨 일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하겠다며 2010년 전국 100여개의 자사고를 지정했고 이 가운데 서울에 22개교가 있다. 자사고생은 올해부터 무상교육이 된 공립고등학교와는 달리 연간 140만원의 3배까지 허용되는 등록금을 내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세화·배재고 판결에 항소하며 고교 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번 2차 패소에 대해서도 항소할 계획인 조 교육감은 거문고 줄을 다시 동여맨다는 뜻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의 마음으로 한 발 더 나아간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2번의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자사고 지정취소에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자사고가 고교서열화 문제의 원인이란 것이 조 교육감의 입장이다. 그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개혁은 쉽지만, 만들어진 것을 없애는 개혁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통절하게 느낀다”면서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대학 서열화가 확고한 마당에 고교서열화부터 없애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학입시를 고교입시로 앞당긴 것을 다시 3년 뒤로 옮기는 정도의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강남 8학군의 입시실적이 좋은 고등학교로 쏠리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대학 서열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자사고와 외고가 없어진다고 해서 교육열은 사라지지 않고 사교육이 발달한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 학군지에 대한 수요만 더 높아질 뿐이란 것이다. 자사고 폐지가 고교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지만, 일반고의 교육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는 자사고마저 사라지면 공부 환경이 황폐화될 것이란 암울한 예상도 터져 나온다. 특히 지방의 명문 자사고는 공공기관 이전 이상의 인구 분산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도 자사고 취소 소송에서 번번이 지는 마당에 정권도 바뀌는 2025년에 자사고와 외고가 폐지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훨씬 강하다. 한 자사고 교장은 학교 설명회 자리에서 “자사고 폐지는 민주공화국에서 맘대로 못 한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모녀 둘 다 외도로 낳은 아이였나…구미 3세아 사건 또 ‘반전’[이슈픽]

    모녀 둘 다 외도로 낳은 아이였나…구미 3세아 사건 또 ‘반전’[이슈픽]

    1. 석씨(엄마)와 김씨(딸)는 비슷한 시기에 딸을 낳았다.2. 김씨(딸)가 낳은 아기는 전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생긴 아기다.3. 석씨(엄마)가 낳은 아기도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생긴 아기다.4. 김씨(딸)는 자기 아기 혈액형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을 수 없는 혈액형인걸 알고,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을 수 있는 혈액형을 가진 석씨(엄마)의 아기와 바꿔치기를 했다.5. 석씨와 딸 김씨가 완벽한 범행을 공모했을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경북 구미서 숨진 3세아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종합한 결과다. 경찰은 숨진 아이의 친모 석씨(49)가 딸 김모씨(22)가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시점과 관련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경찰 관계자는 “혈액형 분류법에 의해 나올 수 있는 아이가 정해져 있는데 국과수 감정결과 등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한 시점과 관련한 유익한 내용이 나왔다”며 “수사중인 사건이라 자세한 내용은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씨의 딸로 밝혀진 숨진 아이와 병원 출산 기록은 있지만 행방이 묘연한 김씨가 낳은 여아의 혈액형에서 중요한 단서가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혈액형 분류법에 의해 나올 수 있는 아이가 정해져 있는데 국과수 감정 결과 등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한 동기와 관련한 중요한 내용이 나왔다”고 밝혔다. 숨진 아이의 친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라진 김씨의 딸 혈액형에 비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사라진 아이, 딸 김씨와 김씨 전 남편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 경찰은 석씨의 딸 김씨와 김씨의 전 남편 사이에서 난 아이의 혈액형이 두 사람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석씨가 낳은 아이는 김씨와 전 남편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혈액형이었다. 앞서 지난 17일 경찰은 석씨를 검찰로 송치하기 전 가진 브리핑에서 숨진 아기의 혈액형과 관련, “친모로 알려진 김씨와 김씨의 전 남편 혈액형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혈액형은 맞다”고 확인했다. 사라진 아이의 혈액형이 김씨와 김씨의 전 남편 사이의 혈액형에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었다면 ‘친자’ 관계가 들통날 수 있다. 하지만 숨진 여아는 두 사람 사이 나올 수 있는 혈액형으로, 김씨가 자신의 딸로 둔갑시켜도 혈액형으로 인한 의심을 피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석씨와 김씨가 낳은 아이 둘 중 1명이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 있다”고 말했으며 “누군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출산 기록이 없는 석씨가 병원 기록이 있는 딸 김씨와 비슷한 시기에 여아를 출산한 뒤 딸이 낳은 아이와 바꿔치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석씨와 딸 김씨, 완벽한 범행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수사 진행을 보면 석씨와 그의 딸 김씨는 완벽한 범행을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다만 석씨는 여전히 “아이를 출산한 적이 없다”고 버티고 있고, 딸 김씨는 숨진 아이가 자신이 낳은 딸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지난 2월10일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3살된 여아가 숨진 채 발견돼 수사에 나선 경찰은 숨진 아이를 양육하던 석씨의 딸 김씨를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경찰은 친모인 김씨가 혼자 아이를 키우다 재혼 등을 이유로 딸을 수개월간 빈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한달 가량 지나 나온 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여아의 친모는 김씨의 친정 어머니인 석씨로 밝혀졌다. 외할머니인 석씨는 세번의 유전자 검사에서 숨진 아이의 ‘친모’로 밝혀졌지만 그는 줄곧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출산 준비’, ‘셀프 출산’ 등 단어 여러번 검색 경찰은 지난 17일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유기 미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석씨가 사용한 전자기기 등을 통해 출산을 앞둔 2018년 초 인터넷에 ‘출산 준비’, ‘셀프 출산’ 등의 단어를 여러번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출산 추정 시기인 2018년 1~3월쯤 석씨의 몸이 불어 “평소 입던 것보다 큰 치수의 옷을 입고 다녔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석씨가 3차례나 실시한 유전자 검사 결과를 계속 부인하고 있어 검찰은 지난 23일 대검 과학수사부에 석씨와 김씨, 김씨의 전 남편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다시 의뢰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구미 3세 친모 ‘아이 바꿔치기 시점’ 단서 잡았다”

    “구미 3세 친모 ‘아이 바꿔치기 시점’ 단서 잡았다”

    구미 3세아 수사 경찰 “단서 잡고 추적중” 경북 구미서 숨진 3세아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이 숨진 아이의 친모 석씨(49)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시점과 관련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경찰관계자는 “혈액형 분류법에 의해 나올 수 있는 아이가 정해져 있는데 국과수 감정결과 등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한 시점과 관련한 유익한 내용이 나왔다”며 “수사중인 사건이라 자세한 내용은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다가 유전자 감식결과 ‘친모’로 밝혀진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기와 딸 김모씨(22)가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시점과 관련한 중요한 단서를 잡고 추적중이다. 앞서 지난 2월10일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3살된 여아가 숨진 채 발견돼 수사에 나선 경찰은 숨진 아이를 양육하던 석씨의 딸 김씨를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경찰은 친모인 김씨가 혼자 아이를 키우다 재혼 등을 이유로 딸을 수개월간 빈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한달 가량 지나 나온 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여아의 친모는 김씨의 친정 어머니인 석씨로 밝혀졌다. 외할머니인 석씨는 세번의 유전자 검사에서 숨진 아이의 ‘친모’로 밝혀졌지만 그는 줄곧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경찰 “석씨가 딸과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출산한 뒤 바꿔치기했을 것으로 추정” 경찰은 지난 17일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유기 미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석씨가 사용한 전자기기 등을 통해 출산을 앞둔 2018년 초 인터넷에 ‘출산 준비’, ‘셀프 출산’ 등의 단어를 여러번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출산 추정 시기인 2018년 1~3월쯤 석씨의 몸이 불어 “평소 입던 것보다 큰 치수의 옷을 입고 다녔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3일 대검 과학수사부에 석씨와 김씨, 김씨의 전남편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다시 의뢰한 바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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